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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정권 말 도 넘은 ‘밀어붙이기 정책’

    ‘밀실 추진’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외교통상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부처 폐지 비난 여론까지 들끓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도종환 시 교과서 삭제 파동, 국제환경단체들의 뭇매를 맞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포경 계획, 준비 소홀로 유네스코로부터 거부당한 환경부의 비무장지대(DMZ)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아마추어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정용어 순화 고시 취소 해프닝…. 정권 말 공직사회의 엇박자가 연일 도를 넘어선다. 국가의 중대 사안을 툭 한번 내지르고 보는 ‘아님 말고’식 행정이 기강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국민과의 교감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빚어진 정책 논란들은 정권 말 레임덕 현상의 전형으로 지적된다.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을 내놨다가 반대에 부딪히면 번복하는 행태는 정권 말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행정 폐단이라는 것. 임도빈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들이 앞다퉈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이슈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자기 부처가 다음 정권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홍역 끝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한·일정보보호협정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대통령 임기 말 존재 과시용 카드가 필요한 청와대 인사들과 일방통행식 행정에 무감각해진 외교부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논란들은 공개 행정 원칙을 무시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의 향방과 관계없이 일방적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권의 정책 추진 방식이 한꺼번에 물의를 일으켰다.”고 짚었다. 부처 간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하다 국제적인 화살을 맞은 농식품부의 포경 계획,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이다 유네스코의 첫 지정 거부 사례가 된 DMZ 보전지역 지정 추진 등도 안일한 행정 실적 지상주의의 결과물로 꼬집힌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 사무총장은 “업무평가제를 의식해 공직사회 전반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겠다는 조급증을 앓고 있다.”며 “실제로 정책 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정도가 급격히 줄어든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고민 없이 치고 빠지기식 정책을 일삼는 ‘먹튀 행정’에 국민적 공분도 연일 들끓고 있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예술과 정치도 구분하지 못하는 한심한 공무원들”(도종환 시 삭제 파동),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지자체 하나 먹여살리려는 안이한 상업용 포경 정책”(포경 정책) 등의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실적 쌓기 정책들이 정권 말에 물의를 빚는 현상은 필연적 결과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터져나온다. 중앙 부처의 한 기획조정실장은 “정권 말에 실적을 의식한 공무원들의 경쟁으로 밀어붙이기식의 설익은 정책들이 터져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황수정·김양진기자 sjh@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이 미국보다 ‘빠른 것’/김균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한국이 미국보다 ‘빠른 것’/김균미 국제부장

    우리는 선진국, 특히 미국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비교 결과에 따라 우리를 자리매김하곤 한다. 최근 10년 새 한국이 미국보다 ‘앞선 것’이 어떤 게 있나 꼽아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빠른 것’이 어떤 것들이 있나 생각해봤다. 얼추 네댓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인터넷 속도다. 한국처럼 인터넷 속도가 빠른 곳도 드물다. 관련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오지가 아니라면 신청 당일, 늦어도 2~3일이면 대부분 인터넷이 개설된다. 미국은 3~4년 전만 해도 최소한 1주일은 기다려야 집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었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요즘도 당일 또는 신청 다음 날 개통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속도가 워낙 느려 한국 인터넷의 속도감에 익숙한 사람들은 속이 터지기 십상이다. 다음은 행정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민원 부서에 대한 불만을 종종 접하지만 미국에 가 보면 그런 불만이 쏙 들어간다. 서류 한 장을 떼거나, 운전면허를 신청·갱신할 때,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되길 기다리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역시 한국이 최고야.”를 연발하며 애국자가 되곤 한다. 행정 전산화가 워낙 잘돼 있고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여유를 갖고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 특유의 ‘퀵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1~2시간 내에 수도권 웬만한 곳에 주문 배달이 안 되는 게 없다. 외국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한국의 대표적인 속도 문화다. 배달 문화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피자 정도는 집으로 배달해 주지만 맥도널드 햄버거를 자정이 넘어서까지 배달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 다음은 빠르다기보다 ‘앞선’ 것으로 교육열과 고등학생의 수학·과학 평균 성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한국은 미국을 앞선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공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마다 단골로 거론하는 게 바로 한국 부모의 교육열과 학생들의 성취도다. 위에서 거론한 것 말고 올 12월에 또 하나 미국보다 빠른 걸 추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미국이 ‘실패’한 여성 대통령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4년 전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이냐, 아니면 여성 대통령이냐는 최대의 뉴스였다. 결론적으로 미 국민들은 성별의 벽보다 인종의 벽을 다시 한번 먼저 깨뜨렸다.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경선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빨라야 4년 뒤의 일이지만 한국은 그보다 빠를 수도 있다. 며칠 전 부산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정치학을 강의하는 이 교수는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여성 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40대 여성을 주시하라고 했다. 소속 정당을 떠나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수면 아래 깔려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그 분석에 대한 공감 여부를 떠나 여성 대통령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중학생인 딸 친구들에게 “여성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누구누구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토가 되돌아오곤 한다. 스스로 생각한 것도 있겠지만 집에서, 주변에서, TV에서 보고 들은 게 아닌가 싶다. 힐러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역대 어느 국무장관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대통령 부인 때부터 상원의원을 거쳐 지금까지 여성 문제, 글로벌 여성 리더십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이제는 힐러리의 정치력과 리더십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힐러리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4년 뒤에도 “우리는 이뤄낼 거야.”(Yes We Will, 힐러리의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슬로건)를 외치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보여준 게 많고 기대가 높아 아쉬움도 많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kmkim@seoul.co.kr
  • [한일정보협정 보류] 정부 ‘조급증’은 中견제 노린 美입김 때문?

    한국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조기에 체결하려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최우선 순위가 중국 봉쇄 정책으로 설정되면서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3자 동맹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오래전부터 한·일 양국에 관계개선을 통해 군사적 유대 강화를 주문했고, 특히 최근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 측이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14일 워싱턴에서 한·미 2+2회담이 열린 지 보름 만에 한·일 양국 정부는 정보협정 체결을 위한 내부 절차를 모두 마쳤다. 당시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에서도 한·일 정보협정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다. 공동성명은 “양측 장관들은 지역평화 및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측 장관들은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해 3자 안보협력을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이 성명의 첫 단추가 이번 군사협정 체결로 연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 당국자가 27일 한·일 정보협정 체결 임박과 관련, “구체적인 논평이나 답변은 양국 정부의 몫”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환영한다.”고 말한 데서 속내가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2010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주도로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당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이 중국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에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이 이지스함의 서해 파견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일본 쪽에서 나오기도 했다. 일본 의회가 최근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하면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전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은 것도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국무부 당국자는 지난 27일 “일본 정부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원자력을 사용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핵무장’ 우려를 일축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웠는데,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고무하고 한국을 함께 묶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선행학습병/임태순 논설위원

    에디슨, 처칠, 아인슈타인… 모두 세계 역사를 바꾼 위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학습지진아들이었다. 에디슨은 저능아 취급을 받아 정규교육을 포기했고, 처칠은 낙제생에 말썽꾸러기였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였지만 초등학교 시절 구구단을 외우지 못할 정도로 무능아였다. 그뿐만아니라 담임교사로부터 “너의 존재로 내 학급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한다.”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었다. 유대인들은 지구상에 1400만명이 살고 있지만 노벨 수상자의 4분의1가량이 이들이다. 1901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84명이 수상해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와 100대 부호 중 20%가 유대계라고 한다. 70억 지구 인구의 500분의1(0.002%)에 불과하지만 성취도(?)는 1000배 이상 높은 것이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너는 오늘 뭘 물어봤니.”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어머니들은 “오늘 뭘 배웠니.”라고 묻는다.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자세와 교사가 가르쳐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등 극동 3국의 교육열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경구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그리 높지 않아 교육효율은 매우 낮다. 몇년 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중·고교생 중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한글을 깨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행학습을 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우리 글을 읽고 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선행학습이 오히려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감퇴시키고 집중력을 저하시켜 재앙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선행학습법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내 자녀가 정규 교과과정에서 앞서야 한다는 이기심과 조급증,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분히 한국적인 현상이지만 선행학습은 배우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감퇴시켜 오히려 학력 증진에 역효과를 일으킨다. 선행학습은 또 사교육 수요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고기를 잡아서 아이들 손에 쥐여줄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노벨상 수상자가 되게 하려면 선행학습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 그러면 부모, 아이들 모두 행복해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서울로 간 임사부/주현진 베이징특파원

    ‘서울로 간 임사부.’(林師傅在首爾) 한국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기 중국 드라마 제목이다. 중국 사천(四川)요리의 달인 임사부가 우연히 서울에서 폐업 위기에 처한 중식당을 구해 중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사랑도 이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보다 드라마가 중국인의 업그레이드된 ‘문화적 자신감’을 보여 준다고 극찬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칼럼(3월 29일 자)이다. 칼럼은 우선 1989년 ‘뉴욕으로 간 베이징인’의 주인공이 중국을 버렸던 것과 달리 2012년판 임사부는 서울의 풍요로운 물질생활이 아닌 사천요리를 전파하기 위해 서울에 남기로 했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중국인의 ‘문화적 자신감’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방송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시 말해 이제 중국도 자국의 황금시간대에 주로 한국 드라마를 틀던 관행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편성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수준이 됐다며 ‘문화적 자신감’을 가져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드라마가 동남아로 수출이 잘 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드라마 ‘아내의 유혹’으로 인기를 끌었던 장서희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한류의 산실인 ‘서울’이 배경이 됐기 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한류 스타와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묻어 간 이른바 ‘한류의 아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훤히 알면서 공산당 기관지가 앞장서서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오버’한 것은 왜일까. 답을 구하려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7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핵심 의제가 정치도 경제도 아닌 문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회의에서 통과된 문건의 제목은 ‘문화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사회주의 문화의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중대 문제에 대한 결의’다. 오는 2020년까지 문화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 중국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세계 2강(G2)의 위상에 올라섰지만 문화 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 실제로 중국 문화산업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드라마 등에 치인 형국이다. 최근 황금시간대에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을 규제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경계하고 있지만 거꾸로 한국 연예인을 섭외해 드라마를 제작할 정도로 한류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 문화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공자·소림사·쿵후 등 예스러운 것만 가득하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문화 코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제작해 국외로 수출한 것을 갖고도 문화적 자신감 운운한 것은 자국의 문화산업 증진을 갈망하는 조급증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문화체제 개혁’은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향한 ‘열망’과 함께 이를 건설하는 데 배치되는 내용(인터넷 통제 강화 등)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젓곤 한다. ‘중국특색 사회주의 견지’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중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덩치를 키우면 당을 대변하는 중국의 관영 언론도 언론 자유를 표방하는 서방 언론처럼 국제 영향력과 신인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화적 자신감은 문화적 소프트파워 건설을 통해 ‘세계가 좋아하는 중국’, ‘매력 있는 중국’을 만들 때 생긴다. 임사부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세계인이 임사부를 보고 싶어 할 때,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도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은 아닐까. jhj@seoul.co.kr
  • [사설] 야권연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 아닌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야권연대가 중대 기로에 섰다. 4·11총선을 앞두고 양당 간 선거 공조가 서울 관악을 경선 여론 조작 파문을 비롯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양당이 오로지 ‘승리 지상주의’에 집착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꼴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나 ‘야권 통합후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진보신당 측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야권 단일후보’라면 모든 야당이 후보 단일화에 참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이다. 진보신당 말고도 야권연대에 끼지 않은 정당이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국민생각 등 수두룩한 사실을 감안하면 합당한 해석이다. 양당은 이런 기초적 법리조차 간과한 채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연대로 포장하는 데만 급급해 온 인상이다. 정강정책의 차이점도 묻지 않고, 지역구별로 양당 예비후보자의 지지율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당 김희철 의원 간 서울 관악을 경선에서 그런 조급증이 부른 부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후보 측이 여론조사 응답자의 나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어디 그뿐인가. 경기 고양 덕양갑과 서울 노원병·은평을 등에서도 부정 경선 의혹이 속속 제기됐다. 이 또한 유권자와 내부 구성원의 의사를 묻는 민주적 절차를 왜곡한 부작용이다. 총선·대선 승리가 지상목표인 민주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목말라하는 진보당의 이해가 맞물려 당초의 국민참여 경선 원칙을 저버린 결과다. 물론 우리는 집권을 위해 정당 간 선거연합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정책 연대’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정도라고 믿는다. 그러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주의를 무시한 ‘지분 나눠먹기 연대’는 극히 후진적인 행태일 뿐이다. 양당은 이제라도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지역 경선 승자를 자진 사퇴시키는 것만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묻지마 연대’의 후폭풍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2)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 루쉰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2)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 루쉰

    1898년, 루쉰은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들어가기 위해 고향 샤오싱을 떠났다. 집을 떠나는 장남의 손을 잡고, 루쉰의 어머니는 “어쩔 수 없어 8원의 여비를 마련해 주시며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셨다.” 어머니의 울음에는, 가세가 기울어져 더 이상 과거공부를 시켜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갈 곳을 찾지 못한 아들에 대한 걱정과 가여움을 담고 있었다. 사실 루쉰의 어머니가 이렇게 서럽게 운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 시절은 경서(經書)를 배워서 과거를 치르는 것이 정도(正道)였고, 사회통념상 소위 양학(洋學)을 배운다는 것은, 갈 곳 없는 사람이 서양 오랑캐에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간주되어, 몇 배의 수모와 배척을 당해야만 했기”(납함, 자서) 때문이다. 1898년, 18세가 되는 해에 루쉰은 새로운 길을 찾아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루쉰의 본명은 저우슈런(周樹人·1881~1936)으로, 저장성(浙江省) 샤오싱(紹興)에서 태어났다. 저우 집안은 그 지역에서 웬만큼 산다는 집안이었으나, 과거시험 부정을 꾀했다는 이유로 조부가 투옥됐고, 조부의 관직 외에는 생활수단이 없었던 독서인 집안은 이로부터 가세가 기울었다. 설상가상으로 병에 걸린 부친의 약값을 대느라 재산은 탕진되었다. 집안의 장남인 루쉰은 집안의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는 일, 그렇게 빌린 돈으로 한약방에 가서 부친의 약에 쓰일 희한한 약재들을 사는 일을 도맡아야 했다. 14살의 소년은 재산과 권세가 가시자 차갑게 돌변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세상의 인정세태를 깨달았다. 루쉰에게 고향 샤오싱은 자신을 얽매고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들의 집합소나 다름없었다. 샤오싱은 중국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전통적 가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고향은 흡사 고인 물처럼, 현재의 도살자들로 가득했다. 루쉰이 소설가로 발을 내딛으면서 말했던 ”철로 만든 방“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방은 철로 만들어져 깨부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질식사를 기다리듯 그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루쉰은 철방에서 홀로 잠을 깬 자였다. 그는 평생에 걸쳐 철방 속 적막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사회활동에 더 매진하거나 옛 문헌을 파고들었다. 루쉰은 바로 그런 철방과 같은 고향을 떠났다. 흡사 지금까지의 자신과 결별하듯, 스스로 탯줄을 자르듯. 자신을 짓누르던 전통의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때, 루쉰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진화론’이었다. 1901년, 루쉰은 옌푸(嚴)의 ‘천연론’(天演論)을 통해서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라는 용어를 접했다. 당시 진화론은 생물학적 다위니즘을 비롯해 사회 다위니즘, 상호부조론 등이 한데 뒤섞인 채 물밀듯이 중국으로 들이닥쳤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인 중국 지식인들은 진화론을 받아들임으로써 중국을 근대 세계와 같은 궤도에 두고, 제국주의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했다. 루쉰의 세대에게 진화론은 일종의 돌파구였다. 처녀작 ‘광인일기’(1918)에서 루쉰은 중국 전통의 예의와 도덕의 해악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며, “아이들을 구하라.”고 외쳤다. 자신과 같은 기성세대는 “인습의 무거운 짐을 지고 암흑의 수문을 어깨로 걸머질” 터이니, 아이들은 자신들을 밟고 넓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루쉰은 꽃을 피우기 위한 거름이 되기를 자청했다. 1902년 루쉰은 국비로 일본에 유학을 떠난다. 의화단사건(1900)에서 승리한 서구 연합국들이 청나라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청나라의 해외유학생 파견에 전용하기로 결정한 덕분이었다. 일본에 간 루쉰은 망설임 없이 의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부친처럼 어리석은 처방과 치료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의학은 중국을 구해줄 과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이른바 ‘환등기사건’으로 여지없이 깨졌다. 루쉰이 의학을 공부하던 시기는, 바야흐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을 때였다. 수업시간 틈틈이 선생들은 환등기를 틀어주었는데, 어느 날 루쉰은 거기서 자신이 떠나온 고향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당시 그가 본 환등기 필름은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스파이 혐의를 받은 중국인을 처형하는 장면이었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 옆에 일본인 병사가 칼을 치켜들고 있다. 멍한 표정의 구경꾼들은 모두 변발이었다. 동족의 처형을 구경거리인 양 멍하니 바라보는 중국인의 사진 앞에서 루쉰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의대를 그만뒀다. 의학으로 구국하겠다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제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하다 하더라도, 하잘것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구경꾼밖에는 될 수가 없었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런 일은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납함, 자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루쉰의 답은 “문예”였다. 어리석고 약한 국민을 치료하는 데는 신체를 고치는 의학이 아니라 정신을 고치는 의학, 즉 문예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펜으로 ‘중국인의 열근성(劣根性)’을 해부하고 치료하겠노라! 신체에 깃든 병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치료하듯, 루쉰은 글을 써내려갔다. 그에게 글쓰기는 익숙함에 안주하는 중국인들을 향한 공격에 다름 아니었다. 한 치의 위로나 연민도 없었다. 새것조차 헌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중국인의 사유방식, 그것의 기초가 되는 철학, 신화, 예술, 고전 등 모든 익숙한 것에 총공격을 가했다. 전통의 해독(害毒)에서 청년들을 지키기 위해 고문은 읽지도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 이 모두가, 탁자 하나를 옮기는 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필요로 하는 중국의 견고한 전통과 인습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다. 루쉰은 우리에게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 기실 그는 세 권의 단편소설집만을 남겼을 뿐이다. 소설 창작은 192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고, 그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는 잡문쓰기에 치중했다. 지금의 에세이에 해당하는 잡문은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정신을 핵심으로 한다. 일본제국주의의 만행과 군벌들의 난립과 폭행, 국민당의 백색테러, 혁명을 팔아먹는 지식인, 현실의 권력에 굴복하면서도 정인군자(正人君子)인 체하는 하는 지식인. 루쉰의 붓끝은 그 모두를 향해 있었다. 잡문은 민중의 무지몽매함과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을 비판하고, 혁명에 들뜬 청년들의 조급증을 논파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그의 잡문은 말 그대로 시대를 향한 비수이자 투창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루쉰의 글쓰기는 자신을 부정하고 해부하는 작업이었다. 황금시대로 아이들을 넘겨주는 중간물이자 꽃을 키우기 위한 거름으로 자신을 규정한 루쉰은 새롭게 도래할 혁명의 시기에는 멸망될 운명의 존재였다. 미래세대의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신체에 새겨져 있을지 모를 중국인의 열근성과 대면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만큼, 루쉰은 시대의 암흑에 맞선 투쟁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결연한 의지는 죽음을 앞두고 유언처럼 쓴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만 열이 몹시 날 때면 유럽인들은 임종시에 흔히 남이 너그럽게 용서해줄 것을 바라며 자신도 남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의식을 지낸다는 사실이 기억날 뿐이다. 나의 적과 원수는 적지 않은데 신식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나는 생각해보고 나서 이렇게 결심했다. 그들에게 얼마든지 증오하게 하라. 나도 하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죽음) 루쉰은 죽어가면서까지도 무력으로 중국을 농단하는 제국주의자들과 군벌들, 위선적인 지식인들, 그들을 뒷받침하는 과거의 부정적인 것들을 향해 겨누던 창을 거두지 않았다.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서 두 세계의 어둠을 볼 수 있었던 루쉰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암흑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중국의 역사를 뒤집는 일, 중국인의 혈관을 흐르는 피를 바꾸는 일, 즉 혁명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쉰은 죽으면서도 모든 익숙한 것들, 자신을 위로하는 것들에 속지 말라고, 투쟁하라고 외쳤던 것이다. 최정옥(남산강학원 연구원)
  • ‘특권철폐’ 입법 추진이냐 정치쇼냐

    한나라당이 전직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연금 특혜’를 자진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직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세비 삭감’ 문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은 상황을 타개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자칫 선거용 ‘말 잔치’로 끝나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의 반응이 냉소적인 이유다. 여야가 함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 선거구 조정 이해당사자 배제에 이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새해 들자마자 2일 ‘특권 버리기 3탄’을 내놓았다. 황영철 대변인은 오전 비상대책위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정치개혁 문제를 다루는 비대위 1분과에서 전직 의원 연금 폐지 문제를 다룰 것”이라면서 “분과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비대위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는 품위 유지 명목으로 매월 12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사실상 ‘종신연금’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혜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오래전부터 폐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드높았지만 국회는 아예 2010년 2월에 ‘헌정회육성법’을 개정, 종전에 국회의장실 판공비에서 지급하던 형태를 바꿔 아예 국고 예산에서 지급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소속 의원들이 퇴직 후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자가 되더라도 이를 거부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또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을 경우 그 날짜에 비례해 의원들의 세비를 깎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인 김세연 의원은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분과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고, 위원들 간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 연금은 헌정회 육성법, 세비 삭감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이 각각 보장하는 권리다. 관련법을 바꾸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싸기’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옳고 그름을 떠나 사전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쇄신안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논의 순서가 잘못됐으며, 말의 성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의지의 표현일지는 몰라도 비대위가 성과를 서둘러 내야 한다는 강박증 또는 조급증에 빠진 것 같다.”면서 “정치권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입법 형태로 추진돼야 하고, 야당의 동참도 이끌어내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꼬집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프로야구] LG, 어쩌다 …

    사실 7위 탈출도 쉽지 않다. 프로야구 LG.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 지면서 7위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던 5위 자리도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무기력증과 패배감이 팀 전체를 뒤덮고 있다. 9년 연속 4강 탈락 확정 뒤 투타 모두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다시 순위를 끌어올릴 여력이 없어 보인다. 시즌 중반 선두다툼을 하던 팀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원인을 짚어보자. ●조급증이 부른 엇박자 사실 수치상으론 잘 이해가 안 간다. 팀 성적과 내용이 따로 논다. LG의 올 시즌 팀타율(.266)과 팀방어율(4.17)은 모두 리그 4위다. 10승 투수가 3명에 신인 임찬규는 9승으로 분발했다. 타격 10위 안에 이병규(.332)와 박용택(.303) 등 두 명이 들어 있다.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병규(16개)-조인성(15개)-박용택(15개)-정성훈(10개) 등 4명이다. 투타가 모두 괜찮다. 가진 기본 전력만 보여줘도 4강에 들어야 정상이다. 전력 요소들 사이 엇박자가 났다는 얘기다. 조급증 때문이다. 변칙과 무리수가 시즌 내내 반복됐다. 실질적인 4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면서 선발진에 과부하가 걸렸다. 간혹 등판하는 5번째 선발은 마운드에서 감을 못 찾고 난타당했다.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타격감의 등락이 심했다. 야수가 자주 교체되자 수비 안정성도 떨어졌다. 실책 3위(93개)였고 안 보이는 실책은 더 많았다. 경기 초반부터 희생번트와 전진수비 등 1점을 위한 작전이 남발됐다. 벤치는 초조했고 그럴수록 선수들은 더 조급해졌다. 이러면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나 범타가 나오게 되어 있다. LG가 박종훈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했다. “유망주를 키워달라.” 그러나 팀은 거꾸로 갔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넥센에서 이택근을 데려왔고 이후 이병규를 받아들였다. 올 시즌엔 마무리 송신영을 비롯해 5명의 투수를 영입했다. 약점이 보이면 다른 팀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걸로 메우려 했다. 문제가 있다. 이러면 기존 선수들의 상실감이 커진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올라갈 길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불만은 여러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다. 팀의 잠재적인 불안요소다. LG의 팀컬러가 일체감 없는 모래알팀인 건 다 이유가 있다. ●유망주가 클 환경이 안 된다 자연히 유망주들의 성장속도는 느리다. 기회 자체가 잘 안 돌아오고 기회가 와도 조급함이 앞선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몸을 굳게 만든다. 주전 야수들의 나이는 많아지고 있지만 뒤를 받칠 선수는 좀체 안 보인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LG의 미래는 밝지 않다. ●훈련이 많은 것도 탈 LG는 지난겨울 살인적인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5개월 동안 쉼 없이 훈련했다. 지난 시즌 종료 뒤 마무리 훈련으로만 77일을 보냈다. 전지훈련 강도도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강했다.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투수들은 너무 많은 공을 던졌고 타자들은 쉴 틈이 없었다. 실제 올 시즌 주력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 덫에 걸렸다. 운이 없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필연이다. 다른 측면도 있다. 단체 훈련이 많아지면 반대로 팀의 창의성과 유연성은 줄어든다. 야구는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계적인 훈련 시간이 늘어나면 선수들은 거기에 기계적으로 적응하게 된다. 고비를 못 버텨내는 LG 야구의 특성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사설] 집권여당 대표 방북 남북관계 전기 되기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오는 30일 하루 일정으로 북한 개성공단을 방북한다. 그는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개성공단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측이 이를 수용하고, 통일부도 방북 허가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불과 20여일 만에 방북이 전격 성사됐다. 집권 여당 대표의 방북이라는 점만 해도 의미가 적지 않다. 여기에 남북 간에 대화 재개 의지를 읽게 해 주는 전향적인 변화 기류까지 보태졌기 때문에 환영할 만하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다각도로 정상화되는 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홍 대표는 방북과 관련, 경제 협력 및 인도적 교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군사적인 차원과 달리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방북 장소도 평양이나 북측의 심장부가 아니라 개성공단을 선택했다. 이런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정치·군사적인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남북한이 서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화의 폭을 넓혀가야 할 시점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이다. 북측도 금강산 관광처럼 자산 몰수나 일방적 폐쇄 등 생떼를 쓰지 않고 정상 가동시킬 만큼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2005년 1500개에 달하던 남북 경협 관련 기업은 최근 650곳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손실 보전 문제를 포함해 정상화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 홍 대표는 농업기반 시설 구축을 북측에 제의한 바 있다. 경협 및 인도적 교류가 다양하게 전개돼 정치·군사적인 정상화도 견인하게 되면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릴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금강산관광객 총격 살해 등으로 촉발된 정치·군사적인 긴장은 여전한 상태다. 남북 간에 두 차례 비핵화 회담을 갖는 등 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급증은 경계해야 한다.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건설도 치밀하게 논의하되 지나치게 서둘 필요는 없다. 남북관계는 인내심을 갖고 한 발 한 발 차분히 나아가는 게 옳다.
  • [국정감사] “KTX산천 결함 숨기고 개통 의혹”

    23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코레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KTX 산천 고장을 놓고 의원들의 날선 질타가 잇따랐다. 코레일은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 산천’의 잦은 고장에 대해 제작 결함 등 기술력 부족을 역설했지만 의원들은 오히려 코레일의 과욕과 조기에 투입하려 한 조급증이 문제였음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산천의 기본 모델인 G7 열차의 31개 주요 부품 중에서 19개 부품의 사양이나 제작사가 바뀌고, 변경된 부품에서 신호장치 11건 등 21건의 고장이 발생했다.”면서 “KTX는 프랑스에서 12개월, 한국에서 13개월 시운전했지만 산천은 10개월(4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산천이 시운전 기간에 발견된 설계 및 제작 결함을 숨기고 개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시험 운행 중 설계 및 제작 결함 등의 문제가 83건 발견됐는데 이 중 36건은 개통 후 3개월∼1년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산천의 제작 및 설계 결함을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산천의 잦은 고장은 기술력 부족이 원인”이라며 “이번 기회에 기술력을 재점검해 국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07년 캔사스 주립대에서 연설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세계는 ‘스마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국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공공외교는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김성해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고 싶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단행한 정치·경제적 개방 조치로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됐다. 한국 혼자 잘해서는 한국의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월가의 동향과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이는게 단적인 예다. 두번째로,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튼튼한 안보 우방만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국제관계가 대단히 복합적이다. 세번째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도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때문에 한국이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 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공외교를 토론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은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란 말을 하는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그걸 인식해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외교보다 문화외교란 말을 즐겨 쓰곤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용어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세상이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데 학문은 세상 변화를 반영한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1990년대 후반에 외국으로 유학간 국제정치학도 가운데 3분의 2가 국제금융을 전공했다. 21세기 되서는 전반적으로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개념이다. 미국은 9·11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힘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게 국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연속선에서, 한국이 네트워크나 정보혁명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학과 특성상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학생이 많다. 예전엔 단연코 북미국이 인기 최고였다. 지금은 1지망으로 문화외교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선 10위권일지 몰라도 직접 영향을 주고 받는 동북아시아에선 북한을 예외로 치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란 개념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이지만 21세기 들어 공공외교 패러다임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新)공공외교로 부른다. 9·11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거기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나온다.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한다고 본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와 20세기 공공외교, 21세기 신공공외교 세 차원을 봐야 한다. 전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한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체, 객체는 상대국 시민이다. 신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은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open)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용어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인 목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Public Diplomacy’를 번역한 용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또한 공개성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다. 외교를 비밀 공간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꺼내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두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외교부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이다. 최근 반년 가량 외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외교가 꽃 필 수 있다. 신낙균 공공외교는 정부 대 정부에서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 하는 게 전부다. 그 점을 문제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배 문제점과 방법론이 연결돼 있다. 먼저, 공공외교한다고 할때 예쁜 척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공공외교는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소한 욕먹지 않고 살아야 한다. 자기가 힘들 때 도와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고 단기적 목표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과 국익 등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국제여론에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을 때 한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단적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접근법도 국제사회 성숙한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우리 장점만 강조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 궁리만 하니까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장사치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 보다는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사례 뿐 아니라 우리 모델을 찾자   김동률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 본받을 만한,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게 있나. 김태환 특정 국가 사례를 본받고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례를 분류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기준을 추출해야 한다. 먼저 비교우위와 경쟁우위 가운데 무엇에 입각한 공공외교를 할 것인가. 그건 답이 명확하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많은 미국이나 중국의 공공외교는 우리가 따라야 할 경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앙집권적인 방식과 분산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상배 우리에게는 벤치마킹 컴플렉스가 있다. 정부용역 보고서에서도 항상 해외사례와 시사점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엘빈 토플러에게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정작 토플러는 결론에서 ‘한국은 이제 배울 모델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여러 경우를 조합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의 답안지를 베끼지 말고 우리 답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낙균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령 중국은 공자학원에 예산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공자의 가치와 현대 중국의 가치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 너무 정부 주도로 공공외교가 이뤄지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해 우리가 배울 모델, 혹은 100% 베낄 모델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걸 잘 하는 사례는 최대한 발굴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외교 전략을 위한 실천전략   김동률 왜 공공외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무엇인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공공외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배 공공외교 전략을 짤 때 집중과 분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 강국 코리아’라고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정보통신부라는 컨트롤타워 혹은 코디네이션타워가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정통부라는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여기서 집중과 분산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 한정된 좁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네트워크하는게 아닌가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외교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외교부·문화부·지자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간 갈등만 생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외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주변 4대 강국만 집중하다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거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를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정부 현실이다.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등록된 민간외교단체가 500여개인데 문화부와 자치단체에 등록된 곳까지 합하면 수천 곳은 될텐데 백서조차 없다. 현재 국제교류재단이 정부와 함께 공공외교와 관련있는 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 준비중이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서로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다매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원자료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조차도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김동률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주고 싶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왜 공공외교인가 김성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개방을 통해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혼자만 잘해서는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의 마음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외교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을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회의적이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인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 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요즘엔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세계를 운영하려는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 있는 개념이다. 예전엔 외무고시 합격자들 사이에 북미국이 최고 인기 분야였고, 문화외교·공공외교·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한직으로 통했다. 요즘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동북아시아를 본다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의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9·11 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상대국 시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신(新)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광대한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 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제사회가 국가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 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 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 주는 게 바로 공공성이다. 전통적으로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던 외교를 공적 영역으로 꺼내 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도 담고 있다. 두 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像)이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구체적으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낙균 공공외교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를 주선하는 게 전부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김상배 문제점은 방법론과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예쁜 척 좀 그만해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 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세 번째로 꼭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고, 외국인의 이해와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예로 들면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만 하려 들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매력과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하는데 이것이 자칫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려고만 하니까 ‘천박한 장사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외교 실천 전략은 김동률 공공외교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사견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 주고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부와 문화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 간 갈등만 생기고 효과는 떨어진다.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국제교류재단은 공공외교와 관련 있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고 한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상호 간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나 중국, 러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매체가 중요해진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지금&여기] 조급증 그 결과는?/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조급증 그 결과는?/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보면 마치 자동차 경주에 출전, 0.1초라도 먼저 출발하기 위해 전방을 응시하는 레이서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야간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신호위반에, 옆차에 따라오지 말라고 경고하듯 대기 중에도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굉음을 낸다.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는 차량도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늦게 출발했다간 뒤따르는 경적 포탄을 맞기 십상이다. 출발하면 급차선 변경에 끼어들기까지 ‘1등’이라는 가치 없는 만족(?)을 위한 과정치고는 위험천만하다. 그 소란을 떨며 질주한 차량을 다음 신호에서 만나게 되면 나오는 건 코웃음뿐이다.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이 같은 조급증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조급증을 관심과 준비성, 부지런함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병폐가 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고속열차(KTX)의 안전성 논란은 우리 사회, 국민의 조급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코레일과 로템이 차량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게 한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기업이 초기 문제 제기 시 안전에 대한 조급증을 발동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스마트폰 보급 및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구축되고, 국민의 조급증이 더해지면서 작은 고장이나 지연 상황이 가감 없이 노출됐다. 이로 인해 국민 불안감은 커졌고, 한국의 대표상품으로까지 불리던 ‘고속철도’의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위험한(?) 고속철도 이용객은 줄지 않고 있다. ‘300㎞’에 익숙해진 또 다른 조급증이다. 안전은 관심이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 사고 예방을 위한 관심은 당연한 권리다. 차량의 고장 원인이 밝혀졌고 대책이 발표된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철도가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수많은 철도인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한 채 현장을 지키고 있다. 기계는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고, 위험을 감추거나 은폐할 수도 없다.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skpark@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佛주재 日문화원 직원 30명 vs 佛한국문화원 직원 8명

    [이제는 공공외교다] 佛주재 日문화원 직원 30명 vs 佛한국문화원 직원 8명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에 위치한 일본 문화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직원들을 빼고는 한적했다.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일본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처럼 꾸며 놓았다. 책꽂이에는 일본 언어와 역사를 비롯해 각종 만화책들이 빼곡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책꽂이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헝가리어로 돼 있는 책들이라는 점이었다. 헝가리인 직원에게 헝가리어로 된 일본 관련 책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200권이 넘는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헝가리어로 된 한국 관련 책은 현재 15권이 안 된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올해 초 발간한 ‘재외 한국문화원 현황’에 따르면 한국문화원은 지난해까지 설립된 16곳을 통틀어 현지어 도서 비율이 10.7%에 불과하다. 그나마 비영어권은 더 열악하다. 영국과 미국에 소재한 문화원을 제외한 12곳 평균은 7.0%에 그친다. 역사적 요인으로 번역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까지 빼면 3.9%로 떨어진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는 아예 한 권도 없고, 폴란드도 0.6%뿐이다. 심지어 교역량 1위를 차지하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한국문화원도 중국어 도서 비중은 각각 4%와 2%여서 충격을 더한다. 프랑스 주재 일본문화원의 경우 전체 인력은 30명이 넘고 이 가운데 3분의1이 현지 채용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은 원장 포함 8명(현지인 5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문화원 원장실은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지만 한국문화원장실은 지하 1층에 그것도 물건이 잔뜩 쌓인 복도 끝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굳이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였다. 일본국제교류기금 한국 사무소 혼다 오사무 소장은 “한국 소설을 외국에 소개하려면 해외 한국문학전공자와 좋은 번역자가 필요하다.”면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장점은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나 때론 (정책도) 서둘러 바꾸려 하다 보니 문화 외교가 꽃피기 전에 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책 한 권만 읽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러시아 시인 만델슈탐은 평생 동안 딱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독자라고 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시인이라서 뭔가 비유적으로 말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 청소년의 독서 현황을 접하다 보니 새삼 만델슈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10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한 학기에 평균 29.5권의 책을 읽는다. 고등학생은 대학 입시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7.6권을 읽는다. 고등학생이 한 학기에 7.6권을 읽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부족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9.5권이건 7.6권이건 그것이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면접에 응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꼭 지난 3년 동안 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물어본다. 학생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며 어렵사리 몇 권의 책을 생각해 낸다. 그러면 나는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 말해 보라고 한다. 학생은 아까보다 더 곤혹스러워한다. 대부분의 경우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이 안 난다, 읽긴 읽었는데 정리가 잘 안 된다, 이런 식의 답변이 되돌아온다. 더 심한 경우에는 아예 책의 저자와 내용을 다 뒤섞어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나는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이 읽어서, 혹은 너무 많이 읽으려고 애를 써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일선 교사들도 모두 독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서 강박증이 생긴다. 여러 출판사와 기관과 단체에서 제공하는 ‘○○○를 위한 권장도서 목록’, ‘필독 100선’, ‘필독 50선’ 같은 독서 목록들은 원래 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된 것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조급증을 선사하고 있다. 시간은 촉박한데 목록에 있는 100권은 기필코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독서 목록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인터넷을 떠도는 온갖 정보들과 고전에 대한 내용 요약은 이 전쟁의 필수적인 무기다. 전쟁이 끝난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뿐일 때가 많다. 이런 식으로 읽을 거라면 일 년에 100권을 읽건 1000권을 읽건 별 의미가 없다. 차라리 무거운 고전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훨씬 낫다. 만일 일 년에 딱 한 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우리는 그 한 권의 책을 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여러 권장 도서 목록을 비교도 해보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가 무엇인지 자문도 해볼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독서다. 필독서 목록에 있는 책을 1번부터 숨 가쁘게 읽어 나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 다음 꼭꼭 씹어 먹듯이, 관련 서적도 읽어 가며, 마음에 와 닿는 대목에는 줄도 쳐 가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 가며, 긴 호흡으로 책을 읽는다. 일 년에 한 권만 읽을 예정이므로 시간은 충분하다. 이렇게 읽다 보면 해당 책뿐 아니라 해당 책의 내용과 관련된 온갖 지식과 정보가 자연스럽게 나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우리의 뇌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장기증강(LTP)이란 것인데, 함께 연결되는 신경세포들의 연결 강도와 빈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그 영향력이 매우 장기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할 때는 언제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지만 하면 할수록 시간과 노력이 단축된다는 뜻이다. 이 장기증강 덕분에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결국 수월하게 10권, 100권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학생 일인당 평균 독서량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오고 있다. 아마도 각급 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를 장려해 온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독서량의 증가가 곧 지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서 방식의 질적 제고를 위한 좀 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국민 한명 한명이 외교관으로… 컨트롤 타워 필요하다

    21세기 한국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공공외교는 외국 ‘정부’가 아닌 ‘국민’과 직접 소통해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여 군사력 경쟁의 한계가 분명한 한국의 생존전략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를 적극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4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부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초당파 원로그룹이 ‘스마트파워’를 주창하고 세부 전략의 하나로 공공외교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공공외교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외교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고,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도 부재한 실정이다. 공공외교의 핵심 정부부처라 할 수 있는 외교통상부는 문화외교국을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공공외교국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교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장 문화외교라는 용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있다.”면서 “북미국 등 지역·국가 중심 조직인 외교부 안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외교는 무형적 가치 추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국제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는 “공공외교를 위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증 전략부재는 단기적 실적에 집착하는 조급증을 부른다. 최근 정부가 K팝 등 ‘한류’ 확산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도 ‘다이내믹 코리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국제사회에 한국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 2001년 12월 확정돼 참여정부까지 광범위하게 쓰였던 ‘다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역동적 발전상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이내믹 코리아’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회사 이름이나 로고조차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홍보의 기본인데, 이 원칙이 이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휩쓸려 버렸다. 국가대표 슬로건조차 몇 년 쓰다 바꾸면 된다는 안일함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생기고 나서 자문위원으로 가보니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민간 전문가는 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이전 정부의 노력을 모조리 무시해 버리는 것이 조급증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그는 “공공외교는 5년짜리가 아니라 최소 수십 년짜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거목은 심지 않고 작은 나무만 여러 개 심는다.”고 꼬집는다. 김태환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은 “‘지도 그리기’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결국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과 행동계획을 하나의 그림처럼 연결시켜야 한다.”면서 “그건 상당한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난방 현재 한국에서 공공외교 관련 기관은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제문화교류나 재외동포 관련 업무 등은 서너 개씩 업무가 중복된다. 공공외교라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없다 보니 ‘중구난방’이 한국 공공외교의 특징이 돼 버렸다. 국정홍보 업무를 하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큰 그림’ 없는 공공외교가 가져오는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공공외교 관련 예산 자체가 모자란다. 다른 예산 항목에서 전용하거나 온갖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감사에서 더 많은 지적을 받는 구조다. 시킨 일만 하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소신을 갖고 노력하는 공무원들은 예산 따는 것도 고생이고 집행하는 것도 고생이요, 지적 받는 것도 고생이다. 공공외교가 발전하려면 정책결정과 행정집행 전반에 걸쳐 교통정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제적 이익 집착 한국 공공외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덫은 지나친 경제적 접근이다. 지나치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현재의 접근법은 장기적인 공공외교 정책 수립을 막고 단기적인 실적 내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시류에 영합하는 조급증과 중구난방을 낳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경제력의 30%에 그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업 브랜드가 상승하면 이익이 확대된다는 인식 틀을 국가 차원의 소프트파워에 그대로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공공외교에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할 외교부와 문화부조차 2009년도 업무계획을 경제 살리기 외교 강화와 국가브랜드 확립으로 각각 설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를 높여 수출 늘리고 국민소득 높이자는 발상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출범 직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내놓은 우선추진 10대 과제 중 첫번째는 “한국과 함께하는 경제발전”이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애초 목적 자체가 단기적 경제 이익에 있다는 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라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장기적 콘텐츠로 외국인 공감 얻어야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10일 열렸던 한국 아이돌 그룹 공연장 주변은 아침부터 몰려든 유럽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기대를 뛰어넘은 공연 성공에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했다는 보도가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다.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한국문화교류의 전당(가칭) 건립’을 내세우며 호들갑에 동참했다. 정부가 장기전략 없이 한류 바람에 편승해 단기 실적만 챙기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선 K팝 팬들이 한국 아이돌그룹 공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카세트를 설치하는 한국 사람과 그가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한국 사람, 한국문화원에서 나온 사람들 … ‘에이 왜 안 모여’라고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라호쉘 대학 에블린 셸리키에 교수(한국어·문화 과정)는 유럽 한류의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그는 “K팝 팬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아는 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기성세대의 현실은 더 냉정하다. “삼성이나 현대가 일본 브랜드인 줄 아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은 북한보다도 떨어진다.” 한국사회가 ‘한류’에 유럽보다 더 취해 있을 때 파리 에펠탑 인근에 위치한 일본문화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일본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본문화원이 눈길을 잡는 건 에펠탑 바로 옆 노른자위 땅에 자리한 건물이 아니라 1층 기념품 가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프랑스어로 된 일본 관련 단행본 때문이었다. 유럽 어느 한국문화원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유럽내 일본 문화의 저력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일본 전통시인 하이쿠(俳句) 시집을 내고,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각계에 포진한 친일인사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한류’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 영화, 드라마, 음악. 모두 당장 ‘돈’이 되는 것들이다. 당장 돈이 안 되는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은 “대부분 자비출판 형식인데다 조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는 한 스페인 유학생의 지적처럼 조급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수십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본학과 지원자가 오히려 더 늘었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사례는 한국을 알리는 작업이 얼마나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외국 시민 개개인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 한국의 품격을 높이자는 담론은 넘쳐나지만 장기적이고 큰 그림에 입각하지 않으면 한때 잘나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홍콩 영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장기적 안목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공공외교’가 한국에 필요한 이유다. 파리·런던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권재진 법무기용 반대 靑전달 총선 공천 완전국민경선 해야”

    “권재진 법무기용 반대 靑전달 총선 공천 완전국민경선 해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의 13일 회동에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한나라당 쇄신파를 대표하는 남경필 최고위원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 없는 인물을 써야 하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당의 입장을 정리해서 대통령께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준표 대표가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데 손을 들어 줬는데. -그동안 총장은 대표보다는 청와대가 원하는 사람으로 됐다. 이게 더 큰 문제였다. 친이·친박 등 ‘선출되지 않은’ 계파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했다. 총장 임명에 동의하는 대신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1·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등 세 자리는 대표의 영향력 밖 인물로 하면 된다. →김 총장도 쇄신 의원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인데. -오늘(12일) 새로운 한나라 오찬 모임에서도 만났다. (김 총장이) 새로운 한나라에서 제시한 당 쇄신 방안을 추진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핵심은 당연히 내년 총선 공천 문제다. 새로운 한나라는 당의 변화와 개혁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이어 가자는데 100% 공감했다. 앞으로도 모임이 유지될 것이다. →정작 당 지도부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나온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일정을 제시해 인재를 끌어들이고, 이들이 현역 의원들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당 체제를 정비한 뒤 8월 중순부터 공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총선 때마다 전체 당선자의 60%가량은 초선으로 채워졌다. 물갈이를 해야만 정치가 발전한다면 한나라당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진 정당이 됐어야 한다. 물갈이 문제가 아니다. 권력자를 위해 줄을 세웠던 게 문제다. →홍 대표 체제 1주일 지났다. 잘 이끌고 있나. -다른 사람 얘기를 일단 들으려고 하는 것은 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슈를 너무 툭툭 던지는 것은 고쳐야 한다.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좋지만, 대표로서 안정감을 찾을 필요가 있다. →홍 대표와 충돌이나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친이·친박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빚진 게 없다. 잘하면 얼마든지 뒷받침할 수 있고 잘못하면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당에 쓴소리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공동운명체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당장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를 놓고도 지도부 간 입장이 다른데. -정치적 합의점 이끌어낼 수 있다.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얘기해 보겠다. 지금까지는 지도부의 각자 다른 생각을 모으지 못했다. 청와대에 끌려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도부가 하나로 뭉치면 청와대와 정부를 끌고 갈 수 있다.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내세운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도 있다. -정책적으로는 유승민 최고위원과 가장 공통 부분이 많다. 갈등을 조장해서 이득을 취하는 게 포퓰리즘이다. 중산층을 살리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갈등을 없애겠다는 게 어떻게 포퓰리즘인가. 같은 맥락에서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정책적 연대도 이어 갈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할 때까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직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몸싸움은 안 한다. 미국에서 비준안이 통과되고 우리가 야당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데 (야당이) 몸으로 막으면 타격이 클 수 있다. 한나라당도 조급증에 빠져 강행 처리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8월 임시국회를 처리 시한으로 정하지 않았나. -노력한다는 것이지 시한을 못 박지는 않았다. 야당이 말과 행동을 바꾸는데 국민이 납득할 명분이 없다. →전당대회 결과를 자평하면. -계파의 도움 없이 지도부에 입성했다는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아직 당 대표감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숙제다.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느껴졌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당의 쇄신을 바라는 여론을 나와 원희룡 최고위원이 양분했다. 지지율을 합치면 25%가량이다. 이 정도면 선두권이다. 이 같은 국민들의 기대를 이어 가면서 당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 기대 자체가 낮은 거 아닌가. -보수 진영이 자신감과 포용력, 담대함을 지나치게 잃어버렸다. 편을 가르고 갈등을 유발했다. 이익단체화된 것이다.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길은 어떤 길인가. -노무현 정부는 분배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성장을 통해 각각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다 실패했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대학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교육책임제, 정년 연장, 청년 실업 등 모든 정책이 사람에서 시작돼야 한다.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는 최소화해야 한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하이닉스 새주인 현대家?

    하이닉스반도체가 새 주인찾기에 나선다. 적절한 인수 희망자가 없어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그룹 등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는 21일 공개경쟁 입찰공고를 내고 하이닉스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초 입찰 대상자를 가려 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올해 말까지 매각하는 일정이다. 채권단은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것과 더불어 신주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수 대금이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하이닉스 매각을 앞두고 채권단은 “능력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구애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공사와 외환·우리은행 등이 보유한 구주 15%(8844만 8356주)에 더해 10%까지 신주 발행도 허용할 것”이라면서 “구주의 절반인 7.5%는 팔겠다.”고 밝혔다. 신주가 발행되면, 인수자 입장에서 인수대금 일부를 채권단에 주지 않고 하이닉스에 남겨 신규 투자나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채권단의 러브콜에 응할 기업으로는 범현대가가 물망에 오른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상황에서 옛 현대전자인 하이닉스 인수가 ‘현대 부활’의 마침표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역으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가 그룹의 재건을 위해 채권단이 매각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이닉스는 2001년 10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2차례에 걸쳐 채권단으로부터 4조 9000억원의 출자전환과 1조 4000억원의 채무면제를 받았다.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07년, 2009년, 2010년에 매각이 시도됐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LG, 포스코, 동부, SK, 한화, GS, 효성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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