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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산악구조대 ‘여성 대장’ 시대

    민간 산악구조대 ‘여성 대장’ 시대

    민간 산악구조대인 제주산악안전대가 전국 산악구조대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을 대장으로 선출했다. 주인공은 제주의 여성산악인인 오경아(43·자영업)씨. 지난 1961년 창단한 제주 산악안전대는 국내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간 산악 구조대로 여성대장은 처음이다. 오 대장은 “한라산을 찾는 등반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구조, 구난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제주산악안전대 대원으로 활동해 온 오 대장은 1996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정에 성공했고 1998년 대통령기 등반대회에서 여자일반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제주에서는 유명한 여성 산악인이다. 또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 고도만 1000m에 달하는 요세미티 엘 캐피탄을 코스를 달리해 두 차례나 오른 암벽 등반 전문가이기도 하다. 오 대장은 “어릴 때부터 나무를 잘 탔다. 20대 초반 사촌 오빠의 권유로 제주 무수천에 있는 암벽 등반 코스를 올랐는데,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을 해 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는 전국 산악안전구조대 가운데 유일하게 ‘안전대’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구조’라는 것은 이미 사고가 난 후의 상황이지만 ‘안전’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산행객들의 안전을 최우선한다며 ‘안전대’라는 명칭을 50년이 넘게 고집하고 있다. 오 대장은 “신속한 구조도 중요하지만 산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만하지 않는 안전한 산행이 최고의 가치”라며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37명의 대원과 함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민간구조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험악한 산악에서 여성대원이 구조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오 대장은 “산에서는 남자, 여자가 따로 없고 힘든 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라며 “언제 출동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철저하게 자리 관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인사]

    ■국무총리실 ◇과장급 전보△성과관리2팀장 천정범 ■행정안전부 △대전시 행정부시장 노병찬△지방재정세제국장 정정순△제도정책관 주낙영△정부통합전산센터 운영기획관 강신기△대전청사관리소 지원과장 황승진◇고위공무원 신규임용△정부통합전산센터장 김우한◇고위공무원 승진△세종청사관리단장 정연명 ■환경부 ◇과장 직위승진△경기도 환경협력관 김태식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최현민△중부지방국세청 〃 심달훈△교육파견 김형중◇승진 <고위공무원>△서울지방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서대원△부산지방국세청 〃 최진구△〃 조사1국장 이용우<부이사관>△운영지원과장 강민수△전자세원〃 신수원<서기관>△감사담당관실 현석△서울지방국세청 운영지원과 권용수△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 조사1과 조계민 ■중소기업청 ◇부이사관 승진△운영지원과장 류붕걸◇과장급 전보△기획조정관실 고객정보화담당관 정수봉◇과장직위 승진△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장 정진원△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 위성인△〃 공공판로지원과장 이상헌◇서기관 전보△운영지원과 권수용 ■국립공원관리공단 ◇신규 임용△감사 전형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 박병옥 ■부산일보 △편집국장 김진수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전보>△개인고객본부 이광구△경영기획본부 김병효△리스크관리본부 이영태△여신지원본부 이동건◇상무 <승진>△IB사업단 권기형△외환사업단 남기명△연금신탁사업단 윤제호△마케팅지원단 유구현△업무지원단 정기화△준법감시인 김동수<전보>△WM사업단 설상일◇영업본부장 <승진>△강동성남 김홍구△성북동대문 임익봉△용산 양승태△부산경남동부 정영진△대구경북 김영배△서울시청 허정진△본점기업 김대중<전보>△관악동작 손태승△구로금천 김종산△서대문 이동빈△서초 김승록△중부 진무웅△본점영업부 김재원△강남기업 김대수△부산경남기업 김종원◇영업본부장대우 <승진>△외환서비스센터 최정훈△회계부 박성일△기업금융부 장안호△금융소비자보호센터 김두호△동경지점 김용호<전보>△검사실 채우석 ■동부증권 ◇지점장△잠실 박호석△양주 황창선△인천 김성환 ■현대증권 ◇부장△상품지원 신민호△부동산투자 주용국△부동산금융 이진행 ■㈜화승 △상무이사 김형두△이사 변강석 ■화승R&A △전무이사 조도열△이사부장 강병기 권태곤 임팔수 정호도 전현호 ■화승소재 △전무이사 강창기△이사부장 윤우원△이사대우 표상길 ■화승네트웍스 △대표이사 부사장 강삼남△전무이사 이헌수 ■화승인더스트리 △전무이사 이봉호△이사 박재영△이사부장 서정욱 ■화승엑스윌 △상무이사 김재경 ■화승비나 △이사 김준규 김수상
  • “일제고사 등 경쟁교육제도 폐지 앞장”

    “일제고사 등 경쟁교육제도 폐지 앞장”

    “지난 20여년간 전교조가 지켜 온 도덕적 신뢰와 참교육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교육도 전교조도 모두 새롭게 바꾸겠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16대 위원장에 당선된 김정훈(48) 전북 남원중 교사는 9일 “행복한 교육혁명의 길을 제시한 우리를 선택해 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전교조가 나아갈 길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지난 5~7일 전국 260개 지회 9000여개 분회에서 투표가 이뤄진 이번 선거에 이영주(47·여·서울 신현초 교사)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출마해 전체 2만 8851표 중 52.3%를 얻었다. 내년 1월 취임한다. 김 당선자는 “교원 정원을 늘리고 잡무를 폐지하며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등 학교 혁신에 앞장서겠다.”면서 “일제고사나 교원평가 등 경쟁교육 제도도 과감히 폐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제고사, 교원평가, 성과급 등 학생과 교사들에게 끝없는 경쟁을 요구하는 교육제도 역시 폐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정책협의회를 활성화하고 단체교섭을 복원해 교육 의제에 대한 주도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선거 운동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통한 사학 공공성 확보 등 공약을 내세웠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현대차 생산직 연봉 1억 넘어

    올해 현대자동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총소득이 1억원을 넘어섰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대기업 상용근로자 평균 연소득이 512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생산직은 약 두 배를 받는 셈이다. 노()-노() 갈등을 줄이려면 현대차가 임금 배분 몫 일부를 부품·하도급업체에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硏 “사내하도급 송전탑 갈등 노조도 책임” 한국노동연구원은 9일 ‘현대차 노사관계의 바람직한 미래’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씨 등 2명은 지난달 17일부터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울산 현대차공장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를 쓴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 하도급 문제는 사측뿐 아니라 정규직 노조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일부 집단의 고임금이 양극화 치유를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 생산직의 평균 총소득이 올해 처음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소득 산정방법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통상급, 상여금, 성과금, 일시금 등에 총소득의 40%에 이르는 잔업·특근수당 등 기타수당을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차 생산직의 통상급여는 월 221만 3000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2655만원이다. 여기에 상여금 750%(1659만원), 성과금 500%(1106만원), 일시금 950만원을 더하면 6300만원 정도다. 잔업·특근수당은 별도다. 잔업·특근수당은 통상 총소득의 40%가량이다. 이에 따라 역산한 잔업·특근수당을 합하면 총소득은 1억원이 넘는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현대차 사내하도급 비중이 2000년 16.9%에서 최근 30% 정도로 높아진 것은 노조 집행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대의원·관리자의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조합원들의 경제적 실리만 챙겨주는 ‘자판기 노조’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노조 “근속연수 다른업체 비해 높아” 조 연구위원은 “완성차업체부터 하도급업체와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사회적 책임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임금격차 축소 목표와 기간을 설정하고, 임금 배분 몫의 일부를 떼어 고용안정기금 및 복지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측은 “모든 조합원이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근과 잔업이 많은 조합원은 실수령액이 1억원가량 되는데 이는 정당한 노동 대가”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장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다른 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라 급여 자체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학자금과 병원비 등 각종 복지비용 등도 따라 늘어나면서 총소득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역시 ‘셔틀콕’ 간판 이용대·고성현조 4강

    역시 ‘셔틀콕’ 간판 이용대·고성현조 4강

    한국 ‘셔틀콕’의 간판 이용대(왼쪽·삼성전기)-고성현(오른쪽·김천시청)이 무난히 4강에 올랐다. 이용대-고성현 조는 7일 전남 화순의 이용대체육관에서 열린 ‘화순 배드민턴 그랑프리골드’ 남자복식 8강전에서 조건우(삼성전기)-김대은(원광대) 조를 2-0(21-11 21-11)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용대의 안정적인 수비와 고성현의 스매싱이 조화를 이루며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고 조와 결승 격돌이 점쳐지는 김기정(원광대)-김사랑(삼성전기) 조도 말레이시아의 추이카밍-오야오한 조를 2-0(21-13 21-18)으로 제압, 4강에 합류했다. 혼합복식 8강전에서는 신백철(김천시청)-엄혜원(한국체대) 조가 김대은-유해원(화순군청) 조에 2-1(19-21 21-16 21-18)로 역전승, 준결승에 안착했다. 신백철은 2010년 광저우(중국) 아시안게임에서 이효정(은퇴)과 혼합복식에 나서 깜짝 금메달을 일군 주인공. 하지만 대회 직후 부상에 시달렸고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라켓을 놓았다가 올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간판스타 이용대가 남자복식에 전념하면서 혼합복식의 간판 자리를 놓고 유연성(수원시청)-장예나(김천시청) 조와 다툼을 벌였다. 유연성-장예나 조도 이상준(백석대)-김소영(인천대) 조를 2-0(21-16 21-17)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단식 에이스 성지현(한국체대)은 8강전에서 싱가포르의 첸 지아유안을 2-0(21-10 21-6)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화순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北 10~22일 미사일 발사] 정부 “대북제재 범위 과거와 다를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국별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제재 범위와 내용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는 대북한 제재 범위와 내용의 차원을 본질적으로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나라가 갖고 있다.”며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 발사 때도 안보리의 ‘대북 제재 리스트’가 있었다.”면서 “안보리가 대북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중심이 돼 추가 제재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중반부터 미국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향후 조치방향, 내용에 대해 협의했다.”면서 “지난달 28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한반도 주변국과의 공조도 긴밀히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도 북한 측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도록 설득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발사 철회 수단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공조”라면서 “우선 내일 중 안호영 외교통상부 1차관과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나눠서 미·중·일·러 주한 대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막오르는 협동조합시대… 일자리 5만개 창출 기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협동조합 시대가 열린다. 사회적 협동조합도 중소기업으로 간주돼 세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 창구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에 돌파구가 생길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향후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확정안에 따르면 사회적 협동조합도 일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자에 포함됐다. 사회적 협동조합이란 지역사회 활동이나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공익사업을 전체 사업의 40% 이상 수행하는 조합을 말한다. 영리법인인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비영리 법인이다. 배당이 금지되는 점도 일반 협동조합과 다른 점이다. “기업으로 볼 수 없다.”며 반대해 온 중소기업청이 태도를 바꿈에 따라 사회적 협동조합도 중소기업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중소기업으로 간주되면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적용 등 중소기업의 혜택을 똑같이 누리게 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다음 달 1일 발효된다. 법이 발효되면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다섯 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출자금 조건도 없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증진과 1인1표, 지역사회 기여 등을 특징으로 운영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1만 42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취업자 수는 최대 4만 9195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협동조합에 대해 특례까지 만들어 정책적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런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해서다. 우선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회적 협동조합에게는 부대 사업으로 소액대출이나 상호부조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 협동조합 활성화도 유도할 방침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요정의 도시’ 달구벌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요정의 도시’ 달구벌

    대구는 한때 ‘요정의 도시’라 불렸다. 그 중심에 종로가 있다. 종로에만 1960~70년대 50여개의 요정이 있었다. ●전성기땐 기생만 500여명… 지조도 유명 이같이 대구에 요정이 많았던 것은 일제와 관련이 있다. 경부철도가 건설되면서 일본인들이 대구에 몰려왔다. 그러자 이들을 겨냥한 요릿집이 대구역 인근 곳곳에 문을 열었다. 이후 1909년 4월 관기제도가 폐지되자 기생들은 생업을 위해 대구기생조합을 설립하고 요릿집에 나가 예악을 팔았다. 10여년 이후에 대구기생조합의 후신인 대구권번과 달성권번이 설립돼 기생들을 교육하고 알선, 관리하며 화대를 징수했다. 1942년 권번제도가 폐지되었으나 1960년대부터 요릿집과 권번의 역할을 합친 본격적인 요정시대가 열렸다. 1950년대에는 죽립헌, 칠락, 삼한관, 보현장, 계림관, 대구관 등이 대구의 일급 요정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에는 춘앵각, 청수원, 일심관 등이 대표적 요정이었다. 이 중 춘앵각이 단연 으뜸이었는데 주인이었던 나순경은 자연스레 대구 요정업계의 대모 노릇을 했다. 거쳐간 기생들만 수백 명이 넘고, 훗날 지역의 요정과 한식집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수제자만 해도 20여명이나 된다. 춘앵각은 2003년 말 문을 닫으며 지역 요정 시대는 저물었다. ●현재 ‘가미’가 유일하게 명맥 이어 종로에 요정이 전성기를 이룰 때 기생들만 500여명에 이르렀다. 대부분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나고 인물은 출중하지만 몸은 팔지 않는 1급기생이었다고 한다. 돈벌이 못지않게 지조도 유명했다. 일본인 손님 앞에서도 일어를 쓰는 법이 없었고, 지나치게 고고한 자세를 지키다 다툼이 일어나기가 부지기수였다. 현재는 요정 가미가 유일하게 종로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가미는 1962년 가정집을 개조해 ‘식도원’이라는 요정으로 시작했으며, 1986년부터 ‘가미’로 이름을 변경했다. ‘가미’입구에는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 70년대, 80년대까지 대구의 밤을 밝혔던 요정의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다. 윤금식 가미 대표는 “대구 종로 요정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MBC ‘8시 뉴스데스크’ 한달, SBS가 웃었다

    MBC ‘8시 뉴스데스크’ 한달, SBS가 웃었다

    MBC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주말에 이어 평일도 한 시간 앞당겨 오후 8시로 옮긴 지 한 달이 다 돼 가면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일 방송 시간대를 옮긴 ‘뉴스데스크’는 초반 시청률을 2% 포인트가량 끌어올리며 안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뉴스 콘텐츠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함께 받으면서 좌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간 같은 시간대의 SBS ‘8뉴스’ 시청률은 오히려 2배 가까이 급등, ‘뉴스데스크’가 만년 3등으로 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6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10%를 웃도는 SBS ‘8뉴스’ 시청률(전국 기준)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간대 변경 직전인 지난 2일 5%대 시청률에 머물며, 24%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한 KBS ‘9시 뉴스’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때와 비교하면 호전됐으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뉴스데스크’는 개편 직후 첫 방송에서 8.3%로 시청률을 끌어올린 뒤 한때 9%까지 기록했지만 현재 6%선까지 밀렸다. MBC 측은 시청자의 달라진 생활패턴에 맞춰 프로그램을 큰 폭으로 수술하며 서울 잠실 상공에 헬기를 띄워 야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거나(‘이 시각 대한민국’), 시청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도(‘경청 코리아’) 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대선 편파 방송이란 지적과 함께 잦은 방송 사고가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내용은 안 바꾸고 시간대만 바꿨다.”는 실망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젊고’ ‘타매체 접촉률이 높은’ MBC 뉴스 시청자들의 특성이 무시돼 시청자 이탈이 가속화한 반면 새로운 시청자 유입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반영하듯 ‘8뉴스’와의 격차마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뉴스데스크’와 ‘8뉴스’의 시청률은 각각 6.3%와 11.1%로 5%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10월 말 ‘8뉴스’ 시청률이 5%대 후반에 머물던 것을 감안하면, 8시에 방영되는 뉴스의 판을 키워 SBS에 반사이익만 안겼다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가 ‘뉴스데스크’만이 지닌 고유의 뉴스 가치를 되살리기보다 새 코너 등 외형 변화에만 치중하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노조도 “공정 보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MBC 내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느긋하다. ‘뉴스데스크’의 소폭 시청률 상승을 근거로, 내년에는 1등 탈환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편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은 일일 드라마와 월화 시트콤에도 영향을 끼쳐 MBC를 사면초가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MBC 일일 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는 지난 5일 개편 첫날 시청률이 6.2%로 반토막 났었고, 후속작인 일일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도 전반적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5~6%의 시청률에 머무르며 같은 시간대의 SBS 일일극과 3배가 넘는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개편 전부터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던 MBC 시트콤 역시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광고 가격의 덜미를 잡아 ‘뉴스데스크’를 전후한 방송의 광고 단가는 15초 기준으로 일일극 200만원, 뉴스데스크 100만원가량이 각각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수도권 분양시장 ‘얼음’ 깨지나

    수도권 분양시장 ‘얼음’ 깨지나

    내년 수도권 분양시장에 가늠자로 평가받는 동탄2신도시의 2차 동시분양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분양 물량은 85㎡ 이상 중대형이 40% 가까이 돼 분양 성공 여부에 관심을 모았다. 이번 동시분양에서 중대형도 순위 내 마감으로 끝나자 일각에서는 분양시장이 조금씩 호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겨울이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탄1신도시 주민들 관심 2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2차 동시분양은 평균 2.78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의 ‘동탄 꿈에 그린 프레스티지’는 청약마감 결과 3.1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3순위 청약을 마감한 대원과 계룡건설, 금성백조도 평균 2.3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중대형과 1800가구라는 물량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았다.”면서 “견본주택 오픈 첫날 방문객 90%가 동탄1신도시 주민들이었는데 이들의 이주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동탄2신도시 2차 동시분양의 경우 분양한 아파트들이 모두 시범단지에 위치해 다른 곳에 비해 입지가 우수했던 것이 주효했다.”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에 봄이 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겨울은 지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좋으면 중대형도 팔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중대형에 서울에서 온 3순위 청약자가 몰린 것도 투자 수요가 생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직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려에 비해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계약 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의 경우 동탄1신도시에서 넘어온 사람 못지않게 서울지역 사람들의 청약이 많다.”면서 “결국 이런 투자 수요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대선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1차 동시분양 때 청약 경쟁률이 9대1을 넘는 곳도 있었지만 아직 미분양이 남아 있는 단지도 있다.”면서 “한화건설의 경우 분양 일정을 따로 가져가서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건설사들의 경우 중복 청약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수요,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야” 건설사들은 내년 분양시장이 어둡다고 판단하고 아파트 공급을 줄이려는 태세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은 “최근 몇몇 곳의 분양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내년 아파트 분양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아파트 공급의 대부분을 내년 하반기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동탄은 입지와 가격적인 측면이 모두 괜찮았기 때문에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서 “분양시장은 거래시장이 좋아진 다음에 분위기가 개선되는 특징이 있는데 아직 부동산 거래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탄2신도시의 분양 선방이 내년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라는 분석은 과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현대證 윤경은 사장 선임에 노조 “해임 추진”

    현대증권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신임 대표이사로 윤경은 사장이 선임되자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법적 조치를 통해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노조 측은 윤 사장이 노조 파괴에 개입한 데 이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H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ISMG 코리아 H대표를 직접 지목하는 등 노조는 고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윤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결정했다. 이로써 현대증권은 김신 사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윤 사장과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노조는 주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반발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윤 사장이 솔로몬투자증권 재직 시절부터 H대표와 모종의 거래가 있어 왔다.”면서 “솔로몬투자증권 매각 과정에서 불법으로 H씨에게 자금이 이동한 정황을 포착했는데, 이는 업무상 배임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현대증권 임직원들이 보유한 차량들도 모두 H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빌린 것”이라며 “윤 사장 선임은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H대표에 의한 경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7일과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H대표와 윤 사장이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정황과 저축은행 부실 인수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H대표와 윤 사장 등 H그룹 임원들이 지난 9월 26일 모여 회의한 녹취록을 증거로 공개하기도 했다. 민 위원장은 “현대증권이 지난 10월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있음에도 이를 숨겼다.”면서 “노조가 저축은행 부실 인수를 지적하자 그룹 차원에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윤 사장이 직원 간담회에서 H대표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H대표의 회사가 H그룹의 관계사임을 밝혔다.”면서 “노조도 더 이상 H대표의 실체를 감출 이유가 없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이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한류 확산이 불러온 ‘문화수지’ 흑자 주목해야

    한류 열풍 덕분에 올해 문화산업 관련 국제수지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수지 가운데 개인·문화·오락서비스와 같은 ‘문화수지’가 올들어 9월까지 373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영화·음악·방송·게임 등의 문화 서비스 분야에서 외국으로부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 문화산업을 수입해 오느라 ‘문화수지’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려 온 신세였음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다. 우리를 문화 수입국에서 당당한 수출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한류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등 K팝 열풍이 불면서 지금 한류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는 단순히 문화 현상에 머물지 않고,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파생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에 온 외국 관광객들이 문화부문에서 돈을 아낌없이 쓰면서 문화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들의 한국 방문 연유도 한류가 시발점이다. 한류가 각기 다른 분야와 만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각자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문화상품 수출은 소비재 수출 증대로도 이어진다.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마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등 IT 제품 수출이 평균 395달러 늘고, 의류와 가공식품은 각각 평균 35달러, 31달러씩 증가한다고 한다. 화장품은 동남아시아 5개국에 대한 수출이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한류 팬들 가운데 41%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27%는 한국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고 한다.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이미지 제고에 있어 문화 콘텐츠만한 것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는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위주 경제 구조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한류의 힘에서 보았듯이 문화산업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타 산업 분야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충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다. 지금 대선후보들만 하더라도 문화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문화 정책에서 그 길을 찾길 바란다.
  • KBS 새사장 후보에 길환영씨… 노조측 “부적격 인사” 반대

    길환영(58) KBS 부사장이 임기 3년의 차기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KBS 이사회는 9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사장 공모 지원자 11명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거쳐 길환영 부사장을 제20대 KBS 사장으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기로 했다. 길 사장 후보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KBS 공채 8기(PD)로 입사했다. 대구방송총국장, 콘텐츠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가 사장에 취임하면 KBS PD 출신 최초의 KBS 사장이 된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 노조)는 길 사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이사회가 정치권의 오더를 받아 임명한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오는 24일 사장 첫 출근 날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길 사장 후보가 ‘이승만 다큐’, ’이병철 탄생 기념 열린음악회’ 등 정권 편향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5시로 예정됐다가 유보된 KBS 새 노조의 총파업 재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복수노조인 KBS 새노조 외에 1노조도 새 사장 후보자 11명 가운데 적격자가 없어 누가 되더라도 다시 파업의 깃발을 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폐수시설 입찰비리 7명 사법처리중인데 LED업체 특혜 의혹까지… ‘양심 방전’ 광주시

    광주시가 최근 총인저감 처리시설 입찰 비리로 서기관급 공무원 5명 등 모두 7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소규모 관급 공사 발주 과정에서도 특혜시비가 이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국가지원 지방도 49호선인 광주 광산구 용진산 터널 내부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 공사를 발주하면서 국토해양부의 지침과 감사실 등의 권고 사항을 무시한 채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특정 업체의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가 구매한 조명 제품은 당초 시방서에 명시된 조명 방식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데다 관리비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 업체를 무리하게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는 최근 조달청 쇼핑몰을 통해 W업체가 생산한 11억여원 규모의 면광원 LED조명등(조도 75LM/W)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를 위해 당초 S사의 직관형 LED 형광등(조도 114LM/W)으로 설계한 H사에 ‘관급자재 설계기준 보완’을 요청했다. 당초 설계 때는 반영되지 않았던 KS와 고효율 인증 제품을 구매한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설계회사인 H사가 “시가 요구한 KS 기준은 최저 기준을 정해 품질의 저하를 막는 것이 목적이며 KS제품이 최고의 품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재설계가 필요하고 기존 설계안보다 초기 투자비와 보수 유지비가 각각 35% 이상 더 들어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는 설계회사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설계변경을 거부하자 해당 주무관이 회사 측에 전화를 걸어 “특정 회사 제품으로 설계 도면을 바꿀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급자재를 조달청에 발주하기도 전에 특정회사의 제품으로 시공하기 위한 것으로, 책임감리제와 조달 규정을 어긴 것이다. 광주시 감사실도 앞서 지난 7월 이를 인정하고 “당초 시방서대로 광효율이 높은 직관형 LED등으로 발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터널의 밝기는 운전자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는 그럼에도 당초 안을 변경해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발주했고, 이 과정에서 국토부 등의 설계·시방 관련 지침까지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침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제품제조 및 시공업체가 부도나거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 또는 경쟁 없이 단독으로 설계에 반영된 제품일 경우 설계변경이나 보완을 요청토록 규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KS 인증된 제품으로 조명등을 시공하기 위해 설계기준 변경을 요구했다.”며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설계를 보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광주와 전남 서북부를 연결하는 국지도 49호선은 광산구 본덕 나들목~지평 나들목 8.9㎞ 구간이 지난 7월 부분 개통됐으며 문제의 용진산 터널이 포함된 나머지 지평 나들목~오산교차로(7.6㎞)는 오는 12월 말 개통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지방시대] ‘도심 철로 이전’ 국가가 나서야/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도심 철로 이전’ 국가가 나서야/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어릴 적 부르던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오두막집은 이제는 없어졌을까? 안타깝게도 기찻길 옆 마을들의 궁핍함은 지금도 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도시 쇠락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이들 마을의 곤궁함은 안타까운 우리나라의 근대사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동아시아에 열강의 팽창정책이 몰아치던 1899년에 노량진과 제물포를 잇는 경인선이 한국 최초의 철도로 개통되고, 1905년에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이 노선이나 부지 선정 등 모든 것이 일본의 식민지적 필요에 의해 급박하게 개통되었다. 그러다 보니 철도는 수송의 의미만 강조되었지 철도 노선의 도시 발전 연계나 철도 주변 주민들의 삶은 고려되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만 해도 현재 철도 노선, 철로 지하화, 정차역, 조차장 부지, 기지창 이전, 폐선 부지 활용, 기찻길 옆 틈새 마을 환경 취약 문제 등 철도와 관련한 매우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경부선의 기·종점인 부산역만 해도 조차 시설과 일반열차의 부전역 이전 문제, 부산진역 컨테이너 야드의 부산신항 이전 문제, 부산역과 부산진역 간 열차 선로 2.5㎞의 데크화 문제 등은 이 지역 주변의 발전을 위한 숙원 과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심지 서면 주위에 있는 100만㎡에 이르는 철도차량기지창 이전문제, 해운대구 일원의 9.8㎢에 이르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문제, 부전역과 사상역의 복합환승센터 개발문제 등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씩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문제의 발생원인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필요해 철도를 부설하면서 도시의 계획적 구조나 발전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물자 수탈과 전쟁통로 확보라는 식민정책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후 100여년 동안 도시기능의 확장이나 변화 등 내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철로가 가지는 경직형 인프라의 속성으로 부설 당시 노선 및 부지 선정 등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우리 손으로 철로를 놓았다면 이렇게 도심을 무자비하게 횡단하면서 노선을 설정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20여㎞ 구간에 형성된 철로변 마을들의 열악한 환경 문제이다. 물리적으로 대로와 단절된 마을이 허다하다 보니 발전 기회를 상실,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상화된 소음, 취약한 안전, 공공인프라 시설의 부족 등은 이들 마을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들이다. 부산시가 시내 전역의 마을별로 결핍지수를 조사한 결과 철로변 마을들이 대부분 높게 나오는 것은 바로 이들 지역의 열악한 환경이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늦었지만 철로를 중심으로 한 국가의 관심을 (가칭) ‘철로주변 종합발전특별법’ 같은 제도적 틀을 통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철로 및 주변지역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도시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들이고, 지자체가 이 문제를 떠안기에는 너무나 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 사안은 4대강 사업 이상의, 어쩌면 수백만 국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 문제로, 대선 국면의 정치권 관심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프라요, 복지이자, 식민지 청산이다.
  • “학습지 교사, 노조법상 근로자” 첫 판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학습지 교사들에게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회사를 상대로 1800일 가까이 투쟁을 전개해 온 재능교육 해고자들의 권리 주장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박태준)는 1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등이 재능교육과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및 부당 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에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아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록 위임계약을 체결해 왔지만 일정 정도 사용 종속관계가 인정되므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습지 지도라는 노무 제공은 학습지 회사 운영에 불가결한 요소”라면서 “사측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돼 무효”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부당 해고와 관련해서는 ▲수수료 실적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많이 나는 점 ▲매일 출근을 강제하지 않는 점 ▲근무 시간과 장소를 회사가 정하지 않는 점 등을 바탕으로 “학습지 교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앞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2011년 7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는 200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고 전국학습지노조도 노조법상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하나고교 출자 법정비화 조짐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를 ‘귀족학교’로 비판한 광고를 게재한 것과 관련, 하나고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도 맞고소로 대응할 계획이다. 갈등은 외환은행이 지난 16일 하나고에 250억원을 출연하고 7억 5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하나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제한 적 없다.”며 자발적 기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2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한 뒤 외환은행 임직원 자녀도 (하나고) 입학 대상자에 포함시키면서 (외환은행이)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이 250억원을 출연하면 하나고가 그에 상응하는 예금을 (외환은행에) 하기 때문에 외환은행의 실제 지원금은 8억~9억원의 이자”라면서 “외환은행의 캐시 플로(현금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석한 윤교중 하나고 이사는 “광고를 통해 허위 주장을 편 외환은행 노조에 대해 명예훼손 혹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우리도 맞대응할 것”이라며 “(소송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맞섰다. 김 위원은 “외환은행 이사회 전날까지 하나고 출연 관련 안건이 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 자체가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하나금융의 압력에 떠밀려 출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의 외압을 조사해 달라며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이 순수한 사회 공헌으로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등록금이 연간 1200만원인 귀족학교 하나고에 외환은행 자산을 출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신문광고를 실었다.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등록금에는 기숙사비와 방과후 수업비, 특별활동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씨줄날줄] 3포 세대/오승호 논설위원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부동산 버블 문제를 겪으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부터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10년 사이 무려 473%나 뛰었고, 그 후유증으로 기업 보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것이 저성장 장기화의 길을 걷게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주 잠재성장률 추락과 취업 구조 고령화 등을 들어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저성장 장기화 원인을 다른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출산지원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점을 든다.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세대인 고령층이 저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저출산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이 위기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도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 흐름에 민감한 구조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수출 타격이 커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20~40%나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수출을 해도 시장에서 우리 상품을 사줄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내수 부문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쉽지 않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 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계층의 지갑이 얇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저출산 영향으로 소비 계층의 절대 수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미 1990년대 저출산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는데, 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은 경제 문제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실업은 결혼 및 출산 기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떨어지자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예산을 출산 및 보육 지원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2.1명으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통계청은 지난 8월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2만 44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2500건) 줄었다고 28일 밝혔다. 우리나라도 출산 지원 문제를 성장 차원에서 접근할 때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세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뇌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 거짓말이다

    뇌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 거짓말이다

    자, 영어 공부를 몇 살부터 시켜야 원어민처럼, 아니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아니 더 정확하게는 영국식·남미식·인도식에 물들지 않은 순도 100%의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영어를 우리 아이가 구사할 수 있을까. 핵심은 시기다. 아주 어릴 적 영어를 배우면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습득할 수 있는데, 나이 들어 영어를 배우면 제2외국어처럼 억지로 외우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국어와 제2외국어가 갈리는 시점은 지금껏 알려지기로 대략 12살. 그러니까 12살 이전에는 아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실은 부모, 학교, 학원 등의 부자연스러운 연출에 따라) 영어를 접하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교육에다 몰입교육 광풍이 한때 휘몰아쳤다. 이 주장의 뿌리는 어디일까. 추적해보니까 이렇다. 두개골을 열어 뇌를 확인해볼 수 없었던 시절엔 흥미로운 관찰 결과가 있었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실어증에 걸렸다 회복되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증세가 악화될 때는 특정 언어만 더 크게 저하되더니 회복될 때에도 각 언어별 회복속도가 달랐다는 것이다. 전기자극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언어별로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다른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왔다. 이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기능성 자기공명장치) 기술이 발달하자 과학자들은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fMRI는 신경활동의 변화에 따라 해당 뇌 부위의 혈류량이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혈류량별로 색을 달리해 뇌의 활성화 정도를 시각적으로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흔히 뇌 촬영 영상이라며 대중매체들이 보여주는 게 이것이다. 이 fMRI 장비를 이용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결과는 1997년 발표된 미국 과학자들의 논문이다. 모국어에 비해 제2외국어는 더 많은 뇌의 활성화를 요구했다.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겨우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후속 연구에서는 이 결과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다. 실험조건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2외국어를 배우는 연령과 뇌부위가 무관하다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는 정도의 반론은 기본이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뇌의 작동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특정 부위에 1대1로 대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네크워킹 효과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분명히 확인해볼 수 있다는 이유로 fMRI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학적 연구결과보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은 fMRI 자료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다. 영어조기교육시장에 한 줄기 서광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 다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앞선 1997년 논문은 제2외국어 습득시기를 11.2세로 잡았다. 그렇게 잡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과학적 실험이라면 아마 다들 동감할 것이다. 11.2세란, 다른 조건이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실험의 통제조건이다. 그런데 이것이 12살 넘어가면 제2외국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fMRI 촬영영상은 기본적으로 혈류량의 차이,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12살 이전에 배우는 언어와 12살 이후에 배우는 언어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혈류량은 더 이상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고여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버렸다. 여기에다 임신 16주부터 청각기관이 형성된다는 ‘사운드 코딩 이론’에 3세 이전에 모국어 습득이 끝난다는 ‘결정적 시기 가설’까지 합쳐지면서, 임신 때부터 시작해 12살까지 영어 폭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뇌 결정론, 신경 결정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뇌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뇌 가소성’이라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 특징이 오히려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뇌를 변화시켜야 하다는 식의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버렸고, 결과적으로 “영어 실력은 영어 뇌라는 물리적 실체로부터 나온다는 담론이 확산”되면서 “뇌 결정론 또는 신경 결정론이 강화”되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희한한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뇌과학, 경계를 넘다’(신경인문학연구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에는 법학, 과학철학, 철학, 심리학 전공자들의 글 16편이 실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미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글 쓴 사람들의 전공에서 이미 드러나듯, 또 이들의 연구 모임 이름이 신경‘과학’연구회가 아니라 신경‘인문학’연구회라는 점에서 보듯 뇌과학을 과대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머니즘 가치를 앞세운 최첨단 과학 서적에서 흔히 저지르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 엄밀한 균형감각을 택했다. 가령 기계가 뇌파를 읽어내 뇌만 살아 있는 사람의 지령을 받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BMI(Brain-Machine Interface·뇌기계접속장치) 기술, 인간 간의 블루투스(근거리 무선연결) 기능을 통해 뇌기능 장애 환자의 뇌파를 정상적인 뇌가 읽어서 전달해줄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해 현재 기술 수준과 문제점, 한계를 명확히 짚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서술이다. 어려운 과학적 개념이나 실험원리에 대한 설명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궁금증에다 연결시켜놨다. 앞서 살펴본 영어 조기 교육 사례뿐 아니라 ▲머리가 크면 머리가 좋은가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도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수험생들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뇌에 강한 자극을 주는 음료를 마시는 것과 공부할 동안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비타민을 먹는 것은 같은 수준의 문제인가 다른 수준의 문제인가 등 흥미로운 논의들이 담겼다. 1만 9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국민연금 올리기 전에 잘못된 것부터 고쳐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노후 보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면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속성과 재정 안정을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추계가 발표되는 내년 3월이면 보험료 인상문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추계 당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 최고점에 도달한 후 2060년 완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인구 오류 추계를 바로잡은 결과 국민연금 재정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53년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49년으로 예측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14%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 노후생활의 젖줄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재정 안정 못지않게 국민연금에만 유독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불합리한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과는 달리 전업주부로 신분이 바뀌면 다치거나 사망해도 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했더라도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을 20%밖에 받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삭감비율이 50%다. 월소득 상한액이 389만원으로 묶여 있어 더 내고 더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반면 공무원연금 상한액은 747만원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평생 평균소득의 40%(공무원연금은 60%)여서 아무리 많이 받아도 월 120만원 남짓한 수준이다. 생계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처럼 맞벌이 추세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지급 제한규정을 비롯, 현실에 맞지 않은 소득 상한액 등을 모두 바로잡은 뒤 여기에 맞춰 재정 추계를 하고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에 비해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인색하게 설계돼 있는 국민연금 지급구조도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춰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험료 인상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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