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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공무원 인책론과 ‘3고’

    요즘 정부 과천청사의 분위기가 흉흉하다.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해외매각 실패에 따른 인책론 때문이다.지난 주말 GM이 대우차 일괄인수 의향서를 보내와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경제관료들은 3년전 외환위기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을 때처럼 좌불안석이다. 과천청사의 한 간부는 “공무원들이 ‘쓰리 고’를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쓰리 고’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반문한다.‘쓰리 고’는 (하는 일은)‘미루고’,(잘못은)‘덮고’,(남의 일은)‘말리고’라는 공직사회의 새로운 복지부동을 빗댄 말이다. 어느 공무원은 “빨리 이(책임지는) 자리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고 또다른 직원은 “일할 힘이 쭉 빠진다”고 푸념했다.과천청사의 분위기는 대우차와 한보철강 해외매각 잘못으로 누가 어떻게 인책되는지보다 걸핏하면 ‘공무원도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에 신경이 모아진다.물론 공무원의 이런 볼멘소리가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국제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본질적인 변화없이 그저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과성 ‘책임 덮어씌우기’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포드가 계약체결을일방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을 계산하지 않고 서둘러 매각에만 열중했던 것은 아닌지,설익은 감이라도 우선 따고 보자는 식의 한건주의 공명심이 일을 그르치지 않았는지도 가려야 할 것이다.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 조항을 우리가 빼자고 우겨서 네이버스가한보철강 인수계약을 파기했어도 결국 위약금을 받아내지 못하고 소송을 제기해야만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이런 안이한 일처리도 더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책임을 가리는 마녀사냥에 쏠려 왜 이런 지경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분석은 소홀하다는 느낌이다.대우차와 한보철강의 매각 실패가 ‘빨리 빨리’를 외치는 우리의 조급증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닐까.상대방의 계약파기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우차 매각실패 뒤에도 10월내 매각이라는 시한을 정해 스스로 대외 협상력을 떨어뜨린 것을 보면 이런 ‘조급증’은 여전한 것 같다. 그 ‘조급증’은 실패의 원인을 차분히 따져보기보다 빨리 한두 사람을 문책조치함으로써 상황을 넘겨보려는 데서도 나타난다. [박 정 현 경제팀기자]jhpark@
  • 대한매일을 읽고/ 차 운행전 습관적 공회전은 기름 낭비

    정부에서는 전력소비 감축을 위해 전기료를 인상하고,민간자율로 차량 5부제나 10부제 운행을 유도할 계획이라는 기사(대한매일 15일자2면)를 읽었다.고유가로 인해서 국가는 물론 서민가정에도 주름살이깊어질 전망이다. 이런 고유가 시대에 기름을 낭비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 장시간 대기하는 것이다.동절기엔 더욱 심하지만 요즘은 차량 성능이 좋아져 공회전할 필요가 없는데도 운행전 습관적으로 몇 분씩 엔진 공회전을 시켜 기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교통체증으로 인해 출퇴근길 교통정리를 하다보면 신호대기중 시동을 꺼놓고 기다리는 운전자는 거의 볼수 없다.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려는 조급증에 장시간 신호대기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시동을 걸어놓고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엔진 공회전시간이 30초이상 될땐 시동을 껐다가다시 거는 게 기름이 더 절약된다고 한다. 개인으로선 작은 비용일지 모르지만 차량등록대수만 1,000만대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불필요한 공회전 습관을 운전자들이 버린다면 일년에석유수입에 사용되는 나랏돈 수백억이 절약된다고 하니 고유가 시대에 맞춰 불필요한 공회전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심재현[중랑경찰서 묵1파출소]
  • 대한매일을 읽고/ 교통사고 운전자·보행자 함께 조심을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1만명에 이르고 자동차 1만대당 8.3명이라는 고귀한 생명이 길에서 희생된다는 건설교통부장관의각료에세이를 읽었다(대한매일 2일자 32면). 교통사고는 절대로 저절로 일어나지 않으며 반드시 원인이 있다.운전자의안전의식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증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다. 특히 야간에 운전을 하다보면 길가에 보행자가 없다고 신호도 무시한채 마구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행자도 빨간 신호인데도 그냥 무단횡단하는 사례가 많다. 더이상의 사고방치는 금물이다.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민적 생명존중의식, 안전운전의 생활화가 필요하다.또 신호등 체계에서 점멸시간을 예측할수 있는 신호시간 예측기기 장착도 검토가 되었으면 한다. 이형철[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 실패한 개인투자자들의 수기 화제

    ‘난 이렇게 깡통을 찼다’ 증권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팍스넷’이 KBS와 공동으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수기를 모집중이다.성공 사례도 받고 있지만 실패담이 많은 개미들들로부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묻지마 투자’로 거액을 날린 이야기,본전에 대한 미련 때문에 ‘손절매’를 못하고 원금을 까먹은 이야기 등의 실패 경험과 충고가 실렸다. 주부 A씨는 작전주에 뛰어 들어 6,000만원을 날린 남편 이야기를 올렸다.처음 주식투자한 남편은 ‘D섬유가 곧 작전에 들어가니 매수해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D섬유에 투자했다.처음 며칠동안 주가가 올라 하루에 600만원씩불어나자 즐거워했으나 곧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매수가 밑으로 떨어졌다. 당황했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믿고 본전 밑으로는 절대 팔지 않기로 했다.결국 주가는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설상가상 이 회사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말았다.A씨는 실패 원인으로 작전주에 겁없이 뛰어든 것과 손절매란 뜻도 모르고 주식을 시작한 것,한종목에 집중 투자한 것,시대상황에 무지했던 것 등을 꼽았다. B씨는 단타매매로 2억원을 손해 본 글을 적었다.B씨는 “투자기간 동안 주식을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현상이 수없이 계속됐다”면서 “잃은 돈을빨리 복구하려고 수억원의 미수금까지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결국 투자 1년만에 2억원이나 잃었다고 털어놓았다.그 가운데 1억4,000만원 가량은 증권사 수수료로 날아갔다고 했다. C씨는 선물·옵션에 투자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친구말에 솔깃해 5억원을 날린 사례를 응모했다.“잃은 돈을 빨리 찾자는 조급증이 더 큰손실을 불렀다”고 토로했다. D씨는 “몇 천만원씩 투자하면서 몇 천원짜리 서적하나 사서 읽지 않고 주식에 투자했지만 실패했다”고 이론적인 바탕이 없었음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세번의 실패와 한번의 완벽한 성공’이란 글을 올린 D씨도 부모로부터 투자 실패로 물려받은 땅을 팔고 100만원짜리 단칸방에 전전했던 일 등을 적고 “시장이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는 한 나의 투자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찾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란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IQ가 200이상이고 신속한 정보 체계를 갖춘 사람,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이성을 잃지 않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두 주식시장을 떠나라”고 적기도 했다. 조현석기자 hyun68@[투자 실패자들이 얻은 교훈]1.여유 돈으로 투자하라. 2.뛰는 주식을 잡아라.잊혀진 주식이 가장 비참하다. 3.크게 이익을 본 뒤에는 한동안 반드시 쉰다.다시 투자할 때는 수익금으로하라. 4.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 5.주식과 결혼하지 말라.냉정한 판단이 어렵다. 6.대박 루머에 솔깃하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다. 7.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8.물타기는 패가망신이다.손절매는 성공의 지름길이다. 9.주식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다.주식을 사지 말고 때를 사라. 10.대신 투자해줄 전문가를 찾는 것도 능력이다.
  • 박지은, 불안한 출발… 멋진 마무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3라운드까지의 단독선두는 마지막라운드에서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렐인렛의 워치소플렌테이션이스트골프클럽(파 72·6,271야드) 1번홀.전날까지 단독선두를 유지한 박지은이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첫홀부터 보기를 범해 불안한 출발이었다.곧바로 2번홀에서 11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만회했지만 한조 앞서가던 줄리 잉스터는 3번홀에서 이글을 낚아 공동 선두로 올라선 뒤 5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기세를 이어갔다.다급해진 박지은은 5번홀에서마저 3온 2퍼트로 다시 보기를범해 순식간에 두타나 뒤졌다. 전반 9홀을 마친 뒤 갑자기 대회장 주변에 천둥 번개가 내리쳐 2시간 15분간 경기가 중단된 이후 박지은은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분위기를반전시키려 했지만 15번홀에서는 오히려 3타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박지은은 16번홀(파 4)에서 잉스터가 파를 기록한 사이 버디로 2타차로 좁히는 등추격의 고삐를 。奏名?鳧活? 기회가 찾아온 것은 운명의 17번홀(파5).잉스터가실수로 보기를 범한 틈을 타 박지은은 그린 위쪽 러프에서 3번째 샷을 홀컵 1m에 붙힌 뒤 그대로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동타를 이룬 것. 마침내 승부의 추는 이미 박지은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상승세가 꺾인 잉스터는 18번홀에서도 3m 파퍼팅에 실패한 반면 박지은은 이 홀에서 세컨샷이그린을 오버,러프에 떨어졌지만 3번째 샷을 홀컵 2m에 붙인후 침착한 퍼팅으로 파를 세이브했다.감격의 첫승을 일궈내는 순간이었다. 곽영완기자 kwyoung@. *박지은 누구?. 캐시아일랜드그린스닷컴클래식에서 프로데뷔 첫승을 올린 박지은은 10세 때부모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골프신동’.리라초등학생 시절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던 박지은은 골프채를 잡은 지 한달만에 120타에서 93타를 칠 정도로 남다른 재질을 보였다. 12세 때 미국 호놀룰루로 건너가 본격적인 골프유학을 시작한 그는 전 LPGA투어 선수인 캐시 맨트를 교습선생으로 채용할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속에서정통골프를 배워 14세 때 이미 미국 최정상급 주니어 골퍼로 이름을 날렸다.이후 여자골프 최우수팀인 자비에르를 거쳐 골프명문 애리조나주립대학에진학한 박지은은 98년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르며 1938년 이후 최초로미국 3대 아마추어 메이저타이틀을 휩쓴 뒤 프로전향을 선언했다. 본격적인 프로데뷔를 앞두고 지난해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에 진출,10개대회에 출전해 5개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올 1월 네이플스메모리얼대회를통해 공식 프로데뷔전을 치렀다.그러나 이 대회에서 76위에 그치는 혹독한신고식을 치른 뒤 이후에도 수차례 좌절을 거듭하던 그는 3월초 다케후지클래식 공동 7위,5월말 코닝클래식 공동 13위로 선전해 우승을 예고했다. 곽영완기자. *박지은 인터뷰 “9번홀 위기때 비… 한숨 돌렸다”. “아마추어 시절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릴을 느낍니다”. 프로데뷔 5개월여만에 LPGA투어 캐시아일랜드그린스닷컴에서 멋진 역전극으로 첫 승을 거둔 박지은은 통산 61승(아마추어 55승,프로 2부투어 5승 포함)에 빛나는 ‘다관왕’답지 않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우승 소감은 너무 기분이 좋다.우승소식이 너무 늦어 죄송스럽고 그동안성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승부처는 17번홀(파5)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을 넘어 홀컵 25m 지점에 떨어졌다.똑바로 친다는 생각으로 칩샷을 했고 다행히 1m 거리에 붙어 버디를잡았다.이 때까지 줄리 잉스터가 1타차로 선두인줄 알았다. ■힘들었던 순간은 전반 9홀동안 샷과 퍼팅이 흔들릴 정도로 힘들었다.정말쉬고 싶었는데 비가왔고 꿀맛같은 휴식후 힘을 냈다. ■마지막 홀 파퍼팅할때 심정은 많이 떨렸지만 아마추어 때 이런 경험이 많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부상정도는 심한건 아니다.2라운드 12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다 왼쪽갈비뼈가 뜨끔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동안 부진했던 원인은 지난 겨울부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스윙이 나빠진데다 우승욕심이 너무 과했다. ■앞으로 계획은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한번 더 우승을 하고 싶다. 류길상기자 ukelvin@. *박지은, 프로무대 정복 쉽지 않았다. 프로데뷔 5개월만에 거둔 박지은의 첫승은 그녀의 아마시절 우승경력에 비하면 오히려늦은 감이 있다. 아마추어 사상 첫 3대 메이저타이틀 획득,아마대회 55승,퓨처스투어 상금왕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안고 올시즌 프로에 뛰어든 박지은은 출발부터 각종매체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지난 1월 프로데뷔전에서 79명중 76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둔 박지은은 3월 다케후지클래식에서 공동 7위로 뛰어올라 ‘즉시 우승감’이라는 명성을확인하는 듯했다.그러나 우승에 대한 지나친 조급증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6월부터 시작되는 아마추어 시즌에 익숙해진 터라 이후 험난한 길을 걸어야했다.3∼5월 8개대회에 출전해 무려 4차례나 컷오프탈락한 것.주눅이 들만한 성적이었지만 이 겁없는 신인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고 비로소 지난달 말 코닝클래식에서 막판 선전끝에 13위에 오르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아마시절 워낙 많은 대회에서 우승해본 터라 “앞서 나가는 것에는 부담이없다”는 박지은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승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류길상기자
  • [대한시론] 막힘의 미덕

    바야흐로 스피드시대이다.아니 초스피드시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듣자하니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 2초와 2시간 룰이 자리잡아간다고 한다.2초는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가 화면에 떠오르는 시간이며,2시간은전자상거래에서 상품을 주문했을 때 언제까지 배달가능하다는 대답을 하는데 걸리는 최대시간이라고 한다.이처럼 우리의 생활이 속도라는 패러다임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화면에 인터넷정보가 조금만 더디 떠올라도 짜증이나는 것으로 반증된다. 문제는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속도에 너무 쉽게 동화될 가능성이크다는 점이다. 최근 어느 재미 한국 벤처기업가가 ‘한 시간 이내에 배달’이라는 택배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보도가 있었다.이 놀랄만한 속도에의 승부 역시 그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인류의 미래가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온 것은 테크놀로지의 급진적 발달의 한 결과이다.미래학이란 학문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장밋빛 유토피아의 약속으로부터 인간상실의두려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래 예측이 등장했다.그중에는 맞는 것도 있었지만 빗나간 것도 많았다.예를 들어 전자매체가 등장하면서 종이로 된 책이 사라질 것이라거나 비디오가 나오면서 영화가 멸종할 것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데,보다시피 책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영화는 바야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느낌이다. 그러나 통신혁명에 의한 소통의 초스피드화에 대한 예측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을 통해 일상적인 차원으로 현실화되었다.여기서 첨단기술에 무관심한 편인 나에게 중요한 점은 이들이 예측에서 현실로 실현되는 데는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이제는 컴퓨터가 약속하는 모든가까운 장래의 일을 더이상 잘못된 추정이라거나 나와 무관한 일로 치부할수 없게 된 것이다. 내가 출근하는 길목에는 동부간선도로에 면한,뚝방에 인근한 좁은 도로가한동안 계속되는 지점이 있다.이곳은 늘 차로 막히기 때문에 으레 한동안 멈추거나 서행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때로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차 안에서 어쩔 수 없이밖을 둘러보게 된다.자세히 보면 뚝방에는 풀꽃들이 피어 있고고만고만한 키의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지나치는 운전자들밖에는 인적이 없는 길섶에서 이들은 종일 지속되는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여린 연록색에서시작해서 어느덧 청년으로 자라고 있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가 차를타고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물론 그것은 전혀 대단한 스펙터클이 아니지만 이들 초록의 생명은 차가 막히지 않았으면 결코 보지 못했을 광경이며, 같은 시각 바로 옆 도로에서 옆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달려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운전자들을 생각하면 이 소로에서의 소강과 지체가 너무나 황감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 일전에 한강에 가까운 간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면서 옆쪽 뚝방에 흐드러진벚꽃 무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그 곳은 속력을 내는 곳이기에 꽃은 연분홍 색채더미로 내 눈을 스쳐갔지만 그 찬란함은 익히 알아볼수 있었다.이처럼 꽃이나 나무는 가까운 곳에 늘있지만 우리는 겨우 길이나막혀야 새삼스럽게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 이 정신없이 쫓기는 상태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왜 달려가는지도 모르는채 앞만 보고 달리는 생활을 몇십년 더 지속하게 된다면 과연 인생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전히 허둥대며 살 것인가.유난히 조급증이 많은 우리는 느긋하게 기다리는일을 도대체 참지를 못한다.길이 막힐 때는 숨을 고르고 주변을 한번 찬찬히살펴보자.거기 시선을 끄는 소박한 광경이라도 있다면 큰 행운이라 생각 하자.해서 길이 쉽게 뚫리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이라도 된다면 사는 것이 좀더 여유롭지 않을까. 姜太姬 예술종합학교 미술원교수
  • 올시즌 LPGA 예상밖 슬럼프

    지난해 미 여자프로골프(LPGA) 6승을 합작하며 여자골프의 중흥기를 열었던한국여자선수들이 올시즌 하나같이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프여왕’으로 칭송되는 박세리(23).98년 LPGA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 4승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4승을 거둬 세계 정상권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7차례 출전해 두차례만 톱10에 진입했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오버파로 부진,20∼50위권을 맴돌았다. 반면 박세리,애니카 소렌스탐과 3강체제를 구축하던 캐리 웹은 벌써 시즌 4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그러나 7일 귀국 인터뷰에서 초반부진에 대해 담담한 태도를 보였고 12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릴 아스트라컵 한국여자오픈에서 잊었던우승맛을 되찾겠다고 공언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단신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 ‘땅콩’ 김미현(23)은9차례 출전에 두번의 톱10(6위,7위) 진입이라는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그러나 김미현은 무리한 스윙과 휴식없는 강행군으로 지난달 말 어깨부상을 당해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비록 전문의 진단결과 완치판정을 받고 20일 본격적인 투어에 나설 예정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미 아마추어 랭킹1위,미국 아마추어 4대 메이저대회 석권에 빛나는 박지은(21)은 올시즌 9차례 출전해 다케후지클래식에서 7위에 오르긴 했지만 두번씩이나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등 저조한 기록을 내고있다. 박지은은 “5월말에 시작되는 아마추어 시즌에 익숙해져 있어 아직 제 스윙감을 찾지 못했다”며 부진이유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그녀가 박세리,김미현이 98,99시즌 연속 신인왕에 오른것을 의식해 조급증을 내고있다고 분석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미현은 20일 미 오하이오주 비버크리크의 노스CC에서 열리는 퍼스타LPGA클래식에 출전하고 박지은은 12일 테네시주 프랭클린의 레전드클럽에서 열릴일렉트로룩스USA챔피언십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여성선언] 통일을 위한 지성과 감성

    고등학교 졸업식날 교목선생님은 “똑똑한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이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30대에 접어든 후였다.메마른 지식은 타인을 파괴할 수 있고,여과되지 못한 감정은 자신을 잃는 실수를저지를 수 있다.지혜는 합리적인 지식(지성)과 절제된 감정(감성)의 조화를가능하게 한다.학교는 가르침으로 지식을 줄 수 있지만 지혜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달을 때 비로소 터득된다.아마 그 선생님은 지혜를 가지고나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삶이 의미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하셨던 것 같다. 90년대초 필자는 조금 당돌한 생각을 했다.탈냉전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제통일논의가 본격화될 시점이며 통일논의와 정책구상을 구체화할 이들은 운명적으로 우리 30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것이다.그 이유는 이러했다.부모세대는 전쟁을 직접 겪은 분들이다.이들에게 북한은 이중적으로 다가선다. 내 부모,내 자식을 죽인 적(敵)이거나 가슴 저미며 떠나온 고향과 가족이 있는 곳이다.통일을 떠올리면 반공의식이나눈물이 앞설 뿐이다.통일문제는 냉철한 이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감정부터 북받치는 분들이라는 생각에서 밀쳐놓았다. 그러면 신세대는 어떠한가.이들이 북한에 눈길을 돌리기엔 세상에 즐거움이너무 많고,전후세대인 그 부모들이 북한을 말해주기엔 그들조차 북한이 낯설다.“왜 북한주민들을 도와야 하나요” 이건 좀 낫다.“왜 통일을 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이르면 곤혹스럽기 그지없다.북한이 남 얘기인 마당에 통일을 감당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들도 제외시켰다. 반면 우리 30대는 ‘대단한’ 세대이다.부모세대와 달리 전쟁에 대한 간접체험으로 감정이 넘쳐나지 않고,신세대와 달리 반공교육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운명적으로 논리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고 부모세대와 신세대의 가교역할을 할 역사적 사명을 갖고 태어났다.따라서 통일을 이성적으로 이끌수 있는 적임자는 우리 30대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식만의 통일논의는 민족의 아픔을 간과한 여타 영토통합과 다를바 없으며,감정만의 통일논의는 현실과의 괴리를 낳는다.통일문제는 계산된머리로만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며 그간의 상처를 다독거릴 가슴과의 조화도필요한 것이다.우리는 ‘과정으로서 통일’에 동의하면서도 문득문득 조급증을 낸다.현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고 또 그것을 우리가지켜볼 수 있다면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통일의 길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바로 지금,그것도 우리가 꼭 이루어내리라 집착한다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또한 우리가 통일비용의 부담자인 동시에 수혜자이기를 고집한다면 지지부진함은 짜증 그 자체다.정상을 향한 계단에는 평평한 곳도 가파른 언덕도 있다.운 나쁘게 우리는 계단의 끝자락이나 언덕 막바지에서 허덕댈 수도 있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조역이건 단역이건 그 역할이 통일로 가는 길목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다는 점이다.후손들을 위해 더 나은 자연환경을 만들듯 더 나은 통일환경 조성에 만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통일의 지혜를 모으는 데 절묘한 세대간 조화를 이루고있다.부모세대의 존재는 과거 통일정책의 교훈을 상기시키고 북한이 ‘남’이 아님을 일깨워준다.그리고 신세대의 무심함은 사회통합의 과제를 부각시키면서도 오히려 그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세계의 벽을 허문다’는PC게임은 얼굴 맞대기에 앞서 좋은 상견례가 될 수 있다.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북쪽 또래들과 놀이친구가 되고,어르신들은 그들을 손자 손녀의 친구들로 바라보며,또 우리는 이를 남북교류로 확대시킬 아이디어와 기술을 만들수 있다.선배님들의 표현처럼 통일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지’인 것이다. 정성임 이화여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정치학박사.
  • 코스닥시장 작전說에 멍든다

    코스닥 시장에 ‘작전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상승장에서는 별로 거론되지 않다가 폭락장을 거치면서 유난히 불거지고 있다.일부는 혐의가 짙은 종목들이 있다. 반면 근거도 없이 걸핏하면 작전 의혹을 제기하는 과민한 투자자들도 늘고있다.갈수록 투기장화하는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심받는 상한가 행진=지난해말 등록이후 10일넘게 연속 상한가를 치고 있는 A종목에 의혹의 시선이 쏠려 있다.인터넷 업종으로 분류되는 이 회사는웬만한 우량종목들도 나가떨어지는 최근의 폭락세에서 한번도 상한가 행진을 굽히지 않았다.그럼에도 회사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 지를 제대로 평가하는전문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이 종목의 발행 주식수가 100만주도 안되는데다 거래량이 극히적다는 점을 들어 작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정 간격을 두고 호재성 공시를 발표해 온 것을 볼 때 등록 전에 이미 판을 짜놓은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몇몇대주주들이 사전에 일정수준까지 주가를 올리기로 담합하고,등록후 중간중간 호재를 발표해 공모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도 주식을 못팔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의혹 차원일 뿐 확인은 되지 않았다.이 회사 관계자는 18일“인터넷 환경 조성을 주로하는 회사여서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미국과 대만 일본 등에 소프트웨어를 활발하게 납품하는 유망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유망주도 의혹=최소 20만원은 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유망종목으로 분류되던 B종목의 경우는 지난주말 10만원도 되기 전에 하한가로 돌변하면서 의심을 받고 있다.폭락장 속에서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많지만,일부 불순한 세력들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갑자기 매도,공모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덩달아 매도에 나서도록 한 뒤 그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투자자 최모(35)씨는 “지난주 기관 등 ‘큰 손’들이 한번 흔들 것이라는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이 종목은 이번주초부터 다시 상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작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발행주식수가 3,000만주가 넘는 대형주인데다,모(母)기업이 지분의 상당량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세력이 주가를 좌지우지하기는 힘들다는 것.한 애널리스트는 “요즘은 주가가조금만 주저앉으면 기관이나 언론사가 작전을 펴고 있다는 음모론이 불거질만큼 시장에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증권 당국의 획기적인 단속강화를 촉구하고 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는 2∼3월에 당장 276개사가 코스닥에 등록을 신청,상반기안에 총 등록기업수가 거래소 수준을 능가할 전망”이라며 “과연 당국이 그 많은 종목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투자피해 어떻게 줄이나 전문가들은 주식을 사기 전에 해당 기업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교보증권 김창권(金昌權) 연구원은 “기업 관련 분석자료를 철저히 숙지한 뒤 투자에 나서야 작전이나 근거없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투자원칙을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현대증권 설종록(薛宗錄) 연구원은 “상한가를 2번 친 종목은 안들어간다든지,수익률을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는 등 나름대로의 투자원칙을 정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급증’도 금물이다.어떤 주식이 막 뛰면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판단,무작정 사고보는 투자자들이 많다.하지만 좋은 주식은 오랫동안,예상보다 훨씬 높게 상승세가 이어지기 때문에 좀 뒤늦게 사도 수익을 올릴 기회는 충분히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상연기자
  • IMF 2년 명암(下)평가·과제 전문가좌담

    우리 경제는 급속한 경기회복으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그러나 환란을 가져온 원인들에 대한 근원적인 치유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환란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구조개혁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들어봤다.좌담에는 이근경(李根京)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최도성(崔道成) 서울대 경영대 교수,유한수(兪翰樹)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유한수 전무 97년 우리가 당한 것은 경제위기가 아니고 외환·통화위기입니다.지난 2년동안 실물경제가 많이 회복됐고 정부의 적절한 대응과 선진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한단계 진보한 점은 인정합니다.그러나 경기가 97년 이전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며 금융시스템의 위기 원인이 완전 치유됐다고볼 수도 없어 환란은 극복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도성 교수 겉으로는 통화·외환위기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시스템의문제입니다.금융시스템의 문제는 대우사태에서 처럼 기업시스템의 위기입니다.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기업·금융시장의 위기를 완치할 수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못갔다는데 동의하지만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근경 차관보 위기의 원인은 구조적 부실의 문제라고 봅니다.금융기관과경제활동이 정상화됐다는 점에서 환란이 상당 부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우리 경제안의 부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정리됐다고 생각합니다.대우문제에서 보듯 남아있는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환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중요한 것은 기업의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 경제발전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미래지향적으로 경제발전에 밑거름이되는 정지작업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과거와는 달리 부실 재발을 방지하는제도를 함께 만든 것이 중요합니다. ■유 전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경제발전의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5+3원칙’이 경제를 건전화하고 국제신인도를 높였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이 차관보 현재 추진중인 기업 구조개혁은 시장의 행태와 구조 면에서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기업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돌아서 내실있는 경제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또 큰 재벌이 작은재벌의 형태로 많이 분화될 같습니다.작은 재벌에서 만들어내는 성장의 원천들이 생산력 있는 사업에 쓰일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고 과거처럼 어떤 한부분에서 쌓여진 잉여자원이 부실을 부조하는데 사용되지는 못 할 겁니다. ■최 교수 저는 재벌의 구조와 관련해 비관련 다각화 그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퇴출만 잘 되면 비관련 다각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퇴출이 안되는 이유는 퇴출시키고 싶어하지 않고 퇴출제도가 정비돼있지 않아 퇴출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근본적인 원인은 퇴출시 책임지고 손해보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 기업의 재무전략차원에서 한국기업은 성장의 선순환으로 돌아서야 합니다.성장의 선순환은 기업이 성장하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 자기자본조달이 쉬워지고 이것을 가지고 부채를 조달해 다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우리는 자기자본의 뒷받침 없이 부채에만 의존해 성장해온 것이 문제입니다. ■유 전무 상반기까지 뚜렷하던 개혁의 성과가 후반기 들어 더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정책당국이 ‘환란 극복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정부는 환란초기처럼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따라주고 손만 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경기회복,금융시장 안정을 정책의 성공으로만 보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지금쯤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최 교수 정부가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개혁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오히려 구조조정을 충분히 못한 채 정책전환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환란원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차관보 노동부문 개혁도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과거처럼 대마불사 신화를 믿고 하는 과격행동은 자제될 것이고 계약직 도입 등으로임금도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것입니다. ■유 전무 정부의 4대 개혁은 방향은 옳지만 기업부문에 집중된 불균형 개혁입니다.금융,공공부문,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합니다.노사안정은 정부 개혁의성공이라기 보다 환란위기에 따른 노동계 위축이 낳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합니다.노사정위원회는 이해당사자간 대화채널이라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정부가 노동계 편을 드는 바람에 위상이 변질됐습니다. ■최 교수 노사정위의 기능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파업 때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우루루 내려간 것은 노사정위의 원칙과 기능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행태입니다. ■유 전무 정부가 재계에 구조조정을 다그치면서 정리해고는 자제해달라고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거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당장의 소란을 피하기 위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아닌가요. ■이 차관보 노사정위의 성공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성과가있었다고 봅니다.지난해와 올해 커다란 노사분규가 없었고 노사간 대화관행도 어느 정도 정착됐습니다.정부는 노사 어느 한쪽을 편들지는 않으며 균형되게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전무 경기회복이나 강성노조의 요구 이외에 정부가 중점육성하고 있는벤처기업의 스톡옵션제 등이 향후 임금상승을 선도할 것으로 봅니다.다른 부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입니다. ■최 교수 벤처나 하이테크 산업의 임금상승은 높은 생산성으로 해소될 것입니다. ■이 차관보 평균임금은 안정될 겁니다.성과급 등 인센티브제는 확산되겠지만 성과에 기초한 것이어서 전체 임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과거에는 고임금산업이 저임부문으로 확산됐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겁니다.그룹 계열사간에도 임금차이가 날 거구요. ■유 전무 현재 경제상황은 ‘실물호전,금융불안’으로 요약됩니다.실물호전도 기술적 반등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고 무역수지흑자도 환율 등이 주된 요인입니다.실제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고 취업자도 늘지 않았습니다.금융은 외관상 성과를 거뒀지만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정적자가 커졌습니다.다시 말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최 교수 우리 경제의 문제는 부실의 문제입니다.부실의 본질은 기업·공공부문의 단기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였고 보다 근본적으론 관치금융,정경유착 등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였습니다.이에 대한 처방은 기업지배구조와금융시스템 개선과 경제주체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그동안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부실과 부실요인이 많이 사라졌지만 제도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안됩니다.아직 제도가 충분히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제도 마련에 만족하거나 제도개선의열매를 임기중에 따려는 조급증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차관보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간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과거 부실의 해소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구조개혁으로 향후 인플레 없는 내실성장의 기틀이 마련됐다고봅니다.개혁된 제도가 관행으로 정착하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일관성있게추진하는게 중요합니다. 공적자금투입으로 일시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지만 증자나 부실채권 매입 등 회수가능한 방식으로 투입됐다는 점이 과거와 다릅니다.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리 김균미 김환용기자 kmkim@
  • 현대 투자클리닉이 말하는 실패막기

    주식투자의 기본은 위험관리다. 요즘처럼 증시 주변상황이 가변적일 때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백발백중 낭패를 보게 된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원장 金智敏)는 개인투자자들의 실패원인을 원금집착증,수익조급증,물타기증,한탕선호증으로 나눠 그 사례와 처방전을 제시해 관심을 모은다. ■원금집착증 손해보고는 절대 팔 수 없다는 부류.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처분할 엄두를 못낸다. 주부 김모(52)씨는 89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기록하자 은행주식 1억원어치를 샀다.그뒤 주가는 하락했지만 때가 되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서 10년정도 보유했다.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해당 은행이 10분의 1 감자를 실시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김씨는 지난 7월 1,000선을 회복하자 왠만큼손실을 회복했을 것으로 보고 평가금액을 확인했다.그러나 계좌에 적힌 평가금액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우량주라도 주식을 살 때는 미리 감수할 수 있는 손실폭을 정해 놓고 철저히 손절매를 해야 한다. ■수익조급증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팔아 치우는 바람에 주가 급등으로 기대이상의 수익을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정모(41)씨는 적금탄 돈으로 지난해 8월 증권주 1,000주를 주당 8,100원에 샀다.주가는 횡보를 거듭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급등세를 탔다.더이상 오르겠느냐는 조바심이 일어 1만6,000원에 모두 팔아 치웠다.원금대비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지만 그뒤 이 종목은 6만원까지 올라갔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미국의 조지 소로스도 주가는 럭비공처럼 방향을 모른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주가는 오를 때 한없이 오르고 내릴 때는 끝을 모른다. 오를 때는 일정비율을 정한뒤 초기보다 투자규모를 줄여야 한다.투자규모를줄이는 것은 주가하락에 대비해 순차적으로 매도하기 위한 것이다. ■물타기 선호증 주가가 어느 정도 내리면 바닥이라고 판단,매입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추가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그러나 증시의 대세가 하락기에 접어들면 끝을모르고 내리기 마련이다. 주부 이모(32)씨는 지난 1월 남편 몰래 1,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은행주 2,000주를 주당 3,000원에 사들였다.한번에 전부 투자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여유돈을 남겼다.주가는 6월 들어 2,500원까지 떨어졌다.매수단가를 낮추기 위해 1,500주를 추가로 샀다.그러나 주가는 1,700원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이씨는 원금만 되면 팔고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위험관리를 전혀 모르는 투자법이다.주가가 빠질 때 물타기는 밑 빠진독에 물 붓는 격이다.내리는 주식에 손을 대선 안된다. ■한탕선호증 증시 관계자의 추천을 받거나,획기적인 제품이 나온다는 등의 뜬 소문을 듣고 특정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이다.단기투자로 한목 벌어보자는 생각에서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 한탕해 보자는 생각은 실패의 첩경이다.아무리 적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2∼5종목으로 나눠야 한다.상승 종목은 일정비율 만큼 추가 매입하고 하락 종목은 당초 설정한 손실폭을 근거로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문의는 (02) 567-4411. 박건승기자 ksp@
  • 매수타이밍 헛짚는 ‘개미군단’

    개미군단은 늘 ‘뒷북’만 치는가. 지난 1주일동안 8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한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보인 행태는 ‘약싹 빠른’ 외국인투자자들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지난25일 800선이 무너지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일제히 저점을 확인한듯 순매수세를 보인 반면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은 ‘팔자’로 일관했다.개인투자자들의 투자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대목이다. [혼란에 빠진 개미군단]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붕괴된 지난 25일 외국인들은 7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개인투자자들은 거꾸로 2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이어 26일에도 외국인들은 3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9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29일에는 양상이 더욱 확연해지면서 외국인들이 1,849억원어치의 매수 우위를 보인데 반해 개인들은 무려 4,776억원 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우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8,9월에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이 기간에 3조1,183억어치를 순매수한 뒤 주가가 곧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걸었지만 월 평균 종합주가지수는 933(8월),927(9월)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반면 외국인들은 6월 이후 9월까지 5조3,7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뒤 10월에는 7,1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주가지수 800을 ‘바닥’으로판단했기 때문이다. [개미군단은 억울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상반된 행태를 보인데 대해 “정보력 부재와 단타매매를 노린 수익조급증 탓”이라고 풀이했다. LG투자증권 윤삼위(尹三位)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국제통화기금(IMF)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신속히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가격을 정해놓고 장기매매에 주력하는 반면 개인들은 정보력보다 시장분위기 등 심리적인 측면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윤 선임연구원은 “최근사이버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초단기매매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곧바로 팔아 치우는 바람에 주가 급등으로인한 기대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리젠트자산운용 김석규(金錫圭) 운용담당이사는 “외국인이 순매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내년 국내 증시전망을 나쁘지 않게 보기때문”이라며 6개월 앞을 내다보고 투자한다면 지금은 매도가 아닌 매수 시점”이라고 밝혔다. LG투자증권 윤 선임연구원은 “개인들은 시황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시간과능력이 없으므로 시장을 주도하는 쪽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보다 주도세력과 함께 행동을 취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며 “특히 우량금융주,전기·전자주,정보통신·인턴넷 관련 첨단기술주 등 핵심 종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건승기자 ksp@
  • [제2공화국과 張勉](5)경제개발 5개년계획(下)/金立三씨

    1961년 봄은 張勉정부에게 마냥 장밋빛이었다.새해 들어 실업률은 줄고 세수(稅收)와 외환·금 보유고는 늘어나는 추세였다.4월혁명후 ‘부정축재 처리’에 걸려 전전긍긍하던 민간 경제계는 1월10일 ‘경제협의회’를 구성해 경제개발에 적극 동참할 태세를 갖추었다.게다가 각종 시위도 60년 말부터 눈에 띄게 잦아들어 사회는 안정을 되찾아갔다. 張勉정부는 ‘경제제일주의’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3월1일에는 전국적으로 국토건설사업이 막을 올렸고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도 확정 단계에들어섰다. 그 3월에 張勉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을 점검하고자 미국에서 찰스 울프박사 일행이 내한한다.세계적인 사회과학 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 소속의 울프박사는 미 국무부 요청으로 장기계획의 타당성을 조사하러 온 것이다. 당시 5개년계획 작성을 맡은 산업개발위원회에는 朱源위원장(훗날 건설부장관 역임)을 비롯한 쟁쟁한 엘리트들이 모여 있었다.런던정경대학원(LSE)에서 재정학과 경제발전론을 배운 金立三은 개발계획 가운데 재정·조세 부문을담당했고 한국은행에서 파견된 李經植(부총리 역임)은 거시경제 부문을 맡았다.崔珏圭(부총리 역임)도 그때 재무부 수습행정관으로 파견나와 있었다. 울프박사에 대한 브리핑을 金立三이 하게 됐다.그는 5개년계획에서 전력·석탄·비료·시멘트·화학섬유·정유·철강·농업을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또 연간 목표성장률을 6.1%로 잡았는데,이처럼 목표치를 높인근거로 ▒張勉정부의 경제개발 의지가 확고하며▒한국의 교육열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력을 양성했음을 들었다. 金立三은 “울프박사가 우리의 계획에 전반적으로 찬성했다”면서 “특히 민간 부문의 활기가 두드러져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해 모두들 만족했다”고 회상했다. 張勉정부와 미국은 울프박사의 평가를 토대로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함께 노력한다.양국의 이같은 자세는 최근 발굴한 미 국무부 문서 여러곳에서도 확인된다. 61년 4월11일 문서에는 미국 정부가 장기경제계획에 대한 원조를 발표하자張勉정부가 이를 무척 반겼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또 한국정부가 미국 고문단(울프박사 일행을 의미)과 상의하여 분주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4월13일 이임(離任)인사차 張勉총리를 만난 매카나기 주한미대사는 “張총리가 울프박사의 건설적인 충고를 받아들이겠으며,경제개발5개년계획이미래의 열쇠이므로 전력을 다해 실시하리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무부에보고했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61년 4월 그 내용이 일부 신문지상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張勉정부는 정식발표를 미루고 있었다.그해 7월 張총리가 미국을 방문,케네디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원조를 확실하게 약속받으려고했기 때문이다. 5월 들어 李漢彬 재무부 예산국장 등 실무진이 먼저 미국에 건너가 정상회담에 앞선 교섭을 하던 중 5·16쿠데타가 터지는 바람에 張勉정부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국민 앞에 선보이지조차 못한 채 역사의 그늘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쿠데타 세력은 5월27일 장면정부의 부흥부를 ‘건설부’로 이름을 바꿨으며7월22일에는 ‘건설부’를 폐지하고 다시 경제기획원을 신설하는 등 일련의조치를 취한다.그리고 이날 ‘종합경제재건5개년계획’(1962∼1966년)을 발표한다. 5·16후 두달엿새만에 공개된 이 5개년계획이 순전히 쿠데타세력의 작품일수 있을까.그동안 숱하게 쏟아져 나온 5·16주체들의 증언·회고록과 그들이 집권한 기간에 나온 공식문서들은 한결같이 “張勉정부에게는 참고할 만한경제정책이 없어 모든 걸 백지에서 시작했다”는 투로 주장한다. 그러나 李起鴻(당시 부흥부 기획국장)을 비롯해 張勉정부의 5개년계획에 간여한 이들은 “기존의 계획을 검토하는 데만도 1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그들의 주장을 일축한다.계획 수립의 실무 핵심이었던 金立三은 “그들은 張勉정부의 계획을 그대로 가져갔다.방법론은 물론이고 세부항목까지 거의 같은데 달라진 부분은 성장목표를 연 6.1%에서 7.1%로 높인 것뿐”이라고 증언했다. 金立三이 이처럼 자신있게 말하는 까닭은 ‘물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물증’이란 그가 지난 40년 가까이 소중하게 보관한 ‘제1차 5개년경제개발계획’(시안)이란 책자이다. 모두 717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등사본으로 제작한 이 책자는 표지에 ‘단기 4294년(1961년)5월 건설부’가 발간한 것으로 돼 있다.이 때의 ‘건설부’란 쿠데타 후인 61년 5월27일부터 7월21일까지만 존재한 부서 명칭이어서 이 책자가 5월 27∼31일 사이에 배포되었음을 입증해 준다. 張勉정부 출범 18일만에 쿠데타 모의를 시작한 세력은 ‘거사’에 성공한 지 10여일만에 앞선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또한차례의 ‘조급증’을 보인 것이다. 金立三은 “책 내용 가운데 바뀐 부분은 표지와 총론(總論)일부”라고 지적하고,張勉정부가 자유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한 데 비해 쿠데타 세력은 “한국경제체제는 자유기업제도와 정부에 의한 경제정책의 병존이며 이는 ‘지도받는 자본주의 체제’라고 총론에 못박았다”고 밝혔다. 1961년 5월은 張勉정부가 겨우 집권 8개월째에 접어든 때였다.4월혁명에 뒤따른 정치·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이제 막 경제발전의 날개를 펴려던 민주정부는 느닷없는 총칼에 유린당했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張勉정부가 기울인 경제개발의 노력,그리고그후의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토대를 닦은 사실은 이제 역사의 공정한 평가를받을 시점에 와 있다. - 5개년계획 핵심 역할 金立三 전경련고문 金立三 전경련고문(77)은 미국 미네소타대와 영국 런던정경대학원을 마치고1959년 6월 귀국해 산업개발위원회에 보좌위원으로 들어갔다.張勉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작성에 핵심 역할을 한 그는 62년 5월 정부기관을 떠나 그뒤로민간경제 부문에서 일해왔다. 金고문은 ‘朴正熙시대의 경제성장 신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먼저 “張勉정부의 경제개발계획과 군사정권의 그것은 외형상 비슷하지만 그 이념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張勉정부가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경제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반면 쿠데타세력은 처음부터 ‘지도받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내세워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는 통로를 열어놓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재계가 61년 1월 경제협의회를 구성하면서 張勉정부의 ‘경제제일주의’에 화답하는 ‘윤리제일주의’를 채택했지만 이같은 정신이 빛을 볼 겨를도 없이 쿠데타를 맞았고 이후 정경유착의 악습에 이끌려갔다고 주장했다. “경제면에서 張勉정부의 치적은 가히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金고문은 “특히 군사정권 초기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정치와 달리 인과응보 법칙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는데 군사정권은 장기개발 계획의 필수전제 요소인 경제안정 개념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군사정권의 무모한 개발 추진에 외화는 고갈되고 인플레까지 겹쳐 결과적으로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고 단정했다. “당시 한국경제는 도약의 호기를 맞았는데 군사정권이 실패하는 바람에 경제성장이 3∼4년 늦어졌다”고 비판한 金고문은 “오늘날 IMF의 간섭까지 받게 된 원인은 이미 이때에 잉태됐다”고 강조했다. 요즘 사회 일각에서 이는 ‘朴正熙 향수’에 대해서는 “실상을 정확히 몰라서인데다 일부 인사들이 부추겨 일어난 현상”이라고 잘라말하면서 “지금 (朴正熙)거품이 잔뜩 끼었는데 사그라진 뒤 국민에게 남을 공허감은 어떻게메우겠는가”라고 우려했다. 金고문은 ‘한강의 기적’의 원류는 張勉정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張勉정부가 만든 여러 계획을 보면 평가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박세리 열풍을 보면서/朴婉緖 작가(서울광장)

    운동에는 소질도 없지만 관심도 별로여서 게임의 규칙 같은 것은 더군다나 모르고 산다. 축구나 농구는 공이 들어가면 득점한 게 확실하니까 좋아도 하고 아쉬워도 하지만 야구만해도 관중들이 왜 저렇게 열광할까 이해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온 국민이 열광하는 경기는 나도 기다렸다가 구경도 하고,덩달아서 흥분도 하지만 우리 편이 빠진 경기는 그게 아무리 세기의 대결이라 해도 전혀 잠을 설칠 생각이 없다. 그러니까 경기의 묘미를 알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우리 편 잘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애국심에서 우러난 관전태도다. ○아름답고 강인한 다리 언더파라는 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최근의 박세리 열풍 덕이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샷인지 그것까지 분별할 안목은 없지만 파란 잔디를 굴러간 공이 구멍을 비켜갈듯 하다가도 뭐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살짝 휘면서 구멍 안으로 빨려드는 걸 볼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겠지만,다 먹고난 복숭아나 자두씨를 몇 발자국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쓰레기통을 향해 휙 던질 적이 있다. 나처럼 무딘 신경으로는 그것조차 명중률이 낮다. 고작 그런 수준으로 그저 신기해하며 구경을 하다가 박세리가 물가에서 벗은 발을 보고 비로소 골프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운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의 노련한 순발력도 돋보였지만 햇빛을 안 쬔 발이 어쩌면 그렇게 하얄 수가 있는지. 그의 피부가 그의 아버지와 비슷하게 검은 편이길래 그저 부전녀전(父傳女傳)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청동 기둥처럼 아름답고 강인한 다리와 흔들림 없이 당찬 태도와 만인이 찬탄하는 기량이 얼마나 고된 훈련의 결과라는 걸 알 것 같았고,엄혹한 조련사처럼 버티고 서 있는 아버지의 집념 어린 표정은 더욱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미국처럼 골프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박세리에게 그렇게 열광하는 것은 그럴만해서 그러는 것이고,우리 또한 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또 돈도 많이 벌게 됐다는 건 아무리 예뻐해줘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요새처럼 경제고 날씨고 짜증 날 일 밖에 없을 때,박세리가 우리의 우울증을 한 방에 날리고 상쾌한 바람을 불어넣어준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나 개인의 영달을 곧장 국력이나 애국으로 결부시키려는 조급증은 삼가야하지 않을까. 갤러리가 골프관중을 뜻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박세리 열풍 덕인데 갤러리의 매너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박세리가 미국에서 누리는 인기는 국적과 상관 없이 빛나는 개인에 대한 칭찬과 사랑이다. 국가대표로 나간 것도 아닌 개인자격의 프로 골퍼를 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자마자 마치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도장이라도 찍어서 못내보낸 게 한이라는 듯이 법석을 떤다면 다만 뛰어난 개인의 눈부신 기량과 늠름한 매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갤러리와 너무 대조가 된다. ○정신력 제일주의 이제 그만 이번에도 중계하는 해설자는 애국심과 함께 정신력의 승리라는 말을 강조했는데 혹독한 훈련을 견딘 건 물론 정신력이겠으나 타고난 체력과 소질과 그걸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전제되지 않은 정신력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제 그 소리 그만 듣고싶은 것은 뭐든지 정신력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을 것 같은 그 헛된 환상 때문이다. 박세리는 골프를 위해서 태어난 골프의 천재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를 위하여 태어났다. 생긴 것 만큼이나 천차만별로.
  • 경기대 고준환 교수 작 ‘굼벵이의 꿈 매미의 노래’

    ◎매미가 주는 교훈 삶의 지혜로 터득 〈아 매미여,마법에 걸린 곤충이여!… 나를 위해 그 연주를 조금만 약하게 해주지 않겠니?〉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는 매미를 보며 이렇게 읊었다.길게는 17년이라는 세월을 땅속에 묻혀 굼벵이로서 ‘기다림’의 나날을 보내는 매미.파브르가 그랬듯이 우리 인간도 괴로울때 힘을 북돋아줄수 있는 삶의 표본으로 매미를 관찰해보면 어떨까.경기대 고준환 교수(법학과)가 매미로부터 얻는 삶의 지혜를 가득히 담은 우화집 ‘굼벵이의 꿈 매미의 노래’(밀알)를 냈다.굼벵이가 무려 7차례의 허물벗기를 통해 갖은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매미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경쾌한 문체로 그렸다. “맴 맴 쓸음 쓸음 쓰라람 쓰르쓰르 샤 줄…” 이야기는 시원한 매미의 노래로부터 시작된다.무엇을 위해 그토록 힘차게 노래 부르는 것일까. ‘굼벵이의 꿈…’은 카오스로 치닫는 이 시대 우리 모두를 위한 자그마한 인생독본으로 읽힌다.‘인생교사’로서의 매미.이 작은 미물은 우리에게 체질화된 조급증을 털어버리고 기다림의 미학을 터득할 것을 권한다.전주대 하수경 교수(미술학과)의 삽화가 함께 실려 이야기의 생동감을 더해준다.깨달음을 위한 길잡이로 ‘신선이 되는 길’이란 부록도 실었다.신선도에 이르는 구체적 수련법으로 기체조,단전호흡,수식선을 소개하며 천부경·삼일신고·반야심경·참전계경·아하경 등 경전의 세계로 안내한다.오직 ‘참된 나’로 돌아가야만 영원한 광명세계에서 자유자재롭게 살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 실업·복지/교육개혁/사회병리(정가 초점)

    ◎실업·복지/명퇴실직·중기복지 향상 대책 있나 31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의원들은 복지·교육·사회병리현상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복지분야에선 실업대책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예산증대 등을 추궁했다. 이해찬 의원(국민회의)은 『월평균 수입이 400여만원인 한 은행간부는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며 근로자 노후대책등을 따졌다.이의익 의원(자민련)은 『모그룹 계열사는 2천명의 직원가운데 820명을 명예퇴직으로 해고했다』고 밝혔으며 변웅전 의원(자민련)은 『세대교체라는 해괴한 논리에 「40대에 출세못하면 끝장」이라는 조급증을 유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박세직 의원(신한국당)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임금뿐 아니라 복지혜택도 열세,인력난 가중과 근로의욕 저하 등에 허덕이고 있다』며 중소기업 복지문제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황규선 의원(신한국당)은 『복지정책은 빈곤층을 구제하는 시혜적 차원에서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21세기 한국형복지모델 수립을 촉구했다. 이미경 의원(민주당)은 『복지예산은 국내총생산(GNP)의 1%로,선진국 8%에 크게 못미치고 삶의 질은 세계 32위이다』라며 『언제까지 아동·노인·장애인·의료·실업 등의 비용을 일반가계가 부담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교육개혁/사교육 의존 심화… 공교육 붕괴 우려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과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교육감 선거비리 등이 쟁점이 됐다.의원들은 전인교육의 실종과 학교교육의 신뢰상실 등을 우려하면서 교육행정의 전면개혁을 촉구했다. 자민련 변웅전 의원은 『문민정부 44개월동안 두번의 교육관계법이 개정되는 등 예측불가능한 교육환경 때문에 정상적 교육을 저해해왔다』며 『이는 교육에 대한 정부의 무소신·무정책·무능력의 증거』라고 공박했다. 신한국당 함종한 의원은 『학생생활기록부와 학교운영위원회·신대학제도·초등학교 영어교육 등의 문제에 대한 정부개혁 정책은 졸속이었다』며 『교육정책을 바꾸지 않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비난했다. 신한국당 이상현 의원은 『극단적이기주의와 도덕성 상실은 잘못된 교육정책이 원인』이라며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가치관을 세우는 시민교육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회의 이해찬 의원은 『교육감선거와 예산집행과정의 비리를 막기 위해선 교육행정의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로 지난 94년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17조9천6백4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병리/“가치관 타락 결과 막가파 생겨” 개탄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메스」도 날카로웠다.여야 의원들은 과소비 낭비풍조와 윤리·도덕의 실종 등 「신한국병」을 집중 질타하고 다양한 처방책을 내놨다. 신한국당 박성범 의원은 『향락주의와 물신주의·찰나주의·이기주의·무원칙­냉소주의는 터무니 없는 자만심,지역감정과 더불어 국민의식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부정부패 고리차단을 위한 지속적 개혁을 촉구했다. 자민련 이의익 의원은 『뉴질랜드의 300여 사슴목장이 한국인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고 400이상 대형냉장고 구입이 일본의 두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국민회의 한영애 의원은 『이 부끄러운 사회에서 국민은 절망감속에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신한국당 박세직,자민련 변웅전의 원은 『가치관 타락과 향락퇴폐문화의 확산으로 「더러운 세상·막가는 세상」이라며 「막가파」가 생겨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부부싸움끝에 자식을 죽이며 부인이 정부와 짜고 남편을 독살하는 사건도 예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변의원은 진보와 보수의 조화된 국정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수성 국무총리는 『한국병 치유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자발적 사회운동과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 「쌍방향 TV」 실현 계획 주춤(현장 세계경제)

    ◎기술 부족·상업성 결여로/미사 시험방송 중단… 영 등서도 잇달아 연기/네트워크 디지털화·설치비 대폭인하가 과제 멀티미디어 사업관련자들에게 95년은 미 뉴욕주 로체스터 외곽의 클린트우드 아파트 단지에서 충격과 함께 밝아왔다.이 단지 52가구는 지난 몇달 동안 멀티미디어 혁명의 최선두 주자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말로만 떠돌던 「쌍방향 TV」의 실현을 눈 자앞에 둔 세계에서 몇 안되는 곳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각 가정의 TV 위에 설치된 자그만 박스(셋톱박스)는 시청자들이 앉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진짜「요술상자」였다. 그러나 이 상자가 실험하는 쌍방향 TV는 얼마 안가 외면당하기 시작했다.보고싶은 영화가 있을 때면 시민들은 이 상자를 이용하지 않고 예전처럼 직접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고 급기야 사업주체였던 로체스터 텔레폰은 이 상자를 회수,쌍방향 TV실험은 중단됐다.이로써 쌍방향 TV시장을 겨냥한 벨 아틀란틱과 TCI,사우스 웨스턴 벨과 콕스 엔터프라이즈 등 전화회사 및 케이블(CA)TV회사간의 야심에 찬 합병과 제휴를 목격했던 한 해는 무위로 막을 내린 셈이다. 타임워너,영국 RT,바이어콤 등 쌍방향 TV의 선두주자들도 속속 시험방송을 연기했고 AT&T와 GTE,퍼시픽 텔레시스도 실험을 취소했다.TCI와 마이크로 소프트,US웨스트,벨 아틀란틱 등 이미 시험방송에 들어간 회사의 쌍방향 TV방송은 그나마 「우호적인」사용자 즉 직원들에게만 제한돼 진정한 실용성과 상업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한마디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쌍방향 TV는 기술부족과 이를 참지못한 시민들의 조급증 앞에 주저앉게 된 것이다. 쌍방향 TV가 제공하는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는 시청자가 화면상의 메뉴에서 보고싶은 것은 뭐든지 선택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야한다.이를 위해서는 TV회사는 수용자와 주고받는 2개의 선로를 깔아야 하고 중앙통제소엔 다수의 컴퓨터와 비디오저장시설이 필요하다.이 정도의 하드웨어는 쌍방향 네트워크 제공에 들어가는 비용(1천∼1천5백달러)보다 최소 2백∼3백달러는 더 든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이에 따라일방통신을 제공하고 있는 대부분의 CA회사들은 대안으로 「유사」VOD를 마련해 놨다.그러나 유사VOD에서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크게 제한된다. 시청자들은 수천개의 프로그램 대신에 12개 정도의 인기있는 프로를 제공받는다.TV회사는 이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른 채널을 통해 연속적으로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은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유사 VOD도 결국에는 다수의 채널을 필요로 한다.12개의 영화를 계속 방영하기 위해선 1백개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는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로는 어렵다. 따라서 업계에선 네트워크의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기존의 일방 1선만이라도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는 편이 채널 확보면에서나 비용절감 차원에서 훨씬우리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광고에 광고를 거듭해온 전면적인 쌍방향 TV가 그 「실물」을 드러내도록 강하게 요구받게 됨에 따라 미국의 멀티미디어 관련 회사들은 미뤘던 네트위크 디지털화를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회사도 과연시청자들이 얼마만큼 돈을 지불할 것인지 또 얼마 정도의 이윤을 붙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휴렛 패커드 등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시청자들은 월10달러의 이용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막대한 초기 시설투자비를 건지지 못할 게 뻔하다. 물론 쌍방향 네트워크가 「완전히」가동될 경우 광고료와 전자쇼핑몰 이용료 등의 수입이 보장될 수도있다.다만 이 멋진 「네트위크」가 실험실이나 일부 사업가의 머리속에만 존재한다면 광고주건 상인이건 아무도 큰돈을 내놓지 않을 것은 불문가지다. 1년 전만해도 전화회사와 CATV회사측이 합심,쌍방향 TV시장 구축을 위한 재원마련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전화회사나 CATV회사는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한채 상대시장 잠식에 열을 올리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쌍방향 TV의 미래는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사정은 비슷하다.독일과 덴마크처럼 케이블 네트위크가 잘 구비된 국가에선 실현시기가 앞당겨질 것이지만 프랑스나 아탈리아 같은 나라에선 좀 더 늦춰질 것이다.그러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싼 비용을 낼만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는 점치기 어렵다.
  • 패왕전/“일지매” 유창혁 타이틀 첫 도전

    ◎서울신문사 주최,25일 이창호 7단과 첫 대국/“세계최고 공격수 이름값 하겠다”/통산 17승37패로 열세… “정신력 집중으로 공격” 「일지매」유창혁6단(29)이 새해 첫 타이틀 사냥에 나섰다.11일「승부사」서봉수9단을 2연승으로 꺾고 생애 처음으로 전통의 패왕전 도전권을 따낸 유6단은 오는 25일 패왕 이창호7단(20)과의 서울신문사 주최 제30기 패왕전 도전5번기 제1국을 앞두고 『반드시 쟁취하겠다』며 굳은 결의를 보였다. 유6단은 『새해 첫 타이틀전이 마침 처음 도전권을 따낸 패왕전이어서 더욱 욕심이 난다』면서 『올 한해 바둑농사를 좌우하게 될 패왕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더구나 그는 상대가 최강인 이7단이어서 더욱 고무되고 있다. 유6단은 이7단을 상대로 지난 92년까지 10승20패,93년 3승10패,지난해 4승7패 등 통산 17승37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또 현재 왕위·박카스배 등 2관왕에 그친 반면 이7단은 11관왕에 등극,기록상 현격한 실력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 자신도 이7단에 대해 『포석,중반,끝내기 등 바둑 전반에 걸쳐 흠잡을 만한 곳이 없는데다 정신력도 뛰어난 벅찬 상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단지 기력만을 비교할 때 이7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해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집중력과 뒷심 부족,조급증 등 기력 외적인 요소도 패인으로 크게 작용했었다고 스스로 진단하고 있다.요즘 집 근처 도봉산에 올라 정신력을 모으는데 열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6단은 국교시절 어린이국수.학초배를 차지하며 두각을 내기 시작,바둑명문 충암고 2년 때인 84년 세계아마선수권대회 준우승한 뒤 그해 프로에 입문했다.이후 88년 대왕전,90년 기성전을 쟁취한 후 92년 왕위에 올라 4인방의 일각으로 성장했으며 93년 제6회 일본 후지쓰(부사통)배 우승 등 세계 기전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국제기전의 사나이」로 불려지고 있다.그는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한 속기파이자 전투에 강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정평나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국제기전에서도 부진했습니다.올해는 패왕전을 필두로 국내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66년 서울 출생으로 3남4녀 중 다섯째.취미는 영화감상.
  • 고달픈 40대(외언내언)

    일본 대기업 부과장들은 스스로를 「회사가 기르는 짐승」이라고 자조한다.일본 아사히신문사가 발행하는 월간아사히 7월호에 난 기사다. 야생짐승이 집에서 길러지면서 야성을 잃은 가축이 되듯이 입사이래 몸도 마음도 회사에 매여 자존·자립심을 잃어가는 자신들은 가축과 비슷한 짐승,즉 「사축」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들의 일과는 스트레스로 점철된다.지하철 사고등 불가피한 일로 지각을 해도 「내일은 여유있게 출근하겠다」고 사과해야 한다.술자리에서 상급자가 업무관련 이야기를 하면 「짜증스럽고 듣기싫어도」「업무중이라 여기고」귀를 기울여야 한다. 연극·영화표를 샀더라도 회의가 있으면 포기하고 결산기에는 고열이 나도 출근해야 하며 사적인 모임에는 회사배지를 떼지않고 참석한다.심정적으로는 공·사를 구분하고 싶지만 「회사일 위주」로 살아야 하는 고달픈 40대다. 장자크 루소에 의하면 남자의 40대란 「야심만만」이다.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안정권에 정착되어 더높은 것을 지향해야 한다.그러나 성취감에 미치지 못한채 조급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해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리국민의 평균수명은 71.57세.남자나이는 67.66세로 45세에서 49세까지의 사망률은 세계 평균치 5.87명보다 45%나 높은 수준이다. 과학·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평균수명은 계속 연장선상에 올라 미국의 유전학자들은 20년내 「인생 4백년시대 도래」를 관측하기도 한다.실제로 6백69세의 성서속의 므두셀라를 재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하루하루가 조급증과 불만,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것이 1백살인들 무의미할 것이다. 나날이 길어지는 평균수명 앞에서 40대는 아직 푸픈 등불같은 희망과 기대가 반짝이는 나이일지도 모른다.스스로를 「사축」으로 비하하여 수명을 재촉한다면 그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 “규모 작지만 짭짤”… 중국 사기업 번창(특파원코너)

    ◎1천4백만개 등록… 올 50만개 창업/“농사꾼서 백만장자로”… 입지전 회자/한때 투기꾼으로 매도당하는 시련 겪기도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에서도 「개인기업」들이 번창,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라는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사기업들은 예상되는 경제자유화폭의 확대와 함께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사기업 소유자중엔 가난한 농사꾼이나 청소부에서 일약 백만장자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도 적지 않다.요즘 중국언론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북경의 무역업자 모우 키숑(52)은 「파리도 고기다」는 격언에 따라 조그맣게 시작한 사업을 지금은 자본금 1억원(1천9백만달러)의 큰 무역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아직 자본주의국가의 기준으로 볼때 기업이라 할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현재 중국에는 1천4백70만개의 개인기업이 있으나 이들은 대개 7명이내의 인원으로 구성된 가족단위로 이뤄져 있다.올들어서만도 50만개의 개인기업이 새로 생겨났다.그러나 많은 개인기업들이 세금과 금융혜택을 받기 위해 소규모 집단농장으로 위장하고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항공·철도·금융 등 국가기간산업과 주요 원자재의 생산 및 판매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개인기업을 허용하고 있다.이 개인기업들은 해외지점을 설치할 수도 있다. 국영기업들이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약3분의1이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개인기업들은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속속 개발함과 동시에 알찬 경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숫적 증가와 함께 이들은 사업영역도 활발히 확대시켜가고 있다.현재로서는 개인기업의 4분의3이 소규모 상점·식당·수리점들이지만 건설·광고·첨단기술분야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아직 이들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총생산(GNP)의 10%로 미미하지만 이들은 중국경제 전반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개인기업은 지난 78년 경제개혁이 시작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당국의 묵인하에 나타난 소수의 이들 개인기업은 그나마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한동안 「투기꾼」,「사기꾼」등으로 매도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정통파 이데올로기세력들은 개인기업을 「신생 부르주아」라고 공격했다.또한 「착취자」라고 매도하면서 이들에 대한 새로운 계급투쟁을 부추기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공격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에 밀려나 버렸다.중국정부는 앞으로도 민간부문에 대한 통제를 더욱 완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붉은 자본주의 사기업」들은 아직도 여러가지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이들은 은행융자를 받거나 원자재를 공급받는데 있어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다.시장경제를 도입한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는 개인기업을 하려면 뇌물을 바치거나 연줄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개인기업들은 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국영기업으로 귀속시키는 포고령을 발동할 경우 보호받을 길도 막연하다.이것은 개인기업이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는 요인이다. 이러한 불안은 개인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조급증을 심어주고 있다.북경의 한 의류상은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당장 벌 수 있는 만큼 부지런히 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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