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로 튄 AI 불똥
전국적인 확산 추세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공식행사로 불똥이 튀면서 각 지역의 행사 일정에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전북도는 대규모 생활체육대회를 1개월 연기했고, 경북도는 눈앞에 다가온 도민체전의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올해 경북도민체전을 개최하는 영천시는 대회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여서 대회가 연기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가 더 확산되면 이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비슷한 사례 늘어날 듯
7일 전북도와 경북도에 따르면 전북도는 지난 11일 군산시에서 도내 생활체육인 등 5000∼6000여명이 참석하는 도지사배 생활체육대회를 6월21일로 연기했다. 이는 지난 4월1일 전북 김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 계속 확산되면서 예방 및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14∼17일 4일간 영천 등지에서 열릴 예정인 300만 도민의 한마당 축제인 ‘제46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개최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도는 이와 관련, 조만간 축산 및 보건 당국, 도교육청 등과 함께 관계 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도민체전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영천의 한 농원에서 기르던 닭이 도내에서 첫 집단 폐사한 이후 조류인플루엔자가 도내 다른 시·군으로 계속 확산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도내의 조류인플루엔자 집단 폐사는 지금까지 13개 시·군에서 35건으로 신고됐다. 지난 1일 영천,6일 영천·경산·경주 등 도내 3개 지역 농가 등의 닭 폐사 원인이 고병원성으로 판명됐으며, 관련 바이러스(H5)가 검출됐다.
●준비 거의 마친 영천 울상
특히 도는 체전 주경기장인 영천시민운동장과 지난달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천 농원의 거리가 불과 1㎞도 되지 않아 자칫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김관용 경북지사(경북도체육회장)가 12일까지 일정으로 해외 투자유치 활동 중이어서 최종 결정을 내기는 어렵지만 관련 기관·단체가 만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천시는 최근까지 총 174억원(시비 104억, 도비 70억원)을 투입, 주경기장인 영천시민운동장과 보조 경기장 개선 및 주변 정비작업을 벌이는 등 행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 체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영천시내 곳곳에 대회 관련 각종 홍보물을 설치하는 한편 분야별 4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해 지난달 30일 발대식을 가졌다. 특히 시는 개막식 당일 2만여명의 인원이 몰릴 것에 대비, 금호강 둔치 등지에 3000대 수용규모의 주차장을 확보했고, 개·폐회식 땐 차량 2부제 및 초·중·고 수업시간 조정 등 교통대책을 마련했다.
도내 시·군 선수단 1만여명이 예약을 마친 영천을 비롯해 인근 하양·안강 등지의 100여 숙박업소에도 체전 개최 여부를 연일 문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대회보다 확산 방지 중요”
경북도 관계자는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 비상상황으로 예방 및 확산 방지에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조류인플루엔자가 진정 국면을 보이지 않으면 도민체전을 미루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민체전은 대표 선수 선발 때문에 10월 전국체전 이전에 개최해야 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