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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르타식 훈련 유통기한 지나… 지도자, 운동 외 교양도 쌓아야”

    “스파르타식 훈련 유통기한 지나… 지도자, 운동 외 교양도 쌓아야”

    “어린 학생들에게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력을 강조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이게 25년 쌓인 데이터가 말해 주는 진실입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체육관에서 키가 큰 여성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여자실업농구팀 삼성생명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임혜영(46) 서울 연가초교 농구부 코치다. 벌써 25년째 이 학교에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는 교육당국이 인정한 ‘성적’과 ‘인권’을 모두 잡은 지도자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유소년 운동부의 위계·억압적 지도방식이 꼽히는 가운데 그의 교육철학을 공유해 볼 만하다. 한국 농구의 대들보가 된 이종현(25·현대 모비스), 김시래(30·LG세이커스) 등이 제자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력·근력을 강조하며 한 발 더 뛰게 하고, 남의 볼을 독하게 빼앗길 주문하는 방식은 유통기한이 다 됐다”고 말했다. 임 코치는 “특별할 것 없다”면서도 몇 가지 지도 원칙을 꼽았다. 첫째는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가 2m 안팎으로 클 수 있는 유소년 농구선수들은 늘 부상 위험이 있기에 몸을 혹사시키는 체력·근력 위주의 훈련은 피한다. 대신 농구공을 튕기며 즐기게 한다. 임 코치는 “6학년 학생에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가하면 단박에 중2급 실력으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 승부 걸 시점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력 향상을 돕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일상을 빼앗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임 코치는 “우리 농구부원들은 전지훈련·연습게임을 이유로 정규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회장선거·소풍에도 꼭 참석한다. 훈련은 모든 수업이 끝난 4시 30분부터 약 3시간씩 한다. 임 코치는 “내가 운동할 때는 교과시험에서 0점을 받아도 운동만 잘하면 대학에 가고 삼성 같은 구단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고2가 치를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체육특기자 전형 요소에 내신과 출·결석을 의무 반영하기로 했다. “팩트로 가르친다”는 신조도 있다. 아이가 지도에 잘 따라오지 못할 때 욕설하는 대신 “스텝이 틀렸네”, “슛동작이 이렇게 해서 잘못됐다”라고 사실만 말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임 코치의 원칙에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 같은 체육계에서 너무 이상적인 얘기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일부 지역 초·중·고교 운동부는 소년체전 등에서 메달을 따야 지도자의 재계약이나 지원금을 보장한다. 임 코치는 “서울교육청이 운동부를 성적 위주로 운영하지 않도록 방침을 세운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여자선수 출신인 임 코치는 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도제식 지도 방식’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코치들이 전권을 쥐고 지도하다 보면 ‘얘는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과거 지도자들이 운동 외에 교양을 쌓는 데 게을리한 점도 문제다. 그는 “다행인 건 현재 중3~고1 이하 선수들은 자기 권리를 말하는데 익숙한 문화 속에서 운동을 배웠다”면서 “강압적 지도 방식으로 인한 충돌은 과도기적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법원, 이소선 여사 ‘불법 구금’도 국가 배상 판결

    법원, 이소선 여사 ‘불법 구금’도 국가 배상 판결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가 불법 구금된 데 대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부장 김행순)는 15일 이 여사 유족과 청계피복노조 구성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가 이 여사의 유족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자살한 뒤 이 여사와 임모씨 등 7명은 1980년 초 청계피복노조를 결성해 노동교실을 개설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로 인해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고 청계피복노조도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 여사 등은 불법 구금됐다. 이 여사 등 7명은 공권력에 의한 노동교실 강제폐쇄, 노조 강제해산, 불법 구금 등의 피해사실을 바탕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지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가 노동 기본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 이 여사 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해 국가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이 여사 등 3명의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해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잃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지원금을 받지 않았던 4명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조항에 대해 “민주화운동보상법상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외국 의류건조기, 가격은 국산 2배, 건조 기능은 ‘미흡’”

    “외국 의류건조기, 가격은 국산 2배, 건조 기능은 ‘미흡’”

    최근 생활 필수 가전제품으로 떠오른 의류 건조기가 브랜드별로 가격과 성능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밀레 등 외국 유명 제조사의 의류 건조기는 국내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은 2배가량 비싼데도, 건조 기능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의류 건조기 7개 브랜드(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미디어, 밀레, 블롬베르크, 삼성전자, LG전자) 7개 모델을 대상으로 안전성, 건조도, 건조 시간, 에너지 소비량, 소음 등을 시험·평가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시험 결과 감전 보호, 구조 등 안전성에서는 전 제품에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건조도, 건조 시간, 에너지 소비량, 동작 시 소음 등 성능 면에서는 제품별로 차이가 컸다. 젖은 세탁물을 표준(면) 코스로 건조한 뒤 건조도를 평가한 결과 제품 표시 용량의 절반 용량을 건조했을 때에는 대우전자(DWR-10MCWRH), 대유위니아(WCH09BS5W), 블롬베르크(DHP24412W), 삼성전자(DV90M53B0QW), LG전자(RH9WI) 등 5개 제품의 건조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시 용량의 100%를 투입해 최대 용량을 건조했을 때에는 모두 건조도가 낮아져 대우전자, 대유위니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4개 제품이 ‘우수’ 바로 다음 단계인 ‘양호’로 나왔다. 반면 국내 대기업 제품보다 2배가량 가격이 비싼 독일의 밀레 제품(TKG540WP)은 건조도가 최하 등급인 ‘미흡’으로 크게 떨어졌다. 절반 용량 건조 시간을 비교한 결과, 미디어(MCD-H101W), 밀레, LG전자 제품의 건조 시간이 2시간 이내로 짧았다. 블롬베르크 제품은 2시간 42분으로 가장 길었다. 최대 용량에서는 절반 용량보다 제품별 건조 시간이 최소 46분에서 최대 1시간 21분까지 증가했다. 겨울철 저온(주위 온도 5℃)에서는 상온과 비교했을 때 최소 10분에서 최대 1시간 6분까지 건조 시간이 늘어났다. 표준 코스에서 세탁물 건조에 소비되는 전력량을 측정한 결과, 절반 용량에서는 제품 간 최대 1.7배(958Wh∼1593Wh), 최대 용량에서는 최대 1.5배(1576Wh∼2442Wh) 차이가 났다. 절반 용량에서 밀레 제품의 소비전력량이 958Wh로 가장 적었고 블롬베르크 제품이 1593Wh로 가장 많았다. 작동 중 발생하는 평균 소음은 대유위니아, 밀레, 삼성전자, LG전자 등 4개 제품의 소음이 상대적으로 작아 ‘우수’했고, 대우전자, 미디어, 블롬베르크 등 3개 제품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파인텍 협상 타결]‘벼랑 끝’ 20시간 마라톤 교섭…노사 양보 빛났다

    [파인텍 협상 타결]‘벼랑 끝’ 20시간 마라톤 교섭…노사 양보 빛났다

    교섭 초반 입장차 ‘팽팽’…고용 보장이 핵심사측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경영 맡겠다”노조, ‘파인텍 폐업 땐 모회사 고용’ 양보400여일 간의 굴뚝 농성과 엿새간의 단식. 목숨 건 투쟁을 벌여온 파인텍 해직 노동자들이 노사 합의 끝에 굴뚝에서 내려오게 됐다. 연초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종교계·정치권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끝이 없을 것 같았던 투쟁은 마무리됐다. 파인텍 노사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20시간의 6차 교섭 끝에 노사 간 쟁점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회사의 정상적 운영 및 책임 경영을 위해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현 스타플렉스(파인텍의 모회사) 대표가 맡고 ▲회사는 2019년 1월 1일부터 6개월간 유급휴가로 임금 100%를 지급하며 2019년 7월 1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해직 조합원(노동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고 ▲고용은 2019년 1월 1일부터 최소한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또, 노사는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는 모든 집회나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6차 교섭은 노사 양측 모두 벼랑 끝이라는 절박함 속에 시작됐다. 중재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교섭에 앞서 “오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당분간 교섭 재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세권 대표는 두바이 국제 전시회 참석을 위해 해외 출국이 예정되어 있고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등 노조 측 대표는 단식으로 건강상태가 위급했기 때문이다.교섭 초반 양측은 팽팽한 기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견의 핵심은 고용 보장이었다. 지난달 27일 이후 열린 5차례 교섭에서 노조 측은 “해고자 5명을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에겐 고용 합의가 파기됐던 트라우마가 있었다. 파인텍 노조는 2015년 차 지회장이 408일간 경북 구미 공장 인근에서 굴뚝 농성을 한 끝에 스타케미칼(현 스타플렉스) 측과 고용보장, 노조활동 보장,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했다. 이후 회사는 파인텍이라는 자회사를 세웠고 2016년 공장이 가동됐으나 노사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4차 교섭까지 사측은 “파인텍 공장을 재가동하고, 김 대표가 이 회사 1대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측이 “김 대표가 주주가 아닌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맞섰다. 총책임자가 파인텍의 대표를 맡아야 고용이 확실히 보장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고용 보장 기간도 사측은 ‘파인텍 재가동 후 3년간 보장’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만약 파인텍이 다시 폐업한다면 스타플렉스로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돌파구를 못찾던 마라톤 협상은 사측이 “김 대표가 파인텍의 대표도 맡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고 노조도 간접고용을 받아들이면서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노조 측은 ‘파인텍 폐업 땐 노동자를 스타플렉스에 고용하라’던 기존 요구는 양보했다. 노사가 첫 교섭 2주 만에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것은 장기간의 굴뚝 농성을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굴뚝 농성이 1년 2개월을 넘긴데다 지난 6일부터는 단식 투쟁에 돌입하며 두 농성자의 건강은 매우 악화됐다.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농성에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많아지자 지난달 22일 정치권도 처음 농성장을 찾았고, 종교계가 적극 중재에 나서며 노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금요칼럼] 내부고발이란 무엇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내부고발이란 무엇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최근 ‘내부자 고발’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의혹이다. 폭로 내용의 개연성을 봐서는 그렇게까지 큰 사안은 아닌데도, 일부 언론이 고발자의 목소리를 마치 중계방송하듯이 퍼 나르고, 그것을 일부 야당이 여의도에서 그대로 쏟아내면서 뉴스 시간이 너무 시끄럽다. 어떤 사회인들 내부고발이 쉽겠느냐마는, 배타적 조직문화가 강고한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어렵다. 어렵게 폭로하더라도, 해당 조직은 물론이고 국가나 사회도 제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조선의 각 관청에 근무하는 고위 관료에게는 병조에서 사후(伺候)라는 병사를 배정해 그 관료의 시중을 들게 했다. 당상관급이면 네 명을, 그 밑으로는 품계에 따라 1~3명을 배정했다. 사후는 의무병으로 한양에 올라온 병사 중에서 차출했다. 현재와 비교하자면 장성의 공관병에 가깝다. 그런데 관료가 포 10필 정도를 받고 사후를 방면하고는, 자신의 사노(私奴)로 대신 채우는 일이 관행이었다. 당시 1필의 경제가치가 농민 가구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에 버금갔으니, 약 10개월치를 갈취한 것이다. 편의상 현재의 최저 생활비 월 200만원으로 계산하면, 공관병에게서 약 2000만원을 받고 그를 강제 전역시킨 꼴이다. 어떤 당상관이 사후 네 명을 방면하면, 앉아서 40필을 꿀꺽하고 대신 데려온 노비에게는 인건비를 줄 필요가 없었으니, 그는 이런 식으로 고액의 부당이득을 매년 취할 수 있었다. 1493년 좌부승지 정성근은 도총관 임광재가 자신의 구사를 방면하고 사노비로 채우면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탄핵했다. 지금으로 치면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이었다. 처음에는 불법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임광재가 궁지에 몰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정 여론은 정성근에게 부정적으로 흘렀다. 오랜 관행인데 굳이 임광재를 지목해 고발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였다. 폭로의 동기가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흠집 내기였다. 그러던 중 정성근도 예전에 구사를 방면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상황은 완전히 역전돼 ‘공익제보자’ 정성근이 오히려 탄핵당하는 신세가 됐다. 국왕 성종이 관행을 양성화해 포 3필로 크게 감액했지만, 이후에도 음성적 부당이득은 암암리에 계속됐다. 500여년 전 정성근의 내부고발 사례는 현재의 모습을 판박이로 보여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폭로 내용보다도 폭로의 동기에 지나치게 민감한 경향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실언한 “공익 제보와 양아치 짓의 차이”라는 인식 구조도 폭로의 내용보다 그 동기를 의심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 준다. 해고될 각오를 하고 공익을 위해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면 공익 제보이고, 퇴직하고 시일이 지나서 조직 관련 헛소문을 퍼뜨리면 양아치 짓이라는 논리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사실과 헛소문의 차이에 있어야 함에도, 퇴직 전과 후라는 배경에 더 관심을 갖는 우리 현실은 그 좋은 예다. 정말 순수한 동기로 내부 문제를 폭로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민주시민 사회에서는 폭로의 사실 여부를 가려 처리하면 되지, 동기에는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돈을 노리고 했건, 복수심으로 했건, 자신의 비위사실을 덮기 위해 했건,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속히 가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야 내부고발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도 폭로의 동기를 자꾸 들추기보다는 그 내용이 엉터리라거나 내부고발감이 아니라는 점을 깨끗하게 밝히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두 사건은 이미 진흙탕이 됐지만, 이번 기회에 내부고발과 그 처리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 강릉 28일, 서울 17일째 건조특보 발효 중...금요일은 미세먼지까지 ‘나쁨’

    강릉 28일, 서울 17일째 건조특보 발효 중...금요일은 미세먼지까지 ‘나쁨’

    강원 영서 북부에 내려진 한파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전국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발효된 건조특보가 강릉은 28일, 서울은 13일째 이어지고 있어 불조심에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11시 영서 북부 지역에 내려진 한파주의보를 해제해 연초 깜짝 한파는 사라지게 됐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서울은 영하 1도, 대전 0.2도, 광주 3.4도, 대구 3.9도, 부산 5.3도, 제주 6.8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기온 분포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1일 금요일부터 당분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겠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은 “금요일인 11일은 중국 북동지방에서 남동진하는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전국이 가끔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이며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12일 토요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남부 내륙지방에는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4~10도 분포를 보이겠다. 이처럼 전국이 평년기온을 웃도는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서풍을 타고 중국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이는 곳이 많겠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0일 늦은 밤부터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대기가 정체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호남권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나쁨’ 단계를 보이겠다. 한편 지난해 12월 13일 강원 동해안을 시작으로 충남 서해안과 전라도 일부지역,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해안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실효습도가 40% 이하이며 동해안은 25% 내외로 매우 건조한 상태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실효습도는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실효습도가 낮을 수록 건조한 날씨를 의미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장 길게 건조특보가 발효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24일에 건조특보가 발효돼 현재까지 17일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건조특보가 가장 길게 발효됐던 때는 2017년 봄으로 4월 26일에 발효돼 5월 9일에 해제돼 13일 동안 이어졌다. 그 밖에 강릉 28일, 대구 15일, 대전은 14일, 광주 10일째 건조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건조한 대기로 인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해안과 산지에는 바람까지 약간 강하게 부는 곳이 있어 화재 발생 시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산불 등 각종 화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용균씨 죽음 한 달… “文대통령, 비정규직 문제에 응답하라”

    용균씨 죽음 한 달… “文대통령, 비정규직 문제에 응답하라”

    건설업·방송스태프업 등 각 업계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 100인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 한 달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거듭 요청했다. 김씨의 죽음은 100인 대표들이 지난달 11일 연 ‘문재인 대통령 만나주십시오’ 기자회견에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9일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씨 추모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여전히 위험한 산업 현장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를 개선할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씨 사망 이후 한 달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증거를 훼손하고 진실을 은폐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제대로 된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의 참관을 거부했고, 국회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반쪽자리 법으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대표단은 문 대통령에게 10일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면한 5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5개 안건으로는 ▲김용균씨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기간제법·파견법 폐지 ▲불법파견 철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을 제시했다. 또 오는 18, 19일 1000명의 노동자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1박 2일 농성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연이어 발생한 경기 고양시 일산 백석역 지역난방 열수송관 사고, 강릉선 KTX 탈선 사고, 김씨의 죽음 등은 과거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공공기관 관리 정책과 운영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일 태안화력 김용균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와 유족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을 살인·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충남 서산지청에 고소·고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경제4단체장 불러 놓고 ‘정부 경제정책’ 성토한 한국당

    기업활동 규제 해소 내용 건의서 제출 나경원 “文 정부 경제위기 인식 못 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4개 경제단체 대표가 국회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에 우려를 쏟아냈다. 손 회장은 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마련한 긴급간담회 ‘경제비상 극복, 무엇을 해야 하나’에 참석해 “올해 세계 경기가 둔화 국면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보완 문제는 시급히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4번째라고 지적하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공정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계도기간 연장이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는 처방이 될 수는 없다”며 “국회에서 보완 입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상황이 쉽지 않은데 대립과 갈등이 상존해 안타깝다”며 “규제나 제도와 같은 플랫폼을 바꿔서 시장에서 기업이 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예로 들며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 등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보완’과 ‘효율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규제해소’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한국당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기업과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가 IMF 때보다 더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실험적 소득주도성장과 규제 일변도의 반기업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실종자 지능형 추적 기술 개발로 골든타임 놓치지 않을 것”

    “실종자 지능형 추적 기술 개발로 골든타임 놓치지 않을 것”

    “지난해 7월 실종 치매환자 위치를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근무 중이던 관제요원 6명은 마치 내 가족을 찾은 듯 모두 기뻐했습니다.” 경기 안양시 지능형 영상관제센터인 U통합상황실에서 6년째 근무하는 윤정호(48) 교통정책과 보좌관은 6일 “경찰과 함께 70대 할머니의 인상과 옷차림, 키 등 특징을 근거로 실종 지역 부근 CCTV 영상을 집중 검색하던 중 일군 성과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안양시는 지난해 말 총괄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약을 맺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정부 부처에서 추진한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한 ‘복합인지기술개발사업’ 현장 실증에 나섰다. 실무책임을 맡은 그는 “실증으로 사업을 마무리하면 실종자의 최근 예측사진과 실종 당시 키나 옷차림 등 정보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최종적인 동선 추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전정보를 활용한 나이 변환 기술을 활용해 장기미제 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실종자는 연간 2만여명에 이르는 아동과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합쳐 4만명 남짓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윤 보좌관은 “하지만 현재로선 사고 부근 CCTV 영상을 확보한 후 경찰에서 육안을 통해 실종자 동선을 파악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인 데다 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형 CCTV, 다양한 첨단 얼굴인식기술 등을 활용해 실종자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안전한 귀가를 돕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320억원을 들여 매듭을 짓고 있는 복합인지기술개발사업은 CCTV 영상만을 활용하는 기존의 신원 확인 방식을 확장한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이다. 입력된 열화영상을 복원하고 유전정보를 활용한 나이 변환, 다중 카메라 동선 추적 등 시간·공간·정보 등을 엮어 신원을 확인한다. 윤 보좌관은 “주로 범죄자 검거나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영상관제센터에 실종자 신원 확인에 대한 개념을 적용한 게 2년여밖에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안양시에서 진행 중인 실증은 연구실 개발품을 현장에서 실제로 통합 운영해 보고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테스트베드 단계로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연구실과 달리 밤과 낮의 조도 차이, 여름과 겨울 온도 차, 눈·비·안개·황사 등 시시각각 변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보좌관은 “실종사건에선 48시간이란 골든타임을 잘 관리해야 하며 장기 실종자 발생 땐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특별한 주의를 요구한다”며 “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앞으로 5년간 복합인지기술개발 실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글 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사실 경희를 만나려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먼저 경희를 봤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J가 그녀의 어머니를 논현동 게장 집으로 퇴근 시간에 맞춰 모셔 오지 않았더라면 굳이 몸을 구겨 가며 버스를 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경희를 만나고 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체 탓에 긴 행렬로 이어진 차들 사이를 뚫고 버스는 간신히 일 차선으로 빠져나와 정류장 쪽으로 겨우 몸을 돌렸다. 출입문 앞 쪽까지 가득 찬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며 몸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기어 오는 버스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일찍 나오지 그랬어.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 문자에 대한 J의 회신에도 한숨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들보다 도로 쪽에 위태로울 정도로 바짝 붙어 섰다. 버스 앞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입구까지 막아서 있는 사람들을 어깨로 밀어내며 올랐다. 내 바로 뒤에서 어깨로 등을 떠밀던 한 남자는 문이 닫히지 않자 결국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낭패한 표정이 나에게는 왠지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버스 문이 겨우 닫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선택받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근래 들어 가장 운이 좋은 순간이었다.다음 정거장에서 앞쪽으로 몇 사람이 내리면서 문이 열렸다. 출입구 난간에 서 있던 나는 다시 사람들을 밀치고 버스 안쪽으로 올라섰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좁은 버스 출입구로 몰려들었지만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 없었다. 출입구 쪽의 사람들에게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퇴근 때보다 더 짙어진 어둠이 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저마다의 핸드폰을 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버스 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차례로 사람들을 훑어보다 버스 중간 즈음에서 나처럼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낮은 조도의 등 아래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경희였다. 오래전부터 나에게 닿아 있었던 것 같은 무거운 시선. 사람들을 비집고 버스에 탈 때부터 나를 알아봤을 것 같은 시선. 아니면 그전부터. 우리가 서로 보지 않았던 시절부터 그래 왔다고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경희의 무겁고 오래된 시선에 사로잡혀 나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흔들림을 사이에 두고, 경희와 나는 창을 통해 비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내려도 되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기사 쪽을 향해 몸을 치켜세웠다. 버스 기사는 대답이 없었다. 버스 앞쪽으로 끼어들어 미적거리는 차량 때문에 예민해졌는지 기사는 후미 등을 반복해서 껐다가 켜 댔다. 버스 기사는 앞쪽 출입문은 되도록 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앞쪽으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한두 명 탈 수 있는 공간이라도 타기 위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깨로, 등으로,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버스 기사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뒷문을 먼저 열어 사람들을 그쪽으로 유도한 다음 앞문을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뒤쪽이든 앞쪽이든 누군가 탈 만한 공간은 없었다. 일단 버스 앞쪽 난간에 매달린 다음, 문이 닫힐 수 있도록 까치발을 하고 몸을 앞으로 밀어대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위험하다는 기사의 만류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타겠다며 몸을 구겨 넣다가 버스를 출발조차 못 하게 만들었던 나를 경희가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고개를 쭉 뻗어서 경희가 있는 쪽을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경희를 볼 수 없었다. 다시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움직이지 않고 내게로 향해 있는 경희의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 경희를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그녀가 독일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는데,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나는 경희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매년 경희의 생일을 챙겨 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때만큼은 그녀의 생일을 챙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연락을 한 것은 내가 아니라 경희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꼭 나를 보고 떠나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했다. 신용카드 연체 독촉 전화와 문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 수개월간 회사의 급여가 체납된 끝에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내지 못했던 월세 비용과 저축, 보험, 통신 요금의 더미에 묻혀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그 더미를 뚫고 나가 경희를 만나 웃으며 생일을 챙겨 줄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전혀 없던 것이었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만큼이나 연체된 카드 대금이 불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커피 한 잔은 사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비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내가 살게.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먹고 나서 경희가 보통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배우가 무슨 돈이 있어, 하고는 늘 그렇듯이 그녀보다 한발 앞서 호기롭게 계산을 하고는 했다.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면, 그때야말로 나를 잊지 말고. 그리고 내가 다짐하듯이 경희의 눈을 보며 얘기하면, 보통 그녀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배우라는 말이 낯간지럽다는 듯이. 오늘은 내가 살게. 경희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나는 옷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늘 만나던 홍대입구 8번 출구에서 만나 경의선 숲길 쪽으로 걸어가면서 경희는 딱히 어디를 가자거나 뭘 먹고 싶다고 선뜻 말하지 않았다. 둘이 자주 가던,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에 괜찮고, 또 무엇보다도 술이며 안주가 그리 비싸지 않은 익숙한 곳 몇 군데를 얘기해 봤지만 경희는 하나같이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와인을 마시고 싶어. 그럼 어디? 뭘 하고 싶은데. 그렇게 물으려던 참이었다. 와인. 경희를 따라 입 밖으로 뱉어진 단어의 모음 두 개가 허공에서 공허하게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두 개의 원 안으로 와인이 무한대로 부어지고 있는 게 떠올려졌다. 경희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와인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가자, 안 그래도 생일인데. 그건 비싸잖아. 사실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결국 나에게 향한 말일 뿐, 경희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희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어 나는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와인과 곁들여져 나올 샐러드와 안주 같은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낼게. 와인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를 뜰 때 경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그저 작은 위안이 되었다. 경희가 그 말을 할 때면 아주 단호하고, 무엇보다 진짜 멋있어 보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좋아 보인다며 경희가 앞장서 들어간 곳은 이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앞에 주차된 차들은 거의 대형 수입차 세단이었다. 광택이 도는 창문 안쪽으로 와인을 마시며 앞에 앉은 남자를 그윽이 바라보는 여자가 보였다. 푸른색을 띠는 롱 드롭 귀걸이가 여자가 웃을 때마다 흔들렸다. 거기 안쪽에 있는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어쩐지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는데 그래서 그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게 여간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진짜인 사람들은 저기에 있는데,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저기 있는데, 그 사람들을 따라 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사람처럼 스스로 여겨져서 그랬다. 와인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경희는 그 말을 듣고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옷가지들을 풀지 않고 걸치고 있던 머플러를 더 조여 맸다. 춥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면 몸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고 경희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마음도. 그 말과 동시에 머금고 있던 웃음이 바람에 꺼진 촛불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 경희의 표정은 차갑고, 두 눈은 아래쪽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일 것이라고 나는 직감했지만 그에 대해서 바로 묻지는 않았다. 경희는 나와 대화 중에도 반복해서 몇 번쯤 웃다가 다시 떠오르는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겠는지 허공에 떠 있는 생각들을 겨냥한 채 눈을 겨눴다. 경희는 내가 한 말을 자주 놓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반복해서 물었다. 경희와 나 사이의 대화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 딱히 서로에게 닿을 만한 대화가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내적 요구가 가장 큰 마음속의 것들을 꺼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경희가 와인 한 병을 더 마시자고 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고, 경희는 와인을 마실 때마다 잔을 비웠다. 처음에는 와인 잔에 반쯤 따르던 나도 양을 삼분의 일로 줄였다. 와인의 건조한 습기가 그녀의 입술에 붙어 입술 틈 사이로 갈라졌다. 깊숙이 몸 안으로 채워 넣을 것이 필요한 사람처럼 경희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잔으로 담은 붉은색 와인을 몸속으로 들이부었다. 미처 저어할 틈도 없이 경희는 추가로 와인을 주문했다. 경희처럼 단번에 와인을 마셔 버려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그곳을 나올 때 경희보다 앞서 나오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이십오만 원쯤이었는데, 내가 낼게, 라고 경희가 나선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이 정도쯤 괜찮아. 내가 먼저 그렇게 얘기하자 경희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게 아니냐며 한 번쯤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나도 위로받고 싶다고. 와인을 마시는 내내 대화가 엇갈린 경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마음속에서 웅얼거렸다. 내가 힘들 때도 타인을 챙겨야 한다는 모순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우리는 만난 적이 없었다. * 팔꿈치로 등을 짓이기는 듯이 세게 문질렀다가 신경질적으로 툭툭 치는 사람은 내 뒤에 서있던 중년의 여성이었다. 등을 마주 보고 서 있었는데 등을 찌르듯이 뾰족한 팔꿈치로 계속 찔러서 나는 최대한 여자의 등과 멀어지려 앞쪽으로 몸을 바짝 당기고는, 등을 활자로 폈다. 상대적으로 배가 앞쪽으로 들이밀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바로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흘겨봤다. 배를 살짝 집어넣자 다시 여자의 팔꿈치 찌르기가 계속됐다. 내가 앞쪽으로 바짝 다가설수록, 그렇게 해서 생긴 빈 공간을 여자가 오히려 좁혀오는 것 같았다. 앞 남자는 몸이 닿는 게 싫은지 어깨춤으로 나를 살짝 밀쳐냈다. 하는 수 없이 활자로 핀 등을 일자로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의 날카롭고 뾰족한 팔꿈치와 닿았다. 왜 자꾸 밀고 그러냐는 여자의 거친 음성과 얼굴이 동시에 나에게 쏟아졌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저도 계속 밀려서요. 여자에게 따지려 들면 더 싸움이 날까 봐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은 사람이 싸가지가 없긴. 여자는 그렇게 자기 말만 하고는 몸을 획 돌렸다. 결국 그 말을 타인, 상대방에게 던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의도한 사람처럼 여자는 그 말을 던지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여자의 팔을 붙잡고 지금 뭐라고 한 거냐며 따지며 물었을 텐데 나는 일부러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저 뒤쪽의 경희도 여기를, 지금 나를 보고 있을 것이었다.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방어하는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었다. 버스에 탈 때부터, 여자가 팔꿈치로 나를 찌르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순간까지 전부 그대로를 경희는 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경희와 친구로 지내면서 보여 준 적이 없었던 민낯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만 있는 것 같았다. 버스에 타지 말았어야 한다니까.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뇌에서 진동 주파처럼 반복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주머니. 경희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방금 뒤에 있는 남자한테 소리 지르신 아주머니요. 차들이 밖으로 늘어서 있었다. 옆 차선으로 옮기려는 차들이 켠 주황색 방향지시등이 깜빡이고, 좁은 틈 사이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거나 끼어드는 차선을 막아서는 차들의 붉은 후미등이 헤드라이트 불빛과 뒤섞여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는 사람들로 가려진 버스 뒤쪽을 고개를 돌려가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뭐야, 누구야. 방금 전의 격앙된 목소리보다 누그러진 신중한 목소리로 여자는 중얼거렸다.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아주머니 옆에 있는 남자. 싸가지 없는 사람 아니에요. 김이 서리기 시작한 창 위로 희미하게 얹힌 도로의 풍경이 캔버스에서 흘러내린 물감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만들어 낸 그림 같았다. 경희의 목소리가 내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렸기 때문인지 바로 앞의 풍경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뭐야, 누구야. 누군데 그래 지금. 여자는 연신 뒤쪽을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줌마, 이제 조용히 좀 하세요. 여자 앞쪽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아니, 내가 괜히 그래요? 여자가 정색을 하고 남자를 내려 봤는데 동시에 여자의 목소리가 버스 기사의 욕설에 묻혔다. 버스 기사는 이제는 참기 힘들다는 듯이 운전석 옆의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버스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싸가지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경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들의 고개와 시선이 다시 버스 뒤쪽으로 향했다. 경희의 그 말이 귓속에서 울리더니 가슴으로 내려와 울렸다. * 경희와 만나지 않고 지내던 시간 동안 나는 딱 한번 그녀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했다며 한번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였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언제 한국에 돌아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에도 몇 번쯤 경희가 먼저 연락을 해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한동안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의 일이 절실하기도 했고, 그만큼 일상과 일과 중에는 일보다 중요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책상 한쪽에서 진동으로 울리고 있는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 경희라는 이름이 몇 번인가 떠 있었고,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채 나는 그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진동이 그치고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매번 무표정한 내 얼굴 표정이 비쳐 보였다. 다시 전화가 오면 받아야겠다고,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았다. 그러나 경희가 두 번 연속으로 전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경희에게 연락도 없이 소극장으로 향한 건, 한 번도 그녀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시작할 만큼 간절히 원하던 뮤지컬을 떠나 갑작스럽게 다른 장르의 무대로 간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연극 무대에 선 경희가 어떤 모습인지 멀리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애써 그녀의 변화를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독일로 그녀가 떠난 뒤로 내게 몇 번이나 연락했는지, 언제 연락했는지를 모두 세고 있었던 것처럼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릴 때, 누군가 뒤에서 손으로 등을 짚을 때, 차를 운전하다가 커브를 돌 때 같은 평범한 순간들의 틈을 타고 떠올려지는 기억들이었다. 나랑 사귀자. 농담이라며 경희가 무심코 던진 말이 한동안 얼마나 나를 들뜨게 했는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그녀를 단순히 객석에서 바라보던 일이 그렇게나 떨릴 만한 일이었는지를 재차 묻는 것 같은 기억들이었다. 기억들은 금세 사라졌다가 다시 불현듯 나타났다. 그래서 경희와 멀어지기 위해서는 갖고 있던 기억들이 완전히 소진되어 떠올릴 거리가 없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때 삶의 중심과 사건들을 나누고 공유했던 경희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떤 시절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관계의 인과와 고리가 있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지금 막 그 인과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완전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힘에 저항하는 관습과 기억의 뜨거운 층위를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경희의 연극을 보러 온 것은 그런 생각의 연장이었다. 연극 무대에 선 경희를 확인하면 끝내 그 층위를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그 기억들의 저항에 설득되었기 때문이었다. 중년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 연극의 삼분의 일이 지나갈 무렵까지도 경희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진한 화장을 하고 등장한 중년 남자의 딸이 경희일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중년 남자의 내연 관계인 직장 후배도 아니었다. 극의 중반 즈음을 지나서 등장한 중년 여성이 경희였다. 앞서 등장한 여성들이 모두 경희가 아닐까 생각했던 탓인지 중년의 여성으로 나타난 경희가 뜻밖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게 분장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경희가 뮤지컬에서 맡아 왔던 역할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정적으로 보였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유행이 지난 옷들을 차려입은 그 역할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중년의 역할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적정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연극이 끝난 후에 찾아가 경희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런 나이가 되면 말이야,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연기가 자연스러워질 텐데 굳이 왜. 나는 경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거기까지 떠올리다가 멈췄다. 넌 내 말을 들은 적이 없지. 정작 내가 경희에게 하고 싶던 말은 그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사실은 그 말 안에 내가 경희를 미워하는 감정이 얼마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경희가 독백을 할 때마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무대 뒤편으로 자리를 잡아 놓기도 했고, 소극장이지만 그래도 무대 조명이 밝아서 어두운 객석의 사람들을 쉽게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경희의 시선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경희를 외면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그때 혹시 말없이 소극장을 찾아가 공연을 보고 있던 나를 경희가 알아봤는지, 그리고 그녀가 뮤지컬에서 연극무대로 전향한 이유 중에 어떤 것을 먼저 물어볼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경희네가 했던 연극 공연을 보러 갔었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을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경희는 알아, 혹은 그랬어? 그렇게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하고, 나는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먼저 알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다시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45번 버스는 여전히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 신사동 고개에서부터 가로수길 입구를 거쳐 신사동 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차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신사동 고개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한 버스는 그나마 정체가 덜한 좌회전 차선으로 옮겨 갔다가, 신사역이 가까워오자 사 차선에서 일 차선으로 한 번에 가로질러 갔다. 그사이 각 차선에 겹쳐 있던 차들 몇 대가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려 댔다. 버스 기사의 거친 운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 금요일 퇴근길의 정체가 지겨운 표정이었다. 이번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앉으려는 사람, 내리기 쉽도록 문 옆으로 가 있으려는 사람들이 뒤섞이는 동안 사람들에게 밀려났는지 경희의 모습은 창에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느릿하게 가는 동안 나는 자주 버스 뒤편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등과 머리 사이 틈새 어딘가에 경희가 목에 두른 파란색과 검은색 도트 무늬가 새겨진 스카프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버스는 신사역 정류장 바로 앞에 차를 대지 못하고, 조금 미치지 못한 곳에 정차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앞 뒤 문 밖으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내리려는 사람들을 먼저 비집고 들어가 버스 뒤편으로 향했다. 이제는 텅 비다시피 한 버스를 아무리 찾고 둘러봐도, 경희는 없었다. * 아마도 신사역에 도착하기 전이나 아니면 그보다 전 정류장에 내렸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혹 다른 사람을 경희로 착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도 해 보았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게 깊고 말간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은 경희밖에 없었다.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의 연대기에 따라 자화상을 그려 냈는데, 청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은 비록 달라졌어도 눈빛만큼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육체는 사라져도 눈빛만큼은 영겁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한눈에 경희의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희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해도 눈빛 하나로 그녀를 구분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창을 통해서였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랬으므로 버스에서 내려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에 도착해서도, 날이 지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녀가 있었으나 사라졌던 자리와 음성을 지우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있었다. 몇 번쯤 핸드폰을 들고 경희의 연락처를 훑다가 말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멈추고를 반복했다. 갑자기 사라진 그녀에게 집중되는 생각의 관성이 오히려 나 자신을 괴롭힐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경희를 만나기 이전으로 그저,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그녀와 연결된 세계에 살고 머물게 될 것이었다. 그녀와 단절된 삶으로서의 세계.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그날의 일을 기억 속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버스에서의 만남과 기억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버스에서 경희가 사라진 이유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경희가 정리가 된 적은 없었다. 삶의 어디선가 경희는 꼭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145번 버스에서처럼. 전우영씨죠. 굵고 낮은 목소리 톤을 가진 한 남자의 전화를 받은 것은 내가 어느 정도 경희에 관한 일을 어느 정도 잊고 있을 때였다. 회사 연수원에서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받다가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잠깐 교육장을 나와 라운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때였다. 그렇습니다만. 차경희씨의 오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남자의 입에서 경희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 그녀를 생각지 않고 지내던 시간들은 금세 증발되고, 애써 한쪽에 치워 놓고 쌓아 두려 했던 경희의 기억들이 눈앞으로 함몰되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음성에서 느껴진 알 수 없이 무겁고 감당하지 못할 어떤 예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남자가 전한 것은 경희의 죽음이었다. 그저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우영씨가 가장 친했던 친구라고 해서요. 마지막에 경희는 우영씨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요. 제가 대신이나마 한번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남자의 무거운 목소리는 내 무의식의 심연보다 깊어 그곳에서 나를 끌어내리는 소리 같았다. 온 힘을 다해 끌어내리는 목소리. 반드시 나를 만나야만 한다는 의지와 무게로 나의 목을 끌어안는 목소리였다. 그건 그래서 남자의 목소리라기보다 내 목소리인 것 같았다. 남자를 통해서라도 경희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목소리. 그런데 혹시, 전화를 주신 분은 누구시죠. 아,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경희의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섣불리 어떤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반쯤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저는 김재철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굵은 톤으로 지금까지의 조심스러운 말투와 다르게 기운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남자의 이름이 상당히 낯익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 속 어딘가 존재하는지 떠올려 보고 있었는데, 남자가 이어 꺼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경희와 같은 배우였습니다. 뮤지컬을 오래 같이 했습니다. *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나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동창들이나 친구들을 수소문해 경희가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근 한 달 동안 계속 술을 마셨는데 그때마다 경희에 대한 모든 사소한 기억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경희에 대한 기억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 기억들의 중심에는 어떤 죄책감이 놓여 있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기억들을 끊어 내려 했던 죄책감을 희석시키고자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오 개월 전에 이미 떠난 그녀가 어떻게 불과 이 개월 전에 버스 안에서 나를 마주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도, 출근을 하면서도 서류 더미 위로 떠올려지는 그 물음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본 것은 경희, 차경희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에게 먼저 연락을 한 것은 그 일에 대해 한 번쯤 말해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본 것이 경희에 대한 일종의 환영이었는지, 아니면 착시였는지, 혹은 다른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고백하자면 내가 그녀에게 갖게 된 어떤 죄책감이 버스 안에서의 기억과 강하게 밀착되어 내게서 한시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음이 괴로워서였다. 남자는 예상대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경희가 했던 한 뮤지컬 공연에서 수도 없이 그녀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던 상대 남자 배우. 남자는 그때처럼 팔 근육이 여전히 우람했다. 콧수염뿐이었던 수염이 턱 밑까지 깊고 거칠게 길러져 있었다. 더 달라진 게 있다면 한데 묵어 허리까지 내렸던 긴 머리를 잘라내 버린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들어 올리기 쉽도록 해야 한다며 경희 스스로 다이어트와 금식을 하면서 몸무게를 조절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버스 안에 있었던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남자는 경희가 버스 안에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버스에 없었던 게 아니구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어긋난 겁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과거의 시간에 놓여 있던 어떤 순간의 지형이 어긋나거나 뒤틀려서 현재의 시간 어딘가에 다시 배치가 된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우영씨가 본 건 경희가 맞아요. 그럼, 시간의 잘못된 인과다? 그렇다기보다 찢어 붙이기 같은 거죠. 저쪽 시간에서 잘못 끼워진 시간이 현재의 어떤 시간에 다시 조합된 거예요. 껴 맞춰진 거죠. 그런들 어쩔 수가 없어요. 그건, 시간이 하는 일이니까. 깨진 거울의 한쪽 면에 새 거울 조각을 맞추듯이. 가급적 오류를 그런 방식으로 해결해 가면서, 되도록 완벽한 시간성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러나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 우영씨가 본 건 그와 같은 통제에서 벗어난 시간의 왜곡으로 일어난 일이다, 이겁니다. 이 세상에 없는데도 나타날 수 있는? 내가 반문하자 남자는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며 한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ㄴ자로 만들어 나를 쏘는 흉내를 냈다. 쿨.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경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언젠가부터 그림자처럼 그녀 곁에 붙어있는 남자가 같이 떠올려졌다. 그 남자에 대해 아직도야? 그렇게 물으면 경희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 왜 대답을 안 해? 그렇게 다시 경희에게 물으며 본론으로 돌아가면, 네가 싫어하잖아. 경희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깊고 비어 있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런 대화는 경희와 만날 때마다 반복이 됐다. 나 역시 경희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매번 집요하게 그 남자에 대해 물었다. 그 사람. 그 사람 뭐? 취기가 볼에 붉게 오른 경희의 오른쪽 눈가가 엷게 떨렸다. 이런 얘기를 더 이상 주고받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 만나러 가지 말라고, 독일에. 독일로 떠나기 전 만났던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아내가 있는 사람을 만날 건데, 너. 그래도 그 정도는 늘 경희에게 하는 얘기였으니 어쩌면 거기까지만 말하고 멈췄어도 괜찮을 법했다. 경희는 내가 연이어 던진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너는 그 사람의 아내까지 망치려는 거야. 그때, 경희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짜증스럽게 말한 게, 오랜 실직 상태로 지쳐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는지, 아니면 정말 경희가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일만 챙기려 드는 것 같다고 여긴 것 때문이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내가 오랫동안 그녀의 편이 돼주기보다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어쩌면 경희는 내가 자신을 혐오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에게 실망하며 마음을 닫아 버리려 노력했던 나와 달리,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경희에 대해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에게서 나는 어떤 종류의 패배감을 느꼈는데, 자세히 그 감정을 살펴보니 더 깊은 안쪽에는 경희에 대한 부채의 감정이 거기 머물러 있었다. 나를 실망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은 경희의 얼굴처럼. * 경희는 그즈음 자주 뮤지컬계를 떠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사랑하는 뮤지컬을 떠날 수 있겠냐고 농담조로 말하면 경희는 별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고는 했다. 그제야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다는 듯이. 더 큰 박수를 받는 건 주연급뿐이잖아. 그래서 경희가 그렇게 덜컥 그 얘기를 꺼냈을 때, 정말 그녀에게 뮤지컬에 대한 권태로움이 심각하게 찾아왔구나 싶었다. 경희는 수년째 뮤지컬 무대에서 코러스와 춤을 뒷받침하는 앙상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 주연의 뒷모습을 같은 무대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고 했던 그녀였다. 주연에게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경희가 말했을 때, 경희에게는 뮤지컬을 더 이상 할 수 있는 어떤 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주연을 맡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고. 경희의 그 말이 내게는 인생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자조 섞인 말투로 뮤지컬을 떠나야 하는 이유들을 말하던 끝에, 경희는 그 남자, 김재철이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에 막을 내린 뮤지컬에서 경희의 파트너 역할을 했던 남자 배우라고 했다. 경희의 뮤지컬을 빠지지 않고 보던 나에게도 익숙한 남자 배우였다. 한데 묶은 긴 머리와 양 팔의 근육을 드러낸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경희와 호흡을 맞추던 강한 인상의 그를 나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경희를 몇 번씩이나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경희의 두 손만을 잡고 몸을 쭉 뻗은 경희를 회전시키는 등의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남자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은 서울 공연이 끝나고 시작한 지방 투어 때, 회식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 전,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고 했다.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돌리기에는 그때는 이미 늦었었다고 경희는 고백했다. 경희는 남자의 아내가, 그 공연을 주최한 뮤지컬 회사의 안무가라는 사실은 남자와 조금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한 후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자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경희는 매일 남자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묘해. 경희는 남자와 남자의 아내 앞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미쳤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듯이 경희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내와 나를 부서질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 사이의 중심에 내가 있는 거잖아. 그런 셋을 단원들이 바라보고 있고 말이야. 너와 남자의 관계를 단원들이 알아? 아내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경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이 극의 주인공이야. * 경희가 뮤지컬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뮤지컬에 대한 권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남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경희를 버스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먼저 그 이유를 묻고 싶었었다. 사실 나는 경희가 뮤지컬을 떠난 이유보다 남자와의 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걸 더 궁금해할 것이라는 것을 경희는 아마 알고 있었을까. 그래서 버스에서 사라진 걸까. 나는 오래 경희의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의 편에 서있던 순간들은 많지 않았다. 내가 경희에게 던지고 싶던 질문들은 그래서 수거되어야 할 것들이었다. 더 이상 경희에게 닿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 퇴근 시간 무렵 145번을 탈 때면, 발뒤꿈치를 들고 버스 안쪽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가만히 서서 고개만 돌려가며 사람들 사이 틈으로만 봐서는 경희를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경희를 다시 만난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편을 들어 주는 경희의 목소리가 가끔 환영처럼 들렸다.
  • 2018 국내·국제 10대 뉴스

    2018 국내·국제 10대 뉴스

    ■ 국내뉴스 10남북·북미회담 한반도 평화무드 지난해 전쟁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던 한반도 정세는 2018년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총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4·27, 5·26, 9·19)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6·12)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북한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남북 정상은 예정에 없던 ‘번개 회담’을 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것도 믿기지 않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남한 정상이 평양에서 군중을 상대로 연설하고,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꿈 같은 일도 현실로 일어났다.주 52시간 근무·최저임금 인상… 불경기·재계 반발로 ‘용두사미’ 올해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경영계의 강력 반발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처벌 유예 기간을 연장했고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률에 따른 보완책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양승태 대법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첫 영장청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법관 사찰 및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기로에 놓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관 8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가운데 여전히 법관 탄핵소추 요구도 빗발친다.한국사회 뒤흔든 미투… 페미니즘 대중화 이어져 여성들 거리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유력 대권 후보와 연극계 최고 권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계 여기저기서 폭로가 잇달았다. 미투 운동은 페미니즘 대중화로 이어졌다. 여성 수만 명이 불법촬영 근절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미투를 대표하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밀리언셀러에 올랐다.평화 불러온 평창올림픽… 하계올림픽 30년 만에 동계도 개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렸다. 지난 2월 9일 개막해 17일간의 대장정을 펼친 평창동계올림픽.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아시아에서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국가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특히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 등의 성과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전세계 팬 열광시킨 BTS… 한국 가수 첫 빌보드 앨범차트 1위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비영어권 앨범이 한 해 두 차례나 정상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월드투어는 연일 매진됐다.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온 이들의 목소리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다. 세계의 청소년을 대표해 유엔 연설을 하기도 했다.양심적 병역거부 헌법불합치… 대체복무제 사회적 논의 본격화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11월 1일 종교적 신념 등이 합당한 병역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국방부는 조만간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제시할 방침이다.박근혜 25년형·이명박 15년형… 전직 대통령 두 명 구치소 수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으로부터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판단과 함께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180억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고질적 ‘위험의 외주화’ 공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또다시 제기됐다. 안전 장비도 없이 입사 3개월짜리 비숙련 직원에게 위험한 업무를 모두 떠넘긴 원청업체의 비인도적 처사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정부는 ‘사후약방문’ 격인 원청의 안전 책임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다.서울 아파트값 천정부지… ‘9·13 부동산 대책’ 내놓자 진정 국면 정부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대책에도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7.54% 상승했다. 정부는 금융·세제를 아우르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시장을 압박했다. ‘3기 신도시’ 입지를 선정해 공급 확대에도 나섰다. ■ 국제뉴스 10미·중 무역전쟁에 세계경제 혼란 미국과 중국은 올 한 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며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통상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중국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19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는 등 세 차례 충돌했다. 미래를 위한 기술굴기인 ‘중국 제조 2025’ 등 양국 간 정치·경제·기술 등의 분야가 얽힌 패권 다툼은 세계 경제에도 큰 혼란을 줬다. 미·중 정상은 지난 1일 ‘90일 휴전’에 합의, 내년 3월 1일까지 협상을 벌인다.장기집권 나선 中·러·터키 ‘스트롱맨’들…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스트롱맨’들이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주석직 임기 제한을 삭제한 개헌안 통과로 ‘시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기 집권으로 ‘21세기 차르’가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6월 대선·총선 승리로 향후 30년 집권의 ‘술탄’ 체제를 열었다.사우디 비판한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빈살만 왕세자 배후 의혹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 온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고문 끝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면죄부를 줬다. 카슈끄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태국 동굴 고립 유소년 축구단 17일 만에 전원 구조 ‘해피엔딩’ 태국 치앙라이주 ‘무 파’ 축구클럽 소속 유소년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지난 6월 23일 탐루엉 동굴 관광에 나섰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고립됐다. 다국적 구조대의 헌신과 서로를 다독이며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코치와 소년들의 용기는 10여㎞에 달하는 동굴 내부에서 펼쳐진 구조 과정을 기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종 17일 만에 전원 무사히 탈출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美, 이란 핵합의 탈퇴·제재 전면 복원…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에도 제재를 적용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형식이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은 일단 이번 이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중남미 이민자 캐러밴 미국행 행렬… 구금 어린이 잇단 희생 범죄와 폭력, 굶주림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중남미 무작정 이민자들의 행렬인 캐러밴 여정이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국경에 군 병력 배치를 늘리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강경 저지했지만 이들의 미국행 의지는 꺾지 못했다. 성탄절인 25일 과테말라의 여덟 살 소년이 미 국경순찰대 구금 중 숨지는 등 잇따라 어린이들이 희생됐다.유류세 인상 꺼내든 마크롱…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에 굴복 프랑스 정국을 강타한 ‘노란 조끼’ 시위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최악의 위기에 빠트렸다. 지난달 17일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친부자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들불처럼 타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폐지 철회 등 노란 조끼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백기’를 들었다.유럽·중남미 휩쓴 극우정당… ‘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당선 경기침체와 글로벌리즘에 대한 반감 속에서 지난 5월 서유럽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극우 포퓰리즘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어 10월 브라질 대선을 통해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면서 우파 포퓰리즘이 남미까지 상륙하며 맹위를 떨쳤다.트럼프, 시리아 미군 철군 명령… 독단적 결정에 중동정세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전격 발표했다. 미 의회, 동맹국과 논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군 철군으로 권력의 진공상태가 생긴 가운데 시리아 등 중동에서 러시아·이란·터키의 영향력 강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재발호 등 상당한 후폭풍이 전망된다.자연재해에 시달린 지구촌… 기록적 폭염·쓰나미에 수천명 사망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기록적인 자연재해가 올 한 해 속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 478곳의 51%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8월과 9월, 12월 강진과 쓰나미가 잇달아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9월 초강력 태풍 ‘제비’와 ‘망쿡’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 현대중공업 노사,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7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28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끌어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 3000원 인상), 수주 목표 달성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2019년 흑자 달성을 위한 격려금 150만원 지급, 통상임금 범위 현 700%에서 800%로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또 내년 말까지 유휴인력 등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노조도 생산성과 품질 향상, 안전한 일터 조성 등 회사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연내 타결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교섭을 시작해 11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임금 부분은 사측이 기본급 20% 반납안을 철회하고, 노조가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이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고용안정 문제는 내년 말까지 희망퇴직, 분사 등을 하지 않고 조합원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날 잠정합의안이 나온 것은 3년 연속 ‘해넘이 교섭’을 이어갈 수 없다는 노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올해 5월 8일 상견례를 시작한 지 7개월여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연내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2016년과 2017년 교섭에선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일감 부족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이 여전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이뤘다”며 “임단협 타결로 노사가 미래 발전을 위한 신뢰 구축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합의로 구조조정 종식, 노사 신뢰 회복 등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계기를 만들었다”며 “조합원들과 충분히 소통해 변화된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은 이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에서 통과돼야 완전히 타결된다. 노조는 28일 대의원대회, 조합원 대상 설명회 등을 열 계획이며, 곧 찬반투표 일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4차례 전면파업과 17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스터디 카페서 열공 ..프리미엄 독서실 스터티카페반,

    스터디 카페서 열공 ..프리미엄 독서실 스터티카페반,

    최근 스터티카페와 프리미엄급 독서실이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업체인 ‘스터디카페 반(‘반’은 스웨덴어로 친구라는 뜻 )’이 주목받고 있다. 매장과 매출관리가 용이하고 인건비 지출이 적은 스터디카페반이 학원 사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것.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창업 박람회에 참가한 스터디카페반에는 창업을 희망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스터디카페반 관계자는 “최근 입소문을 타고 예비창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부산 해운대 본점 오픈에 이어 부산화명점,부산동래점,부산만덕점, 경기 일산점 ,울산남구점, 창원상남점,경기 안양점 등 지점이 문을 열거나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스터디카페반은 학원과 스터티 카페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올린다.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학원 등 입시학원을 연결시켜 수업토록해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일정 수익을 올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고교생 전용관을 개관할 예정이며 관리형 독학 프로그램, 입시전문컨설팅의 연계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돼 인건비 절감효과와 함께 독서실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것은 카페반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이다.구인 등 인력수급과 교육의 어려움을 최소화 활수 있도록 본사에서 지원한다.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직원구하기가 쉽지않은 탓에 무인시스템은 퍽이나 매력적이다. 월별 분기별 학기별 매출을 분석해 매출상승을 위한 지점만의 영업이벤트를 지원하고 창업이후 스터디카페 매장운영관리도 본사에서 도와줘 안정적인 독서실 운영이 가능하다. 스터디카페반은 학습 전문가들과 인테리어팀 등이 카페 공간 조성 때부터 투입돼 매장 규모에 맞는 최적화 된 환경을 만든다. 책상 높이, 조도, 인테리어 색상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학습하기 좋은 환경은 이용자들의 학습 효율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좌석 배치시스템도 눈여겨볼만하다.프라이빗(독립)공간, 2인 독립학습공간,그룹학습 공간 등으로 세분화했다. 또 휴식공간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을 지원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극대화 시켰다. 결제 및 입 출입 관리 등은 무인시스템으로 자동화 돼 있어 일반독서실과 달리 관리 직원이 필요없다.여기에다 간단한 물품을 보관 할수 있는 사물함과 보안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 등 보안 장비도 설치돼 있어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 할수 있다.스터디카페반은 독서실형과 무인카페형 등 2가지 유형의 모델이 있어 창업자 기호에 맞게 선택 할수 있다. 스터디카페반은 자체 개발한 입지 분석프로그램을 활용해 창업자에게 최적의 매장 위치 선정하도록 도움을 준다.예를 들어 아파트단지에는 중·고교생 위주의 독서실로,대학가에는 대학생 취업준빈생 등 을 위한 무인 스터티 카페형 등 지역 특성에 맞춰 개업 토록 조언해준다. 이에따라 독서실 운영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도 어려움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게 카페 반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범신 스터디카페반 대표는 “ 최근 스터디카페 프리미엄독서실이 새로운 학원 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스터디카페반은 다른 독서실과 달리 차별화 된 학습 시설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등촌동 세 자매는 왜 아버지의 얼굴을 인터넷에 올렸나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등촌동 세 자매는 왜 아버지의 얼굴을 인터넷에 올렸나

    20일 ‘등촌동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종선(49)씨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경찰이 아니라 피의자의 딸인 세 자매가 직접 그의 얼굴과 이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는데요. 법적 책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용의자의 신상정보공개는 어떠한 경우에 가능한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등촌동 살인사건은 김종선씨가 지난 10월 새벽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 부인 이모씨(47)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일인데요.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는데, 그 전날 세 자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잔인한 살인자가 저희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멀리 퍼뜨려 달라”며 김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경찰에 신상정보공개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는데요. 강서경찰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경찰에서는 김씨를 바로 구속 하고 검찰로 넘겼다. 그 전에 신상정보공개 요청을 했어야 한다. 요청을 했어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공개 결정이 쉽지는 않다고 본다. 그리고 세 자매가 SNS에 올린 부분은 피의자인 아버지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경찰이 따로 문제 삼을 부분은 없다.” 세 자매가 요청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고, 신상 정보 공개 기준에 부합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입니다. 법적으로 피의자 얼굴 공개가 가능해진 건 2010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이 개정되면서 부터입니다. 우선 이 법에서 ‘특정강력범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볼게요. 그래야 다음 설명이 더 잘 이해될텐데요. 살인죄 중에서도 자신의 존속, 그러니까 보통 부모님이나 조부모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살해하거나 지난번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처럼 미성년자를 유인을 해서 살인을 한다 든지 등 다양한 경우가 해당됩니다. 하나 같이 끔찍한 범행들이죠. 그럼 절차와 공개 기준은 어떻게 돼있냐. 우선 해당 수사기관이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합니다. 특강법 8조 2항에는 조건 4가지가 나와있습니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요. 첫째,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아까 제가 앞서 설명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어야 합니다. 둘째,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이 내려져야 하고요, 넷째, 만 19세 미만인 사람은 신상정보공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최근에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법이 바뀐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서야 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특강법이 개정돼 흉악범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된 거니까 한 8년 정도 된 겁니다. 그 전에는 법적으로 공개가 쉽지 않았어요. 특히 2000년대 들어 와서 마스크랑 모자를 씌우고 용의자의 얼굴을 최대한 가렸죠. 형사소송법상 ‘검사, 사법경찰관리와 그 밖에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엄수하며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 126조도 피의사실공표를 금지하고 있고요. 그런데 2010년 특강법이 개정되면서 신상 공개의 길이 법적으로 열린 거죠. 그럼에도 여전히 특강법의 모호한 기준과 원칙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과거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다소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정한 바도 있고요. 법은 생겼지만 허점이 있는 겁니다. 오늘은 신상정보 공개 기준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팟티 접속하기
  • 송파구, ‘더 안전한 송파’ 위한 횡단보도 LED 집중조명 설치

    송파구, ‘더 안전한 송파’ 위한 횡단보도 LED 집중조명 설치

    서울 송파구는 교통사고가 잦은 관내 횡단보도 5곳에 LED 집중조명을 설치했다고 21일 밝혔다. LED 집중조명 설치는 아동·청소년부터 노약자까지 모든 지역민을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하는 ‘송파안전프로젝트’의 하나로, 가시거리 확보가 어려워 야간에 많이 일어나는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추진됐다. 구는 송파경찰서와 공동조사를 통해 교통사고가 잦은 횡단보도 29곳을 지정, 야간 조도를 측정하고, 집중조명등이 필요한 8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잠실2동주민센터, 웃말공원, 광평교교차로, 방이삼거리, 구청삼거리 5곳 횡단보도에 설치하고, 탄천동로 주변 등 나머지 3곳도 이달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횡단보도 LED 집중조명 시범 설치를 시작으로, 송파안전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구민들이 일상에서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안전 정책을 펼쳐, ‘안전도시 송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셀카도 더 선명하고 넓게 세계 첫 후면에 카메라 넷… ‘갤럭시A9’ 오늘 국내 출시

    셀카도 더 선명하고 넓게 세계 첫 후면에 카메라 넷… ‘갤럭시A9’ 오늘 국내 출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개(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A9’을 21일 국내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갤럭시A9의 뒷면에는 기본 렌즈와 망원 렌즈, 초광각 렌즈, 심도 렌즈가 세로로 나란히 배열됐다. 광학 2배줌을 지원하는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촬영해 준다. 화각 120도의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로는 더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2400만 화소 카메라와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는 자유자재로 배경을 흐리게 할 수 있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탑재, 인물, 풍경, 음식 등 촬영 장면을 자동 인식해 최적의 색감으로 촬영해 준다. 눈을 감거나 사진이 흔들리면 알려 주는 기능도 있다. 전면 2400만 화소 카메라는 조명 효과를 주는 ‘프로 라이팅’ 기능을 지원, 저조도 환경에서 셀프 카메라를 밝게 찍을 수 있다. 159.5㎜ 크기 ‘FHD+ 슈퍼 아몰레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에 램 용량 6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 128GB, 배터리는 3800mAh다. 색상은 레모네이드 블루, 버블검 핑크, 캐비어 블랙 등 3종류, 가격은 59만 9500원.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쿼드 카메라’ 갤럭시A9 국내 출시, 59만 9500원

    ‘쿼드 카메라’ 갤럭시A9 국내 출시, 59만 9500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개(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A9’을 21일 국내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갤럭시A9의 뒷면에는 기본 렌즈와 망원 렌즈, 초광각 렌즈, 심도 렌즈가 세로로 나란히 배열됐다. 광학 2배줌을 지원하는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촬영해준다. 화각 120도의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로는 더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2400만 화소 카메라와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는 자유자재로 배경을 흐릴 수 있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트 카메라’를 탑재, 인물, 풍경, 음식 등 촬영 장면을 자동 인식해 최적의 색감으로 촬영해 준다. 눈을 감거나 사진이 흔들리면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전면 2400만 화소 카메라는 조명 효과를 주는 ‘프로 라이팅’ 기능을 지원, 저조도 환경에서 셀프 카메라를 밝게 찍을 수 있다. 159.5㎜ 크기 ‘FHD+ 슈퍼 아몰레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에 램 용량 6기가바이트(GB), 내장 메모리 128GB, 배터리는 3800mAh다. 색상은 레모네이드 블루, 버블검 핑크, 캐비어 블랙 등 3종류, 가격은 59만 9500원.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월급 1% 작은 기부로 나눔의 큰 행복 느낍니다”

    “월급 1% 작은 기부로 나눔의 큰 행복 느낍니다”

    2012년 임직원 재원 모아 공익재단 출범 사장 제안 노조도 화답… 직원 98% 동참 저소득층 식사 제공·난방유 지원 등 활용월급 1%는 직장인에게 적지 않은 돈이다. 한 달에 몇 만원, 1년을 모으면 수십 만원에 달한다.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급여의 1% 혹은 ‘끝전’을 모아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돼 왔다. 이 같은 나눔 문화에서 현대오일뱅크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직원 급여의 1%를 재원으로 한 공익재단인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을 출범했다. 직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조성된 기금은 올겨울 어렵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점심과 저소득층의 난방,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부의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막상 나눔의 기회를 찾으려 하면 쑥스러워할 때가 많죠. 자신이 다니는 회사 안에서 나눔의 기회를 마련하니 임직원들은 작은 기부로 나눔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남익현 현대오일뱅크1%나눔재단 이사장(서울대 경영학부 교수)은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다”며 급여의 1%를 모으는 나눔 활동의 의미를 짚었다. “재단 기금의 주인은 임직원들입니다.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어떻게 하면 뜻깊게 쓰일지에 대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합니다.” 시리아 오지 마을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태양광 랜턴을 조립해 전달하고, 어르신들을 위해 보행기를 만들어 선물하는 등의 나눔 활동에 임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재단은 2012년 당시 권오갑 사장(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의 제안에 노동조합이 화답하며 시작됐다. 급여의 일부를 공제한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98%가 동참하고 있다.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1%나눔 진지방’, 저소득층 동절기 난방유 지원 사업인 ‘사랑의 난방유’, 저개발국가 대상 ‘해외 교육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은 피해자들과 어려운 형편에서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도 성금과 장학금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급여의 일부를 모아 기부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남 이사장은 “사회 곳곳이 갈등으로 멍든 시기에 직원들의 작은 나눔으로 온기가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乙의 눈물 따라 흐른 서사… ‘현실 그대로’ 노래하다

    乙의 눈물 따라 흐른 서사… ‘현실 그대로’ 노래하다

    구조 탄탄·문체 안정감… 준비된 신인作 장르문학 대신 노동 현실 다룬 소설 많아 희곡은 청년의 좌절·페미니즘 소재 다뤄 성정체성 등 내면에 침잠한 시 주류 이뤄 예스러운 소재 대신 자아성찰 시조 등장 판타지적 동화보다 보편적 주제로 회귀 “준비된 신인들이 낸 작품 같다.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갖춘 문장에 서사 구조상의 밀도가 높았다.”(편혜영 작가) 지난 5일 마감한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곳곳에서 문청(文靑)들의 소중한 원고가 날아들었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 수줍게 두고 가기도 했고, 미국·중국 등 멀리 해외에서, 교도소에서도 모두 수천편의 작품이 서울신문사로 몰려들었다. 컴퓨터가 없어 원고지에 수기로 쓴다는 고백, 삽화를 곁들인 시 등 ‘한 해 농사’ 신춘문예에 들이는 정성이 살뜰했다. 올해 응모작은 총 3968편. 분야별로는 시 2860편, 단편 소설 421편, 동화 161편, 희곡 73편, 시조 445편, 평론 8편이다. 단편 소설에서는 직장 내 상하관계, 비정규직 문제, 물류창고 택배기사 이야기 등 노동 현실을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다. SF소설이나 장르문학이 자취를 감추고 철저하게 현실 그대로의 상처나 고통을 다뤘다. 친척이 알려오는 부고로 시작하는 작품, 이국적 공간 안에서의 여행 이야기 등 죽음이나 여행 등 예년에 자주 볼 수 있던 소재들도 재등장했다. 반면 페미니즘·퀴어 등 올해 문단계를 휩쓴 이슈들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편 부문 예심 심사위원을 맡은 황예인 문학평론가는 “문장이 별로여도 글 자체로 에너지가 있는 신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다들 안정감 있게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태용 작가는 “(문체가) 너무 안정감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시적이거나 파격적이라든지, 문장 그 자체로 뭔가를 시도하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시에서는 개인의 내면 풍경에 침잠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 박연준 시인은 “사회적 이슈보다는 개인에 대한 자아성찰이 많았다”며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시들도 몇 편 보였다”고 말했다. 김언 시인도 “‘촛불 정국’이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 많았던 2년 전과는 비교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언어와 사유가 함께 단련된 시라야 본심에 올라갈 수 있다고 두 시인은 입을 모았다. 동화에서도 SF 등 판타지적 요소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삶, 자연 등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왔다”고 평했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아무리 독자를 어린이로 상정하고 쓰더라도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가르치려는 계몽 의지가 발현된 작품들이 몇몇 있었다”며 “정말 뛰어난 작품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스러운 테마, 자연친화적인 주제 일색이었던 시조도 달라졌다.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 생존 현장에 대한 묘사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조 심사를 맡은 이송희 시인은 “일상적 소재를 낯선 화법으로 다룬 세련된 작품들이 돋보였다”며 “이런 작품들은 기존의 시조 질서에 던지는 물음과 도전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평론에서는 최은영, 박솔뫼 등 비교적 젊은 작가 대상의 평론들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왜 지금 이 시기에, 이 작가를 다루는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기존의 철학 사상에 소설을 부분적으로만 차용하는, 소설이 증거로만 제시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평론은 예년에 비해 작품 수가 급격히 줄었다. 희곡에서는 사회적 안전망이 파괴된 현실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공포가 극대화됐다. 파괴된 가정, 취업에의 어려움, 각박한 노동 환경 등이다. 희곡 부문 심사를 맡은 김태형 연극연출가는 “희곡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무대에 올렸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지금 바로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 꽤 보였다”고 말했다. 소설 부문과 달리 페미니즘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도 많았다. 예심 결과 시는 10명의 작품이, 소설은 9편이 본심에 올랐다. 당선 결과는 이달 말까지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신년호에 심사평과 함께 발표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산은 찬성에 한국GM ‘R&D법인 분리’ 급물살

    이동걸 회장 “노조도 진지한 협의 했으면” 한국GM노조는 오늘 8시간 부분 파업 한국GM이 1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생산법인·연구법인 분리가 속도를 내게 됐다. 그동안 R&D법인 분리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2대 주주 KDB산업은행도 사업계획서 검토 끝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GM의 방침에 힘을 실어 줬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8일 “한국GM의 법인 분리 타당성 검토와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열린 임시 주총에서 법인 분리에 동의했다”면서 “오는 26일로 예정된 4045억원 출자도 예정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을 결의한 한국GM 노조에 대해서는 “(법인 분리가) 잠재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대만 하기보다는 진지한 협의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국GM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 가던 산은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법인 분리가 결국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된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산은은 최근 한국을 찾은 GM본사 배리 엥글 사장과 면담 후 법인 분리 효과를 담은 자료를 제출받아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다. 진인식 산은 투자관리실장은 “한국GM과 신설 연구법인의 영업이익이 증가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기업 가치가 증가할 뿐 아니라 한국GM의 부채 비율이 개선돼 재무안정성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은 측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산은은 GM 측과 맺은 새로운 합의 내용도 공개했다. 그중에서는 신설 연구법인을 GM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및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GM의 관련 연구가 국내에 있는 신설 연구법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연구개발 후 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면 생산법인도 유리해지고 부품업체들도 개발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면서 “부품업체의 경우 엔지니어를 새로 뽑는 등 고용 증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4월 GM과 산은이 맺은 ‘향후 10년 생산·투자’ 계약도 신생 연구법인에 그대로 적용된다. 산은은 법인 분리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국GM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모두 취하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8시간 부분 파업을 포함한 투쟁 일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GM노조는 19일 전체 조합원 1만 1000명이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눠 4시간씩 파업을 할 계획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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