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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래마을 ‘영아유기’ 남은 의혹들

    |파리 이종수특파원|“그녀가 세상에 거짓말을 했다.” 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난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38)를 조사한 한 수사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수사가 진행될수록 베로니크 입에서는 엽기적 행각이 줄기에 매달린 고구마처럼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베로니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추가 범행을 자백했다. 영아 살해 전력이 모두 3번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인 1999년 7월 프랑스에서 ‘홀로 출산’ 뒤 아이를 목졸라 죽인 뒤 시체를 불태웠다. 이어 서래마을에서 발견된 두 영아도 이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2002년,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홀로 출산-교살-유기’라는 범행과정을 거쳤다고 자백했다. 베로니크는 이날 투르 법원에 출두,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어 중죄를 담당하는 검사에 해당하는 수사판사에게 넘겨져 오를레앙 구치소에 수감됐다. 남편인 장 루이 쿠르조도 ‘공모 혐의’로 신문받았다. 투르 검찰의 바랭 검사는 “베로니크가 ‘계획적 범행’을 인정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베로니크의 잇단 자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베로니크와 모랭 변호사는 “남편 장 루이는 임신·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고 베로니크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 루이도 이날 살인 공모 혐의로 수사판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바랭 검사는 “장 루이에게 구체적인 혐의는 발견된 게 없지만 그가 세 차례나 벌어진 아내의 범행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또 베로니크가 한국에 온 뒤 시체를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냉동고에 보관했는지도 의혹이다. 아울러 어떻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는지도 수사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수사가 더 진행되면서 프랑스 수사판사가 또 어떤 ‘양파 껍질’을 벗겨내게 될지 주목된다.vielee@seoul.co.kr
  • [사설] 이제는 북핵에 단호히 대처해야

    지난 10여년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우리와 국제 사회가 펼친 지난한 노력이 북의 핵실험과 함께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북은 끝내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제 북핵은 현실이 됐다. 장래의 위협이 아니라 당장 7000만 한민족과 지구촌의 안녕에 도전하는 현재적 위협이 된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북핵이 다르듯 이제 그 대응도 달라야 한다. 시급한 과제는 안보태세 강화다. 무엇보다 대북 정보력을 높여야 한다. 북 핵실험 직후까지도 우리 정보당국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미 북의 핵실험이 예고된 터에 정보수집에 이런 허점을 드러냈다면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전군 경계태세 강화는 물론 북한 동향 감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첩보위성을 통한 감시뿐 아니라 미국·중국과의 긴밀한 정보교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북핵 공조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북의 핵실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북이 파국의 도발을 감행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동참, 북의 추가적인 오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외교안보적 도전에 직면했다. 현존하는 북핵을 해체해 한반도 비핵화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에는, 지금까지의 북핵 예방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최소화하는 고난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이뤄내야 한다. 대북제재와 별개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협력해 북한·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하도록 총력외교를 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군사제재로 한반도가 위기 국면에 놓이지 않도록 북·미 대치의 완충 역할에 가일층 힘을 쏟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대북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포용정책은 남북간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했으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큰 틀에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섣부른 존폐 논란보다 북핵 위기를 헤쳐갈 초당적 협력이 더 절실하다. 한나라당은 대북포용정책 폐기와 책임자 문책 요구를 자제하기 바란다.
  • 미술시장 제3의 축 ‘아트펀드’

    미술시장 제3의 축 ‘아트펀드’

    지난달 미술 아트펀드 1호가 탄생하면서 아트펀드가 국내 미술계 및 미술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규모면에서 아직 취약한 국내 미술시장에서 아트펀드라는 덩어리 돈이 투입되면, 화랑과 경매를 양대축으로 한 미술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화랑과 작가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또 하나의 대형 아트펀드가 생기는 것을 비롯, 제2, 제3의 미술품 아트펀드가 생겨날 예정이어서 국내 미술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초 100억원 규모 2호 탄생 지난달 15일 굿모닝신한증권과 표화랑이 손잡고 75억원 규모의 1호 아트펀드를 탄생시켰다. 백남준 김흥수 김창열 이용덕 박성태 등 한국 작가들과 위에민준 지다춘 쩡판즈 등 중국 작가 총 8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펀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엔 이보다 규모가 더 큰 100억원 규모의 제2호 아트펀드가 생겨날 예정. 강남의 한 화랑 대표 P씨는 “현재 몇 개 화랑과 모 금융기관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연말쯤 작업을 마무리짓고, 내년 초부터 펀드가 공식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에는 국내 주요 화랑 10여개가 참여하고 있으며, 펀드 수익률과 운영방식은 표화랑의 1호 펀드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국내 메이저급 화랑인 A화랑도 표화랑이 운영중인 것과 유사한 자체 펀드 구성을 검토중이다.2호 아트펀드에 참여할 예정인 한 화랑 관계자는 “펀드 운영 성과에 달렸지만, 펀드 영향력이 커질수록 아트펀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았다. ●미술시장 구조 변화 불가피 펀드 운영과 함께 화랑과 경매사를 양대축으로 움직여온 미술시장 구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에서 100억원대 뭉칫돈이 수익을 좇아 미술품 거래에 투입됨으로써 화랑거래와 경매에 이은 제3의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박여숙화랑의 박 대표는 “미술시장 활성화와 시장규모를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 영화가 펀드를 자금줄로 엄청난 도약을 했듯 국내 미술도 펀드를 통해 낙후성을 벗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펀드는 또 일반인들이 미술시장에 간접 투자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도 “미술품 투자방식의 다양화란 관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미술계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화 작가들간, 화랑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선 수익성 위주로 작품 선정이 이루어질 것이고, 결국 극소수 블루칩 작가에게 돈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여명 안팎의 국내 블루칩 작가들과 유명 외국작가들을 뺀 대부분의 나머지 작가들은 아트펀드가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된다. 펀드에 참여하는 대형 화랑들과 그렇지 않은 중소 화랑들간 격차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운영을 위한 작품을 직접 선정함으로써 상당액의 수익은 물론 작가 관리에도 한층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박여숙 대표는 “투자자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선 수익성 중심의 철저하고도 냉정한 작품 선정이 불가피하다.”며 “작가들간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랑들의 펀드 참여, 문제없나 화랑이 작품을 선정하는 등 화랑이 펀드에 직접 관여하는 데 따른 부작용 논란도 예상된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화랑들의 미술품 경매사 운영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아트펀드도 화랑들의 직접 참여가 미술시장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참여 화랑이 전속작가 혹은 긴밀한 관계의 작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작품가격이 인위적으로 오를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트펀드에 대한 화랑의 직접 참여는 제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펀드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표화랑이 참여한 ‘서울명품아트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연 ‘10%+α’다. 내년 초 탄생할 제2호 아트펀드도 비슷한 수익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미술품시장의 경우 지난 50년간 연평균 10.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서울옥션이 지난 7년간 분석한 국내 블루칩 작가 15명의 평균 수익률이 12%에 달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같은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최병식 교수는 “미술품 차익에서 경매비용 20%, 혹은 화랑의 차익을 빼면 수익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고, 블루칩 작가들도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높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트프라이스 김윤섭 이사는 “블루칩 작가뿐만 아니라 유망 작가들도 문을 노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생기고 있는 펀드들이 3년 후 수익 내기에 실패하면 미술계도 적잖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법이 장애인을 울린다

    법이 장애인을 울린다

    ‘불구자, 백치, 농아자, 심신상실자,….’ 각종 법률에 ‘장애’와 관련해 부적절하거나 비하하는 의미의 용어들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장애인’이 법률용어이자 공식용어가 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헌법에서조차 ‘장애자’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장애인’이 아닌 ‘장애자’로 표기돼 있는 법률은 10여개에 이른다. 헌법 제34조에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 형사소송법 제438조도 ‘사망자 또는 회복할 수 없는 심신장애자’라는 표현을 쓴다.‘장애자’는 1989년 ‘놈 자(者)’ 대신 ‘사람 인(人)’을 붙이자는 논의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으로 대체됐다. 경범죄처벌법(제1조:도움을 받아야 할 노인, 어린이, 불구자, 다친 사람)과 형사소송법(제471조:중병이나 불구자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에서는 아예 ‘불구자’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금기시되는 비하의 의미가 강한 단어들도 남아 있다. 국민투표법 제59조에는 ‘백치’가 쓰인다.‘백치 기타 신체의 불구로 자신이 기표를 할 수 없는 투표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사람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원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형법(제11조: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과 형사소송법(제33조:피고인이 농아자인 때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한다)에는 ‘농아자’가 나온다. 사격 및 사격장 단속법은 제13조에서 ‘백치·농아자·심신상실자’를 사격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규정, 부적절한 용어를 한꺼번에 나열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청각장애인 등 장애 종류에 따라 장애인을 분류하는 15가지 공식 용어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에 나와 있지만 법조문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개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각각의 법조문을 고치는 수준이지 총체적인 점검은 없다. 정화원 의원 등은 지난 19일 경범죄처벌법과 형사소송법에 들어 있는 ‘불구자’를 ‘장애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할 때 여러 법조문에 남아 있는 관련 표현들의 개정 방안을 함께 고려했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됐다.”면서 “일부는 개정됐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조문이 남아있는 것으로 소관 부처 등에서 발의하면 개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DPI(국제장애인연맹) 윤삼호 정책팀장은 “용어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장애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장애인’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였는데 법조문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70∼80년대부터 장애인 관련 용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우리도 장애인, 전문가, 정부에서 논의를 통해 시대에 맞는 표현을 정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9) 일본 ERINA

    [세계의 싱크탱크] (9) 일본 ERINA

    |도쿄 이춘규특파원|한국, 북한,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국가의 경제와 외교 상황 등을 연구하는 일본 ERINA(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Northeast Asia)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민간기업이 출자한 독특한 싱크탱크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관련 정보는 일본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이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니가타현)에 있으면서도 민감한 국제정세를 다루는 브레인집단이라는 것이 연구소 아라이 히로후미 홍보실장의 설명이다. ERINA는 16억 동북아시아 지역 사람들의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 경제권을 형성, 발전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ERINA는 1980년대 말 중국과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되자 동북아 교류시대를 대비해 설립이 추진됐다. 니가타현이 동북아 지역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동북아시아 장래를 연구하는 거점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 1993년 10월 출범했다. 특히 니가타현은 물론 니가타시와 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아키타·야마가타·후쿠시마·군마·나가노·도야마·이시가와현 등 지방자치단체와 니가타의 도쿄전력, 도호쿠전력, 도시바, 히다치,NEC, 호쿠에쓰은행 등 8개 민간기업들까지 공동 설립주체로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1993년 12월부터 2년반 동안 당시 도쿄은행 부산지점에서 근무, 한국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카가와 마사유키 부소장은 “조사연구부와 경제교류부를 두어 싱크탱크 기능 뿐 아니라 행동으로 교류를 실천하는 독특한 집단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RINA는 실제로 조사연구 기능과 함께 한국, 북한,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동북아지역 국가와 교류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해마다 동북아시아경제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연구회를 니가타와 도쿄 등에서 연 8회 정도 갖는다. 지난해까지 2년간 10회에 걸쳐 동북아시아지역 문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동북아시아 경제데이터북’,‘동북아시아경제백서 2003’,‘ERINA연례 보고서’는 물론 ‘현대한국경제’,‘지방자치체의 국제협력체’ 등 단행본도 왕성하게 출판하고 있다. 지자체나 지역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지역 연구보고서를 만들어낸다. 조사연구활동도 활발하다. 설립을 지원한 지자체와 기업들이 많이 이용한다. 아오모리현은 2003년부터 5년간 아오모리항의 국제화 추진을 위한 방안을 연구 의뢰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아오모리항을 연결하는 항로 개설 가능성 등에 관한 용역이다. 미야기·아키타·야마가타현 등 관계자들도 ERINA측에 러시아, 중국 등과의 교류를 촉진하는 방안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기업에서는 투자환경 파악을 위해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의 경제상황이나 정치정세 등을 연구 의뢰하기도 한다. 러시아나 북한에 관한 발군의 연구실적과 자료축적을 자랑하다 보니 정부 부처의 용역의뢰도 많다. 우선 재단법인 설립을 허가해준 경제산업성은 러시아 천연가스나 석유 등 자원에너지 문제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해온다. 외무성에는 러시아 경제모델이나 에너지문제, 북한·중국 문제 등에 관한 연구성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토교통성은 동북아시아수송회로, 시베리아철도의 활용 방안 등을 연구 의뢰한다. ERINA는 기본재산 36억엔(약 291억원)을 종자돈으로 해 매년 2억 5000만∼3억엔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확보는 기본재산 운용 수익에다 니가타현의 지원과 위탁조사 수입으로 충당한다.ERINA가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을 정기구독할 수 있는 구독회원제(연 1만엔)나 연회비 5만엔의 찬조 회원제도 활용한다. taein@seoul.co.kr ■ 남북한 주요 연구대상… 한반도와 인연 깊어 |도쿄 이춘규특파원|ERINA는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정치 정보를 모아 분석·연구한 뒤 이를 출연 지방자치단체·기업·정부기관 등에 제공하는 싱크탱크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북한과 인연이 깊다. ERINA가 개최하는 동북아시아 경제회의에는 매년 2∼6명의 한국 경제·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지난해의 경우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가 패널리스트로 참석했고,2004년 회의 때는 남덕우 전 부총리가 참석했다. 초청 강연도 활발하다. 산자부 과장 시절인 1998년 동북아시아경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수차례 강연을 했던 주일 한국대사관 서석숭 상무관은 10월2일 ‘고이즈미 이후의 한·일 경제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정부공직자나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ERINA에서 객원연구활동도 한다. ERINA의 한국 연구는 ‘한국경제시스템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카지마 도모요시 연구주임이 이끌고 있는 연구회에는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등 20여명의 한국과 일본 교수들이 참여,2개월에 한 차례 정도 세미나를 개최한다. 연구결과는 책으로 출판돼 호평을 받기도 한다. 북한도 1996년 동북아시아경제회의에 과장급 인사 3명이,98년 회의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등 2명이 참석하는 등 인적교류가 활발했다.97년에는 정부 과장급 2명이 1개월간 초청돼 일본 8개 지역서 투자촉진설명회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99년부터 북·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단됐다. 관계정상화시 경제교류를 즉각 재개하기 위해 미무라 미쓰히로 연구주임을 중심으로 기초정보수집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taein@seoul.co.kr ■ “韓·中·日 에너지공동체 만들자” |도쿄 이춘규특파원|요시다 스스무 일본 ERINA 이사장 겸 소장은 민간기업인 출신으로 1999년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 러시아·중국 전문가이지만 한국 문제에도 정통했다. 요시다 소장은 “러시아나 몽골의 에너지 자원을 매개체로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실적이 지자체에 도움이 되나. -내년 초 니가타와 러시아 자르비노, 한국 속초를 한국의 동춘훼리로 연결함으로써 지역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 실현을 기대한다. 실현되면 니가타 지역경제에 도움된다. 슬로건인 ‘싱크 앤드 두(Think&Do, 연구한 것을 행동으로 옮김)’를 적극 실천해 각 지자체에 공헌하고 있다. ▶지자체의 평가는 어떤가. -일본 전체 입장에서 연구를 잘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지역의 세세한 것도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교류는. -활발하다. 한국의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3개 연구소와 제휴하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경제연구소 등과도 제휴 관계다. 중국도 동북지방 3곳의 사회과학원과 제휴하고, 대학과도 제휴했다. 후단대학 등과도 교류한다. 한국 등과 국제인적교류도 적지 않다. 북한의 경우 제휴는 아니지만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등과 교류가 활발하다. ▶북한과 일본 관계가 안 좋은데. -그래도 연구는 꾸준히 한다. 지난 2년간 동북아지역 각국 문제를 토론하는 세미나를 10회 열었는데, 북한을 주제로 할 때는 미국의 국회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북한연구회도 연다. ▶동북아시아 경제권 구상은. -현재 한·일·중 관계가 안 좋아 진척이 없다. 지역공동체는 에너지 문제가 매개되지 않으면 어렵다. 유럽연합(EU)도 석탄, 철강 등을 고리로 결성됐다. 따라서 에너지를 매개로 동북아시아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와 겹치게 하면 안된다.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석탄, 몽골의 석탄·구리 등을 매개체로 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동북아시아 중심국가를 주창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은 좋다고 본다. 현재 한반도 문제로 동북아시아가 어렵다. 한국과 북한이 연방을 만들면 큰 장애가 없어진다고 본다. 일본과 북한의 국교문제가 해결되면 납치문제도 해결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고 본다. 미국도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기회를 잡아 움직여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은. -한국의 큰 문제는 에너지다. 천연가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에너지공동체를 만들어 공동 보존하면 좋다. 한국이 중심역할을 하면 좋다. 공동비축을 통해 상호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의 강점과 약점은. -한국은 빨리 정보기술(IT)혁명의 흐름을 탔다. 일본보다 빨라서 집중투자가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NEC, 히다치를 추월, 리딩컴퍼니가 되기도 하고 철강도 포스코를 중심으로 강하다. 다만 중소기업 육성 노력이 부족하다. 일본과의 무역역조도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농업도 규모가 너무 작다. 일부 재벌도 해체했지만 너무 빨랐고, 지나쳤다고 본다. 일본은 재벌 해체에 50년이나 걸렸다. ▶지방에 위치한 약점은. -국토교통성이나 외무성의 위탁조사 요청이 많다. 중앙에서 발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는 도쿄에서 세미나를 열어 보완하고 있다. 지방에 있기 때문에 연구해서 실천하기가 쉽다. taein@seoul.co.kr
  • 법조 갈등 원인은 ‘직역간 권한’ 다툼

    법조 갈등 원인은 ‘직역간 권한’ 다툼

    법조3륜의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다. 사법고시라는 태생은 같지만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되면서 업무의 성격과 사회적 역할이 달라진 게 갈등을 일으킨 뿌리다.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개혁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혼란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사법개혁 논의 자체가 각 직역의 권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법조3륜의 다툼은 쉽게 누그러지지 못하고 있다. ●“법원서 영장쉽게 발부해 檢 권력화” 직역간 위상정립에서부터 시각차가 난다. 검찰수사를 ‘밀실수사’로 폄하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말에는 검찰을 피의자와 똑같이 법정에 선 일방 당사자로 취급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소신이 담긴 것으로 판사들과 법원 직원, 심지어 노조도 대법원장의 말에 “틀리지 않다.”는 반응이다. 사법개혁의 취지가 발언 속에 담겨 있다는 대법원 해명이 있은 뒤부터는 ‘법원=개혁’,‘검찰과 변협=수구’라는 흑백논리가 가미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는 22일 법원 내부게시판 글을 통해 “방어권에 대한 고민없이 법원이 영장을 쉽게 발부해 검찰이 권력기관화됐다.”고 비판했다. ●“피의자 보호가 피해자인권보다 重한가” 반면 사회질서를 위한 공기라는 자부심으로 사는 검찰로서는 피고인과 검사를 동일선상에 두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만 제일이라면, 아예 법원이 직권으로 기소하고 법정 공방만으로 실체를 밝히는 규문주의를 채택하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그 제도를 두고 있다.”고 비꼬았다. 지난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사개추위 개혁안에 반발,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해도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검찰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의 반응이다. 대법원장 순시 탓인지 모르지만, 최근 영장기각률이 높아지는 대목에 이르면 검찰은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검찰은 “가장을 구속하면 남은 가족을 생각해 보라.”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피해자 인권을 무시한 채 무차별한 온정주의만 내세운다고 평가한다. 부당한 인권침해가 아니라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생기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대두된다. ●“직역별 제도개혁 논의할때다” 법조3륜 가운데 가장 격앙된 반응을 유지하는 쪽은 “사람을 속이려고 말로 장난친 서류를 만든다.”는 말을 들은 변호사들이다. 법·검 국가기관의 다툼에 낀 변호사들로서는 ‘조직력’을 가다듬어 대응해야겠다는 의지가 커질수밖에 없다. 법조3륜의 대립각이 건설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모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발언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떠나 일단 직역별로 뭉쳐서 제도개혁에 대해 내부의견을 모을 기회가 됐다.”면서 “사법개혁을 위한 제도와 방안을 찾는 쪽으로 논의가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노사갈등 큰 병은 고쳤다”

    배영호 ㈜코오롱 사장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노사 갈등으로 인한 큰 병은 고쳤다.”면서 “아직 일부 정리해고자가 투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노사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문제는 일종의 고부지간 갈등과 같다.”면서 “오해가 생기면 일파만파 확산되는 것이 국내 노사 현실이 아니냐.”며 그간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코오롱은 지난 3년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간 극한 투쟁을 벌였었다. 배 사장은 극한 대립으로 인한 ‘학습효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그는 “노사간 극한 투쟁으로 회사가 얼마나 더 어려워졌느냐.”면서 “노조도 회사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이제는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의 노조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고맙다.”라는 인사도 건넸다. 김홍렬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납품업체를 찾아가 “더 이상 파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배 사장은 또 노사 안정이 이뤄지면서 경영 실적도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 하락과 고유가로 인해 경영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조직문화 개선과 내부 경쟁력 강화로 (실적이)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 윗사람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배 사장은 “사장 취임 다음날 사장 전용차를 팔아치웠고, 골프장 회원권 3개 가운데 2개를 매각했으며, 사장 직무실을 3분의2로 축소했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다보니 아랫사람도 알아서 잘 움직였다.”고 소개했다. 배 사장은 또 특수섬유인 ‘아라미드’에 대해서는 향후 코오롱의 ‘효자 상품’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그는 “증설 중인 아라미드 공장이 연말 가동되면 월 생산 규모가 지금의 2배 수준인 110t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수출 비중이 70% 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 코오롱만이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아라미드 시장성은 진입 장벽이 높아 10년간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보다 강도가 높은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모, 광 케이블, 자동차 브레이크 등으로 사용된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런 신기한 일도…” 2000년전 볍씨 싹 틔워

    “이런 신기한 일도…” 2000년전 볍씨 싹 틔워

    “어쩌면 이렇게 신기한 일이….지금부터 2000여년 전인 진시황(秦始皇) 시대와 비슷한 시기의 볍씨에서 보드라운 새싹이 돋아났어요.” 중국 대륙에 2000년 전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기한 일이 발생,고고학 등 관련학계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지구 허젠(河間)시 문물보관소는 4일 출토된 2000년 전 ‘동한(東漢)시대 고묘(古墓)문물’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고 밝혀,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연조도시보(燕趙都市報)가 12일 보도했다.동한시대는 진시황의 진나라 다음에 곧바로 이어지는 중국의 통일 왕조로 BC 202년부터 AD 220년까지 존재했다. 9일 오전,허젠시 문물보관소의 한 직원은 닷새 전에 출토된 동한시대 고묘 문물의 보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문물창고의 철문을 힘껏 열어졌혔다.채색도자기함의 부장품 양식을 살펴보던 궐자는 그만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2000년 전의 채색도자기함의 표면에 볍씨처럼 보이는 곡물에서 솜털같은 새싹이 삑삑하게 돋아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이 소식은 고대 고고학·생물학·농업학계 등으로 순식간에 퍼지며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동한시대 고묘는 4일 허젠시 룽화뎬(龍華店)향 신좡(辛庄)촌의 한 농민이 발견한 것으로 푸른 벽돌로 이뤄진 이 고묘는 동한시대 초중기에 건설됐다. 고묘 출토과정에서 발견된 채색 도자기함에는 곡물의 열매가 붙어 있었는데,그 열매는 외형이 완벽하게 보존된 볍씨인 것으로 추정됐다.문물관리소 직원은 이 볍씨가 붙어 있는 채색 도자기함을 문물창고에 보관했다. 7일 허젠시 톈궈푸(田國福) 문화국장이 문물창고를 둘러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던 중 9일 문물관리소 직원이 다시 창고 정리와 보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철문을 열었을 때 채색 도자기함에 붙어 있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볍씨가 지난 2000년 동안 부패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된 것에 대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고묘 속은 비교적 습기가 많아 쉽게 부패하는 까닭에 보존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만일 이 볍씨가 동한시대의 부장품인 것으로 확인된다면,볍씨의 항병(抗病)·항충(抗蟲)·항한(抗旱) 등은 물론 저장 조건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멍더룽(孟德榮) 창저우사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 볍씨가 오랫동안 많은 영양분을 너무나 소모한 탓에 새싹의 ‘체력’이 비교적 잔약해 보인다.”며 “그대로 놔두면 꽃을 피우지 못할 공산이 큰 만큼 조심스럽게 보관·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교육연맹·기공노, 정부에 교섭 요구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미 노조 설립신고를 마친 공무원 관련 노조의 대정부 교섭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늦어도 12일까지 교섭 신청 사실을 공고하고 교섭을 희망하는 다른 노조들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행정자치부는 11일 현재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교육연맹)과 전국교육기관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기공노)이 교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교육연맹은 교육청에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이 중심이 된 노조연합체로, 노조 설립신고를 한 10개 교육청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임금인상, 교직원 수당 신설, 초·중등법 개정, 각종 수당 인상, 공무원단결권 보장, 공무원연금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연맹과 기공노 외에 현재 설립 신고를 낸 공노총과 행정부 노조도 설립인가 즉시 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무원의 대정부 교섭이 이뤄질 전망이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우리 옛것 多모였네

    우리 옛것 多모였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볼 만한 박물관 특별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문방도’‘산수도’‘호렵도’‘화조도’ 등 그동안 수집한 다양한 민화 46건 250점을 전시하는 ‘민화-변화와 자유로움’을 6일부터 12월25일까지 개최한다. 대담하고 자유로운 민간 화가들의 상상력과 재치를 엿볼 수 있다.(02)3704-3156. 국립중앙박물관 5일부터 시작한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은 일본이 소장한 고려·조선전기 작품을 포함한 우리나라 나전칠기 명품 21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중 10점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며,‘나전 대모 국화넝쿨무늬 염주합’‘나전 국화넝쿨무늬 경전함’ 등 일본 중요문화재 4점도 포함돼 있다.(02)2077-9280. 고려대박물관 고려대 문과대학 설립 60주년을 기념, 개최하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김민수 국문학과 교수가 44년간 모은 월급봉투에서부터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 연필초고까지 전·현직 교수와 학생들이 엄선한 자료 3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30일까지.(02)3290-2771. 용인 디 아모레 뮤지움 6일 개막한 기획전 ‘소반-소박함 속에 배인 다양함’에는 ‘통영반’‘해주반’‘공고상’ 등 궁궐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된 소반 3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031)280-5597. 육사 육군박물관 고려시대 총통, 대한제국시대 화포 등 전통 화약무기들을 한자리에 모은 ‘한국의 전통 화약무기 특별전’을 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제작한 중포 등 소장품 84점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대여한 유물 21점을 합친 총 105점이 전시된다.(02)2197-6453. 국립공주박물관 다음달 8일까지 수촌리 백제 유적 등 4∼5세기 한성시대 충남지역에서 발굴된 금동관모·금동신발 등을 전시하는 특별전 ‘한성에서 웅진으로’를 개최한다.(041)850-6300.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증권거래소 감사 선임 딜레마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가 뭐기에.’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상임감사 자리가 3개월 가까이 비어있지만, 후보자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5일 “경험많고 전문성이나 성실성 등에서도 적합한 후보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됐던 김영환 회계사 등 기존 후보들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월24일과 지난달 10일 두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거래소 노조측은 7월 초부터 김씨가 내정됐다며 파업불사 등을 천명해온 상태다. 거래소의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가 위원장이며 감사가 위원회에 보고를 하게 돼 있다. 이용희 전 감사가 지난 6월말 한국신용정보로 떠난 이후 감사실장이 이를 대신하고 있어 큰 무리는 없다는 것이 거래소측 판단이다. 그러나 사전적 예방이나 독립적인 입장에서 진행해야 할 심층적 분석에서는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용국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거래소 감사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가 되고 2차례에 걸쳐 노조측이 파업을 경고한 상태라서 노조측도 운신의 폭이 좁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라 노조도 안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위원장은 “워낙 사회적 파장이 커 조용히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김씨가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이 청와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해 일이 복잡하게 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고문에서 “3개 거래소가 통합돼 출발한 거래소의 새로운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므로 정부의 고민은 더욱 클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섬마을 건강지킴이 충남도 병원선

    섬마을 건강지킴이 충남도 병원선

    “병원선이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온다냐.” 충남 당진군 석문면 대조도 이장 이종호(57)씨는 4일 “병원선이 한달에 한번 들르는데 할머니들이 용케 그때를 알고 이렇게 묻는다.”고 웃었다. 이 섬의 주민은 20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70∼90대 할머니가 대부분이고 거의 혼자 산다. 육지와 1㎞도 안 떨어져서인지 보건진료소가 없다. 이씨는 “무료인 데다 약발이 잘 먹혀 주민들이 웬만하면 참았다 병원선이 오면 약을 짓는다.”고 귀띔했다. 배에서 진료도 받고 스케일링도 하고…. 충남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충남 501호’가 섬 주민의 ‘건강 지킴이’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간 12만여건 진료 충남에는 맨 북쪽 당진에서 맨 남쪽 서천까지 24개 유인도에 1824가구 4325명의 주민들이 산다. 병원선은 다달이 이들 섬을 3개 지역으로 나눠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섬은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로 500가구에 1215명이 살고 있다. 등대지기와 육지를 오가는 주민 1명이 사는 태안 내파수도를 빼면 대조도가 제일 작은 섬이다. 원산도에는 병원선이 한달에 3번 들르지만 나머지 섬은 대부분 1번만 찾아간다. 백윤기(53) 선장은 “등대지기가 ‘아프지 않다.’고 미리 연락하면 내파수도는 거를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해마다 진료건수가 늘어 지난해 12만 2000건이 넘었다. 최서단에 있는 외연도의 주민 남궁춘자(67)씨는 “간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병원선의 진단 때문에 도시 병원에서 조기 치료를 받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오천면 녹도의 한 70대 노인도 지난 4월 병원선에서 폐암 징후가 발견돼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섬 주민들은 고혈압이나 관절염, 위장병 등을 많이 앓고 있다. 박성우(33) 병원선 내과 전문의는 “주민들이 음식을 짜게 먹고 일을 많이 한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배에서 숙식도 병원선은 길이 38m, 폭 7.7m의 160t급이다. 보통 시속 16.5 노트(30㎞)로 운항하고 있다.1978년부터 병원선을 운항하기 시작했으나 노후돼 2001년 27억원을 들여 현 첨단 병원선을 건조했다. 직원 인건비를 빼고도 약값과 기름값, 수리비 등 운항비로 연 4억원이 든다. 이 배에서는 내과, 치과와 한방을 진료해 주고 있다.X레이 촬영기와 혈액분석기 등을 갖추고 있고 진료실, 임상병리실, 방사선실이 마련돼 있다. 전문의로 구성된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3명씩 있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19명이 일하고 있다.8개 섬에는 보건진료소가 운영되지만 간호사만 있어 주민들이 병원선을 선호한다. 병원선이 대형이어서 섬 선착장에 대지 못하고 보트로 주민을 태워와 진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의료진이 섬으로 나가 진료한다. 백 선장은 “안개가 낄 때 가장 힘든데 기다리는 주민들 때문에 웬만하면 출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주에 3박4일간 돌아다니다 보니 배에서 잠을 자기 일쑤다. 임상병리사 이용우(37)씨는 “큰 파도가 치면 책상이 넘어가고 밤에 잠을 자던 여간호사들이 멀미를 하고 무서워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잡은 물고기를 건네는 어부도 있고 진료를 받고 돌아가 옥수수를 쪄 고마움을 전하는 70대 노부부도 있다. 대조도 이장 이씨는 “섬에 밭이 별로 없어 김치라도 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한달에 한번만 오는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씨줄날줄] 늬들 마음을…/황진선 논설위원

    ‘얇은 사(紗)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 선생의 시 ‘승무’의 첫 연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승무를 재구성한 민족어의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시절엔 선생을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으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 입학 후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는 시를 접하곤 선생의 현실 인식을 느끼게 되었다. 시에서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절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엄혹한 유신독재 시절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늬’라는 표현에는 친근함, 애틋함, 미안함이 섞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4·19는 1960년 4월11일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김주열의 시체가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것이 도화선이 됐다.4월18일에는 고려대생들이 중구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했다가 학교로 돌아오다 임화수가 거느린 100여명의 깡패에게 쇠망치 등으로 얻어맞아 수십명이 쓰러졌다. 다음날인 4월19일에는 서울대 문리대생을 비롯해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위에 합류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4월25일에는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인 각 대학교수 258명이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학생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섰다. 이승만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 3·15 부정선거에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피의 화요일’이 일주일만에 ‘승리의 화요일’로 바뀐 것이다. 당시 고려대 교수였던 선생의 마음이 담긴 ‘늬들 마음을’은 4·19 보름 뒤인 5월3일 ‘고대신문’ 1면에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부제와 함께 실렸다. 선생은 “무지한 깡패 떼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날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 죽겠던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선생은 그 보다 두달 전인 1960년 3월에는 ‘지조론’을 발표해, 친일파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이 과거를 뉘우치지 않고 시대 상황에 따라 변절을 일삼는 자유당 말기의 세태를 비판했다. 그 ‘늬들 마음을’이라는 시비가 고려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오는 29일 문과대 뒤편에 세워진다고 한다.48세로 요절한 선생이 스승도 없고, 지조도 없는 요즘 세태를 다시 보면 뭐라 하실까.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3色 진도

    3色 진도

    전남 진도(珍島)가 ‘관광의 메카’ 보배 섬으로 진가를 한껏 뽐내고 있다. 교통수단 발달과 소득증가로 관광이 일상화된 데다 역사·인문·자연자원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씻김굿·남도 들노래등 전승 힘써 망자와 후손을 영혼으로 연결해주는 씻김굿(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은 진도의 대표적 민속이다. 시나위 가락에 맞춰 춤과 노래가 곁들여지는 게 특징. 초상났을 때 행하는 곽머리 씻김굿, 소상·대상(탈상) 씻김굿, 이장 씻김굿, 혼건지기 씻김굿 등 다양하다. 초상 전날 빈 상여를 메고 벌이는 다시래기, 남도 들노래, 강강술래, 남도잡가, 아리랑 등의 민속도 각 보존회별로 전승에 힘쏟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향토문화회관에서 ‘토요민속 여행’이란 테마로 토요일 오후 2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연 관람객이 5만여명에 이른다. 최근 임회면 귀성리에 문을 연 국립남도국악원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각종 국악공연을 펼친다. ●명량대첩 전승지 등 역사유적 한눈에 진도대교에 들어서면 바닷물이 다리 밑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울돌목이 눈에 들어온다.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130여척을 물리친 명량대첩 전승지이다. 인근 군내면 용장리에는 고려 배중손 장군이 이끈 삼별초군이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은 용장산성과 임회면 남동리의 남도석성이 있다. ‘운림산방’(의신면 사천리)도 빼놓을 수 없는 탐방코스. 소치 허련(1808∼1893) 선생이 그의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뜨자 고향으로 돌아와 집과 화실을 짓고 37년간 머무른 남도 문인화의 탯자리이다. 소치∼미산∼남농∼임전으로 이어지는 남종화의 산실이다. 최근 이곳에서 ‘남도예술은행 소장미술품 토요경매’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신비의 바닷길·관매 8경 진수 현대판 모세의 기적인 ‘신비의 바닷길’이 대표적인 관광상품. 의신면 모도∼고군면 회동을 잇는 2.8㎞ 구간에 폭 40m의 모래언덕이 썰물 때 드러나는 현상이다. 이를 소재로 한 영등축제는 올해로 29회째를 맞고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래 연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조도면 ‘관매 8경’은 다도해 섬과 모래사장, 청정해역 등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원이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와 구기자, 홍주 등 특산품도 자랑거리이다. 진도군 김미경(42) 학예연구사는 “진도처럼 역사와 인문자원 등을 두루 갖춘 지역도 드물다.”며 “앞으로 관광정책도 이런 자원을 발굴, 계승·보전하는 데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시험장 확보가 ‘별따기’

    시험장 확보가 ‘별따기’

    ‘시험장 어디 없소?’ 공직 열풍은 시험 관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보안 유지와 인터넷 접속망 확충 등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고심거리는 시험장 확보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중·고교나 공공기관 건물은 거의 늘지 않지만 수험생 숫자는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들의 협조도 예전 같지 않다. 시험장 확보난으로 시험 일자를 변경하는 사례도 나타나자 시험관리자들은 민간 시설을 임대하는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시험 열풍’이 잦아들지 않는 한 시험장 확보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장 확보난 ‘비상’ 올해 9급시험 면접고사 일자는 지난해 12월 공고 당시 9월8일부터 18일까지. 그러나 9급시험을 주관하는 중앙인사위원회는 최근 12일부터 15일까지로 날짜를 옮겼다. 지난해 면접시험 장소는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여성개발원. 하지만 지난해 3016명이었던 면접인원은 올해 3350여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넓은 시험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형 건물을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협조가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결국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를 급하게 임대했다. 임대료는 나흘에 1800만원. 대폭 할인받은 액수라지만 지난해 35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4월과 8월에 각각 치른 9급과 7급 필기시험은 모두 262개 학교에 8100여개 시험장이 차려졌다.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진행되는 공사가 없고, 냉·난방 시설을 갖추는 등 요건에 맞는 중·고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교측에서 흔쾌하게 빌려주는 것도 아니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시험장 교실 하나에 임대료는 1만 2000원에 불과한데도 학교 관계자들은 시험이 치러지는 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면서 “시험이 끝난 뒤 청소 등 뒷정리까지 해야 하니 일선 학교에서는 임대를 꺼리는 추세”라고 하소연했다. ●학교와 기관 협조 절실 다른 시험 기관들도 시험장 확보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새달 24일에는 선거관리직 9급과 세무직 9급, 철도공안직 7·9급 공채시험이 한꺼번에 치러진다. 각종 자격증 시험도 실시된다. 선거관리직은 전국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높은 878대1을 기록하는 바람에 시험장 수요도 폭증했다. 자연스레 시험장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결국 시험장을 갖고 있는 기관의 협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책일 수밖에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학교는 ‘시세’의 세 배인 3만 5000원 이상을 요구한다.”면서 “같은 공공기관의 업무인 만큼 국·공립학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10·끝) 전문가죄담-노사정 나아갈 길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10·끝) 전문가죄담-노사정 나아갈 길

    서울신문은 노사 상생의 정신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9개를 선정, 시리즈로 연재했다. 특히 파업이나 외환위기의 어려움, 워크아웃의 위기상황, 구조조정 등 ‘과거의 아픔’을 딛고 노사가 하나가 된 기업들을 찾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노사가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정길오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의 좌담을 통해 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짚어봤다. 좌담은 우득정 논설위원의 사회로 지난 21일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 서울신문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시리즈’를 통해 노사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인 기업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노사관계는 여전히 산업화시대의 후진적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어떤 것인지부터 말해달라. -정길오 본부장 많은 사람들이 노사관계는 비대립적이고 협력적이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본다. 하지만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대립적일 수밖에 없다. 갈등이 빚어졌을 때 어떻게 합리적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갈 것인가가 중요하지 대립적 노사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가정은 잘못됐다. -이동응 전무 맞다.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립적이다. 대립이 갈등·투쟁으로 확대되느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으로 가느냐가 다를 뿐이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는데 정부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 법과 원칙은 안 지켜도 된다는 오해가 생긴다. 정부가 무조건 개입하라는 게 아니고 대화를 주선하되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는 초기에 진화해줘야 한다. -배규식 본부장 우리나라는 노사갈등 못지않게 사회적 갈등도 심각한 편이다.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다. 노사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상당수 사회적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 노사 협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무엇인가. -정 본부장 노사협력 장애물은 조정장치 등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탓이 크다. 정부주도의 노·사·정만 있지 노사간 대화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1960년대 이후 노사분규 건수를 줄이는 실적위주의 노동정책을 고집해온 것도 실패다. 사용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 미흡한 상태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를 배제한 채 협력만 요구하고 있다. 무분규 선언 기업들은 노조의 경영 참여, 성과급 배분 등의 문제가 해결된 사업장들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기업은 내 것이다.’라는 후진적 의식을 갖고 있다. 노동계 역시 80년대 민주화투쟁과 결부된 노동운동, 이념과 결부된 운동이 아직도 주류여서 이념과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배 본부장 우리는 노사갈등이 기업 내부화되면서 서로 옥죄려고만 한다. 노사가 장기적인 이익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치중한다. 또 한 쪽이 힘 있을 때 상대를 코너에 밀어붙인다. 지금은 당하지만 나중에 두고보자는 ‘악감정’이 남게 된다. 노조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노동배제적인 경험이 뇌리 속에 뿌리박혀 사용자에 저항하는 분위기다. 사용자는 원래부터 노조에 부정적인데다 노조에서 저항적으로 나오니까 용납하지 않는다. 노사분규 건수는 줄었지만, 잠재적 노사갈등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는 여전한데 정부는 분규건수를 줄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중장기적이나 거시적으로 보지 않고 단기적 이익에 치중한다. -사회 노사관계의 기업 내부화냐 외부화냐는 산별노조 전환과 맞물려 있는데 어떻게 보나. -이 전무 기업들은 노사관계가 기업 외부화되면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산별노조 문제도 기업별 교섭을 정치문제로 확산하고, 노조에 산별이라는 갑옷을 입혀놓는 것이라고 걱정한다. 지금은 노동권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노사관계가 효율성, 합리성, 형평성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탄압이나 보호만 얘기하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정 본부장 임금, 노동조건, 복지는 주로 기업 내에서 결정하는데 사용자가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단위 노조는 노조간 경쟁으로 좀 더 많은 임금인상을 따내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산별노조 내에서 임금·근로조건을 결정하다 보면 노조도 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대기업 임금인상은 자제할 것이다. 복지문제도 기업단위 갈등에서 국가단위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산별전환은 아무리 임금이 높아도 주택, 사교육비, 사회보험, 조세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노조의 외형이 커지고 전투적으로 바뀌는 것만 걱정한다. -배 본부장 기업별 노사관계가 남아 있는 가운데 산별노조가 추가된 셈이어서 사용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건 인정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노사는 기업별 단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용자들은 불안해할 뿐 고민의 흔적이 별로 안 보인다. 노동계도 산별로 덩치는 키워놨는데 거시경제와의 조율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노동계 이익에만 쏠려 있다. -사회 참여정부 들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는데도 노사간 신뢰 구축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뉴딜 정책을 내걸고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도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신빙성, 진정성을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노력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 아닌가. 정부의 역할도 필요한 부분이 있을텐데. -배 본부장 최근 포항 건설노조, 사내하청 등 비전형적인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는데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도 노조가 조직화된 부분만 터져나오고 있고, 비조직화된 부분 갈등은 폭발 직전으로 누적되고 있다. 노동시장 체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큰 사회적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이 전무 구조적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문제도 있다. 타워크레인, 화물연대, 레미콘 등은 과거 시장이 좋을 때 너도나도 달려들어 공급이 늘어나니까 경쟁이 치열해져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임금격차 문제도 시장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임금으로도 얼마든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으면 당연히 저임금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금격차가 정규·비정규라는 구조적 측면보다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측면도 강하다. -배 본부장 시장경제가 완전한 형태는 많지 않다. 수요나 공급 독점자가 횡포 부릴 가능성이 있다. 건설플랜트 문제는 포스코라는 독점적인 수요자와 건설노조라는 인력 공급 독점자 구조여서 자유경쟁 구조가 아니다. 노사가 독점적인 힘을 이용하려고만 한다. 시장경제에만 맡겨놓으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사회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양극화 문제를 얘기할 때 주로 노동계 탓으로 돌리는데 어떻게 보나. -정 본부장 한국노총의 ‘변신’에 대한 여론 반응은 안타깝다. 노사정 모두 변해야 하는데 노동계가 먼저 변하겠다고 나서니까 같이 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래 노조가 문제였어.’라고 팔짱만 끼는 분위기다. 노동계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바꾸겠다고 선언했으면 사측이나 정부도 같이 나서줘야 하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 여론은 그동안 노조가 잘못됐었다는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 -배 본부장 한국노총의 변신이 이용득 위원장 개인을 넘어서서 조직 내에서 충분한 공감을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노총은 너무 분배에 집착하는데 의제를 좀 바꿔야 한다. 일자리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일자리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사용자 탓도 있지만 노동계의 인식이 너무 약하다. 노조는 국내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외투자를 막는 식으로 나오고 있으나 그런 방식으로는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막을 수 없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회사의 정책을 단협 합의사항으로 정해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숙련도, 노동력 고급화, 품질개선 등으로 노조가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정리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행복날개 SK “요즘만 같아라”

    행복날개 SK “요즘만 같아라”

    SK그룹의 새 로고는 ‘행복 날개’다. 요즘 재계에서는 “날개까지는 아니어도 SK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그룹이 각각의 대형 악재로 속앓이가 심한 것과 달리, 유독 SK는 이렇다할 악재가 없기 때문이다.SK측은 “나름대로 고민이 적지 않다.”며 애써 표정관리 중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문제로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정몽구(MK)회장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나오는 등 살얼음판이다.LG는 그룹의 주력사인 LG전자의 수익 악화로 비상등이 켜졌다. 반면 SK는 당장 발목 잡힌 현안이 없다. 상반기 실적도 좋아졌다. 세금을 떼기 전의 순익(상장사 기준)이 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늘었다. 주요 재무지표인 영업이익률(8.55%), 자기자본이익률(10.21%),1인당 영업이익(1억 4681만원원)에서도 10대 그룹 가운데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통계상의 허점이 있긴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기업 보고서 분석 결과, 직원 1인당 평균 월급도 SK㈜가 523만원으로 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다. 롯데쇼핑(168만원)의 3배다. 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인재 채용도 대폭 늘렸다. 올 하반기에만 800여명을 새로 뽑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외국자본 소버린과 경영권 전쟁을 치르면서 기업지배구조도 상당폭 개선돼 정부당국의 ‘순환출자’ 칼날에서도 어느 정도 비켜나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순환출자 해소 방안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최근 몇년새 마음고생이 심했던 SK가 요즘에는 가장 태평성대여서 전화위복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그룹 내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는 게 SK 직원들의 얘기다. 한 직원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한차례 큰 시련을 겪고 나니 직원들간 결속력이 끈끈해지고 위기 대처능력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한때 ‘심각한’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탓인지 “최태원 회장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주력사인 SK텔레콤이 5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맞은 데다 해외 성장동력도 확보되지 않아 고민이 적지 않다.”면서 ‘SK 행복론’을 경계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광장] 대선주자들이 명심할 일/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선주자들이 명심할 일/육철수 논설위원

    지난해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막 돌았을 무렵, 어느 언론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예의상 좀 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참여정부의 권위가 없거나, 힘이 빠져 몰랑몰랑하게 보였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단순히 정부를 약올리려는 전략적 보도였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일찍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떠오른 것은 과거엔 볼 수 없던 일이라 적이 놀랐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력 대선주자들은 그대로다. 소극적이던 주자들은 이제 소신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민생 속으로 들어가 있다. 지금도 대선주자들이 부각되는 데 대해 이른 감이 있으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다음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현재 거명되는 정치인들 중에 나올 것이라는데는 이론(異論)이 없을 듯하다. 대선주자들의 조기 부상과 함께 특이한 대목은 일부의 행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벌써 50일을 넘겼다. 민심 현장을 찾아다니느라 텁수룩한 수염에다 땡볕에 그을린 얼굴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내륙운하 건설을 위한 탐사활동을 최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예전의 대권주자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정치효과가 내년 당내 경선과 대선 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서민과 호흡을 맞추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야(與野)에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복이라 할 만하다. 국민의 소중함을 깨닫고 색다른 행보를 보이는 대권주자들을 접하면서 앞으로는 대통령되기도 꽤나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대권주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개인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나 현 정권에 대한 협조도 아끼지 말라는 점이다. 한 나라의 정권이란 육상의 릴레이 경기와 비슷해서다. 릴레이는 혼자만 잘 뛴다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주자 모두가 맡은 구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차기 대권을 잡은 사람은 좋으나 싫으나 현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직전 정권에 허물이 많아 설거지에 매달리다 보면 민생탐방 등으로 어렵게 구상한 정책의 구현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노태우 정권은 5공 청산하느라 세월을 허송했다. 김영삼 정권은 군사문화 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로 집권초기 시간을 써야 했다.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로 거덜난 곳간 채우느라 바빴고, 현 정부도 직전 정부가 실시한 경기부양의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취임 초기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국력소모를 최소화하려면 현 정부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정권 차원이 아니라 크게 보아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그래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노 대통령은 다음 정권을 맡을 사람에게 ‘꼬부라진 마음’도 있으나 ‘펴진 마음’으로 잘해서 바통을 넘겨줄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권주자들도 현 정부의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노리기보다는 성공을 도왔으면 싶다. 그것이 유권자의 표 더 얻는 것만큼 유용한 일이며, 차기 정부가 시종일관 제 페이스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은행권 ‘넘버 2’가 뜬다

    ‘넘버 2’를 주목하라.’ 시중은행의 수석부행장, 국책은행의 부총재 또는 전무는 은행권의 2인자로 불리지만 전통적으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행장을 말없이 보필하거나 뒷선에서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해 왔다. 세간의 이목은 언제나 ‘넘버 1’인 행장에게 쏠렸고, 이들 ‘넘버 2’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조용한 ‘내조’였다. 그러나 요즘 은행권 ‘넘버 2’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의 ‘입’이 되는가 하면 인수·합병(M&A)처럼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한다. 최근 끝난 LG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산업은행 김종배(56) 부총재와 신한금융지주 서진원(55) 부사장이었다. 김 부총재는 ‘파는 쪽’의 전략을 총괄했고, 서 부사장은 ‘사는 쪽’의 핵심 사령탑이었다. 지난 16일 김 부총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던 기자회견장에는 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해 그의 ‘입’을 주목했고, 인수 후보들의 명암도 그의 발언에 따라 엇갈렸다.1974년 산은에 입행한 이후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올해 부총재에 올랐다. 기업금융본부장을 맡았던 지난해부터 LG카드 매각을 총괄지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핵심을 잘 알고 있었다. 신한지주의 서 부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현재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LG카드 인수전에서 최종 인수가격 결정은 물론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라응찬 회장과 이인호 사장이 내렸다. 하지만 지난 9개월 동안 인수팀을 이끌며 인수 작업 전체를 주도한 사람은 서 부사장이었다. 두 달전 아들을 희귀병으로 잃고도 주말도 없이 야근을 밥먹듯이 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M&A로 뜬 또 다른 인물이 바로 국민은행 김기홍(49) 수석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충북대 교수로 있던 김 부행장을 삼고초려 끝에 스카우트했다. 인수전은 물론 론스타와의 본협상을 이끈 김 부행장은 할 말은 하는 돌격형 스타일로 국민은행의 ‘입’이 됐다. 김 부행장이 매월 둘째 수요일에 여는 정례 기자간담회에는 언제나 그의 말을 들으려는 기자들로 넘쳐난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김 부행장은 업무 때문에 언론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강 행장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넘버 2’ 김진호(59) 전무도 요즘 주목받고 있다. 현재 수은 내부에서는 다음달 3일로 임기가 끝나는 신동규 은행장 후임에 김 전무가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장에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수은 행장은 창립 후 30년 동안 재정경제부 출신이 독식해 왔다. 최근에도 후임 행장으로 재경부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고려하면 내부 승진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무는 은행 창립 멤버로 여신 및 기획 업무 등 주요 직책을 수행했고, 노조도 내심 김 전무의 은행장 승진을 원하는 눈치다. 기업은행 이경준(58) 신임 전무도 각광을 받는다. 이 전무는 지난달 27일 전무이사로 승진하면서 보험사 및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기업은행의 전례로 볼 때 전무의 입에서 은행의 향후 전략이 구체화된 적은 드물었다. 기업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로 끝난다.수출입은행장과 기업은행장 선임이 모두 내부 승진으로 귀결되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관료 출신을 임명하던 국책금융기관 CEO 선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공무원 첫 교섭 순항 난항

    공무원 첫 교섭 순항 난항

    이르면 새달부터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다. 지난 1월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합법화된 이후 첫 단체교섭이다. 전례가 없는 만큼 정부는 정부대로, 노조는 노조대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단체교섭,9월 ‘본궤도’오를 듯 20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합법적인 설립 절차를 마친 공무원노조는 42개 기관, 가입 공무원은 3만 5000명이다. 기관별 단위노조는 물론 전국 단위 연맹체 노조로 지난 5월 첫 설립인가를 받은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교육연맹)도 포함돼 있다. 노조설립 대상기관 271곳의 15.5%, 노조 가입 대상공무원 27만 5000명의 12.7%에 해당한다. 설립신고를 마쳐야 단체교섭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각각 14만명,11만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아직 ‘법외 노조’이다. 전공노 최낙삼 대변인은 “노동3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상황에서 합법 노조로 전환할 계획은 없으며, 단체교섭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일괄적으로 노조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요구하는 등 탄압에 대한 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공노총은 지난달 말 158개에 이르는 대정부 교섭안을 확정하는 등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박성철 위원장은 “새달 초 설립신고를 한 뒤 단체교섭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공무원노조는 복수 노조가 허용된 만큼 어떻게 교섭해 나갈 것인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4개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도 지난 12일 출범식을 가진 데 이어 조만간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공무원노조에는 노조가입 대상인 중앙부처 공무원 4만 5000명 가운데 1만 70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말고도 노조 이전 단계인 공무원직장협의회 차원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85개 기관 5만 5000여명의 움직임도 관심 대상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노조가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공직협은 고충처리나 기관발전 등의 사안만 협의할 수 있어 제한적”이라면서 “특히 계약직 공무원은 공직협에 가입할 수 없었으나, 노조설립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이들만의 직능별 노조도 설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성실이행의무’ 준수 여부가 관건 단체교섭이 이뤄지려면 노조가 협상 개시일 30일 전까지 교섭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섭요구서를 제출한 노조는 없다. 따라서 새달 말쯤에야 교섭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를 비롯한 법령이나 예산과 관련된 사안은 단체교섭을 거쳐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단체교섭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법령이나 예산과 관련된 사안은 국회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고, 노조에 이행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만큼 협약은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노조 활동은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시간외수당 인정범위나 직원들의 복지예산 확대 등 각 기관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분은 단체교섭에서 노조측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합법 노조에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불법 노조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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