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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鐵, 따스함을 품다

    鐵, 따스함을 품다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 형식으로 12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추상 조각가 엄태정(71)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하던 19세 이래로 조각을 벌써 50여년 해왔을 은발의 조각가 발언은 의외였고, 겸손했다. 조각가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작고 손과 발이 탄탄해 ‘돌쇠’의 이미지가 많은데, 그는 고고한 학 같았다. 평생을 함께해온 조각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조각은 자연과 같이 존재하는 일로, 어떤 선언적 의미도 아니며, 고통스럽고 난해한 일도 아니고, 심오한 진리를 추구하는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육중한 철과 구리, 알루미늄 덩어리로 구성된 자신의 조각을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부른다. 또 “쇠야말로 경외로운 나의 집 같다.”고도 했다. 그의 작품은 재료의 특성상 무게가 적게 나가도 2톤 안팎으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덩치와 재료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느끼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용접으로 이어붙인 철작업에서는 날카로운 고통과 아픔이, 1970년대 동(구리)작업에서는 앙포르멜(Informel) 경향이 나타나며 격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난다.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인 엄 작가가 추상조각의 길에 들어선 것은 학부시절 김종영·장우성 2인전에서 본 추상작품의 영향이 컸다. 결정적으로는 루마니아 출신의 추상조각가 브랑쿠지였다. 1957년 신문에서 ‘현대조각의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접한 뒤로 미8군 도서관이나 명동 뒷골목에서 팔던 일본의 ‘미술수첩’과 같은 잡지를 뒤적이며 브랑쿠지 추상의 세계를 수집해 나갔다. 그는 브랑쿠지에 관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전에는 ‘브랑쿠지 평론집’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성곡미술관 전시에도 브랑쿠지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작품이 나왔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추상작업에 몰두해온 그는 1967년 철용접 기법으로 제작한 ‘절규’가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실주의 화풍과 조각을 소중히 하던 당시 국전에서 추상조각의 국무총리상 수상은 의외였다. 국전은 그 뒤로 구상과 추상을 분리해 수상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기준을 만든 격이 됐다. 그는 “모더니즘, 앙포로멜, 80년대 민중미술 등이 대두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혼란스런 시절이고, 중심을 못잡고 방황했다.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까 하고”라면서 “80년대 초반까지 그 혼란이 지속됐지만, 나는 성향상 조용히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예술이 도구로 사용되는 흐름에는 끝내 가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1년 영국에서 작업을 하던 중 서울대 교수에 임용돼 귀국했다. 그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만약 임용에 응하지 않고, 영국에서 작업을 계속했더라면, 중간에 교수를 그만두었더라면…. 그는 추상조각의 본질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관계를 표현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조각에서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보니 더욱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더욱 자유스러움을 느꼈으며 조각을 놓은 공간과의 관계에서 거듭 “겸손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따라다니는 좌대가 없이 그의 조각작품이 바닥에 놓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며 깊이 있는 사유를 기하학적으로 드러내지만, 사유의 기반은 논픽션 소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은 파키스탄 자치구에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는 미국인의 이야기를 그린 ‘세잔의 차’,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두 아이들의 우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인의 굴곡진 삶을 담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 등등. 2005년 독일의 게오르크 콜베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는 했지만, 국내 개인전은 1997년 갤러리 현대 개인전 이후 12년 만이다. 2004년 서울대 조소과 교수에서 은퇴하고 경기 화성 작업장에서 내성적인 성격만큼이나 조용하게 홀로 조각 작업을 즐겨온 그의 신작을 중심으로 예전 대표작까지 보여 준다. 1967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절규’ 등 2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빌려와 전시한다. 독일 총리실에서 소장한 ‘유니피케이션(통합)’이라는 구리 소재의 작품도 출품했다. 악덕 상인이 가져가 20년 넘게 돌려받지 못했던 앙포르멜 계열의 작품 2점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1990년대부터 먹으로 해오던 드로잉은 물론 물감까지 사용한 평면 회화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조각 26점과 드로잉 26점 등을 미술관 전관에서 볼 수 있다. 6월28일까지. 입장료는 3000~4000원. (02)737-765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진짜? 가짜?”…대형 입체벽화 도심 등장

    진짜야? 가짜야? 도시 한복판에 집채만 한 파도와 이를 즐기는 서퍼가 등장했다. 어찌된 일일까? 실제를 방불케 하는 파도와 서퍼의 모습은 아티스트 존 퓨가 그린 그림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대형건물 외벽에 그려진 이 그림은 입체방식으로 그려져 있어 마치 금방이라도 파도가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3D 아티스트로 유명한 퓨는 도심 속 파도 외에도 책을 읽고 있는 여인과 그를 바라보는 고양이, 구름 위를 떠도는 배, 독특한 조각상 등을 밋밋하고 심심한 벽에 그려 넣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벽화 속 사물들을 실제 사이즈로 그려내 더욱 생동감을 준다. 퓨의 벽화처럼 언뜻 보기에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 그림의 기법을 ‘트로프 뢰유’(trompe lœil)라 부른다. ‘입체 화법’이라고도 불리는 트로프 뢰유는 아티스트 사이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법 중 하나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캘리포니아 곳곳을 자신의 도화지로 여기고 1989년부터 ‘트로프 뢰유’ 벽화를 그려온 퓨는 최근 아티스트 11명의 도움을 받아 하와이에 대형 입체 벽화를 완성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인 속임수에 즐거워한다.”면서 “실제 사이즈의 이 ‘환상’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나의 매개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동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패혐의 佛시장 교도소서 자살 파문

    │파리 이종수특파원│부패 혐의로 수감돼 있던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장이 24일(현지시간) 새벽 교도소에서 목을 매 자살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피레네 오리앙탈 도(道)의 생 시프리앵시(市)의 자크 부유(62) 시장이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 허리띠로 목을 매 숨졌다고 일간 리베라시옹 등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부유 시장은 부인에게 남긴 유서에서 수감 기간 겪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삶을 마감한다는 뜻을 남겼다.”고 밝혔다.”부유 시장은 지난해 12일 불법 이익 및 부패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피레네 오리앙탈의 수도 페르피냥 교도소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부유는 재임 중 조각, 그림, 소형 입상 등 500만유로(약 86억 8600만원)어치의 예술품을 시(市) 명의로 사들인 뒤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시(市)에서 없어진 이들 예술품을 부유의 자택과 그의 처가에서 찾아내 압수했다. 검찰은 또 부유 재임기간에 생 시프리앵 시의 재정적자가 4000만유로로 늘어난 데 대해 공금을 빼돌렸는지 여부도 수사를 해왔다. 부유 시장의 부패사건과 관련해 그의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리오 블라스코 부시장 등 고위 관리들도 체포돼 공범 혐의로 조사를 받아 왔다.1989년부터 시장으로 재임해 온 부유는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소속이었으나 부패 혐의가 불거져 논란이 커지면서 UMP에서 출당 조치됐다.vielee@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전시

    ●더 리얼(The Real) 6월20일까지 갤러리에스피(SP). 눈동자 대신 활짝 핀 함박꽃을 그려넣는 이샛별의 작품. 호빵맨의 얼굴과 흰 토끼들이 나오는 환상적인 그림들. (02)546-3560. ●심영철 설치조각전 6월4일까지 선화랑. 여성작가에게 수여되는 ‘제18회 석주미술상’ 수상기념으로 여는 개인전. 1~4층 전관에 설치작업 및 보석을 이용한 조각작품. (02)734-0458. ●몸의 언어전 2부 29일~6월28일 경기 파주 터치아트. 권여현, 노세환, 박승모, 안창홍, 이상현, 이혁발, 천성명, 홍지윤, 황주리 등 9명의 작가들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등. (031)949-9435.
  •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유소연 마라톤 접전 끝 라이벌전 우승

    19세 동갑내기에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국가대표팀 동료, 같은 연세대 09학번,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이자 라이벌. 유소연(하이마트)과 최혜용(LIG) 이름 앞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지난해 루키 시즌 각각 1승씩을 신고한 뒤 신인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둘의 매치플레이 결승 맞대결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준결승과 결승 등 36홀 정규라운드를 끝낸 것도 모자라 연장 9개홀을 마치고 난 뒤 한 움큼의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던 둘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미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2년차’ 유소연이 24일 춘천 라데나골프장(파72·6381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넷째날 결승에서 9개홀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금쪽같은 버디 한 방으로 최혜용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상금 1억원을 보태 시즌 상금 순위도 2위로 끌어올렸다. 반면 최혜용은 9번째 홀 1.5m짜리 버디퍼트가 무심하게 홀 언저리를 맞고 튀어나가는 바람에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불운을 또 되씹어야 했다. 둘이 치른 연장 9개홀은 지난 1997년 강수연(33·하이트)과 서아람 등 3명이 동일레나운오픈에서 겪었던 11개홀에 이어 KLPGA 역대 두 번째 최다홀. 걸린 시간은 2시간8분이었다. 17번째 홀에서 끝낸 준결승과 결승(18홀)을 포함, 연장에서 18번홀 티박스와 그린을 8차례나 들락거린 끝에 선 44개째 홀 그린. 뉘엿뉘엿 지던 해가 먼 산 뒤로 모습을 감춘 뒤 남아있는 한 조각 햇빛에 의지해 그린을 읽은 유소연은 먼저 2m짜리 버디를 떨궜고, 지난해 국내 개막전 이후 13개월 만에 거둔 통산 2승째의 감격을 눈물로 대신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고심끝에 몸을 내던지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했다. 2003년 2월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6년 3개월만에 영욕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올해 나이 63세다. 노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6시40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자신의 사저 뒤 봉화산에 경호관 1명과 함께 부엉이 바위에 올라 30m 아래 소나무밭으로 몸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머리 등에서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김해 세영병원을 거쳐 경남 양산시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사인은 극심한 머리 손상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 사인은 극심한 머리 손상이었다. 아울러 추락의 물리적 충격으로 가슴뼈와 골반뼈 등이 심하게 부서졌다. 백승완 양산 부산대병원장은 “노 전 대통령은 오전 8시23분쯤 인공호흡을 하며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도착 당시 의식이 없었고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없었다.”면서 “두정부(머리 정수리)에 11㎝ 정도의 열상이 발견됐으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회복이 안 돼 오전 9시30분 중단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오전 9시30분쯤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서거하셨다.”면서 “이날 오전 5시45분 사저를 나와 봉화산을 등산하다가 봉화산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는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뒤 정신을 잃었다가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운구차에 실려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로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 시신이 안치된 관은 일반인들이 통상 장례식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것이라고 병원측은 밝혔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호철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운구를 맡아 관을 차량에 실었다. 딸 정연씨 부부가 오열하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유족 7일 가족장 강력 희망 빈소는 봉하마을회관에 마련됐다. 장례 절차와 관련, 청와대측은 국민장을 제의했지만 유족 등은 ‘7일 가족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산에 오르기 전 짧게 남긴 메모 형식의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포괄적 뇌물’ 640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달 3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권 여사가 2007년 6월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전 회장의 돈 100만달러를 받았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이 송금한 500만달러를 투자운영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을 모두 요구해 받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최근에는 딸 정연씨가 40만달러를 추가 송금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미국에 고급주택을 차명으로 샀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600만달러에 대해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권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를 차례대로 불러 조사했고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사법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숨지면서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이 조사하던 정·관계인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에 이운우 청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9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자살경위 등에 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운우 경남청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브리핑을 갖고 취재진에게 노 전 대통령의 행적과 병원 후송과정, 수사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측은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전대미문의 사건이지만 일반적인 변사사건과 비슷한 경로로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측은 “해당 경호관은 물론 경호실과 측근, 유족 등을 대상으로 변사사건에 준하는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봉하마을의 경비를 강화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해 특별취재팀 ksp@seoul.co.kr ■ 현지 특별취재팀 ●정치부 홍성규 김지훈 ●사회부 이재연 장형우 유대근 박성국 ●사회2부 김정한 한찬규 김상화 강원식 박정훈 ●사진부 김명국 도준석 정연호
  • [사설] 노 전 대통령 서거, 역사의 불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너무나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다. 있을 수 없고 믿어지지도 않는 일이다. 놀랍다는 말 외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는 마음을 어떻게 달리 표현할까.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뒤 봉화산을 등산하다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퇴임한 지 1년 3개월만에 접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국민 모두의 슬픔이자 역사의 불행이다. 63세를 일기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빈농의 아들에서, 노동현장의 민주투사, 인권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을 지낸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다. 소외받는 노동자와 학생의 편에 서서 군사정권에 항거한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투사였다. 초선의원이던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패를 던졌던 청문회 스타였지만 고향인 부산에서 야당 후보 출마를 고집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승부사적인 기질과 도덕성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국회의 탄핵 소추를 당하는 고난도 겪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은 퇴임 1년 2개월여 만인 지난달 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여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부인과 아들·딸이 모두 비리 연루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되었다. 특히 미국 뉴욕 아파트 구입 의혹이 최근에 새롭게 제기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받았을 심적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자신의 홈페이지에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면서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도덕성을 최대의 장점이자 상징으로 자부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미지 실추가 인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남긴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했다. 도덕성 추락과 자신에게 쏟아지는 곱지 않은 눈길과 손가락질로 인해 받았을 인간적인 고뇌와 심정이 전해진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받은 심적 고통을 아무리 백번 이해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원로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는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퇴임 후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던 꿈을 이루지 못한 점도 아쉽다.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시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은 우리 정치사의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수난과 비운의 역사에 허덕였고, 비리와 부패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고,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아들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종결을 선언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의 혐의와 의혹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이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행여 우리 사회가 겪을지도 모를 분열과 반목을 우리는 경계한다. 우리 사회와 온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데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정부적이고 사회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 장례가 치러져야 한다. 정부는 이미 노 전 대통령 장례절차 협의 등에 들어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장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치러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에게는 깊은 위로를 전한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슬픔과 아픔도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도덕성 상처” 극단적 선택한 듯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도덕성 상처” 극단적 선택한 듯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지난달 22일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몰랐지만 그의 가족이 대통령 재임 때 불법자금을 받아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23일 새벽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 올라 그는 ‘육체적 자살’까지 감행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처럼 검찰 수사와 맞닿아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평생 목숨처럼 지켜 왔던 도덕성과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대통령이라는 명예로운 위치에 있었던 만큼 검찰 수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반인보다 훨씬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평생 쌓아 왔던 가치와 명성을 한 순간에 잃음으로써 깊은 상실감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자존심에 타격을 입으면서 자기애적 사랑이 일거에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정치권에 입문한 후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승부수로 최고 권좌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길을 비켜가지 못했다. 특히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삼아온 그가 뇌물 수수 혐의를 받자 심하게 흔들렸다. 노 전 대통령은 언론에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7일 홈페이지 글에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사과했지만, 부인 권양숙 여사가 자신도 모르게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아 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방침을 세웠다. 급기야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소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무척 지쳤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을 때 “그만합시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검찰이 박 전 회장과 대질신문을 요구하자 거절하며 그는 “내가 대질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박 회장에게 이런저런 질문하기가 고통스러워서…”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게다가 권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사위 곽상언씨까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가족’이라는 불명예까지 덧칠해지자 그는 낙담했다. 검찰은 권 여사의 재소환까지 예고한 상태였다. 때문에 “몰랐다.”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서에서 “미안해하지 마라.”고 밝힌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진실을 지키기 위한 법정 싸움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검찰 소환 때처럼 경호원을 몰고 김해에서 서울까지 움직여야 하고, 구차한 변명을 반복해야 하고, 부인·아들·딸을 증인으로 불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무죄를 받는다 해도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삶을 더 이상 살기는 어려웠다. 그는 입버릇처럼 “농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고 말해왔다. 측근이 고통받는 것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퇴임 이후 재단 설립을 주도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구속되자 노 전 대통령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강 회장은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소리 내 울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벗어던지고 나서도 왜 내가 짐을 떠안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언론 보도로 그 말을 접한 노 전 대통령의 괴로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전직 대통령의 오욕과 비운의 역사를 끊어내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가 반복되는 현대사의 비극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했다는 것이다. 정은주 오달란기자 ejung@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저기 사람 지나가네” 시선 돌린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은 “담배 하나 있느냐…저기 사람이 지나가네.”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서 기구한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고, 권양숙 여사의 검찰 출두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자신도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것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담배 하나 있나” 회한에 찬 목소리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5시10분 유서 작성을 마친 뒤 조금 있다가 사저를 나섰다. 평소와 달리 경호관 1명만 그를 따랐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오르며 정들었고, 평소에도 가끔씩 오르던 뒷산을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주 찾던 ‘부엉이 바위’ 부근에 섰다. 경호관에게 회한에 찬 목소리로 “담배 하나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관은 “가져올까요?”라고 되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럴 필요없다.”고 짧게 응대한 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올라섰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환호의 귀향과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60여년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으리라. 노 전 대통령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을 바라보며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말한 뒤 곧바로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 깜짝 놀란 경호관이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경호관은 급히 병원에 연락을 하고 부엉이 바위 아래로 달려 내려왔다. 바위 아래 소나무밭에는 노 전 대통령의 처참한 모습이 고꾸라져 있었다. ●봉하마을이 훤히 보이는 바위에서 봉화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바위가 어우러져 경치가 빼어난 산이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도 자주 봉화산에 올라 마을 전경을 감상한다. 노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산 중턱의 봉화사에서 불공을 드렸고, 자신이 젊은 시절 고시 공부를 했던 곳이다. 봉하마을로 내려온 뒤에도 권양숙 여사와 함께 자주 산을 올랐다. 사저에서 봉화산 입구까지는 200여m. 사저를 나와 산 입구까지 가는 길은 감나무밭 사이로 평평하게 나 있다. 산 입구 왼쪽에는 농업용수로 쓰는 마을 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부엉이 바위는 주민들이 ‘부엉이처럼 생기고 부엉이가 많이 찾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두 개의 큰 바위가 겹쳐 있으며 직각으로 30여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바위 위에는 작은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다소 가파른 220m 등산로를 따라 130여m쯤 올라가면 바위틈 속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마애불이 나온다. 자연 바위에 조각된 좌불로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다. 마애불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 80m쯤 가면 부엉이 바위가 나온다. 나무다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320m쯤 더 오르면 봉화산 정상 사자바위에 이른다. 사자바위는 오른쪽으로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비롯한 봉하마을과 마을앞 들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빼어난 곳이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취재하기 위해 한때 카메라기자들이 진을 치던 곳이기도 하다.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 중간지점 뒤쪽에는 호미를 든 관음상이 우뚝 솟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릴 적 꿈을 키웠던 봉화산을 생의 마감 장소로 택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꿈을 이뤘으나 유년시절에 홀로 앉아 호연지기를 다졌던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림으로써 파란만장한 삶을 마쳤다. 김해 특별취재팀 ksp@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산행 나서기 30분전 컴퓨터에 유서 남겨

    투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평소 즐겨하던 독서도 못한 채 밤을 설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의 검찰 출두가 임박하자 극심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과 경호원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수일 전부터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사저 집무실에도 나오지 않았다. 한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웠다. 오랜 친구이자 고교 동창인 ㈜센트랄 강태룡(63) 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른 친구들이 잠시 만났는데 노 전 대통령이 무척 면목없어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정신적 압박감으로 몸무게가 많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거 하루 전인 22일 사저 움직임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이날 오후 평소 1~2명씩 퇴근하던 비서관과 사저 근무자들이 한꺼번에 6~7명 퇴근했고, 퇴근 시간도 평소에 비해 30분~1시간 정도 일렀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참모들을 사저에서 일찍 내보내고, 주변을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5시10분쯤 사저 안에 있는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유서가 최종 저장된 시간은 오전 5시21분이었다. 이미 자살 결심과 자살 방법을 굳히고 봉화산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유서는 한 비서관에 의해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중략).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화장해라. 운명이다.”라고 적혀 있다. 유서에는 노 전 대통령의 착잡한 심경과 함께 가족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는 대목에선 고향에 남고 싶은 심정을 드러냈다. 김해 특별취재팀 ksp@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저기 사람 지나가네” 시선 돌린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은 “담배 하나 있느냐…저기 사람이 지나가네.”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서 기구한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고, 권양숙 여사의 검찰 출두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자신도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것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담배 하나 있나” 회한에 찬 목소리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5시10분 유서 작성을 마친 뒤 조금 있다가 사저를 나섰다. 평소와 달리 경호관 1명만 그를 따랐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오르며 정들었고, 평소에도 가끔씩 오르던 뒷산을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주 찾던 ‘부엉이 바위’ 부근에 섰다. 경호관에게 회한에 찬 목소리로 “담배 하나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관은 “가져올까요?”라고 되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럴 필요없다.”고 짧게 응대한 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올라섰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환호의 귀향과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60여년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으리라. 노 전 대통령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을 바라보며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말한 뒤 곧바로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 깜짝 놀란 경호관이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경호관은 급히 병원에 연락을 하고 부엉이 바위 아래로 달려 내려왔다. 바위 아래 소나무밭에는 노 전 대통령의 처참한 모습이 고꾸라져 있었다. ●봉하마을이 훤히 보이는 바위에서 봉화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바위가 어우러져 경치가 빼어난 산이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도 자주 봉화산에 올라 마을 전경을 감상한다. 노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산 중턱의 봉화사에서 불공을 드렸고, 자신이 젊은 시절 고시 공부를 했던 곳이다. 봉하마을로 내려온 뒤에도 권양숙 여사와 함께 자주 산을 올랐다. 사저에서 봉화산 입구까지는 200여m. 사저를 나와 산 입구까지 가는 길은 감나무밭 사이로 평평하게 나 있다. 산 입구 왼쪽에는 농업용수로 쓰는 마을 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부엉이 바위는 주민들이 ‘부엉이처럼 생기고 부엉이가 많이 찾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두 개의 큰 바위가 겹쳐 있으며 직각으로 30여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바위 위에는 작은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다소 가파른 220m 등산로를 따라 130여m쯤 올라가면 바위틈 속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마애불이 나온다. 자연 바위에 조각된 좌불로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다. 마애불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 80m쯤 가면 부엉이 바위가 나온다. 나무다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320m쯤 더 오르면 봉화산 정상 사자바위에 이른다. 사자바위는 오른쪽으로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비롯한 봉하마을과 마을앞 들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빼어난 곳이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취재하기 위해 한때 카메라기자들이 진을 치던 곳이기도 하다.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 중간지점 뒤쪽에는 호미를 든 관음상이 우뚝 솟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릴 적 꿈을 키웠던 봉화산을 생의 마감 장소로 택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꿈을 이뤘으나 유년시절에 홀로 앉아 호연지기를 다졌던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림으로써 파란만장한 삶을 마쳤다. 글 / 김해 특별취재팀 ksp@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관련영상] ☞ 유서 “화장해라.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 충격과 비탄속 노 전대통령 시신 봉하마을에 ☞ 경찰, 盧 추모집회 봉쇄…시청역 ‘충돌’ ☞ 봉하마을 임시 분향소 조문 잇따라…일부에선 몸싸움도 ☞ 서울도 노 전대통령 추모 열기…‘촛불’ 켜졌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충격과 비탄속 노 전대통령 시신 봉하마을에

    23일 오전 9시30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는 이 날 오후 5시39분 경남 양산의 부산대 병원을 떠나 오후 6시30분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했다.운구는 도착 5분후 마을회관에 안치됐다. 유족과 참모진 등은 병원측 제공한 버스와 승용차 등을 나눠타고 운구차를 뒤따랐다. 유족들은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됐던 부산대병원에서 “봉하마을 진입로가 좁아 고민했지만,유족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상의해 빈소를 봉하마을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김경수 비서관,문재인 이병완 전 비서실장,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등은 봉하 장례식장에 모여 가족장으로 할 것인지,정부의 국장(國葬)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 등을 논의 중이다.유족들은 이날 모든 장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전 9시25분쯤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한 직후 실신했던 권양숙 여사는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쯤 의식을 되찾아 병원 11층 특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다음은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글을 쓸 수도 없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 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경찰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5시45분쯤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사저에서 나왔다.노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나오기 26분 전에 사저 안의 컴퓨터에 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노 전 대통령을 근접 경호한 경호관의 보고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 도착한 직후 경호원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다.경호원이 “가져올까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가지러 갈 필요는 없다.”고 막았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바위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이 말이 경호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노 전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이 시각이 오전 6시40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는 사저 뒤편에서 경사 40도 정도의 비교적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 해발 100여m 높이이고 사저와의 직선거리는 200여m다. 한편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은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과 관련해 “사건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화 한쪽과 피 묻은 상의를 발견해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수사 진행 과정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힌 뒤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사람은 이병춘 경호과장이며,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이 과장의 진술은 확보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적절했는지,이 과장이 막을 수 없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또 노 전 대통령 시신의 부검 여부에 대해서는 “유가족 및 검찰과 협의해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서 발견 경위에 대해서는 “유서는 이날 오전 5시10분쯤 컴퓨터 바탕 화면에 떠 있었으며,사고 이후 비서관에 의해 발견됐고 유서는 출력돼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에게 건네졌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양산 부산대병원 건물 부속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으며,앞서 허기영 부산대 법의학 교수 정재성 변호사 등이 입회해 검시한 결과 두개골 골절 및 다발성 장기 손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권양숙 여사는 이날 병원 귀빈(VIP)용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관련영상] ☞ 유서 “화장해라.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 경찰, 盧 추모집회 봉쇄…시청역 ‘충돌’ ☞ ’부엉이 바위’ 어떤 곳이길래 ☞ 봉하마을 임시 분향소 조문 잇따라…일부에선 몸싸움도 ☞ 서울도 노 전대통령 추모 열기…‘촛불’ 켜졌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주말 문화체험 장흥 갈까 헤이리 갈까

    주말 문화체험 장흥 갈까 헤이리 갈까

    ‘오픈 하우스(Open House)’는 초대하는 사람이나 초대받는 사람이나 가슴이 설렌다. 초대할 만큼 준비가 잘 됐는지 샅샅이 돌아봐야 하고,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로 가슴이 부풀기 때문이다. 문화동네로 탈바꿈하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 일대가 일종의 오픈하우스 행사를 한다. 예술마을인 파주 헤이리마을에서는 5개 갤러리가 연합해 처음으로 ‘예술과 공예 사이(Between Art And Craft)’전시를 열고 있다. ●장흥 오픈스튜디오·입주작가 특별전·공연 우선 가나아트갤러리가 미술 작가의 창작 지원공간으로 운영하는 장흥아틀리에가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한다. 영 친해지기 어려워보이는 미술작가의 작업실을 일반인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행사로 작가의 세계에 한걸음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오픈 스튜디오 행사는 아틀리에 시설을 관리하는 장흥 아트파크가 장흥면과 손잡고 ‘제5회 장흥 문화예술체험축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이다. 주말을 낀 23, 24일 장흥면 일대에서 벌어지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석철주, 유영운, 이상현, 윤병락, 정직성, 지용호, 권경엽, 김남표, 뮌, 박선기, 반미령, 배주, 하태임 등 54명과 양주시가 지난해 5월 수영장을 전환해 조각가 전용 아틀리에로 개설한 ‘양주시 장흥 조각아카데미’의 김상균 등 7명이 참여한다. 가나아트의 제2 장흥아틀리에 지하 전시장에서는 오픈 스튜디오 참여 작가들의 소품을 모은 특별전도 열린다. 가족모빌만들기, 가족정원만들기, 조각작품을 담은 색칠풍선만들기 등 예술체험행사도 즐길 수 있다. 오픈 스튜디오와 입주작가 특별전시뿐만 아니라, 공연도 준비돼 있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울 수 있다. 개막공연으로 23일 오후 5시30분 가수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을, 폐막공연은 24일 오후 7시에 동물원이 ‘함께 부르는 노래’ 공연을 장흥아트파크 공연장에서 연다. 특별공연으로 24일 오후 3시에 양주시립합창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도 준비됐다. 근처에 장흥자생수목원과 청암민속박물관, 송암스타스밸리 등도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축제기간 동안 청암민속박물관에서는 풍물엿장수 공연, 마술공연, 인형극공연, 사물놀이, 페이스페인팅 등도 마련했다. 축제기간 동안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천문대인 송암스타스밸리도 특별프로그램으로 ‘그래피티 아트와 비보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오픈스튜디오 문의 (031)877-0500, 장흥문화축제 문의(031)820-5790~6. ●헤이리 예술마을-금속·도자 등 연합 공예전 제목처럼 예술과 공예 사이를 넘나드는 금속, 도자, 목칠, 섬유, 유리 등의 다양한 공예작품이 헤이리 마을 5개 갤러리에서 열린다. 참여한 화랑은 갤러리MOA(031-949-3272), 리&박갤러리(031-957-7521), 리오 갤러리(031-946-3934), 아트팩토리(031-957-1054), 포네티브스페이스 (031-949-80 56)등이다. 공동추진위원회측은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 다양한 주변 매체의 융합 등을 통해 창출되는 21세기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공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참여작가는 이천수, 정해조, 최승천, 고성희, 오명희, 김재윤 등 27명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시청으로 돌진한 차, CCTV 영상 공개 화제

    시청으로 돌진한 차, CCTV 영상 공개 화제

    2008년 1월 7일 미국 캔사스주 위치토(Wichita) 시청으로 차를 몰고 돌진, 시청안 복도를 질주한 운전자 마커스 존슨(Marcus Johnsonㆍ33)의 재판이 확정되면서 당시 사건을 담은 CCTV 동영상이 공개돼 화제다. 이 동영상에는 시청 유리문을 통과하는 차량의 모습부터 담겨있다. 차량이 통과하는 순간 유리문은 산산 조각 났고, 유리문을 통과한 차는 시청 복도를 시속 45마일의 속도로 질주했다. 질주하는 차 앞으로는 간발의 차이로 충돌을 모면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차뒤로는 놀란 시청 경비원들이 차를 추적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복도를 질주한 차는 20만달러(한화 2억 5천만원)의 기물파손 피해를 냈다. 복도를 질주한 차량은 시청건물 반대편으로 나와 시청 주차장의 서쪽 벽과 충돌을 했고, 운전사는 체포됐다. 이 아찔한 소동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이번 소동의 이유는 너무나 황당하다. 당시 운전사 존스는 위치토 시내에 있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차안에 고음의 음악을 틀어 놓았고, 경찰은 음악소리를 줄일 것을 지시했다. 이후 경찰의 지시에 화가 난 존스가 차를 몰고 시청으로 돌진한 것. 존스는 법정에서 그날밤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고 그의 동생은 병원치료가 필요하다며 법정의 관대한 처분을 부탁했다. 그러나 법정은 존슨의 최종 변론을 인정하지 않았고, 시청에서의 기물 파손 및 인명 피해 가능성 그리고 체포된 후 경찰관 위협의 형법상 규정을 물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사진=CCTV동영상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형태(hytekim@gmail.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유서 “화장해라.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23일 오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이날 오후 5시 39분 부산대 병원을 떠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운구된다.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약 40분 뒤 봉하마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 전문이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를 나서기 26분 전인 오전 5시21분 컴퓨터 한글 파일에 마지막으로 저장한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빈소는 봉하마을에 마련될 예정이다.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봉하마을 진입로가 좁아 고민했지만,유족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상의해 빈소를 봉하마을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족과 김경수 비서관,문재인 이병완 전 비서실장,윤원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등은 장례식장에 모여 가족장으로 할 것인지,정부의 국장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 등을 논의 중이다.유족들은 오후에 장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오전 9시25분쯤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한 직후 실신했던 권양숙 여사는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쯤 의식을 되찾아 병원 11층 특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다음은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글을 쓸 수도 없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 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경찰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오전 5시45분쯤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사저에서 나왔다.노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나오기 26분 전에 사저 안의 컴퓨터에 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노 전 대통령을 근접 경호한 경호관의 보고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 도착한 직후 경호원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다.경호원이 “가져올까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가지러 갈 필요는 없다.”고 막았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바위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이 말이 경호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노 전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이 시각이 오전 6시40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는 사저 뒤편에서 경사 40도 정도의 비교적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 해발 100여m 높이이고 사저와의 직선거리는 200여m다. 한편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은 23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과 관련해 “사건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이는 등산화 한쪽과 피 묻은 상의를 발견해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수사 진행 과정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힌 뒤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사람은 이병춘 경호과장이며,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이 과장의 진술은 확보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적절했는지,이 과장이 막을 수 없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또 노 전 대통령 시신의 부검 여부에 대해서는 “유가족 및 검찰과 협의해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서 발견 경위에 대해서는 “유서는 이날 오전 5시10분쯤 컴퓨터 바탕 화면에 떠 있었으며,사고 이후 비서관에 의해 발견됐고 유서는 출력돼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에게 건네졌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양산 부산대병원 건물 부속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으며,앞서 허기영 부산대 법의학 교수 정재성 변호사 등이 입회해 검시한 결과 두개골 골절 및 다발성 장기 손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실신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권양숙 여사는 이날 병원 귀빈(VIP)용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나우뉴스팀 nasturu@seoul.co.kr [관련영상] ☞ 충격과 비탄속 노 전대통령 시신 봉하마을에 ☞ 경찰, 盧 추모집회 봉쇄…시청역 ‘충돌’ ☞ ’부엉이 바위’ 어떤 곳이길래 ☞ 봉하마을 임시 분향소 조문 잇따라…일부에선 몸싸움도 ☞ 서울도 노 전대통령 추모 열기…‘촛불’ 켜졌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행사 알림방]

    울산 오페라단 ‘마술피리’ 공연 ●울산문예회관 23일까지 소공연장에서 울산오페라단의 가족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용감한 타미노 왕자와 신비로운 마술피리, 어수룩한 새잡이 파파게노, 복수에 불타는 밤의 여왕과 그의 아름다운 딸 파미나 공주, 대제사장 자라스트로, 흑인노예 모노스타토스 등 다양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겪는 반전과 오해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VIP 3만원, 일반 2만원, 학생 1만원. 전화예매 10%, 단체 10인 이상 20% 할인된다. 예매문의 070-7574-7751·010-8259-6060. 가족뮤지컬 ‘피터팬’ 네 차례 공연 ●포스코 포항효자아트홀 23~24일 오후 3시·7시30분 네 차례 가족 뮤지컬 ‘피터팬’을 공연한다. 피터팬의 용기와 모험심, 그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이 극이 진행되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악당 후크 선장의 해적선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무대는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054)221-9755. 미술展 ‘금병산의 봄’ 28일까지 ●춘천여성미술작가회 회원전 22~28일 춘천미술관에서 ‘금병산의 봄 전(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유화 수채화 수묵화 등 회화작품을 비롯해 판화 조각 염직 도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 [피플 인 포커스] 印 4번째 연임 총리 만모한 싱

    [피플 인 포커스] 印 4번째 연임 총리 만모한 싱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한 국민회의당의 만모한 싱 현 총리를 차기 총리로 공식 지명하고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에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써 싱 총리는 인도 역사상 네번째 연임 총리가 됐다. 싱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전체 543석 중 262석을 확보한 UPA와 함께 정국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전망이다. 싱 총리는 이번 총선 압승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도가 5%대의 성장률을 보였던 것은 경제전문가로서 싱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 코넬대 코식 바수 교수는 최근 BBC에 실은 기고문에서 “인도 자본주의는 연고주의가 팽배했지만 싱은 중립성과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했다.”면서 “이를 통해 싱은 명성을 얻었다.”고 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경제학자로 1991년 재무부장관이 된 싱은 2004년 총리직에 올라 인구 11억 대국의 경제개혁을 이끌어 왔다. 차기 정부의 조각 작업도 본격화된다. 파틸 대통령을 면담한 싱 총리는 “차기 내각은 22일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가 새 정부의 각료로 인선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총선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네루-간디 가문의 황태자 라훌 간디의 입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프라납 무케르지 외무장관이 재무장관직을 맡아 경제 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는 싱 총리가 주도했던 빈민문제 해결과 양극화 해소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싱 총리는 집권 이래 도시빈곤층의 고용 안정과 농가 부채 해결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AP통신은 20일 보도했다. 자나르단 드위베디 국민회의당 대변인은 “싱 총리는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로 국가 안보와 사회안정을 꼽았다.”고 전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차기 정부가 조세개혁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면세 기준 인상과 부과급부세 폐지 등을 추진한다.”고 21일 보도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엄마, 저 그림 책에서 봤어요”

    “엄마, 저 그림 책에서 봤어요”

    미술에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엄마들은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초대형 기획 미술전시회에 자녀들을 데려오지만, 어린이들은 한 가지라도 더 설명하기 위해 필사적인 엄마를 피해 딴청을 피우거나 뛰어다니거나 그림 한 점을 1초도 안 쳐다보고 도망나가려고 한다. 엄마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하고 즐길지 몰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해외 명화나 우리 그림에 대해 소개하는 어린이 미술책의 출판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의 그림책들은 15~18세기까지 서양의 고전적인 그림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법을 주로 소개했다. 하지만 요즘 그림책은 동양미술과 21세기 현대미술까지 포괄한다. 또한 그림감상뿐 아니라 화가들의 삶까지 소개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그림감상에 생생함을 덧붙여 준다. ●클림트(루돌프 헤르푸르트너 글, 로렌스 사틴 그림, 노성두 옮김, 다섯수레 펴냄) 최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했던 클림트전을 마치 책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 평생 결혼은 안 했지만 13명의 자녀를 둔 클림트의 그림은 노출이 심하고 에로티시즘이 충만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책에서 가난한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 오스트리아를 알리는 대표적 작가가 된 클림트의 삶과 인생을 엿볼 수 있다. 1만원. ●재미로 북적이는 옛그림 길(최석조 글, 시공주니어 펴냄) 19세기 고흐· 르누아르는 알면서 조선시대 후기 풍속도로 유명한 화원인 김홍도나 신윤복을 몰라서야 되겠는가. 저자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명화들을 쉽게 설명했다. 김홍도의 ‘서당’ 그림뿐만 아니라 ‘무동’, ‘기와이기’와 윤두서의 ‘자화상’을 통해 서양과 다른 인물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림의 세부도가 그림보는 재미를 더한다. 1만원. ●어린이 미술관 1·2(어멘더 렌쇼 글, 이명옥 옮김, 사계절 펴냄) 15세기 다 빈치, 보티첼리, 라파엘로뿐만 아니라 20세기의 영국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팝아트의 ‘황태자’ 앤디 워홀, 사진작가 신디 셔먼 등 작가 60명의 작품 120여점을 소개했다. 구상 회화에서 추상·조각·판화·설치·행위미술까지. 나열식으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고민하게 했다. 각권 2만 9800원. ●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 미술관(박영대 글, 김용연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국내 현대 작가들을 소개한 어린이 그림책. 저자는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이자 광주교육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미술 전문가. 개념과 상상력으로 형성된 ‘어려운’ 현대미술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어린애 낙서같은 그림에서 작가의 철학을 찾아서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저자는 독자에게 생각의 길을 쉽게 열어준다.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죽창 찔린 의경 실명 우려

    “시위대가 터뜨린 소화기 연기를 뚫고 ‘죽창’이 날아들었죠. 방패로 막느라 정신이 없어 눈을 찔린 것도 몰랐습니다.”대전 민주노총 시위에서 부상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의경 강호경(21) 일경이 입원해 있는 21일 부산 동아대 병원 7301호실. 막내 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어머니 장순덕(50)씨의 시선을 받으며 강 일경은 16일 오후 6시쯤 대전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히 돌아봤다. 왼쪽 눈엔 플라스틱 안구 보호대를 두르고 있었다. 16일 민주노총 집회 진압에 투입됐던 전·의경 80여명이 부상당했다.강 일경은 당시 대열의 맨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얼굴 앞쪽에 보호철망이 달린 방석모를 쓰고 있었지만 대나무 끝이 철망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강 일경의 왼쪽 눈에는 대나무 조각과 깨진 방석모의 보호철망 조각이 박혔다. 당시만 해도 “일주일 더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집 부근 동아대병원에서 받은 정밀진단 결과는 전혀 달랐다.강 일경의 가족은 “눈동자 아래 뼈가 부러졌고, 눈물샘과 눈꺼풀 수술도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며 “특히 뼈 수술은 2주 안에 받아야 한다는데 수술 도중 눈동자가 파열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일경은 앞으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아야 한다. 왼쪽 눈으로는 바로 앞 손가락 개수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중요한 건 각막 봉합수술의 결과다. 노세현 동아대병원 교수는 “시력 회복 여부는 각막의 회복 정도에 달려 있다.”며 “각막의 상태를 지켜본 뒤 안와골(눈밑뼈) 수술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전·의경 부모들로 구성된 ‘전·의경 사랑 부모모임’은 21일 유태열 대전지방경찰청장을 항의 방문, 지난 16일 민주노총 집회 당시 진압복이 아닌 근무복 차림의 전·의경을 폴리스라인으로 내세운 데 강력히 항의했다.부산 김정한·대전 이천열기자 jhkim@seoul.co.kr
  • 한·미 실종미군 유해 첫 공동발굴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공동으로 6·25전쟁 중 실종된 미군의 공동 유해 발굴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양국 간 전사자 유해발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첫 공동 발굴이다.국방부 관계자는 19일 “주민 제보를 바탕으로 사전조사한 결과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굴되면 양국간 공동 작업을 통한 첫 미군 유해 발굴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고 밝혔다.대상 지역은 강원도 화천. 지난 1951년 미 제9단 예하 7사단과 24사단이 중공군과 격전을 치러 수많은 사상자가 난 곳이다.발굴 개시 후 이미 손가락 뼛조각과 ‘PARKER USA’ 문구가 선명한 만년필, 미군 군복의 단추 등 유품들이 발견됐다. 이로 미뤄 뼛조각이 미군 유해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생산연도가 ‘1944’, ‘1951’이란 숫자가 찍힌 탄피와 탄두도 발견됐다. JPAC는 미국의 힘을, 그리고 국가의 의무를 상기시키는 존재다. 모토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이다. 조국을 위해 희생된 미군을 찾아내 가족의 품에 돌려 보내는 게 JPAC의 임무다. 소장급을 사령관으로 450명의 전문 인력이 연간 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가며 활동하고 있다. 세계 어디든 미군이 참전한 곳이면 발굴단이 파견돼 구슬땀을 흘린다. 유해 발굴에 연간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한국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JPAC 파견팀의 발굴 책임자인 제이 실버스틴 박사는 “양국이 전체적으로 완벽한 팀을 이뤄 진행하는 첫 발굴 작업”이라며 “참전한 미군을 조국으로 되찾아오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매운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인류학자인 그는 2005년 북한에서의 유해 발굴에 참여했고 한국 발굴 작업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한·미 발굴 대상지는 강원 화천과 양구, 철원, 경기 연천 등 네 곳이다. 순차적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JPAC는 유해 발굴을 위해 법의학, 인류학자, 분석 및 의료담당 등 12명의 전문가를 파견했다. 국방부도 유해발굴감식단 전문요원과 장병 등 26명을 참여시키고 있다.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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