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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3대축 새해 조망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장기간 혼란으로 세계 최강국 정치 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일부 국가들은 미국 대선을 조롱거리로 비하시켰고,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나라들은 ‘미국 지상주의’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경제적으도 미국 경제의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위기이후 지속됐던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확장 패턴이 다원화할 조짐을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통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유럽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정립,세계 정치·경제 속에서 독자적 역할 구축을 가속화하고있다. 유럽도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며 동구권을 유럽연합(EU)에 포함시켜 세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유럽,아시아의 3개 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3대 축을 중심으로 펼쳐질 2001년 세계의 변화를살펴 본다. *미국. ‘미국도 별 수 없네’ 36일간 지루하게 계속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본 세계의 반응은‘어떻게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하는 것이었다.삼권분립,양당제도 등이 원칙적으로 지켜지는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나라에서 수작업 검표,부정선거 논란,당리당략,법정공방 등 후진국에서나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답게 미국은 ‘법’이라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를 가까스로 마무리 짓긴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세계인들은미국을 다시 보게 됐다.가장 강력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미국이란 국가도 내부 깊숙이 문제점들이 잠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외관상 미국은 인구 2억7,500여만명,면적 962㎢,140여만 병력과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수퍼 강국이다.백인,흑인,아시아인 등 이민에 의한 다인종 국가가 모인 ‘멜팅팟(melting pot)’으로 이러한다양성은 미국 발전의 원천이자 걸림돌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경제 종주국으로 미국의 경제는 예외없이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인적자원은 미국 경제를더욱 팽창시켜 오는 2010년 미국이 세계 GNP의 약 30%를 차지하게 될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미국은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다.50개의 주와 특별구인 워싱턴 DC가 합쳐져 만들어진 나라다.연방정부는 주 단위에서다루기 힘든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하고, 50개의 주에 최대한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어찌보면 각각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모인 미국은 지금까지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경영돼 왔다.하지만 이번 대선 혼란은 ‘완벽한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국의 정치학자들과 언론은 혼란의 원인으로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꼽고 있다.이번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는 2억6,000만명 중 1억명정도로 전체적으로 5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더욱 낮아 3분의 1만이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참여율이 낮은 까닭도 알고보면 미국의 양당 정치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념이나 당 운용체제의 차이점이 거의 없다.당과 당의 대표자들 자체가 무당파적 성격을 띠게 됐을 뿐 아니라 이러한 정당에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 역시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무당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고민은 10년 간의 경제 호황 속에 나타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 90년 2만2,979달러에서 98년 3만1,492달러로크게 늘어났지만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미 여론조사국에 따르면 월소득 5만∼10만달러의 고학력자나 상류층의 소득증가율은 20%를 기록한 반면 1만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순 재산이 95년 4,800달러에서 98년 3,600달러로 떨어졌다. 단순한 흑백 갈등을 넘어 히스패닉,아시아인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인종문제도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미국의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7월 백인 대 유색인종 인구비율이 1년 안에 역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캘리포니아 주민 3,400여만명 중 비(非)히스패닉계 백인이 1,740만명으로 아직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내년 7월 이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집단 간의 조화와 국민적인 일체감 형성이시급함을 나타낸다.미국 역사상 주요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에는항상 흑백의 인종문제가 개입됐으며,흑인들의 집단적인 분노 폭발 가능성과 소수 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백인의 증오범죄(hate crime)도언제 불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 제반에 걸친 문제에도 불구하고 21세기도미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폴 케네디 교수는 “앞으로 10년 후 핵전쟁이일어나거나 환경재앙이 없는 한 세계 최강국으로서 미국의 독자적인지위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예견한다. 그러나 정치 무관심과 민의수렴 실패,빈부 양극화, 인종간 갈등 등사회에 내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또 다시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진아기자 jlee@. *유럽. ‘대서양에서 우랄까지’의 통합은 이제 꿈이아닌 현실이다.대륙의지정학적 지형이 본격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비롯, ‘거대한 단일공동체’를 향한 유럽연합의 힘찬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은 지난해 12월11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정상회담에서 EU 확대 준비를 위한 주요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개 회원국인 유럽연합은 중부 및 동유럽의 옛 공산주의 국가들의 가입으로 2005년까지 27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가입 후보국으로 남아있는 터키까지 합치면 유럽연합은 28개국이 된다. 여기에다 2002년 7월1일이면 유럽 각국의 화폐는 유로화로 통일된다.유럽연합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일화폐를 토대로 경제통합을 이루는동시에 정치적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것. 99년 1월1일 출범한 유로화를 통해 유럽이 세계 최대의 단일 통화권이 되면 유럽의 국민총생산은 5%,1인당 실질 소득은 1,000달러 이상씩 늘 전망이다. 니스 정상회담에서는 6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 창설 문제도 합의를이루었다.미국을 주축으로 한 입김을 덜 받는 자신들만의 안보 보호막을 만든 것이다. 향후 유럽합중국 헌법의 기초도 마련됐다.니스 정상회담에서 만들어진 ‘EU기본권현장’은 유럽연합 시민 3억7,500만명의 시민권과 정치권,경제권,사회권 등 기본권리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이 이처럼 ‘하나’되기를 추구하는 것은 유럽사가 세계사의 대명사였던 ‘영광의 시대’를 되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피폐했고,세계사의 주도권을 잃게 됐다.이러한 진통 속에서 유럽은 통합의 역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유럽통합의 시발점은 프랑스 외무성이 1950년 발표한 슈망플랜.독일과 프랑스의 철광 생산을 관리하는 공동관리청을 두자는 것이었다.이후 유럽통합의 이상은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설립을 밑바탕으로 수많은 시련과 장애를 헤치며 현실화 과정을 밟아왔다. 오랫동안 유럽공동체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었다.공동시장의 창설,농업·운송·기술개발 영역에 대한 공동정책 등을 들 수있다. 92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체결된 조약은 기존의 공동체들을 하나의 유럽연합으로 묶었다.격변기인 89년에서 90년 사이에 일어난 동·서독 통일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유럽에는 새로운 상황이전개됐고 93년 11월에는 마침내 ‘EU’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유로화의 폭락으로 ‘하나의 유럽’은 난관을 맞고 있다.단일통화가 탄생하면 정치적 통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로화 폭락으로 정치적 단일체는 커녕 방대한 자유무역지대로 전락할위험에 봉착했다.유럽 전체의 번영과 안녕보다는 ‘개별국가 이기주의’의 표출도 걸림돌이다. 니스 회담에서는 회원국 확대와 관련,각국이 국익과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각료회의의 투표권을 재조정했다.강국인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는 소국들의 투표권이 늘어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어렵게 될 것을 원치 않았다.투표권이 적은 약소국들은 강국에 끌려다니게 될 것을 우려했다. 유럽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독일,프랑스,영국의 삼국지’도 한창이다.두 차례 세계대전의 장본인이자 동·서독 분단의 희생자로서 그동안 제 목소리를 변변히 내지 못했던 독일은 통일을 계기로 유럽연합의 정치적 통합을 주도하며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반면 통합에 소외됐다는 불만을 표출해 온 영국은 통합의 시련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프랑스와 독일의 불화도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역내 빈부격차가 심해 유럽통합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럽통합의 추진이 21세기 세계 역사에 큰획을 긋는 전기를 이룰 것임엔 분명하다. 이동미기자 eyes@. *아시아. “신사(辛巳)년에는 태세신(太歲神)인 뱀이 동남방에 자리잡아 아시아는 평화와 상업의 기회가 많은 행운의 해가 될 것이다….” 대만의한 유명한 역술가는 지난 연말 아시아의 2001년 한 해 운세를 이렇게점쳤다. 역술가들이 해마다 음력설에 앞서 관례적으로 내놓은 점괘겠지만 실제로도 아시아지역은 올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많이 갖고 있고,그러한 움직임을 보다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미국 중심에서 탈피,유럽 각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21세기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중국·싱가포르·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e-비즈니스 시대를 맞아 미국,유럽 중심의 세계경제에 아시아를 명실상부한 또 다른 한 축으로 발돋움시킬전망이다. 아시아지역에는 아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인도와 파키스탄의 핵개발 경쟁,필리핀·대만의 정치지도자 부패 및 스캔들,인도네시아·스리랑카의 민족·종교적 분쟁,북한·미얀마의 인권문제와기아 등 도처에 정치·사회적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2001년의 아시아는 지역연합체의 역동적 기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을 다시 확인하고,세계의 중심으로 힘차게 발돋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데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 ■미국·유럽과 대등관계 정립 아시아가 세계의 한 축으로의 위치를확인한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SEM이다.이 회의에서 아시아·유럽 정상들은 향후 ASEM의 기본헌장이 될‘아시아·유럽협력체제2000’을 채택, 양 대륙간 공동 번영을 위한중장기적 협력의 틀을 짰다.아시아 각국은 유럽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해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이는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국가들을 잇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이어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유럽 두 지역과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세계적으로 제3의 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ASEM에서는 세계적 관심사인 동티모르 문제와 코소보사태,중동분쟁이 중요 의제로 거론됐다.범세계적 차원의 군비통제와 군축,대량 파괴무기 비확산,국제마약거래,인종차별 등에 이르기까지 국경을초월한 광범위한 현안들도 논의됐다.아시아지역 국가들이 직·간접으로 얽힌 세계적 현안에 대해 미국·유럽 못지않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반증이다. ■세계에 희망심는 한반도 평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역사적 정상회담 성공과 이후의 남북 경협 및 교류확대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나아가 인류 평화에 대한 새로운 모델과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북한은 지난해 6월 남북한 정상회담 성공에 이어 7월엔 아시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포럼(ARF)에 가입했다.또 적극적인 대(對) 미국 외교와 유럽 국가들과의 잇딴 수교 등 빠른 걸음으로 국제무대에 오르고 있다.평화와 경제협력을 전제로한 북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제무대 등장으로 아시아지역 국가들을 포함,미국·유럽국가들과 긴밀한 협조체제에서 북한도 아시아의 일원,세계의일원으로써 당당하게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할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넘어야 할 경제위기 지난해 하반기 대만과 일본 정국의 불안,이어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탄핵 등 일련의정치불안으로 불거진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설은 올해 내내 아시아각국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아시아 경제의 우등생인 대만조차 위기설에 휩싸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있다.IMF를 비롯해 아시아개발은행(ADB),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경제기구들은 아시아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낙관하고 있다.그러나 경제에 관한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아시아로서는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숙제로 남아있다. ■아시아 경제의 핵,중국 중국은 제2 금융위기설에서 한발짝 비켜 서있는 듯하다.중국의 새로운 용트림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놀라게할 것이 분명하다.인터넷 붐을 몰고온 정보통신 혁명에다 꿈에 부푼서부개발이 코앞에 닥쳐왔고,연간 8%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한 위안화(元)의 위력도 세계적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한국과 일본 등 역내 주변국들은 자국내의 경제 침체 탈피를 중국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역력하다.세계 각국도 WTO 가입 이후 개방이 가속화될 중국 시장에 대해전 산업분야에 걸쳐 제1의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이제 아시아 경제의 꿈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새 도약의 조짐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중국의 통신정책을이끄는 신식(정보)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이동전화가입자가 8,500만명을 넘었다.올해 상반기에는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중국 통신단말기 시장을 에릭슨·노키아·지멘스 등 유럽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새해에는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의선진 정보통신 국가들의 진출도 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육철수기자 ycs@
  • [굿모닝 워싱턴] 美전통‘게임의 룰’지키기

    ‘세기의 조롱거리’가 됐던 미국 대선 혼란이 선거 후 5주여 만에조지 W 부시후보를 제43대 대통령으로 결정하면서 막을 내렸다. 지리한 소송,투개표에 대한 집착,거리에 나선 지지자들의 시위 등을보면서 미국 유권자들을 포함,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모범국 미국의 선거풍토가 과연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양 후보 지지자들조차도 끝없이 이어지는 소송,법리논쟁에 질린 표정들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도 중요하다.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선거와 자기 나라의 경우를 비교해 보았을 것이다. 패배가 확정된 날인 지난 13일 앨 고어부통령은 승자 부시에 대한 축하와 함께패자로서 지지자들에게 새 대통령을 믿고 따르도록 단합을 호소하는겸허한 연설로 뒤를 마무리했다. 너무나 끈질긴 소송싸움을 벌였기에 과연 이날과 같은 패배 인정·승자 축하의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었다.하지만 고어 부통령은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고 그의 연설은 많은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선거 후 혼란은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다.돌발적인 변수라는 게 정치판의 생리이며 그에 대응하려는 각 진영의 대응은 크고 작은 혼란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그동안 나타난 혼란과 갈등은 과거 많은나라들에게 민주주의의 교과서처럼 여겨져왔던 미국의 정치행태와는분명 다른 모습이었다.미국에 망할 징조가 보인다던가 후진국 선거혼란을 방불케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미국도 별수 없다’는 식의 조롱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13일 이후의 표정은 분명 여느 나라와는 다른 모습이 아닐수 없다.혼란 과정에서 어느 곳에서 투개표장 점거농성이 있었다던가양쪽 지지자들이 충돌해 불상사가 났다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판을 깨는 것이 아니라 안되더라도 이들은 법리공방으로 대응하되 판은 유지했던 것이다. 의회도 마찬가지다.다수당이 못되었다고 해서 상대당에서 영입을 모색한다든가 하며 인위적으로 유권자들의 표심과 다른 판 흔들기는 하지 않는 게 미의회의 전통이다. 고어 부통령은 이날의 깨끗한 패배 인정으로 많은 미국인들로부터갈채를 받았다.이런 깨끗한 마무리를 통해서 그는 자연스레 4년 후를기약하게 됐다. 최철호 특파원 hay@
  • 美 대통령 선거/ 넘치는 지구촌 풍자

    “신이여 저희를 앨 고어로부터 구하소서”(미국인 제프 호킨스),“우리에게 군주제가 존재함에 감사한다”(네덜란드인 카렐 포스툴라트). 미 대선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각 언론 지면과웹사이트들에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의대치 상황을 풍자하는 프로 및 일반 네티즌들의 해학과 유머가 넘쳐나고 있다. “미국이 ‘일렉투스 인터럽투스(electus interruptus)’라는 병을앓고 있다”.미국의 공무원 테드 보베는 선거(일렉션)가 중단(인터럽션)되고 있는 상황을 빗대 라틴어 병명처럼 만들어냈다. 대학교수인 수전 롱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정치적 ‘채드노빌(Chadnobyl)’에 의해 타격을 받았다”는 유머를 만들어 냈다.‘채드’는 플로리다주에서 유효표 판정기준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투표용지의 천공 부스러기.옛 소련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을 결합시킨 용어. 제3세계인들의 반응도 흥미롭다.스리랑카의 한 네티즌은 “미국은항상 다른 나라를 가르쳤다.이제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어떻게 그들의 지도자들을 뽑는지를 배워야할 차례”라고 꼬집었다.나이로비의한 시민은 “기표를 제대로 못한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미국에 의해 후진국 취급을 받아온 아프리카인들에게 미국조차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줌으로써 용기를 주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ABC 방송의 쇼 진행자 빌 메이어는 선거전 기간 내내 조롱거리가 됐던 부시 후보의 말 실수를 겨냥,“미국에서 혼돈과 무지의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걸 보니 이제 부시의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꼬았다. 몇몇 신문들은 “미국이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해 스스로와 자유세계를 통치하지 못하게 됐으므로 독립을 취소한다”는 엘리자베스 2세영국 여왕의 가짜 통고문을 실었다. 난마처럼 얽힌 대치상황을 풀 수 있는 갖가지 해법도 쏟아졌다.NBC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프로그램에서는 부시와 고어 후보가 대학생 사교클럽에서 처럼 공동 대통령이 되는 방안이 제시됐다.한 덴마크인은 “민주주의 모델국가에 대한 신망을 무너뜨리고 있는 미국의 두 대선 후보는 차라리 동전 던지기를 해서 대권을 얻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내셔널 퍼블릭라디오에 전화를 건 한 청취자는 “두사람이 진정한 신사라면 18세기 방식대로 결투를 벌여야 할 것”이라며 흥분했다. CBS의 코미디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대선 판도 보도에서 자주사용된 지도를 빗대 “부시는 빨간 주(州),고어는 파란 주의 대통령이 되면 될 것”이라는 해결책을 마련했다.레터맨은 “만일 이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을 플로리다주에보내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을 유혹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색다른 방안을 권고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에 기고한 한 네티즌은 “정의의 미국인들이여,더러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 사람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왔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플로리다州 대선 검표 현지 표정

    “이곳이 미국 맞느냐.선거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이런 나라가미국이었단 말인가”,“헌법의 기반이 무너졌다.200년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플로리다주 주도 텔러해시와 남부 팜비치카운티에서는 주 당국과 연방정부의 공신력이 이미 땅에 떨어져 있었다. 대통령 선거일 나흘이 지난 12일까지도 대통령을 뽑지 못하고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것에 주민들은 자조섞인 푸념을 토하며 허탈해했다.인구 10만명이 조금 넘는,플로리다주 울창한 숲속에 가려진 조용한 도시 텔러해시의 주민들은 전세계에서 몰려온 뉴스매체들이 끊임없이 들이대는 마이크에 이미 지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재검표를 책임진 봅 크로포드주 투표검표위원회 위원장이일부 카운티에서 재검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을하자 주민들은 “또 검표냐”며 3번째 검표 방침에 머리를 저었다. 이들은 투개표 과정에서 기표용 전자판 디자인 논란이나 집계에서의누락, 투표함 유기 등 드러난 일련의 관리허점보다는 이로 인해 절차가 중시되던 미국의 민주주의가정지된 채 세계로부터 눈총을 받는데더 허탈해 했다. 한 주민은 “미국이 세계 민주주의의 본보기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말이됐다”며 분노했다. 10일 오후 주내 개표상황이 집계되는 텔러해시 중심 주의회 의사당건물 앞마당에 물려온 500여명의 플로리다 A&M대학 학생을 대표해 학생회장 제이 하워드(19·여)가 외친 말은 전체 미국인들의 말이었다. 박물관이자 의원총회관 건물을 중심으로 주상원과 하원,법원 건물들가운데에는 주민들을 위한 광장이 마련돼 있으며, 이곳은 현재 투개표 논란 항의의 장소로 붐비고 있다.주민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셀수 있는 투표숫자의 논란이 아니라 연일 민주·공화 양쪽으로 나뉘어피킷을 들고 TV카메라를 쫓아다니는 패거리 싸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팜비치 카운티 검표작업장에 8살짜리 딸과 함께 ‘역사의 현장’을보러 나왔다는 홀리 샌더스(32)는 “분명 이번 선거는 규칙에 절대순응하며 선거에서의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던 과거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상황은 벌써 이곳에서도 연방주의의 기초로 여겨져온 선거인단 투표제에 회의를 던지며 국민총선거제로의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수천㎞ 떨어진 오지에서도 지분을 들고 대선에 참가하도록 만들어진선거인단제도는 미국을 세운 국부들이 짜내 이미 200여년 지속된 연방주의의 핵심이다.“어느 선거제도나 문제는 있다”는 주민 마이크키산느(37)는 “선거인단 투표제가 직접투표제로 바뀌어 다시 논란을빚을 때에는 어떻게 하겠느냐”며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헌법수정주장자들에 물음을 던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제도의 문제나 피켓을 든 국민들이 아니라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서로의 대권욕에 사로잡힌 채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데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미국민들에게 전해진 이날의 첫 소식도 공화당 조지 W 부시 진영을 대표해 제임스 베이커 전국무장관이 던지다시피 발표한 소송 소식이었다. 부시 후보의 명의로 연방법원에 소장을 냈다는 베이커 전장관은 “수작업 재검표는 특정정당에 치우칠우려가 있기에 전자집계가 오히려 공정하다”면서 “우리는 수작업 검표를 정지시키는 소송을 냈다”고 흥분했다.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회견장으로 쓰이는 주상원본회의장 앞에는 고어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하고 있었다. 민주당 역시 문제의 팜비치 카운티 주민에 의해 제기된 재선거 등을요구하는 8건의 소송을 은근히 부추기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시진영이소송 제기를 발표하는 시간,주정부 건물 앞 먼로가에서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까지 찾았던 재향군인들이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죽음도 마다 않고 전장을 누볐던 이들이건만 발걸음은 이날 따라 너무나 무거웠으며 대형 성조기는 힘을 잃고 늘어져 있었다. 텔러해시·팜비치카운티(플로리다주) 최철호특파원
  • 美 대통령 선거/ 美민주주의 자존심 ‘상처 투성이’

    [탤러해시(미 플로리다주) 최철호특파원] 절차를 중시하고 긍지를가져왔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 치열한 경합 끝에 벌어진 미국의 2000년 대선전은 선거 과정에서의헐뜯기는 물론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투표과정에서 불그러진논란으로 대선 과정 자체가 세계의 조롱거리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양당제 정치의 허점인 양자대립 상황을 여실히드러내면서 마침내 여론마저 두 개로 쪼개버리는 병폐를 낳고 있는것이다. 애초 지난 11월7일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국내여론이 민주 대 공화로 양분되는 현상을 목격했던 미국내 지식인들은 이제 플로리다주 투·개표 상황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있다고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서 발생한 투표용 전자기표기 시비 사건은 고의성의 여부를 떠나 주민들이 재투표를 요구하는 대선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전개되면서 헌정중단의 우려마저 안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선거인단 25석의 향배가 이번 대선을 결정짖는 핵심변수가되면서 마침내 시비가 법정으로까지 갈 우려가 크다. 만일 플로리다주 법정이 선거관련 소송을 받아들여 재판을 벌일 경우 미국의 행정부 운명이 사법부의 손에 맡겨지는 또하나의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행정부의 수반이 누가 될 것인지 사법부의 결정에 의해좌우되는 것으로 3권 분립의 기초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행정재판을 관할하는 판사는 선거의 무효에서 재투표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만일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경우 이마저도 무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이 경우 사법부마저 부정되는 것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멈춰서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미 정치계의 지도자들이나 국민여론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나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만을 고집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커 보인다.주지하다시피 미국의 여론은 이번 선거에서 철저히 양분됐다. 개표 결과 발표가 17일까지로 유예되면서 얻은 앞으로 약 1주일간의 시간은 어쩌면 200여년의 미국 민주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아시안컵축구 “일본은 포효하며 8강 한국은 비틀비틀…”

    한국축구가 외국 언론들의 조롱거리로까지 곤두박질 쳤다. 프랑스 AFP통신은 21일 “일본은 포효하며 8강에 들었고 한국은 다리를 절며 뒷문으로 들어갔다”며 2002년 월드컵공동개최국 한국과일본의 제12회 아시안컵축구대회에서의 엇갈린 행보를 보도했다. 또 허정무감독과 트루시에 일본 감독의 처지에 대해서도 “허감독은국내에서 쏟아지는 사임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나 트루시에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8강에 이은 이번 대회 선전으로 2002년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이 확실시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AFP는 한국이 예선의 부진을 딛고 우승후보 이란을 8강전에서 잡거나 일본이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탈락하면 두 감독의 처지는 역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8강에 올랐지만 상황은 하늘과땅. C조에 속한 일본은 3경기에서 13골을 터뜨리며 조 수위로 8강에안착했다.실점은 3골뿐.이에 견줘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8강행 지푸라기를 잡았다.3경기에서 1승1무1패 5득점 3실점 했다. 한국과 일본은 8강전 이후에도 대조적인 행보를 할 가능성이 없지않다.조 1위를 차지한 일본은 8강전에서 이라크와 만난다.이라크도중동의 강호이기는하지만 한국이 8강전에서 맞붙는 이란보다는 한수아래로 평가되고 있다.일본은 준결승전에 오르면 중국-카타르전 승자와 만나게 돼 8강전보다 오히려 손쉬운 경기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8강전에서 지난대회에서 2-6의 참패를 안겨준우승후보 이란과 맞붙는다.더구나 4강에 오르더라도 쿠웨이트-사우디전 승자와 겨뤄야하는데 한국은 예선에서 쿠웨이트에 0-1로 패했고사우디는 지난대회 우승팀이어서 모두 버거운 상대다. 박준석기자 pjs@
  • “놀고 있네”…DJ. DOC-크라잉 넛 22일 콘서트

    “놀고 있네”이 말은 방송에 의존해야만 하는 가수와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팬들,정직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방송과 라이브무대에 나와 립싱크만 하고 은퇴와 컴백을 밥먹듯이 하는 가수들을향해 내뱉는 DJ.DOC와 크라잉 넛의 조롱이자 야유다. 문제아 그룹 두 팀이 뭉쳐 오는 22일 오후6시 서울대 노천극장에서‘놀고 있네’란 제목아래 콘서트를 갖는다.공연 수익금 일부는 독립예술제에 기부한다.1588-7890두 그룹 모두 방송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라이브 투어와 ‘길보드’,입소문에 의해 비주류 설움을 털어버린 특이한 존재들.DJ.DOC는‘런 투 유’‘비’‘부기 나이트’‘알쏭달쏭’ 등을 부르고 크라잉넛은 ‘서커스 매직 유랑단’‘다 죽자’‘말 달리자’ 등을 들려준다.원타임 쟈니로얄 레이지본이 함께 한다. 임병선기자 bsnim@
  • [굄돌] 남자 안의 여자

    “낙엽 뒹글고,찬바람 부는 계절 탓인지 괜히 가슴이 시리고 눈물이납니다.” 며칠 전 나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한 사람은 계절을 심하게타는 소녀도,사랑에 빠져있는 여대생도 아닌,스스로 ‘곰’이라고 자처할 만큼 몸집이 크고 씩씩한 한 남학생이었다.그는 성격도 활발하고 자신만만해서 매우 믿음직한 느낌을 주던 학생이었다.그런 그에게서 들은 이런 감성적인 고백은 참으로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나에게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남성들은 자신의 감수성이나 연약함을 드러내지않는 참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다.남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울면 안된다는 것이 어릴 때부터 키워진 감정의 철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중 상당수는 자기가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거나,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고,그리고 자신의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여자같은 남자로 취급받거나 조롱 받을까 봐 스스로의 감정을 억압한 상태로 있었다. 그들이 억눌린 감정을 때때로 쏟아 내거나 폭발시킬 때도 그 폭발성조차 남자다운 자기주장이라고 합리화 해왔다.이러한 전통적인 남성의 조건은 예민하고 섬세한 여성들과 괴리감을 만들며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을 조장하였다.즉 남녀간에 각자의 섬을 만들며 서로를 고립시켰고,서로 다른 삶의 정서 속에서 이질화되어갔다.그러므로 감성의 진실한 싹을 보여준 ‘곰’ 학생의 모습이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가부장적 제도와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서 자라난 한국의 남성이 여성의 정서와 감성을 닮기 시작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바람에 낙엽이 구르는 광경을 보며 가슴이 시릴 줄 아는 남자,왠지이유 모를 물기가 눈가에 번져나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남자,경직의고리를 풀고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남자,남자 안의여자,몸 안에 숨어있는 여성성을 붉은 석류처럼 터트릴 줄 아는 남자가 이 아름답고 찬란한 가을에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 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 야생동식물 ‘寶庫’ 칠·갑·산

    ‘충남 알프스’로 불리는 청양군 칠갑산(해발 561m)이 희귀 동·식물이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조류전문가 백운기(白雲起·39)박사 등 국립중앙과학관 소속 연구원 4명과 함께 칠갑산일대의 야생 동·식물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 670종, 곤충 139종, 조류76종, 어류 24종 등 총 909종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우선 조류로 천연기념물인 원앙(제327호) 30∼40마리가 계곡과 산정상에서 금강까지 이어지는 청양읍 지천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고 맹금류인 붉은배새매(323호)와 황조롱이(323호) 등도 산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환경부가 보호 야생조류로 지정한 말똥가리(제19호)와 알락해오라기(3호)도 자주 관찰됐으며 쇠오리 등 오리류는 산 정상의인공호수인 천장호에서 집단 월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로는 보호 야생식물인 천마(제15호·난초과)와 산작약(26호·미나리아재비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은방울꽃,매발톱꽃,깽깽이풀,금낭화,금새우란,범부채,심초롱,제비동자,노루오줌,개미취,앵초 등 희귀식물 20여종도 다수 자생하고 있다. 어류는 고유 특산어종인 각시붕어,칼납자루,중고기,참중고기,긴몰개,돌마자,참종개,눈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 등 10종이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장곡사 주변 지천과 계곡에 다수 서식하고 있다.또지천 곳곳에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다. 백 박사는 “야생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칠갑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하거나 ‘휴식년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
  • “야생동물 치료해주세요”

    부상을 입은 야생조수에 대한 신고와 치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시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심하게 다친 야생조수 23마리를 발견해 동물병원에서 치료,원기를 회복한 18마리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숨진 5마리는 묻어주거나 경성대 조류연구소에 실습용으로 기증했다고 24일 밝혔다. 치료받은 야생동물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4마리와 고라니 3마리를 비롯,기러기와 너구리,도요새,해오라기 등이다.부상을 입은 야생조수가 몰리면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시가 올해 편성한 예산 100만원이 상반기에 이미 동난 상태다.이에 따라 시는 추경예산을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지원액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돌아온 서태지 ‘하드코어’ 타고 팬들 곁으로

    언더밴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하드코어 장르가 주류 음악시장 진입에 성공할까. 8일 솔로 2집 ‘COME 0908’을 발표한 데 이어 9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속에 컴백공연을 치른 서태지의 제2음악인생을 관전하는 포인트. 강렬한 헤비메탈과 랩을 절묘하게 결합해 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의지를 표출하는 하드코어(또는 핌프 록)는 90년대 중반 국내에 유입됐으나 주류시장 입성에는 한계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의 선택은 그래서 뮤지션으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려는 ‘모험’으로도 읽힌다.그가 4년7개월의 미국생활을 접고 돌아와 하드코어를 ‘조준’된 것은 당연한귀결이라는 시선도 있다.미국의 주류음악이 하드코어이고 국내 시장을 이끄는 10대들도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앨범 수록곡들은 거친 기타음이나 컴퓨터음,스크래취를 주조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숨쉴틈없이 내뱉지만 미국이나 국내 언더밴드의그것에 비해선 ‘소프트’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멜로디를 살리고 래핑의 볼륨을 높여 드럼과 기타 소리에 파묻히지 않게 하는 등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10대 팬들을 배려한 흔적이 짙다. 세션 연주인들의 뛰어난 실력과 노이즈 없이 깨끗한 믹싱기술은 분명높이 사야할 대목.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는 그의 여리고 귀여운목소리를 맛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곡으로 다른 곡들에선 내지르고포효하는 목소리를 맛볼 수 있다.‘날 바꿨던 어떤 답안지’라는 가사에는 제도교육에 대한 원망을 담았고 이는 곧 ‘마니아가 영웅’이라는 메시지로 발전한다. ‘너 다시 내게 짖궂게 굴 땐 가만 안두리라’라든가 ‘네 잣대로다우릴 논하다 조만간 넌 꼭…’ 등으로 팬들과의 결속을 강조하고 그를 둘러싼 외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질주하는 기타와 드럼 연주와 다채로운 리듬 패턴의 변화,저질이 판치는 인터넷 세상을 겨냥해 속사포같은 조롱을 내뱉는 ‘인터넷전쟁’은 단연 발군.부패한 사회를 꼬집은 ‘대경성’ 등에선 그의 사회비판 인식이 더욱 묵직해졌음이 느껴진다. 연주곡 ‘표절’에선 자신의 노래를 살짝 표절(?)하는 재치도 발휘하고 마지막 트랙을 8분 기다리면 히트곡 ‘너에게’가 메탈로 편곡돼흘러나온다. 앨범이 나오기 하루 전 인터넷에 MP3 무료다운 사이트가 등장하고 레코드점에는 그의 음반을 구입하려는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폭발적인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새로울 게 없다’라든가 ‘대중이 그를 지지할 지의문’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반면 팬들은 ‘기다린 보람이 있다’(유선옥씨)고 반색한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들을수록 음악의 중독성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과거 그의 데뷔때 전문가들이 짜게 평점을 매겼던 일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기획력에 짓눌려 발라드와 댄스로 판박이된 가요계에그의 하드코어가 얼마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지 사뭇 궁금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대한광장] 북한 불변 논의의 反통일성

    “그들이 당장 나가겠습니까?… 주한미군 문제는 우선 그들 스스로가 우리민족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향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발언이다.이러한 충격적인 북한 변화의 징후는 최근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조건부 미사일 개발 중단,중국개혁 지지,남북외무장관 회동,대남 비방 북한 먼저 중단,남북외교 공조 등이다.어디 그뿐인가? 북한의 잠수함기지인 장전항이 남한 관광객의 출입구가 되었다.또 무려350개의 상설시장이 생겨 북한주민의 90% 이상이 시장경제를 체험하고 있다. 휴전선상에 놓여 있는 개성에 남쪽이 주도하는 공단이 곧 들어선다.또 끊어졌던 경의선 철도가 복원되어 남북 물자교류가 급류를 타게 된다. 이제 북한은 남한에서 불어오는 남풍에 전적으로 노출되고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이러한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남녘 땅의일부 언론, 정치세력,지역분열주의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이 변하지 않았는데우리만 앞서 나간다고 야단을 떨며 정상회담 죽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김위원장의 진지함과 소탈함까지도 돌출적이고 의도적인 것으로 비하되고,주한미군에 대한 유연한 북한의 대응도 연막탄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정상회담 분위기 때문에 우리의 안보관이 해이해졌다고 외친다.그래서 6·15공동선언의 금자탑인 자주적 통일과 연합제와 연방제가 결합한 통일방안합의와 국가보안법 철폐 등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이없게도 노벨평화상 저지를 위한 외국행까지 계획하기도 해 이들의 돌출행동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뻔했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성을 가진다.첫째,북한의 변화는 정권이나 체제가 망해버리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변화가 아니라고 본다.둘째,그러면서도 이곳 남한의 조그만 변화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안증세를 나타내는 반동 지향적이다.셋째,이 결과 북한 붕괴에 의한 남한의 일방적 흡수통일 외에는 길이없다는 철칙을 견지하고 있다.넷째,특히 한·미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된다고보면서 대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정당한 목소리를 반미주의로 확대·왜곡하는 숭미 예속주의 경향을 띤다.다섯째,얼마나 호색한,잔인,무능,대인기피증 환자 등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낙인찍고 북한을 왜곡하였는가 하는 과거의 자기 잘못에 대한 추호의 반성도 없다.여섯째,자기논리의 정당화 구실을 주로 군사안보 제일주의에서 찾고 있다.일곱째,그들은 자기의권력기반을 분단에 의존하고 있는 냉전분단 기득권 세력이다. 이러한 인식논리로는 통일시대를 풀어나가 민족통일이라는 대위업을 이룰수 없고 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평화공존과 통일은 기존의분단 냉전체제를 허물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커다란 변화의 과정이다.사회변화는 필연적으로 옥동자를 탄생시키는 산모의 진통을 요구한다.이 일시적진통기에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첫째,북한도 변하고 남한도 변하여야 한다.서로가 변하지 않고 남쪽은 기존의 적대체제를 유지하고 북쪽만 변하기를 요구한다면 이는 북한을 내부식민지로 만들자는 것이다.둘째,남북관계의 변화는 여유있고 역량이 높은 남쪽이먼저 물꼬를 터야만 한다.북한은 생존권에 허덕이고 있고, 그 경제력은 남한의 20분의 1도 되지 못할 정도이므로 남한이 앞설 수밖에 없다.셋째,이제까지 우리는 미국 추종 일변도의 안보,외교정책 등을 펼쳐 왔다.그러나 결과는끊임없는 외세 주도의 전쟁 위협과 한국 국민의 인권, 환경권,생활권,자주권등의 침해였으며 분단의 골은 결코 메워지지 않았다. 자성과 개선이 요구된다.다섯째,이제 우리의 역량을 소모적인 남북 적대가 아니라 일을 되도록 하는 데 모아야 할 것이다.과거 55년 동안 앞의 분단기득권 세력의 주도 아래이루어진 소모적인 대결은 분단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이러한 변화 지향적인식과 실행,변화를 위한 진통의 적극적 감내(堪耐)만이 우리를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대장정과 아름다운 미래로 이끌 것이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
  • 천연기념물 백로 탄천에 나타났다

    경기 용인지역의 생활하수 무단방류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탄천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쇠백로,노랑부리 백로 등 휘귀 조류 1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성남시가 최근 자연형 하천 가꾸기 운동의 하나로 경원대에 의뢰해 실시한탄천 생태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천 성남시 구간에는 해오라기와 검은댕기해오라기, 중대백로,쇠백로,붉은머리 오목눈이 등 14종에 모두 100여마리가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엔 노랑부리 백로와 왜가리까지 찾아와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분당 주민들에게 정감을 안겨주고 있다. 또 탄천 서울구간에는 이들 조류 외에 흰뺨 검둥오리,꼬마 물떼새,검은머리흰쭉지,깝작도요,박새,밭종다리,꿩 등 모두 22종에 226마리가 발견됐다. 이처럼 희귀 조류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하수처리시설 확충 등으로 탄천의 수질이 호전되고 있는 데다 토사 유입으로 식물군락이 늘어나 서식환경이개선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민관 공동조사단 건의, 동강댐 철회·보호지역 지정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강원도 영월댐 공동조사단(단장 朴元勳)은 2일 동강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정부 수질개선기획단에 제출했다. 공동조사단은 또 영월댐 건설 포기의 대안으로 홍수조절용 댐 건설을 건의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정회의 등을 거쳐 최종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동강 유역에는 황조롱이와 원앙새 등 천연기념물 13종을 포함,1,800여종의 동물과 1,000종에 가까운 식물이 서식하는 등생물 종 다양성이 높으며 지석묘 등 구석기 유적들도 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동강지역을 천연보호지역이나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제안했다.그러나 조사단은 영월댐 건설계획의 백지화로 오는 2011년쯤 기존 예상치 11억t보다 많은 18.8억t의 물 부족 현상과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도운기자 dawn@
  • [외언내언] 대중가요의 수준

    건전해야할 대중가요가 날로 저속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듣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대중가요다.그런데 최근 일부 대중가요의 내용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저속어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는 17일 ‘DJ DOC’(디제이 덕)의 5집 앨범이 남녀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와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이유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를 금지시켰다. 또한 서울 강남 경찰서장과 경찰간부 21명은 DJ DOC 멤버 이근배씨와 앨범제작회사 (주)새한을 상대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이들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3인조 인기그룹인 ‘DJ DOC’은 새앨범에서 경찰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원색적인 욕설을 담고 있다 한다.경찰이 배포금지가처분신청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은 경찰청장 등이 모인 간부회의에서 ‘DJ DOC’프로덕션의 소재지역을 관할하는 강남경찰서가 대표로 고소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이것봐, 포졸이! 내 말좀 들어봐!…새가 날아든다 웬갖 짭새가 날아든다.… 문제야 문제, X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민중의 지팡이, 흥 X까다.” 국가공권력을 온갖 욕설과 비속어로 조롱하고 있는 이 가사는 창작의 자유를 넘어선 방종과 만용이다.이런 노래를 불러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남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더구나 ‘DJDOC’멤버들이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 등으로 수차례 경찰에 불려온 것에 앙심을 품고 사사로운 감정을 노래에담아 공권력을 모욕했다면 더욱 용납되기 어렵다. 지난 총선때 대중가요 ‘바꿔 바꿔’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정치변혁의 큰 역할을 하였듯이, 비록 쉽게 부르고 쉽게 잊혀지는 대중가요일망정 시대정신과 대중의 정서를 담는 것이 바른 자세이다. 선대들은 그렇지 않았다.한말 판소리 ‘새타령’의 가사를 살펴보자.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보아라 종달새 이산으로 가며 쑥국쑥국 저산으로 가며 쑥국쑥국/어야허 어이야 디야허 등가 내사랑이라” 여기서 말하는 ‘남한산성’은 남원의 지명이아니라 ‘남은(餘) 산성(山城)’곧 일제가 지배하지 못한 의병의 주둔지를 말하고, ‘이화문전(梨花門殿)’은 이왕문전(李王門殿)의 뜻으로 조선왕조를 지칭한다.수진이(사냥매) 날진이(야생매) 해동청(海東淸) 보라매는 모두 한국의 전통적 사냥매를 일컫는것으로서 여기서는 의병을 가리킨다. ‘종달새’는 백성(민중)을, ‘쑥국’은 수국(守國) 즉 나라를 지키자는 뜻이고, ‘어야허’는 호국신을, ‘등가(登歌)’는 궁중의 종묘악으로 국태민안을 축원하는 아악을 말한다. 무엇을 의미하는 가사인지 짐작할 것이다.선대들은 이렇듯 판소리 가사 하나에도 애국충정을 담았던 것이다. 金三雄 주필 kimsu@
  • 지리산 바래봉 철쭉, 만산 紅花… 능선 따라 선연한’불꽃’

    그 모양이 바리때(스님의 밥그릇)를 엎어놓은 듯해 이름붙여졌다는 지리산바래봉(1,165m).만복대∼세걸산∼덕두봉으로 힘차게 이어달리던 지리산의 서북능선이 마침표를 찍는 자리인 이곳 바래봉에서 백두대간의 철쭉 북행이 시작된다. 전북 남원시 운봉면 뒤편 야트막한 구릉에 자리잡은 국립종축원 남원지원. 구제역으로 소와 양,염소들이 축사에 묶여있어 목초지를 뛰노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뭐 이런 산길이 다 있나 싶을 정도인 목장로를 5월 땡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올랐더니 키가 2m는 족히 될법한 철쭉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잡목들 사이에서 생명을 유지하려 웃자라서 그런 거예요.15년전만 해도 이길조차 철쭉 천지였는데…” 등산객 강일영(49·서울 종로구)씨는 끝없이 이어진 상춘객들을 돌아보며 연신 혀를 찬다.사람의 손길을 타 산허리춤과 8부능선 위에서야 철쭉의 자생군락지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1시간쯤 올랐을까.”더럽게 재미없네”소리가 절로 나오는 목장로를 터벅터벅걷다 뒤를 돌아본다.운봉마을과 지리의 마지막 족적(足跡)이 한눈에 들어온다.돌연 눈옆을 스치는 조인(鳥人).결코 거칠다 싶지 않은 바람을 안고서 패러글라이더는 한마리 새처럼 길을 따라 오르는 등산객을 한껏 조롱한다.길섶을 계속 장식하는 철쭉덤불을 무시한 채 30분쯤 오르니 정상.맞은 편 천왕봉봉우리를 시작으로 노고단,반야봉등 활달하게 내달리는 지리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이 시원함,장쾌함은 잘 알려진 지리 종주능선에서와는 또다른맛을 안겨준다. 정상아래 잘 가꾸어진 초지도 일품.뉴질랜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구릉마다 푸른 빛이 이어진다. 쭉쭉 뻗은 침엽수림 아래 팔을 베고 누우니 구름이 인사를 건넨다.능선 저쪽은 푸른 초원,이쪽은 철쭉.그러나 심한 가뭄과 냉해현상 탓에 꽃몽우리조차 터뜨리지 못한 철쭉들은 길손들의 가슴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실망감에 젖어 팔랑치 쪽으로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오메,산불 나부렀네”하는 탄성이 이어진다.여기가 진짜. 정상에서 팔랑치까지 1.5㎞ 능선이 온통 철쭉군락을 이루고 산에 불이라도낼듯 제색깔을 뽐내느라 열심이다.몇년전만까지만 해도 정상부근까지 방목했던 면양의 분뇨와 초지 조성에 들어간 자양분이 이처럼 장대한 '철쭉 교향곡'을 낳았다. 이곳 철쭉은 꽃이 붉은데다 잎이 작아 한반도 여느 철쭉보다 화사한 맛이 그만이다.백두대간 철쭉은 이곳 바래봉에서 시작해 노고단,천왕봉으로 옮겨붙어 덕유산으로 소백산으로 이어지다 정선 두위봉에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는다. 글·사진 남원 임병선기자 bsnim@. *산행 발길 부르는 '철쭉물결'. 바야흐로 철쭉의 계절.새롭게 각광받는 정선 두위봉(1,466m)과 강진 흑석산(650m),가평 연인산(1,068m)을 소개한다. □두위봉 산의 서쪽과 북쪽,동쪽을 에두르는 태백선의 함백,자미원 그리고증산역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함백마을에서 시작해 단곡계곡∼감로샘∼아라리고개∼철쭉군락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살아서도 천년,죽어서도 천년을 썩지 않는다는 커다란 주목나무 두그루를 둘러본 뒤 도사곡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가 인기다.6월초가 되어야 철쭉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단종 유폐지인 청령포와 단종묘인 장릉,고씨동굴과 온달성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0373)578-3084 □흑석산 설악산 공룡능선을 뺨치는 암릉의 풍치와 함께 철쭉이 흐드러지게피어나는,몇 안되는 자생군락지의 하나.멀리 무등산과 다도해를 조망할 수있는 독특한 매력도 지녔다.강진군 성전면의 제천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해 관목숲이 우거진 별매산을 올라 기암괴석이 멋들어진 가학산을 거쳐 흑석산 정상에 오른다.가래재로 가는 길에 철쭉군락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즐길 수도있다.(0634)32-8642 □연인산 이름도 없던 산에 2년전 가평군 지명위원회가 '연인들의 사랑이이루어지는 곳’이란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수백만평 규모로 피어있는 철쭉이 볼만하다. 37번국도로 가평까지 가서 363번 지방도를 타고 북면 목동리를 거쳐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가평읍에서 하루 4번밖에 없는 백둔리행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백둔자연학교에서 시작해 깊은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장수능선으로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하다.승안리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용추구곡이 숨겨져있어 계곡과 철쭉을 함께 즐길 수 있다.(0356)582-0088 *지리산 바래봉 철쭉 가는길. □가는 길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익산IC를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을 지나 24번 국도로 운봉읍에 이르는데 4시간여가 족히 걸린다. ▲대중교통 남원에서 운봉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이도 저도 귀찮고 당일산행을 계획했다면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조심 등산로 초입의 운봉중학교부터 줄을 서야 진입할 수 있다.산길이 좁고 철쭉덤불이 우거져 양보 산행을 해야 한다.따라서 주말은 결단코 피하는것이 철쭉의 묘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길.입장료 1,000원. □이런 재미도 하운부에 이르는 하산길은 가파르기 그지 없어 발목부상을 조심해야 한다.상대적으로 사람의 손길을 적게 타 계곡이 깊고 시원하다.1시간만 위로 오르면 뱀사골 초입이고 잘 정비된 민박촌이 길손을 맞는다.
  • 남북정상회담 4차 준비접촉/ 北 “남한언론 너무 앞선다”

    북한이 남한의 언론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2차 준비접촉에서 80명 규모로 의견을 모았던 취재기자단 수를 지난 3일 열린 3차 준비접촉에서는 40명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북측 대표단은 “남한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의를 진행시킬 수 있느냐”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전해졌다. 또 지난 4일자 평양방송은 논평을 통해 “남한 외교 관계자들이 해외에서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고 대화 상대방을 모독하는 자극적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양방송은 또 “이들의 불순한 언동을 광고하는 남조선 언론들에 대해서도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남측 취재기자들이 평양에 많이 오는 것이 내심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북측은 남한 언론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남북간 접촉 때마다 남한 기자들이 약속된 사항을 지키지 않고 불시에 북한주민들을 만나 까다롭고예민한 질문을 하거나 일부 지역을 마음대로 찾아다녔다는 점에 대해 매우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남한 언론사의 특성상 취재 및 특종 경쟁을 벌여 자칫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워하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0년대 방북한 남측기자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그 장면을 찍고 북한이 못산다는 대답이 나오도록 유도했다는 사건은 북한이 남측기자들의 방북 때마다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표적 교양사례였다. 또 지난 85년 9월 ‘남북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시 남한측기자가 “해수욕을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질문에 북한 여성이 “묘향산으로 간다”고 대답하자 북한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으로 기사화해 불만을 샀다. 이와 함께 북한은 3차 접촉에서 몇몇 언론사에 대해 거부감을 피력했다고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만을 보여준 해당언론에 대해 특히 경계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외신사에 대해서는 남한언론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북한은지금까지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에 외신사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평양회담시에는 수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도운기자 dawn@
  • [녹지를 가꾸자] 산불 예방 ‘비상’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가 광활한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최근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던 산불이 올들어 급증해 산불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산불의 63%가 봄철에 집중되고 47%가 입산자 실화로 인한 것이어서 등산객 등의 산불 경계의식 강화와 함께 정부의 산불 방지 및 조기진화 대책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2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횡성군 남천면 화전리에서 난 산불로 30㏊가 탄 것을 비롯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365건의 산불이 발생,582㏊의 산림을 황폐화시켰다.불과 3개월 사이에 매일 평균 4건씩 크고 작은 산불이 나,99년 한해동안 315건의 산불로 473㏊가 불에 탄 것보다 큰 피해를 초래했다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 5년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452건.피해면적도2,040㏊(20.4㎢)에 달한다.매년 서울 구로구(20.1㎢)보다 넓은 산림이 불타버리는 셈이다.개발 등을 포함한 연평균 산림 감소면적 4,000여㏊의 절반 가량이 산불로 인한 것.피해금액도 연간 37억여원을 넘는다. 계절별로는 봄철(3∼5월)이 284건으로 63%다.겨울(12∼2월) 136건,가을(9∼11월) 29건,여름(6∼8월) 4건 등이다.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47%이고 논·밭두렁 소각 19%,성묘객 실화 6%,어린이불장난 4% 순이다. 복원하는데만도 수십년이 걸리는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산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과 함께산림과 연접한 100m이내 논·밭두렁 및 농산 폐기물 소각 엄격 통제와 방화수림대 조성 등 예방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산불 진화장비의 현대화와 인력 보강 등 진화체계의 전면적인 개선도 시급하다. 산림청이 보유중인 산불 방지 헬기는 총 32대.이중 정비·항공방제용을 제외하면 산불 진화를 위해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23대에 불과하다.경기도 김포 산림항공관리소와 3개 지소,산불취약지역 7곳에 배치돼 있다.산림청은 2004년까지 11대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대형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있는 대형 헬기가 필요하다고 산림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2차례 구조조정으로 시·군 산림과가 폐지되고 임업직 등 산림전문 공무원들이 대폭 감축된 것도 문제다. 이와 달리 미국은 8만여명의 산불전문진화대원이 편성돼 대형 헬기 등을 이용,진화에 나서는 한편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에 무인 자동기상측정장비를설치하고 인공위성과 정찰비행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산불을 방지하고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다. 구길본(具吉本)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나무를 심는 것 못지 않게 산불예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최용규기자 ykchoi@. * *고성산불 4년… 원상복구 아득. 강원도 고성의 산림지역에는 산불이 난지 4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불타버린나무들이 방치돼 있는 등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많다. 지난 96년 고성군 전체면적의 8%인 3,762㏊를 잿더미로 만든 사상 최악의산불로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복구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97년부터 2001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매년 500㏊씩 조림·사방작업에 나서 현재 67%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우선 해변 주택지 부근과 주요 도로변에는 잣·자작·산벚·단풍나무와 해송 등 큰나무를 심고 죽왕면 마좌리와 토성면 도원·학야리 등 내륙지역에는 자작·느티·물푸레나무 등 작은나무를 심고 있다. 그러나 간성읍 탑동리와 죽왕면 구성리 등 벽·오지 900여㏊는 아직 불탄 나무를 벌목조차 못한 형편이다. 연간 1만6,200여㎏씩을 생산하며 국내 최대 자연산 송이산지를 자랑하던 죽왕면 인정리와 삼포·구성·탑동리 일대 442㏊에는 별도로 소나무를 심어 미래 자연산 송이산지 복원에도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송이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의 피해는 앞으로 20∼30년이상소나무가 더 자라고 자연산 송이포자가 자리를 잡기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최근 들어 답답한 탑동리 주민 일부가 표고버섯을 재배하며 시름을 달래고는 있지만 수입이 송이 채취에 미치지 못해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산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순간의 부주의가 몰고온 생태계 파괴가 주민들의 생계마저 막막하게 만든 것이다.고성 산불은 당시 초속 20m의 강풍까지 동반한 건조한 날씨속에 군부대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불발탄을 안이하게 폭파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당장은 조림된 나무와 잡초들이 자라 정상으로 돌아가는것처럼 보이지만 먹이사슬과 토양이 원상태로 돌아오기까지는 앞으로 40∼100년이상 세월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고성 산불의피해는 대를 이어 계속될 것같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 *公害 찌든 도시 맑은 공기 공급. 산림청이 도시림(林) 가꾸기사업을 적극 펴고 있다.공해에 찌들어가는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하고 메말라가는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등 도시림이 베푸는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도시경관림 조성사업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98년 전국 도심지 584㏊에 129만여그루,지난해 1,061㏊에 487만여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올해는 820㏊에 32만여그루를 심을 계획이다.도심의 공원,도로,댐,호수주변에 경관이 뛰어난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는 작업이다.단풍이 곱게 들거나 나무모양이 아름다운 은행나무,단풍나무,느티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는다. 산림청은 꽃길 조성에도 적극적이다.주로 개나리와 진달래 등 전통 야생화를 도심에 대량으로 심고 있다.지난해 서울·대전·충남·전북 등 4개 시·도의 도심지에 32㎞를 조성한데 이어 올해는 15개 시·도 도심에 총 50㎞의꽃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산림청은 지난해 착수한 전국 도시림 자원조사를 올해 마무리한다.조사가끝나면 식생,토양,야생동식물분포,산림이용실태,도시민 요구 등 정확한 자료가 나온다.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도시림 광역기본계획과 세부실천계획을 세워 도시림 관리를 체계화할 예정이다. 도시에 심어진 나무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기분 좋은 쉼터를 제공하는 것외에도 큰 나무 1그루는 4명이 하루 종일 마음껏 숨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하고,도심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며 공기 1ℓ에 든 7,000개의 먼지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개인주택에 부는 바람을 막아 10∼15%의 난방비를 절감하는 것도 장점이다. 숲이 울창해지면서 희귀동물도 많이 찾아들고 있다.원앙,새매,황조롱이,소쩍새 등 12종의 희귀조류가 최근 도시림에서 발견됐다. 때문에 일본과 독일은 도시림을 수자원,자연경관,토양,야생동물 등 기능별보호구역화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산림청은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도시 콘크리트 담장을 나무울타리로 바꾸는작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올해내로 산림법에 도시림 관련 조항을 넣어 도시림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용하(金龍河) 산림자원과장은 “도시임업육성지원법도 곧 제정할 계획”이라며 “도시림 조성과 관리에 지방자치단체를 적극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공원 점유율 올 2배로 늘린다.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녹지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로구가 공원점유율을 연내에 두배 가까이로 늘린다는 목표로 도전장을 냈다. 2일 구로구(구청장 朴元喆)에 따르면 현재 12.5%에 불과한 공원점유율을 올해 안에 서울시 평균인 23%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주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고 녹색공간이 잘 어우러진 풍요로운 삶의 공간을 조성하며 산소공급원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구로본동 478의 1 일대 4,604㎡의 화원 어린이공원과 오류1동 오류역 광장에 조성되는 1,600㎡ 넓이의 소공원,구로4동 743의 1과 구로5동 554의 26,오류1동 27의 57,가리봉2동 87의 79 등 4곳의 마을마당 2,446㎡를 조성하는 공사를 올해 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지난 96년부터 연차사업으로 추진중인 구로6동 141의 2 일대 7,782㎡ 규모의 구로리 어린이공원 조성공사는 내년중 마무리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기존공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오는 7월까지 2억6,000만원을 들여고척2동 고척근린공원에 야외무대를 설치해 주민참여공간으로 활성화하고,구로5동 삼각 어린이공원에는 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6월중 조합놀이대 등 19종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또 고척계남근린공원엔 6월 안에 야생초와 향토수목이 가득한 자연관찰길이 만들어진다. 또 5월중 관내 13개 초·중·고교에 은행나무 등 9종 1만6,800주를 심는 등학교주변 녹화사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시행자에게 공원 확보를 적극 권장하고 각종 도시계획사업에서 발생하는 유휴지에 마을마당을 조성하는 등 녹지공간을 늘리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순기자 fidelis@
  • 가학적 오락프로 다시 등장 눈살

    TV화면에 ‘폭탄’이 자주 터지고 있다. 폭탄이란 미팅 참석자들이 상대편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을 경쟁에서 탈락시켜 왕따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서먹서먹하기 짝이 없는 미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크게 번져왔다. 폭탄이 TV화면에 진입한 것은 96∼97년쯤.그러나 가학성을 부추긴다는 여론때문에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KBS-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서바이벌 미팅’.3월들어 이 가학적인 코너가 다시 등장했다.25일 방송에선 G.O.D,임창정,구피 등이 출연해머리로 징을 들이받고 얼굴과 온몸에 빨래집게를 꼽았다.징소리가 작게 나는사람과 집게를 덜 꼽은 사람이 폭탄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징소리를 크게내기 위해 돌진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즐기라는 것이었다. 한 시청자는 “연예인들에겐 일반인보다 더 가혹한 형벌을 강요하고 이런일이 당연시되는 것 같다”며 “제작진이 가수라면 ‘앨범 홍보를 위해서 이정도는 감당해야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상대의조건과 가치관을 따져보고 고르는 짝짓기를 방송이 제시해야 한다는 건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이 코너 다음에 나가는 ‘초전박살 강호동’ 코너 역시 ‘뚱뚱한 것은 죄악’이라는 믿음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져 개운치 않다. 26일 방송된 같은 채널 ‘일요일은 즐거워’의 ‘출발 드림팀’도 운동 못하는 팀원을 과감히 ‘폭탄제거’하고 있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선 번지 점프대까지 올라간 남희석이함께 뛰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어버렸다.뛰어내린 연예인이 조롱당한 것은 물론이고. 이처럼 가학적인 프로그램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사전 기획안이 충실하지 않아도 스타들의 순발력으로 넘어갈 수 있고 시청률을 손쉽게 확보할 수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방송법이다 새 방송위원회다 해서 감시의 눈길이 소홀한 틈을 타치고빠지기 식으로 시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연극 리뷰/ 오태영 신작 ‘돼지비계´

    기막힌 정치현실 뼈아픈 조롱. 지난해 ‘통일 익스프레스’로 화제를 모은 극작가 오태영의 신작 ‘돼지비계’(연출 박근형)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매우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어투로 현실정치를 조롱한다.점잖게 에둘러 풍자하거나 세련된 은유와는 아예 담을 쌓기로 작정한 듯 무대위에는 날것 그대로의 ‘정치쇼’가 질펀하게 펼쳐진다. 연극은,두 유형의 인물을 도마위에 올려놓는다.부정부패 정치인의 표본인 국회의원 ‘대촌’과 잘못된 정치관을 신념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민초 ‘비계’.대촌이란 인물을 빌려 썩을대로 썩은 정치판을 무차별 까발리는 한편 비계를 통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 위정자의 계략에 말려드는 무지몽매한 유권자를 꼬집는다. 국회의원 3선에 도전하는 깡패출신 대촌은 선거를 앞두고 건달 비계를 하수인으로 끌어들인다.‘때려잡자 공산당’수준의 정치인식을 가진 비계는 ‘사나이로 태어나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사명감만은 투철한 인물.‘민주주의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대촌의 제안에 반색하고정치판에 뛰어들지만 실상 그가 할일은 대촌을 대신해 배에 돼지비계를 두르고 거짓 할복을시도하거나,유세장에서 돈봉투를 돌리는 선거용 칼잡이에 불과할 뿐이다. 극은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려 70∼80년대의 정치판을 보여주는 듯하다.등장인물의 캐릭터,음모와 야합의 수준은 고도의 정치계략,협잡이 난무하는 요즘정치현실에 비하면 짐짓 순진하게까지 여겨진다. 그럼에도 온갖 탈법행위를동원해 국회의원이 된 대촌이 매춘부연합회를 비롯한 각종 이익단체로부터뇌물을 받아 챙기는 작태나,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깨닫지 못하는 비계가 마침내 대선을 앞두고 총을 들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결말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여전하다는 절망감.‘돼지비계’는 3류 코미디같은 정치쇼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뼈아프게 재확인시켜준다.반면교사로서의 대촌과 비계의 역할은 효과적으로 드러난 반면 극 전반을 관통하는 풍자의 묘미는 다소 미약한 점이 아쉽다.5월14일까지.대학로극장 (02)764-6052. 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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