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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달 탐사 ‘삐걱’

    2020년 달 탐사 ‘삐걱’

    나로호(KSLVⅠ) 이후 한국 우주개발의 핵심 목표인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와 ‘달 탐사’사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면서 순수 국내 기술로는 목표 시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향후 6년간 7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지만 이 경우 발사체 기술 확보에 실패하면서 ‘8000억짜리 우주쇼’라는 조롱을 산 나로호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KSLVⅡ 개발 및 발사를 끝내고 2020년에 KSLVⅡ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07년 이후 추진된 국가우주개발 로드맵에 명시된 2021년 KSLVⅡ 발사, 2025년 전후 달 탐사선 발사를 각각 3년, 5년 앞당긴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TV토론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예산·인력·기술력 등 3가지 모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우선 달 탐사선은 KSLVⅡ 발사 이후에 추진한다는 가닥만 잡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 자체가 없었다. 2020년 발사라는 새 계획을 맞추려면 당장 개발에 나서야 한다. 2021년까지 1조 5449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는 KSLVⅡ 사업의 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특히 달 탐사선은 예산 타당성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내년 예산에 반영될지도 불확실하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달 탐사 로드맵을 확정한 뒤 기획재정부에 예산 타당성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 일정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KSLVⅡ 사업에 고작 1040억원만 배정된 점을 감안할 때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진 확보도 난제다. 현재 항우연의 달 탐사 관련 인력은 9명이 전부다. 달 탐사선은 위성 개발과 연구 분야가 중첩되는데 국내 위성개발 인력은 향후 몇 년간 일정이 빠듯해 다른 프로젝트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순수 국내기술 확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우연 관계자는 “KSLVⅡ 개발이 지연될 경우 2020년이라는 달 탐사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탑재체에 탐사선을 실어 쏘아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항공학계의 한 교수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보았듯 우주개발은 숱한 실패와 지연이 되풀이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무리하게 시한을 당겨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2020년 달 탐사 ‘삐걱’…朴대통령 공약이지만 기술·예산 부족

    2020년 달 탐사 ‘삐걱’…朴대통령 공약이지만 기술·예산 부족

    나로호(KSLVⅠ) 이후 한국 우주개발의 핵심 목표인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와 ‘달 탐사’사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면서 순수 국내기술로는 목표시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향후 6년간 7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지만 이 경우 발사체 기술 확보에 실패하면서 ‘8000억짜리 우주쇼’라는 조롱을 산 나로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KSLVⅡ 개발 및 발사를 끝내고 2020년에 KSLVⅡ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07년 이후 추진된 국가우주개발 로드맵에 명시된 2021년 KSLVⅡ 발사, 2025년 전후 달 탐사선 발사를 각각 3년, 5년 앞당긴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TV토론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예산·인력·기술력 등 3가지 모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우선 달 탐사선은 KSLVⅡ 발사 이후에 추진한다는 가닥만 잡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 자체가 없었다. 2020년 발사라는 새 계획을 맞추려면 당장 개발에 나서야 한다. 2021년까지 1조 5449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는 KSLVⅡ 사업의 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특히 달 탐사선은 예산 타당성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내년 예산에 반영될지도 불확실하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달 탐사 로드맵을 확정한 뒤 기획재정부에 예산 타당성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 일정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KSLVⅡ 사업에 고작 1040억원만 배정된 점을 감안할 때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진 확보도 난제다. 현재 항우연의 달 탐사 관련 인력은 9명이 전부다. 달 탐사선은 위성 개발과 연구 분야가 중첩되는데 국내 위성개발 인력은 향후 몇 년간 일정이 빠듯해 다른 프로젝트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는 돌려막기식 인력 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순수 국내기술 확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우연 관계자는 “KSLVⅡ 개발이 지연될 경우 2020년이라는 달 탐사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탑재체에 탐사선을 실어 쏘아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발사체 성능시험이 달 탐사 계획의 1차적 목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항공학계의 한 교수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보았듯 우주개발은 숱한 실패와 지연이 되풀이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무리하게 시한을 당겨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주소 한글자 차이…‘우리민족끼리’ 패러디 사이트 등장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풍자한 국내 사이트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들을 ‘북조선 민주화위원회 우리민족끼리’(북민위)라고 밝힌 우익 인사들은 지난해 5월 북한 웹사이트(www.uriminzokkiri.com)와 주소까지 비슷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www.uriminzokiri.com)를 만들었다. 게시판 등 사이트 구성도 북한 웹사이트와 거의 똑같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게시판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이곳 우리민족끼리는 북조선 조평통이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를 역으로 패러디하여 김일성부터 이어져 온 북한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사이트입니다. 이곳에서만큼은 얼마든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 개XX들을 욕보이고 비판해도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사이트는 게시판과 자료실, 독자 투고란 등으로 구성됐다. 운영진과 이용자들 모두 ‘공화국의 역적패당 김정은’, ‘위원장 동지’, ‘남조선 력사’ 등 북한 말투를 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메인 화면에 ‘오늘은 김정일 개XX 죽은지 ○○○일째’라는 문구나 ‘민족의 원쑤! 돼정은(돼지 김정은)을 때려 죽이자’는 배너 광고를 띄워 북한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사진과 관련 기사 등도 제공한다. 지금까지 197만여명이 방문했으며, 지난 9일에만 2만 40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난 3월에는 조갑제닷컴 등 우파 성향의 사이트들과 함께 해킹 공격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우리민족끼리’ 패러디 사이트 등장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풍자한 국내 사이트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들을 ‘북조선 민주화위원회 우리민족끼리’(북민위)라고 밝힌 우익 인사들은 지난해 5월 북한 웹사이트(www.uriminzokkiri.com)와 주소까지 비슷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www.uriminzokiri.com)를 만들었다. 게시판 등 사이트 구성도 북한 웹사이트와 거의 똑같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게시판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이곳 우리민족끼리는 북조선 조평통이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를 역으로 패러디하여 김일성부터 이어져 온 북한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사이트입니다. 이곳에서만큼은 얼마든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 개XX들을 욕보이고 비판해도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사이트는 게시판과 자료실, 독자 투고란 등으로 구성됐다. 운영진과 이용자들 모두 ‘공화국의 역적패당 김정은’, ‘위원장 동지’, ‘남조선 력사’ 등 북한 말투를 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메인 화면에 ‘오늘은 김정일 개XX 죽은지 ○○○일째’라는 문구나 ‘민족의 원쑤! 돼정은(돼지 김정은)을 때려 죽이자’는 배너 광고를 띄워 북한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사진과 관련 기사 등도 제공한다. 지금까지 197만여명이 방문했으며, 지난 9일에만 2만 40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난 3월에는 조갑제닷컴 등 우파 성향의 사이트들과 함께 해킹 공격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미주통신] 美 대학 캠퍼스, 칼 난자 사건으로 떠들썩

    [미주통신] 美 대학 캠퍼스, 칼 난자 사건으로 떠들썩

    잇따르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대학 캠퍼스가 이번에는 한 남학생이 칼로 다른 학생들을 난자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에 빠졌다고 미 언론들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근방에 위치한 론스타 대학 캠퍼스에서 딜런 퀵(20)이라는 백인 학생이 자신이 소지한 칼로 동료 학생들을 무작위로 난자해 14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이 중 두 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으며 부상자들은 헬기와 구급차 등으로 병원에 급히 후송되었다고 밝혔다. 딜런은 칼을 들고 캠퍼스 내 여러 건물은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질렀으나 용감한 3명의 학생에게 제압당해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었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학생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소름 끼치는 일이 벌어졌다.”며 “평소 장갑을 착용하고 이상한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녀 다른 학생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곤 했지만, 그가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충격을 나타냈다. 사진=동료 학생들에게 제압당한 용의자 (현지 방송(KTRK)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씨줄날줄] 해커의 역습/정기홍 논설위원

    2003년 1월 25일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인터넷망이 일시에 마비됐다. ‘1·25 인터넷 대란’이다. ‘슬래머 웜’이란 사상 초유의 공격은 전국의 PC를 감염시켰고, 트래픽의 폭증은 국가 중추 망센터인 KT 혜화전화국의 최상위 DNS(도메인네임서버)를 단번에 막아 버렸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며칠간이나 암흑천지가 됐다. 정부도 이 같은 사태에 우왕좌왕했고 언론은 정부 발표마저 믿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지난달 20일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이 ‘디도스 공격’을 받으며 대한민국은 여섯 번째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은 민망한 나라가 됐다. 정보 당국은 일련의 공격을 북한 소행으로 지목했고, ‘3·20 사태’는 현재 수사 중이다. 최근 국제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1만 5217명의 가입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저팔계를 합성한 사진과 조롱 섞인 문구로 2차 공격을 암시했다. 그동안 해킹이 누구의 소행인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우리가 ‘사이버 양상군자’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해커(hacker)란 용어는 1960년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모든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처음 등장했다. 윤리강령도 만들었다. 해커는 이처럼 컴퓨터와 시스템 구조를 탐구하며 컴퓨터·통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 널리 쓰이는 ‘화이트’(white) 해커가 바로 이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블랙’(black) 해커와 ‘크래커’(cracker)도 있다. 둘은 방패와 창인 셈이다. 낮엔 정보기업에서 일하고 밤엔 해킹을 하는 ‘그레이’(Gray)란 다소 애매한 해커도 있다. 최고의 IT 기업가인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MS의 빌 게이츠가 젊었을 때 해커로 활동한 것은 사뭇 흥미롭다. 요즘은 해킹 수법이 다양해져 ‘파밍’(pharming) ‘스미싱’(smishing) 등 개념도 알기 어려운 해킹 용어가 앞다퉈 등장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헷갈리는 시대다. 대한민국이 어느새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해킹 사태가 한층 심각한 사이버 공격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해커는 사이버상의 아웃사이더가 되길 싫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해킹의 변방 지대가 아니다. 이들의 역습을 능히 막아낼 물적·정신적 토양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조지 V 히긴스는 다양한 경력을 쌓던 중 범죄소설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그의 범죄소설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았거니와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지하세계에 접근한 그의 소설은 영화와 별 인연이 없었다. 대표작 ‘에디 코일의 친구들’이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숨은 걸작으로 남았을 뿐이다. ‘킬링 소프틀리’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난 히긴스의 소설을 수십년 만에 스크린 위로 불러낸다. 보스턴의 범죄조직을 그린 원작 ‘코건의 거래’의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초반을 2008년으로 바꾸었으나, 3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연출을 맡은 앤드루 도미닉은 과작의 감독이다. 2000년에 ‘차퍼’로 데뷔한 이래 그가 내놓은 작품은 단 3편에 불과하다. 에릭 바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차퍼’와 칸영화제 진출작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범죄세계에 대한 낭만적 인식과 서부 신화의 실체 및 쇠퇴 과정을 냉철하게 논평한 작품이다(한국에서는 두 편 다 홈비디오로 소개됐다). 신작 ‘킬링 소프틀리’는 미국이라는 이상화된 사회와 범죄세계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조롱한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다만, 영화의 목소리는 더욱 신랄하고 혹독해졌다. 도미닉은 호주에서 자랐으나 뉴아메리칸시네마의 피를 타고난 모양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를 대표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1990년 작품 ‘좋은 친구들’에서 레이 리오타는 갱을 꿈꾸다 진짜 갱으로 성장한 헨리로 분했다. 헨리와 두 친구가 왕년의 악당을 처단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분수령으로 치닫는다. 도노반의 노래 ‘아틀란티스’가 흐르는 가운데, 세 남자는 손과 다리와 칼로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폭력을 가한다. ‘킬링 소프틀리’에서 리오타는 반대의 상황에 처한 마키를 연기한다. 두 명의 주먹이 그를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이가 빠지고 갈비뼈가 부러질 동안, 영화에는 어떤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만 그의 멍든 몸을 구슬프게 적실 따름이다.  ‘제로 다크 서티’, ‘렛 미 인’등의 촬영을 맡아 주가를 올리는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킬링 소프틀리’가 1970년대로부터 튀어나온 영화처럼 보이게 하였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창고에서 수십 년 묵은 필름을 꺼내 상영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암울하고 음침한 톤을 유지하는 영상 덕분에, 보잘것없는 범죄조직의 삶은 더욱 초라한 인상을 띤다. 그것은 미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기도 하다. ‘킬링 소프틀리’의 이미지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선진국가가 아니라 부패하고 궁핍한 제3세계 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킬링 소프틀리’는 부시와 오바마의 음성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한다. 임기 말기의 부시와 새롭게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각기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연설한다. 오바마의 취임사를 뒤로한 채, 주인공 코건이 내뱉는 말-“미국은 사업체야. 그러니 내게 돈을 지급해”-이 곧 영화의 자세다. ‘우리와 공공의 선’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나와 개인의 욕망’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재래라 할 ‘킬링 소프틀리’는 권력과 돈을 쥔 자들을 향해 아니꼬운 얼굴을 들이민다. 그것이 뻔뻔한 범죄자의 얼굴이란 점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다. 영화 평론가
  • [김문이 만난사람] 동양인 최초 독일 꽃예술 명장 방식

    [김문이 만난사람] 동양인 최초 독일 꽃예술 명장 방식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태어난 땅을 제대로 몇 번이나 볼까. 자주? 어떻게? 꽃은 다르다. 4월에 만발하는 수선화와 튤립은 359일 동안 땅속에 있다가 7일 동안 피어 있어도 그 기간 동안 줄곧 땅을 쳐다본다. 왜? 전문가는 구근초(球根草)라고 한다. 그렇다. 자신의 고향, 태어난 그 품속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대자연을 쳐다본다.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수를 지나 겨울에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난다.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천지 사방에 꽃이 핀다. 말 그대로 새로 볼거리가 많기에 ‘새봄’이라고 한다. 요즘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만발하다. 꽃 구경, 꽃 장식을 할 일도 많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은 무엇일까. 여럿 있겠지만 아마 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래 ‘플로리스트’다. 라틴어로 꽃의 플로스(flos)와 예술가를 뜻하는 이스트(ist)가 합쳐진 것이다. 아름다움을 살피고 찾아내는 심미안이 특별한 사람이다. 또한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식물학, 예술사조, 조형미술과 색채론, 실내장식 등의 예술 분야를 깊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재배 및 유통판매, 고객상담, 경영, 환경보호까지 알아야 한다. 플로리스트에도, 조경예술에도 명장이 있다. 이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자격증을 딴 것을 최고로 여긴다. 동양인 최초의 꽃예술 명장 방식(68)씨.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상가집에 가면 3단으로 된 조화가 있다. 그것을 최초로 만들어냈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생화도 놓여 있지만 마른 꽃 장식 또한 많다. 그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또 포장지의 꽃무늬 장식을 개발해냈다. 삭막한 무덤에 꽃으로 아름답게 덮어놓았다. 방송사 쇼무대의 꽃장식을 지금도 한다. 식물학, 예술사조, 조형미술과 색채학의 권위자이다. 그렇게 꽃예술 45년 인생을 살았다. 이쯤 해서 그를 만나러 가보자. 봄의 향기, 꽃의 계절에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았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방식 꽃 예술원’이다. 이른 오전이어서 내방객이 없었지만 청바지에 짧은 머리를 한 주인공은 바쁘게 꽃과 함께 있었다. 정월 보름날 식탁에 장식하는 계핏가루,땅콩, 호두 등의 어울림이 눈에 먼저 띄었다. 그다음에는 자연과 비자연의 오브제 앞에 선다. 기름 필터와 수선화의 만남은 더욱 아름다웠다. 자리에 앉았다. 자연에 대한 얘기가 먼저 나왔다. “올 1월 스리랑카에 혼자 갔습니다. 사진 촬영과 식물원을 관찰하기 위해서였지요. 그곳의 자연을 새삼 봤습니다. 한 달 동안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바다로 나가 수영을 했어요. 여명에서 바다와 고기를 만났습니다. 해가 떠오르자 어부들이 오더니 아침 식사라며 고기를 던져주더군요. 그런 광경, 느낌이 너무나 자연적이었습니다. 절로 행복해졌습니다.” 3층 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된 꽃 장식이 많았다. 꽃에 관한한, 처음 보는 예술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다 만들었을까. 제자도 많지만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가 길러낸 마이스터(명장)는 100여명, 플로리스트는 800여명에 이른다. ‘꽃의 마피아 두목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더니 너털웃음으로 받아넘긴다. 그다음에 물어본 말, 왜 독일에 가서 어렵다는 조경예술과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증을 땄느냐고 물었다. “1970년이었죠. 독일로 떠난 첫사랑 여인을 찾아 무작정 갔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비자가 나오지 않아 광부를 자원했습니다. 뒤셀도르프 인근에서 16개월 동안 광부 생활을 하고 비행기표 값을 다 지불했지요. 자유인이 되고 나서 꽃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첫사랑 그녀는 떠나고 이제는 사랑하지 말자, 캄캄한 막장에서 다짐했지요. 그런 땅에도 봄은 오고 고향처럼 반갑던 독일 개나리, 낯선 독일에도 꽃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부터 꽃을 좋아했을까. 전남 무안군 일로면에서 2남3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였다. 학교에서는 꽃 당번, 집에서 닭과 토끼를 기르면서 목포 유달산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가 꽃꽂이를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꽃을 좋아하면 자식이 없다”라고 말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1967년 집 마당에 텐트를 쳐놓고 꽃 전시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아울러 정물화와 풍경화를 직접 그려 옆에 진열했다. 목포에는 예인이 많다고 소문나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집이 유달산 자락인데 화가, 국악인, 소리꾼 등이 많았다. 동네 분위기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 꽃 등을 좋아한 것 같다”면서 “동네 어른들이 유달산에서 막걸리를 자주 마셨는데 거기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고 했던 기억이 많다”고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가수 남진, 탤런트 임동진, 성우 유민석 등과 자주 어울리며 노래도 부르고 연극도 같이 했다. 대학(원예학 전공) 다닐 때는 연극 무대에서 무대 세트 장식을 도맡아 했다. 이러한 끼를 가진 터에 독일로 가서 8년 동안 꽃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가톨릭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소록도 나환자 전문병원 설립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독일인 박애주의자 브레스 캠프의 도움으로 바움슬레(농업전문대학)에 진학해 꽃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던 것. 독일 대학생활을 지옥훈련의 연속이었다. 현지 학생들과 달리 잠도 못 자며 라틴어로 된 식물학명을 외우느라 고생도 많았다. 결국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마이스터 자격증을 두 개나 땄다. “꽃은 아름답지만 제 스승인 칼 라이는 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은 무척 멀고도 험난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명령을 어기면 즉시 출국해야 하네’라고 하더군요. 손이 곪아 터져도 장갑을 끼지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지요. 술과 담배 금지는 물론 ‘비가 오면 맞아라 그것이 마이스터의 길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300년 된 성당에서 틈틈이 조경관리를 했고 독일의 수도 본에서 꽃예술원을 열어 독일 사람들에게 동양의 ‘꽃과 선의 솜씨‘를 뽐냈다. 소문을 듣고 독일 주재 한국 외교관 부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독일 총리 관저의 꽃장식도 여러 차례 했다. 그곳의 꽃에다가 한국의 선을 접목시켰더니 더욱 좋아했다. 밤새 꽃을 만들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무덤에 한국에서 보내온 조롱박과 수세미 등으로 장식을 했더니 인기폭발이었다. 겨울에는 마른 꽃장식을 보급시켰다. 분데스가든 사워(연방 정부와 주정부에서 개최는 꽃예술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귀국한 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주경기장과 승마경기장 무대장식을 도맡아 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화제를 봄으로 돌렸다. 4월에는 집안에 어떤 꽃으로 장식을 하면 좋을까. “4월에 피는 꽃은 1년 중 13.8%에 해당합니다. 그 중 노란색이 33%이고 다음으로 흰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이어집니다. 수선화와 튤립은 4월에 대표적으로 피는 꽃입니다. 향기 또한 좋고요.” 팁이 이어진다. 거실에는 관엽식물을 키 순서대로 나열해 놓으면 생동감이 있다. 침실에는 향이 은은한 수선화, 히야신스 등이 좋다. 잎이 싱싱한 덩굴식물을 현관에 놓으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올 때 반가워한다고 말한다. 전설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꽃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개나리는 소박한 시골 처녀 같은 꽃이지요. 꽃말이 ‘희망’입니다. 원래 춘천시 시화였는데 나중에 서울시가 시화로 정해 춘천 시민들이 화를 냈다는 얘기가 있지요. (웃음) 국화는 중국산입니다. 운둔과 선비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평화와 풍요, 부와 거룩함을 상징합니다. 나팔꽃의 별칭인 모닝 글로리는 아침 일찍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는 뜻의 이름입니다. 꽃에는 다들 이렇게 전설과 아름다운 꽃말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현재 삼육대와 숙명여대에서 세미나 강의를 하고 세한대 초빙교수로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 대학에서 사용하는 ‘형태론’, ‘재료학’, ‘색채학’, ‘드로잉’ 등의 교재와 일반용 책 10여권을 냈다. 국내 패션무대에서 꽃장식을 처음으로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꿈을 물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도 꽃이지만 죽을 때도 꽃이 되어야 합니다. 돌아가시면 꽃처럼 전설이 되어야 하지요. 이런 뜻이 담겨진 수목장에 아름다운 꽃을 장식하는 것입니다. 곧 실현이 될 것입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방식은… 1945년 전남 목포시 유달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꽃을좋아해 1967년 처음으로 꽃 전시를 열었다. 학창시절에는 가수 남진, 탤런트 임동진 등과 친하게 지내면서 노래와 연극, 그림에 심취했다. 서라벌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꽃과 무용에도 자연스럽게 접했다. 1970년 첫사랑의 여인을 만나기 위해 독일로 갔다. 16개월 동안 광부 생활을 한 뒤 플로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현지 대학에서 조경학, 식물학, 색채학, 양식론, 형태론 등을 공부했다. 독일연방공화국이 주최하는 분데스가든사워 전시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독일 생활 8년 만에 조경학과 플로리스트의 명장 자격증을 땄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이다. 1979년 국내에서 방식 예술원을 개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주경기장과 승마경기장의 무대장식을 맡아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국내 패션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방송사 등 각종 이벤트 행사 때마다 꽃장식을 도맡아 했다. 2000년 MBC 성공시대 ‘꽃예술의 명장 방식편’이 방영돼 주목을 받았다. 현재 방식 꽃예술원 원장, 세한대 초빙교수로 지내고 있다.
  • 美 공화당 또 인종차별 막말·동성애 조롱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계 등 소수자(마이너리티) 그룹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큰 낭패를 봤던 미국 공화당과 보수 진영이 또다시 제 발등을 찍었다.  3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21선의 공화당 중진 돈 영(알래스카) 하원의원이 지난 주초 히스패닉계 노동자를 웻백(wetback·멕시코놈)이라고 불렀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웻백은 미국에 밀입국한 멕시코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영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미국민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토론하면서 “아버지가 목장을 갖고 있었다. 토마토를 수확하는 50~60명의 웻백들을 부렸었다”고 말했다.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가뜩이나 히스패닉 표심 잡기에 부심해 온 공화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영 의원의 발언은 공격적이고 해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도 일제히 비난대열에 가세했다. 그러자 영 의원은 지난 29일 “몰상식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사과했다.  공화당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벤 카슨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소아과 의사는 최근 동성애를 짐승과의 성교인 수간(bestiality)에 비유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카슨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조찬 기도회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 노선에 여러 차례 직격탄을 날려 유명해졌다.  카슨은 미 대법원의 동성결혼 위헌성 심리를 앞두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게이(남성 동성애자)건, NAMBLA(북미남성·소년사랑협회)건, 수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건 어떤 단체도 결혼에 대한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NAMBLA는 남성 성인과 소년 간 성관계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단체다.  카슨은 이 발언으로 학생들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결국 사과했다. 그는 CNN에 출연해 “내가 경솔했으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한다”면서 “게이를 수간이나 소아성애와 연관된 사람들에 비유하지 않았다”고 물러섰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김한길 “이익추구 계파는 정치 폐해”

    김한길 “이익추구 계파는 정치 폐해”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은 25일 “우리 당에 계파가 없다고 말하면 너무나 분명한 거짓말”이라며 “가치지향적 계파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계파는 정치에 큰 폐해”라고 밝혔다. 5·4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도 계파를 고르게 포진시켜야 한다는 게 반(半)공식적이었다”면서 당내 계파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계파 패권주의를 극복해 정상적인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라면서 “인적변화도 큰 혁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의 좌장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비주류는 계파가 아니라 주류가 되지 못했거나 주류가 되기를 거부한 사람”이라며 “언론에서 저를 비주류의 좌장 격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좌장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범주류의 ‘반(反)김한길 연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김한길 하나 잡겠다고 민주당이라는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아직은 모르지만 소위 주류라고 말해지는 분들이 워낙 강고한 세력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하나로 뭉치면 제가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4·24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를 혐오하고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국민에게 편승해 정치를 왜소화하고 헐뜯는 것에 동조한 것이 안 후보의 중요한 패착”이라면서 “정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고 제대로 만들려면 새 정치의 모습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입당도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좋다”며 “안 후보 혼자 새 정치를 가꿀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그가 별도 세력화될 때 반길 세력이 누군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지난 9일 아침,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한 도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승무원이 나눠주는 8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를 무심히 받아들었다가 아연실색했다. “평양, ‘제2차 조선전쟁’ 위협”이란 타이틀로 1면 전체를 할애한 기사는 금방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텔레비전을 켜니 중국관영 CCTV 뉴스채널은 물론, CNN 등 세계 여러 방송이 주요 뉴스로 관련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쪽배를 타고 다가오는 김정은을 향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두 손을 치켜들고 미친 듯 환호하는 일단의 장병과 주민들. 광신 집단의 행태를 뛰어넘는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익숙한 비웃음이나 지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시청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말이다.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종편 뉴스채널을 연결하고 국내 여러 신문을 검색했다. 역시 헤드 뉴스는 모두 북의 협박과 그에 대한 상보였다. 하지만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인데도 남들의 보도보다 훨씬 가벼웠고 긴박감도 떨어졌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한편 생각하니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들은 바로도, 우리는 종전 이후 단 한 차례도 북의 침략에 진정으로 분노하고, 결집된 국민의 의사로 보복을 거론한 적조차 없었다. 청와대 습격을 위한 침투에도, 아웅산 묘역의 그 참혹한 테러에도, 심지어는 무고한 민간인을 향한 연평도 포격에도. 과연 이건 담대함인가, 둔감함인가? 답은 이틀 후인 월요일 아침에 나왔다. ‘안보 위기에도 주말 골프장 메운 군 장성들’, 이게 무슨 소린가. 북의 위협보다 더 두렵고 기막힌 이 담대함이라니! 결코 둔감함으로 볼 수 없기에 담대함이라 말했지만 실상은 그도 아닌 듯싶다. 천안함 피폭사건 이후 어쩌다 마주친 북쪽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다. 듣는 순간 분노보다 낯이 뜨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래서 망각하려 애썼지만 이젠 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신들 군대는 어찌 기래, 얻어 맞았으면 제대로 복수를 하든지. 밖에서 두드려맞고 집에 돌아가 형에게 징징거리는 못난이처럼….” 대한민국 군대, 특히 어깨 위에 별을 단 수뇌부는 이 조롱에 뭐라 답할 것인가. 아주 가깝게는 이른바 ‘노크 귀순사건’ 때도 우리는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기보다 눈물이나 글썽대는, 그야말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명색 군인이, 그것도 장군이 말이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도 그랬지만 이번 3차 핵실험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지 않은가. ‘머리 위에 인 핵’이란 수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북은 공공연히 핵 전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눈앞에 직면한 고조되는 위협에도 군인이라는 이들이 한가하게 골프라니! 한두 번 겪은 공갈도 아닌데, 심리전 압박 운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근거 없는 분석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인이 할 말은 아니다. 진정한 군의 자세는 적의 사소한 공갈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 적을 뜨끔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서 만만하게 보인 결과가 종전 후 지난 60여년 동안 끊이지 않은 적의 도발이었다. ‘군의 강경한 대응이 국민의 불안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따위는 이제 핑계조차 되지 못한다. 오히려 군이 너무 안일해 국민들까지 ‘머리 위에 인 핵’에도 무심한 지경이 됐다. 경제적 불안 운운도 군이 거론할 일은 아니다. 군은 오직 전쟁에 대비하는 집단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할 뿐이다. 강력한 군과 거기서 비롯되는 굳건한 안보,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본때는 오히려 경제 안정과 대외적 신뢰의 발판이 될 터이다. 더구나 작금의 첨예한 동북아 정세에서 ‘징징거리는’ 군의 자세로는 외교적 협상에서도 불리한 전제 여건이 될 뿐이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국군을 사랑하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개념 없는 지휘부의 일탈이 그 사랑을 외면과 분노로 돌아서게 한다. 적의 위협 앞에서도 골프장 아니면 체력단련이 안 되는 군이라면 이참에 뿌리째 바꿔야 한다. 차라리 군 전용 골프장부터 폭격하라고 말하고 싶다. ‘골프장 출입금지 지시는 없었다’ 따위의 변명으로 조직을 보호하려는 자세는 더 염려스럽다. 창피함을 모르는 것을 넘어 뻔뻔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봄은 바다에서 옵니다. 섬과 섬 사이를 휘휘 돌아 내륙으로 내달립니다. 봄이 뭍을 향해 발을 딛는 첫 자리, 남해 쪽에서라면 경남 ‘삼천포’일 겁니다. 삼천포 가는 길에 삼천포는 없습니다. 오래전 행정구역이 통합됐으니, 당연히 사천시라 불러야 옳겠지요. 하지만 거죽이 바뀐들 품은 습속과 풍경마저 달라지겠습니까. 굳이 기억 속에 남은 삼천포를 끄집어내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삼천포에서 마주한 남해의 봄은 눈부셨습니다. 삼천포항에서 맞는 맛있고 싱싱한 아침도 인상적이었지요. 이만한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삼천포로 빠지’겠습니다. 삼천포란 지명은 익숙해도 사천은 다소 어색하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인구에 회자됐던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표현 때문이지 싶다. 두 지역은 한때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 사천시가 됐다. 편의에 의해 묶여진 두 지역이 사이 좋을 리 없다. 지금도 삼천포란 지명이 현지에서 공공연하게 쓰이지만, 실체는 없다. 사천을 돌아본다는 건 사실상 삼천포를 둘러본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천을 대표하는 명승지들이 거의 대부분 바닷가 지역, 그러니까 옛 삼천포 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삼천포 여정의 중심은 삼천포항이다. 서부 경남의 주요 어항 중 하나다. 삼천포항은 활기차다. 늘 다양한 생선들이 펄떡대니 비릿한 냄새가 가실 새가 없다. 어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면 모양도, 빛깔도 제각각인 물고기들과 만난다. 새벽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오전 5시 무렵이면 ‘바다의 백작’ 감성돔, 도다리류 가운데 몸값이 최고라는 옴도다리 등 수많은 해산물들이 경매장에 쏟아져 나온다. 경매가 끝나면 곧바로 위판장 옆에 장이 선다. 이게 또 볼거리다. 경남 쪽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장 보러 나온 이들과 시장 상인들이 흥정을 벌이느라 한두 시간가량 북새통을 이루다 오전 8시쯤에야 잠잠해진다. 항구 뒤편은 어물전이다. 생물과 건어물, 어류와 패류 등을 파는 어물전들이 구역별로 나뉘어 들어찼다. 해산물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맛의 감옥’이다. 삼천포항을 돌아보며 쥐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쥐치는 1980년대 후반까지 삼천포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가공하는 대로 팔려 나가니 돈도 잘 돌았다. 최남기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당시 새벽에 어선에서 내리는 쥐치 상자는 받아서 가공하는 만큼 돈이 됐다고 한다. 쥐치 상자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였더라는 이야기도 추억처럼 전해 온다. 1990년대 들면서 쥐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항구도 조금씩 활기를 잃었다. 그나마 조금씩 나는 국내산 쥐치와 축적된 쥐치 가공기술 덕에 ‘삼천포 쥐포’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남해가 베푸는 것이 어디 해산물뿐이랴. 요즘엔 뭍과 바다가 어울린 풍경 덕에 곳간 사정이 넉넉해지고 있다. 삼천포항에서 삼천포대교 쪽으로 향하다 보면 대방진굴항과 만난다. 고려 말, 남해안에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의 흔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대방진굴항을 수군 기지로 이용했던 것으로 역사는 전한다. 굴항은 조롱박처럼 생겼다. 작은 군선 등을 숨기기 맞춤하다. 한데, 거북선처럼 큰 선박이 들기엔 턱없이 작다. 조맹지 해설사는 “현 대방동 지역이 매립되기 전엔 이 일대가 바다였다”며 “현재 굴항보다 규모가 훨씬 큰 군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굴항 인근에서 벌어진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쓰인 전투다. 이처럼 작은 포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이웃한 삼천포대교공원에 거북선을 전시한 것도 그를 기리겠다는 뜻일 터다. 대방진굴항 뒤편의 각산 봉화대는 풍경 전망대다. 오래전엔 불을 피워 외적의 침입을 알렸던 곳. 요즘엔 봄 소식을 뭍으로 ‘전송’하기 바쁘다.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대방사를 들머리 삼아 한 시간 남짓 다리품깨나 팔아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맞는 풍경만큼은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인상적이다. 세 개의 섬 사이에 놓인 다섯 개의 다리가 물수제비 뜨듯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그 너머는 남해 창선도다. 봄은 시나브로 다섯 개의 다리를 건너오는 중이다. 교각에 설치된 경관조명 덕에 밤이면 더욱 화려해진다. 총연장 3.4㎞의 다리를 직접 걷는 사람도 곧잘 눈에 띈다. 이웃한 낙조 감상 포인트 ‘실안 노을길’과 별주부전의 고사를 담고 있는 비토섬 등의 풍경도 눈부시다. 삼천포항 왼쪽의 노산공원에 서면 한려수도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공원 한편엔 삼천포 출신 박재삼(1933~1997) 시인의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삼천포 동쪽 해안 끝은 남일대 해수욕장이다. ‘남해안 제일 절경’이라는 뜻의 명소다. 남일대의 명물은 코끼리 바위다. 하지만 정작 시선이 가는 건 바다를 따라 자박자박 걸을 수 있게 조성된 길이다. ‘이순신 바닷길’ 가운데 ‘삼천포코끼리길’ 코스로, 진널전망대와 남일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순신 바닷길의 총연장은 60㎞다. 5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주로 사천의 해안길을 돌아보는데, 일부 구간은 차로도 둘러볼 수 있다. ■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다솔사(853-0283)와 비토섬 등을 둘러보려면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으로, 벚꽃 풍경이 빼어난 선진리성과 실안낙조, 삼천포대교 등 삼천포 남동부의 명소들을 먼저 보겠다면 사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사천관광안내소 835-1023. →주변 여행지 곤양면 흥사리 흥곡마을 묵곡천변에 고려 말에 세운 매향비가 있다. 왜구와 관료들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의식을 치렀던 곳이다. 야생차로 이름난 다솔사, 별주부전의 전설을 담고 있는 비토섬, 국내 최대 규모의 사천녹차단지(853-5058) 등도 둘러보는 게 좋다. →맛집 싸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삼천포수협회센터를 찾아야 한다. 1층에서 횟감을 고른 뒤 2층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방식이다. 항구 뒤편의 파도한정식(883-4500)과 오복식당(833-5023)은 다양한 제철 해산물로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1만 1000원. 점심 때는 자리 잡기도 쉽지 않다. 쥐포는 가격 차가 크다. 쥐치를 밑간만 하고 통째 말린 ‘쥐치알포’는 3만 8000~4만원 선이다. 흔히 먹는 조미 쥐포는 1만~2만원선. 베트남이나 중국산의 경우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고구마를 얇게 잘라 말린 것을 팥, 강낭콩 등과 섞어 죽으로 끓여낸 ‘고구마 배떼기죽’도 맛있다. 삼천포대교공원 내 풍경(835-0550)에서 맛볼 수 있다. 7000원. →잘 곳 삼천포항 인근 노산공원 쪽에 모텔들이 많다. 4만~5만원.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남일대 쪽이 낫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사설] 미군 범죄는 한·미 동맹에 毒이다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동에서 일어난 주한미군 난동사건은 결코 예사로 봐 넘길 일이 아니다. 검문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하며 추격했지만 미군은 총을 쏘고 시민을 차로 밀치며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어 놨다. 그리고 미8군 영내로 숨어들었다. 미군 기지 안으로 도주하기만 하면 우리 경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현행범으로 잡히지 않는 한 미군의 협조가 없으면 조사가 어려워 미군 병사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일단 뺑소니를 치는 일이 다반사다. 그동안 거듭 강조했거니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 문제를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피의자의 신병이 미군에 있으면, 모든 재판 절차가 종결되고 대한민국 당국이 구금을 요청할 때까지 미합중국 군이 구금을 계속 행한다” 이른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SOFA 22조다. 사정이 이러하니 문제 해결의 관건인 초동수사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피의자로서는 얼마든지 증거를 조작할 수도, 진술을 번복할 수도 있다.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죄질은 날로 흉포화하는데 근절수단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범인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미군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군이 망나니짓을 하고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태연자약하는 것도 이 같은 불합리한 법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한갓 철없는 미군 병사의 조롱거리가 되는 상황을 감내할 국민은 많지 않다. 주한 미군의 법적 지위에 관한 특수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가증할 범죄에 대해서는 문명국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이 추상같이 적용돼야 마땅하다.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이후 논란을 거듭해온 SOFA 문제는 미군 범죄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 이슈다. 당장 SOFA 개정에 나설 수 없다면, 중대 사안일 경우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소 전이라도 미군당국이 신병 인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운영절차만이라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범죄예방에 일정한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국민은 미군의 파렴치 행위에 분노하는 만큼 그런 범죄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한·미 관계의 구조적 제약에 분노한다. 고질적인 미군범죄가 끝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 ‘자생적 반미’의 빌미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미 공히 진정한 ‘가치동맹’의 의미를 새길 때다.
  • 소녀상, 매춘부로 합성해 유포 네티즌 “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

    소녀상, 매춘부로 합성해 유포 네티즌 “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로 묘사한 합성사진이 인터넷 상에 등장해 우리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일본 시마네현이 22일 ‘다케시마(일본의 독도식 표기)의 날’ 행사를 강행하면서 반일 감정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이 사진은 소녀상의 얼굴에 성인잡지 모델의 몸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 속 소녀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속옷에 돈을 낀 매춘부로 묘사됐다. 특히 소녀상 사진 주위에는 ‘날조’, ‘종군위안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합성사진 주위에는 ‘진실’, 군대를 따라다니던 매춘부라는 뜻의 ‘추군(追軍) 매춘부’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이 사진은 일본의 국수적 성향 누리꾼인 이른바 넷우익(右翼)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일부 친일성향 카페 등을 통해 유포됐다. 사진이 퍼지자 네티즌들은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섬나라에서는 모든 게 다 저렇게 보이는가 보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런 조롱을 당한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편에서는 “문제의 친일 카페 회원이 한국인일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이명박 정부의 功은 취하고 過는 버려야

    이명박 대통령은 이틀 뒤면 보통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어느 정권인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정을 이끌지 않았겠는가마는, 정권마다 마지막 모습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곤 했다. 5년 전, 530여만 표차의 압도적 승리로 정권을 출범시켰던 이명박 정부도 예외 없이 국민의 박수를 받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는 시대의 한 페이지를 접고 진정한 역사의 평가를 겸허하게 기다려야 할 시점이 됐다. 돌이켜보면, 현 정부 5년은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공과 진전을 이루었다. 이 대통령은 ‘얼리 버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부지런히 일해 국부(國富)를 쌓는 정부를 보여주려고 했다. 재임 중 지구를 19바퀴나 돌면서 84개국을 방문해 경제외교를 활발하게 펼쳤다. 두 차례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신용등급은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질렀다. 미국·유럽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세계 3위의 경제 영토를 확보했다. 세계 7번째 ‘20-50클럽’(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가입, 세계 9번째 무역 1조 달러 달성도 평가할 만하다. 공약인 ‘747정책’(7% 성장, 소득 4만 달러, 선진 7개국 진입)엔 훨씬 못 미쳤지만 예기치 않은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외교적 성과도 간과할 수 없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격을 높였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녹색성장을 핵심과제로 추진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국내로 가져왔다. 40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도 돋보인다. 그러나 독도 방문과 부적절한 발언으로 한·일 관계 악화에 빌미를 제공한 점은 아쉽다. 남북한 교착 국면의 타개와 북핵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외교적 한계도 드러냈다. 나라 안에서는 정치력 부재와 소통 부족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특히 이 대통령의 공인 의식 부족과 편중 인사는 지지자들마저 마음을 떠나게 했다. 임기 초엔 소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뿌리째 흔들렸다. 친인척·측근의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은 이 대통령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자부심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임기 말 사저 문제와 측근 사면 등은 법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잘한 일도 많은데 각박한 세평이 서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은 천심이라고, 국민 정서 속 앙금이 가라앉으면 균형 있게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다. 새 정부는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현 정부의 공(功)은 잇고 과(過)는 버려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 현 정부가 소홀했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시행착오를 잘 살피면 길이 보일 것이다.
  •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와 문화민주화/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와 문화민주화/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

    정부조직과 청와대 기구 개편안이 발표되고, 향후 5년 국정의 틀과 정책의 방향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정권 과도기에 국민들은 자신의 생업과 처지에 비추어 새 정부의 정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4개 직업군, 1만 1655종의 직업이 있다. 문화예술 영역은 9번째로 직업 종류가 많은 직업군이다. 대선 기간 동안 그들은 본능적으로 문화예술 관련 정책공약을 살펴보았겠지만, 아마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야 공히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으로 민심잡기에 여념이 없던 그 시간에 문화는 TV토론에서 언급조차 된 적이 없었고, 문화정책은 양당 정책공약집의 10대 공약에 오르지도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학, 교육, 문화예술이며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학교와 예술단체 간의 교류 확대, 예술가를 위한 의료 및 과세제도 마련 등의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가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미국인 삶의 기본구조인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국립인문재단의 2013년 추가예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 롬니 후보의 생각은 불황기 때마다 거개의 정치지도자들이 보여주는 판단과 똑같았다. 그가 재정적자 탈피를 위해 공영방송서비스(PBS)·국립예술재단(NEA)·국립인문재단(NEH)과 같은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들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자, 언론들이 롬니는 세서미스트리트보다 월스트리트를 더 좋아한다고 조롱했다. 영국의 문화매체체육부(DCMS)는 문화기반의 교육 및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 1997년부터 창조적 영국의 기치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정책을 펴나갔다. 어린이·청소년 교육에서 문화예술을 전 교과목과 연계하는 창조적 동반관계 프로젝트를 범국가적으로 추진하여 후속세대의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한편,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창조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2008년 창조산업 분야가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6.4%를 차지하는 등 국가경제의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소수를 위한 문화에서 프랑수아 올랑드의 모두를 위한 문화로 선회하고 있다. 올랑드에게 있어서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른바 문화의 민주화·보편화인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문화적 전환은 선진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수십만명의 불우아동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교육을 시행하여, 마약과 범죄의 길로 빠질 수 있는 청소년들이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지니게 되었다.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국가 문화정책이 국민복지와 사회안정 등의 현안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근혜 당선인은 문화기본법 제정과 향후 5년간 2%까지 문화재정 확대를 약속했다. 문화 투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이후 재정운용의 적실성이 다시 걱정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자본주의 시대의 문화는 경제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대선 기간에 양당이 모두 합창을 한 경제민주화도 문화민주화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종당에는 문화민주화로 이어져야 한다. 당선인이 말한 ‘100% 대한민국’을 위해 전국으로, 전 계층으로 문화 분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바꾸겠다”면서 국민대통합을 약속하였다. 국민행복은 어디에 있고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목적을 추구하는 삶,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를 구현하는 것이 다름 아닌 문화와 예술이다. 행복의 조건이 형성되고 체감되어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어울림을 바탕으로 한다. 소통을 넘어 공유로, 교감을 넘어 공감으로 하나가 되는 문화가 국민 삶의 모든 국면에 침윤되도록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행복, 국민대통합도 기실 인과관계를 가진 하나의 개념이다. 그 답은 문화에 있다.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④ 교육 마이너리티의 그늘

    국내 학교의 교실에는 4만 9000명의 ‘반쪽’ 한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새 터전으로 삼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탈북자) 학생들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국내 다문화·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희망’인 동시에 ‘화약고’다.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유일한 해답이다. 23일 오전 10시 서울의 한 다문화 청소년 대안학교. 중학교 2학년인 민아(13·가명)양은 보충수업을 하며 교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재잘거리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중생이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민아는 일반 중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깜둥이”라는 폭언과 조롱에 시달렸다. 참다 못한 아이는 칼로 손목 등 온몸을 자해했다. 부모는 아이를 대안학교로 전학시킬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보통 학생들의 왜곡된 시선이다. 철없는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친구를 ‘잘못된 사람’으로 여기고 차별하고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쳤던 한 교사는 “중국 출신 엄마를 둔 여학생에게는 ‘중국년 꺼져’라고 하며 의자를 빼 넘어뜨리고, 몽골 출신 엄마를 둔 아이에게는 ‘너네 나라에 가서 말이나 타라’며 조롱하고 때리는 등 심각한 일을 겪었다”면서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 수를 늘리는 등 양적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아동·청소년보다 더 큰 문제를 겪는 학생은 한국말이 서툰 중도입국 자녀다. 결혼·취업 등을 위해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입국했지만 언어나 문화장벽 탓에 입학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희영 다애 다문화학교장은 “현행법상 중도입국 학생 입학은 조건 없이 받아야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학생과 학부모에 부담을 줘 입학을 사실상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문화 부모들도 당장 살림살이 걱정에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한다. 충청 지역에 사는 민수(12·가명)군의 부모가 그렇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민수는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초콜릿’이라고 불리며 놀림당하기 일쑤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 성적도 신통치 않다. 하지만 부모는 먹고살기 빠듯한 탓에 아이 교육은 ‘나 몰라라’다. 의욕적인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요청했으나 민수 엄마는 기본적인 한국어조차 못해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눴다. 지구촌 사랑나눔 이사장인 김해성 목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여러 부처가 다문화 학생을 지원하지만 중구난방”이라면서 “실질적 지원을 위한 체계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터민 학생들도 다문화 학생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봄 중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진학한 김재진(가명·13)군은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심리 적성검사 결과 김군의 자살 충동 지수가 교내에서 가장 높게 나온 게 계기였다. 충격을 받은 김군의 어머니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김군은 학교를 옮겼다. 김군은 북한에서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에 등록했지만 생계 때문에 거의 다니지 못한 채 한국에 왔다. 특히 영어는 전혀 배운 적조차 없어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 새터민 아이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어려움도 겪는다. 만화책이나 연예인이 뭔지 모르는 김군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영양 부족으로 또래보다 체구도 작아 2~3살 어려보였다. 무엇보다 담임교사 역시 김군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 조금 더 자란 대학생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인(24·가명)씨는 17세 때인 2006년 한국에 들어온 뒤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12년간 정규 교육을 받은 한국 학생들과 견줘 기초 지식에서부터 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업 과정에서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크다. 높은 어학 점수나 자격증, 대외활동 등 ‘스펙’으로 무장한 한국 학생들과의 취업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불안하다. 장학금은 받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스펙 관리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격차가 벌어져 고용 격차로 고착화되면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소외받는 새터민의 불만이 커져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강주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팀장은 “탈북 청소년을 받은 일선학교에 이들을 위한 교육 체계 및 전문 인력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교사들도 우왕좌왕하는 현실”이라면서 “일선학교 및 대학에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및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을 확충해 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그분’들 거참… 웃음에 ‘철학’이 있네

    ‘그분’들 거참… 웃음에 ‘철학’이 있네

    킥킥대거나 박장대소하는데 마음 한구석은 짠하다. 늙은 도둑 둘이 엮는 포복절도 소동극인 줄 알았는데, 철학이 있었다. 가끔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1981년에 초연한 ‘늘근도둑 이야기’는 두 늙은 도둑이 ‘그분’의 미술관을 털러 들어갔다가 겪는 이야기를 틀거리 삼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24년째 관객을 만나 왔다. 2010년부터 민복기 연출과 손을 잡은 이번 ‘늘근도둑 이야기’는 코믹 요소보다는,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시사 풍자가 무척 짙게 배어 있다. 시작은 영화 ‘미션임파서블’ 같다. 물론 딱 5초. 도둑들이 타고 내려온 동아줄을 걷어내면서 머리를 얻어맞는 부분부터 슬랩스틱이다. 출소한 지 며칠 안 된 ‘더 늙은 도둑’이 ‘덜 늙은 도둑’을 데리고 한탕 하러 들어온 미술관을 살필 때는 영화 ‘덤앤더머’ 같다. “이런 데에는 구린 현찰이 많다”는 ‘더 늙은 도둑’의 말대로 금고가 있다.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밤낮없이 짖어대는 개가 문제다. 소리만 들어도 덩치가 짐작되는 개들이 잠들 때를 기다리면서 도둑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낸다. 분명히 신세한탄인데, 움찔움찔한 정치색을 드러내고 ‘개똥철학’을 늘어놓으면서 피식거리게 하거나 박장대소를 끌어낸다. 수십년을 감옥에서 보낸 ‘더 늙은 도둑’의 자기 합리화가 가관이다. 대통령 열 중에 셋이 별을 달았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회의원과 CEO들도 죄 별을 걸었으니, “꽈자(전과자) 아님 정치 못 허고, 꽈자 아님 세계 일류기업 못 허고…” 심지어 윤동주는 이렇게 말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나한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고. 그러니 ‘별’(전과)이 많은 것은 대단한 자랑이다.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인’ 거야”라거나 “우리에게 이제 신천지가 펼쳐질 거야, 새누리가!”라거나, 또는 “이 금고를 챙기기 전까지 내게 철수란 없어! ‘안 철수’한다니까”라면서 언어유희를 펼친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뒤가 구릴수록 현금을 많이 챙겨놓는 법이야. 형님처럼”이라는 조롱 섞인 애드리브도 거리낌 없다. 전막 연습이 끝나고서 만난 ‘더 늙은 도둑’ 윤상화(43)에게 “내용이 위태위태하지 않으냐”라고 묻자 “연극이라는 것은 시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정도는 풍자로 봐야지 이걸 비판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대가 문제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닌 도둑놈 둘이 진짜 도둑놈 집에 들어갔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우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에게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남자연기상을 쥐여준 ‘그게 아닌데’와 ‘햄릿6: 삼양동 국화 옆에서’를 두고 “짜릿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햄릿6’은 용산참사 희생자들, 성폭행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 등 거대한 사회 모순을 정면으로 꼬집은 작품이다. “이런 얘기들을 접하면 가슴이 저리다”는 그는 “배우로서 이런 사회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길은 작품뿐”이라면서 “이 연극도 그렇게 생각을 나누는 방식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극 중에서 두 늙은 도둑은 손발이 도통 맞질 않는다. ‘수십억원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고를 털고 나서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티격대고, ‘인생은~’으로 시작하는 노래 뒤 가사가 ‘나그네 길’과 ‘미완성’으로 갈린다. 당연히 수사관에게 덜컥 걸려버렸다. 이것은 설정일 뿐. 100분 동안 공연을 이끌어 가는 두 배우는 ‘척하면 착’이다. 쉴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고 맞받아치는 촘촘한 조화가 단연 돋보인다. ‘덜 늙은 도둑’ 한동규(39)는 “연습을 많이 하고 웃음 포인트를 예상해 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반응은 매번 다르다”면서 “배우나 관객이 현장의 날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작품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두 늙은 도둑의 유쾌하지만 짠한 앙상블은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시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2만~3만원. (02)762-001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年 500억원 이혼 위자료 판결에…베를루스코니 “공산당 판사” 막말

    年 500억원 이혼 위자료 판결에…베를루스코니 “공산당 판사” 막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6) 이탈리아 전 총리가 두 번째 부인과의 이혼 소송에서 연간 3600만 유로(약 498억원)라는 천문학적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밀라노 법원은 최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그의 두 번째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56)와의 이혼 소송에서 라리오에게 이혼 수당으로 연간 3600만 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프랑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기존 미지급금 7200만 유로와 함께 (이혼) 합의금이 연간 3600만 유로에 달한다”며 “이는 라리오에게 매일 20만 유로를 지급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20만 유로를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베를루스코니는 이어 “이번에 판결한 세 명의 여성 판사들은 페미니스트이자 공산주의자들이며, 1994년부터 나를 못살게 굴었던 판사들”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1994년 정치에 입문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3번에 걸쳐 10년간 총리직을 맡는 동안 100여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에는 탈세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그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판사 비난 발언이 알려지자 밀라노 법원은 성명을 내고 “이혼 판결을 한 판사들에 대한 어떠한 편파적인 비유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리비아 포모도로 밀라노 법원장은 성명에서 “우리 동료들은 성실한 전문가들”이라며 이들에 대해 ‘조롱섞인 표현’을 하지 말아 달라고 정치인들에게 촉구했다. 라리오는 2009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8세 여성모델 등과 어울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연간 4300만 유로를 달라며 이혼 소송을 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도 다음달 재판을 받는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마호메트 조롱 만평’ 佛 주간지 이번엔 ‘전기 만화’ 출간 공언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만평을 게재해 무슬림들을 분노케 했던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번에는 마호메트의 전기를 만화책으로 출간한다고 공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샤르보니에 샤를리 엡도 편집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무슬림이 편집했기 때문에 이슬람교에서 공인한 전기”라면서 무슬림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화책을 제작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샤르보니에 편집장은 “(마호메트에 대해) 비웃기 전에 그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예수에 대해 아는 것에 비해 마호메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만화책이 연구 및 교육용임을 강조했다. 마호메트의 전기를 담은 만화책은 2일 발간될 예정이며 ‘지네브’라고만 알려진 튀니지계 프랑스인 연구자가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에서는 마호메트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는 그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하곤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마호메트를 모욕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으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로 확산될 당시 이 주간지가 마호메트 누드 만평을 게재하면서 무슬림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무슬림의 대규모 시위 가능성을 우려해 20여개 이슬람 국가에 있는 대사관 및 학교의 문을 닫는 등 긴급 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리 엡도의 판매 부수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마호메트 풍자 만화가 실린 해당 잡지는 몇 시간 만에 품절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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