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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니하니’뿐일까… 재미찾다 뒷전 된 인권

    ‘보니하니’뿐일까… 재미찾다 뒷전 된 인권

    때리거나 비하… 단순 흥밋거리로 소비 나이 많은 남성·어린 여성 구조도 문제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EBS 대표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남성 출연자들이 미성년자인 여성 진행자를 폭행하고 성희롱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EBS는 방송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능 방송의 막말과 폭행을 장난과 재미로 포장하는 방송계의 오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출연자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여러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BS는 또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인 유아·어린이 특임국장과 유아·어린이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에서 생방송된 보니하니에서 ‘당당맨’ 역할의 최영수(35)가 미성년자인 진행자 채연(15)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먹니’ 역할의 박동근(37)이 채연을 상대로 욕설 섞인 성희롱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논란이 되자 EBS는 “출연자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생긴 심한 장난”이라는 해명을 내놔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김명중 EBS 사장을 만나 “폭력·성희롱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폭력이나 인권에 무감각한 방송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료 출연자를 재미 삼아 때리거나 특정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5년 방영된 KBS 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는 출연자 박명수가 가수 설현의 머리를 손으로 세게 밀치는 모습이 방송됐다. 개그맨 장동민은 “여자는 멍청해서 남자에게 머리가 안 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을 한 팀으로 출연시키는 방송 환경도 문제다. 방송 중에 폭력 행위나 성희롱 발언이 있어도 대부분 어린 여성인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머 코드는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작자들은 프로그램의 ‘재미’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CJ CGV, 인천 내항 상상플랫폼 참여 포기

    CJ CGV, 인천 내항 상상플랫폼 참여 포기

    CJ CGV㈜가 지난 해 부터 인천 내항에 추진해온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참여를 포기 했다. 인천시는 12일 CJ CGV 측이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참여 포기를 갑자기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상상플랫폼 사업은 인천 중구 북성동1가 4의 322번지 일대에 있는 내항 8부두 폐 곡물창고를 고쳐 복합문화관광시설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인천시가 창고 부지 매입과 리모델링을 마친 뒤 CJ CGV에 20년간 대부 방식으로 상상플랫폼 운영을 맡길 계획이었다. 공간의 67%는 CJ CGV의 자율적인 운영이 보장되는 상업 공간이며, 나머지 33%는 공적 공간으로 게임콘텐츠센터·실내 공원·홍보관·메이커스페이스·다목적 문화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상플랫폼 사업이 대기업의 이윤 창출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CJ CGV가 운영할 상업 공간에는 영화관과 식음료점 등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개항장 일대 상권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이윤 역시 인천이 아닌 서울로 유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상플랫폼 사업은 개항창조도시 조성사업의 마중물로 평가 받아왔다. 인천시는 상상플랫폼 사업을 시작으로 월미도 관광특구, 인천역, 차이나타운, 개항장, 자유공원, 동인천 배다리까지 이어지는 근대역사 문화를 묶어 관광명소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시작 부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CJ CGV 측은 지난 6월 말 해양수산부에 내항 상상플랫폼 실시계획 승인신청서를 내고, 8월 중순 인천 중구청으로 부터 건축허가를 받는 등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갑작스런 사업참여 포기와 관련, “CJ CGV 내부적으로 재무적 사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까지 별도 활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상상플랫폼 사업비는 국비 123억원, 시비 273억원, 민간투자 300억원 등 총 696억원 규모였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개는 훌륭하다 - 진도 진도개 테마파크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개는 훌륭하다 - 진도 진도개 테마파크

    #진도개_진돗개 #진도개테마파크 #알쓸신잡_진도 전라남도 진도(珍島)는 큰 섬이다. 45개의 유인도를 품고 있으며 총 25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진도군(珍島郡)의 중심이자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한반도에서 세 번째로 넓은 섬이 바로 진도다. 또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상조도와 하조도, 관매도 등이 앞자락에 펼쳐져 있기에 바다 풍광 하나는 남도 제일 섬이라는 소문이 결코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여기에 더해 진도에는 신비의 바닷길을 비롯하여 운림산방, 세방낙조, 이충무공전첩비, 국악원 등 볼거리, 들을거리도 풍부해서 많은 방문객들이 해남에서 진도까지 총 길이 484m에 달하는 진도대교를 사시사철 넘어선다.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도개와 관련된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진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진도개 테마파크다.‘진도개’와 ‘진돗개’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의 답은 이러하다. ‘개의 한 품종이면 진돗개, 진도에 있는 개는 진도 개’라 한다. 답이 뜨뜻미지근하다. 좀 더 정확히 알아보자. ‘진돗개’라는 표현은 개의 품종 전체를 뜻하는 말이고, ‘진도개’는 정확히 진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천연기념물로서의 법적, 행정적인 조건을 갖춘 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진돗개의 품종을 갖춘 개가 진도에서 태어나 6개월 후 일정 분류 심사 기준을 통과해 진도군수의 도장을 받으면 진짜 천연기념물 제 53호의 ‘진도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도심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진도개’는 사실 ‘진돗개’였던 것이다. #충성심 #천연기념물제53호 #진도홍주진도개의 특성을 좀 더 살펴보자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850여종의 개가 있고, 세계 축견연맹에 등록되어 있는 개만도 321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우리나라의 고유견으로는 삽살이, 풍산개, 진도개가 있다. 이 중 진도개는 1938년 5월 3일에 조선 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었고 해방과 한국전쟁 등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1962년 12월 3일에 법률 961호로 대한민국 문화재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 유지 되고 있다. 또한 진도개는 수렵성과 경계성이 강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유난히 특별한 견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그러니 진도에 도착하면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만나는 것도 진도 여행의 백미일 수도 있다. 진도군에서 운영하는 진도개 테마파크는 바로 이런 진도개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진도읍 동외리 일원 5만6474㎡에 조성 설립된 곳으로 2013년 9월에 완공하였다. 진도개 테마파크에는 일반인들도 쉽게 진도의 명물인 진도개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진도개 혈통 일원화 시스템 구축, 진도개 전문 인력양성, 마을기업 시범 사업 등의 진도개 명견화 사업을 실시하여 천연기념물 제 53호인 진도개의 우수성을 보존하기 뒤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진도개 테마파크는 현재 3층 규모로 운영중이다. 1층에는 영상실과 세계의 다양한 견종 등을 만날 수 있으며 2층에는 진도개의 생물학적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3층 갤러리에는 역대 진도개 챔피언과 우수 진도개의 모양도 확인할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에는 최고의 여행 장소로 기억될 수 있다. <진도개 테마파크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 실제 진도개를 만나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특히 반려동물인 개를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방문 추천! 3. 가는 방법은? - 전남 진도군 진도읍 성죽골길 30 진도개테마파크 4. 진도개 테마파크 방문의 특징은? - 관람 위주가 아니라 실제 개들과 뛰어 보며 만날 수 있다. 5. 방문 전 살펴볼 사항은? -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운여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시간과 운영 장소 등을 미리 알고 가면 좋다. 6.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꼭 볼 곳은? - 진도개 사육장, 진도개 전시관, 진도개 공연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진도 먹거리는? - 진도는 동네 어디를 가도 기본 이상의 먹거리는 제공한다. 성게비빔밥 ‘신호등회관’, 갈치조림 ‘옥이네집’, 돌게장 ‘통나무집’, 한정식 ‘기와섬’ ‘전라도한정식’, 해삼 ‘해미원’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jindo.go.kr/home/sub.cs?m=604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신비의 바닷길. 운림산방, 진도타워, 조도와 관매도, 토요민속여행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진도는 겨울 여행지로서는 최적인 공간이다. 볼거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진도 아리랑 등의 토속 문화적 유산도 잘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섬 특유의 해산물을 기반으로 한 먹거리도 다채롭고 풍요롭다. 겨울에 넉넉히 시간을 내어 여유를 가지기에 적절한 섬이 진도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연말이면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 4악장이 합창부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희의 송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삽입했다. 원래는 ‘자유의 송가’였는데 1786년 출판 당시 검열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글들은 당시의 전제군주나 영주의 세력을 비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정판인 ‘군도’라는 희곡에 영주군과 대적하는 도적 떼의 활약을 그려 놓아 귀족들의 분노를 샀다. 백성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어 괴테와 함께 봉건주의를 반대하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끌었다. 건축에서는 그 당시를 바로크라 일컫는데, 역시 귀족의 절대 권력이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왕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도시 한가운데 강력한 축을 설정해 이를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축의 정점에는 왕궁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인공미를 가진 화려한 왕의 정원을 두었다. 그리고는 도시의 모든 구역들이 이 축에 연결된 도로를 따라 질서 정연하게 배치됐다. 중요한 것은 좌우 절대 대칭으로 돼 있어 어떻게 뒤집어 놓아도 왕의 권력이 중심인 것을 보여 주었다. 궁궐 뒤에는 후정이 있고 그 너머로 왕과 귀족들을 위한 자연 형태의 광활한 사냥터가 펼쳐져 있었다. 이러한 신도시를 만들려고 백성들은 엄청난 세금을 내고 노동착취도 당했다. 이 때문에 원성과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귀족들은 궁궐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고, 높은 담 안에서 연일 연회로 그들만의 리그를 즐겼다. 재정을 부담한 백성은 오히려 아웃사이더였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프랑스혁명은 바로 이에 대한 항거였다. 공교롭게도 우리 국회의 배치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정확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중앙의 주출입구에서 전면에 있는 도시 방향으로 강력한 축이 뻗어 나가고 있다. 이를 따라 전면에는 인공정원인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앞의 의사당대로를 따라 다양한 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뒤로는 한강과 주변 자연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크 성처럼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고, 의사당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밀실 같은 구조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회는 마치 바로크의 귀족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책임 있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금번 20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된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은 도외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돼 평등하게 어우러져 자유와 기쁨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언제쯤 높은 담장과 밀실을 깨뜨리고 나와 국민을 위한 ‘자유의 송가’를 불러 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 잘나가던 하이패스, 왜 ‘먹통패스’ 되었나

    잘나가던 하이패스, 왜 ‘먹통패스’ 되었나

    #1.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승용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 수원 신갈IC 톨게이트를 지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A씨는 시속 30㎞ 속도 제한 표지판을 보고 속도를 줄인 뒤 맨 왼쪽의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했다. 하지만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행선지인 대전으로 가는 갈림길이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급히 오른쪽으로 운전대를 돌리다 오른쪽 차선에서 급히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A씨는 “하이패스 통과 차량들이 대부분 속도 제한을 준수하지 않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데 차라리 제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낫지 않나”라면서 “하이패스 차로가 대부분 왼쪽에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갈림길이 나오는 도로 구조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 직장인 B씨도 지난해 여름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려다 평소보다 정체가 심해 애를 태웠다. 톨게이트에 도착해 보니 교통사고가 아니라 하이패스 장비 고장으로 진입로에서 직원이 현금으로 통행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통행료를 납부하던 도중 과거에 하이패스를 무단으로 통과해 부가통행료가 5만원이 넘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는 “무단으로 통과한 적도 없고 하이패스 기계가 오작동해 처리를 못 했을 수도 있는데 확인도 없이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배상해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멈추지 않고 통행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하이패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매년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고 비율은 줄지 않고 기기 고장에 따른 요금 과다 납부 사례도 늘고 있어서다. 10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1년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337만 2211대에서 지난해 394만 4389대로 17%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하이패스 이용 차량은 하루 평균 180만 6947대에서 318만 175대로 76% 급증했다. 2011년 당시 하이패스 이용률은 53.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0.6%, 올 11월 기준 82.3% 수준이다. 톨게이트에서의 교통사고는 2014년 132건에서 지난해 89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하이패스 구간에서의 사고는 44건에서 38건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하이패스 구간 사고 발생 비중은 33.3%였지만 지난해 42.7%로 오히려 상승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하이패스 이용 관련 민원 보고서를 보면 하이패스 관련 민원의 38.7%가 위험한 차선 변경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고, 차로 설계를 비롯해 요금소 구조 문제(12.1%)가 다음으로 많았다. 그 외 요금소 운영관리에 대한 불만(10.6%), 하이패스 차로 추가 설치 요구(10.2%), 하이패스 구간 내 속도 문제(7.0%) 순이었다. 권익위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하이패스 구간에서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 부주의한 운전자 행태(44.3%)라는 응답보다는 제도와 시설 등 구조적 문제(52.0%) 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톨게이트에서 일반 차로 폭은 3m로 정하지만 하이패스는 주행 안전성을 고려해 차로 폭을 3.5m로 적용한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 하이패스 차로 1404개 가운데 40.6%인 570개 차로 폭이 3.5m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 하이패스 도로를 처음 만들 때 기존의 톨게이트를 개량해 만들다 보니 도로 폭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빠른 속도로 가면 충돌 위험이 있어 시설물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이패스의 이점이 원활한 교통 흐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한속도 시속 30㎞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에는 ‘속도를 준수하기 위해 평균 100㎞에서 급감속하거나 멈추는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었다’거나 ‘제한 속도 규정으로 인해 앞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반 차로보다 더 정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시속 100㎞ 이상으로 차량이 달려도 하이패스 기기가 인식할 수 있는데 굳이 30㎞로 제한한 것은 감속을 통해 사고를 줄인다는 취지이지만 초보자들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사고를 더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도 하이패스 차로와 일반 차로를 식별하기 어려워 하이패스로 진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운전자 C씨는 “하이패스 게이트와 달리 일반 게이트는 실제 운영 여부가 ‘O’나 ‘X’로 표시되고 글씨도 상대적으로 작고 흐려 초보자나 고령자의 경우 멀리서 운전하다 보면 쉽게 알아볼 수 없다”면서 “하이패스와 일반 게이트가 혼재돼 둘을 구분하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패스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고속도로 이용자가 실제 통행료보다 과다 납부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하이패스 오작동으로 통행료가 과다 납부된 사례는 2015년 2129건(1616만원)에서 지난해 2만 565건(1억 5185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는 1만 6070건(1억 2174만원)이었다. 2015년부터 올해 11월까지 5년간 과수납으로 인해 도로공사가 환불해야 할 금액은 4억 405만원에 달했지만 이 중 2억 8685만원만 환불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주로 민자고속도로를 경유한 뒤 일반고속도로를 통과할 때 통신 이상으로 출구 경유지 정보가 단말기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 요금이 과다 수납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노후 시스템을 교체하고 민자 법인과의 상시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환불 땐 원칙적으로 고객이 영업소를 방문해 운전자 본인임을 확인받아야 한다”면서 “지난 10월부터 하이패스 차로 통과 때 통행료에서 자동으로 환불 금액을 차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환불률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말기가 설치된 하이패스 시스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차로 하이패스를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스마트톨링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일부 구간에서 운영 중인 다차로 하이패스는 차로 측면의 장애물을 없애 2~3개 차로를 하나로 묶어 그만큼 차로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강 교수는 “다차로뿐 아니라 기존 하이패스에서도 운전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왼쪽 차선들은 하이패스 차로로, 오른쪽 차선은 일반 차로로 균일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은 고속도로 주행 중 요금소의 무인카메라가 자동차의 번호를 인식한 뒤 이동거리를 계산해 운전자에게 요금을 통보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를 활용한 단말기가 필요 없어 오작동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교수는 “스마트톨링은 30㎞ 속도 제한을 설정할 필요도 없고, 일반 차로와 하이패스 차로를 구분할 필요도 없는 시스템”이라면서 “정부는 스마트톨링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신산업 발전과 일자리 감소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다섯 가지 원리가 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시기별로 명료하게 구성하고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배려해야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의 주머니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다수의 이익보다 소수의 피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길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길을 잃으면 원칙을 잃고, 목표를 잃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원리는 남녀노소 개인은 물론 정치와 기업에 두루 적용할 수 있고 국정에도 매우 유용한 지표다. 내용이 다섯 가지로 요약되니 5대 명심보감이라고 해 두자.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치 문법에 의하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지나면 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상황은 아니기에 역대 정부의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교훈을 발견할 필요를 느낀다. 광주에서 손발에 피를 묻히고 출범한 전두환 정권은 총칼의 공포정치로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공포가 침묵을 강요했는데, 침묵을 정권의 안정화로 착각한 나머지 제한적이지만 유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자유화 국면에서 국민들의 억눌렸던 저항이 일거에 분출해 6월항쟁으로 내달렸고 결국 정권 자체를 붕괴시켜 버렸다.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은 총칼로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줬다. 군사정권이지만 선거로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 자유와 지방자치 등 일련의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3김 씨가 주도한 여소야대 정치지형하에서도 국회 청문회를 수용하는 등 타협으로 정치적 위기를 피해 갔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3당합당을 강행했다. 3당합당으로 국회 의석의 3분의2를 넘어서는 거대 여당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정치 갈등은 증폭됐다. 그 후 3당합당에 기대어 정권을 재창출했지만 그 정권은 3당합당을 부정했다.32년 만의 민간정부로 출범한 김영삼 정권은 사정개혁과 탈군사화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금융실명제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북 관계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불법적인 국정 개입이 드러나고 3당합당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등 권력 내부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외부에서 이회창을 영입해 정권 재창출을 시도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권력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권은 군부독재와 장기 집권으로 얼룩진 암울한 정치사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벌개혁과 남북 관계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집권 중반 이후 ‘옷로비 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세 아들 관련 논란으로 국정동력이 약화하면서 초기의 개혁성이 후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따른 시민사회의 성장, 집권여당에서 주도한 국민경선의 효과, 중도세력과의 선거연합 등에 힘입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권은 탈권위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몽준과의 선거연합이 해체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취임 1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연합한 대통령 탄핵은 국민적 반대운동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지만 그 후 다시 노동법 개정,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논란이 거듭되다가 특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추진 논란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해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에 기대어 출범했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대립시켰고 그 연장선상에서 ‘747공약’이나 대운하 건설 등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들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집권 초기에는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이어 대운하, 민간인 불법 사찰, 사학 비리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그 후 경제발전의 약속이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이 정권 재창출로 이어졌다.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퇴장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여기에 박정희, 최태민, 이명박, 최순실, 김기춘 등 온갖 인물이 출연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등장한다. 한때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박정희의 부활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의 정체가 드러나고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권력운영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국정은 일거에 정지됐다.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1987년의 화염병이 30년 만에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촛불로 바뀌어 추악한 권력을 심판했다. 당연히 정권이 바뀌었다. 2019년 11월 9일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권의 상황은 어떨까? 전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지만 촛불정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 남북 관계에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회를 벗어난 자유한국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물론 통제를 벗어난 검찰의 자립화 경향도 문제다. 반면에 권력 차원의 중대한 스캔들이 없다는 점은 매우 유리한 대목이다. 한국당의 혹독한 공격이 야당을 분열시키는 촉매제가 돼 여소야대 정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자폐적 고립화가 이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국당은 두 가지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싸운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대여투쟁 전략 때문에 여야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국당 때문에 여야 관계도 안 되고 여소야대 정국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국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와 안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게 돼 버렸다. 이미 실기한 데다 지난 탄핵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5대 명심보감의 원리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상황을 점검해 보자. 첫째, 무엇을 바꿨는지 되돌아보자. 익숙한 낡은 구조와 오래된 부패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둘째, 무엇을 이뤘는지 고민해 보자. 100대 국정과제는 제시됐지만 100대 국정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셋째, 경제를 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소득주도성장론이 가라앉은 이후 경제정책도 가라앉았다. 넷째, 지난 역사의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에는 공감하지만 노동, 농민, 교육 등 현실 정책의 피해에 대한 정책엔 공감하기 어렵다. 다섯째, 나라다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목표는 변함없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모호하다. 한마디로 처음 같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세 가지로 제안해 보고 싶다. 100대 국정과제의 진척 상황을 과제별로 점검해 보고 그 막바지 실행을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 집권 중반기에 가장 힘든 상황이 스캔들과 분산이므로 스캔들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쟁점을 단순화해 국정동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국정동력의 분산을 막기 위해서는 야당들과의 협조, 사회단체와의 협조, 언론기관과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국가기관들 사이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조국 사태의 국면에서 제기됐던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양비론과 냉소주의로 발전해 좌절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지대 총장
  • 경남, 미취업 청년 3949명에 구직활동비 3달간 지원

    경남, 미취업 청년 3949명에 구직활동비 3달간 지원

    경남도는 올해부터 ‘경남청년 구직활동수당 지원사업(드림카드)’을 추진해 모두 3949명에게 매월 50만원씩 구직활동비를 3달간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 도와 18개 시·군이 협업해 추진하는 ‘드림카드 사업’은 경남 거주 중위소득 150% 미만 가구의 만18~34세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는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상자를 모집해 올해 3949명의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비를 지원했다. 1차 선정자 1630명에게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구직활동비를 지원했다. 이어 2차 선정자 1699명은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지원 받는다. 지난달 선정된 3차 선정자 620명은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지원한다.지원금 지급이 끝난 1차 선정자 1630명 가운데 269명(16.5%)이 현재 취업이나 창업 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자 가운데 83명은 공공기관에, 80명은 민간기업에 취직했다. 2명은 창업했다. 도에 따르면 1차로 선정된 1630명을 대상으로 활동비 사용 항목을 확인한 결과 교육비·교재구입비·자격증취득비 등 구직활동과 직접 연관이 있는 항목에 67.8%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교통비 등 간접적인 구직활동 항목에 27.2%를 사용했다. 도는 구직활동비를 받은 청년들이 취·창업을 위해 교육이나 자격증 취득 등 구직활동에 집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드림카드 지원을 받아 공무원이 된 차원석(30·김해시)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에서 드림카드 지원을 받아 책을 사고 독서실 비용을 내며 시험공부에 열중해 경남교육행정직에 합격했다”며 “꿈을 이루는데 드림카드가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도에 따르면 드림카드 1차 선정자 1630명에 대한 만조도 조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3.2%가 권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드림카드 사업이 구직활동 및 직무능력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94.1%가 ‘도움이 된다’고 답하는 등 청년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석호 경남도 일자리정책과장은 “드림카드가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원동력이 되고 해당 개인 및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지금, 이 시대는 다르다 “사랑, 관념에 가두지 마”

    지금, 이 시대는 다르다 “사랑, 관념에 가두지 마”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고, 시인은 시집의 끝에 썼다. “아무나 사랑해도 좋다는 건 아니고요. 사랑이라는 관념 자체를 꽁꽁 아끼고 숨겨 두는 것보다 그것을 주는 것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편이 더 좋다는 말이에요. 너무 평가 절하하거나 대단한 것으로 여길 필요도 없고요.” 지난 2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단 아이돌’ 황인찬(31) 시인의 말이다. 그는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벌써 세 번째 시집을 냈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시인은 대학 강단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신인상 심사도 한다. 2012년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2015)까지 3만 4000부라는 시집으로서는 이례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다. 세 번째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는 약 4년 만에, 시인의 군 복무 이후 나왔다. “책이 나오면 데면데면해요. 마냥 기쁘지도 않고요. 약간의 민망함일 수도 있고, 부족함을 자각해서인 것도 같아요.” 시인은 오랜만에 조우한 친구 보듯 자신의 시집을 내려다봤다. 일상의 사건들을 소재로, 평범한 일상어를 날것 그대로 시어로 삼는 황인찬의 시는 새 책에서도 여전하다. 그 어떤 주의 주장을 설명하듯 늘어놓지 않고, 그 사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철저히 독자들 몫이다. 그는 “단어도, 구조도 단순화된 형태 속 여러 의미가 나올 수 있도록 배치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했다. 시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김소월, 윤동주, 황지우 등 선배 문인들의 시를 패러디한 부분들이다. 책 제목도 딱 60년 전 발간된 전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전봉건(1928∼1988)의 시집에서 빌렸다. 그는 전봉건 시인을 “유니크한 존재”라고 했다. “세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시적 양식에 대한 실험도 꾸준히 했죠. 분단과 전쟁이라는 현실의 엄혹함에 굴하지 않고, 그것들을 긍정하고 싸우는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시인이었기 때문에 많은 감명을 받았죠.” 24시 카페에서 시를 쓰며, 아이돌그룹 엑소의 팬이기도 한 시인은 ‘사랑을 위한 되풀이’로 시공을 넘나든다. 김춘수의 시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합쳐지는 식이다. ‘You are (not) alone’은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제목에서 시작했다. ‘(모난 괄호를 보면 갇히는 기분이다 그렇게 말한 것이 김춘수였을 것이다 휘어진 괄호를 보면 사라지는 기분이 들까(중략)//나는 사랑을 느끼는 중이다 그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너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그것을 증명하는 중이다//(중략)//어제는 무릎으로 기어가 제발 사랑해 달라고 빌었다’(23쪽) 퀴어인 시인은 지금 이 시대의 사랑을 말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시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는 2017년에 열렸던 성소수자 촛불문화제의 표제인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에서 차용됐다. ‘사람 아닌 것들과 함께/사람의 거리를 걷습니다 나에게 사랑은 없고, 사랑 같은 것은 사실 관심도 없지만//사람 아닌 자가 사람의 거리를 걷는다는 기쁨만으로//(중략)//나는 걷고 있습니다 허리와 목을 반듯이 세우고/턱은 조금 들어 올리고//방금 누군가를 죽이고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표정으로’(143~145쪽) 시인은 이 시에 ‘군대에 있는 동안 다시 써낸 시’이며 ‘군대에 있는 동안 발표할 수 없던 시’라고 썼다. “삶과 사랑에 대한 재고까지 함께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시인은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내겐 시 쓰는 일과 함께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시 쓰기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다시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로 돌아가면, 시인이 새 시집의 사인을 위해 고른 말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우리에게 더욱 많은 사랑이 가능하리라 믿으며’. 그래서 60년 시차를 건너, 시인은 선배 시인의 말을 다시 껴안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정준영, 6년 뒤에도 TV에서 안 봤으면..[김채현 기자의 EN톡]

    정준영, 6년 뒤에도 TV에서 안 봤으면..[김채현 기자의 EN톡]

    가수 정준영이 불법 촬영과 유포를 생활화해왔다는 판결문 내용이 공개된 가운데 ‘출연자 검증 제도, 방송법 개정안’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의 심리로 열린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등의 혐으로 기소된 정준영 사건의 판결문이 3일 공개됐다. 사건 판결문은 총 67쪽으로,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정준영의 범행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준영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 사이 서로 다른 단체대화방 5곳, 개인 대화방 3곳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유포했다. 피해자는 10명 안팎이며 이 중에는 외국인도 2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은 자신의 집, 유흥주점, 비행기 안, 외국 호텔 등 범행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2015년 11월 26일에는 하루에만 세 번, 최종훈, 용준형 등 자신의 지인들에게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등 밥 먹듯이 범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정준영과 단톡방 일원들의 추악한 범죄에 대중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강원도 홍천과 대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들을 수차례 집단 성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방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2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등에 취업 제한도 명령받았다. 보호 관찰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들은 유명 연예인 및 친구들로 여러 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합동 준강간 및 준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 카톡 대화방에 내용을 공유하며 여성들을 단순한 성적 쾌락 도구로 여겼다”고 꾸짖었다. 또한 “피고인들의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이를 호기심 혹은 장난으로 보기엔 범행이 너무 중대하고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피해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정준영이 과거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물의를 빚은 뒤 불과 3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일정 기간 자숙하고 복귀하는 방식이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정준영에 대한 엄격한 징계가 실행됐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선도 나왔다. 또 범죄 전력이 있는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방송법 개정안도 재조명되고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방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도덕한 행위를 한 연예인들에 대해 방송 출연의 문턱을 높여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방송법 개정안은 △ 형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연예인들에 대해 방송 출연 정지·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벌칙 조항 제105조도 신설됐다. 출연 정지 처분이 해제된 연예인을 포함해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방송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김채현 기자의 EN톡 : 온라인을 달구고 있는 연예,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로봇개’ 스폿, 美 매사추세츠 경찰견 투입 논란…“무기화 우려”

    ‘로봇개’ 스폿, 美 매사추세츠 경찰견 투입 논란…“무기화 우려”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보행 로봇 ‘스폿’(SPOT)을 매사추세츠주 경찰이 사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시카고 공영라디오 WBUR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입수한 새로운 문건을 인용해 이른바 ‘로봇개’로 불리는 스폿이 지난 8월 이후로 매사추세츠주에서 경찰관들과 함께 여러 사건에 투입됐지만, 아직 이런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이 방송은 매사추세츠 경찰이 스폿을 위험물로 의심되는 포장물을 조사하거나 용의자들이 숨어있을 수 있는 사건 현장에 먼저 투입되도록 고안된 이동식 원격 감시 장치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스폿은 현관문을 사람처럼 열 수 있는 로봇 팔과 저조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으며, 이런 장치는 자체적으로 작동하거나 원격 조종기를 사용해 수동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컴퓨터 시각 처리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가능했다. WBUR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매사추세츠 경찰의 계약서에는 스폿에 무기를 장착하지 못하도록 해서 이 로봇을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해하거나 위협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이에 대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 우리는 매사추세츠 경찰과 공공안전을 목표로 하는 협력 관계에 있다. 앞으로 5~10년 안에 우리는 스폿을 이용해 위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의심스러운 소포를 확인하며 비상 상황에서 위험한 가스를 감지하는 최초 대응자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폿과 같은 민첩한 로봇을 이런 상황에 투입하면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으며 비상 대응자들에게 위기의 상황을 더 잘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CLU와 같은 시민단체는 이런 로봇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폿을 포함해 아틀라스라는 이름의 2족 보행 로봇 등 여러 로봇을 여러 기업에 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매사추세츠주 경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중흥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광보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 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광보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광보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광보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건축의 무한한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개산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적광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적광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적광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적광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 ●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무한 건축의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AI로 면접준비… 취준생 걱정 뚝

    AI로 면접준비… 취준생 걱정 뚝

    최근 인재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 면접을 활용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늘어나면서 서울 송파구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이 같은 전형을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민선 7기 최우선 역점사업인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송파구는 다음달 2일부터 송파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서 ‘AI·VR(가상현실) 면접체험관’을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체험관에서는 구직자들이 약 170곳의 기업이 실제 채용에 사용하는 프로그램 ‘인에어’(inAIR)를 활용해 AI 가상면접을 체험해볼 수 있다. 2시간 동안 인적성과 상황파악 대처능력 등을 확인하고, 체험 결과에 대한 심층상담도 가능하다. VR을 활용한 면접 체험도 가능하다. 구직자가 VR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의 면접관이 등장해 실제 기업의 직무별 기출문제를 질문한 뒤 답변의 속도, 시선 처리, 목소리 톤 등 객관적인 사항을 분석해준다. 면접 내용을 녹음파일로 제공해 스스로 분석해볼 수도 있다.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분석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우수 자기소개서에 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자기소개서를 분석하고 수정 방향을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송파일자리통합지원센터나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에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채용 기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일자리를 찾는 주민들이 최신 정보를 빠르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자스민 “외국 학생 불러놓고 문화 이해는 부족…정상회의서 이주민 문제 다뤄야”

    이자스민 “외국 학생 불러놓고 문화 이해는 부족…정상회의서 이주민 문제 다뤄야”

    “이민청 어려우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만들어야다문화 이슈 됐을 때 최대한 의제로 끌고나가야이주민 아동 등에 대한 공격…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것”온라인 상의 이슈 생산과 소멸이 빠른 대한민국에서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2) 이름 넉 자는 쉬이 꺼지지 않는 이슈다. 국내 250만 이주인구의 상징 격인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복잡하다. 지난 11일 정의당 입당식을 통해 정치권으로 돌아온 그를 두고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해 못 할 수모를 당했지만 누구보다 의정 활동에 충실했던 인물이었다”는 기대와 “정계의 총선용 쇼에 또 상처만 받을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상반된 시선 속에 이자스민은 의연하다. 그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게 묻는 말이 똑같다”면서 “(세상이) 바뀐 게 없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에게 ‘멜팅 포트’(여러 인종이 융화돼 사는 용광로 같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일들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9대(2012~2015년) 국회의원 당시와 지금 이주민 의제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이주민 포럼에 참석했어요. 참가자 중에 한국 온 지 26년 된 사람, 7년 된 사람이 있었는데 한 3시간 이야기를 나눴더니 이주민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다 비슷하더라고요. ‘와, 그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다시 깨달았어요. 제가 복귀하고 받는 질문도 과거와 거의 비슷해요.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다 설명하죠.” -현재 국내 이주민 정책에서 가장 문제는 뭔가요. “이주사회는 이미 시작됐지만,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죠. 한국에 분명히 난민법이 있어서, 예멘 난민들이 ‘한국은 난민법이 있네?’하고 들어왔어요. 막상 들어오니 우리는 우왕좌왕하잖아요. 법만 만들어놓고 대비가 없었던 거예요. 마찬가지로 외국인 학생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막상 무슬림 학생들이 왔는데 하랄 음식이 없고, 기도할 곳도 없어요. 문을 열 거면 타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준비돼 있어야 했죠. 최근에야 몇몇 대학 중심으로 기도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또 지방 노총각들이 늘어나 결혼 안 하고 있으니 ‘국제 결혼하자’고 무작정 여성들을 불러왔어요. 상당수는 한국에서 죽임당하고 매 맞고 힘든 세월을 보냈어요. 사실상 모두 우리가 불러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들도 자기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이 연 기회를 잡았던 사람들이에요.-그렇다면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한국 맞춤형 정책을 새로 만들어야 해요. 현 전문가들 대부분 외국에서 이주사회가 무엇인가를 체감하고 들어와 활동하시는 분들이죠. 문제는 한국은 이민국가가 아닌데다 명확한 이주민의 정의조차 없어서 미국, 유럽 같은 국가에서 이민정책을 벤치마킹해 가져올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독일에선 최근 외국인 엘리트층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고학력 국가 한국에서는 당장 제조업 인력이 급한 것처럼요.” -한국 맞춤형 이주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요. “그렇다고 한국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주사회가 현실이 되자 뒤늦게 움직이는 일본보다는 훨씬 틀은 잘 갖추고 있어요. 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이미 있고 지역마다 다문화가정센터도 있어요. 문제는 집행과 시행 단계에서 자꾸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정부 부처마다 법이나 대상자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중복으로 사업하는 부분도 있고, 꾸준히 이주민 정책을 관리하거나 연구하는 기관도 딱히 없죠. 결국 콘트롤 타워가 가장 필요해요.” -이민청 같은 기관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이주민 250만명이 너무 적어 이민청이 인구대비 시기상조라고 본다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해요. 지역별 현황 조사를 제대로 한 후, 난무하는 정책을 지역상황에 따라 제대로 배분해야 합니다. 다문화 사업을 원래 보건복지부가 하다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현장 사람들은 ‘예전 100만원 짜리 사업이 10만원으로 줄었다’라고 해요. 뚜렷한 소관 부처가 없으니 계속 축소되는 거죠. 제가 국회 떠난 이후에는 이주민 정책이 관심도 받지 못한 것처럼요.” -그동안 국회 이주민 관련 입법 성적표는 형편없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의당의 이주민 정책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사실 뭐 없죠.(웃음) 제가 들어와서 ‘해왔던 것 다 가지고 오세요. 제가 해왔던 것과 합쳐봐요’ 했는데, 그동안 법안을 하나도 못 냈었더라고요. 저도 국회 들어가 봐서 알지만, 법안 발의하려 해도 최소 10명이 동의자가 필요해요. 소수정당에게는 입법이 쉽지 않아요. 심상정 대표가 제가 새누리당 있을 때 ‘우리가 데려가야 하는데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 우리가 소수자와 이주민 문제 다뤄야하는데 힘이 없어서….’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어요. 그렇지만 거대정당이든 작은 정당이든 당장 이주민 손잡고 나아갈 사람이 없어요. 누구라도 끌어안고 나아가야 한다는 게 숙제고, 가장 관심과 진심이 있는 당과 함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입당 전에 이주아동 기본법 관련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힘은 없지만 관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최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이주민 의제를 많이 다루려고는 하지만, 총선용이 아니냐는 우려도 큰데요. “총선 이후 흐지부지될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해요. 게다가 다문화 정책은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아 (국회에서도) 꺼리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무슨 이슈든 한동안 뜨거웠다가 식어가는 건 똑같아요. 중요한 건 잠깐 뜨거웠던 그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죠. 집중되는 시기에 최대한 이슈화하고 그 후 의제를 이끌어나갈 방법은 저와 정의당이 더 고민해야겠죠.” -악플의 사회적 해악이 부각되면서 강경하게 대응하는 정치인도 많아졌어요. 대응할 생각은 안 해봤나요. “예전엔 없었어요. 정계 입문할 때 한 지인이 ‘여성들이 정치판 뛰어들어 갈기갈기 찢겨나오는 거 많이 봤다. 견딜 힘 없으면 하지 마라’고 했어요. 그 이후로 악성 댓글 시달릴 때마다 거울을 보며 ‘예상한 거잖아’라며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했죠. 이렇게라도 제가 지향하는 바가 이슈가 되면 괜찮다 싶었어요.” -최근엔 생각이 바뀌었나요. “내용은 과거와 ‘복사 붙여넣기’ 한 것처럼 똑같더라고요. 그런데 새로 느낀 게 있어요. 제가 활동하는 단체들에서 이주 2세를 대상 지원사업을 하는데, 정의당 입당 소식 기사가 쏟아지자 그 아이들이 ‘자스민 이모, 신문에 나와요’라고 신나서 말하더라고요. 순간 기뻐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댓글을 봤겠지 싶더라고요. 한국에도 이미 20~30년 전 들어온 이주민의 2세대 중 큰 아이들은 벌써 대학 갈 나이가 됐어요. 이주민에 대한 이런 무차별적 공격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혹여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을 때, 그런 기억을 아무렇지 않게 쉽게 넘길 수 있을까? 아니죠. 이주민 공격이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거예요.” -이주민 공격 댓글이 이주 2세 아이들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씀이죠. “예전에 방송 활동 당시 우리 가족을 촬영하던 중에 한 PD님이 우리 아이에게 ‘너는 피부가 까매서 친구들이 뭐라고 안 하니?’라고 물었어요. 전 그 말을 듣자마자 굉장히 화가 났죠. 딸은 그때부터 묻더라고요. ‘엄마 나 까매? 진짜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 어렸을 땐 혼자는 인지하기 어렵죠. 나중에 차별을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악성댓글은 2세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악성 댓글을 제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견을 내는 건 자유지만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쏘는 건 자유가 아니잖아요.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죽음까지 몰려야 바뀔 건가요?”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철도노조 파업 철회…코레일과 본교섭 타결

    철도노조 파업 철회…코레일과 본교섭 타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25일 파업을 철회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지난 2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본교섭을 재개해 이날 오전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타결로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회되고 이날부터 KTX 등 열차 운행이 정상화된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조합원들에게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에도 열차 운행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1~2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철도노조는 철도의 안전 운행을 위해 4조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과 임금 4% 인상(총인건비 정상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SRT 운영사인 SR과의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총파업에 시작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감축 운행됐다. 또 철도노조와 함께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한국철도(코레일) 자회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들어가 열차 내 안내, 주요역 발권 업무 등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번 파업은 인력 충원과 SR과의 통합 등 노사 교섭에서 타결되기 어려운 쟁점이 있어 자칫 파업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25∼27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국제행사가 예정돼 철도노조 지도부가 부담을 가진 데다, 철도노조 요구사항 중 하나인 ‘코레일과 SR 통합’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용역 재개를 위한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마리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겼다고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요?” 농성장 남은 톨게이트 노동자

    “이겼다고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요?” 농성장 남은 톨게이트 노동자

    김영옥씨, 1심 승소로 복직길 열렸지만 농성 계속“동료 못 버려…1500명 원직 복직 때까지 싸울 것”“몇 달간 함께 농성한 동료들과 다 같이 일터로 돌아가자고 약속했는데 저 혼자 살겠다고 떠날 수는 없어요. 1500명 모두 원직 복직할 때까지 싸울 겁니다.”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김영옥(55)씨는 결연했다. 그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를 버릴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승소한 김씨는 지난달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이 합의한 복직 대상 노동자 중 한명이다. 도공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는 직접고용과 농성 해제 등에 합의하면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인원(378명)과 근로자지위확인 1심 소송에 승소해 2심에 계류 중인 수납원(116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김씨는 차가운 농성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복직 대상에서 제외된 동료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복직하는 대신 경북 김천 도공 본사 농성에 동참해왔고 지난 22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앞 천막 농성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 한국노총 소속이었지만 지난달 합의안이 ‘졸속’이었다며 상급노조도 민주노총으로 옮겼다. 김씨는 “처음 농성 시작할 때 ‘1500명이 다 같이 직장으로 돌아가자’고 약속했는데, 나만 1심에서 이겼다고 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1심에 승소해 지난주부터 출근한 다른 동료들을 보면 집이 경기도인데 강원도, 전라도로 발령났다”면서 “말뿐인 합의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36살부터 20년동안 경기 지역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으로 근무했다. 안정적이고, 적성에도 맞는 일이었지만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김씨는 “톨게이트에서 일하다 보면 물을 자주 안 마시게 된다. 화장실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식사 시간도 30~40분에 불과해 항상 종종거리고 매연과 미세먼지도 내내 마시면서 산다”고 전했다. 길이 막히면 “이게 고속도로냐”고 항의하거나 돈을 던지는 등 ‘진상’ 고객을 대하는 것도 일이었다. 각 지사 사무장이 톨게이트 노동자의 임면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일도 많았다. 김씨는 “회사에서 김장을 하는데, 그때 참석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눈총 받는다”면서 “사정이 있어 김장에 못 갔더니 사무장이 나중에 저를 다른 지사로 보내며 ‘봉사 정신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씨는 평생 해 온 톨게이트 업무를 그만둘 수 없다. 그는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면서 애 둘을 4년제 대학에 보내고, 아들은 결혼까지 시켰다”면서 “노동자들이 계속 주장하는 건 직접고용 형태의 원직 복직 딱 한가지다. 원래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에서도 우리 업무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했는데, 공공기관인 도공에서만 계속 버티고 있다”면서 “1500명을 해고하면서 지금 도공에서는 그 부족한 인원을 계약직으로 다시 뽑고 있다. 도공에서 처음부터 직접고용을 했으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외고·자사고 시행령’ 싹 지운다… 교육부 “내년 2월 개정 완료”

    ‘외고·자사고 시행령’ 싹 지운다… 교육부 “내년 2월 개정 완료”

    27일 입법예고… 40일간 의견 수렴 자사고연합회 “폐지 저지 헌법소원” 법적 공방·정치권 갈등 본격화 전망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시행령 개정 작업에 돌입한 교육부가 오는 27일부터 입법예고 절차를 밟는다. 외고와 자사고 등에서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교육당국과 외고·자사고, 정치권 간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제1차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은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설립 근거와 해당 학교의 학생 선발 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들을 2025년 3월 일괄 삭제하기로 했다. 삭제 대상은 고교 유형을 구분해 명시한 제76조의3과 교육감이 외고·국제고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제90조의 제1항 제6호, 자사고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제91조의3, 자율형 공립고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제91조의4다. 또 일부 일반고가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 부칙 제21375호 제4조도 삭제해 전국단위 일반고의 모집 특례도 없어진다. 교육부는 이 같은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하고 40일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내년 2월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관련 학교들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31조 1항과 “교육제도와 운영의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교육법정주의)고 명시한 헌법 31조 6항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고 전환이 학교 자체의 폐지가 아니라 학생 우선 선발권만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학교 측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교육부는 ‘외고’, ‘국제고’ 등의 명칭과 외국어, 국제학 등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되 일반고와 동일하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상임변호사는 “헌법상 교육권은 능력이 있는 국민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교육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라면서 “일반고 3배 이상의 학비를 지불할 수 있어야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정부가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에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외고·자사고가 생겨난 것 자체가 교육법정주의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한편에서는 일반고 전환을 전후해 일부 학교에서 학생 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과 기숙사 등 시설 문제를 둘러싸고도 법적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오늘부턴 출근 때도, 주말엔 수험생 이동 비상… 불편 더 커진다

    오늘부턴 출근 때도, 주말엔 수험생 이동 비상… 불편 더 커진다

    첫날 열차 운행률 75.3%까지 떨어져 퇴근길 열차 10분 이상 지연 ‘혼란’ 현장 구매 노인들 열차 이용 불편 호소 “평소 5분… 오늘 2시간 기다려 기차 타” 비상 인력 가동, 평시 62% 수준 그칠 듯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코레일 자회사 노조가 20일 오전 9시 연대 파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철도 파업은 2016년 ‘9·27 파업’ 이후 3년 만이며 자회사 연대 파업은 처음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파업 첫날 열차 운행률은 평시(3178편) 대비 75.3%(2394편)로 떨어졌다. 노조 파업이 출근 시간 이후 진행돼 혼란을 다소 줄일 수 있었지만 둘째 날(21일)부터 열차 이용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더욱이 열차 승무를 담당하는 코레일관광개발과 고객센터·매표·도심공항터미널 출국 업무 등을 수행하는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도 파업에 들어가 철도 현장마다 혼란이 일었다. 서울역과 수서역 등 주요 역은 대란 수준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열차표를 역보다 스마트폰 앱 등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파업이 예보돼 미리 표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다만 노인들과 현장 구매에 나선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행 열차를 기다리던 최은수(56)씨는 “평소 5분쯤 기다리면 기차를 탔는데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SRT는 전 석이 매진됐다. 저녁 퇴근길부터 혼잡이 가중됐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1호선은 파업 여파로 열차 운행률이 평소보다 떨어지면서 열차 운행 간격도 벌어졌다. 신도림역 등에서는 “열차가 평균 10분 이상 지연될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코레일은 비상수송체제로 전환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노조 파업에 따른 운용 인력은 필수유지인력 9630명과 대체인력 4686명 등 총 1만 4316명으로 평시(2만 3038명) 대비 62.1% 수준이다.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광역 전철과 수송 인력이 많은 KTX에 대체인력을 집중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전철은 평시 대비 82.0% 운행한다.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와 인력을 투입해 출근 시간에는 92.5%, 퇴근 시간에는 84.2%를 유지하기로 했다. KTX 운행률은 평시 대비 68.9%, 일반 열차는 새마을호 58.3%, 무궁화호 62.5% 등 필수유지 수준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필수유지 업무가 아닌 화물열차는 내부 대체기관사를 투입해 평시 대비 31.0% 운행한다. 다만 주말과 휴일 대학별 수시 면접과 논술, 면접고사 등이 예정된 가운데 열차 운행이 감소하면서 수험생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코레일은 수험생이 열차 출발이 지연되거나 운행 도중 지연이 예상되면 KTX를 포함해 선행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 환승 조치한다. 또 수험생이 탄 열차 운행이 늦어지면 하차역에서 시험장까지 긴급 수송할 수 있도록 경찰 등과 협조하는 한편 해당 대학에 수험생 도착 상황도 사전 통보하기로 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 안전하게 열차를 운행하고, 대화를 통한 빠른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노조와 파업 직원들에게는 “한꺼번에 관철하는 파업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시작…수험생 불편·물류 차질 예상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시작…수험생 불편·물류 차질 예상

    전국철도노동조합이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등을 요구하며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사측과 집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고 20일 밝혔다. 무기한 총파업은 2016년 9∼12월 74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철도파업으로 인해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가량 감축 운행한다. 이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교통혼잡과 수출입업체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수험생들이 대입 수시 논술과 면접고사를 치르기 위해 철도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또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한국철도(코레일) 자회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들어가 열차 내 안내, 발권 업무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노조는 ▲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천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 특히 SRT 운영사인 SR과의 연내 통합 등 4가지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철도(코레일)는 4조 2교대 시행을 위해 1800여명 수준의 인력 충원을 검토한다는 입장 외에 나머지 요구 조건은 재량범위를 넘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도 노사는 막판까지 비공식 교섭을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8월 올해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합원 투표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이어서 지난 11∼13일 특별 단체교섭 결렬 관련 조합원 찬반투표로 재차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출퇴근 광역전철과 KTX에 철도공사 직원과 군 인력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광역전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82.0%로 맞추되 출근 시간은 92.5%, 퇴근 시간은 84.2%로 운행한다. KTX는 평시의 68.9% 수준으로 운행하고, 파업하지 않는 SRT를 포함해 고속열차 전체 운행률은 평시 대비 78.5%를 유지한다. 일반 열차는 필수유지 운행률인 평시 대비 60% 수준, 화물열차는 31.0%로 운행한다. 또 평시에 입석을 판매하지 않았던 SRT은 20일부터 열차 좌석을 구매하지 못한 철도 이용자를 위해 입석을 판매한다. 국토부는 버스 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협조를 얻어 대체 교통수단도 최대한 활용하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공공부문 연쇄파업 우려, 정부 사전 조정능력 발휘해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오늘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고속열차 운행률은 60%대, 수도권 전철 운행률은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노조의 요구조건은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와 SRT 통합 등 네 가지다. 이는 코레일이 제시한 1865명 증원, 임금 1.8% 인상과 차이가 크며 코레일이 공기업이라 정부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사항이다. 조상수 철도노조위원장은 지난 18일 “지난 한 달 동안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파업이 시작되면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인력을 광역전철과 KTX에 집중 투입하고 그동안 금지됐던 SRT 입석표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코레일이 부분 운영하는 지하철 1·3·4호선 운행을 늘리고 경기도와 인천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대체인력 투입 거부 의사를 밝혔고, 고양시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명성운수는 파업 중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그 시점이 대입 수능 이후 수시 전형에 응시하러 수도권으로 가는 지방 수험생들의 불편과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이 낭패를 보지 않도록 수험생 이동을 돕는 경찰 지원 등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또 파업에 따른 비상대책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사전 조정능력을 보일 필요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우본)의 집배원 노조도 최근 재택집배원의 임금차별 해소와 노동권리 보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재택집배원도 우본의 관리감독을 받는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강원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병원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파업이 진행 중이다. 공공부문 운영의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조정능력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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