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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 의사의 생생한 옥중 신문기록

    ‘피고가 평소에 적대시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전에는 별로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최근에 한 명 생겼다.’ ‘그게 누구인가.’ ‘이토 히로부미이다.’ ‘이토 공작을 왜 적대시하는가.’ ‘그 이유는 많다. 즉 다음과 같다.(중략)이상의 죄목에 의해 나는 이토를 살해했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직후 체포된 안중근 의사가 10월30일 하얼빈 일본국 총영사관에서 검찰관 미조부치 다카오에게 받은 1차 신문 조서의 일부다. 안 의사는 이토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이토가 조선의 왕비를 살해했고, 한국에 불리한 조약을 강제로 체결했으며, 무고한 한국인들을 살해하고, 동양의 평화를 교란시킨 점 등 열다섯 가지의 ‘죄목’을 언급했다. 그리고 ‘만약 이토가 살아있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결국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토가 사망한 이후 일본은 충분히 한국의 독립을 보호하여 실로 한국은 부강해질 수 있을 것이며, 그 밖의 동양 각국의 평화 또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이기웅 엮음, 열화당 펴냄)는 검찰관 신문조서와 공판시말서에 기록된 안 의사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조국 독립과 동양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투철한 의지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책에 실린 ‘검찰관 신문조서’는 일본 관동도독부 뤼순감옥에서 1909년 10월30일부터 이듬해 1월26일까지 모두 11회에 걸쳐 진행된 안중근에 대한 신문기록과 그의 두 동생 안정근, 안공근에 대한 참고인 신문기록이다. 그리고 ‘공판시말서’는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1910년 2월7일부터 14일까지 재판장 마나베 주조 심리로 6회에 걸쳐 열린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도하에 대한 공판기록을 번역해 실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초판 발간 10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 이번 개정판에는 안 의사의 공판 관련 자료 및 사진 자료를 추가해 자료집으로서의 외양을 좀 더 충실히 했다. 특히 영국 화보 신문 ‘더 그래픽’이 1910년 4월16일자에 게재한 찰스 모리머 기자의 ‘안중근 공판 참관기’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공판의 생생한 기록으로서 눈길을 끈다. 영국인 기자는 ‘그는 이미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준비 정도가 아니고 기꺼이, 아니 열렬히, 자신의 귀중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했다. 그는 마침내 영웅의 왕관을 손에 들고 늠름하게 법정을 떠났다.’고 썼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구 다섯바퀴 돈 슈퍼맨 금빛날개 희망으로 접다

    지구 다섯바퀴 돈 슈퍼맨 금빛날개 희망으로 접다

    다른 운동을 하려다 돈이 들어갈 것 같아 발을 들여놓은 마라톤이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찍은 사진이라곤 한 장도 없는 집안에서 흔히 그렇듯, 더러는 학교를 빼먹고라도 농사를 거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도망 다니던 개구쟁이 막둥이였다. ‘국민 마라토너’보다는 ‘봉달이’라는 별명이 더 친숙한 이봉주(39·삼성전자)가 21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우승, 생애 마지막 레이스를 화려하게 마쳤다. 2시간15분25초. 자신이 2000년 일본 도쿄마라톤에서 작성한 한국기록(2시간7분20초)과는 멀다. 하지만 그는 ‘무한 도전’에 망설이지 않은 정신력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20년간 희망의 레이스를 펼쳐온 이봉주는 “내 생애 최고의 레이스였다. 끝까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황영조도 완주 8차례 그쳐 충남 천안시 성거읍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천안농고 1년 때 육상에 첫발을 뗐다. 레슬링 선수였던 큰형을 따라 운동에 취미를 붙인 게 발단이었다. 이봉주가 달리기에 얼마나 매달렸는지는 고교를 세 군데나 옮겨다녔다는 데서 엿보인다. 팀이 해체되는 불운을 떠안고 삽교고를 거쳐 광천고로 전학하는 고집을 부렸다. 불혹(不惑)에 열매 맺은 41번째 완주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라면 42.195㎞를 100m 평균 18~19초의 속도로 2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대부분 10~20회 완주 기록을 남기고 쓸쓸히 은퇴의 길을 선택한다. 동갑내기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완주는 여덟 차례에 그쳤다. 이봉주는 이날 완주로 지구의 둘레를 다섯 바퀴 넘게 달렸다. 거리는 22만여㎞. 하프마라톤(21.0975㎞)도 13차례 치렀다. 한 차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크로스컨트리, 오르막 훈련 등으로 4000~5000㎞씩 모두 54차례를 소화한 셈이다. 무엇보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교훈이 담겼다. 왼발 248㎜, 오른발 244㎜의 ‘짝발’에다 평발, 레이스 도중 쏟아지는 땀으로 눈을 찌르는 눈썹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하다 잘못돼 ‘짝눈’으로 달려야만 했다. 1999년엔 코오롱 선수단 개편을 둘러싼 대립으로 팀을 떠나 자비를 털어 운동하는 떠돌이 신세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는 “키워준 팀을 버리고 잘되겠느냐는 따가운 눈총 탓에 실패하면 운동화를 벗어야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봉주 사진 더 보러가기 ●“이제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 편해” 그러나 2001년 부친이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슬픔을 딛고 미국 보스턴마라톤에서 1947년 서윤복(86) 이래 반세기 만에 금메달을 일궜다. 그 뒤로도 자신이 쌓은 장벽을 스스로 허물기 위해 줄곧 뛰었다. 은퇴한 그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학위 논문을 마친 뒤 지도자의 길을 밟을 계획이다. 어머니 공옥희(74)씨가 지켜본 가운데 마지막 레이스를 펼친 그에게 뒤이을 후계자가 없는 어두운 현실이 드리웠다. 이봉주는 떠나는 선배를 끝내 꺾지 못한 후배들에 대해 “경기하면서 실망한 게 사실이다. 후배들이 달리면서 서로 눈치보는 경향이 있다. 더 과감하게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나름대로 더 빨리 일어나 더 많이 뛰었다고 자부한다. 이제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뛰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도마 위에 오른 외국어고] 교총 “개선” 전교조 “근본변화 필요”

    교육단체들도 외고 폐지에 대한 찬반 논쟁에 돌입했다. 외고 폐지가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부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폐지 뒤 공교육 정상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일 “외고의 부작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지만 폐지나 자율고 전환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총 이원희 회장은 이날 “외고는 획일적 평등화의 폐해를 줄이고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에서 탄생했고, 실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단순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논리만으로 외고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부를 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김희경 기획이사는 “현재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는 반큼 교육계·학계·학부모·정치권 등이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이미 사교육 없이는 갈 수 없는 학교, 입시부정, 타계열 진학, 특정집단의 독점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음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교조도 외고의 자사고 전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여의도 돋보기] 국감 성적표는 보좌관 살생부

    국정감사가 한창인 16일 늦은 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22호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실은 국감 자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의원 보좌관 22년차인 박창수 보좌관은 국감이 시작된 지난 5일 이후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자신이 모시는 ‘배지’를 빛나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박 보좌관은 이번 국감에서 5년간 825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WCU(World Class University·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자료를 내 단단히 한몫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감장에서 쩔쩔맸고, 이 의원의 활약상도 부각됐다. ●성과 못내면 보따리 싸는 ‘비정규직’ 의원 보좌관이 국감에 목을 매는 것은 국감 성적표가 곧 보좌관의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의원이 국감에서 얼마나 활약하느냐는 보좌관의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 국회의 정설이다. 보좌관이 국감 때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이를 언론에 반영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평소에 “능력있다.”, “의원님 잘 모신다.”는 말을 듣는 보좌관이라도 국감 때 제대로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면 소용없다. 국감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를 보전하기도 어렵다. 국감이 끝나면 의원회관의 적잖은 보좌관이 보따리를 싸는 모습이 해마다 목격된다. 보좌진은 ‘영원한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나온다. 보좌관이 국감만 잘해도 “한해 농사를 다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물타기’와 ‘물먹기’다. 하나의 사안을 선정해 파고들다가도 같은 사안을 준비하던 다른 의원실에서 먼저 보도자료를 뿌리면 헛일이다. 이럴 때 보좌관은 “물 먹었다.”고 표현한다. 괜찮은 자료를 준비했지만 국감장에서 다른 의원이 먼저 관련 내용을 질의하면 보좌관은 힘이 빠진다. 의원의 질책도 뒤따른다. 부실한 운영이나 예산 누수 등 정부 부처를 곤란하게 만드는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처가 낌새를 채고 관련 대책을 먼저 발표해 버리는 일도 있다. 보좌관은 이를 ‘물타기’라고 부른다. 한나라당 소속 3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같은 당 의원이라도 국감 때면 모두 경쟁자”라면서 “서로 정보공유도 하지 않고, 눈치작전도 불사한다.”고 귀띔했다. ●실력 있으면 의원들이 먼저 러브콜 예전에는 의원의 ‘심부름꾼’이라는 자조도 있었지만, 정치 수준이 향상되면서 보좌관의 전문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석·박사 출신 보좌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채용 시장도 뜨겁다. 입법 행정과 법안, 해당 상임위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실력있는 보좌관에게는 의원들이 먼저 “같이 일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낸다. 기획재정위, 정무위, 예결위 등 전문성이 필요한 상임위에 특화된 보좌관도 있다. 이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보수는 일률적이다. 4급 보좌관은 연봉 6700여만원(4급 21호봉), 5급 비서관은 연봉 5400만원(5급 24호봉)을 받는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3급 보좌관을 신설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사설] 한국노총 대화도 않고 회담장 박차나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 어제 ‘대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내년부터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강행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정면 반발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경제 논리에 맞춘 노동배제 정책이자 노동조합 말살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오는 15일 총파업과 정책연대 파기를 결의할 예정이며 노사정위 논의 중단도 선언했다. 정부 역시 강경하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후진적 노사관계의 틀을 반드시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노정간 정면충돌이 예고된 것이다. 한국노총의 강경투쟁 선언은 전임자 임금 금지가 가져올 노동세력의 약화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일부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선진국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준이나 다름없다. 복수노조도 국제노동기구(ILO)가 도입을 권고한 지 오래다. 법을 만들고도 13년이나 시행을 미룬 탓에 전임자 수가 과도하게 늘어났고 기득권 유지를 위해 투쟁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 노동 운동의 현행 구조다. 노사관계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불합리한 제도에서 초래된 측면이 크다. 이번 기회에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보다 생산적으로 바꿔야 한다. 최근 KT, 쌍용차 노조 등 20개 가까운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생산적인 노사 선진문화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법과 원칙의 실천이 중요하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 역시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2) 겉도는 피해자 지원책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2) 겉도는 피해자 지원책

    4년 전 동네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지수(가명·13)는 서울의 한 성폭력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끝내고 학교로 복귀했다. 잘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지수 어머니는 수심에 잠겨 상담센터를 다시 찾았다. 지수가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남학생들만 보면 피해 다니고 교복치마를 입기 싫다고 울고불고 한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성폭력의 상흔이 사춘기에 다시 나타나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면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상담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당장 피해자의 1차 상담이나 치료만으로도 인력이 모자란다.”고 토로했다. 7살짜리 딸아이가 상습 성추행을 당한 뒤 서울의 다른 동네로 이사간 전모(38·여)씨. 얼마 전 동네에서 가해자와 마주친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뻔했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가해자가 전씨 가족을 따라 이사를 온 것이다. 전씨는 경찰에 보호요청을 했지만 “범죄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라서 출동이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원화된 수사·상담기구 마련해야 한국의 아동 성폭력피해에 대한 구제 체계는 사후약방문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할부처인 경찰청과 여성부는 “원스톱 상담 및 치료, 법적절차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경찰·검찰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중복진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사후 관리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수사부터 사후관리까지 실질적으로 통합관리할 독립기구가 설치돼야 하고 상담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동성폭력 신고 및 상담은 전국 해바라기아동센터(10곳)와 원스톱지원센터(16곳)로 분리돼 있다. 그러나 주로 해바라기아동센터가 전담하는 실정이다. 원스톱센터는 여성·가정폭력에 대한 치료를 주로 하고 있어 아동사건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원스톱센터의 경우 지난해 방문인원 1만 74명 중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가 1091명이었다. 원스톱센터에는 여경을 비롯해 상담사·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춘 간호사가 1명씩 상주한다. 그러나 이중 소아정신과와 연계되어 있는 곳은 서울 경찰병원과 보라매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등 3곳뿐이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신의진 교수는 “아동성폭력 면담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 임상심리사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은 경찰 여성청소년계가, 수사는 형사계가 맡고 있는 이원적 구조도 문제다. 경찰 진술단계에서부터 강압적인 진술을 강요하거나 합의 종용, 신원노출 등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상담자 중 이런 피해를 호소한 비율은 전체 상담자 가운데 20% 정도 된다. ●경찰·법원 수사전문인력 양성도 시급 경찰과 법원의 수사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경찰은 경찰수사연수원 주관으로 1년에 6~9차례, 검찰은 법무연수원에서 1년에 한 번 관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특징과 의미, 피해아동의 특성, 효과적인 조사기술 등을 교육한다. 경찰은 피해아동의 진술능력을 입증하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범죄심리사 1급(한국심리학회 인증) 소지자 등 대학원생 위주로 구성된 행동분석 진술전문인력 23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서울, 경기, 인천 등 5개 원스톱센터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 아동들의 진술능력을 수치로 객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사후 심리나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의진 교수는 “피해 아동의 대부분은 극도의 불안·우울 증세를 보인다.”면서 “성폭력 피해경험이 많거나 엄마가 우울할수록 아이의 진술능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치료·상담 매뉴얼을 정부 관련부처가 제작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를 통해 상담 노하우를 공유하고 상담자에 대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대아동 지원기관인 미국 콜로라도 켐프센터의 경우 기초조사 때부터 법의학 전문가와 검사가 동원된다.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관계기관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져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꽃담장 세우니 쓰레기 투기 뚝 끊겼어요

    꽃담장 세우니 쓰레기 투기 뚝 끊겼어요

    ‘너지(Nudge) 효과’를 활용, 수십년간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곳이 있다. 너지란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저서명에서 유래됐다.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대신 자연스레 흥미를 유발해 교묘히 행동을 고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을 말한다. 영등포구는 지난 8월부터 대림2동의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 15곳을 선정, 꽃으로 만든 담장을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주요 골목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24시간 감시해 왔다. ‘몰래 버린 양심 부끄럽지 않나요’ ‘쓰레기 NO, NO!’ 등과 같은 문구를 주변에 붙여 계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늦은 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줄지 않았다. 오랜 관행을 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영등포구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너지효과를 적용,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 벽면에 꽃(조화) 장식을 달았다. 대림2동 주민자치위원회, 자원봉사연합회, 자율방범대, 귀한(歸韓)동포연합 자원봉사단 등 171명이 설치를 도왔다. 꽃담장을 관리하는 근무조도 편성해 색이 바랜 꽃을 교체해 깨끗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꽃담장’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 기존의 어떤 시도보다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 김모(45)씨는 “항상 지저분했던 길목이 어느샌가 쓰레기가 하나도 없이 깔끔해져 속이 다 후련하다.”면서 “악취도 사라지니 동네 자체가 확 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구청장은 “너지효과를 지역행정에 잘 적용해 불법쓰레기 투기 근절 효과는 물론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미관도 만들어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적용 사례들을 발굴해 지역 환경 및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말레이시아에 울려퍼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예예예~. 코리아 원더풀.” 1일 저녁 말레이시아 행정도시 푸트라자야의 한 식당에서 우리나라 대중가요 ‘사랑해’가 한국말로 울려퍼졌다. 전통 의상을 곱게 입고 노래를 정겹게 부르는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내로라하는 전·현직 행정부 고위공직자 500여명. 이날 모임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과 말레이시아 인사행정관리처(PSD)가 주최한 한국의 밤, 일명 ‘사랑해 나이트(night)’였다. 전 내각장관 샴수딘 푸트라자야 신행정도시 공사사장, 차관급인 이스마일 아담 인사행정관리처장, 무하마드 말레이시아 국립행정연수원장 등도 함께 했다. 말레이시아에는 유독 친한파 공무원이 많다. 1984년부터 한국·일본의 국가발전모델과 공직윤리, 기업정신 등을 배우기 위한 ‘동방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를 실시했다. 한국 연수는 말레이시아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경쟁률이 치열하다. 말레이시아 정부 교육파견 책임기관인 인사행정관리처에 따르면 최대 3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응모자격도 3~4년간 연속으로 업무평정에서 ‘우수’를 받은 공무원만 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교육원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은 자국에서 ‘코티(COTI·중앙공무원교육원 약칭) 마피아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주요 고위직 에서 활약 중이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샴수딘 사장 등은 모두 코티 동창생이다. 그만큼 자원, 기업투자 등 우리나라와의 업무 협조도 수월하다는 게 교육원 측의 설명이다. 박경배 국제교육협력관은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이 연수를 오면 우리말로 ‘사랑해’를 가르치는데 말레이시아에 지한파 공무원이 많아지면 향후 국가경쟁력과 해외투자, 이미지 제고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쌍용차노조도 중도실리파 당선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분리된 ‘중도실리’를 표방한 새 집행부를 선택했다. 쌍용차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차기 노조 집행부 결선투표에서 기호 3번 김규한(41)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전체 투표자 2940명 가운데 1740명(59.2%)의 지지를 얻어 1175표(39.97%)에 그친 기호 3번 홍봉석 후보를 눌렀다.김 후보와 홍 후보 모두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독립노조를 구성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김 후보는 ‘중도실리파’, 홍 후보는 ‘강성파’로 분류된다. 김 후보는 “노사관계 안정과 법정관리 탈피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노사 간 불필요한 마찰을 자제하겠다는 ‘노사평화선언’을 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교원평가 반대→대안마련 전교조 처음 머리 맞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9일 ‘교원평가제’ 대안 마련을 위한 첫 공식 논의에 들어간다. 지난달 29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무조건 반대보다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이후 처음 나오는 구체적 행보다. 28일 전교조에 따르면 전교조 집행부와 시·도 지부장 등 핵심간부들은 29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교원평가제 법안 논의에 대한 대응 방향을 토론할 예정이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교원평가제의 법제화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평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교조는 “교장 중심의 기존 근무평정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교원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전교조의 기류 변화는 오래전부터 감지돼 왔다. 전교조 관계자들은 “그동안 전교조의 교원평가제 반대 주장이 부각되면서 이익추구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썼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유연한 태도와 비교대상이 됐다. 지난달 교총 이원희 회장은 “인사 연계 없는 교원평가라면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사와 연계한 교원평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말의 앞뒤만 바꾼 셈이다. 전교조 회원들 사이에선 “두 단체 입장은 비슷한데 정치력 차이가 컸다.”는 자조도 나왔다. 문제는 역시 내부 반발이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교원평가에 대한 공감대는 널리 퍼져 있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2005년 당시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은 교원평가제 논란에 휘말려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엄 대변인은 “교총과 마찬가지로 인사와 연계한 교원평가는 안 되고, 기존 근평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이점은 교사에 의한 교장 평가 등 다면상향 평가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2년째 묶다니… 실질삭감” 노조 반발

    “2년째 묶다니… 실질삭감” 노조 반발

    국가재정과 경제난 극복을 이유로 공무원 임금이 2년 연속 동결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임금 현실화를 강조한 공무원노조는 보수 동결과 관련 대규모 저지 투쟁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무원들의 사기 등을 감안한 소폭 인상의 불가피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무원 보수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어려운 경제여건과 민간에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공직사회가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고통을 분담하자는 솔선수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보수가 2년 연속 동결되기는 1998~99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재정부는 내년도 중앙행정기관의 업무추진비를 1946억원으로 올해보다 5.2%(107억원) 감축하고, 물가상승에 따른 늘어나는 기관 운영경비도 자체 비용 절감 노력으로 흡수하라며 288억원(1.2%)을 삭감한 2조 3084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공무원 정원과 인건비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보수와 관련 표준생계비와 물가상승률(한국은행 발표 2.5~3%)을 감안해 공무원들의 보수 인상 등의 처우 개선을 재정부에 요청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생계비 등을 감안하면 최대 5%까지 인상하는 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 7월29일자 25면> 이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4.7% 상승에 이어 올해도 3%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내년도 임금 동결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성걸 재정부 예산실장은 “과거에는 인건비가 과도하게 편승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쓰지 않는 인건비 불용액을 전부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국가 재정난과 경제 인프라 전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연이은 공무원 보수동결은 공무원들의 실질소득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어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임금 자진반납 등이 잇단 상태라 공무원들의 임금 동결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체신노조·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합 등 5개 단체(30만명)로 결성된 ‘공무원 보수 관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재정부 등에 항의 방문키로 했다. 정의용 공노총 사무총장은 “공무원노조법 8조에 따라 임금을 합의하기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정부가 결정을 내렸다.”며 향후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공무원노조·민주공무원노조·법원노조가 뭉친 통합공무원노조도 연대 투쟁 의지를 확인했다. 윤진원 통합노조 부대변인은 “2년째 물가상승 대비 임금인상이 전혀 없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공무원 임금 동결이 민간분야 임금삭감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 회복 기조로 공무원들의 생계유지와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차라리 보수를 일부 인상(2~2.5%)해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현대車지부가 직접 개별교섭 금속노조 방해땐 탈퇴 할수도”

    “고용을 지켜내기 위해 기업지부가 직접 하는 개별교섭의 틀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그게 안 되면 조합원의 의사를 물어 (금속노조 탈퇴를) 판단하겠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제3대 지부장으로 뽑힌 이경훈(49) 당선자는 28일 노조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회사 측과 개별교섭을 진행하는 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끝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탈퇴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당선자는 그러나 당장 탈퇴한다는 뜻이 아니라 금속노조로부터 단결권, 교섭권, 체결권을 돌려받는 데 우선 치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자는 “금속노조 산하 각 기업지부의 상황이 서로 다른 만큼 개별기업의 고용이나 임금, 복지 등은 해당 기업지부에 맞게 자체 처리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또 금속노조에 대한 현대차 조합원들의 불만이 쌓였음을 털어놨다. 이 당선자는 “정치파업 등으로 1년 내내 무분별한 파업을 계속한다면 조합원 가운데 누가 동의하겠느냐.”면서 “조합원들은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파업으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정치파업을 자제하고 조합원의 권익에 힘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당선자는 금속노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금속노조는 법에도, 규약에도 없는 3자 교섭을 벌이고 있다.”며 이 같은 교섭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회사와의 관계에 대해 “회사는 조합원의 삶의 질과 평생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노사가 윈윈한다.”면서 “회사는 세계 4대 자동차 기업인 GT4(Global Top4)에 걸맞게 올해 임·단협 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노조도 그에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 집행부는 10월12일 취임식을 갖는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까마중 등 110종 다도해 섬 점령

    까마중 등 110종 다도해 섬 점령

    외래식물은 해상국립공원 내 섬지역까지 잠식해버렸다. 나주대학 김하송 교수는 20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10개 도서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외래식물 현황에 대한 분석자료를 건네주며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남해상의 청정수역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외래식물 현황 파악을 통해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고자 조사를 벌이게 됐다.”면서 “다도해 10개 섬에 뿌리를 내린 외래종은 총 33과 110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흥 외나로도에서 90종이 관찰돼 전 조사지역 중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다. 이어 진도군 하조도에서 79종, 흑산도·금오도에서 각각 59, 54종이 발견됐다. 이밖에 신안군 우이도에서 43종, 홍도에서 48종이 관찰됐다. 공통적으로 관찰된 외래식물은 흰명아주, 미국자리공, 유럽나도냉이, 다닥냉이, 큰방가지똥, 도꼬마리 등 23종, 9개 지역에서 나타난 종은 미국가막사리, 삼나무, 겹달맞이, 까마중, 만수국 등 7종이었다. 물참새피, 털물참새피 등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식물도 다수 포함돼 있어 방치할 경우 급속도로 확산돼 토착식물의 생장저해 등으로 자연경관이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해상 국립공원의 독특한 자연경관, 생물종,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외래식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물리적인 제거도 중요하지만 외래식물 분포와 확산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각 군락지에 강한 자생식물을 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현대차노조 실리파 당선] 금속노조 탈퇴,민주노총과 새 관계 예고

    [현대차노조 실리파 당선] 금속노조 탈퇴,민주노총과 새 관계 예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산하의 국내 최대 단위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의 새 집행부에 조합원 권익을 우선시하는 실리노선의 이경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이 회사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노동계 안팎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올 초부터 인천지하철·쌍용차·KT 등 굵직굵직한 사업장의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함으로써 다소 온건 노선이 들어선 현대차 노조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성집행부 잇단 비리에 발목 1987년 7월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1994년 중도 노선의 이영복 위원장 당선 이후 15년 만에 같은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1994년 한 해를 빼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여왔다. 이 후보의 당선에는 앞으로 강경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싸워달라는 조합원들의 표심이 깔려 있다. 과거 강성 집행부 시절 금속노조 중심의 중앙집중적 투쟁과 연례적 파업 등 강경 노동운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조합원들 사이에 ‘(수십년 동안) 피 터지게 싸웠지만, 현대중공업보다 (근로여건 등이) 나아진 게 뭐가 있느냐.’는 의견이 팽배했고, 급기야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노조도 무너진다.’는 중도실리 노선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 같은 기류는 1차 투표에서도 감지됐고, 결선투표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이 후보가 당선됐다. 또 강성 집행부 시절 잇따라 불거졌던 도덕성 논란도 조합원들이 강성 후보에게서 고개를 돌리게 했다. 8대 집행부의 노조 광고비 문제, 10대 전 위원장의 뇌물수수 구속사건, 12대 집행부의 노조창립기념품 비리 등 잇단 노조 비리로 조합원의 불신이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노조 탈퇴는 않을 듯 이 당선자는 상급 노동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의 새로운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금속노조의 개혁을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새 집행부는 향후 금속노조의 일방적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에 이슈가 등장하더라도 현대차 노조는 무조건적인 투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올 임단협서 방향성 드러날듯 그렇다고 해도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과 결별하는 등의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새 노조 집행부는 상급 노동단체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합원의 권익과 실리를 추구할 공산이 크다. 새 집행부가 파업의 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조 안팎에서는 이 당선자가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요구와 투쟁 카드를 꺼내보이는 양면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집행부에 대한 1차적 평가는 지난 집행부의 조기 사퇴의사로 해결되지 못한 올해 임·단협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이 새 집행부의 본질적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현대차노조 실리파 당선] ‘6전7기’ 이경훈 당선자 인터뷰

    “조합원들이 투쟁보다 실리를 택한 만큼 피폐화한 노조를 정상화시켜 현대중공업과 기아차보다 10년이나 뒤진 조합원들의 후생복리를 되찾겠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3대 지부장에 당선된 이경훈(49) 후보는 25일 오전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지자 30여명에 둘러싸인 채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꿔서 스스로 고용을 지키는 한국적 금속산별노조(현대차노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자는 “새 집행부 탄생으로 과거 이념과 명분에 집착하는 관념적 노동운동의 낡은 틀을 깨고 조합원과 소통하는 현장중심, 정파를 초월하는 대중중심, 주민과 상생하는 지역중심의 제2 민주노조운동이 이미 선언됐다.”며 노동운동의 좌표 이동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 당선자는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잦은 부정비리와 중도사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금의 혼란을 안정으로, 위기를 희망으로 바꿔주라는 뜻에서 저를 선택했다.”며 피폐해진 노조를 정상화시켜 임·단협을 연내 타결하고, 주간 연속2교대 등을 추진해 현대중공업 등에 비해 10년이나 뒤진 후생복리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 투쟁중심에서 실리로 선회, 회사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그 열매를 노조도 나눠가졌다. 그는 “현대차노조가 잘해야 15만 금속노조가 산다. 산별노조가 완성될 때까지는 교섭권, 파업권, 체결권을 기업지부에 과감히 위임해 현장 중심의 한국적 산별노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에게 노사대등과 공동발전, 평생직장, 고용안정, 경영참여, 투명경영, 노후보장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면서 “협상 파트너인 회사 측과의 관계 정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세계 4대 자동차 메이커에 걸맞은 회사 측의 긍정적인 자세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1986년 현대차에 입사, 1대 노조 집행부 조직쟁의부장을 지내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7년 7대 집행부 선거에 첫 출마했다가 떨어지는 등 내리 6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4차례의 선거에서는 1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가 결선에서 역전당했지만 이번에는 7번째 출마해 당선을 거머쥐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공무원노조 민노총가입 이후] 11만명 통합공무원노조號 어디로

    민주노총에 가입한 통합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밝힌 것처럼 당장 ‘정치 세력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결국은 정치적 색깔을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외부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가 통합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비난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정치 세력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6월 ‘4대강 정비사업’ 등 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한 것처럼 통합 노조도 같은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통합 노조가 정부의 주장처럼 당장 민주노총과 함께 ‘정치적’ 활동을 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는 12월까지는 통합 노조로 출범하기 위한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데다 무리한 행동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22일 치러진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에서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당시 투표에서 노조 통합건은 투표자 89.6%가 찬성하는 등 압도적인 비율로 가결된 반면 민주노총 가입건은 68.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기에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전체 조합원 중 약 25%)이 상당수 거부의사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에서도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 박홍조 민공노 부산 연제구지부장이 지난 23일 통합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반발해 전격 사퇴한 것을 하나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학계 및 외부 전문가들은 통합 노조가 결국은 정치적 색깔을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 노조는 앞으로 민주노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여러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정치 세력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합 노조가 ‘정치적 활동’을 하게 되면 정부는 강한 압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노조는 자칫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도 지난 2002년 출범해 강성으로 일관하다 분열된 전례가 있다. 전공노는 조합원이 한때 14만명에 달할 정도로 세를 과시하며 공무원 사회 최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지지선언(2004년)과 민주노총 가입(2006년) 등 파격적인 행보를 하다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았다. 투쟁에 지친 조합원들은 조직을 이탈했고, 지난 2007년에는 합법노조 설립을 주장하던 진영이 노동부에 별도의 설립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조직이 분열되고 말았다. 정용천 전공노 대변인은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한 정치적 중립은 계속 지킬 것”이라며 “다만 공무원의 근무환경 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Zoom in 서울]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계 터전 지하철 매점 사라진다

    [Zoom in 서울]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계 터전 지하철 매점 사라진다

    서울 지하철역 매점이 사라지고 있다. 매표소 바로 앞 대형 편의점에 밀려 대다수 적자운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생계수단이 지하철공사 측의 임대수익 추구 방침에 눌려 대책없이 고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철 승객들이 작고 초라한 매점보다 넓고 깨끗한 할인점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는 저소득층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점의 무더기 도산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경영논리만 앞세워 대기업 편만 들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5~8호선 지하역사의 통합매점(20 06년 간이매점, 신문·복권판매대 통합)은 2006년 95곳에서 현재 41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음료수자판기 수도 186개에서 143개로 감소됐다. 반면 대형 편의점이 아직 입점하지 않은 서울메트로 1~4호선에서 3년 동안 폐쇄된 매점은 단 1곳뿐이다. 지난달 5~8호선 148개 역사의 임대시설(매점) 운영계약이 만료됐지만 신청자가 적은 데다 공사측의 운영문제 개선 등으로 계약기간이 4개월 연장됐다. 도시철도공사는 정부의 장애인복지법 등과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설치한 매점이 역사내에 이미 위치하고 있음에도 지하철의 수익 증대 등을 위해 2007년 S편의점을 판매점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월 12억 9600만원의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S편의점도 ‘지하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지하철 매장의 식품판매율이 지상에 비해 약 25% 높고 출퇴근 시간대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호선의 한 역에서 과자, 음료수 등을 팔아온 매점 주인 김모(35·지체장애인)씨는 “불경기에다 손님을 편의점에 다 뺏겨 하루에 1만원도 못 버는 날이 허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점 운영자가 저마다 물품을 구입하는 유통구조도 문제다. 그래서 지하철의 매점마다 물건값이 조금씩 다르다. 김씨는 “몸이 불편해 도시철도공사에 물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이성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매점운영자들을 위한 전문 컨설팅을 통해 물품공급을 지원하고 임대료 할인을 늘리는 등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李대통령 “북핵 ‘그랜드 바겐’ 추진해야”

    │뉴욕 이종락특파원│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낮(현지시간) 북핵과 관련, “북한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는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아시아소사이어티·미국외교협회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오찬에서 ‘차세대 한·미 동맹의 비전과 미래’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통합된 접근법이 나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의 조치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이러한 프로세스(과정)를 자신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나 포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미국 및 국제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것이며 이는 곧 북한 스스로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나타내는 징후는 아직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본질적 문제를 젖혀둔 채 핵동결에 타협하고 이를 위해 보상하고 북한이 다시 이를 어겨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난 20년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폐기의 종착점에 대해 확실하게 합의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행동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을 제외한 5자간의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한국도 이러한 노력을 할 것이며 앞으로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을 하게 되더라도 북핵문제의 해결이 주된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저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확고하게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한·미 공조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밝힌 그랜드 바겐 구상은 단계별 처방과 보상이 되풀이되는 북핵 협상 관행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며 “북핵 문제를 북한 문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의미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미국은 피로써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시장경제가 뿌리내리는 것을 도왔다. 미국은 한국의 성공을 가능케 한 디딤돌이었다.”며 “바로 여기에 한·미동맹의 뿌리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지연문제에 대해 “동북아시아와 미국의 경제적 역동성을 촉진함으로써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도 크게 기여하고 한·미동맹이 군사안보동맹의 차원을 넘어 경제와 사회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일 오후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총장 내외와 비공식 만찬을 갖고 한·유엔 협력 방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jrlee@seoul.co.kr
  • 이공계 출신 브레인이 없다

    “사람 구하기 정말 힘들어요.” 정보화 부문을 담당하는 한 간부 공무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 전 관가를 휩쓴 정기인사에서 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보화 부서에서 ‘일 좀 한다’는 직원들까지 대부분 인사·조직 등의 부서를 선호해 가지 말라고 애걸복걸해야 할 판이었다고 했다. ●인사실은 고시출신 간부 23.5% 정부내 정보화 분야 이공계 브레인 양성과 정보화 업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보화 전략과 비상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전자정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보화 부서내 5급 이상 이공계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행안부 내 정보화 인력은 정보화전략실 126명, 정부통합전산센터 26 0명 등 376명에 달하지만 이중 5급 이상 행정·기술고시 출신은 29명(7.7%)에 그친다. 이는 행안부내 인사실의 5급 이상 고시출신 비율 23.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나마 이공계 출신은 3분의1이 겨우 넘는 11명밖에 안된다. 특히 디도스(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같은 사이버해킹과 보안 등 고도의 기술능력과 감각적인 판단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의 5급 이상 이공계 출신 공무원은 단 2명이고, 6명의 간부가 행정직 공무원이다. 부처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이공계 고급 인력의 부족에 대해 옛 정보통신부의 ‘전자정부’ 부문을 흡수 통합한 행안부의 인력배치 실패에서 찾는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전산센터의 경우 이공계 전문인력이 주로 간부를 맡아야 하지만 조직개편 당시 통신직 공무원들이 대부분 방송통신위원회로 가버려 어쩔 수 없이 행정직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옛 정통부 통폐합때 대부분 떠나 정보화 업무를 등한시 여기는 풍조도 문제다. 정보업무를 맡고 있는 행안부 관계자는 “정보화 부문은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적인 곳인데 승진 등 인사의 징검다리 자리로만 여기는 인식이 공직 내에 팽배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일부 간부들이 ‘난 정보화 업무를 잘 모른다.’며 본인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갑갑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정보화 부문 직원들까지 화학적 융합이라는 명목으로 2년마다 의무적으로 순환근무시키도록 한 것도 정보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재양성·업무인식 전환 시급 한 국립대 교수는 “정보화 부서로 흡수 통합된 사람들 사이에선 ‘아웃사이더’ 기조가 흐르고 있다.”면서 “비이공계 출신 간부들의 업무에 대한 무관심이 업무 효율은 물론 국가 정보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장애요소”라고 지적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09국가정보화백서’에 따르면 정보화 관련 올해 예산은 3조 1555억원에 이른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섬마을 400년 갈증 풀었다

    섬마을 400년 갈증 풀었다

    “물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숙원이 풀렸습니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의 조도와 호도, 이 섬마을에 남해 본섬에서 바다 밑으로 관로를 설치해 상수도를 공급하는 공사가 10일 준공됐다. 조도와 호도, 2개 섬 주민들은 이날 통수식과 함께 집마다 수돗물이 펑펑 공급됨에 따라 400년전 이들 섬에 조상들이 처음 이주한 뒤 지금까지 시달려온 지긋지긋한 물 부족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다. 조도에는 큰섬에 9가구 20명과 작은섬 28가구 63명, 호도에는 11가구 20명 등 모두 48가구 10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우물과 저장해 놓은 빗물 등을 식수와 빨래·샤워 등 생활용수로 써야 했고, 일년 내내 물 부족에 시달렸다. 가뭄이 심한 겨울에는 본섬에서 배를 이용해 수시로 식수를 실어 날라 썼다. 이날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 마을회관에서는 김태호 경남지사와 정현태 남해군수, 2개 섬마을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수식을 갖고 기념비 제막식도 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 수도꼭지에서 통수식 순간에 수돗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3개 섬 마을에 상수도가 공급된 것은 지난 2월 김 지사가 가뭄 현장인 조도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들의 식수고통을 전해듣고 사업비 12억원을 긴급 지원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남해 본섬까지 공급되는 남강댐물을 조도와 호도까지 보내기 위한 상수도 관로 설치 공사를 도비 12억원과 군비 3억 3700만원을 들여 지난 5월 착공했다. 남해 미조항에서 조도를 거쳐 호도까지 수심 20~35m 깊이의 바다 밑 1.96㎞와 땅위 2.39㎞에 지름 50~75㎜ 크기의 관로 한쌍을 설치했다. 준공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주민들은 수도꼭지를 틀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을 몇번씩 확인하기도 했다. 조도 이창수(44) 이장은 “물을 실컷 써 봤으면 하는 주민들의 소원이 풀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주민들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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