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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oT·AI·로봇 미래를 여는 3대 키워드… ‘손정의 비전 펀드’ 4차 산업혁명 승부수

    IoT·AI·로봇 미래를 여는 3대 키워드… ‘손정의 비전 펀드’ 4차 산업혁명 승부수

    자이니치 3세인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탁월한 안목으로 투자와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소프트뱅크를 일본의 통신회사를 넘어 세계적 ‘정보혁명 회사’로 키워 냈다. 자신도 자산 212억 달러(약 24조원)로 세계 34위(포브스 2017년 기준)이자 일본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했다.그런 손 회장이 ‘인생 최대의 승부’를 걸었다. 지난 5월 20일 출범시킨 초대형 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1000억 달러(약 113조원)라는 전대미문의 규모는 손 회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소프트뱅크(250억 달러 투자)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450억 달러 투자)가 주도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애플, 폭스콘, 퀄컴, 샤프 등이 참여한 이 펀드는 전 세계 스타트업에 속속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7’ 콘퍼런스에서 “사물인터넷 (IoT)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IoT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인공지능(AI)의 진화다. IoT 시대에 인류와 공존하는 것은 AI를 대비한 스마트로봇”이라면서 미래의 키워드를 IoT, AI, 로봇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손 회장이 ‘비전 펀드’로 투자한 회사들을 살펴보며 그의 미래 전망을 가늠해 본다.●‘버티컬 파밍’ 스타트업 플렌티 2014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업가 매튜 버나드와 식물과학자 네이트 스토어가 공동 창업한 농업 스타트업이다. 작물을 실내에서 수직으로 세워 재배하는 ‘버티컬 파밍’이 특징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남부 5만 2000㎡ 규모의 실내 농장에서 6m 높이의 기둥을 세워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시스템을 이용해 각각의 작물에 맞게 빛, 공기, 습도, 영양분을 제공한다. ‘버티컬 파밍’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높아진다. 일부 작물의 경우 전통적인 재배 방식보다 350배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농업용수도 기존의 1%밖에 들지 않고 폐쇄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살충제를 쓸 필요도 없다. 플렌티는 전 세계 대도시 근처에 농장을 만들어 도심 슈퍼마켓에 곧바로 배달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비전펀드는 플렌티에 2억 달러(약 2270억원)를 투자했다.●로봇 두뇌 ‘브레인OS’ 만드는 브레인코프 브레인코프는 2009년 미 샌디에이고에서 컴퓨터 신경과학자 유진 이지케비치가 설립한 회사로, 각종 기계들을 자동화할 수 있는 로봇 두뇌를 개발한다. 브레인코프의 주요 제품은 ‘브레인OS’라고 하는 운영체제다. 브레인OS는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OS가 하는 역할과 같다. 시중에 판매되는 하드웨어와 센서를 사용해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 브레인OS를 장착한 첫 번째 상업 애플리케이션이 바닥청소 로봇이다. 이 로봇은 슈퍼의 통로를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다니며 바닥을 청소한다. 또 브레인OS는 자율주행 로봇이 사람 가까이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할 수도 있는데, 이런 능력은 로봇업계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유진 이지케비치는 주장한다. 그는 “미래의 로봇은 우리를 돌봐 주는 똑똑하고 자율적인 기계일 것이고, 그 로봇은 오늘날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당연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브레인코프는 비전펀드로부터 1억 14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받았다.●대규모 가상현실 실현하는 임프로버블 임프로버블은 201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허먼 나룰라와 롭 화이트헤드가 만든 회사다. 임프로버블은 가상현실(VR)을 만드는 ‘스페이셜OS’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했다. 2015년 처음 공개돼 지난 2월에 베타 버전이 나왔다. ‘스페이셜OS’의 장점은 기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가상세계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기존의 다중접속(MMO)게임은 참가자들을 여러 개의 서버에 나눠 관리했기 때문에 각각의 무리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게임을 했다. 대신 스페이셜OS는 클라우드 컴퓨팅(정보처리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술), 블록체인 기술(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온라인 네트워크상의 컴퓨터에도 똑같이 기록을 보관하는 기술) 등을 사용해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같은 가상현실에 있을 수 있도록 했다. 임프로버블의 기술은 앞으로 학술기관의 연구나 지방자치단체의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이 적자를 면치 못한 이 작은 기업에 5억 달러(약 5700억원)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차세대 먹을거리로 지목한 차량공유 서비스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데, 임프로버블의 가상현실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 한 방울로 암 발견할 수 있는 ‘가든트헬스’ 2012년 바이오테크 기업인인 헬미 엘토키와 아미르 알리 탈라사즈가 공동 창업한 가든트헬스는 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Liquid biopsy)’이란 방법으로 주목을 받는다. ‘가든트360’이라는 이름의 이 검사 방법은 혈액에 돌아다니는 유전자 속 암세포 조각을 발견해 이를 분석한다. 신체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야만 하는 기존의 암 검사보다 훨씬 간단하고 편리하게 암을 발견할 수 있다. ‘가든트360’은 2014년 시작된 뒤 4만명이 경험했다. 액체 생검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든트헬스는 향후 5년간 100만명의 사람들에게 액체 생검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로 소프트뱅크에서 3억 5000만 달러(약 4009억원)를 투자받았다. ●자율주행·모바일 반도체 등 다양한 곳에 투자 이 밖에 자율주행 데이터를 분석하는 스타트업 나우토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 5900만 달러(약 182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 중 일부가 비전펀드에서 나온 것이다. 나우토는 차 안팎에 달린 카메라로 운전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기록, 운전자들이 특정 상황에 집중력을 잃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면 AI가 이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이 데이터가 자율주행차의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실리콘밸리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OSI소프트, 600여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값싸게 인터넷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가진 통신위성 회사인 원웹, 영국의 모바일 반도체회사 ARM, 대학생들에게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하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개인 파이낸스 회사 소피 등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았다. 앞으로 비전펀드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 그룹에 25억 달러(약 2조 9000억원), 미국 스포츠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파나틱스에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비전펀드 투자를 제외하고 손 회장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업체는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분 매입을 제안했다고 WSJ는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중국 디디추잉, 싱가포르 그랩택시, 인도 올라 등 아시아 최대의 3개 차량공유 업체의 지분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차량공유 업계에서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세계 시장까지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식음료 특집] 배스킨라빈스, 4색 아이스크림 케이크 ‘달콤상큼 여름 나기’

    [식음료 특집] 배스킨라빈스, 4색 아이스크림 케이크 ‘달콤상큼 여름 나기’

    배스킨라빈스는 여름을 맞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신제품 4종을 출시했다. ‘알로하 망고’, ‘알로하 파인애플’, ‘알로하 샤베트’, ‘알로하 트로피칼 바 케이크’ 등으로 가볍고 상큼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들어갔다. 특히 열대섬에서 휴가를 즐기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피규어로 케이크를 장식해 여름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알로하 망고’는 망고 아이스크림과 망고 잼을 올려 망고의 달콤함을 그대로 담은 제품이다. 통기타를 들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무지’ 피규어와 꽃 모양 머랭 쿠키로 꾸며 열대섬의 느낌을 살렸다. 레인보우 샤베트,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체리쥬빌레 등 총 8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알로하 파인애플’은 둥근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위에 망고 쿠키 크런치와 파인애플 잎 모양 장식물을 얹어 파인애플의 질감과 모양을 표현했다. 훌라댄스를 추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어피치’ 피규어로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애플민트, 레인보우 샤베트, 엄마는 외계인 등 총 6가지 맛으로 만들어졌다. ‘알로하 샤베트’는 피나콜라다, 메론코코넛, 애플민트, 오렌지샤베트 등 네 가지 맛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케이크다. 둥근 모양의 케이크 조각 위에 과일 모양 초콜릿 장식물과 아이스크림 미니 바이트를 얹어 과일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애플민트를 제외한 세 가지 맛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에서만 맛볼 수 있다. ‘알로하 트로피칼 바 케이크’는 시원한 열대섬에서 휴가를 즐기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아이스크림바로 꾸며진 케이크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등 총 10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알로하 망고’, ‘알로하 파인애플’, ‘알로하 샤베트’의 가격은 2만 6000원으로 같고 ‘알로하 트로피칼 바 케이크’는 2만 9000원이다. 8월 말까지 ‘알로하 망고’와 ‘알로하 파인애플’은 2000원 할인된 2만 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유난히 무더운 올여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 - 제주 이중섭 미술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 - 제주 이중섭 미술관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외로웠다. 죽을 때까지 혼자였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외롭게 죽을 운명이라고 낙담하였던 세계적인 조각가 쟈코메티(1901-1966)보다도 더 빨리, 더 고독하게 죽었다. 그가 서귀포 구석진 바람벽, 휘뚜루마뚜루 써 놓았던 시(詩), ‘소의 말’에서도 삶은 그에게 이미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 되어 있었다. 한국전쟁의 전화(戰禍)를 피해 원산에서 내려온 그의 가족들은,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 서귀포의 무너진 돌담집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 이 곳에서 한라산의 성근 부추를 뜯고, 해초(海草)나 게를 잡아먹는 가난한 생활을 하였지만 두 아들, 아내와 함께하는 모처럼의 단란한 시간도 누린다. 서귀포 생활은 그늘진 그의 운명이 허락한 마지막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그때의 그는 몰랐으리라. 제주 이중섭 미술관이다. 이제서야 그의 삶은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들 한국의 반 고흐, <소>그림에 빠져버린 민족화가, 온갖 기행을 일삼던 경제관념 없던 미치광이 화가,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던 은지화(銀紙畵)의 선구자 등등 그를 수식하는 용어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로운 화가였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출생한 그는, 아버지는 없었으나 어머니, 형, 누이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부유하게 성장한다. 이후 3.1운동 당시 33인의 민족지도자 중 한 명인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五山學校)에 진학하면서 그의 삶은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된다. 당시 오산학교는 홍명희, 조만식, 김억, 염상섭 등과 같은 당대 내로라하는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끌어가던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명문 학교였다. 더구나 미국 예일 대학에서 수학했던 화가 임용련(任用璉. 1901~ ? )이 미술선생으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1930년대의 서구 미술의 주류 중 하나였던 입체주의와 표현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이 이중섭에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산학교 졸업과 일본 유학생활 이후, 그의 그림은 입체주의와 표현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야수파적인 매우 강렬한 색채와 선묘 위주의 특이한 조형 감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비록 감각은 서구적이었으나 소재는 민족적인 정서를 담고 있었는데 주로 소, 닭, 어린이, 게, 가족 등의 일상적인 그림을 서정성을 지닌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타내었다. 그의 대표작인 <소>, <흰소>, <투계>, <집 떠나는 가족>,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바다가 보이는 풍경> 등은 이렇듯 서구적인 조형성에 한민족 삶의 원형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들로 볼 수 있다. 이중섭의 삶은 한국전쟁의 참화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하였다. 그를 아끼며 든든한 경제적, 정서적 후원자였던 어머니와 형, 누이를 고향에 남겨두어야 했다. 또한 ‘아고리’라는 애칭으로 그를 각별히 사랑했던 아내 마사코(山本方)와 두 아들마저 생활고로 인해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그는 부산과 통영의 부두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담배곽에 싸여 있던 은박지를 뜯어 그림을 그려야만 했고, 늘 일본의 가족을 그리워했다. 1955년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전시회를 미도파 백화점에서 열게 되었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후 그는 대구 성 누가 정신병원을 거쳐 1956년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간장염으로 만 40세에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처음부터 밀린 병원비 독촉장이 전부였다. 그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SOS...SOS...언제나 건강하고, 다정한 당신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기쁘기 그지없겠습니다.....“ <제주 이중섭 미술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제주도 서귀포 일정이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064-760-3567) 4. 감탄하는 점은? - 이중섭 미술관 주변의 벼룩시장.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미술관 규모로서는 아담한 편. 레플리카(복제화) 외에도 좀 더 많은 진품이 소장되기를 6. 꼭 봐야할 그림은? - 황소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 약 1 시간 정도.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culture.seogwipo.go.kr/jslee/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제주 올레 6코스, 쇠소깍, 천지연폭포, 외돌개, 소암기념관, 서귀포시기당미술관, 서복전시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이중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 미술관 주변 거리의 벼룩시장이 볼만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세종로의 아침] 바람직한 공공미술이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바람직한 공공미술이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의 카셀과 뮌스터에서 현대 미술의 빅이벤트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10년 만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세 개의 미술축제를 모두 돌아보는 ‘그랜드아트투어’ 대열에 동참했다.베니스비엔날레는 이전에 취재한 경험이 있지만 카셀과 뮌스터를 ‘100일간의 미술관’으로 만드는 도쿠멘타와 조각 프로젝트는 처음이어서 기대가 컸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특히 더 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인 10년을 주기로 하는 행사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 건지, 인구 30만이 채 안 되는 보수 성향이 강한 도시가 어떻게 그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실험적인 공공미술 행사를 이끌어 가는지, 단지 5차례의 행사가 열렸을 뿐인데 뮌스터를 ‘공공미술의 성지’로 만든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뮌스터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공공미술 작품들 자체가 그 답이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행사 때마다 반응이 좋은 작품을 구입해 퍼블릭 컬렉션으로 시내 공공장소에 영구 설치하는 방식을 취한다. 도시 곳곳에 설치돼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예술이 도시인의 일상에서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딱 그 장소에 어울리는 작품들은 호숫가, 공원, 대학 캠퍼스, 버스 정류장, 어린이 놀이터, 건물 사이의 작은 광장 등 시민들이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에 원래부터 있었던 듯이 자연스럽게 흡수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저드, 다니엘 뷔랭, 클래스 올덴버그 등 대가들의 작품은 평범한 공간과 환경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바람직한 공공미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뮌스터시는 ‘일상성과 특별함의 조화’를 해답으로 제시한 셈이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현대 추상조각에 대한 뮌스터 시민의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공공 공간과 예술의 공공성 문제를 놓고 40년 동안 끈기 있게 시민들을 설득한 뮌스터시의 뚝심이 참 대단하다. 뮌스터시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큐레이터인 카스퍼 쾨니히의 존재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쾨니히는 뮌스터 시민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열린 첫 회부터 5회째인 이번까지 40년 동안 조각제를 이끌어 오고 있다. 쾨니히는 공공미술을 기획하고 설치하는 데 예술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이 놓이는 장소적 특성과 공간의 역사성, 그리고 받아들이는 대중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예술작품이 삶의 공간에 녹아들고, 그럼으로써 삶의 공간이 예술이 된 공공미술의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의 공공미술은 어떤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흉물’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건물 앞, 광장, 교각 등 공공장소에 수없이 서 있다. 얼마 전 서울역 앞에 설치됐던 ‘슈즈트리’처럼 눈 뜨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 수준인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들의 수준과 취향, 장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뿐인 공공미술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lotus@seoul.co.kr
  • 솔비 그림 경매 “기존 작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 추정가 보니

    솔비 그림 경매 “기존 작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 추정가 보니

    가수 솔비의 작품 ‘메이즈(Maze)’가 국내 미술 경매 시장에 나온다. 솔비의 그림이 국내 미술 경매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에서 처음으로 경매 될 솔비의 작품은 셀프 콜라보레이션 두 번째 시리즈 ‘블랙스완’ 중 하나인 ‘메이즈’다. 지난 2016년 3월 전시, 판매된 작품이다. 추정가는 600만~1000만원으로 시작가 600만원부터 경매가 진행된다. 솔비의 셀프 콜라보레이션 시리즈는 음악을 미술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가수 솔비, 화가 권지안이라는 두 개의 자아가 협업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으로, 솔비가 직접 붓이 되어 안무를 통해 선과 색으로 캔버스 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추상 작업이다. 기획자 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 미술관계자는 “솔비는 가수라는 자신의 본래 직업과 삶을 미술과 결합시킨 형태로 작품 활동을 펼친다. 다른 아트테이너와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이다. 기존 작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며 “솔비의 작품이 미술 시장에 통할 수 있을지 이번 경매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파리1대학교 조형예술박사 김택기 조각가는 솔비의 새로운 예술적 시도에 대해 “새로움이라는 작품의 생명력은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열정적으로 드러날 때 집중하게 되는데 솔비 안에 내재돼 있는 강렬한 에너지가 드러날 뿐 아니라 지극히 독립적인 미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솔비의 ‘메이즈’ 외에 박선기, 도성욱, 이호련, 카우스(KAWS)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출품 된 이번 옥션블루 경매의 프리뷰 전시는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블루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사진 = M.A.P 크루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특별전 개막

    20회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참여 작가 특별전시회가 16일 이천아트홀 아트 갤러리에서 조병돈 이천시장을 비롯한 문화예술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올해 심포지엄 참여 작가 9명 등 36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달 2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시회는 36점의 조각 작품을 선보여 조각예술의 진수를 보여 줄 전망이다. 김영란 이천조각협회장은 “이천시가 조각예술의 도시임을 알리는 목적으로 계획했다”며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조각예술을 통해 이천시민 모두가 행복한 삶이되기를 바라는 의미도 담았다”고 특별전시회 의미를 전했다. 조병돈 시장은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과 함께 특별전시회를 개최해 조각도시 이천의 예술혼을 극대화하고 이천시가 창의도시로서 대한민국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현장 행정] 할 말 하는 아이들… 할 일 하는 강서구

    [현장 행정] 할 말 하는 아이들… 할 일 하는 강서구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들어 주세요.” “어른들이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해 주세요.”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화곡6동 주민센터 앞 소공원은 아이들의 바람으로 가득했다. ‘아동친화도시 만들기’ 행사에 참석한 초·중·고등학생 100여명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아이들 의견 하나하나를 귀 기울여 들었다. 한 여고생이 노 구청장에게 “학교 주변 가로등이 어두워 늦은 시간 귀가할 땐 무섭다”며 “좀 더 밝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노 구청장은 “구에서 추진하는 ‘좋은 빛’ 사업을 통해 지난달까지 400여개의 발광다이오드(LED)등을 초·중·고 주변 골목길에 설치했고, 내년에는 500개를 추가 설치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학교 주변을 아주 밝게 만들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공원 옆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 자신들이 바라는 지역의 미래상을 그림, 조각, 사진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강서구가 민관 협치를 기반으로 만 18세 미만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아동친화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생존·발달·보호·참여를 아동·청소년 4대 권리로 정하고 1900억원을 투입, 132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4월엔 초·중·고등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아동친화도시 조성 방법을 설문조사했다. 놀이터 놀이기구 개선, 청소년 직업체험 기회 제공,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다양화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구청장에게 직언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참여위원 46명도 위촉했다. 이들은 최근 노 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어린이 전용 구청 홈페이지 구축과 아동 인권침해 때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신문고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구 관계자는 “어린이 전용 구청 홈페이지는 아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싣기 위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고, 어린이 신문고는 소관 부서에서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구는 다음달 아동 권리를 옹호하고 대변할 ‘옴부즈퍼슨’을 부구청장 직속 독립기구로 신설한다. 옴부즈퍼슨은 아동학대, 방임 등 아동 권리 침해를 감시하고, 아동 의견을 구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강서구는 2015년 7월 ‘전국 아동친화도시 지방정부협의회’에 가입했다. 지난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요청하는 인증신청서와 거버넌스보고서를 제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 조성은 당사자인 아이들과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게 핵심”이라며 “민관 협치를 통해 아동행복 1번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밟혀도 일어나는 위안부 그 너머의 삶

    밟혀도 일어나는 위안부 그 너머의 삶

    유난히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계집아이 옥선이가 있다. 오남매 중 둘째다. 오빠 하나 학교 보내기도 빠듯한 터라 애원하고 울어봐도 별무소용이다. 아버지가 허리 다치며 형편은 더 어려워져 우동가게에 수양딸로 보내진다. 사실, 팔려간다.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뻐했는데 학교는 문턱도 못 가보고 매일 식모살이다. 술 시중을 들라는 말을 듣지 않자 몇 달 만에 울산 술집으로 보내진다. 또 부엌데기다. 그곳에서 심부름 나섰다가 낯선 조선 남자 두 명에게 붙들려 강제로 옌지 동비행장까지 보내진다. 1942년 여름 옥선이 나이 열여섯.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담은 장편만화 ‘풀’(보리 펴냄)이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출간됐다. 이옥선(90)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김금숙 작가가 흑과 백의 담백한 먹그림으로 그려냈다. 그간 영화나 소설, 그림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있었지만 만화 분야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시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아픔과 상처를 과장하지도,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다섯 쪽에 걸쳐 스무 컷 이상을 먹으로 가득 채우기도 한다.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는 모습까지, 이 할머니를 ‘위안부’ 피해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오롯이 펼쳐낸다. 프랑스 유학 시절 조각가에서 만화가로 방향을 튼 김 작가는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한다. 2014년 프랑스 앙굴렘만화축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자 개최한 ‘지지 않는 꽃’ 전시에서 단편 ‘비밀’을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장편을 마음먹었다. 지난해에는 ‘풀’의 일부분인 ‘미자 언니’로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488쪽. 2만 60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피플+] 장애 딸 위해 380억 털어 테마파크 만든 아빠

    [월드피플+] 장애 딸 위해 380억 털어 테마파크 만든 아빠

    10여 년 전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아빠 고든 하트먼(53)은 당시 12세였던 딸 모건과 워터파크를 갔다가 평생 잊지 못할 가슴 아픈 경험을 하게 됐다. 여러 소녀들이 놀던 수영장 안으로 딸이 들어갔는데 곧바로 다른 아이들이 모두 물 밖으로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자폐와 인지장애가 있던 딸이 풀장으로 들어가자 장애우에 익숙치 않은 소녀들이 놀라 함께 물 속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최근 영국방송 BBC는 장애를 가진 딸을 위한 놀이공원과 워터파크를 건설한 한 아빠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했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아빠의 '놀이공원 프로젝트'는 10년 전인 2007년 시작됐다. 수영장에서 겪은 일에 큰 충격을 받은 아빠 고든과 엄마 매기는 이 일을 계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딸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을 만들겠다는 것. 고든은 "미국 어느 곳에도 모건과 같은 장애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 공간이 없음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부동산 업자였던 고든은 이후 자신의 사업체를 모두 팔고 2007년 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장애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합쳐 지난 2010년 샌안토니오에 세계 최초의 장애인을 위한 테마파크를 열었다. 딸의 이름을 딴 이 테마파크의 이름은 '모건 원더랜드'. 전재산인 34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털어넣은 모건 원더랜드는 대회전 관람차, 미니 기차 등 기본적인 놀이기구는 모두 갖췄다. 특히 장애 어린이들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여러 장치가 세심하게 배려됐다. 물론 놀이기구의 첫 승객은 이제는 20대 성인이 된 딸 모건이었다. 고든은 "우리 딸의 경우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라면서 "그러나 많은 장애아들은 여러 현실적인 벽에 부딪친다"고 말했다. 이에 모건 원더랜드의 장애인 입장료는 무료다. 여기에 고든은 전체 직원 3분의 1을 장애인으로 채용했다. 2010년 개장 이후 모건 원더랜드는 전세계 67개국에서 총 1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명소로 커나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 해 적자만 100만 달러(약 11억원)에 달해 부족한 돈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모건 원더랜드 옆에 역시 세계 최초의 장애인을 위한 워터파크도 문을 열었다. 의사와 장애인 부모 등의 조언을 받아 건설된 이 워터파크 역시 미끄럼 방지와 방수 휠체어 등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녹아있다. 고든은 얼마 전 한 아빠가 다가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울음을 터뜨리며 했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이런 말 한 마디, 마음 한 조각이 그의 삶을 지탱시켜 왔음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아들은 지금껏 수영장에서 한 번도 논 적이 없었어요. 당신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볼트 은퇴 번복 없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지 않겠다”

    볼트 은퇴 번복 없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지 않겠다”

    “슬프지만 런던 세계선수권에서의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내 선수로서의 업적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의 트랙 위에 선 뒤 트랙을 떠나겠다는 당초의 결심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볼트 은퇴식을 한 번 더 열어주는 배려를 했는데 이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공언한 것이다.세계선수권 금메달 11개, 올림픽 금메달 8개를 차지한 ‘단거리 황제’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m 3위에 그쳤고, 4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햄스트링 경련으로 레이스를 채 마치지도 못했다. 그는 “힘든 며칠이었다. 난 늘 100% 최선을 다하려 했고 좋은 쇼를 보여주려고 했다. 지금 물러서는 게 슬프지만 세계선수권 한 대회가 내가 이 종목에서 이룬 것들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배스천 코 IAAF 회장이 종종 자신을 무하마드 알리에 비유했던 것을 떠올리며 “100m 우승에 실패한 뒤 누군가 내게 ‘우사인 걱정 말아요. 알리도 그의 마지막 싸움을 졌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라고 말하더라”며 “난 늘 어느 해는 좋았지만 어느 해는 안 좋으면서 내 스스로를 증명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은퇴 번복에 대해선 도리질을 했다. 볼트는 “아니다. 난 아주 많은 이들이 복귀해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걸 봐왔다. 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지 않다. 난 자유로워지는 걸 갈망해왔는데 지금 흥분되고 행복하다. 열살 이후 난 트랙과 필드에서 내 생애를 바쳤다. 내가 아는 모든 건 트랙뿐이다. 그래서 즐거움과 조금 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남긴 유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메시지”라고 말한 뒤 “열심히 훈련하고 강함을 유지하고 밀어붙이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은퇴한 뒤 좋은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IAAF는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볼트를 트랙 위로 다시 불러냈고, 볼트도 이날에야 IAAF가 자신을 위한 은퇴식을 준비했다는 걸 알았다. 볼트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코 IAAF 회장과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올림픽 스타디움 조각을 떼어 액자에 담아 전달했다. 바로 볼트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달린 레인인 ‘7’을 새겨 선물했다.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악몽의 트랙이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볼트가 금빛 질주를 한 트랙이었다. 볼트는 “런던은 또 다른 나의 고향”이라고 기뻐했다. 역대 최고 단거리 스타이자 트랙 위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던 볼트는 트랙 위를 돌다가 관중석 근처로 달려가 팬들에게 사진 찍을 기회를 주고 자신의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새긴 전광판 앞에서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친 뒤 트랙 위로 내려온 부모와 함께 감격에 젖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미술관이야 호텔이야…휴식하러 갔다가 눈호강 하네요

    미술관이야 호텔이야…휴식하러 갔다가 눈호강 하네요

    휴식과 오락을 제공하는 고급 숙박시설로만 여겨졌던 호텔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호텔 로비 등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용으로 회화 작품이나 조각 작품을 설치하거나 객실을 전시장으로 잠시 사용하는 호텔아트페어 수준이 아니라 문화코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방문객들에게 예술 감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휴식과 예술을 접목하는 트렌드 리더로는 인천공항 업무단지에 지난 4월 개관한 파라다이스시티가 첫손에 꼽힌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지향하는 이곳에는 세계적인 대가의 작품부터 파라다이스가 후원하는 신인작가에 이르기까지 총 27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로비·복도·야외 등 곳곳에 인기작 즐비 5성급 호텔과 외국인 전용카지노, 컨벤션 등으로 구성돼 1차로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는 화려하게 치장한 현대미술관이나 다름없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황금빛 페가수스 형상의 작품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미술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다. 로비를 지나 와우존으로 가면 구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호박’이 발길을 붙잡는다. 하우메 플렌자의 거대한 두상 조각을 지나 컨벤션동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 작품들이 줄줄이 전시돼 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한국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세계 최대 크기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와 ‘나인’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야외 공간에는 4000여개의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으로 만들어진 수보드 굽타의 ‘레이’(RAY)가 설치돼 포토존으로 인기를 끈다.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 한가운데에 현대미술가 최정화의 ‘골든 크라운’이 설치돼 있다. 호텔 입구 천장에서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다이아몬드 형상을 작은 크리스털 모듈로 구현한 아티스트그룹 ‘뮌’의 작품이다. 로비에는 자유로운 붓질의 획으로 ‘비어 있음’의 철학을 구현하는 이강소의 ‘청명’과 오수환의 ‘배리에이션’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라운지 안쪽에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하는 황문성의 ‘겨울호수’가 벽을 장식하고 컨벤션 예약실 앞에는 김호득의 작품 ‘생명’이 걸려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VIP 입구에 있는 ‘다비드’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스테인리스스틸을 재료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찬걸의 작품이다. 호텔 측은 복도와 다양한 공간에 배치한 예술작품 감상을 위해 예술지도도 만들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전동휘 큐레이터는 “예술적 소양을 갖춘 국내외 고객들이 K아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외국의 유명 작가뿐 아니라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소장하고 설치했다”고 말했다.서울 강남에 오는 9월 1일 개관하는 르 메르디앙 서울은 1층에 600평 규모의 아트센터 M컨템포러리를 연다. 상업갤러리가 아닌 순수 전시공간이 강남 한복판의 호텔에 들어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M컨템포러리가 개관전으로 마련한 ‘더 뉴 비전: 바우하우스에서 인공지능까지’는 헝가리 출신의 작가 라즐로 모홀리-나기(1895~1946)의 시각적 실험을 한국 작가들이 재해석하는 형태로 꾸며진다.●디자인·패션·건축 등 年 3~4회 기획전 전시는 8개의 독립적인 공간으로 나뉘어 김수, 김병호, 전준호, 양민하, 애나 한 작가의 설치, 키네틱아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디어아트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라즐로 모홀리-나기가 추구했던 과학 기술 매체를 이용해 빛과 시간, 인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총체적 예술’을 조명한다는 기획이다. 작가 양민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첨단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공개한다. 전준호는 움직이는 조각(키네틱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또 모홀리-나기가 제작한 영화 ‘라이트플레이’(A Lightplay : Black White Grey)도 상영된다. 전시총괄과 아트플래닝을 맡은 강필웅 뮤제오&퍼블리 대표는 “호텔의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문화코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M컨템포러리 공간 외에도 호텔의 모든 공간과 공간이 예술작품으로 연결돼 방문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 로비로 진입하는 공간에는 양민하의 미디어아트 터널이 설치될 예정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쌓여 단단히 결속한 것을 상징하는 ‘집+적’(集+積)이라는 작품으로 켜켜이 쌓인 빛의 조각들이 사각 프레임으로 중첩된 형태의 작품이다. 층고가 높은 로비에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진 전준호의 ‘하뉘바람’이 설치된다. 강 대표는 “M컨템포러리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디자인,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기획전을 연 3~4회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예술이 곁들어진 고품격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현장 행정] 중구 퇴계로 역사와 예술로 덮다

    [현장 행정] 중구 퇴계로 역사와 예술로 덮다

    서울 중구 퇴계로 필동2가는 조선시대 명재상 서애(西厓) 유성룡(1542~1607) 선생이 살았던 곳이다. 그는 25세 때 문과에 급제해 병조 판서, 영의정, 좌의정 등 핵심직책을 수행하며 당시 종6품 정읍현감이던 이순신 장군을 정3품인 전라좌수사로 천거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공을 세웠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유성룡 선생의 집터였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표지석만 남았다.최창식 중구청장은 지난 8일 이곳을 찾아 “유성룡 선생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때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라며 “선생의 이름을 딴 마당을 만들어 동국대 후문에서 서애길을 거쳐 충무로역에 이르는 일대를 대학문화거리로 조성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충무로역에서 대한극장을 지나 퇴계로4가 방면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SK주유소 뒤편에 퇴계로 44길과 서애로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이곳에 얼기설기 지어진 민간 건물을 매입해 소규모 광장과 유성룡 기념관을 만든다. 동국대 후문에서 빠져나오는 학생 누구라도 한 번쯤은 유성룡 선생 집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머물며 역사를 마주하게 해 주고 싶다는 것이 최 구청장의 생각이다. 구는 지난 4년간 서애로 환경 개선을 위한 기초 작업을 벌였다. 걷기에 비좁고 불법주차가 난무한 서애로를 확 바꿨다. 보행로 너비는 3배로 확장했다. 멋스럽고 특색 있는 상점도 유치했다. 서애로는 충무로 5가 55-1에서 필동 3가 78-2에 이르는 폭 15m, 길이 830m의 2차선 도로를 가리킨다. 변화의 바람은 서애로를 넘어 퇴계로 30길(필동 2가)까지 불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과 한국의 집을 지나자 이번에는 형형색색의 벽화·조각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문화예술인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이미 자리를 잡은 ‘예술통’(문화예술 거리)이었다. 서애길과의 차이는 예술통을 일군 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이다. 광고 회사 핸즈BTL미디어그룹의 박동훈(53) 대표가 주인공이다. 2014년 필동을 문화예술 거리로 만들기로 하고, 회사 수익을 투자해 맺은 결실이 필동문화예술공간인 ‘예술통’이다. 박 대표가 판을 짰다면, 최 구청장은 일찌감치 도로환경 개선 등을 통해 이런 움직임을 지원했다. 그 결과 쓰레기 더미가 쌓여 악취를 풍기던 골목길 구석구석에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일명 ‘스트리트 뮤지엄’이다. 최 구청장은 “남산 등 자연환경, 역사문화 유적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중구가 낙후됐다는 편견을 버려 달라”며 “‘연세대 앞’(명물거리) 등이 부럽지 않은 대학문화거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마면군에서 미니스커트까지… 옷으로 본 中 현대사

    [그 책속 이미지] 마면군에서 미니스커트까지… 옷으로 본 中 현대사

    옷으로 읽는 중국문화 100년/위안저·후웨 지음/김승일·정한아 옮김/선/547쪽/3만 2000원 “황제·요·순은 옷소매를 드리워서 천하의 통치를 이룩했는데 그 원리는 하늘과 땅의 섭리에서 얻어낸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옷의 꾸밈새와 빛깔이 나라의 질서를 다잡는 중요한 수단이었음을 보여 주는 말이다. 그랬던 중국의 최근 100년간의 의복사는 ‘거대한 변혁’을 겪었다. 명나라부터 청나라 말까지 중국 여성들이 입어 온 전통 치마 마면군이 1990년대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미니스커트로 바뀌는 과정은 신구 세력 간 갈등, 개혁·개방으로 큰 진통을 겪었던 중국 현대사를 압축한다. 저자인 베이징복장학원 교수 부부는 옷의 변화가 낳은 문화사적 의미를 시대의 분위기,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담은 풍성한 도록을 곁들여 풀어 나간다. 저자의 마지막 되물음은 곧 책의 메시지다. “(지난날 유행 패션이었던 그 옷차림들은) 어쩌면 역사의 족적에 대해 탁본을 뜬 것이 아니겠는가, 혹독하고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조각한 하나하나의 조각상이 아니겠는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신라왕 극락왕생 빈 백제 유민…불비상에 아로새긴 망국의 한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신라왕 극락왕생 빈 백제 유민…불비상에 아로새긴 망국의 한

    1960년 대학 탁본 과제 계기로 발견 …세종·공주 소재 7점 국보·보물로 지정 1960년 동국대 불교학과 2학년이었던 이재옥 학생은 집 주변의 문화재를 탁본해 오라는 방학 과제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이후 1970년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고 2011년 타계한 미술사학자 황수영 선생이었다. 학생의 고향은 오늘날에는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쌍류리로 바뀐 충남 연기군 서면 쌍류리였다. 그는 고향집에서 서쪽으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나타나는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의 비암사에서 어릴 적부터 봤던 비석들을 떠올렸다. 극락보전 앞 삼층석탑의 3층 지붕에는 세 점의 검은색 비석이 있었다.이재옥 학생은 스님이 출타하기를 기다려 사다리를 놓고 석탑에 올라갔다. 하지만 처음 해 보는 탁본이라 표면의 이끼를 제거해야 하는 것을 몰랐던 데다 스님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서두르느라 찍힌 모양이 선명하지 않았다. 황수영 선생은 탁본을 새로 해 오라고 했고, 이재옥 학생은 다시 고향에 내려가 이번에는 이끼를 벗겨내고 제대로 탁본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외출했던 스님이 돌아왔고, 크게 혼이 났다. ‘부처님의 무덤’에 올라갔으니 당연한 일이다.탁본에 찍힌 명문(銘文)을 보고 황수영 선생은 조사단을 구성해 9월 10일 비암사로 향했다. 이날 확인한 것이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석상(癸酉銘全氏阿彌陀佛碑像)과 기축명아미타불비상(己丑銘阿彌陀佛碑像)과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彌勒菩薩半跏思惟碑像)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알려진 불비상이었다. 글자 그대로 비석 모양의 돌에 부처를 새겼다.이듬해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서광암에서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이, 연서면 월하리 연화사에서 무인명석불비상(戊寅銘石佛碑像)과 칠존불비상이 조사됐다. 공주시 정안면 평정리에서도 삼존불비상이 확인됐다. 모두 삼국시대 백제땅이다. 한반도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정 불교조각이 일정 시기 좁은 지역에서 집중 조성된 것이다. 비암사 아미타삼존석상과 서광암 삼존천불비상은 국보로, 다른 5점의 불비상은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비암사 불비상 3점은 1962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겨진다. 지금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유물로 대접받고 있다. 이제 팔순에 접어든 이재옥 선생은 여전히 비암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주시 정안면에 살고 있다. 역사에 남을 ‘중요한 발견’을 한 셈이지만, 이 때문에 비암사(碑巖寺)는 비암(碑巖)없는 절이 되고 말았고, 그는 미안한 마음에 오랫동안 비암사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술회하고 있다.서광암 삼존천불비상은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박물관이 선사·고대문화실의 전시를 교체하고 있어 삼존비상을 볼 수는 없다. 공주 정안의 삼존불비상도 동국대박물관으로 넘겨졌다. 연화사의 두 불비상은 그대로 연화사에 있다. 서광암과 연화사는 모두 일제강점기 이후 세워진 사찰이라고 한다. 비암사 불비상도 다른 절에서 옮겨 왔을 가능성이 크다. 절 이름도 불비상을 옮겨 왔기에 이렇게 지었을 것이다. 황수영 선생은 비암사 불비상을 조사한 해 11월 ‘비암사 소장의 신라재명석상(新羅在銘石像)’이라는 논문을 처음 발표한다. 이후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미술사학자와 역사학자가 이들 불비상에 남겨 놓은 의문을 푸는 노력을 해 오고 있다. 불비상에 얽힌 의문이란 이런 것이다. 비암사 계유명삼존석상에는 ‘국왕·대신(國王·大臣) 및 칠세부모(七世父母)와 모든 중생(含靈·함령)을 위해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이 불사(佛事)를 주도한 이들의 벼슬과 이름을 새겨 놓았다. 그런데 신라 관등인 내말(乃末)·대사(大舍)와 백제 관등인 달솔(達率)이 한데 명기되어 있다. 연화사 계유명삼존천불비상도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학계는 계유년을 백제가 망하고 13년이 지난 673년(신라 문무왕 13)으로 추정한다. 조각 양식이 8세기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같은 이치로 무인년은 678년(문무왕 18), 기축년은 689년(신문왕 9년)으로 보고 있다. 망국민(亡國民)이 새로운 지배 치하에 막 들어서 조성한 불비상에 새긴 ‘국왕·대신’이 백제왕인지, 신라왕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백제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은 불비상을 백제 옛 땅에서 백제 유민들이 만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신라가 당나라와의 혈전을 앞두고 백제인들에게 관작을 주면서 회유하던 시기 망국의 군주와 대신의 극락왕생을 비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백제부흥운동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비암사 계유명삼존석상의 인왕상(仁王像)은 갑옷 차림에 왼손에는 긴 창을 들고 있고, 허리 장식은 X자형으로 교차되어 있는데, 사찰의 수호신이라기보다는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백제부흥군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주장이다. 신라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은 명문의 백제 유민 대부분이 신라 관등을 갖고 있는데다 백제부흥운동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근거로 삼는다. 특히 계유명 불비상을 조성한 673년은 당나라가 백제 옛 땅에 설치한 통치기관인 웅진도독부를 내쫓은 이듬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신라가 백제 유민들의 역량을 당군 축출에 집결시키려면 황폐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만큼 불비상과 사찰 조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라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도 불비상을 발원한 백제 유민이나, 조상(造像)에 참여한 백제 조각가들이 마음속으로도 새로운 지배자들의 발복을 빌었는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백제 유민과 조각가들은 망국의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백제인의 정체성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기에 옛 백제 양식으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종의 절충론이다. 일련의 불비상은 죽은 뒤 서방정토에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아미타신앙에 기반한다. 따라서 ‘국왕·대신 및 칠세부모와 모든 중생’에는 백제 패망과 부흥운동 과정에서 죽은 중생, 당나라에 끌려간 1만 2000명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외적이고 표면적인 조성 목적은 신라왕과 대신들을 위해서라지만, 심정적으로는 백제왕과 대신들을 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불비상은 새로운 통치자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백제 옛 땅 유민들의 복잡한 심사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신라인으로 삶을 이어 가야 하는 망국민이기에 불상 및 사찰 조성에서도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 주기는 해야 했으되 망국의 스타일로 불상을 만들어 사라져 간 사람들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두고자 하는 처연함을 불비상은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최파타’ 주니엘, 데이트 폭력 고백 “상처로 물든 러브스토리..죽어가”

    ‘최파타’ 주니엘, 데이트 폭력 고백 “상처로 물든 러브스토리..죽어가”

    가수 주니엘이 데이트 폭력 경험을 고백했다. 11일 오후 전파를 탄 SBS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최파타)’에는 가수 주니엘과 샤넌이 출연한 가운데, 주니엘이 자신의 신곡 ‘라스트 카니발’ 속 숨겨진 사연을 털어놨다. 주니엘은 신곡 ‘라스트 카니발’에 대해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쓴 노래”라며 “실제 경험을 담았다. 나도 피해자다.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었지만,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만들었다”고 밝혔다. ‘라스트 카니발’은 “까맣게 꽃 피어나네, 내 눈에 내 몸에 내 가슴에, 상처로 물든 러브스토리”, “같은 자릴 맴돌다가 죽어가, 사랑하기 싫어”, “제일 달콤한 조각으로 날 찔러, 내 몸은 또 기울어져 너의 품으로” 등의 가사를 통해 주니엘이 경험한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심리를 가사에 담아낸 노래다. 주니엘은 “노래를 쓰다보니 제가 울고 있더라”며 “아픔을 받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될 것 같았고,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곡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샤넌은 지난달 28일 신곡 ‘헬로’로, 주니엘은 8일 신곡 ‘라스트 카니발’로 컴백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소통이란 절반의 주고받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소통이란 절반의 주고받기

    요즘처럼 ‘소통’이란 말이 자주 들리는 때도 없다. 소통이란 ‘주고받기’이지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통의 책임은 모두 남에게, 세상에 미루기 때문에 소통을 외치는 횟수만큼 벽은 더욱 높아진다. 소통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귀하다.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사랑과 이해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목과 질시를 부르기도 해서다.2009년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콘과 가스톤 두프라트가 함께 만든 영화 ‘성가신 이웃’(2009)은 소통의 어려움을 잘 보여 준다. 성공한 디자이너 레오나드(라파엘 스프레겔버드 분)의 옆집에 거칠고 우락부락한 빅토르(다니엘 아라오스 분)가 이사를 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레오나드의 평화로운 삶은 빅토르가 햇빛을 들이려고 벽을 부수고 창문을 내는 소음으로 인해 산산이 깨진다. 방해받지 않고자 소통 없는 삶에 만족하던 레오나드는 자신의 집을 향한 타인의 창이 불편하기만 하다.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욕망의 충돌을 보여 주는 영화의 배경은 ‘인간을 위한 건축’으로 유명한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설계한 쿠루체트 주택이다. 그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이 주택은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지역의 의사인 쿠루체트의 의뢰로 만들어졌다.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이 제창한 건축 개념인 필로티(pilotis·1층 벽면을 터 기둥으로 상부를 떠받친 구조)를 적용해 1층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했으며, 건축가가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힘을 받지 않는 벽체로 자유로운 입면(facade)를 만들도록 했다. 채광 효과가 좋은 길고 낮은 수평창에 열린 평면으로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1층의 녹지를 대신해 옥상 위에 옥상 정원을 두는 등 ‘건축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잘 반영돼 있다.밤낮없이 응급환자들이 찾는 외과의사에게는 병원과 살림집이 함께 있는 주택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둘이 한 건물에 공존하면서도 안뜰이 있어 분리된 4층 건물로 설계했고 둘은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집의 정면은 커다란 공원을 향하고 정면 창문에는 차양이 있는 구조로 옥상에는 별도의 정원을 두었다. 그래서 이 건축물은 ‘극적인 혹은 시적인 건축 흐름’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회의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물 17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때 그중 하나로 이름을 올릴 만큼 문화사적으로 유서 깊은 건물이다. 영화는 쿠루체트 주택의 구조와 특징을 잘 이해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했다. 레오나드는 집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이다. 그가 일하는 장소는 원래 쿠루체트 박사가 진료하던 병원 자리다. 영화는 이 건축물을 실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이라고 알려 주며 영화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구경 와 레오나드를 귀찮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이기적인 현대인의 표상으로 등장하는 레오나드는 벽을 뚫어 창문을 내려는 빅토르와 그로 인한 소음으로 미칠 지경이다. 창문을 내는 사소한 일로 이웃사촌끼리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통해 도시라는 차가운 환경이 키운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를 건축물의 공간처럼 명료하게 보여 준다. “당신에겐 남아도는 그 햇빛이 난 필요하단 말이오.” “그럼 널어놓은 옷 같은 게 보일 텐데, 제 아내가 좋아하겠어요?” “설사 그쪽 집 팬티가 보인다 해도 난 괜찮소.” 빅토르는 특유의 오지랖으로 개방적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반면 레오나드는 자신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조금 젠체하며 그를 멀리하려 한다. 레오나드는 남을 의식하지도, 신경쓰지도 않는 도시인들의 이기적인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경제적으로도 제법 여유가 있는 그는 속물답게 빅토르 부자를 은근히 무시한다. 창문이 뚫리면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이 불편한 그는 세련된 도시인으로서 체면을 지키고자 빅토르에게 공격적으로 굴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장한 빅토르의 위세에 눌려 아무 소리 못 하고 비겁하게 외면하는 초라한 본색을 지녔다. 레오나드에 대한 빅토르의 적극적인 설득, 타협 또는 아양에 둘은 적당하게 창문의 크기를 줄이는 선에서 합의를 본다. 영화에서 창은 분쟁의 단초에서 소통의 창구로 변화한다. 두 사람은 창문을 만들면서 임시로 막아 놓은 벽을 사이에 두고 의사소통을 한다. 빅토르는 ‘멧돼지 절임’을 건네며 레오나드의 환심을 사려 하고, 레오나드의 딸 롤라를 위해 손가락 공연을 열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창문은 레오나드 가족이 위험에 처했을 때 즉시 알아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창구가 된다. 레오나드 부부가 외출하고 집안에 강도가 든다. 때마침 빅토르가 이를 발견하고 총을 들고 뛰어가 레오나드의 딸을 구출한다. 하지만 그는 총을 맞고 만다. 빅토르에게 창문은 햇볕을 쬐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어쩌면 이웃을, 친구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수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창은 영화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혁명가다. 그는 단순히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가 아니라 기존의 건축 개념을 혁명적으로 전환시킨 인물이다. 현대 건축에 적용되는 많은 이론을 만들어 냈으며, 이를 철저히 실행에 옮긴 실천가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약한 그에게는 고독한 사람, 급진적 사상가, 논객, 화가, 조각가, 가구 디자이너, 도시계획가, 공예가, 건축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녔을 만큼 관심의 폭과 깊이가 건축에 국한되지 않고 삶과 역사, 문화 전반에 걸쳐 있었다.그리고 시대를 넘어 미래를 보는 안목 또한 겸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혁명적인 건축에 대한 생각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천재도 세상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영화 속 범부들은 오죽하랴. 소통을 위해 서로 자존심을 접고, 스스로의 비굴함을 위로하면서 창문의 크기를 작은 수평창으로 줄이기로 한다. 이렇듯 소통이란 모두를 얻거나 잃는 것이 아니라 반을 양보하고 반을 얻는 것인 모양이다.
  • 잡히지 않는 공간, 끌어당기는 공감… 가상이 깨우는 현실

    잡히지 않는 공간, 끌어당기는 공감… 가상이 깨우는 현실

    갤러리의 흰 벽에 검은색 라인테이프로 육면체들이 그려져 있다. 비어 있는 공간에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화면에 직육면체들이 나타나 움직인다. 무중력의 공간에서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던 직육면체들은 벽에 부딪히다 한데 모아지더니 폭발하듯이 퍼져 다시 움직인다. 스마트폰 속 가상의 공간에서 육면체들이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마치 실제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 주는 기술인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이 작품은 미디어 작가 이배경(48)의 ‘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이다.●벽에 스마트폰 대면 육면체들이 나타나 움직여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공간&시간, 상념’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무중력 공간’ 시리즈를 선보인다. 구글이 ‘탱고프로젝트’로 개발한 AR 기술 외에 3D 애니메이션(컴퓨터를 이용해 제작한 3차원 공간의 동영상), 무빙사운드 등 예술의 영역에서 아직은 낯선 신기술을 적용한 작품으로 우리의 감각을 가상공간으로 확산시켜 준다. 갤러리 윈도 공간에는 50인치 모니터에 3D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영상작품 ‘큐브 인 큐브-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를 설치했다. 갤러리 지하 1층의 거대한 벽면에 매핑된 영상 작업 ‘공간-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는 우리의 시각적 한계를 확산시켜 준다. 기둥과 천장, 흰 벽으로 이뤄진 전시 공간의 건축적 구조를 본떠 컴퓨터 그래픽으로 400배 넓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육면체들이 어떤 힘에 의해 계속 부유하며 움직이고 서로 부딪히는 장면을 만들었다. 영상과 함께 프로그래밍으로 만든 바람 소리를 설치함으로써 시각적 경험과 청각적 효과로 가상의 공간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었다.●채팅 같은 무의식적 가상공간과 현실 사이 물음 영상과 설치, 인터랙티브 작업 등 미디어 작업을 10여년간 했지만 AR 작업은 처음이라는 작가는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미디어 기술이 주는 재미도 큰데 그것을 예술의 영역에 도입했을 때는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감상자들이 너무 재미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재미의 요소를 30% 정도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익숙해 있지만 채팅룸이나 단톡방처럼 별로 인식하지 않고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가상공간이 이미 많이 있다”면서 “제 작업은 이에 대한 판단이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기술이 구현한 가상의 현실 속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비디오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끼면서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학에서 영화와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쾰른 미디어예술대학 대학원과정을 졸업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잡히지 않는 공간, 끌어당기는 공감… 가상이 깨우는 현실

    갤러리의 흰 벽에 검은색 라인테이프로 육면체들이 그려져 있다. 비어 있는 공간에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화면에 직육면체들이 나타나 움직인다. 무중력의 공간에서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던 직육면체들은 벽에 부딪히다 한데 모아지더니 폭발하듯이 퍼져 다시 움직인다. 스마트폰 속 가상의 공간에서 육면체들이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마치 실제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 주는 기술인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이 작품은 미디어 작가 이배경(48)의 ‘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이다.●벽에 그린 육면체, 스마트폰 대면 실제처럼 움직여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공간&시간, 상념’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무중력 공간’ 시리즈를 선보인다. 구글이 ‘탱고프로젝트’로 개발한 AR 기술 외에 3D 애니메이션(컴퓨터를 이용해 제작한 3차원 공간의 동영상), 무빙사운드 등 예술의 영역에서 아직은 낯선 신기술을 적용한 작품으로 우리의 감각을 가상공간으로 확산시켜 준다. 갤러리 윈도 공간에는 50인치 모니터에 3D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영상작품 ‘큐브 인 큐브-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를 설치했다. 갤러리 지하 1층의 거대한 벽면에 매핑된 영상 작업 ‘공간-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는 우리의 시각적 한계를 확산시켜 준다. 기둥과 천장, 흰 벽으로 이뤄진 전시 공간의 건축적 구조를 본떠 컴퓨터 그래픽으로 400배 넓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육면체들이 어떤 힘에 의해 계속 부유하며 움직이고 서로 부딪히는 장면을 만들었다. 영상과 함께 프로그래밍으로 만든 바람 소리를 설치함으로써 시각적 경험과 청각적 효과로 가상의 공간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채팅 같은 무의식적 가상공간과 현실 사이 물음영상과 설치, 인터랙티브 작업 등 미디어 작업을 10여년간 했지만 AR 작업은 처음이라는 작가는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미디어 기술이 주는 재미도 큰데 그것을 예술의 영역에 도입했을 때는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감상자들이 너무 재미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재미의 요소를 30% 정도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익숙해 있지만 채팅룸이나 단톡방처럼 별로 인식하지 않고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가상공간이 이미 많이 있다”면서 “제 작업은 이에 대한 판단이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기술이 구현한 가상의 현실 속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중앙대 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비디오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끼면서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학에서 영화와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쾰른 미디어예술대학 대학원과정을 졸업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이배경 작가가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작품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지하 1층 벽면에 매핑된 영상작품은 3D 애니메이션과 무빙사운드를 이용해 무한하게 넓은 가상의 공간이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게 한다(오른쪽).
  • ① 어린이대공원의 터를 제공했고 능동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된 조선의 마지막 황후 순명효황후가 금곡 순종의 유릉에 합장되기 전까지 묻혔던 유강원의 버려진 석물 20여기가 꿈마루 앞에 전시돼 있다. 뛰어난 솜씨의 석물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4호로 지정됐다.② 어린이대공원 정문 중앙분수대에서 분수쇼를 공연하고 있다. 1996년 내한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집 정원 분수조각을 맡기기 위해 조각가를 수소문했다는 이 분수대는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의 작품이다.③ 참가자들이 공원 안에 조성된 전래동화마을을 거닐고 있다.④ 소파 방정환 선생의 동상.
  • 근현대사 여적 오롯이 東郊에서 생생한 무지갯빛 이야기 童話되고 동상·기념비의 천국 童心저격

    어린이대공원이 면한 능동, 군자동, 구의동은 조선시대 동교(東郊)의 언저리다. 동교란 동대문서부터 아차산과 광나루까지 서울의 동동쪽 교외를 이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이다.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이 사대문을 형성한다면 외사산(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은 사대문 밖 10리 즉 성저십리(城底十里)를 감싼다. 동교는 동쪽 벌판이었다. 북교, 서교, 남교라는 지역명은 낯설지만 동교는 귀에 익다. 생산지가 없는 소비도시를 먹여살리고 지키는 중요한 배후지였다.●동대문~광나루 동교는 소비도시 배후동교는 목장→군대 주둔지→채소 재배지로 돌고 돌았다. 너른 들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지만 군마를 키우지 못하도록 항복 조건을 못박은 병자호란 이후 훈련도감 군인 주둔지로, 사대문 안에 필요한 채소 재배지와 물물교환 시장으로 변천한 것이다. 전농동, 마전교, 마장동, 면목동, 자양동, 미근동처럼 지명에 농사와 목축, 채소 재배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옛 뚝섬 경마장에 이 지역의 대표 유전자가 깃들어 있다.어린이대공원을 단순히 하나의 공원, 그것도 어린이용 공원으로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적이 오롯이 남은 터전이다. 이 땅의 마지막 황태자비이자 황후인 순명효황후가 1926년 유릉에 순종과 합장하기 이전까지 묻혔던 유강원 자리였다. 능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다. 192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군자리골프코스)의 클럽하우스가 건재하고 공원에는 18홀 코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남북 간 체제 경쟁의 폭풍 속에서 “골프장을 한가로운 교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을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골프장은 어린이공원으로 둔갑했다.●골프장 모습 그대로… 동양 최고 공원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71만 9400㎡짜리 동양 최고 규모의 공원을 우리 손으로 조성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공원이라곤 창경원, 남산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파고다공원 같은 자연공원과 사적지공원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조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최고의 어린이공원이었다. 모든 어린이와, 어린이를 빙자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공원을 조성한 양택식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잘한 일은 공원이 인공적인 놀이기구에 파묻히지 않고 골프장 상태 그대로 잔디와 숲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점이다. 동양 최대의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면서 모든 길을 포장하고, 동서남북으로 6개의 광장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깐다는 식의 계획은 백지화됐다. 덕분에 오늘의 어린이대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온전하게 남았다.●예술가들 무보수 참여… 도시의 허파로당대의 쟁쟁한 예술가들이 무보수로 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기업과 개인독지가가 분수대, 벤치, 음수대 제작비 등 공사 대금을 기증 혹은 찬조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이 중앙분수대를,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염덕문이 정문과 팔각정을 각각 지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잠자던 능동 일대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1973년 개원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했다. 개원 첫날 60만명, 다음날 30만명이 몰렸다. 한적한 교외마을 능동과 뚝섬·화양·중곡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개발붐을 탔다. 주변이 학교와 주택지로 변했다. 능동로·중곡동길·자양로가 생겼고 천호대로와 동이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2·5·7호선이 지나게 된 것도 모두 어린이대공원의 영향이다. ●마지막 황후의 능… 살아 있는 역사로‘옥에 티’가 있다면 20개에 이르는 동상과 기념비가 개념 없이 꽂혀 있고 육영재단 어린이회관과 통일교에 알토란 같은 부지 13만㎡를 떼어준 점이다. 1974년 남산에서 옮겨온 어린이회관은 길을 잃었고 리틀엔젤스예술단 자리엔 유니버설발레단, 선화예술 중·고교 등이 들어서 사유화됐다.꿈마루는 ‘소설 같은’ 건축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능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이라는 여러 시간대의 역사가 한 장소에 겹쳐 꿈을 꾸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본관을 설계한 나상진이 1970년 완공한 이 건물은 철거 일보 직전 살아남은 뒤 조성룡과 최춘웅에 의해 2011년 되살아났고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에 뽑혀 건축물 순례지가 됐다. 살아남은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동심이 전하는 메시지편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지난 5일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은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보물창고이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나무들이 소곤대는 소리와 보름달을 조명 삼아 시원한 밤을 보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나온 어린이들도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전해 주는 감미로운 무지갯빛 이야기보따리를 따라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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