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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속에 담긴 김대통령 삶과 철학 ‘DJ와 책’

    새 천년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대중 대통령은 해방이후정치인중에 책을 가장 많이 읽고 쓰고 소장한 ‘책의 3다(多)'의 주인공이다.그와 관련한 책은 시중에 100권 이상 나와 있다.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저서 뿐 아니라 그를 음해하기 위해 제작된 서적들도 있다. 이 저술들을 통해 김대통령의 인생역정과 정치철학을 일목요연하게분석한 책이 나왔다.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의 ‘DJ와 책'(범우사). 이 책은 ‘나의 길,나의 사상' ‘대중경제' 등 본인의 저작을 토대로 60년대 정치 입문 당시부터 정치적 수난기를 거치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그의 사상의 궤적을 폭넓게 추적했다. 또 87년 대통령 선거 직전 출간된 ‘동교동 24시'는 DJ 경호원 출신함윤식의 명의만 빌렸을 뿐 실제는 안전기획부가 선정한 특수집필팀에 의해 씌어진 ‘위서'이고,손충무의 ‘김대중 X파일',비서실 전문위원 출신인 이태호의 ‘영웅의 최후' 등 중요한 순간마다 그를 음해한흑색선전물이 나왔다며 허위사실을 조목조목 짚었다.‘한국논단'의 붉은 색 논쟁의 허구성도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파헤쳤다. ‘두려운 것은 오늘의 부조리와 고난이 아니라 자기에 대한 신념의 상실과 내일의 승리를 믿지 못한 패배주의다' 김대통령이 지난 70년 대권을 향한 비전을 담아 펴낸 ‘내가 걷는 70년대'의 한 구절이다.김대통령이 납치돼 피살 직전 상태까지 가는 등 역대정권에 의해 심한 음해와 죽음의 계곡을 거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이같은 신념과 철학이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7,000원. 김주혁기자 jhkm@
  • 오늘부터 국회도서관 강당서 부패방지대책 수립 공청회

    23∼24일 이틀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정부의 2단계 부패방지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각계 전문가 30여명이 국내 15개 연구기관·대학의 부패방지대책 연구결과를 토대로 교육·조달·중소기업지원자금·사회복지시설보조금·예산·지방부조리·행정정보공개 등 7개 분야의 부패방지대책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반부패국민연대,한국행정연구원,한국교육개발연구원 등 연구기관·학계·시민단체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었다. 최여경기자
  • 한국화가 오명희 개인전 24일부터

    한국화가 오명희(44·수원대 미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바람속의스카프를 화폭에 담아 주목받는 작가다.그는 무성한 갈대숲이나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언덕,야생화가 만발한 들판 등을 배경으로 스카프를 끌어들인다.극채색을 이용해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그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가공이 필요한 픽션이다.그 허구의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스카프다.배경을 무시하거나 지워버리는 사진 기법인 아웃 포커스를 활용하는 것도 스카프를 도드라지게하기 위한 방편이다.‘자연과 스카프의 예기치 않은 만남’, 그 가장된 우연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 98,99년 일본 도쿄 아카네 화랑과 삿포로 사이토 화랑에서 잇따라전시를 하며 스카프 그림을 알린 그가 3년만에 국내전을 갖는다.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그의 개인전에는 ‘봄날은 간다’‘노스탤지어’‘가을숲에 부는 바람’ 등 전형적인 오명희류 그림들이 내걸린다. 오명희의 그림 한 구석에선 늘 관능의 연기가 피어오른다.신작 ‘봄날은 간다’를 보면 지천으로 핀 진달래 위로 스카프가 한 장 너울거린다.그 스카프에는 혜원의 풍속화속 여인을 빼닮은 여자가 그네를타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그것은 말을 하는 꽃,즉 기생이다.트로트곡 ‘봄날은 간다’의 가사를 읊조리며 그렸다는 이 그림에는 봄날 물오른 여인의 감성이 잘 녹아 있다.‘노스탤지어’나 ‘가을 숲에 부는 바람’ 같은 작품도 감각적인 정조는 마찬가지다.나부끼는스카프에는 샤갈의 유화 ‘에펠탑 앞의 신랑과 신부’를 연상케 하는한 쌍의 남녀가 입을 맞춘 채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오명희의 그림에서 하늘을 나는 연인이란 주제를 즐겨 다뤘던 샤갈의 슬라브적 환상의 세계를 읽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김종면기자]
  • 쫄깃쫄깃 매콤한 맛 신당동 떡볶이축제

    ‘우리 전통 패스트푸드인 떡볶이 맛보러 오세요’ 제1회 떡볶이축제가 21일 중구 신당1동 ‘떡볶이광장’에서 중구와신당동 떡볶이상가 상우회 공동주최로 펼쳐진다.30년 전통의 ‘마복림 할머니집’을 비롯해 21개 전 떡볶이 업소가 참여,다양한 떡볶이요리를 선보인다. 또 외국인 초청 떡볶이만들기 체험프로그램,떡볶이에 관한 거리 퍼포먼스,떡볶이 가족 노래자랑,청소년 댄스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신당동 떡볶이촌은 70년대 초 마복림 할머니가 노상에 좌판을 이용해 떡볶이를 조리,판매한 것을 시점으로 개량을 거듭해 현재의 떡볶이맛으로 발전했으며 국내 유일의 떡볶이 업소 밀집지역으로 자리잡았다. 행사를 주관한 금창열 신당1동장은 “떡볶이 메뉴도 다양화하고 위상도 높일 수 있는 재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창용기자
  • [여성 선언] 존경하는 의사선생님께

    참으로 기나긴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경기는 잔뜩 침체돼 있는데다 병원파업까지….요즘은 정말 사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지난 10일 파업이 잠시 유보됐지만 23일 의·정 대화 중간평가’를 통해 다시 파업이 재개될 수도 있다면서요? 이제 우리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심정으로 존경해 마지 않던 의사선생님들께 이런 항의 편지를 올립니다.지난 9월 국가는 의사선생님들을 상대로 공식 사과를 한것으로 압니다.그렇다면 의사선생님들,당신들의 대국민 공식 사과는언제쯤 이루어질까요? 배움 많으신 선생님들이니 그 정도 예의는 지키시겠죠.저희도 처음엔 선생님들을 믿었습니다.의약분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셨을 땐배운 분들이 어련하실까 하며 넘어 갔습니다.의사쪽 얘기를 들어보면 그 말이 맞고,약사쪽 얘기에 귀기울이면 그것도 일면 타당했으니 우리는 어리석은 황희 정승이었나 봅니다.사실 짧은 소견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아무리 완벽한 법제도도 현실화하는 사람들이썩었으면 말짱 도루묵일 터이고,불완전한 법도 서로 조정하며정의를 지키면 웬만큼 보완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그런데 파업은 대책없이계속됐고,대학병원 교수님들까지 그 파업에 가세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국가가 의사들의 요구를 경청하지않음으로써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그래서 의사고 교수고 모두파업에 뛰어들었다고 말입니다.아이고,세상에.그 소리를 듣고 저는제 귀를 의심했습니다.배우신 분들이니 자존심도 높으신가 봅니다.우리 환자들은 의사선생님 앞에서 자존심이란 걸 세워본 적이 없으니이해가 되질 않습디다.의사선생님들 앞에서는 정신과 몸을 무장 해제하고 무조건 몸뚱아리를 내맡겼던 사람들이 우리 환자들입니다.환자는 그렇습니다.의사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으면 병은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우리들은 당신들의 명령과 요구와 처방에 맹목적으로 따랐고 당신들의 냉대도 참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환자들이 거리로 내쫓기는 걸 보면서 우리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느꼈습니다.당신들이 아무리 우리를 내동댕이친다 해도 돈없고 빽없는 우리는 당신들을 거부할 수도,응징할 수도 없습니다.그래서 더 분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존경하는 의사선생님들.이렇게 찢긴 우리의 자존심은 도대체 어디서 치유받아야 하는 겁니까. 천하디천하게 병원 밖으로 내쫓긴 환자들,그들의 상처난 영혼은 도대체 어디서 위로받아야 하나요. 이제 당신들에 대한 신망과 존경은 땅으로 곤두박질쳐 산산조각이났습니다.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아무리 강경하다해도 당신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사실 당신들에 대한 실망은 오래 전 격무를핑계로 환자를 냉대하고 무성의하게 대할 때부터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온갖 비리가 병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도 그랬습니다.무엇보다 사회적인 부조리에 늘 침묵하던 당신들이 이번 일로‘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거룩한 명제를 들고 나와 핏대를 올리는 걸 보면서는 혐오스러움까지 느꼈습니다.물론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끝까지 환자를 돌보는 의사선생님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바 아닙니다.눈에 띄지 않게 인술을 행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그 분들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몇가지 과정은 남았습니다.모쪼록 우리들의 신뢰가 회복될수 있도록 파업에 가담한 의사선생님들의 진지한 공식 사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그리고 적절한 피해보상청구소송과 그에 대한 국가와 의료계의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그래서 조금이나마 의사선생님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회복돼야 할 것입니다.사실 미워하기가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박 미 라 페미니즘잡지 if 편집위원
  • 주방장‘정상 입맛 맞추기’분주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는 오징어를,소식가로 알려진 빔 코크 네덜란드 총리는 조개를 싫어하고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가 기피하는 음식은 맵거나 마늘,파,양념이 들어간 요리입니다” 신라호텔 조리담당 상무이사 후덕죽씨(侯德竹·51)는 17일 오후 도착한 주룽지 총리의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국빈 맞이에 여념이 없다. 1년 전부터 각국 정상들의 입맛을 파악해 왔고 지난 3개월 동안 한번의 만찬을 위해 시식한 횟수만도 10번이나 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오는 정상들인 만큼 식성도 다 틀리고 포크와 젓가락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20일 청와대에서 열릴 아셈 공식만찬은 ‘인삼’이 주가 된 한식궁중요리이다.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릴 기회이자 속이 편해야 국사도 잘 된다는생각으로 최대한 정성을 다했습니다” 음식은 신선로,구절판,너비아니구이 등을 준비하고 인도네시아,브루나이,말레이시아 등 회교도 국가 정상들을 위해서는 회교 의식을 거쳐 잡은 고기인 ‘하랄미트’를 특별히 마련한다. 후식을위한 술로는 세계화를 위한 품평회 대상 작품인 전통술 ‘복분자주’를 준비했다.복분(覆盆)이란 이름은 이 술을 마신 뒤 소변을 보면 세찬 힘이 요강을 뒤엎는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탈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 등 3개국 정상이 묵게 될 리츠칼튼 호텔은 유럽 정상을위한 특별한 아침을 마련했다. 윤창수기자 geo@
  • 현대家 ‘속앓이’

    현대건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차 총괄회장·MK)·몽준(夢準·현대중공업 고문·MJ) 형제가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거느린 계열사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여기에는 현대의 모태이자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혼이담긴 현대건설이 퇴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그러나 무턱대고 도와줄 수 없는데다 이사회나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 ◆속타는 MH=현대건설의 생사여부가 발등의 불이다.여기에다 1조2,000억원의 빚을 안고 있는 현대투자신탁증권를 비롯,현대증권·현대투자신탁운용 등을 모조리 미국의 보험회사인 AIG사측에 내놓아야 할판이다.MH의 야심작인 현대전자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적자 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흑자 기업들을 거느린 형(MK)이나 동생(MJ)에게 드러내놓고 도움을 청하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지난 3월 이후 현대가 인사파동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악화됐던 MK-MH의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가려면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얘기다. ◆MK·MJ의 MH 걱정=그렇다고 현대가(家)의 장자인 MK로서는 본가의모(母)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처지.실제로 MH에대한 MK의 우호적 분위기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MK측은 현대건설이 내놓은 현대아산 지분(19%) 매입을 검토 중이나,비상장주식 15% 이상을 보유하면 현대차 계열로 포함될 수 있어 난감해 하고 있다.MK측이 MH의 현대상사에 현대차 수출대행을 그대로 지속시키는 것도 지원 방법의 하나다. MJ측도 적극적이다.지난 17일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이 MJ를 만나 건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MJ는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 것으로전해졌다.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보유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합당한가격에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도 MJ의 MH돕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2,400억원 규모의 빚보증 소송도 MH측이 소액주주와 이사회 등이 수용할 만한 조건을 내놓으면 무리하게 끌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내부의 시각=MK·MJ가 MH를 도울수 있는 길은 많다.현대건설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부동산 등을 매입해주는 것도 한 방법.그러나 MK·MJ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어내려면 먼저 MH의 관계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형과 동생의 우호적 신호에 여전히 미온적인 MH가 마음을 바꿔야 문제가 쉽게풀릴 것이란 얘기다. 주병철기자 bcjoo@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0)나그네살이

    *자취 허전함 달래준 '독일식 백반' 가자미구이. 독일의 집들은 동화 책에 나오는 장난감 집 같이 지붕의 경사가 가파르고 작은 유리창들이 평범하게 달려 있는데 두 손바닥을 펴서 모아놓은 것같은 지붕 아래에는 어디나 경사가 노출된 다락방이나 이층공간이 있다.현관도 그냥 한쪽 짜리의 격자 유리가 달린 도어일 뿐이다. 내가 외버넘에서 발견한 가정식 음식을 하는 식당이 그런 집이었는데 낮에는 집 앞에다 식탁 대여섯 군데를 내놓았고 문 옆에는 가판대와 작은 행거를 설치했다.행거에는 손으로 뜬 재킷이며 숄이나 스웨터를 걸어 두고 좌판 위에 각종 절임과 잼 같은 것들을 상표가 붙지 않은 맨 병에 담아서 팔고 있었다.여행자들이 한적한 섬마을을 돌아보다가 자전거나 차를 멈추고 들러서 털스웨터를 고르고 마음에 들면사기도 한다.식당의 주인인 할머니와 중년 아낙은 점심과 저녁 시간외에 한가할 적에 밖에 내놓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뭔가 다정하게이야기 하면서 뜨개질을 한다.저녁 때에는 아마도 그댁 따님인 듯한십대의 소녀가 나와서 홀의 접대를 돕기도 한다.나는 주로 저녁 식사 무렵에 혼자 조리를 하기에 싫증이 날 적마다 그 집에 들러서 식사를 했다.의자와 식탁도 모두 투박한 나무들이고 장식장이며 집 안에보이는 것이 모두 그을린 듯한 나무들이다. 처음에 그 집에 들러서 맛 보았던 것이 ‘가자미 버터 구이’였다.북해에서 제일 많이 잡히는 것들이 대구와 연어이고 그 다음에 연안에서 흔한 생선은 고등어와 가자미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가자미는혀가자미라고 해서 손바닥만한 놈들이고 고등어도 우리네 꽁치만한크기의 잘디잔 놈들이다. 내가 처음에 그 섬에 갔을 때 내게 별장을 빌려준 독일 조각가 친구가족들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가서 ‘동양인의 신비’를 한껏 뽐낼수 있었던 것도 가자미 덕분이었다.물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는 갯벌을 맨발로 돌아다녔는데 어쩌다가 썰물이 미쳐 다 빠져 나가지 못하고 저지대에 웅덩이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었다.그리고 그곳의갯벌은 우리네 같은 진흙 뻘이 아니라 짙은 회색의 모래였다.나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웅덩이 속을 거닐다가 문득,발바닥 아래에서 뭔가꿈틀하는 느낌을 받았다.어릴 적부터 영등포 샛강에 나가 놀던 경험으로 그것이 조개든 모래무치든 아니면 운좋게 뱀장어든 뭔가 생물이 분명하다는 걸 알고는 발을 떼지 않고 지그시 눌러 놓고 허리를 굽혀 발바닥 밑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들이밀었다.퍼더덕 하는 것이분명히 물고기였다.엄지와 검지로 움켜쥐고 잡아 올렸더니 펄펄 뛰는 가자미였다.가자미는 물 밑바닥 모래 위에서 모래를 한꺼풀 뒤집어쓰고 납죽 엎드려 밀물이 들어오기만 기다리는 것이다.이를 눈치 채고는 발을 살살 끌면서 더듬고 돌아다니니 제놈들이 어디로 도망을가랴.부근의 모든 물웅덩이가 가자미의 은신처였던 셈이다.그래서 한 두어 시간 동안에 간단히 가자미 삼십여 마리를 발바닥으로 잡아 올렸고 독일인 친구는 그게 무슨 중국이나 일본의 감이 빠른 무사처럼보였던지 뒤에 다른 친구들 앞에서도 몇 번이나 내 자랑을 늘어 놓았다.우리는 티셔츠를 벗어서 거기다 싱싱한 가자미를 싸왔을 정도였다.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이 생선을 얼마나 좋아하는가도 알게 되었다. 당뇨로 고생하던 극작가 뒤렌마트를 베를린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의주식은 거의 날마다 가자미였다. 가자미는 흰살 생선으로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생선이다.이른바 혀가자미라는 작은 놈을 최상으로 치는데 뼈와 살이 연하기 때문이다.이것으로는 버터구이라고 하는 뫼니에르를 만들어 먹고,이보다 조금 커서 손바닥 크기 보다 넘치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오븐 구이를 해먹는다. 가자미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 살을 포뜨기 한 다음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밀가루 위에 두어번 굴리고 팬에 노릇노릇 지진다.프라이팬에 생선을 지지면 배어나온 물기가 남는데 거기에 버터를 넣고 레몬즙과 후추와 소금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지진 생선에 소스를 끼얹고 다진 파슬리를 뿌리면 간단하게 끝난다. 오븐구이는 내장을 제거한 가자미에 레몬 즙과 화이트 와인을 뿌리고 통째로 오븐에 구워 낸다.뒤렌마트가 먹던 게 바로 이런 가자미 구이였다. 가자미 요리에는 감자가 곁들여지기 마련인데 뫼니에르와 구이에는감자도 달라지기 마련이다.버터구이는 아무래도 기름기가 있으니까파슬리 다진 것을 뿌린 으깬 감자가 제격이며 오븐구이에는 감자 소테나 지진 감자가 어울린다.나는 나중에 베를린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감자 한 가지로 얼마나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가를 알게 되었다.버터 우유 생크림을 넣고 모차렐라 치즈로 맛을 낸 감자 그라탕은 바로 독일 가정의 식탁을 연상 시킨다. 자워크라프트와 아이스바인의 얘기를 해야겠다.우리네가 김치를 담가 먹는 배추를 서양 사람들은 중국 배추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들은 우리가 양배추라고 부르는 캐비지를 배추로알고 상식한다.그들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 시켜서 먹는데 시큼한 맛이 슴슴한 백김치 비슷하다.초창기의 유학생들은 이것의 병조림을 사다가 고춧가루를 뿌려서 김치 대용으로 먹었고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고 돼지 비계를 넣어서 김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이런독일식 양배추 김치를 자워크라프트라고 부른다.독일인들은 이것 때문인지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일단 우리 김치를 한번 먹고나면 이내 김치광이 될 정도로맛을 들이게 된다.자워크라프트는 기름진 돼지고기와 어울리는 것이어서 주로 독일식 돼지족발 요리인 아이스바인과 곁들여 먹게 된다.성장한 여인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족발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능숙하게 살을 발라 먹는데 나중에는 뼈만 달랑 접시위에 남게 된다. 스테이크는 어디나 있는 흔해빠진 음식이라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만종류가 하도 많은 독일 소시지 가운데 겉이 프랑크푸루트 소시지처럼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며 손가락만한 크기의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감자 샐러드와 함께 생맥주 조끼를 옆에 놓고 먹는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바닷가가 한정되고 내륙이 더 많은 독일에서는 민물고기 요리도 발달해 있는데 특히 슈바르츠발트의 송어 요리와 훈제 뱀장어 요리는 햄이나 소시지에 질린 입맛을 돋우어 준다. 베를린에서는 미국식 햄버거나 피자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데 터키 사람들이 들여온 되너 케밥 때문이다.이를테면 대중적인 면에서나 이방인이 들여와 입맛을 정착 시켰다는 면에서 되너 케밥은 독일의자장면이다.파리나 뉴욕에서도 간혹 눈에 띄었지만 역시 이것은 독일에서 대히트를 쳤다.육십년대에 독일이 풍요해지면서 노동 이민을 많이 받아 들일 적에 터키 노동자를 따라서 들어온 음식이 케밥인 셈이다.양고기 덩어리를 둥근 전열판 가운데에 꿰어 놓고 빙빙 돌려가면서 구우면 기름기는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넓적한 칼로 익은 양고기의 표면을 얇게 저며내 부풀리지 않고 구운 담백한 인도나아랍식 빵의 속에다 잘게 썬 양파며 양배추 등속의 야채와 함께 넣어 드레싱을 치고 식성에 따라서는 작지만 독하게 매운 칠레 고추를 부벼서 뿌린다.넙적하고 둥그런 빵이 제법 크고 양고기가 몇장이나 겹쳐져 있어서 점심 때 거리나 공원 모퉁이에서 한 개만 먹으면 한끼를 든든하게 때운다. 황석영.
  • 한국축구 亞맹주 “아 옛날…”

    한국축구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아시안컵 우승은 고사하고 8강 진출조차 우려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이다.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현 대표팀이 과연 최상의 멤버로 짜여졌는가,전술과 행정부재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등 본질적인 현상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17일 새벽 레바논 트리폴리에서 열린 아시안컵 B조리그 쿠웨이트전에서 0-1로 져 8강 자력진출 희망을 스스로 날려 버렸다.한국은 1무1패(승점1)를 기록,중국·쿠웨이트(이상 1승1무)에 이어 조3위로 밀렸다.8강 진출을 위해 남은 한 경기를 크게 이긴 뒤 다른 팀들의 경기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이 8강에 오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조2위를 확보하는 일.이는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을 이겨 일단 중국-쿠웨이트전(이상 20일 새벽1시35분) 패자와 1승1무1패 동률을 이뤘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골득실(-1)에서 중국(+4) 쿠웨이트(+1)보다 불리하다.결국 한국으로서는 인도네시아를 꺾은 뒤 골득실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쿠웨이트가 중국에 져주기만을학수고대하는 입장이 됐다. 반면 쿠웨이트가 중국을 이기면 한국은 3차전을 이겨도 조3위로 밀릴 공산이 크다.특히 중국-쿠웨이트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두팀이 나란히 승점 5를 기록하게 돼 한국은 무조건 조3위로 밀린다.이 경우한국은 2장의 와일드카드를 차지하기 위해 A·C조 3위팀들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 등을 따져야 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축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가.아시안컵이 늘 국내 정규리그 끝 무렵에 열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SBS 해설위원인 강신우씨는 “허정무 감독이 희망적 구름을 잡고 있다”고 단언했다.현 대표팀이 명실상부한 대표팀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그는 “허 감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우리에게는 키우는 지도자는 없고 (선수를) 선임하는 지도자만 있다”고 덧붙였다.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말 잘 듣고 열심히 뛰는’ 선수만 골라서 팀을 짜는 것이 관행화됐다는 뜻이다. 협회 행정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특정 대학 출신들이득세하고 장기 비전 제시가 없는 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다.그래서 이용수씨(세종대 교수)가 최근 기술위원장직을 거부한 것도 현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많다. 박해옥기자 hop@
  • [외언내언] 우담바라

    인류의 나무 숭배현상은 거의 모든 민족과 종족에 걸쳐 공통적으로나타난다.나무는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가장 크게 자라며,영장류인 인간은 진화역사의 대부분을 이 나무 위에서 살았다.나무는 곧 편안한 잠자리이자 적을 피하는 은신처였다.그리고 각종 과실을 주는 생명의 원천이었다.그래서 나무는 때로 존경의 대상으로,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게 된다. 인간이 숭배하는 나무는 종교와 민족에 따라 다르다.이슬람교는 올리브나무를 숭배했지만 힌두교는 벵갈보리수를 신성시했다.도교와 불교는 각각 복숭아나무와 피팔나무(인도보리수)를 성수(聖樹)로 여겼다.또 시베리아 원주민은 이깔나무(낙엽송)를 신성하게 받들었다.그런가 하면 게르만족에게는 전나무가 성수였다. 그 중에서도 불교와 나무의 관계는 참으로 각별하다.불타의 출생과해탈,열반의 과정은 나무와 모조리 연관되어 있을 정도다.석가모니는 룸비니동산의 무우수(無憂樹)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이 나무는탄생의 성수로 불린다.보리수(菩提樹)는 부처가이 나무 아래에서 해탈해서 깨달음의 상징이 되었다.사라수(沙羅樹)는 부처의 열반을 뜻하는 나무로 중인도(中印度) 쿠시나가라 지방에서 번성했다.부처는이 사라수 밑에서 “모든 것은 변천한다.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힘써 정진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애를 마쳤다.불교에서는 무우수·보리수·사라수를 3대 성수로 꼽는다. 이런 성수가 부처의 이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라면 우담바라(Udumbara,優曇婆羅)는 불타의 내세와 관련해 큰 의미를 갖는다.이 나무는 인도에서 3,000년에 한번씩 꽃을 피운다는 전설의 존재로 우담화(優曇華)로도 불린다.우담바라는 경전에 자주 등장한다.법화의소(法華義疏)에는 “인도에 우담바라가 있지만 꽃이 없고,이상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 꽃이 핀다”고 하였다.또 다른 경전인 혜림음의(慧琳音義)에는 “하늘의 꽃이며 여래가 세상에 태어날 때 피고,무력과 권력을 쓰지 않는 전륜성왕이 나오면 감득해서 꽃이 핀다”고 적혀 있다.무량수경(無量壽經)은 “우담바라 꽃이 사람의 눈에띄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징조”라고 했다. 이런 우담바라가 얼마전 경기도 의왕시 청계사 불상에서 꽃망울을터트렸다고 한다.사찰측은 관세음보살상 왼쪽 눈썹 부위에 핀 직경 1㎝ 크기의 우담바라 꽃 21송이를 공개했다.그것을 생물로 볼것이냐말것이냐는 중요치 않다.전설의 존재가 신라 천년 고찰에서 모습을드러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기 그지없다.우담바라 개화가 부디 새 천년 국운 융성과 이상정치 도래를 예고하는 상서로운 조짐이되기를 바랄 뿐이다. △ 박건승논설위원 ksp@
  • 金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행사 ‘봇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형 호텔과 백화점들은 발빠르게 노벨상 수상 관련 이벤트를 마련했다.사이버 세계도 노벨평화상 얘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호텔 이벤트]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은 14일부터 한식당에 평양식온반을 준비하고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10% 할인해 팔고 있다.‘김대통령 캐릭터 케이크’,‘평화 칵테일’도 선보일 계획이다. 조선호텔도 이달 말 스웨덴왕실 주최로 열릴 노벨상 축하만찬을 맡을 스웨덴 조리사를 초청,‘노벨상 수상식 만찬 메뉴’를 마련하기로 했다.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기간에 각국 대표들이 묵는 리츠칼튼호텔측은 각국 정상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아 김 대통령에게전달할 예정이다. [백화점의 발빠른 판촉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15일 낮 12시 비둘기 100마리와 풍선을 날리고 떡을 나눠주는 등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한반도 지도와 통일을 주제로 한 ‘보디 페인팅’ 행사도 가졌다.10만원어치 이상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각종 상품권을 줬다. 30만원어치의 물품을 사고 2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허자은(許慈恩·21·관악구 신림동)씨는 “소비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술이숨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은 17∼22일 서울 4개점에서 ‘남북 물산전’을 갖고 김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캐릭터도 함께 전시한다.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는 15일부터 2주일 일정으로 ‘전자제품 50% 할인판매전’을 갖는다. 서울 잠실동 갤러리아백화점은 오는 18일 패션관과 명품관 앞에서 1,500명에게 장미꽃과 노벨상 수상 축하 스티커를 나눠줄 계획이다. [사이버 축하 열기] 정치인의 인기를 주가로 표시하는 정치전문 사이트 ‘포스닥(www.posdaq.co.kr)’에서 김대통령의 주가는 15일 전날보다 6,000원 오른 49만원으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포스닥은 이같은 인기를 반영,14일부터 20일까지 ‘김대중 대통령복권’을 발행한다. 당첨자에게는 포스닥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를 준다.‘김대중’으로 3행시 쓰기대회를열어 인권상,민주화상도 주기로 했다. ‘코리아닷컴(www.Korea.com)’을 운영하는 두루넷은 e-메일 아이디 ‘President@Korea.com’을 만들어 김 대통령에게 증정,네티즌들이이 아이디로 축하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인터넷서점 ‘크리센스(www.cresens.com)’는 김 대통령이 쓴 저서와 애독서를 최고 25% 싸게 팔고 있다.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작들도함께 판다. 애견 포털사이트 ‘퍼피즌(www.puppizen.com)’은 김 대통령이 진돗개를 아낀다는 점에 착안,추첨을 통해 회원들에게 진돗개 5마리를 무료로 주기로 했다. 이병주씨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뜻깊은 날을 국경일로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태성 이송하 안동환 cho1904@
  • 똑똑한‘디지털 홈’성큼

    거실 소파에 앉아 벽걸이TV로 인터넷에 연결,집 앞 수퍼마켓에 물건을 주문한다.전기오븐과 연결된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내려받기만 하면 아무리 어려운 요리도 금세 뚝딱.공과금이나 세금을 내기 위해 굳이 바깥에 나갈 필요도 없다.집에서 은행 인터넷사이트에 연결하면카드 한장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외출 때 집안 걱정도 그만.깜빡 잊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두고 나왔더라도 전화 한 통화로 제어할 수 있다.도둑걱정도 없다.집에 화재나 침입이 탐지되면 즉시 휴대폰으로 알려준다.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똑똑한 집 ‘디지털 홈’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정보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는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기술과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홈오토메이션은 홈네트워크와 지능형 가전제품(정보가전),콘텐츠의3박자를 바탕으로 이뤄진다.하드웨어인 정보가전과 소프트웨어인 콘텐츠를 홈네트워크가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방대한 새 시장=홈오토메이션의 효시는 가정용 출입통제기라 할 수 있는 인터폰.80년대 말부터 영상화면이 가미된 비디오폰으로 발전했다.90년대 중반 이후 경비와 방재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본격적인 홈오토메이션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3년전부터.홈오토메이션 관련 산업은 최근 컴퓨터,인터넷의 보급과 초고속 통신망의 등장으로 더욱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정보통신부는 관련시장 규모가 오는 2005년 GDP(국내 총생산)의 5% 규모인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업계가 주도=현재 홈오토메이션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가전업계다.기존 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한 정보가전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삼성전자는 최근 셋톱박스 내장형 디지털TV를 출시했다.키보드나 리모콘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TV를 보면서 e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 물론 화상전화 통화까지 가능한 최첨단 디지털 냉장고 ‘인터넷디지털 디오스 냉장고’를 출시했다.동양매직은 내년 상반기 중 통신망을 이용해 화력을 조절할 수 있는 가스오븐레인지를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날개 달다=지능형 가전제품이 홈오토메이션의 틀이라면 콘텐츠는 알맹이다.시장이 가장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부문은 인터넷TV.증권과 쇼핑 교육 오락 등 콘텐츠를 중심으로 업체간 제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한국웹TV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 외에 라이코스코리아,한솔CSN 등 100여개 콘텐츠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인터넷TV네트웍스는 뉴스와 재테크 유아 교육 생활정보 등 8개 분야 120개 콘텐츠 제공업체를 확보,기존 PC화면에서의 정보를 TV화면에 맞게 재개발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최근 ‘스마트홈’ 기능을 내세운 사이버아파트도 인기다.건설업체들은 앞다퉈 홈오토메이션을 적용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삼성물산은 ‘사이버빌리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2002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건설 중인 ‘타워팰리스’에서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조명이나 전원 제어 등이 가능한 스마트홈을 구현할 예정이다.현대건설은 현대정보기술과 제휴,기존 TV에 셋톱박스와 광통신망을 연결한 웹TV와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결합한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기술표준화가 관건=진정한 디지털 홈이 실용화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기술표준화.각종 첨단 제품들을 하나로 연결할 홈네트워크를 위한 프로토콜(통신규약)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서비스 지역과 전자제품에 따라 호환이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국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홈네트워크 장비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실생활에 아직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 *張敬泰 위즈정보기술 사장 “전기-수도-가스 원격검침도 가능”. “앞으로는 외출할 때 가스레인지 끄는 것을 잊어버렸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집에 도둑이 들었는지,불이 났는지를 휴대폰으로즉시 알려줍니다” 인터넷 시스템통합업체인 위즈정보기술(www.wizit.com) 장경태(張敬泰·55) 사장은 당장 눈 앞에 다가온 홈오토메이션 시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 사장이 개발한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가정 내 가전제품과 조명,실내온도 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사이버홈넷’서비스.현관문이나 창문이 열렸는지 도둑이 침입했는지,가스가 새는지 등을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홈네트워크 솔루션이다. 전기·수도·가스 등의 원격검침도 가능하다. 사이버홈넷 개발은 장 사장의 화려한 경력이 바탕이 됐다.장 사장은 지난 71년 과학기술처 중앙전자계산소에 입사한 뒤 30년간 줄곧 전산 관련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전산시스템 베테랑.대우정보시스템 자동차부문 이사로 지내던 94년 12월,회사를 그만두고 위즈정보기술을차렸다.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기술을 응용한다양한 서비스시대가 올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창업 첫 해 SI부문에서 23억의 매출을 올린 뒤 매년 급성장,6년만에 국내 SI업계 2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올해에만 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장 사장은 앞으로 고급빌라와 대형 아파트 및 재개발 아파트 건설업체와 제휴,사이버홈넷 시스템을 적용한 주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천기자
  • 中출신 첫 노벨문학상 가오싱젠/중국서 버림받은 중국혼의 문예가

    중국 작가로선 처음이자 아시아 문인으로선 네번 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오싱젠(高行健·60)은 극작가이자 소설가일뿐 아니라 연출가미술가 번역가 등 예술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했다.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고 대표작을 중국땅이 아닌 해외에서 썼지만 그는 중국어로 글을 쓰고,중국어로 사고한 중국혼의 작가이다.이는 “문학적 보편성,매서운 통찰력,언어적 탁월함을 통해 중국의 소설과 연극에 새길을 열어줬다”는 한림원의 선정 이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40년 동부 장시성 간저우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아마추어 배우여서 어렸을때부터 연극과 문학, 그림과 음악에 관심을 쏟게됐다.중국 체제 아래서 기본교육을 받기 시작해 62년 베이징 외국어대에서불문학 전공 학위를 얻었다.그러나 문화혁명(66∼76)에 휩쓸려 재교육 하방캠프로 끌려갔으며 그간 쓴 원고 가방을 몽땅 불태우지 않으면 안되었다.39세 때인 1979년이 되어서야 작품을 발표하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외국에 나갈 수 있었다.87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그는 단편 에세이 희곡 등을 잡지에 발표했으며 소설창작론 등에 관한 책도 냈다.특히 ‘근대소설기법 초론’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적리얼리즘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큰 논쟁을 일으켰고 당국의탄압을 사 반체제인사로 망명하게된 단초를 열었다.82년 브레히트,아르토,베케트 등의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극작법에 영향을 받아 쓴 첫희곡 ‘위험신호’는 베이징 무대 상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나 83년부조리극 ‘버스정류장’은 당시 당국의 지식인 억압정책에 걸려 크게 비판당했고 85년작 ‘야만인’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86년 그의 ‘강 건너편’이 판금되고 말았는데 이후 중국에서 그의작품은 일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이에 가오는 사천성 양자강가의오지를 10개월동안 답파하면서 절망감을 삭였으며 87년 중국을 떠났다.1년뒤 정치적 망명객으로 파리에 정착했는데 고국에서 89년 천안문사태가 일어나자 중국공산당을 정식 탈퇴했다.이 사태를 소재로 ‘도망자’를 파리에서 창작,발표하자 중국당국은 그를 반국가 인사로규정하고 전 작품을 금서로 묶게된다. 그는 82년 여름부터 그의 걸작 소설인 ‘영산(靈山)’을 쓰기 시작했다.이 작품은 중국 산하를 시공간적으로 거대하게 편력하는 구성방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근원과 마음의 평정,자유를 찾는 한 개인을 형상화하고 있다.이어 좀 더 자전적인 취향의 수작 ‘한 개인의 성경(聖經)’으로 거대 스케일의 ‘영산’을 보완했다. 여러 작품이 다수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의 연극작품은 언제나세계 한두 곳에서는 공연되고 있다. 가오는 또 동양화에 일가견을 가진 화가로서 국제적으로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자신의 책표지 그림을스스로 그리고 있다.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기사훈장 등 많은 상훈을 받았다. 김재영기자 kjykjy@.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오싱젠 대표장편소설 ‘영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가오싱젠의 대표 장편 소설 ‘영산’(靈山)은 격조 높은 내용과 함께 서사구조에 있어 대담한 시도를 담고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그림같은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여행기이면서 철학적 여정의 기록이다.또 부분적으로 사랑 이야기와 우화적인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변화 무쌍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작품속에 뒤섞여 있다. 도교와 불교 승려,비구니에서 신비한 원시 인간형 까지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갖가지 유형의 인간이 그들이다.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뱀과 매연을 내뿜는 버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문명이 엇갈린다. 기존의 인습이 도전받고 선입견도 위협받는다.그래서 약함과 강함을 함께 지닌 인간 조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그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테두리에 놓여 있던 기존의 중국 문학과는 전혀다른 면모다.이처럼 동양적인 신비주의와 서구의 모더니즘을융합한 가오싱젠의 작가적 노력이 그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광이지만 예상못했다”. 가오싱젠은 12일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움을 표시했다. 파리 교외 바뇨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회견에서“놀랐다”고 소감을 밝힌 뒤자신이 수상 유력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아마 그런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지난 88년 중국에서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한 가오는 “(노벨상수상은) 영광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오의 대표작 ‘영산’은 미국에서도 지난해에야 영문판이 나왔으며 국내에는 소설이나 희곡이 전혀 소개된 적이 없다.국내의 중국문학 전공학자들도 그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깊지 않았다.
  • [기고] “단체장 권한남용 엄격히 책임 물을것”

    지방자치란 말그대로 지역주민 스스로가 책임하에 지방행정을 꾸려나가는 제도이다.단체장을 위한 것도 아니고,지방의회나 지방의 전문가그룹을 위한 것도 아니다.이러한 지방자치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외국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권한과 책임이 함께 부여돼야 한다. 특히 지난 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은 지방공무원의 인사에서부터 예산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그 권한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나 견제장치가 거의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지자체에 대한 앞으로의 감사는 첫째,지자제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전횡하는 단체장에 대해서는 그 책임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단체장의 선심성 또는 업적 과시를 위한무리한 사업추진이나 자의적인 조직·인사운영,지방 특정업체와 연계한 부정행위 등에 대해서는 ‘변상판정’ 등의 방법으로 그 책임을물어 지방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방재정의 건전화를 도모하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둘째,지방공기업의 경영책임을 강화할 것이다.‘지방공기업 경영개선 실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178개 지방공사·공단의 경영실태를 분석,유사 중복기구의 통·폐합 및 인력을 감축토록 하고 민간부문과 경쟁관계에 있는 부실 지방공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다. 셋째,기초질서확립을 위한 지방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눈에 두드러지게 띄는 것은 단체장의 입지 강화를 위해 필요한 선심성 또는 전시성 사업과 행사는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 반면에 수해·산불 등의 재난방지대책이나 또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규제·단속 행정은 느슨한 면이 없지 않다.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도시 주변의 난개발 문제라든지,러브호텔문제 등도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예방지도 위주의 ‘생산적 감사’를 지향해 나갈 것이다.모든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감사 순서와 기간을 정해 감사사각이나 감사중복이 없도록 하고,적발·처벌위주의 감사보다는 지방행정의 부조리,비능률,기관간 협조부진 등의 요인을 찾아 그것을 시정하는 ‘생산적 감사’를 수행할 것이다.아울러 모범공직자와 모범기관을 적극 발굴,이를 널리 전파하고 포상함으로써 지방공무원의 사기진작에도 노력할 것이다. 曺 喜 完 감사원 7국장
  • 감사원 7국 출범 6개월/ 공개감사제란

    ‘공개감사제’는 민원을 감사원이 직접 챙겨 감사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현장감사 기법이다.말그대로 주민이 제보한 위법·부당행위의 진위여부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 96년부터 도입했지만 그동안 활용을 않고 있다가 지방전담국인 ‘7국’이 신설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했다.주민들에게 감사일정을 반상회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알리고 감사대상 기관에는 ‘민원·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접수창구에는 감사원 직원을 배치해 직접 상담하거나 전화 우편 e-메일을 통해 제보 등을 접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시,인천 중구·남동구와 경남 통영시 감사에서 창구를 통해 민원을 받았다.인천의 경우 한달여간 재산권 침해,예산 낭비사례,이권개입 공무원 조사요구 등 22건의 민원이 들어왔다.감사가 진행중인 경남 통영도 이날 현재 13건을 접수한 상태다.석산 돌채취와저인망 어선의 조업허가 등 인·허가 문제가 많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제도는 교통 위생 건축 등 민생분야 문제점을 적극 발굴,개선하기 위해도입한 것”이라면서 “아직 접수 건수는많지 않지만 홍보를 통해 주민이 보다 많이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또 ‘주민소환제’ 등 주민이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우리나라로선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주민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상당수의 민원이 이웃간의 분쟁 등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감사원은 이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무기명 투서나사인(私人)간의 분쟁,소송에 계류중인 사항은 접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기홍기자
  • 아시아 최고수 중국 하오하이둥-한국 홍명보 맞대결

    아시아 최고의 창과 방패가 제각각 최고수의 명예를 걸고 맞붙는다. 맞대결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는 화제의 주인공들은 중국의 하오하이둥(30)과 한국의 홍명보(31).이들은 각각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와 리베로라는 명예를 걸고 제12회 아시안컵축구대회 B조리그 첫경기(13일 밤 11시·레바논)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하오하이둥이 한국전 선봉에 서기는 98년 11월 친선경기 이후 2년만이다.일부에서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그를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고 있다 하오하이둥의 진가는 올초 열린 아시안컵 9조 예선에서 여지 없이드러났다.필리핀 괌 베트남과의 예선 3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어 최고의 골잡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당시 국제축구계는 누가 조1위를차지하느냐보다는 출장정지 후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하오하이둥의재기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스피드와 강인한 체력을 모두 갖춘하오하이둥은 재기전 성공 이후 독일과 잉글랜드 등 유럽 클럽팀들로부터 거센 유혹을 받고 있다.이번에 게임메이커인 리티에와 호흡을맞춰 사상 첫 한국전 승리에 도전한다. 따라서 중국전 무패행진(21전14승7무)을 이어가면서 B조 1위로 8강에 오른다는 1차목표를 세운 한국의 필승전략은 하오하이둥을 꽁꽁묶는 일.이같은 특명을 수행할 수비의 핵은 역시 홍명보다. 한국은 하오하이둥을 묶어두면서 이동국-유상철 또는 이동국-설기현카드를 내세워 중국 문전을 두드릴 계획이다.중원의 사령탑은 윤정환과 노정윤이 맡게 된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10일 4게임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이천수를 김도균(울산)대신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4강전부터 투입키로 했다. 박해옥기자 hop@
  • 난타 12일 1,000회 기념 공연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PMC프로덕션)가 오는 12일 1,000회를 돌파한다. 97년 10월10일 호암아트홀에서 초연된 난타는 ‘블루’‘화이트’‘레드’‘블랙’등 4개팀의 국내외 공연과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난타전용극장에서의 상설공연에 힘입어 3년만에 1,000회 기록을 세우게됐다.지금까지 최다 공연횟수는 3,000회를 넘긴 ‘넌센스’.하지만여러 극단이 무대에 올린 것을 합산한 것이어서 한 극단이 한 작품으로 거둔 실적만으론 올초 1,000회를 돌파한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두번째이다.관객동원면에서도 40여만명을 넘어서 국내최다관객 기록(넌센스 50여만명)도 조만간 갈아치울 전망이다. 주방을 무대로 한 만큼 그동안 난타가 공연에서 사용한 각종 도구와요리재료의 소모량도 엄청나다.지금까지 사용된 식칼만 무려 4만2,000자루,도마는 470여개에 달한다.또 양배추는 6,900통,오이 8,000여개,양파 5,700개,당근 1만1,000여개가 쓰였다는게 제작사의 설명. PMC프로덕션측은 1,000회 공연을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행사당일 공연장로비에 난타 소품을 전시하는 한편 뮤지컬연출가 윤호진,탤런트 유인촌·원미경,영화배우 문성근,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단장,작가 최인호,축구감독 차범석,디자이너 이상봉 등 각계 인사를초청해 깜짝쇼를 진행한다.이들은 공연전 무대에 등장해 지역감정,집단이기주의,청탁 등 사회부조리를 상징하는 얼음조형물을 난타 리듬에 맞춰 신나게 깨뜨릴 예정이다. 또 12일부터 11월11일까지 네티즌을 상대로 한 ‘난타 알리기 퀴즈’행사를 열어 당첨자에게 1,000원짜리 티켓 1,000장을 증정한다. PMC프로덕션측은 현재 가동중인 4개팀외에 ‘골드’팀을 추가로 선발하는 등 브로드웨이 진출을 비롯한 해외공연과 외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등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 예식장 주변 식당 위생관리 ‘불량’

    서울시내 예식장 주변 음식점들의 위생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과 30일 시내 예식장 인근의 음식점 250곳의위생상태를 점검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사용하는 등 관련법규를 위반한 업소 61곳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적발 결과에 따르면 중구 을지로 6가 두산타워 웨딩홀과 강북구 우이동 메트로호텔 그린파크 등 3곳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해오다 적발됐으며,광진구 자양동 스카이부페 등 4곳은 식품 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취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구 을지로 1가 프레지던트호텔 예식부 등 3곳은 조리장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지적됐고,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과강남구 역삼1동 삼정호텔 화운틴,논현동 호텔아미가 출장요리,뉴힐탑 한식당,삼성동 뉴월드호텔 한식당 등 31곳은 종업원 건강진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는 이들 적발업소에 대해 영업정지및 과태료 부과,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문창동기자
  • 코스투니차 ‘反 공산’외길 걸어온 원칙주의자

    ‘밀로셰비치 없는 유고의 미래’는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했다.그러나 그것은 5일밤 현실로 나타났다.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것은 20여년간 타협을 모른 채 유고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한 남자 때문에 가능했다.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Vojislav Kostunica·56)가 바로 그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밀로셰비치 축출을 이끌어낸 힘은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확신과 타협을 거부해온 정직성에서 비롯됐다.밀로셰비치의 오랜 집권을 통해 대다수의 야당지도자들이 여권의 유혹에 넘어가 야당지도자로서의 명성을 잃었지만 그만은 여권과의 제휴를 거부한 채 자신의 원칙을 지켰다.부패로 얼룩진 유고 정계에서 부패에물들지 않은 유일한 정치인이란 청렴성도 전국민으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어내는데 도움이 됐다. 서방이 즉각 환영과 함께 유고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을만큼 그는 민주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완고한 세르비아민족주의자이기도 하다.데이튼평화협정에 대한 반대,백악관과 나토 평화유지군,유고전범재판소에 대한 그의 완강한 비판은 민족주의자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1944년 베오그라드에서 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베오그라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모교 교단에 섰다가 74년 교단에서 쫓겨난뒤 변함없는 반공산주의 투쟁의 길을 걸었다.92년 세르비아민주당(DSS)을 창당한 뒤 계속 당수직을 맡아왔다.부인 조리차 여사.자녀는 없다. 유세진기자 yuji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18)나그네살이

    *밤새 플라멩코춤 이방인도 한식구 올리브축제. ‘페데리고 가르샤 로르카’는 안달루시아의 시인이다.파블로 네루다와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다.‘집시 노래집’이 유명한 시집이고 ‘피의 결혼’이나 ‘베르나르도 알바의 집’ 같은 희곡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번 공연 되었다.그는 ‘집시마차’라는 문화패를 이끌고 벽촌을 찾아 다니며 안달루시아 빈농들을 위해서 공연했다.내전 중 그라나다 부근의 마을에서 프랑코의 파시스트들에게 피살된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작은 언덕이나 골짜기마다 우리네 산골 마을 같은 작은 동네가 나타나곤 했다.거의가 산등성이에 올리브 농사를 짓고 있어서 작은 터전마다 올리브 나무가 빽빽했다.올리브는 절여서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름을 짠다.지중해 연안 나라들은 모두 올리브 기름으로 조리하고 샐러드를 무친다. 올리브 기름은 아직 덜 익은 것을 따서 짜야 최상급인데 거의 푸르스름한 녹색을 띠며 익히는 용으로 쓰지않고 싱싱한 채로 음식에 쳐먹는다.멀리서 보면 우리네 지리산 산자락에 붙은 작은 산골 마을처럼보인다.여기 아이들도 또한 눈이 새카맣고 머리가 곱슬곱슬할뿐 표정이나 장난끼 어린 웃음이 우리네 촌 아이들과 똑 같아 보인다. 이런 마을들을 지나다가 때마침 올리브 축제가 열린 마을에 당도하게되었다. 마을의 중심부에 제법 너른 광장이 있었고 앞쪽에 일 미터쯤되는 높이의 무대를 설치해 놓았고 광장 둘레에는 둥글게 나무 의자와 길다란 나무 탁자를 놓았다.가운데는 역시 둥글게 비워둔 셈이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올리브 축제는 온 마을이 협동해서 올리브를 딴뒤에 밤새도록 마시고 춤추며 노는 행사다.이런 잔치는 또 우리네가그렇듯이 타관의 나그네나 이방인도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탁자 위에는 포도주와 통밀 빵이 있고 이 동네 특산물인 햄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서로 자기네 테이블로 오라는 사람들의 아우성과 웃음소리를헤치고 무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을 향하고 앉았다.앉자마자 사방에서 잔을 권하고 포도주를 따라 준다.무대 위에서는 플라멩코 가수와무희들이 손뼉과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근방 마을에서 온 집시들이다.그러나 그들의 노래 솜씨에 못잖은 마을 사람 누군가가 올라가서 차례로 뒷소리를 이어 받는다.빠른 박자의 박수치기는 옆사람이 하는 시늉을 따라서 해보면 쉽게도 비슷한 신명나는 소리가 난다. 남자들은 프릴이 달린 소매 넓은 흰 셔츠에 허리가 꼭 끼는 검은 나팔바지를 입고 발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도록 굽 높은 구두를 신었다. 여자들은 원색의 폭이 넓은 치마를 입고 치맛자락을 쳐들고 흔들면서춤을 춘다. 탬버린이 흔들린다.주위에 둘러앉은 마을 사람들이 취기가 돌고 신이 오르면 가운데의 빈터로 나가서 플라멩코 춤을 춘다. 이런 밤에 포도주를 마시고 구수한 통밀 빵을 손으로 아무렇게나 뜯어 먹고 간간이 전채로 잘 먹는 ‘멜론 콘 자몬’을 먹는다.스페인의훈제 햄은 유명해서 대도시의 의류를 파는 상가들 틈에도 진열창에줄지어 매달린 돼지의 뒷다리를 볼 수 있다.바싹 훈제하여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기름기가 완전히 빠진다고 한다. 이것을 날 것인 채로 얇게 썰어 놓으면 젖은 종잇장처럼 보인다.서양참외인 스페인 멜론은 전 유럽에서 유명할정도로 달고 향기롭다. 기후가 건조하고 햇빛이 강열하기 때문이다.가뭄에 과일이 잘 익는다는말처럼. 붉은 주황색 속을 가진 것도 있고 우리네 청참외처럼 푸른속도 있고 흰 속도 있다.생햄에는 푸른 멜론이 보기에도 좋고 입맛도난다. 스페인의 한달을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으랴.시에라네바다의 정상을차를 몰고 넘던 생각이 난다.몇 시간이고 꼬불거리며 비탈길을 느릿느릿 올라가서 제법 너른 공지에 이르렀는데 노랗게 마른 풀들만 조금씩 보였고 한라산 백록담만이나 한 아담한 분화구 연못이 있었고주위의 그늘진 곳에는 두터운 얼음이 남아 있었다.물은 푸르고 맑았다.가운데는 제법 깊어 보였다.부랑자와 나는 기념으로 발가벗고 그순수한 물에 뛰어들어 잠깐 수영을 했다.산을 넘어 코르도바 쪽으로가면서 생각해보니 스페인에서 파는 생수의 이름이 ‘아구아 데 시에라네바다’인 것이 생각났다.‘시에라네바의 물’이란 소리다.이를테면 모든 스페인 사람이 마시는 물의 원천지에서 못된 짓을 하였으니추방감이다. ‘파에야’는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알려진 음식이다.우리식으로 보면‘해물밥’인 셈인데 누구나 먹어 보면 집에 돌아가 다시 해 먹고 싶은 만만함과 친근한 느낌이 든다.파에야라는 말은 밑이 넙적하고 둥근 프라이팬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조개,홍합,왕새우 등속과 닭날개등을 재료로 한다.붉은 피망과 양파,마늘은 다져서 쓴다.해물은 따로마늘과 화이트 와인을 넣어 타임 잎을 넣고 끓여 익혀 두고 국물은따라 둔다.새우는 살짝 볶아 둔다.닭날개는 양파 마늘을 넣고 볶아서쌀과 토마토와 피망을 넣는다.모든 준비한 재료를 쌀 위에 얹고 준비해 둔 닭국물과 해물 국물을 자박자박하게 부어서 익힌다. 중앙 고원 지대의 알려진 음식은 ‘아사도’인데 새끼돼지의 통구이다.갖 태어난 돼지새끼는 어미의 젖 밖에 먹은 것이 없어 고기가 매우 연하고 정갈하다.‘엘 쿠아르토데 아사도’는 새끼양 다리 로스트인데 마늘 소금 후춧가루로만 양념하여 샐러리 당근 양파를 깔고 오븐에 고르게 구은 것이다. 말라가의 해변 좌판에서 링이 되도록 둥글게 썬 오징어 튀김과,정어리 튀김에 새우와 조개를 넣고끓인 ‘살스에라’를 먹던 생각이 난다. 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과 동굴에서 집시 가족이 부르던 플라멩코도생각나고,고성이나 수도원을 호텔로 만든 호화판 파라도르의 방 창문으로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던 일,그날 아침에 전통 복장을한 웨이터들이 뷔페를 차리던 것이며.마드리드에 심야에 도착했을 때레스토랑은 모두 문을 닫았고,어느 노천 카페에 앉아‘마늘 수프’를먹었다.그야말로 우리 뚝배기처럼 생긴 볼에 뜨거운 수프와 빵을 내왔는데 어두워서 내용물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묵은 치즈 냄새며 마늘이 어우러져 된장찌개 맛이 났다.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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