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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장 난 우산, 고쳐서 써볼까

    고장 난 우산, 고쳐서 써볼까

    “우산을 펼 때 힘을 주면 금방 망가져요.” 오전에 굵은 비가 떨어진 8일 동작구 사당동 취업개발센터 2층에서 우산을 고치는 김정원(75)씨는 “요즘 우산은 질이 좋아서 비 맞은 우산은 바로 펴서 말리고 무리하게 힘만 안 주면 오래 쓸 수 있다”면서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구가 운영하는 우산 무상수리센터다. 장마철에 망가지는 우산들이 쉽게 고칠 수 있는데도 폐기 처분되는 것이 아쉬워 6명의 노인이 모였다. 이들은 지역공동체 일자리 참여자로 평균 나이가 71세다. 우산수리 노하우를 전해준 팀원은 백석인(79)씨로 최연장자다. 백씨는 “사실 니퍼, 펜치, 실만 있으면 웬만한 수리는 가능하다”면서 “우산살과 천이 떨어진 것을 꿰매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고, 부서진 손잡이를 교체해 달라는 부탁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부품은 대부분 주민들이 기증한 폐우산을 이용한다. 이곳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며 무상수리다. 또 늦어도 3일이면 고친 우산을 찾아갈 수 있다. 단 고가의 우산은 취급하지 않는다. 우산 수리센터는 지난해 대방동 주민센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가, 올해는 넓은 곳으로 옮기고 인원도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이들의 성수기는 장마철이나 태풍이 지나간 뒤다. 그간 6명의 노인들은 폐우산 수집에 공을 들였다. 구청 직원이나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주민에게서 기증받아 일일이 분해해 둔 상태다. 올해는 비가 적어 476개의 우산을 고쳤다.“일이 많아도 좋으니 비가 와 강의 녹조도 사라지고 논, 밭이 해갈돼 농사가 잘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SK그룹, 中 관광객 유치 나섰다

    SK그룹이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영진을 중국에 급파했다. SK는 6일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등 주력 계열사 경영진이 중국을 직접 방문해 한국 세일에 나섰다”고 밝혔다. SK는 최근 국내를 찾는 중국 관광객의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한 점 등을 고려해 중국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2조 5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민간 기업의 협조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사장 등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百度)의 본사에서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만났다. 문 사장은 이 자리에서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이 현지에서 구호 작업을 한 적이 있다”면서 “최근 한국 메르스 사태는 대부분 진정된 상태”라며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인민일보 등 중국 측 인사들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SK는 계열사인 SK네트웍스를 통해 서울시내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 후보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내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지역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등도 최근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에서 관련 업계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바 있다. 한편 대한항공이 메르스로 급감한 중국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중국 여행사 대표와 언론인 등 300명을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6일 밝혔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중국 12개 도시에서 200명을 초청해 13일부터 15일까지 삼청동과 경복궁, 명동 등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와 신라면세점, 삼성 딜라이트체험관 등을 둘러본다. 호텔신라와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공사, 서울시 등이 참여해 민관 공동으로 수요 유치 활동을 벌인다. 창사 등 6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방한하는 100명은 8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제주 등 국내 관광지를 둘러본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거문·추자·덕적·삽시·조도 등 5개 섬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된다

    거문·추자·덕적·삽시·조도 등 5개 섬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된다

    덕적도, 조도, 거문도, 삽시도, 추자도 등 5개 도서가 울릉도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변신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에너지 신사업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전력공사가 담당하는 62개 도서 가운데 5개 도서에 대해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전환하기 위한 민간 사업자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너지 자립섬은 올 10월 착공 예정인 울릉도를 포함해 모두 6개로 늘어났다. 선정된 사업자는 덕적도(인천 옹진) KT 컨소시엄, 조도(전남 진도)·거문도(전남 여수) LG CNS 컨소시엄, 삽시도(충남 보령) 우진산전, 추자도(제주) 포스코 컨소시엄이다. 정부는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29개 사업자로부터 46개 도서에 대한 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은 도서 지역의 디젤발전 시설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친환경 에너지 설비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한전의 섬 지역 발전 부문을 민간 사업자에게 이양해 100% 민간 자본으로 디젤발전 시설을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고 전력 판매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신사업 모델이다. 민간 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한전에 공급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등 연내 본격 사업에 착수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채권단 “협상은 없다”… 치프라스 “국민투표서 반대표 던져라”

    그리스 위기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투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리스가 예상과 달리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하자 국제 채권단도 국민투표 이전까지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5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그리스가 국민투표 철회를 거부한 상황에서 협상을 더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국민투표 이후로 협상을 미룬 속셈이 다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를 통해 나타난 반대 민심을 등에 업고 채권단을 더욱 압박할 작정이다. 그는 연설에서 “다가오는 월요일, 그리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호소했다. 채권단은 찬성표가 나오면 치프라스를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스 언론과 서방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판이했으나 반대 여론이 다소 우세해지는 형국이다. 현지 언론이 채권단 안에 대한 반대가 46%, 찬성이 37%라고 전한 반면 블룸버그 통신 등은 찬성이 47.1%, 반대가 43.2%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자본통제 시행 이후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한 연금 수급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그리스에서 연금은 민감한 이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정권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는 ‘뇌관’인 셈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까지 맞으며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에 합의하지 못한 것도 연금 문제 때문이다. 채권단은 협상 내내 그리스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연금개혁이 필수라고 요구해 왔다. 그리스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5%로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세 번째로 고령화된 사회다.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5%로, EU 국가 중 가장 높다. 연금 운용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GDP의 9%로 독일보다 3배나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경제가 그나마 연금에 기대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다. 노인을 포함한 전체 연금 수급자가 인구의 약 24%를 차지하며 그리스 가계의 절반이 연금에 의존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연금 수급자의 약 45%가 빈곤선인 월 665유로(약 75만원) 이하를 받는다. 가디언은 이런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연금을 함부로 삭감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노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구조도 연금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연금을 삭감하기보다는 세금과 사회보장비를 인상해 청년층을 착취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취업 속여 1억 챙긴 항운노조 간부

    부산 남부경찰서는 2일 부두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취직시켜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전직 항운노조 현장 조장 김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정모(47·여)씨와 연모(45·여)씨로부터 각각 남편과 아들을 취직시켜 주겠다고 속여 7800만원과 36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1억 14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에서 4~5명의 조원을 관리하는 조장인 김씨는 실제로는 취업을 주선할 만한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을 받은 직후 항운노조도 그만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받은 돈을 개인 빚을 갚는 데 모두 써 피해액도 변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일자목/거북목 증후군, 운동치료&DNA주사 등 비수술적 통증치료로 개선

    일자목/거북목 증후군, 운동치료&DNA주사 등 비수술적 통증치료로 개선

    일반적으로 우리의 목은 C자 형태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장시간 목이 구부정한 자세로 노출돼 있다. 이에 정상적인 C자 형태가 소실되거나 좌우가 바뀐 C자 모양 혹은 S자 모양으로 변형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일자목’ 또는 ‘거북목’이라 부르는 질환인 것이다. 일자목 또는 거북목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병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전문의와의 정확한 상담을 통해 일자목, 거북목 증상이 질환에 의한 증상인지, 생활습관에 의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이러한 증상으로 인한 2차적인 영향, 즉 목 주위 근육들에까지 불편함과 통증을 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화인마취통증의학과 노원점 김달용 원장은 “일반적으로 고개가 1cm 앞으로 빠질 때 마다 목뼈에는 2~3kg의 하중이 더해지는데, 거북목 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경우 최고 15kg까지 목에 하중이 올 수 있다. 때문에 질환으로 인한 1차적인 증상뿐 아니라 높은 하중으로 인한 뒷목과 어깨결림 등 2차적인 통증이 함께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자목, 거북목이 의심될 경우에는 복합적인 원인과 증상 확인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원인과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이에 맞춘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먼저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이라면 평소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스트레칭을 통해 목 근육의 긴장을 이완하고, 스마트폰 사용시 틈틈이 목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하거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도수치료, 소도구를 이용한 슬링운동치료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수치료는 해부학, 생리학적 측면에서 틀어진 조직의 정렬을 맞추고 기능을 증진시켜 몸의 밸러스를 잡아주는 치료법이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슬링치료는 흔들리는 줄과 보조도구를 이용한 운동치료의 하나로, 통증 완화와 근력증가, 근지구력 증가, 고유수용감각, 근신경조절 향상에 도움을 준다. 보다 빠른 통증 및 기능개선을 원한다면 자세교정치료와 함께 DNA주사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DNA주사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손상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 없는 비수술적 통증치료법으로, 이완된 각 경추부의 인대에 주사액을 직접 주사해 약해진 조직을 증식시키고 강화시켜 근본적으로 통증 부위를 튼튼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시대] 개도국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원 늘려야/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글로벌 시대] 개도국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원 늘려야/엄성용 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장

    요즘 원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우리나라는 단연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가장 못사는 최빈국에서 이제는 당당히 원조를 주는 공여국의 지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이에 걸맞게 우리 정부도 매년 가장 빠르게 원조 금액을 늘려왔으며, 2014년에는 그 금액이 약 2조원에 달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원조의 현장에서 발로 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원조 확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원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즉, 원조는 단순히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를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협력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나라가 어떻게 원조를 주고 있는지를 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소개해 보고 싶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2014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400달러 수준으로 세계은행 기준 하위 중소득국으로 분류된다. 아직은 많은 분야에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충분한 세수가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대외원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6억 9000만 달러), 일본(6억 1000만 달러), 호주(5억 5000만 달러), 프랑스(4억 달러), 독일(1억 9000만 달러) 순으로 인도네시아에 원조를 많이 했다. 한국은 1억 1000만 달러로 여섯 번째로 많은 원조를 했다. 미국은 사회 각 분야에 골고루 원조를 하는 반면, 호주는 인접국인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남태평양 섬나라 등에 집중적인 원조를 하고 있다. 분야는 한정되어 있지 않지만, 인접 개도국과의 동반성장에 원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유형의 원조를 지원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만났던 일본 원조기관의 자카르타 사무소장은 현재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원조를 대부분 대형 인프라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 비중은 약 95% 이상으로 일본의 전체 인도네시아 원조의 약 24%를 차지하는 무상원조도 사실상 대부분이 인프라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단계에서의 타당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이주계획 수립 등을 위한 지원이었다. 프랑스와 독일도 자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프랑스는 철도, 독일은 발전)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원수단은 프랑스는 대출을, 독일은 대출과 무상지원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두 나라 무상지원의 대부분은 대출지원을 통해 구축될 인프라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대외원조 금액이 늘어나면서 일반 국민들의 관심뿐 아니라 젊은 학생들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원조를 어떻게 줄 것이냐(무상으로 줄 것인지, 대출로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앞에서 소개한 다른 나라들처럼 어느 분야에 원조를 더 줄 것이냐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도움을 받는 개도국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원하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가 돼야 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각종 인프라 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불법 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불법 체류자도 노조 설립 가능”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도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첫 판례로, 소송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관 12대1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된 지 8년 4개월이나 된 대법원 최장기 미제 사건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앞서 서울·경기·인천 지역 외국인 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노조를 결성하고 설립 신고서를 노동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합원 중에 불법 체류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반려됐고, 이주 노조는 같은 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인 불법 체류 외국인의 근로자 인정 여부와 노조 설립 및 가입 자격 인정 여부를 놓고 1, 2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심은 “불법 체류자는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장차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근로 조건 유지·개선 및 지위 향상을 모색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불법 체류자는 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뒤따랐다. 하지만 2심은 “불법 체류자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그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은 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을 강제 퇴거 및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무자격 외국인을 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이지, 실제 제공하고 있는 근로에 따른 권리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 “그러나 노조 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취업 자격이 주어지거나 불법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새 영화] 스크린에 찾아온 먹방 ‘심야식당’

    [새 영화] 스크린에 찾아온 먹방 ‘심야식당’

    최근 방송계에 ‘먹방’ ‘쿡방’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에도 그 열기를 이어 갈 만한 작품이 등장했다. 일본 영화 ‘심야식당’이다. 일본 도쿄 번화가의 뒷골목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운영하는 선술집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만 누적 판매 240만부를 기록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일본에서 편당 30분짜리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시즌 3까지 제작됐다. 2시간으로 압축된 영화는 드라마보다 더 숙성되고 단단해졌다. 영화의 중심을 잡고 가는 이는 심야식당의 주인인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다. 얼굴엔 칼자국이 나 있고 과거를 통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는 언제나 손님들에게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이 선술집에는 문어 소시지, 계란말이 등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고 술은 3잔까지 취하지 않을 만큼만 마실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마스터는 손님에 따라 메뉴에 없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술을 몇 잔씩 더 권하기도 한다. 이 작은 선술집은 말 못할 고민을 가진 소시민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공간이다. 영화는 나폴리탄(계란을 철판에 깔아 내는 면 요리), 마밥, 카레라이스 등 세 가지 음식을 통해 사랑의 의미, 고향에 대한 그리움, 누군가에 대한 감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비로소 경계를 풀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물론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관객에게는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백하면서도 장인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음식처럼 소박하지만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 냈다. 일본의 톱스타 오다기리 조도 작은 파출소의 엉뚱한 경찰 고구레 역을 맡아 소박한 연기를 펼친다.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는 고바야시는 지난 8일 방한 인터뷰에서 “영화에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우리가 친구나 연인, 가족과 겪는 일상이 진정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화려한 음식보다는 소박한 가정 요리가 많이 등장하며 그들이 어떻게 음식으로 마음을 채우고 새 출발을 하느냐가 영화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영화 속 마스터는 표정 변화 없이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영화에는 원작과 달리 그의 일상을 엿보게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고바야시는 연기의 포인트에 대해 “마스터는 주로 본인의 존재감을 감추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역할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표정일 수밖에 없다. 말은 없지만 마치 선물처럼 음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3편의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아 6년에 걸쳐 마스터 역을 연기하고 있는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음식 가운데 기본 메뉴인 돈지루(일본 가정식 돼지고기 수프)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 음식으로는 부산에서 맛본 아귀찜을 첫손에 꼽았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G7 “2050년까지 CO2 배출 40~70%로 감축”

    G7 “2050년까지 CO2 배출 40~70%로 감축”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오는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종식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G7 정상들은 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CNN 등 외신들은 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바이에른주 크륀에서 이틀간 열린 G7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G7 정상들은 합의를 담은 코뮤니케(공동선언문)를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미만으로 온도 상승을 제한하고 2050년까지 2010년 기준 대비 40∼70% 규모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표에 의견을 함께했다. 이를 위해 G7은 2050년까지 혁신적 기술 등을 통해 저탄소 경제구조를 달성하고 에너지 소비 구조도 바꾸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20년까지 유엔 녹색기후기금 1000억 달러 조성에도 앞장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번 합의는 G7이란 선진 부국 중심의 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지구촌 차원의 기후변화 대책의 지향점을 제시해 주목된다.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에서 도쿄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부터 새로이 적용될 ‘신(新)기후체제’ 마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G7 정상들은 또 러시아에 우크라 사태 관련 제재 강화 가능성도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에 이어 회견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크게 약화됐다”면서 “필요한 추가 조치를 강력하게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G7 정상들은 평화협정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엔 제재를 철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고는 우크라이나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여전히 충돌이 계속되면서 지난 2월 맺어진 민스크 평화협정이 파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AP는 마지막날 회의에서 G7 정상들이 안보 문제 외에도 영국과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경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따로 만나 “영국이 EU에 남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묵살한 그리스 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설립에 관해 의견도 나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동·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중국의 침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문제와 관련,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고 러시아는 “(우리도) 서부 지역에 핵미사일 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②로보스 레일 Rovos Rail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②로보스 레일 Rovos Rail

    ●로보스 레일Rovos Rail 럭셔리 기차 여행의 황금시대 열두 칸 기차에 승객은 스물여덟 명뿐 블루 트레인에 이어 이번에는 2박 3일간 로보스 열차를 타고 프리토리아에서 남아프리카의 서부, 인도양에 접한 도시 더반으로 달린다. 더반에 살면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변호사 간디가 요하네스버그로 가기 위해 일등석 기차에 탔다가 단지 유색인이란 이유로 쫓겨나면서 정치적 각성을 했다는 일화를 가진 바로 그 구간이다. 내가 탄 로보스 열차의 객차 수는 열두 개인데 승객은 전부 스물여덟 명이다. 지난번에 탄 블루 트레인의 승객이 전부 70명이란 말에 깜짝 놀랐는데 로보스 승객 수는 훨씬 더 적은 셈이다. 열차의 호사스러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는 적지만 국적은 다양하다. 남아프리카, 독일,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미국 그리고 한국까지 7개국 사람이 모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실 나는 처음 내가 원한 날짜에 로보스를 예약할 수 없었다. 그때는 예약이 꽉 찼다는 말을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기차의 그 많은 좌석 중에 내 자리 하나가 없다는 게 의아했다. 그런데 오늘 승객 수를 보니 그 상황이 이해된다. 무엇보다 내가 착각한 건 승객들이 좌석이 아닌 ‘캐빈’에 머무른다는 사실이다. 프리토리아역에서 출발하는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약 24만 평방미터(7만3,000평 정도) 규모의 로보스 기차역을 따로 운영한다. 덕분에 무심코 프리토리아 기차역으로 간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4km 정도 떨어진 캐피털 파크의 로보스 기차역으로 가는 소동을 치렀다. 서둘러 찾아간 로보스역사 라운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승객이건 직원이건 너무 한가로워 보여 늦을까 허둥지둥 대던 모습이 머쓱했다. 로보스는 안전하고 편안한 자기만의 기차역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 로보스 박물관도 있다. 승객들은 열차에 오르기 전 라운지에서 샴페인 리셉션을 즐기고, 아프리카에 관한 사진집을 들쳐보고, 박물관을 둘러본다. 라운지를 둘러보다 보니 키가 훤칠한 중년 남자가 눈에 띈다. “저 분이 로보스 레일의 창립자 ‘로한 보스’씨입니다. 오늘 손님들에게 인사말을 하기 위해 오셨어요.” 나와 눈이 마주친 로보스 직원이 친절히 설명해 준다. 로한 보스는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할 때 종종 기차역에 나와 손님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이런 오너가 또 있을까? excursion 특별했던 로보스 사파리 기차 여행 중에 사파리를 간다는 점은 블루 트레인과 다른 로보스의 특징이다. 프리토리아-더반 구간에서는 둘째 날 이른 아침과 오후에 걸쳐 두 번 사파리를 간다. 스피온콥 리저브Spionkop Reserve와 나미티 게임 리저브Namiti Game Reserve를 둘러본 로보스의 사파리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전부 6시간 넘게 진행된다. 이날 나는 운이 좋았다. 스피온콥 리저브에서는 4,500만 평방미터(1,350만평) 넓이의 리저브 안에 단 한 마리밖에 없다는 치타를 보았고 8,000m2(2,450만평) 넓이의 나미티에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코뿔소를 보았다. 사파리 외에도 로보스의 익스커션은 더 있다. 첫째 날에는, 라이온스 리버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아드모어 세라믹 갤러리Ardmore Ceramic Gallery와 1962년 8월5일 넬슨 만델라가 체포된 장소 인근에 세운 기념관Nelson Mandela Capture Site을 방문했다. 세라믹 갤러리에선 줄루족의 민속, 동물과 자연 환경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았고, 넬슨 만델라 기념관에서는 6m에서 9.5m에 달하는 철제빔 50개로 만든 만델라의 얼굴과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만델라 조형물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만델라의 얼굴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흔히 기념관이 있는 곳을 만델라가 체포된 곳으로 여기기 쉬운데 만델라가 운전수로 위장했다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장소는 조형물 부근 도로다. 빈티지 열차에 담은 아프리카 대모험의 로망 2014년 로보스 레일은 25주년을 맞았다. 로보스의 애칭이자 슬로건은 ‘더 프라이드 오브 아프리카The Pride of Africa’다. 로보스의 자부심이 이 한마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보스는 지금보다 심플하지만 더 우아했던 과거를 그린다. 로보스 역시 블루 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비싸다. 하지만 로보스에서 제공하는 와인은 남아프리카에서 최고로 꼽히는 와인들이다. 5성급 호텔 음식과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요금은 비싼 게 아닌지도 모른다. 로보스를 타고 달리는 2박 3일은 온갖 와인을 시음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승객들은 정장을 하고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에 걸쳐 디너를 즐긴다. 하지만 나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사실 나는 처음 메뉴판을 받아 보고 당황했다. 메뉴를 읽을 수가 없었다. 낯선 단어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둘째 날 저녁 애피타이저 메뉴는 이렇다. “Seared loin of springbok with a port and black cherry demi-glace set on stir-fried vegetable and a creamy parmesan and sage polenta.” “센 불에 재빨리 구어낸 후 포르투갈 산 와인과 블랙 체리 데미 글라스 소스를 뿌린 남아프리카산 영양의 허릿살에 볶은 야채, 그리고 크리미한 파마산 치즈와 세이지라는 허브를 섞어 만든 폴렌타(옥수수 가루로 만든 음식)를 곁들임.” 이번엔 메인 메뉴다. “A special duo of Rovos cheeses locally made from goats milk and infused with peppadew and biltong, served with fresh grapes, pears, apples, figs and melba toast.” “산양 우유로 만든 특별한 로보스 치즈 두 조각에 스위트 페퍼와 육포를 가미하고, 신선한 포도, 배, 사과, 무화과와 바삭하게 구운 얇은 토스트를 곁들임.” 호화열차 다이닝 카에서 공부하듯 사전을 찾았고, 맛을 최대한 천천히 음미했다. 하나하나 알아 가는 과정은 번거롭지 않았다. 오히려 다이닝의 즐거움은 배가됐다. 사실, 내가 위의 메뉴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승차권 요금에 모든 식사, 음료, 좋은 와인과 주류, 기차에서 내려 즐기는 익스커션, 룸서비스, 세탁 서비스를 포함시킨다는 건 우리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이에요. 이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로보스의 어느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일단 로보스에 승차만 한다면 남은 일은 모든 서비스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즐기는 일뿐이다. 이런 서비스는 블루 트레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보스에도 블루 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드레스 코드가 있다. “낮에는 캐주얼 스마트, 하지만 디너 때는 ‘아프리카의 프라이드’에 걸맞게 슈트와 타이를 하는 게 예의입니다.” 블루 트레인 때와 다르게 어느 새 슈트를 입고, 보타이를 하고 식사를 하는 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여행은 이렇듯 인생학교가 될 수 있다. 여행 중 시도하는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유익하다. 1박 2일 상품만 운영하는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9일짜리 헌팅 사파리와 나미비아 사파리, 골프 사파리 등 2박 3일에서 14박 15일까지 8가지 다양한 여정을 선보인다. 프리토리아-케이프타운 구간도 1박 2일의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2박3일 여정이다. 기간이 가장 긴 상품은 케냐를 지나 탄자니아 다르에 살람Dar es Salaam까지 가는 15일짜리 여정이다. 로보스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프리카 대모험의 로망을 우아한 빈티지 열차에 담았다. 전혀 다른 삶을 엿보는 사교장 로보스에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위트별 승객 명단을 모두에게 나눠준 점이다.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건 승객간 사교의 출발점인데 로보스는 승객 명단을 제공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다. 로보스 역시 워낙 고가의 열차이기에 블루 트레인처럼 중년, 노년의 승객이 많다. 60대 초반의 마르셀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왔다. 아니, 케이프타운에서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집이 루체른과 케이프타운 두 곳에 있어 스위스가 여름일 때는 루체른에서, 겨울일 때는 케이프타운에서 지내는 식인데 요즘은 케이프타운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스위스 은행에서 일했던 그는 마흔아홉살 때 은퇴했다고 했다. ‘쉰아홉이 아니고요?’ 그에게 되물었다. “은행에 다니면서 돈은 많지만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나는 일만 하다가 돈 쓸 시간도 없이 죽고 싶진 않아요.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고 진작 결심했죠. 내가 아주 일찍 은퇴한 이유에요.” 아내 카타리나와 함께 여행 중인 마르셀은 로보스에 ‘여덟 번째’ 타는 거라고 했다. 그는 기차 여행을 즐기는데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호화열차는 거의 다 타 본 듯하다. 마르셀의 노년은 세상 사람 모두가 꿈꾸는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마르셀과 얘기를 마치고, 전망차로 갔다. 로보스의 마지막 칸은 오픈 데크open deck의 전망차다. 말 그대로 바람과 공기를 차단하는 유리창이 없는 탁 트인 전망대다. 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를 비교할 때 로보스의 장점은 캐빈의 냉난방을 전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27일 오전 11시 로보스 열차에 올라 이틀 밤을 기차에서 보내고, 드라켄즈버그 산을 넘어, 29일 아침 해발 1,903m의 하이델베르크를 지나 오후 4시30분 더반역에 도착했다. 더반, 인도양이 저 앞이다. 69819번. 로보스 레일에서 준 ‘럭셔리 기차 여행의 황금시대’란 제목의 탑승 증명서의 내 이름 옆에 쓰인 일련번호다. 고상한 느림을 추구하다 로보스에는 풀맨 스위트Pullman Suites, 딜럭스 스위트Deluxe Suites, 로열 스위트Royal Suites 등 세 가지 스위트가 있다. 내 방은 딜럭스 스위트. 세 가지 캐빈 중 중간 등급이다. 그런데도 요금은 장장 R2만2,900(2인 기준, 1인 요금). 하지만 나처럼 혼자 스위트를 쓰면 요금의 50%가 추가되어 USD3,000 정도다. 각 슬리퍼 캐리지의 길이는 22m, 무게는 11톤으로 ‘경쟁자’보다 25% 무겁다. 수납공간은 아주 넓다. 골프 클럽 세트와 다섯 개의 큰 슈트케이스를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수납장도 욕실도 경쟁자보다 25% 넓다. 로열 스위트에는 욕조도 있다. 블루 트레인에서 가능했던 와이파이가 로보스에선 불가하다. 라디오도 TV도 로보스에선 찾아볼 수 없다. 로보스는 승객들에게 “핸드폰, 노트북 등은 라운지나 다이닝 카 같은 퍼블릭 에어리어가 아닌 자기 캐빈 안에서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다. 로보스는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잘 때 간혹 기차가 멈춘다. 로보스의 최고 속도는 겨우 60km, 하지만 속도를 못내는 게 아니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다.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의 성향은 이렇게 다르다. 로보스는 1989년 최초로 운항을 시작해 10년 후인 1999년에는 프리토리아의 캐피털 파크에 본사 역사를 지었고, 2002년에는 ‘에어 사파리’란 이름으로 기차여행에 항공기를 추가했으며, 2011년에는 캐피털 파크에 로보스 레일 박물관을 완공하기까지 26년이 넘는 세월의 부침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로보스 레일 서울총대리점 02-3455-8034 www.rovos.kr 에필로그epilogue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 두 호화열차 안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단순한 기차 여행이 아니다. 특급호텔 수준의 객실과 요리, 개별화된 버틀러 서비스와 숨 막히는 바깥 풍경을 보여 주는 호화열차 여행이었다. 지도는 필요 없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인데 캐빈의 통창이 남아프리카 대륙의 새로운 세상을 끊임없이 보여 주었다. 한가롭게 달리는 기차에서 바람을 맞고, 코치 침대에 기대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화려한 식사를 즐기고, 라운지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엿봤다. 새하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인 세 개의 나이프와 세 개의 포크, 슈트를 입고 보타이를 하고 즐기던 다이닝은 가장 선명히 각인된 시간이다. 혼자라서 좀 심심했지만 혼자라서 편안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평온했던 시간, 그 시간이 좀 더 지속되기를 바랐다.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에서 많이 누렸고 많이 배웠다. 기차에서 내리고 시간이 흘러도 아프리카 어딘가를 달리고 있던 그 순간의 기억은 바랠 것 같지 않다. 얼마나 달렸을까. 석양마저 지고 밤이 왔다. 어느새 별들이 하나둘 제 빛을 드러낸다. 전망차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별들을 우러러본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이 순간의 환희와 충만감은 생의 고비마다 다시 나를 위로할 것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남아프리카항공 www.flysaa.com, 로보스 레일 www.rovos.com, 블루 트레인 www.bluetrain.co.za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불황에 꽁꽁 얼어붙은 빙과류시장

    불황에 꽁꽁 얼어붙은 빙과류시장

    빙과업계 최고의 성수기 여름이 찾아왔지만 불황에 비정상적 유통구조로 빙과시장이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4일 서울신문이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국내 4대 빙과업체의 아이스크림 광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여름철 아이스크림 광고를 하는 업체는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단 두 곳뿐이다. 해태제과는 2012년 7월 과일맛 아이스크림 ‘젤루조아’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당시 인기 있던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을 모델로 TV 광고를 방영했다. 이후 3년 가까이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TV 광고는 없었다. 빙그레는 2013년 2월부터 일반인 모델을 기용해 ‘참붕어싸만코’의 TV 광고를 방영했지만 2년 넘게 TV 광고는 찾기 어려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TV 광고를 하면 100억원 정도 비용이 드는 데 투자한 만큼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는 주식이 아니라 부식이기 때문에 가계가 어려워지면 바로 소비를 줄이게 되고 또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아이스크림 주요 소비층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따라 빙과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조 9722억원이던 빙과시장은 2013년 1조 937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여름이 그다지 덥지 않았던 지난해는 1~3분기 말 기준 1조 50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5% 매출이 줄었다. 비정상적 유통구조도 빙과시장 축소에 한몫하고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까지 빙과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유통 채널은 ‘독립슈퍼’로 전체의 71.7%(1조 768억원)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런 개인 슈퍼마켓들이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여겨 대거 할인하다 보니 제대로 마진이 생기지 않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주간 평균(5월 24일 기준) 롯데푸드의 ‘돼지바’(80㎖) 가격은 독립슈퍼 498원, 할인점 499원, 편의점 703원으로 편차가 컸다. 이기헌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 부장은 “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으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적발된 사례가 거의 없어 정부가 가격표시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 주민 “전기 걱정없이 고추 말릴 수 있어 좋아요”

    주민 “전기 걱정없이 고추 말릴 수 있어 좋아요”

    “예전에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젖은 농작물을 건조장에서 제대로 말릴 수 없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쓸 수 있어 좋아요.”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김계석(57) 이장은 볕에 그을린 낯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주민들은 톳, 고추 농사 등을 지어 일본에 전량 수출한다. 육지를 잇는 왕복 여객선이 하루 한 번 운행하는 가사도는 7개월 전만 해도 한국전력 송배전 계통에서 소외된 에너지 고립섬이었다. 이 작은 섬은 이제 해외시장에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출의 성공 모델이 되는 국내 최초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재탄생했다. 진도 가학선착장에서 정면에 바라보이는 가사도는 배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언덕 위에 서 있는 4대의 풍력 발전기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쨍쨍한 초여름 날씨 속에 풍력 발전기는 잠시 동작이 멈춰 선 상태였다. 선착장에서 1분 거리 언덕길 중턱에 자리잡은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MG) 센터에서는 섬 내 발전설비 현황을 볼 수 있는 현황판이 실시간으로 에너지 상황을 측정하고 있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풍력·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로 구성된 소규모 전력공급 시스템이다. 현황판에는 태양광 발전이 229㎾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풍력과 디젤 발전은 0㎾를 가리켰다. 섬 내 전력이 태양광으로만 충당되고 있다는 뜻이다. 섬 내 전력 수요 부하는 82㎾를 기록해 남는 전력 148㎾를 MS 센터 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저장하고 있었다. ESS 충전량은 46.4%였다. 태양광만으로도 섬 전체 전력 수요를 맞추고도 에너지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송일근 한전 전력연구원 MG연구사업단장은 “가구별 하루 전력량이 500W~1㎾ 정도인데 전력을 가장 많이 쓸 때가 173㎾로 현재 전력이 넘치는 상황”이라면서 “남는 에너지는 저장했다가 밤에 꺼내 쓸 수 있고 상수도 탱크 운영 등 필요한 곳에 미리 당겨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력 수요에 따라 전력을 공급하고 저장하는 모든 과정은 전력연구원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MS센터 왼쪽 언덕에 오르자 37m 높이 풍력발전기 4대 중 3대가 초당 3.5m 이상의 바람에 돌기 시작했다. 강원도 대관령 등 국내에 설치된 발전기(3㎽)보다 훨씬 작은 100㎾급으로 주민들의 소음 우려로 날개 크기(12m)가 작은 모델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그 아래 138㎾급 태양광 발전기가 누워 있다. 인근 연못에도 지상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수상 태양광(48㎾)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여의도의 2.2배인 가사도에는 168가구, 28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81%는 풍력·태양광·ESS 등 신재생에너지가 생산한다. 한때는 전력 대부분을 디젤 발전기에 의존했다. 지난해 10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7개월간 발전 연료 절감률은 81.1%로 유류비 1억 5000만원이 절약됐다. 연간 8억 6000만원에 달했던 전력운영 비용도 3억 2000만원가량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92억원을 투입해 만든 가사도 MG는 16년 뒤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가사도 MG 운영이 성공적라는 평가에 따라 63개의 다른 섬으로도 확대 운영하고 MG 운영 노하우와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당장 7월 100억원대 수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캐나다 파워스트림사와 올해부터 2017년까지 MG 실증사업을 벌인다.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지역 전력사업 진출을 위해 MG 기술 현지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도(진도)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슈&논쟁] 노인연령 기준 만 65→70세 조정

    [이슈&논쟁] 노인연령 기준 만 65→70세 조정

    대한노인회가 최근 각종 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의 연령을 ‘만 65세 이상’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높이자고 주장하면서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100세 시대’를 맞아 만 65세부터 노인 복지를 제공하면 향후 정부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년유니온, 빈곤사회연대 등 상당수 시민단체들은 연령 기준 상향조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며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5세나 높이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핵심 근거다. 노인 연령 기준이 만 70세로 올라가면 지하철·전철 등 교통수단과 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료 이용 기준도 바뀌는 등 노인들의 생활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만 65세 이상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贊] 김일순 前 연세의료원장 “후대 부담 줄이려면 상향 시급” 향후 40~50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고령사회와 저출산으로 특징 지어지는 급속한 인구구조의 불균형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현상으로, 문제의 규모가 너무 크고 심각하여 과연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가 급격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의 말기에 들어섰다. 2018년이면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된다. 이어 2028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즉 1000만명을 상회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며, 2050년이면 최종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인 2000여만명이 65세 이상 인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인 복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은퇴연령 연장과 임금 피크제, 건강보험 재정의 불안, 과도한 지하철 무임승차 등 문제 등으로 현실화하며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하면 국가 부도와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리스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때는 현재 수적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인 40대가 고령인구가 될 때다. 지금의 노인복지와 연금문제 등의 방향을 미리 개선해 놓지 않으면 국가 존립의 기로에 설 만큼 커다란 재정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 가서 복지비용과 연금비용을 부담할 인구는 수적으로 크게 줄어든 지금의 20대와 그 이하의 연령대가 될 것이다. 즉 현재의 40~50대 및 그보다 높은 연령대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복지, 연금, 은퇴 등의 연령 기준을 지금과 똑같이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비용의 부담을 전가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현 세대가 자기의 욕심을 버리고 아래 세대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번에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제안함으로써 스스로 양보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 주었다. 연금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도 자기 이익을 위해 집단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후손들을 위해 자기 이익을 양보하는 어르신들의 행동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명칭과 관련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노인연령 기준을 말할 때의 ‘노인’은 가치중립적인 호칭이 아니라 나이 들어 이제 더이상의 생산적인 활동을 중지한 어떤 연령대를 폄하하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 기준연령으로 하지 말고 고령자 복지기준연령 또는 이에 상응하는 용어로 개칭할 것을 제안한다. [反]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 빈곤율 높아… 시기상조” ‘개념’은 사회적 기호이다. 조형되고 공유되는 시공간에서 개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수정된다. 노인은 일정 수준의 노화를 경험한 사람을 이르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로 규정된다. 인간이 건강하게, 더 오래 생존하게 됨에 따라 노인의 개념도 다시 정의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노인 기준연령 상향조정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이다. 노인의 기준연령은 일반적으로 65세이다. 1884년 독일 노령연금의 수급 자격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진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도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 등 대상자 정의에 준거해 65세를 기준연령으로 한다. 이는 노인 기준연령의 설정이 건강, 노화 등 과학적 숙고와 무관한 판단임을 뜻한다. 노인 기준연령은 오히려 사회보장 제도의 자격 기준을 재단하는 정책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 등의 수급자격 조정과 다르지 않은 의미이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은퇴연령은 53세이다. 공적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까지 약 12년의 ‘소득 절벽기’가 존재한다. 70세로 노인 기준연령이 상향조정되면 소득 절벽기가 17년으로 확대된다. 201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69세 이하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101만 3342명,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9만 1180원이다. 노인가구 월평균 소득 78만 3000원의 37.19%에 해당한다. 2013년 노인 기준연령이 70세였다고 가정해보자. 소득 절벽기의 확대만으로 101만 3342명이 약 37%의 소득 감소를 겪게 된다. 미래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현 세대 노인보다 높다.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도 증가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더 많은 대상에게 더 큰 폭의 소득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점진적 퇴직제, 시간선택제 등 고용 정책으로 소득 절벽기를 완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솔깃하다. 그런데 제도를 수용할 만한 기업체가 제한적이다. 젊은 은퇴 노인을 위한 그간의 고용정책 또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제시된 대안들은 수사적 위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 고용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둔다 해도 문제는 정책추진의 선후관계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6%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조차 부족한 노인이 30% 이상이다. 취약한 공적 연금제도에 따른 예견된 귀결이다. 공적 이전소득은 우리나라 노인소득의 19%를 구성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가 60%에 달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섣부른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은 부실한 공적 연금을 축소하고 노인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다. 노인빈곤을 완화할 정책을 마련하고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수순이다. 노인 기준연령의 상향조정을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가를 염려해 권리를 내려놓고 고통 분담에 나선 일부 노인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그런데 극한의 고통에 처한 대상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고통분담의 결단이 여유로운 일부의 정치적 허세가 아니길 바란다.
  • “전교조 추태 제동” “노조 죽이는 나라”

    “전교조 추태 제동” “노조 죽이는 나라”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 노조 통보의 근거 법률인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8일 합헌 결정에 대해 보수 및 진보 진영의 반응은 명확히 갈렸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헌재가 국제노동기준 운운하면서 법치와 상식을 파괴하려고 하는 전교조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잡아 줬다”면서 “해직 교사를 교직원노조원이라고 우기는 전교조의 비교육적 추태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전교조는 강성투쟁이 아니라 내부 혁신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진정한 교사단체로 재탄생해야 한다”면서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효력 정지로 학교현장에 닥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서울고법은 속히 항소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헌재 결정은 최근 드러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전교조 불법 노조화’ 공작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됐던 전교조를 없애기 위한 시나리오의 한 단계일 뿐”이라면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이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교조 창립 26주년 기념일, 투쟁으로 쟁취한 생일에 헌재로부터 죽음을 통보받았다”면서 “이로써 우리는 정부가 헌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정당도 없애고, 노조도 없애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 살게 됐다”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땅값 끌어올린 개발붐 세종시 20.8% ‘최고’

    땅값 끌어올린 개발붐 세종시 20.8% ‘최고’

    개별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4.63% 상승했다. 세종시가 가장 많이 올랐고, 독도도 20.68%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전국 3199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를 29일 공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개별 공시지가는 표준지 가격을 기준으로 시·군·구청장이 결정한 땅값으로 각종 세금 부과, 보상의 기준이 된다. 땅값 상승폭이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는 세종시로 20.81% 올랐다. 정부세종청사와 국책연구기관들이 입주한 뒤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토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제주도는 공시지가가 12.46% 올라 상승폭이 두 번째로 컸다. 이어 울산(10.25%), 경북(8.05%), 경남(7.91%) 순으로 올랐다. 서울 상승률은 4.47%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경기(2.91%), 인천(2.72%)은 최하위권이다. 전국 252개 시·군·구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공시지가가 높게 오른 지역이 128곳, 낮게 상승한 지역이 122곳, 하락한 지역은 2곳이다. 경북 예천은 공시지가가 17.60%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신도시 조성사업 등의 개발 호재가 땅값 상승을 이끌었다. 전기자동차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전남 영광(14.79%), 원전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경북 울진(14.72%) 등도 상승세가 가팔랐다. 독도 땅값은 ㎡당 평균 2만 2780원으로 관광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관광기반시설 증설과 정부와 지자체들의 투자 증가가 겹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혁신도시, 개발붐이 일고 있는 중소도시 땅값 상승세도 눈에 띄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와 덕양구는 도심 노후화와 개발 지연 등으로 각각 0.10%, 0.33% 하락했다. 가장 비싼 땅은 13년째 서울 중구 명동8길 화장품 판매점인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로 ㎡당 8070만원으로 3.3㎡당 2억 66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보다 4.8% 오른 것이다. 이 땅은 13년째 전국 공시지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저가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로 ㎡당 86원으로 조사됐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동작 신대방로에 안전 입힌다

    동작 신대방로에 안전 입힌다

    생계형 범죄가 잦은 동작구 신대방16가길 12 일대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덧입힌다. 이를 통해 주민안전은 물론 지역 거주 외국인들과의 소통에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는 신대방16가길 12 일대가 법무부의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 추진지역으로 선정돼 2억원을 지원받는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구는 이 지역에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 올 하반기까지 안전마을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신대방1동은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지에서 포화상태를 이룬 외국인들이 꾸준히 유입돼 현재 외국인 가구 비율이 9.03%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476개 행정동 가운데 25위에 달하는 수치다. 낡은 건물의 비율도 높다. 전체 주택의 84%가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이 82%를 차지하고 있다. 범죄 우려가 있는 막다른 길이 12곳, 사각지대도 4곳이 있다. 이러한 지역적 여건과 관련해 이 지역의 최근 3년간 주요 범죄 발생률은 증가 추세다. 특히 절도와 같은 생계형 범죄는 2012년에 비해 2014년에는 13%가 증가했다. 무단투기 등 기초질서 위반 사례도 늘어 해당 동 주민센터에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구는 다국적 거주민이 많은 점을 감안해 골목 곳곳에 분리수거 안내 등 다양한 생활예절을 표현한 픽토그램(그림문자)을 부착한다. 또 생계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골목 사각지대에 반사경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범죄 경각심을 강화하기 위한 ‘관심골목 지정 안내판’도 설치한다. 골목길 내 공간을 활용해 ‘한 뼘 쉼터’를 조성,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문창초등학교 통학로 주변 골목길을 ‘여성안심 귀가길’로 지정, LED 보안등을 설치해 야간 조도를 높이고 거리, 옹벽, 계단 곳곳에 벽화도 그릴 예정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생명과학·ICT 만났다… 바이오헬스 10대 유망 기술

    생명과학·ICT 만났다… 바이오헬스 10대 유망 기술

    #직장인 김맞춤씨는 요즘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살고 있다. 10여년 동안 그를 괴롭혀온 류머티즘 관절염이 말끔히 나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통해 대장 속 불균형한 미생물 군집이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생 원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의사는 하루 한 번 아침식사 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의사의 처방대로 한 달 정도 치료제를 복용했더니 말끔히 나은 것이다. #70대 중반의 이운동씨는 근력이 떨어져 얼마 전부터는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기조차 버거웠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맨손체조도 어려웠다. 하지만, ‘운동효과 바이오닉스’를 이용하고부터는 지팡이 없이도 뒷산을 거뜬히 오르내리게 됐다. 운동을 하지 않고 바이오닉스를 착용하고 다닌 것만으로도 실제 운동한 것처럼 근육량이 늘고 골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바이오닉스 착용만으로 근육량 늘어… 실제 운동한 효과 생명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바이오헬스 기술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에는 위에 예로 든 김씨나 이씨 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ICT 융합 바이오헬스 10대 미래유망기술’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10가지 기술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칩 ▲체내 이식형 스마트 바이오센서 ▲사이버 메이트 헬스케어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교정세포 3D(3차원) 프린팅 ▲퍼스널 노화 속도계 ▲지능형 환자 맞춤약 ▲4D 세포 추적기술 ▲운동효과 바이오닉스 ▲인지·감각기능 증강용 가상현실 등이다. ●초고속 ‘유전자 분석 칩’… 아바타로 질병 예측하는 ‘사이버 메이트’ 이 가운데 차세대유전자 분석칩은 가장 빨리 실현될 기술로 꼽혔다. 이 기술은 칩 위에 올려진 극소량의 피나 침, 피부각질만으로도 유전자 정보를 초고속으로 분석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해준다. 김흥열 생명연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유전체 시장은 2018년 기준 2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나라의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접목시켜 이른 시일 내에 국내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똑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사이버 메이트 헬스케어’도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로 꼽혔다. ●‘인지·감각기능 가상현실’ 알코올·게임 중독·치매 치료에 활용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선보인 ‘가상현실 치료실’ 기술처럼 ‘인지·감각기능 증강형 가상현실’은 노화로 저하되기 쉬운 인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이다. 알코올 중독이나 게임 중독, 폐쇄공포증 등 정신과적 치료뿐만 아니라 치매나 노안 등 인지·감각·운동기능 장애를 고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퍼스널 노화 속도계는 개인의 신체 기능별 노화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개인의 노화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표식인 ‘마커’를 발굴해 노인성 질환 발병시기 예측이나 건강 관리에 사용하는 것이다. 오태광 생명연 원장은 “이번 기술선정은 생명과학(BT)과 ICT의 융합이 미래 바이오헬스 분야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구조개혁 부진에 수출까지 경고음… “금리인하·추경 검토해야”

    구조개혁 부진에 수출까지 경고음… “금리인하·추경 검토해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에 가세했다. KDI가 성장률을 사실상 2%대로 전망한 까닭은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세수 펑크’ 등의 악재뿐 아니라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역설적으로 KDI의 ‘공식 전망치 3.0%’를 달성하려면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부실기업 정리 등의 구조개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가는 연금 개혁과 노사정 대타협이 올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우려해 금리 추가 인하에 소극적이다. 저물가와 연말정산 추가 환급 등으로 올해도 ‘세수 펑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다. 내수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20일 “이 조건들이 다 충족돼야 성장률이 3.0%가 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KDI는 경제정책을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과 함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증세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올 하반기에 세수 펑크가 지난해 수준(10조 9000억원)으로 커지면 ‘재정 절벽’을 막기 위해 ‘세입 추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물가 경고 수위도 올렸다.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1.8%)보다 무려 1.3% 포인트나 낮은 0.5%로 본 것이다. 담뱃값 인상분(0.58%)을 빼면 아예 ‘마이너스 물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1.8%)보다 높은 2.3%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수출 부진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져서 1130억 달러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 증가 속도와 구조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50조원으로 추정되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이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이라는 경고다. 국내외 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4%에서 3.1%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3.3%에서 한 달 만에 3.1%로 하향 수정했다. 일본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2.5%까지 끌어내렸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도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46으로 세계 60개국 중 59위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들의 소비 심리와 경제 전망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연되는 구조개혁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수출에서도 회복세가 보이지 않아 여전히 위기”라면서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성장률 2%대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과 민생법안 처리 연계 말라

    여야는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5월 임시국회 대책을 협의하는 채널을 재가동했다. 그러나 28일 본회의가 결실을 맺을지는 불투명하다. 4월 국회에서 합의한 허울뿐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려 하지만, 그것마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카드를 철회하면서 이번에는 기초연금과 연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자칫 여야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시늉만 하다가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마저 또다시 무산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어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 지연 사태와 관련해 물러났다. 청와대와 정부가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수용하려는 과정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책임을 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도 여야 협상 당사자들은 성에 차지 않더라도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게 차선은 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혈세로 메워야 할 연금 적자 규모가 5년 뒤 원위치해 2021년부터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어느 국민이 개혁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낸 돈의 1.2∼1.5배를 받는 데 비해 공무원 출신은 2∼3배를 받는 불평등 구조도 그대로인데 말이다. 문제는 이런 일종의 ‘야합안’조차 5월 국회 처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당초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측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카드를 들고나온 배경이 뭔가. 응집력 강한 ‘공무원 표’를 붙잡으려는 계산 속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는 척만 하려다 일반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켕겼기 때문일 게다. 그런 차에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는 소득대체율 대신 기초연금 강화안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새로운 혹을 붙인 꼴이다. 당내에서조차 “이종걸 수정안이 당론이 아니다”라며 딴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하는 얘기다. 물론 기초연금 확대도 중요하고, 그런 대선 공약을 재원 부족을 빌미로 이행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무늬만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려고 하면서 기초연금을 핑계로 이마저 발목을 잡는 건 더 비겁하다. 야권이 선거에서의 표가 아니라 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공무원연금과 다른 사안을 연계할 이유는 없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은 별도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하면 된다.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까지 통과한 60개 민생법안이 야당의 몽니로 무산된 구태를 답습해선 안 된다. 확실한 연금 개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도 덜어 주지 못하면서 서민 경제에 주름을 안겨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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