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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배우의 일탈…알몸 일광욕 영상 공개 ‘깜짝’

    여배우의 일탈…알몸 일광욕 영상 공개 ‘깜짝’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58)가 알몸 일광욕을 즐겼다. 22일 헐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알몸 일광욕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헐리는 수박 모양 튜브 위에 누워 있다.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기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다. 헐리는 “그냥 수박 한 조각 위에 떠 있는 것뿐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엘리자베스 헐리는 영화 ‘일곱가지 유혹’, ‘더블 웨미’, ‘엘리자베스 헐리의 못말리는 이혼녀’ 등에 출연하며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다.
  • “면사무소 가 드릴 빌려달랐더니 거부”…‘수박’ 이은 괘씸죄 공무원

    “면사무소 가 드릴 빌려달랐더니 거부”…‘수박’ 이은 괘씸죄 공무원

    ‘수박 한 조각 권하지 않았다’는 글로 논란이 됐던 충남 서산시에 이번에는 ‘전동 드릴 안 빌려줘 괘씸했다’고 공무원을 비난하는 민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1일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시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면사무소에 전동 드릴을 빌리러 갔더니 거절당하고 ‘이상한 놈’ 취급까지 받았다”는 민원인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행정안전부와 용산 대통령실, 충남도 등에도 이같은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폭우로 부모님 댁 현관문이 망가져 수리하려다 전동 드릴이 없어, 예전에 서울 지역 동사무소에서 빌려 쓴 기억이 나 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사정 얘기를 하고 빌려달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공무원이 ‘개인 공구라 빌려줄 수 없다’며 주변 철물점 이용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분증이라도 맡기겠다며 재차 요구하자 공무원이 5∼6초간 이상한 놈 보듯이 째려봤다”며 “못 빌려줘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않고 철물점 가보라고 돌려보내는 자질미달 민원실 근무자에 대한 친절 교육과 다른 부서 이동을 바란다”고 적었다. A씨는 “대체 지역 면 소재지 행정센터는 누굴 위한 센터냐”며 “지역 주민이 최소한이라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살펴주고 도와주는 게 나라 세금을 받는 공무원의 자세 아닌가”라고 거세게 불만을 터뜨렸다. 이 글이 올라온 이틀 뒤인 24일 면사무소는 “공용으로 구비된 장비가 없어 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A씨가 올린 글에는 “수박에 이어 이번엔 드릴입니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게 딱 이럴 때 쓰는 말인 거 같네요” “관공서 물품이 아니고 개인 공구랍니다. 당연히 빌려줘야 할 이유 없습니다” “날씨도 무더운데 서로서로 상대방을 감싸줍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지난 6월 같은 서산시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또다른 면사무소를 찾은 민원인 B씨가 “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수박을 먹으면서 권하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괘씸죄 글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B씨는 게시판에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공무원들의 ‘몰인정’을 비난해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B씨는 “신랑 부탁으로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려고 면사무소를 방문했더니 공무원이 10명 정도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다. 민원인은 나 혼자였다”며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기다리는 동안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 주민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런 상황이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쯤은 (수박을) 권하지 않나요? 먹어야 맛이 아니죠”라고 반문했다. B씨는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공무원)이 부끄러웠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똑똑한 친구들이라 일 처리는 빠르게 진행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들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B씨는 또 “수박껍질을 정리하면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리까는 거 보면 조금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면서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요.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요?”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들이) 연수는 왜 받으러 가냐.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구먼”이라는 불만으로 끝냈다. 이 글에도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 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혼인신고할 때 담당 공무원이 축하 안 해줬다고 민원 넣은 사례 다음으로 가장 어이없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 “정수리·겨드랑이 냄새 맡으면 안정” 고백한 모델

    “정수리·겨드랑이 냄새 맡으면 안정” 고백한 모델

    ‘인도의 BTS’ ‘제너럴’로 불리던 카바디 전 국가대표 선수 이장군과 모델 출신 아내 이영희가 신혼 일상을 공개한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는 두 사람은 지난 5월 20일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아침부터 뽀뽀로 눈을 뜨며 달달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 이영희는 이장군의 입과 정수리, 발, 겨드랑이 냄새를 맡으며 “남편의 냄새 맡으면 안정감을 느껴서 계속 맡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영희는 이장군에게 칼 대신 허벅지로 수박을 깨달라고 했고, 이장군은 허벅지로 수박을 산산조각 내 아내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제작진은 “두 사람이 애정 행각을 멈추고 함께 일을 하게 된 이유를 공개한다”라며 29일 방송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 추종과 증오의 팬덤, 정치 지배하는 방식으로 발전…새로운 단계의 팬덤 직접민주주의, 우리 ‘미래’ 될까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추종과 증오의 팬덤, 정치 지배하는 방식으로 발전…새로운 단계의 팬덤 직접민주주의, 우리 ‘미래’ 될까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팬덤 리더에 순응 않으면 적대감장난·재미처럼 해 죄책감 안 느껴옳고 그름 따지지 않고 ‘표적’ 공격공천권 등 당 운영에 영향력 행사팬덤, 자신들 ‘악마화 프레임’ 거부대의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보기도기존 정치 취약점 잘 다룰 줄 알아새 대중 출현해 팬덤정치 주체로 1 팬덤 정치 논란에 비해 무엇을 팬덤 정치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정의는 찾기 어렵다. 일단 의미의 구조를 분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보자. 2 팬덤 정치의 주어는 ‘극렬 지지자’다. 행동의 목적어 내지 대상은 정치인인데,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쪽 편에는 추종의 대상으로서 팬덤 정치가가 있다. 그 관계는 ‘우리 이니’, ‘(개혁의)딸’, ‘(양심의)아들’, ‘(개)삼촌’처럼 가족에 가까운 친밀함으로 표현된다. 다른 쪽 편에는 공격의 대상으로서 팬덤 리더에 순응하지 않는 같은 당 의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없애 버리고 싶은 혐오와 적대가 표출된다. 더 가깝게 느끼고 싶다는 감정과 그와는 정반대의 증오 감정이 한 짝을 이루는 마음 상태가 팬덤 정치를 뒷받침한다. 3 혐오를 표출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혐오의 이유는 ‘내부 총질’로 우리 편을 공격하는 ‘위장된 첩자’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팬덤은 이를 ‘수박’으로 표현한다. 과거 정치적 비난을 위한 표현들은 자산의 의지를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곧 의도이자 목적이었다. 누군가를 향해 ‘반민주적’이라거나 ‘반민중적’이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비장한 마음과 자세, 표정이 동반됐다. 수박은 다르다. 수박은 조롱과 멸시의 의미를 담는 훨씬 더 비유적 형식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표현을 하는 사람에게 그 상대는 함부로 해도 좋은 존재가 되며, 그에 따른 심리적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 4 표현에 동반되는 행위의 형식도 흥미롭다. 우선 그리 심각해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다. 장난과 재미처럼 하는 것이기에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혐오 대상을 ‘표적질’해서 ‘문자 총공’(욕설 문자 총공격)을 하는 것도 할 만해서 하는 일이다. 이들의 생각을 잘 보여 주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클리앙)에 “문자 총공의 의미와 참여 방법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에 따르면 ‘문자 총공’으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는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국민이 뽑아 준 국회의원들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는 행위”이다. 둘째는 “팬들의 열정이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택해 목표를 달성시키자는 집단행동”이다. 셋째는 “말 그대로 문자를 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정당한 행위이자 효율적인 방식이고,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5 누군가를 표적 삼아 온라인 집단행동을 조직하는 일은 그 상대를 함부로 해도 된다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그 일을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그들은 수박들이다.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 볼 이유 같은 것은 없다.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이적행위다. 그런 대상에게 자유로운 혐오 표출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어떻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된다. 욕설을 담은 문자폭탄과 복합기 기능을 마비시킬 대량 팩스 전송, ‘18원’ 입금은 그들이 선택한 ‘효율적인 방식’이고 최근 수박 색출, 트럭 시위, 상복 시위, 수박 깨기 같은 퍼포먼스 역시 창의적 실험이다. 6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일에 열정을 갖게 된 걸까. 팬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익명의 공간에서 행해지는 원초적인 행위와 그 직접적 동기가 무엇인지에 있다. 그들이 보낸 문자에 욕설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욕먹을 이유로 적시된 것들에는 앞뒤가 없다. 단지 상대를 ‘공동체로부터 제거’해야 할 대상자로 선언하는 것만 있다. 대표적인 것은 ‘친일 매국노’나 ‘역적’, ‘밀정’, ‘파렴치한’, ‘양아치’ 같은 것이다. 그런 문자를 보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나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행동이 꽤나 효과적이라는 경험과 그로부터 오는 자신감이다. 7 처음엔 점잖게 문자를 보냈다는 한 응답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자극적인 문자를 보내니 그제야 반응이 오더라고요”라고 답했다. 효능감이 좀더 적극적인 자신감으로 이어진 예로는 “정치를 몰랐을 땐 가만히 있었지만 이젠 다르다” 같은 반응이 있었다. 정치를 어떻게 다루면 되는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제법 전략적인 행위 선택임을 강조하는 반응도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야 이 대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야 수박들이 더 심하게 하면 제명할 힘도 생기는 것 아니겠냐”는 답변이 있었다. 향후 행동의 계획을 밝히는 반응도 있었는데, “수박들을 다음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권리당원을 가입시키고 있다. 나도 이번 주 7명을 가입시켰다. 우리 같은 당원들이 있어 다음 총선에서 수박들은 다 물갈이될 것”이라는 목표를 표방하는 답변이 대표적이다. 팬덤 리더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추종이 아니라며 자신들의 독립된 지향을 실현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문자 행동을 설명하는 예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금 나라 살리고 당 살릴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대표도 잘못하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지금 문자를 보내는 건 수박들도 비판하고, 이재명 대표에게도 자극을 줘서 일을 잘하게 독려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들 수 있다. 8 팬덤 지지자들이 찾은 ‘효율적인 방식’과 그로 인해 얻게 된 ‘효능감’, ‘만족감’, ‘자신감’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여성시대)에 실린 다음의 표현에서 잘 나타나 있다. “남자 아이돌 덕질보다 이재명 덕질이 재밌다. (아이돌) 소속사가 잘못할 땐 팩스 총공세를 벌여도 말을 듣지 않지만, 일주일 만에 10만명 당원 가입하고 문자 총공세하니 민주당이 벌벌 떤다. 소속사보다 다루기 쉽다.” 정당을 벌벌 떨게 만들고 있다는 표현이 재밌다. 물론 이런 자신감은 민주당 쪽 팬덤 정치 현상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3월에 있었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책임당원 가입을 무기로 삼은 전광훈 목사에게 휘둘렸던 상황도 유사한 점이 많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십시오… 이를 수용하면…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펼치고 1000만 당원을 만들어 당을 진정한 국민의힘 편으로 돌려놓겠습니다…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면 …당신들의 버릇을 반드시 고쳐드리겠습니다.” 9 팬덤 정치는 점차 당원이 되고 정당의 공천권을 포함해 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익혀 왔고, 혐오하는 정치인들에게 욕설 문자 총공격을 하는 것을 넘어 정당을 장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팬덤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의 사례를 보자. 2022년 3월 10일 개설한 뒤 일주일 만에 회원 10만명을 넘기고 한 달 만에 2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 카페에서 ‘소속사 인기 순위’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게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10위 안에 든 의원들에게는 후원 계좌가 회람된다. 회원들은 “순위가 참 옳다”는 반응과 함께 차기 총선의 공천도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이어 간다. 이처럼 참여자는 영향력을 자각하면서 참여의 열정을 확장해 가는 것이 팬덤 정치다. 이들에게 팬덤 활동은 놀이이고 재미이며 정치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10 그렇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팬덤 정치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은 팬덤 정치라는 표현을 자신들에 대한 ‘악마화 프레임’이라고 거부한다. 하지만 반대로 팬덤 정치를 민주적 대안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2022년 6월 8일자로 실린 “팬덤 정치는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이다”라는 글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팬덤 정치는 두 차원에서 전개되는 싸움이다. 한 차원은 기존의 거대 미디어와 팬덤 시민들이 신뢰하는 뉴미디어 사이의 싸움이다. 다른 차원은 정당 정치와 팬덤 정치 사이의 싸움이다. 기존 미디어와 정당은 “대중의 정치의식 성장을 차단하는 소화기”다. 반면 뉴미디어는 “저항하는 게릴라들”이 중심이 돼 기득권 카르텔을 깨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열망을 투사하고 이를 통해 정치와 언론을 바꾸려는 것이 팬덤 정치다. 개혁을 실현하는 한 방법이 팬덤 정치이고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에 의해 재창조된 것이 팬덤 리더다. 11 이들에게 팬덤 정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게 할” 원동력이다. 그 핵심은 “개혁 열망”을 가진 새로운 대중의 출현에 있다. 새로운 팬덤 대중에게 팬덤 리더는 “수단”이고 “대리인일 뿐”이다. 팬덤 리더가 “대중의 열망과 멀어지는 순간 대중의 열망은 빠르게 대안 메시아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팬덤 정치의 주체는 팬덤 리더가 아니라 그를 ‘발견’해 낸 팬덤 대중이 된다. 이들 대중은 “뉴미디어로 무장한 대중”이다. “정치지도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 ” 능력을 갖춘 새로운 대중이다. 의회정치나 정당정치는 그들의 눈에 “수박정치”다. 문자폭탄은 “의회의 장벽을 허물고” 있으며 소통기술의 발전은 “직접민주주의로 진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대중의 ‘추앙’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세력은 콘크리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수박처럼 산산조각 날 것”이다. 확실히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팬덤 정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아닐 수 없게 된다. 12 팬덤 정치는 여러 차원에서 정의가 가능하다. 첫째는 정당한 시민 행동, 즉 유권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를 표출하는 집단행동이다. 이 차원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확실한 정당성을 느낀다. 둘째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지키고자 자신들이 혐오하는 정치인을 향해 야유와 욕설의 방법으로 그들의 의지를 꺾고자 하는 집단행동이다. 그 행동은 목적을 위해 선택된 ‘효율적인 방식’이고, 이는 대중의 참여를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 셋째는 단순한 의사 표현이 아니라 정치를 통제하고 나아가 지배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과 효능감의 발로인 것이 팬덤 정치다. 그들은 여론 추종적인 정치인들을 보며 기존 정치의 취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다룰 줄 알게 됐다. 팬덤 정치의 영향력은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그들은 대중 정치, 대중 민주주의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파고들고 있다. 이게 무섭다. 넷째, 팬덤 정치의 주인공은 팬덤 리더가 아니라 팬덤 대중이다. 팬덤 리더는 수단이자 도구다. 따라서 이들은 팬덤 리더가 요구하는 자제나 절제 요청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 팬덤 정치의 대중적 자율성, 즉 추종할 팬덤 리더를 상황에 따라 버리고 바꿔 가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게 될 가능성,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고, 팬덤 정치의 미래는 이 문제에 달려 있다. 다섯째, 팬덤 리더와 상관없이 효능감을 통해 팬덤 정치 활동의 재미를 느끼게 된 대중들이 상당한 규모로 실존한다고 해 보자. 팬덤 리더가 앞장서서 팬덤 정치를 새로운 단계의 민주주의 운동으로 추진한다고 해 보자.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정당정치를 아예 팬덤 정치로 바꾸자며 그에 맞춰 정당의 조직과 당헌, 당규를 바꾸고자 할 때 정당들은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의원도 당직자도 대의원도 없이 팬덤 당원과 팬덤 리더만 있는 팬덤 정당이 실현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주장은 팬덤 활동가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동원될 것이다. 대중과 지도자가 정당이나 의회정치의 매개 없이 곧바로 만나고 연결되는 팬덤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됐다고 해 보자. 그것은 좋은 민주주의가 될까. 13 팬덤 지지자들의 사고와 행동은 기존의 정치 문법이나 정치 규범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혁명적이다.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무너뜨리고 대신 그들이 세우고자 하는 미래의 민주주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민주주의다. 우리가 그런 민주주의를 꿈꾸고 또 만들어야 할까. 한국 민주주의는 이제 새로운 싸움의 단계로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공무원들만 수박 먹고 나한텐 안 권해 괘씸”…민원제기한 지역민 ‘시끌’

    “공무원들만 수박 먹고 나한텐 안 권해 괘씸”…민원제기한 지역민 ‘시끌’

    “단 한명의 공무원도 수박 하나 권하지 않았다.”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는 권하지 않았다며 불만글을 올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작성자 A씨는 “오랜만에 방문한 면사무소였다”면서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면서 “10명은 나이대가 다양했는데도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적었다. A씨는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민원) 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으니 다행이었다”면서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 다음 세대를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수박껍질을 정리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면서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요,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요”라면서 “연수는 왜 받으러 가나.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고만”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A씨의 글은 1일 오후 3시 기준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시판에는 A씨의 의견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답변을 작성한 박모씨는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수박 못 드셔서 배탈 나신 것 같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업무 처리 빨리 하셨다니 노여움을 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자 A씨는 반박했다. 그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 됐다”면서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자신을 영양사에 자영업 20년 차라고 소개했다. A씨는 “제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인데, 눈치 보면서 수박 씹어 먹는 게 맞나. 지역 공무원이 왜 존재하나. 지역 주민들의 손발이 돼주라고 나라에서 돈 주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한 비판 글을 연이어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공무원이면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신 것 같은데 공무원도 집에 가면 귀한 자식이고 누구의 부모다”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파이팅”, “귀담아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며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박 한 조각이라도 건네며 말 거는 게 힘든가”라며 A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서산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 공간이자 건전한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곳”이라면서 “서산시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시민의 폭넓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나 건전한 사회통념 수준에서 용인되지 않는 모욕적인 언사를 게재하는 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서산시청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수박’ 욕 먹는 이상민 “민주당 ‘팬덤·패거리·맹종’ 깨부셔야”

    ‘수박’ 욕 먹는 이상민 “민주당 ‘팬덤·패거리·맹종’ 깨부셔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이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나 국민 곁에 다가 서려면 “금기를 없애는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서슴지않아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며 비난을 받고 있는 이 의원은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 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 ‘혁신’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혁신은 ‘창조적 파괴’가 필수적으로 ‘선행’, ‘전제’되어야 한다”며 잘못 자란 가지를 쳐내듯 해야 “새순이 돋고 변화와 역동의 시원한 기운이 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조적 파괴’의 대상에 대해 이 의원은 “‘금기와 성역’, ‘맹종과 팬덤’, ‘일색과 패거리’, ‘배척’, ‘계파성’ 등이다”며 “이는 무엇보다 산산조각 내 부숴버려 가루로 날려버려야 할 것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들은 하도 오래 서로 엉켜 붙어있고 이해관계에 찌들어있어 부숴버리기는 커녕 떼어놓기도 매우 어렵다”며 “이게 과연 가능할까? 회의적이고 좌절감이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 “도전하고 또 도전하여 끝내 해내자”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사드마조히즘·동성애 등 논쟁적 대상 절묘한 대비·채광 활용해 예술적 승화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문화마당] 여름이 좋은 이유/송정림 드라마 작가

    [문화마당] 여름이 좋은 이유/송정림 드라마 작가

    에세이집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을 펴낸 후 제목 때문인지 기자가 물었다. “사계절 중에 봄을 가장 좋아하시나 봐요.” 사실 봄은 어머니가 좋아하셨고,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고 했다. 왜냐는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의 작별 인사가 좋고, 우주가 듬성듬성 비어 가는 여백의 느낌이 좋다고. 거리 곳곳이 멜로드라마 촬영장이 되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OST처럼 흐르는 느낌이 좋다고. 태어나는 계절은 택할 수 없었지만 저 세상으로 돌아가는 날을 고르라고 한다면 11월을 꼽고 싶다. 홀연히 지는 낙엽처럼 떠나고 싶어서. 다음으로는 겨울이 좋다. 겨울밤에는 길가의 편의점 조명마저 난로처럼 따뜻해진다. 서로 축복하는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그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성에 낀 창 사이로 뿌옇게 내려다보이는 거리가 좋다. 눈에 덮인 집들, 빨간 우체통, 눈 내리는 숲을 달리는 기차…. 세상과 시간 속에서는 사라지지만 마음에는 흔적을 남기는 눈이 내려서, 어느 행성에서 보내오는 쪽지가 그토록 하얗게 내려서, 그래서 겨울이 좋다. 세 번째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다.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제히 자기 빛깔을 내며 피어나는 꽃들, 꽃폭탄 맞은 마음이 울렁거리면서 그리운 이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벚꽃잎 흩어지는 길을 걸으면 영혼에 꽃잎 지문이 새겨진다. “내 생에 이제 몇 번의 봄이 남은 것일까?” 꽃이 진 후에 피는 연두꽃을 가장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올봄이 인생의 마지막 봄인 것처럼 고맙고 순간순간이 다 간절하다고 하셨다. 꽃이 등불처럼 피어나 마음을 치유해 주는 봄날은 어머니 등에 업혀 걸어가는 그 느낌과 참 많이 닮아 있다. 포근하고 향기롭고 편안하니까. 여름은 사계절 중에 내가 가장 덜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여름이 좋은 이유가 탄성처럼 터져 나왔다. 어지러운 꿈에서 깨어난 아침에 후배의 문자가 와 있었다. “선배. 현관문 열어 보세요.” 문을 열어 보니 수국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 새벽 꽃시장에 갔다가 선배 생각이 나서 샀노라는 카드 글에 뭉클해지며 꽃다발을 안아 들었다. 그래! 여름은 수국의 계절이잖아! 얼마나 좋아! 여름을 예보하듯 피어나는 꽃, 어릴 때 집 마당에 피어 있던 수국.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수국을 머리에 쓰고 뛰기도 했는데 비는 다 맞아도 수국 향기에 까르르 웃음이 났다. 작은 꽃들이 모여 큰 꽃을 이루는 꽃,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파스텔 색상이 옅었다가 짙었다가 그러데이션되며 조화를 이루는 꽃, 수국이 피는 계절이 좋다. 여름이 좋다! 수국 덕에 여름이 한결 반가워진 김에 여름이 좋은 이유를 더 꼽아 본다. 수박을 쩍 하고 쪼갠 후에 그 빨간 육즙에 스며든 까만 씨를 볼 때, 한 조각 먹어 보니 그 맛이 꿀처럼 달콤할 때. 병에 서리가 앉을 만큼 시원한 맥주를 한 컵 따라서 운동 후에 마실 때. 더위에 지치고 에어컨 바람도 싫어서 넋 놓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쏴아 소리를 내면서 소나기가 쏟아질 때. 폭풍 독서의 여름휴가를 계획할 때. 얼마나 행복한가! 여름은 추억의 창고 같은 계절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해서 처마 밑으로 뛰어가던 기억, 텅 빈 집에서 낮잠을 자다 깨어 보니 어느새 땀과 한 몸이 돼 있던 기억,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허우적대던 기억, 양산을 쓴 어머니 손잡고 뜨거운 햇살 아래 과수원 길을 걸어가던 기억…. 왜 여름은 유난히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은 걸까. 한 해에 고작해야 계절이 네 개다. 그런데 한 계절을 싫어해 버리면 올해의 4분의1을 행복하지 않게 보내야 한다. 싫어하면 나만 손해. 여름이 좋은 이유를 찾아 누리면 이 순간도 꿈같은 시간이다.
  • [포토] 예술작품이 된 수박

    [포토] 예술작품이 된 수박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서울 국제 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에 수박 등을 이용해 만든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여름이면 생각나는 간단 팁 ‘치실로 수박 자르기’

    여름이면 생각나는 간단 팁 ‘치실로 수박 자르기’

    몇 년 전 케이블채널 올리브TV ‘밥블레스유’에서 김숙이 치실을 사용한 수박 자르기 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옥상 파티로 기획된 이날 방송에서 디저트로 수박을 준비했고 김숙은 “치실 있냐. 내가 수박 따는 걸 배웠다”고 말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치실로 수박 자르기는 우려와는 달리 치실을 이용해 수박과 껍데기를 완벽하게 분리해 “대박 아이디어다”라며 감탄을 자아냈다. 방송 후 화제가 된 치실로 수박 자르기는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간단 팁이다. 수박 과육과 껍질 사이에 치실을 밀착시켜 밀어내듯 치실을 통과시키면 과육과 껍질이 분리된다. 칼로 자르기 힘든 곡면을 치실을 사용하면 단 몇 초 만에 분리해 낼 수 있다. 조각을 내는 것 역시 칼을 쓸 필요 없이 치실을 팽팽히 잡아당긴 상태로 원하는 부위에 통과시켜 자를 수 있다. 이 방법은 손을 베일 염려가 없어 안전하기까지 하다.치실로 수박 자르기 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슈퍼푸드’ 토마토 속에 숨겨진 수십만개의 돌연변이 비밀

    ‘슈퍼푸드’ 토마토 속에 숨겨진 수십만개의 돌연변이 비밀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식물은 옥수수, 밀, 벼, 감자, 대두, 그리고 토마토이다. 현재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이지만 토마토가 처음 유럽에 알려지게 된 16세기에는 독이 있는 식물로 여겨져 식용이 아닌 장식용이나 벌레 퇴치용으로 쓰였다. 토마토가 처음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케첩과 스파게티 소스로 만들어 먹으면서부터이다. 토마토 소비가 늘어나면서 채소인지 과일인지 논란이 벌어지게 됐다. 1893년 미국 뉴욕주에서는 수입 채소에는 10% 관세를 부과했다. 수입업자들은 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 주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 대법원에서는 주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토마토는 채소’로 알려지게 됐다. 한국에서는 채소, 그중 과채류로 분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채류는 채소의 이용 부위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오이, 수박, 딸기처럼 줄기에서 자라지만 열매를 먹는 채소를 말한다. 토마토는 수 세기 동안 전 세계로 퍼지면서 현재 5000여 종이 존재하며 국내에서는 20여 종의 토마토가 재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물학자들이 토마토 품종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토마토 DNA의 비밀과 숨겨진 돌연변이들을 찾아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조지아대 응용유전기술센터,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플로리다대, 보이스 톰슨 연구소, 코넬대, 베일러 의과대학, 프랑스 파리-샤클레대,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있는 야생 토마토부터 케첩이나 소스로 가공되는 것까지 전 세계 100종의 토마토 게놈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만개 이상의 유전적 돌연변이들을 발견했다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18일자에 발표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을 통해 게놈 속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들이 식물의 물리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DNA 유전자시퀀싱’이란 기술을 통해 돌연변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DNA의 긴 부분을 복제하거나 삽입하고 이동시킴으로써 DNA 구조를 변형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유전자시퀀싱 기술만으로는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에 연구팀은 ‘롱리드 시퀀싱’(long-read sequencing)이라는 방법을 동원해 토마토 DNA에서 그동안 파악하지 못한 20만개 이상의 구조적 돌연변이들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롱리드 시퀀싱은 기존 분석방법과 비교해 100배나 더 긴 염기조각 단위로 유전자를 해독함으로써 게놈의 변이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기존 게놈 분석방법은 문에 작은 구멍을 내서 안쪽을 겨우 들여다 보는 수준이지만 롱리드 시퀀싱 기술은 넓은 창을 통해 게놈의 큰 부분을 파노라마처럼 보고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돌연변이 대부분은 유전자 활성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돌연변이는 토마토 크기를 조절하고 당도를 높이는데 관여하고 또 다른 돌연변이는 토마토의 겉과 속 색깔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유전자 3개가 한꺼번에 변이될 경우는 1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토마토보다 수확량이 30% 이상 늘어나는 것도 확인됐다. 마이클 슈와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계산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단위의 변이가 어떤 형태 변화를 가져올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새로운 토마토 품종을 개발하거나 기존 품종의 미세한 부분적 개선까지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제26회 함안수박축제 26~28일 개최

    제26회 함안수박축제 26~28일 개최

    전국 최대 수박 주산지인 경남 함안에서 오는 26~28일 함안수박축제가 열린다. 함안군은 20일 함주공원 다목적 잔디구장 일원에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함안수박축제위원회가 주최해 ‘제1회 대한민국 수박축제·제26회 함안수박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수박축제는 함안수박의 우수성을 국내를 넘어 세계로 알리기 위한 뜻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월드 베스트 함안수박!’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수박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열린다. 함안수박축제위원회는 ‘함안 수박산업특구’ 지정에 걸맞게 수박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와 체험, 특판 행사 등을 풍성하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축제 첫날인 26일은 ‘희망데이’를 주제로 수박 꿈나무 게임이벤트, 수박 미술대회, 함안수박 가족 인형극, 수박 기네스 경기, 함안 농업인 한마당 축제, 함안 명품수박 선발대회 등이 열린다. ‘행복 데이’인 27일에는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인기가수 김용임과 서지오 등이 출연하는 ‘대한민국 수박콘서트’, 수박 조각페스티벌, 함안수박 전국 노래자랑 예선, 버스킹 페스티벌, 평양예술단 공연 등이 진행된다.축제 마지막날 28일은 ‘사랑 데이’라는 주제로 ‘수박 트럭에 빨리 싣기’, ‘수박커플 이벤트’, ‘수박 기네스’ 등 관광객과 함께하는 수박 올림픽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토크콘서트, 함안수박 전국 노래자랑 본선, 함안수박 골든벨 등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 행사가 열린다. 수박 막걸리를 판매하는 수박주막을 비롯해 수박사랑 화채나눔 행사, 한우장터, 무료찻집 등이 축제기간 내내 운영된다. 전통떡 만들기, 수박향초 만들기, 천연염색, 다육식물 등 13개 체험부스도 설치된다. 함안수박 직판장과 택배부스를 운영해 시중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수박을 구입하고 택배로 집에서 받을 수 있다. 함안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실험영상] 수박 1통으로 아이 100명을? 직접 잘라봤습니다

    [실험영상] 수박 1통으로 아이 100명을? 직접 잘라봤습니다

    “닭 한 마리로 아이 30명을 먹이는가 하면 수박 한 통으로 100명, 사과 한 개로 15명, 귤 한 개로 6명에게 간식을 줬다.”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 교육청 시민 감사팀이 사립유치원 불법 운영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난 1일 발간한 실태조사 보고서의 내용이다. 적나라한 실태가 공개되자 학부모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분노하고 있다.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연상케 한다”는 비아냥도 쏟아냈다. 비리 유치원 성토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최대의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수박 한 통을 100조각으로 나누면 과연 어느 정도의 양일까? 100명의 아이들에게 넉넉히 돌아갈 간식이 될지 서울신문 소셜미디어랩이 직접 검증해봤다. 소셜미디어랩 iseoul@seoul.co.kr
  • 악어 입에 수박 넣자마자 벌어진 일

    악어 입에 수박 넣자마자 벌어진 일

    몸무게 270kg, 길이 3.7m의 악어가 여러분과 1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면? 그러한 상황을 가정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고도로 훈련된 전문 악어 사육사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전문 악어 사육사 제이슨 맥도널드가 위에서 언급된 크기의 악어와 초근접 거리를 두고 찍은 영상이 화제다. 굳이 영상 제목을 짓자면 ‘수박 한 입에 뭉갠 악어‘ 정도로 할까. 아무튼 이 무시무시한 악어의 모습을 지난 17일 외신 케터스 클립스가 전했다. 제이슨은 2018년 8월 26일 콜로라도 모스카 지역의 악어 농장에서 악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영상 속, 노련한 사육사 제이슨이 한 손에 수박을 들고 엘비스라는 이름을 가진 악어의 턱을 조심스럽게 톡톡 두드린다. 악어의 입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전문 악어 사육사라 할지라도 악어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노출된 상태다. 악어가 서서히 입을 벌리자 제이슨이 수박을 입 속으로 던진다. 그 순간 악어는 한 방에 수박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악어의 엄청한 턱 힘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는 놀라운 영상 그 자체다.사진 영상=케터스 클립스/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랩 씌운 ‘반쪽 수박’ 위생도 반토막

    랩 씌운 ‘반쪽 수박’ 위생도 반토막

    비닐포장 조각 과일 판매 늘어 하루 만에 식중독균 등 검출 한 통의 70% 수준 가격도 불만 비닐 랩을 씌운 반쪽 수박이 위생에 취약하다는 지적 속에서도 버젓이 판매대에 오르고 있다. 17일 서울의 대형·중소형 마트 30여곳을 살핀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제외한 모든 마트에서 랩을 씌운 반쪽 수박이 판매되고 있었다. 대형 유통 업체들은 그나마 ‘당일 커팅, 당일 판매’ 문구를 진열대에 써 붙여 놓았지만, 중소 마트에서는 이런 안내 문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소규모 마트 중에는 이틀 전에 잘라 놓은 수박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랩을 씌운 반쪽 수박을 일주일간 냉장 보관했을 때 수박 표면의 세균 수(42만cfu/g)가 초기 농도(140cfu/g) 대비 3000배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랩 포장 뒤 하루가 지난 시점부터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마트 측은 1~2만원을 훌쩍 넘는 수박 한 통을 낮은 가격에 다량 판매하기 위해 반쪽 수박을 내놨다. 하지만 반쪽 수박 2개를 더한 값이 수박 한 통 가격을 크게 웃돌면서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한 마트의 수박 한 통은 1만 1900원, 반쪽 수박은 8200원이었다. 물론 반쪽 수박을 사면 신선할 때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실용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김재란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장은 “자르는 칼이 오염됐을 수 있고, 세균이 수박 표면에 침투할 수 있어 당일 판매 수박도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통수박을 산 뒤 깍두기처럼 썰어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게 그나마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길섶에서] 수박/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무섭게 퍼붓던 장맛비가 그치니 다시금 푹푹 찌는 찜통더위다. 냉장고에서 갓 내온 시원한 수박 한 덩이 생각에 절로 침이 고인다. 올해는 작년보다 비가 덜 내려 수박 당도가 높단다. 그러니 마트에서 굳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날씨가 더울수록 수박 소비도 늘 것 같은데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수박 소비량이 2000년 19.6㎏에서 지난해에는 9.6㎏으로 뚝 떨어졌다. 재배 면적도 매년 줄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고 수입 과일이 흔해진 탓이다. 세 식구인 우리도 마트에서 한 통에 9~10㎏ 나가는 수박을 사려면 살짝 주저된다. 당장 냉장고에 넣어 둘 공간도 마땅치 않고, 며칠 놔두면 물러져 맛이 변할 것도 걱정되고. 요즘은 마트에서 4등분, 8등분한 조각 수박도 많다. 랩 대신 낱개 포장이라 위생 걱정도 덜었다. 그래도 아직은 칼만 대도 쩍 갈라지는 잘 익은 온전한 수박 한 통에 손이 간다.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주거·외식 문화에 과일 취향까지 바꿔 놓고 있다지만 수박은 여럿이 둘러앉아 나눠 먹는 게 제맛이다. 오늘이 초복이다.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비행기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환승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서너 시간 안팎이지만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대개는 공항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인데, 몇몇 공항에서는 환승 시간 동안 경유 도시를 돌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보통 각 지역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 혹은 항공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습니다. 이게 환승 여행입니다. 본인이 원해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스톱 오버’와는 다소 다릅니다. 스톱 오버의 경우 화물을 내렸다 다시 실어야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반면 환승 여행은 짐을 뺄 필요없이 단출하게 여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한 번에 두 도시를 여행하는 횡재를 하는 거지요. 그렇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을 돌아봤습니다. 뭐 수박 겉핥기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태 대륙의 용광로라는 이스탄불에 발을 딛지 못한 ‘촌놈’으로서는 그마저도 감동이었습니다.잘츠부르크의 키워드를 꼽자면 소금, 모차르트, 그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정도다. 잘츠부르크의 명소로 꼽히는 곳은 거의 어김없이 세 키워드와 연관이 깊다. 익히 알려졌듯 ‘잘츠’(Salz)는 소금, ‘부르크’(Burg)는 성(城)이다. 지금도 이 일대의 소금은 ‘명품’ 대접을 받으며 공급되고 있다. 잘츠부르크엔 유난히 멋쟁이들이 많다. 차 한 잔 마시러 외출하면서도 드레스에 정장 갖춰 입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 더위에 말이다. 흰색 재킷에 갈색 구두 맞춰 신고 시가를 입에 문 노신사를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래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지, 옛 제국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도시 전체에서 턱을 치켜들고 도도하게 걷는 귀족의 풍모가 느껴지는 건 분명하다.●모차르트와 카라얀을 길러낸 음악의 고장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를 길러냈고, 지휘자 카라얀도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거리의 속삭임’(Street Whispers)이라 불리는 거리의 악사들조차 시험 보고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할 만큼 클래식 음악은 도시 전체에 두루 퍼져 있다. 잘츠부르크 도시 여행의 들머리는 미라벨 정원이다. 아름다운 분수와 조각상, 그리고 빼어난 전망을 가진 정원이다. 정원의 중심이 되는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와 자녀를 위해 지었다. 소금무역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결혼할 수 없는 성직자의 신분이면서도 이를 무시할 만큼 절대자로 군림했다. 종국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고, 미라벨 궁전이란 현재 이름은 후임 대주교가 바꾼 것이다. 현재는 시 청사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미라벨 궁전 옆의 페가수스 분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여주인공인 마리아와 아이들이 부른 ‘도레미 송’의 촬영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카라얀의 생가가 있는 훔멜 거리를 지나면 잘자흐강이다. 신구 시가지를 가르는 강이다. 옥빛 강물 위로 옛 시가지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다. 마카르트 다리다. 난간 곳곳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숱한 연인들의 약속들이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자물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무너진 적도 있다니, 간절함의 무게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던 게다. 다리를 넘어서면 게트라이데 거리다. 여기서부터 옛 시가지가 펼쳐진다. ‘성당의 도시’로 불리는 옛 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좁은 길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외벽이 노란색인 데다 오스트리아 국기를 길게 늘어뜨려 단장한 덕에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1756년 태어나 17세 되던 해까지 살았다. 모차르트의 유년기 작품 대부분이 이 집에서 작곡됐다고 한다. 모차르트 생가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모차르트 카페’가 있다. 모차르트와 별 관계는 없지만 미모의 남성들이 서빙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소 대접을 받는 곳이다. 눈요기를 겸해 쉬어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곧잘 찾았다는 카페 토마셀리는 생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1703년 세워져 여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일대에 가장 오래된 약국, 초콜릿 가게 등이 어울려 있다. 옛 시가지의 구심점은 대성당이다. 모차르트도 이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성당과 성당 앞 무대에서는 거의 매일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1920년 모차르트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연주회는 지금까지 잘츠부르크페스티벌로 이어져 오고 있다.●호엔잘츠부르크성 아래로 흐르는 ‘보리수’ 카피텔 광장으로 간다.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오르는 푸니쿨라를 타기 위해서다. 광장에는 설치미술 작품 ‘발켄홀-모차르트 공’이 세워져 있다. 독일 조각가 슈테판 발켄홀의 작품이다. 황금빛 공 위에 남자 조각상이 서 있는 모양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면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묀히스베르크산(542m)을 타고 앉은 덕에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성문 앞 우물 곁엔 보리수가 서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의 내용 그대로다. 쉬어 갈 겸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들어 단꿈을 꾸는 것도 좋겠다. 성채 북쪽은 독일이다. 멀리 베르히테스가덴 일대가 아련하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별장인 ‘독수리 둥지’를 세웠던 곳이다. 차가운 피를 가진 그였지만 고향 가까이 머물고 싶은 마음은 장삼이사와 다르지 않았던 게다.●두 시간 비행 후 짧지만 알찬 ‘환승 여행’ 그리고 두어 시간의 비행 뒤 마주한 이스탄불. 항공사에서 마련한 투어 버스에 오른다. 아라스타 바자르가 짧은 여정의 출발점이다. 수다스러워 보이는 터키 아줌마가 가이드다. 향료 등을 파는 작은 바자르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아야 소피아다. 화엄사 보제루를 지나 각황전을 눈에 담았을 때의 감동이랄까. 나지막한 탄성이 무의식 중에 목젖을 스친다. 아야 소피아는 원래 성당이었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점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리고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젊은 술탄은 가장 먼저 아야 소피아를 찾았고 수많은 기독교인 앞에서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외쳤다고 한다. 젊은 술탄은 십자가를 떼고 네 개의 첨탑을 세워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인다.오후 5시 10분. 아잔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무슬림 국가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아야 소피아 맞은편은 술탄 아흐메트 사원이다. ‘블루 모스크’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왜 ‘블루’ 모스크인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알게 된다.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를 열망했던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사원 내부를 수십만 개의 푸른색 타일로 장식했다. 블루 모스크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극적으로 열린 중앙의 너른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교도인 탓에 벽 모서리에 기댄 채 목을 빼고 봐야 했다. 여기저기서 땀냄새와 발냄새가 진동했지만, 그 무엇도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사원 밖은 히포드롬 광장이다. 한때 10만명이 들어차는 전차 경기장이었다는 곳.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델피에서 가져온 기둥이 바늘처럼 솟아 있다. 이른바 ‘지하 궁전’이라 불리는 예레바탄 사라이를 보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영화 ‘인터내셔널’ 마지막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던 곳이다. 무려 7000여명의 노예가 동원돼 여러 신전에서 가져온 336개의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아쉬운 곳이 어디 여기뿐일까. 짧은 하루해가 유럽 서쪽으로 진다. 잘츠부르크·이스탄불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이스탄불 시티투어는 터키항공에서 환승 시간이 긴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교통과 식사 등 일체가 무료다. 이스탄불 환승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인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신청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투어 프로그램은 요일별로 다르다. 매일 5가지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전 8시 30분~11시, 오전 9시~오후 3시, 오전 9시~오후 6시, 낮 12시~오후 6시, 오후 4~9시 등이다. 현지 교통 상황에 따라 여정이 다소 단축될 수 있다. 신청자가 많아 최소 1시간 전에 신청해야 한다. 적정 인원이 차면 이용할 수 없다. 아타튀르크 공항의 1층 오른쪽 호텔 데스크에서 신청을 받는다. 유료 소지품 보관소도 옆에 있다. 인천~잘츠부르크 노선의 경우 잘츠부르크행은 화, 목, 금, 일요일(현지 기준) 운항편의 환승 시간이 약 11시간이다. 이스탄불에 오전 5시 5분에 도착해 오전 8시 30분~11시 또는 오전 9시~오후 3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인천 복귀 때는 월, 수, 토요일 운항편이 환승 시간 약 10시간 30분이다. 이스탄불 도착 시간이 오후 2시 50분으로, 이번 여정에선 오후 4~9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 [모바일 픽!] ‘신상 하나 샀어!’ SNS 휩쓴 ‘수박 드레스’ 놀이

    [모바일 픽!] ‘신상 하나 샀어!’ SNS 휩쓴 ‘수박 드레스’ 놀이

    올해 여름 전 세계 인스타그램에서 ‘수박 드레스’(watermelon dress) 놀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수박 드레스’ 놀이는 한 사람이 수박 조각을 들고 있으면 그 뒤쪽에 사람이 서서 마치 수박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는 것이다. 더운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인 빨간 수박과 사람들의 재치 있는 포즈가 어우러져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어낸다. 강아지, 고양이 등 자신의 반려동물이 수박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연출해 올리는 네티즌도 있다. 수박을 어느 정도 남기느냐에 따라 기다란 이브닝드레스가 연출되기도 하고, 딱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 놀이는 수박으로 드레스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사람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옷이 탄생하고 있다. SNS에는 수박 조각이 티셔츠나 반바지, 모자, 신발 등 다양한 소품으로 활용된 사진이 올라온다. 네티즌들은 SNS에 수박 옷을 입은 듯한 사진과 함께 “올여름 신상 옷을 사고 싶다면, 그냥 수박 하나를 입으세요!”, “우리 엄마가 나 드레스 하나 만들어 줬어요”, “요즘 제일 핫하다는 수박 드레스 하나 장만했어요” 등의 글을 올리며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ABC, 인스타그램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이하영 수습기자 hiyoung@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평상이 없다/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소리가 없다/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중략)/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이정록, 시 ‘옥상이 논다’ 부분)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블록 담을 넘어가 낯가림 없이 과부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가는 비 오는 어느 여름날 저녁 이웃집 고등어구이 냄새가 배고픈 남매의 공복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했던 골목길. 늦은 저녁 나이 어린 누이와 함께 집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저쪽 끝에서 빈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며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골목길. 새벽마다 두부장수 방울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조간을 돌리는 고학생의 성급한 발자국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 흔들어 대던 골목길. 백내장 앓아 대던 가등 아래 서로 더운 숨을 탐하던 늦은 밤의 연인들 실루엣이며, 이집 저집에서 흘러나온, 온갖 소리의 넝쿨들과 온갖 색깔 범벅의 냄새들이 주인 몰래 저희끼리 희희낙락 짝짓기하던 우리 한때의 자궁이었던 그곳, 그 골목길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없다. 모던의 상징이었던 공중전화. 뜨겁고 짜고 싱겁고 차갑던 사연들을 분주히 실어 날았던 공중전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뜻 모를 그리움이 까닭 없이 마음의 우물에 가득 차 출렁이던 공중전화.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차갑게 식은 청색의 손을 호호 불어 대던 추억의 공중전화. 한 시절 시쳇말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잘나가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이제 늙은 창부처럼 누군가 덜커덕 떨어뜨린 마음 한 조각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공중전화가 우리 시대 낡은 서정시같이 잘 보이지 않거나 후미진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무채색 벽면에 걸려 있던 천장 낮은 이발소. 장 프랑수아 밀레의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만종’이 걸려 있던, 금성 라디오에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던, 국수 내기 장기 놀이가 자주 벌어지던, 늘 서울이 그리운 늙다리 총각들이 무나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장삼이사들이 모여 앉아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자꾸만 그리운 서울 얘기 등으로 까닭 없이 흥미진진하던 곳, 정겨운 이발소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 멸종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정미소, 떡 방앗간, 하꼬방, 연탄구이 집, 지하다방, 작부 집 등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의 목록들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시편 ‘옥상이 논다’는 이제 이곳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지난 연대의 살가운 풍경이다. 다 해진 런닝구를 입고 염장을 지르던 이웃 아저씨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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