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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으로 멍든 ‘호주 난민섬’… 여성들 “만지지 말라” 자해

    10세 여아 끌려가 성폭행당하고 어린아이 입술 꿰맨 뒤 조롱도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에 있는 호주의 역외 난민 시설에서 아동 성폭행을 포함한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된 사실이 밝혀졌다. 호주는 배를 통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망명 신청자들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이들을 인근 국가인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에 돈을 주고 대신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호주 이민 당국의 800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 5개월간 나우루 수용소 난민들이 겪은 폭행과 성적 학대 등 인권 유린 사례 2116건이 담겼다. 이 가운데 51.3%는 수용소 전체 인원의 18%에 불과한 어린이 관련 사건들이다. 나우루 수용소에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성인 남성 338명과 여성 55명, 어린이 49명 등 442명이 수용돼 있다. 가해자는 주로 다른 난민 또는 수용소 직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7월에는 열 살도 안 된 소녀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고 한 남성 보안요원은 어린아이들이 샤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샤워 시간을 2분에서 4분으로 늘리도록 했다. 같은 해 9월 다른 보안요원이 한 여자아이의 입술을 꿰맨 뒤 그 모습을 보고 조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설 운영 업체가 고용한 버스 운전기사가 자신의 음란행위를 위해 여성 난민들의 사진을 찍은 사례도 있었다. 여성들에게 입맞춤하고 음부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수용소 여성들은 “제발 내 몸을 만지지 말아 달라”며 협박성 자해를 일삼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한 임신부는 나우루에서 출산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이 더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지 않다”며 호주 정부가 아이를 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호주 대법원은 지난 2월 난민의 역외시설 강제 수용 정책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가디언은 “호주 정부는 나우루와 마누스섬 난민 시설에 매년 12억 호주달러(약 1조원)를 지원한다”면서 “호주인들도 난민의 인권 유린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에 문건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前 안보관료 50명 “충동적 트럼프에 핵 지휘권 못 맡겨”

    前 안보관료 50명 “충동적 트럼프에 핵 지휘권 못 맡겨”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부의 잇단 지지 철회 선언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인종과 종교, 여성 등에 대한 그의 분열적 언행에 보수 진영의 실망감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현직 상원의원인 수전 콜린스(메인주)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조롱하고 멕시코계 연방판사를 비판하며 최근 무슬림계 전사자 부모를 공격한 것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레슬리 웨스틴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정치 보좌관 출신 프랭크 래빈 전 싱가포르 대사도 언론 성명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래빈은 또 “트럼프에 관한 끔찍한 진실은 그가 거창한 게임을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벌거숭이 임금님”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리처드 해나 뉴욕주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미국을 이끌기에 부적합하다”며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고, 스콧 리겔 버지니아주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신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에서 일했던 공화당 소속 전직 국가안보 관료 50여명도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11월 대선에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의 인격과 가치관, 경험이 결여돼 있으며 미국의 국가안보와 안녕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면서 “많은 이들이 클린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대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가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할 의사가 없다”며 “그는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것들은 대통령과 미 핵무기 지휘권을 갖는 군 통수권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한 개인에게 있어 위험한 자질들”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공화당 하원 수석정책국장인 에번 맥멀린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韓 “사드 탐지 미사일 정보 日과 공유 가능”…中 “MD동맹 악몽 현실화” 즉각 반발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수 있다고 밝히자 중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사드 배치를 둘러싼 비판을 이어 가는 한편 전방위로 한류 제재도 이어 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한국이 사드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중국 군사전문가의 반응을 보도하면서 “사드가 수집한 중국·러시아의 미사일 정보를 한·미·일이 공유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중국에는 악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은 일본과 군사 협력을 꺼려 왔다”면서 “한·일 미사일 정보 교환은 한·미·일 미사일방어(MD) 동맹의 신호탄이어서 중국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위협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일본 쪽에서 요청하면 사드 정보도 공유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 범위 안에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부대 장성 출신인 숭중핑은 “한국이 미·일 군사 동맹체에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미·일 국방당국은 이날 화상회의(VTC)를 개최해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보와 정책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도 사드 비판을 이어 갔다. 인민일보는 “군사적 자주권이 없는 한국이 미국에 기대어 마음대로 한다면 지나치게 경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미국은 한국에 이어 필리핀, 대만에도 사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류 제재’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한국 배우 박보검이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놀리는 스포츠용품 광고를 표적 삼아 “명백한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국 영상물 수입을 모두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룹 스누퍼는 오는 21일 예정된 둥팡위성TV 음악 프로그램 ‘AIBB’ 출연과 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패션 브랜드 행사 일정을 갖지 못하게 됐다. 한편 명보는 중국의 이데올로기 관련 부처가 최근 중국 누리꾼이 인터넷을 통해 북한과 북한 지도자를 자주 조롱하고 패러디하는 것을 비판하며 이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차 막히는 휴가철에도 호젓한 파주·연천

    차 막히는 휴가철에도 호젓한 파주·연천

    때로는 호젓한 경기 북부로 발길을 돌릴 일이다. 휴가객들로 도로가 몸살을 앓는 이맘때는 더욱 그렇다. 파주와 연천이 대표적이다. 최전방 도시로 인식되지만 이들 지역에 늘 전쟁의 기운만 감도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조심할 것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절정의 휴가철에도 한결 여유롭게 쉬다 올 수 있다. 콩 볶는 소리가 이방인을 맞는다. 어느 부대에선가 사격훈련이 있는 게다. 가끔 포 쏘는 소리도 들린다. 역시 전방도시답다. 파주, 연천 등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을 여행할 때는 몇 가지 조심할 게 있다. 꼭, 그리고 늘 기억해야 할 건 목함지뢰다. 임진강 줄기를 따라 종종 발견된다. 피하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임진강변엔 아예 발 딛지 않는 거다. 또 있다. 사격훈련 표시 붙은 곳은 얼씬대지 않는다. 그러면 위험할 게 없다. 종종 탱크 같은 철갑차량들이 도로를 오가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이런 장면 보려면 박물관이나 가야 한다. 한데 이 일대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후방’ 지역에 사는 이들에겐 이마저 진기한 볼거리에 속한다. ●현대식 건축물·조형물의 조화 ‘헤이리’ 파주 여정의 들머리는 헤이리다. 현대식 건축물과 조형물들이 어우러진 곳. 구불구불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갤러리와 카페, 공방, 서점, 레스토랑 등이 빼곡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이미 수도권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여행지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무거운 분위기가 짓누르던 최전방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여느 관광지와 다름없이 밝고 평화롭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분수 주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바람의 언덕’ ‘음악의 언덕’ 등에선 시원하고 상큼한 평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파주를 대표하는 인물은 율곡 이이(1536∼1584)다. 임진각을 지나 북녘땅을 향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파주의 진면목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이이와 연계된 공간들이다. 파주는 이이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외가인 강원도 강릉이지만, 본가가 있던 곳은 파주였다. 자신의 호 또한 파평면 율곡리 지명을 따 지었다고 전해진다. 5세 때인 1541년 처음 파주 땅을 밟은 이후, 자주 파주를 찾아 은거했다. 그만큼 파주엔 그의 흔적 남은 곳이 많다. ●자운서원 등 율곡 이이 유적지 곳곳에 대표적인 곳이 법원읍 동문리 율곡 유적지다. 자운서원과 율곡의 가족묘, 율곡기념관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 자운서원은 1615년 율곡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지방 유림들에 의해 조성됐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소실됐다가 1970년 복원됐다. 2013년엔 국가 사적(제525호)으로 승격됐다. 서원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뿜어내는 묵은 향기는 건물의 크기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자운서원 옆은 가족묘다. 이이의 묘, 어머니 신사임당과 아버지 이원수의 합장묘 등 13기가 조성돼 있다. 화석정은 이이가 자주 찾아 시상을 떠올렸다는 정자다. 율곡 유적지에서 9㎞ 정도 떨어져 있다. 건물 정면의 ‘花石亭’ (화석정)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다고 전해진다. 안쪽엔 율곡이 8세 때 처음 지었다는 시 ‘팔세부시’(八歲賦時)가 걸려 있다. 무엇보다 화석정의 자랑은 탁월한 전망이다. 정자 앞에 서면 임진강과 DMZ 일대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임진강·DMZ 풍경 한눈에 보는 화석정 화석정에 얽힌 이야기도 전한다.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몽진하던 선조 일행이 임진나루를 건널 때 화석정을 태워 불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이가 선조의 몽진을 예견하고 정자 기둥에 기름을 발라두라는 예언을 남겼다는 게 이야기의 요지인데, 지나치게 부풀려진 느낌이 없지 않다. 임진나루와 화석정은 거의 1㎞ 가까이 떨어져 있다. 화석정 불빛이 닿기엔 먼 거리다. 주변 관아 건물을 태워 불을 밝혔다고 적은 징비록이 좀 더 현실적이지 싶다. 전설의 진위는 논외로 하더라도 ‘십만양병설’을 내세운 이이와 이를 무시한 선조의 악연이 얽혀 있는 곳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선조 이야기 깃든 임진나루는 아쉽게도 들어갈 수 없다. 허가받은 어부 외에 민간인은 일절 출입할 수 없다. 화석정에서 임진강변으로 나가면 율곡습지공원을 만난다. 공한지를 활용해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규모는 작아도 연꽃정원과 조롱박터널, 호박 터널 등 다양한 볼거리와 만날 수 있다. 배경 삼아 사진 찍기 좋은 설치미술 작품들도 조성돼 있다. 율곡습지공원 인근에 장산전망대가 있다. 민통선 안쪽의 초평도와 굽이돌아가는 임진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은 없고, 적당한 공간에 차를 대고 300m 정도 산길을 걸어가야 나온다. 인적 드문 데다, 전망도 빼어난 만큼 꼭 찾아보는 게 좋겠다. 율곡수목원은 아직 정식 개장하지 않았다. 정비가 끝난 지역에 한해 부분 개방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입소문을 덜 탄 만큼 한적하게 쉬다 올 수 있다. 조선 세종 때의 명재상이었던 황희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임진강 옆 반구정(伴鷗亭)이다. 1449년, 당시 87세였던 황희가 18년 동안이나 재임했던 영의정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鷗)를 벗 삼아(伴) 여생을 보냈다는 곳이다. 6·25전쟁 때 허물어진 걸 1967년 옛 모습대로 복구했다. 반구정도 빼어난 풍경 전망대다. 맑은 날 오르면 멀리 북한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다소 떨어져 있긴 하나 ‘용미리마애이불입상’도 잊지 말고 찾는 게 좋겠다. 거대한 암벽에 2구의 불상을 우람하게 새겼다. 투박한 생김새에서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도 이채롭다. ●1500년前 삼국시대 영토 전쟁 흔적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임진강 유역은 예부터 전쟁의 땅이었다. 1500년 전인 삼국시대에도 임진강을 끼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당시 흔적들이 임진강변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특히 고구려의 자취가 많은데, 이는 당시 신라·백제연합군에 밀려 한강지역에서 패퇴한 고구려가 임진강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연천 호로고루성과 당포성, 은대리성 등 이른바 ‘고구려 3성’이다. 이들 3성을 두루 관통하는 특징은 삼각형의 현무암 절벽을 타고 앉았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볼거리이기도 하다. 절벽 바깥쪽, 그러니까 임진강과 접한 부분은 높이 20m에 이르는 주상절리 지대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른 흔적이다. 화구에서 흘러나온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생긴다. 이 주상절리 절벽이 자연적인 방어선 노릇을 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이 같은 특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세 성 모두 물살이 약해지는 여울목에 자리잡았다는 것도 동일하다. 이런 지형은 대개 포구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당시에도 포구들이 있었고, 3성은 이를 방비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고구려 3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건 호로고루성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고구려 기와가 발견되기도 했다. 오는 12~21일 ‘통일바라기축제’도 열린다. 수천 그루의 해바라기들이 호로고루성 일대를 노랗게 물들인다. 당포성은 접근성이 좋다. 주변도 깔끔하게 정비됐다. 성에 오르면 임진강과 파주, 동두천의 산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은대리성은 주변 소나무숲과 삼형제 바위 등이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글 사진 파주·연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 자유로를 통해 접근하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율곡습지, 수목원, 반구정 등을 하나로 묶고 다소 떨어진 율곡유적지와 용미리마애이불입상을 묶어 도는 게 효율적이다. 호로고루성 인근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재위 927∼935)의 능이 있다. 당포성 인근에서는 숭의전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와 7왕을 제사지내던 곳이다. →맛집 화석정이 있는 임진나루 주변에 민물고기 매운탕집들이, 반구정 주변엔 장어집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다. 해마루촌(www.haemaru.org)에서는 장단콩으로 만든 각종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 연천 쪽에선 불탄소가든(834-2770)이 유명하다. 참게와 메기, 배가사리(동자개) 등을 넣어 끓여낸 매운탕이 맛있다. 재인폭포 인근에 있다. 한탄강오두막골(832-4177)은 가물치구이와 민물새우탕으로 이름난 집이다. 전곡읍내에서 가깝다.
  • 이승만 풍자 시 ‘니가가라 하와이’ 법적 갈등 일단락

    ‘이승만 전 대통령 시(詩) 공모전’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숨긴 작품을 내 입상한 수상자와 주최 측이 벌인 법적 분쟁이 일부 일단락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최 측인 자유경제원은 영문시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으로)를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은 이모씨와 법원 중재로 합의하고 민형사 조치를 모두 취소했다. 이씨의 시는 전체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추앙하지만 각 행의 첫 글자를 따면 ‘NIGAGARA HAWAII’가 된다. ‘니가 가라 하와이’로 읽히는 말은 이 전 대통령을 비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5월 이 시의 숨은 뜻을 파악하고 수상을 취소하고 업무 방해를 들어 형사 고소와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종림 부장판사는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으며, 양측은 이 작품이 이 전 대통령을 조롱할 뜻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분쟁을 끝내기로 지난달 28일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공모전에서 입선한 ‘우남찬가’의 작가 장모씨의 소송에서는 법원 조정이 결렬돼 재판을 계속하게 됐다. 장씨 작품도 그대로 읽으면 이 전 대통령을 우러르지만 세로 단어만 보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국민버린도망자’가 나온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페북서 여학생 성희롱한 고대생들 “뭐가 문제인지 알려 달라”

    지난 6월 단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 음담패설로 물의를 빚은 고려대에서 또 온라인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비밀 클럽에서 동료 여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희롱을 한 남학생들이 적발됐다. 고려대는 3일 남학생들이 페이스북에 ‘고추밭’이라는 비밀 클럽을 만들어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적인 글을 올리거나 음란물을 공유한 사실이 확인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2일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중재를 요청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려대 사회학과 남학생 30여명이 지난해 5월 이 클럽을 만들어 여성을 희롱하는 글을 올리고 음란물을 공유해 왔다. 대책위는 교내 학생 자치기구 등을 통해 가해자들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가해자 측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 달라’, ‘누구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말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 유감스럽다”면서 “현재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확한 가해자와 피해자 수를 파악하고 있으며 사실을 확인해 학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고려대 학생 9명이 단톡방에서 1년간 같은 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조롱과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양성평등센터에서 조사 중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 아저씨 무서워”… ‘아기 유권자’ 울린 트럼프

    “이 아저씨 무서워”… ‘아기 유권자’ 울린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본격적인 대선 유세에 나선 가운데, 그의 품에 안긴 어린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는 현지시간으로 29일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유세를 진행하던 중 아직 기저귀도 떼지 않은 두 갓난아기 두 명을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어린 유권자’에게까지 어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표현했는데, 문제는 품 안에 있던 아기가 놀란 듯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어린 유권자’를 품에 안고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었는데, 결국 자지러지게 우는 어린아이 탓에 트럼프 역시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카메라를 응시해야 했다. 트럼프는 이내 우는 아기를 달래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현지 네티즌들은 해당 사진을 포토샵으로 편집한 패러디 사진을 올리며 그를 조롱했다. 유사한 ‘굴욕 사례’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6월 모스크바 크렘링 궁에서 열린 국제 어린이날 축하 행사에는 한 일가족이 참석했는데, 이중 한 어린이가 고개를 돌리며 울음을 터뜨려 푸틴 대통령을 당황케 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이 여자아이의 자매로 보이는 다른 어린이도 잔뜩 겁 먹을 표정으로 푸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방문에 나서던 길에, 이와쿠니현에 있는 미군기지에 들러 미국 장병 및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한 여성이 나타나 울고 있는 아기를 오바마에게 건넸는데, 이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다가 오바마의 품에서 울음을 멈췄고,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친 모습으로 여성에게 돌아가자 주위에서는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여야 대표 선거, 큰 그림은커녕 黨 절박감조차 없다

    원내 제1, 2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예상치 못했던 참패를 당했고, 야당 맏형인 더민주는 전통의 텃밭인 호남을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내주는 치욕을 맛봤다. 돌아선 민심을 하루속히 되돌리지 못하는 한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 희망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민주가 총선 때의 ‘1석 승리’에 안주한다면 정권 교체는 일장춘몽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두 당 앞에 놓인 진땀 나는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양당의 대표 선거에서는 그런 절박감이 읽히지 않는다. 이정현·이주영·한선교·정병국·주호영 후보 등 범친박 3명과 비박 2명 간의 5파전으로 확정된 새누리당의 대표 경선은 계파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TV 토론에서도 총선 패배 책임 공방에만 몰입했을 뿐 국민적 공감대를 자극할 정책이나 비전은 내놓지 못했다. 계파 실력자들이 뒤로 빠진 채 고만고만한 후보들끼리 ‘대리전’을 치르고 있으니 애당초 흥행은 언감생심이다. 원내대표라도 지낸 후보가 한 명도 없어 ‘사무총장급 대표 선거’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이라면 누가 되더라도 당내 리더십조차 제대로 세우기 어려울 지경이다. 추미애·송영길·김상곤·이종걸 후보가 나선 더민주의 대표 경선은 대여(對與)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은 지난 대선의 공정성을 재론하거나 박근혜 정권을 과격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수권정당임을 확인시켜 줄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실종됐다. 이 후보를 제외한 3명의 후보가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으로 차별이 안 되니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 및 여당과 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당 내부에서조차 ‘도로 운동권당’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이번에 선출되는 두 당의 차기 대표들은 대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년 대선에서 자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정책과 비전을 개발해 제시함으로써 대선 후보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두 당의 대표 후보들에게서는 그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내년 대선을 어떤 전략으로 치를지에 대한 절박한 고민도 엿볼 수 없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 교체든 선택은 당원이 아닌 국민이 한다. 두 당의 대표 후보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 [열린세상] 입을 닫고 귀를 열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입을 닫고 귀를 열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접촉 사고 때 첫 번째 행동 수칙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일 게다. 큰 목소리가 늘 옳은 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 말은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이기고 지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가르친다. 그렇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 큰소리부터 치면서 이기고 봐야 한다. TV 프로그램도 그런 거 같다. 요즘 방송국마다 앞다투어 내보내는 게 마치 경기하듯 경연을 벌이는 거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기성 가수들도 누가 더 잘 불렀는지 승패를 가려야만 시청률이 나온단다. 단순히 노래 자체를 즐기는 것으론 부족한 게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그렇듯이 날 때부터 인생의 승패를 단정하는 사회, 삶 자체가 토너먼트 경기처럼 끝도 없는 경쟁과 승리에 내몰리는 곳이라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 게다. 과거 대한민국은 언론이 통제되고,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시절이 있었다. 힘 있는 자들의 일방적인 소리만 들렸던 그 시절 옳다고 생각되는 소리를 내기 위해선 거리로 나서야 했다. 당시는 핍박받는 소리였다. 크고 작은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에 관한 소리였다. 그 목소리들이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는 어떠한가.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다양해지고, 불특정 다수인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갖가지 정보를 쏟아내면서 솔직히 어느 목소리가 진실이고, 어느 목소리가 거짓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온통 큰 목소리에 둘러싸여 세상이 점점 더 혼란스럽고, 삶은 더 큰 피곤함에 내몰려 있는 게 리얼한 현실 아닌가. 저마다 굉음을 내며 소리의 자유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의 목소리는 타인의 목소리란 한계가 있다. 각자의 목소리가 소음이 아닌 화음이 되게 하려면 타인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하듯 치열하게 살아 내야 하는 사회에서 남을 이기는 게 우선이고, 이기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라면 우린 두 귀를 막고 내 주장만 큰 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좌우(左右), 동서(東西), 빈부(貧富), 신구(新舊) 모두 각자의 편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더 큰 소리를 지른다.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심지어 언론들까지. 과연 언제까지 이 소모적인 편 가르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피로감이 목에 차오른다. 격한 다툼에 귀도 먹먹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도 없다. 아니,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나만 잘살면 되는 극도의 이기적 사고가 배금주의와 결합해 인간의 감정은 스스로 통제도 안 되는 것 같다. 불신과 반목은 양심이란 단어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미움과 분노는 조그만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다. 제발 대한민국은 경쟁과 승리라는 쾌속마의 고삐를 늦춰야 한다. 이를 위해 귀부터 열어야 한다. 나의 목소리보다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소리를 조금 줄여도 좋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승리 대신 옳음을 말하는 소리는 큰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 아마 들려도 매우 작은 소리일 게다. 양심의 소리 말이다. 화려한 겉포장을 걷어 내고 그 속의 진실을 발견코자 잠시라도 좋으니 입을 닫고 귀를 여는 여유를 갖자. 진실이 어디 있는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양심의 바탕 위에 내 목소리를 상대방의 소리에 맞춰 나갈 때 꽹과리 같은 큰 소리가 아니라도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여도 아름다운 화음이 들릴 수 있다. 그 소리는 따뜻한 소리, 건강한 소리일 게다. 이젠 크고 강한 소리가 대한민국을 끌고 나가는 걸 멈추자. 작고 아름다운 소리가 들릴 수 있게 작은 노력을 시작하자. 지금까진 적이라 여겼던 옆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말해 보자. ‘수고했다’고. 현란한 움직임 대신 작은 몸짓으로 이 나라의 변화를 꿈꾸어 보자. 격한 외침보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이 진정성 있지 않은가. 사랑이 그렇듯 말이다. 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더라도 ‘이건 아닌데’ 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이 나라를 움직이면 좋겠다. 이기는 게 행복이 아니라 함께하는 게 행복이란 말을 내 아이들이 믿고 살았으면 좋겠다.
  • 패션도 정치다… 여성 정치인들에겐 ‘무기’ 혹은 ‘굴레’

    패션도 정치다… 여성 정치인들에겐 ‘무기’ 혹은 ‘굴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1일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 확정됐을 당시 국내외 언론들은 메이의 패셔너블한 구두에 주목했다. 영국 최대 일간지 선은 1면에 메이의 발목과 표범 무늬 힐을 크게 확대해 싣고 그 밑에 메이의 남성 라이벌들의 사진을 나열해 메이가 그들을 힐로 짓밟는 모습을 연출했다. 1면 제목은 “HEEL, BOYS”였다.‘힐’(Heel)은 구두의 한 종류를 뜻할 뿐만 아니라 ‘이만 멈추고 나를 따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날 선은 메이의 내각 인선을 전망하는 기사 제목을 뮤지컬 ‘핫 슈 셔플’(Hot Shoe Shuffle)을 패러디해 ‘핫 슈 리셔플’(Reshuffle·개각)로 달았다. ●英 메이 총리, 표범 무늬 힐 등에 대중 관심 쏠려 메이 구두에 대한 집착은 다른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데일리스타는 “May´s a shoe-in”(메이가 사실상 총리)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사실상 확정된 후보’라는 의미의 ‘shoo-in’을 같은 발음의 신발(shoe)로 바꿔 말장난을 한 것이다. 미러의 이날 헤드라인은 “테리사 메이, 힐을 신은 목사의 딸이 새 총리가 되다”였다. 한국 언론들도 메이가 과거 착용했던 다양한 구두와 의상들을 소개하며 ‘마거릿 대처 이후 첫 여성 총리’와 ‘패셔니스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언론이 메이의 패션을 집중 보도하면서 대중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메이의 패션에 쏠리게 됐다. 메이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서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7월 초부터 총리로 확정된 11일까지 구글에서 ‘테리사 메이 구두’, ‘테리사 메이 패션’이라는 검색 빈도가 다른 기간에 비해 2배가량 뛰었다고 CNN은 전했다. 미러는 “메이의 패션에 대한 열정이 정치권에 화려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메이의 패션에 대한 언론 보도는 메이의 경력과 역량, 정책 노선에 ‘어두움’을 가져왔다. CNN은 “메이는 새로운 총리로서 정치적 야망보다는 패션 감각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그는 30년간의 정치 경력과 주요 각료로서의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언론은 그의 능력보다는 의상에만 주목한다”고 비판했다. 일간 메트로는 “사람들은 메이가 옷을 잘 입기 때문에 총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언론과 대중이 메이의 패션에 과도하게 관심을 갖는 현상을 꼬집었다. ●메이-메르켈 만남, 브렉시트보다 구두 더 부각 하지만 정치인의 패션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은 성별에 따라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메이의 전임인 데이비드 캐머런이 2010년 총리로 취임했을 당시 영국 일간지 1면 사진은 캐머런과 그의 부인 서맨사가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메이의 힐을 강조한 선의 1면처럼 캐머런의 구두, 넥타이 등 패션 소품을 강조한 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영국의 네티즌들은 지난 12일 메이의 힐이 1면에 실린 선이 나오자마자 “선의 1면은 성차별적이다. 왜 여성의 옷과 구두만 주목받아야 하는가”, “캐머런의 패셔너블한 구두를 다룬 1면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메이의 패션 이슈가 다른 중요한 이슈마저 삼켜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매체 매셔블은 “우리가 모두 메이의 구두만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같은 일상에 막대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는 지난 15일 브렉시트 결정에 반발해 영연방을 탈퇴하려는 스코틀랜드의 니컬라 스터전 수석장관과 처음 회동했으며, 20일 EU와의 탈퇴 협상에서 메인 파트너가 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첫 회담을 가진 뒤 총리로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두 회담 모두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들은 ‘여성 정치인의 만남’을 부각하며 스터전과 메이, 메르켈과 메이의 패션을 비교하기 바빴다.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두 여성 정상의 발목과 구두만 포착된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러시아 정부 기관지는 “메이의 옷차림이 메르켈의 특색 없는 재킷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며 영국과 독일의 정상회담을 정리·보도했다. 제시카 스미스 런던대 연구원은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 대한 언론 보도는 그들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든다”며 “언론이 여성 정치인의 구두만 이야기한다면 엄중한 시기에 여성 정치인이 관철하고자 하는 중요한 정책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 클린턴, 경선 중 1만弗 넘는 코트 입어 논란 패션은 여성 정치인의 능력과 정치 행보를 가리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4월 19일 뉴욕주 대선 경선 당시 1만 2495달러(약 1405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명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코트를 입어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이 뉴욕 경선에서 승리한 뒤 소득 불평등을 강조하는 승리 연설을 하면서 이런 고가의 코트를 입었다”며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여성 정치인이 값비싼 의상을 입어 논란이 된 것은 클린턴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예산으로 15만 달러(약 1억 6870만원)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구입해 비난을 산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2014년 국빈 만찬 때 1만 2000달러(약 1349만원)짜리 드레스를 입었다가 질타를 받았다. 남성 정치인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최소 7000달러(약 787만원)어치의 브리오니 정장을 입은 모습이 자주 포착됐으나 한 번도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고 CNBC는 전했다. 스타일리스트인 제니퍼 레이드는 “정말 불공평한 이중 잣대”라며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든 실생활에서든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옷차림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여성 정치인이 패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비슷한 디자인에 색상만 다른 바지 정장을 입은 모습이 자주 눈에 띄면서 ‘워스트 드레서’라며 인터넷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013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연준 의장으로 지명을 받을 때와 5주 뒤 상원에서 청문회를 할 때 같은 옷을 입었다고 조롱을 당한 적도 있다. 메르켈도 종종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이 포착된다. ●올브라이트 브로치·대처 핸드백은 의지 표현 패션은 이처럼 여성 정치인에게 성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굴레’이기도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지 캠벨 런던대 교수는 AP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 무대에서 브로치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했듯이, 여성 정치인은 패션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이는 지난 13일 총리로 공식 취임한 뒤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하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표범 무늬 힐을 신었으며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의 큰 무늬가 가미된 재킷에 가슴이 과감하게 파인 검은색 원피스를 받쳐 입었다. 캠벨 교수는 “대처 전 총리는 ‘나는 여성해방운동에 빚진 것이 없다’고 말하며 내각에 여성을 기용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메이는 총리로서 첫날에 자신이 여성임을 부각시키는 패션을 선택하며 여성 각료를 중용할 뜻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메이는 앞서 “여성들은 몸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미래는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근면, 능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여성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샘 스메서스 대표는 “여성 정치인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외모와 패션으로 환원된다”면서도 “우리가 여성 정치인의 옷과 액세서리를 강력한 여성 리더십의 상징으로 간주한다면 패션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상 딱딱한 사각형 모양의 가죽 핸드백을 들고 등장했던 대처 전 총리는 “나는 자유와 법을 지키는 데 있어 완고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큰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핸드백은 대처 전 총리의 ‘철의 여인’ 리더십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다. 스메서스 대표는 “메이는 자신의 구두 사랑을 숨길 필요가 없다”며 “메이는 표범 무늬 힐을 통해 여성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정치적인 매서움을 보여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뭐 이따위가 있어?” IOC에 쏟아진 세계 체육계의 원성

    “뭐 이따위가 있어?” IOC에 쏟아진 세계 체육계의 원성

     세계반도핑기구(WADA)만은 아니다. 세계 스포츠계의 많은 이들이 결과적으로 혼란만 부추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25일 “IOC가 우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번 도핑 파문은 ‘클린 스포츠’를 위협하는 심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날 IOC가 집행위원회를 다시 열어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국 종목별 국제경기단체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러시아 봐주기’라거나 ‘솜방망이 징계’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WADA는 지난주 발표한 ´맥라렌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조직적으로 도핑 조작에 가담했다”며 러시아의 이번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에 제보하고 협력했다는 이유로 개인 자격으로 리우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한 율리아 스테파노바의 출전을 IOC가 가로막은 데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국가적 도핑을 저지른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스테파노바의 출전을 막는 것은 장래 내부제보자들의 용기를 꺾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IOC 수뇌부의 리더십 부족이 이런 혼란을 부추겼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깨끗한 선수들의 권익에 심각한 치명타”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USADA 위원장은 ”실망스럽게도 깨끗한 선수들과 올림픽의 순수성을 위해 가장 결정적인 순간 발을 뺀 IOC는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거부했다“고 말했다.    영국 BBC가 전한 세계 스포츠계 인사들의 성난 목소리를 여기 옮긴다.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조정 스타 매튜 핀센트  ”IOC가 병을 수술할 권한을 모두 경기단체(IF)들에 넘겼단다. 아니 당신들이 결정해야지,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냐. 경찰(기능)도 사라졌네.    트레시 크라우치 영국 스포츠장관  “맥라렌 보고서에서 잘 짚어낸 광범위한 증거들은 이렇게 느즈막이 국제연맹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IOC가 더 강력히 제재했어야 마땅하다.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면 돌멩이를 아껴선 안된다.”    영국의 IOC 위원인 애덤 펭길리  “러시아 연맹들은 올림픽 운동을 조롱했고 난 클린 스포츠와 깨끗한 선수들의 미래와 올림픽 운동과 올림픽을 걱정하고 있다고 믿는다. 몇몇은 IOC가 짐보따리를 다른 이에게 넘겼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IOC는 책임을 방기했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며 올림픽 4회 출전한 폴라 래드클리프  ”이전에 도핑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누구도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면 박수를 보내겠지만 러시아 선수들만 그렇게 한다는 것도 공정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클린 스포츠를 위해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속이다가 걸리면 누구나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IOC)은 마땅히 보낼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 도핑이나 사기는 모든 올림픽 종목에 관용하지 않겠다는-를 보낸 것이 아니다.”    10종경기 선수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 켈리 소더턴  “(슬프게도) 2016년 올림픽은 IOC가 속만 끓게 한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올림픽 트랙 사이클에서 금메달 6개를 목에 건 크리스 호이  ”뭐 이따위 메시지가 다 있나? 분명히 IOC의 일은 짐보따리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문제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올림픽 육상 장거리 종목에 다섯 차례나 출전한 조 파비  ”IOC가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정을. 도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지도 못했어.”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제임스 크랙넬  ”조용히 해-IOC가 러시아 선수단이 2016 리우에 갈지를 판단할 짐보따리를 개별 경기단체들에 패스했어. 나쁜 날이다. 러시아육상경기연맹만 괜히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했다가 출전 정지만 확고히 한 셈이 됐다.“    올림픽 육상 여자 400m 동메달리스트 캐서린 메리  ”IOC 쓸모없네. 지난주 내가 말한 대로잖아. 어떻게 한 나라 전체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겠어? 라고 물은 것과 정확히 똑같이 됐잖아?”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앤드루 호지  ”러시아의 약속을 믿고 내려진 결정이며 경기단체(IF)들에 떠넘긴 것은 힘있는 기관이 빠져나가기 위해 댄 군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서글픈 날“    미국 장거리 주자 카라 고우처  ”그래 당신이 러시아인이고 이전에 도핑으로 출전 정지를 당했던 선수인데 출전할 수 있다면 미국이 전에 징계를 받았던 선수를 보내면 어떻게 되느냐?“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혼란만 부채질” “리더십 결여” 러 출전 허용한 IOC에 쏟아진 원성

    “혼란만 부채질” “리더십 결여” 러 출전 허용한 IOC에 쏟아진 원성

    세계반도핑기구(WADA)만은 아니다. 세계 스포츠계의 많은 이들이 결과적으로 혼란만 부추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25일 “IOC가 우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번 도핑 파문은 ‘클린 스포츠’를 위협하는 심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날 IOC가 집행위원회를 다시 열어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금지 징계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국 종목별 국제경기단체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러시아 봐주기’라거나 ‘솜방망이 징계’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WADA는 지난주 발표한 ‘맥라렌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조직적으로 도핑 조작에 가담했다”며 러시아의 이번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에 제보하고 협력했다는 이유로 개인 자격으로 리우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한 율리아 스테파노바의 출전을 IOC가 가로막은 데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국가적 도핑을 저지른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스테파노바의 출전을 막는 것은 장래 내부제보자들의 용기를 꺾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IOC 수뇌부의 리더십 부족이 이런 혼란을 부추겼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깨끗한 선수들의 권익에 심각한 치명타”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USADA 위원장은 ”실망스럽게도 깨끗한 선수들과 올림픽의 순수성을 위해 가장 결정적인 순간 발을 뺀 IOC는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거부했다“고 말했다. 영국 BBC가 전한 세계 스포츠계 인사들의 성난 목소리를 여기 옮긴다.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조정 스타 매튜 핀센트 ”IOC가 병을 수술할 권한을 모두 경기단체(IF)들에 넘겼단다. 아니 당신들이 결정해야지,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냐. 경찰(기능)도 사라졌네. 트레시 크라우치 영국 스포츠장관 “맥라렌 보고서에서 잘 짚어낸 광범위한 증거들은 이렇게 느즈막이 국제연맹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IOC가 더 강력히 제재했어야 마땅하다.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면 돌멩이를 아껴선 안된다.” 영국의 IOC 위원인 애덤 펭길리 “러시아 연맹들은 올림픽 운동을 조롱했고 난 클린 스포츠와 깨끗한 선수들의 미래와 올림픽 운동과 올림픽을 걱정하고 있다고 믿는다. 몇몇은 IOC가 짐보따리를 다른 이에게 넘겼다고 얘기하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IOC는 책임을 방기했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며 올림픽 4회 출전한 폴라 래드클리프 ”이전에 도핑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누구도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면 박수를 보내겠지만 러시아 선수들만 그렇게 한다는 것도 공정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클린 스포츠를 위해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속이다가 걸리면 누구나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IOC)은 마땅히 보낼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 도핑이나 사기는 모든 올림픽 종목에 관용하지 않겠다는-를 보낸 것이 아니다.” 10종경기 선수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 켈리 소더턴 “(슬프게도) 2016년 올림픽은 IOC가 속만 끓게 한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올림픽 트랙 사이클에서 금메달 6개를 목에 건 크리스 호이 ”뭐 이따위 메시지가 다 있나? 분명히 IOC의 일은 짐보따리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문제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올림픽 육상 장거리 종목에 다섯 차례나 출전한 조 파비 ”IOC가 이렇게 실망스러운 결정을. 도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지도 못했어.”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제임스 크랙넬 ”조용히 해-IOC가 러시아 선수단이 2016 리우에 갈지를 판단할 짐보따리를 개별 경기단체들에 패스했어. 나쁜 날이다. 러시아육상경기연맹만 괜히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했다가 출전 정지만 확고히 한 셈이 됐다.“ 올림픽 육상 여자 400m 동메달리스트 캐서린 메리 ”IOC 쓸모없네. 지난주 내가 말한 대로잖아. 어떻게 한 나라 전체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겠어? 라고 물은 것과 정확히 똑같이 됐잖아?”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앤드루 호지 ”러시아의 약속을 믿고 내려진 결정이며 경기단체(IF)들에 떠넘긴 것은 힘있는 기관이 빠져나가기 위해 댄 군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서글픈 날“ 미국 장거리 주자 카라 고우처 ”그래 당신이 러시아인이고 이전에 도핑으로 출전 정지를 당했던 선수인데 출전할 수 있다면 미국이 전에 징계를 받았던 선수를 보내면 어떻게 되느냐?“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먹방, 쿡방 등 넘쳐나는 요리 예능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힐링할 수 있는 음식 다큐멘터리다. 셰프를 꿈꾸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요리에 대해, 요리사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게 접근한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이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식 혁명가 르네 레드제피와 그의 레스토랑 노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마는 2003년 당시 스물다섯 살의 르네 레드제피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문을 연 북유럽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요리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떠올리기 쉬운데 북유럽 요리라는 개념도, 요리책도 없던 시절 레드제피는 노마를 통해 북유럽 요리 스타일을 미식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왔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쓴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요리에 시간(계절)과 공간까지 담아내겠다는 혁식전인 발상을 실천한 것이다. 물론 이 도전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허무맹랑하다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제피의 뚝심은 노마를 2010년부터 3년 연속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로 이끈다. 영국의 미디어업체가 주관하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은 영화로 치면 오스카에 해당하는 미식계의 저명한 시상식으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호사다마라고 위기가 찾아온다. 2013년 집단 식중독 사건이 터진다. 홍합이 문제였다. 또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의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 영예인 별 세 개를 따내는 데도 실패한다. 하지만 이듬해 노마는 정상을 탈환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련의 과정들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다. 요리에 대한 자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레드제피의 삶이다. 그는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에서 덴마크로 건너온 무슬림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민자의 아들이었지만 토박이보다 더 덴마크적이고 북유럽적이었다. 인종차별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레드제피 덕택에 코펜하겐은 세계 미식의 중심지가 됐고, 세계 곳곳에서 노마를 찾아오는 미식가들 덕택에 덴마크 관광객이 11%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주방에만 머물지 않고 식재료를 제공하는 채집가들에게까지 찾아가는 점도 흥미롭다. 노마의 요리처럼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대자연의 공간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세세한 설명이 없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래도 마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요리들이 풍성하게 등장해 눈이 무척 즐겁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민주vs공화당 ‘인턴사진’ 대결…한쪽은 백인 한쪽은 흑인

    민주vs공화당 ‘인턴사진’ 대결…한쪽은 백인 한쪽은 흑인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의회 인턴 백여 명과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인턴 대다수가 백인이었기 때문. 닥쳐올 역풍을 전혀 예상못했던 듯 라이언 의장은 "한 장의 셀카에 역대 가장 많은 인턴이 담겨 있다"며 자랑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곧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판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너무 하얀 공화당'(#GOPSoWhite)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이 사진을 공유했으며 일부에서는 '숨은흑인찾기'라는 게임으로 라이언 의장의 셀카를 조롱했다. 셀카 후폭풍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9일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이 응수에 나섰다. 에디 버니스 존슨 하원의원(텍사스)은 이날 '민주당에서 일하는 인턴들로 (라이언의 셀카와) 많이 다르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실제 존슨 의원의 언급처럼 유색인종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존슨 의원은 이 게시물에 해시태그로 '다양성'(Diversity)을 붙였다. 사진 한 장 잘못 올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논란의 이 사진은 지난 14일 공화당이 후원한 인턴 세미나에서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화당 측은 '오늘의 인턴, 내일의 지도자'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으며 행사에는 일부 민주당 인턴도 참여했다. 제임스 존스 정치경제연구공동센터 연구원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은 정부가 미국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행사에 참가한 공화당 인턴인 에일리 라센(19)은 "이번 논란은 사실 인종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가 원인"이라면서 "인턴은 무보수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학생이 지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인턴 자리를 백인 학생들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막말·마약·사기·성매매… ‘익명 채팅 앱’ 위험한 배설구

    막말·마약·사기·성매매… ‘익명 채팅 앱’ 위험한 배설구

    수험생 송모(20)씨는 지난주 대학 입학 관련 정보를 찾다가 ‘수능 생명과학 질문 답변하실 분’이라는 제목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오픈채팅 서비스는 기존 채팅방과 달리 전화번호나 아이디가 없어도 익명으로 채팅이 가능하다. 입시 관련 대화를 나누던 중 아이디 ‘××파티’가 성기와 성행위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송씨와 참가자 10여명이 ××파티에게 채팅방을 나가 달라고 요구하자 ‘××들, 너희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의 욕설이 30분 넘게 이어졌다. 경악할 사진도 50여장이 게시됐다. 송씨는 이 화면을 캡처한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비롯한 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익명을 악용해 실시간으로 막말·욕설 등이 게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익명 채팅 앱이 마약 매매, 사기, 성매매의 통로로도 이용되는 상황이다. 20일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반 채팅보다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의 공간에서 명예훼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신고 건수는 2012년 5684건에서 지난해 1만 5043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 채팅 앱은 실명을 밝히지 않고 주제에 맞게 누구나 참여해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간 시장을 주도한 건 즐톡, 앤톡, 앙톡, 랜덤톡 등 중소업체 앱이었다. 지난해 8월 카카오톡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급팽창하더니 막말·욕설 게시물에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다. 일반 채팅 앱에서 특정인에 대해 조롱·비난·성희롱을 하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익명 채팅 앱에서는 상대의 신상을 모른 채 아이디나 닉네임을 지칭하고 있어 처벌 대상을 지목하기 힘든 상황이다. 신분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마약 거래와 사기 행각도 벌어진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180여개 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을 판매·소지·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4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명문대 출신의 전문직이라고 신분을 속여 접근하고는 결혼을 빙자해 금품을 뜯어내는 ‘제비족’도 익명 채팅 앱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추세다. 실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5월 이런 앱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41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천모(61)씨를 구속했다. 경찰청이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익명 채팅 앱을 이용한 성매매 단속을 벌인 결과 성매매 알선책 519명, 성매매 남성 1184명 등 모두 2643명이 적발됐다. 2013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조장하는 채팅 앱 182개 가운데 성인 인증(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앱은 64개(35.2%)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 채팅 앱은 가입정보 조작이 가능한 데다 대화 내용을 캡처해 놓지 않으면 범행을 입증할 단서도 찾기 어렵다”며 “해당 업체에서 가해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사가 힘들다”고 사용자의 주의를 요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광장] 중국판 쇼비니즘을 경계한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중국판 쇼비니즘을 경계한다/오일만 논설위원

    우려했던 일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 패소 이후 중국에서 부는 극단적 민족주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랴오닝성 다롄시 지하철에서는 한 청년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한간(漢奸·매국노)이란 욕설을 듣고, 탕산시의 한 KFC 점포 앞에선 중국 청년 수십 명이 불매운동에 나선 동영상이 나돌았다. 이런 불매 운동을 비판한 한 주민이 구타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동영상들이 끊임없이 전파되는 곳이 작금의 중국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해방군보는 “외세가 침략해 오면 반드시 때려 줘야 하고, 그것도 완전히 부숴 놔야 한다”는 마오쩌둥 어록을 인용하는가 하면 중국군 관영 웨이보 싼젠커(三劍客)는 “남중국해 중재 판결 패소는 중화민족에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반(反)외세 분위기 고취가 한창이다. 이런 ‘중국판 쇼비니즘’은 1990년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예견된 일이다. 1999년 나토군의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이나 2005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이미 파괴력을 과시했다.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에 걸친 치욕을 자양분으로 삼아 중국이 세계 중심에 서야 한다는 중화 민족주의가 다시금 위세를 떨치는 중이다. 2016년 중국에서 부는 민족주의 바람은 과거와 달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호전적 민족주의를 외치는 세력들의 칼끝은 외세에 머물지 않고 공산당 정권도 삼킬 기세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조금이라도 타협적 태도를 취하면 난리가 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마저 ‘시겁쟁이’(習軟蛋)라고 조롱한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1989년 톈안먼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더이상 중국을 이끌 수 없음을 직감했다. 중국은 이때부터 사회주의 체제를 대신할 중화 민족주의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국가 통치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죽은 공자를 부활시켜 국학 바람을 일으켰고 중화부흥을 기치로 강한 국가주의적 색채를 가미했다. 정치적으로는 신권위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문화적으로는 전통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것이다. 체제 결속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유용한 수단이 됐지만 거꾸로 공산당 정권마저 거센 민족주의 파고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호전적 민족주의의 뿌리는 마오쩌둥에 맥이 닿는다. 중국인들은 미국과 소련에 맞서 당당하게 ‘노’라고 말한 마오를 그리워한다.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東風壓倒西風)는 문화대혁명 당시 슬로건이 지금 중국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유다.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 ‘핵심 이익’에 대해 유약한 태도를 보이는 순간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극우적 시각이 강한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인 10명 중 9명이 한국 제재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무역 보복을 선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한국을 통해 사드를 배치, 중국을 압박한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한국 내에서도 반중(反中) 감정을 건드리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이 사드 배치 찬반 토론 중 “20년 전 11억 중국 거지 떼들이 어디 겁도 없이, 우리 한국에”라고 발언하며 중국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강경 대응에 맞불을 놓는 저속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관계라는 것이 원래 냉정한 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배타적 민족 감정이란 어두운 늪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우리는 군사 주권과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익이란 측면에서 서로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 없이 한·중 관계는 격렬한 쇼비니즘의 덫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수교 24년을 맞는 한·중 양국은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oilman@seoul.co.kr
  • “대통령 전기 한 권도 안 읽은 트럼프”…워싱턴포스트 비판

    “대통령 전기 한 권도 안 읽은 트럼프”…워싱턴포스트 비판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전기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나는 늘 바쁘다. 너무나도 많은 일을 했고, 특히 지금은 어느 때보다 더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대통령 전기는 언젠가 읽고 싶긴 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빈약한 독서량을 지적하면서 '그의 책상에는 그의 얼굴이 실려 있는 잡지와 그에 대한 내용이 실린 기사들만 잔뜩 쌓여 있을 뿐, (책은커녕) 책장 자체도 없고, 책상위에는 컴퓨터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물론 다양하다. 누군가는 깊이있게 독서하면서 결정하고, 또 누군가는 짧게 메모로 전달되는 요약본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놀랍게도 독서 자체에 거의 흥미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쓴 네 권의 자서전도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 저자 네 명 중 세 명을 일컬어 '밑바닥 인생들'(lowlifes)이라고 비난하고, 또 그중 한 사람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가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한 얘기들은 상식과 반하는 부분이 많다. "나는 많은 비즈니스적 능력과 상식적 판단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설령 지식이 적더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식인들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일이 허다하며, 나는 올바른 일을 본능적으로 안다." "긴 자료를 일일이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 나는 사안의 핵심을 쏙쏙 뽑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효율적 인간'(efficient guy)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을 더 선호하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요즘에는 다른 대통령들 전기를 한 번 훑어볼까도 생각이 들지만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2011년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사실 확인은 되지 않지만- 20권의 책 리스트를 열거하며 "수십 년동안 중국에 대한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고 자신의 방대한 '독서 편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책 읽지 않은, 책 읽지 않는 대통령'이 성공한 사례는 민주주의국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가 숱한 학자들의 말을 빌어가며 따끔하게 꼬집거나 조롱하는 대목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大野 ‘단독처리’ 小與 ‘일정 거부’… 20대 국회서도 살아난 ‘파행 망령’

    새누리당이 15일 야당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비비 지출안 단독처리에 반발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며 국회가 반나절 동안 파행을 겪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의 실력행사에 따른 첫 파행 사례로,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유감 표명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에게 “환노위 사태와 관련해 야당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상임위 일정을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회람을 전달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환노위원장이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매우 잘못”이라며 “총선 민의인 협치를 조롱하고 국회의 질서를 깬 폭거이며, 국회선진화법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민주 소속 홍 위원장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의 설득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11시쯤 “상임위를 원만하게 이끌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환노위의 문제로 국회 전체가 파행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도록 여야가 협치하라는 차원에서 지도부의 의견에 저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홍 위원장의 유감 표명 직후 “사과인지 변명인지 알 수 없다.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수용을 거부했다가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 끝에 오후부터 의사 일정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환노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회계연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며 새누리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야당이 지난해 지출된 예비비 53억원이 정부의 노동개혁 홍보비로 지출됐다며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했다. 과거 야당이 여당의 법안 단독처리에 대해 ‘날치기’라고 비판했었다면, 이번에는 여야가 바뀐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엄포를 놨고, 야당은 국회 파행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해 서로 한 발씩 물러서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임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도 수적 우세인 상임위에서 법안을 얼마든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국회 ‘올스톱’… 野 환노위 단독 표결에 與 ‘보이콧’

    국회 ‘올스톱’… 野 환노위 단독 표결에 與 ‘보이콧’

    국회가 15일 전면 중단됐다. 예정된 상임위원회도 ‘올스톱’됐다. 전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뤄진 야당의 단독 표결에 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환노위 사태 관련, 야당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을 중단해달라”고 긴급히 알렸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홍영표(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장이 여야 합의 관례를 깨고 고용노동부 지출 승인건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표결 처리에 있어 여야 간사간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면서 “총선 민의인 협치를 조롱하고 국회 질서를 깬 폭거이며, 국회선진화법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19대 국회때 수적 우세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처리한 적 없다”면서 “홍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 그게 없으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상임위 일정 전면 보이콧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측은 “이대로 가면 양쪽 모두 부담이니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새누리당, 야당 환노위 결산안 단독처리에 “사과없으면 국회 보이콧”

    새누리당, 야당 환노위 결산안 단독처리에 “사과없으면 국회 보이콧”

    여야가 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지출 승인안을 단독 처리한 일과 관련해 극한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5일 야당의 공식 사과가 나올 때까지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거부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 회람을 돌려 “환노위 사태와 관련해 야당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상임위 일정을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난 14일 환노위 파행 운영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국회의 결산안 심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면서 총선 민의인 협치를 조롱하고 국회의 질서를 깬 폭거이며, 국회선진화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때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한 적이 없다”면서 “홍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정 원내대표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두 야당과 홍 위원장에 있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홍 위원장의 사퇴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는 “어제 홍영표 위원장의 폭거는 우리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홍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우리 당 환노위원들의 뜻은 우리 당 지도부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노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지금 이 사태를 묵인하면 환노위에서 제2, 제3의 날치기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20대 국회 전반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악용한 국회 파행을 야당이 주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노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고용부의 2015회계연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날치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회의에서 야당은 지난해 지출된 예비비 53억 원이 정부의 노동개혁 홍보비로 지출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면서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하기로 했으나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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