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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이름으로 Let’s 팅Rafting ·핑Camping ·킹Trekking

    여름의 이름으로 Let’s 팅Rafting ·핑Camping ·킹Trekking

    여름은, 견디자면 한없이 길고, 만끽하자면 너무나 짧은 계절이다. 아드레날린 펑펑 샘솟는 여름 레포츠! 그러나 하드코어는 좀 곤란하다면 가볍게 팅!핑!킹! 여름날 웃음 팡팡 튀는 산하로 가자.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봉화군청 www.bonghwa.go.kr, 영주시청 yeongju.go.kr, 모두캠핑 www.modecamping.com ●Rafting 낙동강 상류 이나리 강변 영차, 으싸 물 위의 전력질주 스키 한번 못 타고 겨울을 보낸 섭섭함을 기억한다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래프트에 몸을 싣는 일이다. 래프팅의 계절은 여름보다 짧기 때문이다. 인제 내린천도 가봤고, 정선 동강도 가봤고, 한탄강도 가봤지만 낙동강은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초행자들을 놀래키려는 듯 낙동강 발원지에서 가까운 봉화 이나리 강변은 거친 물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며칠 전 내린 장마비가 한몫 단단히 했다. 장마 때는 도로에서 불과 1m 아래까지 차오를 정도로 수위가 높아지는데 래프팅의 스릴은 이 수위와 정비례한다. 보통 래프팅은 6~9월까지 석 달간 허락되어 있지만 첫물과 끝물은 마니아들이 움직이는 시기이고, 일반인들에게는 7~8월 두 달간이 무난하다. 35번 국도를 타고 상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십여 개의 보트가 차창 밖으로 스쳐갔다. 봉화 래프팅은 봉화나루터에서 시작하여 길게는 청량교까지 코스가 이어진다. 상류에서부터 순서대로 관창교, 오마교, 관창1교, 청량교 등의 다리 부근에 선착장이 있는데 짧게는 6km, 길게는 10km까지, 여러 코스가 있다. “위험한 곳과 재미있는 곳은 다르다!” 베테랑 가이드의 연륜 어린 충고가 귀에 쏙 박혔다. 스릴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유혹으로 들리겠지만 래프팅의 재미는 여러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수량이 많고 거친 물살이 간혹 나타나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련한 가이드의 안내와 팀워크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안전이다. 그래서 몸을 푸는 준비 운동과 안전교육은 필수다. 무게가 60kg이 넘는 10~12인승 보트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만 운반도, 운행도 가능하다. “봉화의 래프팅 코스에는 두 가지 고비가 있는데요, 첫 번째 것은 위험하기만 하고 재미있는 곳은 아니고요, 두 번째 고비는 좀 위험하지만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하얀 포말이 올라오는 지점이 다가올수록 물속에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소용돌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트 바닥에 부착된 발고리에 안전하게 발을 고정하고 구령에 따라 몸을 앞뒤로 숙이기도 하고 힘차게 패들을 저으니 어느새 수면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미 몸은 흠뻑 젖은 상태. 아드레날린의 세례를 받은 듯하다. 가이드가 경고했던 두 개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이빙 타임! 바닥이 보이질 않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물길을 잘 아는 가이드들이 파악해 둔 다이빙 지점은 수심이 깊어서 다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자세로 입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저절로 환호성이 터진다. 그 소리에 놀란 두루미가 멀리서 날아올랐다. 물길 따라 그냥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래프팅은 의외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몇 번 물에 빠지고 나니 (그래서 물을 삼키지 않는다면) 배가 홀쭉해져 있다. 종료 지점이 가까워지면서 몇 팀과 캔 맥주 내기 레이싱을 해서 더 그랬을지도. 단단하게 조였던 구명조끼가 다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 당장 식당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일 때 낙동강레포츠센터의 넓고 깨끗한 샤워장은 참 고마운 존재였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후에 나누는 밥상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고, 맛있을 수밖에. 한여름이 꿀맛이다. ▶Rafting Gear 래프트 래프팅은 2차 세계대전 후 남은 군용 고무보트를 운송 수단으로 사용했다가 레저용으로 확산됐다. 작게는 3~4인용(45kg, 3m60cm)부터 크게는 12인용(64kg, 4m50cm)까지 있으며 PVC나 고무재질로 만들어진다. 고무 래프트 한 척의 가격은 보통 300~400만원 사이다. 구명조끼 수영을 못해도 래프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구명조끼다. 체중 120kg까지 안전하다. 착용요령은 가슴둘레가 꼭 맞도록 몸통의 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다리 고정끈까지 확실하게 채워야 물에 빠졌을 때 조끼가 벗겨지지 않는다. 안전모 너무 크거나 작은 사이즈는 불편할 뿐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으므로 적당한 사이즈를 골라서 착용해야 한다. ▶travie info 낙동강 래프팅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의 3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중앙래프팅(054-672-0802), 봉화래프팅(054-673-0890), 청량산래프팅(054-674-1999) 등 여러 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소요시간 2~3시간 요금 1인당 2만~3만5,000원(코스별) 봉성 청봉숯불구이 봉화군 봉성면은 솔잎향이 가득한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하다. 춘향목에서 딴 솔잎이 잡냄새를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비결. 숯불 화덕에서 구워 오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걸리지만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든 된장찌개도 일품. 돼지 숯불구이 1인분 1만8,000원 문의 054-672-1116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Camping 연천 조각공원 캠핑장 예술이 있는 풍경 그리고 캠핑 <1박2일>, <아빠, 어디가>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하다. 여행을 귀찮아하시는 어머니의 입에서 ‘캠핑 한번 해보자!’라는 제안이 먼저 나오다니. 부모님의 로망을 풀어 드리긴 해야겠는데 한번 쓰자고 비싼 캠핑장비를 구입하기는 그렇고, 또 막상 텐트생활을 불편해 하실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답은 캐러밴이었다. 여름의 위세는 당당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고작 10여 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말 그대로 뙤약볕 샤워. 이 순간 드는 생각은 아무리 자연 속의 캠핑이라지만 텐트가 아닌 캐러밴을 예약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주방용 에어컨과 침실용 에어컨을 가동하니 차 안 공기는 금세 뽀송뽀송, 시원해졌다.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둘러보니 6인승 캐러밴은 펜션 시설 못지않았다. 전면에는 커플을 위한 큰 침대와 전용 에어컨, 후면에는 2층 침대 2개가 있었다. 중앙부의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는 물론이고 식기와 밥솥 등 모든 주방도구가 갖춰져 있으니 늦은 점심식사 준비도 뚝딱 이루어졌다. 게다가 평면 TV까지. 또 하나의 집이다. 캐러밴에 딸린 파라솔 테이블 옆으로 대형 그늘막 설치가 끝날 무렵 아버지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셨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맥주 한 캔. 그렇게 온 가족이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어린시절 부산 외갓집 앞 평상에 할머니, 이모, 삼촌까지, 온 가족이 모여 수박을 깨먹던 추억이 몇십 년의 시차를 뚫고 달려와 있었다. 그때 어린 나 대신, 꼭 그 또래의 조카가 뽀로로 캠핑의자에 앉아 있을 뿐. 열기가 가시고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쯤 공원 산책에 나섰다. 좀 전까지 예사로 보았던 물체들에 다가서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돌멩이인 줄 알았던 연못가의 검은 물체들은 세심하게 배치된 군화 수십 켤레고 그냥 장대라고 생각했던 쇠철봉 위에 녹슨 철조망이 걸려 있었다. 저 멀리 검은 천막은 미국의 군용막사였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도 매년 6월 민통선예술제를 주최하고 있는 미술관다운 작품들이었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을 달려왔을 뿐인데 분단이라는 현실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작품들은 대부분 석장리 조각공원의 관장인 박시동 화백의 것이고 곳곳에 소품들이 숨은 듯 전시되어 있다. 분단과 평화에 뜻을 둔 작품들도 있지만,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작품들이 푸른 잔디밭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석장리 조각공원이 캠핑 캐러밴 사이트로 변신한 것은 지난 6월의 일이다. 기존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 사이로 모두 17대의 캐러밴이 자리를 잡았다. 예술을 테마로 하는 독특한 오토캠핑장이 생긴 것이다. 캠핑장 운영을 맡고 있는 김규호씨의 부지런함과 싹싹함 뒤에는 아버지 김명환씨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캐러밴 등 특수차량을 생산하는 (주)두성특장차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명환씨는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캠핑장 운영에 대한 컨설팅과 강연도 맡고 있다. 전국에 캠핑장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테마와 개성이 없으면 금방 도태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런 의미에서 연천 조각공원점은 야생 버라이어티 캠핑보다는 느긋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캠핑장이다.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정성들여 가꿔 온 정원처럼 아늑하다. 생태보고지역인 최북단 제1땅굴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지난 15년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채 재배해 온 야생화와 약초들은 효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약을 치지 않아 파리가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살충제를 뿌리면 반딧불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 고민이라고. 박시동 관장 내외가 거주하는 집과 작업실이 뒤편에 있고, 주차장 뒤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손수 만들었다는 황토방 3채가 있다. 그중 하나는 효소저장소로 사용 중이다. 9월부터 관장 내외가 지도하는 도자기 체험, 사진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개시할 예정이며 수년 동안 숙성시킨 효소도 구입할 수 있다. 또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50명 이하 단체를 위한 여행지로도 제격. 야외부대와 황토방 펜션 등 다른 캠핑장에는 없는 시설도 있다. ▶Camping Gear 캐러밴을 이용하는 가장 큰 장점이 캠핑 장비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긴 하지만 한 두가지만 더 준비하면 캠핑의 재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끽할 수 있다. 캠핑 의자 보통 캐러밴 옆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지만 이동이 어렵고 좁기도 하다. 편하게 옮겨 앉을 수 있는 캠핑 의자가 있다면 경치 좋은 자리, 시원한 자리에서 독서를 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작은 테이블과 그늘막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화롯불 지피기 캠프파이어가 없다면 캠핑의 낭만을 절반도 즐기지 못한 것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숯불 바비큐용 화로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이와 별도로 장작을 구입해서 모닥불을 만들면 밤새 불가에 모여서 도란도란 즐길 수 있다. ▶travie info 모두캠핑 연천 조각공원점 모두캠핑 연천 조각공원점은 캐러밴 전용 캠핑장으로 2인용, 4인용, 6인용까지 총 17대의 캐러밴이 있다. 원래 석장리 조각공원이었던 캠핑장에는 조각품과 설치미술, 연못과 잔디정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2채의 황토펜션도 운영 중이다. 태안반도의 학암포 캠핑장과 영종도의 왕산 제휴점도 있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 875 요금(최저요금기준) 스탠더드 8만원(2인용), 디럭스 11만원(4인용), 스위트(6인용) 14만원, 황토펜션(2인용) 10만원 문의 1544-6615 www.modecamping.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ekking 청량산·죽령옛길 참! 시원한 여름 숲길 그 좋아하던 등산도 여름이면 잘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내공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여름 숲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그 계속물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봉화 청량산 물과 함께 걸었네 청량산 산행은 보통 ‘입석’에서 시작된다.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 뚝 떨어져 나온 커다란 바위가 마치 이정표처럼 서 있다. 탐방코스는 5가지로 짧게는 2시간(4km) 코스도 있고 정상을 넘는 코스는 5시간 40분(7km) 정도를 잡아야 한다. 물병 하나 들고 오르기 시작! 청량산淸凉山은 수려한 풍경 때문에 금강산과 비교하여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걸쳐 조선시대에 풍기군수로 재직했던 주세붕이 직접 명명했다는 12개의 봉우리(내산內山 9개, 외산外山 3개)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최고봉은 장인봉870m이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반가운 쉼터가 나왔다. 청량정사를 먼저 방문해야 정석이겠지만 발길이 먼저 닿는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산꾼의 집’. 칠순이 넘은 기인 이대실 선생이 이 집의 주인이다. 서예, 달마도, 가야금, 무예 등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그는 집을 아기자기하게 꾸몄고 직접 제작한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후한 인심 덕에 이곳에 들르는 나그네는 누구나 따끈하고 달큰한 약초차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원하는 만큼 마시되 컵을 헹구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나니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경사면에 위아래로 펼쳐진 청량사의 중간 허리쯤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창건된 청량사는 산 중턱쯤, 마치 부채를 펼쳐서 세워놓은 듯 비탈진 절벽 아래 독특한 가람배치를 이루고 있었다. 전성기에는 산 곳곳에 암자가 27개나 되었다지만 지금은 조선 후기 양식을 보여주는 유리보전과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응진전이 가장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그 냉수의 힘으로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목적지는 해발 800m 지점의 하늘다리. 2008년에 설치한 하늘 다리는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 자란봉과 선학봉의 정상을 연결한 길이 90m의 산악현수교다. 다리 가운데 지점에는 투명한 복합유리섬유 바닥재를 사용해 마치 허공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했지만 오래돼서인지 불투명해져 버렸다. 어쨌든 아찔한 풍경인데 운동화를 신은 소년들은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청량사에서 선학정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는 졸졸졸 계곡물이 따라 내려온다. 고대에는 수산水山이라고 불렸다는데, 그만큼 12봉 사이 계곡마다 물이 풍부했었나 보다. 그 조잘대는 물소리만으로도 청량하기가 그지없다. 청량산도립공원 mt.bonghwa.go.kr 054-679-6651 영주 죽령옛길 ‘잠시 쉬었다 가게나!’ 소백산국립공원의 둘레에도 길이 흐른다. 충북 단양, 강원 영월, 경북 영주에 모두 걸쳐 있는 소백산자락길이다. 총 12개의 자락길 중에서 죽령옛길은 3자락(11.4km)을 구성하는 3개의 길(죽령옛길, 용부원길, 장림말길) 중에서 첫 번째 문화생태탐방로다. 그러나 죽령옛길(2,8km 50분)의 역사는 신라 아사달과 15년(1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풍령, 문경새재와 함께 영남과 다른 지방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통로였고 조선시대 유생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거쳤던 곳이기도 하다. 그 선비들이 쉬어 가곤 했던 주막과 마방은 1900년대 초까지도 운영을 했었다. 지금은 다 무너진 돌담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지만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어르신들도 아직 계시다. 주막에서 들이킨 약주 한잔의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고갯길은 더 힘겨웠을 것이다. 구름도 자고 간다는 추풍령이 고작 해발 221m이니 해발 689m의 죽령을 넘는 구름들은 사나흘 푹 묵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 길을 오갔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퇴계 이황 선생도 포함된다. 형제간의 우애가 지극했던 퇴계 이황 선생과 형 온계 이해 선생이 서로를 배웅했던 계곡자리가 남아 있었다.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쓸모가 없어진 죽령옛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우거진 풀숲에 잠식되나 했지만 트레킹 붐을 타고 다시 빛을 찾았다. 지금은 국가명승 30호로 지정되었고 12자락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해 전 이 길을 걸었을 때에는 소백산역(구 희방사역)에서 시작해 죽령마루까지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나무 계단과 데크가 놓이고 도로변에는 정자까지, 길은 제법 정비가 되어 있었다. 숲길이 끝날 무렵에는 사과, 자두, 호두가 알차게 영글어 가는 과수원이 나왔다. 열매는 여름이라는 뜨거운 에너지의 집약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에 걷기에는 정말 최곤데요!” 누군가의 탄성이 지나갔다. ▶travie info 송이돌솥밥 봉화는 전국 최대 송이 주산지다. 송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돌솥밥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솥밥을 푸기 전에 송이 한 점을 참기름장에 찍어서 그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이다. 봉화에서 나는 신선한 나물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송이요리전문점 솔봉 송이(봉화읍 내성리, 054-673-1090) 돌솥밥 1만5,000원 약선정식 청정지역에서 재배해 향이 깊고 부드러운 나물들을 간수 뺀 소금과 효소 등으로 맛을 낸 약선요리는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인삼요리와 한방인삼김치를 전문으로 하는 약선당은 2010년 세계약선요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순화 여사가 창업했고 아들 이정훈씨가 대를 잇고 있다. 약선당(영주 봉현면, 054-638-2728) 약선정식 2만원, 인삼정식 3만원
  • 폭염에 지친 내몸에 맞는 여름 과일

    폭염에 지친 내몸에 맞는 여름 과일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여름에는 제철 과일이 보약이다. 수분·당분과 구연산, 비타민C와 각종 미네랄까지 풍부해 영양제 못지않다. 그러나 이런 과일도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골라 먹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 보충이 필요할 때는 수박과 참외, 복숭아가 제격이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100g당 93g이며 참외와 복숭아는 92g, 포도는 84g으로 매우 높다. 전문의들은 “과일에 많은 당분과 구연산이 피로 회복을 돕기 때문에 더위에 약해 쉽게 지치는 사람은 과일을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면서 “특히 운동 등 야외활동 후 과일을 먹으면 체내 피로물질인 젖산 수치를 낮춰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일마다 특성도 제각각이다. 수박은 수분만 많은 게 아니라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또 시트롤린이라는 성분이 체내 단백질 분해를 도와 소변으로 잘 배출되게 하는 이뇨작용도 뛰어나다. 그뿐만 아니라 풍부한 칼륨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다이어트와 부기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과일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은 흔히 토마토에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박에도 많다. 리코펜은 강한 항산화작용을 하며, 체내 독소를 제거하는 매우 중요한 식물영양소이다. 참외는 칼륨과 비타민C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참외의 당분은 흡수가 빠른 과당과 포도당으로 이뤄져 섭취 후 바로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에 여름에 흔히 겪는 저혈당이나 탈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포도에는 구연산과 비타민이 많아 피로 회복과 신진대사를 돕는다. 특히 포도 껍질에는 비타민E가, 씨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잘 씻어 씨와 껍질까지 통째로 씹어먹는 게 좋다. 주의할 점도 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열량이 높은 포도나 멜론, 수박 등은 피하는 게 좋다. 과일은 대체적으로 열량이 낮지만 포도는 작은 송이 하나가 150㎉, 멜론은 한 조각이 40㎉ 정도여서 살을 찌우는 대표적인 과일로 꼽힌다. 수박이나 파인애플, 망고도 고칼로리 과일에 속한다. 그러나 토마토는 열량이 낮을 뿐 아니라 소량을 섭취해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는 제격이다. 또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졌거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찬 과일이 장을 자극하므로 과식을 피해야 하며, 저녁보다 아침에 먹는 게 좋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이동환 원장은 “당뇨환자는 당분이 많은 포도나 멜론 등을, 신장 질환자는 칼륨 함량이 높은 수박이나 참외를 피해야 한다”면서 “특히 신장 질환자는 체내에 칼륨이 쌓이면 부정맥이나 신부전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안전 최우선주의로 ‘재해 특별시’ 오명 벗어야

    서울 방화대교 공사 현장에서 상판이 무너져 3명이 죽거나 다쳤다. 7명이 사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이후 불과 보름 만에 또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부실 공사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난다. 1994년과 이듬해에 일어난 서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두 사고에서만 우리는 539명이나 되는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건설 강국 대한민국에 씻을 수 없는 오점도 남겼다. 두 사고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다. 이번 사고도 안전 경시가 빚은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다. 상판 붕괴의 원인은 하중 계산을 잘못했거나 설계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도중에 설계가 13차례나 바뀌었고 공기는 자주 연장됐다고 한다. 시공사인 금광기업은 몇 해 전에도 광주광역시에서 지하상가 붕괴사고를 내 13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부실공사의 전력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장마철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고, 공사장에서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부실공사의 징후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서울시는 노량진 배수지 사고가 나고 얼마 후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또한, 감리업체도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감리원이 없었다. 감리원은 공사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하는데도 임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사장의 안전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시는 대형 공사장 49곳을 특별 점검하겠다고 한다. 뒷북치는 데 만족하지 말고 건설사와 함께 상시 점검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느슨한 마음가짐은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 다시는 유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민관이 일체가 돼 안전관리에 힘써 주길 바란다. 책임감리제도 문제가 많다. 서울시는 발주만 하고 민간 감리업체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책임감리제만 믿고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하는 것은 발주관청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직접 감리를 하지 못해도 최소한 민간업체가 감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공사 업체들 간에 불법적인 하도급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불법하도급은 능력이 부족한 업체들에 공사를 맡겨 부실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시민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니만큼 막중한 책임의식으로 사후 수습과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 손톱만으로 조각한 ‘수박’, 인기폭발

    중국의 한 농부가 손톱만을 이용해 껍질에 그림을 새겨넣은 수박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샤오간시에 사는 王南海는 손톱만을 이용해 껍질을 조각한 수박을 판매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징추왕(荊楚網)이 전했다. 이 수박을 본 사람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사진을 올리며 일약 화제가 됐다. 손톱만으로 껍질을 파서 만든 그림이지만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씨는 “힘 조절이 중요하다”며 “손톱이 너무 길면 오히려 손가락이 아프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왕씨의 손톱은 손가락 위로 약 2mm 정도가 올라와 있었으며 수박껍질이 잔뜩 끼어있었다. 왕씨의 ‘수박 아트’는 단순히 구매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 수박과 같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소문이 나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1일 평균 1,000위안(약 18만 원)의 매상을 내고 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냉장고 속 ‘진격의 수박’ 인기

    냉장고 속 ‘진격의 수박’ 인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수박에 새겨놓은 예술 조각품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진격의 수박’이라는 제목으로 사진들이 게재됐다고 24일 일본의 한 인터넷매체가 보도했다. 사진 속 수박은 확실히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초대형 거인의 얼굴 형상으로 냉장고 속에서 문을 연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수박의 색을 살려 입체적으로 모양을 조각하는 수박 예술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꽃이나 용 등의 디자인이 일반적이지만, 거인 수박까지 등장한 것은 중국에서도 ‘진격의 거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이 수박 조각품의 사진을 본 현지 네티즌들은 “진격의 수박이다”, “수박까지 거인이…”, “리바이 병장은 언제 나오나?”, “빨리 목덜미를!”, “목덜미가 없다!” 등의 코멘트를 남겼다. 아울러 사진을 올린 웨이보 사용자는 ‘진격의 수박’에 피겨를 함께 등장시켜 극중 장면을 재현하거나 이 수박을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주제곡을 피아노로 연주한 동영상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사진=웨이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광의 굴비 굴비의 영광

    영광의 굴비 굴비의 영광

    젓가락질이 쟀다. 석쇠 위 굴비가 노릇노릇 구워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성질 급한 누구는 아예 젓가락을 내던지고 양손으로 머리와 꼬리를 붙들고 수박 먹듯 훑었다. 그 맛있는 게걸스러움에 혹했는지 너도나도 개구쟁이마냥 낄낄대며 따라했다. 굴비 한 두름이래야 순식간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영광에서, 그것도 영광굴비였으니 당연했다. 영광스러운 첫인상이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더 영광스러웠다. 굴비만으로 완전한 영광 영광군 문화관광해설사 정애임 선생은 “신령 령, 빛 광, 천년의 빛 영광은 지명 그대로 신령스럽고 정신이 살아 있는 고장”이라고 운을 뗐다. 장단이라도 맞추려는 듯 겨울 끝자락에 보슬비가 눈처럼 흩날렸고 희끄무레한 안개는 풍경을 수묵담채화로 그려냈다. 신령스러운 빛으로 지명과 딱 들어맞는 정감을 연출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굴비의 영광, 영광의 굴비만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찌뿌드드한 하늘과 으슬으슬한 날씨 탓도 컸다. 그랬으니,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에 들러 직접 굴비를 엮고 한 두름씩 들고 나가 석쇠에 구워 먹을 때의 행복감이 컸을 수밖에…. 새참에 이어 저녁에는 보리굴비, 고추장굴비까지 모조리 맛보고, 다음날 아침에는 조기매운탕도 곁들여 굴비구이를 탐했다.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이 먹고 또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어찌됐든 영광은 굴비다. 구태여 ‘어찌됐든’이라고 토를 단 이유는 영광은 굴비로서 완전한 동시에 굴비만으로는 온전히 표현되지 않아서다. 굴비로서 완전한 영광은 굳이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다. 그 명칭의 유래는 고려 16대 국왕 예종(재위 1105~1122년)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딸을 왕비로 들여 권세를 누렸던 이자겸이라는 외척세력가가 있었는데 반란을 모의했다가 적발돼 영광 법성포로 귀양을 오게 된다. 이곳에서 굴비를 맛본 것인데 그 맛이 너무나 기가 막혔다. 왕에게도 진상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자칫 용서를 빌거나 아부하는 뜻으로 비쳐질까 싶었다. 그래서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굴비屈非라고 써서 올렸다는 이야기인데,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조기를 말리면 구부러지는데 이 모습을 보고 ‘구비仇非 조기’라고 부르던 게 굴비로 변했다는 설도 있으니 이래저래 사연 많은 굴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굴비가 먹여 살린다는 법성포항 풍경 2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에서는 굴비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직접 엮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비는 5,000~7,000원 3 노릇노릇 막 구워낸 영광굴비 맛은 가히 일품이다. 식당에서는 굴비정식 메뉴를 4인이 먹을 수 있는 ‘한 상’ 기준으로 팔기도 한다.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굴비백반은 1인당 1만5,000원선, 굴비정식은 2만5,000원에 판매한다 “법성포에는 파리 한 마리 없어요” 단지 그런 연유 때문에 영광굴비가 유명한 것은 아닌가 보다. 예전에야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산란을 위해 북상하던 조기가 엄청 잡혔다지만 지금은 조기들의 이동경로가 바뀌어 그렇지만도 않다. 그래도 영광굴비의 명성에 변함이 없는 이유는, 그만의 맛이 있고 그 맛을 빚어낸 환경이 특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굴비구이를 사이에 두고 겸상한 정기호 영광군수는 영광굴비 자랑과 영광굴비를 만들어낸 법성포 사랑이 대단했다. “옛날부터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조기가 많이 잡혀서 굴비 만드는 전통과 역사가 깊어요. 그냥 간을 하고 말리는 것도 아닙니다. 영광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으로 ‘섶간’을 하고 법성포의 천혜의 해풍과 햇빛으로 말려 영광굴비가 탄생하는 것이죠.” 섶간은 영광굴비의 전통적인 염장 방식이다. 다른 곳에서는 염수에 조기를 담가 간을 하지만 영광굴비는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한 마리 한 마리 간을 하고 재웠다가 염도가 낮은 염수에 세척한 뒤 엮어 말린다고 한다. 그냥 염수에 간을 한 굴비를 이곳 사람들은 ‘물굴비’라고 하대하는 이유다. 자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법성포는 굴비 생산에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도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췄어요. 신기하게도 법성포에는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물망을 치지 않아도 사시사철 위생적으로 말릴 수 있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법성포 굴비거리를 걸어 보니 파리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수백 수천개의 굴비두름은 그대로 바람과 햇살을 맞고 있었다. 겨울이니 그렇겠거니 싶었다. 쉬이 믿겨지지 않는 ‘파리 전무’의 진실은 언젠가 한여름에 찾아가 확인해 볼 요량이다. 1, 2, 3 영광은 신안과 함께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하다. 영광굴비는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섶간을 한다 바람과 햇살과 천일염이 만들다 대신 영광의 천일염 생산현장은 직접 확인했다. 영광은 신안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일염 생산지다. 16km에 이르는 갯벌과 오뉴월의 따뜻한 햇볕, 4월부터 불어오는 북서풍인 하늬바람이 빚어낸 소금이다. 염산 지역의 영백염전을 비롯해 백서영농조합법인, 황통영농조합법인 등의 대규모 염전이 영광 갯벌 천일염의 명성을 쌓고 있다. 염전 수만 해도 120여 개에 이른다. 도자기판 염전으로 유명한 영백염전에서는 현대화된 시설을 통해 최상의 품질로 태어나는 천일염의 생산과정과 현장을 체험했다. 이 천일염 역시 영광 법성포 굴비의 맛을 빚는 요소 중 하나이니 황금만큼 귀한 소금이다. 비굴해지더라도 먹고 싶고 다시 먹고 싶어서인지 영광굴비는 비싸다. 법성포에서도 한 두름(20마리)에 싸게는 2만원, 비싸게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시세차익을 노린 가짜 영광굴비가 판을 치는 것도 다 높은 몸값 때문이다. 영광굴비는 조기 중에서도 참조기만을 사용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부세, 보구치, 수조기, 꼬마민어 등으로 만든 가짜 영광굴비에서부터 중국산 조기로 만든 가짜까지 파다하다. 일반적으로 굴비 머리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있으면 진짜라고 알고 있는데, 유사조기들도 마찬가지여서 위험이 따르는 상식이라고 한다. 어디서 잡혔는지는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사실상 확인할 길이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가짜에 대처하는 자세 진짜 영광굴비는 어떻게 구별할까? 하도 가짜가 판을 치니 첨단기술까지 동원됐다. 고유인증번호는 물론 생산지와 생산자 정보 등을 담은 QR코드를 부여한 것이다. 대략 10만원 이상의 중고가 제품의 경우 뚜껑을 열면 진품 영광굴비임을 알리는 음성 녹음이 자동으로 흘러나온다.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이 알려주는 진품 구별법은 이 진품인증태그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품사업단 건물은 굴비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굴비 엮는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영광굴비투어’의 출발지로 삼아도 좋겠다. 여기서 구입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겠다 싶어 4만원짜리 영광굴비 한 두름을 들고 왔더니 한동안 밥상머리 즐거움이 컸다. 법성포 굴비거리를 걷노라니, 영광 법성포의 바람과 햇볕을 머금고 이곳의 방식대로 탄생한 굴비라면 어디에서 잡혔든, 어떤 조기로 만들어졌든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은가 싶었다. 방점은 어디까지나 영광 법성포에 찍혀야 마땅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단, 속이지도 속지도 말아야 하겠지만…. ●영광 볼거리 영광에는 굴비 말고도 다양한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우선 문화관광해설사 정애임 선생이 뗀 운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정신이 살아 있는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 영광’이라는 표현 속에는 영광이 품은 종교적 색채가 묻어 있다. 3대 종교가 깃들여져 있는 곳 다시 법성포다. 영광 법성포는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384년에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뜻한다고 한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는 법성포를 통해 백제불교를 전한 마라난타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석가모니의 출생과 고행까지의 과정을 23개의 원석에 간다라 조각기법으로 음각한 부용루를 비롯해 간다라 유물전시관, 탑원, 4면 대불상이 들어서 있다. 부용루를 거쳐 4면 대불상이 있는 정상까지 오르면 호젓한 경치가 펼쳐진다. 마라난타가 제일 처음 지은 사찰이 바로 ‘불갑사’다. 불佛은 불교를, 갑甲은 처음, 으뜸을 뜻하니 절 이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불갑사도 불갑사이지만 이곳에서 9월경에 열리는 상사화(꽃무릇)축제도 유명하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다. 잎이 진 뒤에야 꽃이 피니 서로 영원히 만나지 못한 채 사무치게 그리워만 해서다. ‘화엽 불상견 불상초花葉 不相見 相思草’의 한이 서린 꽃이다. 상사화 3대 군락지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인데 이곳의 규모가 가장 크다. 그래서 9월 상사화 꽃이 피면 불갑사 인근은 그야말로 빨간 융단이 깔린다고 한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뒤편으로는 숲쟁이꽃동산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도 봄이면 꽃이 만발하고 활엽수림이 싱그러워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1 칠산바다를 따라 조성된 노을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노을전시관이 있다. 바다를 감상하며 노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2 마라난타가 최초로 세운 절인 불갑사. 불갑사 주변은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여서 9월에는 빨간 융단이 깔린다 3 원전에서 나온 온배수를 활용해 운영되고 있는 에너지아쿠아리움. 기대보다 규모가 크고 수중생물도 다양하다 원자력에서 노을까지 영광은 원불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원불교 창시자 박중빈 교조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영산성지를 비롯해 박중빈의 생가 터, 기도를 올렸던 바위 등이 영광에 남아 있다. 기독교 정신도 깃들여져 있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교회 탄압에 맞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신자들이 염산교회에 77명, 야월교회에 65명이나 된다. ‘기독교인순교지’는 이들 순교자들을 기리고 있다. 이 밖에도 원자력 발전의 원리와 안전성 등을 홍보하는 ‘원전홍보전시관’과 원전 온배수로 꾸민 ‘에너지아쿠아리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9번째로 선정된 바 있는 ‘백수해안도로’, 해변을 따라 조성된 ‘노을산책길’과 ‘노을전시관’, ‘불갑저수지 수변공원’, ‘가마미해수욕장’ 등이 굴비 너머의 다채로운 영광을 채색하고 있다. 모든 관광지가 무료입장이니 이 또한 영광의 매력이다. 여행의 피로는 노을전시관 인근에 있는 ‘영광해수온천랜드’에서 칠산 바다를 조망하며 온천욕으로 풀 일이다.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영광군 www.yeonggwang.go.kr travie info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 법성포 내 400여 개 굴비생산업체들로 구성됐다. 영광법성포굴비의 가공, 보관, 유통,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에 한해 전남품질인증마크가 부착된다. 굴비의 생산과정과 요리법을 홍보하고 있으며 엮기 체험과 구매도 가능하다. 주소 전남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 1-2 문의 061-356-1657 백제불교최초도래지┃주소 전남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 812 문의 061-350-5999 영광해수온천랜드┃주소 전남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764 문의 061-353-9988 불갑사┃주소 전남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8 문의 061-353-8258 에너지 아쿠아리움┃주소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514 문의 061-357-2405 영광 노을전시관┃주소 전남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764 문의 061-350-560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길하고 상서로운 中 고미술품 한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길상’(吉祥)을 주제로 하는 테마전을 9월 23일까지 박물관 아시아관 중국실에서 개최한다. 박물관 자체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국 공·사립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관련 유물 100여점을 전시했다. 전시는 먼저 중국 고대미술품에 보이는 길상의 요소들을 점검한다. 신선과 동물을 도안한 한(漢)나라 시대 구리거울인 신수경(神獸鏡)에는 동방과 서방 세계를 관장하면서 길흉화복을 점지하는 최고의 남성 신선과 여성 신선인 동왕부(東王父)와 서왕모(西王母)가 보인다. 상서로움과 권위의 양대 상징물인 용과 봉황의 쓰임을 살핀다. 최고 권력자가 독점하던 두 동물은 나중에 민간에도 널리 퍼져 쓰임이 광범위해졌다. 붉은 색을 주된 색깔로 용 등 각종 문양을 금실로 화려하게 수놓은 청나라 때 혼례복(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소장)과 행복(福), 관직(祿), 장수(壽), 기쁨(喜), 재물(財)의 오복(五福)을 기원한 각종 공예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여덟 신선을 통나무 2개로 조각한 팔신선상(八神仙像·티베트박물관 소장)도 나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싱글족 잡아라” 커지는 ‘미니’ 시장

    “싱글족 잡아라” 커지는 ‘미니’ 시장

    지난해 2인 가구 비율이 24.3%, 1인 가구는 23.9%로 2인 이하 가구가 전체의 48.2%를 차지했다. 더 이상 한국의 주된 가구 유형이 4인 가구(22.5%)가 아닌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5년 1.4%였던 40세 남성의 미혼율이 2010년에는 14.8%로 10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40세 여성의 미혼율도 1.1%에서 7.0%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증가 추세에 있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용량과 크기를 줄인 먹을거리, 가전·가구 제품들을 내놓으며 ‘싱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1인용 밥솥·미니 오븐 불티 전자상거래 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은 최근 한 달(9월 15일~10월 15일)간 싱글족 관련 제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미니가전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미니 전기밥솥. 혼자 살면서 끼니를 때우기 쉽지 않다는 편견과 달리 제대로 밥을 챙겨 먹는 싱글들이 의외로 많다는 방증이다. ‘키친아트 미니미니’는 15분 만에 취사가 가능한 1인용 전기밥솥. 딱 한번 먹을 만큼 밥을 지을 수 있고 도시락통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29%나 늘었다. 빵이나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유니코스 미니오븐’도 싱글들이 많이 찾는 상품. 앙증맞은 크기에 저렴한 가격(4만 8100원)이 선택을 쉽게 한다. 1ℓ짜리 생수 페트병부터 18ℓ짜리 배달용 생수통까지 다 장착할 수 있는 콤팩트형 냉온정수기인 ‘워터엠 미니정수기’(8만 9000원)도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성능은 탁월하면서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은 싱글들이 원하는 점이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모두 1m가 안되는 초소형 세탁기 ‘미니스핀 플러스’(9만 9000원)의 용량은 3.5㎏. 좁은 욕실이나 베란다에 안성맞춤이다. G마켓 관계자는 “미혼 남녀, 무자녀 부부 등 1~2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싱글족의 생활 패턴과 주거 환경에 적합한 공간절약, 다기능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싱글족들은 크기가 작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간 절약·다기능 가전 선호 저렴한 가격에만 맞춰 대용량·대포장 제품만을 주력으로 내세우던 대형마트들도 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특히 올해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소용량 상품과 간편가정식(HMR)의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소용량·포장 상품을 지난해 100여종에서 올해 190여종으로 2배가량 늘렸으며 HMR 상품은 20여종에서 내년에 무려 400여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 1월~10월 10일 HMR 매출이 전년에 비해 62%나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1~2인 가구 증가가 한몫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류, 야채, 과일 등 나홀로족이 사기 힘들었던 품목의 용량을 대폭 줄인 제품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류의 경우 일반 상품의 절반 크기인 75㎖짜리 복분자, 홍삼주, 소주 등 15종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700㎖ 용량으로 판매되던 문배술, 전주이강주 등의 전통 명인주도 375㎖로 줄여 내놓았고, 나홀로족들이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해 40도이던 문배술의 도수를 절반 수준인 23도로 크게 낮췄다. 가격도 문배술(375ml) 3900원, 전주이강주(375ml) 3500원으로 일반 제품보다 15%나 저렴하다. ●간편식·소용량 매출 꾸준히 늘어 ‘990 야채’도 대표 품목. 중량을 3분의1로 줄여 당근, 양파, 마늘, 대파, 고추 등 10여종을 99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전체 야채 매출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생선도 별도 코너를 만들어 기존 4~6조각씩 팔던 갈치, 삼치를 2~3조각을 줄여 판매하고 있다. 소용량 조각 과일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 소용량 조각 과일 매장을 별도로 구성해 수박, 파인애플, 방울토마토, 포도 등 다양한 상품을 소량씩 넣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이 일반 상품보다 10%가량 고가이지만 매출이 3배가량 증가했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1~2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를 반영한 HMR 상품과 소용량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소용량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국인 삶·멋 보듬은 ‘19세기 보자기展’

    한국인 삶·멋 보듬은 ‘19세기 보자기展’

    한국의 멋을 음미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이곳에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전통 보자기다. 화사하면서도 담백한 색상의 조화, 절묘한 공간 구성, 섬세한 자수 기법, 여기에 옛 여인들의 마음씨까지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객 이세다 유카는 “색이 참 예쁘고 소재도 굉장히 좋아 보여요. 이렇게 생활의 지혜와 아름다움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예술 작품이 또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30일 밤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 새로운 한류의 매개체로 떠오르고 있는 전통 보자기들을 모은 전시회를 소개한다. 보자기와 자수 관련 국내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한국자수박물관 소장품들로 꾸민 ‘19세기 보자기전’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다음 달 17일까지 열린다. 같은 달 19일부터는 부산 신세계 퀀텀시티의 신세계갤러리로 옮겨 12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색다른 점은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고려미술관에서도 11월 6일까지 ‘자수 보자기와 조각보’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전시품은 크게 조각보와 자수 보자기로 나뉘는데, 조각보의 매력은 색감과 공간 구성. 때로는 중앙의 네모꼴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기도 하고 삼각형과 사각형이 만나 질서와 변화를 만들어 가며 독특한 공간미를 자아낸다.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 관장은 “나라마다 고유명사가 있는데 보자기는 많은 나라에서 보자기로 표기한다.추상화 대가들의 작품과 유사하거나 또 그걸 능가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 고려미술관은 우리 보자기와 자수 문화를 꼼꼼히 들여다보려는 일본인 90명을 세 차례로 나눠 한국에 보낸다. 이들은 다음 달 1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자수박물관, 초전섬유퀼트박물관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쪽방 사람들을 돕는 김윤석 경위, 서울 강남구의 모기 퇴치 노력,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한국 본선 등이 방송된다. 한경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본부장이 출연해 페스티벌을 결산하며 박선화 경제 에디터는 ‘서울신문 시사 콕’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짚어본다. 글 사진 박은정기자 eunice@seoul.co.kr
  •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 ‘팔라완’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 ‘팔라완’

    가끔은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순수한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때가 있다.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로 꼽히는 팔라완은 산악과 폭포, 동굴 등 아직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전된 곳이다. 상업적이고 화려한 휴양지와는 달리 순수한 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섬, 팔라완으로 함께 떠나 보자. ●자연의 보고, 팔라완 길이는 600㎞가 넘지만, 폭은 40㎞에 불과해 기다란 모양의 뱀처럼 생긴 섬 팔라완. 주도는 푸에르토 프린세사다. 섬 발견 당시 태어난 스페인 공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현지인들은 이곳을 방랑했던 여성의 이름을 따른 것이라고도 한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를 날아가 팔라완의 중심부인 공항에 도착했다. 아스팔트가 아닌 풀밭 사이로 난 활주로와 시골 간이역처럼 아담한 공항 건물에서부터 편안함과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총 178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팔라완은 세부나 보라카이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다. 하지만, 희귀하고 이국적인 동식물과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필리핀의 본토인들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휴양지로 꼽힌다. 라겐이나 엘니도 등의 호화 리조트 한두 곳을 다녀왔다고 해서 팔라완의 모든 것을 보고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팔라완의 진짜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지하강’(地下江·Underground river)부터 둘러봐야 한다. ●박쥐가 날아다니는 동굴 탐험의 세계로 200년 전 처음 발견된 지하강은 총 길이가 8.2㎞에 달한다. 팔라완 지하동굴국립공원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다. 땅속을 흐르는, 게다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세인트폴산 아래 석회암 동굴을 가로지르는 강은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에 올라 있다. 지하강에 들어가기 위해서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사방비치에 도착했다.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고, 잔잔한 파도와 흰 모래가 가득 펼쳐진 해변은 평온했다. 아담한 오두막 같은 방갈로와 현지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린 리조트들이 늘어서 있다. 해변가에서는 400페소(1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전신 마사지를 즐길 수도 있다. 사방비치 부두에서 15분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니 숲이 우거진 울창한 열대 우림 지역이 펼쳐졌다. 이때부터는 잠시 숨을 고르고 긴장해야 한다. 원시림 속 정글 탐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가 내려다보고, 숲속에는 도마뱀이 기어다닌다. 아예 이곳만 돌아보는 3시간짜리 정글 트레킹 코스가 따로 있을 정도다. 10여분 정글 숲을 헤치고 마침내 지하강 동굴 탐험 선착장에 닿았다. 안전모와 조끼를 입고 6~7인용 배에 올라타자 서서히 지하강이 흐르는 동굴 입구로 빨려 들어간다. 이곳은 실질적으로 동굴을 빠져 나온 물이 바다와 합류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은 1㎞가량 강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배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어드벤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박쥐가 날아다니고, 때 아닌 깜짝 물세례를 맞을 수도 있다.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최고 60m 높이의 동굴은 자연이 깎아 놓은 조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랜턴을 비출 때마다 대형 호박과 녹아내린 촛농 모양, 거대한 예수상 등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들이 끝도 없이 나타났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석회암이 물에 녹아 만들어 놓은 천연 박물관은 장장 40여분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다양한 해양 생태계가 펼쳐진 바다 동굴과 원시림을 만끽했다면 이번엔 푸른 해변의 낭만을 즐길 차례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혼다만은 팔라완 바다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혼다’는 스페인어로 깊은 바다와 평안한 항구를 뜻하는 온두를 미국식으로 발음하면서 유래된 말이다. 13개의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는 혼다만은 수영, 스노클링, 낚시를 동시에 즐기는 호핑투어를 하기에 제격이다. 배를 타고 스타피시(불가사리) 섬, 스네이크(뱀) 섬, 판단(식물의 이름) 섬 등 3곳을 차례로 들렀다. 어느 섬에 가든 사람 많고 시끌벅적한 휴양지가 아니라 호젓하게 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에서 내리니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맹그로브 숲지대와 고운 백사장이 동시에 펼쳐져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해변가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바닷물 사이로 작은 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내려가 본 바닷속 세계는 장관을 이뤘다. 신기한 모양의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눈앞에 펼쳐졌다. 손에 쥐고 있던 식빵을 살며시 놓으니 주변에 물고기가 마치 ‘닥터 피시’처럼 순식간에 몰려든다. 에인절피시, 바다장어 등 다양한 종류의 해양 생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해양 스포츠를 마친 뒤 해안가에서 먹는 피크닉 런치는 또 다른 별미다. 라푸라푸(다금바리 종류) 등 현지의 해산물과 구운 돼지 고기 등으로 한 상 가득 차려진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야자수 밑에서 할로할로(과일빙수)를 즐기면 무더위가 싹 달아난다. ●해산물 등 풍부한 먹거리 일품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내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팔라완의 상업과 문화가 한데 모인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도심 자체가 넓지 않고 거리도 한산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화려한 건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록밴드 공연과 다양한 쇼가 펼쳐지는 식당과 술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풍부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어린 돼지를 구운 레천과 닭고기나 오징어를 기름에 튀겨 각종 양념을 한 뒤 졸인 아도보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게나 새우 등을 이용한 해산물 요리도 별미다. 망고셰이크와 수박주스도 값싸게 즐길 수 있다. 팔라완의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시장으로 불리는 산호세 시장에서는 우리네 전통시장처럼 현지의 싱싱한 해산물과 과일, 건어물 등을 살 수 있다. 구시장인 발랑케시장은 남대문 시장처럼 좁은 골목에서 옷과 가방, 과일 등을 펼쳐놓고 판다. 팔라완의 노을이 궁금하다면 북쪽의 칼예 바조 항구로 향할 것. 해변가에 낡은 수상가옥이 즐비하지만 뛰어노는 아이들의 눈빛은 너무나 천진난만하다. 섬 어느 곳을 가든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팔라완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팔라완(필리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여행수첩 ▲팔라완섬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 직항편은 없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저렴한 항공사를 원한다면 저가 항공사인 세부 퍼시픽을 이용해 볼 만하다. 인천~마닐라~팔라완까지 최저 40만원(세금 및 유류할증료 포함)이면 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인천~마닐라 약 4시간, 마닐라~팔라완 1시간 30분. ▲통화는 페소. 1페소는 약 25원이다. 현지에서 대부분 페소가 사용되기 때문에 환전해 가는 게 좋다. 전기는 220V. 정글이나 동굴 탐험을 할 때 바를 모기약과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크림은 필수다. 필리핀에서 가장 더운 시기인 5월이 지났기 때문에 여행하기 좋다. 11월까지 우기여서 수시로 스콜이 내리지만, 금세 다시 햇볕이 내리쬔다.
  • [CEO칼럼] 사명감과 소명의식, 달인으로 가는 필수 덕목/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칼럼] 사명감과 소명의식, 달인으로 가는 필수 덕목/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중세 유럽, 한 영주가 저녁 산책을 하던 중 젊은 정원사가 근무 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나무로 만든 화분에 예쁜 조각을 하고 있었다. 영주가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늦게까지 고생하며 조각을 하느냐.”고 묻자 청년은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게 제가 할 일이며, 곧 기쁨입니다.”라고 답했다. 영주는 이 말에 감동받아 청년의 미술 공부를 적극 지원했다. 바로 이 청년이 훗날 천지창조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미켈란젤로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수박 한 손으로 받기, 바지락 빨리 까기 등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달인들을 보며 늘 적잖은 감동을 느낀다.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흘렸을 땀방울, 열정과 노력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비록 남들이 봤을 때는 하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주어진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달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 일이 자랑스럽다. 내 일을 사랑한다.” #서울신문 기획 기사 중 ‘지방행정의 달인’ 시리즈가 무척 신선했다. 28만명의 공무원 가운데 뽑힌 28명의 달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노숙인 선도의 달인’, ‘하수 처리의 달인’, ‘취업 알선의 달인’ 등. 이들은 서로 업무 분야, 직급, 지역, 활동 영역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달인이 되기까지 매사에 투철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묵묵히 일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장으로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도 달인들이 많다. 가스안전 ‘점검·검사의 달인’, ‘홍보의 달인’, ‘교육의 달인’, ‘연구의 달인’ 등 수많은 전문 인력들이 제 역할을 다하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공사의 핵심가치 중 하나가 사명감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투명한 윤리경영을 실천해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표현이다. 사명감과 더불어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소명의식이 필수다. 중국 당나라 선승인 임제선사는 ‘임제록’(臨濟錄)을 통해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어느 곳에서든 주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서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라는 뜻이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생각의 차이’가 결과를 확 바꿔 놓는다. 내 회사,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열정을 다해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열심히 한다고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대충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진 직원은 시간 때우기에 급급할 것이다. 둘 중 어떤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가 성공의 길을 갈지는 불 보듯 뻔하다. 소명의식의 확산이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필자는 직접 확인하고 있다. 우리 공사는 젊은 직원에게 경영참여의 기회를 주는 ‘청년이사회’를 6년째 운영 중이다. 회사 일을 직접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하면서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돼 보라는 취지로 시작했다. 청년이사회는 그동안 사생활 보호를 위한 원룸형 사택 운영, 출산장려정책 활성화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십 건 도출해 냈다. 무엇보다 맡겨진 일에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조직 분위기 쇄신에 큰 역할을 했다. 달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달인으로 마쳐야겠다. 달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개그맨 김병만이다. 매주 탄복할 기술로 웃음과 함께 감동을 주는 놀라운 청년. 그는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아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단다. 투철한 소명의식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달인 열풍이 불고 있다. 그 뜨거운 바람을 타고 지금 시대 필수덕목인 사명감과 소명의식도 그만큼 높아지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 함안 수박 테마공원 조성 2014년까지 150억 투입

    경남 함안군은 7일 대중가요 ‘처녀 뱃사공’의 배경으로 알려진 대산면 악양루 인근에 수박 테마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수박은 함안군 지역의 대표적인 작물. 수박공원은 국비 100억원과 군비 50억원 등 150억원을 들여 대산면 하기리와 서촌리 일대 26만 4705㎡에 조성된다.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부터 부지 매입을 시작한다. 현재 주민설명회 및 공람 공고가 진행되고 있다.공원에는 수박가공체험장, 수박재배 체험농장 등의 수박 관련 공간을 비롯해 조각공원, 노을전망대, 야영장, 천연잔디구장, 수생태식물원, 미래농업전시관 등이 들어선다. 수박은 1800년대 군북면 월촌지역에서 처음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함안군이 농업기술센터에 수박전담부서를 신설한 뒤 2007년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상 수상, 2009년 한국지방자치브랜드 대상에서 농산물브랜드 수박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의 대표작물로 자리잡았다. 함안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묻고 답하는 ‘발문·각인 학습법’ 익혀라

    묻고 답하는 ‘발문·각인 학습법’ 익혀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교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의 주관식 문항이 점차 서술·논술형으로 바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서술·논술형 문제 단계적 확대 방안에 따른 변화다. 서울의 경우 서술형 문항 반영 비율은 올해 30%에서 2011년 40%, 2012년 50%로 늘어난다. 이렇게 전환하려면 수업과 평가 방식 등이 먼저 전반적으로 변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험 문항부터 변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몇 차례 서술형 문항을 출제한 시험이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생소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두산동아는 ‘발문·각인 학습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동아백점수학교실 최상열 팀장은 21일 “발문·각인 학습법은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서술형 문제처럼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답안을 요구하는 문제를 접했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스로 묻는 ‘발문 학습법’과 알고 있는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각인 학습법’을 익히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평소에 서술형 대비 생각 많이 해야 물론 과목에 따라 이 학습법을 적용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국어와 사회 과목을 공부할 때 스스로 발문 학습법을 적용하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배포한 서술·논술형 문항 자료집에서는 제시된 지문이나 개념을 응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의 논리적 흐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국어의 경우 지문 속 지은이의 심정을 묻거나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는 문항이 많이 출제된다. ‘시에 나오는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쓰시오.’, ‘등장 인물이 밑줄 친 내용처럼 말하고 행동한 까닭을 쓰시오.’ 등의 유형이 대표적이다. 사회에서는 그림·표·지문 형태의 자료를 주고 이에 대한 학생 의견과 생각을 답안에 함께 작성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예컨대 지리적 입지에 대한 지문을 보여준 뒤 ‘자연 환경의 특징과 관련해 제시된 지역에서 열릴 수 있는 행사와 이유를 쓰시오.’라고 묻는다. 평소에 “내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면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능동적인 읽기’를 해 두면 답안을 쓸 때 당혹감을 덜 수 있다. 수학과 과학 역시 서술형 문항으로 출제양식이 바뀌면서 수학·과학적인 개념과 일상생활을 연결짓는 문항이 출제되는 빈도가 늘어났다. 직각(90도)의 개념을 묻는 문제가 예전에는 ‘직각은 숫자로 몇 도를 말하나요.’라고 출제됐다면, 이제 ‘직각이 있는 물건을 한 가지만 써 보시오.’라고 나온다는 것이다. 응용할 수 있는 범위는 거의 무한정하다. 피자를 먹을 때 조각의 개수를 보고 ‘분수’를 떠올릴 수 있고, 사과를 칼로 쪼개면서 ‘등비수열’을 익힐 수도 있다. 과학에서도 ‘우리 주위에서 철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가위처럼 두 가지 이상의 물질로 이루어진 물체를 3가지 찾고 물체를 이룬 물질을 쓰시오.’라거나 ‘갓 태어난 강아지의 특징을 눈·이빨과 관련지어 원인과 결과로 구분하여 쓰시오.’ 등의 문제가 발굴되고 있다. 과학의 경우 여름·겨울철 실내온도 유지처럼 사회나 규범적인 문제들과 연결되는 ‘사회적인 문항’도 출제될 여지가 크다. ●기말 시험 전날까지 수업 집중 서술·논술형 주관식 문항은 결국 창의적인 사고를 측정하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정해진 답이 한 개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답을 낼 수 있는 ‘열린 문항’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문항들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한 달 남짓 남은 기말고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출제된 문항에 대비한 학습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상에듀의 온라인교육사이트 수박씨닷컴에서는 ▲주요 과목에 대해 간략한 핵심 노트를 만들 것 ▲기타 과목은 성격에 따라 학습법을 달리할 것 ▲시험 전날까지 학교 수업 집중력을 높일 것 등을 주문했다. 이 가운데 과목 성격에 따라 학습법을 달리할 때에는 과목별로 지필고사와 실기시험 비율에 따라 적절하게 공부할 양을 배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필평가 점수 비중이 60~70점인 도덕의 경우 음악·미술·체육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씨줄날줄] 진단키트 전성시대/노주석 논설위원

    임신 자가진단 키트는 1970년대 등장 이후 눈부시게 진화 중이다. 진단장비 덕분에 한번이면 간단하게 임신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임신 여부를 알고 싶은 여성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 번째 소변을 플라스틱 막대에 묻히면 그만이다. 5분이 지나 막대가 파란색으로 변하면 임신이고, 변하지 않으면 임신이 아니다. 값도 저렴할 뿐더러 정확도 100%를 자랑한다. 태아 성 감별 진단키트가 외국에서 시판됐다. 여아일 경우 시약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남아면 푸른색으로 변한다. 지금까지는 임신 이후 18주에서 20주를 기다려 초음파검사를 통해 성별을 알 수 있었지만, 이 진단장비가 나온 뒤 8주 이후면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믿기 어렵지만 정확도는 90%라고 한다. 불법성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천동지(驚天動地)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당뇨 진단키트 세트는 이미 가정 상비기구가 됐다. 원예 작물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사전 확인하는 데도 쓰인다. 수박의 과육이 변질되거나, 참외의 껍질에 얼룩무늬가 생기거나, 기형 호박이 생기지 않게 예방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흡기 질환, 자궁경부암, 결핵, 폐렴, 백혈병, 뇌수막염, 패혈증, 갑상선암, 전립선염 등을 한 번에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증폭식 기술도 개발돼 있다. 애완견용 심장사상충이나 파보, 홍역검사 진단키트도 널리 쓰인다. 신종플루와 조류독감 등 적용 분야의 향후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화학분야 최고 학술지인 미국 화학회의 ‘분석화학’ 6월호에 한양대 화학과 윤문영 교수팀이 발표한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이용한 분자진단법이 실려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항체나 유전자 증폭을 이용한 기존 진단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연구다. 특히 온도와 습도 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생화학적 안정성에 한계를 갖고 있는 항체를 대용할 수 있는 초고감도 진단장비 개발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3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분자진단 장비시장이 10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성장 BT산업의 핵심인 분자진단시장을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신나는 여름 부산 바다축제로 ‘풍덩’

    신나는 여름 부산 바다축제로 ‘풍덩’

    제14회 부산바다축제가 ‘축제의 바다, 물결 치는 세계도시’를 주제로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 등 시내 6개 행사장에서 6개 분야 38개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예술·해양스포츠단체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30분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소녀시대, 쥬얼리 등 최정상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축하공연과 화려한 축하 불꽃 쇼가 열려 피서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록페스티벌·7080콘서트 등 야외음악회 2, 3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국내외 8개국 330여명이 모여 ‘부산국제힙합페스티벌’을, 5~9일에는 10개국의 마술사 50여명이 ‘제4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펼친다. 제1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7일부터 사흘간 5개국 37개 팀이 음악의 향연을 벌인다. 제5회 현인가요제가 1, 2일 이틀간 송도해수욕장에서 개최되고 중년들을 위한 음악회인 ‘7080 콘서트’ 등이 해운대 특설무대에 오른다. 6개 해수욕장에서 모두 13개 행사가 펼쳐진다. ‘열린음악회’와 ‘외국인과 함께하는 전통한마당’, 해변 백사장에서 관람하는 ‘비키 바다영화상영축제’, ‘하나푸른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축제 행사도 있다. 해운대 해변에서 국내외 살사댄스 동호인들이 펼치는 ‘서머 살사의 밤’과 스윙댄스 동호인들의 ‘스윙댄스페스티벌’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민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초대형 수박화채 만들기를 비롯해 외국 대학생 팀이 참가하는 ‘사랑의 얼음조각경연대회’ 등 이색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해양스포츠 시민무료체험회’에서는 해양래프팅, 카누래프팅, 카이트보딩대회 등을 체험할 수 있고 ‘핀수영 무료강습회’에서는 오리발 사용법 등을 교육받을 수 있다. ●래프팅 등 해양 스포츠도 볼거리 제10회 시장기 요트대회를 비롯해 제14회 부산시장배 바다핀수영대회, 제12회 부산시장기 해양래프팅대회 등 오랜 전통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스포츠 대회들도 열린다.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제12회 부산장애인한바다축제는 한바다 물놀이, 장애인씨름대회 및 팔씨름대회 등도 마련됐다. 부산 바다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부산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이 직접 축제의 주인이 되어 축제를 만들어가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며 “피서객들이 부산바다의 열정적인 축제를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김민기·노민상씨 등 13명 서울시 문화상 수상자 선정

    서울시는 8일 제57회 서울시 문화상에 연극제작자 김민기씨 등 13명을 선정했다. 9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시상식을 갖는다.학자·전문가 84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지난달 11일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수상자는 다음과 같다.▲연극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 ▲체육 노민상(국가대표 수영 총감독) ▲인문과학 박성현(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자연과학 김하석(서울대학교 대학원장) ▲문학 최미나(소설가) ▲미술 박석원(조각가) ▲국악 이춘희(한국전통민요협회 이사장) ▲서양음악 이영자(작곡가) ▲무용 최청자(세종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대중예술 김호선(영화감독) ▲문화산업 나춘호(예림당 회장) ▲문화재 허동화(한국자수박물관장) ▲관광 임승순(프레지던트호텔 대표이사)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백사장 살사댄스·재즈 어때요?

    백사장 살사댄스·재즈 어때요?

    “부산바다에 풍덩 빠져보세요.” ‘제13회 부산바다축제’가 ‘축제의 바다, 물결치는 세계도시’를 주제로 8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부산의 6개 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행사는 국제힙합페스티벌 등 젊은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5개 분야에서 39개 행사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1일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축하쇼와 축하 불꽃쇼로 문을 연다. 개막 행사에는 소녀시대, 김종욱, 장윤정, 태진아, 박상민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한다.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된 파라솔 수를 센 뒤 등재하는 세계기네스대회(3일)와 부산국제힙합페스티벌(4∼5일),‘서머 살사·재즈의 밤(9∼10일)’, 한·일 만화페스티벌(1∼3일) 등의 행사가 준비됐다. 축제조직위 관계자는 “해운대 살사&재즈의 밤은 국내외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새로운 참여프로그램”이라며 “모래사장 위에서 살사 댄스 및 콘테스트 등의 진풍경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2∼3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소호돌스(영국), 셰도스 폴(미국), 강산에 밴드(한국) 등 6개국 18개 밴드가 출연한다. 국제매직페스티벌에는 10개국 60여명의 마술사가 참가해 마술 강연, 어린이 마술극 등 12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막 마술공연은 세계 최초로 야외(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다.‘생태와 춤’이란 주제로 열리는 부산국제무용제는 월드스타 강수진의 공연을 포함해 9개국 17개 공연단이 25개의 공연을 광안대교와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선보인다. 송도해수욕장(2∼3일)에서는 부산이 낳은 가수인 고 현인 선생을 기리는 ‘제4회 현인가요제’가 개최된다. 시민체험행사인 ‘서머 퍼니랜드’(2∼4일·광안리)에서는 기존 아이스 체험존 이외 수박 화채 경연, 얼음조각 만들기 대회 등의 이색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해양스포츠 무료 체험회에서는 래프팅,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카타말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바다영화 상영축제, 바다사랑 콘서트, 한국해양문학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축제와 해양스포츠 행사가 이어진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흔히 연인의 사랑을 ‘달곰쌉쌀함’에 비유한다. 이런 사랑을 수학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고 하니 귀가 절로 솔깃해진다. #상황 1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남녀가 있다.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하찮은 일로 싸운다. 화가 난 여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남자는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냈다. 여자는 감동했다. 둘은 다시 뜨거워졌고 예전보다 더욱 깊은 사랑을 하게 됐다. 이 전개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래프를 그려 본다. 수평좌표는 둘의 만남을 유지하는 시간이고 수직좌표는 사랑의 양으로 정한다. 처음에는 연속적으로 변하던 상승곡선이 말다툼을 하고 난 후에는 갑자기 하락했고 다시 뜨거워지면서 곡선이 올라간다. 이런 현상을 어떤 곡면 위에 모두 나타낼 수 있으며 그 성질로부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자들이 말하는 ‘파국이론(Catastrophe Theory )’이다. #상황 2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느날 수업 도중 사랑도 방정식으로 풀 수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잠시 생각하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칠판에 썼다.Love=2□+2△+2○+2∨+8< (그림 참조). 그런 다음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을 마지 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되돌아 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재치있는 사랑 방정식은 사랑의 감성적인 면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 수학자들은 ‘위상수학(位相數學)’에서 사랑도 수학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은 적분으로 뜁니다. 혈액은 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가 폐동맥을 거쳐 폐에서 산소와 결합하지요. 그리고 폐정맥에서 좌심방으로 들어가서 대동맥을 거쳐 다시 몸전체로 전달됩니다. 이때 심장 박출량은 적분법을 이용해 계산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만날 때의 심장은 당연히 더 뛰겠죠. 적분을 모른다고 해도 우리의 혈관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설계돼 있습니다.” ‘웃기는 수학자’로 유명한 이광연(45·한서대 수학과)교수. 수학을 알고 나면 온세상이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주창하는 수학 전도사다.‘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밥상에 오른 수학’‘신화속 수학 이야기’ 등 색다른 수학관련 저서만 10여권을 펴내 20여만명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다들 골치 아프게 여기는 수학을 재미있는 말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웃기는 수학자’라는 별명도 여기에서 생겼다. 최근에는 ‘수학 블로그’라는 또 하나의 저서를 펴냈다. 여기에서 ‘게임의 법칙’‘자연의 비밀’‘역사의 명장면’‘생활의 발견’ 등 생활주변을 흥미로운 수학적 각도로 풀이해 눈길을 끈다. 이런 그가 요즘 방학을 맞아 집에서 새로운 집필을 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서적 50여권은 더 낼 작정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더운 날씨로 냉장고에서 과일과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온다. “수박을 비롯해 모든 과일이 왜 둥근 모양을 하는지 아세요?” 이 교수의 느닷없는 질문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과일을 맛있게만 먹을 줄 알았지 한번도 그 의문을 안가져 봤으니까. 주저하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연은 항상 뛰어난 수학자입니다. 자연이라는 수학자는, 과일이 과육에 품고 있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물체의 수분 손실은 그 물체의 겉넓이에 비례하지요. 즉 표피가 넓으면 넓을수록 더많은 수분이 증발됩니다. 따라서 모든 과일은 과육의 부피를 최대로 하면서 겉넓이를 가장 작게 하는 쪽으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그 답이 바로 둥근 모양의 과일입니다. 이 것을 우리는 디도의 문제(Dido’s Problem)라고 하지요.” 그는 또 겨울날 내리는 눈이 왜 육각형이고, 하루는 왜 24시간인지 등도 얼마든지 수학적으로 풀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학은 우리가 매일 걸어다니는 보도블록에도,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하는 윷놀이와 화투에도 있다고 했다.48장인 화투놀이 중 고스톱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수학을 소개한다. 고스톱은 몇 명이 치느냐에 따라 나누어 주는 화투의 장수와 바닥에 까는 장수가 달라진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장수를 x라 하고 바닥에 까는 장수를 y라 할 때 뒤집는 장수가 나누어 주는 장수와 같아야 꺼내는 것과 뒤집는 것이 같이 끝나게 된다. 2명이 치는 일명 ‘맞고’일 때는 나누어 주는 장수가 2x이고, 바닥에 까는 장수는 y, 또 뒤집는 장수도 2x이므로 이들을 모두 더하면 48이 되어야 한다. 즉 2x+y+2x=4x+y=48. 이 식을 만족시키는 x,y를 각각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1,44),(2,40),(3,36)∼(11,4) 등이다.3명이 칠 때는 3x+3x+y=6x+y=48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또 4명이 칠 때는 5장씩 나누어 가진 후 5×4=20장을 뒤집어 놓고 8장을 깔면 된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따지면 고스톱은 무려 24명까지 함께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수학은 자연, 역사, 생활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까닭입니다. 수학을 통해 인류문명을 발전시키고 역경을 극복하고 또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수학이 어려워져 3분의2는 중도 포기한다는 것. 이를 안타까워해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온통 ‘수학밭’이며 그걸 자각시키고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남다른 저술활동에 전념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어려운 문제와 10∼20분 씨름하다가 어느 순간 정답을 맞혔을 때 느껴지는 쾌감과 감동 때문에 수학을 점점 더 좋아했다. 1983년 경문고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수학과에 지원, 합격했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와이오밍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 등을 마쳤다. 슬하에 아들 딸 둘을 두었으며 부인과는 같은 대학 수학과 선후배 사이. 식구들끼리 신문이나 영화를 볼 때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수학으로 가득차 있는 ‘수학집안’이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삼국지와 세종대왕에 대한 구상을 다 마쳤다.”며 웃는다.2009년 7차 개정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 집필자이도 한 그는 “수학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하며 따라서 아이들에게 수학 알레르기를 없애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그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체스와 바둑, 윷놀이를 자주 시켜라. 두뇌회전에 좋기 때문이다. 종이접기도 좋다.▲수학을 이야기로 들려 줘라. 종이접기를 응용해 미 항공우주국 첨단 망원경을 72조각으로 만들어 우주로 운반한 사례, 그리고 뫼비우스의 띠로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낸 것, 수학을 통해 최초로 시간을 나누었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얘기 등이다.▲추리소설과 만화책이라도 읽게 하라. 다독은 최고의 수학공부 방법이며, 수학을 잘 하려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64년 충남 서산 출생 ▲83년 서울 경문고 졸업 ▲87년 성균관대 수학과 졸업 ▲93년 성균관대 수학과 박사과정 졸업 ▲94∼96년 한서대학교 수학과 학과장 ▲96∼97년 와이오밍대학교 수학과 포스트닥터.(한국과학재단지원) ▲98년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선제위원. 독학사 전공심화과정 문항개발위원,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문항개발위원 ▲현재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 ●주요 저서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0년), 또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2년), 신화 속 수학이야기(2004년), 밥상에 오른 수학(2004년), 피타고라스가 보여 주는 조화로운 세계(2006년), 자연의 수학적 열쇠 피보나치 수열(2006년), 수학자들의 전쟁(2007년). 이광연의 수학블로그(2008년)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일본 ‘도시광업’ 현장을 가다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일본 ‘도시광업’ 현장을 가다

    |사이타마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희귀금속(rare metal)의 재활용 열기로 뜨겁다. 희귀금속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필수 부품의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인 까닭에서다. 천연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본으로서는 폐전자제품의 재활용(리사이클)만이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때문에 자원의 재활용 대책도, 재생 기술력도 뛰어나다. 버려진 전자제품의 쓰레기더미에서 금이나 은, 구리 등의 유용한 광물을 채굴하는 산업, 즉 고부가가치의 희귀금속을 캐내는 이른바 ‘도시 광업(Urban Mining)’이 발달한 이유다. 일본 사이타마현 혼조시에 위치한 도와그룹 계열사인 ‘에코시스템리사이클’은 폐전자제품에서 희귀금속을 빼내 재활용하는 전문업체다. 폐전자제품의 도금된 금속, 도금 폐액, 회로판, 전자부품 등이 주된 재활용 품목이다. 도와그룹은 일본 전역에 걸쳐 계열사 50여개를 두고 제련, 리사이클, 전자재료와 금속의 가공처리 등을 전담하는 최대 리사이클링 기업이다. 에코시스템이 매월 폐전자제품으로부터 뽑아내는 금의 양은 200∼300㎏이나 된다. 엄청난 양이다. 순도도 99% 이상이다. 백금·은·동·텅스텐·아연·갈륨·인듐 등도 마찬가지다. 폐전자제품의 리사이클은 소비자의 폐제품→회수→재활용기업의 분해·추출→원료 공급회사의 원료→제조업→판매점→소비자로 반복되는 과정이다. 기자가 에코시스템리사이클사를 찾았을 때는 마침 폐휴대전화 등 폐부품 10t을 녹여 추출한 금물을 틀에 넣어 3㎏짜리 금덩어리를 만드는 막바지 과정이 한창이었다. 마에다 요시히코 사장은 “폐전자제품의 가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아직 높지 않다.”면서 “그러나 폐전자제품을 제대로 재활용하기만 해도 성공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전화에 포함된 희귀금속을 사례로 들어 재활용의 경제적 가치를 설명했다.“평균 100g인 휴대전화 1t당 금 300g, 은 2㎏을 얻는다. 희귀금속이 가장 많이 함유된 제품 중의 하나다. 금광에서 캐낸 광물 1t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금은 5g에 불과하다. 재활용의 효과는 그만큼 크다. 도시의 광산에서 금을 캐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에코시스템은 매달 정기적으로 전자업체나 전문수집회사 등으로부터 폐전자제품 400t을 공급받는다. 공장 한쪽에는 갖가지 폐전자부품이 가득 차 있다. 도금된 금속스크랩(제품화 과정에서 잘린 조각)이나 세라믹, 금장(金裝)제품, 컴퓨터 반도체 등 100t에서는 금을 생산한다. 은이 첨가된 세라믹과 산화(酸化)은전지, 은장전자부품, 전선 등 300t에서는 은·백금·동·텅스텐·구리 등을 추출해낸다. 가마쿠라 야스코 도와그룹 홍보과장은 “폐휴대전화는 데이터 유출을 우려하는 탓에 제대로 수거가 되지 않아 재활용률이 낮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일본의 폐휴대전화 가운데 재활용률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도시 광산’에 쌓여 있는 금의 양은 6800t이다. 세계 매장량의 16.05%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매장량을 웃돈다. 단연 세계 1위인 셈이다. 액정의 전극에 쓰는 인듐은 무려 61.05%나 된다. 은의 점유율은 22.42%, 유리금속으로 알려진 안티몬은 19.13%이다. 일본은 최근 자원유효이용촉진법 개정안을 확정, 안쓰는 휴대전화를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에는 ‘휴대전화 리사이클 회수박스’를 설치해 놓고 있다. 재활용의 필요성과 함께 과정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일본은 현재 자원의 재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자원유효이용촉진법 외에 가전리사이클링법도 시행하고 있다. 냉장고·에어컨·PC·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금속과 수지(樹脂)를 회수, 재활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세탁기와 냉장고의 재활용률을 현행 법정기준 50%에서 60∼65%로, 에어컨은 60%에서 70∼7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hkpark@seoul.co.kr ●용어클릭 희귀금속 천연상태의 매장량이 적거나 물리·화학적으로 금속형태의 추출이 어려운 특성을 지닌 금속의 통칭. 희소금속으로도 부른다. 특수강용 첨가제 및 초경(超硬) 공구,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에 필수적인 원료다. ■ 자원변화 못 읽어 석유공단 붕괴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자원확보 정책의 역사는 순탄찮았다. 때문에 국제 경쟁력 제고에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본은 1967년 10월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공단’을 설립했다. 민간기업 주도에 따른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 차원의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해외 유전개발 촉진, 안정적인 석유 공급 및 비축 등의 비전을 내걸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공단 임원 11명 가운데 6명이 관련 부처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공적 자금으로 만들어진 석유개발회사만 293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했다. 경영 부실로 파산된 회사들의 채권은 회수불능 상태에 빠졌다. 한때 공단 부채 총액은 2조 7500억엔에 이른 적도 있다. 고스란히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와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 국 공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구조개혁 대상에 올라 2005년 3월 공식 해산됐다.‘괴물 공단’의 붕괴로 기록됐다. 오쿠다 사토루 일본무역진흥기구 전임조사역은 “석유공단은 석유의 양적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세계 자원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무능한 경영과 부진한 실적 탓에 공단이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일본이 특출한 자금력과 기술력에도 불구, 에너지 확보에 고전하는 이유로 ▲자원 개발기술 인력의 부족 ▲석유 메이저들과 견줄 실질적인 회사의 부재 등을 꼽고 있다. 일본은 현재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 자원기구(JOGMEC)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신국가에너지전략’을 마련,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2030년까지 해외개발 석유공급을 40%로 확대, 자원 보유국과의 폭넓은 관계강화, 기업의 지원을 통한 자원개발 진출, 공급원의 다변화 등을 꾀하고 있다.hkpark@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박상숙·오상도·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 특파원, 사회부 홍지민기자, 국제부 이재연기자
  • [정부조직개편 협상 난항] 부분조각해도 파행 불보듯

    [정부조직개편 협상 난항] 부분조각해도 파행 불보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통합민주당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날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함에 따라 오는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전 새 정부 각료 임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17일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하지 않고는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당장 타결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25일 이전 국무위원 임명은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는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각료 없는 불임 내각’을 출범시키거나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일부 부처 각료만 인선하는 파행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협상과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조직개편 무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오는 4·9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李당선인측 조각 고심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끝내 민주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25일 취임식에는 국무위원이 아닌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취임준비위의 초청으로 참석하게 될 것 같다.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임 정부’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 당선인측은 최악의 상황인 ‘불임 정부’에 대비해 ▲장관을 특정하지 않고 국무위원 후보 15명을 임명하는 방안 ▲통폐합 대상인 5개 부처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 장관만 임명하는 방안 ▲정부조직개편과 관계없이 유지되는 법무부 등 4∼5개 부처 장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임명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당선인측이 어떤 방안을 택하든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정치공방도 ‘4·9 총선’을 거쳐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 이후 새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최소 2개월, 길게는 4개월 이상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부 장관 우선 임명 검토 인수위측은 협상이 끝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13부 장관만 임명하고 통폐합 대상인 통일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여성부 장관은 임명하지 않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협상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중심이 되는 부처 장관만 임명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가령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질 기획재정부의 경우 현행 조직법에 따라 재경부 장관만 임명하고 예산처는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예산처는 차관 체제로 운용하다가 정부조직 개편안이 처리된 뒤에 재경부 장관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이름을 바꿔 그대로 임명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 방안은 현행법에 따라 임명된 장관이 정부조직법 개편 전 통폐합 대상 부처의 업무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위헌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조직법 개편 뒤 새 통합부처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인사청문회를 다시 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장관 보직을 명기하지 않고 국무위원 후보자 1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국회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먼저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고, 나중에 장관 보직을 임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파행 조각’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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