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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천수만에선] 철세떼와 인간의조우…지역경제도 ‘푸드덕’

    [지금 천수만에선] 철세떼와 인간의조우…지역경제도 ‘푸드덕’

    천수만 철새기행전이 열리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전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철새기행전 폐막을 나흘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탐조투어행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여성가이드로부터 “구경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면 손발은 반드시 씻으라.”는 주의사항을 듣는 순간 탐조객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새 배설물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다는 얘기를 염두에 둔 조언이다. 안내자 김정은(40)씨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뒤 투어버스 한 대당 평균 20여명씩 타던 탐조객들이 15명 정도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같은 차를 탄 강동희(71·충남 홍성군)씨는 “기분이 좀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왔어도 아무 문제 없었어.”라고 말한다. 철새기행전 관계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에도 주말에는 탐조객들이 버스에 꽉꽉 찬다.”며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예방법 등을 미리 알고 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탐조객들을 안심시켰다. 이날은 안개가 좀 끼고 날씨가 흐렸다. 바람도 매서웠다. 서산A지구 담수호인 간월호로 들어가는 농장 입구를 버스가 지나자 다리 밑에서 말똥가리 한 마리가 찻소리에 놀라 ‘푸드득’ 날아올랐다. 안내자는 “이런 날은 맹금류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알렸다. ●철새들의 낙원 천수만 버스의 좌우 창밖으로 보이는 논에서는 기러기가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앉아 먹이를 찾고 있거나 먼데를 쳐다봤다. 논에는 추수가 끝나 벼밑동만 바둑판처럼 줄을 지어 촘촘하게 박혀 있다. 기러기들은 찻소리에 한꺼번에 날았지만 채 10m도 못가 내려앉았다. 안내자 김씨는 “사람과 차에 익숙해져서.”라고 했다. 서산농장이 일반에 분양되고 철새기행전도 올해로 5회째를 맞으면서 사람과 차량의 출입이 잦아졌다.“이곳의 주인은 철새입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은 손님일 뿐입니다.” 논길을 달리던 버스는 간월호 방향으로 틀어 호수변 탐조대에 멈춰섰다. 높이 3m, 길이 30m정도의 볏짚 탐조대로 철새를 보던 강씨는 “오늘은 적네. 날씨가 좋을 때는 철새들이 호수의 3분의1은 덮어.”라고 귀띔했다. 천수만의 철새탐조는 가창오리가 가장 많이 머무는 11월 초가 피크다. “이것 좀 보세요.” 안내자가 60배율 망원경을 탐조대 앞에 세우고 탐조객에게 손짓을 한다. 잿빛 기러기떼 속에 노란 황오리 4∼5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이 망원경으로 보였다. 탐조대를 출발해 호숫가 농로를 따라서 달리던 버스에서 강씨는 “저 그물을 못치게 해야 혀.”라고 말했다. 간월호변을 따라 그물이 연이어 쳐져 있었다. 붕어 등 먹이를 잡으려고 잠수했던 철새들이 걸려 죽는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서산시는 지난달 21∼23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행정혁신 우수사례경진대회에 ‘철새조류 IT문화 콘텐츠구축사업을 통한 지역주민과 환경NGO간 대립과 갈등 극복사례’를 발표해 호응을 얻었다. 천수만 철새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내년부터 홈페이지에 올린다. 일반인이 정보를 손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서산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행자부가 주관한 전국 자치단체 경영행정혁신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조규선 시장은 “철새기행전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행사”라고 자랑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긴다는 소문이 퍼진 지난해와 올해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2004년에는 15만 2400여명이 투어에 참가했다. 입장료 수입만 2억 6700만원. 탐조객들이 기행전 때 서산을 찾아와 뿌린 돈 45억원과 54억원의 지역 홍보효과에다 어리굴젓,6쪽마늘 등 특산물 판매량, 지역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합하면 모두 270억원에 이른다고 서산시는 밝히고 있다. ●철새를 보호하라 ‘복덩이’인 철새들의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서산시는 2003년부터 ‘생물다양성관리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농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주고 벼나 보리를 남겨 먹잇감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올해는 모두 770㏊의 논을 계약했다. 시는 올해 간월호에 철새들의 휴식공간인 80평 규모의 인공섬도 만들어줬다. 또 간월호 입구에 경비초소를 세워 밀렵이나 무단 출입을 막고 있다. 탐조투어 버스는 상류에서 돌아 반대편 호숫가를 따라 내려와 출발지에 도착했다. 탐조대 2개를 거쳤다. 투어노선 길이는 35㎞,1시간반이 걸렸다. 기행전 안내자들은 “새 도감을 보여주며 ‘이 새 언제 오느냐. 그 때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외국인 노부부도 있고 암에 걸린 남편과 동행한 부인이 ‘남편이 오래 살 것 같다.’면서 돌아간 일도 있다.”고 전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매년 300여종 40만마리 찾아 천수만에는 해마다 300여종 40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 이들 중에는 뜸부기, 호사도요, 황새,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11종과 2급 38종도 포함돼 있다. 10년간 천수만 철새를 관찰해온 김현태(38·서산농공고 생물과목) 교사는 “천수만은 가장 다양한 철새가 날아오는 국내 최대의 도래지로 겨울철새가 중심이다.”면서 “전 세계 가창오리 99%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창 많을 때는 가창오리만 30만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들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혹한이 몰아치면 더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뜸부기, 해오라기, 백로, 후투티 등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재두루미, 물닭 등 사시사철 철새들이 끊이지 않는다. 나그네새인 장다리물떼새, 호사도요 등도 찾아와 낙원을 만들고 있다. 천연기념물도 황조롱이(323호), 노랑부리저어새(205호), 원앙(327호), 재두루미(203호), 검은머리물떼새(326호) 등 37종이나 있다. 철새들이 많이 몰리자 너구리, 고라니, 족제비, 금개구리 등 희귀동물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삵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삵은 2년 전 조사 때 70마리가 발견됐다. 국내 최고 서식지로 손색이 없다. 삵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40% 정도가 철새를 잡아먹은 것이었다. 김 교사는 “서산농장 일부가 일반인에게 분양되기 전에 비해 철새가 많이 줄었다.”며 “농민들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주민들이 ‘철새의 가치’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보호대책이 빨리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연중행사 계획… 간월도 숙박단지도” “철새기행전을 연중행사로 열려고 합니다.” 김원균 천수만철새기행전 위원장은 “내년 말까지 간월도 인근에 철새생태관이 지어지면 이같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새는 여름과 겨울에 모두 날아오고 텃새도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를 위해 간월도에 숙박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시가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간월도 안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들이) 간월호 주변을 돌면서 ‘원더풀’‘베리굿’을 연발한다.”면서 “인공적인 청계천보다 수백배 낫다고 칭찬을 한다.”고 자랑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1∼2종의 철새만 날아와도 호들갑을 떨면서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천수만은 세계적 철새도래지인데도 아직 그렇지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주민과 농지 소유자들의 의식변화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지난해 조류독감으로 철새 탐조객들이 크게 줄면서 식당 등 영업에 타격을 입은 게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농지 소유자들은 간월호 인근에 해미비행장 등 부대가 있어 A지구는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기행전이 땅 가치를 올려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같다.”고 귀띔했다. 이 위원장은 “서산마애삼존불, 대산공단, 수덕사, 안면도 등 주변관광지와 연계, 세계적 철새도래지의 명성에 걸맞은 기행전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천수만 서산 해안과 안면도 사이의 바다를 일컫는다.1980년대 간척사업으로 4700만평의 서산AB지구가 생겼다. 간월도 남동쪽은 A지구, 북서쪽은 B지구다.A지구에 간월호,B지구에 부남호라는 담수호가 만들어져 있다. 간월호는 800만평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 20분이 채 안 걸린다. 간월도에는 별미인 꽃게장, 굴밥이나 회를 파는 서산횟집, 바다횟집, 오뚜기횟집 등이 있다.
  • “부시는 佛 전제군주 닮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를 싫어한다. 이라크 전쟁에 트집이나 잡고 발뒤축을 건다고 여긴다. 오죽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빗대 ‘잭애스(Jackass)’라고 조롱한다는 유머가 나돌았을까. 아무튼 부시 행정부는 프랑스인의 사고방식이라면 약아빠졌고 남자답지 못하며 반자본주의적이라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이런 부시 대통령이 나폴레옹,‘태양왕’ 루이14세, 샤를 드골 등 프랑스인의 조상과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존 손힐은 16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른 이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일단 전쟁부터 저지르는 습관은 미국적이지도, 공화당답지도 않다.”며 “이런 호전적인 성향은 무엇보다도 프랑스인들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글의 요지. 1816년부터 1880년까지 프랑스가 벌인 22번의 전쟁 가운데 7번은 프랑스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 이 기간에 영국은 19차례, 미국은 8차례 전쟁을 치렀다. 부시가 선제공격론을 내놓기 한참 전에 프랑스인들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유엔 결의 같은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식민지 침략에 열중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선민국가론은 조국의 존엄을 지키고 그것의 가치를 보편화해야 한다는 드골의 신념을 빼닮았다.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도 조국을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로 믿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부시 대통령처럼 필요하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외국에 확산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갖고 덤빈 이는 없었다. ‘정권 변형’을 추구하는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1790년대 중부유럽의 전제군주들을 쓰러뜨리려고 무력을 동원, 프랑스 혁명의 가치관을 전파하려 했던 나폴레옹과 놀랍게도 닮은 모습이다. 의회보다 행정부의 권위를 앞세우고 테러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도청을 일삼는 부시 대통령은 “짐이 곧 국가”라고 떠벌였던 루이14세와 비슷하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 “내가 결정한다. 그리고 가장 나은 것을 택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다수 유럽인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프랑스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미국 대통령이,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하고 나직한 목소리지만 제대로 먹히는 채찍을 휘두르길 갈망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늦가을에 떠난 섬 산행-전남 신안 ‘비금도’

    늦가을에 떠난 섬 산행-전남 신안 ‘비금도’

    바다 위를 거니는 듯, 발아래 일렁이는 검푸른 파도를 보며 산을 오르는 섬 산행. 육지의 산을 오르는 것과는 또다른 묘미가 있다. 내로라 하는 육지의 유명산도 다 못올라 봤는데 등산 한번 하자고 애써 섬까지 가랴? 섬 산행은 가는 길부터가 여행이다. 나그네가 발품을 팔아 갈 수 있는 육지의 막다른 곳에 항구가 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섬 산행지로 알려진 곳들이 대부분 명승지이기도 하다. 산세가 부드러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치이기 십상인 육지의 유명산들과 달리 한적한 것도 장점. 그뿐 아니다. 말 그대로 산이 해발, 즉 해수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가도 고도감과 경관이 그만이다. 한마디로 여행과 등산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것이 섬 산행이다. 제 2회 섬산행 대회가 열린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도를 다녀왔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아담한 하트모양의 해변이 있는 곳이다. 가슴에 담아온 그림 한폭을 지면에 풀어 놓는다. 글 사진 신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는 섬, 비금도(飛禽島). 전라남도 신안군의 무수한 섬 가운데 비교적 큰 18곳 중 하나다. 목포에서 54㎞,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3900여명의 주민이 48㎢ 크기의 섬에서 올망졸망 살아가고 있다. 섬초라 불리는 시금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천일염이 유명하다. 염전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돈이 날아다니는 섬’이라 해서 비금도(飛金島)라 불리기도 했다. 비금도의 주봉 선왕산(255m)산행은 주로 수대선착장에서 차로 5분정도 떨어진 상암주차장을 들머리로 한다. 큰길에서 가까워 대부분의 산꾼들이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산행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몇년 전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탓에 산길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방문하는 산꾼들이 점차 늘면서 등산로가 잘 관리되고 있다. 등반코스는 상암주차장∼첫 봉우리∼그림산 정상∼죽치우실∼선왕산 정상∼하누넘 해수욕장 등이다. 거리는 5㎞ 남짓. 산행시간은 3시간 가량 소요된다. 들머리에서 첫 봉우리까지 단숨에 내달았다. 꼭대기에 서자 몸을 날려버릴 것만 같은 바람과 함께 다도해의 절경이 들이 닥쳤다. 저 멀리 검푸른 바다와 밑둥을 감춘 채 집산연봉처럼 도열해 있는 푸른 섬들. 여기에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염전들을 안은 어촌마을과 싱싱한 바다생명들을 품은 채 진회색으로 빛나는 갯벌 등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나그네의 눈을 아리게 했다. 등산로 오른쪽으로 펼쳐진 절경에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림산 정상으로 향했다. 등산길이 완만하다고는 하나, 암릉사이를 걷다보면 방심한 몸을 바짝 움츠러들게 할 만큼 아찔한 곳도 적지 않다. 바닷바람은 또 얼마나 세찬가. 암릉에 붙은 철제난간을 타고 ‘오른다’기보다는 정상을 향해 ‘날려 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그림산 정상까지는 40여분 정도 소요됐다. 전망대처럼 널찍한 정상에 서자 선왕산 정상 능선은 물론, 사방에 펼쳐진 다도해의 수려한 풍광이 가슴 한가득 채워졌다. 이곳에 이르러서야 비금도라는 섬이름에 걸맞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이산 저산을 마치 화살처럼 빠르게 옮겨다니는 직박구리들. 지표면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물체라도 발견한 것일까. 기류를 타고 제자리 비행을 하며 아래를 쏘아보는 황조롱이의 눈매가 여간 매섭지 않다. 대나무가 숲을 이룬 작은 안부(산의 능선이 낮아져 말안장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를 지나 봉우리를 하나 더 넘으면 죽치우실이 나온다. 우실은 다도해의 생활문화가 담긴 돌담을 일컫는다. 남향에 위치한 마을의 뒤편에서 산을 타고 내려온 골바람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기도 하고, 온갖 재액과 역신을 막는 역할도 담당한다. 앞쪽으로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하누넘 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하누넘은 바닷가에 서면 하늘과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모양의 해변이다. 작은 규모지만 여간 아기자기한 모습이 아니다. 하누넘 해수욕장을 지나 억새가 불붙기 시작한 산길을 돌아나가면 어느덧 수대 선착장. 길다란 땅거미만 남긴 해가 도망치듯 사라져 갈 때, 언제나 그렇듯 나그네는 다시 도시를 향해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 가는길 서해안 고속도로 끝자락 목포시(KTX종착역) 여객선 터미널(061-243-0116)에서 비금도행 쾌속선이 하루 세차례 오전 7시50분, 오후 1시20분, 오후 2시30분에 출발한다. 요금은 편도 1만 4900원. 차를 싣고 가는 차도선은 오전 7시와 오후 1시,3시에 각각 출항한다. 신안군 문화관광과 :(061)240-8355 동양고속 쾌속선:(061)243-2111,244-9915. 대흥여객 차도선:(061)244-0005. 비금농협 철부선:(061)244-5251. # 먹을거리 연륙교로 연결된 초도 화도선착장의 보광식당은 간재미 요리로 알려져 있다. 말만 잘하면 ‘장어 창젓’같은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비금도 읍동 창해식당은 겨자를 풀어 녹색빛 나는 국물이 시원한 우럭 매운탕, 한우리 식당은 멸치보다 몸집이 5∼6배 큰 ‘디포리’로 맛을 낸 청국장이 일미다. # 숙박 삼양모텔(061-262-5001), 빨간모텔(061-275-4900) 등이 영업중이다. 비금면사무소 (061)275-5231.
  • 경기, 결혼 이주 외국인여성 최다

    국제결혼을 통해 경기도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이 전국의 25%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각종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경기도에 정착한 국제결혼 외국인 여성은 전국의 25.4%인 1만 6939명으로 서울의 1만 6749명(25%)보다 다소 많았다. 지역별로는 안산시가 18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1606명), 성남(1483명) 등 순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중국동포(조선족)가 7635명, 중국인 4818명, 베트남인 1635명, 일본인 1595명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이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내국인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여성단체연합이 최근 안산, 시흥 등 7개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7.3%(173명)가 각종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가정생활에서 겪은 부정적 경험으로 ‘무시한다.’(11.7%),‘폭행 또는 폭언한다.’(각각 9.2%),‘조롱한다.’(7%),‘강제적 성행위’(4.6%) 등을 꼽았다. 직장에서는 89.9%가 법정근로시간(8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지만 79%는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부동산失政 질타 ‘국회 들썩’

    부동산失政 질타 ‘국회 들썩’

    13일 국회 본회의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난맥상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부동산 정책을 맡고 있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정책라인의 ‘경질’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불완전한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와의 게임 대상은 전체 5000만 국민 모두”라며 “최대한 집값이 쌀 때,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국민들을 안쓰럽게 생각하지 않고 ‘공공의 적’으로 돌리면 (정책은) 실패한다.”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해 남탓하는 정부와 청와대를 질타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높은 세금을 매겼다면 이미 실패로 들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오영식 의원은 “최근의 집값 상승은 오히려 정부가 더 부추겼다.”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정부의 부동산 정책팀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최근 도입한 채권입찰제를 폐지하고 민간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적용해야 한다.”면서 “애초 채권입찰제는 주변시세와이 차익을 흡수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오히려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수요예측에 대한 실패로 공급의 탄력성이 낮아져 투기수요가 유발됐다.”면서 “국민의 신뢰제고를 위해 부동산 관련 정책팀의 쇄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추병직 장관과 이백만 홍보수석 등 부동산·홍보 라인을 교체하고,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윤건영 의원은 “강남을 겨냥해 한 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이 오르고, 시장에서는 추 장관을 ‘친절한 병직씨’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주택 시장의 요구에 맞게 공급을 확대하고, 세금 폭탄은 당장 해체하며, 양도세 등록세 취득세 등 조세 제도는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가 인하’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체의 이윤 저하로 이어져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가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도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어, 노 대통령 표현대로, 모든 역량을 정부가 투입해서 올려놓을 수 있는 만큼 올려놓았다.”고 비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조선 사회 이방인에 대한 조롱

    조선 사회 이방인에 대한 조롱

    옛날 가마를 타고 시집가던 시절, 충청도 어느 고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전에 가마는 네 사람이 메고 갔는데 길이 먼 경우에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되어 그랬던지, 혼수로 가는 다듬잇돌을 깜빡 잊고 안 보내서 나중에 가마에 넣어 따로 보내게 되었다. 때는 마침 오뉴월 삼복더위인 데다가 돌덩이까지 집어넣었으니 가마꾼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고생을 했다. 신부가 밖을 내다보니까 가마꾼의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마꾼들은 어찌나 힘들던지 앞에 주막이 보이자, 가마를 잠시 내려놓고 한마디씩 했다. “어이, 저기 가서 목이나 축이고 가세나.” “허긴 이렇게 무거운 가마는 첨이여. 제기랄, 신부가 얼마나 뚱뚱하면 이리 무거운 거여?” 안에서 듣고 있던 신부가 억울하다는 듯이 참견했다. “지는 그래도 댁들을 생각혀서 다듬잇돌은 머리에 이고 있는디유.” -이강엽, 《바보이야기, 그 웃음의 참뜻》(본문 136쪽) 이 우스개에서 우리는 새신부와 아전을 보고 웃는다. 그들은 뭔가 좀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들처럼 자신의 결함으로 웃음을 사는 인물을 우리는 ‘웃음거리’라고 명명했다. 바보, 멍청이, 못난이 캐릭터는 거의 어는 시대에나 단골로 등장하는 웃음거리이다. 일견 당연한 질문인 것 같지만, 도대체 우리는 왜 웃음거리가 되는 인물을 보고 웃는 것일까?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中에서
  • [문화플러스] 중요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공연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가 5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고향의 정을 나누는 춤판’ 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탈에 집중된 시선을 춤으로 옮겨 탈춤의 멋을 조명하기 위해 탈 속에 가려진 춤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탈을 벗고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굿거리 장단에서 덧배기 장단으로 이어지는 흥겨운 문둥광대 춤, 군무의 백미인 양반춤, 양반을 조롱하는 서민의 대변자 말뚝이 춤,‘승무’‘제밀주 과장’ 등을 볼 수 있다.(055)674-2582.
  • [이용원 칼럼] ‘왕의남자’ ‘괴물’ ‘타짜’ + α

    [이용원 칼럼] ‘왕의남자’ ‘괴물’ ‘타짜’ + α

    추석 연휴에 맞춰 선보인 한국영화 ‘타짜’가 개봉 34일만인 지난 30일까지 622만 관객을 동원,‘쉬리’를 제치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기록 7위에 올랐다. 관람등급이 ‘18세이상’이어서 관객 동원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인기몰이이다.‘타짜’는 지금도 상영중이고 관객 또한 꾸준히 들어 6위인 ‘웰컴 투 동막골’(800만명)을 따라잡을지가 관심거리로 남아 있다. 한국영화는 올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 그 결과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0위 안에 새로 4편을 올려놓았다. 대박 행진은 ‘왕의 남자’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연말 개봉한 이 영화는 올 4월까지 모두 123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종전 흥행 1위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록, 영화인들조차 한동안 깨지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숫자 1174만명을 불과 2년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왕의 남자’의 영광은 길지 않았다.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한 ‘괴물’이 그 기록을 가뿐히 제치면서 13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왕의 남자’가 신기록을 세우는 데 112일 걸린 반면 ‘괴물’은 38일만에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이 영화는 경이로운 관객동원의 힘을 보여주었다. ‘괴물’‘왕의 남자’‘타짜’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진 못했지만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투사부일체’ 또한 610만명을 동원해 역대 9위에 올라섰다.‘투사부일체’의 성적은 코미디 영화로서는 사상 최고이다. 한 해에 개봉한 영화가 역대 흥행순위 10위 안에 넷씩이나 자리잡는 일은, 예전엔 물론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활력은 현재 최고조에 달해 있다. 그리고 그 활력을 이끄는 것은 영화의 높은 완성도이고, 그 완성도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더욱 빛을 발한다. 먼저 ‘왕의 남자’를 보자.‘왕의 남자’는 흥행에 생태적 제약이 있다는 사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선조 연산군 시대를 무대로 하면서도 현대인이 공감하는 인간관계의 애증, 무자비한 권력과 그에 대한 저항 등 다양한 코드를 갖추었다. 거기에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관객에게 지적인 만족감까지 선사하는 시나리오가 조화를 이뤄 대여섯번 보았다는 마니아 층을 형성했다. ‘괴물’은 외형상 괴수영화이다. 따라서 관객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공포이다. 그렇지만 막상 관객 눈 앞에 펼쳐진 영화 ‘괴물’에는 공포말고도 가족사랑, 나아가 인간사랑이 있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가 있고 권력에 대한 조롱이 있다. 심지어는 반미영화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그래서 ‘괴물’은 국내외 평단이 인정하듯이 괴수영화 장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수작이자, 가족영화·풍자영화가 된 것이다. ‘타짜’ 역시 도박꾼들의 세계와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도박에 으레 따르기 마련인 섹스·폭력·배신 등을 과감하게 담아냈다. 액션 누아르의 멋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이 영화는, 청소년 관객을 포기한 대신 성인 관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재미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제공한다. 한국영화는 힘이 세다. 영화 감상이라면 집에서 TV의 주말영화나 비디오로 만족하던 중장년층을, 한국영화는 이제 주말마다 영화관으로 이끌어낸다. 지금은 11월 초, 올해는 아직도 두달 남았다. 해를 넘기기 전에 어느 영화가 또 혜성같이 등장해 역대 흥행순위를 뒤집어 놓을지, 우리는 그같은 반란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한국영화 만만세다. 이용원 수석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수단의 ‘두 얼굴’

    한쪽에선 지구상 최악의 인종학살이 자행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오일특수로 풍요를 구가하는 나라가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수단의 ‘두 얼굴’을 조명했다. 수도 하르툼의 한 카페 풍경. 청바지와 고급 운동화 차림의 젊은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주변엔 16만 5000달러의 BMW 승용차가 즐비하다. 하르툼의 거리에는 새로운 고층건물과 고급호텔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다리 건설도 활발하다. 값비싼 플라즈마 TV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장 역동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960㎞ 떨어진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국제사회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불리는 ‘아프리카판 킬링필드’가 펼쳐지고 있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랍계 이슬람 민병조직 잔자위드와 기독교계 흑인 반군조직들 간의 분쟁으로 지난 3년간 최소 20만명의 사망자와 250만명의 난민을 낳았다. 하루 51만 2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수십억달러의 수입을 거두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다르푸르 사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수단은 지난해 8%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나타낸 데 이어 올해 12%의 고도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타클라라 대학 경제학 교수 마이클 커베인은 “석유와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가 수단 경제의 견인차”라고 말했다. 미국이 다르푸르 사태에 개입하려고 해도 먹히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유엔까지 동원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수단과의 교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수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 2000년 1억 28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벌써 23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수단 제재안을 거부한 것도 수단에 세운 자국 정유공장 때문이다. 압다 야히아 전 수단 재무장관은 “정부는 미국이 필요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제재로 피해를 보는 건 미국사람뿐”이라고 조롱했다.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다르푸르에 대한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에 강력 저항하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한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펴낸 이기호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펴낸 이기호

    7년 전,“교수님 칭찬 한번 듣는 게 소원”이었던 문예창작과 대학원생은 문예지 신인 공모전을 앞두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나 뒤늦게 심사기준이 2편의 작품이란 걸 알고는 부랴부랴 단편 하나를 더 써서 냈다. 뜻밖에도 당선작은 심혈을 기울여 쓴 역작이 아니라 3일 만에 뚝딱 지어낸 소설이었다. 랩음악 가사 형식으로 구성된 이 독특한 소설의 제목은 ‘버니’, 이 소설로 문단의 유망주로 떠오른 소설가가 바로 이기호(34)다. 첫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2004)에서 전통 화법과는 다른 성경체, 법정진술서, 자기소개서 등의 문체실험으로 주목받았던 이기호가 신작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문학동네)를 냈다. 기발하고 다양한 소설적 외피 안에 동시대 인간군상의 비루한 삶을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연민으로 담아냈던 전작의 미덕은 이번 작품집에도 여전하다. 하지만 ‘소설’과 ‘소설가’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서너편의 수록작에선 작가 내면의 어떤 변화가 감지된다. ●“작정하고 제 자신 온전히 드러냈죠” “소설가는 소설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엔 작정하고 제 이야기를 썼어요. 익명의 다수 앞에서 발가벗겨진다는 점에서 소설가는 창녀와 비슷해요. 어차피 평생 소설가로 살 거라면 좀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먼저 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자고 생각했지요.” ‘나쁜 소설-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는 수 년째 9급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별 볼일 없는 30대 남자가 여관방으로 부른 성매매여성에게 소설을 읽어 준다는 엉뚱한 이야기다.‘오디오용 소설’을 표방한 소설은 최면 기법을 끌어들인 독특한 형식으로 읽는 이를 화자인 동시에 청자로 만들어 버린다.‘수인(囚人)’은 소설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지독한 우화이다.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소설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형서점의 무너져 내린 시멘트벽을 곡괭이로 파헤친다.‘자기를 증명하기 위한 끝없는 노동’이 소설가를 소설가이도록 하는 원동력임을 암시한다. ●“소설은 조금 더 비루해져야” “저는 소설이 조금 더 비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설에 등장하는 우아한 백수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넓히고, 독자를 소설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에요. 지상에서 한뼘 떨어진 소설이 아니라 진흙탕에서 함께 구르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이기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약자들이다.‘최순덕 성령충만기’에 등장한 ‘시봉이’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뒷골목 낙오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시골에서 상경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시봉이는 어린 불량배들에게 얻어맞거나(‘당신이 잠든 밤에’), 국기를 훔쳐다 팔기 위해 새벽마다 게양대에 매달린다(‘국기게양대 로망스-당신이 잠든 밤에2’).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찡해진다. 작가는 “누구를 가르치거나 위로해줄 처지는 못되고, 그저 같이 붙잡고 울어주는 게 내 한계”라고 말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갈팡질팡하면서 살다 보니 소설가가 돼 있더라.”는 작가는 “두 권의 단편집은 워밍업 과정이었고, 앞으로 긴 호흡의 장편에 매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덴마크 ‘마호메트 비디오’ 파문 확산

    이슬람 성인 마호메트를 만평으로 풍자해 전 세계 무슬림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던 덴마크에서 이번에는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비디오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의 우파 반(反)이민 정책 정당인 덴마크 인민당(DPP)의 청년 조직은 지난 8월 여름 캠프의 ‘그림 그리기 행사’에서 마호메트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하고 청년 당원 수십명이 술 마시고 노래하면서 이 그림을 조롱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촬영했다. 이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데 이어 지난 6일 덴마크 TV 방송에 방영됨으로써 또다시 전 세계 무슬림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법은 우상숭배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마호메트에 대한 어떤 묘사도 금지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마호메트 모욕의 배후에는 인간적인 가치가 결여된 저질의 사람들이 있다.”고 비난하고 “무슬림의 분노가 바다를 이루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최대 종교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덴마크의 모욕”이라면서 전 세계 무슬림에 대해 덴마크 제품 구매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단체들도 ‘덴마크 비디오’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문제의 비디오를 제작한 덴마크 인민당 청년 조직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일부 덴마크 젊은이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들의 무분별한 행위는 결코 덴마크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베를린 연합뉴스
  • “내가 지단에게 진짜로 한 말은…”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축구대표팀 지네딘 지단과 ‘박치기 사건’을 일으킨 이탈리아대표팀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인터 밀란)가 당시 오갔던 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다. 9일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출판사 몬다도리는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실제로 했던 말을 포함, 그를 조롱하기 위해 내뱉었을지도 모를 말들 249개를 모아 약 100쪽 분량의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유머집 성격의 이 책 제목은 ‘내가 지단에게 실제로 했던 말’이며, 표지에는 지단의 박치기 장면 사진이 실린다.마테라치는 ‘박치기 사건’ 이후 언론을 통해 “경기 중 지단의 유니폼을 끌어당기자 지단이 ‘(유니폼을) 갖고 싶으면 나중에 줄게.’라고 해 (유니폼 대신) 네 누이가 더 좋겠다고 응수했었다.”며 당시 둘 사이에 오간 대화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올 책에는 “이봐! 가슴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지?”,“푸코가 죽은 뒤로 프랑스 철학은 끝장났다.”는 등 마테라치가 던졌을 법한 자극적인 말들도 제법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테라치는 권당 10유로(약 1만 2000원)에 팔릴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할 계획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재밌는 스포츠를 위한 실험들

    투고타저? 프로야구 올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나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도 40개를 넘는 홈런을 치고 있는데 한국의 홈런왕 이대호는 겨우 26개다. 야구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투고타저는 나쁘고 타고투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뻥뻥 넘어가는 시원한 홈런이 관중을 모으고 1-0으로 끝나는 투수전은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이브 루스가 도박 스캔들로 얼룩진 메이저리그를 살렸고 월드시리즈를 없앤 선수 파업을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가 살렸다고 생각한다. 축구 행정가들도 마찬가지다. 골이 많이 나와야 인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프사이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예전의 야구에서 투고타저를 바꾸려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보위 쿤이 커미셔너를 하던 시절이다. 쿤은 1969년부터 1984년까지 그 어려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자리를 지켰다. 선수 노조와 싸우면서 고생한 얘기나 오로지 한 일이라곤 다저스 구단주 오말리의 커피잔에 설탕 몇 개 넣어드릴 거냐는 언론의 조롱은 차후로 미루자. 쿤은 실험가로서 최고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오렌지 색깔의 야구공을 기억한다. 제안자는 오클랜드 구단주 찰리 핀리이지만 시범경기에서 한 번 써보도록 허가한 사람은 쿤이었다.5% 탄력이 더 좋은 공을 쓰자고 제안한 사람은 메츠 구단의 자니 모피이지만 그것 역시 커미셔너의 승인 아래 시범 경기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별 효과가 없자 이듬해인 1970년에는 10% 탄력을 더 높인 공도 시험되었다. 축구의 골을 늘리자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골대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야구에서도 같은 제안이 있었다. 그것 역시 쿤 커미셔너의 재임 시절이다.1루와 3루를 넘어서는 파울 라인의 각도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이것도 채택은 안 되었지만 실험 경기를 치렀다. 심지어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삼진을 투 스트라이크면 아웃으로, 대신 볼넷은 볼셋으로 바꾸는 시험도 있었다. 볼셋이 18개가 나오는 통에 결국 이 아이디어도 묻혔다. 단 하나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지명타자다. 수많은 논란을 거친 끝에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채택했다. 쿤이 커미셔너로서 좌충우돌한 것 같지만 위의 한 사례는 실패한 것만 고른 것이다. 지명타자는 아메리칸 리그만 채택해서 대성공은 아니지만 받아들인 아메리칸리그의 타격을 강화시킨 효과는 있었다. 단 필자는 지명타자를 싫어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오늘의 눈] 담배 권하는 나라/심재억 사회부 차장

    다시 담뱃값이 들먹이고 있다. 그 중심에 복지부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 보전 등을 위해 또 한번 담뱃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담배가 건강에 이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걸 피우면서 ‘끊는 일’ 걱정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건강에 어떤 위해를 가하는가는 차치하고라도 주변에서 간단없이 ‘담배는 곧 죽음’이라고 떠들어대니 한두 번도 아니고, 그걸 마냥 견뎌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요새 흡연자들은 끊임없이 열만 받는다. 문제는 이런 흡연자들의 흡연 배경이다. 돌이켜 보면 국가가 전매사업을 장악, 국민들 건강을 팔아 떼돈을 버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담배에 붙은 세금은 ‘국가 노다지’ 아닌가. 양담배 단속에 쌍심지를 켜고 대들었던 것도 한눈 팔지 말고 오로지 국산 담배만 피우라는 뜻이었다. 그뿐인가. 지자체들은 세수 올린다며 침이 튀도록 ‘내 고장 담배를 사 피우자.’고 떠든다. 뒤집어 보면 ‘죽더라도 애향 좀 하고 가라.’는 말이다. 나이 어린 ‘군바리’들에게 싸구려 화랑담배 떠안겨 그들 입에서 “해로운 담배 피워서 무찌르자.”는 조롱을 뿜어내게 한 것도 나라가 한 짓이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영악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부담 없는 간접세’의 매력에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간접세의 형평성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몸에 해롭다고 계몽하면 될 일을 값부터 올리고 든다. 최근에는 2004년 12월에 500원을 인상했다. 정책 입안자들 갈수록 간이 커져 민심을 살피는 정률 인상에는 관심도 없다. 거두절미 정액 인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복지부가 아무리 금연을 외쳐봐야 국민들은 감동을 안 한다.‘염불보다 잿밥’인 속셈이 뻔하기 때문이다. 과거 ‘국산 담배를 피우는 것이 곧 애국’이라고 믿고 쓰디쓴 ‘새마을’ ‘풍년초’를 뻑뻑 빨아댔던 사람들, 이제야 속은 걸 알까. 아무리 세수가 중요해도 나랏일이라면 전후를 살펴 상식적으로 대들어야 옳다. 끊든지, 아니면 비싼 값에 사서 피우라는 식은 곤란하다. 나라가 권해 담배 배운 사람들, 또 해로운 담배를 빼어물게 해서야 그게 어디 제대로 된 나라가 할 일인가.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 모험하는 젊음의 매력…영화 ‘구미호 가족’의 하정우

    모험하는 젊음의 매력…영화 ‘구미호 가족’의 하정우

    만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은 설레임도 준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면 기대감까지 얹혀진다. 배우 하정우(28)는 그런 존재다. ‘잠복근무’에서는 반전의 열쇠를 쥔 날카로운 형사로, 첫 주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선 한때 모범사병이었던 날건달이었다.‘시간’ 속에선 결코 쉽지 않은 사랑에 휩싸인 남자, 이번 ‘구미호 가족’(제작 MK픽처스)에서는 앞머리를 일자로 가지런히 자른 단순과격한 아들로 변신했다. 다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이지만 온몸에 잘 녹여냈다. “마틴 스콜세지나 팀 버튼 감독의 영화처럼, 색깔이 분명한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도 마찬가지죠.” 지금까지는 다소 무거운 역할이었지만, 가끔은 편한 이미지를 만들길 바랐다.1000년을 일주일 남긴 구미호들과 죄질 나쁜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간되기 소동을 다룬 ‘구미호 가족’은 그 바람과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엮였다. 우스꽝스러운 일자 앞머리와 퀭한 눈화장은 그가 스스로 만든 설정이었다.“늘 나 자신을 가리고 싶어하나 봐요. 진심을 숨기고 싶다는 것과는 달라요.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나 모험 같은거죠.” 후광, 혹은 멍에일 수 있는 ‘2세 배우’라는 타이틀을 벗기 위해, 또 혹독하게 거쳐온 지금까지의 과정이 그에게 이런 모험을 감행하도록 이끈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김용건)를 비롯한 배우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배우 이외에 다른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수순처럼 연기공부를 했고 중앙대 연극과(97학번)에 입학했다. “솔직히 그때는 교만과 자만을 빼면 시체였어요. 연기 하나는 자신있었죠. 하지만 연기란 것은 알면 알수록 너무 어려워지고, 그 벽은 점점 높아지더라고요.” 좌절은 빨리 찾아왔다. 입학한 그 해,1학기를 마친 뒤 그만둘 생각에 도망가다시피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때 학교 선배를 우연히 맞딱뜨렸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밤새 막걸리를 마시며 설득하더라고요. 딱 연극 한 편만 끝내고 결정하라고요.” 연극 ‘라 스트라다’를 준비하면서 온갖 조롱을 당했다. 무대공포증이 생길 정도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감은 ‘한번 해보자.’는 오기로 바뀌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졸업할 때까지 아예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연기에 몰입했다. “작품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물론 지금도 배우고 있고…. 그러면서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이에요. 물론 여전히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나는 뼛속 깊이 배우다, 그렇게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곤 하지만요.” 최근 촬영을 끝낸 한·미합작영화 ‘네버 포에버’를 찍으면서 ‘연기는 희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단다.“연기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상대방의 애드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앞뒤가 흐트러져요. 상대의 시나리오를 더 자세히 보는 습관까지 생겼어요. 특히 이번 영화는 영어를 쓰기 때문에 오감을 모두 긴장시켜야 했죠.” 설득력 있고,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하정우. 아버지에게는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가진 그는, 다음엔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신해 나타날까.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성대결, 약인가 독인가?

    성대결, 약인가 독인가?

    지난 2001년 하와이에 사는12살짜리 소녀가 남자들과 골프대결을 벌인다는 뉴스가 나돌았을 때 골프팬들은 “참 대단한 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뒤 “내 최종 목표는 꿈의 마스터스대회”라고 야무지게 선언했을 땐 “역시 목표는 커야 좋은 것”이라며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나 5년 뒤 10여 차례 남자대회에 나선 뒤 줄줄이 컷 통과 도전에 실패한 그를 두고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무모한 소녀´라는 말이 따라붙고 있다. 심지어 ‘사기꾼인가, 아닌가´라는 극단적인 제목의 토론까지 펼쳐지는 마당이다. 그의 ‘성(性)대결´은 과연 부추길 만한 것이었을까. ●벙커에 빠진 천재 지난해 나이키골프와 1000만달러의 후원계약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미셸 위(17)가 ‘벙커´에 빠졌다. 어쩌면 그의 골프인생 최대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남자대회에 도전했지만 컷 통과는 둘째치고 내리 꼴찌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만을 남겼다. 성적을 훑어보면 점점 나아지기는커녕, 급격한 하향곡선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미셸 위는 분명 ‘장타´가 주무기다. 그러나 그 잣대는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서다. 남자대회는 코스에서부터 여자무대와는 다르다. 페어웨이 세팅이 까다로운 건 물론,17세 소녀가 날리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지난 84럼버클래식의 경우엔 코스 전장이 올해 미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장 가운데 세번째로 긴 7516야드였다. 골프 칼럼니스트 이종현씨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17세에 불과한 소녀가 받는 압박감”이라면서 “미셸 위 자신은 ‘남자대회가 재미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속되는 컷오프는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동반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물론 언젠가 컷을 통과할 때가 있겠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상실감, 사라진 천재소녀의 신비감은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삼위일체´의 합작품?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58년 만에 단 한 차례 남자무대에 도전, 컷 통과에 실패한 뒤 “내가 설 자리가 아니다.”며 깨끗하게 물러났다. 미셸 위는 왜 그만두지 못할까. 이종현씨는 “그러나 그의 도전은 당초 본전을 건지려는 스폰서와 흥행 유지를 위한 미골프협회의 상술, 그리고 부모의 ‘지나친 과시욕´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현지 언론의 찬·반 공방도 뜨겁다. 골프다이제스트의 칼럼니스트 론 시락은 “PGA 투어의 경우 대회당 750만∼800만 달러의 거금이 들어가는 만큼 ‘흥행카드´인 미셸 위를 적극 활용하는 게 나쁘지 않다.”면서 “갤러리 동원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성대결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봅 해리그는 “미셸 위에 대한 신비로움이 사라진 데다 자신도 성대결에 나설 만큼 충실히 준비를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그의 성대결이 조롱거리로 변한 만큼 향후 기업들이 미셸 위를 초청하지 않을 경우 ‘먼데이 예선´을 통과하지 않는 한 그의 성대결은 결국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男다른 그녀들의 도전 20세기 최초로 스포츠 남자경기에서 공식 성대결을 펼친 여성은 지난 1945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스앤젤레스오픈에 참가한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였다. 그는 이 대회에서 세계 골프 사상 처음으로 남자대회 컷을 통과한 여성골퍼로 이름을 남겼다. 이후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그의 ‘대업´을 재연한 골퍼는 없다. 2003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BOA콜로니얼에서 ‘성벽´에 도전했지만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로 탈락했고, 같은 해 수지 웨일리(미국)도 그레이터하트포드오픈에서 컷오프됐다. 이후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 미야자토 아이(일본)도 일본무대에서 남자대회 컷 통과를 별렀지만 실패했다. 다만 박세리(29·CJ)와 미셸 위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한 차례씩 컷을 통과했다. 하지만 대회 비중과 코스의 길이 등이 논란이 돼 인정받지 못했다. 골프 외의 종목에서도 여성들의 도전은 거셌다. 가장 화끈한 승리의 주인공은 킥복싱 선수 출신의 마거릿 맥그리거.1999년 그는 미국 시애틀에서 경마 기수 출신의 로이 초우와 복싱 최초로 ‘링위의 성대결´을 펼쳐 일방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막 데뷔한 초우는 신장과 몸무게, 기량에서 맥그리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물 간 남성을 제물로 삼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건 맥그리거만이 아니었다.1973년 당시 여자프로테니스(WTA) 랭킹 1위의 빌리 진 킹(미국)은 윔블던 챔피언 출신의 보비 릭스를 상대로 3-0 승을 거둬 남성의 콧대를 꺾었지만 당시 킹은 30세, 릭스는 55세였다. 반면 1992년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지미 코너스와 비교적 ‘동등한´ 성대결을 펼친 끝에 패했다. 불발된 경우도 있다.1998년 캐리 웹(호주)은 남자선수 닉 팔도와 존 댈리, 마이클 캠블과의 ‘포섬 성대결´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2년 뒤 테니스의 비너스 윌리엄스는 존 매켄로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육상의)매리언 존스가 모리스 그린을 이기려 든다.”는 핀잔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루카치·레닌의 부활

    루카치와 레닌이 돌아왔다. 루카치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교환가능한 물건처럼 다뤄버린다는 ‘물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비판에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고 레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실험했던 사람이다.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금 이들 얘기를 꺼냈다가는 “쯔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둘을 불러낸 사람은, 뜻밖에 3세대 비판이론가 악셀 호네트와 라캉주의자 슬라보예 지젝처럼 주목받는 대가들이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책을 통해 상품교환관계 분석에 머물렀던 물화 개념을, 사회관계에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물화-인정이론적 탐구’(나남 펴냄)에서 호네트는 ‘자본주의 사회=물화’라는 공식을 “대단하지만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소련 혁명의 성공에 도취돼 정밀하지 못하게 접근했다는 것. 그래서 호네트는 지나친 좌경화만 털어낸다면 여전히 루카치의 ‘물화’ 개념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진단하는 데 쓸 만하다고 주장한다. 불과 100여쪽이 채 못되는 짧은 본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밀한 논증으로 가득 차 있다. 정점은 자기물화 개념을 다루는 5장의 분석. 스승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모델을 다분히 ‘기능적’이라 비판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혁명이 다가온다’(길 펴냄)에서 지젝이 주목하는 레닌의 면모는 ‘실천’이다. 레닌은 실패했다는 좌파에게 지젝은 도발적으로 되묻는다.“그래서? 정치적으로 항상 옳기만 한,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너희들은 이제까지 도대체 뭘 했는데?”라고. 포스트식민주의이론,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급진적 대안들은 “여가시간에 혁명하는 급진적 멋쟁이”라 조롱받는다. 지젝은 1914년을 주목한다.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 좌파들은 반전투쟁 대신 애국주의 노선을 채택, 전쟁에 적극 협력한다. 노동자 국제연대를 통한 좌파혁명이라는 비전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 암흑의 시대를, 레닌은 불과 3년 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뒤집어버린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혁명을 창출해냈던 것이다. 전지구적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 그 광풍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듯 악전고투하고 있는 좌파들에게 레닌의 ‘실천’은 해법일까. 앉아서 그런 고민하느니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지젝의 호통이 들리는 듯하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2001년 9월11일 뉴욕 테러가 발생한 이후 5년 동안 국제사회는 근본적인 질서의 변화를 목격해왔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중동의 이슬람 문화의 충돌 양상이 더욱 뚜렷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종교와 공공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퓨포럼은 9·11 5주년을 맞아 ‘문명 충돌’(1996년)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와 헌팅턴 교수의 이론에 비판적인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발표했다. ■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헌팅턴 교수는 “아직까지 문명의 충돌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그같은 시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종교와 문화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종교란 사람의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언어가 문화의 핵심적 요소일 수 있겠지만 종교 역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바깥 세상을 보는 시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외부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역시 소통의 틀을 종교가 제공하는 셈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문명충돌 이론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면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책을 처음 출간했을 당시에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 영향력을 갖는 이론들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가 명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실질적이다. 그러나 또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같은 이론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내 책이 5년 전이나 5년 후에 발간됐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다른 학자들보다 종교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것인가. -나는 당시 사고의 조류 속에 서있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전제를 깔고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9·11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9·11이 발생할 수 있는 맥락을 예견했던 것 아닌가. -그점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9·11은 미국과 서구를 이슬람과 충돌시키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시도였다고 말했다.5년이 지난 지금 빈 라덴의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지난 몇 년간 이슬람과 서방의 관계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사실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물러나는 외부세력과 떠오르는 국내 세력간의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본격적인 문명충돌이라고 볼 수 있나. -단순하게 하나의 충돌이라고 하기보다는 문명간의 충돌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충돌의 양상을 잘 보면 문명간의 충돌보다는 문명내의 충돌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의 역사를 보라. 유럽의 국가들도 늘 싸워왔다. 현재의 세계는 많은 수의 주요 문명들이 존재하는 다극화된 사회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위계적인 질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좀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 내에서도 종파와 국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슬람 국가들이 연합해서 과거에 통치했던 서방 지역들을 되찾아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까지 통치했던 역사가 있다. ▶미국의 핵심은 앵글로-프로테스탄트(앵글로색슨 인종에 개신교도)라고 말한 바 있다. 개신교도의 선교 정신이 문명충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개신교도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선교 국가는 아니다. 물론 미국은 종교적인 그룹들에 의해 건립됐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종교적인 국가다. ▶이라크 전에 대해 비판적인가. -그렇다. 이라크에 갈 이유가 없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만의 안정이 필요했고 급진적인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을 침공할 이유는 없었다. ▶이라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어떻게 이라크를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빠뜨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시간표를 정해서 이라크 안정의 책임을 걸프만 지역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에 조금씩 넘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이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다원적이고 다양한 그룹으로 이뤄진 국가이다.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 다르다. 미국은 그러나 남북전쟁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화합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해낸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 민주적인 사회이다. ■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교수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간의 대화가 세계 질서의 주된 흐름이 돼야 한다.”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 대학 국제학과 교수는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반대해 지난해 3월 ‘테러 이후:문명간의 대화 촉진’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인물이다. 파키스탄 출신인 아흐메드 교수는 드물게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모두 연구한 학자이다. 최근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화시대의 이슬람’ 연구 프로젝트의 대표 연구자를 맡기도 했다. ▶9·11이 발생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그 당시 아메리칸 대학의 강의실에 있었다. 막 강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뉴스를 처음 듣게 된 순간 앞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직감했다.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이슬람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학자로서 무엇이 힘들다고 본 것인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상호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을 모색해왔다.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식민지로 삼는 등 이슬람 세계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류를 해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 세계와 오랜 기간 교류해온 경험이 없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도 어려운 것이다. ▶문명충돌이라는 패러다임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나. -나는 학자다. 따라서 문명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돌은 지난 1000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십자군의 전쟁이 있었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가 있었다. 그것이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와 이슬람은 또한 화합과 문화적 교류 및 융합의 시대도 경험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무슬림들이 기록을 남겼다가 유럽 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이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무슬림들이 유럽과 미국의 시민으로서 살고 있지 않는가. 미국을 처음으로 국가로 인정해준 나라도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였다. 문명의 충돌뿐만 아니라 화합도 분명히 역사의 일부였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의 우파 정부와 언론은 헌팅턴의 이론을 부각시켰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슬람 9개국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느낀 반미 감정은 어땠나. -반미주의와 반유대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 강렬했다. 방문국에서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교수와 학생을 모두 만났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서방의 미디어가 이슬람교를 비난하고 예언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것을 보며 무슬림들은 이슬람 세계가 서방사회의 총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어떤 리더십이 떠오르는가. -세 가지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첫번째는 현재의 상황을 인내하자는 것. 두번째는 이슬람과 서구의 문화를 융합하자는 것. 세번째는 이슬람만의 철옹성을 쌓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스가 대표적인 세번째 모델이며 문명충돌의 사례이다. 그러나 반미감정 때문에 세번째 모델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첫번째와 두번째 모델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부유하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사회는 아직도 폭력을 빈곤의 산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 시각으로만 세계를 본다. 특정 인종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크다고 규정해버리는 식이다. 이를 이슬람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슬람 부족들은 복수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다는 전통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무슬림 젊은이들을 행동으로 모는 것이다. 지금 무슬림들은 명예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도 9·11 이후 마찬가지의 위협을 느끼며,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사람들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문화가 다양한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무슬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 -나의 주장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예배당을 방문해보고 축제를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는 아브라함을 기리는 축제가 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을 통해 공통의 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1) 상처 여전한 뉴욕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 이정표 잃은 뉴욕 사람들 간혹 길을 헤맨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엔 프리덤타워가 들어선다지만… 한쪽선 아직도 유해를 찾으려는 가족들… 죽음의 냄새… 월스트리트, 그 풍요에 머물던 이들 하나 둘 떠나고 주택용 빌딩으로 소리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3000여명이 불과 2∼3시간의 테러 공격으로 무참히 스러진 9·11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테러 종식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답답하기만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9·11 이후 5년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소호 지하철 역을 빠져나온 패트리샤 켈리는 오늘도 무심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000년 콜로라도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면서 맨해튼으로 이주해온 켈리. 그녀는 처음 맨해튼에 정착할 때부터 남쪽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오른 세계무역센터(WTC)를 이정표로 삼았다. 맨해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TC 위치만 확인하면 그녀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월11일 알 카에다가 조종한 뉴욕 테러가 발생하면서 켈리는 이정표를 잃게 됐다.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곳 지리도 손금처럼 익숙해졌지만 켈리는 지금도 길을 걷다가 습관처럼 남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WTC가 서있던 7번가 쪽에는 높다란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만 보인다. 그럴 때마다 팔·다리 하나가 없거나, 이가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고 켈리는 말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슬람 저항세력인 알 카에다의 테러에 의해 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속살을 드러내듯 땅이 파헤쳐진 현장 모습은 5년 전의 생채기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는 이 현장에는 새로운 빌딩 ‘프리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역 ‘패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면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땅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졌고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공사 현장은 활기가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사가 20여m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기반 공사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루 빨리 붕괴된 WTC의 상흔을 없애고 프리덤 타워를 올리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이다.77층으로 설계된 프리덤 타워 건설에는 20억달러(약 2조원)가 소요된다. 프리덤 타워 주변에는 9·11기념공원과 공연장, 프리덤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인 브라이언 라이언. 건설회사 중견 간부였던 그는 9·11 당시 뉴욕의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잃었다. WTC 남쪽 빌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마이클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실종됐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그가 쓰던 장비만이 형에게로 돌아왔다. 브라이언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동생의 유해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다가 결국 프리덤 타워 건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은 “동생을 묻은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희생자 유해 일부나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았던 월스트리트는 9·11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금융사와 금융인들이 늘고 있다. 근처의 업무용 빌딩들은 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도 줄어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뭔가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9·11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핸드처는 9·11때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장면을 가장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언론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아비규환을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다가 빌딩이 붕괴될 때 매몰됐고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핸드처는 그날 이후 신문사를 위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일을 접었다. 사진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촬영한다. 그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핸드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거나, 그날의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침대 밑에 귀신들을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따금 그 귀신들이 침대를 뛰쳐나와 우리를 조롱하고 물어뜯는다.”고 말했다. 핸드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귀신들과 놀아줘야 하며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다시 많은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의학센터가 2002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WTC 현장 정리작업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9500명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0% 정도가 9·11 이후 호홉기 질환을 갖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전했다. 더욱 무섭고 슬픈 것은 9·11 테러로 인한 상처가 어린이들에게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거나 TV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미술 시간에 비행기가 건물로 돌진, 충돌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WTC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린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로빈 굿맨은 “집짓기 장난감인 레고로 높은 건물을 만든 다음에 갑자기 충격을 줘서 무너뜨리는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 “이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트라우마(정신적인 외상)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현상금 239억원 걸린 빈 라덴 못잡나 안잡나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부터 그의 체포에 나섰지만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CNN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치트랄이 유력하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2003년 공개된 비디오에서 그의 뒤에 비친 나무가 이 지역 고유종이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형이 험준한 데다 정보도 완벽히 차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철저히 인편으로만 소통한다. 미 제10 산악사단 조지 윌리엄스 하사관은 “산 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해체된 미 중앙정보국(CIA) 빈 라덴 체포 전담반 책임자였던 마이클 셰우어는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망이 있으며 원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고 말했다. 은신처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슬람 영웅’을 신고할 사람도 없다. 자칫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239억원)는 그림의 떡이다. 그를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목전에서 놓쳤다. 지난 1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그도 현장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2001년에도 아프간 토라보라산에서 붙잡힐 뻔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올해만 벌써 5차례나 나왔다. 물론 그가 더이상 테러를 지휘할 수 없을 만큼 고립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하는 ‘카에디즘의 교주’는 이제 잡히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때문에 미국이 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끝날 것 같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그의 체포보다는 지역 안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간 미군 2만명 중 절반이 7만여㎞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잔당을 쫓기에도 힘이 달린다. 파키스탄도 체념한 듯하다. 미 ABC 방송과 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한 관리는 “그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 해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명혜는 국화의 합성사진을 보고 윤후를 넘본다며 국화를 더 미워한다. 윤정은 우경에게 보란 듯이 조건 좋은 남자와 선 볼 약속을 한다. 아파트를 내놓고 속상한 윤지는 광만을 부르는 동국의 전화가 반갑다. 한편, 명혜는 국화를 찾아와 돈봉투와 옌볜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내미는데….   ●무적의 낙하산요원(SBS 오후 9시55분) 대통령은 최강이 표창을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라며 칭찬을 한다. 비서관은 대통령이 최강과 같은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든든하지 않겠냐는 말 한마디에 최강을 LK주식회사에 추천한다. 순진과 최선은 최강이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하자 믿기지 않는다며 오히려 조롱한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4년 반만에 활동을 재개한 박철.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그의 친구들은 말한다. 키도 외모도 시원시원했지만 외모와는 달리 수줍음을 많이 탔던 현정은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했다고 한다. 가수 김현정의 숨은 친구찾기가 펼쳐진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수학과 놀이를 연계해서 유아기부터 재미나게 수학 비법을 익힐 수 있는 일명, 수학놀이 전문가 이원영씨와 함께 신나는 수학놀이를 배워본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 동이와 유아 때부터 시작한 수학놀이 이야기를 비롯,6∼7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웃음 가득한 수학놀이 비법을 공개한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공연을 마친 혁주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가고,TV를 보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상미는 멍해진다. 취재진들로 정신없는 장례식장에서 혁주는 굳은 채 갱스터 멤버들을 맞는다. 최사장은 희수에게 문상만 하고 가라 하지만 희수는 좀 있다 갈거라며 음식을 나르는 등 일을 돕는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8시20분) 5년간 동결됐던 캘리포니아주 시간당 최저임금이 2008년에 8달러로 인상될 전망이다. 동포사회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업주들은 인건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려워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높은 물가 상승률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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