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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 수사검사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추억’

    “부검의는 농담조로 유영철이 이미 부검을 모두 해 놓았으니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검의의 말대로 11구의 토막난 시체는 장기가 텅 빈 채 부검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토막이라는 표현은 비인간적이니 쓰지 말자고 하지만, 그 표현이 여기서는 적절할 수밖에 없다.” 2004년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4년 만에 후일담을 밝혔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주임검사를 맡았던 이건석 변호사가 4일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서 소름끼치는 ‘살인의 추억’을 떠올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된 피해자 11명의 부검은 이 변호사에게 한 편의 참혹한 흑백영화로 남아있다. 부검실의 하얀 벽을 배경으로 검게 부패한 시체 토막들이 곳곳에 흩어진 모습을 보고 10분 만에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유영철은 피해자들의 장기를 분쇄기로 갈아 버리거나, 일부를 먹기도 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부검들조차 속이 텅 빈 시체를 보고 아연실색했을 정도다. 유영철은 잔인무도한 범행수법으로 세상의 주목을 끌었지만, 검거 이후에도 호기를 부리며 대담한 행동을 이어갔다. 자신이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었다는 유명한 여자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변호사는 “이유를 묻자 ‘그 변호사가 나에게 희생당할 뻔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할 것이며, 여성이니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행 동기도 잘 이해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럴 듯한 궤변이었다.”고 말했다. ‘이문동 부녀자 살인사건’을 허위자백했다가 법정에서 곧 번복한 것도 교도소 이감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은 검찰에 대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고 이 변호사는 돌아봤다. “범행 동기나 기억하는 현장 도면 등이 달라서 이 사건은 빼고 기소하겠다고 했더니 나머지 20건의 자백도 번복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해 어쩔 수 없이 21건을 모두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2차 공판에서 경찰의 회유로 허위자백했다고 증언하더군요.” 지금도 이 변호사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것은 유영철이 자백했지만 끝내 시체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은 4건의 부녀자 살인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사형 확정 뒤 면회 간 수사검사들에게 유영철이 ‘법무부장관의 형집행장을 가지고 오면 여죄에 대해 털어놓겠다.’고 했다는데, 빨리 죽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여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시체 부패 냄새를 견뎌가며 점쟁이까지 동원해 시체를 매장했다는 산을 훑었지만 끝내 찾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 6월 사형선고가 확정된 유영철은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은 뒤 아침 식사 설거지까지 하는 등 나름대로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료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가끔 무협지 등을 읽지만 운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루종일 독거실에서 나오지 않고 혼자 지내며 외부인 접견도 거부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안마열사’ vs’촛불죽이기’…광고비 유용 논란

    ‘촛불 광고 모금액 유용’ 사건을 놓고 네티즌들의 설전이 거세지고 있다. ‘촛불시위 여대생 사망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신문광고비를 모금했던 김모(23)씨가 남은 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됨에 따라 그를 응원하는 측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김씨가 돈의 일부를 안마시술소와 나이트클럽 등에서 사용했다.’고 한 경찰 발표에 근거해 김씨를 ‘안마열사’라고 부르며 비난하고 나섰다. 네티즌 ‘뿌우’는 ‘다음-아고라’ 게시판에 “부모님께 안마시술소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돈타서 가라.”며 “여대생을 구하려는 의인인 척하다가 뒤에서는 호박씨나 깐다.”고 조롱했다. ‘vegas’는 네이버 뉴스 댓글에 “안마 받다가 에이즈 걸릴 확률과 미국소 먹다가 광우병 걸릴 확률중 뭐가 높나.”라며 “광우병 걸릴까봐 데모까지 하는 X가 안마시술소 가면 쓰나.몸걱정해야지.”라고 글을 남겼다. 반면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니가뭔데’는 포털 다음에 “음해하려는 자들의 술수”라며 “돈 모을 때도 계좌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안다.당신을 믿는다.”고 말했다. NiRVaNa’는 포털 다음에 “남은 돈으로 음해성 거짓 기사를 날린 신문들과 경찰측을 명예훼손과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십시오.”라고 글을 남겼고,‘veritas’는 “정황들에 대한 증거물·증인 진술서 등을 챙겨서 전문변호사와 대응책을 신속히 강구하길 바란다.”며 대응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김씨는 4일 다음 ‘아고라-자유토론방’ 게시판에 “기사와 다른 점이 많다.”며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모금액을 개인 계좌 등으로 옮긴 것에 대해 “총 모금액 1857만 6761원 중 1차 광고비로 1400여만원을 한겨레측에 전달한 후 모금이 (일단)끝나 다른 개인계좌로 옮겼다.”며 “모금액 현황 등은 카페 글을 통해 예전에 공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금액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의혹에 대해 “일부를 급한 사정으로 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카페 글을 통해)광고 게재 방향이 정해지면 개인 돈으로 집행하겠다고 알렸었다.”고 해명했다. 유흥업소 출입과 관련해서 “모금 이전의 일로 광고와는 상관없다.”며 “개인 신용카드를 이용했고,광고비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촛불에 타격을 주려는 모습들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촛불과 정의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여러분들과의 약속은 철저히 이행했다.”고 말했다. 이 글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4일 오후 4시 현재 1만 6000여건의 조회수와 2100여건의 리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의 무차별 살인 공포/ 박홍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의 무차별 살인 공포/ 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최근 잇단 무차별 살인에 겁에 질려 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도리마(通り魔·길거리 악마)’의 출현이 잦아진 탓이다. 올 들어 벌써 8차례다.8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도리마는 범행 동기도, 대상도 따로 없다. 죄책감도 없다.“누구라도 좋다.”는 게 범인의 공통적인 진술이다. 섬뜩하기 그지없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지난 22일 도쿄 하치오지의 한 서점에 도리마가 나타나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살해했다. 손님도 찔렀다. 지난달 8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도쿄 중심지인 아키하바라의 무차별 살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다. 또다시 경악했다. 일본의 무차별 살인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10년 동안 무려 67차례나 일어났다. 하지만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 사회를 향해 조롱하듯 적의를 드러내는 경향도 강해졌다. 사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짙지만 무시할 수만도 없다. 심각성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행위가 정당화될 여지는 전혀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행자 천국이라는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본 속에서 꿈틀대던 사회적 병폐를 고스란히 담아 냈다. 낙오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비정규직, 빈부 격차, 학력지상주의, 사회 부적응, 가족 해체 등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다만 개별적 요인들에 의한 폭발이 아닌 서로 뒤섞여 융합한 결과다. 일본은 사건 때마다 재발방지, 예방책을 모색했다. 무차별 살인의 고리는 당연히 끊어야 한다. 문제는 뾰족한 처방전이 없다는 점이다. 하치오지 사건도 아키하바라 사건이 터진 뒤 휴대용 흉기의 구입·판매를 제한하거나 관리를 강화하던 차에 일어났다. 결정적인 수단으로서는 미흡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 일용직 파견제도 금지하는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모순이나 폐해로 지적되는 부분부터 고쳐나가려는 의도다. 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방편인 만큼 맞다. 그러나 사회의 근저까지는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일본 역시 신자유주의의 정글 법칙이 상존한다. 거품 경제가 깨지면서 더 두드러졌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긴자와 진자라는 이분법적인 원칙이 철저하다. 절망감과 좌절감 속에서 소외된 진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 구조다. 도리마로 낙인찍힌 범인들은 대체로 자기 주장은 부족했지만 평범했다. 때문에 최후·최악의 수단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교수는 “일본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조직을 우선시하는 구조 속에서 개인은 묻힐 수밖에 없다. 불만·분노를 발산할 분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실제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습성이 오히려 무관심으로 잘못 엇나간 면도 없지 않다. 단적인 예이지만 열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조차 않거나 흉기에 찔린 피해자들을 휴대전화로 태연히 촬영하는 ‘기계 사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전반적인 사회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 인간 관계의 회복이다. 학교·직장·사회·가정의 실질적인 네트워크 복원이 요구되고 있다. 연결고리 찾기다. 특히 교육을 통한 대처는 당연하다. 새삼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인(人)’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의 담당자라는 ‘시민 교육’도 한 방안이다. 그렇지 않는 한 도리마의 등장을 막을 수 없다.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너무 비싼 대가임에 틀림없다. 사회적 비용이다. 분명한 점은 무차별 살인이 이웃나라의 엽기적인 사건으로 지나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묻지마 살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이미 팍팍한 사회의 길로 들어섰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 수도승·의사… 신출귀몰 도피행각

    수도승·의사… 신출귀몰 도피행각

    라도반 카라지치의 13년에 걸친 도피 행각은 21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실은 긴급 성명을 내고 “카라지치가 21일 밤 베오그라드 모처에서 세르비아 보안요원들에게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체포 정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비아 일간 폴리티카는 “그가 길게 기른 수염과 검게 염색한 머리로 여행용 가방을 멘 채 어디론가 떠나는 행색”이었다면서 아무런 저항없이 체포에 응했다고 전했다. 카라지치는 지난 13년 동안 수많은 소문과 추측 속에서 국제사회의 집요한 추적을 조롱이라도 하듯 따돌려 왔다. 도피 초기 어린 시절을 보낸 몬테네그로 북서부 산악지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은색 장발을 깎고 수도승으로 변장하며 도피 행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BBC는 그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드라간 다비치란 가명으로 개인병원에서 대체의학 의사로 일하며 위장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세르비아 정교회 성직자들이 적극적으로 보호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누가, 어떻게, 어디서 그를 보호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스니아 사라예보, 베오그라드는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 체코 프라하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한때 독일 일부 언론은 “북한으로 피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가 오랜 도피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세르비아 정부의 암묵적 지원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도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그를 전쟁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전범들의 도피 행각은 세르비아 정부와 군부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며, 카라지치의 경우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왔다. 그러다 세르비아에 친(親)서방 성향의 타디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범 체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르비아 정부가 카라지치를 체포한 이유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사전 절차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U는 전범 용의자 카라지치 체포를 EU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세르비아는 지난달 EU 가입 예비 협상인 안정제휴 협상에 서명하고 EU 가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체포 소식에 크게 만족한다. 세르비아의 새 정부는 새로운 세르비아를 대표하고 있으며,EU와의 새로운 관계를 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체포가 세르비아의 EU 가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한편 국제사회는 카라지치의 체포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보스니아 인종청소의 주범 라도반 카라지치 체포는 희생자들을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 “카라지치 체포 소식에 고무됐다.”면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에 국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자들이 무사히 넘어갈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킨 세르비아 당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역시 황제 표도르!

    ‘황제’는 달리 ‘60억분의1 사나이’가 아니었다. 예멜랴넨코 표도르(32·러시아)가 20일 미국 애너하임 혼다센터에서 열린 ‘M-1 어플릭션 밴드(Affliction Banned)’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UFC 전 헤비급 챔피언 팀 실비아(32·미국)를 1라운드 시작하자마자 화끈한 좌우 훅으로 쓰러뜨린 뒤 리어네이키드초크(뒷목조르기)로 36초 만에 탭아웃을 받아내며 승리했다. 종합격투기 전적 28승1패. 유일한 1패는 2000년 12월 고사카 쓰요시(38)에 당한 ‘반칙승에 가까운 패배’였다. 표도르로서는 지난해 12월31일 최홍만(28)을 1라운드 탭아웃으로 꺾은 이후 7개월여만의 복귀전이자 미국 무대 첫 진출 경기였다. 그동안 표도르는 ‘약한 상대만 골라싸워 이긴 변방의 황제에 불과하다.’는 조롱까지 받았지만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로 평가되는 UFC 전 헤비급 챔피언에 화끈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비난을 잠재웠음은 물론, 좌우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지는 타격 솜씨와 테이크다운을 뺏어낸 뒤 물흐르듯 이어지는 그라운드 기술 등 오히려 더욱 원숙해진 기량을 선보였다. 현역 헤비급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고,20㎝ 더 큰 신장과 15㎏이상 체중이 더 나가는 하드웨어의 우위를 갖고 있던 실비아였지만 ‘황제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참 친절한 오페라

    참 친절한 오페라

    올여름 오페라는 철저하게 대중적으로 분장했다. 최저가 5000원에 40분까지 압축한 가뿐한 공연시간. 따라가기 힘든 외국어 대사와 자막 대신 한국어 대사를 갈아끼운 ‘착한 오페라’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2006년부터 오페라 초보자들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중형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고 가격을 대폭 낮춘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이다. 지난해 ‘잔니 스키키’ ‘카발레리아 투스티카나’는 90%가 넘는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세번째 작품인 ‘카르멘’(23일∼8월1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표값 5000원은 영화티켓보다 싸다. 원래 티켓가격은 1만∼5만원이지만 학생들은 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게 한 것.2004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쓰던 의상소품 등을 그대로 가져오고 50여명의 배역과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대극장 오페라 못지 않는 감동을 전한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서울국제소극장오페라축제(17∼20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도 유료객석점유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대중적인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극장 지배인’과 살리에리의 ‘음악이 먼저, 말이 먼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등 40분짜리 단막오페라 세 편이 소개된다. 앞의 두 작품은 늘 붙어다니는 ‘일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으로 오페라 제작 현장의 속살을 실감나게 그려낸 풍자극이다. 오페라와 극장, 성악가의 이면을 철저히 조롱하는 발칙한 오페라로 관객에게 뜻밖의 쾌감(?)을 안긴다.3만∼5만원. 최지형, 김건우, 장수동 세 명의 연출가가 각기 다른 색을 입혔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8월9∼24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7년간 전회 매진된 인기 레퍼토리. 이번에는 3시간의 공연시간을 2시간으로 압축하고, 독일어 대사는 우리말 구어체로 바꿔 관객의 부담을 덜어줬다. 새잡이 파파게노가 내레이터로 나서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극 중 어린이 역할에 실제 어린이와 청소년을 캐스팅해 사실감을 높였다.3만∼5만원. 소극장오페라축제를 기획해온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최근 오페라들이 소극장 공연이나 해설 등의 친밀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을 대폭 늘렸다.”면서도 “3년만 관람하면 다 봤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레퍼토리가 소개되지 못하고 지방 공연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승엽의 대표팀 활약에 울고 웃을 요미우리

    이승엽의 대표팀 활약에 울고 웃을 요미우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이승엽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이승엽의 대표팀 참가를 놓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을것 같다. 일본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우익신문들은 이승엽의 올림픽 출전에 긍정적이지 않다. 올시즌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간 이승엽이 비록 2군이지만 최근 타격감이 올라와 있으며 1군무대에 복귀할거라 예상됐던 시점에서 올림픽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속마음은 그동안 이승엽이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에 있다. 큰 경기에 강하며 언제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능력이 있는 이승엽의 맹활약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혹여 한일전에서 이승엽이 맹타를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이번 대회 금메달을 노리는 일본대표팀에게는 악재가 될수 있으며 요미우리 구단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을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이승엽이 올림픽출전을 포기했더라면 여론의 중심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이런 순리를 뻔히 알고 있었던 이승엽이 올림픽출전을 감행하자 일본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괘씸죄(?)라는 명목 하에 연일 성토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최근 불거진 독도문제까지 언급하며 역시 우익신문인 요미우리 소속의 이승엽으로서는 마음이 편할리 없을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승엽이 돌아오더라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이승엽이 올림픽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거나 혹은 부진한 플레이를 보이면 일본언론에서는 충분히 비판거리 내지 조롱거리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승엽의 타격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던 지난 4월 14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김기태 코치와의 일대일 맞춤 훈련으로 과거 좋았을때의 모습으로 거의 회복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요미우리 선발투수진의 잇단 부진으로 애드리안 번사이드의 존재감이 커져있다는 점이 이승엽 입장에서는 악재다. 아무리 좋은 컨디션을 2군에서 보여줘도 올림픽 이후 당장에 1군에서 이승엽의 얼굴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의 이승엽의 활약은 한국팀 뿐아니라 자신에게도 중요하다.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해와 시즌 전 참가했던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이승엽의 엄청난 활약은 당시 팀내에 존재했던 못미더운 시선을 단박에 잠재웠다. 그때와 지금의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후반기 요미우리 대반격을 위해서는 이승엽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프로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am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성동구 ‘녹색 쉼터’ “자연학습장도 되네”

    초록빛 잎 사이로 색동호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7월의 농촌풍경이 서울 한복판에 재현됐다. 8일 오후 서울 행당동 성동구 행정타운 앞마당. 교사의 인솔 아래 청사에 견학온 유치원생들이 돌연 함성을 지른다. “선생님, 엄청나게 큰 오이가 열렸어요.” 박과(科) 덩굴식물을 본 적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수세미는 ‘큰 오이’일 뿐이다.“오이가 아니라 수세미”라는 교사의 설명에도 아이들은 “수세미는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 쓰는 거잖아요.”라며 좀체 고집을 꺾지 않는다. 성동구가 행정타운 광장 주변에 덩굴식물 200여분(盆)으로 녹색 쉼터를 조성한 것은 지난 1일. 조롱박과 수세미, 색동호박, 오이, 여주 등 17종이 선보였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체험학습장으로, 어른들에겐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들어 도심에서도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성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추억에 잠기거나, 자녀에게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해주는 등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구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가까이서 자연학습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물들을 계절에 맞게 배치할 계획”이라면서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도 잠시나마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촌스럽네”…올림픽축구 공인구 ‘中國’ 논란

    “촌스럽네”…올림픽축구 공인구 ‘中國’ 논란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축구경기에 사용되는 공식구 ‘팀가이스트Ⅱ 마그누스 모에니아’(magnus moenia)가 일본네티즌의 조롱을 받고 있다. 팀가이스트Ⅱ는 아디다스가 디자인한 축구공으로 지난 1월 첫 공개 당시 중국인들에게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색과 만리장성을 의미하는 황금색으로 디자인돼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일본 스포츠 전문지 ‘데일리스포츠’는 “지난 7일 합숙훈련에서 ‘팀가이스트Ⅱ’를 처음 사용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며 “대표팀의 적은 ‘中國’”이라고 보도했다. 일본대표팀 수비수인 ‘우치다 아쯔토’(内田篤人)는 “공이 너무 화려해 크로스 등을 올리면 눈이 부시다.”고 불만을 드러냈으며 골키퍼인 ‘야마모토 카이토’(山本海人) 역시 “이유는 모르겠지만 ‘中國’이라고 적힌 부분이 대단히 미끄러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의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팀가이스트Ⅱ’를 비웃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이 비웃는 주된 내용은 ‘디자인의 촌스러움’. 아이디 ‘7C7M6PwS0’는 “너무나도 촌스러운 디자인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적었고 ‘auiEoYDg0’ 역시 “공을 본 내가 다 부끄럽다.”며 비웃었다. 또 ‘TSOSQ30H0’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中國’이라고 새겨진 공을 발로 차도 괜찮나?”라며 축구공에 나라이름을 적은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소집훈련중인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역시 처음 접한 ‘팀가이스트Ⅱ’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공인구에 대한 빠른 적응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163.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철 기자 kibo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 책을 말한다] 미국의 욕망이 부른 불타는 지옥

    아시아에 천착하겠노라 밝힌 지 몇 년이 흘렀다.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거기도 아시아야?” 거기도 아시아다. 유럽제국주의의 식민지 역사로 점철된 아시아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이념적인 공간이었다. 극동은 왜 극동이고 남아시아가 동남아시아의 북쪽에 붙어 있는 사정을 이해하면 1차 대전 이후 뒤늦게 식민의 역사에 휩싸인 중동이 왜 아시아인가를 알 수 있다. 바로 그 중동의 팔레스타인 서안.4월의 요르단 계곡의 구릉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올리브나무의 가지와 잎새들은 올리브 열매를 맺을 참이었고 보랏빛 꽃망울을 터뜨린 호르페시(엉컹퀴)와 샛노란 들국의 무리들이 들판을 수놓으며 싱그러운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렸다. 평화로 충만한 그 땅이 인간들에게는 연옥도 아닌 말 그대로 불타는 지옥이었다. 지중해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텔아비브의 해변에는 패러글라이더가 갈매기와 함께 날고 있었지만 가자의 바다에서는 짭조름한 대신 피 냄새를 담은 바람이 불어왔다. 요르단과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는 60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난민 1세대들이 비탄의 한숨 속에 숨을 거두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로켓포의 섬광 아래 울부짖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지옥, 미국의 중동 패권이라는 이름의 사막의 기름에 대한 비역한 욕망이 짓밟은 땅에 대한 70일간의 기록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이제는 그저 국제뉴스의 일상으로 전락해 버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시작한 언저리에서 시작해, 인종감옥인 반투스탄으로 전락해 버린 서안을 거쳐 왕정독재의 요르단과 폭탄이 터지는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마지막으로 기록을 마칠 때까지 그 어디에서도 실낱의 희망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내게 남은 것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미래를 향한 낙관적 희망을 수시로 희미하게 만들며 눈앞에서 나를 조롱하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전쟁과 빈곤, 차별과 공포, 절망과 좌절 그 모든 것들이 일체의 희망을 경멸하고 미래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옥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가 건너왔고, 건너고 있으며, 건너야 할 사막이었다. 책의 말미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휘청거릴지언정, 팔레스타인에서 요르단에서 레바논에서 그리고 시리아와 이스라엘에서 아시아와 세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가 기록한 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였다. 창비 펴냄. 소설가 유재현
  • [데스크시각] 소통의 시대를 위하여/김종면 문화부장

    [데스크시각] 소통의 시대를 위하여/김종면 문화부장

    “국익과 더불어 우리의 자존을 위해서다.‘노무현 죽이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자학으로부터의 쾌감’에 종지부를 찍고 모두 다 의젓한 성인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어린애들처럼 징징대면서 노무현을 씹고 조롱하고 야유해야 하겠는가.” ‘노무현 죽이기’의 저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그 속편격인 ‘노무현 살리기’에서 수구언론과 우파성향 엘리트들을 겨낭해 이렇게 일갈한 적이 있다. 그의 어법을 빌려 노무현의 자리에 이명박을 대입시키면 어떤 논의가 가능할까. 국익과 자존을 위해 촛불 끄기 국민각성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아니면 쇠고기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떼어내고 다시 달 때까지 ‘이명박 때리기’를 계속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일면의 진실이 있으니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오만과 독선의 ‘먹통정치’를 뉘우치고 소통의 정치, 상생의 문화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이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 국민과의 소통부재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쇠고기 협상을 어떻게 벼락치듯 해치울 생각을 했을까. 그야말로 협상아마추어리즘의 결정판이다. 그로 인해 대통령으로서도 피멍이 들도록 처절한 시련을 겪었으니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소통이 우리 사회의 단층을 허물고 자기치유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다. 논자들은 소통의 달인을 따라 배우라고들 한다.‘위대한 커뮤니케이터’ 레이건, 노변정담으로 유명한 루스벨트, 만백성을 두루 어루만지는 배려와 소통의 정치를 편 정조대왕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 생각해 볼 인물이 미국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다. 사실 후버 하면 기껏해야 후버 댐이나 후버 모라토리엄 정도 떠오르는 ‘별 볼일 없는’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초드는 것은 그가 당대 최고의 ‘라디오 대통령’으로 명성을 떨쳤기 때문이다. 후버는 재임중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라디오를 정기적으로 이용했다. 굳이 라디오가 아니어도 좋다. 이 대통령도 공영방송을 이용해 한달에 한번이라도 국민과의 소통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필수 자질인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곧 미디어 해독능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국민과의 소통과 짝을 이뤄야 할 것이 역사와의 소통이다. 국민과 불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오늘의 ‘촛불 쓰나미’를 몰고온 것도 따지고 보면 최고지도자로서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역사적 통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역사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용도 개혁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최고지도자로서 어찌하면 그에 걸맞은 역사적 안목을 갖출 수 있을까.‘성학집요´니 ‘정관정요´니 하는 제왕학 교본이라도 외워야 할까. 조선의 왕들이 경연(經筵)에 나아가 경서를 공부했듯 이 대통령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건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길’을 일러줄 정신적 스승이다. 이제 대통령도 대통령 아닌 사람도 ‘촛불의 멍에’를 뒤로하고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장수가 잡념이 많으면 검(劍)을 뺄 기회를 놓치는 법. 이 대통령은 가슴에 ‘소통’이란 두 글자만 새기고 다시 한번 가로 뛰고 세로 뛰어야 한다. 무너진 권위를 바로 세우고 새 출발 해야 한다. 국민은 여전히 주눅든 포퓰리스트보다 당당한 현장승부사 이명박을 원한다. 만신창이가 된 ‘이명박 브랜드’ 중에 아직 쓸 만한 게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살려나가야 한다. 강한 개혁 대통령이 정답이다. 모호크족 인디언은 말한다.“눈물에 젖은 눈으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맑은 눈으로 차분히 미래를 응시할 때다. 김종면 문화부장
  • [사설] 공권력 경시풍조 도 넘었다

    광화문·시청 집회가 점차 불법·폭력시위로 변해가고 있다.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공권력과 시위대의 충돌을 소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갈등 연장선상에서 나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도를 넘고 있다. 일부 시위 과격파는 도심을 누비면서 경찰에게 유리병이나 돌로 채운 페트병을 내던졌다. 심지어 구슬을 장전한 새총을 조준해 쏘아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시위대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찰 수뇌부는 청와대를 지키는 데 급급하다. 버스를 동원해 청와대 진입로마다 바리케이드를 치는 통에 밤만 되면 동네 주민들의 발이 묶이고 상점들이 철시를 하는 상황이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법치와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할 공권력이 코너에 몰린 지 오래다. 무기력한 청와대와 대의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일부 불법 시위대를 쳐다봐야 하는 시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미 진정한 의미의 촛불은 꺼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모차를 앞세운 가족단위 참가자들과 중·고교생들이 떠난 이후 광화문의 촛불집회는 또 다른 요구의 광장이 된 지 오래다. 보수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급진 진보세력, 일부 반미단체들이 국민건강권을 볼모로 벌이는 정치투쟁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야당이 합세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고시를 강행한 뒤 처음 맞는 이번 주말이 향후 정국의 최대 고비이다. 정부는 말로만 단호 대처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교통마비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과 직장인, 생계에 지장을 받는 서민 등 일반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법과 공권력이 살아있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과격시위대와 일반 국민에 대한 공권력 집행은 당연히 구분해야 한다.
  • [열린세상] 당신의 법은 어디에 있는가/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당신의 법은 어디에 있는가/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역사는 나선순환한다. 발전이든 퇴보든 역사는 끊임없이 과거를 반복하며 흘러간다.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회한과 오욕의 나날’로 점철되었던 사법부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뼈저린 반성을 말하면서도 돌아서는 순간 또다시 권력을 따라 나서는 그 비루한 행태는 민주화를 향한 20년의 세월을 넘어 여전히 반복될 따름이다. 쇠고기 정국에 떠밀린 개각의 와중에 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은 김황식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이런 사법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의 법관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대법관이 대통령의 손짓 하나에 스스로 몸을 낮추어 버린다. 권력 위에 서서 권력의 오용과 남용을 감시해야 할 대법관이 되려고 권력의 부름을 받아 정의와 권위의 상징인 법복을 벗어던진다. 그리고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외치던 2500명 법관들은 이 ‘비열한 거리’에서 그저 침묵만 하고 있다. 여기서 이회창 전 대법관의 예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는 임기의 마지막에 그것도 개혁의 기치 하에 움직였다. 적어도 외관상의 정당성은 있었던 것이다. 감사원도 권력감시기관이라는 변명은 허사에 지나지 않는다. 임기를 보장한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권부의 의지로써 감사원장을 사퇴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대통령부의 한 파트로 전락하였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김황식 대법관의 변신은 사법부의 굴욕이 된다. 그냥 정치권력이 위력으로 점령한 감사원의 새 수장으로, 그것도 억지로 밀려난 전임자의 자리를 향해 대법관의 법복을 벗어던진 것일 따름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여기서 균열을 드러낸다. 판사생활의 대부분을 법원행정처에서 보내 법관이라기보다는 법원의 행정과 정보에 정통한 관료에 가까운 김황식 대법관을 굳이 휘하의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려는 현정권의 행보는 분명 사법부를 노리는 그 어떤 저의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과거 군사정권의 예에서 보듯, 법은 종종 통치권자가 사유화한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고 자의적 폭력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법관을 관료화시키고 사실상의 상명하복의 서열체계를 마련하여 그들을 옥죄는 것은 그 한 예가 된다. 그리고 그의 내정사실은 이런 행태가 이 정권에서도 반복되려는 하나의 조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걱정거리는 민주화과정에서 겨우 자리잡기 시작한 법치의 이념이다. 그의 행보는 대법원 판결을 금과옥조처럼 외우고 분석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사고방식까지 바꾸어 놓고자 날밤을 새우는 사법연수원생들에게 ‘법보다는 주먹’이라는 현실적 진리를 가르친다. 혹은 재판이란 대법원 판결을 복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외치는 수많은 후배법관들에게 그 대법원 판결조차도 정치의 논리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과정에서 대법관과 대법원으로 상징되는 법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다. 우리 사법부의 역사는 ‘회한과 오욕의 나날’로 점철된다. 권력에 굴종하여 국민들을 억압하거나 전관예우의 폐습을 따라 법과 정의를 사유화하기도 했다. 민주화의 진행이 사법개혁을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와 함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의 변화조차도 김황식 대법관의 처신으로 인해 무력화된다. 석궁 앞에서 희화화되었던 법원이 이제 감사원장의 자리를 탐하는 한 대법관으로 인해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포기하라.” 길은 그것뿐이다. 그도 아니라면 동료판사들이 말려야 한다. 법과 정의의 사제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의 한 손으로 전락하고자 하는 그를 모든 판사들이 나서서 주저앉혀야 한다. 서로에게만 극존칭을 사용하는 판사들의 자존심은 이때에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 [씨줄날줄] 컨테이너/임태순 논설위원

    컨테이너는 화물운송에 안성맞춤이다. 물건을 효율적으로 실을 수 있고 손상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테이너는 화물을 싣고 이 나라 저 나라 항구를 순례한다. 세계 여행이 취미인 셈이다. 지금은 해상운송에 주로 쓰이지만 출발은 육상운송이었다.1880년대말 미국에서 철도로 운송된 화차를 통째로 트레일러로 실어 고객의 문앞에까지 배달하는 것이 유래였다고 한다.1920년 뉴욕 센트럴철도와 펜실베이니아철도가 컨테이너를 대량제작, 보편화됐으며,1926년 강철로 만든 컨테이너가 뉴욕∼유럽항로에 취항한 것이 해상운송의 시초다. 컨테이너는 20피트(TEU·Twenty-foot Equi valent Unit)와 40피트(FEU·Forty-foot) 두 종류가 있다. 높이와 폭은 각 8피트로 똑같다. 하지만 40피트보다는 20피트 컨테이너가 일반적이다.4000TEU라면 20피트 컨테이너 4000개를 실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8600TEU급 컨테이너선이 가장 크다. 신선도가 생명인 야채, 과일, 꽃 등은 냉동시설이 구비된 흰색 냉동컨테이너로 운반된다. 특수화물인 만큼 운송비도 비싸다. 컨테이너는 집으로도 이용된다. 태풍·지진 등 대형재해로 집이 쓸려 갔을 때 임시주택으로 활용된다. 몇년 전 동해안에서 수재가 일어났을 때 이재민들이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컨테이너가 시위대를 막는 장벽으로 변신했다. 경찰이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 컨테이너를 이중으로 쌓아 방벽을 친 것이다. 촛불의 청와대 행진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소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막는 장벽이어서 시위대로부터 거센 비난과 조롱을 샀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컨테이너가 항구의 야적장에 쌓여 있다. 화물트럭 운전자들이 운송료 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컨테이너 수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가 흐르지 않고 쌓이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는 물류수송의 대명사다. 물류는 막힘 없이 흘러야 한다. 물자수송을 통해 세계 각국을 연결시켜 주는 컨테이너는 소통의 첨병이다. 컨테이너가 흘러, 막힌 곳이 소통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6·10 촛불집회] 광화문 가로막은 ‘컨테이너 방벽’

    [6·10 촛불집회] 광화문 가로막은 ‘컨테이너 방벽’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경찰이 오전부터 대형 컨테이너 20개를 동원, 서울 세종로네거리와 동십자각 앞, 적선네거리 등 청와대로 향하는 주요 도로 세 곳을 원천봉쇄했다. 경찰이 컨테이너를 동원해 시위대를 막은 것은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위 이후 처음이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당시 부산경찰청장이었다. 컨테이너 2개를 포갠 차단벽은 높이가 무려 5.4m나 됐다. 경찰은 컨테이너 연결 부위마다 용접을 하고 아래쪽 컨테이너에는 시위대에 밀리지 않도록 모래주머니를 채웠다. 외부에 기름칠까지 해 타넘지 못하도록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2005년 APEC 시위 당시 경찰은 회의 장소이던 부산 수영만 벡스코로 진입하는 수영 1,3교 위에 모래를 채운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았다. 시민단체, 농민, 학생 2만여명이 벡스코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당시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수십명이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어 청장은 “컨테이너 방어벽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적이 있다. 시민들은 예고도 없이 주요 도로 한가운데를 흉물같이 막아선 컨테이너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아이디 ‘다시 뛰자’는 다음 아고라에 “국민과 소통하자고 해놓고 완전히 벽을 쳐놨다. 국민들의 순수한 열정을 차단하겠다는 모습이 정상적인 것 같진 않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7만건 이상의 조회수와 1만건 이상의 추천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에선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오히려 경찰이 불법으로 교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시민들은 특유의 재치로 컨테이너를 조롱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컨테이너의 외벽에 ‘경☆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축’이라는 현수막을 붙였고, 스프레이를 이용해 촛불을 형상화한 그래피티(벽그림)로 컨테이너 외벽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재 인근 컨테이너 설치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이날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교보문고 앞에는 사적 제171호인 고종황제 40년 기념 칭경비전이 있다. 문화재 반경 100m이내에 임시구조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버스를 세워뒀더니 이를 훼손하고 끌어내려 하고, 전·의경과 신체접촉이 벌어지면 불상사도 우려돼 쌓아뒀다.”면서 “범죄 예방 조치 차원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합법적 행위다.10일 시위는 명백히 범죄다.”라고 말했다.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유로2008] “조국이여!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나의 조국이여!’ 전반 20분 0-0 팽팽한 균형에서 루카스 포돌스키(22)는 폴란드의 오프사이드트랩을 무너뜨리는 침투패스를 받은 동료 미로슬라프 클로제(30)로부터 공을 다시 이어받아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대표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 하지만 그는 착잡해 보였다. 격정적인 환희는커녕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감싸쥐는 것으로 ‘골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그리고 후반 27분 감각적인 위치 선정으로 논스톱 슈팅을 날려 2-0 승리를 결정짓는 추가골까지 뽑아낸 뒤에는 보일 듯 말 듯하게 두 손을 모아 폴란드 응원석에 미안함을 표시했다. 9일 오스트리아 클랑겐푸르트 뵈르터제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 축구대표팀에 승리를 안긴 공격형 미드필더 포돌스키는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독일로 이민간 폴란드계 1.5세다. 자신의 애인도 폴란드 사람이며, 독일 언론의 조롱을 받을 정도로 폴란드어에 강한 애착을 공공연히 내비치며 마음이 몽땅 폴란드에 쏠려 있음을 과시했다. 그러나 독일은 2차세계대전을 통해 조국 폴란드에 침략과 학살의 슬픈 역사를 안겨준 ‘한(恨)의 나라’다. 게다가 민족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축구에서조차 역대전적 4무11패로 75년 동안 한 번도 독일을 이기지 못했다. 여기에 또 1패를 보태는 데 앞장섰으니 포돌스키의 복잡한 심경은 본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똑같은 처지의 폴란드계 클로제가 있지만 그는 일찌감치 “나는 독일 사람”이라고 선언했으니 경우가 좀 다르다. 하지만 포돌스키 역시 엄연히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다. 그것도 유로2008 우승을 향해 뚜벅뚜벅 진군하는 ‘전차군단’의 핵심 공격수다. 한 번 내친걸음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 포돌스키는 첫 경기부터 2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포르투갈), 페르난도 토레스(24·스페인), 티에리 앙리(31·프랑스) 등 쟁쟁한 골잡이들이 즐비하지만 기선 제압은 포돌스키의 몫이었다. 나아가 역대 득점왕들이 넘지 못했던 ‘마의 9골벽’에 도전장까지 내밀었다. 유럽축구연맹 회장인 미셸 플라티니(프랑스)가 지난 1984년 기록한 9골이 최다골이지만 독일이 최소 4강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황조롱이, 남생이와 함께 가는 길

    황조롱이, 남생이와 함께 가는 길

    다큐멘터리로 생명의 의미 일깨우는 황윤 감독 “작년에 집에서 처음 소쩍새 소리를 들었어요. 숲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 말이죠.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뻔했어요. 철새인 그 아이는 왜 하필 이곳을 선택해 애써 날아왔을까요? 생각하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몰라요. 그렇게 큰 소리로 우는데도.” 고라니나 새끼 호랑이를 떠올리게 하는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그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것, 잘 듣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다. <작별><침묵의 숲><어느 날 그 길에서> 등 환경 다큐멘터리를 잇달아 만들어온 황윤 감독(37세)은 관객과의 대화,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로드 킬’(야생동물 교통사고)에 관한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가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극장에서 장기 상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제 영화는 하나같이 다 ‘행복’에 관한 영화예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가 행복이라 믿는 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그렇게 ‘행복’에 관한 물음을 담고 있어요.” 그는 행복을 감지하는 남다른 감각을 지닌 듯 보였다. 뒤집어 말하면, 불행을 감지하는 촉수 또한 예민한 사람이었다. 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삵과 황조롱이와 남생이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복은 삵의 행복, 황조롱이의 행복, 남생이의 행복과 서로 이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그의 영화가 들려주는 ‘환경과 생명’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멀쩡한 직장에 다니다 영화, 그것도 독립영화를 찍겠다며 뛰쳐나온 일이고, 또 하나는 8년 전 어느 화창한 봄날 동물원에서 어떤 풍경과 맞닥뜨린 일이다. “북극곰 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무슨 일인가 봤더니 곰이 머리를 쉬지 않고 아래위로 흔들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곰이 춤춘다’며 박수를 치더군요. 알고 보니 그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동물들이 보이는 ‘정형행동’이었어요. 고통에 몸부림치는 북극곰과 그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들, 평화로운 휴일의 동물원에서 벌어진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지요.”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동물원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별>을 만들게 된다. <작별>은 그의 인생에서도 각별한 영화다. 영화감독으로서 가야 할 길을 그때 확신했고, 일과 삶에 영감을 주는 든든한 동반자 ‘야생동물소모임’을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알게 되었으며, 그 모임에서 지금의 남편도 만났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영화 때문에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오직 영화의 내용에 공감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오는 것. ‘…당신을 격려하고 아낍니다. 앞의로의 행로에 우리가 함께할 것입니다. 애정이 담긴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친필 편지를 받고 그는 만남과 인연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이미 배우 조재현, 코미디언 김미화 씨가 영화 예고편의 내레이션을 자청한 터였다. 일단 나가라. 너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하고 환경이라는 주제를 파고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독일 녹색당의 창립자인 페트라 켈리의 이 말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처음 이 길에 나섰을 때 제가 지닌 것은 불확실한 꿈과 열정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우리가 거리낌 없이 행복이라 여기는 것들이 실은 어떤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가 강요한 행복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적게 가지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그는 인간과 야생동물을 포함한 모든 대지의 거주자들에게 겸손한 시선을 보낸다. 이미 준비에 들어간 다음 영화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상영 중인 영화를 홍보하랴, 새 영화를 준비하랴 무척이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바쁜 하루 중 짬을 내 그는 직접 요리를 한다. 파랗고 빨간 채소들을 보고 있으면 참 즐겁고 신기해요. 햇볕과 공기와 물과 흙만 가지고 어떻게 이런 예쁜 색깔이 나올 수 있죠. 이런 소박한 삶의 태도가 그의 영화 곳곳에 담겨 있다. 황윤 감독은...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작별, 2004년 침묵의 숲, 2006년 어느 날 그 길에서 등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연출. 2005년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환경문화상 ‘환경예술인상’ 대상 수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멘터리분과 운영위원. 녹색연합, 야생동물소모임, 아무르 표범 보호 만원계 회원.
  • 靑 참모들 촛불집회 암행

    청와대 참모들이 뿔난 쇠고기 민심을 탐방하러 촛불현장으로 ‘암행’을 나서고 있다. 금세 잦아들 줄 알았던 촛불집회가 벌써 한달 가까이 이어지자 “진짜 민심은 그게 아니로구나.”라며 직접 현장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30일 밤 촛불집회 현장인 청계광장에 있었다. 정부가 장관 고시를 확정한 이후 최대 규모 인원이 모일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나갔다. 곽 수석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밤 12시 넘어서까지 현장을 지켜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곽 수석이 ‘대선 때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정부가 진심어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종찬 민정수석도 새벽까지 거리에서 민심을 지켜봤다. 지난 24일 새벽 3시반까지 현장을 지켰던 이 수석은 지난 29일에는 새벽 2시까지 청계광장 주변에서 민심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급이 아니더라도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은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대부분 한두 번쯤 암행에 나섰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 말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과 함께 서 있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홈페이지(www.hannara.or.kr)는 1일 해킹당해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로 가득 찼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8시쯤 해킹 사실을 발견, 사이트를 폐쇄하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희경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힐’/구본영 논설위원

    지난달 중순 미국 출장길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존 볼턴 전 국무부차관의 ‘부시의 대북 항복’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접하면서다. 부시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는 내용이라 퍽 의외로 여겨졌다. 볼턴이 누구인가. 부시 1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쥐락펴락하던 이른바 네오콘의 핵심중 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그가 요즘 미기업연구소로 돌아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앞장서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한 부시 행정부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런 방향 전환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든 데 기인한다. 부시 행정부로선 임기 말 북핵 협상의 성공이 대외정책 중 마지막 희망인 까닭이다. 이처럼 초읽기에 몰린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협상노선의 필요성을 일깨운 주역이 바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에게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어제도 베이징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엊그제 워싱턴포스트(WP)는 “힐이 지난 3년간 추진했던 북핵 협상이 부시의 최대 외교 성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힐이 미 정부내 보수파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이름을 합성한 ‘김정힐’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려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조롱이다. 한국계인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은 “힐은 매우 유능한 협상가이지만 영웅이 되려고 언론에 잘 나서는 데 집착하는 인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평했다. 대북 강경론과 협상론 사이의 중도적 관점인 ‘매파적 포용정책(hawkish engagement)’을 신봉하는 그다운 중립적 평가다. 결국 힐의 최종 성패는 역설적이지만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북한이 핵폐기에 성실히 응할 것이냐가 그의 명성을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클린턴 행정부 때 갈루치 차관보의 전례를 감안했을 때다. 제네바협정 타결 이후 북한이 몰래 핵개발에 나서는 통에 그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새영화] 쿵푸 팬더

    [새영화] 쿵푸 팬더

    영화 ‘슈렉’의 제작진이 5년 동안 공들인 ‘쿵푸 팬더’(Kung Fu Panda·6월 5일 개봉)가 애니메이션 역사에 못난이 영웅을 또 하나 추가했다. 고정관념에서 멀찌감치 비켜선 채 웃음과 교훈을 동시에 몰아가는 ‘드림웍스표’ 애니메이션은 이번에도 관객의 의중을 영리하게 찌른다. 120㎝키에 160㎏의 D라인 몸매. 계단 서너 개만 올라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판다 포.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마음만은 쿵후 고수인 포는 국수집을 물려받으라는 오리 아빠에게 변변한 대꾸 한마디 못한다. 어느날 ‘평화의 계곡’ 대사부 우그웨이가 예언의 인물을 뽑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어이없는 소동에 포가 그 주인공이 된다. 그의 똥배 속에 과연 쿵후 고수의 ‘힘’이 숨겨져 있을까. 포는 동료인 무적의 5인방도, 사부도 내치며 미심쩍어 하는 마음을 ‘믿음’으로 바꾸면서 관객까지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포 자신이 스스로의 잠재력를 믿게 되면서 일어나는 눈부신 변화다. 만두 한 대접을 놓고 갖가지 신공에 가까운 무술을 펼치는 스승과 제자의 맞짱, 시푸의 옛 제자이자 쿵후 고수인 타이렁의 탈옥, 그리고 ‘용문서’를 놓고 다투는 타이렁과 포의 대결 장면은 오락영화가 지녀야 할 미덕을 최대한 발휘한다. 현란한 무술과 액션 장면이라면 실사영화에서도 얼마든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라서 자유로운 표현과 상상력이 롤러코스터처럼 관객을 휘몰아간다. 긴장감으로 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쉴새 없이 장난을 칠 줄 안다는 것도 ‘쿵푸 팬더’의 미덕이다. 할리우드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목소리 배우도 화제. 잭 블랙, 더스틴 호프먼, 청룽, 안젤리나 졸리가 캐릭터에 섬세함을 더했다. 호랑이, 원숭이, 사마귀, 뱀, 학으로 이뤄진 ‘무적의 5인방’이 각각 무술의 호권, 원숭이권, 당랑권, 사권, 학권을 본떤 캐릭터라는 점도 흥미를 자아낸다. 종(種)의 경계를 없앤 시도도 눈여겨 볼 대목. 오리 아버지와 판다 아들, 돼지 부모에서 난 토끼 자식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평화의 계곡’은 종 간의 경계를 지우면서 ‘차이’를 서열화하는 현실을 지긋이 조롱한다. 전체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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