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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작구, 태양광 LED 표지판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한다

    동작구, 태양광 LED 표지판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한다

    서울 동작구가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표지판을 태양광 발광형 광섬유(LED)로 교체한다고 16일 밝혔다. 차량 전조등의 불빛 반사로 식별하는 일반 표지판은 날씨와 조도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가시성이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구 관계자는 “LED 표지판은 밤이 되거나 비가 올 때 자체적으로 빛을 밝혀 운전자에게 어린이보호구역임을 명확히 알려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교체된 모든 표지판은 태양광으로 4시간 동안 에너지를 충전하면 20일간 빛을 발하기 때문에 소비 전력은 낮추고 효율은 높였다. 구는 올해 말까지 총 2억 9000만원을 투입해 지역 내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가운데 21개소에 119개 표지판을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77개의 LED 표지판이 설치됐고 연말까지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내 43%가 LED 표지판으로 바뀐다. 유재문 교통행정과장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물 개선은 필수적”이라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빨간 주머니든 파란 주머니든 필요하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빨간 주머니든 파란 주머니든 필요하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연못에 바늘이 빠지면 물을 다 퍼내서라도 찾아낼 사람이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기재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본인으로서는 그리 달가운 얘기는 아니다. 자기 맡은 일은 다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한다는 뜻으로도 읽혀서다. 실제 홍 후보자는 ‘워커홀릭’(일중독)으로 맡은 일은 언제나 깔끔하게 완수해 내며 남의 얘기를 잘 듣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실하고 착한 공무원의 전형인 홍 후보자가 힘든 시기에 2기 경제사령탑을 맡았다.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내던 김&장 같은 ‘투톱’이 아니라 홍 후보자 혼자 전면에 나선 ‘원톱’이다. 그런데 이를 달리 보는 시각도 꽤 있다. 홍 후보자는 ‘지시’를 받아 실무만 챙길 뿐 실질적인 ‘원톱’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지적이다. 경제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가 아닌 야전사령관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속도 조절을 주장하며 자주 강한 견제구를 던졌던 김동연 부총리가 물러난 마당에 앞으로는 무게추가 더 급격히 소득주도성장 쪽으로 쏠릴 거라는 우려도 재계에서 나온다. 청와대가 장하성 실장 때보다 더 강한 그립을 쥐고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당연히 정책 기조도 바뀌지 않는다. 2기 경제팀도 소득주도성장의 원칙을 전혀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선이 발표될 때 예상은 됐지만 경제정책의 전면적인 전환 내지 수정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다. 꽉 막힌 경기불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이번엔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팎의 경제 여건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게 무색할 정도로 고용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10월 실업률은 13년 만의 최고치를 보였다. “엄중하게 지켜본다”는 말만 반복할 뿐 정부도 고용 사정을 개선할 뾰족한 대책은 못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극적인 타결책을 찾고 반도체가 내년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죽을 쑤고 있는 자동차, 조선산업이 거짓말처럼 활활 되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년에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리는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한 곳은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나라 안팎에서 이처럼 경고음이 계속 들리는데도 경제위기론은 근거 없는 것이라는 한가한 말이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 경제위기인지 아니면 경기침체에 이미 들어섰는 지 관계없이 위기론 자체를 근거 없다고 내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동네 시장만 나가 봐도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식당이 즐비하다. 한 집 건너 청년 백수는 차고 넘친다. 발표될 때마다 추락하는 투자, 고용, 생산 등 거시경제지표를 굳이 보지 않아도 민생경제가 바닥이라는 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최소한 위기의식을 갖고 내년을 대비해야 한다. 내후년엔 총선이 있다. 내년 말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다. 2021년은 마지막 집권 5년차다. 2기 경제팀이 무엇이든 하려면 실제 시간은 내년 1년밖에 없다. 할 일은 많다. 3%대 경제성장도 회복해야 하고, 고용대란도 해결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나마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규제개혁이다. 지금껏 구호에 그쳤지만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부터 똑부러지게 풀어야 한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나 원격진료가 대표적이다. 이마저도 내년을 지나 총선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다시 표류하게 될 게 뻔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경제 운영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2기 경제팀은 달라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시장의 요구만 무조건 들으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현장의 목소리도 무게를 두고 들어 봐야 한다. 그게 소통의 시작이다. 경제팀이 원톱이면 어떻고 투톱이면 또 어떤가. 민생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상관없다. 장하성 전 실장이 남겨 줬다는 빨간 주머니든 파란 주머니든 남은 한 방이 있다면 지금 보여 줘야 할 때다. 이미 1년 반을 허비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sskim@seoul.co.kr
  • 한·미 비핵화·대북제재 워킹그룹 내주 출범

    한·미 양국이 비핵화, 대북 제재, 남북관계 등을 협의할 워킹그룹을 다음주에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의 협의를 위해 워싱턴 방문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이것을 계기로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19∼20일쯤(현지시간) 첫 회의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 진전의 속도 차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발족하는 한·미 워킹그룹은 비핵화, 대북 제재, 남북협력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협의체다. 연내 종전선언을 포함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도 논의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공조도 필요하다. 한·미 수석대표는 이 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다. 한국 측 워킹그룹 구성원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했고 구체적으로 참여자 명단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포함해 107명이 금강산 관광 2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자 오는 18~19일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현대그룹의 신청을 승인했다. 다만 이번 방북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려 라마탑형 사리함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빨리 환수해야지요”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려 라마탑형 사리함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빨리 환수해야지요”

    미국서 우리 문화재 추적하는 김정광 이사장이 말하는 환수 운동 “부처님 세 분과 고승 두 분 사리, 한 사리함 모신 聖物”미술관 측 “사리만 반환”…韓정부 “전부 반환”에 무산“문정왕후 어보 환수 위해 美정계 실력자에 편지 전달”“알렌 후손 찾아다녀…15일 알렌 콜렉션 서울시 기증”“미국내 문화재 전수조사 위해 정부 차원 지원 필요”“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있는 라마탑 모양의 고려 사리함 반환이 아직도 해결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 뜁니다. 나이가 들고 교포라서 한국 유물을 보니 벅찬 감정도 있겠지만 티베트 양식의 불탑에 3명의 부처와 2명의 고승 사리를 한 자리에 안치한 사리탑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특이합니다. 한국 불교에서는 성물(聖物) 중에 성물입니다. 꼭 찾아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하는 게 제 과제입니다.” 미국에서 우리 문화재 환수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광(75) 한국문화유산보존재단 이사장은 “‘고려 라마탑형 사리함’은 생각만해도 흥분된다”고 말한다. 32년째 미국에서 생활하는 그가 모처럼 귀국한 터에 지난 10일 만나 인터뷰를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돌아온 문정왕후 어보 환수와 알렌 콜렉션 환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제법 성공한 사업가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법한 그에게 문화재 환수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987년 사업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 팔리새이즈 파크(Palisades Park)에 살고 있다. “이 사리함은 특이합니다. 큰 사리탑에 5개의 작은 사리탑이 들어있습니다. 다섯 명의 사리가 들어있지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 과거 부처님인 정광불과 연등불, 인도 왕자 출신으로 당나라를 거쳐 고려에서 포교활동을 한 지공선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라는 시를 남긴 나옹선사의 사리지요. 한국 불교의 법맥입니다. 큰 사리함이 높이 22.5cm로 금은제입니다. 이 미술관은 한국관 한 가운데 전시하고 있지요. 가서 보면 가슴이 뛰고 벌렁거리지만 한편으론 약 오릅니다.”이 라마탑형 고려 사리함은 일본인이 개성의 화장사 또는 양주의 회암사에서 불법으로 도굴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미술관은 이를 1939년 일본인으로부터 매입했다. 두 절은 모두 고려시대의 고승 지공선사(?~1363)와 나옹선사(1320~1376)가 주석한 곳이다. 고려 왕실과 관련있는 화장사는 비무장지대(DMZ)에 있어 지금은 폐허가 됐고, 양주 회암사에는 지공선사와 나옹선사, 무학대사(1327~1405)의 부도탑이 같이 있다. 조선 건국에 많은 역할을 한 무학대사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님과 지공·나옹 선사로 이어지는 불교 법통을 무학대사가 자신이 이어받았다는 증표로서 부도탑을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보인다. - 문화재 환수 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08년쯤 뉴욕주 한국불교신도회장을 지내고 있을 때였지요. 그때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문화재 관계로 뉴욕을 방문했는데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고, 미국에서 유랑하는 우리 문화재를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당시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으로 왔던 이상근씨(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를 만났지요. 7명이 왔는데 용비어천가 2권을 소장한 컬럼비아대 도서관과 고려 사리함을 갖고 있는 보스턴미술관을 안내하면서 우리 문화재가 처한 현실을 보게 됐습니다. 환수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하던 수출, 수입 비즈니스도 다 닫고 난 다음이니깐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고. - 라마탑형 사리함, 그동안의 환수 추진 과정을 설명하면.☞ 이것에 대해 보스턴미술관이 “사리는 한국에 반환하겠다. 그리고 사리함은 한국에 6개월 또는 상당기간 대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여 기간에 한국이 똑같은 모형을 만들고나서 돌려달라는 뜻이었지요. 한국 정부의 승인과 보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런 메시지를 문화재청에 전달하니 당시 이건무 청장이 안된다고 잘라버렸습니다. “사리함 전체를 반환해야지 일부 반환은 안된다”는 것이 이건무 청장의 논지였지요. 음미해 볼 대목은 있지만 해외 유물 가운데 일부만 반환된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 후 미술관 측은 한국 정부가 반대했으니 시민단체는 반환 요청을 할 권리가 없다는 허망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해((遺骸)’인 사리도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계속 반환요청을 하며, 이를 위해 불법 유출을 입증할 사료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하자고 하지만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입증 자료가 없어서 저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소송 비용도 만만찮고. “큰 박물관에서 장물아비처럼 절도품을 보관해서야 되겠나”며 여론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리함이 어떻게 보스턴까지 갔을까.☞ 이게 화장사 것인지, 회암사 것인지는 학계에서 밝혀야 할 사안입니다. 보스턴미술관 토미타 고지로 보고서를 보면 일본인이 이 두 절에서 불법 도굴한 것들을 보스턴미술관이 1939년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조선 골동품 판매회사인 야마나카 상회가 보스턴, 파리 등에 지점을 내고 우리 공예품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던 시기죠. 5명의 작은 사리함 가운데 3명은 실존 인물이어서 사리가 들어있고, 정광불과 연등불 사리함에는 사리 대신 구슬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사리는 시신의 일부 내지 인체의 연장으로서 국제법상 매매가 금지돼 있다는 것을 보스턴미술관 측에 계속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 그러면 지난해 문정왕후 어보는 어떻게 환수됐나.☞ 이 때문에 저는 뉴욕에서 어보를 소장한 LA 카운티 박물관(LACMA·라크마)까지 몇차례 왔다갔다 했습니다. 매릴랜드에 있는 미국 국립아카이브(NARA)도 수차례 가서 마이크로필름을 뒤지며 기초작업을 했지요. 제가 사는 곳인 뉴저지주 상원의원이자 친한파 외교분과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에게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전달해달라며 반환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주자, 그는 편지를 4통이나 더 썼더라구요. LA 상원의원 2명, 국토안전부 장관,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미국 정계 실력자로 상원 외교분과위원장인 그의 편지가 주효했다고 믿습니다. 민간 차원의 운동을 넘어 미국 조야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지요.이 건은 혜문스님이 2009년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낸 비밀문서 ‘아델리아 홀 레코드’를 열어보면서 시작됐습니다. 6·25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을 수복한 미 해병대 1시단 병사들이 요충지인 중앙청·경복궁·방송국 등에 대해 경계근무를 서면서 종묘에서 조선왕실 어보 47개를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갔고, 당시 양유찬(1897~1975)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 국무부에 분실신고를 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거죠. 이것을 라크마가 소장하고 있었던 거예요. 어보 옆에 쓰인 ‘6실 대왕대비(六室 大王大妃)’가 종묘 6실(중종의 방)에서 나온 것을 입증한 것이지요. 미국 병사의 절도품이란 것인데, 우리 정부가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양유찬 대사가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기사 1953년 11월 17일자에 실렸던거죠. 그 기사를 40달러를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2016년까지 환수운동이 이었졌고, 도난품이라는 것이 입증되니 미국이 돌려준 거죠. - 오바마 대통령도 국새와 어보 등 9가지 문화재를 돌려줬다.☞ 미국에서 2008년부터 민간 차원의 문화재환수운동이 시작됐고, 문정왕후 어보 사진과 환수 캠페인이 현지 신문에 조그맣게 실렸습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캠페인을 눈여겨 보던 차에 한 미국인이 “우리집에 어보처럼 생긴 것이 있다”고 신고했고, 그게 다시 보도되니 “옆집에도 보니 그런 게 있더라”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압수해 보관하고 있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4월 한국을 방문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반환한 것이지요. 미국은 불법 문화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숨기는 대신 반환을 하지요. 큰 결정입니다.- 알렌 콜렉션 반환에도 큰 역할을 했다.☞ 외교관과 선교사 등을 지냈던 호러스 뉴턴 알렌(1858~1932)의 후손을 찾아낸 거지요. 그가 고종의 주치의를 지냈던 만큼 좋은 문화재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알렌 후손을 찾아보자고 결심했지만 막연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10여년 전 그의 후손을 초청했다는 짧은 기사 한줄을 단서로 더듬어갔지요. 초청자를 찾아보니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허정 박사였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허정 박사와 통화에 성공했고, 그분이 10여년째 해마다 한번씩 후손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시더라고요. ‘그 만찬에 저도 참석해도 되느냐’고 하니 오라고 해서 비행기 2시간 타고가서 후손들과 안면을 텄지요. 후손들을 설득해 매입도 했지요. 알렌과 그 후손들이 어렵게 사는 바람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에 많이 팔아버렸던 거죠. 왕권의 상징인 부채인 ‘화조도접선’과 사진, 편지, 일기 등 30여점을 가져와 15일 서울시청서 기증식을 갖는다. 사실 알렌 증소녀보다는 그 사돈이 더 많이, 더 좋은 문화재를 갖고 있는 것을 파악했는데, 기증하지 않고 팔려고 해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문화재입니다. - 문화재청은 미국 124곳에 우리 문화재 4만 4000여점이 있다고 기록했다.☞ 허허,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두 배는 될 것입니다. 정부가 미국에서 현장조사한 곳은 6곳 뿐입니다.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러가면서 박물관 사서에게 물어보니 한국 고서 1만 2000여권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문화재청은 여기에 5000권이 있다고 기록했지만 배가 넘지요. 브루클린박물관의 도록을 문화재청이 지원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박물관 창고에 들어갈 흔치 않는 기회가 생겨서 가보니 그 안에는 우리 문화재가 수두룩했고, 투구와 갑옷도 있었습니다. 발톱이 3개인 투구로 미루어 왕족의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도록에는 없는 것들이었죠. 박물관 측도 아직 정리조차 못하고 있는데, 그런 것이 무척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인이 소장한 것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지요.- 우리 문화재의 소재 파악과 유출 경로 조사가 시급하다.☞ 먼저 이런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하는 ‘앤틱 로드쇼’처럼 우리 교민을 상대로 하는 문화재나 유물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고 감정 가격도 평가해 주는 겁니다. 교민들이 미국에 이민오면서 가져온 가보나 유물을 조사해 파악하는 것이지요. 고위 관리를 지냈던 가문에는 이런 게 많을 겁니다. 교민들에게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해 주고, 대학이나 박물관 등에서 본 한국 문화재를 제보하게 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그 다음엔 미국의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를 전수조사하는 것입니다. 큰 프로젝트이니만큼 수년에 걸쳐 정부 차원의 예산과 전문가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도록도 만들어고 해야 하니 우리 정부와 해당 박물관과의 교섭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버드대도서관이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이런 제안에 구두로 “오케이”한 상태입니다. 그는 “부처님과 전생 부처님 둘, 두 명의 고승의 사리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한국 불교 최고의 성물입니다”라며 “이 사리함을 들여와야 하는데…”라고 되뇌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럽 최초 화성 로버 엑소마스가 스페인에 나타난 사연은?

    유럽 최초 화성 로버 엑소마스가 스페인에 나타난 사연은?

    인류는 화성의 다양한 모습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로버 덕분에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세밀하게 관찰했다. 하지만 화성은 넓고 로버를 보내 탐색한 지역의 범위는 매우 좁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독무대였던 화성 로버 분야에 유럽우주국(ESA)이 도전하는 이유다. ESA의 엑소마스(ExoMars) 로버가 그것으로 큐리오시티보다 작은 310kg급 중형 로버지만, 나름의 독특한 무기가 있다. 바로 코어 드릴(Core drill)로 인류 최초로 화성 지표를 뚫고 내부 지층을 확인하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할 것이다. 화성을 비롯해 태양계 천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그 내부 구조도 알 필요가 있다. NASA의 인사이트(InSight) 탐사선은 지진계를 통해서 화성의 내부 구조를 살필 예정이고 엑소마스 로버는 최대 2m까지 지표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드릴을 이용해서 내부 지층 샘플을 확보할 예정이다. 후자의 경우 혜성 내부 물질을 확보하려다 결국 아쉽게 실패로 끝난 ESA의 로제타 프로젝트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한때 화성이 지구처럼 따뜻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했다는 여러 가지 증거를 발견했다. 당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현재 화성 표면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방사선을 피할 수 있고 표면보다 더 따뜻한 지표 아래의 환경은 다를지도 모른다. 화성 땅 밑에 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파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과업은 2021년 발사 예정인 엑소마스 로버의 몫이다. 이를 위해 최근 ESA는 영국과 스페인에서 찰리(Charlie)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로버 엑소핏(ExoFit)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엑소마스 로버는 여러차례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찰리는 카메라와 센서, 태양전지, 컴퓨터, 통신 장비 등 거의 모든 장비를 갖춘 완성형으로 화성처럼 황량한 환경인 스페인의 타베르나스 사막에서 테스트 중이다. 조종은 원격으로 영국에서 진행한다. 물론 지구–화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짧은 거리지만, 먼 거리에서 원격으로 시스템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화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비슷한 시기 화성을 방문할 NASA의 마스 2020 로버와 엑소마스 로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혹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이번에 나올지도 모른다. 설령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할지라도 이 두 로버가 전해줄 정보는 미래 화성을 직접 탐사할 인류에게 매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수사권 조정 요청했지만 사개특위 ‘티격태격’

    공익형 쌀직불제 도농 이견 커 미지수 ‘판문점 선언’ 비준 에둘러 협조 요청도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예산안 원안 처리, 권력기관 정상화, 공익형 쌀 직불금제, 경제민주화, 지방자치 강화, 한반도 평화 정착 관련 입법 등 여섯 가지 ‘숙제’를 국회에 던졌다. 먼저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 등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국회 논의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활동 시한을 두 달 남긴 이날에서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사개특위원장은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숙원 사업인 사법 개혁 과제를 풀어 가겠다”고 했다. 반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며칠 전 국감에선 검찰총장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정부안이 지금까지 제출돼 있지 않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가 향후 5년간 적용할 쌀 목표가격의 국회 동의요청서 제출에 맞춘 협조도 요청했다. 정부는 한 가마니(80㎏)당 18만 8192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의 21만원 공약을 한참 밑돌아 공약 파기 논란이 불가피하다.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한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도 함께 논의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도·농 지역 간 이견이 워낙 커 원만한 논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큰 틀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와 민생법안에 대해 초당적인 협력”의 핵심은 공정거래법 개정이다. 개정안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강화,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및 지주회사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한국당이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연내 처리 가능성이 크지 않다. 지난 3월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다 무산된 문 대통령의 지방자치 강화 법안 처리 당부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회의 뒷받침을 촉구하면서도 ‘4·27 판문점선언 비준’이라는 직접적 언급을 삼갔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에 대한 야당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는 간접적 표현을 썼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연설 후에도 “비준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이미 평양선언 비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선농단 향나무는 기억한다 풍년 기원하는 왕의 손길을 빼앗긴 봄 암울했던 세월을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선농단 향나무는 기억한다 풍년 기원하는 왕의 손길을 빼앗긴 봄 암울했던 세월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6회 청량리(약령시의 기억) 편이 지난 27일 동대문구 휘경동·전농동·청량리동·제기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을이 농익은 서울시립대에서 낙엽이 흩날리는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했다. 또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청량리 수산시장, 동부청과시장, 청량리 재래시장, 청과물도매시장, 서울약령시(경동시장) 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5개 개별시장이 뭉친 슈퍼시장의 위용을 체감했다. 때마침 26일부터 이날까지 ‘제24회 서울약령시 서울한방문화축제’ 기간이어서 흥겨운 한방축제 분위기에 젖었고, 한방박물관 무료관람 혜택도 누렸다.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 집결한 투어단은 의병장 허위 장군의 호를 딴 왕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110년 전통의 시조사를 보고 동광대장간을 들렀다. 떡 파는 가게가 즐비했던 떡전교를 지나 서울시립대에서 경농관과 자작마루를 둘러봤다. 사도세자의 능이 있던 배봉산은 건물과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청량리 육교 위에서 수십 갈래로 쪼개지는 철길의 행렬을 지켜본 뒤 청량리역~금강헤어라인~청량리청과물시장~서울약령시~제기동성당의 순서로 2시간 20분간의 바쁜 일정을 마무리했다. 해설을 맡은 김은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철저한 사전답사와 준비를 통해 만족스러운 투어를 선사했다. 서울시립대는 자작마루의 문을 열어줬고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동광대장간, 금강헤어라인의 장인으로부터 자부심 어린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같은 아리아가 흐른 10월의 마지막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였다.청량리는 조선시대 한성부 동부 인창방 청량리계에 속하는 고요한 성 밖 동네였다. 1911년 경기도 경성부 인창면 청량리, 1914년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청량리를 거쳐 1946년에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으로 자리잡았다. 서울과 경기도를 들락날락한 동쪽 교외(동교)였다. 겸재 정선이 남긴 ‘동문조도’(東門祖道)라는 진경산수화에 300년 전 동대문 밖 풍경이 등장하는데 낙산과 동망봉, 안암, 용마산 아래 동묘와 청량리 일대가 펼쳐져 있다. 조도란 길 떠나는 사람을 송별한다는 뜻이니 동대문 밖 청량리가 서울을 벗어난 첫 지점이라는 장소성이 내재돼 있다. 그러나 용두동·제기동·전농동 등 이른바 청량리 일대는 왕이 몸소 농사를 짓는 친경(적전)을 두고 제사를 모신 점에서 여타 교외 지역과는 격을 달리했다. 적전은 한성과 개성 2곳에 뒀는데 한성의 적전을 동적전, 개성의 적전을 서적전이라고 지칭했다. 김정호의 경조오부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지도에 동적전을 안암천(성북천)과 정릉천 사이에 표시하고 있고 동적전의 관리청인 필분각이 있던 텃골과 곡식을 저장하던 창고마을인 창마을(倉村)이 오늘의 서울시립대 앞 전농로에 있었다. 선농단의 친농의례는 종묘제와 사직제, 환구제의 대사(大祀)에 이어 중사(中祀)의 위상을 가졌다. 조선 성종 6년(1475)에 적전의례가 처음 실행된 뒤 연산군,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때 1회씩 거행됐으며 이후 영조와 고종, 순종 때 자주 거행됐다. 선농대제가 끝난 뒤 소를 잡아서 참가자들에게 나눠 준 게 설렁탕(설롱탕)의 유래가 됐다. 청량리(淸凉里)는 신라 고찰 청량사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청량이란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청량산에서 따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삼각산(북한산)에 청량사가 있다고 적었다. 또 고려 예종 12년(1117) 왕이 남경(서울)에 행차하면서 청량사에 머문 사실도 전한다. 세종 5년(1423) “태조의 공신은 청량사에, 태종의 공신은 승가사에서 주상의 탄신일에 장수를 기원하자는 재를 열자”는 세종실록의 기록으로 보아 조선 초 청량사의 격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청량사는 1897년 명성황후가 홍릉에 들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선농단 일대는 참담한 변화를 겪는다. 고종은 영조 이후 100년 넘게 거행하지 않던 친경례를 부흥시켰고, 순종은 1909년과 1910년 두 차례 친경례를 행했지만 1908년 개정된 제사제도 칙령에 의해 선농단의 위패는 사직단으로 옮긴 뒤여서 사실상 폐지된 것과 다름없었다. 일제는 선농단 터에 느닷없이 잠업기술 및 기술자를 양성하는 잠업시험소의 전신 원잠종제조소를 설치했다. 또 1934년 경성여자사범학교 부지로 제공, 기숙사를 짓는 과정에서 원형을 잃었다. 일제강점기 선농단은 청량대(淸凉臺)라는 공원으로 훼손됐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책동이었다. 지금도 청량대라고 새겨진 빗돌 하나가 누워 있다. 광복 후 주민들이 넘어뜨려 울분을 달랬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선농단은 1950~60년대 서울사대부고나 서울사범대생들에게 개나리와 벚나무, 측백나무가 우거진 뒷동산으로 기억되고 있다. 선농단 터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왕이 농사를 지은 장소 정도로 알았다. 휴식과 축제 장소로 사용했다. 대학신문 1961년 4월 27일자 ‘청량대 새 단장’이라는 기사에서 “왕이 백성들의 농사하는 모습을 살피려고 올라서곤 했던 청량대 비석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도록 그 위치를 옮긴다. 가장 큰 나무인 향나무에 중점을 두고 주위의 다른 나무들은 제거 혹은 이식시킨다”고 적혀 있다. 선농단 터는 제기동에 속하지만 1970년대까지는 제기동과 용두동 경계에 걸쳐 있었다. 이후 116개의 필지로 분할됐다. 우뚝 솟은 향나무 한 그루가 선농단의 존재를 말없이 증언하고 서 있다. 천연기념물 제240호로 지정된 높이 10m, 줄기의 둘레 2m에 이르는 600년 묵은 이 노거수는 다른 향나무처럼 휘어지지 않고 위로 곧게 자란 게 특징이다. 청량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량리역, 588 집창촌, 서울약령시로 이름을 바꾼 경동시장 등이다. 주민의 삶이 아니라 외부인의 시각이다. 청량리의 두드러진 정체성은 철도이다. 청량리역은 1950~60년대 철도교통의 발달에 따른 도시적 확장 과정의 산물이다. 근대교통기관인 전차가 1899년 처음으로 홍릉까지 왕래했고, 수송의 중심이 전차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1968년 70여년간의 전차운행이 중단될 때까지 전차노선의 중심이었다. 1911년 경원선 철도가 일부 개통됐고 1939년에는 경춘선이 성동역(제기역)을 기점으로 운행된 데 이어 중앙선까지 연결되면서 청량리는 물자 유통과 여객 수송의 요충지이자 철도 중심지로 명맥을 이었다. 1974년 개통된 지하철 1호선이 근대 전차의 첫 목적지였던 청량리 궤도를 여전히 달리고 있다. 관사주택과 부흥주택, 도시 한옥, 시민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도심주변부 근대도시 주거지의 역할을 해냈다.서울약령시는 1000여 한의약 관련 전문 업소가 모여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약재 전문시장으로 전국 한의약 약재의 70%가 거래되고 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문학3(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일시 : 11월 3일(토) 오전 10시~12시 ●집결장소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 ●신청·안내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 고용세습 논란에…노조는 왜 ‘적’이 됐나

    ‘귀족 노조’ 인식이 채용 의혹과 맞물려 연루 사실 아직 없는데 정치권서 ‘공격’ 노조 측 미온적 대처도 오해 증폭시켜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작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이 고용세습 논란으로 번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노동조합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노조나 노조 간부가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공사 노조는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 제기 초기부터 씌워진 이른바 ‘귀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 프레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높은 친인척 비율은 채용비리의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 노조가 개입했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노조가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알고 정보를 빼내 아는 사람을 하청업체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시켰을 것이라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현재까지 노조와 관련없는 협력업체 사장·본부장 등의 청탁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의 아들이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됐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지금까지 정치권의 청탁이 문제가 됐다”며 “친인척이 많다는 사실 외에 채용 과정에서의 우대나 평가의 불공정성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노동계 관계자들은 노조 책임론의 일차적인 원인은 정치권에 있다고 봤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채용비리가 있었다면 실질적인 사실관계를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과 반노조 정서가 결합하면서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19년차 직원은 “공사를 다니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언론을 보면 노조의 고용세습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철밥통 조직이라는 공사에 대한 인식이 의혹과 맞물리면서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비리집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규직 노조 중심의 공공기관들이 이번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다 일부 노조의 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 조항 등이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사문화된 가족 우선 채용 조항도 진작 없앴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조조직률이 10%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 내부 구성원만을 위한 정책이나 활동은 나머지 90%의 노동자나 일반 국민에게 지탄받게 된다”면서 “‘밥그릇만 지키는 노조’라는 비판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노조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한·미, 비핵화 조율 워킹그룹 출범

    한 “비핵화” 미 “제재 유지” 접점 모색 외교부, 남북협력 속도조절론엔 선그어 한·미 간에 향후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논의할 워킹그룹(실무단)이 11월 중에 출범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한·미 워킹그룹 구성은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31일 “워킹그룹은 한·미 간에 소통을 정례화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톱다운 방식을 보조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리더로 외교부와 국무부가 중심이 돼 필요할 경우 다른 부처도 참여하게 된다. 한·미 양국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은 한국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워킹그룹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다뤄질 텐데 이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는 북·미 간 직접 해결할 문제지만 향후에 북측의 획기적 비핵화 조치가 있다면 남측이 참여할 상응 조치도 있을 수 있고 (협의 틀) 안에 들어가 의견을 내고, 보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향후 연내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프로세스, 남북한 교류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 등의 의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상시 조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한·미 공조도 더 굳건해질 전망이다. 다만 워킹그룹의 기능에 대해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진전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미국은 제재 유지를 강조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 진전이 북·미 비핵화 협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국이 속도 조절을 위해 워킹그룹 구성을 제의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그렇지 않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속도조절론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쪽 방향의 진전이 다른 트랙(북·미 협상)의 진전과 딱 1인치의 오차도 없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며 “갭을 신뢰와 소통으로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킹그룹이 11월에 출범하면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한·미 간 첫 사례가 된다. 2007년 6자회담으로 도출된 ‘2·13 합의’로 5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든 적이 있지만 당시는 6자국 대표의 모임이었다. 워킹그룹은 향후 북핵 사찰 국면에서 한·미 협의의 틀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남·북·미 워킹그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교부 단일 창구로 미국에 전달되는 정보가 부족했을 수 있다”며 “미국은 정보 유통과 관련해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도 정보의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국의 오판을 교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인천시 내년 예산 10조원 돌파

    인천시의 내년 예산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다. 인천시는 2019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 8조 9336억원보다 13.15% 늘어난 10조 186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6일 밝혔다. 인천시는 열린 시정, 균형발전, 성장동력 확충, 시민행복, 평화번영 등 5개 분야에 역점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우선 주민참여 예산을 14억원에서 199억원으로 늘리고, 새로 출범하는 인천공론화위원회 예산으로 2억원을 배정하는 등 시민참여 행정 25개 사업에 251억원을 편성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균형발전 사업에는 2994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세부항목을 보면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은 367억원에서 436억원으로 늘고,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예산도 69억원에서 291억원으로 증가된다. 성장동력 확충사업에는 일자리 창출 968억원, 청년창업 165억원, 혁신성장 지원 325억원 등 41개 사업에 3007억원을 편성했다. 시민행복 사업에는 내년 처음 시행하는 중고생 신입생 교복 지원 43억원, 어린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무상급식 929억원, 기초연금 6665억원 등 3조 2553억원이 투입된다. 평화번영 사업에는 남북교류협력기금 20억원, 강화·개성 학생 교차 수학여행비 2억원 등 46억원이 잡혔다. 시는 내년에 본청 채무 중 4066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올해 말 20.1%에서 내년 말 18.7%로 낮아질 전망이다.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등의 여파로 2015년 1분기 채무 비율이 39.9%까지 치솟아 최악의 재정난을 겪었지만 지난 2월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에서 해제되는 등 재정 건전성이 호전되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文대통령이 보여준 ‘경찰의날’ 의미…백범김구기념관서 ‘임정’ 강조

    文대통령이 보여준 ‘경찰의날’ 의미…백범김구기념관서 ‘임정’ 강조

    文대통령 “김구 선생 초대 경무국장 취임이 경찰 출범”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자주독립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김구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1919년 8월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해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경찰의 날 행사는 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이 ‘독도의 날’임을 상기하고 “우리 영토의 최동단을 수호하는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 여러분에게 각별한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한편 경찰의 날은 10월 21일이다. 이에 대해 장신중 전 총경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21 ‘경찰의 날’은 미군정청 조병옥 박사 경무국장 임명일에 불과”라며 “경찰의 날을 초대 경무국장 김구 선생의 취임일로 변경 주장이 수구적 경찰 원로 등에 의해 좌절. 지금도 미완”이라고 썼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전국 15만 경찰관 여러분.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이곳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치르게 돼 참으로 뜻깊습니다.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습니다.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매사에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민주경찰’ 창간호에 기고한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그의 후예들이 전국의 치안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현장의 영웅’들을 보며 김구 선생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 믿습니다.오늘은 또한 ‘독도의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영토의 최동단을 수호하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 여러분에게 각별한 격려의 인사를 보냅니다. 명예로운 경찰관의 길을 뒷바라지해 오신 경찰 가족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순직·전몰 경찰관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 여러분께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경찰관 여러분,지난 1년 경찰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주었습니다.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자 ‘역대 가장 안전한 올림픽’이라는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연인원 29만 명의 경찰관이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준 덕분입니다.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도 치밀하고 빈틈없는 경비로 성공을 뒷받침해주었습니다.드러나지 않게 국민의 염원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온 경찰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지난 1년은 우리 경찰이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을 다해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경찰은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해 330개의 세부개혁과제를 마련했습니다. 실천에 있어서도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하는 데도 힘을 쏟아왔습니다. 지난해 촛불혁명에서 경찰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과 함께했습니다. 국민의 앞을 막아서는 대신 국민의 곁을 지켰습니다.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제 경찰은 집회시위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시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습니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현장에서 경청하는 ‘한국형 대화경찰관’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분명히 약속합니다. 더 이상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국민과 경찰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경찰관 한명 한명이 국민이 내민 손을 굳게 잡을 때 민주주의와 평화는 더 굳건해질 것입니다. 국민의 경찰로 완전히 거듭나려는 경찰의 노력에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경찰관 여러분,경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주기 바랍니다. 지난 8월 경찰은 ‘여성대상 범죄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을 실시해왔습니다. 불법촬영자와 유포자 1천여 명을 검거하고 해외 서버 음란사이트 50여 곳을 단속하는 성과도 거뒀습니다. 그러나 아직 여성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랍니다. 경찰은 국민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의로운 이웃입니다. 지역의 어린이들,장애인과 어르신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한걸음 더 뛰어주길 당부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한 ‘스마트 치안’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첨단 장비와 과학수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범죄 예방과 해결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경찰의 조직 문화도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경찰이 가진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찰 내부의 민주적인 소통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국가 안보에 있어서 경찰이 해야 할 몫도 매우 큽니다. 안보가 튼튼해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내딛는 국민의 발걸음이 더욱 굳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정보능력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정보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공조체계를 튼튼히 구축해주기 바랍니다. 특별히, 안보수사의 전 과정에서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을 당부합니다. 안보사건의 피의자·피해자·참고인 등 수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호돼야 합니다. 안보수사를 통해 평화를 지키는 일과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일은 하나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 주길 바랍니다. 경찰관 여러분,지금까지 여러분이 이뤄온 개혁의 성과만큼 국민의 믿음도 커졌습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한편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편으로 서로를 견제하면 국민의 인권과 권익은 더욱 두텁게 보호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국민이 수사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엄정하고 책임 있는 수사 체계를 갖추기 바랍니다. 지난 9월에는 ‘자치경찰제’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 담긴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중앙에 집중된 경찰권을 지방으로 분권하고 지역의 특성과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는 생활안전과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찰이 앞장서주기 바랍니다. 15만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자 천직으로 여겨왔습니다. 경찰관의 노고에 합당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과 치안 인프라 확충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경찰의 일상이 된 ‘격무’도 해소해나갈 것입니다. ‘경찰관 2만 명 충원’ 목표에 따라 경찰인력을 꾸준히 증원할 것입니다. 경찰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위직에 편중된 직급구조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해마다 평균 16명의 경찰관이 순직하고,1천800여 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경찰의 희생과 헌신에 반드시 보답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경찰관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비 확충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랍니다. 경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이 위축되거나 경찰관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 없어야 국민의 안전이 더욱 철저히 지켜질 수 있습니다. 경찰이 당당하고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경찰관 여러분이 쉼 없이 뛴 시간만큼 국민이 안전해졌습니다. 국민은 사랑과 신뢰로 화답해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찰관 여러분. 경찰관의 제복에는 ‘애국안민의 정신’이 배어있습니다. 민주,인권,민생 경찰의 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자랑스러운 경찰의 길입니다. 제주4·3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문형순 성산포서장,도산 안창호의 조카딸로 독립투사였다가 해방 후 경찰에 투신한 안맥결 총경, 80년 5월 광주, 신군부의 시민 발포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이명예로운 경찰의 길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경찰, 따뜻한 인권경찰, 믿음직한 민생경찰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경찰의 날을 축하하며 경찰 가족 모두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통공사 직원 갈등·노조 잡음… 정규직 전환 의혹 키웠다

    교통공사 직원 갈등·노조 잡음… 정규직 전환 의혹 키웠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10명 중 1명(11.2%)이 친인척인 것을 두고 고용세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구의역 청년 목숨값으로 노조원들이 고용세습 잔치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24일 “구체적으로 밝혀진 비리가 없음에도 친인척 비율만을 문제 삼으면서 비정규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비리채용에 연루된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고 맞섰다. 서울신문은 서울교통공사 구성원들을 통해 구의역 사고 이후 2년 5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봤다.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김모군이 사망한 이후다. 앞서 서울시는 2012년 4월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군 사망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고, 직원 수가 부족해 2인 1조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규직화에 속도가 붙었다. 서울시는 사고 다음달인 2016년 6월 지하철 안전 업무 분야는 안전업무직이라는 별도의 직군을 신설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직고용은 일반직(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었다. 이에 따라 공사는 같은 해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안전업무직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같은 해 5월 서울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서울교통공사가 탄생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2017년 7월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11개 투자출연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전원을 2018년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사회의체를 구성한 후 7차례에 걸쳐 노사협의를 진행했다. 입사 1~4년차 정규직 직원들이 반발하는 등 협의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노사는 무기계약직의 전면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은 1285명 가운데 친인척이 108명(8.4%)이라는 점 때문이다. 친인척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고위직 임직원이 불법적으로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꽂아 넣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3월 공사가 진행한 조사에 응답한 직원(1만 7045명·응답률 99.8%) 가운데 11.2%(1912명)가 “사내에 친인척이 있다”고 대답한 결과는 의혹을 더 키웠다. 1912명 중 부부인 경우는 726명, 부모·자녀가 148명, 이를 제외한 6촌 이내 친인척이 1038명이다. 또 이 조사에서 현직 1급 간부의 아들, 수서역장의 아내와 처형 등이 빠진 사실도 드러났다. 공사 측은 “누락자까지 포함해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회사 내에 6촌 이내 친인척이 있는 사람은 모두 112명으로 파악됐다”면서 “누락자 가운데 4명은 공채 입사자, 1명은 제한경쟁 입사자로 채용비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내부 구성원들도 친인척 비율이 높은 것은 맞다고 봤다. 박 시장은 국감에서 “문제가 있거나 특별히 비리가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서도 “사내 근무 가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고용세습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직원 A씨는 “내부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만 고용세습에 대해서는 “실제로 세습 차원의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정규직 전환 과정이 내부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리를 나눠 먹으려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고용세습이라는 용어가 정치 공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순히 친인척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기태 노조 교선실장은 “채용비리를 밝히기보다는 노조 죽이기를 하고 있다”면서 “노조를 공사와 짜고 고용세습을 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규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 비율이 높은 것은 지하철 특성상 공채로 뽑는 사무직보다 안전 업무 등 현장 노동자들이 많았던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 노무가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는 지인의 소개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계 관계자는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자리를 탐내는 사람은 없었다”며 “회사 임직원들의 친인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 가운데 상당수는 구의역 사고가 있었던 2016년 5월 이전부터 근무했던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근무기간이 오래됐기 때문에 정규직화 정보를 미리 듣고 입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2017년 3월 추가로 채용한 73명도 같은 해 7월 발표된 무기계약직의 일반직화 방침을 미리 알고 지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노동존중특별시 발표로 정규직화 방침에 대한 큰 방향은 어느 정도 알았을 수 있지만, 용역업체 직원들이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된다는 이야기를 미리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구의역 사고는 예견된 사고가 아니었던 데다 당시에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방침의 주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채용비리를 노조가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채용 과정에서 노조나 노조 간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유성권 노조 쟁의국장은 “나는 10년 가까이 150만원 받으면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며 “만약 누군가 낙하산으로 왔으면 가장 반대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직원 B씨는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다는 정보를 먼저 듣고,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노조가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직원 간 갈등도 논란을 키웠다. 4년차 이하 정규직 직원들은 “합리적 차이 없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며 서명운동·집회를 벌였고,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 2년차 직원 C씨는 “공채시험도 보지 않고 입사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어떻게 공정하냐”고 주장했다. 장기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직원은 “갑자기 귀족노동자로 비판받는 게 억울하다”면서 “보수언론은 우리 연봉이 7000만원이라고 하던데 나는 326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군과 같은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직원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해서 당시 근무를 했던 인원들이 촉탁직으로 넘어오고 무기직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판받는 것이 황당하다”고 전했다. 공사 직원들은 물론 노조도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의혹을 규명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기태 노조 실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하루빨리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은 일자리 뺏기 정책이 아닌 일자리 더하기 정책”이라며 “차별적인 고용구조를 계속 해결해 나가면서 감사원 감사에 철저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한국GM ‘법인분리 강행’ 후폭풍… 노조·산은·인천 “저지 총력”

    한국GM ‘법인분리 강행’ 후폭풍… 노조·산은·인천 “저지 총력”

    회사 “위상 높이기” 노조 “구조조정 포석” 인천시 “무상대여 시험주행장 회수 검토” 비토권 날린 ‘2대 주주’ 산은 “법적 대응”지난 5월 가까스로 정상화에 합의했던 한국GM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한국GM이 지난 19일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노동조합의 반발을 무릅쓰고 단독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의 분리 신설을 강행하면서 다시 구조조정과 철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을, 산업은행이 법적 대응을 선포한 데 이어 한국GM에 주행시험장 부지를 무상 대여해준 인천시까지 회수를 검토하면서 ‘한국GM 사태 2라운드’가 GM과 정부, 지자체와 정치권, 노동계가 얽힌 장기전으로 치닫게 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서 “한국GM 측에 제공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41만㎡ 규모로 조성된 주행시험장은 인천시가 2004년 당시 GM대우에 빌려줬다. 최장 50년까지 무상 임대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산업은행과 노조도 전면전을 선포했다. 노조는 이르면 2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단 결정에 따라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산업은행은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노조와 산업은행, 지자체가 나서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저지하려는 것은 향후 구조조정 및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한국GM이 연내 신설하는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미국 GM 본사의 지휘 아래 GM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연구와 개발을 수행한다. 한국GM 관계자는 “법인 신설을 통해 R&D 부문의 위상을 높이고 독자적이고 주도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등은 R&D 기능이 분리된 한국GM은 하도급 기지로 전락하고, 향후 구조조정 및 매각이 수월해진다고 주장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이 향후 한국에서 구조조정을 할 경우 경쟁력이 높은 R&D 분야는 남겨두고 가동률이 낮아진 공장을 정리하는 수순이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수설이 재점화하고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경우 한국GM의 정상화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2014년부터 매년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해온 한국GM은 올해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캡티바와 크루즈, 올란도가 단종돼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차 2종은 2020년에야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내수 시장에서는 이미지 하락과 전략 차종 부재로 올해 1~9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3% 떨어졌다. 이호근 교수는 “GM이 한국에서 공장을 유지하는 향후 10년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도와 남미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수출하는 등 경쟁력을 높일 마지막 기회”라면서 “노사가 합리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프로농구] 할로웨이 3연속 ‘더블더블’…전자랜드, KCC 잡고 3연승

    전자랜드가 개막 3연승을 내달렸다. 전자랜드는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으로 불러들인 KCC와의 SKT 5GX 프로농구 시즌 1라운드를 91-76 완승으로 장식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머피 할로웨이가 21득점 11리바운드로 세 경기 연속 더블더블 활약을 이어 갔고 기디 팟츠가 23득점 7리바운드, 차바위가 13득점 5리바운드, 박찬희가 11득점 11어시스트로 뒤를 받쳤다. KCC는 마퀴스 티그(22득점)와 브랜든 브라운(16득점)이 분전했지만 공격 루트가 한쪽으로 쏠려 내내 끌려다녔다. 5명이 10득점 이상 기록한 전자랜드는 개막 3연승과 함께 홈 경기 11연승의 호조도 이어 갔다. 한편 오리온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아 SK를 73-58로 제압하고 2승1패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1승2패로 부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사우디 눈치 보기/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우디 눈치 보기/황성기 논설위원

    2006년 12월 영국 정부는 다국적 군수업체 BAE시스템스의 뇌물 증여 수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한다. BAE는 1980년대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총액 430억 파운드(약 64조원)어치의 무기를 팔면서 사우디 왕자 등에게 1억 달러 이상의 뇌물을 준 의혹을 받았다. 2003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하면서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다.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사우디는 테러나 중동 정세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나라로 수사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석유와 무기)와 중동, 국익이라는 세 키워드가 사건을 유야무야로 만들었다.2000년 11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주모자로 영국인 윌리엄 샘프슨을 비롯한 다수의 외국인이 체포된다. 이들은 사형을 선고받지만 각국 정부의 노력으로 2004년 전원 석방된다. 샘프슨은 고문과 부당 감금 등의 혐의로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영국에서 소송을 일으키지만, 대법원에서 소송할 권리가 없다며 기각한다. 이 또한 사우디를 배려하고 국익을 고려한, 우리의 ‘사법 농단’과 닮은 영국 법원의 결정이다.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이목을 끈다. 터키 출신의 약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지난 2일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로 행적이 묘연하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현재로선 정확히 ‘카슈끄지 행방불명 사건’이다. 터키 언론은 영사관에서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토막 살해됐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사우디, 터키, 미국 등의 얼키고설킨 이해관계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터키의 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띈다. 간첩 혐의로 2년간 구금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를 불러온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지난 12일 석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한 직후 사우디와 공동수사팀도 꾸린 터키다. 미국의 환심도 사고, 사우디와 협조도 하는 절묘한 카드다. 트럼프는 시시각각 말을 바꾸고 있다. 처음에 “엄벌에 처해야 한다”더니, 지난해 계약한 1100억 달러(약 123조원)어치의 무기 판매가 어른거렸던지 “계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 언론들은 “암살 아닌 심문 중 사고사”로 관계국이 말을 맞췄다고 비아냥거린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 외교장관들이 사우디에 투명성 있는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지만, 시늉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사우디 정부가 이 사건을 들먹거리며 압박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막대한 오일 달러를 앞세워 투자를 취소하는 행동에도 나섰다. 국제사회의 사우디 눈치 보기가 어디까지 이를지 우울하다. marry04@seoul.co.kr
  • 디자인·LED 조명 설치…더 환해진 동네 골목길

    디자인·LED 조명 설치…더 환해진 동네 골목길

    “퇴근할 때 도로에 새겨진 희망 글귀를 보면 열심히 산 오늘 하루를 위로받는 것 같아요.”최근 서울 관악구가 학교 근처, 주택가에 설치한 ‘디자인 조명’이 안전한 골목길 조성은 물론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로 온기를 전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동구도 방범에 취약한 오래된 나트륨 보안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며 주민 안전에 힘쓰고 있다. 관악구는 최근 주민들과 학생들의 야간 통행이 잦은 당곡중·고교 인근 통학로와 주택 밀집지역에 디자인 조명 7개를 설치했다. 조명에 필름을 붙여 캘리그래피 문구나 그림을 바닥에 비추는 고보조명으로 ‘이건 너를 향한 스포트라이트’, ‘지금의 피로가 언젠간 보답받길’ 등의 메시지를 심어 심리적 안정은 물론 범죄 예방 효과도 있다. 지역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선정한 문구라 의미가 더 크다. 올해 디자인 조명 설치에 22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구는 내년에도 수요 조사, 현장 점검 등을 통해 13개의 디자인 조명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앞으로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디자인 조명 설치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안전하고 밝은 주택가 골목길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2015년부터 나트륨 보안등을 LED등으로 교체하며 주택가의 빛 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나트륨 보안등은 빛을 과도하게 방사해 사물을 정확히 분별하기 어렵고 에너지 낭비도 많았다. LED등은 전력 소모는 절반 수준이지만 조도가 크게 향상되고 도로를 집중적으로 밝혀 수면방해나 눈부심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2021년까지 관내에 설치된 7323개의 보안등을 모두 고효율 에너지 절약형인 LED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립유치원 비리] “한유총 호랑이인 줄 아는데 국민은 공룡… 개혁 속도전 펴야”

    [사립유치원 비리] “한유총 호랑이인 줄 아는데 국민은 공룡… 개혁 속도전 펴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때 유치원 비리를 걷어내야 합니다. 속도전이어야 합니다.”최근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화제의 중심에 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유치원 비리 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유치원 원장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으며 소송당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학부모들로부터는 많은 지지를 받으며 후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는데. -상대를 잘못 골랐구나 하는 걸 보여주겠다. 전에 다른 의원들도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법안을 냈다가 철회한 일이 있었고 그게 다 한유총 승리의 역사였다. 한유총은 자신이 호랑이인 줄 아는데 국민이 공룡으로 변해 있다. 국민적 분노를 안 보고 박용진의 손가락만 부러뜨리면 된다고 보는 상황이다. 국민의 관심이 끊기면 안 된다. 또 한유총이 공개 사과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비대위 만들고 소송해서 강경 투쟁하겠다는 건데 참으로 표리부동하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을 교육부 종합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다음 선거에서 피해를 볼까 두려워 정치인들이 몸을 사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나도 센 척하지만 사실 겁난다. 5일 토론회 전날 한유총 관계자 13명 정도가 왔는데 책상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우는 사람도 있었는데 특히 서럽게 우는 두 사람이 우리 지역구 원장들이었다. 그렇게 부담을 주더라. 문자폭탄은 기본이고. 지금처럼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 뒤 잠잠해지면 선거를 앞두고 유치원 원장들이 박용진 저놈 시건방지다, 싸가지가 없다고 하면서 소문내고 다닐 수 있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왜 문제를 묵인했을까. -교육청이 그랬던 건 표를 먹고살아야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비애일 수 있다. 교육부 관료는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 당국이 해결 의지를 가지겠다고 하는데, 안 믿는다. 교육부 관료들은 문제를 알고서도 수수방관하고 은폐해왔다. →학부모들의 응원도 쏟아지고 있다. -관심이 어느 정도 가다가 시들 줄 알았는데 어제부터 응원 문자가 더 많이 오고 있다. 후원금도 늘었다. 상철상희맘, 동탄맘, 이런 이름으로 1만원, 5만원 이렇게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 ‘굴복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이런 메시지도 있고 ‘마이너스 통장이 목에까지 차서 많이는 못 보냈습니다’라는 댓글도 달렸는데 눈물이 나더라. →유치원 비리 문제를 어떻게 끝장낼 수 있을까. -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정부에서는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면 된다. 이미 대책을 알고 있으면서도 안 한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법 개정이다. 제도 개선으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사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 비리 적발되면 유치원 개원을 일정 기간 못하게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급식법에 유치원을 포함하는 법안을 이번에 제출했는데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올해 안에 유치원 비리 척결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겠나. -국민적 관심과 분노, 대안 마련 요구가 있을 때 빨리해야 한다. 이런 격려와 언론의 관심이 얼마나 가겠나. 제일 먼저 관심을 끊는 게 언론이고 언젠가는 나만 남는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그만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어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따로 만났는데 힘을 실어주며 (대책 마련) 일정까지 지시했다. 이달을 넘기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이 불편해하지 않나. -의원들이 격려를 많이 해줬다.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협조도 필요하다. →추가 비리 폭로 계획이 있나. -자료가 있지만 내가 무슨 폭로 전문 정치인은 아니니까. 교육부에서 명단을 싹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한번 보겠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전자발찌 절단 뒤 첫 해외 도주 50대, 태국 파타야서 검거돼

    전자발찌 절단 뒤 첫 해외 도주 50대, 태국 파타야서 검거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발찌를 끊고 해외로 도주했던 성범죄자가 6개월여만에 태국에서 붙잡혔다. 16일 주태국 한국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자발찌를 끊고 해외로 출국했던 A(51)씨가 지난 13일 오후 파타야에서 관광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3월 25일 한국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지방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한 지 반년 넘게 만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성폭행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산 뒤 2014년 출소한 A씨는 7년간 위치추적 장치 착용 명령을 받고 그간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당국의 보호관찰 하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25일 A씨의 전자발찌 위치 신호 송수신이 중단됐다. 보호관찰소는 경찰에 추적을 의뢰했고, A씨가 지방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위치 신호가 끊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오사카를 거쳐 태국에 입국한 뒤 숨어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인터폴을 통해 A씨를 적색 수배했다. 또 태국 입국 사실을 확인해 현지 경찰에 체포 협조도 구했다. 태국 경찰은 A씨가 현지에서 저지른 범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지에서 저지른 범죄가 있으면 태국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되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으로 추방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태국 경찰에 체포 협조공문을 보내는 한편 A씨 소재에 관한 첩보도 입수해 현지 경찰에 제공했다”면서 “양국 수사기관 공조로 해외로 달아난 성범죄자를 송환할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검거경위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IoT로 독거어르신 안전 지키는 영등포구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행정서비스와 결합한다. 서울 영등포구는 IoT를 활용해 24시간 독거어르신 안전을 살피는 ‘독거어르신 건강·안전관리 솔루션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서울시 시범 자치구로 선정되면서 독거어르신 82명의 가정에 IoT 기기를 설치했다. 구는 중순부터 추가로 독거어르신 62명의 가정에 기기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지역 내 독거어르신 가운데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어르신의 움직임, 실내온도, 조도, 습도, 화재, 가스 등을 감지하는 IoT 기기를 설치해 생활관리사가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시간에 따라 주의, 경보, 위험 3단계로 알림이 표시돼 단계별 조치가 취해진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생활관리사는 즉시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거나 연락해 안전을 확인하고 위기상황에 대응한다. 구립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에는 현황판이 설치돼 있어 생활관리사와 함께 이중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아울러 IoT 기기에 수집된 온도, 습도, 조도 등 정보는 한파와 폭염에 대비한 냉·난방용품과 기타 복지자원 분배 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구는 공공시설 실내 공기질 개선 모니터링 및 에너지 관리, 스마트 의약품 냉장고 온도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 분야에 IoT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기존에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조기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IoT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안전확인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세계 첫 후면 쿼드 카메라폰 삼성 갤럭시A9 공개

    세계 첫 후면 쿼드 카메라폰 삼성 갤럭시A9 공개

    2400만 화소 기본… ‘2배줌’도 지원 AI 활용 촬영 장면 최적 색감 찾아줘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후면부에 4개의 카메라를 넣은 쿼드 카메라폰 ‘갤럭시 A9’을 11일 글로벌 공개했다.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 갤럭시 이벤트’에서 공개된 제품은 후면에 2400만 화소 기본 렌즈를 비롯해 광학 2배줌을 지원하는 1000만 화소 망원, 화각 120도의 800만 화소 초광각 렌즈 및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를 탑재했다. 망원 렌즈로 먼 거리서도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촬영이 가능하고, 초광각 렌즈로는 더 넓은 화각으로 풍경,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심도 카메라로 보케효과(인물을 부각하고 배경을 날리는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앞서 ‘갤럭시 노트9’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탑재해 사용자가 촬영 장면에 따라 모드, 필터를 바꾸지 않아도 인물, 풍경, 음식 장면별 최적의 색감을 찾아 준다. 또 저조도 환경에서 4개의 픽셀을 한 픽셀로 합쳐 더 많은 빛을 흡수하는 기술을 넣어 어두운 곳에서 더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면 2400만 화소 카메라로는 셀피를 찍을 때 인물 좌우, 전면에 조명 효과를 주는 ‘프로 라이팅’ 기능을 지원한다. 6.3인치 18.5대9 화면 비율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3800㎃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6·8GB 두 가지 모델로, 모두 128GB 내장 메모리, 최대 512GB 마이크로 SD 카드를 지원한다. 색상은 캐비어블랙, 레모네이드블루, 버블검핑크 등 세 가지로, 단계적으로 색상 변화를 주는 그래디언트 효과가 적용됐다. 다음달부터 전 세계에 순차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이 휩쓸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중가대 폰까지 갤럭시 라인업을 뿌리내려 현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고동진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사장)은 “세계 최초 후면 쿼드 카메라와 인텔리전트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A9으로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순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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