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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리직 전격 사임의 배경(막내린 「대처 영국」:상)

    ◎경제 실정·대 EC 외교마찰로 입지 약화/인플레 가속·주민세파동 겹쳐 여론 악화/유럽통화통합 반대로 국제무대서 소외 「철의 여인」으로 80년대를 풍미해온 거목 대처도 거세게 흐르는 시대변화의 조류를 한몸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실시된 보수당수선출 1차투표에서 불과 4표의 차이로 당수재지명 획득에 실패한 대처가 『2차투표에서 결판을 내겠다』던 입장을 하룻만에 번복,『당내 단합과 다음 총선거에서 보수당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당수후보를 사퇴하고 새 당수가 선출되는대로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힘으로써 오는 27일의 2차투표는 헤슬타인 전 국방장관과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 그리고 존 메이저 재무장관간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 79년 치유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영국경제를 기적적으로 회생시키는 수완을 발휘,83년과 87년 3기 연속집권이란 신화를 세우면서 현 유럽 지도자들중 최장수 정권을 이끌었던 대처가 이처럼 자신의 임기마저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된 것은올해초 도입된 주민세 문제로 지난해부터 「반대처」 감정이 영국민들 사이에 확산됨으로써 다음 총선거에서 「대처의 보수당」으로는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짐에 따른 당내 사퇴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던 데다 지난해 동구를 휩쓴 대변혁으로 올해 급진전을 보인 유럽통합문제에 대한 대처의 경직된 자세에 불만을 품은 각료들이 지난 13개월 사이에만 5명이나 내각을 떠나는 등 당내분이 심화된데 따른 것이다. 대처의 강력한 통치스타일이 그녀의 집권초기 영국병을 잡는등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상황은 계속 변하는데도 대처는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함으로써 결국 시대변화의 조류에 뒤떨어지는 결과를 부르고 만 것이다. 대처를 가장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역시 10년만에 경기침체로 돌아선 국내경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계속되는 소비감퇴와 실업률 증가에도 불구,인플레는 10.9%까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지속은 영국민들로 하여금 대처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같은 「반대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 것이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살게,못사는 사람만 더욱 못살게 만든다고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심했던 주민세도입을 강행한 대처의 독선이다. 영국의 인플레는 지난 87년부터 치솟기 시작했지만 그 시발은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부분의 EC국들이 EMS(유럽통화제도)내에서 환율의 안정을 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대처만은 파운드화 가치를 EMS에 연계시키기를 거부,국내인플레를 진정시킬 토대를 만들지 못함으로써 인플레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노조에 대한 대처의 강경대응도 85년 광부들의 파업을 진정시키는 등 일면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결국 노동자들로 하여금 두자리수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함으로써 임금인상이 안정된 다른 유럽국들과는 달리 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경기침체를 자초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선 경제침체와 관련,자신에 대한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으로까지 팽배해 있는데도 그동안 자신의 강점으로 지적되던 외교무대에서조차 대처는 독일 통일문제와 유럽통합과 관련,실수를 거듭함으로써 대처의 경직된 사고로는 더이상 급박하게 변화하는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국민들과 당내 지지자들에게 심어주게 됐다. 우선 독일통일에 있어선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2+4」회담에 찬성하는데도 대처 혼자만 이를 반대하다 결국 다른 나라들에 끌려가고 만 꼴이 됐으며 유럽통합에 있어서도 EC 12개국 전체가 단일통화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데도 국가의 주권과 국익을 내세워 다른 나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과거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미소 화합의 새 시대를 맞아 힘의 외교를 펼치는 대처 대신 보다 온건한 독일이나 프랑스를 유럽의 새 파트너로 맞으려는 부시 미 대통령의 정책노선 변경도 국제무대에서 대처의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결국 대처리즘은 80년대에는 효능을 발휘했지만 새로운 90년대까지도 적용될 수는 없으며 새 시대에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11년이 넘게 지속된 대처의 권좌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노대통령 본지창간 45돌 특별인터뷰

    ◎“지금은 역사부정보다 화합하는 슬기 필요”/“북은 「변혁의 흐름」 맞춰 개방화 나서야/경쟁력 확보위해 제조업 지속적 지원”/지역감정 불식하기 위한 정치인 각성·성숙한 국민의식 절실 ­북방정책은 누구나 예상하던 것보다 급속히 진전되었습니다. 한소정상회담이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것도,또한 지난 9월말 한소 외교관계가 수립된 것도… 모두 예상을 앞지른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의 12월 중순 방소로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나의 소련방문은 지난 반세기 우리에게 분단과 전쟁,엄청난 비극과 고통을 안겨다준 냉전체제의 높은 벽을 우리 스스로가 뛰어넘는 역사적인 발걸음입니다. 우리의 인접국인 소련과 86년간 단절되었던 외교관계… 우호협력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두 나라 국민과 세계에 밝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이루는 데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입니다.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정세에 관해 깊이있는 논의를 가질 것입니다. 나의 소련방문을 계기로 한소 양국간의 관계발전과 협력증진을 위한 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두 나라 정부간에 협의되어온 무역·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과학기술협력협정과 항공협정 등이 체결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류협력의 틀 위에서 한소 양국의 실질적인 관계가 발전되어 나갈 것입니다. ­소련은 한국에 대해 상당한 경제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을지… 경협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나갈 것입니까. ○한·소 경협 먼 안목으로 ▲우리 경제는 소련이 필요로 하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를 통한 개발의 기술과 경험… 선박·자동차로부터 전자제품과 각종 소비재를 공급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건설·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자재와 기술… 우리의 우수한 인력과 기업경영능력… 이 모든 것은 소련이 개혁을 추진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소련은 광대한 국토에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며 넓은 잠재시장을 갖고 있습니다.소련이 갖고 있는 첨단과학기술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경제구조는 이처럼 상호보완적이며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습니다. 당장 소련경제가 어려움을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양국간의 교역·경제협력의 확대는 두 나라 모두의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큰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련의 외채는 현재 4백억∼4백50억달러 수준입니다. 이것은 소련경제의 규모에 비하여 큰 것이 아니며 지불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소련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를 공급하고 또 그것을 생산할 기계와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부분은 신용이나 연불조건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소련으로부터 들여올 수 있는 많은 것이 있습니다. 소련과의 경협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긴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만나게 되면 내년 봄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남북한 동시방문 의사를 타진할 생각은 없습니까. ▲나의 이번 소련방문은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소련의 필요에 의한 것도 많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한국 대통령으로서 소련 대통령을 우리나라에 와달라고 초청은 할 수 있지만 북한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예의상으로나 관행상으로 부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들 사이에 그 얘기는 거론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고르바초프 대통령 본인의 뜻이 북한에 가고 싶다든가 해서 그쪽과 접촉해서 이뤄지는 것은 별 문제입니다. ­최근 미국의회의 페르시아만사태 추가지원 압력이라든가,한미간 통상마찰의 증가 등 전통적으로 우호관계에 있는 한미 관계에 그늘을 드리우는 일들이 빈발하고 있는데… 한소 관계의 급진전에 비해 한미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한미간의 작년 연간 교역은 3백65억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큰 통상관계를 갖게 되면 부분적인 마찰이 파생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일을 「관계소원」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양국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페르시아만사태에 관한 유엔의 결의와 미국의 확고한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북방정책에 대해 미국은 여러 차원에서 적극 이를 지원해왔습니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장관회의는 한반도 안보에 있어 한미 양국의 굳건한 협조체제를 입증해 주었습니다. ○북방정책에 미서 지원 내가 취임한 뒤 지난 2년간 네 차례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두 나라 관계가 전례없이 좋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일입니다. 지금 한미 관계의 소원을 가져올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팀스피리트훈련의 단계적 규모 축소나 격년제 실시 등이 한미간에 검토되고 있습니까. ▲지난 76년부터 매년 실시되는 팀스피리트훈련은 미국의 대한안보공약 실천의 상징이 되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공고히하고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합동훈련을 통한 전투능력을 함양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팀스피리트훈련은 매년 한미간에 협의를 거쳐 훈련목표·훈련일정·참가병력규모 등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남북대화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훈련을 축소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팀스피리트훈련은 매년 한미간 사전합의에 의해 훈련방법을 개선하거나 필요한 경우 훈련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 북경아시안게임 이후 한중간에 무역대표부를 상호 설치키로 하는 등 관계개선이 눈에 띕니다. 한중 관계정상화의 목표시기를 언제쯤으로 구상하고 있습니까. ○냉전종식 수용 바람직 ▲한중 양국간의 무역대표부 상호설치 합의는 양국 협력관계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중 협력의 추세가 이대로 나아간다면 양국 관계정상화도 멀지않은 장래에 이룰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도 있을 것이므로 우리는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는 12월11일로 남북고위급회담 제3차 서울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곧이어 대통령의 소련방문 일정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대표들이 서울에 올 것으로 보십니까. 한소 관계의 급진전이남북 관계개선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남북고위급 제3차 서울회담은 남북간의 합의입니다. 남북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데 합의의 이행은 그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대표단이 올 것을 기대하며 오지 않을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남북간의 회담이 제3국과의 관계 때문에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그들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소련이 우리와 외교관계를 수립한 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세계질서를 바꾸고 있는 이 변혁의 큰 흐름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조류는 이제 누구의 힘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이 냉전의 대결을 종식시키는 이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남북관계에서도 현실적인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이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도…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나는 7·7선언을 통해 우리가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우리의 전통적인 우방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성원으로 나오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북한이 멀지않아 스스로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정책을 택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중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추진하실 계획입니까. ▲유엔가입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즉 우리의 유엔가입 문제는 가입의사를 갖고 있는 우리와 유엔간의 문제이며 남북한 통일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우리는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축복 속에서 다함께 유엔에 가입하여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당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그동안 남북한고위급회담 및 실무대표회의 등을 통하여 북한이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할 것을 권유해왔으나 북한은 아직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한다면 남북간 신뢰구축과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남북간에 동반자적 관계를 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촉진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의사가 없거나 아직 가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만이라도 우선 유엔에 가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기는 국내외적인 여건을 검토하여 우리가 결정할 것입니다. ○세대교체 국민이 결정 ­민자당 내분 이후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3김퇴진론이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의 신진대사·세대교체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민주사회에서 정치인의 공과는 선거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민들이 심판하는 것입니다. 국가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하여 기여해온 특정인의 거취문제를 두고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정치권의 신진대사,정치담당자들의 세대교체도 선거나 당대회를 통하여 국민과 당원들이 결정해나갈 일입니다. 다만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풍토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여망이 높다는 것을 뜻하며 정치인 모두가 겸허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차기 민자당의 대권후보는 대통령 임기종료(93년 2월) 1년 이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92년 2월 이전에 선출한다는 뜻입니까.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십시오. ▲날짜를 언제라고 꼭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1년 전쯤이란 기준은 외국의 관례 등에 비추어 그런 시기면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미국 등의 예에서 보더라도 차기 대통령후보로 많은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실제 누가 후보가 되는지는 지명전에 나와서 언론과 국민여론의 평가를 받고 그것이 다시 당원들의 평가로 집약되어야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 점에 비추어 우리도 빨라야 임기종료 1년쯤 되어야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자당이 거대여당이라 해도 여러 가지 시대의 부름에 부응해야 하고 이질적인 3당이 합쳐 창당했으므로 이를 동질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륜·정책으로 판단을 차기 후보가 너무 일찍 부각되면 국민들이 모두 염려하는 통치권의 혼선이라고 할까 누수현상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법질서를 세우고 공권력을확립하라는 국민의 여망 속에서 통치권 누수현상이 일어나면 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차기 후보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임기종료 1년쯤 가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번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다면 영남후보의 호남유세,호남후보의 영남유세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지난 13대 대통령선거 때 지역감정이 격화되어 겪은 아픔은 우리 모두가 뼈아프게 경험했던 일입니다. 이런 일이 다음 선거에서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선거에서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철저한 각성과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필요합니다. 의식의 혁명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각계,국민 모두가 이러한 전근대적인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라도 그가 어떤 경륜과 정책을 가졌으며 그것을 실천할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어느 당의 대통령후보이면 후보이지… 영남후보,호남후보가 있을 수 있습니까. ◎노대통령 본지창간 45돌 특별인터뷰/「범죄와 전쟁」 온국민이 동참해야 성공/특명사정은 계속… 공직기강 꼭 확립 ­대통령께서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경찰력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정부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공권력 하나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번 시민들과의 토론에 대전의 자율방범대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지역은 경찰관 1명이 3천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다더군요. 옛말에도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공동체 스스로 지켜야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마을마다 자율방범대가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어요. 공동체가 스스로를 지킨다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어느 부분이 취약하다고 하면 자치적으로 보완하고 고도의 장비나 수사력이 요구되는 부분은 공권력,즉 경찰력이 담당하게 됩니다. 범죄와의전쟁은 공권력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경찰관서에 불을 지르는 과격사태에도 공권력이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이제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마당이니 엄격히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법을 바로 세우고 엄정하게 집행할 것입니다. ­지방자치제 실시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간에 대체적인 일정을 합의해놓고 있습니다만 내년 상반기의 지방의회선거를 필두로 14대 국회의원총선거,지방자치단체장선거,차기 대통령선거 등 4차례의 선거를 93년초까지의 2년여 기간에 치러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경제·사회 여건에 비추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닙니까.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총선과 동시에 실시하거나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재의 우리 선거풍토에 비추어 그같은 많은 선거가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경제인들도 그런 점을 많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돈 안 쓰는 깨끗한 선거풍토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선거를 많이 하는 것은 연구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야도 공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여야가 서로 논의를 하게 되면 국민들도 수긍하고 안도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년도 한 달 1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연말까지 정치·경제·사회적 안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연말에 가서 각 분야별로 총점검을 하여 미흡하거나 부실한 점이 드러난다면 해당부처 장관을 문책하실 작정이십니까. 개각을 한다면 그 시기는 연말입니까. 내년초가 될까요.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나의 방침입니다. 연말이다 연초다… 신문은 왜 그런 것을 지레 쓰려고만 합니까. 언제든 꼭 필요할 때는 하는 것이고 때를 정해 놓고 개각을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특명사정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초 발표대로 금년말까지만 운영하실 생각인지 아니면 활동시한을 더 연장하실 생각인지. ▲그동안 특명사정반의 활동은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던 부동산투기의 열기를 진정시키는데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활동은 그 일을 맡은 기구나 사람의 명칭에 관계없이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하여 안팎에서 우려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수출이 매우 저조한 상태이며,물가는 한자리 수가 지켜질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상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떤 특별한 구상이 있습니까. ○경제 구조적 전환기에 ▲우리 경제가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나쁜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성장은 상반기중 10% 가까운 성장률을 보여 높은 편이고 고요사정도 9월 현재 실업률이 2.3%로 매우 양호한 수준입니다. 물가도 최근에는 상승세가 둔화되었고 상반기중 큰 폭의 적자를 보였던 국제수지도 하반기에는 개선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가는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다 그동안 우리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기업가정신과 근로의욕이 떨어져 경쟁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최근의 페르시아만사태로 인한 도전을 극복해야 할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인·근로자·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또 한 번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자금지원,인력과 공장용지의 공급 등 투자의욕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기업은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하여 생산성을 높여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나서줘야 합니다. ­민주화와 함께 각계의 제몫 찾기 소리는 높고 때로는 이것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소득분배의 형평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대통령께서는 분배문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기업하는 사람들은 이 정부가 분배문제에 너무 치중한다고 불만입니다. 근로자나 서민은 분배문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하고 노력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정부 만큼 분배문제에 적극적인 정부가 있었습니까. 근로3권을 보장하여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문제가 될 만큼 임금이 개선되었습니다. 세제도 과감히 개혁해왔고 부동산투기 등 불로소득을 사회에 환수하는 제도도 이루었습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고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지원도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나의 임기중 2백만채의 주택을 건설하는 일이 진행중인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중 90만채가 임대주택·근로자주택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짓는 집입니다. 모두가 잘 사는 복지사회나 분배문제의 해결은 하루아침… 한꺼번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인내를 갖고 힘모아 하나씩 이루어야 하는 일입니다. ­오는 23일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은둔한 지 2년이 됩니다. 전직대통령이 이같이 장기 은둔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나 공인의 입장에서나 전임자가 산간벽지에서 오랫동안 은둔생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이제 은둔생활을 그만하고 정상적인 시민생활로 돌아오도록 권유를 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본인 나름대로의 인식을 갖고 좀더 정리해야겠다는 뜻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둔 2년이 되고 추운 겨울이 닥치게 되니 내 마음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국민들도 더이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루속히 자유로운 입장에 서게 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국내외 인사들의 공식접견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 바깥 여론을 듣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공식적인 만남은 주로 언제,어떻게 이뤄집니까. 친인척들이 청와대에서 모이는 기회는 얼마나 됩니까. ○객관적 얘기 많이 들어 ▲나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능한 많은 이야기와 의견을 듣는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야기를 듣는 일도 더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불가피한 일정과 제약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내기부터 힘듭니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장관이나 관계자들의 보고와 품의를 받은 뒤 꼭 외부인사의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식일정 사이사이 그리고 저녁시간도 자유로울 때가 별로 없습니다. 집안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가까운 친척들이 가끔 모이지만 개별적으로 만날 틈은 별로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지금 가장 고심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바로 나의 신념,철학을 어떻게 실천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화합을,그리고 나아가 민족의 화합을 어떻게 이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쩐지 이런 것이 잘 안 될 때는 내 능력의 부족 탓인가 아니면 국민성의 탓인가 하고 깊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지역간의 갈등,계층간의 갈등도 모두 화합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안되는 근본핵심은 역사관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대사가 잘못돼 있구나,현대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구나 하고 절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성세대와 정치지도자들이 역사를 동강동강 잘라놓았습니다. 건국 후 자유당·민주당·공화당 할것없이 모두 전 정권을 부정함으로써 스스로의 정통성마저 부인하게 되었습니다. 과거가 모두 나빴다면 우리가 어떻게 세계가 부러워하는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으며 우리의 정통성을 문제삼는 북한보다 훨씬 잘 살고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새로운 인식과 발상으로 다시 써야 합니다. 「내 자신 역사의 죄인이 아니고 역사에 이바지했노라」고 자랑스럽게 기록해야 합니다.
  • 앨빈 토플러,「권력이전」서 새 세계질서 전망

    ◎「21세기의 국력」 컴퓨터ㆍ정보가 좌우한다/지식 습득 최대 자산… 교육의 중요성 부각/첨단과학 개발속도 뒤지면 약소국 전락/원자재ㆍ노동력 의존도 감소… 신소재 발명이 경제부국의 지름길 「미래의 충격」「제3의 물결」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출간된 「권력이전:21세기에 있어서 지식과 부 그리고 폭력」이란 새 저서에서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으로부터 모든 힘이 창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권력을 잡느냐 못잡느냐의 차이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에 관한 정보들을 어떻게 빨리 포착,이를 현실속의 정치ㆍ경제에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능력여부에 달렸다면서 그같은 능력은 결국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지식의 축적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식의 축적이야말로 앞으로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새 저서 「권력이전」의 내용을 소개한다. ○기술력이 부국 창출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국가와 공산주의국가로,또는(경제의 발전 정도에 따라) 남과 북으로 나뉘었던 국가간 구분 개념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부의 형성체계가 확산됨에 따라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 구분 개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빠른(FAST) 나라들과 느린(SLOW) 나라들이란 구분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빠르다거나 느리다는 것은 단순히 어느 한 종류만의 속도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속도,이를 바탕으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에 대한 정보들을 얼마나 빨리 수집할 수 있는가 하는 정보수집능력,그리고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얼마나 빨리 상황 변화에 대처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의사결정의 속도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적인 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자료와 정보,지식이 얼마나 빨리 경제활동에 활용될 수 있느냐의 속도가 새로운 국가 구분개념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속도가 빠른 나라는 느린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보다 많은 권력을 창출하게 된다. 여기서 현대사회에 적용되는 새로운 법칙이 등장한다. 빠른 나라들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은 어떤 예외도 없이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 ○경제활동에 접목해야 이같은 새 법칙이 등장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와 신기술개발의 신진대사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사건들은 저마다 크건 작건 각국의 정치ㆍ경제에 그나름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연구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새 지식들은 기존의 생산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새 기술들을 개발해내고 있다. 그리고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이같은 새 기술의 개발 또는 새 사건의 발생이 가져올 영향력을 즉각 경제활동에 반영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들이 다 그러한 첨단과학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과학기술을 갖춘 나라들은 어느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또는 새 기술이 개발됐을 때부터) 그것이 실제로 경제활동에 반영될 때까지의 시간차이를 극소화 함으로써 보다 많은 부와 권력을 창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그 시간의 차이가 길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은 부와 권력 밖에는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식 축적능력 긴요 이처럼 어느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실제로 경제활동에 활용될 때까지의 시간차이를 얼마만큼 극소화할 수 있는냐는 능력이 바로 앞으로 부유한 강대국과 가난한 약소국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제까지 중요한 생산요소로 간주돼 왔던 원자재나 노동력 등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들은 이제까지 주로 이들 원자재나 노동력의 수출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는한 부와 권력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과 신기술개발을 즉각적으로 정치ㆍ경제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앞으로의 경쟁에서 도태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저임 경쟁시대 끝나 그같은 조짐들은 이미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80년대를 통해 의류수요의 절반을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에의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년에도 몇차례씩이나 바뀌는 빠른 유행의 변화를 외국수입의류로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 주문에서부터 상품을 인도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데 그동안에 유행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이 수입품은 팔리지 않는 재고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수시로 바뀌는 유행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유행이 바뀔 때마다 즉각 새 제품을 선보이는 미국제품을 쓰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결국 유행이 지난 다음 제품을 인도받는 것은 아예 제품을 인도받지 않는 것만도 못한 것이다.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들이 앞으로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은 부의 형성체계가 새롭게 바뀌는 것과 함께 몇가지 상황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첬째는 2차대전 이후 계속되던 냉전시대의 종식이다. 냉전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아무 기술이나 자원이 없더라도 지정학적으로 전략적인 위치에 있는 나라들은 미소 두 초강대국중 어느 한 나라에 해외주둔기지 등을 제공함으로써 경제ㆍ군사적으로 원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끝남에 따라 이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의 중요성도 떨어지게 됐다. 이는 곧 강대국들에 대한 약소국들의 협상자세가 약화됐음을 뜻하는 것이며 이들이 앞으로 미소 두 초강대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둘째는 세계적인 생산추세가 대량생산 위주에서 다양한 생산 위주로 바뀜으로 인해 자원의 중요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대량생산 시대에는 다량의 자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적은 양이라도 여러 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다. 따라서 오늘날엔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앞으로는 별 가치가 없는 자원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자원이 앞으로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과학지식의 눈부신 발전으로 대체자원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에 대한 수입의존도도 점차 감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원자재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가 권력을 잡게 될 것이다. 셋째로는 산업혁명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간주돼오던 값싼 노동력의 중요성이 감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ㆍ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이른바 아시아의 4마리 용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수출전략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조류를 볼때 총생산비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그 비율은 불과 10% 안팎이다. 따라서 인건비를 1% 줄인다고 해봐야 총생산비 절감 효과는 겨우 0.1% 밖에 되지 않는다. ○빠른 정보교환 중요 그러나 신기술을 도입한다거나 정보의 흐름을 보다 빠르게 개선한다거나 또는 재고를 감축시키고 조직을 효율화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비절감 효과는 인건비 절감에 비해 훨씬 크다. 따라서 중국이나 브라질 등에서 값싼 노동력을 쓰는 것보다는 인건비는 조금 비싸더라도 첨단장비가 갖춰진 미국이나 일본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경제적으로 활용할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1세기는 경제발전이나 국력이 원자재나 값싼 노동력에서 창출되는게 아니라 인간의 정신에서 창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저개발국이 계속 무지한 상태로 남아 있는다면 이들의 미래는 영원히 어두울 것이다. 여기서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새로운 혁신적인 교육을 실시,끊임없이 새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널리 유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부외 조직들을 활성화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빠른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그럼으로써 각 분야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보다 빨리 찾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컴퓨터망의 완벽한 보급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과거 철도망이나 고속도로의 건설에 주력했던 것 대신 앞으로는 컴퓨터망의 구축 없이는 새시대의 경제활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외언내언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9일로 꼭 1년. 냉전의 상징이던 이 장벽의 붕괴는 역사적인 독일 통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동구의 민주변혁까지 몰고 왔다. 나아가서는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의 조류를 돌이킬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베를린장벽의 해체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민족인 우리에게도 국제적인 화해와 통일무드를 거역할 수 없게 한다. ◆이날을 맞아 베를린 시민들은 장벽을 넘다 희생된 1백91명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행사를 연다. 제국의회 건너편 슈프레 강가에서는 이들을 기리는 동상이 제막되고 동서베를린을 연결하는 다리 보른홀머 브뤼케에는 『이 다리에서 1989년 11월9일에서 10일로 가는 밤 사이에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벽이 열렸다』라고 적힌 기념동판이 세워진다. 동판에는 『베를린은 살 것이며 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한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어구가 새겨지고. ◆벽은 고전적인 의미에서는 수성의 상징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감각에서는 단절과 절망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에게도 벽이 있다.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있는 「분단의 벽」이다. 우리의 벽은 만리장성도,예루살렘의 「통곡의 벽」도,베를린장벽도 아니다. 북쪽에서 말하는 「콘크리트장벽」은 더더구나 아니다. 분단 45년 동안 마음 속에서 쌓아올린 「불신의 벽」이 있을 뿐이다. ◆베를린장벽의 개방을 허용한 크렌츠 당시 동독 총서기는 한 인터뷰에서 장벽을 허문 것은 동독정부가 아니라 「밑으로부터 (동독민중)의 힘」이라고 술회했다. 과연 한반도에서 그런 가능성(북한인민혁명)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답일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공존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빈번한 접촉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등식이 나온다. 사람 물건 스포츠 예술의 교류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정치적인 통일분위기를 모색하는 일이다. 그러한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총리회담 통일축구 예술인방문 등. 불신과 분단의 벽은 언젠가 허물어질 것이고 또 허물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 한국 유엔 단독가입 확실/현 유엔대사

    ◎“새달 신청… 중국거부 안할것” 【워싱턴=김호준 특파원】 한국은 올 유엔총회가 폐막되기 전인 12월 중순 이전에 유엔가입을 신청할 예정이며 한국의 유엔가입 문제에서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유일한 장벽은 중국의 불분명한 태도뿐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홍주 주유엔대사의 말을 인용,한소 수교가 소련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거의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과 무역사무소 개설에 합의하고 교역 및 스포츠교류가 빈번한 중국도 국제조류를 거슬리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기권할 것으로 믿어진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총회에서 기조연설한 1백62개국 대표 가운데 1백18개국 대표가 남북한의 유엔가입 문제에 호의적인 발언을 했으며 71개국 대표는 동시가입을 지지했다고 말하고 73년부터 동시에 유엔의석을 갖고 있던 동서독의 통일 실현은 동시가입이 분단을 영구화한다는 평양측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7차계획은 삶의 질 향상에(사설)

    정부가 발표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계획의 수립지침은 발전 잠재력을 확충하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과 형평 및 복지의 증진을 추진하며 국제화 추세에 조화를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지침 가운데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은 경제계획의 궁극적인 목표가 삶의 풍요에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과거 실적 중심의 양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경제사적인 하나의 조류이고 우리 경제의 현안으로 되어 있다. 요즘 폭넓게 논의되고 있는 정치 분권화의 또다른 표현인 경제의 형평과 복지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인간중심의 사고에로 회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리는 내년 9월까지 확정될 이 계획의 경우 삶의 질적 향상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를 제의하고 싶다. 수립지침을 보면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이 두번째의 정책과제로 되어 있다. 이번 지침에서 첫번째의 위치에 있는 발전 잠재력의 확충은 과거 우리가 추진해온 불균형 발전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경제발전사적흐름이나 국민의 흥망은 일본의 발전패턴인 「경제대국」에 「생활소국」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7차 계획 수립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양 중심이 아닌 질 중심의 발전모델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질 중심의 발전모델이 되려면 양보다는 질을,능률보다는 형평을,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물적 자본보다는 인간자본을 중시하는 사고와 철학이 계획 전면에 내세워져야 한다. 계획수립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철학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의견을 보다 깊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계획 수립지침에 형평과 복지 증진이 강조되고는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5차계획 이후 계속하여 형평과 복지증진을 강조한 바 있으나 그 성과는 별로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형평과 복지증진 시책이 그때그때의 경기동향에 의해 밀리거나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내각총수가 바뀌면 장기계획의 철학과비전까지 퇴색되어온 현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두번째로 발전잠재력의 확충은 과거와 같이 정부주도나 정책지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의 기본인 경쟁에 의하여 배양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 및 세제지원을 통한 경쟁력 배양이라는 발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바꿔 말해서 시장을 계획 속에 얽어매려 들지 말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정부가 할일을 계획하는 발상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 세번째로 국제화에의 대응은 국제경제에서 우리의 지위향상이라는 자가발전적 모델이나 전시적 전략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과 분담에 소홀하지 않는 수범적 모형정립이 요구된다. 또 한가지 남북통일에 대비한 과제는 경제공동체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 과제는 북한측과 관련된 문제여서 대안제시가 무척 어렵기는 하겠지만 탄력적이고 신축적인 대응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금융구조개편 방향제시를(사설)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발표를 계기로 향후의 금융산업 개편방향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은행ㆍ단자ㆍ증권 등 개편대상권에 속해 있는 금융기관들은 개편방향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무부는 이 법률안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금융산업의 개편을 위한 구도나 청사진을 갖고 있지 않으며 대외개방에 대비하여 법적 제도를 강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금융산업의 개편이 임박했음을 예고해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예단에는 그 나름대로 준거가 있다. 이 법률안은 재무부의 설명대로 내년으로 예정된 증권산업의 개방과 92년 시행을 목표로 한 우루과이라운드 금융서비스협상 타결에 대비하여 제정되고 있다. 국내시장의 개방에 앞서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절실한 과제로 되어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 법률안이 절차법임에는 분명하지만 재무부가 그 법률이 목적하고 있는 대형화와 전문화의 구도를 그리지 않고 절차법만을 마련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절차법에 앞서 모법이 제정되는데 재무부가 절차법만을 발표하자 학계 등도 선후가 바뀌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금융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개편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면서도 개편구도를 밝히지 않고 있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개편이 관치금융으로 비쳐지고 자칫 잘못하여 극심한 후유증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개방화에 대비한 금융산업의 개편이 긴박한 과제이므로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가 개별 금융기관끼리의 통폐합에 관여하는 것은 관치금융이 된다. 반면에 금융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개편되었으면 한다고 밝히는 것은 금융정책이 된다. 재무부는 이 점을 혼돈하지 말고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금융산업의 개편대강을 발표하고 금융기관들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또한 정부가 우리 금융산업이 지향해야 할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은 개방화시대를 맞은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금융산업은 겸업주의가 대조류를 이루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정책의 큰 흐름은 전업주의에 속한다. 정부가 어느 시점까지 어떤 금융정책을 끌고갈 것인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국내금융업이 국제적인 조류에서 밀려나게 될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형화 또는 전문화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재무부는 금융기관의 자본금 대형화뿐이 아니라 업무의 다변화와 조직 및 정보망의 확충 등 명실상부한 대형화를 유도해나가야 할 시점에 있다고 본다. 바꿔 말해서 금융구조개편이 금융 자율화를 저해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서 정도를 피해가려는 것은 정책기관의 소임이 아니다. 오히려 금융산업의 구조개편 없이 완전 개방되었을 때의 충격과 폐해를 소상히 밝히는 한편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떳떳이 역설한 뒤 국민들의 공감대 위에서 구조개편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북한은 왜 요란한“개방몸짓”보이나/잇단 평화공세ㆍ대일수교 추진안팎

    ◎통일열기 조성으로 주민불만 무마/경제난 타개ㆍ세습체제 굳히기 겨냥 북한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노동당 창건 45주년 기념일 이튿날인 11일 평양 능라도의 5ㆍ1경기장에서 역사적인 남북통일 축구대회의 첫 경기가 치러졌는가 하면 김일성 주석은 10일 상오 평양의 금수산 의사당에서 일본 자민당의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간사장을 비롯한 자민당 대표단과 회담을 갖고 일본과의 수교에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김주석은 이에 앞서 9일에도 일본 사회당의 도이 다카코(토정다하자) 위원장과 만나 남북 통일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북한은 또 분단 이후 처음 열린 제1회 남북영화제(뉴욕)에도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오는 18일에는 남쪽의 음악인들을 불러들여 평양에서 「범민족통일 음악회」를 펼친다. 또 오는 16일부터는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총리회담이 열리게 돼 있어 노동당 창건 45돌을 맞은 평양은 요즈음 전에 볼 수 없던 적극적인 개방무드와 함께 통일열기로 달아 오르고 있다. 스포츠ㆍ문화 등 비정치분야의 남북 민간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총리회담이라는 남북 공식대화를 진행시킬 뿐 아니라 후지산호 선원을 석방하는 등 일본과의 수교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북한의 진의는 과연 무엇일까. 김일성의 이같은 발빠른 행보가 과연 북한의 한반도정책 및 대외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겉으로는 적극적인 유화제스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그들의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일괄된 논지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김일성은 도이 다카코 및 오자와 이치로와의 회담에서 앞으로 5년내에 남북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통일은 그들이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김일성은 이어 총리회담과 관련,▲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의 석방 ▲유엔 단독가입중지 등 3개사항이 대화추진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밝혀 그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을 뿐이다. 북한의 박성철 부주석도지난 8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10돌기념 평양시 보고회」의 「기념보고」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교체 ▲남북한간 불가침선언 채택 및 무력감축 등을 주장하면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만이 「공명정대하고 현실적인 통일방안」이라고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같은 접근 방법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박길연 주 유엔대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열린 「유엔가입문제」에 관한 제2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유엔 동시가입은 분단을 고착화할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다각적인 대남 평화공세와 대일 수교 추진의 참뜻은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두개의 문제를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경제적 위기와 함께 주요 동맹국인 소련을 잃게됨에 따라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을 찾게 됐고 그 대상으로 한국의북방외교추진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던 일본이 선택됐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자본과 기술도입이 절실하다는 점,또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합된 주요요인의 하나가 경제력의 열세에 있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의 경제적 배상을 얻어낼 수 있는 일본과의 수교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유력 정치주간지 「노보에 브레미아」가 최신호에서 지적했듯 김일성은 극동지역에서의 「자기자리」를 상실하지 않는 동시에 김정일 후계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도 대일 수교를 가속화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김일성은 또 최근의 활동이 보여주듯 대남ㆍ대외정책에 있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반이 약한 김정일로 하여금 자신의 사후에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외교적인 돌파구를 스스로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아울러 김일성은 동서독의 통일 이후 고조되고 있는 남북한 국민들의 통일열기를 외면하기 보다는 이에 부응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북한정권의 통일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강하게 심어주자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김정일이 최근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논문을 게재,『당을 변질시키는 이색적 사상조류와 브르주아사상,수정주의 사상에 대한 비타협적투쟁』(근로자지 10월호)을 강력히 촉구한데서 알 수 있듯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싹트고 있는 체제불만의 요인들을 통일열기의 조성으로 잠재우려는 속셈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ㆍ모스크바 수교의 배경/셰바르드나제 외무,소지에 기고

    ◎“남ㆍ북한 유엔가입 긴장완화에 도움/“정치ㆍ경제의 한국 영향력 현실적 인정/한반도 대결구도 해소,통일기여 희망”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2일 소련정부 기관지 이즈베스티아지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소련과 한국간의 외교관계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소련 노보스티통신이 보도한 이 기고문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긍정적 변화의 물결은 다소의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갈수록 그 폭이 역동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련은 새로운 정치적 사고의 원칙에 기반을 둔 국제적 활동을 통해 이 지역 국가들의 평화정착 노력에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현재도 계속 그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는 평화ㆍ안보ㆍ협력에 관한 블라디보스토크ㆍ크라스노야르스크 계획에 따라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 건설적 계획의 엄청난 잠재력이 모두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이 지역의 총체적 평화진전에 있어 중요한 인자이자 자극이 되고 있으며 이미 고위급회담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 간의 정치적 대화는 눈에 띄게 발전ㆍ재도약하고 있다. 아태지역의 긍정적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버릴 수 없는 형편이다. 페르시아만사태에서 보았듯이 이 지역에도 여전히 사태악화 내지 대결로의 급반전 위험이 상시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사태는 또 한편으로 화해시대의 국제관계이 있어 각 국가들이 공동의 위험에 대해 서로의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대적 요청을 증명하고 있고 이러한 사실은 아태국가들에게도 중요한 귀감이 되고 있다. 소련이 지난 2차 블라디보스토크 국제회의에서 오는 93년 가을 아시아지역 외무장관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하게 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 문제의 해결은 이 지역의 진정한 평화와 우호관계 증진에 필수적 요건이며 따라서 다른 나라들처럼 한반도의 엄청난 긴장을 우려하고 있는 소련도 대아시아 정책에 있어 한반도 문제를 최대 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한반도는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1백50만명의 남북한 군병력과 핵무기로 무장한 4만여명의 주한미군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대치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53년 종전 이후에도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휴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의 군사ㆍ정치적 대결을 완화 또는 해소하고 건설적 대화를 통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한국민들의 염원을 실현시키는 것이며 소련외교의 최대목표도 남북대화와 평화진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소련과 북한간 우호관계의 발전은 그동안 이같은 과정을 진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해왔으며 한소 관계정상화로 그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이 한국을 외교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은 세계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발전이라는 소련의 논리,즉 수정ㆍ보완된 대외정책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이 문제를 거시적 안목에서 전 세계,특히 아태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관련,취급하고 있다. 평화와 안정의 강화 및 국제협력확대에 목표를 둔 소련의 아태지역 정책은 이미 실재하고 있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신중한 고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이 한국과의 전면적 외교관계 수립을 결정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즉,한반도에는 남북한이라는 두개의 독립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현실이며 소련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정치ㆍ경제ㆍ군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힘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인 것이다. 알려진대로 소련은 약 2년 전 소련 극동지역 경제계의 특별한 관심 속에 한국과 민간차원의 경제ㆍ무역협력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접촉이 정부간 교류의 교두보가 되고 이를 통한 외교관계의 수립이 경제ㆍ과학ㆍ기술 등 제반 분야에서의 한소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련은 또 인민대회 대의원들은 물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소련 국내의 여론을 수렴,소련과 한국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국제법의 기준에 따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으며 따라서 한국과의 관계정상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소련 내에서 충분히 형성됐다는 것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한소 외교정상화는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 결과를 양산할 것이라는 것이 소련의 확고한 신념이며 나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는 남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관계정상화를 향한 큰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남북한 대화의 발전을 환영함은 물론 충분한 타협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결실을 맺게 되기를 희망한다. 소련은 다른 핵보유국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지대화 보장을 위해 활동할 용의가 있다. 소련은 북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도 조만간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남북한의 유엔가입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남북한의 동시 개별가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것이 분단 고착화라고 지적하며 「1지역 2대표」 안을 내세우며 남북한이 1국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는 유엔가입의 보편적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소련의 기본 입장임을 재천명하며 한국측의 유엔가입 열망을 이러한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특수한 경우 남북한이 한반도 상황의 정상화와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 대화를 계속 진행할 경우 최상의 해결책은 양측이 합의한 원칙에 따라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미ㆍ일 관계개선 촉구/소 외무,북한에

    【뉴욕 교도 연합】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3일 오늘의 세계에서 분단된 한반도는 「변칙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에 대해 일본 및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이날 교도(공동)통신과의 회견에서 가네마루 신(김환신) 전 일본 부총리가 이끄는 일본 대표단이 지난주 평양을 방문한 것은 「명백히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은 「비극적」이며 「부자연스런 것」 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긍정적 조류에 비추어 볼 때 한반도의 분단은 나날이 변칙적인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7차 경제계획과 삶의 질(사설)

    실적중심의 양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은 경제사적인 하나의 커다란 조류이고 우리 또한 그 분기점에 와 있다. 요즘 폭넓게 논의되고 있는 분권적 민주화의 또 다른 표현인 경제의 형평과 복지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인간중심 사고에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개도국의 산업화를 위한 경제개발계획은 전시효과적이고 실물중심의 실적 위주로 기울다가 어느 단계를 지나면 스스로의 자각과 분해과정을 거쳐 사람을 중요시하는 본연의 목표로 전환하는 필연의 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수립을 위한 구상은 이러한 경제여건의 변화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기본구상은 발전잠재력을 확충하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과 형평및 복지의 증진을 추진하며 국제화 추세에 조화를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구상 가운데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은 경제계획의 궁극적인 목표가 삶의 풍요에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내년 9월까지 확정될 이 계획수립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인간중심의 사고라고 생각한다. 각 부문별 계획시안 작성과정에서부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계획안을 확정하는 과정에까지 진정으로 인간 중심의 얼이 담기지 않으면 그 계획은 과거의 계획을 연장하는 것과 같다. 계획이 인간중심이 되려면 계획수립자가 철저하게 양보다는 질을,능률보다는 형평을,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물적자본 보다는 인간자본을 중시하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의견수렴과정에서도 기득계층보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의견을,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의견을,도시보다는 농촌주민의 의견을 보다 깊게 받아들이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 물론 기본구상의 골격에 형평과 복지증진이 강조되고는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지난 80년대에도 형평과 분배를 강조한 바 있으나 그 성과는 별로 가시화되어 있지가 않다. 그 이유는 형평과 공정분배의 추구가 경제계획상의 장식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경제내각의 총수가 바뀌면 장기계획의 철학이나 비전이 퇴색되어온 현실이그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에도 허구적 선언으로 끝나면 7차 5개년계획이 기대하고 있는 선진국 진입은 지극히 어렵다. 어떤 일이 있어도 90년대 중반까지는 형평과 공정한 분배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개혁적인 대책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기본구상의 두번째 근간인 국제화에의 대응은 국제경제에서 우리의 지위향상이라는 자가발전적 모델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과 분담이라는 적극적 모형정립이 요구된다. 우리의 경제위상은 경제규모에 비하여 과대하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에 상응하는 분담과 기여가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또 한가지 남북통일에 대비한 과제는 경제공동체의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 과제는 북한측과 관련된 문제여서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어렵기는 하겠지만 비전제시 이상의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경협으로 분단 극복을(사설)

    남북 총리회담에서 남북한 경제협력문제는 북한측의 미온적 자세로 인하여 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밀려나 있는 듯하다. 강영훈국무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물자교류와 대외 공동진출등 6개항의 협력방안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은 정치ㆍ군사부분의 긴장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의제의 중요성에 대한 시각차로 인하여 경제협력문제는 우리측의 일방적 제안으로 끝난 상태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정치나 군사적 관계가 불안정한 국가간에도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고 그것의 진전이 정치적 사상이나 군사적 대결을 무너뜨리는 촉매제가 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소련과 동구권이 자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군비경쟁을 과감히 청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제간의 경제교류 또는 현재의 세계적인 조류의 관점에서 볼때 남북간의 경제협상이 정치나 군사협상보다 뒤로 밀릴 이유가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오히려 우리는민족공동체로 개체인 남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풍요로운 생활을 앞당기는 데 누구보다도 더 많은 노력과 지혜를 짜내야 하는 시대사적 소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서는 남북한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정부측의 그동안 제시한 통신ㆍ통상ㆍ통행 등 이른바 삼통협정을 비롯하여 이번 총리회담에서 제시한 6개항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로 여겨진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제시된 남북한의 직접교역문제는 북한측의 자세여하에 따라서는 내일부터라도 가능한 의제이다. 현재 제3국을 통한 무역거래를 직접거래로 바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간접거래를 통하여 남북한 양측이 물자를 교류하고 있다는 것은 상호교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측이 경협의 첫단계인 직접교역의 문호를 개방하기를 촉구하고 싶다. 개방선언과 함께 경협의 원활한 증진을 위하여 지난 84년 11월부터 그 이듬해까지 열렸던 남북한 경제교류를 위한 남북한 경제회담이 하루빨리 재개되어야 한다. 이 회담을 통하여 경제협력의 선결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통상ㆍ통신ㆍ통행 등 3통협정의 체결이다.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남북한 경제협력은 가속도원리가 붙을 것이 틀림없다. 통상협상은 무역거래를 대폭 확대시킬 것이다. 남북한간의 무역거래는 관세장벽등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외거래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 창출이상의 효과가 있다. 또한 통행협정은 남북한간 합작투자 또는 제3국에의 공동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간의 투자 역시 외국과의 합작투자와 다르다.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충격이 없는 반면에 동일한 성취욕구(근로의욕)를 갖고 있다. 합작투자의 성패를 가름하는 주요요소가 모두 호순환적이다. 때문에 남북한 경협은 빠른 시일내에 성숙단계로 접어들 것이고 이것은 정치ㆍ군사적 구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회담의 재개를 거듭 촉구하는 것이다.
  • 남북 총리회담… 세계 언론의 시각

    ◎“서울ㆍ평양의 거리감 좁힐 기회”/“고위회담 계속되면 정상회담도 기대/양측 폭넓은 견해차… 실질성과 의문” 역사적인 남북한고위급(총리)회담에 대해 세계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페르시아만 사태로 법석을 떨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주요 TV와 신문,일본과 중국ㆍ홍콩 등의 매스컴은 적지않은 관심을 나타냈다. 각국 언론의 반응를 정리한다. ▲LA 타임스(미국)=이번 회담은 1945년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한간의 최고위급회담이다. 서울과 평양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기해 시도했던 「남북한 대교류」가 실패로 끝났고 남북한간의 워낙 폭넓은 견해차 때문에 이번 첫 남북총리회담에서 어떤 실질적인 성과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친서전달 여부에 관심 ▲차이나데일리(중국)=남북한총리회담은 서울과 평양간의 군사ㆍ정치적 적대감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연이 노대통령에게 김일성의 친서를 전달할 것이며 이러한 연의 청와대 예방을 통해 양측 현안이 더욱 깊이 있게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총리는 명목상의 실권자들이기 때문에 어떤 놀랄만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 외무 방북겹쳐 주목 ▲성도일보(홍콩)=남북한은 페르시아만 사태등 국제적인 위기속에서도 평화적인 회담을 가짐으로써 전세계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축소,소련ㆍ중국 등 사회주의국가들과의 수교노력 등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한정상회담을 추구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아직 어떠한 변화를 원치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번 광복절을 전후해서 남북한 왕래를 자유롭게 하자는 노대통령의 제의를 거절했다. 북한은 그러나 시대적 조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남북한총리회담에 임하는 것 같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연총리의 노대통령 예방에 이어 오는 10월 한국의 강영훈 총리가 김일성을 만난 뒤 양측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같은 수뇌급 접촉이 잦아질 경우 남북한은 군축 및 상호불가침조약체결 등의 과정을 거쳐 노대통령의 기원대로 금세기안에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적극외교의 결실 ▲아사히(조일)신문(일본)=남북한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상호협력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일단 한반도 해빙무드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년반만에 본회담개최가 열리게 된 것은 남북한이 국제정세 변화에 입각,현실적인 대응을 취한 결과이다. 특히 북한에 있어서는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소련으로부터의 압력,국내경제의 부진 등 내외의 요인이 본회담을 실현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다. 본회담 실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2일부터 예정하고 있는 평양 방문이다. 지난 6월 개최된 한소수뇌회담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하도록 작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후 한소 관계개선을 환영하는 미국과 소련사이에한반도의 긴장완화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솔로몬 국무차관보를 서울에 파견,남북 총리회담의 진전에 따라서는 북한을 테러국의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획기적인 대 북한 개선책을 한국측과 논의했다.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이러한 미측의 입장을 북한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련측 소식통에 따르면 소련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량을 줄이고 국제가격의 3분의 1정도였던 원유가격도 인상함으로써 개방촉진 압력을 가중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요인에 덧붙여 북한은 국내경제를 압박하는 군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한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테이블을 필요로 해왔다. 남북한 총리를 책임자로 하는 대표단의 회담은 쌍방이 상호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공존으로부터 통일을 향한 제1보를 밟는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극히 크다. 그러나 40년이 넘는 분단이 초래한 상호불신은 크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의 군축,유엔 가입문제 등의 토의도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일본)=정부당국자간의 직접교섭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총리회담에 응한 것은 미소의 냉전종식 선언,동유럽의 격변,한소 수교에서 강렬했던 「역풍」을 견디고 김일성정권의 독자성과 정통성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반정부조직과의 교섭에서 자신의 유리한 통일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북한의 기본전략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한반도의 군축문제에서도 남북한간에 상당한 입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회담의 전도는 낙관을 불허한다.
  • “페만 진화” 소련의 선택

    ◎미의 무력해결 안바라 다국군창설 촉구/이라크 군원 책임느껴 봉쇄로 타결 희망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라크가 소련이 제공한 무기로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합병한 것은 소련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과거의 동맹국 이라크를 격렬히 비난하고 『이라크에 무기를 제공한 소련으로선 현 중동위기해결에 특별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고르바초프의 발언은 소련의 대 중동정책이란 한 단면을 통해 소련외교정책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련외교정책의 변화에 대해 발렌틴 팔린 소련공산당 국제부장은 과거의 전쟁이나 분쟁에서 벗어나 이익의 상호균형과 선린관계의 원칙에 입각,모든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게 소련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6일 소련이 이라크에 제공한 소제무기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기 위해 주미 소련대사관 무관이 미국방부를 방문한 사실도 국제조류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소련의 중동정책변화에 대해 소련의 중동문제 전문가로 크렘린의 싱크탱크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경제 국제관계연구소의 게오르기 밀스키 주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동은 과거 미소간의 세계적 대립구조하에서 소련엔 중요한 교두보였다. 그러나 냉전과 대립이 끝남에 따라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도 점차 감소하게 됐다. 더욱이 소련에 무기공급자의 역할을 기대해 온 이라크가 이제 무기체계의 상당부분을 서구제로 대체,이라크의 대소의존도도 약해졌고 과거의 동맹관계도 변하고 있다. 지난 72년 체결된 소ㆍ이라크간 우호협력조약도 비록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종래의 의미를 잃게 됐다』 이같은 밀스키의 설명은 이라크에 대한 소련의 태도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밀스키씨는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후세인대통령을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이는 소련의 이익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계속 지배하는 것 역시 소련의 이익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경제봉쇄만으로 후세인정권이 전복되는게 소련으로선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소 대결은 끝났다고 하면서도 미군사력에 의한 중동위기해결은 소련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밀스키의 말은 외교정책의 변화과정에서 소련이 겪는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말대로 현위기의 해결에 특별한 책임을 져야할 소련으로선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만 할 입장이다. 소련이 유엔 깃발하의 다국적군창설을 거듭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중동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사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략을 규탄하는 국제사회는 다시 그들의 쿠웨이트합병 발표이후 직접적인 응징을 위한 확고한 대응태세를 굳히고 있다. 그럴수록 중동지역의 전운은 더욱 짙어지면서 일촉즉발의 파국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 전쟁이란 어느 일방의 공격과 그 대응에 의해 확대되게 마련이다. 이라크는 선제 무력침공행위를 반성하거나 철회하기는 커녕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 응징태세에 반격하듯 사우디아라비아 침공 의사를 보였다. 그들은 「성전」이라는 이름아래 1백만명을 추가 징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어느 쪽이 전쟁도발자이며 국제적 범죄자인지 얼른 분간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또 침공에 대한 응징이 선인지 응징에 대한 「성전」운운의 대응이 악인지 한계가 모호해진다. 지금 중동이 처한 모순과 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전면전을 불가피하게 할 수도 있는 이라크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끝내 포기되지 않는다면 그에대한 국제적 제재와 응징은 마땅한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이미 대이라크 경제적 제재와군사적 행동을 결의한 바 있다. 소련 역시 다국적군에 참여할 뜻을 굳혔다. 소련이외에도 일부 북대서양동맹국들과 아랍연맹국가들도 대이라크 제재행동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세계는 지금 중동 위기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유엔이나 아랍동맹국들의 중재 노력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전쟁은 도발한측의 실수로서 곧장 끝나야 한다. 확전은 전쟁 당사국은 물론 그 동맹세력까지도 피폐케 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공통의 평화의지를 말살하는 전쟁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와 무기판매를 금지한 제1차 결의에 지체없이 동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전쟁에 대한 혐오와 기피,평화에의 의지와 노력에 있어 우리는 누구보다도 앞서는 민족이다. 우리는 동족전쟁을 겪었고 그보다 오래전에 일제의 침략과 병탄에 의한 국권상실의 뼈저린 경험도 갖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전쟁적 대결과 체제ㆍ이념의 대립에 의한 민족분단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의쿠웨이트침공에 남다른 증오와 응징의 결의를 갖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할 것이다. 마침 이라크의 침공과정에서 실종됐던 우리 근로자 3명이 돌아왔다. 우리로서는 더이상의 사태전개와 관련해서 현지의 우리 근로자및 교민들 안전문제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외교적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세계와 인류는 국제화해와 긴장완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무력대결은 극력 피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 확전위험속에서 이라크가 경솔하게도 화학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것은 파멸이다. 인류문명의 발상지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가 회교도들의 무덤이나 비극의 땅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라크는 평화공존의 논리가 성숙되어가는 세계사적 조류에 동참해야 한다. 즉 전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 안동호 「부영양화」현상/상수원오염등 “초비상”

    【대구=최암기자】 낙동강 주변지역 주민들의 식수원과 각종 용수공급원인 안동댐호수내에 최근 대규모 「부영양화」현상이 나타나 댐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9일 현재 안동군 도산면 도서서원앞 도선장 일대에서부터 도산면 서부리 일대까지 10여㎞에 걸쳐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 호수면이 진한 황색을 띠고 있으며 인근 와룡면 등지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안동댐 건설이후 처음 나타난 것으로 내륙 담수호에서 종종 발생되던 부영양화현상중 최악의 상태로 이 경우 COD(화학적 산소요구량)증가와 DO(용존 산소량)감소현상으로 물고기 서식환경이 파괴될뿐 아니라 심각한 수질저하를 초래케 된다. 또한 호수내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의 아가미에 조류가 달라붙어 호흡곤란으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이 가장 극심한 도서서원 도선장주변에는 호수변으로 밀려나온 조류 등 부유물이 5∼10㎝ 두께로 쌓여있으며 기포가 발생되고 물이 끈적끈적할 정도로 투명도가 낮아져 2차적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심각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 인근 아파트연료탱크서 기름 유출/해수욕객 대피소동/부산 광안리서

    【부산=김세기기자】 부산시 남구 광안리 해수욕장에 3일 인근 삼익아파트 연료탱크에서 유출된 벙커C유 5백ℓ가 흘러들어 해수욕장이 크게 오염,피서객들의 수영이 한때 금지됐다. 삼익아파트 기름탱크에서 유출된 이 벙커C유는 지난2일 하오3시부터 남구 남천동 남촌어촌계 앞바다에서부터 조류를 따라 3일상오 광안리 앞바다 10만여평에 확산,약 1㎞의 기름띠를 형성했었다. 이 때문에 남천동 해안일대에서 해녀들의 작업이 중단됐으며 어선 50여척이 배밑에 엉겨붙은 기름을 제거하느라 운항을 못했다. 이에따라 남구청은 이날 상오10시를 기해 광안리 해수욕장의 입욕을 금지시키고 직원 1백여명을 동원,기름이 백사장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모래주머니 1천여개로 해안가에 방벽을 쌓는 등 기름제거작업을 펴 이날 낮 수영금지조치는 일단 해제했으나 기름띠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 쿠바 북한 소 경원 줄자 「공산경제」허덕인다

    소련의 석유공급 감축으로 쿠바가 상당한 경제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소련의 대북한 석유공급이 이미 감축됐으며 앞으로 군사원조도 축소될 것이라고 팔린 소공산당 국제부장이 밝힘으로써 북한도 쿠바와 같은 경제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련은 이같은 석유공급 감축이 국내생산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탈냉전 조류를 도외시한 채 사회주의 고수를 외치는 북한과 쿠바에 대한 우회적인 압력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련의 석유공급 감축으로 북한이 겪게 될 어려움,소련과 쿠바의 사정등을 알아본다. ◎원유수급 차질 북한/소의존 높아 30% 줄면 “산업휘청”/전력난 겹쳐 공장에도 제한송전 소련이 최근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삭감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소련의 이같은 대북한 경제원조 축소가 북한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련이 지난 7일 쿠바와 동구에 대해 국제시세보다 3배가량 싸게 공급해온 「대외원조용 원유」를 30% 삭감키로 결정한 이후 이들 나라들이 심각한 「오일쇼크」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소 경제의존도가 이들 나라보다 결코 낮지 않은 북한이 겪을 경제적 타격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원유수입량의 약 30∼40%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를 삭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소련이 비록 「정치적」이유에서 원유공급을 삭감키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심상치 않은 경제적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의 대소 의존도는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지만 지난해 3월 소련당국이 발표한 대북한 경제지원 내역에 따르면 소련은 54∼60년 사이에 13억루블을 원조했으며 소련상품이 북한의 총수입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7%나 됐다. 특히 북한의 대소무역의존도는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지난 87년 북한과 거래했던 세계 33개국의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수출은 14억6천만달러,수입은 20억7천만달러이며 이중 북한과 소련간의 왕복무역 규모는 총 19억5천만달러(전체대비 55%)로 2위인 중국과의 교역액 5억2천만달러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북한의 대외 채무액은 88년말 현재 약 52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1채무국 또한 소련이기 때문에 소련이 대북 경제압력을 가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소련의 원유공급 삭감이 미칠 영향과 관련,북한의 에너지 공급현황을 보면 석탄 70%,석유 30%로 비교적 석유의존율이 낮기는 하지만 현재 석탄의 생산실적이 목표량인 1억2천만t에 크게 밑도는 4천70만t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소련의 이번 원유삭감 조치는 설상가상의 어려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략생산부문에 있어서도 오는 93년까지 1천7백만㎾의 발전설비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추진실적은 6백90만㎾에 불과하며 연간 발전생산량 역시 목표량 1천억㎾H에 크게 못미치는 3백억㎾H로 심각한 전략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련은 북한의 전력생산을 증가토록 지원하기 위해 93년까지 총 1백76만㎾의 원자력 발전소(44만㎾급 4기)건설을 지원키로 합의했으나 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 거부로 인해 소련이 원자로 4기의 대북판매를 일단 중단했음이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에서 확인됨에 따라 이 계획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동력원료 연료로서 주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ㆍ석탄부문의 저조한 실적은 현재 북한의 공업생산과 경제건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을뿐 아니라 「제한송전」등 주민생활에도 엄청난 불편을 입히고 있다. 따라서 연간 80만∼1백만t 규모(전체대비 40% 정도)로 알려져 있는 소련의 대북 원유공급량중 그 삭감량이 30% 정도만 되어도 북한경제는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역길도 막힌 쿠바/연료 할당량 줄어 국민불만 팽배/에어컨 가동중지ㆍ버스운행 단축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대통령포고령을 통해 『제3세계에 제공되는 소련의 대외원조는 재정적으로 궁핍한 소련경제에 비춰볼때 감당하기 어려운 「사치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는 또 향후 『동구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 회원국과의 무역관계를 완전히 태환성을 갖는 통화로 국제가격에 따라 거래되도록 보장함은 물론 이같은 방침을 COMECON 이외의 국가들에게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포고령이 발표된지 5일 후인 지난달 30일 발렌틴 팔린 소련공산당 국제부장은 일본 산케이(산경)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소련이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을 이미 삭감했으며 앞으로는 군사원조도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외교책임자인 팔린의 이같은 발언은 고르바초프의 포고령이 이미 실시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소련경제가 대외 군사ㆍ경원까지 감축해야 할만큼 악화됐음을 시사한다는 점과 소련의 대북한 군사ㆍ경제원조의 감축이 경직된 사회주의체제의 유지를 고집하는 북한에 얼마만큼의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가지 측면에 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추진 5년동안 전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소련경제는 지금 글자 그대로 파탄 일보직전에 놓여 있다. 유일한 희망이라곤 고르바초프의 권좌유지를 희망하는 서방으로부터의 경제원조인데 그것도 소련경제의 탄력성에 회의를 품고 있는 서방기업들의 망설임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력의 낭비를 최대한으로 억제하겠다는 고르바초프의 의지표명이 제3세계에의 경제원조 중단으로 나타났다는게 소련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동구 각국과 쿠바는 이미 소련의 석유공급감축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 자유시장경제로의 점진적인 이행을 시도하고 있는 동구국들과는 달리 사회주의경제체제를 고집하는 쿠바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동구 각국은 가격인상등을 통해 미약하나마 수요를 억제할 「장치」가 있는데 비해 쿠바에선 연료할당량의 감축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는 사무실에서 에어컨 가동 중지령을 내렸으며 일부 지역에선 트랙터 대신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일이 다시 등장했고 자칫하면버스운행마저 중단될 위기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ㆍ군사적으로 대소의존도가 높은 북한 역시 쿠바와 마찬가지로 소련의 석유공급 감축이 오랜동안 계속될 경우 상당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25일 고르바초프의 포고령이 세계적인 탈냉전 분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쿠바와 북한을 의식했든 안했든 결과적으로 그것이 두 나라에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련의 석유공급 감축은 한사코 마르크스주의의 수성을 고집하는 쿠바와 북한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대소 의존이란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개방촉구의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 농작물 서리ㆍ우박피해 보상/1월부터 소급 적용키로

    ◎정부,재해대책법등 개정안 공포 농어가가 서리ㆍ우박ㆍ냉해ㆍ동해및 적조현상 등으로 농작물이나 수산양식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1일부터 복구지원을 받게 됐다. 또 어촌계가 바다의 공동어장에서 유료낚시터를 운영할 수 있으며 허가ㆍ신고어업도 면허어업처럼 어업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이같은 내용의 농어업재해 대책법ㆍ수산업법ㆍ마사회법 개정법률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1일 공포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법률은 각종 풍수해에 따른 피해지원대상을 지금까지 홍수ㆍ폭설ㆍ태풍ㆍ해일에서 서리ㆍ우박ㆍ냉해ㆍ동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이상조류ㆍ적조현상에 의한 수산양식물피해 및 시설물 피해가 없는 농작물ㆍ가축피해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풍수해로 70%까지만 지원하던 대파대에 종묘대와 비료대를 추가했으며 치어대를 신설했다. 또 이같은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법률을 지난 1월1일부터 소급적용키로 특례조항을 마련,지난 4월27일과 5월23일 내린 서리ㆍ우박피해 9천3백㏊에 대해 18억6천3백만원의 지원이 가능케 됐다. 수산업법 개정법률은 어촌의 마을단위 공동어업조직인 어촌계가 공동어장에 시장ㆍ군수로부터 유료낚시터를 지정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산자원의 보호 등으로 어업을 제한내지 취소하는데 따른 피해보상대상도 현재 면허어업에서 허가ㆍ신고어업까지 확대했다.
  • 기름띠 확산… 한려해상공원 오염/통영유조선 사고

    ◎해수욕장까지 번져 피서객 철수소동/해금강일대등 양식장도 큰피해 【거제=이정규기자】 지난 27일하오 경남 통영군 한산면 매물도앞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태양호(4백35t급ㆍ선장 유정일) 충돌사고로 유출된 벙커C유 5백드럼이 조류를 타고 계속 확산,청정해역인 해금강 등 거제도주변 한려해상국립공원과 거제군 동부면 학동해수욕장 등을 오염시키고 이 일대 1종공동어장 3백40㏊와 우렁쉥이양식장 90㏊,정치망어장 등에까지 큰피해를 입히고 있다. 29일 해경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사고첫날부터 일대해역 1백50m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유화제를 살포하는 등의 잇단 기름제거작업을 벌였으나 기름띠가 계속 번져 사고해역에서 12㎞떨어진 거제군 동부면 학동해수욕장 앞바다까지 밀려와 있는것을 확인했으며 2∼3일후에는 학동해수욕장에서 2∼3㎞떨어진 구조라해수욕까지 오염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에서 피서중이던 피서객 2천여명이 서둘러 철수한것을 비롯,기름띠가 거제군 남부면 해금강 갈곶마을과 도장포ㆍ라포ㆍ다대ㆍ저구리마을 해안선을 덮쳐 이 일대 1종공동어장ㆍ우렁쉥이양식장ㆍ정치망어장 등이 큰 피해를 입고있다. 기름에 뒤덮인 남부면 도장포마을앞 개펄과 방파제 등에는 기름덩이가 달라붙어 시커멓게 변했으며 앞바다에 쳐놓은 20여통의 정치망에도 기름이 붙어 그물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청관계자와 이 일대 양식어민들은 양식장 등 어장피해는 4∼5일정도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정도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름피해가 확산되자 거제군과 충무지구 해양경찰대는 이날 해경방제선 4척과 방제전문용역업체 방제선 2척,경비정 10척,행정지도선 1척 등 선박 15척과 방제요원 2백여명을 투입,사고해역인 통영군 한산면 매물도와 가오도주변과 거제군 남부ㆍ동부면 일대 해역을 중심으로 방제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남부면 일대 마을주민들도 가마니와 스티로플 등을 이용,어촌계별로 해안에 달라붙은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기름이 확산된 범위가 넓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효과적인 방제작업이 되지 못하고 있어 완전방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경은 30일 사고선박 선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후 신병처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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