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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콩깍지 벗겨보니 “2% 부족해”

    누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했던가. 연애 시절 집앞에서 연인을 들여보낼 때 몇번이나 곱씹어 돌아보며 애틋해하던 기억이 선하지만 결혼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그야말로 현실이다.‘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백마탄 왕자’같던 연애시절 그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코를 후비적거리고 방귀를 북북 뀌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려야 한다. 술냄새 풍기며 들어와도 옆에서 같이 잠을 자줘야 하고, 씻지도 않고 화장도 않은 ‘쌩얼(화장하지 않은 얼굴)’도 ‘썩소(썩은 미소)’로나마 웃어줘야 한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내 남자와 내 여자의 참기 힘든 버릇, 그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내 남자 이런 버릇 참기 힘들어 ●아기가 되어버린 내사랑∼ 한국 유부녀들이 한결같이 남편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남자들은 원래 그렇게 지저분한가?”소모(31)씨는 “결혼할 때부터 어른과 사는 건지 아이를 키우는 건지 헷갈렸다.”고 털어놨다. 소씨가 보기에 남편의 생활 습관은 위생, 청결과는 거리가 멀었다.“처음엔 병에 입을 대고 물을 먹어요. 밥을 먹고 입을 닦지도 않았는 데도 그러더라구요. 한번은 퇴근 시간에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는데 점심 때 먹은 자장면 자국이 입술에 그대로 묻어 있는 걸 본 적도 있어요.” 물잔에 물을 따라서 마시고 나자 새로운 걸림돌이 나타났다. 남편은 물컵을 싱크대에 두지 않고 식탁 위에 그대로 놓아 두고는 저녁에 집에 와서 또 그 컵으로 물을 먹는다. 그 컵에는 아침에 묻은 고춧가루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소씨는 “지금도 가끔 밥을 먹고 나서 입술을 닦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혹시 입에 김치 국물이 묻은 채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까봐 늘 물가에 갓난 아기 내놓은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나모(32)씨는 손을 씻을 줄 모르는 남편 때문에 여러 번 싸웠다.“화장실 갔다 나오면서도 손을 안 씻어요. 그 손으로 그대로 밥상에 앉아 밥을 먹으려고 해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씻지 않은 손으로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할 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속옷 안갈아 입는 집안 내력(?) 방모(30)씨는 속옷을 제대로 갈아 입지 않는 남편 때문에 빨래를 할 때마다 속을 썩인다.“이런 얘기 하긴 정말 창피하지만요. 얘길 안하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속옷 갈아입을 생각을 안해요. 닦달을 해야 그제사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속옷을 갈아 입을 때는 정말 얄밉다니까요. 가장 큰 문제는 며칠씩 입다 보니 속옷에 용변 자국이 묻어있을 때죠.” 주부 황모(40)씨는 남편의 유별난 버릇 덕분에 그가 퇴근하고 나면 소파 밑에 손을 집어넣는 버릇이 생겼다.“퇴근하면 양말을 벗어서 돌돌 말아요. 그걸 꼭 소파 밑으로 ‘휙’ 던져 넣는 거예요. 처음엔 제발 그러지 말라고 몇 달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했지만 며칠 안 그러다가 제자리예요.” 남편의 버릇은 사실 ‘집안 내력’이었다. 양말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했다는 황씨는 시아버지가 집에서 남편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고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결혼 7년차 주부 나모(34)씨는 화장실 변기뚜껑만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오늘도 남편은 소변을 본 뒤 변기 뚜껑을 내려놓지 않았다. 신혼 초 누차 얘기를 하고 주지시켰지만 이젠 거의 포기했다. ●그이가 ‘마마보이’일 줄이야 이 땅의 시어머니들은 도대체 아들을 얼마나 오냐 오냐 키운 것일까. 김모(35)씨는 남편이 맛있는 반찬만 있으면 자기만 날름 먹어버리는 걸 볼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남편이 제일 좋아한다는 북어찜을 해서 가져오셨다. “남편은 나한테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그릇에 얼굴을 박고 북어찜을 먹기 시작하는 거예요. 나는 기가 막혀서 맛있냐고 물어봤지요. 그제서야 한 점 뜯어서 나에게 주더라구요. 아무리 외아들이라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고 하더라도 정말 섭섭했습니다.” 외아들 남편을 둔 권모(31)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수박을 정말 먹고 싶어서 수박을 한 통 사서 아껴 먹으려고 두 조각만 먹었어요.” 다음날 밤늦게 퇴근한 권씨, 수박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어떻게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어하던 수박을 다 먹어 버릴 수 있는 거죠. 다 먹었으면 새로 사놓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세 아이를 키우는 강모(36)씨는 ‘채널 선택권’을 독점하려는 남편에 맞서 오늘도 ‘반독재 투쟁’에 나선다. 남편은 잠시라도 리모컨을 손에서 놓질 않는다.“퇴근하면 리모컨부터 찾아요. 일단 수 십개나 되는 채널을 한 바퀴 쭉 돌려보죠. 그리고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채널을 봐요. 눈치를 주면 그제야 양보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남편이 좋아하는 스포츠 중계 앞에서는 소 귀에 경 읽기가 돼 버린다. ●세상이 무너져도 자기 일만… 김모(33)씨는 ‘동시에 두 가지를 못하는’ 남편 때문에 친정에서 당황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남편은 한 가지에 집중하면 옆에서 누가 불러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기도 처음엔 오해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좋게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 때문에 친정 부모님이 남편을 오해할 때가 생기는 경우다. “신혼 초 친정에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 책을 읽기 시작하면 누가 옆에서 불러도 모르는 거예요. 장인이 집에 돌아왔는 데도, 장모가 밥 먹으라고 불러도 들은 척 만 척. 가끔 친정 부모가 ‘예의 없는 사위’라는 식으로 얘길 할 땐 너무 당황스러워요.” 황모(35)씨 남편은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한다. 그것도 권총, 소총, 탱크, 장갑차 같은 군용 프라모델이다. 황씨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남편은 주말에 몇 시간씩 프라모델에 몰두했다. 역시 문제는 프라모델 조립을 하고 있을 때면 황씨가 진통을 시작해도 모를 정도로 프라모델에 푹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황씨는 나중에는 “프라모델 조립하는 건 좋으니까 교육상 안 좋은 전쟁무기는 피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그마저도 남편은 제대로 지켜주지 않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내 여자 이런 버릇 참기 힘들어 ●몸닦은 수건은 제발 좀 치워줘∼ 3년전 결혼한 회사원 윤모(35)씨는 샤워하러 목욕탕에 들어갈 때마다 버럭 짜증이 치민다. 오늘도 아내는 변함없이 자기 몸 여기저기를 다 닦은 젖은 수건을 수건걸이에 떠억 하니 걸어뒀다. 신혼 초에는 지적하면 그나마 슬그머니 수건을 걷어가더니 이젠 “젖은 채로 빨래통에 넣으면 냄새난다.”,“목욕탕이 건조해질 수 있어서 그런 거다.”는 별의별 핑계를 다 댄다.“자기 엉덩이 닦은 부분으로 내 얼굴을 닦을 수도 있는 거 잖아요. 아무리 말해도 안 고쳐집니다.” 결혼 7개월 차인 회사원 김모(29)씨도 화장실 탓에 아내의 깔끔했던 연애 시절 모습에 대한 환상이 확 달아났다. 가끔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온 뒤 문을 열었다가 뒤처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여자는 당연히 깔끔하다고만 생각했죠. 아직은 신혼 초라서….” 3년전 결혼한 임모(34)씨는 7년 동안의 연애 시절 밖에서 봐왔던 깔끔한 아내의 모습이 24시간 그대로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잘 안 씻는 버릇이 있더군요. 샤워도 이틀에 한 번 할까말까라 몸에서 냄새가 날 때도 있어 당황스럽더군요.” ●공주 같던 아내가 이를 갈다니 지난해 11월 결혼한 회사원 오모(30)씨는 아내의 잠꼬대와 어지러운 세면 버릇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몸부림과 잠꼬대가 심해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기가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세수를 하면 화장실 세면대에서부터 욕실 바닥까지 온통 물을 튀겨놓아 오씨의 신경을 건드린다.“도대체 세수를 한 건지, 수영을 한 건지, 물때가 끼면 물비린내가 얼마나 심한지 아느냐고 지적해도 묵묵부답입니다.” 지난해 3월 결혼에 골인한 박모(27)씨도 아내의 잠버릇 때문에 매일 밤이 전쟁이다. 남자 형제밖에 없는 박씨는 연애시절 과에서 ‘퀸카’로 이름날리며 어여쁘기만 했던 아내와 결혼한 뒤 온갖 ‘므흣(수상 쩍은 미소)’한 환상에만 빠져 살았다. 하지만 결혼 2주일 째 잠을 자던 박씨에게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천사 같은 아내가 괴상한 표정으로 이를 갈고 있었던 것. 끼쳐오는 소름을 참고 잠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때리기도 했다.“공주 같던 아내가 그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아직은 귀엽기만 합니다.” ●잠자는 숲속의 아내여, 그만 깨어나라 만날 잠만 자는 아내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김모(31)씨는 잠이 많은 아내 때문에 늘 아쉬운 마음을 안고 출근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먼 데다 야근이 잦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출근은 빠르고 퇴근은 늦지만 그래도 신혼이라 아내의 예쁜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김씨. 하지만 김씨가 집을 나설 때나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늘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평일에는 늘 자는 모습만 보고 있죠. 이게 과연 제대로 사는 걸까요.” 대기업에 다니는 결혼 7개월차 이모(30)씨 역시 아침잠이 많은 아내가 아쉽다. 출근길에 인사라도 한 번 듣고 싶지만 흔들어 깨워도 아내는 별 반응이 없다. 게다가 밤에 잠을 잘 땐 꼭 두 번씩 화장실에 가는 버릇이 있어 고단한 밤잠을 깨우기 일쑤다.“아직은 그 모습들이 이해가 되는데, 점점 아쉬움이 쌓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결혼 전과 달라진 ‘아줌마’같은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3년전 결혼한 회사원 이모(31)씨는 전업주부로 변신한 아내의 꼼꼼한 살림살이가 약간 불편하다. 결혼 전 아내는 이씨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와 집안 경제 사정이 어떤지에도 관심이 없을 만큼 돈에는 전혀 무신경한 여자였다. 하지만 결혼으로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가 된 아내는 이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꼬치꼬치 캐물을 만큼 변신했다. 최근에 크게 다투기까지 할 정도다. ●자주 바뀌는 침대 위치, 잠 설치기 싫어 4년전 결혼한 공무원 김모(34)씨는 늘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은 기분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아내가 기분이 내킬 때마다 가구 배치를 바꾸는 버릇이 있었던 것.“늘 집안이 어수선하죠. 특히나 침대 위치를 바꾸는 날에는 잠도 제대로 안 오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른 집에서 잠을 잔 거 같이 하루종일 몸이 찌뿌듯하죠.” 지난해 5월 결혼한 장모(30)씨는 쓴 물컵을 여기저기 놓아두는 아내의 버릇이 영 못마땅하다. 아내는 책상, 침대, 거실 곳곳에다 물컵을 놓아두기 때문에 가끔 물이 남아 있는 컵을 쏟기도 한다.“치우는 것도 귀찮아 늘 지적하지만 버릇이라 잘 안 된다고 뾰로통해 있으면 더 뭐라고 하기도 그렇더군요.”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전문직 백모(30)씨는 요즘 마냥 싱글벙글이다. 연애시절 심하게 낯을 가려 백씨가 친구들에게 미래의 배우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조차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내. 그런 아내가 결혼 뒤 확 변했기 때문이다. 결혼이 둘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댁 식구들에게 어떻게 대할지 걱정됐던 게 사실이었지만 아내는 온갖 애교를 다 떨며 시댁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매일 전화통화로 시어머니와 수다를 다 떠는 걸 보면 ‘저 사람이 언제 저렇게 변했나.’ 싶단다. “사실 전 아직까지 장모님과 통화하면 3분을 못 넘기거든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데, 상을 주고픈 마음입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김영수박사 월봉저작상 수상

    한국학 전문 출판사인 일조각이 주관하는 제32회 월봉저작상 수상자로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인 김영수 박사가 선정됐다. 수상 저서는 ‘건국의 정치: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이학사 펴냄). 시상식은 4월10일 오후 4시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에서 열린다. 월봉저작상은 식민지시대 언론인이자 교육자인 월봉(月峰) 한기악(1898∼1941) 선생의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 반기문총장 고향 관광명소로

    충북 음성군이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마을을 명소로 만드는 작업에 본격 나선다. 5일 음성군에 따르면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 장관의 고향인 원남면 상당1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 마을 주변 환경정비 사업 등을 추진, 음성지역 명소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군은 먼저 행랑채 일부만 남아 있는 반 장관의 생가 터를 매입해 복원하는 방안을 장기 사업으로 검토하는 한편 생가 주변 조경공사와 연못 및 농로 보수작업 등을 벌이기로 했다. 또 이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진입로 확장, 마을 안내판 설치 등에 대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또 반 장관 고향마을과 큰 바위얼굴 조각공원, 새연철박물관, 정크아트 갤러리 등을 연계한 음성지역 관광지개발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마을 앞을 지나는 36번 국도에 ‘반 총장의 고향’을 알리는 대형아치를 세우고 지역 특산물인 음성청결고추, 복숭아, 수박 등의 포장재에도 반 총장의 고향에서 생산됐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은 제 2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육성을 위한 초·중·고교생 영어 말하기 전국 대회를 내년부터 해마다 열기로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학생들은 유엔 사무총장상 수상과 함께 유엔본부 방문 기회 등을 제공, 세계적인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음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인간시대] 금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함박웃음

    [인간시대] 금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함박웃음

    지난 11일 금천구 봉천5동 동사무소 2층.20여명의 주부들이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수박 떡 감자 등 간식거리가 올려진 책상 위에 주부들이 동화책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사계절 펴냄)을 펴놓는다. 이들은 ‘금천 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 함박웃음’의 회원들이다. 이날은 월례모임이라 그림책, 동화, 옛이야기, 청소년 분과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지난 7일 함박웃음이 서울시로부터 ‘2006 서울사랑시민상 여성부문’ 장려상을 받은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자녀와 눈높이 맞추기에 그만 주제 도서의 발제를 맡은 홍현옥(38)씨가 토론을 이끌었다. “나무 의사는 지식책입니다. 지난해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아이들에게 건넸는데 읽지 않더라고요.‘엄마 과제라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회원들은 책을 읽으며 배운 점과 아이들의 반응을 이야기했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구덩이에 나뭇잎 찌꺼기를 넣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나뭇잎이 부패하면서 열이 발생해 나무의 성장을 방해한대요.” “노끈으로 현수막을 걸면 나무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아이가 책을 읽더니 나무가 ‘불쌍하다.’고 울먹이더라고요.” 물관이 나무껍질을 통해 이동하기에 철조망이나 노끈으로 나무를 칭칭 감으면 나무의 수명이 단축된다. 이처럼 함박웃음은 어린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나가기 위해 1997년 만들어졌다. 회원 수는 엄마 42명이며 매년 가을에 신입 회원을 모집한다. 강윤희(38)씨는 모임에 참여한 동기를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을 하다보니 그보다 크고 좋은 것을 얻었단다. 김원경(45)씨는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함께 읽은 책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죠. 그래서 사춘기가 다가와도 걱정되지 않더라 고요”라고 말했다. 홍현옥씨가 동의했다.“엄마를 도와준다는 생각에 아이가 더 열심히 책을 읽어요. 아이 얘기를 노트에 적으면서 들어주니까 신나하고요.” 엄마가 어린이 책에서, 그리고 자녀들에게 한 수 배우고 있는 셈이다. ●배우며 느낀 점 나눔에도 앞장 함박웃음은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남들에게 나눠주는 일에도 앞장선다. 매월 한차례씩 어린이와 학무모를 위한 강연회를 열고, 여름·겨울방학에는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올해는 오는 27∼28일 시흥5동 동사무소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자연은 내친구’라는 주제로 개최한다. 하루에 2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다. 책의 계절 10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잔치’를 연다.5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라 4개월 동안 준비를 한단다. 특히 동화극이 인기다. 자녀들이 엄마의 출연을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는 ‘자연’을 주제로 정했다. ●책의 위력 실감 일주일에 한번씩 사회복지관이나 보육원을 찾아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양기순(37) 회장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동화책 구연에 어색해 하지만, 서서히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책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배우죠.”라고 말했다. 어린이 책이 엄마와 자녀를,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함박웃음이 추천한 여름방학에 읽을 만한 책 ●초등 저학년 (1) 나무(옐라 마리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2) 나무는 좋다(재니스 메이 우드리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3) 고향으로(김은하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4)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이태수 지음, 우리교육 펴냄) (5) 벼가 자란다(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6) 뿌웅 보리방귀(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7) 개구리 논으로 오세요(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사계절 펴냄) (8) 소금이 온다(도토리기획 지음, 보리 펴냄) (9) 개구리네 한솥밥(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보림 펴냄) 10 좋은 엄마 학원(김녹두 지음, 김용연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초등 고학년 (1)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우종영 지음, 사계절 펴냄) (2) 새 박사 원병오 이야기(원병오 글, 우리교육 펴냄) (3) 과수원을 점령하라(황선미 지음, 사계절 펴냄) (4) 내가 나인 것(야마나카 히사시 장편동화,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 (5) 진휘 바이러스 (최나미 지음, 우리교육 펴냄) (6) 사금파리 한 조각(린다 수박 글,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서울문화사 펴냄) (7)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고재은 지음, 양상용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8)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안미란 지음, 윤정주 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9) 비 논 이야기(임종길 글, 봄나무 펴냄) 10 지엠오 아이(문선이 글, 유준재 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 사람이 나무를 만나 쉼을 얻다

    사람이 나무를 만나 쉼을 얻다

    온몸으로 여름을 느끼며 휴가를 즐기는 곳이 어디 바다, 산, 계곡뿐이랴. 듣고 보고 만지고 익히며 배우는 곳도 좋은 휴가지다. 수목원, 박물관, 문화거리로 떠나보자. 초·중학생 아이들에게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사랑이 몽글몽글 솟아나고, 친구와 같이 가면 우정이 추억으로 물든다. 여행을 가는 길에, 또는 잠시 짬을 내서 들어가보자. 자연과 문화 속으로…. ■ ‘지상의 낙원’ 수목원 아름답고 예쁜 것을 보면 우리의 마음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후텁지근한 날씨에 짜증날때 가족들과 꽃구경을 하러 가보자. 예쁜 야생화, 갖가지 향기로운 향을 뿜어내는 허브, 물가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연꽃. 이들 모습에 흠뻑 취한다면 마음은 저절로 상쾌해진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85) 아이들 천국, 포천뷰식물원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유동리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포천뷰식물원은 잘 가꿔진 정원 같아서 좋다. 뷰식물원의 특징은 다양한 꽃을 조금씩 심는 대신 일정 규모의 땅에 한 가지 꽃만 심어, 보는 이로 하여금 꽃 세상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현재 빨강, 분홍, 흰색의 숙근코스모스, 가우라 등이 방긋 웃음을 짓고 있고 색깔이 다양한 후룩스가 식물원을 오색빛깔로 물들이고 있다. 또한 이곳은 아이들이 편히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흔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은 물론 산책로와 꽃밭을 구분하는 울타리조차 없어 아이들이 꽃과 함께 할 수 있다. (031)534-1136,www.viewgarden.co.kr (86) 거대한 꽃나라, 한택식물원 동양 최대의 종합식물원인 한택식물원은 경기도 용인에 자리잡은 식물원으로 총 20만평에 이른다.8300여종,730여만 본의 식물이 자라는 거대한 꽃나라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아담한 계곡을 따라 펼쳐진 1000여 종의 우리나라 자생 식물이 자라고 있는 자연생태원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자랑거리. 하늘매발톱과 금낭화, 족도리풀 등 처음 보는 꽃들이 즐비하다. 또 자연생태원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위쪽의 전망대에 오르면 월가든, 암석원, 유리온실 등 동화의 나라 같은 식물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또 한택식물원에서 오는 29일부터 8월27일까지 숲생태 곤충탐험전이 열린다. 곤충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고 숲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하는 살아 있는 학습장이다.(031)333-3558,www.hantaek.co.kr (87) 꿈 속의 그곳, 아침고요수목원 영화배우 박신양이 죽음을 앞두고 꽃을 가꾸며 살았던 영화 ‘편지’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은 꽃과 나무의 에덴동산이다. 수목원에는 지금 나무의 진초록을 배경으로 온갖 색깔의 꽃들이 피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계절·주제별로 다양한 꽃과 나무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이 20여곳. 특히 주목, 산수유, 단풍나무, 회양목 등 나무 사이로 꽃창포, 튤립, 무늬옥잠화 등의 꽃의 자태가 너무 곱다.(031)584-6703,www.morningcalm.co.kr (88) 메밀꽃 필 무렵엔 평창 허브나라농원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태기산 자락.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로 유명한 평창에 허브나라농원이 자리잡고 있다. 물 맑은 흥정계곡과 1250m의 태기산이 지척이라 단순히 허브만 보고 돌아갈 것이 아니라 가벼운 산행이나 계곡의 물놀이 또한 허브나라농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다. 어린이정원, 향기정원, 셰익스피어정원, 모네정원 등 13개의 테마로 잘 정돈된 정원을 천천히 걷다보면 향기로운 허브향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팻말에 허브의 학명·원산지·개화기 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 혼자서도 돌아보는 데 무리가 없어 좋다.(033)335-2902,www.herbnara.com (89) 유럽을 갖다 놓은 듯, 팜 카밀레 충남 태안에 위치한 허브농장인 팜 카밀레. 낮은 산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야외 허브정원과 멋진 해송 군락, 풍차 등에 마치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유럽 시골마을에 온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다. 라벤더를 비롯한 120종의 허브와 150종의 야생화가 철따라 피고 지는 야외 꽃동산이 만드는 황홀경에 더위도 싹 달아난다. 꽃과 잎에서 은은한 사과향이 나는 국화꽃 모양의 캐모마일 가든과 보라색의 라벤더 가든, 그리고 분홍색의 애플 제라늄과 로즈마리 등을 심어놓은 보테니컬 가든에서 풍기는 은은한 허브향이 온 몸을 감싼다. 또 허브비누, 향초 등의 허브 공예와 허브 스킨, 로션 만들기 강좌 등 다양한 허브 체험 교실도 있다. (041)675-3636,www.kamille.co.kr (90) 오감 대만족, 상수허브랜드 충북 청원에 자리하고 있는 상수허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허브를 대규모로 가꾸기 시작한 곳으로 2만여평 규모의 큰 허브농장이다.16년 된 팔뚝만한 로즈마리가 쑥쑥 자라고 있고,550여종의 갖가지 허브가 숨쉬는 실내정원을 거닐며 허브를 직접 만져보고 향기도 음미하면 어느덧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얻는다. 천년 묵은 소나무 분재와 특이한 모양의 공룡바위도 방문객을 반긴다. 또 허브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허브터널과 맨발로 밟아볼 수 있는 허브잔디, 그리고 향치료 효과(아로마테라피)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다. 보라·흰색을 자랑하는 제비꽃과 강렬한 주황색 한련화(나스터튬), 흰 베고니아 등이 예쁘게 장식된 허브 꽃밥은 먹기 아까울 정도. 허브 강의와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하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043)277-6633,www.sangsooherb.com ■ 3가지 테마로 떠나는 박물관 여행스케치 박물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다. 풍부한 역사를 한자리에서 느끼고, 세계 문화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독특한 발명품들을 경험할 기회도 갖는다. 올 여름, 박물관에서 문화적 소양을 한껏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91) 지도 직접 만들어봐요… 경희대 혜정박물관 대학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대부분 관람료가 없다. 교육적인 프로그램에는 실비 정도로 참여가 가능하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만큼 교육적인 주제가 뚜렷하고 알차다. 각 대학의 특성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목표를 심어주기에도 그만이다.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혜정박물관은 박물관 견학을 하면서 지도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김혜정 관장이 세계 각국에서 모은 15∼20세기 동·서양의 이색적인 옛 지도와 지도첩, 지도 관련 사료, 고문헌 등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곳. 특히 우리나라를 섬으로 표시한 최초의 지도,1655년 제작된 중국지도,1737년 프랑스 지도제작자 당빌이 만든 우리나라 전도, 동해를 ‘COREAN SEA’로 표기한 지도(1794년) 등이 눈에 띈다. 주요 고지도를 탁본하거나 간단한 지도 제작원리를 체험하고, 종이퍼즐이나 영상게임 형식으로 지도 맞추기를 하는 등 재미도 더한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을 위한 문화교실도 운영할 예정(참가비 2만 5000원).(031)201-2012∼4,oldmaps.khu.ac.kr (92) ‘우리나라 최초’ 고려대 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는 고려대 박물관은 10만여점이라는 방대한 양의 유물을 가지고 있다.100년사 전시실, 역사 민속자료실, 고미술전시실, 현대미술전시실 등 3개층에 걸쳐 유물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눈으로 보는 유물도 가치가 있지만 고려대 박물관의 장점은 교육프로그램. 대부분 무료로 운영하고, 일부 답사일정만 교통비 정도를 참가비로 받고 있다.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8월27일까지 ‘조선시대의 위대한 유산-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2)3290-1514,museum.korea.ac.kr (93) 동서양 의복 한자리… 숙명여대 자수박물관 숙명여대 정영양 자수박물관은 동서양의 다양한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주요 자수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의 해외 자수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히 여성들이 취미로 하거나, 옷을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식·생활·감상용으로 다채롭게 활용된 예술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02)710-9133∼4,museum.sookmyung.ac.kr (94·95) 과학의 시대가 온다… 로봇·별난물건박물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로봇박물관이 있다. 미래 관심사인 로봇에 대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았다. 명지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백성현 교수가 10여년 동안 수집한 3500여점의 로봇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전세계 40여개국 초기로봇,‘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로봇 틴맨(1900년대),‘메트로폴리스’에 출연한 마리아로봇(1920년대), 아톰(1950년대), 토종로봇 로봇태권V(1970년대) 등 볼거리가 한가득이다.3D입체영상실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공간도 있다.(02)741-8861,www.robotmuseum.co.kr 상천외한 물건들을 보고 싶다면 별난물건박물관에 가보자. 담배 연기를 마시면 기침을 하는 재떨이,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스누피 인형,“이봐, 손씻는 거 잊지마!”라고 말하는 변기 모양 비누통, 큰 소리를 치면 부들부들 떠는 강아지, 동물모양 손톱깎이, 눈뭉치를 만들어주는 집게 등 독특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소리, 빛, 과학, 움직임, 생활 등 다섯 가지 테마. 서울·부산·경기 파주 영어마을 세 곳에 있다. 서울관 (02)792-8500, 부산관 (051)740-4858, 파주관 (031)956-2211,www.funique.com (96 98 97) 세계 문화를 찾아서… 아프리카·중남미·티베트박물관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그대로 제주도에 옮겨놓은 아프리카박물관은 세계문화유산 중에 하나인 서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젠네대사원(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재현한 외관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18∼20세기초의 아프리카 조각과 가면, 생활용품, 장신구, 악기 등 1000여점을 시기별로 전시 하고 있다. 매일 3차례 아프리카 전통 민속 공연이 열린다. 아이들을 위해 아프리카 전통 문양 페이스페인팅, 찰흙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장소가 될 듯. (064)738-6565,www.africamuseum.or.kr 경기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박물관은 중남미 지역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30년간 중남미 외교관을 지낸 이복형씨가 지난 1997년 개관했다. 멕시코, 중미, 카리브해역 등에서 수집한 각종 토기, 가구, 석기, 가면, 민속품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안에서 볶음밥인 파에야(2만 5000원), 스낵인 타코(6000∼8000원) 등을 즐길 수 있다.(031)962-7171,www.latina.or.kr 서울 종로에 도심 속의 작은 티베트인 티베트박물관이 있다. 신비로운 베일에 싸인 티베트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가정 주택을 개조한 듯한 아담한 전시장에 티베트의 불교미술품과 12∼19세기 생활용품,12세기 라마승의 법의(法衣) 복식 등 문화·민속자료 등이 있다. 소장품 1200여점 중 30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3개월마다 전시물을 교체한다. 전문해설자 2명과 자원봉사자 3명이 티베트 문화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02)735-8149,www.tibetmuseum.co.kr (99) 예술인의 혼이 가득한 헤이리 경기도 파주 헤이리는 일일나들이 코스로 단연 으뜸이다. 자연친화적이고 나지막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복합문화 공간. 아이들과, 연인과, 또는 친구와, 그 누구와 함께 가도 좋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북하우스’는 음악, 미술, 책, 음식에 대한 갈증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어른, 아이 모두를 위한 책들이 빼곡하고,1층에 햇살 좋은 식당이 있다. 매달 토요일 오후에는 작은 음악회도 연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나라’에서는 동화책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전시회를 마련한다. 오래된 서점의 낡은 책 냄새와 허브향이 어우러진 ‘북카페 반디’도 아늑하다. 가장 큰 전시공간인 ‘93MUSEUM’은 국내 최초의 인물미술관.‘식물감각’에서는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보고, 꽃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헤이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한향림갤러리’는 도자기 전문갤러리로, 우리 항아리의 고전적인 멋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폭 빠져버리는 공간은 쌈지에서 운영하는 ‘딸기가 좋아’다. 딸기, 똥치미 등 캐릭터들과 한 데 어울려 논다. 어른이 향수를 느끼기에 좋은 공간은 맞은편 ‘타임캡슐’이다. 옛 생활 박물관으로, 조선시대부터 어릴 적에 한번쯤 본 물건들이 가득하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는 인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75개국에서 수집한 600여개의 악기가 전시돼 있다.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이국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www.heyri.net ■ 가는길:자유로→통일전망대→고가도로 아래로 지나자마자 성동IC→예술마을 헤이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첫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헤이리 1·4번 게이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1·2번 출구에서 200번,2200번 버스가 각 4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 (100) 예술작품 힐끔 차 한잔 홀짝,양평 편안한 차림으로 경기도 양평의 강가로 떠나보자. 예술적·생리적 허기짐을 마음껏 해결할 수 있다. 양평읍 초입에 ‘양평 맑은물사랑 미술관 및 창작스튜디오’는 군청에서 관내 예술인을 위해 마련한 전시·창작공간이다. 작가의 개인전이 다양하게 열린다. 서종면 ‘문화의집’은 지역 아이들을 위해 전시·음악행사를 여는 장소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마니아들이 몰려오는 인기 장소가 됐다. ‘갤러리아지오’는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는 곳. 건물 안 갤러리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한 부족인 쇼나(Shona)의 유명한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 옆 작은 카페에는 커피, 국화차, 산딸기홍차 등 20여가지 차를 맛볼 수 있다. 전시실, 카페, 아트숍을 한 데 모은 ‘몬티첼로’나 작은 창고 모양의 ‘인더갤러리’도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바탕골 예술관’을 꼭 들러보자.8700여평의 대지에 예술극장, 전시관, 도자기·금속공방 체험관 등이 들어서 있다. 두달마다 주제를 바꿔 소장품 위주로 기획 전시를 한다. 도자기 공방에서 흙을 마음껏 만지고, 흙그림을 그리고, 그릇을 구울 수도 있다. 체험료는 1만∼2만 5000원선. 홈페이지(www.batangol.com)에 회원가입을 하고 쿠폰을 받으면 체험료·관람료를 할인해 준다. ■ 가는길:올림픽대교→강일IC→미사리→팔당·양평 방면 이정표를 따라 팔당대교를 건너 6번국도 진입→양수대교→양수리→양평 ■ 여행정보:45번 국도를 따라 연세중학교 앞에 ‘죽여주는 동치미국수’(031-567-4070)에서는 살얼음이 뜬 국물의 동치미국수(4000원)가 무더위를 녹인다.. 서울종합촬영소로 가는 ‘초원’(031-576-8941)은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맛있다.88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만나는 생선구이전문점 ‘해마’(031-771-9202)나 맞은편 프랑스 레스토랑 ‘라리아’(031-774-9717)도 추천하는 식당. (101) 강북의 문화 일번지 삼청동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향기를 뿜어내는 곳이 서울 삼청동이다. 갤러리현대, 금호미술관, 학고재, 국제갤러리 등 미술관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총리공관 주변으로 맛집이 들어섰고, 다양한 패션·액세서리 숍이 생겨 강북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삼청동 하면 떠오르는 ‘삼청동수제비’를 비롯해 ‘서울에서 둘째로 잘 하는 집’(찻집) ‘눈나무집’(국수·떡갈비) ‘라마마’(퓨전일식) 등 소문난 음식점이 많다. 또 ‘청’ ‘공리’ ‘쿠얼라이’ 등 고급스러운 퓨전중식당도 들어섰다.‘까브’ ‘로마네꽁띠’ 등은 삼청동 산책을 우아하게 마무리할 만한 유명한 와인바. 와인이 부담스럽다면 한가롭게 차를 즐겨도 좋다. 별미케이크전문점 ‘아루’나 노천카페 ‘어린왕자’, 북카페 ‘진선북카페´도 추천할 만한 곳. 최근 1∼2년 사이 삼청동은 ‘패션1번지’로도 변신했다. 국제갤러리에서 삼청동 길로 진입하는 초입 ‘전통한복 김영석’ 매장을 시작으로 ‘홍조’ ‘소현갤러리’ ‘수담’ ‘지아갤러리’ ‘더 슈’ ‘드레스업’ ‘보스코’ ‘파르베’ 등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액세서리, 빈티지 스타일의 고가 수입브랜드, 구두매장, 맞춤옷, 손뜨개 전문점 등 종류도 다양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 쇼핑을 즐기면 된다. ■ 가는길:서울시청→광화문교차로에서 우회전→경복궁교차로에서 좌회전→삼청터널 방향으로 직진 (102) 정통 중국음식을 찾아 떠나는 인천 차이나타운 시내 곳곳에 퓨전중식당이 성황을 이룬다. 벽에 홍등을 걸어 화려함을 더하고, 빨간색과 중국식 앤티크 식탁으로 치장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정통 중국음식을 즐기는 데는 인천 차이나타운만 한 곳을 찾기 힘들다. 세계 어디서나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탑 모양의 ‘패루’. 이것을 지나면 바로 중국으로 빠져든다. 101년전 자장면을 처음 선보인 ‘공화춘’은 간판만 남아 있다가 올해 초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외에 10여개의 음식점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음식맛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자금성’. 서울 특급호텔 중식당 조리장을 지낸 화교 요리사가 직접 만드는 자장면으로 유명하다. 40년째 한자리를 지킨 ‘풍미’, 세련된 인테리어의 ‘부엔부’, 베이징식 음식을 내놓는 ‘상원’, 새롭게 문 연 ‘공화춘’ 등 청요리집이 즐비하다.‘원보’와 ‘미식세계’에서는 다양한 중국식 만두를,‘복래춘’에서는 속이 텅 빈, 일명 공갈빵을 맛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 곳곳에 토산품점에서는 오량액 마오타이주 칭다오맥주 등 중국산 술과 우롱차 보이차 등 중국차, 그림 도자기 수정조각품 중국의상 등 중국문화가 물씬 풍기는 상품도 만날 수 있다. 제3패루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중국 문화를 소개하는 벽화가 있다. 인천화교중산학교 담장에 있는 삼국지를 소재로 한 150m의 담장벽화는 삼국지를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www.ichinatown.or.kr ■ 가는길: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끝(인천항)에서 월미도방향→인하대병원→옹진군청→인천경찰청→자유공원광장. 지하철 1호선 인천행을 타고 인천역 하차.
  • 세계 희귀 과일 잠실·안양 ‘집합’

    세계 희귀 과일 잠실·안양 ‘집합’

    세계 희귀 과일을 한자리에서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롯데백화점 안양점(9일까지)과 잠실점(10∼17일)은 두리안, 망고스틴, 람부탄 등 세계 희귀 과일과 황금수박, 사각수박, 용과 등 50여종을 전시·판매하는 ‘세계 과일 박람회’를 연다. 행사장을 열대과수, 바나나나무 등으로 꾸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원두막을 놓아 한국적인 이미지도 가미시켰다. 민속 공연단 공연, 과일 특급 경매쇼, 과일 조각가 초청 실연, 열대과일 관련 퀴즈게임, 파인애플 즉석 박피 실연행사, 과일 캐릭터 페이스 페인팅 등의 이색 이벤트도 진행한다. 가격은 머스크멜론(1통) 6800원, 뉴질랜드산 그린키위(1팩) 3300원, 참외(5개) 6800원, 무농약 토마토(1박스) 5000원, 필리핀산 스위티오 바나나(100g) 250원, 타이완산 망고(1개) 5000원 등이다. 롯데백화점 식품매입팀 최원일 팀장은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국내에서 보기 힘든 희귀 과일들을 선보여 시원한 여름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실적 재현미술 ‘여섯개 방의 진실’전

    장르간 구분이 모호해진 현대미술의 한 쪽에서 ‘재현미술’이 각광받는 현상은 얼핏 역설적으로 보인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가상현실 이미지들의 범람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진짜’에 대한 열망, 잃어버린 예술가들의 ‘손맛’에 대한 갈망이 이같은 현상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섯개 방의 진실’전은 최근 주목받는 사실적인 재현미술의 전모를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에 초대된 22명의 작가들은 실물처럼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고 공간을 연출한다. 일상의 사물을 모티프로 하여 시대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특정 상황의 세밀한 묘사를 롱해 담는 등 작가들은 각자 사실적인 재현에 기초를 둔 조형법으로 색다른 시각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보는 즐거움의 묘미를 더하고 관람 동선을 고려하여 여섯개의 테마별로 전시를 구성했다.‘주부 L씨의 배고픈 식탁’(101호)을 보자. 사과가 담긴 궤짝들을 그린 윤병락의 ‘가을향기’는 거친 나무궤짝에 담긴 반들거리는 사과 이미지들이 서정성 짙은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준다. 밥상판 위에 곡식 씨앗과 물 담긴 그릇, 칼을 얹어놓듯 묘사한 이종구의 ‘식량’은 우리가 잊고 사는 삶의 근원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새삼 이야기하려고 한다. ‘새로 이사 온 화가 S씨의 방’(102호)에선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물질적 이상과 허상을 이야기하려 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통해 현실에서 느끼는 허구와 실제를 표현한 김기남의 ‘부재의 공간-모델하우스4’, 오래된 구치백을 똑같이 모방해 만들어 작가 이름의 이니셜을 박아 놓은 오귀원의 ‘구찌와 귀원’, 창문과 거울테, 유리 등의 이미지를 통해 재현과 환영적 효과를 보여주는 김홍주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큐레이터 P씨의 컬렉션’(201호)에선 박미현의 ‘수박씨’, 정명국의 ‘78포니1’ 등 한국의 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기법을 모색한 작품들을 선보이며,‘사진작가 H씨의 스튜디오’(202호)에선 김상우의 ‘See the Sea’ 등 실내정경과 자연풍경, 인물 등을 묘사한 사진같은 그림들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흰 벽면에 검정색 테이프 라인만으로 공간의 환영을 일으키는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여대생 Y씨의 깨끗한 방’(B101호), 건물장식 오브제와 사진을 이용한 입체작품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건축가 W씨의 차가운 거실’(B102호)이 꾸며져 있다. 전시는 8월30일까지. 전시기간중 토·일요일엔 어린이들을 위해 작품 감상 및 스케치, 작가들의 독특한 기법 따라해보기 등 ‘미술 속 마술찾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02)736-4371.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제주박물관 별~난게 다 있수다

    제주박물관 별~난게 다 있수다

    눈으로만 보는 낡고 고리타분한 박물관은 저리 가라. 이젠 만지고, 느끼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물을 거꾸로 보는 재미난 놀이터 같은 박물관이 우릴 유혹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깨비, 거미, 허브 등 새롭고 다양한 주제로 예쁘게 꾸민 박물관에서 이색체험을 해보자.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 제주도는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여기저기 눈부신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섬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도깨비, 아프리카, 녹차뿐 아니라 심지어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성(性)’을 주제로 만든 박물관까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제주도에 갔다가 이같은 재미난 박물관 한번 들러보면 어떨까.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귀엽고 재미있는 도깨비나라 아이들에게 ‘도깨비’를 만나러 가자고 하면 대부분이 ‘무섭다’며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도깨비 공원에 있는 도깨비들은 좀 다르다. 너무나 예쁘고 귀엽다. 공원 기획부터 시공까지 제주대 산업디자인과 이기후 교수와 학생들 9명이 만들어서인지 기발하고 재미난 도깨비들이 가득하다. 빨간 머리와 예쁜 장화를 신은 녀석, 아인슈타인을 닮은 깨슈타인, 마징가 Z를 연상시키는 정가숑타워 등 2300여 개의 재미난 도깨비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뽀디자인체험관에서 디자인 전공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도깨비를 직접 만든다. 도깨비탈도 만들고, 나만의 도깨비 액자도 만들어 가질 수 있다. 체험은 무료. 또한 영상관에서는 도깨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상물이 상영돼 아이들에게 인기다.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064)783-3013,www.dokkebipark.com #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곳 삶이 우릴 지치고 힘들게 할 때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편안하게 쉴 만한 곳은 의외로 별로 없다. 이런 사람을 위한 공간이 제주 표선 허브동산이다. 180여 종의 허브와 우리 산하의 야생화로 채워진 각양각색의 정원들과 작은 동산들, 그리고 2000평의 체험 감귤농장 등 다양한 형태의 테마공원으로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해진다. 자유롭게 허브 잎을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 볼 수 있으며 꽃의 향기가 좋아서인지 나비도 지천이다. 아이들과 함께 허브도 공부하고 나비를 쫓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공원에 하나 둘 가로등이 들어오면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또 허브 비누와 과자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도 가능하다.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누구나 편하게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허브 정원과 체험 시설뿐 아니라 허브 관련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퓨전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카페 등이 있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꼭 한번 들러보아야 하는 곳이다. 어른 4000원, 학생 2000원.(064)787-7362,www.herbdongsan.com # 예술과 외설의 차이 ‘성(性)’에 대한 어둡고 음흉한 생각을 밝고 재밌게 바꾸어 놓은 곳이 제주 연동의 러브랜드다. 인간의 성(性)을 소재로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성 테마 야외 전시장이다. 성만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도 없다. 그렇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이런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왠지 쑥스럽고 금기시 되어왔다. 하지만 발칙한(?) 상상력으로 이런 외설을 예술로, 부끄러움이 아니라 웃음으로 완전히 바꾸어 버린 곳이 ‘제주 러브랜드’다. 공원의 분수와 폭포들은 잘 살펴보면 남녀 성기를 묘사한 작품, 다 드러내 놓고 오줌 누는 남자 모습, 여성의 하반신을 묘사한 조각. 또 중년부부의 성을 다룬 고개 숙인 남성 시리즈 조각은 ‘부실한 남성’들의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뚱뚱하지만 그것을 밝히는 아내와 사랑 행위를 무서워 도망가는 남편 등의 조각은 볼수록 재미나다. 정안수 부산 교육대 교수와 홍익대 미대 조소과 출신 작가 20명이 2년여 동안 구슬땀을 흘려 만든 이곳의 작품들은 ‘예술’이다. 부부나 연인끼리라면 ‘강추’. 밤에는 환상적인 조명이 어우러져 더욱 멋지다. 입장료는 7000원.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동행해야 입장 가능하다.(064)712-6988,www.jejuloveland.com #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엄마 저게 인형이야, 꼭 살아 있는 것 같아.”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닥종이인형박물관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재미난 박물관이다. 가는 눈매, 발그레한 볼에 활짝 웃는 표정의 인형을 바라보면서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아이에게는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가족, 겨울이야기, 꽃 시리즈, 옛날 옛적에, 학교풍경 등 1950∼70년대 우리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제주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돼지를 쫓으며 볼 일을 보는 아이, 수박껍질을 뒤집어쓰고 마루에 앉아 웃고 있는 개구쟁이, 성적표를 들고 우쭐거리는 소년 등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추억 속에 잠겨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밖에 박물관에서는 대한뉴스와 CF, 대학가요제 등 1950∼80년대의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덤으로 제주 월드컵경기장도 둘러볼 수 있다. 어른 6000원, 아이 4000원.(064)739-3905,www.storium.co.kr # 가까운 아프리카로 사자와 기린 등이 뛰어 노는 신비의 땅인 아프리카는 우리들에게 꿈의 나라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제주도에 옮겨 놓은 곳이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이다. 건물 모양새부터 이색적이다. 온통 황토빛으로 칠해져 있으며 첨탑을 잇따라 붙인 듯한 건물 모습에 ‘어디서 보았지’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바로 세계문화유산 중에 하나인 서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젠네 대사원(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1층에는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 찍었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포효하는 사자,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코끼리 무리, 해맑은 미소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밀림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2층에는 아프리카 전통 가면, 조각, 집 등이 있으며 매일 3차례 아프리카 전통 민속 공연이 열린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아프리카 전통 문양 페이스페인팅, 찰흙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참가비 8000원)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아이 3000원.(064)738-6565,www.africamuseum.org # 이곳도 꼭 잊지마세요 ‘녹차’하면 떠오르는 곳이 보성과 하동이지만 제주도도 녹차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서광다원에 있는 오설록녹차박물관(064-794-5312,www.osulloc.co.kr)은 아늑한 전시장, 예쁜 정원, 가슴속까지 맑아지게 하는 차밭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2층 전망대에 서면 16만평의 파란 차밭 구릉 넘어 또렷이 보이는 한라산 모습은 가히 예술이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차와 찻잔이 가득하고 차와 관련된 서적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이 박물관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는 정말 맛있다. 북제주군 한경면 평화박물관(064-772-2500,www.peacemuseum.co.kr)은 제주도가 아닌 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독특한 박물관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제주도를 어떻게 점령하고 파괴했는지를 보여주고 곳이다. 일본군이 파놓은 미로 같은 진지동굴이 복원돼 있으며 전시관에는 진지동굴을 만들 때 사용했던 일본군의 각종 도구와 자료가 기다린다. ■ 박제된 박물관은 가라 # 별난 물건 박물관(funique.com) ‘맘껏 체험’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의 엉뚱한 물건과 신기한 과학완구들을 다섯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해 놓았다. 매달 전시물이 새롭게 바뀐다. 매주 월요일 휴관(공휴일은 제외). 요금은 초등학생 이상 8000원.(02)792-8500. 부산관 (051)740-4858.(사진2·3) # 기타 이색 박물관 ●로봇박물관 종로구 동숭동 (02)741-8861. ●작은차박물관 종로구 소격동 (02)737-5988. ●옹기민속박물관 도봉구 쌍문동 (02)900-0900. ●부엉이박물관 종로구 삼청동(02)3210-2902.(사진5) ●쇳대박물관 종로구 동숭동(02)766-6494. # 거미박물관(arachnopia.com) 4000여종에 달하는 거미 표본이 전시돼 있다. 사육장에 있는 거미들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어린이들에겐 늑대거미 ‘타란튤라’가 특히 인기. 야생화와 곤충 등이 전시된 생태수목원도 함께 있어 볼거리를 더해준다. 어른 5000원, 중·고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 매월 1·3주 월요일은 휴관.(031)576-7908. # 기타 이색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고양시 화전동 (02)300-0466∼7. ●삼성교통박물관 용인시 포곡읍(031)320-9900.(사진1·4) ●지도박물관 수원시 영통구 (031)210-2167.(사진6)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인천 송현동 (032)770-6131.(사진7) # 참소리 박물관(www.edison.or.kr) 세계최대, 국내유일의 오디오 전문박물관이다.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틴 호일(TIN FOIL)을 비롯해 세계 60여개국에서 만든 15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미국 워싱턴의 에디슨 박물관보다 에디슨이 만든 진품 축음기가 더 많아 찾는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른 4500원, 어린이 2000원.(033)652-2500. # 화진포해양박물관 아름다운 화진포호수를 끼고 있어 자연을 즐기면서 관람하기 좋은 곳이다. 국내 해안에 서식하는 조개류와 전세계에 서식하는 패류, 바다 이야기, 그리고 멸종어족 등을 전시하고 있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연중무휴.(033)682-7300. # 공주 민속극박물관(kfdm.net) 한국의 다양한 민속예능을 체험할 수 있는 전문박물관이다. 민속학자인 심우성씨가 수집한 1000여점의 민속극 관련 각종 탈과 인형, 민속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서 벌이고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향토축제 등도 참가해 볼 만하다. 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 월요일은 휴관.(041)855-4933. # 목포 자연사박물관(museum.mokpo.go.kr) 세계에서 단 2점만 발굴된 프레노케랍토스와 콘코랩터 등의 공룡화석, 희귀한 해양파충류 표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지구 46억년의 자연사를 담고 있는 자연사관과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예역사관 등에는 총 3만 6000여점의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오후 6시,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개관한다. 월요일은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500원.(061)270-8367. # 경보 화석박물관(hwasuk.com) 고생대 삼엽충류, 중생대 암모나이트류, 신생대 매머드 이빨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화석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식물화석들도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연중무휴.(054)732-8655. # 포항 등대박물관(lighthouse-museum.or.kr) 국내 유일의 등대 전문박물관이다. 새천년 한민족해맞이축전 개최장소인 포항시 호미곶에 위치하고 있다. 푸른바다와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장점. 어른 700원, 어린이 500원. 매주 월요일은 휴관.(054)284-4857.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독창성으로 빚은 ‘품격’

    독창성으로 빚은 ‘품격’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꽃꽂이나 분경(盆景), 분재(盆栽) 등은 일본문화로 여겨졌다.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꽃꽂이 등은 이미 수백년 전, 혹은 그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문화였다. 이를 입증하는 기록이 바로 보물 653호로 지정되어 있는 ‘사계분경도’(四季盆景圖)다. 서울 논현동에 소재한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80) 관장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소장품이다. 20여년 전 해외로 빠져나가기 직전, 허 관장이 인사동 골동품상으로부터 가까스로 구입해 보물 지정을 받은 작품이다. 고려시대의 유일한 자수(刺繡) 미술품으로, 당시 상류계층이 분재와 꽃꽂이를 즐겼음을 잘 보여준다. “네 폭의 병풍에 각각 나무와 꽃, 열매 등의 소재를 써서 네 계절을 상징적으로 묘사했어요. 실경보다는 관념적 성격이 강하지만 매우 세밀하고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각 폭마다 대여섯가지 식물이 묘사되어 있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식물은 매화(봄)와 연꽃(여름), 포도(가을), 소나무(겨울)다. 그중에서도 김 관장이 특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매화가 수놓아진 작품이다. “발상이 재미 있어요. 분재 아래 바퀴를 달아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괴석 받침대는 마치 조각보를 덧댄 느낌을 줍니다. 중국 송대의 자수와 달리 실을 꼬는 기법을 쓰는 등 우리 자수만의 독창성이 돋보입니다.” 60년대 말, 골동품 수집가들이 도자기 수집에 몰려들자,‘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모아보자.’며 시작했던 자수 작품이 벌써 3000여점에 달한다.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700여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자수의 가장 큰 매력으로 허 관장은 ‘품격’을 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민화와 비슷하지만, 자수에선 민화에서 느낄 수 없는 격조가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민화와 달리 자수병풍은 궁중에서 주로 애용됐다고 한다. 허 관장은 자수가 예술이라기보다는 ‘모방’이라는 선입견이 가장 싫다. 단순히 정해진 밑그림을 따라 수를 놓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 실을 뽑아내는 순간부터 염색, 밑그림, 실 꼬기 등 스무단계에 달하는 각 과정 하나하나가 예술적 독창성을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순수미술에서 젊은 작가들이 전통 자수를 차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밑바탕이 있기 때문이란다. “‘전통’이란 답습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됨으로써 그 의미가 산다.”고 말하는 허 관장의 얼굴엔 첨단으로만 치닫는 요즘 예술풍토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싸늘한 바람이 매몰차게 흐르는 일지암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랫마을에서 아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 키위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한 할머니로부터였다.“시님 암자는 눈 피해 없능교. 우리는 올해 농사 다 망쳐부렀소. 이참에 열심히 허믄 농협 빛좀 갚을줄 알았는디. 하늘이 무심허게도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부러갖고 키위가 다 얼어죽어부렀소.” 오로지 키위농사밖에 모르는 할머니다. 그 할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7시까지 비닐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한다. 비닐하우스는 그 할머니에게 희망이요 부처였던 것이다. 그런 비닐하우스가 엄청난 폭설로 인해 폭삭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깊은 산속은 아직 눈이 지천으로 쌓여 있다. 인적은 끊어지고 바위틈에 훈기를 내뿜으며 졸졸 흐르는 유천만 살아있는 듯하다. 자연을 벗삼아 삶을 일궈가는 것이 이곳 남도인들의 살림살이다. 그래서 남도인들의 살림살이는 늘 유연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그곳에는 인간의 향기가 뿜어내는 인정이 있다. 그런데 미친듯이 쏟아낸 눈덩이들이 그들의 살림살이를 공포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삶의 근본은 의식주다. 그중 가장 기본은 식이다. 식은 과거처럼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당시대의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하나의 문화기준으로서 작용한 지 오래다. 현실은 아직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같은 우리의 현실에 대해 어떤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여러분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묵은해 새해 그런 거 다 필요없습니다. 본래 있지 않은 것이 시간이요 우리의 몸뚱어리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묵은해니 새해니 가리지 말고 매일 매일 매시간 매시간 그자리에서 행복하게 일하며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산적한 우리의 살림살이는 또 어떤식으로 펼쳐질까 매우 궁금해진다. 그러나 가만히 되돌아보면 그 이전의 해도 작년도 삶을 운영하는 살림살이는 크게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단지 우리가 정해놓은 시간만 우리곁을 지났을 뿐인 것이다. 차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차인들의 살림살이 또한 매년 정해놓은 시간속에서 마치 쳇바퀴처럼 움직인다. 차인의 삶은 늘 자유롭고 풍성해야 한다. 차의 품성처럼 매일 매일 창조롭고 여유로운 살림살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주변의 삶을 정화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살림살이 중 하나다. 우리의 차 살림살이 중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식이다. 최근에 다식은 다담을 하는 곳에서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찻자리에서 다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식의 근원에 대해 육당 최남선은 “다식은 다례의 제수요 다례는 지금처럼 면과로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점다를 하던 것인데 찻가루를 찻잔에 넣고 반죽하는 풍속이 차차 변하여 다른 식물질의 전분 등을 애초에 반죽하여 제수로 쓰고 그 명칭만은 원초의 잉전함이라는 말로서 수긍되는 말이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때 대표적인 실학자인 이익은 그의 명저인 성호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다식은 아마 송조의 대소룡단이 변한 것이리라. 차는 본래 전탕을 하는 것이지만 가례에는 점다를 한다. 점다는 찻잔에 다말을 넣고 탕수를 부은 다음 다적으로 휘젓는 것이다. 지금 제사에 다식을 쓰는 것은 점다의 뜻이지만 그 명칭만 남고 실물은 바뀌어 버린 셈이나 사람들이 송홧가루 등으로 어조화엽과 모양을 만들어 쓰는 것은 곧 용단이 변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해 다식의 근원은 병다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식은 과거의 찻자리에서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식은 주로 차를 마실 때 초탕과 재탕 사이에 먹으면 가장 적절하다. 차의 고유한 맛과 다식의 맛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한 다식은 차 고유의 맛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다식은 원재료의 고유한 맛과 꿀의 단맛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또한 주재료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이를테면 소나무 가루의 고운 분말로 만들어내는 다식의 제일미로 치는 송화다식, 녹말다식, 흑임자다식 등 주재료에 따라 다식의 이름이 결정된다. 옛 문헌에서는 독특한 다식의 존재도 밝혀주고 있다. 전치 포육 광어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다식들이 등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치 포육 등 동물성 다식들은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꿀과 물엿으로 반죽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당시 차는 일반 민중들보다는 지배엘리트층에 의해 발전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귀한 음식이었던 육류다식은 그 찻자리의 상하를 논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을 일깨운다. 차를 대표적인 음료로 애용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다식은 각각 나라마다 특성있게 발전해왔다. 먼저 중국의 찻자리에서 볼 수 있는 다식들을 살펴보자. 중국의 찻자리에서 볼 수 있는 다식은 주로 견과류다.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수박씨 등 견과류가 흔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과자류 다식이 매우 발달했다. 일본의 어느 찻자리에서나 다식은 등장한다. 어떤 찻자리는 너무 단 과자를 내놓아 차맛을 버린 적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의 찻자리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고유한 다식이 꼭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의 찻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과자류 다식은 무려 300여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이에 비해 우리의 찻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식은 자연에서 채취한 곡류가 대부분이다. 밤가루 송홧가루 콩가루 녹말가루 참깨 콩 찹쌀 밀 등 곡식들을 빻아서 볶은 가루들을 꿀이나 조청 등으로 반죽해 무늬가 새겨진 다식판에 꾹꾹 눌러서 여러 가지 문양을 만들어낸다. 옛 기록에 의하면 송의 정위 채군모가 묘한 것을 생각해 내어 차떡을 만들어 조정에 바쳤는데 이것이 풍속이 되었다며 다식의 시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호사설에서는 “다식은 송조의 대소용단이 변한 것이며, 국가의 제천에 쓰였는데 본래는 제사에 점다를 쓰던 것으로 시작된 것이다.”고 적고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삼국시대에 찻잎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 데서 시작되었다. 밀가루를 볶아서 꿀 기름 청주에 반죽하고 이것을 익힐 때 모래를 깐 기왓장에 담아 기왓장으로 뚜껑을 해서 익힌다.”고 적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돌아볼 때 다식은 채군모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우리도 삼국시대부터 아주 귀한 찻자리의 음식으로서뿐만 아니라 나라의 중요한 제사를 지낼 때도 사용되었던 고유의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약용은 아언각비에서 “다식을 세상에서는 인단이라고 하는데 밤 참깨 송홧가루를 꿀과 반죽하여 다식판에 넣어 꽃잎 물고기 나비모양으로 박아낸 것이다.”며 현대에 들어 사용하고 있는 다식판의 문양들이 어디부터 유래했는지를 알게 한다. 우리의 다식은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혜로운 조상들의 삶이 풍요롭고 여유로웠음을 알게한다. 다식에 복을 기원하는 수·복·강·녕 같은 글자를 비롯하여 수레바퀴 당초 국화 꽃 등을 집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오행을 나타내는 오색다식을 썼다. 이것은 다식 하나에도 삶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할 뿐만 아니라 다식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함께 행복을 나누는 상생과 조화의 질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다식의 종류를 살펴보자. 우리의 대표적인 다식은 쌀다식 밤다식 녹말다식 콩다식 승검초다식 생강다식 용안육다식 송화다식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찻자리의 품위를 높여주는 송화다식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송화는 맛이 달고 온하며 독이 없다. 심장과 폐를 부드럽게 하고 기운을 늘려주며 풍을 제거하고 지혈을 시킨다. 또한 송홧가루는 공기주머니가 두개가 있어 산소공급의 효과가 매우 커서 다쳐서 피가 나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그 가루를 바르면 지혈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오월초순부터 피기 시작하는 솔꽃을 받아 꿀에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낸 송화다식은 궁중의 잔칫상에는 필수음식으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민가의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송화다식은 다식판을 특히 깨끗하게 하여 노란색이 곱게 되도록 해야 예쁜색의 다식을 만들 수 있다. 이밖에도 쌀로 밥을 지어 말린 후 노릇하게 볶아 곱게 빻아서 체로 쳐서 여기에다 꿀과 소금을 넣고 잘 반죽한 쌀다식, 밤을 삶아 속껍질까지 벗긴 다음 곱게 찧어서 체로 치고 여기에 계핏가루 유자청 꿀을 섞어 반죽한 밤다식, 짙은색의 오미자 물을 만들어 준비해둔 녹말가루에 오미자 물과 꿀을 석고 잘 반죽한 녹말다식 등도 찻자리를 풍성하게 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다식들이다. 다식과 어울리는 차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아무 찻자리나 다식을 내놓는 것은 큰 결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백차와 어울리는 다식으로는 맛이 강하지 않은 과일로 만든 푸딩종류가 잘 어울린다. 백차의 담백한 맛과 푸딩의 싱그러움이 절묘하게 조화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차인 녹차를 마실 때에는 송화다식 깨다식 콩다식 등이, 황차에는 땅콩이나 호박씨 깨로 만든 강정이 잘 어울린다. 청차 우롱차에는 콩다식과 양갱 등이, 홍차에는 달콤한 쿠키나 케이크가, 흑차에는 육포나 과일 등으로 만든 전과류나 떡 과일의 씨앗 등을 곁들이면 차맛이 훨씬 더 향긋하게 느껴진다. 다식은 찻자리를 풍요롭게 한다. 차는 근본적으로 나눔과 편안함을 던져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일 매일 스트레스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은 찻자리에서 자신의 영혼을 쉬게 해줄 줄 알아야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소리 그리고 푸른 망망대해 같은 푸른 찻물, 내 코를 지나 내 영혼마저 감싸안는 싱그러운 차향을 통해 지쳐버린 심신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각박함을 채워주는 다식 한 조각은 또 얼마나 나를 풍요롭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차 한잔의 미학은 온 우주의 주인으로 나를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차를 마시는 이들은 알아야 한다. 그 마력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건강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다채로운 문양 찍어내는 다식판 얼마전 광주에 있는 한 찻자리에 참석했다. 겨울인지라 따뜻한 병차가 준비되어 나왔다. 정갈한 찻자리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는 것은 빨강 파랑 노랑의 송화다식이었다. 늦봄과 초여름에 청결한 산을 찾아 송홧가루를 모으는 일은 마치 개미가 자신의 식량을 저장창고로 나르는 것 같은 고된 노동을 하는 것과 같다. 그 찻자리의 주인은 그런 소중한 송화다식을 10명 정도 되는 차인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그 찻자리 주인의 정성과 깊은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찻자리를 만드는 차인들에게 다식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정열을 필요로 한다. 그 다식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바로 다식판이다. 그러나 그 다식판을 많은 사람들은 떡판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다식판은 길쭉하고 단단한 나무조각의 위아래에 다식모양을 파낸 것과 한조각에 구멍을 파낸 것도 있으며 각재에 원형 화형 물고기 등을 음각으로 파낸 하나의 판으로 된 것도 있다. 다식판은 양각판 돌출부에 음각된 전통건축이나 한복에 쓰이는 무늬와 비슷한 복을 기원하는 수복강녕 같은 글자를 비롯하여 수레바퀴 당초 국화 꽃 완자무늬 연꽃무늬 물고기 문양 등 그 조각의 모양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옛날에는 그 무늬만 봐도 누구의 집에서 만든 다식인 줄 알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다식판은 대를 물려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다식판의 존재는 차 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찻자리가 단순히 차를 음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격과 인격이 만나 향기를 나누는 소중한 자리인 것이라는 점이다. 손수 차를 끓이고 그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는 것은 긴 시간동안 차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라앉히고 마주한 손님과 삶의 지혜를 나누는 교감의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다식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잘 모른다. 진정한 차인이라면, 또한 차와 함께 다식을 즐길 수 있는 차인이라면 다식을 만들어낸 그 찻자리의 주인에게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란 그 찻자리에 대한 공경과 하심하는 마음자리를 그대로 내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것이 차와 다식이 주는 또다른 미학이 아닐까 한다.
  • [혁신 공기업탐방] (33) 박성표 한국주택보증 사장

    [혁신 공기업탐방] (33) 박성표 한국주택보증 사장

    대한주택보증이 종합 부동산 금융서비스 회사를 선언했다. 주력 상품인 분양·하자보수 보증 외에 새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산운용관리,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리스트럭션도 병행하고 있다. 주택보증회사의 1차 고객은 건설업체다. 그래서인지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궁극적인 설립 목적은 소비자의 안전한 주거생활을 목적으로 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라면 모두 이 회사의 보증서를 갖고 있다. 박성표(53) 사장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개발·제공해 명실상부한 부동산 종합 금융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은 대한주택보증이라는 회사를 잘 모른다. 뭣하는 회사인지. -선(先)분양제도에서는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하기까지 대개 3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만약 입주 전에 건설사가 쓰러지면 계약금과 중도금은 날아가고 내집마련의 꿈도 산산조각 나고 만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안전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보증해 주는 기관이 필요해 설립된 회사다. 입주 후에도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일정 기간 책임지고 하자 보수를 해주는 보증도 취급하고 있다.93년 설립돼 지난달 말까지 분양·하자 보증을 서준 아파트가 무려 491만 가구, 분양보증 금액으로 치면 289조원에 이른다. 분양계약자에게는 안전한 입주를, 주택사업자에게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보장해주는 주택전문 금융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외환위기때 주택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입주 예정자들의 재산이 날아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입주를 마칠 수 있도록 해준 기관이 바로 대한주택보증이다. ●분양계약자 안전한 입주도와 분양·하자 보증은 분양 아파트에만 있는 것 아닌가. 임대 아파트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그동안 임대아파트 건설업체들이 쓰러지면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제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다음 달부터는 임대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임대아파트가 300만가구에 이른다. 해마다 4만∼5만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새로 입주하는 임대아파트는 다음 달 14일부터, 기존 임대아파트는 내년 8월부터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증이 실시된다. 임대 아파트 보증을 실시하는데 위험이 따르지 않는지.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업체들 가운데 영세 사업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손실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된다. 수익률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손해보는 상품일지도 모른다. 적정 보증료율의 산정이 필요한데, 그러나 보증료율을 올리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고민이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수행하는 상품인 만큼 임차인 보호와 안정적인 보증책임 이행을 위해 임대주택을 주택보증이 신탁·인수하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한다. ●대출심사권 주택보증에 맡겨야 또 임대아파트 사업을 벌인다는 빌미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은 뒤 고의 부도내는 업체도 더러 있다. 국민임대주택기금 대출 때부터 사업성 검토를 철저히 해야 한다. 위험성이 큰 사업장은 대출에 제약을 줘야 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이 독점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 관리권을 임대 아파트 사업만이라도 기금 대출 심사권을 주택보증에 맡기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일감이 줄어들지 않나. 주택보증시장 개방압력도 거세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주택보증의 주 수익원은 주택분양 보증료였다. 그러나 3∼5년 뒤에는 주택분양 보증기관이 일반 보증보험사, 손해보험사, 은행 등으로 확대된다. 그런데 주택보증은 단순 보증 상품과 달리 사회보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 외환위기때 주택보증의 기능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지 않은가. 당시 보증은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부도난 사업장의 수십만 가구를 무사히 입주시켰다. 일반 보증보험사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주택보증시장 개방은 과당 경쟁으로 인한 동반 부실, 선택적 보증취급으로 인한 주택공급 차질,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개방을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양한 상품으로 부동산금융 업그레이드 새 상품 출시 반응은 어떤지. 앞으로 출시할 상품은 무엇이 있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등을 도입했고, 주택건설사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PF 보증은 아직은 미미하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역할과 필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주택성능 등급 표시제가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주택품질보증 상품도 준비 중이다. 주택완공 보증, 분양주택판매 보증, 상가 보증 등을 검토 중이다. 회사 역할을 종합 부동산 보증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회사로 키울 것이다. 다양한 상품 개발로 부동산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착공 단계부터 공사 진행, 입주, 하자, 품질 보증 등 주택산업 전반에 걸쳐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상품 개발에는 금융 전문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를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주택 관련 어느 기관보다 부동산 전문가를 많이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시중 금융기관과 비교, 주택개발 사업성 검토는 우리 보증회사가 최고 수준이다. 어느 금융사든지 보증서를 떼어주기 전에 금융기관 신용과 자체 신용평가를 거치는 시스템을 갖췄다. 문제는 부동산쪽이다. 사업 성공을 담보하는 객관적인 잣대도 없다. 철저한 사업성 검토만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사업 타당성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했다가는 보증의 손실은 물론 이를 믿고 청약·투자한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많은 직원을 디벨로퍼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하고 있다. 여전히 3조 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외환위기 때 주택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보증이 휘청거렸다. 존폐 위기에 처해 정부가 출자전환을 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1조 4000억원의 채권을 회수했다. 연간 2000억∼3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5∼6년 뒤에는 정부 출자금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권도 많다. 이를 받아내기 위해 특수채권추신팀을 설치하는 등 조직을 정비했다. 보증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임대보증금 보증 새달 14일 시행 임대주택 세입자들은 다음 달 14일부터 보증금 떼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한주택보증이 임대 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 임대기간이 끝난 뒤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주도록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해야 된다. 보증금이 4000만원 정도인 세입자는 월 5000원 정도의 보증 수수료만 내면 임차기간에 안전하게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세입자가 임차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나올 경우 보증금 대위변제도 가능하다. 임대보증 가입이 의무화되는 다음 달 14일부터 임대사업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임대주택 소재를 관할하는 시·군·구에 보증서 사본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민간 임대아파트는 모두 임대보증 가입 대상이지만 이미 공급된 임대 아파트는 1년간 유예기간을 주었다. 보증대상 보증금은 임대 보증금 전액을 기준으로 하며, 보증 기간은 임대 기간이다. 보증 수수료는 시행자의 신용 등급, 기존 임대사업 여부, 보증 금액에 따라 정해진다. 임대 보증금이 4000만원일 경우 월 1만원 정도로 책정된다. 보증 수수료는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각각 50%씩 부담하면 되므로 임차인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월 5000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임대료에 포함해 징수하고 임대료 고지서에 내역을 명시해야 한다. 임대 보증금 보증 가입이 의무화되면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는 동시에 임대 사업자의 신뢰도가 높아져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통관료출신 박성표 사장은 건설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주택·건설 전문가다. 보편 타당한 합리성을 최우선적으로 따지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원칙에 따라 간결·신속하게 처리하는 외유내강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보증 CEO가 된 뒤에는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앞장 섰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기업·고객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그런지 박 사장 취임 이후 심심찮게 발생해 보증기관의 이미지를 먹칠했던 직원들의 금융사고가 사라졌다.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고 보증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관심을 쏟는다. 업무 혁신에 앞장서는 직원에게는 인사 인센티브를 주지만 투명 경영, 윤리성을 해치는 직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퇴출시킬 정도로 엄격하다.52년 경남 밀양 출신. ▲70년 경남고▲74년 서울대 지리학과▲75년 17회 행시 합격▲79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85년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대학원 졸업(이학석사)▲99년 토지국장▲00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03년 건설경제국장, 기획관리실장▲05년 3월 대한주택보증 사장 취임
  • 새 5000원권 내년1월 나온다

    새 5000원권 내년1월 나온다

    내년 1월에 새 5000원짜리 지폐가 시중에 나온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5000원짜리보다 위조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은행은 2일 이런 기능을 갖춘 새 5000원 짜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앞면(사진 위)에는 지금처럼 율곡 이이의 초상이 등장한다. 다만 현재 5000원권에 쓰이고 있는 벼루 대신 창호무늬 바탕에 율곡의 탄생지인 오죽헌과 그곳에서 자라는 검은대나무(오죽)를 보조 소재로 썼다. 뒷면도 현재의 오죽헌 전경 대신 조각보무늬를 바탕으로,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8폭 초충도 병풍 가운데 수박 그림과 맨드라미 그림을 배경으로 사용했다. 신권은 가로 142㎜, 세로 68㎜로 현재의 5000원권보다 가로 14㎜, 세로 8㎜가 줄어든다. 전반적인 색조는 적황색이다. 새 5000원짜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와 태극문양, 액면숫자,4괘 등의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홀로그램이 부착된다. 빛의 반사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특수잉크가 사용돼 액면숫자 ‘5000’의 색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연속적으로 바뀐다. 또 볼록인쇄 기법을 활용한 요판잠상, 숨은그림, 미세문자, 돌출은화, 앞뒤판 맞춤그림 등 모두 20여가지의 위·변조 방지기능이 도입됐다.‘한글+숫자’로 돼 있는 현재 5000원짜리의 일련번호도 외국인들이 쉽게 알아보도록 ‘영문+숫자’로 바뀐다. 한국은행 총재직인도 현재 원모양으로 ‘총재의인’이라고 빨간색으로 날인된 것에서 적황색에 사각형 모양의 ‘한국은행총재’로 교체된다. 한은 김두경 발권국장은 “오는 7일 경산조폐창에서 새 5000원권의 인쇄를 시작한다.”면서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는 시중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1만원권과 1000원권은 내년 상반기에 도안이 공개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친절한 영애씨’ 한복맵시

    ‘해신´,‘불멸의 이순신´,‘서동요´,‘신돈´…. 인기를 끄는, 또는 끌었던 역사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전통의상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덧입혀 세련미도 살린 TV 속의 한복은 멋스럽다. 하지만 한복은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명절이나 경사가 있어야 입는다는 고정관념도 있고, 활동하기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유난히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 멋스러운 한복을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배우 이영애처럼. 한복 맵시, 나라고 못낼 것 없다. 올 추석에 온몸으로 한국의 전통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작품이다. 비단 종류인 국사로 만든 저고리와 치마가 250만원, 비녀와 노리개 같은 소품까지 300만원 상당의 의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고, 얼굴색과 체형에 맞춘 한복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영희씨의 말처럼 꼭 값비싼 옷이라야 멋이 아니다. 나만의 자태를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이와 체형, 얼굴색 등을 고려해 한복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요즘 한복은 불편함을 줄이고 실용성을 강조한다. 이영애가 입은 한복은 기장이 짧고, 동정과 깃이 겨드랑이선까지 이어진 스타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저고리 기장은 그보다 길다. 팔을 들었을 때 치마 말기(가슴을 감싸는 흰 부분)가 살짝 보일 정도의 길이다. 고름의 너비와 길이는 좁고 짧아졌다. 동정과 깃은 약간씩 넓어지는 추세이다. 치마는 항아리 라인으로 처리해 움직일 때 너무 치렁하지 않고, 남성 바지는 재단은 옛것대로 하되 대님을 매기 쉽도록 달아놓는다. 소매는 깃·끝동·고름·곁마기를 다른 색으로 한 삼회장이나 깃·끝동·고름을 다른 색으로 한 반회장 형식으로 배색을 달리해 포인트를 준다. 올해처럼 약간 더운 기운이 남은 이른 추석에는 밝은 색이 어울린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화사한 분홍빛, 연둣빛, 상앗빛 등이 대표적인 색상. 남성들의 마고자 색상도 한층 밝아져 분홍빛이나 산호색 등이 돋보인다. 무명이나 국사, 갑사, 항라 등 가을철 옷감을 이용하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스치는 소리가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 한복 디자이너 4명의 추석 맵시내기 1. 박술녀(박술녀 한복) 가을에는 화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보다는 색상으로 한복을 입는 것이 좋다. 추석에는 파스텔톤이 예쁘다. 감색 치마에 흰 저고리는 귀여운 스타일로 젊은 층에 어울린다. 고름 색상이나 소매 끝 꽃수를 포인트로 이용해 지루함을 덜어낸다. 털을 뺀 가을 배자를 덧입어 멋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 너무 풍성하거나 너무 달라붙는 느낌은 좋지 않다. 배래는 팔을 접었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폭이 가장 예쁘고, 편하다. 고름도 길 필요가 없다. 고름 폭은 깃·섶에 어색하지 않은 넓이 정도면 된다. 옛것이 아름다운 것처럼 전통적인 모양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2. 이영희(이영희 한복연구소) 너무 전통적인 스타일은 외국인의 눈에 자칫 어색할 수 있어 이번 이영애의 한복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앞자락을 많이 겹치게 하고 고름을 작고 심플하게 옆으로 돌린 것은 삼국시대 저고리를 응용한 것. 파티라는 장소도 감안해 노리개, 비녀, 가락지, 첩지 등 장신구로 단정한 한복을 화려하게 연출했다. 수십, 수천가지에 이르는 체형에 맞는 한복 맵시는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소매통이 좁은 디자인도 나오는데, 우리 옷은 원과 직선이 조화를 이루고 여유로워야 한다. 하의는 녹자주나 짙은 감색 등 어두운 색이 좋다. 저고리만 바꿔줘도 색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김영미(황금바늘) 상하의를 보색으로 대비하면 단색에 비해 훨씬 색감이 뛰어나고 한복의 멋이 풍겨난다. 저고리가 짧거나 전체적으로 무늬가 없는 한복을 입었다면 큰 노리개로 화려하게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 큰 노리개는 연한색 치마를 입었을 때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한복은 소재와 색상을 중시해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늘색 저고리와 연보라 치마로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자주색 저고리와 감청색 치마로 세련미를 주는 식이다. 디자인은 가급적이면 단아하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입는 자신도 잘 싫증이 나지 않고 보는 사람의 눈도 질리지 않는다. 4. 김진분(분 한복) 크게 그림을 그려 넣는 것보다 저고리의 섶이나 소매 끝에 포인트를 주고, 장신구를 최소화해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이 예쁘다. 20대는 보색의 치마·저고리로 발랄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깊은 빨간색의 치마에 수박빛과 상앗빛 저고리로 서로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한복 맵시를 내기 어려운 연령층이 바로 30∼40대. 자칫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텔 색상의 한복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돋보이는 방법.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려한 장신구를 하기도 했지만 역시 한복에는 단아한 액세서리가 잘 어울린다. ■ 한복엔 이런 메이크업 하세요 평소에는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만 명절에는 한복만큼 화려한 옷도 없다. 한복의 색상은 평소에 입는 옷보다 화려하고 밝은 색인 경우가 많다. 연한 화장은 얼굴이 묻혀 버리고, 짙은 화장은 품위가 떨어진다. 한복을 입었을 때 메이크업은 한복의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단정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피부는 맑게 화사함을 마무리할 수 있는 투명하고 맑은 얼굴색이 중요하다. 손등으로 만져 보았을 때 살짝 미끄러질 정도의 피부 상태에서 얼굴 전체에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적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볼, 코, 이마, 턱 순으로 덧바른다. 피부에 기미나 잡티가 있다면 컨실러를 이용한다. 눈 밑의 다크서클 부분에는 아주 유연한 컨실러를 이용해야 주름이 생기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볼 부분에 크림 블러셔를 발라 약간 홍조를 띤 표정을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파우더를 이용해 투명감 있는 피부를 완성한다. ●곡선미를 살린 색조화장 곡선미가 있는 한복처럼 화장도 곱고 단아한 선을 이용한다. 눈썹은 자신의 모양을 기본으로 그린다. 눈썹을 약간 둥글게 굴려주면 한층 여성스러워 보인다. 아이섀도는 전체적인 색상과 어울리게 선택하면 좋다.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연한 분홍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색상. 넓게 펴바르지 말고 라인의 느낌으로 눈에 색감을 주는 정도로만 부드럽게 표현한다. 섀도로 음영만 주는 대신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이용해 깊이있는 눈매를 연출한다. 입술은 한복과 가장 유사하거나 조금 더 짙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립스틱을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면 미리 립밤을 발라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한다. 립스틱을 바르고 펜슬로 립 라인을 다듬어주면 립스틱이 지워져도 라인만 남아 추해지는 일이 없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 모습은 단연 깔끔한 스타일이다. 드러난 목선으로 한복 고유의 특성인 선을 살리면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다. 긴 머리는 목선이 드러나게 올리고, 커트 머리나 단발 머리라면 깔끔하게 뒤로 빗어 넘겨 주도록 한다. 될 수 있으면 잔머리가 없도록 깨끗이 정리해 준다.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는 뒤로 묶어준 뒤 조각가발을 덧대 지저분한 머리 끝을 숨겨 정돈할 수 있다. ■ 도움말 태평양 뷰티트렌드팀 박보희/사진제공:태평양·코리아나 ■ 한복입을때 이것만은 제발 많은 한복 디자이너가 지적하는 부분은 헤어스타일과 소품. 풀어헤친 머리는 단아한 분위기를 해친다. 목선이 예쁜 한복에는 역시 올린 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한복에 양말과 구두를 신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마가 길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 예쁘지 않다. 장신구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노리개, 가락지, 뒤꽂이 등을 상황과 장소에 맞게 활용한다. 그러나 여자나 남자가 목걸이를 하는 것은 격을 떨어뜨린다. 또 여성의 경우 너무 풍성한 속치마를 입는 것도 한복 맵시를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당일치기 가을 개성관광

    당일치기 가을 개성관광

    고려 500년 도읍지였던 개성은 그리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까탈스럽고 번거로운 CIQ(출입관리시설) 검문을 거쳐야 하고, 때로는 이미 짜여진 일정에 따라 북측의 통제를 받으며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만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여행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정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분단 55년 만에 문을 연 개성 관광길. 금강산에 이어 두번째 북한 관광길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손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개성 시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다소 낡아 보이는 아파트 베란다는 화분으로 한껏 멋을 냈고, 그 사이로 시민들이 어디론가 발길을 재촉한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 교복 입은 아이들, 한복을 입고 유모차를 끌고가는 여인들…. 풍경 하나하나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사진촬영을 통제해 가슴에만 담아온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개성. 하루로는 진정 아쉬움이 컸던 개성 당일관광으로 안내한다. 개성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것은 조심하세요 개성 관광은 북측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켜야 할 주의사항들이 적지 않다. 어길 경우 위반금을 물어야 하며, 심할 경우 북측에 억류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마찬가지로 버스로 이동할 때와 북측 CIQ 및 군사시설에 대한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북측의 정치, 경제, 사상 등 서로 자극할 수 있는 대화는 자제하고, 검문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소지물품을 간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고, 개성관광증은 남과 북이 합의한 개성출입 여권 및 비자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낙서를 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휴대품에는 제한 규정이 있는데 ▲10배율 이상의 쌍안경 및 망원경 ▲초점거리가 160㎜ 이상인 카메라 렌즈나 이를 탑재한 카메라 ▲광학 24배줌 이상 캠코더 ▲휴대전화(PDA포함) 등 통신기기 ▲휴대용 TV와 라디오,MP3, 기타 남측 신문 및 인쇄물 등 관광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물품 등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 휴대전화는 안내 직원에게 맡긴 뒤 남측 귀환시 반환받을 수 있다. 관광 중에 통용되는 화폐는 미국 달러이며, 기념품은 1인당 300달러까지만 면세가 적용된다. 북측 의약품과 뱀술, 영정술, 우황청심환과 북한 사상 관련 각종 출판물은 남측 반입이 되지 않는다. 북측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북한군들은 남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손총질’이라 해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지 내에서는 되도록 흡연을 삼가고, 관광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정해진 경계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 개성 37mile 당일치기 여행 벽은 무너지고… ‘개성 시내의 모습은 어떨까. 선죽교, 박연폭포의 경치가 아름답다던데’ 설렘 속에 시범관광단을 실은 버스가 서울 경복궁을 출발했다. 개성까지의 거리는 약 50㎞. 승용차로 달리면 1시간 남짓한 거리다. 개성은 38선 이남에 있는 북한 땅으로 한국전쟁 전까지 남한에 속했던 지역이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인 곳은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통일대교. 민족의 통일 염원을 담은 다리지만 차량 통제를 위해 겹겹이 막아놓은 바리케이드가 먼저 분단 현실을 실감케 한다. ‘남북왕래차량외 진입금지’라고 쓰인 표지판이 가로막힌 도라산역 남측 CIQ(출입관리시설). 버스에서 내려 CIQ에서 간단한 짐검사와 법무부 출입국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출경수속을 마쳤다. 출경 수속은 일찍 끝났지만 정해진 시간에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8시 정각에 버스가 다시 남측 CIQ를 출발했다. 군사분계선 주변은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 평온해 보였지만 도로를 제외한 주변 모두가 지뢰밭이라고 한다. 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철길이 나란히 달린다. 오른쪽 창밖으로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널리 알려진 낡은 열차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마침내 북한땅.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으로 넘어가자 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버스를 응시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에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간다. 군복을 차려입은 인민군 장교가 버스에 올라 눈으로 인원체크를 하는 것으로 북측 CIQ 입경 수속이 시작됐다. 버스 앞에서 눈으로 인원을 세는 사이 버스에는 잠시 적막감이 흐른다. 그 시선은 마치 이곳부터는 ‘북한’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 이어 인민군 장교가 ‘개성 관광증’에 찍힌 일련 번호에 따라 호명하는 순으로 버스에서 내린 뒤 몸검사와 짐검사가 시작됐다. 인민군과 세관, 개성총국에서 함께 관리하는 CIQ에서는 가방을 열어 일일이 모든 것을 체크한다.CIQ 멀리 평화롭게 보이는 기정동 마을이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몇 ㎜입네까?”라며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리 위압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여행의 재미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CIQ 뒤편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평양 아리랑 총회사 소속 직원들이 술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판매원 김윤화(21)씨는 “시내에 들어가면 술 한병에 여기보다 다섯달라(5달러) 이상 비싸요.”라며 권한다. 실제 개성인삼주가 이곳에서는 8달러지만 박연폭포 앞에서는 14달러를 줘야 한다. 1시간이면 달려올 거리를 3시간 만에 버스가 개성 시내로 향한다. 버스에는 20대 후반의 문광철(관광총회사 소속)씨와 조성(개성시 소속)씨 등 2명의 안내원이 동승했다. 이동중에 시내나 북한 주민 등의 사진 촬영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일행 중 한명이 “시내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문씨는 “그러면 아주 불쾌한 관광이 됩네다.”라며 농담으로 응수한다. 개성으로 가는 길은 정비가 끝나지 않아 덜컹거린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 드디어 개성 시내로 들어섰다. 시내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중심가에는 20층은 족히 돼 보이는 아파트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건물은 낡았지만 베란다는 갖가지 화분들로 한껏 멋을 내고 있다. 주민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제갈길을 재촉했다. 아파트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지만 멀리 아파트 창문으로는 빠꼼히 버스 행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버스에서 내려 시내를 걸어보고픈 충동이 밀려 왔다. 언젠가는 마음놓고 걸어볼 날이 오겠지…. 버스는 고려 박물관(고려 성균관)에 도착했다.992년 창설된 최고의 교육기관인 국자감의 후신으로 1308년 성균관으로 개칭됐으며, 조선시대 설립된 성균관과 구분하기 위해 고려 성균관으로 불린다.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타 1610년 재건한 것으로 입구에 있는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가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박물관은 4개의 전시관과 야외전시관이 있는데 고려청자와 금속활자 등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유물과 현화사 7층탑, 현화사비 흥국사 석탑 등 북측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입구에는 북측 화가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안내원들의 맛깔스러운 설명이 이어진다.“고려 유물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많이 약탈했습네다. 이제 북·남이 힘을 합쳐 다시 찾아와야지요.” 송도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이옥한(40) 해설원은 유물 설명중 ‘개성 깍쟁이’의 유래에 대해 “‘깍쟁이’라는 말은 ‘가게 쟁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셈이 밝아서 그런 게 아니라 상업이 번창해 가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려 박물관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선죽교에 도착했다.919년 고려 태조가 개성내 하천축조의 일환으로 건립한 돌다리지만 고려 충신 정몽주가 피살당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다리의 길이는 6.67m, 너비는 2.54m. 원래는 난간이 없었으나 1780년 정몽주의 후손들이 난간을 둘러 보호하고 옆에다 돌다리도 하나 더 놓았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로 화려함은 없지만 정갈한 느낌이다. 안내원 한명이 다리 한편에 있는 옅은 붉은색 얼룩을 가리켰다. 그는 “이게 정몽주 선생의 피”라며 “그래서 선지교였던 이곳이 선죽교라 불리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선죽교 옆에는 정몽주를 기리는 사당과 비석이 여러개 서 있다. 당초 일정이 개성민속여관에서 정몽주 생가인 ‘숭양서원’으로 바뀌었다. 개성민속여관은 조선시대 전통가옥을 여관으로 꾸민 것으로 현재 외국인 관광객들이 묵고 있어 관람이 어렵다는 것.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서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7월11일 붉은기, 선죽동, 제2인민반’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북측 안내원에게 “학교 간판이냐.”고 묻자 “번지인데 이 집은 특별한 날을 기리기 위해 날짜를 적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주 영정 등이 모셔져 있는 사원에서는 개성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사원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사원 앞에 있는 간이 상점에 들르자 북한 음료가 눈에 띈다. 코카콜라와 비슷한 검은색 음료는 ‘코코아 탄산단물’이며, 환타와 같은 음료는 ‘모란봉 레몬 탄산 단물’이란다. 가격은 1달러. 냉장고에서 꺼낸 코코아 탄산단물은 달착지근한 맛이 그런대로 갈증을 풀어준다. 숭양서원을 나와 개성백화점, 김일성 동상 등을 지나 개성 남대문 로터리를 돌아 다시 선죽교 인근에 있는 자남산 여관에 마련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또다른 식사 장소로는 통일관과 영통식당, 민속여관내 식당 등이 있다.2층 식당에서는 한상 가득 개성식 식사가 차려져 나왔다. 반찬으로는 개성 약밥과 떡합석, 삼색나물, 닭고기 장과, 돼지고기 편찜, 오이소박이 등이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우메기’. 종업원 김영실씨는 “찹쌀 70%에 멥쌀 30%로 만들었는데 기름에 튀긴 뒤 떡 위에 우묵우묵 칼자국을 내서 ‘우메기’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김치는 왜 안 나오느냐고 묻자 “개성은 보쌈김치가 유명한데 그건 겨울에 오셔야 합네다.”라고 덧붙인다. 식사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비슷하지만 11첩 반상기와 단고기(개고기) 정식 등이 나오기도 한다. 개성에서 북쪽으로 26㎞ 떨어진 박연폭포로 가는 길은 제주도 오름을 연상시킬 만큼 널찍한 초원이 반긴다.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주변은 나무가 많지 않은 구릉들로, 푸른 초원이 덮여 있어 절로 감탄을 쏟아내게 한다. 1992년 김일성 80회 생일에 완공된 이 고속도로는 북한 최초의 아스팔트 4차선 도로다. 평양까지는 160㎞로 승용차로 1시간30분 걸린다고 한다. 도로 주변에서는 옥수수 밭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농부들이 노란 옥수수를 수확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지만 (감시원이 있어) 멋진 경치를 눈으로만 담아와야 했다. 200m 남짓한 숲길을 오르자 박연폭포가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 붓는다.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이 북쪽 계곡을 따라 흐르다 못을 만들고 그 아래 37m 높이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 폭포 위에는 박연이라는 연못이 있고, 폭포 아래 직경 40m의 고모담이란 바위 연못이 있다. 박연폭포는 화강암벽의 순수 자연폭포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더불어 한반도의 ‘3대 폭포’로 꼽힌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와 함께 인근 소나무, 화강암벽이 자연스레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폭포수 아래 동쪽 언덕에는 법사정이라는 정자가, 서쪽에는 용바위라는 둥근 바위가 각각 절묘한 미색을 자랑한다. 자남산 여관 서점에서 산 ‘개성관광안내 책자’에 따르면 ‘옛날 퉁소를 잘부는 박진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곳 물가에서 퉁소를 부는 그에게 끌리어 물 밖에 나온 용왕의 딸이 박진사를 물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같이 살았다고 하여 ‘박연’이라고 한다. 그 아래 고모담은 박진사의 어미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통곡하다가 물에 떨어져 ‘어미담’ 또는 ‘고모담’이라고 불렀다.’고 적혀 있다. 박연폭포 위 대흥산성에 오르면 위에서 박연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흙길이지만 진흙과 모래가 섞여 있는 마사토로 질지 않다. 1시간 남짓 박연폭포를 돌아본 뒤 짧은 개성 관광이 마무리됐다. 버스에 오르라는 안내원들의 재촉에 “여행이 수박 겉핥기 식이다. 너무 짧다.”며 곳곳에서는 아쉬움 섞인 푸념들이 들려 왔다. 박연폭포에서 내려가는 길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왔다. 반세기 만에 찾은 남측 손님들의 아쉬움을 아는지 하늘에서는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졌다. ■ 꼭보자 베스트3 개성은 한민족 최초의 통일 국가인 고려의 500년 도읍지였던 만큼 고려 건국시조인 왕건왕릉과 고려 31대 공민왕릉, 고려민속박물관, 선죽교, 영통사 등 고려 유적지가 주류를 이룬다. - 왕건왕릉(북한 사적 제53호) 개성에서 북서쪽으로 6㎞ 떨어진 해선리의 만수산 자락에 있는 왕건왕릉과 신혜왕후 무덤은 왕건의 뜻에 따라 검소하게 만들어졌다. 왕릉은 1994년 새롭게 단장됐다. 3단 축조의 웅장한 무덤과 그 앞에 문무관의 석인상, 호랑이와 양을 비롯한 석조군상으로 위용을 자랑하며 능문과 제당도 갖춰져 있다. 무덤안을 직접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으며, 능앞에 넓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최근 왕릉에서 청동의 왕건조각상이 출토돼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등신대의 인물조각상으로 연구가치가 높다. - 공민왕릉(북한 국보급문화재 제39호) 개성에서 서쪽으로 9.8㎞ 떨어진 개풍군 해선리 봉명산 문선봉 아래에 있는 무덤은 쌍분으로 왼편이 고려 31대 공민왕의 현릉이고, 오른편이 부인 노국공주의 정릉이다. 이 무덤은 남한에서 주로 보는 왕릉과 달리 3개의 층단으로 구성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봉분의 높이는 6.5m. 각 봉분에는 12각의 병풍석을 돌리고 12지신상과 연꽃무늬로 섬세하게 조각했다. 공민왕은 1365년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으로 죽자 애통한 나머지 9년 동안 자신이 직접 주관, 방대한 조영사업을 벌였다. 이 왕릉에는 고려시대 수학, 천문, 지리, 건축, 예술 등 총체적인 역량이 집대성돼 있다. - 영통사(북한 보물급 문화재 35~38호) 1027년(현종 18년) 창건되었다. 고려 왕실과 깊은 관련이 있어 인종을 비롯한 여러 왕들이 자주 행차해 분향하였으며, 인연이 있는 왕들의 진영(眞影)을 모시는 진영각이 있었다. 대각국사 의천도 이곳에서 교관을 배웠으며, 입적한 후에는 그의 비가 이곳에 건립되었다. 언제 폐사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문화재로는 북한의 보물급 문화재 제36호인 영통사대각국사비, 제37호인 영통사 당간지주, 제35호인 영통사동삼층석탑, 제38호인 영통사서삼층석탑, 국보급문화재 제37호인 영통사오층탑이 있고 보광원, 중각원 등이 있다. ■ 3가지 코스 중 고르세요 개성관광은 ‘고려반’‘박연반’‘왕릉반’ 등 3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1개 코스를 택하게 돼 있다. 고려반은 오전 개성시내관광(고려박물관, 선죽교, 개성민속여관), 오후 박연폭포를 참관하는 코스이며, 박연반은 오전 박연폭포, 오후 개성시내 관광을 하는 것. 왕릉반은 공민왕릉과 왕건릉을 참관한 뒤 오후에 개성시내관광을 하는 것이다. 관광은 대략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쯤 모두 끝나게 되며,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견학한다. 관광 중 세부적인 해설은 북측의 전문 해설원들이 맡게 되며, 점심식사는 개성시내에 있는 자남산호텔식당이나 영통식당, 통일관, 민속여관내 민속식당 등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아산에 따르면 본 관광 시기와 요금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3차례 실시된 시범관광의 경우 관광요금 17만 4000원과 식대 2만 1000원을 포함해 19만 5000원인데 본 관광 요금이 이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 개성관광에 대한 문의 및 예약은 현대아산 (02) 3669-3000.
  • 만화책으로 더위를 잊는 방법 5+1

    만화책으로 더위를 잊는 방법 5+1

    어린 시절, 만화책을 펼치려하면 공부 안한다고 잔소리하시던 부모님들, 좁디좁은 동네 만화방에 학생들이 없나 살펴보러 다니시던 선생님들. 중고등학생만 되도 만화를 보려고 하면,“애들이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만화는 어른들도 당당히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가 됐다. 그것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느끼고, 지식을 얻고 또 다른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만화책을 손에 쥐는 모습들도 늘어가고 있다. 올 여름 한 번쯤은 만화를 즐기며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떠한지. 신나는 여름에 휴가. 그렇지만 왠지 방에 틀어 박히고 싶은 그대를 위해 만화책을 골랐다. 잔뜩 빌려오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구입해서 소장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한아름 안고 돌아와 만화 보따리를 풀어놓고,‘뒹굴뒹굴’ 삼매경에 파묻히는 것도 여름나기의 방법일 듯. 한 번쯤은 볼 만한 만화를 소개한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1) 작가로 고르기 ‘전작주의’를 내세워 특정 작가의 만화를 훑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제 국내 만화팬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름. 일본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을 내놓는 작가로 손꼽힌다. 폭넓은 배경지식에 매력있는 그림체가 돋보인다. 스포츠 명랑 만화 ‘야와라!’(학산·29권 완결)나 ‘해피!’(학산·23권 완결) 같은 작품도 유명하지만, 이후 ‘마스터 키튼’(대원·18권 완결)이나 ‘몬스터’(세주·18권 완결)도 깊이있는 내용으로 끊임없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SF물 ‘20세기 소년’(학산)이 18권까지 출간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읽어볼 만하지만, 여름에는 고고학자이자 보험사 조사원의 모험담을 담은 ‘마스터 키튼’과 희대의 범죄자로 키워진 소년과 누명을 쓴 의사의 대결을 그린 ‘몬스터’를 추천한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반전이 눈에 띄는 ‘몬스터’는 만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이보그짱G’나 ‘어둠의 인형사 사콘’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린 오바타 다케시는 ‘고스트 바둑왕’(서울·23권 완결)으로 한껏 인기몰이를 했다. 그의 최근작 ‘데스노트’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 아직 4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열혈 독자를 양산하고 있다. 사신 루크가 지구에 떨어뜨린 ‘살생부’를 우연히 얻게 된 뒤 범법자에 대해 단죄를 내리는 천재 소년 야가미 라이토와, 이를 막으려 하는 또 다른 천재 소년 L의 치밀한 두뇌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다소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 음악이 흐르는 만화 음악을 좋아한다면 ‘벡’(학산문화사)이나 ‘노다메 칸타빌레’(대원씨아이)를 권하고 싶다.‘벡’은 록을,‘노다메’는 클래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음악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 사쿠이시 해럴드가 그리는 ‘벡’. 평범한 중학생 다나카 유키오는 어느날 별나게 생긴 ‘벡’이라는 강아지를 구해주게 되고, 그 인연으로 류스케를 만나게 된다. 뉴욕에서 온 류스케는 인디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인물. 그를 통해 록에 대한 재능을 찾게 되는 유키오. 또 다른 멤버 타이라, 치바 등과 밴드를 만들고, 해체하며 다시 모이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영국 인디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내용을 담은 22권까지 발매됐다. ‘노다메’는 클래식을 배우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요즘 한국 안방 극장을 달구고 있는 ‘비틀린 테리우스’의 전형인 치아키가 남자 주인공. 또 어리벙벙하고, 만화 여주인공 사상 최고로 게으르고 더럽다(?)는 노다메가 상대역이다. 삼순이·삼식이과의 주인공들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열광한 팬이라면 한 번 펼쳐보자. 치아키는 유명 피아니스트를 아버지로 뒀다. 집안도 유복하고, 피아노에 바이올린까지 못하는 게 없는 천재. 지휘자를 꿈꾸는 치아키가 피아노에 대한 재능은 뛰어나지만,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는 노다메를 만나게 되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나간다.12권까지 나왔다. (3) 음식만화는 어때 드라마 ‘대장금’의 열풍은 아직도 동남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음식을 다룬 갖가지 만화도 인기를 끌었다. 정작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신토불이’ 작품은 없을까?있다. 허영만의 ‘식객’(김영사)이다. 쌀에서부터 출발해 굴비, 전어, 전통 술, 매생이국, 과메기, 갓김치, 홍어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 문화를 총망라하며, 읽는 이의 침을 꼴딱꼴딱 삼키게 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남녀 주인공은 ‘음식 협객’을 자처하며 팔도를 누비는 성찬과 음식 잡지사 여기자 진수. 이들 이름을 합치면 진수성찬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작가가 발품을 팔며 전국을 돌아 취재한 소재들이 네모난 칸에 생생히 담겼다. 후기도 무척 재미있다. 음식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에 얽힌 가족 이야기까지 풀어내는 등 심금을 울리는 에피소드가 많다.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 소개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찾아가서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듯.9권 완간. (4) 더위엔 역시 호러물 어떤 작품을 소개해야 할지 고심이 되는 장르다. 혹자는 ‘공포신문’의 쓰노다 지로,‘무서운 책’의 우메즈 가즈오 등을 권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1999년부터 국내에 소개돼 호러 만화의 붐을 일으킨 이토 준지의 작품을 골랐다. 시공사에서 ‘이토 준지 공포 콜렉션’이라는 제목으로 17권을 출간한 바 있다. 이외에 영화로 만들어진 ‘소용돌이’나 ‘공포의 물고기’ ‘어둠의 목소리’ 등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20권을 훌쩍 뛰어 넘는다. 공포 컬렉션 가운데 살해당한 뒤 끊임없이 자신을 증식시키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토미에 시리즈’와 엽기적인 장난으로 공포와 웃음을 전달하는 ‘소이치 시리즈’가 볼 만하다. 작가의 기괴한 상상력에다 초절정 엽기적인 그림은 독자들의 예측을 불허하며 혀를 내두르게 한다. 징그럽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으스스한 공포 심연으로 스멀스멀 빠져들게 한다. 토막 살인 등의 잔인한 장면이 끊이지 않고 나오기 때문에 어린이가 읽으면 좋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자. (5) 만화보며 미술공부 호소노 후지이코의 ‘갤러리 페이크’(서울문화사)는 일본에서 15년 가까이 연재되며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 일찌감치 전문적인 직업에 대해 숱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일본 만화계에서도 독특한 소재를 택한 이 작품은 ‘악덕’ 미술상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일본 등 동양 미술은 물론이고, 서양 미술사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지식을 즐겁게 접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미술품 복원 과정이나, 그림을 둘러싼 뒷 얘기 등은 만화를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더해 준다. 주인공 후지타 레이지는 미술품 복원과 감정에 일가견이 있는 전직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큐레이터. 현재는 도쿄에서 ‘갤러리 페이크’라는 작은 화랑을 경영한다. 실제로는 장물을 거래하는 뒷골목 화랑이다. 얼핏 돈만 밝히고 삐딱한 성격을 가진 후지타 같지만 속내는 따뜻함으로 넘쳐난다. 조수 사라 핼리퍼와 함께 하는 미술품에 대한 모험 이야기는 26권까지 발매됐다. (6) 추리소설 모음집 ‘시원한 얼음물에 발 담그고, 수박 한 조각 먹으며 추리소설을 읽는다.’ 상상만으로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하지 않은가. 바야흐로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아쉽게도 ‘다빈치 코드’를 능가할 만한 대형 베스트셀러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읽는 맛이 색다른 추리소설들이 속속 쏟아지고 있다. 역사추리물로는 스페인 작가 훌리아 나바로의 ‘성 수의 결사단’(랜덤하우스중앙)과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있다.‘성 수의 결사단’은 예수의 시신을 감싼 것으로 알려진 성 수의를 둘러싼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다뤘고,‘열녀문의 비밀’은 거짓 열녀 적발을 위해 시작된 수사에서 또다른 비밀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초기작 ‘디지털 포트리스’(대교베텔스만)도 눈길을 끈다. 국가 안보와 테러방지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감청하는 국가 기관과 이에 맞서는 프로그래머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볼 만하다. 이언 피어스의 ‘라파엘로의 유혹’은 사라진 라파엘로의 그림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미술추리소설이다. 그런가 하면 유명 작가들의 공포소설만을 모은 책이 나왔다.‘세계 호러단편 100선’(책세상)은 찰스 디킨스, 안톤 체호프, 마크 트웨인 등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호러 단편들을 묶었다. 라틴환상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공동집필한 추리소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북하우스)도 출간됐다. 설명이 필요없는 인기 추리작가 존 그리샴의 신작 ‘브로커’와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수로 꼽히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환상소설도 빠질 수없다. 밀리언셀러 ‘드래곤 라자’의 저자인 이영도가 내놓은 ‘피를 마시는 새’(황금가지)가 대표적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섬은 삶이다

    섬은 삶이다

    제주도를 감싼 바다는 아름답다. 수심이 얕은 곳은 바닥의 흰 모래가 투명하게 반짝이는 크리스털 같다가 점점 수심이 깊어지면서 짙푸른 바다색을 뿜어낸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마을 앞바다의 파도는 옹기종기 정박한 배와 함께 소박한 마을의 정취를 더하고,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의 파도는 거칠게 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제주도의 해안일주도로인 12번 국도 주변에는 이런 변화무쌍한 바다의 모습이 펼쳐진다. 비록 일제시대 식민지화의 수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지만 12번 국도만큼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길도 드물다. 올 여름에는 제주도 명소 곳곳을 연결하는 이 길을 달리며 시원한 바다를 즐기고, 지치면 잠시 쉬면서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자동차를 렌트해 가족과 함께, 친구와 연인과 제주도를 여행하는 데 12번 국도는 필수 코스다. 12번 국도는 제주시에서 출발해 제주도 해안가를 따라 북제주군, 남제주군, 서귀포시를 거쳐 다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제주 해안의 경치를 완벽하게 품고 있는 해안일주도로다.180㎞에 이르는 거리는 단순 계산으로 시속 60㎞로 달렸을 때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볼거리가 워낙 많아 서쪽 해안으로 하루, 동쪽 해안으로 하루 등 이틀 정도 잡아 관광해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해안만 본다든가, 자연과 함께한다든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만 찾는다든가, 주제별로 여행일정을 만들어 관광하는 것도 좋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 제주 12번 국도 여행을 시작해보자. ●자연·예술·인간의 만남, 제주조각공원 12만 5000여평의 대지에 국내 조각가 109명의 작품 160여점을 아름다운 경관에 따라 배치해 인간과 자연을 환상적으로 조화시킨 곳이다. 현대와 원시를 조형화한 삼각수정탑, 현대조각 공모전의 역대 우수작을 전시한 원형광장, 인도네시아 아스맛족의 원시조각과 사진작품 전시관, 무병장수를 비는 제주토속신앙 제당인 일렛당, 한라산과 산방산,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등 다양한 테마로 공원을 꾸몄다. 곳곳에서 제주의 문화, 작가를 통한 삶의 활력, 태고의 숨결, 예술의 빛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문화 관광지.794-9680,www.jejuarts.com ●필수코스 한림공원과 협재해수욕장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10만여평의 대지에 아열대식물원, 제주석·분재원, 재암민속마을 등이 조성되어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아열대 식물원은 제주에서 자생하는 꽃과 식물을 재배하는 제주산야초원, 열대 식물이 시원하게 솟은 관엽식물원, 허브·플라워 가든 등으로 구성됐다. 아열대 식물원과 비교되는 아기자기함으로 무장한 제주석·분재원에서는 기이한 바위와 다양한 분재를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협재굴을 거쳐 두 개의 쌍용굴을 지나는 동굴지역은 학술적인 가치를 지닌 곳. 일반인에게는 동굴 모양의 신기함과 시원함을 안겨준다.(064-796-0001∼4,www.hallimpark.co.kr) 협재해수욕장은 물이 맑기로 소문이 나 가족 해수욕장으로 인기다. 싱싱한 전복, 소라 등을 맛볼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제주도 사진 여행의 필수코스인 비양도를 향해 유람선 관광을 하거나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한립읍사무소 741-0619.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함덕해수욕장 모래사장이 300m나 펼쳐져 있고, 동쪽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 경치가 아름답다. 바다 속에 수심이 얕은 모래밭이 500m정도 펼쳐져 있고, 파도가 없는 편. 이호해수욕장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수욕장이다. 주차장, 야영장, 탈의실,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피서객이 찾으면 좋다. 윈드서핑, 모터보트 등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뒤편은 온통 수박밭이다. 함덕리 홈페이지 www.hamdok.or.kr ●말이 필요없는 성산일출봉 동쪽 끄트머리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윗덩어리,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182m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일출은 더없이 장엄하다. 은은한 파도소리와 함께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면 3만여평의 푸른 초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분화구 가장자리에 99개의 날이 선 석봉이 마치 커다란 성곽 같다고 해 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784-0959. ●사계절이 아름다운 섭지코지 그 옛날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던 곳이라는 섭지코지.‘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집’을 연상시키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그래서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천일야화, 올인 등 많은 영화·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해안풍경, 언덕 위의 푸른 초원, 여유롭게 풀을 뜨는 제주조랑말, 우뚝 솟은 전설의 선바위 등이 전형적인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730-1544. ●바다의 장관, 지삿개바위(주상절리) 올해초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된 곳. 중문관광단지 1.75㎞ 이르는 해안을 따라 높낮이가 다르고, 크고 작은 사각형 또는 육각형 돌기둥 바위들이 깎아지른 절벽(사진 왼쪽)을 이루고 있다.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 등에서 생겨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등의 폭포도 만들어낸다. 돌기둥 사이로 파도가 부딪쳐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 파도가 심하게 칠 때 10m이상 용솟음치는 모습은 제주를 다시 찾게 하는 경이로운 장관이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더욱 아름답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735-3544. ●인형놀이터, 테디베어박물관 아이들의 넋을 빼놓고, 어른들의 시선을 빼앗는 이색 박물관 중 하나(사진 오른쪽).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곰인형 테디베어와 ‘그들’의 역사,‘그들’과 함께 하는 모험 등이 1200여평 공간 안에 펼쳐진다. 제주를 여행한 사람들이 꼭 들러 사진을 찍어오는 곳이다. 산책공원에는 북극곰가족과 테디베어가족이 소풍을 나와 있기도 하고, 고급 테디베어인 루이 뷔통 베어도 만날 수 있다.738-7600,www.teddybearmuseum.com ●제일의 관광지, 제주중문관광단지 서귀포시 서쪽 끝 중문동 바닷가로 특급호텔들이 밀집해 있고,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50∼60m의 해안절벽, 고운 모래의 중문해수욕장, 천제연 폭포와 계곡, 온갖 식물들이 자라는 여미지 식물원, 골프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모여있는 제주 제일의 관광지다. 해안 산책로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해안가 언덕 위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영화사를 다시 쓴 ‘쉬리’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쉬리의 언덕’은 제주를 찾은 연인이 지나칠 수 없다. 쉬리의 언덕에는 바닷가를 향한 두개의 벤치와 해송 세 그루가 고작이지만 중문해수욕장을 껴안은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사랑의 전설,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다.738-8550. ●영주10경 산방산 옥황상제가 한라산 정상을 뽑아 던진 것이 남제주군 사계리 해안에 박혔다고도 하고, 산 중턱 동굴인 산방굴 속에 떨어지는 석간수는 산을 지키는 여신이 흘리는 눈물이라고도 하는 다양한 전설을 가진 산. 딱 백록담에 들어갈 만한 크기로, 아름다운 제주 해안과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내 영주십경으로 꼽힌다. 산방산-화석발견지-송악산 구간 해안도로에 자연석을 이용한 이색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794-2940.
  • 내년 발행 새 5000원권 율곡 초상빼고 다 바뀐다

    내년 상반기 중 발행될 새 5000원권의 디자인이 율곡 이이의 초상만 빼고 모두 바뀐다. 도안 뒷면은 현재의 오죽헌 전경에서 신사임당의 8폭 초충도(草蟲圖) 가운데 수박과 맨드라미 그림으로 대체된다. 앞면의 율곡 초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재 흉배(胸背)무늬와 벼루 그림인 앞면 부제가 오죽헌 몽룡실과 검은 대나무 그림으로 변경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이같은 내용으로 새로운 도안 소재를 채택하고 규격이 가로 14㎜, 세로 8㎜가 축소된 5000원권을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새 5000원권의 앞면 도안에 들어가는 오죽헌 몽룡실은 율곡이 태어난 곳이다. 뒷면 주제가 된 초충도는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8폭 그림으로 신사임당의 직계 후손이 보존해 오다 오죽헌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호다. 앞면과 뒷면의 바탕그림으로는 전통 무늬인 창호와 조각보가 사용된다. 실제 도안 그림은 발행 초기의 위조지폐 유통방지를 위해 시제품이 완성된 시점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두경 한은 발권국장은 “새 5000원권의 디자인은 율곡 이이의 초상만 빼고는 모두 바뀌게 된다.”며 “기존 은행권의 뒷면 소재로 활용돼 온 건축물이나 자연지형물 대신 전통 예술작품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나는 꿈 속에서 하렘(harem)의 왕이 되어 있었다. 왕비도 내가 하렘의 후궁들과 섞여서 노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자신도 즐거이 다른 궁녀들처럼 마조히스틱한 열락에 동참해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하렘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호수만 한 크기의 욕탕이 마련돼 있었다. 투명한 천창(天窓)이 너무 높아 하렘은 마치 야외에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는 잘 손질된 원추형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나무들마다에는 탐스럽게 잘 읽은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닥 여기저기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한껏 교태를 부리며 암술과 수술을 뻗쳐올리고 있었다. 욕탕의 바닥과 가장자리는 황금과 백금과 옥으로 만든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수십 명의 남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몸을 비비꼬면서 애무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욕탕 바깥의 바닥은 수천 개의 두꺼운 거울로 모자이크되어 있었고, 사이사이에는 자주색과 핑크색을 주조로 하는 화려한 빛깔의 페르시아 융단이 깔려 있었다. 욕탕의 지붕은 여섯 개의 육각형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었는데, 기둥들은 모두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둥 옆에는 여러 남녀들이 애무하는 모습으로 조각된 수정 스탠드가 있어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금으로 된 욕탕의 지붕은 여인의 풍만한 유방 모양을 하고 있었고, 젖꼭지 부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열대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갖가지 찬란한 빛깔로 반사시켜 주고 있었다. 지붕의 안쪽은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거울로 되어 있어, 여러 개의 거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시켜 무수히 신비로운 상(像)을 만들어냈다. 욕탕 위의 높디높은 천창에는 루비와 사파이어 등 갖가지 보석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꽃 모양의 전구들을 머금고 뻗어내려와, 흡사 성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욕탕은 기분좋은 온도와 향기나는 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욕탕 한가운데서는 핑크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수가 물을 방울방울 뿜어올리고 있었다. 분수는 위로 높이 쳐든 여인의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항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물방울들은 물이 아니라 꿀맛이 듬뿍 스민 향기로운 술이었다. 욕탕 주변에 있는 만개한 꽃들과 잘 익은 과일에서 풍겨나오는 감미로운 냄새, 그리고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술의 고혹적인 알코올 향이 뒤섞이면서, 욕탕 안은 더욱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욕탕 밖에서는 수십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나태한 자세로 누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네들 가운데는 서로 얽히고설켜 애무하면서, 바닥의 거울이 반사해 내는 자신들의 황홀한 나신을 도취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 여인들은 뒷굽의 높이가 15㎝는 됨직한 황금빛 뾰족샌들을 신고 있을 뿐인데, 가지가지 색깔의 탐스러운 머리카락들이 길게 웨이브지며 흘러내려와 하얀 유방과 곱슬거리는 음모와 탐스럽게 부풀어오른 엉덩이들을 가려주고 있다. 한 여인이 길디 긴 손톱을 부챗살처럼 길게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넘기자, 보름달 같은 유방의 농염한 자태가 드러난다. 젖꼭지에는 둥근 황금고리가 꿰어져 있고, 고리 아래로 늘어진 체인 끝에 매달린 금방울들은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명량(明亮)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탕 안에는 수십명의 여인들이 알몸뚱이로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앉아 있다. 대리석으로 깎아 빚어 만든 듯한 늘씬한 다리들은 물 아래에서 뒤엉켜 서로를 마찰해주고 있고, 길고 가느다란 색색가지 음모들이 물풀처럼 살랑대며 춤을 추고 있다. 중앙의 분수에서 느릿느릿 뿜어져 나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여인들의 몸을 간질인다. 그로테스크한 색조로 짙게 화장한 얼굴들과 껍질을 벗긴 핑크빛 수박덩어리 같은 유방들이 반쯤은 물에, 반쯤은 향기로운 술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다. 여인들은 가끔씩 유방에 방울방물 맺혀 있는 술을 서로가 혀끝으로 천천히 핥아먹으면서 아리따운 추파를 흘리고 있다. 욕탕 바깥의 페르시아 융단 한 모퉁이에서는 십여명의 여인들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다. 한 여인이 상대방 여인의 속눈썹을 은색의 펄(pearl) 마스카라로 한 올 한 올 정성껏 올려주고 있는 게 보인다. 은빛 콘택트 렌즈를 낀 여인의 눈동자는 은색의 펄 속눈썹과 함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여인은 붉은 포도주 색깔의 립스틱이 자기의 입술에 진하게 발라지는 동안 입술을 백치처럼 멍하니 벌리고 있다. 얼굴화장이 끝나자 몸 화장이 시작된다. 흑장미색의 립스틱이 양쪽 유두에 칠해지고, 짙은 꽃분홍색의 액체 파운데이션이 하얀 유방 위에 부드러운 동심원을 그리며 칠해져 나간다. 배꼽 주변에도 물감을 칠한 후, 이번에는 두 다리 사이의 거웃이 손질된다. 손가락 길이만큼 길러 황금빛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상대방 여인의 음모를 정성껏 손질해 주고 있는 궁녀의 손놀림이 곱다.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의 음모는 황금빛 손톱이 스쳐지나가면서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염색되고, 곧이어 막 세팅한 머리처럼 봉곳이 부풀어 오른다. 음모 손질을 끝낸 궁녀는 상대방 여인의 불두덩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나선, 음순에는 진주로 된 음순걸이를, 항문에는 묘안석(猫眼石)으로 된 항문걸이를 걸어준다. 그런 다음 두 몸이 한데 엉켜 우아하게 요동을 친다. 렘의 나무 사이를 거닐며 열매를 따거나 꽃을 꺾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투명한 옷감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걸음을 걸으면서 몸의 각도를 바꿀 때마다 젖가슴의 볼륨과 음모의 반짝임, 하늘거리는 허리선과 부드러운 둔부의 곡선이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통해 보일 듯 말 듯 내비친다. 그네들 역시 맨발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다. 타원형을 이루며 둥글게 아래로 말려들어간 긴 발톱들이 샌들 앞부분으로 나와 있고, 발톱들은 노란색·빨간색·보라색·분홍색·연두색·복숭아색·은색·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로 손질되어 있다. 샌들의 앞굽을 발톱 길이에 맞춰 높게 만들었지만, 휘어들어간 발톱들이 워낙 길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인들의 발놀림은 무척이나 느리고 권태스러워 보인다. 과일이나 꽃를 따고 있는 손톱들도 둥글게 말려들어갈 정도로 길다. 갖가지 색깔로 손톱에 칠해진 펄 섞인 매니큐어들이, 일제히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나와 왕비는 카펫 위에 있는 상아 침대에서 푹신한 금빛 보료에 묻혀 나란히 누워 있다. 나는 한 궁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해주는 보디 마사지를 받고 있고, 왕비는 미풍에도 출렁거릴 정도로 얇고 긴 손톱들을 궁녀 두명에게 손질시키고 있다. 보디 마사지가 끝나자 방금 온 몸에 화장을 끝낸 여인이 내게로 천천히 기어온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고리·코걸이·팔찌·반지·젖꼭지걸이·음순걸이·항문걸이 등에 매달린 금방울들이 꿈결 같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인은 내 앞에 오자 무릎을 꿇고서 내 발에 입맞춘 후, 서서히 혓바닥을 옮겨 나의 온 몸을 혀끝으로 살살 핥아주기 시작한다. 왕비 역시 손톱 손질을 끝내고서 한 궁녀가 해주는 혓바닥 마사지를 받고 있다. 혓바닥 마사지가 끝나자 나는 궁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자 한 여인이 분수로 가서 입 안 가득히 술을 받아 머금고 온다. 그녀의 긴 핑크빛 머리카락과 진주빛 시폰 드레스는 물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 달라붙은 드레스를 통해 어렴풋이 엿보이는 핑크빛 젖가슴과 연두색 불두덩이 물결치듯 움직이고 있다. 여인은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술을 내 입 안에 흘려 넣어준다. 나는 그녀의 입 안에서 적당히 따뜻해진 술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여인의 젖꼭지를 장난치듯 꼬집어 본다. 여인은 적포도주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으로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면서 꿈꾸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진해는 일본인들이 붙인 지명이다. 원래 웅천읍성이 자리했던 곳으로, 그 웅천 바닷가에는 ‘세스페데스 방한 400주년(1553~1993)기념’이란 설명문이 붙은 조각상이 서 있다. 그의 고향인 포르투갈 톨레도의 니야누에다 데알카르데테 시민들이 우정의 정표로 기증한 것이다. 그는 1593년 12월27일에 웅천포에 도착해 1년여를 이곳 왜성에서 묵었다. 그 34년 뒤인 인조 6년(1628)에 네덜란드인 벨테브레가 부산 근처에 표착했고, 그로부터 59년 뒤인 1653년에는 하멜이 표류해 왔다. 그러고 보면 그는 표류가 아닌, 자의로 이 땅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다. 그가 머물렀던 웅천 남산왜성을 올랐다. 돌들이 웅장하다. 틀림없는 왜성인데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1593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축성했고 정유재란때 재침해 수축한 것이다. 경상도에는 유난히도 왜성이 많다. 웅천 안골포 양산 영등포 마산 고성 사천 남해왜성 등등 아예 장기 주둔을 염두에 두고 진을 쳤던 흔적들이다. 진해에는 웅천왜성 바로 건너편 안골포에도 왜성이 있다. 사면이 두루 보여 그만한 요새가 없다. 세스페데스가 웅천까지 온 이유를 알자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하다. 임진왜란때 평양성을 공격했던 고니시 고니시는 포르투갈 예수회에 의탁한 천주교도였다. 고니시의 딸 마리아는 당시 19대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의 아내였는데, 소오는 임란 직전까지 대마도 병마사로 조선의 녹봉을 받았다. 그 역시 천주교 신자였다. 소오는 조선의 지리를 꿰뚫고 조선말에도 능통해 왜군의 앞잡이로 선봉에 섰다. 세스페데스는 이때 일종의 종군 신부로 온 것이다. 그의 수기에 의하면 조선의 훌륭한 문화재는 모두 고니시와 소오가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문화재 약탈뿐 아니라 사람들도 엄청 붙잡아 갔다. 오죽했으면 강항이 ‘간양록’에서 ‘배 600∼700척이 몇 리에 걸쳐 바다를 메우고 있는데, 배마다 조선 남녀의 통곡소리가 바다와 산을 진동시킬 정도’라고 기록했을까. 고니시도 평양성 전투에서 6살 난 전쟁고아 소녀를 데려가 ‘오타’란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 ‘줄리아’라는 세례명까지 얻게 했다. 도요토미가 죽은 뒤 천하의 패권을 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벌인 대격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고니시는 패하여 처형된다. 줄리아도 이때 외딴 섬으로 귀양가 신앙을 지키며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신화’가 됐다. 한편 고니시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오는 마리아와 이혼하고 도쿠가와의 가신으로 들어간다. 세스페데스는 1597년 3월에 다시 내한했다가 도쿠가와의 선교사 추방령으로 수박골에 피신해 있다 두달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임진왜란이라는 한·일간의 유쾌하지 못한 전쟁통에 묻어 오기는 했지만 서양인의 첫 방문은 역사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왜성이 위치한 안골포는 임란 전승지로 유명한 곳.1952년 7월 왜 수군의 주력부대가 한산도에서 참패를 당하자 그를 따르던 가토 기요마사의 42척 제2 주력부대가 당황한 나머지 안골포에 옮겨 정박한 것을 이순신이 추격, 격파한다. 한산도해전과 더불어 안골포해전은 왜 수군 주력부대를 격멸한 큰 전공지였다. 이듬해인 1593년 2월부터 한달동안 이순신 함대는 웅포에 무려 7차례나 출격해 해전을 치렀는데, 이때 웅포 남산왜성의 왜 육군이 엄호하여 많은 고초를 겪었다. 세스페데스는 그 해 겨울 웅천으로 들어왔다. 안골포에는 굴강(掘江)이 남아 있다. 방파제와 선착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남 여천에 선소(船所)와 굴강이 남아 있을 뿐 거의 사라진 지금 이곳의 해양문화사적 의미는 크다. 이순신의 대격전지에 이같은 해양 유적이 전해지고 있어 감회가 새로운데 머잖아 간척될 계획이라 운명이 풍전등화다. 매립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바닷물을 끌어들여도 굴강만은 살릴 계획이라지만 이 희귀한 문화유산이 전해지는 임진왜란 대첩지를 매립해 땅을 얻어 써야겠다는 문화적 반달리즘을 두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진해는 대마도를 거쳐서 규슈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마산에서 여몽연합군이 후쿠오카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듯 최단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에는 본디 최초의 왜관이 자리잡은 곳도 또한 이곳 웅천이다. 왜관은 모두 세 군데에 있었으나 삼포왜란 이후에 변란을 걱정해 웅천왜성은 폐지되어 부산의 초량 왜관으로 통합됐다. 이같이 일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진해에 다시 왜인들이 나타난다. 근 300여년 만에 이번에는 왜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로 변신해 나타났으니, 그들은 지형·정서적으로 가장 잘 아는 곳부터 점령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진해만을 동양 제일의 대군항으로 키우기 위해 한반도 최초로 조직적·계획적 도시계획을 입안한다. 진해라는 말부터가 일인에 의해 처음 쓰여졌고, 옛 웅천읍성과 무관하게 신도시로 재탄생했으니 식민지 항구도시 건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당시 비동 현동 좌천 등 여러 마을을 합해 진해라 부르고 진해만 군항지를 편의상 진해만이라 칭한 것이다. 군항지 경영에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돈인 800만원을 퍼부어 10개년 사업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바닷가 염습지와 황무지를 매립하여 땅을 얻고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했다. 러일전쟁 직전인 1904년 1월12일에는 해군 함정을 거제도 송진포 연안에 대놓고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도 했다. 송진포에 ‘일본제국 해군 가근거지 방비대’를 설치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준비에 돌입한다. 일제는 1905년 러일전쟁의 여세를 몰아 웅천지역의 토지를 강탈하기에 이른다. 당시 시가지는 12만평이었으며, 계획도시답게 모범적 시가를 만들기 위해 도로는 방사형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오늘날 진해의 중원로터리 등을 보면 사방팔통으로 도로가 교체하는데, 여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관을 엄격히 고려하고 토지를 1∼3등으로 3분하여 건축을 제한했다. 건물은 2∼3층을 원칙으로 하고 4층 이상은 허가를 받아 짓도록 했다. 이곳 토지를 불하받은 일인은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 사세보 사가 조슈 나가사키 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에 오래 전에 나와있던 용산, 마산, 부산 등지의 일본인들도 이곳으로 몰려 왔다. 이로써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의 신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조선인도 참여할 수 없었으며, 목포나 군산처럼 본래의 조선인촌과 병존하게 하지도 않은 식민도시였다. 그리하여 일제 해군본부가 들어서고, 한국뿐 아니라 극동의 군항으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한국 해군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진해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풍경을 읽는다.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로터리 모퉁이에 고색창연한 진해우체국이 서있어 식민지 시대를 전하고 있다. 도로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일장기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충무공 동상으로는 전국 최초인 1951년에 창원 통영 고성 김해 마산 등에서 갹출해 북원광장에 조성한 것이다. 일장기형 도로와 이순신의 동상이 주는 이중창이 묘한 갈등으로 다가온다. 자고로 벚꽃이 유명하여 4월 초순에는 군항제가 열린다. 충무공의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벚꽃도 즐기는 최대의 행사인데,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이 휘날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충무공 동상의 이미지는 왠지 좀 거북한 느낌이었다. 제황산정에는 웅장하게 솟은 탑이 있다. 일인들이 세운 러일전쟁 기념탑을 광복 후 철거하고 1967년 해군의 기함사령탑을 상징하는 이 탑으로 교체했다. 시내 로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했을 때 남긴 기념휘호를 각인한 비석이 있는데 가장자리가 깨져 있다.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을 땜질해 붙여놓았다. 로터리 중심의 나무에 가려져 있어 외부인은 그런 비석이 있는 줄도 모른다. 반면에 진해 바닷가에는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전용 낚시터, 장제스를 만났다는 육각정 등이 잘 보존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본디 일본군 통신대가 쓰던 건물이다. 진해 사람들도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해군기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보니 도시의 주요 토지들은 모두 군용으로 묶여 발전이 없다. 군사도시인 탓에 규제가 심해 발족 당시의 인구에서 별반 늘어난 게 없다. 게다가 부산시와의 갈등도 내연 상태다. 신항만 건설부지의 80%를 내놓았지만 명칭이 부산신항만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여서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부산신항인지, 부산·진해신항인지를 놓고 대격돌을 벌이는 중이라 이래저래 군사도시의 고충이 깊은 요즘이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군항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게다가 이웃 거대도시 부산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진해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쾌적하고 맞춤한 인구, 공장이 적은 대신 맑은 숲과 바다를 지닌 천혜의 미항 진해이건만 미래가 투명하게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벚꽃 펄펄 날리는 조건에서도 소작쟁의는 물론 동양제사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각종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주기철 목사같이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진정한 종교인을 배출한 곳이 진해 아닌가(황정덕의 ‘진해 항일독립운동사’ 참조). 진해예술촌장을 맡아 군사도시 속에서 문화를 가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차생 진해문화원장이 망산도로 안내하면서 간절하게 전한 말은 이랬다.“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아유타국 허왕옥 공주가 처음 내린 망산도도 진해지요.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국제 항구도시였으니 부산·진해신항으로 결정돼 사람들 시름 좀 덜었으면 합니다.”
  •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마을 1호 안산캠프를 가다

    ■영어는 목적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 ‘대한민국 영어특별시’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모든 시스템은 영어권 나라의 상황과 똑같이 구성돼 있다.이곳은 수백만원의 해외연수비용을 댈 정도로 형편이 좋거나 영어를 잘하는 우등생을 위한 ‘소수의 마을’이 아니다.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학생이면 누구나 똑같이 다녀가게 될 ‘혜택의 마을’이다.바람직한 영어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교육의 내실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영어마을에 쏠린 기대와 관심은 대단하다.우리나라 1호 영어마을 첫 수업에 참여한 평택 신한중과 남양주 별내중 207명의 체험교육 현장과 프로그램,규칙,시설 등을 자세히 점검해 봤다. 지난 23일 월요일 오전 10시.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학생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학생들은 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 요구에 따라 도착카드(Arrival card)를 영어로 작성해 입국심사를 받는다.심사대 앞에 두 줄로 선 학생들은 영어마을 전용신분증(English Town ID card)을 보여주고 이름과 출신을 묻는 원어민 강사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며 차례차례 마을로 들어온다. 심사를 마친 학생들은 은행으로 향했다.여기서도 원어민 강사의 질문은 계속 쏟아진다.학생들은 강사의 도움을 받아 출금양식(Withdrawal form)을 작성한 뒤 영어마을에서 사용되는 화폐 30달러씩을 받았다. 그 다음 가야할 곳은 호텔.학생들은 호텔 안내데스크에서 앞으로 지낼 방 호수를 알게 된다.호텔에서 숙소 열쇠를 받은 뒤 편의점(General store)에 들러 수업에 필요한 공책을 산 후에야 비로소 숙소에서 짐을 푼 이재현(14·신한중)군은 “말이 안통하니까 진짜 황당하고 불편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영어 배우며 세계시민의 소양 쌓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경기영어마을의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캐나다 출신 강사인 사라(Sara·27·여)의 음악 수업.음악전공반 학생들이 배울 내용은 라틴댄스의 기초격인 ‘마렝게’다. 사라는 춤을 가르치기에 앞서 세계지도를 그려 남아메리카의 위치와 역사·문화적 특징을 설명한다.리듬을 타면서 걷는 라틴댄스 마렝게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학생들에겐 발 한 걸음 떼기가 부담스럽게만 보였다. 사라는 춤에 이어 노래도 가르쳤다.학생들은 사라의 선창에 따라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부른다는 ‘움바야(Om-bay-a)’를 배우기 시작한다.“움바야∼움바오∼에오∼”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의성어로 이루어진 이국 땅의 노래를 학생들은 사라와 함께 주거니받거니 부르며 금세 흥미를 느껴간다. 수업을 마친 사라는 “아직 학생들이 영어마을에 익숙하지 않아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지만 곧 친숙해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둘째날인 24일 오전 10시 과학반 요리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닉슨(Nixton·26)은 학생들에게 남아메리카의 지도를 보여주며 아이티(Haiti)라는 국가에 대해 설명한다.오늘 만들어볼 음식은 아이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시나몬 가루와 벌꿀로 버무린 열대과일 샐러드다. 하루 전만 해도 한마디도 못했던 이효진(14·신한중)군은 과일을 더 큰 걸로 달라고 닉슨에게 “big, bigest”를 외치며 익살을 떤다.학생들은 싱크대에 모여 멜론,수박,바나나,오렌지 등 과일을 직접 썰어본다.학교 영어 시간이었다면 bowl(그릇), peel(벗기다), skin(껍질), round(둥근), knife(칼) 등 관련 단어를 단어장에 적어가며 외웠을 텐데,학생들은 그런 과정없이 신통하게도 관련 어휘들을 금세 이해했다. 이태규(14·신한중)군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정확히는 몰라도 무슨 뜻인지는 이해된다.”며 스스로 신기해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그리니 English가 술~술~ 둘째날 24일 화요일 오후 1시 드라마반 방송수업.캐나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프(Geof·36) 강사는 인터뷰 기술을 설명한다.‘5W1H(육하원칙)’에 따라 질문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수업이 어려워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소형카메라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를 쥐어주자 언제 졸았냐는 듯이 촬영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영어마을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감’ 학생들은 2인1조로 서로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5가지 이상 질문을 만들어 묻고 답하는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촬영장소는 보통 오픈스튜디오를 이용하지만 영어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삼아도 상관없다.촬영을 마친 학생들은 간단한 편집을 거쳐 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려둔다.허건(14·신한중)군은 “집에 가면 부모님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방송 수업 강사 조프는 “학생들이 잘 촬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전후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매우 흥미롭다.”며 영어마을 교육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7일 금요일 오전 9시 HR(home room)시간.이 시간은 담임강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운동을 즐긴다.이날 아침 야외 운동장에선 드라마 담당 데이비드(David·27)반과 로보틱스 담당 마크(Mark·26)반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학생들은 닷새 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원어민 강사는 피부색이 다른 낯선 외국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돼 있었다.‘Go!Go!’,‘It’s mine.’,‘pass’ 등등 축구를 하는 학생이나 응원을 하는 학생이나 모두 말이 되든 안되든 씩씩하게 입을 열고 본다. 벤치에서 응원하고 있던 강미현(14·별내중)양은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영어마을을 떠나기가 싫다.”고 아쉬워했다.마크는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은 원어민 강사들에게도 매우 큰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학생·교사 모두 적극적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수업시간에도 나타났다.27일 오전 10시 드라마반 미술수업.뉴질랜드 출신 강사 샐리(Sally·29)는 학생들에게 ‘미국’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모두 적어보게 했다.FBI, Status of liberty, Halloween day, Bush, NBA, eagle 등등 3인1조로 팀을 꾸린 학생들은 한 팀당 10∼20개씩 단어를 줄줄 적어내려 간다.철자를 모르는 단어는 샐리에게 물어보며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샐리는 학생들이 적어낸 수많은 단어 중에서 ‘할리우드’를 집어내고 디즈니 만화의 고향이 할리우드라고 설명한다. 오늘 수업의 핵심은 바로 디즈니의 만화를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A4용지 한장을 12조각으로 잘라서 각각의 조각에 사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 넣는다.그림을 빨리 넘겨보면서 학생들은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고웅천(14·신한중)군은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돼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영어권 소도시 옮겨놓은 듯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멀리 대부도가 내려다 보이는 서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경기영어마을은 4년 동안 경기도 공무원수련원으로 사용됐던 연수시설을 8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것이다.6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23일 개원한 경기영어마을은 5만 3890평 대지에 건축면적 4034평 규모로 교육시설,체험시설,휴게·체육시설,업무시설,숙박시설,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모든 시설은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합하도록 꾸며졌다. 경기영어마을에 들어서면 영어권 국가의 소도시를 옮겨 놓은 것처럼 실감나게 꾸며진 체험공간이 눈에 띈다.경기영어마을 국제공항(English village international airport),입국관리사무소(Immigration),은행(Bank),우체국(Post office),진료소(Clinic) 등은 외국의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져서 학생들의 체험교육을 돕는다. 일반 강의실은 ‘우정(Friendship)’,‘꿈(Dream)’,‘희망(Hope)’,‘모험(Adventure)’,‘행복(Happiness)’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정’ 강의실은 책상과 의자 없이 계단형 소파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로보틱스(Robotics),방송(Broadcasting),쿠킹(Cooking) 등 학생들의 실습과 참여가 꼭 필요한 수업은 전공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로보틱스 수업이 진행되는 프리 존(Free-Zone)엔 곳곳에 소파와 다목적 책상이 있어 학생들이 편하게 둘러 앉아 로봇을 조립하고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했다.방송수업은 뉴스·드라마 촬영이 가능한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와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소형 카메라가 비치된 멀티미디어랩(Multi-Media Lab)실에서 진행된다.쿠킹수업은 식재료를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싱크대와 식기류를 구비한 부엌(Kitchen)에서 실시한다. 식사하는 공간 역시 영어를 배우는 곳이다.150여평 규모의 식당 한 편에 20평 정도의 식사예절실(Formal Dining room)을 만들어 실제 요리사 경력이 있는 원어민 강사가 식사예절을 가르친다. 학생과 교사 250여명의 매 끼니는 서울외국인학교,서울국제학교 등과 기업체 40여곳의 급식을 10년간 담당해온 전문업체가 책임진다.담당영양사 2명은 밥 먹는 시간에도 체험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적인 식단짜기에 심혈을 기울인다.아침은 미국 스타일로 토스트와 계란,과일이 주가 되며 점심은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저녁은 한식이다.양식 위주의 식단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녁은 쌀밥과 국,김치가 식탁에 오른다.또한 채식주의자(Vegetarian)인 일부 원어민 교사를 위한 샐러드 코너도 마련돼 있다. 숙소는 콘도 형식으로 5∼6명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17평 규모로 2층 침대 3개와 세면대,샤워실,화장실,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원어민 교사 38명은 경기도영어문화원이 제공한 시흥 일대의 17∼20평 전세 아파트에 나누어 살며 셔틀버스로 출퇴근한다.원어민 교사들은 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폴란드 출신으로 이 중 30%는 사설 영어교육기관에서 2∼3년 간 한국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이들은 지난 7월 말∼8월 초 2주간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경기영어마을의 교육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았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2006년 3월에는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내 8만 4000여평 부지에 파주캠프가 문을 연다.파주캠프는 학생과 원어민 강사 700여명이 항상 거주할 수 있는 정주형 영어마을로 꾸며진다.시청,경찰서,박물관,카페,레스토랑 등 공공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다.2008년 2월에는 양평군 용문면 일대 5만여평 부지에 양평캠프도 개원한다.양평캠프는 용문산 국민관광지와 반딧불이 서식지 등 우수한 자연환경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영어는 목적 아닌 수단’,‘암기식 아닌 체험 중심 교육’,‘세계시민 교육’. 경기영어마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영어교육의 목표다.이 같은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영어문화원은 지난해 7월 한국영어교육학회와 계약을 맺고 1년 동안 경기영어마을 교육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중학교 2학년 대상 5박6일 프로그램은 학교 영어수업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설계됐다.언어를 배우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다 보니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 궁극적으로는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전공을 4가지로 나누었다.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드라마(Drama),음악(Music),미술(Art),과학(Science) 중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전공이 결정되면 전공 10시간,전공관련 수업 14시간을 듣게 된다.모든 학생들은 체육(exercise) 4시간,일(work) 3시간,자유시간(free time) 2시간의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드라마 전공생은 드라마 수업 외에 방송(Broadcasting)과 미술(Art)과목을 듣는다.음악 전공생은 문화(Culture)와 방송을,예술 전공생은 문화와 요리(Cooking)를,과학전공생은 로봇만들기(Robotics)와 요리를 추가로 배운다. 드라마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배우가 돼서 영어로 연극을 해보는 수업이다.아프리카,유럽 등에 전해 내려오는 짧은 옛날 이야기를 이해하고 각자 역할을 나누어 연기를 한다.학생들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연극을 하면서 말하기(Speaking)의 자신감을 얻는다. 음악과 요리수업 시간에는 이국 문화를 체험하고 ‘움직임’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을 집중적으로 익힌다.음악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전통 춤과 노래를 배우고 직접 해본다.악기도 실제로 연주한다.요리 수업도 남아메리카,유럽 등의 전통음식을 만들어보고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생각한다.음악과 요리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행동’과 관련된 표현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미술시간에도 역시 다른나라의 감각과 스타일을 배우고 이를 그려보거나 공예품을 만들어 본다.학생들은 자신들이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 이를 영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방송시간에는 2인1조로 팀을 나누고 기자와 유명인이 돼서 서로 인터뷰를 하고 답해본다.학생들은 인터뷰 과정을 ‘디지털 블루(Digital blue)’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경기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올려둔다.이 시간에는 질문하기(Asking)와 답하기(Answering)를 집중 연습할 수 있다. 문화는 지구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수업이다.세계 각지의 축제와 행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모두가 함께 보호해야 할 멸종동물,지구촌의 환경문제 등에 관해서 공부한다. 로보틱스 시간에는 학생들이 로봇을 조립해보고 완성된 로봇 작품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시켜 여러 기능을 시연한다.전문분야의 다소 어려운 영어 수업을 듣고 이해하고 직접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봄으로써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과학 과목에서는 마술의 원리,태양 에너지 자동차나 풍력·수력 발전기를 조립해 본다.학생들은 과학에 관한 재미있는 과제를 수행한다. 경기영어마을의 모든 수업은 세계시민의식(Global awareness),협동(co-operation),이벤트(event)의 3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수업 내용은 학생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외국문화 및 세계문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학생들이 세계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또한 팀별로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하거나 로봇을 만들어 봄으로써 함께 협동하며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한다.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공동작업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다.직접 만든 요리의 맛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만든 태양열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어 결과물을 확인하고 우승자에게 포상하는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참가신청은 경기영어마을 참가신청은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만 할 수 있다.다른 지역의 학교나 개인 자격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5박6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영어마을 교육시간을 학교 수업 일수로 인정받는다.참가비용은 1인당 8만원.총 33만원의 참가비 중 경기도가 학생 한 명 당 25만원을 지원한다.2005년 2월 말까지 진행되는 2004년도 하반기 입소대상 25개교 3720여명의 선정이 이미 끝난 상태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은 혜택의 기회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집중 영어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1박2일 가족프로그램과 방학 4주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올 10월부터 시작되는 1박2일 가족 프로그램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경기도민은 1인당 3만원,다른지역 주민은 1인당 6만원을 내야 한다.방학 4주 프로그램은 캐나다 필교육청과 함께 개발 중이며 2004년 겨울방학부터 시작할 예정이다.(031)223-5614. ■경기 영어마을의 룰 경기영어마을에 가면 경기영어마을의 법을 따라야 한다.철저한 체험교육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규칙이다. 경기영어마을에서는 오로지 영어만 사용한다.원어민 강사들은 “오직 영어만,한국어는 안돼!(Only English No Korean)”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수업시간은 물론 친구들 끼리 이야기할 때도, 팀별로 축구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도 오직 영어로 말한다.한국말을 하다가 걸리면 상황에 따라 1∼3달러까지 벌금을 문다. 둘째, 경기영어마을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해외에 어학연수 나왔다는 상황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쉽게 국내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또한 외부에 있는 가족,친구들과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셋째, 오직 경기영어마을 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만 사용한다.학생들은 마을에 들어오는 첫날 모두 똑같이 30달러를 받는다.영어마을 전용화폐로 편의점에서 수업에 필요한 공책도 사고 간식도 사먹을 수 있으며 우체국에서 편지도 보내고 은행에 저금도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들은 자유시간을 이용해 일 또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강의실을 정리정돈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수업에 필요한 준비를 돕는다.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경기영어마을 전용신분증에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도장을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우수 학생으로 인정받고 상금도 받는다. 안산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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