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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문자’ 왜 성희롱이냐구요?” 양성평등 강사가 답했다

    “‘박원순 문자’ 왜 성희롱이냐구요?” 양성평등 강사가 답했다

    “동등한 관계에서 친밀함을 나타내는 행동과 위계 관계에서의 성희롱은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행위라도 상대방이 똑같이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기업과 공공기관 대상 양성평등교육 전문 강사인 이은희(58)씨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이 근무 때 겪은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추가로 알리자 온라인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강도가 한층 거세졌다. 박 전 시장을 두둔하며 다른 사람과 팔짱 낀 사진을 올려 “나도 성추행범이냐”고 조롱하거나 고소인에게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고소인도 범죄자다”, “비서가 시장에게 속옷 정도 가져다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회식은 ‘갑질’ 알면서 성희롱은 왜 피해자만 탓하나요” 14년 동안 양성평등 교육을 담당해 온 이 강사는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등의 일반 ‘갑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성(性)과 관련해서는 왜 더 빨리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며 위력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꼬집었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성희롱 행위자가 상급자라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하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게 보고 있다. 이 강사는 “박 전 시장이 비서에게 보냈다는 속옷 사진의 경우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이 원래 소탈한 성품이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속옷 셀카를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공개한 것과 업무 외 시간에 개인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보낸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친구 아닌 직장 내 관계는 사적 메시지 자체가 문제될 수도 결혼한 상사가 미혼인 직원에게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데이트를 하고 싶다’ 등 성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발언을 하는 것도 위계에 의한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강사의 설명이다. 실제 늦은 밤이나 주말에 동료 여직원에게 업무와 관련없이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공무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징계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한 과거 판결도 있다. 당시 재판부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이 강사는 “회사에 갓 들어간 어린 직원은 직장생활에서의 도움을 위해 당연히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는데, 상급자는 이를 이성으로서의 호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으로 친한 친구가 아닌 직장 내 관계에서는 퇴근 이후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는 교육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끝까지 당당한 ‘답안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실형 구형(종합)

    끝까지 당당한 ‘답안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실형 구형(종합)

    쌍둥이에 각 장기 3년·단기 2년 구형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검찰이 각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H양 외 1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쌍둥이에 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한민국 입시를 치러본 사람이면, 수험생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면 학부모와 자녀들이 석차 향상 목표에 공들이는 것을 알 것”이라며 “H양 등은 숙명여고 동급생 친구들과 학부모의 19년 피와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H양 등은 대한민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동급생들과 숙명여고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고,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추락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 성적 투명성에 관한 근본적 불신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H양 등은 1년6개월간 5차례 정기고사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이 사건 범행의 직접 실행자들이고, 성적상승의 직접 수혜자”라며 “그런데 H양 등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생 H양은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사 과정에서 성인 이상의 지능적인 수법으로 대응했다. H양 등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거짓말에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쌍둥이에 실형 구형…검찰 “대가 치러야” 검찰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에 답안이 모두 적힌 메모와 포스트잇이 H양 집에서 압수된 점, 답안이 적힌 기말 시험지도 발견된 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시험 출제 서술형 구문이 동생 휴대전화에 저장된 점을 대표적 증거로 제시했다. 또 화학서술형 교사가 제출한 오답을 동생이 유일하게 답으로 낸 점, H양 등이 화학·수학·물리 과목에서 풀이 과정 없이 정답을 맞춘 점, H양 등은 정기고사와 모의고사 성적 차가 문·이과에서 가장 크다는 점 등도 대표 증거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언니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장래희망이 역사학자였고, 이유는 무언가를 잊고 사라진다는 충격을 스스로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학교생활 내내 정확한 기록, 정밀한 언어, 정당한 원칙이 있었고 모든 일을 겪었지만 제 신념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님이 말한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이런 일을 겪고 어떤 분이 저한테 괜찮냐고 했을 때마다 저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고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괜찮다는 말도, 괜찮지 않다는 말도 저에게는 없다. 그런데도 저는 이 자리에 살아있다. 저는 인형도 아니고 이야기 속 등장인물도 아니다. 이걸 기억해주면 한다”고 강조했다. 쌍둥이 동생도 “이제까지 모든 사실을 종합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유죄를 증명할 직접 증거는 없고, 간접 증거만 있을 뿐”이라며 “간접 증거 정황들이 과연 이 사건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지 매우 의문이다. 여기 앉은 H양 등은 대입 시험을 마치고 신입생의 꿈을 펼칠 나이인데,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중형을 선고받고 보금자리인 가정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사건이 H양 등에게 평생 주홍글씨가 되는 게 아닐지 안타깝다”고 말했다.쌍둥이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A씨로부터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검찰은 아버지 A씨를 지난 2018년 11월 구속기소하면서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형사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쌍둥이 자매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아버지 A씨는 지난 3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반성 없고 원망만”…‘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실형 구형

    “반성 없고 원망만”…‘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실형 구형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업무방해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현모 쌍둥이 자매에게 단기 2년에 장기 3년의 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동급생들과 학부모들의 19년간의 피와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불명예로 인해 숙명여고 교사들에게도 허탈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학교 성적의 투명성에 대해 근본적 불신이 확산했다”며 “쌍둥이 자매는 입시정책을 뒤흔들었고, 수시를 폐지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실적으로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서 중위권 학생이 불과 몇 개월만에 성적이 대폭 상승해 압도적으로 전교 1등을 한 사례는 수많은 사실조회에서도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은 기적같은 일”이라며 “한 사람이 이러더라도 믿기 어려운데 두 딸이 동시에 성적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중위권에 있던 자매가 다른 학생을 단기간에 제치고 최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유출된 답안을 암기해서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1년6개월간 5차례 지속해서 이뤄진 범행을 직접 실행했고, 자매들은 범행의 수혜자”라며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이고 시간이 지나면 뉘우칠 것이라 기대해 소년부에 송치됐지만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음모의 희생양이라는 취지로 원망하고 억울해한다.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은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고인들에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르고 정의는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쌍둥이 자매는 재판 내내 실제 성적이 올랐을 뿐 유출한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 언니는 최후진술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던 저 같은 사람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제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검사가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에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이 간접 증거만 있다”며 “관련 사건에서 자매의 아버지가 이미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기에 이 사건에서 무죄 변론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자매들이 절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매들은 대입시험을 마치고 신입생의 꿈을 펼칠 나이지만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중형을 선고받았고 자매들 역시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 당했다”며 “이 사건이 자매에게 평생 주홍글씨 되는 게 아닐지, 감당못할 굴레가 되는 건 아닐지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다른 변호인은 “검찰이 실형을 구형할 때 놀랐다”며 “아버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딸들까지 실형을 살아야만 정의가 구현된다고 생각하는 자비가 없는 사회냐”고 말했다.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아버지 현씨가 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받아 시험에 응시,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던 쌍둥이 자매는 2학기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2학년 1학기엔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하는 급격한 성적 상승을 보여 문제유출 의혹 대상이 됐다. 자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통합, 박원순 사건 ‘섹스스캔들’에 빗댄 정원석에 활동정지 2개월(종합)

    통합, 박원순 사건 ‘섹스스캔들’에 빗댄 정원석에 활동정지 2개월(종합)

    김종인, 긴급 비대위 소집해 결정미래통합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을 ‘섹스 스캔들’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에 대해 경고 및 활동정지 2개월 권고를 결정했다. 통합당은 17일 오전 긴급 비대위원회를 소집해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은 회의 직후 유선을 통해 조치를 통보받았으며 “자성 차원에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배준영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에는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성일종 김미애 김재섭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정 비대위원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직 비서를 성추행해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섹스 스캔들’이라 지칭해 논란을 샀다. 청년 몫으로 발탁된 32살 정 비대위원은 당내 청년 조직을 개혁하기 위한 ‘한국식 영 유니온 준비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정 “박원순 성추행=섹스스캔들 은폐 의혹”이후 정정… 정치권 안팎 ‘저열 발언’ 뭇매 정 비대위원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문의 시간을 지나 심판의 시간”이라면서 박 전 시장 사건을 “박원순 성추행, 서울시 섹스 스캔들 은폐 의혹”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발언을 이어가다 주변에서 쪽지를 받고 “피해 여성이 관계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여러 성추문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섹스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성범죄로 규정하겠다”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것이 진정 통합당 청년대표가 지닌 성인지 감수성 수준이냐”면서 “피해 호소를 가장 저급한 방식과 언어를 통해 정쟁거리로 전락시킨 정 비대위원은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도 “사실상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감에는 전혀 관심 없는 저열한 발언”이라면서 “오죽하면 성누리당이란 조롱을 받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진중권 “여당 ‘똥볼’ 받아 자살골 넣는 XX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여당의 ‘똥볼’을 받아 자살골 넣는 XX들”이라면서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말고 그냥 가만히 좀 있으라”고 맹비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면서 “권력형 성범죄로 정정하고 용어 선정에 있어서 피해자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리의 특권은 그들의 고통과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이두걸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우리의 특권은 그들의 고통과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이두걸 사회부 차장

    정치부 기자는 정치 행위로 세상을 본다. 경제부 기자는 숫자로 세상을 본다. 사회부 기자가 세상을 보는 창은 주로 수사와 판결이다.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읽어야 하는 건 사회부 기자의 숙명이자 고통이다. 판결문 안에는 ‘생살’이 찢겨져 나가는 순간 피해자들이 내뱉는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내 심신에 똑같은 폭력이 가해지는 걸 상상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숨이 턱턱 막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사실이 전해진 이후 지난 일주일은 마치 외면하고 싶은 판결문을 눈앞에 둔 심정이었다. 시민운동을 이 땅에 뿌리내린 거인의 ‘자발적 퇴장’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를 성추행 가해자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절규를 듣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기 때문이다. 요설(妖說)들도 난무했다. “4년간 왜 침묵했냐”, “피해자는 왜 뒤에 숨었냐”는 것 등이다. “김학순 할머니는 성착취 피해를 겪은 지 40년이 지난 1991년에 비로소 목소리를 냈다. 할머니께도 왜 이제서야라고 물을 것인가”(A씨 측 김재련 변호사)라는 항변은 그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공론장의 소멸’이라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익숙해진 풍경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과’를 일부러 들추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이 200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여성법정에 참여해 남긴 말이다. 피해자 A씨와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정의’와 ‘일상회복’을 되찾게 하는 건 우리 사회의 의무이자 국가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수사기관, 특히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일종의 ‘피의자’에 해당하는 서울시와 경찰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하는 것은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른 조치다. 공소권이 소멸됐음에도 ‘국민의 알권리’에 따라 수사가 재개된 전례가 있다. 고 장자연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자체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만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가 쉽지 않다면 피소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한 고발 사건에 검찰이 적극 임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추 장관이 주력하고 있는 ‘검언유착’ 의혹 해소나 ‘검찰개혁’이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이 과제들은 잠시 내려놓거나, 아니면 병행해도 큰 문제는 없다. 국민들이 추 장관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각료로서 여성들의 눈물을 손수 닦아 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 아닌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시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 전 시장은 “‘민중에서 시민으로’의 시대, 90년대 이후 중산층/시민/운동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른바 ‘86세대’는 일련의 선거를 통해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획득했고, 앞으로 상당 기간 권력을 유지할 테지만, 도덕적 우위는 파산을 맞았다. 다만 어둠은 가시고 있어도 아침 해는 떠오르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새 세대가 중심에 놓을 가치는 공감과 연대라는 점이다. 공감과 연대만이 인류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문명을 가꿀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라는 믿음에서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택의 명저 ‘타인의 고통’ 중 한 대목을 다시 떠올린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다.” douzirl@seoul.co.kr
  • 피해자 위한다면서…통합당, 박원순 의혹에 “섹스스캔들”(종합)

    피해자 위한다면서…통합당, 박원순 의혹에 “섹스스캔들”(종합)

    정원석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섹스 스캔들’로 지칭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 내용에 성관계와 관련한 내용이 없음에도 제 멋대로 ‘섹스스캔들’이라고 치부하는 행태를 보였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문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심판의 시간이 이르렀다. 우리는 이제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며 “서울시 섹스 스캔들 관련해서는 성범죄로 규정하고 싶다. 피해 여성이 관계를 했다는 증언은 없지만 여전히 서울시 내에서 자행되는 여러 성추문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은 여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않는 것을 가식적이고 기만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쟁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같이 풀어야할 지극히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분노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XX스캔들이라니, 피해자까지 모욕하면서 정쟁에 광분인가”라는 논평에서 “피해자를 위하는 척하며 실제론 이용해 정쟁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성누리당 조롱받은 과거 돌아보길” 김 대변인은 “피해자 고소 내용 어디에도 그런 구절이 없으며 본인은 수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의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 피해 요지인데 느닷없이 ‘섹스스캔들’이라니 이 무슨 저열한 발언인가. 사실상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함 등에는 전혀 관심없이 이 사안을 키워서 정쟁으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심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사실 통합당이 이번 사건에서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단죄해야 할 것처럼 발언하지만 지금까지 통합당은 그와 전혀 거리가 먼 정당이었다”며 “오죽하면 성누리당이라는 조롱을 받았겠는가”라고도 했다. 이어 “통합당이 먼저 할 일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이용해 정쟁을 키우려는 통합당, 스스로의 저열함을 돌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원석 “사전적 차원 지칭…배려 부족 인정” 정원석 위원은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적 차원에서 ‘섹스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지칭한 부분에서 여성 피해자 입장에서 이를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은 “앞으로는 ‘권력형 성범죄’로 정정하고 용어 선정에 있어서 피해자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는데 노력하겠다. 더욱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중국이 ‘곰돌이 푸 가지고 노는 개’ 사진에 격분한 이유

    중국이 ‘곰돌이 푸 가지고 노는 개’ 사진에 격분한 이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반려견 사진 한 장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영국 BBC가 15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올린 사진은 반려견 ‘머서’가 평소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인형에 둘러싸인 채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반려견의 ‘애착 인형’ 중 하나가 다름 아닌 ‘곰돌이 푸’라는 사실이었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풍자하는데 주로 이용돼 왔다. 2013년에는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던 2013년 당시에는 두 사람이 걸어가는 장면과 ‘곰돌이 푸’ 속 캐릭터인 푸와 티거가 걷는 모습이 매우 닮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올린 반려견의 사진이 중국의 지도자를 장난감처럼 여기는 미국의 태도를 담고 있다며 격분하고 있다.과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러한 사실을 완전히 간과한 채, 그저 사랑스러운 반려견의 일상을 공개했을 뿐인지에 대해 BBC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BBC는 ”사진 속 개는 미국과 폼페이오 장관을 의미하는데, 중국어로 ‘개’는 공격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사람이나 국가를 의미한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알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을 리 없다고 추측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 여론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그다지 너그럽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을 ‘악마’,‘거짓말의 왕’이라고 공격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사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현재까지도 곰돌이 푸에 대한 검색이 쉽지 않다. BBC는 “중국 당국이 공산당 지도자를 조롱할 수 있는 비방적인 말이나 별칭 등을 적극적으로 검열하는 만큼, 중국 네티즌들이 이에 대해 직접적이고 본격적으로 항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폼페이오 장관은 알고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푸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머서(폼페이오 반려견)는 30여개의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데 머서의 선택이 그것(푸 인형)이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온라인에서 싸우는 방법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온라인에서 싸우는 방법

    흔히 ‘키배’라고 줄여 부르는 ‘키보드 배틀’은 온라인 대화, 댓글 등에서 타인과 벌이는 논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타인은 아는 사람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만난 적 없는 사람이다. 거의 예외없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이 키배를 평소 잘 아는 사람과 하는 일은 없지는 않아도 드물다. “키배를 뜬다”는 것은 그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이라크와의 걸프전 당시 미국의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은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며, 국민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파월의 말은 키보드 배틀에도 적용된다. 온라인에서는 논쟁을 하지 않는 게 무조건 상책이다. 흔히 이를 토론이라고 착각하지만, 온라인 논쟁을 통해 어느 한쪽이 생각을 바꾸는 일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온라인 논쟁은 항상 벌어진다. 포럼이나 페이스북 댓글, 트위터의 리트윗과 멘션으로 사람들은 매일 싸움을 한다. 하지만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논쟁을 벌일 때는 그만한 이유 혹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가령 그 논쟁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사실과 주장을 전달하는 게 그 목적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목적이 정해지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모든 싸움은 이겨야 하며, 질 싸움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키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배틀 그라운드, 즉 싸움터를 잘못 고르는 거다. 팔로어가 많은 사람의 타임라인에 들어가 싸움을 거는 행위가 그렇다. 그곳은 그 사람의 홈그라운드다. 그런 상대와 논쟁을 시작하면 그의 팔로어들이 나서서 그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고, 당신을 꾸짖고, 그의 댓글에 좋아요를 쏟아 준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그와 일대일의 싸움을 할 수 없다. 시작하기 전에 내린 전략적 실수로 힘든 싸움이 된 거고, 그 결과 당신의 신념은 전파되기는커녕 조롱을 당한다. 당신의 신념은 중요한데, 순전히 싸움터를 잘못 골라서 그 신념이 조롱당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또 다른 흔한 실수가 자신이 오래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로 싸움을 거는 거다. 온라인 세상에는 온갖 일에 전문가들이 많다. 난생처음 본 물건에 대해 신기하다고 하면 어디선가 그걸 10년 넘게 연구한 덕후가 홀연히 찾아와서 친절하게 맨스플레인을 해 주는 게 온라인이다. 따라서 민감한 주제라면 입을 열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오래 고민해 온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런 대표적인 주제가 사회적 약자들과 관련된 내용이다. 흔히 형제 중 첫째가 가장 눈치가 없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고 약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의 주류, 이성애자, 남성, 특히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약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고 눈물을 흘린 주제에 대해 모르고 대충 들어는 봤어도 논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도 스스로를 의심해 봐야 한다. 약자들은 매일 강자들과 부대끼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말을 해도 쉽게 받아치고 꺾을 논리가 잘 쌓여 있다. 물론 그게 강자, 주류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약자들은 쉽사리 품 안의 칼을 꺼내지 않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인 당신이 그들을 우습게 보고 어설픈 논리로 대수롭지 않게 그들을 공격하면 그들은 칼을 꺼낸다. 그들의 칼은 오랜 세월 눈물과 고통으로 갈고 닦여 강하고 날카롭다. 그 칼 앞에 당신의 논리는 처참하게 잘려 나가고, 당신의 주장은 비웃음을 사고, 당신의 어설픈 글은 삭제해도 사진으로 박제돼 온라인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영원히 조롱받게 된다. 인터넷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온라인 논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도 하겠다면 모니터 앞에서 얼굴이 벌개지고, 자다 말고 이불킥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말하자면 수업료인 셈이다. 그 수업료를 내기로 한 당신이 배우게 될 게 있다면 그건 세상의 모든 약자들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이다.
  • 감염 확산 격상 와중에… 아베 ‘15조원 관광 활성화’ 무리수

    감염 확산 격상 와중에… 아베 ‘15조원 관광 활성화’ 무리수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또다시 난맥상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바이러스 재확산 와중에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거의 한 달이 되도록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지 않아 리더십 부재를 자초하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방 관광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고투(GoTo) 여행’ 캠페인을 시작한다. 나랏돈 1조 3500억엔(약 15조원)을 들여 국민들의 일본 내 여행비용의 50%를 보조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1주일간 수도 도쿄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1200명에 이르는 등 2차 감염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지금의 상황을 가장 심각한 단계인 ‘감염 확산 중’으로 격상시키고 사람들의 외출과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여행 활성화 방안은 앞뒤가 안 맞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투 캠페인의 수혜 대상인 지방 관광지에서조차 자기 지역으로 감염자들이 몰려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아베노마스크’(가구당 천마스크 2장씩 배포)에 버금가는 헛발질 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인터넷에서는 ‘고투 지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아베 총리는 지난달 18일 이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있다. 도쿄신문은 “바이러스 2차 확산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아베 총리는 국민들에게 현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朴시장 전 비서실장 “오후 1시 39분 마지막 통화… 피소 사실 몰랐다”

    朴시장 전 비서실장 “오후 1시 39분 마지막 통화… 피소 사실 몰랐다”

    대화 내용·피소 인지 여부 등 수사사인 규명 위해 통화내역 확보 나서 인권위, 성추행 의혹 공식 조사 착수여성변회, 진혜원 검사 징계 요청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직 비서실장을 소환하고 통화 내역 확보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5일 오전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3시간가량 조사했다. 고 전 실장은 지난 4월 박 전 시장이 대선 준비를 염두에 두고 발탁한 최측근으로,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10일 당연퇴직 처리된 27명의 별정직 공무원 중 한 명이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실종된 9일 오전 9~10시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을 방문해 박 전 시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같은 날 오후 1시 39분쯤 박 전 시장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실종 당일 오전 10시 44분쯤 공관을 나서 북악산으로 향했고, 오후 3시 49분쯤 성북동 핀란드대사관저 근처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끈 점으로 볼 때 고 전 실장은 박 전 실장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접촉한 인물로 추정된다. 고 전 실장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8일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 등을 알린 사실을 알고 공관에 갔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박 전 시장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에 밝혔다”며 함구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전 행적과 경위 파악을 위해 비서실 관계자 등 주변 인물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북부지검에 통신영장을 신청했다. 박 전 시장이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1대와 개인 명의로 개통된 2대 등 총 3대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사망 연관성을 파악할 계획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 중이다. 보안이 까다로운 신형 아이폰으로 비밀번호로 잠긴 상태여서 경찰청 최신 장비를 동원해 암호 해제 작업을 하고 있다. 암호가 풀리면 텔레그램 등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내용을 볼 수 있어 성추행 정황과 피소 사실 누설 주체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여성 비서 A씨가 제기한 2차 가해에 대한 수사도 하고 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의 진정 사건에 담당 조사관을 배정하고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인권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관은 먼저 진정 내용을 살펴본 뒤 피해 당사자인 A씨 측에 조사 동의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A씨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진혜원(44·사법연수원 34기) 대구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대검찰청에 징계를 요청했다. 진 검사는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 내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고 밝혀 ‘2차 피해’ 논란이 불거졌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감염 확산 격상 와중에… 아베 ‘15조원 관광 활성화’ 무리수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또다시 난맥상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바이러스 재확산 와중에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거의 한 달이 되도록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지 않아 리더십 부재를 자초하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방 관광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고투(GoTo) 여행’ 캠페인을 시작한다. 나랏돈 1조 3500억엔(약 15조원)을 들여 국민들의 일본 내 여행비용의 50%를 보조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1주일간 수도 도쿄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1200명에 이르는 등 2차 감염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지금의 상황을 가장 심각한 단계인 ‘감염 확산 중’으로 격상시키고 사람들의 외출과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여행 활성화 방안은 앞뒤가 안 맞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투 캠페인의 수혜 대상인 지방 관광지에서조차 자기 지역으로 감염자들이 몰려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아베노마스크’(가구당 천마스크 2장씩 배포)에 버금가는 헛발질 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인터넷에서는 ‘고투 지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아베 총리는 지난달 18일 이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있다. 도쿄신문은 “바이러스 2차 확산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아베 총리는 국민들에게 현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팔짱 낀 나도 성추행범”…여성변회, 진혜원 검사 징계 촉구

    “팔짱 낀 나도 성추행범”…여성변회, 진혜원 검사 징계 촉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린 뒤 “나도 성추행범”이라며 박 전 시장 고소인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쓴 현직 검사와 관련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대검찰청에 징계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여성변호사회(윤석희 회장)는 이날 오전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의 징계 심의 청구를 촉구하는 A4 6장 분량의 공문을 우편으로 대검에 보냈다. 여성변회는 전날 오후 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쳤고, 대검 측에 징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뜻을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진혜원 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형 성범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진혜원 검사는 “자수합니다. 몇 년 전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평소 존경하던 두 분을 발견하고 냅다 달려가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어 “증거도 제출하겠다”면서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다. 권력형 다중 성범죄다”라고 덧붙였다. 또 ‘팔짱 끼는 것도 추행이에요?’라고 자문한 뒤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라고 자답했고, ‘님 여자예요?’라고 묻고는 “머시라? 젠더 감수성 침해! 빼애애애애~~~”라고도 했다. 이는 전날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와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던 기자회견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 검사는 “현 상태에서 (고소인)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실체적 진술을 확인받는 방법은 여론재판이 아니라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판결문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민사재판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면 2차 가해니 3차 가해니 하는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재판은 ‘고소장만 내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요’ 집단이 두루 연맹을 맺고 있어 (민사재판과 달리) 자기 비용이 전혀 안 들고 진실일 필요도 없다”면서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해당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회의와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패턴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다”고 했다. 이는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성이 진실 규명을 요구한 기자회견에 대해 ‘선정적 증거’로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여론재판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이후에 올린 다른 글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거론하며 “여성이 남성 상사와 진정으로 사랑해도 성폭력 피해자일 뿐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는 성적 자기 무능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자신의 비서였던 멜린다와 결혼했다면서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빌 게이츠를 성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성변회는 공문에서 “진혜원 검사는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공정하고 진중한 자세를 철저히 망각했다”며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솔하고 경박한 언사를 공연히 SNS에 게재함으로써,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며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한동수 감찰부장)는 공문이 도착하면 내용을 검토한 뒤 감찰에 착수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대검 감찰3과가 사건을 직접 담당하거나 대구고검 또는 대구지검으로 이첩할 수도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못 꺾는 대세… 스트롱맨 3인방도 마스크 썼다

    못 꺾는 대세… 스트롱맨 3인방도 마스크 썼다

    코로나 재확산에 트럼프 마스크 착용英 존슨 총리도 마스크 쓰고 공개 행보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착용 독려전 세계 130개국서 마스크 착용 권고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를 두던 지도자들이 최근 잇따라 공개석상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눈길을 끈다.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확진자가 1300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과 맞물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가 100개국을 훌쩍 넘긴 가운데 이들 정상도 더이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 마스크’를 고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최근 마스크 착용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4월 초 마스크 착용에 관한 자발적 권고를 내린 지 꼭 100일째인 11일 군병원 방문 일정에서 마침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써야 할 장소에서 썼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대선 경쟁 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마스크 착용을 조롱하기까지 했던 그의 ‘안티 마스크’ 행보에 비춰 보면 아주 극적인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제러미 하워드 샌프란시스코대 연구원은 BBC에 “마스크 착용에 반대했던 이들도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보고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존슨 총리는 10일 지역구 상점 방문에서 처음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인 뒤 13일 런던 구급차 서비스 본부 방문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정부 내 메시지가 혼선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존슨 총리가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말한 반면,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또 최근 제1야당인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도 ‘노 마스크’로 펍을 찾는 등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까지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영국은 스웨덴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마스크 착용률이 낮은 나라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영국의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률은 4월 초 10% 미만이었고, 지난 3일 조사 때도 36%에 머물러 60%대를 훌쩍 넘긴 다른 국가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자 영국 보건부는 대중교통 이용 시 의무화했던 마스크 착용을 오는 24일부터 상점 등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노 마스크’ 지도자들이 태도를 바꾼 이유로는 몇 개월 사이 마스크 착용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활동가단체 ‘마스크4올’에 따르면 3월 중순만 해도 마스크 착용을 정책적으로 권고하는 국가는 10여개국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30개국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 같은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는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최상의 캠페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신격화된 지위에 있는 하메네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마스크 착용 독려 메시지를 교시처럼 싣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비난·조롱… 도 넘은 진영·젠더 갈등

    비난·조롱… 도 넘은 진영·젠더 갈등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진영 및 젠더 간 갈등과 2차 가해 등이 난무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4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와 서울도서관 앞에는 청테이프를 이용해 박 전 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붙었다. 이를 발견한 청사 관리자가 오전 6시 20분쯤 문구를 제거했지만 서울시는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 청테이프를 붙였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의 진실을 호소하는 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와 음모론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소인을 두고 ‘정치 꽃뱀’이라 칭하거나, “왜 하필 지금 터뜨렸나”라며 정치적 음모론과 고소인의 피해 호소를 연결 짓는 모습도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고소인이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비서였다”는 확인되지 않는 허위 정보도 흘러나왔다.현직 검사가 고소인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3일 SNS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권력형 성범죄를) 자수합니다. 몇 년 전 종로 갤러리에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을 추행했다”고 밝혔다. 평소 친여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진 검사는 2017년 피의자에게 “변호사가 당신과 사주가 맞지 않으니 변호사를 바꾸라”는 취지로 말해 견책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도 2차 가해와 음모론에 합세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박 전 시장에게 채홍사가 있었다”는 소문을 거론해 비판을 받았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음모론은 현실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을 때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등장한다”면서 “공소권이 없다고 하지만 박 전 시장에게 고소 사실이 유출된 경위 등 관련 사건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진혜원 검사 “박원순과 팔짱 낀 나도 성추행범” 2차 가해 논란

    진혜원 검사 “박원순과 팔짱 낀 나도 성추행범” 2차 가해 논란

    현직 검사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팔짱 끼고 사진 찍었으니 나도 성추행범이다. 자수하겠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 고소인을 향해 조롱성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형 성범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진 검사는 “자수합니다. 몇 년 전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평소 존경하던 두 분을 발견하고 냅다 달려가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어 “증거도 제출하겠다”면서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다. 권력형 다중 성범죄다”라고 덧붙였다. 또 ‘팔짱 끼는 것도 추행이에요?’라고 자문한 뒤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라고 자답했고, ‘님 여자예요?’라고 묻고는 “머시라? 젠더 감수성 침해! 빼애애애애~~~”라고도 했다. 이는 전날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와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던 기자회견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 검사는 “현 상태에서 (고소인)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의 실체적 진술을 확인받는 방법은 여론재판이 아니라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판결문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민사재판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면 2차 가해니 3차 가해니 하는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재판은 ‘고소장만 내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요’ 집단이 두루 연맹을 맺고 있어 (민사재판과 달리) 자기 비용이 전혀 안 들고 진실일 필요도 없다”면서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해당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회의와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패턴으로 판단될 여지가 높다”고 했다. 이는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성이 진실 규명을 요구한 기자회견에 대해 ‘선정적 증거’로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여론재판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후에 올린 다른 글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거론하며 “여성이 남성 상사와 진정으로 사랑해도 성폭력 피해자일 뿐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는 성적 자기 무능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자신의 비서였던 멜린다와 결혼했다면서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빌 게이츠를 성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라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원순 조롱’ 가세연에 “사자명예훼손”…시민단체 고발 예고

    ‘박원순 조롱’ 가세연에 “사자명예훼손”…시민단체 고발 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가 치러지는 가운데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와룡공원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 등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며 도를 넘는 조롱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운영진이 사자명예훼손죄로 고발된다.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사건 관련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고인을 향해 조롱과 비방을 했다며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 김용호 전 기자, 김세의 전 기자를 사자명예훼손죄로 14일 오후 경찰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가세연은 박원순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10일 오후 유튜브 채널에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이들은 고인이 발견된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넥타이라면 에르메스 넥타이를 매셨겠다”, “숙정문(와룡공원 인근에 있는 성문)을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이다. ‘문재인+김정숙’, 상징적 의미 같다”, “다잉 메시지 아니냐” 등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지며 여러 차례 웃음을 보였다. 가세연은 11일에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현장출동, 박원순 장례식장, 오늘 박주신 입국’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신 대표는 고발장에서 “와룡공원에서 숙정문까지 걸어가면서 김용호씨가 ‘최고 일간지 취재기자에게 들은 바로는 피해자가 1명이 아니에요.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의 고소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인 거예요’라고 말했다”면서 “피해자가 다수라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신 대표는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방침이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박원순 전 시장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2심 재판이 1년 넘게 중단돼 있다. 당당하게 재검 받고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혀 온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신 대표는 “2012년 2월 박주신씨의 공개 신체검사에 언론사 기자들도 참여했고, 다음해 서울중앙지검에서 박주신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서 “이는 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며 정치 정쟁화를 하려는 의도로도 보여진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후 온라인에서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한 구절이 빠르게 공유됐다. 박 전 시장은 평생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성추행 가해자라는 낙인을 피하고자 자신의 삶과 함께 사건을 강제 종결시키면서 고소인에게 끝까지 ‘가해’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을 감싸기 위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인을 공격하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 2018년 3월 7일, 전직 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수준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기자회견을 연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속옷 사진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예전부터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닝셔츠만 입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소탈한 성품이었다”며 A씨 등의 주장이 “악용될 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반박이었다. ‘미투’를 지지하다가도 가해 의혹의 당사자가 유명 정치인일 경우 지지자들이 두둔을 넘어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SNS에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 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전씨는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였다고 했지만, 많은 여성은 “직장 상사를 ‘남사친’이라 보는 안일한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생활 중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희롱을 동등한 연인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여론이 뒤집혀 고소인이 오히려 손가락질받게 되는 현실도 그대로다. 2018년 청주대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조민기씨나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 등을 받은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 등이 한 예다. 특히 정씨가 억울하다며 투신한 이후 성폭행 피해자인 양씨에게는 ‘살인마’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일부 시민들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A씨가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문구를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에 대해 “대화 초대가 무슨 문제인가. 발인하는 날 뭔가 크게 터뜨릴 것처럼 하더니 아무 증거가 없다”는 조롱 글이 다수 게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조직장급이 직장 내에서 성추행한 경우 ‘조직 보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을 흔드는 가해자로 여겨진다”면서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을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다. 조직장급 가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는 등 제도를 법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후 온라인에서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한 구절이 빠르게 공유됐다. 박 전 시장은 평생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성추행 가해자라는 낙인을 피하고자 자신의 삶과 함께 사건을 강제 종결시키면서 고소인에게 끝까지 ‘가해’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을 감싸기 위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인을 공격하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 2018년 3월 7일, 전직 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수준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기자회견을 연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속옷 사진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예전부터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닝셔츠만 입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소탈한 성품이었다”며 A씨 등의 주장이 “악용될 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반박이었다. ‘미투’를 지지하다가도 가해 의혹의 당사자가 유명 정치인일 경우 지지자들이 두둔을 넘어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SNS에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 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전씨는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였다고 했지만, 많은 여성은 “직장 상사를 ‘남사친’이라 보는 안일한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생활 중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희롱을 동등한 연인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여론이 뒤집혀 고소인이 오히려 손가락질받게 되는 현실도 그대로다. 2018년 청주대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조민기씨나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 등을 받은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 등이 한 예다. 특히 정씨가 억울하다며 투신한 이후 성폭행 피해자인 양씨에게는 ‘살인마’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일부 시민들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A씨가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문구를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에 대해 “대화 초대가 무슨 문제인가. 발인하는 날 뭔가 크게 터뜨릴 것처럼 하더니 아무 증거가 없다”는 조롱 글이 다수 게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조직장급이 직장 내에서 성추행한 경우 ‘조직 보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을 흔드는 가해자로 여겨진다”면서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을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다. 조직장급 가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는 등 제도를 법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박원순 발인 이후…우리 사회에 던져진 숙제

    박원순 발인 이후…우리 사회에 던져진 숙제

    ‘미투’ 2년 4개월…위계에 의한 성폭력 계속‘직장 상사가 남사친’ 그릇된 인식 여전“조직장급 가해자 가중처벌 법제화해야”“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후 온라인에서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한 구절이 빠르게 공유됐다. 박 전 시장은 평생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성추행 가해자라는 낙인을 피하고자 자신의 삶과 함께 사건을 강제 종결시키면서 고소인에게 끝까지 ‘가해’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을 감싸기 위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인을 공격하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 2018년 3월 7일, 전직 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수준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기자회견을 연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속옷 사진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예전부터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닝셔츠만 입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소탈한 성품이었다”며 A씨 등의 주장이 “악용될 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반박이었다. ‘미투’를 지지하다가도 가해 의혹의 당사자가 유명 정치인일 경우 지지자들이 두둔을 넘어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SNS에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 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전씨는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였다고 했지만, 많은 여성은 “직장 상사를 ‘남사친’이라 보는 안일한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생활 중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희롱을 동등한 연인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여론이 뒤집혀 고소인이 오히려 손가락질받게 되는 현실도 그대로다. 2018년 청주대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조민기씨나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 등을 받은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 등이 한 예다. 특히 정씨가 억울하다며 투신한 이후 성폭행 피해자인 양씨에게는 ‘살인마’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일부 시민들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A씨가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문구를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에 대해 “대화 초대가 무슨 문제인가. 발인하는 날 뭔가 크게 터뜨릴 것처럼 하더니 아무 증거가 없다”는 조롱 글이 다수 게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조직장급이 직장 내에서 성추행한 경우 ‘조직 보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을 흔드는 가해자로 여겨진다”면서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을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다. 조직장급 가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는 등 제도를 법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열린세상] 조금 커진 핀셋/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조금 커진 핀셋/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정부가 황급하게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6·17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폭등하고 지지율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을 직접 불러 지시해서 마련된 대책이다. 큰 틀에서 본다면 무주택자와 청년층을 위한 대출 조건 완화 및 공급 확대와 다주택 단기 보유에 대한 중과세, 임대사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폐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번 대책에 의미가 있다면 무주택 청년층에 대한 대출 제한이나 임대사업자 특혜에서 보였던 정책의 비상식적 일탈이 완화됐고 ‘더 강력한 대책이 준비돼 있다’는 정책 실패의 단정적 예고가 없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설계를 유지하면서 수치를 몇 가지 변경하는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조금 넓어지고 투기꾼의 차익은 약간 줄어들겠지만 현재의 다주택 보유자로 하여금 매각에 나서도록 해 현재 수준에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억 소리 나는 대책’(김태년 원내대표)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번 대책을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그 이전에 청와대 비서진과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을 향해 1가구 1주택을 초과하는 부동산은 처분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솔선수범’은 정책 효과의 관점에서 본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접근법이다. 가장 큰 단점은 그것이 새로운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무런 참고 자료가 되지 않거나 자칫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순간의 ‘시원함’은 가져다주고 면피용 조치는 되겠지만 부동산시장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솔선수범’이 ‘선도’라기보다 ‘말보다 앞에 세운 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제 매각은 오히려 성과에 조급해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으로서 이에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편법이 동원된다면 고위공직자 체면이 다시 한번 구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매각 지시에 당사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리도 없다. 이는 시장에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노골적인 항명은 아닐지라도 이런저런 변명은 정권 전체에 대한 조롱만 키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솔선수범’을 정책 성공의 일단으로 착각해 정작 부동산시장에서의 실패를 인지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정책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데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은 실효성 있는 정책의 결과이어야 하지 그 자체가 정책의 구성 요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22번째 정책에서도 드러난 부동산 정책의 결정적인 한계는 주택 문제를 주거 안정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무주택자와 청년층에게 주택 소유는 주거 안정보다 오히려 자산 증식의 문제라는 현실이 철저하게 간과되고 있다. 한국 청년층이 가상화폐 투자에 이례적으로 열성적이고, 월가를 놀라게 할 정도로 ‘동학개미운동’을 펼치는 것과 ‘내 집 마련’에 집착하는 것은 모두 자산 증식 욕구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으로 자주 주장되는 장기임대주택은 기한이 지나면 분양받아 얻을 수 있는 ‘차액’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영구임대주택이라 할지라도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 강한 자산 증식 동기가 노후 불안과도 연관돼 있음은 자명하다. 강한 자산 증식 동기는 고용 불안과도 연결돼 있다. 일자리가 불안할수록 ‘한탕주의’는 기승을 부린다. 또한 주택 정책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 균형발전 등의 정책 목표 속에서 설계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GTX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설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이러한 총체적 접근이 결여된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결국 ‘조금 커진 핀셋’ 규제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다운 삶을 향한 포괄적인 주택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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