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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의 숨결 공주 공산성

    백제의 숨결 공주 공산성

    우리나라 산에는 거의 산성(山城)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를 1500년 넘게 지켜온 공산성(公山城)처럼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많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도 드물다. 특히 커다란 고목을 어루만지며 오솔길 모퉁이를 걸어 옛 성벽에 올라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지난 주말 현지를 다녀왔다. 성벽 가에는 노랗고 빨간 꽃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파란 하늘로 쭉 뻗은 나무가 싱그러운 신록을 뽐내고 있었다. 파란 이끼낀 돌덩이 뒤로 푸른 비단을 풀어 헤쳐놓은 듯 도도히 흐르는 금강(錦江)이 발 아래에 있었다. 공산성은 5월이 가장 아름답다. 또한 곳곳에 백제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공주 자체가 역사박물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혹적이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찾아가는 길이 한층 더 가까워져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글 사진 공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숲길 사이로 흐르는 금강…인조의 시름 그렇게 씻었나보다 공주 시가지와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공산성(사적12호)은 공주를 들렀다면 꼭 살펴봐야 하는 곳. 여기저기 역사적 사연을 간직한 누각, 절 등이 가득해 백제의 진한 향기를 느끼기에 최고다. 또한 백제의 옛 도읍지였던 공주를 1500년 넘게 지켜온 공산성의 봄 풍경은 넉넉하고 싱그럽다. # 파란 금강의 물줄기와 싱그러운 신록 공주 공산성은 한강 유역을 고구려에 뺏긴 백제가 60여년간 백제의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해발 110m의 능선에 위치한 이 성은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00m 정도의 장방형을 이루고 있다. 성곽의 길이는 2660m.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 무렵에 1925m의 성곽을 돌로 다시 쌓았다. 산성 입구 매표소에서 금서루(錦西樓)를 향해 오른다.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빨간 철쭉의 바다와 파란 하늘을 칼로 가르듯 공산성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펼쳐진다. 산을 따라 감싸돌며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산성의 고운 맵시에 기분이 좋아진다. 금서루는 공산성 4개의 성문 중 서쪽에 만든 문루이다. 금서루를 지나면 길은 세 갈래. 금강과 어우러진 공산성의 ‘자태’를 먼저 보고 싶어 왼쪽으로 성벽을 밟으며 걸었다. 성벽은 잘 정비돼 걷기에 좋았다. 성벽 가의 무성한 풀 속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노랑·빨강·하얀 야생화, 성벽을 따라 아름드리 나무들도 새순을 가득 머금고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저 앞에는 연인들이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감싸고 밀어를 속삭인다. 아마 ‘인생의 5월’을 한껏 즐기고 있으리라. 조금 올라서자 나무 사이로 파란 금강의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깐 벤치에 앉았다.‘이괄의 난’을 피해 공산성에 머물던 조선 인조도 금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내려다보았을 게다. 이젠 내리막. 아래에는 조선시대 지은 만하루(挽河樓).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강 건너의 공주 시가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만하루에 걸터앉아 금강의 물줄기처럼 끝없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만하루와 금강 사이에는 백제시대 연못터인 연지(蓮池)가 있다. 그런데 한쪽이 무너져 내려서인지 보수가 한창이다. 혹자들은 연지가 연못이 아니라 배를 대던 부두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멋진 풍광에 넋을 잃고 있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니 정말 소박하다 못해 단출한 사찰이 보인다. 영은사. 조선 세조 때 지은 사찰로 임진왜란 때는 승병들의 합숙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강바람이 처마를 스치니 해맑은 풍경소리가 마음 속에 울린다. 작지만 운치 있는 사찰이다. 다시 나무가 우거진 성벽을 걸었다. 싱그러운 봄바람에 초록의 신록이 묻어난다. 이렇게 30분을 걷자 8·15광복을 기린 광복루(光復樓), 백제 동성왕 때 연회장으로 사용했던 임류각(臨流閣), 공산성의 남문인 진남루(鎭南樓), 인조가 공산성에 머문 것을 기념하는 정자인 쌍수정(雙樹亭) 등을 차례로 만난다. 이렇게 쉬엄쉬엄 걷다 보니 2시간이 걸렸다. # 다양한 재미가 있는 공산성 공산성에는 주말마다 색다른 재미가 기다린다. 주말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1시간에 한차례씩 공산성 수문병 교대식이 펼쳐진다. 백제 장수와 병사들의 힘찬 외침과 왕족의 행렬 등 볼거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백제의 옷을 입어보는 의상체험, 전통 활쏘기와 투호놀이, 백제 문양 탁본 체험, 전통 탈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산성 곳곳에서 펼쳐져 아이들에게 인기다. 또 다른 볼거리는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화려한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는 공산성.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히 환상적이다. ■ 공주 관광 베스트5 # 공주 국립박물관 박물관이라고 다 눈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공주국립박물관 1층은 무령왕릉실로 꾸며졌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108종 2906점의 유물 중 묘지석과 금제관식(국보 154호), 다리작명 은제팔찌(국보 158호), 금제귀고리(국보 156호), 용과 봉황이 장식된 환두대도 등 1000여 점의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왕릉출토 유물에 대한 입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3D 영상시스템도 재미나다. 또 2층 웅진문화실에는 웅진시대의 백제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이 지역의 주거, 분묘, 성곽 및 대외 교류 관련 자료가 전시됐다. 1층 복도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장이 있다. 선사시대 돌도끼, 청동기 시대의 칼, 도끼 등을 직접 만질 수 있으며 각종 토기들을 재미난 퍼즐식으로 맞추어 볼 수 있다. 또한 찰흙이나 한지로 백제의 문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인기다.(041)850-6361. # “백제 구경도 식후경” 공주 맛집 공주에는 소문난 맛집이 있다. 공산성 앞쪽에는 근사한 식당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연문 오채비빔밥(041-856-0757)은 제철 나물들을 아홉번 구운 소금으로 만든 된장에 비벼 먹는데 맛이 담백해 남녀노소가 좋아한다. 또한 정갈한 반찬이 함께 나온다.6000원. 또 새이학가든(041-854-2030)의 ‘따로국밥’도 유명하다. 사골뼈와 잡뼈 등을 넣고 이틀 동안 고아 국물에 양지 사태 등을 삶아놓고 파, 마늘,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을 풀면 그 맛이 얼큰하고 담백하다.5000원. 금강변에 옛날배씨네집(041-852-7371)의 장어구이와 참게탕도 이름이 자자하다.30년이 넘게 한 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집으로 알이 꽉 찬 참게 맛이 일품이다. # 계룡산 도예촌서 분청사기축제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자락에 멋진 예술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다름 아닌 계룡산 도예촌이다. 도예인 18명이 둥지를 틀고 철화분청사기를 만들고 있는 곳으로 마을 자체가 예술이다. 공방 지붕 꼭대기를 장식한 자전거와 돌담 위의 뻥튀기 기계, 서구풍 펜션을 닮은 공방 앞의 도자기 인형들, 비둘기 자기들로 벽면을 가득 메운 운치 있는 도예공방 등 도예가들의 개성과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설치미술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11일부터 14일까지 계룡산분청사기축제가 열린다. 도자기 체험은 기본이고 20여명의 시인들과 도예촌 도예인들이 글짓기와 시낭송회, 창작도예전을 펼치며 작가 공방에서 테마별 작품전시, 전통 장작가마 도자기 굽기 시연, 작가가 만든 도자기에 음식 담아 나눠먹기 등 다양하고 재미난 행사도 열린다.(041)857-8811. # 공주대 ‘밝달´ 1박2일 여행상품 보통 공주는 모든 유적지가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어 개별적으로 여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 보지 못하고 유적들을 보기 때문이다. 좀 재미나게 공주를 여행하고 싶다면 올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우수 관광 상품인 무령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참가해보자. 공주대학교 관광학부 동아리인 밝달(배달이란 말의 어원) 학생들과 함께하는 1박 2일의 여행상품이다. 직접 무령왕릉과 박물관에서 재미있는 설명을 듣고 임종 체험, 탁본 체험 등도 해보는 체험학습 여행 프로그램이다.(02)733-3900,www.hyecho.com # 무령왕릉 모형전시관 무령왕릉을 보지 않고 백제를 안다함은 어불성설이다. 무덤에서 발굴된 지석(誌石)에는 ‘사마왕(무령왕)이 서기 523년 5월에 사망,525년 8월에 왕릉에 안치되었고, 왕비는 526년 12월에 사망,529년 2월에 안치되었다.’고 쓰여 있다. 이 지석 하나가 백제문화를 신화에서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었다. 수습된 유물만 108종에 2906점.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점이다. 유물들은 빛나는 백제문화의 수준을 알려주는 증거이다. 하지만 무령왕릉은 벽이 기울고 금이 가는 등 훼손이 심각해 공개 25년만인 1997년 말 영구 폐쇄됐다. 그래서 지금은 무령왕릉 모형전시관에서 그 실물을 느낄 수 있다. 무령왕릉, 인근 5·6호 무덤을 실물과 똑같이 복원해 놓았으며 절개 모형을 통해 무령왕릉 내부도 생생히 보여준다. 무령왕릉 전시관을 보고 나면 출구 쪽에서 바로 연결되는 송산리 고분군을 둘러보자. 맨 위쪽 솔밭에서 실제 무령왕릉을 포함, 왕과 왕족의 무덤 7기의 고분군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일품이다.(041)856-0331.
  •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내전과 대량 난민 발생, 절대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 희망은 있는가.5년 전에야 총성이 멈춰진 시에라리온과 난민 유입, 아동 인신매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나를 둘러 보았다. 지난달 24일부터 6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해외 인권 연수에 참가, 내전 극복에 한몫을 하는 난민 귀환 프로젝트와 아동 매매 근절 노력 등을 살펴 보았다.2회로 나눠 시에라리온과 가나의 얘기를 정리한다. 인터넷 서울신문(seoul.co.kr)을 통해 못 다한 얘기도 풀어 놓는다.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국민의 3분의 1이 내전에 스러진 나라, 시에라리온의 참극은 계속되고 있다. 천혜의 항구로 서부 아프리카 제1의 중계무역항으로 손꼽혔던 수도 프리타운은 11년 내전의 상처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150만명이 사는 도시 곳곳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하수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길바닥에 그대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한낮에도 하릴없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었고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의 시선에선 일순간 적의(敵意)가 번득이기도 했다. 조그만 교통사고에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운전자를 위협하는데 그 적대감이 대단했다. 밤에는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데다 적도 근처 기니만 연안의 후텁지근한 기후 탓에 집안에 머무를 수 없어 사람들은 캄캄한 밤거리를 배회했다. 현지 경찰은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극한의 생활 조건이었고 누군가 불씨만 던져 주면 폭동과 소요가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 그것이 18세기 말 북미 대륙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정착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프리타운의 2006년 5월 표정이었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별무 효과 안타깝게도 수년째 이어진 국제사회의 원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에라리온의 오늘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800달러에 불과한 1인당 국민소득 등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최악의 경제 사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경제개발 전략에 따라 자영업을 권장한 결과, 많은 이들이 농어촌에서 올라와 프리타운에서 좌판을 깔고 앉아 있지만 흥정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개발부의 데스몬드 코로마 개발계획 담당관도 그 점을 인정했다. 빈곤감소전략보고서(PRSP)에 따라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소비를 촉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솔직히 경제성장률을 5%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대서양 연안의 석유 채굴에 한가닥 희망을 걸면서 해외로 빠져나간 고급 인력들이 돌아와 조국 재건에 함께 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평화적으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지난 1997년 쿠데타로 축출당한 경험이 있는 아마드 테잔 카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 정치적 안정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점이다. 1999년 7월 1차 평화협정에 이어 2002년 완전한 내전 종식이 선언됐다. 유엔 평화유지군도 지난해 말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내년에 다시 선거가 예정돼 있어 불안 요인은 상존한다. ●도화선 될지 모르는 테일러 재판 내전 극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도화선은 또 하나 있다. 프리타운 시내 한 복판, 이중 담으로 둘러쳐진 유엔전범 특별재판소에 수감된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첫 심리가 진행돼 테일러는 11가지나 되는 전범 혐의를 부인하고 “나는 결코 시에라리온 국민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심리가 재개된 지난 3일 전범재판소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재판소 안마당에는 무장 장갑차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담벼락에는 ‘여기 서있지 말라.’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그러나 이 재판소에서 계속 재판이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네덜란드의 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이 재판을 헤이그 법정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범재판소의 모든 행정적 절차를 책임지는 레지스트라(행정관)인 러브모어 먼로는 “언제 ICTY의 결정이 내려질지 모른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재판이 진행돼 테일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소요없이 이 나라 국민들이 판결을 납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기자협회(SLAJ) 회장인 이브라힘 벤 카르보 역시 “재판 진행 장소가 여기여야 하는지, 헤이그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현지 여론은 반반”이라고 전한 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내려져도 과거와 같은 소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평화유지군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유엔통합사무소(UNOISL)도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닷새동안 프리타운에 머물며 돌아본 결과 이 나라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보장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찾기 어렵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데 시에라리온의 딜레마가 있었다. 이 나라를 돕고 싶은 독자들은 국제이주기구(IOM) 서울사무소(02-6245-7647)로 연락하면 된다. bsnim@seoul.co.kr ■ 내전극복의 동력 ‘귀환 프로젝트’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혹독한 내전을 경험한 시에라리온 같은 나라에선 경제를 재건하는 데 이주가 각별한 중요성을 갖게 된다. 내전으로 조국을 등지거나 고향을 떠나 유랑한 이만 250만명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과 기술, 노동력을 빠른 시간에 메우는 방법으로 자발적 귀환이 절실해졌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이들의 조기 귀환과 정착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특히 영국과 스위스로 빠져나간 고급 기술인력의 귀국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MIDA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해외에 이미 생활 기반을 마련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이 6개월간 고국에 돌아와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나눠주는 동안 조국에서의 새 출발을 결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영국과 스위스에서 개인별로 3000파운드의 정착금을 지원해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고 판단,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국민이 돌아올 경우에도 간정부(間政府) 조직인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소에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다.1994년 영국으로 탈출한 압둘 카림 코로마(45)는 지난 3월 프리타운에 돌아와 조그만 바를 차렸다. 물론 IOM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워낙 나쁜 경제 탓에 손님이 없다고 울상이다.“영국을 직접 찾아와 ‘돌아와도 좋다.’고 한 카바 대통령의 말을 믿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빈곤한 이들의 무료 변론을 돕는 30대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려운 동포들을 돕겠다는 마음에서 귀국했지만 다시 내전이 터진다면 “일단 탈출했다가 안정되면 돌아와 일하겠다.“고 서슴없이 밝혔다. 정부와 IOM 등 국제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은 아직 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전 종식 5년 만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인지 모른다. IOM 프리타운 사무소의 앤드루 초가(53) 대표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적절한 준비와 직업 훈련이 동반된 이주를 통해 내전을 극복하려는 이 나라 국민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bsnim@seoul.co.kr ■ 시에라리온은 순결과 약속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의 세계 최대 산지로 알려진 시에라리온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 때문에 참혹한 내전을 경험해야 했다. 이웃 나라 라이베리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는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 통일혁명전선(RUF)에 무기를 공급했다. 권력에 눈이 먼 RUF는 소년병은 물론, 소녀병까지 모집해 마약으로 잔학 행위를 부추겼고 아이들은 최소한 배고픔은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총을 들었다. 반군은 1995년 수도 프리타운 주변 30㎞까지 포위했고 단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이들의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때 손발이 잘린 사람만 8000명으로 추산된다. 내전이 11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던 것도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었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시에라리온에서는 1000명이 태어날 경우 남아는 162명이, 여아는 127명이 죽는다. 태어나는 순간 남성의 기대 수명은 40.2세, 여성의 기대 수명은 45.2세에 불과하다. 또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된 내전의 영향 탓인지 14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44.8%나 된다.65세 이상은 3.2%에 그쳐 아프리카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인구 구성을 갖고 있다.
  • [열린세상] 市長한테 가지 말고 市場으로 가라/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가월령가에도 나와 있지만 요즘은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이다. 볍씨가 싹이 트고 자라면 모내기를 할 것이다. 기술발달로 농작물을 뿌리고 거두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지만 논농사만은 때를 맞춰야 한다. 가을의 수확을 꿈꾸며 희망을 심는 계절인데 일손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농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값싼 수입농산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을 제시해줘야 비전을 세울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보전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보조만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다. 품질과 안전성이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 정부 보조도 힘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산 농산물을 수입 농산물에 비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이 가지는 유리한 측면이다. 우리 국민의 농산물 소비는 몇 가지 뚜렷한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우선 쌀을 비롯한 곡물 소비는 감소하는 대신 축산물, 과일 및 채소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공식품과 외식 및 배달식품의 소비가 증가하여 수입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유기농산물 등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높은 지불의사를 가지고 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세심히 읽어야 한다. 과거에 많은 소비자가 보리밥과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보리밥과 수제비가 건강식으로 등장하였다. 생산해 놓으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팔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새로운 이치다. 통상협상마다 관세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 개방이 심화되다 보니 농업계에는 시장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또한 시장경쟁에 취약한 영농 주체가 많은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복한 식생활을 책임지겠다.’는 영농주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농업 희망의 원천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직후 중국 정부는 농민들에게 ‘시장(市長)한테 가지 말고 시장(市場)으로 가라.’는 말로 농민 교육의 화두를 삼았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호주의 비육우 목장 경영주나 미국의 오렌지 과수원 주인은 일본과 한국의 소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농업으로 성공한 우리나라의 농기업인들이 가진 공통점도 시장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마케팅 방법을 개발한 데에 있다. 우리 농업의 현장은 소비자를 향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벤처농업인들은 콩, 연근, 쌀눈, 순무, 도라지를 이용해서 기능성 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전통적인 농산물 원료가 그들의 손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소규모 가족농 경영 때문에 시장원리와는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데에는 국제규범의 제약이 심하다. 따라서 농업의 근본적인 희망은 시장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을 움직여야 농업이 산다.’는 말은 이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말로 바꿔야 할 때이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수도권 선거전략…與 “팀플레이” 野 “개인기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수도권 ‘빅3’ 후보들이 대조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서울·경기·인천 ‘트리오’는 수도권 합동공약을 발표하는 등 팀플레이에 치중하고 있다. 개인 지지도에서 한나라당에 뒤처지자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패키지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앞선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개인플레이가 기본이다. 팀플레이도 동원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전략에 ‘맞불’을 놓는 수준이다.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와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는 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수도권 정책협약식을 가졌다. 수도권의 한강·교통·환경 부문 등에 대한 합동공약 발표였다.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출범한 ‘트로이카 체제’를 ‘수도권 드림팀, 최·강·진 후보’라고 이름 붙였다. 당초 진 후보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강 후보와 연대를 추진했던 ‘강·진’ 공조 구상이 최 후보의 합류로 확대된 셈이다. 세 후보가 발표한 정책공약은 수도권 교통통합환승요금체계를 통한 요금부담 완화, 수돗물의 질 향상,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전문치료센터 공동설립, 대기환경 개선, 한강 공동개발 등이다. 지도부는 ‘수도권 트로이카’ 체제가 한껏 시너지효과를 내길 기대했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 비교적 크게 뒤져 있어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입당 직후 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을 때야 다른 후보와의 연대가 시너지효과를 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수도권 단체장 후보들은 ‘나홀로 전략’을 애용한다. 대표 공약이나 정책을 각자 알아서 개발한 뒤 지역에서 ‘각개전투’식으로 공략하는 방식이 주류다. 물론 후보간 공조도 병행하고 있다. 동일 생활권의 오세훈(서울)·김문수(경기)후보는 수도권 광역교통시스템 정비, 수도권규제 철폐 추진 등 ‘공약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양측 정책 책임자들로 구성된 협의기구를 발족할 예정이며, 공동 기자회견 등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당 관계자는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이 보여주는 식으로 ‘수도권 벨트’ 공조를 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우리는 교통 시스템처럼 연대가 꼭 필요한 공약만 공조해 수도권 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후보 개인으로나, 당 전체로나 열린우리당보다 10∼20%포인트 가량 높은 지지율이 있다. 후보들이 독자 노선을 걸어도 경쟁력이 있고, 무엇보다 여당처럼 처음부터 ‘패키지 공천’ 형식으로 선거에 참여한 것도 아니어서 차별화가 필수라는 판단도 바탕에 깔려 있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기고] 사람이 희망이다/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기고] 사람이 희망이다/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 5월의 따스한 봄볕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동상이 있다. 바로 청년 전태일이다.1970년 당시 우리의 주요 먹을거리였던 섬유산업 현장에서 최소한의 노동보호를 요구한 ‘아름다운 청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일,‘근로자의 날’을 맞아 우리 산업 역군 모두에게 축하인사를 드린다. 근대 산업 노동자는 기계의 대체물에 다름 아니었다.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바짝 붙어 끊임없이 나사를 조이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격을 상실한 기계를 목격하며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모두 알다시피 이른바 ‘메이 데이’는 이런 현실에 처해 있던 산업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익 실현을 위해 지금으로부터 꼭 116년 전 궐기한 날이다. ‘고도성장’,‘압축성장’은 우리 산업화의 눈부신 업적임과 동시에 어두운 그늘이다. 부존자원이 희박하고, 산업구조도 낙후된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것이라곤 사람밖에 없었다. 남다른 교육열과 근면한 국민성, 거기다 강력한 국가규율로 일궈낸 것이 오늘의 산업화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을 인내하며 젊음을 헌사한 근로자들의 노고와 애환이 스며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성장전략에 매진하면서,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소홀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80년대 후반 비약적으로 성장한 노동조합은 이제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고, 양대 노총은 중요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노동계가 한걸음 더 나아갈 때가 아닌가 한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근로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노사는 이윤 몫을 두고 다투는 ‘제로섬’적 관계에 머물지 말고, 세계 일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윈윈’관계를 이뤄야 한다. 노동계는 임금 인상, 고용 안정 의제로만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기업의 명운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명실상부한 파트너로서 대승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영세 사업장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주면 좋겠다. 이런 주문은 고스란히 경영계에도 해당된다. 근로자를 비용으로 여기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 세계 일류 경쟁력은 세계 일류 인적 자원에서 나오며, 이는 근로자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 없이 저절로 성취될 리 만무하다. 최근 노사정간 대화의 가능성이 엿보여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지난 3월에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11개월만에 재개됐고, 최근에는 한국노총과 KOTRA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올해는 기업환경이 매우 어렵다. 중소기업의 경우 유가·환율·원자재 가격의 3중고에 허덕이며, 채산성 악화로 인해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노사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 협력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서로 한발짝만 물러나 우리 국민 경제의 앞날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십을 가져주길 당부드린다. 오랫동안 노동계는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추구해 왔다. 이제 우리 경제가 정체된 상태를 벗어나 도약하려면 근로자들이 대접받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과 국민경제의 미래가 그들의 창의력과 혁신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시구를 따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사람만이 희망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우리 미래의 먹을거리는 바로 사람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 생존경쟁 은행들 복장파괴 몸부림

    생존경쟁 은행들 복장파괴 몸부림

    ‘넥타이를 풀어라.´ 남성들은 검은색 계통의 정장을, 여성들은 말끔한 유니폼을 갖춰 입었던 은행원들의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은행은 단체로 티셔츠를 입고 고객을 맞이하기도 한다. 최근 은행들이 시도하고 있는 ‘복장 파괴´에는 ‘투쟁전략´,‘마케팅전략´ 등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조만간 국민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독자생존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외환은행 직원들은 26일 모두 푸른색 티셔츠와 조끼를 입고 출근했다. 론스타의 헐값매입 진상규명과 재매각을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제공한 ‘투쟁복´이었다. 쟁의행위가 금지된 일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조의 지침을 따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투쟁자금으로 30억원을 모을 정도로 직원들은 독자생존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면서 “고객들에게 혐오스럽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조도 투쟁복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단체복 착용은 수요일마다 무기한 계속된다. 하나은행 전직원은 금요일에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고객을 맞이한다. 은행권 유일의 축구국가대표팀 후원사로 월드컵 마케팅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외국계 은행이 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하고 복장 자율화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을 직접 대하지 않는 본점 직원들은 운동화를 신고 나오기도 한다.‘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외국인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역시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 직원들도 금요일에는 자율 복장으로 출근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생활비가 떨어졌으니, 온 몸으로 돈을 벌어와”

    “생활비가 떨어졌으니,온 몸으로 돈을 벌어와.” 중국 대륙에 집안 생활비가 떨어지자 아내를 밖으로 내보내 몸을 팔게 하고 자신은 망을 본 ‘간이 배 밖에 나온 남편’이 쇠고랑을 찼다.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후이빈(淮濱)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은 자신의 아내에게 매춘을 시키다가 공안(경찰)에 적발돼 ‘구메밥’을 먹을 처지에 놓여 있다고 연조도시보(燕趙都市報)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간 큰 남편’은 올해 30살의 양(楊)모씨.최근 들어 돈벌이가 변변치 않아 생활 형편이 급속히 나빠지자,아내 멍(孟·29)모씨에게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오라고 욱대겼다. 3남매의 어머니인 멍씨는 장사를 할 돈도 없고 특별한 기술마저 없는 탓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터수였다.하는 수 없이 한적한 곳에 방을 빌린 뒤 ‘매춘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그대신 남편은 망을 봐주기로 하고…. 그런데 이 ‘사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짭짤했다.남편이 망을 봐주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데다,포주가 없어 벌면 벌수록 돈은 모여들었다. 이런 짭짤한 사업은 될 수 있는대로 음침하고 어둠 속에서 해야 하는 법.그런데 영업장 근처의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게 화근이었다. 너무 장사가 잘 돼 수입이 오르는데 도취한 나머지 거리낌 없이 드러내놓고 영업을 했다.이들 부부의 불법 영업을 지켜보던 이웃 사람들이 공안기관에 제보를 한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3시쯤,멍씨가 인근 공원에 ‘사냥감’을 물색하러 나갔다.표적은 장(張·61)모씨.노하우가 쌓인 그녀는 불과 5분도 안돼 네고(협상)를 마치고 장씨와 함께 곧바로 2층 양옥집으로 된 자신의 ‘아지트(영업장소)’로 옮겼다. 아지트에 도착한 멍씨는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공안은 멍씨가 매춘을 위해 장씨를 유혹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영업장을 쫓아간 공안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기다리며 생각했다.현장을 덮쳐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다.멍씨가 들어간지 5분쯤 기다리다 현장을 덮치기 위해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바로 그때 차붓소처럼 생긴 30대 남성이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공안들을 가로막고 제지했다.곤봉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30대 남성을 넘어뜨린 공안은 쏜살같이 ‘영업방’으로 향해 뛰어들었다. 이때 속옷만 걸쳐 입고 있던 이들 매매춘 남녀는 깜짝 놀라 구석으로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공안은 이들에게 옷을 입힌 다음,이들 두 사람과 망을 보던 남편 양씨 등 3명을 인근 파출소로 연행했다. 온라인뉴스부
  • ‘康·陳 쌍끌이카드 찾기’ 부심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부수로 던진 ‘강금실-진대제 카드’가 비틀거리고 있다. 선거 초반 거셌던 강풍(康風)은 오풍(吳風·오세훈 바람)에 막혔고 경기도에서 기대했던 ‘진대제 바람’도 여전히 잠잠하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는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를 위한 ‘쌍끌이 띄우기’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20∼30대 공략은 강금실·진대제 두 후보 모두에게 핵심 전략이다.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최근 “투표율이 53.1%만 넘으면 강 전장관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월드컵 축제분위기를 지방선거에 연결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오 필승코리아’를 로고송으로 확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인터넷 홍보 전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당은 32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20∼39세가 4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 예비후보는 2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치러질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전을 전환점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신 중산층을 겨냥한 교육·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진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는 ‘인지도 제고’에 올인하는 분위기다.21일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확정되는 대로 ‘양자 대결구도’로 전환, 언론 인터뷰와 TV 토론회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진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신화’를 창조한 진 후보의 경우 인지도 제고가 곧 지지율 제고로 이어지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가 최종 확정될 경우 서울-경기도의 정책공조도 선보일 계획이다.
  • [열린세상] 전환기 한국 외교,무엇이 필요한가/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기상도는 ‘흐림’이다. 북핵문제는 2005년 9월,6자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위폐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논란 때문에 일정기간 휴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북핵 해법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까지도 포함시켰던 공동성명의 도출로 한때 상당한 탄력을 받았던 한국 외교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다시 독도문제로 한·일관계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한국에 단호한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관계도 위폐 문제와 6자회담 소강상황의 관련성, 미군기지 확장 이전과 관련한 국내 시위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으로 부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중국 국방부장 차오강촨(曹剛川)이 한·중 군사협력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중(對中) 경사(傾斜) 태도를 비판하는 논조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그것을 배경삼아 보통국가론의 정책적 실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북·미관계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점차 협착(狹窄)해 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착의 상황이 어디 어제오늘만의 일이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자율 공간의 협소화는 한국 외교에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작동해 왔다. 때로는 협착 상황으로 인한 국제정치적 강압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고, 다른 국가와 강력한 동맹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생존의 해법을 찾기도 했다.21세기 초,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한국 외교에 협착의 압박은 다시 현실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환기의 한국 외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환기의 한국 외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대립과 갈등구조가 나타나면 그 일차적 피해자는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이 한국 외교의 중장기적 목표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타개할 것은 타개하고, 조성해야 할 것은 조성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유산은 과감히 타개해 나가면서, 지역적 평화와 안정적 환경의 조성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자임하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다양한 전략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전략들이 병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교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착 구도 속에서도 틈을 찾아야 한다. 한국 외교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편적 명제를 선창(先唱)해야 한다. 보편가치의 선점전략이다. 협력적 지역 질서를 창출하고 강화하기 위한 협력촉진전략도 한국으로서는 염두에 둬야 할 외교적 과제다. 반면, 지역 갈등이 생기는 경우 평화적 중재의 외교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균형외교의 혜지가 요청된다. 한편, 현실적으로 한국이 원하지 않는 대립적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강구해 두어야 한다. 전환기 한국 외교의 현장에 한·미동맹의 유지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안전판과도 같은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적 경직성이나 한·미동맹의 조속한 변경만이 절체절명의 시대적 대안이라는 대항적 경직성에서는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 스펙트럼 양극의 두 대안 모두 동북아 대립질서 형성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연한 병행전략의 지혜가 필요하다. 유연함은 담대하고도 여유 있는 자세에서 나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긴장속 독도] “日, 역사 미래에 대한 도발” 판단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우리측 동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수로를 측량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상황 인식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여야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일본의 EEZ 도발행위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이미 3차례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공개 회의는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조용한 외교’라는 지금까지의 대일 외교 기조를 변경, 일본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책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강하게 내비쳤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직면한 상황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시각은 크게 두갈래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의 잇단 국수주의적 행태, 또다른 하나는 ‘독도 문제’라는 현안과 연관지었다.‘EEZ 경계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 분쟁’이 사태의 본질이자 전부라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이 EEZ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에 대한 도발행위 등을 종합하면 일본의 국수주의 성향을 가진 정권이 과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행위이자 미래 동북아 질서에 대한 도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과거 앙금을 털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 동북아 질서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본에 대해 ‘책임있고 성의있는 실천’을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막무가내식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은 EEZ 문제를 접하면서 “역사의 문제이자 미래 안보전략의 문제”라면서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당장 ‘전면적인 대일외교 기조 수정’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지금의 문제는 일본이 먼저 작용하는 것이고 우리는 반작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일본의 조용하지 못한 조치에 우리도 조용히 대처할 수 없다.”고도 했다.‘기조 변화’가 이번 EEZ 문제에 한정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또 EEZ 수로 탐사의 철회라는 일본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 점이다. 분명한 점은 송 안보정책실장이 밝혔듯 일본의 행동 여부에 따라 우리의 정책 기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붕붕붕’ LPG車 다시 뜬다

    ‘붕붕붕’ LPG車 다시 뜬다

    기아자동차가 ‘뉴카렌스’를 출시하면서 LPG 차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각광받았던 LPG차는 LPG가격 인상과 겨울철 시동 불량, 낮은 출력, 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해 현대차 싼타페·트라제가 LPG 모델을 단종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반인이 살 수 있는 LPG차는 기아차 카렌스와 GM대우 레조뿐이다. 뉴카렌스는 기존 LPG 차량의 단점을 대폭 개선했고 연비를 향상시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휘발유·디젤 가격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뉴카렌스의 LPI 엔진은 인젝터를 통해 고압 처리된 액체 상태의 연료를 실린더로 직접 분사하는 LPG 전용엔진으로 출력 문제와 겨울철 시동 불량 등을 개선했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액체 연료를 가솔린 엔진처럼 기체로 만들어 분사함으로써 출력이 낮고 겨울철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뉴카렌스의 연비는 ℓ당 8.1㎞로 ℓ당 7㎞에 불과한 기존 카렌스보다 15.7% 높다. 1년에 2만㎞ 주행시 연료비는 185만 1000원으로 현대차 NF쏘나타의 275만 5000원보다 90만원이나 싸다. 디젤을 사용하는 기아차 스포티지(186만 5000원)와 1만 4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현재 100대 80대 50으로 책정돼 있는 휘발유·디젤·LPG 가격이 내년이면 100대 85대 50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디젤차와의 유지비 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LPG는 최근 7월 가격이 6% 정도 인하될 전망이어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자동차세도 내년까지는 휘발유·디젤차보다 싸다. 한때 배기량에 관계없이 6만 5000원밖에 안 되던 LPG 차량의 자동차세는 내년 일반 승용차의 50%까지 인상된 뒤 2008년부터 똑같아진다. 출력도 대폭 향상됐다. 뉴카렌스 LPI 엔진의 최고 출력은 136마력으로 기존 카렌스(123마력)보다 10.5% 향상됐다. 이는 투싼·쓰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출력 143마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대 토크는 18.9㎏·m/4250rpm으로 기존 카렌스보다 8% 향상돼 중형 세단(GM대우 토스카 19.2, 쏘나타·로체 19.19)과 같아졌다. 물론 디젤차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레저용차량(RV) 시장이 15% 이상 감소했지만 LPG를 사용하는 카렌스Ⅱ와 GM대우의 레조 판매는 각각 25.9%,28.6%가 증가하는 등 고유가 추세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차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면서 “LPG 운전자들의 불만 중 하나였던 충전소도 99년 550개에서 현재 1330여개로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렌스Ⅱ의 내수 판매는 2004년 9201대에서 지난해 1만 1586대로 늘어났고 레조도 2004년 4938대에서 지난해 6439대로 늘었다. GM대우도 레조의 경쟁 모델인 뉴카렌스가 성능을 업그레이드함에 따라 토스카 LPG 엔진을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레조는 최대 출력 93마력, 토크 15.8㎏·m/2400rpm, 연비 7.5㎞/ℓ로 뉴카렌스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토스카 택시에 탑재된 6기통 직분사 LPG 엔진을 장착할 경우 최고 출력 137마력, 최대 토크 19.5㎏·m, 연비 8.6㎞/ℓ로 대폭 향상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샌프란시스코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자연 재앙의 테마 파크’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가 오는 18일이면 1906년 대지진을 겪은 지 100년이 된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는 17일자 최신호에서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진도 7.8의 지진으로 3000∼5000명이 사망한 지 10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예방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1906년 4월18일 오전 5시12분 샌프란시스코를 덮친 지진으로 40만명의 주민 가운데 22만 5000명이 집을 잃었다. 유진 슈미츠 시장은 경찰과 군대에 “약탈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렸다. 실제 약탈 사례는 일어나지 않았다. 흑인과 중국 남자들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여성의 손가락을 자른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횡행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의 뉴올리언스와 다를 바 없는 지옥이었다. 지진 직후 도시의 절반을 태운 3일간의 화재는 서풍으로 잠잠해졌고, 비가 오면서 마침내 사그라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1915년 ‘파나마-태평양 국제 엑스포’를 치르면서 재건에 성공했음을 과시한다. 과학자와 지질학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난을 연구하고, 내진 설계 상수도를 위한 채권도 발행한다. 화재진압용 수조도 주요 거리 모퉁이마다 설치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얻은 교훈은 부족했다.1989년 진도 6.9의 지진으로 67명이 사망했다. 오클랜드 고속도로의 고가가 무너지고,2층 해변다리도 붕괴됐다. 부러진 송수관은 샌프란시스코의 자랑스러운 상수도를 마비시켰다.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2032년까지 진도 6.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62%나 된다. 금문교, 케이블카와 함께 도시의 상징인 해안가의 지반 취약 지대에 세워진 아이스크림 색깔의 주택은 지진이 일어나면 모두 붕괴되고 말 것이다. 해안가 주택지대를 받치고 있는 모래 또는 탄탄하지 않은 지반층은 지진이 발생하면 흐르는 젤리처럼 변하고, 도로와 집들이 빨려들어 사라진다는 것이 지진학자들의 예측이다.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캘리포니아주 주민 22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델타 제방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989년 지진으로 무너진 해변 다리는 아직 재건되지 않았다. 지진학자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금이 간다고 경고한 지하철 터널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재난에 대비한 긴급 시민 구조대 9000명을 조직하는 등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준비하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비의 혼’ 또 한번의 ‘광복’

    김정희·정선·이경윤·성삼문 등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개되지 않은 시와 글, 그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남대학교(총장 박재규)와 예술의전당(사장 김용배)이 오는 25일부터 6월1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하는 명가명품 컬렉션 전시회 ‘경남대박물관 소장 ‘데라우치문고’ 보물-시·서·화에 깃든 조선의 마음’.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일제하 초대 조선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수집한 한국유물 중 1996년 일본 야마구치현립대학이 경남대에 기증한 98건 153책에 포함된 작품 131점으로, 반환 이후 10년간 문예·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거쳐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가 이뤄지게 됐다.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고미술사학자인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은 “데라우치문고 중 일부이나 매우 중요한 작품들만 엄선했다.”면서 “특히 새로운 자료가 대거 발굴돼 조선시대 시와 그림, 글씨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눈에 띄는 회화작품으로는 왕족출신 이경윤(1545∼1611)의 화첩 ‘낙파필희’를 들 수 있다. 그동안 그의 진작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작품에 동시대인인 이호민·유몽인의 찬문이 적혀 있어 최립의 찬문이 적힌 호림박물관 소장 ‘산수인물첩’과 함께 진품으로 밝혀졌다. 또 안동 계회 풍경을 담은 ‘계묘사마동방계회도첩’은 남종문인화가 도입된 시기를 조선 초기로 앞당길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이정·정선·송민고 등 조선 중·후기 명가들이 그린 28점이 수록된 ‘홍운당첩’도 눈길을 끈다. 특히 정선의 ‘한강독조도’는 정선의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서예작품으로는 조선 초·중기 유학자와 시문 대가, 명장들의 작품들이 대거 공개돼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예사 연구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성삼문·서경덕·정철·고경명·곽재우·양사언·임제 등의 육필 시고가 5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조선 서예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 있는 석봉 한호의 자필 자료인 ‘석봉필론’도 처음으로 공개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론스타 외환銀매입 뇌물·불법로비 확인땐 10% 초과지분 처분명령 가능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론스타의 ‘먹튀’에 제동이 걸릴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4조 5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겨 떠나는 ‘먹튀’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몇가지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이 ‘무효’로 결정나야 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도 중단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 무효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에 나설 뜻을 보인데다, 외환은행 노조도 론스타의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관심은 더욱 커졌다.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매각 협상을 중단시키려면 우선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게 원천무효가 돼야 한다. 원천무효가 되려면 론스타가 당시 금품을 뿌리거나 고위 공무원 등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것을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 2003년 당시 론스타측이 제시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외환은행 경영진이 그대로 수용했고, 이를 금감원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잣대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론스타의 불법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참여연대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론스타가 인수 주체로서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사한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검찰 수사나 감사원 조사는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융감독 당국의 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론스타의 불법적인 개입은 밝히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검찰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위법하게 취득한 사실을 밝혀내고 형사 처벌한다면 금감위는 어쩔 수 없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6개월 안에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처분하도록 명령해야 한다. 금감원이 현재의 재매각 과정 무효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려는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10% 초과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먹튀’의 결과는 달라진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처분 방식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론스타는 국민은행과 재빨리 본계약을 맺고 주당 1만 5000원대에 팔고 떠날 것이다. 오히려 ‘먹튀’를 돕는 꼴이 된다. 반면 금감위가 론스타에 2003년 외환은행의 신주를 인수할 당시 가격(4000원)으로 팔라고 명령하면 ‘먹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행정 소송에 돌입할 것이고,3∼4년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외환은행 고객과 예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또다른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또 외국자본들이 한국의 초강수에 반발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 한편 론스타는 2003년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외환은행 구주도 인수했는데, 두 은행이 “속아서 팔았다.”며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사적인 계약인데다 사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미리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소액주주나 채권자, 외환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이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상법상 이 소송은 6개월 내에 내도록 돼 있어 이미 시간이 지났다. 김주영 변호사는 “검찰이 론스타의 위법성을 밝혀내고, 금융감독 당국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동시에 2003년에 취득했던 신주를 외환은행에 돌려준 뒤 외환은행으로 하여금 이를 소각하도록 명령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모차르트음악 들은 빵·술맛 ‘예술’?

    모차르트음악 들은 빵·술맛 ‘예술’?

    ‘빵과 술을 만들 때 음악을 틀어놓으면 빵·술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진다.’ 부산지역 제빵업체인 ㈜기린과 술제조업체인 대선주조는 9일 효모와 주정을 숙성할 때 음악을 틀어 더욱 맛있는 빵과 술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기린은 2004년 출원한 ‘음악을 이용한 건포도종(효모) 배양장치 및 배양방법’에 관한 특허를 최근 받았다. 이어 10일부터 이 특허 기술로 ‘브람스 식빵’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전국에 판매한다. ㈜기린이 취득한 특허는 건포도종(효모)을 배양할 때와 배양된 건포도종을 넣은 반죽을 숙성할 때 각각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1999년부터 7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측은 연구결과 이같은 리듬발효 숙성법으로 만든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부피가 크고 맛과 향이 부드러운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도 최근 알코올 도수가 20도로 낮은 리뉴얼제품 소주를 출시하면서 주정 발효과정에 음악을 들려주는 ‘음향진동 숙성공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음향진동 숙성공법은 음악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향진동 파장을 이용해 주정을 숙성시키는 기술로 알코올과 물 분자의 결합력을 높여 술을 부드럽게 하고 쓴맛을 줄이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주조 측은 “여러 종류의 음악을 틀어 시험을 한 결과 클래식 음악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음향진동 숙성공법으로 생산한 신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가 18%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일단 음악은 시끄러워야 한다. 당연히 소리도 큰 게 낫다. 디스코텍 분위기가 나면 더욱 좋다. 후렴구만 있는 것보다는 전곡(全曲)이어야 한다.”휴대전화 벨소리의 기본 컨셉트라고 하니, 언뜻 우리 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게 많다. 무엇이든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게 많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업계 1위 소후닷컴(SOHU.COM)이 시장에 대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중국 정보기술(IT)업계의 산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중관춘동루(東路)가 시작되는 사거리에 ‘소후(搜狐)’ 본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미국 MIT 박사 출신 장차오양(張朝陽)이 야후(YAHOO)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 성장한 중국 IT업계의 상징이다. 중국내 포털사이트 3대 업체 가운데 하나로 하루 검색건수가 최대 2억 5000만회를 넘는다. 지난해 1억 830만달러(약 1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벨소리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10층. 멀티폴리 벨소리, 캐릭터, 자바게임 등 왑(WAP) 서비스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관련 한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들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음악실 등 많은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국 벨소리 시장의 독특함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출시 1∼2년 된 노래면 신곡(新曲)으로 간주합니다. 그나마 최근 신곡에 대한 반응이 많이 빨라졌지요.1∼2개월이면 나타나지요.” 중국은 수십년된 덩리쥔(鄧麗君)의 노래가 여전히 벨소리 다운로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에 랭크돼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는 예리이(曄麗儀)의 ‘상하이탄(上海灘)’이나 류더화(劉德華)의 ‘빙위(雨)’도 각각 1985년,97년에 출시된 것들이다. 음반이 나오면 1주일 이내에 앞으로 수익구조가 드러나고 벨소리는 철저히 신곡 위주이거나, 옛노래라면 리메이크 곡이기 쉬운 한국의 사정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영화배우 김희선씨가 청룽(成龍)과 함께 출연한 최근작 영화 ‘신화(神話)’의 주제곡 ‘무한한 사랑(無盡的愛)’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에 영향을 끼친 것은 1∼2년새의 변화다. “그럼에도 노래의 수명이 좀 길다고 할 수 있지요….” ‘남성 위주,35세 전후 미혼자가 주도, 대학졸업자 및 학생, 전문 기술직종….’ 등으로 요약되는 중국 인터넷 수요자의 특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한 마디이다. 그렇다면 짧은 전화 벨소리에 왜 전곡(全曲)을 선호하는가.“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이랄 수도 있지요….” 예컨대 버스안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 남들에게 좋은 곡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여러 노래를 다운 받아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후의 경우 하루 수만건의 다운로드 가운데 하루에 30∼40곡을 한꺼번에 내려받는 유저들이 수백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소비 행태에 대해 회사에서도 아직 그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이하게 여기고만 있다.”고 한다. 분야별 매출 구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WAP 부문은 벨소리가 90%로 압도적이다. 동영상이나 캐릭터, 게임, 가라오케 기능 등 나머지 전체 서비스가 10%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이는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휴대전화가 여전히 고가(高價)인데다, 멀티기능을 갖춘 신제품은 판매율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벨소리 외의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날 소후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담긴 중국인의 일단을 보여줬다. 이제 그 벨소리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그 안에 중국인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 jj@seoul.co.kr ■ 벨소리 전문업체 ‘굿필’의 경쟁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소후의 무선사업 분야는 ‘굿필(Good Feel)’이라는 관련 서비스 제공회사(SP·Service Provider)를 인수, 합병하면서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굿필은 중국에서 휴대전화 벨소리 시장이 본격화된 2003년 업계에 뛰어든 뒤 줄곧 1위를 달려왔다. 벨소리 시장에서 소후의 입지는 결국 굿필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랄 수 있다. 소후 무선사업부 양샹화(楊向華) 부사장은 굿필 출신이다. 중국에 왑(WAP)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 스스로 공부해가면서 시스템을 개발했던 인물이다. 현재 소후의 신규사업부 총책을 맡고 있는 주요 인사이기도 하다. 양 부사장이 꼽은 굿필의 경쟁력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온 마케팅과 앞선 기술이었다. 중국은 기술 표준이랄 수 있는 이른바 ‘스펙’이 저마다 달랐다. 비록 좋은 품질의 음원이라도 다른 스펙에서까지 좋은 음질을 내기 어려운 법. 당시 막 형성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중국의 벨소리 시장은 수백여개의 SP회사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시장 장악에만 몰두해 있을 때였다. 굿필은 각각의 스펙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해내는 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생산해내는 ‘미디(MIDI) 음악’ 기술이 중국은 크게 부족했다. 휴대전화 칩의 성향과 기술표준에 맞게 음원을 옮기는 ‘컨버팅’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굿필은 한국의 기술자를 긴급 수혈받아, 중국인을 상대로 미디 기초실력부터 다시 가르쳤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굿필의 음원은 어느 휴대전화에서나 좋은 음질을 낼 수 있었다. 소문에 소문을 타고 영향력이 확대돼 갔다. 기술이 확보된 뒤 굿필이 신경을 쓴 것은 ‘브랜드 가치’였다. 벨소리 다운로드를 주관하는 이동통신 회사들은 굿필에 영어로 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면 어렵사리 얻은 인지도를 잃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벨소리 관련 업체 가운데 지금껏 이름을 바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 회사들은 지금도 계속 브랜드 이름을 바꿔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굿필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후가 굿필을 인수, 합병 한 것도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 질서가 형성된 이 분야에서 앞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저작권 문제’가 꼽힌다. 지난해부터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한 음반에 실린 한 가수의 노래라도 곡마다 판권 소유자가 다르기가 쉽다고 한다.“특히 유명 가수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업계는 회오리가 예상되고 있다.TOM.com이 어디에 포털 사이트를 넘겨주고 대신 어느 곳의 무선산업부를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또 몇몇 기업간 자회사 거래를 위한 물밑 협상도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아가 중국의 인터넷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업체들이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나면 대기업들이 그 업체를 인수, 합병해 해당 업계에 뛰어드는 나스닥 스타일이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돼 있고 앞으로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벤처의 ‘창조성’이야말로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jj@seoul.co.kr ■ “신기술 향한 모험정신이 中 IT업계 이끄는 원동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한은진씨는 작곡과 출신이다. 석사를 ‘컴퓨터 음악’으로 마치고 2001년도 국내 유력 인터넷 회사에서 음원(音源) 제작을 하면서 업계에 발을 디뎠다. 2003년 한국인이 주축이 돼 설립된 벨소리 서비스 업체 ‘굿필(Good Feel)’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특채됐다. 이후 굿필이 소후 무선인터넷에 인수, 합병되면서 소후와 인연을 맺었다. 소후에서의 정식 직함은 ‘음악제작실 고급 경리(經理)’로, 무선사업부의 음악담당 팀장쯤 된다. 한은진씨에게 ‘중국에서 갖춘 경쟁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기술력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미디(MIDI)’ 기술이라는 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녀는 아무래도 ‘모험 정신’인 것 같다고 했다.“중국 친구들은 모험 앞에 멈칫거리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딪쳐보고 시도해보고 하는 모습을 한국처럼 보긴 어렵죠.” 후발 업체였던 굿필이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중국 관련 업계의 ‘안일(安逸)함’ 덕분인지도 모른다. 규격화된 기술 표준이 없어 업계가 혼돈 상태에 있을 때 중국 업계는 관련 기술 개발을 등한시했다. 저마다 기술 표준이 다른 상황에서 굿필은 각각의 휴대전화 칩의 성향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하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험 정신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멜로디도 맞고 하모니도 맞고 아무 문제 없는데, 한국 사람이 만든 중국 노래가 그냥 어색할 때가 있어요. 느낌이 다른 거지요. 마치 중국인 사람이 만든 아리랑이 우리 것과 차이가 있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이럴 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중국적 특성이 강한 곡들은 중국인에게 제작을 맡기고 있다고 한다. 기술 이전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저도 한때 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격차가 얼마되지도 않는 기술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한씨는 “공유해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 대신 한국이 더 빠르게 진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고, 그게 아마 한국인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jj@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감독과 선수,상생의 파트너

    선수의 입장에서 감독은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존재다. 선수를 선발하고 조련하고 경기에 출전시키는 게 감독의 역할. 때문에 선수들은 그야말로 ‘두사부일체’의 심정으로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명색이 프로 선수이고 국가대표라면 인생의 아름다운 절정기를 함께 뛰는 동반자이자 선후배로서 마음 속의 깊은 신뢰와 치밀한 전술의 교감으로 뛰어야 한다. 큰 그림은 감독이 그리지만 어떤 색으로 채울 것인가는 선수의 몫이다. 좀 더 창의적일 필요가 있고, 감독조차 놀랄 만한 경이로운 플레이를 추구할 권리도 있다. 잉글랜드대표팀의 스반 예란 에릭손 감독을 보자. 어쩌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감독일지 모른다.2002년 월드컵 때 8강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은 신통치 않았고, 브라질에 치욕스럽게 끌려다닌 끝에 패하고 말았다. 유로2004 성적도 저조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를 아직까지 신뢰하고 있다.‘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축구장 안에서는 언제나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에릭손은 스웨덴 출신이다. 이번 독일월드컵 B조 조별리그에서 그는 고국의 심장에 화살을 겨눠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행운의 감독인 까닭은 바로 잉글랜드의 선수들이 감독을 이해하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미드필더 프랭크 람파드는 “현대 축구에서 대표팀 감독의 출신지를 따지는 건 일차원적이다. 에릭손 감독은 우리가 경기하는 상대팀에 따라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몇몇 선수와 에릭손의 관계는 불편하다. 마이클 오언은 자신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발언을 아직까지 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종의 묵묵무답으로 그저 따라가는 수동적인 인상은 찾기 어렵다. 언제나 대화하고 때로는 비판한다. 국내 프로축구와 대표팀에서도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감독의 전술에 대해 선수가 평가를 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위지만 과거처럼 판에 박힌 듯한 발언이나 묵묵한 복종은 줄고 있다. 물론 선수와 감독은 협상의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수직구조도 아니다. 축구는 영화와 같다. 축구나 영화나 그 지휘자는 감독으로 불린다. 영화 감독은 자신의 창조적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뛰어난 배우를 앞세운다. 그런데 배우들은 감독들이 제시한 틀을 지키되 그곳에 매몰되지 않고 놀라운 창의를 빚어낸다. 그런 창조적 관계가 우리 축구계에도 필요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주말탐방] 영어마을

    [주말탐방] 영어마을

    오는 3일 경기도 영어마을 파주캠프가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에서 마침내 문을 연다. 무려 850억원을 들여 만든 영어캠프는 43개의 건물이 들어서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다. 원어민 강사 100명과 한국인 강사 50명이 수업을 맡는다. 레스토랑, 편의점, 커피숍 등 상업시설에서도 원어민이 점원으로 일한다. 길거리에선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공연이 펼쳐진다. 개장에 앞서 구리여중 2학년 200명이 지난달 20∼25일 5박6일간 시범수업에 참여했다. 영어회화학원도 다닌 적이 없는 토종 여중생 이준희(13)양의 체험일기를 통해 파주 영어마을을 미리 가봤다. ■ 구리여중2년 이준희양 체험기 ●프롤로그 첫 입소 학교로 뽑혔다. 기쁘고도 두렵다. 캠프에선 영어만 사용해야 한단다. 원어민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이들에게 눌려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반 41명 가운데 25명만 신청했다. 일단 부딪쳐 보자. #1일째:영어로만…일주일이 걱정이다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캠프는 영국 궁전과 닮았다. 영화나 다른 나라로 여행온 듯싶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들어서니 원어민이 수첩을 주며 뭐라고 묻는다. 순간 당황했다. 어렵사리 여권이라는 걸 알았다. 여기서 일주일을 어떻게 살지 덜컥 겁부터 났다. 기숙사는 4명이 같은 방을 쓴다. 아래에 책상, 위에는 침대가 놓여 있다. 집보다 깨끗하다.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전공과목인 과학·음악·드라마·오락 가운데 드라마를 선택했다. 우리 조는 5명, 담임은 ‘신시아’라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절대 한국어를 하지 않는다. 담임이 원어민인 조도 많다. 옷을 갈아입고 은행으로 갔다. 여권을 보여주니까 20달러를 준다.5박6일간 사용할 가짜돈이다. 이 돈으로 서점에서 교재를 샀다. 점원이 모두 원어민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책장에 영어가 붙어 있어 어렵지 않았다. #2일째:말 안 통해 속상…집에 가고싶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손바닥만 한 디지털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고 컴퓨터로 편집하는 것이다. 작동방법이 간편하다. 감독, 카메라감독, 배우 역할을 나눠 돌아가며 촬영한다. 나는 학생 2명이 아침에 지각해 선생님에게 꾸중듣는 내용을 담았다. 영어 대사를 쓰면 선생님이 틀린 부분을 고쳐줬다. 몇몇 친구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영어로만 말하니까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단다. #3일째:단어 더듬더듬, 그런데 말이 통했다 선생님들이 참 친절하다. 원어민들은 길거리에서 만나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Hi’하며 인사한다. 레게머리를 한 선생님이 있는데, 만져보며 어떻게 머리를 감느냐고 물어봤다. 화내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백인 선생님도 있다. 아프리카에는 모두 흑인만 사는 줄 알았는데. 정말 아프리카에서 왔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흑인 선생님들은 처음에 왠지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 친근하다. 웃을 때도 귀엽고, 다정하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많이 한다. 학교에서는 틀릴까봐 가만히 있었다. 여기선 다들 어눌하니까 오히려 용기가 생긴다. 단어만 말하면 선생님이 문장으로 고쳐주고, 여러번 반복해서 말하도록 시킨다. 이해하지 못한 것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서로 말을 맞춰 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 #4일째:게임하다 보니 문장이 술술 저녁에는 게임을 많이 한다. 의자빼기가 가장 재미있다. 선생님이 문제를 내면 벽에 붙어 있는 정답 종이를 찾아오는 게임도 하고, 허리를 뒤로 굽혀 낮은 봉을 지나가는 림보게임도 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들고, 영어문제를 듣고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는 골든벨도 했다. 게임하며 반복해 듣는 문장들은 자연스레 외우게 된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해 먹는 수업을 했다. 첫날 받은 돈으로 계산했다. 웨이터가 주문이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친구들이 팁을 줘야 한다고 알려줘서 1달러를 줬다. 아침에는 빵과 주스, 점심에는 스파게티 등 서양음식, 저녁에는 한식이 나온다. 뷔페식이라 맘껏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서양음식이 맛있더니 점점 저녁이 기다려진다. 엄마가 해주던 반찬이 정말 그립다. #5일째:영어 수다가 자연스러워졌다 친구랑 밤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늦잠을 잤다. 매일 오후 유니세프 회관에서 만들던 비누를 오늘 마무리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비누를 녹인 뒤에 향과 색깔을 첨가하고 별, 장미 등 예쁜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다. 포장한 뒤 만드는 방법 등을 영어로 적었다. #6일째:영어도 한국어 같은 그냥 말이다 선생님과 정이 들어서 헤어질 때 많이 울었다. 선생님이 안아주며 잘 가라고, 영어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데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갔다. 여름방학 캠프가 2주일에 60만원이라는데 친구들끼리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영어가 한국어처럼 그냥 말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더 이상 겁나지 않는다. ●에필로그 이제 영어시간에 시계를 보지 않는다. 더이상 지루하지 않다. 선생님이 단어나 문장을 설명하면 입으로 따라해 본다. 눈으로, 머리로 알아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 문법이 틀려도 괜찮다.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영어를 익혀서 엄마랑 꼭 해외여행을 떠날 거다. 정리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준희양은 - 성적 중상위권 영어 안 좋아해 이준희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그러나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며 공부한 적은 없다. 원어민과 대화를 나눈 경험은 인사동에서 우연히 길을 알려준 것뿐이다. 성적은 중상위권이지만, 영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입소 첫날 이양은 다소 의기소침했단다. 쏟아지는 영어에 당황한 것. 묻는 말에 간신히 대답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몰라보게 달라졌다. 수업시간 발표가 많아지고, 게임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 서울·경기 프로그램 차이 서울시와 경기도가 영어마을을 나란히 열었다. 서울시는 3월27일 강북구 수유동에, 경기도는 3일 파주시 탄현면에 개원한다.2004년에 시작한 송파구 풍납동 풍납캠프와 안산시 대부도 안산캠프까지 합치면 서울 주변에 영어마을이 4곳으로 늘었다. 영어마을의 특장점을 알아본다. 파주캠프가 건평 1만 1058평으로 최대 규모다. 교육생 550명을 한번에 수용한다. 시설은 놀이동산과 닮았다. 놀이기구 대신에 수영장, 축구장, 도서관, 공연장, 미술관, 경찰서, 우체국, 서점 등이 있다.43개 건물이 모두 따로 세워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평 4397평인 안산캠프는 파주캠프가 완공될 때까지 영어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강사 57명, 교육생 200명이 수업한다. 반응이 좋아 캠프운영은 계속된다. 경기도는 2008년까지 양평군 용문면에 300명을 수용할 양평캠프를 세울 계획이다. 서울 수유캠프는 3760평, 풍납캠프는 3868평이다. 규모가 적어 공공·상업시설은 가상공간이다. 방을 호텔, 은행, 방송국, 우체국, 비행기로 꾸며 돌아다니며 체험하도록 했다. 수유캠프는 기숙사를 완공하지 못해 6월까지 통학해야 한다. 서울 영어마을은 위탁운영 체제다. 풍납캠프는 헤럴드미디어가, 수유캠프는 YBM에듀케이션이 맡고 있다. 경기 영어마을은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원이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참가비가 다소 싸다.5박6일 프로그램의 경우 서울은 16만원, 경기도는 8만원이다. 특히 경기 영어마을은 1박2일 주말 프로그램의 경우 도민은 3만원, 타 시·도민은 6만원으로 차등을 둔다. 캠프마다, 프로그램마다 참가대상이 다르다. 서울은 초등 5∼6년생이 대상인 반면 경기도는 중학 2년생이다. 자연히 수업방식도 달라진다. 중학생을 가르치는 경기도는 드라마, 음악, 오락, 과학 등 4가지 전공 중 한 가지를 골라 가르친다. 초등생이 대상인 서울은 상황별 체험학습 위주다. 서울, 경기 모두 평일에는 지자체에 속한 학교별로 단체를 받는다. 개인별 입소는 방학이나 주말만 가능하다. 주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풍납캠프는 초등 3년∼중학 1년생, 수유캠프는 초등 5년∼중학 2년생이 대상이다. 반면 파주캠프는 초등 3∼6년생으로 제한했다. 가족 프로그램은 수유와 안산에서 진행한다. 등록은 선착순이다. 수유·안산·파주의 일일체험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파주캠프는 어린이 체험관에서 힙합댄스, 동화책 만들기를 진행한다. 어린이 영어 뮤지컬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성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도내 중등영어교사에게 4주간 영어 재교육을 무료로 해준다. 군 장병들도 1년에 두차례씩 중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입소한다. 선발은 국방부가 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원어민 강사는 원어민 강사는 300여명에 달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대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등 6개국 출신이다. 실력이 뛰어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도 뽑았다. 한국인 입양아도 포함돼 있다. 수유캠프는 원어민 35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현재 16명만 확보했다. 꾸준히 늘려갈 방침이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초등학생과 활발하게 움직이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기에 나이 제한을 둔단다. 교사 2명이 학생 15명을 맡는데, 원어민과 내국인 각 한 명을 원칙으로 한다. 파주캠프는 원어민 강사 80명을 선발했다. 영어마을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강사(교사 포함)경력과 국제영어교사 자격인증서(TESOL)를 가진 원어민을 뽑으려고 인사팀이 일부 국가에는 직접 찾아가 면접했다. 풍납캠프는 원어민 35명, 안산캠프는 원어민 31명을 고용하고 있다. 인적사항이 홈페이지에 자세히 적혀 있다. 월급은 원어민의 경력에 따라 220만∼320만원이나 수당 등을 합치면 연봉 평균 4600만원 수준. 모두 캠프 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계약은 1년마다 평가를 통해 갱신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교원평가제는 反교육적”

    ‘원칙주의 강경파’로 분류되는 경북 영주중 장혜옥(52·여)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12대 위원장으로 당선돼 교원평가제 등 교육 현안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예상된다. 장 위원장은 31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정보를 독점해 학부모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교원평가제를 평가하는 등 왜곡된 여론을 만들었다.”면서 “반(反)교육적인 내용과 외국사례, 문제점 등을 지적해 올바른 교육력을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취임 일성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학부모의 60% 이상이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점을 감안, 국민 여론을 설득시킨 뒤 정부와 협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장 중요한 것은 ‘반대투쟁’이 아니라 왜곡된 내용을 알리는 것”이라면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꾼 뒤 정부와 소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집행부 운영기조도 전임 이수일 체제 보다는 강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가투쟁에 대해 긍정적인 평소 소신을 드러냈다. 장 위원장은 “연가 투쟁에 대해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면서 “(연가투쟁은) 정부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때 합법의 틀 속에서 요구 사항을 드러낼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이날 장 위원장은 ‘개혁’이라는 전교조 초창기 ‘초심’에 대한 강한 향수를 드러냈다. 그는 “일제 이후 지금까지 입시와 서열, 경쟁 중심의 교육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이며 인간이 우선이 되는 교육이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노조 교섭 배우는 공무원들

    노조 교섭 배우는 공무원들

    “잠정합의서라도 노조위원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장을 찍으면 바로 효력이 발생합니다.”“노조 총회 인준투표로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인준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30일 ‘공무원단체 교섭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 지방혁신인력개발원 대강의실.20평 남짓한 강의실은 강사와 40명의 수강생의 토론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강의 주제는 ‘노동조합의 운영’. 수강생은 ‘공무원노조 시대’의 출범으로 전혀 새로운 업무와 맞닥뜨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의 담당자들.30대 여성부터 희끗희끗한 머리의 50대 남성까지 연령과 성별도 다양했지만 ‘사용자’측으로 ‘어떻게 공무원 노조와 교섭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공무원단체 교섭과정’의 목표는 노사 관련 법령을 이해하고, 단체교섭이나 협상·조정 등의 ‘노하우’를 습득해서 노사관계의 업무 능력을 높이는 것. 그렇다고 정부 입장만 주입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인력개발원 조윤명 인력개발부장은 “일선 담당자들이 노조를 적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노조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인가가 교육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공무원단체 업무 매뉴얼 해설 ▲노사교섭의 특징과 절차 ▲갈등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윈윈 협상 시뮬레이션 등 현장에서 마주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직 노무사와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등 다양한 성향의 강사들이 초빙됐다. 공무원노조와의 교섭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일 수밖에 없는 수강생들은 적극적이다. 김철수 강원 속초시 자치행정과장은 “일선에서는 공무원노조 관련 지식들이 전무한 상태”라면서 “내일이라도 시에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용행 경기 화성시 총무과장은 “몇몇 자치단체처럼 간부들과 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교육에 참여하면 서로에 대한 공감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에는 비판적인 수강생도 많았다. 일선의 분위기는 아랑곳 않고 비현실적인 지침만 내려 보낸다는 것이다. 한 수강생은 “지난해 원주 등에서 정부 지침대로 공무원노조 가담자를 해고한 담당자들이 주위에서 ‘가정을 파괴한 X’라고 욕을 먹었다.”면서 “정부는 간부들이 노조원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원을 내쫓는 지침을 내려 보내는 대신 노조를 포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노조원이나 담당자나 모두 협상장만 벗어나면 선후배, 동료인 만큼, 서로 존중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도 공무원의 노조 가입 범위를 넓히는 조치를 취하고, 노조도 강경 일변도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무원단체 교섭과정’은 29∼31일을 1기로 6월 초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수원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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