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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엄정 평가와 강력 제재로 공공기관 개혁해야

    공공기관들의 성적표가 나왔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7개 공공기관의 ‘2013년도 경영실적 평가’에 따르면 A등급은 2개, B등급 39개, C등급 46개, D등급 19개, E등급 11개다. 정부는 이번에 점수를 매우 짜게 매겼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은 한 곳도 없고 A등급(우수)도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 그러나 E등급(매우 미흡)은 전년보다 4곳이 늘었고 D등급(미흡)도 10곳이 증가했다.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D·E등급이 전체의 4분의1(25.6%)에 이른다. 전년 낙제 기관 수(16곳)의 배에 가깝다. 정부는 경영 실적과 안전 관리가 미흡한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하고 부채가 과도한 공공기관 중 자구 노력이 미진한 6곳은 임직원의 성과급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는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 전년 평가에서 A(우수)를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세월호 부실 검사 등으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이 공단은 세월호 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했다.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안전관련 기관의 심사는 계속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전년에 받은 A등급은 지나치게 관대한 점수라는 느낌을 준다. 공공기관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좋은 게 좋다’ 식의 평가를 지양하고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한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공공기관 평가의 척도는 그동안 누차 지적돼 온 방만 경영과 과도한 부채다. 물론 방만 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된 38개 기관의 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내년 평가에 반영될 것이다. 고용세습과 과다한 복지 혜택, 무분별한 휴가 등 방만 경영의 적폐가 해소되고 있다고 정부는 자평하고 있다. 현재로선 가장 큰 개혁의 걸림돌은 노조의 저항이다. 노조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11개 기관이 노사합의를 마쳤다. 국책사업 후유증과 낙하산 인사에도 원인이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무시할 순 없다. 그래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노조도 동참해야 한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란 결국 성과가 부진한 기관장을 해임하는 것이다. E등급이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바로 해임 건의나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해임이 건의되는 기관장 2명 외에도 정상화 작업이 부진한 기관에서도 기관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어서라도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오는 3분기 말 공공기관 정상화 실적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실적이 나쁜 기관의 임직원 성과급을 대폭 삭감하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응당 따라야 할 수순이다. 반면 실적 향상과 적폐 해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기관은 인센티브를 줘 차별화해야 한다. 이번에 평가를 나쁘게 받았으면서도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지 않은 기관장들은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기 때문이다. 모두 12개 기관이다. 이들 기관이 내년에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기관장은 해임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500조원대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개혁에 실패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 [데스크 시각] 원, 위앤, 위안/이창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원, 위앤, 위안/이창구 국제부 차장

    새벽에 다니는 중국어 학원에 최근 미국인 한 명이 등록했다.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는 그는 상하이(上海) 발령을 앞두고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이 동급생은 “요즘 미국에서도 중국어를 잘하면 취업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적잖은 학생들이 연수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자(漢字)를 많이 아는 당신이 부럽다”고도 했다. 자신에게 한자는 문자라기보다 그림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표의 문자인 한자를 모르면 중국어 배우기가 몇 배는 힘들어진다. 다른 언어와 다르게 중국어는 하려는 말에 해당하는 문자가 떠오르지 않으면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영어 콤플렉스를 겪는 터라 순간 우쭐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전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원칙도 실리도 없는 중국어 표기법이다. 중국의 화폐 단위는 ‘元’이다. 이를 한문 독음하면 ‘원’이고, 중국인은 ‘위앤’이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위안’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인이 알아듣는 ‘위앤’도 아니고, 우리끼리 잘 통하는 ‘원’도 아니다. 중국의 발음표기법인 ‘한어병음’에 따르면 ‘元’의 발음은 ‘yuan’으로 표기한다. 중국어 운모(韻母·모음) 뒤의 ‘an’은 ‘안’이 아니라 ‘앤’으로 읽어야 하는데 우리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 1986년 제정된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은 원어민의 발음과 최대한 비슷하게 적는다는 것이다. 어떤 소리든 표현할 수 있다는 한글의 자신감이 반영된 원칙이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쓰면 원어민 발음과 거의 똑같게 표기할 수 있는 중국어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인 ‘桂林’도 한문 독음인 ‘계림’도 아니고, 중국인들이 말하는 ‘꿰이린’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구이린’이라고 쓴다. 더욱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중국 근·현대의 기점인 1911년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이전 인물 및 지명은 한문독음을 달고, 이후 인물이나 지명은 중국의 병음대로 쓰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1911년 전후로 살다간 ‘孫文’은 ‘손문’일까 ‘쑨원’일까? 삼국지의 무대였던 ‘荊州’는 소설 삼국지에서는 ‘형주’로, 여행을 가면 ‘징저우’로 읽어야 하나?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은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를 우리 문자 체계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학습자 편의를 위해 변경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중국어는 성조도 있어 현지 발음을 100% 구현할 수 없는 만큼 표기법의 통일성과 체계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예철 한양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한자를 역시 많이 쓰는 일본어는 예외 없이 현지 발음대로 적지만, 중국어는 사용자마다 표기법이 다 다를 정도로 체계적이지 않다”면서 “국립국어원의 경직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표기법만 ‘자장면’을 고수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중국어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위안’, ‘위앤’ 논란이 ‘오렌지’, ‘아륀쥐’ 논란처럼 한심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어의 확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많은 이들이 영어 못지않게 중국어 때문에 고생할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이 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 맞는 표기법을 내놓으면 앞으로 닥칠 스트레스와 혼선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말과 문자 속에 이미 녹아 있는 중국어 학습에 대한 장점을 살리지는 못할망정 표기법으로 혼란을 부추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window2@seoul.co.kr
  • ‘총리 영역’ 경제 권력까지 움켜쥔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군사·안보에 이어 총리의 고유 영역인 경제 권력까지 한손에 틀어쥐었다. ‘황제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13일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 자격으로 제6차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시 주석이 이 소조의 조장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부조장을 맡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시 주석은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총 10개의 감투를 꿰차 명실상부한 1인 권력체제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중국은 권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면서 국가주석이 정치·외교·안보를 담당하고 총리가 사회·경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해 왔지만 시 주석 취임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에 시 주석이 조장을 맡은 중앙재경영도소조도 중국의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로 총리의 관할 영역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1998년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에게 조장 자리를 건네준 이후 줄곧 총리의 지휘를 받았다.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때도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가 조장이었다. 이 같은 조짐은 시 주석 취임 첫해인 지난해 11월 18기 3중전회(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때도 나타났다. 3중전회는 경제와 민생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보통 총리가 기초공작소조 조장을 맡아 회의 준비를 주도하나 이때는 시 주석이 조장으로 활동했다. 3중전회 직후에는 회의에서 결정된 개혁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가 구성됐고, 역시 시 주석이 이 기구의 조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반부패’와 ‘개혁’이란 기치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나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당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이외에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조장, 중앙외사영도소조 조장, 중앙타이완(臺灣)공작영도소조 조장,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주석, 중앙인터넷안전소조 조장, 중앙군사위원회 심화국방군대개혁영도소조 조장,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 등 총 10개의 최고 직책을 맡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월호 재판, 뻔뻔한 선원들 “승객 구조는 해경 임무”

    세월호 재판, 뻔뻔한 선원들 “승객 구조는 해경 임무”

    세월호 재판, 뻔뻔한 선원들 “승객 구조는 해경 임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해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세월호 승무원들이 승객 구호는 해경의 임무라고 주장해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승무원들은 해경이 승객들을 구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지시에 따라 퇴선했다며 탈출로 인한 ‘살인의 고의성’을 적극 부인했다. 이준석 선장의 변호인은 “상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가능한 구호 조치를 하다가 해경에 의해 마지막으로 구조됐을 뿐인데 잘못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가 급격히 기울어 구호 활동이 불가능했고 조타실에서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구명장비를 보유하고 초기부터 사고를 관리한 해경에 의해 승객 구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2등 항해사 김영호씨의 변호인은 “해경조차 배의 경사가 너무 심해 선내 진입을 못했는데 승객 구호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며 “대피 장소도 없어 대기하는 상황이었고 해경 지시에 따라 퇴선했을 당시에는 배가 50도 이상 기울어 침몰이 예상되고 승객 구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1등 항해사 신모(33)씨의 변호인은 “해경 등에 구조 요청을 했고 비상 상황에서 해경이 도착하면 함께 구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퇴선하고 배가 침몰하기까지 승객 전원이 생존했고 해경이 도착하고 구조 활동이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3등 항해사 박모(25)씨의 변호인은 “사고 직후 공황 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승무원과 함께 해경에 의해 구조됐을 뿐인데 구호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로 비춰볼 때 사고 당시 해경의 구호 활동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구조 작업에 참여한 해경을 증인 신분으로 불러 심리할 방침이다. 검찰도 전담팀을 꾸리고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의 부실한 초기 대응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수 눈앞서 번번이 실패 ‘KB금융의 M&A 잔혹사’

    KB금융 경영진이 동반 중징계를 통보받음에 따라 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인수 목전까지 갔다가 번번이 실패하곤 해 ‘M&A 잔혹사’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지주가 최근 추진해 온 M&A는 LIG손해보험이다. 임영록 회장은 ‘전산 내분’이 생기기 전까지 매주 임원회의 때마다 진척 상황을 챙길 정도로 LIG손보 인수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실사에만도 경쟁사보다 많은 60여명을 투입했다. 예비입찰가가 낮아 불리하다는 관측도 돌았으나 경쟁이 무르익으면서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 LIG손보 노조도 인수 주체로 KB를 지지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M&A를 성사시키는가 싶었다. 하지만 오는 26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예고된 대로 기관 경고를 받게 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관 경고를 받더라도 은행·보험·증권 등 개별 금융사와 달리 지주사는 M&A 자체에는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인수 뒤가 문제다. 금융 당국은 모기업의 경영 실태 등을 따져 자회사 편입 여부를 승인해주는데 KB지주의 기관 경고 전과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LIG그룹으로서는 자회사 편입 승인조차 불투명한 곳에 ‘자식’을 팔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는 사이 LIG손보에 눈독 들여온 롯데는 인수 제안가를 6000억원대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KB지주는 앞서 이미 대형 M&A 경쟁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2012년 어윤대 당시 KB지주 회장은 ING생명보험 인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경영진이 바뀐 뒤 지난해 말 처음 도전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투증권+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전에서는 1조 1500억원의 최고입찰가를 적어내고도 우투증권만 선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탈락했다. 그룹 매출의 83%를 은행에 의존하는 KB로서는 비은행 분야 M&A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상은 넓고 매물은 많다’지만 이번에도 LIG손보 인수에 실패한다면 전열 재정비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KBS 파업 “길환영 KBS 사장, 보복인사”…사측 “청와대 외압설 사실무근”

    KBS 파업 “길환영 KBS 사장, 보복인사”…사측 “청와대 외압설 사실무근”

    ‘KBS 파업’ ‘길환영 KBS 사장’ ‘보복인사’ KBS 파업이 3일 엿새째로 접어들었지만 노사 양측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K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등 양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5일째인 2일, 길환영(60) KBS 사장이 특별 조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양대 노조는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길환영 KBS 사장은 이날 오전 특별 조회를 열고 “존재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 ‘청와대 보도개입’과 ‘청와대 인사개입’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서로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주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서는 “취임한 이후 그 어떤 정파적 이익이나 권력에 굴복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정치권의 압력을 받아 이를 행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번에 국회에서 합의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길환영 KBS 사장은 “취임한 이후 탕평 인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사원 행복’과 ‘행복한 대한민국’이 경영원칙이었다. KBS가 평생 직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욕심이 없으며, 국민께 헌신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진상조사에 대한 형식과 절차, 특별공정방송위원회도 수용하겠다”며 “이틀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자치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제대로 검증 보도하고, 지방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조속히 현업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양대 노조는 “길환영 KBS 사장이 협박과 거짓말로 일관했다”며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조회를 마친 뒤 국장·부장급 15명의 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도 ‘보복 인사’라며 반발했다. 양대 노조에 따르면, 국장·부장급 인사 이후 임창건(55) 전 보도본부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이세강(58) 보도본부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국장급인 디지털뉴스국장과 국제주간도 보직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노동조합은 “길환영은 점심시간 느닷없이 보도본부 보직 사퇴 부장 일부를 지역으로 강제 발령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길환영 사수에 동참하지 않은 제주총국장, 보도기술국장, 강릉국장에 대한 보복 인사도 곧바로 시행됐다. 보직사퇴한 총감독은 송신소로 쫓겨났다. 그리고 그 알량한 보직 하나 맡겠다고 또 다른 부역 간부들이 인사 발령장에 이름을 올렸다”고 비난했다. 노동조합은 새롭게 보직에 임명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을렀다. “오늘 구사대 모임에 참석한 부역간부 85명도 용서치 않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며 KBS를 팔아먹은 길환영을 결단코 용서치 않겠다”고 강조했다. 새노조도 “길환영 KBS 사장이 사상 초유의 보복 인사를 단행했다”며 반발했다. “코미디는 1시간도 안 걸렸다. 돌아오라더니 보직 사퇴한 부장들을 지역으로 멀리 보냈다. 이것이 길환영의 소통이고 그의 진면목이다. 금번 발령은 명백한 불법·부당 발령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양대 노조는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의 차질을 막기 위해 일부 인력을 제작에 투입하기로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현지 중계방송팀은 길환영 KBS 사장이 자진 사퇴하거나 이사회가 해임제청안을 가결할 경우에 대비한 6월 5일 이전 출국 제작진을 제외하고, 출국을 거부하기로 했다. KBS 이사회는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표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상)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상)

    ●조선시대 도성 축조에 얽힌 두 가지 설화 1392년 조선 건국과 함께 도읍을 송악(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긴 태조 이성계는 “종묘는 조종(祖宗)을 봉안하여 효성과 공경을 높이는 것이요, 궁궐은 국가의 존엄성을 보이고 정령(政令)을 내는 것이며, 성곽은 안팎을 엄하게 하고 나라를 굳게 지키는 것으로, 이 세 가지는 모두 나라를 가진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라면서 종묘와 경복궁, 도성(都城)의 축조를 독려했다. 종묘·사직과 경복궁이 완성되자 한양의 얼개인 도성을 짓는 축조도감을 1395년 설치했다. 삼봉 정도전이 성 쌓을 자리를 정했는데 태조가 직접 둘러보았다. 여기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스토리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서울이라는 지명의 유래이고, 두 번째는 성리학과 풍수학의 정면 대결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의 탄생과 관련된 속설을 조선 후기 방랑 실학자 청화산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성을 쌓으려고 했으나 둘레의 원근을 결정하지 못하던 중 어느 날 밤 큰 눈이 내렸다. 그런데 바깥쪽은 눈이 쌓이는데 안쪽은 곧 눈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태조가 이상하게 여겨 눈을 따라 성터를 정하도록 명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성 모양이다”라는 기록이다. 나중에 눈이 녹은 지역이 도성 안이 됐다. 눈(雪)이 쌓여 생긴 울(울타리)이라고 하여 도성 안쪽을 ‘설울’이라고 불렀으며 그것이 ‘서울’로 전이됐다는 얘기다. 수도(首都)를 나타내는 유일한 순우리말 지명인 서울의 유래는 처용가의 첫 구절 ‘새벌’이 서라벌을 거쳐 서울로 변했다는 양주동의 풀이가 정설로 돼 있다. 새벌이 서울의 옛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우용은 삼한시대의 성스러운 곳 소도(蘇塗)의 ‘소’가 새벌의 ‘새’와 같으므로 서울은 ‘솟벌’이나 ‘솟울’에서 온 것으로 보았다. ‘솟은 벌’이나 ‘솟은 울’이 ‘신의 땅’이나 ‘신의 울’이며 한자로 번역하면 신시(神市)라는 주장이다. 김정호가 그린 서울 지도 ‘수선전도’에서 보듯 서울을 ‘으뜸가는 선’인 수선(首善)으로 표기한 것과 같은 이치라는 풀이다. 입으로만 전해진 서울이란 지명은 1896년 4월 7일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 창간호에서 처음 공식 표기됐다. 독립신문 한글판의 제호 아래 ‘조선 서울’이라고 표기하고 있고, 영문판에서는 ‘SEOUL KOREA’라고 발행지를 인쇄했다. 서울이 ‘서울특별시’가 된 유래는 희극적이다. 해방 후에도 서울은 여전히 경기도 경성부였다. 미 군정청은 1946년 ‘서울은 경기도 관할에서 독립, 자유독립시가 된다’라고 발표했다. 영어 원문에는 ‘Seoul established Independent City’(서울독립시의 설치)라고 기록됐다. 하지만 법령 번역을 맡은 군정청 한국인 직원이 서울독립시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민 끝에 ‘서울특별시’라고 고쳐 표기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또 한 가지는 정도전과 무학대사로 대표되는 유교와 불교의 한판 대결이다. 두 사람은 경복궁 명당이 앉을 자리를 정해 줄 주산(主山)을 백악(북악)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인왕산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차천로는 ‘오산설림’에서 “무학은 ‘인왕산을 진산(주산)으로 삼고, 백악과 목멱산(남산)을 청룡과 백호로 삼으시오’라고 하였으나 정도전이 수용하지 않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200년이 지나서 내 말을 생각할 것’이라 하였다”는 설화를 전했다. 무학의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200년 후라는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뜻한다. 태조가 정도전의 손을 들어 주면서 주산은 백악으로 결정됐다. 무학은 굴하지 않고 도성을 쌓을 때 인왕산 선바위를 도성 안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선바위를 왕성 안에 집어넣어 불교의 중흥을 꾀하려는 몸부림이었으나 또다시 삼봉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났다. 2전 2패를 당한 무학은 “불교가 망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얄궂은 운명인지 스님의 형상을 닮은 선바위 옆에는 일제강점기 남산에 조선 신궁을 짓느라 쫓겨난 국사당이 자리했다. 불교와 무속신앙이 500년이 지나고 나서 한자리에서 해후한 셈이다. 조선 개국의 설계자 정도전이 한양도성 건설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종묘와 사직 그리고 궁궐은 물론 관아와 시장의 터를 잡았고 도성 성곽의 윤곽도 결정했다. 서울을 5부(동·서·남·북·중부), 52개 방으로 나누고 경복궁을 비롯해 궁궐 전각의 명칭을 정하는 일도 모두 그의 생각대로 였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은 서울을 건설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유교 국가의 출범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신라 천 년과 고려 오백 년을 풍미한 불교와 풍수도참설은 시대의 도도한 흐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양도성’ 명명 4년… 안내판에 ‘서울성곽’ 한양도성이란 무엇인가. 한양도성은 조선시대 한성부, 한성, 한양, 서울을 나타내는 표상이었다. 한양도성이 곧 조선이었다. 더불어 수도, 수선, 도읍, 도성, 왕성, 황성, 궁성, 경조(京兆), 경도, 장안, 사대문 안의 통칭이기도 하다. 서울을 나타내는 모든 용어 중 가장 대표적이고 권위 있는 명칭이었다. 한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도 중 하나였다. 17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가 10만명, 영국 런던이 15만명이었을 때 한양 인구는 20만명에 육박했다. 규모로 보아도 현존하는 세계 수도의 성곽 중 서울을 둘러싼 성곽이 가장 크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우리는 ‘한양도성=서울을 에워싼 18.672㎞의 성곽’이라고 범위를 좁혀 해석하고 있다. 내용물은 다 빼고 도성을 둘러싼 성곽만 내세우는 축소지향의 우를 범하고 있다. 한양도성은 조선 500년 내내 성곽으로 둘러싸인 한성부 전체를 지칭하는 당당한 국가권력의 표상이었다. 도성 밖 10리를 나타내는 성저십리(城底十里)와 구별하려는 의도에서 쓰인 사대문 안과 같은 권역을 나타내지만, 의미는 훨씬 공식적이고 권위적이었다. 성곽은 유일무이의 대도시인 한양도성 안을 관리, 운영할 목적에서 세워진 상징 벽이었다. 8개의 크고 작은 문인 흥인지문~광희문~숭례문~소의문(서소문)~돈의문~창의문(자하문)~숙정문~혜화문은 한양도성의 관문이었다. 상경(上京)과 낙향(落鄕)이 구분되는 시대의 경계선이었다. 궁궐을 에워싼 백악~낙타산(낙산)~목멱산~인왕산 등 내사산(內四山)을 잇는 도성은 외적 방어용이 아니라 왕권과 통치의 상징이었다. 외적의 침입과 방비, 농성을 위해 북한산성과 남한산성, 탕춘대성 등 산성을 따로 외곽에 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양도성과 서울성곽은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서울성곽이라는 용어를 쓰려면 ‘서울성곽=조선시대의 옛 서울인 한양도성을 둘러싼 성곽’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 개발연대 몰지각한 권력자와 도시행정가들이 한양도성에서 성곽만 따로 떼 ‘서울성곽’이라고 멋대로 이름 붙인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도성 안 문화재와 유물은 마구잡이로 깔아뭉개면서 일제가 조선 정체성 지우기의 하나로 헐어버린 성곽은 잇는다는 앞뒤 맞지 않은 복원계획이 화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구자춘 서울시장이 1975년 ‘서울성곽 중장기 종합정비계획’을 세웠고, ‘서울성곽복원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한양도성이라는 당당한 이름이 복권되지 못하고 서울성곽이라는 중성적 이름으로 둔갑한 것이다. 천박한 역사인식과 자가당착이 빚은 비극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문화재위원회가 2011년 사적 제10호 서울성곽의 명칭을 ‘서울 한양도성’으로 바꿨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눈이 어두워 서울성곽을 ‘서울 한양도성 성곽’이라고 분명히 밝히지 않고 서울 한양도성이라고 어정쩡하게 명명하는 과욕을 부려 또 다른 오해와 시비를 불러들였다. 차라리 서울성곽이라고 놔두는 편이 나았다. 우리는 도성을 둘러싼 성곽과 8개의 대·소문이 한 몸이란 사실을 가끔 잊곤 한다. 숭례문과 흥인지문이 국보 1호, 보물 1호인 줄은 알고 있지만, 이들 문이 한양도성의 출입문이라는 점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성곽을 상실한 숭례문과 흥인지문을 너무 오랫동안 보아 왔고, 출입이 통제된 숙정문과 차량통행에 방해된다며 철거해 버린 돈의문을 아예 보지 못한 탓이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한양도성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고 정식 등재는 시간문제라고 한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장은 ‘한양도성의 유산가치와 진정성’이라는 논문에서 “서울성곽의 영어표기가 ‘Seoul Fortress’인데 반해 한양도성은 문화유산 등재 때 ‘Seoul City Wall’이라고 표기됐다”면서 “Fortress가 방어 요새로서의 역할만을 제한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City Wall은 역사도시의 도시성곽으로서 의미를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의 정의부터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한양도성을 둘러싼 전반적인 용어와 개념 정리를 주장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보다 더 시급한 일일 수도 있다. 서울성곽을 한양도성이라고 명칭을 바꾼 지 4년째를 맞지만 성곽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여전히 서울성곽이라고 표기돼 있다. 한 번 머릿속에 박힌 용어나 명칭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식민시기 서울의 조상 산인 삼각산을 북한산이라고 엉뚱하게 이름 붙임으로써 정체성이 훼손된 것처럼 용어의 변질은 의미의 변질을 수반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한양도성과 서울성곽을 헛갈리고 있다. 묵은 역사인식을 바꾸려면 안내판부터 제때 바꿨어야 했다. 정책을 수립하는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한양도성이라고 하는데 이를 운영하는 자치구는 서울성곽이라고 우기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선임기자 joo@seoul.co.kr
  • 잠수사 사망·기상 악화로 모레까지 수색 중단될 듯

    민간 잠수사 사망 사고에 이어 기상악화까지 겹치면서 실종자 수색 및 창문 절단 작업이 오는 4일까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4일 사고 해역은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초속 10∼14m로 불고 파고가 최고 4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88바지선과 언딘바지선 2척 모두 서거차도와 조도 대교 쪽으로 피항했다. 대책본부는 기상 여건에 따라 중소형 선박은 물론 대형 함정 피항도 검토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지난 30일 4층 선미 다인실 쪽 창문 절단 작업하던 민간 잠수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수색 작업을 중단했다가 31일 오후와 이날 새벽 재개했으나 실종자를 수습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단원고 여학생 시신 1구를 인양한 뒤 실종자는 16명에 머물러 있다. 수색 작업과 병행한 외판 절단 작업은 4층 선미 외벽을 가로 4.8m 길이로 절개했고, 현재 창문 세 칸 크기의 작업 면적 중 창문과 창문 사이를 잇는 창틀 2곳 90㎝가량만 더 자르면 되는 상태다. 하지만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산소 아크 절단법이 위험하다고 판단, 앞으로 유압 그라인더나 쇠톱을 사용하기로 해 절개 작업이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조류가 빠를 경우 80㎏짜리 유압기를 잠수사들이 보조 기구 없이 수중에서 작업하기 어렵고, 쇠톱으로 자르는 방식도 한계가 있어서다. 한편 지난 30일 외판 제거 작업 중 숨진 이민섭(44)씨는 CT 등 검진 결과 양쪽 폐가 외상에 의해 손상됐고, 같이 작업하던 김모(35)씨도 갈비뼈가 골절돼 사고 원인은 수압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1일 구성된 잠수사안전지원단 이청관 부단장은 “산소 폭발보다 이미 절단한 4.8m 부분이 선체 내 장애물 등과 충돌하면서 갑작스럽게 생긴 물 유압이 잠수사들에게 충격을 준 것 같다”며 “물속에서 순간적인 압력이 칼날을 만드는 이치”라고 밝혔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세종 땅값 상승률 16.87% 또 1위

    세종 땅값 상승률 16.87% 또 1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명동8길 52) ‘네이처 리퍼블릭’ 화장품 매장 땅값이 11년 연속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올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국 251개 시·군·구별 3178만 필지에 대해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결과 지난해(3.41%)보다 0.66% 포인트 높은 4.0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29일 밝혔다.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광역자치단체는 세종시로 중앙행정기관 이전 호재를 안고 16.87%나 상승해 2년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울산(10.39%)과 경남(7.79%)도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인천과 광주는 각각 1.87% 상승에 그쳤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는 경북 울릉군(33.14%)과 예천군(21.05%)이 관광단지 개발 및 도청 이전 호재에 힘입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충남 계룡시와 광주 동구는 농촌 인구 감소와 구도심 인구 유출로 땅값이 떨어졌다. 서울 용산구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백지화로 0.25% 오르는 데 그쳤다. 2004년 이후 전국 최고가를 기록한 명동 네이처 리퍼블릭 매장 땅값은 3.3㎡당 2억 5410만원으로 지난해(2억 3100만원)보다 10% 올랐다. 3.3㎡(1평) 땅값이 중소형 아파트값과 맞먹는다. 반면 전국 최저가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소마도리 산29 땅으로 3.3㎡당 273원에 그쳤다. 주거지역 가운데 가장 비싼 땅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아파트터로 2010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용산구 이촌동 성원아파트터를 제치고 전국 1위에 올랐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3.3㎡당 3956만 7000원을 기록했다. 공업지역에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56-335 풍성전기 공장터가 3.3㎡당 2750만 55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녹지지역은 경기 과천시 갈현동 20-5가 3.3㎡당 949만 41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개별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개별공시지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토지 관련 세금과 각종 부담금 부과,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 선정, 공직자 재산 등록 등에 활용된다. 예를 들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토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46억 3475만원으로 지난해 공시지가 44억 4371만원보다 4.3% 올랐다. 이에 따라 재산세도 지난해 1124만원보다 4.8% 정도 많은 1177만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종부세는 별도 합산이므로 따로 낸다. 개별공시지가는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www.kais.kr/realtyprice)와 토지가 있는 시·군·구 민원실 또는 홈페이지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씨줄날줄] 사고현장의 의인들/박찬구 논설위원

    조선시대의 의인(義人)이라 하면 대개 권력의 횡포 앞에서 절개를 지키거나 목숨 바쳐 외침(外侵)에 맞선 분들이다. 인의예지를 앎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김으로써 후대에 교훈을 주고 있다.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면암 최익현, 매천 황현…. 일일이 이름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수백년이 지난 후손의 사회에서도 의인은 종종 등장한다. 대형참사 현장에서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난세와 혼란의 시기에 헌신과 희생으로 사람의 도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오늘로 꼭 45일째를 맞는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도 생사를 넘나들며 친구와 학생, 승객을 살려낸 의인들이 있다. 살신성인의, 우리 마음속 영웅들이다. 세월호뿐만이 아니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당시 간호조무사 김귀남씨는 발화지점인 별관 2층 다용도실로 달려가 불을 끄려다 참변을 당했다. 고인은 바깥으로 피하지 않고 환자들을 살리려 마지막 순간까지 나이팅게일 선서를 실천하며 소임을 다했다. 같은 현장에서 소방관 홍모(41)씨는 이 병원에 입원한 부친의 생사도 모른 채 다른 환자들을 구조하다 끝내 비통한 소식을 접해야 했다. 그는 ‘아버지를 먼저 찾을 겨를이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고 한다. 같은 날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사건에서는 역무원 권순중(46) 대리가 70대 방화범의 3차례 방화시도를 몸으로 막아냈다. 순식간에 불길이 가슴 높이로 치솟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반 승객들의 협조도 발 빠른 초동 대처에 도움이 됐다. 자칫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가 재연될 뻔한 위기상황을 권 대리와 시민들이 하나가 돼 모면할 수 있었다. 자본의 탐욕과 가치의 일탈, 허술한 안전망은 우리 공동체를 이미 위험사회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탈선과 붕괴는 일상의 위협으로 와 닿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기본 역할과 존재 이유를 묻고 따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 사회를 지탱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주는 건 바로 우리 이웃인 갑남을녀의 의로운 행동인지 모른다. 의사자 지정에서 나아가 이들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으로 남기는 건 당연한 책무이자 도리라 할 수 있다. 때마침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잊어선 안 될 5인의 세월호 의인들’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다.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의 희생정신을 기려 모교인 수원과학대는 재난안전학부를 신설하고 ‘박지영홀’로 명명한 강의실을 꾸린다고 한다. 학생들이 숭고한 의인의 정신을 이어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 [세월호 참사] 짙은 안개에…선체 절단도 난항

    전남 진도 팽목항이 제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실종자 가족 지원시설 등의 재배치로 중단됐던 조도행 여객선 운항도 정상화될 예정이다. 29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진행된 팽목항 세월호 사고 관련 시설 이전은 마무리 단계다. 이는 실종자 가족 동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기존 조도행 여객선 항구로 쓰이던 선착장을 중심으로 좌우 길가에 설치된 가족 임시숙소와 지원시설, 자원봉사 텐트 등은 이날 대부분 임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재배치된 곳에는 실종자 가족 거주용 조립주택 7동, 숙소용 텐트 4동을 비롯해 대책본부, 응급센터, 심리상담센터, 구호물품 지원센터 등이 자리 잡았다. 주차장 바깥 도로변에는 자원봉사 식당, 민간잠수사 협회 시설, 종교 시설 등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팽목항 도로는 이날 중으로 정리를 완료해 30일부터는 조도행 화물·여객선에 오르는 차량과 일반 승객의 통행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한편 실종자 수색 작업은 이날도 빠른 조류와 짙은 안개 등으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빠른 수색을 위해 선체 외판을 절단하기로 한 작업은 오후 2시쯤부터 진행됐다. 선체 외판 절단 작업은 닻 4개로 바지선을 고정한 후 잠수사들이 절단 부분에 대한 수중탐색 등 현장 조사를 한다. 작업 시간은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또 이날부터 소방방재청 ‘무인로봇’인 길이 1m의 원격수중탐색장비(ROV)는 다인실에 사용하고, 30일부터는 길이 40㎝의 미국 ROV를 좁은 공간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성과를 거둘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장성 요양병원 화재] 병실 출입문 없어 유독가스 순식간에 퍼져… 환자 질식 무방비

    [장성 요양병원 화재] 병실 출입문 없어 유독가스 순식간에 퍼져… 환자 질식 무방비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병원(이하 효사랑병원) 참사는 병원 측의 허술한 환자 관리, 화재에 취약한 병실 구조, 방화시설 미비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불이 난 별관은 연면적 4656㎡,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건물(5000㎡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단 수용된 만큼 병원 측은 이런 요소를 고려해 방화 시설물을 갖춰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환자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고 갑자기 발생한 불로 거동이 불편한 70~80대 고령자들이 신속히 탈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층 환자 34명 가운데 5명은 사실상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환자’(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였으며 25명은 치매 환자 및 알코올 중독 환자, 4명은 노인성 질환자로 대부분 자력 탈출이 어려웠다. 입원실에 배치된 담당자는 여성 간호조무사 김귀남(53·여)씨 1명뿐이었다. 비상시에 환자를 대피시킬 인력이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김씨는 불이 나자 자체 소화전으로 불을 끄기 위해 3006호실로 접근했다가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병실 구조도 피해를 키웠다. 별관 2층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편에 3개씩 7개(1개는 불이 난 다용도실)의 병실이 있었지만 각 병실엔 출입문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삽시간에 연기가 복도와 병실로 스며들었고 이를 들이마신 고령의 환자들은 곧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독가스 차단막 역할을 해야 할 출입문 등이 설치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실제로 불이 난 2층 계단을 따라 복도에 들어서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각 병실에는 5~6개의 침대가 뒤섞여 있었고 담요와 매트리스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병실은 출입문이 없이 모두 개방된 상태였다. 검은 그을음이 복도와 각 병실의 벽면 천장에까지 시커멓게 쌓여 있었다. 그을음의 두께로 볼 때 화재 당시 강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발화 지점인 3006호의 알루미늄 창틀은 불에 녹아내렸고 천장 쪽에서는 배수관이 터져 복도와 병실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복도 바닥에는 환자들이 우왕좌왕한 흔적인 듯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경찰은 이날 치매 환자인 김모(81)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가 불나기 1분 전인 이날 0시 26분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김씨는 “내가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서 “잠이 오지 않아 다용도실에 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효사랑병원 관계자는 “김씨는 6·25 참전용사로 보훈 대상자인 걸로 안다”면서 “사회에 불만이 많지 않았는데 워낙 중증 치매였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내가 보훈 대상자야’라며 악을 쓰고 난리를 피우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잘 알고 지냈다는 한 생존자는 “김씨 자식들이 면회도 자주 오고 올 때마다 아버지 드실 음식도 냉장고에 채워 놓고 갔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불에 타다 남은 일회용 라이터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방화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또 이철구 전남지방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병원 측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하는 등 원인 규명에 나섰다. 장성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KBS 1노조도 총파업 투표 가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에 이어 KBS 노동조합(1노조)이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도 27일 가결됐다. 기술직군 중심의 1노조는 21~27일 시행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 83.14%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적 대비 찬성률은 77.4%다. 새노조는 1노조 측에 같은 시기 공동 파업에 돌입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KBS 이사회는 26일 길환영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상정한 데 이어 28일 투표를 진행한다. KBS 내부에서는 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요일 열릴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안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이사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사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등 16개 사내 직능단체도 이날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이상 모든 협회원은 이사회 해임 의결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세계 굴리는 中기업… 세계경제 잡는 덫으로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세계 굴리는 中기업… 세계경제 잡는 덫으로

    중국 기업들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글로벌 2000대 기업 리스트의 1~3위를 독식하고 있는 데다 10위권 내에 5개 업체나 포진해 미국 기업(5개)들과 양분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궁상은행 자산 3조 달러‘1위’… 톱 10, 美와 5대 5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서 중국 국유 상업은행들이 1, 2, 3위를 휩쓸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포브스는 해마다 자산 규모와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 등을 종합 평가해 글로벌 2000대 기업을 선정,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 따르면 궁상(工商)은행은 2013년 기준 자산 규모가 3조 1249억 달러(약 3201조 7725억원), 시가총액 2156억 달러, 매출액 1487억 달러, 순이익 427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굳게 지켰다. 2위는 젠서(建設)은행(자산 2조 4495억 달러, 시가총액 1744억 달러, 매출액 1213억 달러, 순이익 342억 달러)이 2년 연속으로 차지했다. 눙예(農業)은행(자산 2조 4054억 달러, 시가총액 1411억 달러, 매출액 1364억 달러, 순이익 270억 달러)은 지난해보다 5단계나 뛰어오르며 3위에 올랐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4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5위,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이 6위, 세계 최대 가전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이 7위, 시가총액 세계 1위의 웰스파고은행이 8위에 오르는 등 미국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중궈(中國)은행(자산 2조 2918억 달러, 시가총액 1242억 달러, 매출액 1051억 달러, 순이익 255억 달러)은 9위, 중궈스유(中國石油·PetroChina·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자산 3869억 달러, 시가총액 2020억 달러, 매출액 3285억 달러, 순이익 211억 달러)는 10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10대 기업에 미국과 중국이 똑같이 5개씩 올린 것이다. 지난해 10위권 내에 들었던 영국·네덜란드계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지난해 7위)과 영국 HSBC홀딩스(6위)는 11위와 14위로 밀려나 유럽 기업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한 22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들었고 현대자동차는 작년보다 2단계 오른 87위를 기록했다. 중국 국유 상업은행의 ‘눈부신’ 활약과 함께 인민은행도 세계 1위의 외환 보유고를 발판으로 자산 규모가 31조 7278억 5500만 위안(약 5조 975억 달러·5212조 8865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 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을 제치고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2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4조 달러였고 유럽 중앙은행(3조 1200억 달러)과 일본 중앙은행(2조 2000억 달러)이 3~4위였다. 중국 은행들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규모도 규모지만 광활한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알찬 수익구조를 갖춘 덕분이다. 글로벌 10대 기업에 오른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들은 한국 은행들이 ‘롤 모델’로 삼는 미 웰스파고은행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궁상은행의 순이익은 무려 427억 달러(약 43조 7748억원)이고 2위 젠서은행이 342억 달러, 3위 눙예은행은 270억 달러, 9위 중궈은행도 255억 달러를 기록해 8위 웰스파고은행 219억 달러를 제쳤다. 중국 에너지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중궈스유와 중궈스화(中國石化·Sinopec·중국석유화공그룹), 중궈선화(中國神華·중국신화에너지공사)가 각각 세계 10위, 29위, 124위를 차지했다. 석유업계의 쌍두마차인 중궈스유와 중궈스화는 국가보조금을 짭짤하게 챙기는 데다 중국 경제 발전으로 수익 구조도 탄탄해졌다. ●중국 2대 에너지기업 10년 국가보조금 20조원 지난달 10일 발표된 내국인 전용 주식(A주) 상장사 2013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두 기업은 2004년부터 10년간 받은 국가보조금이 무려 1258억 8300만 위안(약 20조 6939억원)에 이른다. 중궈스유가 484억 3800만 위안, 중궈스화는 774억 4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원유 가격을 보장하고 석유 공급 축소에 따른 석유 대란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온 덕택이다. 석탄 생산업체인 중궈선화는 석탄 수요가 줄어들고 스모그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악재 속에서도 셰일가스 개발과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는 등 경영 다변화해 성공한 케이스다. 중국 남부 지방의 셰일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 중국 천연가스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려 2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극동지역 석탄 자원과 인프라 시설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혁신 아닌 제도적 보호와 독점적 지위 ‘독’으로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전도는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 국유 상업은행들의 막대한 이익은 경영 능력과 혁신 등의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중국 정부의 제도적 보호와 독점적 지위에 따른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상업은행의 80% 이상이 정부의 금리 통제 덕분에 안정된 예대마진 수입을 챙겨 폭리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궈톈융(郭天勇) 중앙재경대학 은행업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은 은행 진입이 개방돼 있지 않아 은행업무가 상대적으로 독점적”이라며 “몇 개 국유은행이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5대 은행 부실채권 3771억 위안 …자산의 질 우려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의 부실 채권은 6461억 위안(약 106조 2123억원)으로 늘었다. 1분기에만 540억 위안이 늘어나며 2005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궁상, 건설, 눙예, 중궈, 자오퉁)의 부실 채권이 3771억 위안으로 전체의 58%에 이른다. 매스터링크 증권의 애널리스트 레이니 위안은 “중국 은행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자산의 질”이라며 “국무원이 경기 부양과 통화정책 완화를 주저하기 때문에 채무 상환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khkim@seoul.co.kr
  • [사설] 외교안보 공백 없는 후속인사 이뤄지길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은 대통령을 필두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그리고 국정원장에 의해 꾸려진다. 이 가운데서도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안보실장은 군사안보 전략뿐 아니라 대북정책과 외교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명실공히 이 나라 대외정책의 사령탑이다. 국정원장 또한 대북 정보수집과 공안·방첩 활동을 벌이며 국가 안보 최전선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그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이 두 핵심 안보기관의 수장이 물러났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고, 남 전 국정원장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의혹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간부들의 증거 조작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실세 중 실세’라던 김 전 실장과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대표적 ‘순장조’로 꼽혔던 남 전 원장을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 지명과 동시에 경질한 것은 세월호 참사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계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뜻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이는 다시 말해 외교안보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상황적 요인에 따른 경질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두 사람의 경질에 맞춰 정치권을 중심으로 차제에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군 출신으로, 지난 1년여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경 일변도로 몰아갔으며,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사뿐 아니라 정책기조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현 시점에서 대북정책 기조 변경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대북전략 차원에서 옳지 않다고 본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은 일개 정부를 뛰어넘는 지속성과 일관성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으로, 결코 수장의 교체에 좌지우지될 일이 아니다. 자칫 현 정부가 궁지에 몰린 틈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부채질하려는 북의 대남전술에 휘말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에 있어서 대북·외교정책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아온 분야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북기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근거가 박약하다.그런 점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기관 수장 교체에 따른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그제 서해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조준 포격은 그 어떤 안보 공백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음을 거듭 말해준다. 청와대 개편과 인사청문 일정 등을 감안하면 후임 인선 때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듯하다. 과도기 이들 기관이 동요 없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 [사설] ‘세월호 사과’ 인사로 진정성 보여라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전면 개편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인적 쇄신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이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해 보여준 것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임이 분명한 이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아직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오늘을 기점으로 인적 쇄신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사회 전반에 끼친 충격파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조각 수준의 개각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적 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총리다. 내각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분오열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시민사회도 납득할 만한 통합형 인사가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강단 있는 소신형 총리를 통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박 대통령이 당초 약속했던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보장하는 바탕에서 국민대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명운을 걸고 있는 ‘관피아’ 척결과 국가개조도 결국 사람의 소관사다. 적잖은 이들이 대통령 담화에 담긴 정부조직 전면 쇄신과 개혁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국정운영 방식과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아쉬워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어떤 인사가 핵심 포스트에 기용되느냐에 따라 국가개조의 성패가 좌우된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 또한 인적 쇄신 여부에 달렸다. 박 대통령은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사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후임 총리 지명 등 인적 쇄신은 6·4지방선거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상태에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표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적 인사를 단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스스로 편협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수첩인선’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 1기 인사는 민심의 소리에 널리 귀를 기울이는 데 실패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깜깜이 인사, 특정지역 편중 인사 등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급기야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대통령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로봇처럼 움직이는 총리와 장관 아래서 국가 대개조의 역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허망한 노릇이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존재감 없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무소신도 그 뿌리는 결국 인사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단행한 청와대 일부 참모진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사를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법조인 편애’ 소리를 들을 셈인가. 그러잖아도 방송 공정성 문제로 시끄러운 판이다. 지금 꼭 대선캠프 출신을 중용해 ‘캠피아’라는 말까지 생겨나게 만들어야 하나. 낙하산 인사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는 한 ‘관피아와의 전쟁’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세월호 민심은 여전히 싸늘함을 직시하기 바란다. 관행 아닌 관행이 돼 버린 ‘나홀로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시정돼야 마땅하다.
  • “비주력 계열사 통폐합”… 포스코 구조조정 시동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포스코가 계열사 매각과 통폐합에 나선다. 동부그룹의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 여부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안과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취임 두 달을 맞은 권오준 회장은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을 앞으로 포스코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은 바 있다. 핵심은 계열사 매각과 통폐합이다. 이를 위해 현재 46개 계열사 가운데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철강, 에너지, 소재 등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계열사는 팔거나 통폐합할 계획이다. 이로써 전체 계열사를 30여개로 줄일 방침이다. 주력 계열사를 증시에 상장해 신규 투자자금을 끌어오고 재무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이 기업공개 대상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건설의 상장을 추진한다. 또 포스코는 계열사를 철강, 소재, 에너지, 건설, 서비스, 트레이딩, 기타 등 7개군으로 분류해 사업부문별로 관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권 회장은 이런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리는 포스코 기업설명회(IR)에서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최대 고민거리인 동부그룹의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 여부와 대우인터내셔널 처리 방안 등은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상장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설명회 때도 이와 관련된 설명은 빠지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12일부터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와 관련된 실사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포스코의 이들 기업에 대한 실사는 지난달 28일이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2주 이상 늦어졌다.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인수하는 것이 재무구조로 봤을 때 부정적이라는 분위기이지만 포스코의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는 거의 확정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포스코가 아직 실사 중이기 때문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그래도 포스코가 인수를 하겠다고 하면 당국 입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에서 포스코가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자산 규모 8조원대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수익과 부채 전망을 고려해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대형 참사 겪고도 시늉뿐인 화재대피 훈련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실시된 화재 대피 훈련은 시늉에 그치고, 울산의 산업현장에서는 닷새 동안에 세 차례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중한 인명들이 더 희생돼야 하는가. 안전보다 돈을 앞세운 사회 구조와 설마 하는 방심이 또 다른 참사를 부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가 그저께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실시한 화재 대피훈련은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46층에서 가상 화재가 발생한 지 3분이 지나서야 대피안내 방송이 나왔고 위층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30여분이 지나서야 대피가 마무리됐다. 게다가 방문객 혼란을 이유로 비상경보음은 작동시키지 않았고, 상주 인원의 75%는 업무를 이유로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허술한 준비와 시민참여 부진으로 안전 매뉴얼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형식적인 훈련으로 어떻게 재난에 대비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산단에서는 지난 13일 제련공장에서 수증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는 등 닷새 동안에 3차례의 폭발·질식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그와 비슷한 경미한 사고가 29건 일어났고, 그전에 300차례 정도의 징후가 있기 마련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은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자 수가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의 4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의 하위 법령을 입법예고하면서 화학 사고에 따른 영업정지 대상과 과징금 규모를 기업들 입맛에 맞게 솜방망이 수준으로 대폭 축소, 완화하는 등 기업주의 이익만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충남 아산의 농지와 수로 위에 지은 7층짜리 오피스텔이 준공을 보름 남짓 앞두고 한쪽으로 20도가량 기울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경각심을 일깨우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정부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계속 금지한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키로 했다. 건축 당시 구조도면과 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 확인과 검증, 실사를 통해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단 1%의 위험도 감수할 수 없는 게 사람의 생명이고 안전이다. 내가 피해를 당할 수 있고, 내 가족이 희생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안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해 나가야 할 때다.
  • [열린세상] 귀족에게 애국심은 없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귀족에게 애국심은 없다/김정현 소설가

    대통령님, 여전히 관료와 군인을 믿으시나요? 예, 그 신뢰의 바탕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관료는 믿을 수 있었습니다. 가난으로 점철된 그 시절,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능력을 펼칠 무대는 한정됐습니다. 해외 진출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기업도 고만고만했으니, 개천의 용들이 승천을 꿈 꿀 무대로는 관료세계가 제격이었습니다. 또 그때는 해방과 전쟁을 겪은 뒤라서 저마다 애국심을 가슴에 품고 있기도 했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리라는 생각은 사실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승천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읽고 최선을 다해야 했지요. 군인은 어떻습니까. 역시 해방과 전쟁에 따른 애국심이 깊었습니다. 더하여 유학의 특혜를 누린 군인들은 행정 등 국가운영에 관한 여러 선진제도를 가장 먼저 배워 왔습니다. 지금은 구태가 돼 버린 ‘브리핑 차트’조차 군에서 제일 먼저 실행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니 선진제도를 정부와 사회에 전파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여러 곳에 중용돼야 했지요. 중용→충성→신뢰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겁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떤가요? 관료도, 군인도, 이제는 선진은커녕 세상 흐름을 뒤좇기에도 벅찹니다. 더구나 창조라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겁니다. 공연히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온 조직의 한계 때문입니다. 60년 넘는 역사 속에 그들의 조직은 엄격한 위계체제로 고착됐습니다. 그 위계와 연공서열 속에서, 법의 이름으로 보호되는 인사체계에서,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윗사람입니다. 속된 말로 튀면 눈엣가시가 되는 것이지요. 더구나 이제 대통령은 5년 뒤면 물러나는 세상입니다. 개중에는 감옥에 가기도 하고 비난받는 것도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도 5년 뒤를 생각하면 감히 조직을 거스를 생각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구조인 것이지요.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그래도 연잇는 여러 사고가 증명을 더해 이른바 ‘관피아’를 비롯한 그들 구조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관피아’는 바꾸어 말하면 ‘귀족’입니다. 젊은 한 시절 몇몇 시험과목에만 집중해 과거의 문을 통과하면, 그로써 귀족의 세상으로 편입돼 그들만의 리그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간혹 바른 정신의 사람이 있어 편입을 거부하면 ‘왕따’의 밑바닥을 걸어 타의 본보기가 되고요. 우리 역사에서 귀족의 행태가 어떠했는지는 모두가 잘 아는 바입니다. 신라와 고려의 귀족, 사대부라는 이름의 조선 귀족. 긍정의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나라를 버릴지언정 자신들의 기득권은 끝내 놓지 않았습니다. 그 악습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창조도, 개혁도 공염불에 그칠 것입니다. 현대 귀족의 불씨는 ‘고시’(考試)제도입니다. 그것은 과거(科擧)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일제에 의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일생에서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누리기에는 이미 다른 세상입니다. 쉼 없이 새로운 세상을 공부해도 기껏 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세상이 아닙니까. 또한 관료를 꿈꾸지 않아서 그렇지 더 뛰어난 인재들도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 열린 생각, 선진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고 체험한 인재가 정부의 중추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기본은 7급 정도의 직에서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승진제도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줄타기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그야말로 ‘창조’의 결실을 낼 것입니다. 실제 우리 정부부처 중에는 7급을 기본으로 하는 조직이 있고, 최소한 그들의 애국심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바 아닙니까. ‘고시’라는 제도로 형성되는 기수의 연줄에, 학연과 지연까지 더해지며 편이 갈라지는 폐해는 뿌리를 끊지 않고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연줄의 선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회가 아니라 능력의 검증으로 장관과 대통령이 발탁하는 구조여야 애국심의 충성이 가능합니다. 고위직의 경력은 귀족의 자격이 아니라 보람 있는 애국의 추억으로 영원한 훈장이 돼야 합니다. 여북했으면 관료보다 순수 정치인이 낫다는 생각까지 들까요. 스스로도 괴이쩍었습니다.
  •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문학 번역하는 외국인 국문학 박사 1호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국문학 번역하는 외국인 국문학 박사 1호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병 속에 물과 함께 달을 길었네)/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절에 가서 비로소 깨달았으리)/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병을 기울면 달도 또한 없는 것을).’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영정중월’(詠井中月)이라는 선시다. 케빈 오록(75) 교수와 만남은 이규보 시에서 시작했다. 그는 외국인 출신 국문학 박사 1호로 기록된다. 24세 때, 그러니까 1964년 한국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로 선교차 왔다가 한국시가 맘에 들어 1982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쓴 논문이 ‘1920년대 한국 시가 끼친 영향’이었고 석사논문은 ‘1920년대 단편소설과 자연주의’였다. 어떻게 해서 국문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싶었는데 학위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그랬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학위는 강의할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학위 때 쓴 일정한 논문주제와 가르치는 학문은 다른 것이 아니냐고 했다. 만남의 장소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자택이었다. 그는 2012년부터 한국문학번역원 이사를 맡아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났을 때 연락처를 알아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자 “한국사람들은 참, 기자가 알려달라고 하면 (번역원에서)얼른 알려주면 될 것을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연휴가 끝난 지난 7일 오전이어서 그는 “연휴 때 술을 많이 마셨겠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꾼다. 다시 이규보 시로 돌아간다. 그동안 접한 한국 시 가운데 이규보의 시처럼 상상력과 규모, 그리고 욕심을 초월한 인생관은 놀라울 만큼 훌륭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두보나 소동파를 능가하는 좋은 시라고 설명한다. 아마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충분히 ‘노벨상감’이라고 했다. 고려시대의 시는 대부분 그러하다고 말한다. 시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정지상, 혜심 스님의 작품도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는 조선시대 시조번역을 1000수 이상을 했고 정철의 가사와 윤선도의 연시조 ‘어부사시사’ 등도 번역했다. 가사번역은 600수가 넘는다. 신라시대의 시조집은 2006년, 그리고 현대시는 10년 전에 영역판 책으로 펴냈다. 올가을에는 조선시대 시선집을 한 권 더 낸다. 그는 “아마 한 사람의 손으로 신라에서 오늘날 시까지 관통하며 번역해낸 것은 최초의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권수로 따지면 그동안 낸 책(시와 소설)이 25권 분량이고 시와 시조는 모두 2000여수에 이른다. 대표적 현대소설로는 최인훈의 ‘광장’,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 등도 번역했다. 최근에는 ‘나의 한국:갓 없이 40년’(My Korea: Forty Years Without a Horsehair Hat)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에 대해 “갓은 선비의 상징이다. 외국인이 드물었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코 큰 놈이 국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선비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웃는다. 어떻게 그런 방대한 작업을 할 수 있었느냐고 하자 “자식과 부인에 대해 신경 쓸 일 없으니 시간이 많다”며 다시 한번 웃는다. 답이 명쾌하고 한국문학에 대해 나름대로 깊은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김삿갓의 한시 60수도 번역했다. “송송백백(松松柏柏), 나무와 바위 사이를 걷고 있는 김삿갓이 보인다. 찰나에 느낀 세상의 신비가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고 풀이한다. 김삿갓은 장난기가 가득한 천재였다. 그를 촘촘히 들여다보고 영문으로 번역해냈으니 이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잠시 그의 명함을 들여다봤다. 좀 특별한 면이 있다. ‘경희대 명예교수 오록(吳鹿)’이라고 적혀 있다. 조병화 시인이 지어준 이름이다. “오나라의 사슴이라는 뜻이죠. 또 오(吳)에는 오랑캐라는 뜻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랑캐의 사슴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에 가서 명함을 건넸더니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일랜드 출신이고 옛날에 바이킹의 지배를 받았으니 바이킹의 후예, 오랑캐의 후예나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 조병화 시인이 그런 뜻에서 지어주었고 저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아마 사슴은 예쁘니까 붙여줬겠죠(웃음).” 조병화의 ‘소라의 초상화’를 외운다. ‘당신네들이나/영악하게 잘살으시지요/나야 나대로히/나의 생리에 맞는 의상을 찾았답니다.’ 박목월·박두진 시인과는 대학 때 강의를 들으며 만났다. 그는 미당 서정주와도 인연이 깊다. 다시 시 한 수를 외운다. ‘하늘이 하도나/고요하시니/란초는 궁금해 꽃피는 것이다.’ 미당의 초기 시에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보들레르와 비유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당의 작품 중에는 예이츠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당에게 외국의 어떤 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있었느냐고 잠깐 물었더니 ‘전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미당은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좋은 시들을 썼다”면서 “안타깝게도 일제 때 친일했던 부분, 전두환 정권 당시 약간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고 했다. 미당과는 아일랜드에서 만난 추억도 있다고 했다. “더블린 중국집에서 미당과 저희 할아버지 등 셋이서 만났습니다. 미당의 시집을 더블린에서 출간했는데 기념차 방문했지요. 당시 할아버지는 90세, 미당은 80세였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통역 없이 3시간 동안 얘기했습니다. 할아버지나 미당이나 서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주 오래 얘기했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 중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예이츠나 사무엘 베케트 등이 있다. 한국의 시와 소설을 접하면서 ‘노벨상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벨상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우습고 문인은 그런 것을 초월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나 문단에서 밀어야 합니다. 아일랜드에는 현재 시인 10여명, 소설가 5, 6명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상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시단에 대해서는 난해한 시가 늘어나는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깨달음을 담은 시는 줄어들고 있다고 평했다. 얼른 시란 무엇인지 물었다. “시는 가슴속에 있는 감각과 감정의 덩어리입니다. 그것을 말로 표현할 때 항상 남게 되지요. 그러나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말씀의 나라입니다. 말이 적을수록 시가 좋습니다. 결국 시 작품은 상징입니다. 한국에는 좋은 선시들이 많습니다. 10년 전에 읽었던 시도 지금에 읽으면 달라집니다. 모럴 중심으로 시를 가르치고 배워야 합니다.” 한국 문학에는 유교라는 큰 짐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문학을 망칠 뻔했고 서거정과 김시습, 서산대사 등이 그 짐을 다소 회복했다고 말한다. 황진이는 어떠한지를 물었더니 “황진이 시는 12수가 있는데 대부분 사랑에 대한 시다. 세상에서 사랑은 중요하지만 작품에서 전부는 아니다. 서거정, 김시습의 시는 황진이보다 앞서간다”면서 그러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시는 좋지 않느냐고 말한다. 시조 중에는 ‘어부사시사’가 으뜸이며 연시조로 아주 멋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 문단의 풍토에 대한 쓴소리가 나온다. “한국 문학은 작품에 대한 가치보다 사업이 돼 버렸어요. 문학은 서로 나눠야 해요. 영월에 가서 김삿갓 시 못 사요. 안동에 가서도 못 사요. 전철 타면 시가 여럿 있는데 시조나 한시가 없어요. 높은 양반들 시집 선물 안 합니다. 아주 쉬운 것들을 안 합니다. 한국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시 선물을 안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려면 그런 것부터 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문학 전집이 나오면 달려나가 번역하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간에 에이전트가 있고 출판사에서 허락받아야 번역할 수 있어 복잡하다고 했다. 작가가 쓴 초고를 보고 눈물이 나와야 번역을 잘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미리 받아들이는 출판사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요즘에 미당이나 박목월 같은 큰 시인이 없다고 했다. 우리 문단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문학 속에 유교정신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러나 요새 김중혁 같은 젊은 작가들에 의해 많이 달라졌어요. ‘유리방패’는 유교를 희롱합니다. 재치 있습니다. 옛날 무거운 문장보다 가볍고 좋아 번역하기도 쉬워졌습니다. 김동리나 염상섭 같은 작품보다 훨씬 쉬어졌지요. 한국문장이 영어와 같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영어로 작품을 쓰려면 룰이 많아요, 그러나 한국 랭귀지는 작가 마음대로 룰을 정합니다. 그래서 한국문학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한국 땅을 밟은 지 올해로 꼭 50년이다.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한 열정,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하는 간절한 생각만큼은 아직도 왕성하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오록은 아일랜드 더블린 인근에서 태어났다. 더블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1964년 한국에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로 선교차 왔다가 한국 시가 마음에 들어 1982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조선시대 시조번역을 1000수 이상 했다. 정철의 가사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등의 연시조도 번역했다. 신라시대 시조집도 펴냈다. 그동안 번역해낸 한국 시와 소설이 책으로 25권 분량이고 신라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와 시조 번역은 모두 2000여수에 이른다. 2012년부터 한국문학번역원 이사를 맡고 있으며 현재 경희대 명예교수로 재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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