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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콜더의 모빌과 잡스/문소영 논설위원

    알렉산더 콜더는 ‘모빌’(mobile), 즉 움직이는 조각을 1930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다. 오귀스트 로댕이 건축물에서 조각을 독립된 예술로 분리해 근대조각을 이끌었듯이, 모빌의 탄생은 현대조각의 주요한 혁신이었다. 18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콜더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각가, 어머니가 화가인 예술가 집안이었지만 스티븐슨 공대에 진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결국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25살에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에 입학해 그림을 공부했다. 콜더는 1926년 파리로 가 철사와 천, 가죽, 고무, 코르크 등을 활용한 관절 인형을 만들어 두 시간짜리 ‘콜더 서커스’를 6년간 운영했다. 아파트 월세를 내려고 시작한 이 서커스로 화제를 모은 콜더는 자신의 몽파르나스 작업실을 찾아온 피터 몬드리안, 호안 미로, 장 아르프, 마르셀 뒤샹 등 당대의 화가들과 장 콕토 등 작가와 교류하게 된다. 특히 콜더는 1930년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해 흰 벽에 걸린 원색의 색면분할된 그림에 충격을 받았다. 몬드리안에게 “이 사각형이 움직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슬쩍 말할 정도였다. 이 만남 이후 콜더는 직접 추상화 20여점을 그리며 궁리를 한 끝에 ‘움직이는 그림’이자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을 만들었다. 철사에 매달려 바람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색색의 조각들을 보고 ‘모빌’이란 이름을 붙여준 이는 뒤샹이었다. 콜더의 모빌은 미로의 추상화를 감상하는 듯하기도 한데, 둘이 영향을 주고받은 덕분이다. 현대 조각사의 혁신은 이처럼 1920~30년대 세계 미술의 선구자들이 서로 만나 거리낌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전 세계에 ‘애플빠’를 거느리고 있는 스티브 잡스도 골방에서 나홀로 작업하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5년 선배이자 휼렛 패커드(HP) 직원인 스티브 위즈니악를 설득해 ‘차고 창업’에 끌어들이고, 마침내 최초의 개인용컴퓨터 애플Ⅱ를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애플이 제시한 아이폰의 혁신은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정보기술(IT)의 천재들이 이미 시장에 내놓은 기술 중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기술과 디자인을 골라 과거와 다른 상품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굴해 신기술과 접목하는 능력은 개방적인 교류와 소통에서 싹트는 것이 아니겠는가. 창조의 원천은 밀폐된 공간의 책상머리에 앉아 죽은 지식을 암기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콜더 전시가 ‘혁신’의 방식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포토] 조각미남 이현재,‘탑 비주얼’ 패션 화보

    [포토] 조각미남 이현재,‘탑 비주얼’ 패션 화보

    배우 이현재가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열린 2013 F/W 패션쇼‘플랙 진(PLAC Jeans)’ 행사에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서울 플러스]

    [서울 플러스]

    압구정로데오거리 상징물 제막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4일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상징조형물 ‘I Love You’ 제막식을 연다. 유명조각가 김경민씨의 재능 기부로 들어섰다. 작품 콘셉트는 ‘젊음·패션·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로데오다. 하트를 든 모습은 로데오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지로 역할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역경제과 3423-5490. ‘아름다운 미소사진전’ 공모 광진구(구청장 김기동) 오는 15일까지 ‘제15회 아름다운 미소사진전’의 작품을 공모한다. ‘미소 부문’과 ‘광진구 부문’으로 나뉜다. 금상에는 상금 500만원을 준다. 오는 25일 심사 후 입상자를 선정해 26일 구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문화체육과 450-7577. 공영주차 요금 5분 단위로 성동구(구청장 고재득) 이달부터 공영주차장 요금을 10분에서 5분 단위로 매긴다. 조례 개정안에 따라서다. 1~2분 초과해도 10분 단위 요금을 무는 것에 비해 합리적으로 바뀐 것이다. 직영 27개소, 위탁 4개소 모두에 적용된다. 도시관리공단 2204-7960. 약 봉투에 복약안내문 서비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 약사회와 함께 ‘따라가는 복약지도 서비스‘를 추진한다. 약 봉투에 인쇄된 복약안내문을 보고 약품 효능, 주의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70개 약국이 참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받아볼 수도 있다. 의약과 2147-3531. 9일 사육신 추모제향 행사 동작구(구청장 문충실) 주민, 유림대표 등 1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일 낮 12시 노량진 사육신공원에서 사육신 순절 557주년 추모제향 행사를 갖는다. 문 구청장이 초헌관, 사육신현창회 이철주 이사장이 아헌관, 홍운철 구의회 의장이 종헌관을 맡는다. 홍보전산과 820-1250.
  • [동양 사태] 금소원, 동양 사기성 CP 발행 의혹 수사 의뢰

    [동양 사태] 금소원, 동양 사기성 CP 발행 의혹 수사 의뢰

    동양그룹이 최근 급하게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사기성 CP 발행 의혹과 관련해 동양그룹 측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향후 추이에 따라 오너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및 최고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문제는 이 중 3분의2인 1000억원가량이 9월 들어 집중적으로 발행됐고 ㈜동양이 가진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발행됐다는 점이다. 동양시멘트는 지난 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ABCP는 휴지 조각이 된다. 동양시멘트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질지 몰랐던 동양증권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사기성 CP 발행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동양증권 노조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결정이 전략기획본부와 구조조정본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별도 법무법인을 선정해 현 회장 등 극소수만 알고 비밀리에 처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의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9월 추석 연휴 전날까지도 해당 CP를 팔아왔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허브센터에서 직원들을 모아 놓고 계열사 CP 판매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 신규 선임된 정 대표는 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노조는 2일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춘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날 오전 동양증권 전국 지점장들이 연판장을 돌린 데 이어 오후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전원 명의로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이날 동양증권 제주지점의 한 직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금소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사기성 CP 발행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동양시멘트는 고의로 법정관리 신청 대상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며 이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가 극심한 만큼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CP 발행 과정은 구자원(구속 수감) LIG그룹 회장 일가의 사기성 CP 발행 사례와 유사한 모습이다. 구 회장 3부자는 계열사인 LIG건설 분식회계 및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숨기고 2000억원대의 CP를 발행해 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구 회장은 지난 13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사기성 CP 발행 의혹으로 최근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LIG그룹 사기성 CP 발행 사건에서 피해자 변론을 맡았던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이대순 변호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상대적으로 탄탄한 동양시멘트나 동양네트웍스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판단해 꼼수를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급증하면서 동양그룹 사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양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소원에만 1만여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인터넷에서는 투자 피해자들이 모여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공동 대책을 만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1800여건의 피해가 신고돼 상담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어떤 여인의 고백’은 한 편의 연극 같은 영화다. 무대는 전쟁의 포화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죽음은 일상화됐다. 프레임 바깥에서는 시종일관 총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불에 탄 자동차를 장난감으로 여긴다. 이웃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면 “살아 있다”는 대답을 돌려준다. 여인(골쉬프테 파라하니)은 어떤 남자를 돌보고 있다. 여인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이 남자는 전장에서 총을 맞고 식물인간이 된 여인의 남편(하미드 드자바당)이다. 여인은 의식을 잃은 남편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속마음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런데 여인의 모놀로그에 담긴 감정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랜 차별과 폭력의 세월에 짓눌려 있던 여인의 이야기는 점차 한탄과 증오로 변해간다. 마을을 점령한 군인과 관계를 가지면서 여인은 성적으로도 각성하기 시작한다. 여인의 비밀이 담긴 이야기는 서서히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어떤 여인의 고백’은 2008년 프랑스에서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 ‘인내의 돌’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아틱 라히미는 1962년 아프간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침공 뒤인 1984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감독은 여인의 고백을 통해 그동안 말해지지 못했던 이슬람 여성의 억압과 고독을 고발한다. 여인의 고백에서 드러나는 아프간은 여성이 물건처럼 거래되고 극단적인 정조(貞操)를 요구받는 반인권적인 사회다. 시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며느리를 범하고, 생리는 불결한 것으로 치부된다. 차도르를 뒤집어 쓴 여인의 모습은 남성중심적인 이슬람 사회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가 현실을 과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연을 맡은 파라하니는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모국인 이란에서 입국 금지 통보를 받았다. 감독은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를 차용해 이야기의 주체를 전복시킨다. 이야기를 듣는 남편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 있고, 여인은 재미있는 이야기 대신 고통의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이 다르다. 남편은 ‘인내의 돌’이 된다. 감독은 이모의 대사를 통해 페르시아의 전설에 등장한다는 ‘인내의 돌’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고통과 비밀을 말하렴. 다른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을 들어주지. 그러다 어느 날 돌이 산산조각난단다. 그 순간 네 모든 고통이 사라질거야.” ‘인내의 돌’을 은유하는 영화의 시적인 결말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102분.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전통 나침반 ‘윤도’ 만드는 무형문화재 김종대씨

    [포토 다큐 줌인] 전통 나침반 ‘윤도’ 만드는 무형문화재 김종대씨

    윤도장(輪圖匠)은 우리나라 전통 나침반인 윤도(輪圖)를 만드는 장인(匠人)이다. 윤도는 작은 원반형의 대추나무 표면에 24방위를 나누고, 각 칸에 음양(陰陽)·오행(五行)·팔괘(八卦)·십간(十干)·십이지(十二支)를 주역(周易)의 원리에 따라 새겨 넣은 다음 그 한가운데 항시 남쪽을 가리키는 자침(磁針)을 올려놓은 형태의 나침반이다. 나침반(羅針盤), 지남철(指南鐵), 지남반(指南盤), 허리에 차고 다닌다 해서 패철(佩鐵)이라고도 한다. 윤도를 통해 지관(地官)들은 집터나 묘자리를 골랐고, 천문학자들은 시간과 별자리를 관측했으며 여행자들은 방향을 가늠했다. 김종대(81·중요무형문화재 110호)씨는 4대째 윤도 제작의 기법을 잇고 있는 국내 유일의 윤도장이다. 그가 살고 있는 전북 고창군 성내면 산림리 낙산마을에서 만든 나침반을 조선시대 지명을 따 ‘흥덕패철’이라고 불렀는데 방향이 정확하고 견고해 유명해지며 전통 나침반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윤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삼백 년은 넘은 속이 꽉 찬 대추나무를 구해 갈라지거나 틀어지지 않게 2~3년간 물에 불리고 건조시킨 뒤 원반형으로 납작하게 자른다. 그런 다음 작두를 이용해 가장자리를 깎아 판의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 등 준비 단계부터 녹녹지 않다. 이후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은 후 컴퍼스처럼 생긴 걸음새라는 전통 도구로 동심원을 그리고 칸을 일정하게 나누는 정간(定間) 작업을 한다. 동심원 1개를 1층이라 하는데 이를테면 다섯 개의 동심원 칸이 있으면 5층 윤도가 된다. 층수가 많을수록 십간·십이지·24절기까지 확장되고 세분화된다. 지관들은 보통 5층짜리나 9층짜리 윤도를 쓴다. 조각칼로 글씨를 새기는 각자(刻字) 작업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딱딱한 나무를 끌칼로 파내기도 어렵거니와 밑글씨 없이 단 한 번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백 자를 써 넣었더라도 마지막에 한 글자를 실수하면 전체 표면을 갈아 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방향타인 자침을 만드는 일은 윤도 제작 작업의 핵심이다. 철판을 두드려 펴고 줄로 갈아 만든 세침(細針)을 윤도판 정중앙에 삽입한 주석봉 위에 올려놓는데, 그 한가운데 구멍을 정교하게 뚫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과정은 숙련자만이 할 수 있다. 형태가 만들어진 자침은 숯불에 한 번 단련시켜 강도를 높이고 천연자석에 30분 정도 붙여 자성(磁性)을 입힌다. 신기하게도 이때부터 자침은 남북을 가리키게 된다. 자성을 띤 자침은 먹물을 입혀 검은 바탕 위에 백옥 가루를 개어 넣어 글씨를 도드라지게 한 윤도판 위의 둥근 홈에 놓여진다. 마지막으로 이 작은 원형 홈 위에 유리판을 덮으면 비로소 윤도가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에 사용되는 천연자석, 정, 송곳, 집게, 망치 등 대부분의 도구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200년은 족히 넘은 물건들이다. 과정에 공과 시간이 워낙 많이 들어가다 보니 부채 끝에 매다는 선추(扇錘)나 거울이 달려 있는 여성들이 사용한 면경철(面鏡鐵) 같은 작은 윤도를 만드는 데도 1주일 정도 걸린다. 지름이 20㎝가 넘는 큰 윤도는 4개월 이상 걸린다. 김종대씨가 큰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본격적으로 전수받은 것은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 때다.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윤도를 배운 김씨의 손재주를 알아본 큰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조카를 전수자로 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협에서 일하던 김씨는 운명적으로 이 업을 전수하게 된다. 이제는 윤도장의 맥을 그의 아들 김희수(53)씨가 잇고 있다. 대기업에서 20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 가업을 물려받은 그가 윤도 전수자가 된 이유는 유일하게 남은 윤도장의 맥을 잇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김씨 부자는 현재 패철(평철), 선추, 면경철, 거북이패철 등 규모가 작은 네 가지 윤도를 주로 만들지만 스케일이 큰 창작품도 병행해 제작하고 있다. 전통적인 도구 제작을 넘어 예술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윤도의 가격은 비싸다. 예쁘게 생긴 선추나 면경철도 40만원, 지관들이 주로 쓰는 5층 윤도는 오륙십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돈이 되지는 않는다. 찾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돈 주고 사가는 사람 별로 읎제. 가보(家寶)나 기념 선물로 사는 사람이 간혹 있고, 지관들이나 찾는 정도여. 한 번은 외국으로 시집가는 딸에게 결혼 선물로 사가는 아버지가 있었는디, 그게 기억에 남는구먼. 인생의 길 잃지 말고 방향 잘 잡고 살라는 의미 였겄제.” 김종대씨의 바람 중 하나는 무엇보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대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며칠 묵으면서 같이 작업도 하고 그랬을 때가 제일 재미있었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 김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전수자인 아들과 함께 고창의 작은 마을에서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힘이 다할 때까지 손때 묻은 도구를 내려놓지 않을 생각이다. 나이가 들며 기력이 떨어지고 손끝의 힘도 예전만 못 하지만 그의 눈빛은 식지 않는 열정과 함께 여전히 살아 있다. 글 사진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텅 빈 바다] 찰스 클로버 지음/이민아 옮김/펜타그램/452쪽/2만원 [플라스틱 바다] 찰스무어·커샌드라 필립스 지음/이지연 옮김/미지북스/470쪽/1만 8000원 위기에 처한 해양 생태계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기업형 어업이 야기한 수산물 남획으로 멸종 위기종이 속출하고, 플랑크톤보다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는 등 턱밑까지 다가온 바다의 재앙에 경고음을 울리는 현장 보고서다. 읽고 나면 식탁에 올라온 참치 캔 한 통과 물병 뚜껑 하나가 얼마나 바다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텅 빈 바다’는 영국의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하게 취재해 낱낱이 고발한 탐사 르포다. 지금까지 해양생태계의 문제는 대부분 산업시설의 독성물질이나 핵폐기물 무단 방출 등 해양오염의 측면에서 다뤄졌을 뿐 남획에 관한 문제의식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구상부터 출간까지 13년이 걸린 이 책에서 저자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던 남획의 폐해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저자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남획의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항으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의 글로스터 항구는 한때 그물을 펼치면 갑판 위에 물고기 떼가 파도처럼 쏟아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어획량 감소 탓에 도시 자체가 몰락했다.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약탈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얻기 위해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큰 물고기까지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대표적인 어업 방식인 트롤 어선들은 대형 그물들을 바다에 던져 주변 물고기를 싹쓸이한다. 현대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 어업이 횡행하면서 1950년대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t씩 감소해 왔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2048년쯤에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경제적 이익에만 급급한 트롤 어선과 선주들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과학자, 정보를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기관, 선거 때마다 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서 자국 어선이 해적질과 다름없는 불법 어업을 저질러도 눈감아 주는 유럽 원양 대국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또한 멸종위기 생선인 철갑상어나 참치 요리를 거리낌 없이 자랑하는 유명 요리사들과 생선을 먹을 줄만 알지 이런 사실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소비자들도 풍요의 보고이던 바다를 쇠락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2006년 영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루퍼트 머리 감독이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200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책 말미에 보론으로 실린 그린피스 활동가 박지현씨의 글은 세계적인 원양어업 국가인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남획 실태를 돌아보게 한다. ‘플라스틱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다룬 책이다. 비슷한 종류의 책이 이미 여럿 나와 있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최초로 발견해 플라스틱 해양오염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찰스 무어 선장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어 선장은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아름다운 수면 아래로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훗날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게 될,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하는 지구상 가장 큰 쓰레기장이었다. 이 발견을 계기로 평범한 시민이던 무어 선장은 해양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변모한다. 그가 미국 각지의 환경운동가, 학자, 시민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상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1998년 처음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양을 계량하기 위해 북태평양 한가운데서 무작위로 표본을 수집,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의 양은 플랑크톤보다 6배나 많았다. 10년 뒤인 2008년 조사에선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급증해 무려 46배에 달했다. 석유 추출물로 만든 플라스틱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같은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즐겨 먹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해양 생물과 거의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극지방의 이누이트족들에게서 화학물질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망치로 쳐도 끄덕없는 스마트폰 ‘액정 필름’ 공개

    망치로 쳐도 끄덕없는 스마트폰 ‘액정 필름’ 공개

    값비싼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액정필름 중 최강자가 나왔다.   최근 영국의 한 회사가 망치로 쳐도 스마트폰의 액정을 보호한다는 필름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라이노 쉴드(Rhino Shield)라는 이름의 이 보호필름은 0.29cm 두께로 이를 부착한 스마트폰은 딱딱한 바닥에 떨어져도 끄떡하지 않는다. 회사 측이 밝힌 이 보호필름의 충격 흡수 능력은 스마트폰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의 5배. 고릴라 글래스는 코닝에서 제조하는 디스플레이용 강화 유리 상표로 현재 아이폰과 삼성 스마트폰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 측이 공개한 실험 영상을 보면 9cm 높이에서 떨어진 255g짜리 쇠구슬에 맞은 고릴라 글래스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라이노 쉴드를 부착한 고릴라 글래스는 48cm 높이에서 떨어진 쇠구슬을 무사히 견뎌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인 에벌루티브 랩 측은 “아이폰5, 5S, 5C에 사용 가능하다” 면서 “부착이 용이하고 터치스크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가격은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로 조만간 다른 스마트폰 모델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길섶에서] 마리아관음/서동철 논설위원

    일본 나가사키의 니시자카 언덕은 1597년 가톨릭 선교사 6명과 신자 20명이 처형된 곳이다. 언덕 아래 ‘26인 순교 기념관’에서 가장 눈길을 붙잡는 유물은 마리아간논(觀音)이다. 불교의 관음보살과 많이 닮아 성모 마리아인지 알기 어렵다. 천주교 탄압에 따른 고심의 결과지만, 자비의 실천이라는 역할에서 성모와 관음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모셔진 관음보살은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불모(佛母)는 성모 마리아와 성모 이미지의 소녀상으로 명성을 날린 조각가 최종태다. 그는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이 이 상징적 불사를 그에게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신을 믿지 않아도 자신의 양심을 따르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라고 말해 뉴스의 초점이 됐다. 자신의 종교만이 구원으로 이끈다는 독선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길상사 관음보살의 정신이 바로 그렇다. 마리아간논의 의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와인이 이상해!” 경찰 부른 황당 손님

    주문한 와인에 코르크 조각이 있었다며 경찰을 부른 사건이 영국에서 가장 황당한 신고전화 중 하나로 뽑혔다.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이 와인잔에 떠 있는 코르크 마개 조각을 보고 직원에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적절하지 않은 신고는 벌금을 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맨체스터 경관 필 스퍼젼은 “이러한 전화는 정말 긴급한 전화를 방해한다”면서 “큰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것이 힘들어진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미술·전시]

    [미술·전시]

    이응노 ‘옥중화’ 등 270점 서면 경매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1960년대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대전교도소에 투옥됐던 이응노(1904~1989) 화백이 옥중에서 그린 수묵 드로잉 작품들이다. 130점이 나오며, 경매 추정가는 3000만~5000만원. 작가는 동양화의 필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전통성과 현대성을 접목시킨 작품 세계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김환기·천경자·박서보·이강소·김창열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270점도 출품된다. 이번 경매는 국내 처음으로 ‘서면 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02)2075-4434. 새달 30일까지 양대원 ‘오래된 눈물’ 다음 달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바나 미술관. 독특한 시각언어로 인간 내면을 탐구해온 작가가 또 다른 차원의 자기 성찰적 메시지를 드러낸다. 최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활동하며 준비한 ‘눈물의 숲’ 등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인간 내면에 천착하던 작가는 성찰의 범위를 사회와 국가, 인류로 넓혔다. 전시 제목 ‘오래된 눈물’은 슬픔의 역사를 뜻한다. 모든 불행은 언어에서 비롯된다는 작가의 주장이 담긴 ‘문자도’도 눈여겨봐야 한다. (02)736-4371.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개관 24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근린공원. 지상 3층, 지하 3층에 연면적 1만 7113㎡ 규모다. 1·2층 사진 갤러리, 지하1층 어린이 갤러리, 커뮤니티 전시실, 야외조각공원 등을 갖췄다. (02)2124-5248.
  • “여행 땐 새 문화 접한 듯하지만 서울 오면 결국 닮은 꼴”

    “여행 땐 새 문화 접한 듯하지만 서울 오면 결국 닮은 꼴”

    ‘그 여름 케이가 뉴욕에서 경험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확산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서양과 일부 아시아 국가의 중산층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나간 삶의 양식으로, 전후 부흥기가 남긴 마지막 한 조각의 케이크였다. 즉, 케이를 포함한 이 젊은이들은 20세기에 대량생산된 중산층의 마지막 세대, 혹은 몰락하는 중산층의 가장 첫 번째 세대였다.’(90쪽) 같은 브랜드와 같은 취향을 소비하며 빠르게 동질화되는 세계, 거듭되는 경제위기로 중산층이라는 안온한 요람에서 탈락하는 사람들, 출구 없는 세계에서 불안과 환멸에 사로잡힌 청년들…. 소설가 김사과(29)가 새 장편 ‘천국에서’(창비)에서 그린 오늘날의 세계상이다. 스물한 살이던 2001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극단적인 설정의 문제작을 잇달아 내며 문단의 ‘앙팡 테리블’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분노, 폭력, 분열증 등이 전작들에서 수렴되는 단어였다면 신작은 환멸, 냉소, 불안 등의 단어로 모아진다. 20대 중반 여대생 케이는 여름 한철 뉴욕에서 월가 점령시위와 슬라보예 지젝을 세련되게 소비하는 서머와 댄을 만난다. 소위 ‘힙스터’(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좇는 부류)들과 어울리며 한껏 고양돼 있던 케이는 한경희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서울과 광주, 인천을 떠돌며 여러 인물과 만나고 헤어지는 케이는 그들의 비루함과 진부함이 자신의 것인 것만 같아 불안에 떨고 속물적인 세계에 환멸을 느낀다. 작가는 여행에 대한 회의가 소설을 잉태했다고 했다. “뉴욕을 가나 유럽 어느 도시를 가나 여행을 떠나면 자기 딴에는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에 돌아오면 결국 닮은꼴이에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죠. 인종, 지방색, 국가라는 경계도 퇴색되고 세계가 하나의 계급 체계로 묶이고 있고요. 최상층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놀고 중산층은 그 밖으로 튕겨 나갈까봐 호들갑을 떨고 나머지 그 아래 사람들은 남아 있는 파이를 가지고 싸우고요. 그 속에서 환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흥미로운 지점은 이야기의 틈새를 중간중간 비집고 들어오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논평이다. 서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 “소설은 모든 장르를 다 포섭하는 복합장르라는 생각해요. 모든 걸 다 먹어치울 수 있는 잡식성이요. 그래서 저도 이번 소설에도 논평, SNS식 글쓰기 등 여러 형식을 동원해 봤어요.” 소설 속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출신 등을 쌓아 올리기 위해 그는 지난해 봄 뉴욕으로 ‘로케이션’까지 다녀왔다. 힙스터들의 구역인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등에 살아보기도 하고 힙스터 소설의 왕으로 추앙받는 타이완계 미국 작가 타오린의 소설과 블로그, 칼럼까지 섭렵했다.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의 반문화 운동을 살펴보려고 문화연구 책을 들여다보고 총기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서 미국 지역 라디오까지 찾아들었어요. 제가 너무 미국문화에 탐닉하니까 주변에서 ‘친미주의자’라고 놀릴 정도였죠.”(웃음) 환멸을 얘기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케이의 주변 인물들은 ‘넌 수족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압박하지만 케이는 그 경계를 스스로 지워낸다. “수족관이라는 건 우리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일 수 있어요. 존재한다고 여기면 강력한 힘을 끼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유로울 수 있는 거죠. 출신 배경이나 부동산, 취향 등이 사람을 결정하는 세상에서 개인도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망치도 견디는 최강 스마트폰 액정필름 공개

    망치도 견디는 최강 스마트폰 액정필름 공개

    값비싼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액정필름 중 최강자가 나왔다.   최근 영국의 한 회사가 망치로 쳐도 스마트폰의 액정을 보호한다는 필름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라이노 쉴드(Rhino Shield)라는 이름의 이 보호필름은 0.29cm 두께로 이를 부착한 스마트폰은 딱딱한 바닥에 떨어져도 끄떡하지 않는다. 회사 측이 밝힌 이 보호필름의 충격 흡수 능력은 스마트폰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의 5배. 고릴라 글래스는 코닝에서 제조하는 디스플레이용 강화 유리 상표로 현재 아이폰과 삼성 스마트폰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 측이 공개한 실험 영상을 보면 9cm 높이에서 떨어진 255g짜리 쇠구슬에 맞은 고릴라 글래스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라이노 쉴드를 부착한 고릴라 글래스는 48cm 높이에서 떨어진 쇠구슬을 무사히 견뎌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인 에벌루티브 랩 측은 “아이폰5, 5S, 5C에 사용 가능하다” 면서 “부착이 용이하고 터치스크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가격은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로 조만간 다른 스마트폰 모델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권력과 예술 사이 외줄 탄 한국미술단체 100년史

    권력과 예술 사이 외줄 탄 한국미술단체 100년史

    “‘서울비엔날레’가 지속되지 못한 건 (미술계 내부의) 권력 다툼 탓이었죠. 이로 인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제4집단’ 역시 굉장히 과격하게 활동하고 전국 읍·면 단위에서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니 정부에서 눈여겨보고 경찰이 따라붙었습니다.”(추상미술가 김구림) 1970년 태동해 우리나라 실험미술의 선구적 단체로 주목받던 AG. 서양화가, 조각가, 미술평론가들로 구성돼 1975년 해체될 때까지 전위를 표방하며 활동했다. 이 단체를 이끌던 김구림은 “어느 날 다방에서 김차섭, 곽훈, 최붕현과 넷이 만났는데 단체를 만들어 보자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면서 “다른 그룹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가,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 평론가까지 모두 끌어들였다”고 회상했다. AG는 이후 경복궁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미술 잡지를 펴낼 만큼 세를 불렸다. 이곳에서 미술 외에 음악, 무용,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진취적 단체인 제4집단도 파생된다. 제4집단은 “인간을 본연으로 해방한다”는 강령을 내세우고, 회장을 ‘통령’이라 부를 만큼 진보적이었다. 또 1960년대부터 미술계를 양분해 온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의 파벌을 타파하려 했다. 하지만 미술계의 진보적인 움직임은 분파가 생기면서 와해됐다. 단체를 지속하자는 파와 다른 단체를 만들자는 파로 나뉘면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AG가 이끌던 서울비엔날레도 결국 박서보의 서울현대미술제에 통폐합됐다. 1900~1999년 100년을 관통한 한국미술사의 흐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열 평론가는 “김환기나 이중섭같이 뛰어난 개인조차 미술 단체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성장했다”고 긍정한 반면, 고충환 평론가는 “(미술 단체는) 결과적으로 문화 권력의 형태를 띠고, 학연과 인맥 중심으로 미술판을 구조화하는 폐해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분명한 것은 이들 단체가 근현대사의 혼탁한 시기에도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고 작가정신과 시대적 화두를 미술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1910년까지 조선의 관립 미술기관이던 ‘도화서’ 이후 ‘서화협회’(1918), ‘신사실파’(1947), ‘현대미술가협회’(1957), ‘목우회’(1958), ‘AG’(1970), ‘현실과 발언’(1979) 등 수많은 단체가 부침을 거듭했다. 이 중 서화협회는 전국의 서화가를 포괄하는 최초의 종합미술단체였다. 국권을 침탈당한 뒤 근대 화가들이 주축이 돼 미술 활동을 펼쳤다. 이어 김창열·박서보 등이 참여한 현대미술가협회가 전후의 암담한 시대상을 스스로의 실존적 가치로 풀어냈다. 이 단체는 기성의 가치와 제도를 극복하려 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 운동이 주목받았다. 윤범모·최민 등이 참여한 ‘현실과 발언’이 대표 단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집대성해 ‘한국미술단체 100년’을 책으로 펴냈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주요 단체에서 활동한 작가 5명의 구술 채록 등이 실렸다.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단체들에 대한 평론가 및 미술사가 16명의 평가에선 AG가 12표(중복투표 허용)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에 꼽혔다.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전후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전위운동을 펼친 단체”라고 표현했다. 이어 민중미술 기반인 ‘현실과 발언’(11표), ‘서화협회’(10표), ‘신사실파’(5표), ‘현대미술가협회’(이상 4표) 등의 순이었다. 김달진 관장은 “최근 미술은 거대 담론이나 시대적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개인과 일상에 주목하는 추세지만, 미술 단체의 활동이 시대와 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형성했던 우리 미술의 역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국전 종전 50주년 기념우표 저작권 소송… 美 우정공사 7억 배상

    한국전쟁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7년간이나 이어진 소송에서 미 우정공사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미 연방청구법원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조각한 프랭크 게일로드(88)가 미 우정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소송의 배상금을 68만 5000달러(약 7억 4200만원)로 결정했다고 USA투데이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배상금이 우정공사가 해당 우표를 판매해 얻은 수익 540만 달러의 10%에 이자를 더해 산정됐다며 이는 지금까지 우정공사가 우표 저작권 배상금으로 지급한 금액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 최대 배상금은 5000달러에 불과했다. 7년 전부터 시작된 이 소송은 게일로드의 참전용사 기념비를 사진작가 존 알리가 촬영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아버지에게 선물하기 위해 촬영한 이 사진은 실제 병사를 촬영한 느낌이 들 만큼 생생해 2003년 한국전 종전 50주년 기념우표의 디자인으로 채택됐다. 우정공사는 알리에게 사진을 사용하는 대가로 1500달러를 지급했다. 이를 뒤늦게 안 게일로드는 자신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우표 순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달라고 요구했으나 연방청구법원은 우정공사가 알리의 사진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다며 저작권 보호에서 면제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2010년 원심을 뒤집고 게일로드가 어느 정도 배상을 받아야 하는지 산정하라며 사건을 연방청구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이번에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이다. 우정공사는 연방청구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상고 여부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퍼즐’

    [공연리뷰] 연극 ‘퍼즐’

    2002년 12월, 사이먼이라는 남자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나 병실에 누워 있다. 사이먼의 기억이 멈춘 곳은 2년 전인 2000년 10월. 연인이라는 여자는 사이먼이 협박에 의해 아내와 결혼했다고 주장하고, 아내라는 여자는 연인이 사이먼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한다. 사이먼은 연인과 아내, 모리스 의사의 말을 바탕으로 기억의 조각을 짜 맞춘 끝에 그의 형은 죽었고, 그는 2000년 10월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당해 같은 병실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실에서 그의 곁을 지키던 간호사 트레비스는 이 병원에 얽힌 섬뜩한 전설을 이야기하며 그를 공포로 몰아넣는다.연극 ‘퍼즐’은 사이먼이 잃어버린 2년간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퍼즐을 맞추듯 따라간다. 촘촘하게 짜인 미스터리와 결말의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 ‘아이덴티티’(2003)의 작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쿠니의 희곡 ‘더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이다. 2003년에는 라이언 필립이 주연한 영화 ‘디 아이 인사이드’로도 만들어졌다. 사이먼은 현재인 2002년과 과거인 2000년을 부단히 오간다. 2002년의 모리스와 트레비스는 2000년에는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고, 아내 안나와 연인 클레어는 2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사이먼이 이 병원에 오게 된 경위와 형의 죽음에 대한 말들을 쏟아낸다. 사이먼은 이 말들을 퍼즐 조각 삼아 2년간의 기억을 하나씩 맞추고, 현재에 벌어진 비극을 막기 위해 과거를 바꾸려 자신을 내던진다. 2002년과 2000년이 전환되는 과정의 연출은 더없이 매끈하다. 병실이라는 공간은 동일하게 놓고 시간만 바뀌도록 한 설정이 주효했다. 또 인물들이 모습을 바꿔 시간을 오가는 과정은 관객의 시야에 거슬리지 않게 처리됐고 소요 시간은 최소화됐다. 관객들은 2년이라는 시간을 단 1초 사이에 오가며 사이먼이 느끼는 혼란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을 맞추는 게 쉽지 않게 느껴진다. 희곡이 불친절하지는 않다. 비슷한 류의 영화에서는 단서가 되는 사물이나 대사를 클로즈업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연극은 단서를 스스로 캐치해야 하는 데서 기인한다. 관객들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쏟아지는 각종 효과음과 사소한 대사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90분간의 치열한 두뇌 게임 끝에 작품은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을 제 위치로 가져간다. 사실 상당수의 관객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온전히 맞추지 못한 채 객석에서 일어날 듯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더라도 마지막에는 모든 의문이 명쾌하게 풀리길 원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운 결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나와 집에 돌아가서도 퍼즐 맞추기를 이어갈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흥미거리를 던져준다. 11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해피씨어터. 전석 3만원. (02)766-600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특별한 재료·기교 쓰지 않고 생각하는 미술 일깨우죠”

    “특별한 재료·기교 쓰지 않고 생각하는 미술 일깨우죠”

    온통 하얀색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장 귀퉁이. 깨진 원목 책장이 비스듬히 놓여 있다. 금세 넘어질 듯한 책장을 위태롭게 떠받치는 건 나약해 보이는 각목이다. 나무와 합판, 못으로만 이뤄진 작품의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운동’. 바로 옆 바닥 위에는 관련 없어 보이는 나뭇가지, 각목, 구부러진 알루미늄 막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작품 제목은 ‘셋’. 작가는 “이 ‘셋’은 그중 한 요소인 나뭇가지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정서영(49)은 ‘개념 예술가’로 불린다. 백남준·김구림 등 ‘예술 테러리스트’의 맥을 잇는 국내 전위 작가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베니스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며 1990년대 중반부터 두각을 나타내 왔다. 그런데 마냥 단순해 보이는 작품이라도 그의 설명을 들으면 오히려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다. 최근 서울 시내 한 미술관에서 마주한 작가는 “예전 신문 오피니언 면에 실렸던 ‘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라는 기고문이 딱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특별한 재료나 기교를 쓰지 않아요.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통해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작품도 달라지는 겁니다. 현대 미술이 지닌 요소들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죠.” 현대 개념미술은 난해하지만 제대로 곱씹어 보면 의미가 남다르다. 대세는 ‘생각하는 미술’. 빼어나게 잘 그린 그림이나 아름다운 것을 원했던 관람객이라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는 “미술은 일반인과 전문가 구분 없이 어떤 형식의 구애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 드로잉, 퍼포먼스 등 16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조각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오는 11월 17일까지 일민미술관. (02)2020-2050.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깔깔깔]

    ●정신병원 정신과 의사가 회진을 돌다 한 병실에 들어갔다. 방 안의 환자 한 명은 바닥에 앉아 두 개의 나뭇조각을 꿰매는 척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두 발로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의사가 뭐하고 있느냐고 묻자 환자가 대답했다. “나뭇조각을 꿰매는 거 안 보여요?” “그럼 저기 천장에 매달려 있는 친구분은요?” “아~ 저 친구는 좀 미쳤어요. 자기가 전구인 줄 알고 있지 뭐예요.” “저런, 친구라면 다치기 전에 내려오라고 해줘요?” “뭐요! 그럼, 나는 깜깜한 데서 일하란 말이오?”
  • [기고] 북녘의 어머님 묘소가 그립습니다/림일 탈북작가

    [기고] 북녘의 어머님 묘소가 그립습니다/림일 탈북작가

    필자의 모친은 1990년대 평양에서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추석 풍경을 스케치하면 이렇다. 고위층 간부들은 추석날 아침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동상과 각 기관, 공공장소에 세워진 혁명사적비 앞에서 죽은 수령을 추모한 다음 관용차를 이용해 가족의 묘소를 찾는다. 군인과 대학생들은 단체로 대성산혁명열사릉(남한의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데 물론 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양시 교외에 있는 시립공동묘지에 안장된 조상의 묘소를 찾는다. 그것도 교통 사정이 안 좋아 많은 사람들은 3~4시간씩 걸어서 성묘를 가기도 한다. 눈에 확 띄는 것은 화물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해 성묘길에 나서는 성묘객들인데 그들은 정부 부처와 소위 ‘힘있는 직장’이라 불리는 특정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들이다. 평양에서는 추석 명절 배급으로 성묘를 가는 가정에 한해 술 1병과 두부 2모, 사과 3알을 1990년대 초까지 공급했다. 김일성 사망 후 발생한 ‘평양시 식량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산 사람 입에도 겨우 풀칠하는 형국이니 조상의 차례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1996년 추석 어머님께 올린 차례상에는 밥 한 공기, 돼지갈비 세 조각, 떡 한 접시, 생선 두 마리, 과일 몇 알 등이 전부였다. 이것도 아들 삼형제가 몇 주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 추석 때마다 성묘를 마치고 귀갓길 주변 묘지의 풍경을 보면 정말로 가관이다. 무덤 앞에 세워졌던 비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데 이유는 주변 건설장에서 자재 부족으로 자력갱생한다며 건설 인부들이 심야에 비석을 뜯어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겨울이면 너무 추워 나무로 만든 묘비도 서슴없이 뽑아 땔감으로 사용한다. 오래전부터 악화된 국가경제 사정으로 빚어진 비극적인 사회 풍경이다. 요즘은 아예 묘비를 세우지 않고 봉분도 작게 만들며 벌초는 보통 당일에 한다. 또한 시신을 넣을 관이 없어 그냥 헝겊으로 말아 매장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더 놀라운 일은 여름철 홍수나 산사태가 나면 묘소가 쉽게 떠내려가며, 수년이 지나면 같은 자리에 다른 묘소가 들어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로 해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필자는 대한민국에 와서야 인간의 존엄을 알았다. 실종자 시신을 찾으려고 하늘에 헬기를 띄우고 수백 명의 인력이 동원된다. 무궁화로 꾸며진 제단에 고인의 사진이 모셔지며, 시신을 넣은 관이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영면의 장소로 가는 모습을 수차례 보았다. 그럴 때마다 뭉클함을 느끼며 민주주의 국가야말로 인간의 생명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사회임을 분명히 알았다. 명과 암의 거울인 남북한 두 사회를 살아 본 필자는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사는 동안은 물론이요, 죽음까지도 좋은 곳에서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고인이 저승에서 행복하고 이승에 남은 이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목숨보다 소중한 자유를 찾아온 서울에서 어느덧 열일곱 번째 추석을 맞는다. 고향에 계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머님의 묘소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 [지상파 하이라이트]

    ■가을의 전설(KBS1 밤 12시) 미합중국 정부의 인디언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윌리엄 대령은 퇴역 후 몬태나에 정착해 목장을 짓고 살아간다. 장남 알프레드와 막내 새뮤얼, 거칠고 자유로운 성격의 둘째 트리스탄이 윌리엄의 세 아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뮤얼이 아름다운 약혼녀 스잔나를 데려오면서 평화로운 윌리엄 가족에게 비극과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힐링투어 야생의 발견(KBS2 밤 8시 30분) 홀로 유난히 바다 쪽으로 튀어나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독곶. 이곳에는 우뚝 솟은 황금산과 해송 및 야생화로 꾸며진 황톳길, 파도가 조각한 코끼리 바위로 장식된 해변과 우윳빛 몽돌이 자그락대는 몽돌해수욕장 등이 펼쳐져 있다. 다채로운 풍경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탤런트 한영과 그의 친구 은주씨의 첫 여정이 시작된다. ■사건파일 팩토리(MBC 밤 9시 30분) 지난 8월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트린 ‘영주 동거녀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죄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김씨가 동거녀 조씨를 살해하고 사라진 것이었다. 24시간 위치 추적을 받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어떻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주할 수 있었던 걸까. 프로그램은 전자발찌 관리의 문제점을 다룬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5시 35분) 13개월 지후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엄마 가슴 확인하기다. 지후는 깨어 있는 동안 엄마의 가슴을 만져보고 빨아보는 것도 모자라 자다가도 몇 번씩 깨 엄마 젖을 물어야만 편안하게 잠을 잔다. 게다가 밥상에 앉기만 하면 울고불고하고 입에 밥이 들어가면 퉤퉤 뱉으며 물건을 마구 던지기까지 하는데…. ■명의 3.0(EBS 밤 9시 50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노후에 가장 피하고 싶은 질환으로 치매가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58만명에 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과연 어떤 질환일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가족에게 찾아올 수 있는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OBS 금요시네마-황시(OBS 밤 11시 5분) 1937년 중국과 일본군의 무자비한 학살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인 종군기자 조지 호그는 일본군에 붙잡히고 만다. 하지만 게릴라 부대의 리더인 잭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그의 권유로 황시라는 곳을 찾아간다. 황시는 전쟁으로 가족과 집 모두를 잃고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60명의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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