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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 세계 최대 조류발전단지 들어선다

    진도 세계 최대 조류발전단지 들어선다

    “신해양에너지, 조류(潮流)를 잡아라.”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단지(개념도)가 전남 진도군 해안가 일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각종 연구와 실측 조사에서 울돌목, 장죽수도, 맹골군도 등 진도 해안가 일대가 조류 발전의 최적지로 꼽히면서 세계적 기업들이 실증단지를 잇따라 설치, 운영하는 등 발전단지 건설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진도군에 따르면 진도군 군내면 울돌목과 조도면 장죽수도·맹골군도 일대에 조류발전기를 시험 가동 중이거나 시험 발전을 마친 업체는 한국해양연구원, 현대중공업, 독일 포이트 하이드로사와 기술협력을 체결한 ㈜레네테크 등 3개사다. 이들 가운데 조류발전단지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인 레네테크다. 2018년까지 1조 5000억원을 들여 조도면 장죽수도와 맹골군도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인 400㎿급 조류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파일럿 제품인 110㎾급 발전기를 장죽수도 일대 해안 수심 35m 해저에 설치해 전기 생산에 성공했다. 생산된 전기는 육상과 연결된 1.6㎞의 케이블을 통해 송전된다. 레네테크는 앞서 2007년부터 독일의 세계적 수력발전설비 생산기업인 포이트 하이드로와 기술 제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종선(54) 대표는 “포이트사의 조류발전기는 조류의 양방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해저에 설치되는 만큼 주변 경관을 해치거나 선박 통행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구조를 갖췄다. 조만간 본격적인 조류발전 상용화 단지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울돌목에 500㎾급 조류발전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실험에서 최고 유속 초속 5m에서 최고 출력을 내는 발전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토대로 오는 2014년까지 ‘㎿급 단지용 조류 발전 시스템 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또 남부발전 등 한전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지 선정과 구조물 설계, 계통 연계 기술 등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당장 상용화에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김해욱 부장은 “울돌목 말고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해저 케이블을 통한 송전설비 설치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군도 이순신 장군의 역사 유적지인 울돌목에는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원석 진도군 투자마케팅 과장은 “진도를 상징하는 울돌목에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할 수는 없다.”며 “현재 시험 조류발전소를 운영 중인 업체 가운데 우리 군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에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내주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류발전은 물살이 빠른 곳에 터빈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조차(潮差)가 큰 해안의 하구에 댐을 건설한 뒤 밀물 때 저수지에 해수를 유입, 썰물 때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조력발전과는 구분된다. 진도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울산 울주군 암각화 낙서에 몸살

    울산 울주군 암각화 낙서에 몸살

    세계적인 암각화 유적인 울산 울주군의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이 날카로운 돌로 새긴 듯한 낙서로 심하게 훼손돼 있다. 30일 울산시와 울주군에 따르면 두동면 천전리 각석에 최근 누군가가 돌로 새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상’이라는 한글 낙서는 천전리 각석의 오른쪽 부위 기하학 무늬 아래쪽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낙서 글자 옆에는 잘 알아볼 수 없는 큰 글씨의 또 다른 한글도 적혀 있다. 중간 부위에는 작대기 두 개가 ‘11’ 형태로 새겨져 있다. 이 낙서는 1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앞서 천전리 각석에서는 ‘1975’ ‘good time’ ‘○○청년회’ 등의 낙서도 곳곳에서 발견돼 암각화 유적 보전·관리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천전리 각석에는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 같은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만 높이가 낮은 데다 시설물의 구조도 촘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다. 각석 옆에는 ‘폐쇄회로(CC)TV 녹화 중’이라는 경고판까지 붙어 있지만 실제로 CCTV는 없다. 천전리 각석은 울주군에서 국비를 지원받아 고용한 문화재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일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는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 울산시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협의해 낙서를 지울지 결정할 예정이다. 또 인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도 한글로 된 낙서가 발견되는 등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 유적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산대박물관 관계자는 “소중한 문화 유적지를 보호하려면 상주 인력과 CCTV를 통해 훼손을 방지하고, 야간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국보 남대문 화재 사건에서 확인했듯이 문화재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보존하려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사설] 경찰은 공권력 의미 엄중히 새겨라

    대한민국 공권력 정말 부끄럽다. 허우대만 멀쩡하지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게처럼 밸도 없이 무기력한 ‘무장공자’(無腸公子)다. 엊그제 경찰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부지에서 공사를 방해하는 주동자들을 연행하려다 시위대에 7시간이나 억류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경찰이 시위대를 상대로 무분별한 약속을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는 점이다. 이날 경찰은 경찰차 대신 신부차로 주동자들을 연행했다. 당일 석방을 약속하고 현장에서 채증한 증거를 무효화한다는 다짐도 했다. 핏발 선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공공의 안녕을 책임진 경찰의 그런 가벼운 말과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한 직무방기 행위인지 헤아려 보기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벌건 대낮에 경찰이 시위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어떤 국민이 법과 공권력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귀포경찰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그만큼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고질화된 공권력 수난이 단순히 경찰서장 한명 바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공권력의 행사와 수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막상 ‘떼법’ 상황에 맞닥뜨리면 멈칫대기 일쑤다.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을 엄중히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공권력이 바로 서고, 떼법 풍조도 사그라질 것이다. 불법시위를 벌이면 10선 의원도, 수도 워싱턴의 시장도 가차없이 현장에서 수갑을 채우는 미국의 공권력 문화를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는가. 그게 바로 공권력이 갈 길이다.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돼야 한다. 제주엔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평화버스’가 달린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해군기지 반대 ‘평화의 비행기’를 띄운다고 한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외부 세력이 끼어들면서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권력의 개입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마저 완력으로 방해하는 공권력 무력화 시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 제16회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에 홍콩 욘판 감독

    제16회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장에 홍콩 욘판 감독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간 열리는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세계적 영화인인 욘판 감독 등을 위촉했다. 뉴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욘판 감독은 연출자이자 각본가이며, 프로덕션 디자인과 때로는 연기도 맡아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는 홍콩 출신 영화인이다. 1999년 베를린영화제 정식 초청작인 ‘미소년지련’으로 명성을 얻은 욘판 감독은 2009년 자신이 연출,각본,미술을 맡아 호평을 받은 ‘눈물의 왕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더불어 자국 영화는 물론 다양한 해외활동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일본배우 오다기리 조도 올해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에서 이나영과 함께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데 이어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도 장동건과 호흡을 맞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만큼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2009년부터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올리비에 페르, ‘패왕별희’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 중인 중국의 대표 여배우 ‘지앙 웬리’도 뉴커런츠 부문의 심사를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영화 ‘정사’,‘반칙왕’,‘스캔들’,‘달콤한 인생’,‘너는 내운명’등 국내 유수의 영화들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을 담당해 온 영화사 봄의 오정완 제작총괄이사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전 세계 영화인과 영화팬들의 축제가 될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사진=욘판 감독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부산 유람선 인기 ‘순항’

    부산 유람선 인기 ‘순항’

    부산의 시원한 바다가 유람선 관광으로 막판 피서객을 유혹하고 있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1박2일 크루즈를 운영하는 ‘팬스타드림호’, 식사하면서 유람하는 파티 컨벤션크루즈 ‘티파니21호’, 국내 최초 테마여행 범선인 ‘누리마루호’, 미포에서 출발하는 ‘동백호’, 태종대 일원을 돌아오는 ‘태종대 유람선’ 등 총 15척이 성업 중이다. 이들 유람선은 주로 다른 출발지에서 해운대해수욕장, 누리마루, 광안대교, 이기대, 오륙도, 용호만 부두 등으로 운항되고 있다. ‘태종대유람선’의 경우 태종대 자갈마당~조도(해양대)~태종대 해상 등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 유람선은 선상 파티, 즉석 바비큐, 생맥주 무제한 제공, 라이브 공연, 불꽃놀이 등 환상적인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팬스타드림호’는 평일 ‘부산~오사카’ 국제여객선으로, 주말에는 태종대~몰운대~동백섬~해운대~광안대교를 돌아오는 항로로 운행된다. 해운대~광안리~오륙도 등은 ‘동백호’를, 태종대 방면은 ‘태종대 유람선’을 이용하면 아름다운 광경을 놓치지 않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불안한 대출공화국] 비정상적 대출 증가… 금리 오르면 가계파산 우려

    [불안한 대출공화국] 비정상적 대출 증가… 금리 오르면 가계파산 우려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금융 불안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가계는 거꾸로 부채를 늘리고 있다. 금융 불안이 다시 터지거나 금융위기로 확대되면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대다수 은행이 단기적이나마 가계대출을 아예 끊어 버린 탓에 일선 대출 창구에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돈을 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많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은 440조 9000억원,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 기관의 가계대출은 612조 3000억원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경기상황과 자금수요 등에 따라 증감하지만 최근 3년 6개월간 평균 증가폭은 매월 1조 9000억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유동성이 많은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는 대출금의 이자도 갚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면서 “가계의 파산은 다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고, 은행이 담보로 맡은 주택이 부실화되면 금융 시스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대출은 추세적인 증가율을 한참 벗어나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넘는 가계대출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다면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가계대출의 구조도 위험에 취약하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85%는 변동금리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항상 약정된 이자를 내는 고정금리보다 위험하다. 주택담보대출도 단기·일시상환·거치식 위주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80%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다.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해 은행이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손쓸 방법이 없다. 특히 저소득층 중 일부는 미소금융, 희망홀씨 대출 등 정책적인 서민 금융 지원으로 대출을 받는 데는 수월해졌지만 오히려 빚이 늘면서 빚에서 탈출할 길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대출 연착륙이라는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급작스럽고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중단으로 가계부채를 경착륙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일부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거친 방식은 틀렸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가계 대출 증가율을 볼 때 관리를 통해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던 한 회사원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당장 전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출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개미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한 전세 자금 대출마저 막는 피해는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충북 오송-대구 신서, 첨복단지 ‘알짜’ 유치 전쟁

    충북 오송-대구 신서, 첨복단지 ‘알짜’ 유치 전쟁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충북 오송과 대구 신서지구 간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오송은 바이오신약, 신서는 합성신약 중심의 특성화계획을 발표했으나 큰 의미가 없어 사실상 성격이 같은 국책기관과 민간기업,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동시에 조성되는 산업단지다. 한쪽이 활성화되면 다른 한쪽은 고전할 수밖에 없는 터라 양측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18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 두 지자체는 첨복단지 내에 국립암센터 분원과 줄기세포 재생연구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서명운동을 벌여 40만명을 참여시켰고, 대전시와 충남도의 공조도 이끌어냈다. 대구시는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며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쯤 국립암센터 분원 후보지부터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첨복단지 분양이 시작돼 두 지자체 간 ‘제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충북도다. 도는 오송첨복단지 총 면적 가운데 공공용지 36만 7000㎡와 이미 입주가 확정된 핵심연구지원시설 부지 24만 3000㎡를 제외한 52만 1000㎡에 대한 분양을 새달 하순쯤 시작할 예정이다. 1차로 첨단임상시험센터와 민간연구소 부지 15필지 11만 2420㎡를 공급하고 내년 초에는 기업과 대학, 병원 등의 연구시설이 들어설 30필지 20만 2291㎡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17필지 20만 6000㎡는 예비부지로 확보한 뒤 정부 출연기관이나 국립연구소 등의 수요가 발생하면 공급키로 했다. 민간에 공급되는 부지의 분양가는 3.3㎡당 38만원 정도다. 당초 5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도가 부지를 매입하는 민간에 대해서는 분양 가격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췄다. 충북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단지 분양에 나서기로 하자 대구시도 분양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쯤 분양이 시작될 예정인 대구 신서지구의 현재 분양가는 3.3㎡당 236만원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290만원에서 한 차례 내린 가격이지만 아직도 오송보다 6배나 비싸 100만원 정도 더 인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분양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지역이 오송과는 달리 도심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또 충북도는 10여년 전에 땅을 매입했고, 대구시는 2007년 혁신도시 부지를 마련하면서 사들였다. 대구시 첨복기획팀 김수복 주무관은 “땅값 자체가 워낙 비싸 지자체가 한두 푼 지원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국비를 지원받아 분양가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기관유치팀 전도성 주무관은 “오송이 수도권과 가깝고 땅값도 저렴해 단지분양 경쟁에서 우리가 앞설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하지만 국책기관 유치는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이번엔 프렌치 쇼크] 금융위기 극복 가계빚 해결에 달렸다

    미국 및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다. 긴 금융 불안의 터널을 지나가려면 정부, 기업, 개인 등의 3대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예산 편성기조를 다시 짜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가계 부채가 가장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계 부채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1일 발표한 한국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4.1%로 유지하지만 느린 수출 성장세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수출 증대로 인한 고용 호전으로 우리나라의 국내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성장 엔진인 수출 전선이 불안한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한국경제연구학회장)는 11일 “현재 위기는 미국 경제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서 시작됐다.”며 “심리적 측면이 강한 만큼 정부는 지표만 바라봐서는 안 되며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제품 원가를 낮추거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환위험 회피(헤지)를 하고 장기적으로 재무 상황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의 대안은 내수다. 전성인 교수는 “근본적으로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를 계속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의존 경제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계속 발생시키고 국내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 60% 수준에서 2009년 53%까지 하락한 상태다. 경제발전 단계를 고려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민간소비 비중이 적다. 내수 비중이 증가해야 하지만 가계 부채가 문제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똑같은 소득이라도 불안하면 소비를 덜하게 되므로 정규직의 비중을 늘리거나 고용보험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자산 구조도 변화돼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그렇다고 시장금리까지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출금리가 2%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18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동안 저금리 정책 때문에 가계 부채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 불안정 가능성이 크므로 리스크를 의식한 자금 운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의 건전성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백웅기 교수는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전액 보상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선심성 정책을 정부가 막아야 한다.”며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은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달란·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세계 경제 회복 낙관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글로벌 위기 상황을 초래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더블딥(이중 경기침체)이지만 사태를 악화시킬 복병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슈퍼클래스’의 저자이자 국제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9일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실린 블로그 글에서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10가지 요인을 꼽았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 가능성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구조적 개혁을 꺼리고, 경기침체와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의 위험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금고를 열지 않는다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제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폭동과 같은 사회불안 고조도 한 요인이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실업자들의 반이민 정서, 국가주의 등을 자극해 유럽 전역을 폭력사태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 미국 경기후퇴의 역풍도 만만치 않다. 세수가 줄면서 중소 도시들은 디폴트 상황에 이르고, 일부 대도시들도 지급결제를 하지 못할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치안·복지 부문의 대규모 예산 삭감은 고실업률, 사회불평등 심리 등과 뒤섞여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경기침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위험 역시 상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브릭스(BRICs) 국가들, 정치혼란과 경제불안이 혼재한 중동, 경제개혁 요구에 직면한 파키스탄,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이 밖에 테러, 지진, 쓰나미 같은 엄청난 재앙이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로 인한 예기치 못한 충돌 등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로스코프는 “이들 중 몇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면 전 세계 경제는 불황에 빠질 것”이라면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해도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행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 야심을 접고, 내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초당파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며 대통령이 선거에 연연한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심상찮은 北 대남 움직임 철저 대비하라

    북한의 대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또다시 북방한계선(NLL)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이 김관진 국방장관을 암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첩보를 몇달 전 우리 정보기관이 입수해 청와대와 국방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관진 장관에 대한 경호도 강화되고 차량에도 방탄유리가 부착됐다고 한다. 만일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의도적이거나 사실이라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미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테러 사건, 1987년 11월 29일 KAL 858기 폭파 사건을 저지른 바 있다. 또 1997년 2월 15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를 자택 앞에서 암살했으며, 지난해에는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2명을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했던 것으로 우리 정부 당국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 암살설도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북은 어제 오후에는 북방한계선(NLL) 남측 연평도 인근 해상에 세 발의 해안포 사격을 했고 이 가운데 한 발이 NLL 남쪽에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취임한 김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강력한 응징 방침을 밝혀왔다. 북한은 이런 김 장관을 ‘전쟁 미치광이’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했으며 “괴뢰 국방장관은 즉시 처형당해야 한다.”고 극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들어 북한 정권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은 물론 정찰총국 등 권력기관들 간의 충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극단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만일 북한이 어떤 이유로든 NLL에서 다시 도발하거나 남한의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 등을 감행한다면 남북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파국 단계에 접어들 것이며, 그것은 북한 정권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당국도 만에 하나 발생 가능한 암살이나 테러 사건은 물론 북한의 무력 도발이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오늘 ‘美 카드’… 패닉이냐 진정이냐 기로

    오늘 ‘美 카드’… 패닉이냐 진정이냐 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상태다.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국제사회가 내놓을 약(대책)도 딱히 없다. 어느 국가나 국제사회가 내놓는 정책과 말발도 먹히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공조도 듣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우지수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9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양적완화를 비난하면서 신용등급을 강등한 상황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나라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미국은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나오더라도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미국이 더블딥(이중침체)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면서 “3차 양적완화를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를 결정하더라도 미국 정책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경기부양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제사회는 ‘G제로’를 절감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과 중국의 G2 모습과 목소리도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제 국제신용평가사인 S&P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위기는 S&P가 만든 허구라고 강변했지만 뉴욕증시는 폭락으로 답했다. 벌써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은 게 아니냐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수군거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지만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도, 일본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엔고 같은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만 몰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보여준 통화스와프 합의 같은 순발력을 보여주는 나라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의 대책도 먹혀들지 않는다.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8일 금융시장의 기능과 금융안정·경제성장 지원 결의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웃었다. 미국과 중국은 합의문 내용을 놓고 비난하면서 G20은 성명서 발표 시기를 놓쳤고 이는 아시아 금융시장과 유럽, 미국 시장 대폭락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가 공황상태로 가지 않으려면 세계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출이 잘되고 재정위기도 없는데 미국이 5% 내릴 때 7~8%씩 폭락하는 것은 시장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 금융시장이 이제는 냉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지방시대] 자연재해와 부동산정책의 방향/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자연재해와 부동산정책의 방향/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104년 만에 처음이라는 최근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더욱이 산사태와 해마다 되풀이되는 저지대 주택 침수. 그저 일상처럼 당연시되는 듯한 터라, 복구가 한창인데도 입맛은 씁쓸하다. 그런데 개인의 토지이고 주택이니 스스로 알아서 하든지, 못 살겠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상과 대응은 곤란하다. 토지와 주택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성격과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는 이젠 더 이상 그저 몇 년에 한 번씩 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연재해는 생태계를 비롯한 식량자원, 수자원 및 건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부문을 특정해서 개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징조로 나타나는 국지성 호우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현상은 이미 비일비재하고, 익숙한 일이 됐다. 부동산 정책도 이에 맞춰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개발에서 벗어나 보존 관리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가치 창조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커뮤니티를 잘 보존하고 관리함으로써 가치를 유지해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의 재산가치는 국가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급격한 가치하락이나 상승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선, 부동산정책은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간에 차원을 달리해 접근해야 한다. 도시지역은 신개발 위주의 정책에 따른 난개발로 환경 부담이 되고 있는 지역이나 예전의 저지대나 습지였던 지역을 원래의 모습대로 환원시키는 ‘도시재생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콘크리트 포장의 도로나 광장 등에는 녹지대를 조성해 자연유수의 지표 흡수율을 높여야 한다. 콘크리트로 피복된 도시는 그야말로 죽은 토지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도심지 내 농업적 토지이용에 대한 제도적인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농지는 토양 보존, 대기 정화, 지하수 저장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지역 내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농지나 녹지로 환원하는 작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비도시지역은 무분별한 농지나 산지의 전용을 제한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토지는 원래의 상태로 환원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농지와 산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담보로서 잘 보존하고 유지돼야 한다. 이와 함께 비도시지역 내 토지 이용 개발규제 완화 및 각종 개발 사업 시 규제 간소화 등도 재검토되어야 하며, 도시용지 공급확대 정책보다는 도시용지의 효율적 관리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호우 피해주민의 상실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토지와 주택의 상실은 인간의 존엄권 상실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거낙업’(安居業)이라는 말이 있다. 집이 편안해야 생업과 노동도 즐겁다는 뜻이다.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안거’와 ‘안전’이라는 주거문제의 해결에서 시작된다. 부동산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 [열린세상] 복지와 청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복지와 청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연초부터 정치권을 달궈 온 화두인 복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가장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논쟁의 중심이 ‘누구에게 복지를 줄 것인가? 똑같이 줄 것인가, 다르게 줄 것인가? 누가 얼마나 부담하게 할 것인가?’와 같이 복지 정책의 대상과 재원의 조달 방법에 치우쳐 있었다면, 점차 ‘어떤 방향으로 복지를 확장할 것인가?’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전면적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아직은 우리나라 복지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하니 조세부담의 논란을 떠나 다 좋은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복지 재원에 대한 논의의 흐름 속엔 반드시 청렴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사자와 소를 위한 하나의 법은 억압이다.’라고 일갈하였다. 즉, 사자와 소를 한 울타리에 넣어 놓고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사자에게 밥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칸막이를 만드는 복지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지금까지의 복지 논쟁은 이러한 칸막이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를 위한 칸에 사자들이 숨어 먹이를 받아 먹는다면 합리적인 칸막이 구조도 큰 효용이 없을 것이다. 복지 무임승차와 부정수급의 도덕적 해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경우 현재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1953만명 가운데 재산을 보유한 피부양자는 453만명이나 된다.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되는데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중 연금소득이 월 150만원을 넘는 피부양자는 14만명에 달해 이들이 지역가입자로 편입될 경우, 연간 1000억여원의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무임승차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정수급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편입해 세금을 축내는 ‘도덕적 해이’도 끊이지 않고 있다. 160만명에 달하는 기초생활 수급자 가운데 숨겨진 소득이나 재산이 적발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기준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88만 가구 중 900가구가 부정 수급한 사실이 드러나 급여환수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 보도에 의하면 소득 하위 70% 이하인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타가는 사람들 중에 타워팰리스 거주자가 20명이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복지수요자의 청렴성 또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직접적인 복지수요자뿐 아니라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부정수급 행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곤란한 취약계층인 청년, 장기구직자, 고령자, 장애인 등을 신규 고용할 경우 지급되는 고용촉진 장려금의 경우 2009년 30억여원의 부정수급 적발과 환수·추징액이 7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수급의 방법 또한 교묘하다. 이미 근무 중인 근로자를 신규 채용한 것으로 속인다든가, 채용 내정자를 장려금 수급 목적으로 사후에 구직등록하여 채용 날짜를 조정한다든가, 지원금 수급기간만 근무하고 퇴사한 후 이직하여 실직기간을 채운 후 재수급하는 등 다양하고, 때론 지능적인 부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지급하는 장애인 고용장려금도 부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 영역에서 도덕적 해이는 행정의 효율성이나 행정력의 부족과는 다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단순히 취약계층이므로 복지수요자로서 응당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대한 시각도 고려해봐야 한다. 복지재정의 확대는 반드시 복지 전달체계 내의 반부패, 청렴, 양심의 문화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수요자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 의식과 상호 신뢰, 그리고 공정한 복지의 실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복지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맑음성’에 대한 의지로 투명하게 닦여야 할 것이다.
  • 미역 수확 한창… 오지 섬마을 이야기

    미역 수확 한창… 오지 섬마을 이야기

    160여개의 섬이 바다 위에 흩뿌려진 전남 조도면. 맹골군도는 그 숱한 섬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오지 섬마을이다. 맹골죽도, 맹골도, 맹골곽도 등 세 개의 섬이 하나를 이루고 있는 마을엔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고, 평소엔 할머니 몇 분만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7일 밤 10시 35분 KBS 2TV에서 방영되는 ‘다큐 3일’은 오지 섬마을 사람들에게 찾아온 여름 이야기를 전한다. 1년에 한번 맹골죽도와 맹골곽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섬 둘레 갯바위에서 자라나는 자연산 미역을 뜯기 위해 뭍으로 나갔던 마을 주민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날씨만 좋다면 하루에 100만원 어치 정도의 미역을 거둘 수 있어 미역 수확이 한 해 농사나 다름없다. 두 섬에서 여름 한철 생산해내는 미역의 양은 약 40톤. 죽도는 조그마한 배를 타고 나가 미역을 뜯고, 곽도는 헤엄쳐서 미역을 뜯어 온다. 채취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한집에 두명씩 작업을 나가고 수확한 미역은 똑같은 분량으로 나누는 철저한 공동 작업이라는 것이다. 섬을 지키는 할머니들에게는 한 해 수입이고, 여름에만 들어오는 자식들에겐 짭짤한 부수입이 되는 미역. 그 질기고 억센 줄기로 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1년 만에 부모, 형제가 만나고 일가친척과 이웃이 만나는 여름이다. 이 두 섬에서 미역철은 명절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30년 만에 고향 섬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 박병익(48)씨가 주인공으로 섬에서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열다섯살 때 집을 나갔다. 그는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세번이나 보내고 늙은 어머니가 계신 집을 찾았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고향 섬에서 노후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박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1% 만점 입시에 별 문제 없어… 쉬운 수능 계속한다”

    “1% 만점 입시에 별 문제 없어… 쉬운 수능 계속한다”

    이주호(50)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오는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장관은 “우리 교육은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학부모들은 열의가 높고 학생은 똑똑하고 교사는 유능하다.”면서 “교육의 경쟁력은 다 갖추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사교육 거품, 무조건적인 고학력화, 정치와 이념의 거품이 교육에 끼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담 박홍기 사회부장 →반값 등록금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대학 등록금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교육시스템 자체가 사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등록금을 올리면서 고등교육을 해 온 셈인데 한계에 와 있다. 더 이상 등록금을 올려서 대학이 발전하는 구조는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 대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등록금 문제를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다. 국회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등록금 인하 수준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본다. →한나라당에서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30% 이상 낮추겠다는 안을 만들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가 안을 내놓고 밀어붙이는 것은 좋지 않다. 국가 전체적인 재원을 무시할 수도 없고. 협의가 중요하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물밑에서 작업을 벌여 실무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있지만 여론과 국회 움직임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다. 공론화가 중요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최근 하위 15%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하위 15%는 전문대를 포함해 50개 내외 대학이다. 굉장히 강한 조치다. 그동안은 감히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하위권 대학들은 폐쇄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얘기도 나온다. 학자금 지원뿐 아니라 정부에서 나가는 모든 지원을 끊겠다. 타 부처의 협조도 중요하다. 대학이 지원받는 금액이 7조 5000억원 정도 되는데 1조원가량은 다른 부처, 5000억원 정도는 지방자치단체 몫이다. 이걸 전부 끊겠다는 거다. 하위 50개 대학 중에서 대출 제한 대학이 선별되고 경영 부실 대학이 가려지고 그다음에 퇴출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감사를 통해 비리 등이 적발되면 바로 퇴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 비리재단 복귀 최대한 견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반발을 줄일 수 있다. -기준에 대해서는 정부안도 있고,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사립대구조개혁법안도 있다. 연말까지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정부안은 법인을 공익재단이나 장학재단 형태로 투자한 모든 것을 놓고 나가는 방식이다.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설립자의 일부 재산을 인정하는 방안도 포함한 것이다. 스스로 용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 퇴출과 관련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일부 비리 재단의 복귀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적지 않은데. -비리 대학은 임시 이사 체제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상태로 계속 갈 수 없고 결국엔 정상화해야 한다. 사분위는 정상화 과정에서 종전 이사들에게 과반수를 배정하도록 했지만,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교과부 입장에서는 이른바 비리 재단의 복귀 같은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도록 최대한 견제하며 균형을 맞출 방침이다. →고졸자 취업 장려 속에 전문대 등 대졸 출신의 실업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교육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불일치)라고 분석할 수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직업성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수요는 많은데 실제 공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대졸자를 원하는 수요는 제한돼 있는데 공급은 지나치게 많다. 특성화고 출신들의 취업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미스매치가 해소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4년제 일류 명문대에 제한된 직업을 목표로 살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교육체제는 여전히 소수의 명문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발전시키고, 지방대는 지역산업과 연관지어야 한다. ●교육현장의 변화 무엇보다 중요 →쉬운 수능을 사교육 완화의 대표적인 대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물수능 논란이 있는데. -원칙은 명확하다. 고교 3년을 수능만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다.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도 도입했고,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수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에도 일부 선택과목은 1%에 가까운 만점자가 나왔지만 입시에 별 문제가 없었다. 예측 가능하게 부담 없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대학이 점수로 편하게 아이들을 뽑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현장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면서 대학들 스스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수능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들어와도 오히려 수업 분위기는 좋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있는데 정부의 입장은.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 국민 세금을 집행할 때는 가장 효율성이 높은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무상급식을 이념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행정적인 집행의 차원으로 봐야 한다. 전면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 기초학력 미달 문제, 저소득층 방과 후 프로그램 확충 등이 그렇다. 교육 차원에서 우선시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무상급식 때문에 희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성적 오류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점검단이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검토 중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분명 책임도 묻겠다. →취임 1주년을 맞고 있다. 소감은. -교육정책이나 과학기술정책은 현장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교육은 교실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 개개인의 재능이나 관심을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기초과학 과학자들도 자율적으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이주호 장관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이다.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교육개발원(KEDI) 국제대학원교수를 지내다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현 정부 인수위와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내며 교육정책의 틀을 잡았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거쳐 지난해 8월 장관에 임명됐다.
  • ‘항공모함’ 메이플라워호 우리 조상도 탔을까?

    ‘항공모함’ 메이플라워호 우리 조상도 탔을까?

    조선 최대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족보다. 발달하는 인쇄술이 가장 널리 적용된 곳이 서양에서는 ‘면죄부’였다면, 조선에서는 족보다. 면죄부가 남발됐듯 족보에도 늘 위조의 위험이 따라다녔다. 천한 신분이 아니라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족보 위조의 위험을 경고하는 논의가 종종 등장한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양 족보 연구자들 사이에선 “메이플라워호는 항공모함이었다. 미국 건국사 연구는 선박 제조 기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농담이 나돈다. 초기 미국 이주자들이 대부분 유럽의 중범죄자나 부랑인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외가 있다면 청교도 신앙에 충실한 메이플라워호 탑승자였다. 조상이 부랑자나 중범죄자였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터. 그러니 너도나도 조상을 메이플라워호에 ‘태웠다’. 그 많은 사람을 다 태우려면 결론적으로 메이플라워호는 항공모함이었음에 틀림없다는 게 서양 농담의 배경이다. 그렇다면 조선 족보도 그처럼 쉽게 위조될 수 있었을까. 최양규 한국계보학회 부설 한국계보인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족보발달사’(혜안 펴냄)를 통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좀 서글프다. 족보가 등장한 것은 고려 시대. 왕건이 고려를 세운 뒤 지방 호족을 복잡한 혼맥 관계로 중앙정부에 묶어두기 위해 성과 본관을 하사하면서 족보가 시작됐다. 대개의 족보들이 시조를 고려 시대로 상정하거나, 그 이전에 시조가 있다 해도 고려나 조선 시대의 중흥조에서 서술을 시작하는 이유다. 이때까지만 해도 적서 차별, 남녀 차별, 친외손 차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강퍅해진 것은 조선 태종 들어서다.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차지한 태종은 왕위 서열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이원계·이화 등 태조의 이복 형제들과 정종의 형제들을 제거하기 위해 엄격한 적서 차별을 만들어냈다. 서자를 차별해야 이들이 자연스럽게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실족보는 ‘선원록’(직계만 기록), ‘종친록’(태조와 태종의 적자만 기록), ‘유부록’(본처 공주와 후처 소생들 기록) 3가지로 쪼개졌다. 왕실을 모방하는 사대부 가문들도 당연히 이런 차별을 받아들였다. 이후 18~19세기 들어 족보 편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최 연구원은 말한다. 하나는 양반들의 자기 존재 근거 마련이다. 이는 군역 회피와 연결된다. 군역 면제가 가진 자의 특권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여서 번듯한 양반 가문임을 드러내는 족보가 필요해졌다. 이들은 그간 미처 정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족보를 다시 편찬한 뒤 관아에 탄원서를 내는 방식으로 군역을 면제받았다. 또 한 가지는 양민 증가다. 양반 특권 사회였던 조선은 양반에게 평등하게 군역을 부담시키기보다 군역을 부담할 수 있는 평민을 늘리는 정책을 썼다. 종에서 신분 상승이 이뤄진 양민들은 양반을 본떠 족보 만들기에 혈안이 됐다. ‘뼈대’를 더 굵게 하기 위해 족보 위조도 일부 시도됐다는 게 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19세기 세도가였던 풍양조씨 족보를 그 예로 들었다. 최 연구원은 “한 권 가운데 일부에 불과했던 별보(別譜·한 집안이라는 근거가 확실치 않아 족보에 완전히 편입시키지 않은 상태의 기록)가 1826년에는 2권으로 늘어났다가 1890년에는 다시 1권으로 줄었다.”면서 “이는 세도가에 붙은 가문들이 크게 늘었다가 다시 구한말 사회 혼란기에 원보에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조상을 미화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그럼에도 족보 위조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최 연구원은 잘라 말한다. 그 이유로 ▲지역 유림사회가 워낙 강고해 족보 위조에 대한 상호 감시가 엄격했고 ▲문중에서 족보를 낼 때 계파 간 상호 견제가 치열했으며 ▲족보에 번호를 매겨 한정적으로 공급한 점을 든다. 이로 인해 유출이나 조작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따라서 왕조실록 같은 거대 사료뿐 아니라 족보 같은 개인 기록 연구를 통해서도 신분제 등 조선조 사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가 R&D예산 중복투자 심각

    국가 R&D예산 중복투자 심각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심각할 정도로 유사·중복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무려 4개 부처 23개 사업단에서 시행되는 데다 인공지능 로봇은 17개 사업단에 예산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정부 부처들이 역할에 대한 조율 없이 경쟁적으로 연구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지적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1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시스템을 통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유사·중복 사례를 조사한 결과, “6개 분야에서 과도한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녹색성장의 핵심이라며 집중 투자한 태양광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태양광 연구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만 8개 사업단과 지원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사업은 10개, 중소기업청은 4개, 방위사업청은 1개다. 23개 사업, 304개 과제에 무려 1229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분야는 17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프로젝트를 나눠 맡고 있다. 신약용물질연구사업은 21개, 차세대디스플레이사업은 19개, 차세대자동차사업은 16개, 풍력에너지사업은 11개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복투자의 전형인 셈이다. 국과위 측은 “김도연 국과위원장이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부분을 보고했다.”면서 “각 기관이 다른 기관의 동향조차 파악하지 않고, 같은 분야에 매달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도 “정부 부처들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융합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지만, 같은 분야 연구자들조차 과제 부처가 다르면 서로 내용을 모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과위는 중복투자 관행의 개선을 위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하고, 출연연의 상위구조도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차동 국과위 상임위원은 “정부 부처 R&D 예산 배분 단계부터 유사·중복 사례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교과부, 지경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출연연을 하나의 부처로 모아야 효율적인 예산 배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과위의 이 같은 보고서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예산 배분 이외에 별다른 업무가 없는 국과위가 출연연 통폐합 및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하기 위해 무리하게 과제를 도출했다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면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로봇이나 차세대자동차사업 등을 단순히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망한 사업 분야를 억지로 묶기보다 동시다발적인 연구가 선의 경쟁을 유도,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연내 6者 무드 조성→내년 초 남북 고위급회담… ‘로드맵 가시화’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연내 6者 무드 조성→내년 초 남북 고위급회담… ‘로드맵 가시화’

    정부가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북한 측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북핵·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있다. 골자는 연말까지 남북관계 진전 및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3월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 간 추가적인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미·일·중·러 등 6자회담국들과의 공조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 북측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 등 대남 공세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핵안보 정상회의를 목표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북측에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이 마련한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 22~23일 발리 남북 회담에 이어 28~29일 뉴욕에서 열리는 북·미 당국 간 고위급 대화를 시작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양자·다자 회담이 추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러시아 측이 6자회담 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협의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것도 포함된다. 남북과 북·미 등 양자회담이 진전되면 올해 하반기까지 중국 측이 제안해온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등 예비회담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예비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경우 6자회담 본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9일 남북 금강산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적십자회담 등을 추진한 뒤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는 군사실무회담 및 장관급회담 등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었지만 6자회담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6자회담 재개 전에 반드시 진전을 이뤄야 한다.”며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비핵화 트랙이 아닌 남북 간 별도 트랙을 통해 연말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6자회담 재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북한의 변화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입장이 정리됐는지 잘 알 수 없다.”면서 “현재의 기대치를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 [지방시대] ‘도시재생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도시재생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도시빈민문제가 심각하다. 전통적 빈민도 문제지만 도시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신 빈민층’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신 빈민층의 발생은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과 관련이 있다. 현재 전국의 2239곳이 재개발·재건축 등 각종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도시면적의 평균 10%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넓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38% 정도가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돼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심하다. 정비사업의 절반이 넘는 55%가량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비제도의 취지와는 영 딴판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원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근거가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2003년에 제정된 배경은 1970년대 건설된 공동주택들이 본격적으로 노후화됨에 따라, 재건축사업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심의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되었고, 나아가 이는 소규모 단위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재정비촉진법(2006년)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비사업이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주민들의 빈민화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면서도 나타나고, 추진되어도 문제로 나타났다.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과도한 정비구역의 지정, 건설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업성 저하, 국가의 재정지원 미흡, 이해당사자 간 갈등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지역의 주거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더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또 사업이 추진되어도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10%를 넘지 못하고, 이들 원주민은 또 다른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방식의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재개발에서 재생방식으로의 정책전환이 절실하다. 도시재생은 획일화된 방식이어선 안 된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신축과 보존의 병행, 공공시설 적극 도입을 통한 소단위 재생,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혼합, 수익성 있는 곳과 수익성은 없지만 반드시 정비해야 할 곳의 결합개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 재생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른바 ‘재생의 지역특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비구역의 출구전략으로서 사업조정 및 해제를 쉽게 하고 무엇보다 공공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도시재생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보존, 보충, 보완이라는 ‘3보’의 원칙이 필요하다. 낡았지만 가치 있는 것은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보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들 취약지역에 부족한 공공기능과 시설을 적극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공공기능과 민간기능의 상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공공의 역할을 담보할 재원과 제도를 규정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도정법과 도촉법의 민간주도적 틀로는 이러한 도시재생의 제도적 지원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들 법을 적당히 버무려서는 더욱 힘들다. 도시정비와 도시재생은 지향하는 목표와 수단이 전혀 다르다. 지난 1990년대, 농어촌 주거환경개선에 관한 다양한 법제도 지원을 통해 오늘날 농어촌의 면모를 일신했듯이, 이제는 도시빈민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도시빈민과 서민의 주거복지를 위한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이 해답이다.
  •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 아니다” 신중한 靑

    정부와 청와대의 대북(對北)라인이 다음 달 중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15 광복절을 전후해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강경파로 분류되는 현인택 통일부장관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바뀔 것이라는 게 골자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화할 자세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남북 비핵회담이 이 같은 대화 모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관계와 관련된 진전된 제안→대북라인의 교체→본격적인 남북대화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월쯤 남북 관계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같은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8·15를 전후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이고, 정부 내 대북라인 교체 역시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양자 관계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면서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대응 기조도 ▲남북 양자 관계 ▲북한 비핵화를 고리로 한 다자 관계 ▲유아와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접근 등 세 갈래 분리 대응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발리 남북한 비핵화 회담 등이 있었지만, 남북 관계가 갑자기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을 비롯한 대북라인 교체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인사권자만 알 수 있는 사안이며 교체 여부가 논의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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