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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외딴 무인도서 미세 플라스틱 약 40억 개 발견”

    “태평양 외딴 무인도서 미세 플라스틱 약 40억 개 발견”

    남태평양의 한 외딴 무인도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으며 그 수는 약 40억 개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남태평양 핏케언 제도를 이루는 네 섬 중 한 곳인 헨더슨 섬 해변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몇 년 만에 급증한 사실을 확인했다.헨더슨 섬은 가장 가까운 대륙인 남아메리카에서 약 4800㎞ 떨어진 곳으로, 이번 발견은 앞서 2015년 이 섬을 처음 방문해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조사했던 이들 연구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연구진은 2019년 헨더슨 섬 재방문 조사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첫 방문 때 면적 1㎡당 2g보다 1㎡당 23g 이상으로 증가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또 이 섬의 세 해변이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강한 해류를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한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이들 전체 해변을 가로질러 모래사장 표면에서 밑으로 5㎝ 안까지 약 40억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알렉스 본드 박사는 헨더슨 섬 해변에서 밑으로 5㎝ 안에서 발견된 쓰레기 중 대다수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980, 90년대에 걸쳐 이들 해변에서 가장 먼저 플라스틱 장난감을 발견했었다”면서 “플라스틱은 바다 위에서 오래 머물다가도 해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는 헨더슨 섬은 사람이 접촉하지 않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연 그대로의 땅으로 여겨져 왔기에 이런 발견은 우려할 만한 것이다.본드 박사는 “핏케언 제도 중 주도인 핏케언 섬은 이 제도에서 사람이 사는 유일한 섬이지만, 쓰레기는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약 2350㎞나 떨어진 프라스령 파페테이 섬에서 플라스틱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유럽과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온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했다”면서 “이런 플라스틱은 바다에 들어가 이곳까지 오게 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오염의 원인은 어업과 농업, 해변에서의 사람 활동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오염의 대부분은 폐기물 처리 체계의 누출에 의한 것이다. 바다로 연결되는 수로로 폐수를 방출할 때 미세플라스틱을 여과하는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드 박사는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협력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대처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생각에 우리는 플라스틱을 납이나 수은 같은 다른 위험한 오염물질처럼 처리하는 것으로 서서히 변할 것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몇천 년 동안 환경 속에서 지속할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해양환경 분야 저명 학술지인 ‘마린 폴루션 불리틴’(Marine Pollution Bulletin) 최신호에 게재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주민들 공포에 떨게한 크루아상 ‘황당 해프닝’

    주민들 공포에 떨게한 크루아상 ‘황당 해프닝’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시민들이 크루아상 때문에 공포에 떠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BBC 뉴스에 따르면 크라쿠프 동물복지협회는 동물 혹은 파충류로 추정되는 수상한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라일락 나무에서 발견된 이 수상한 물체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이 수상한 생물을 발견한지 이틀이 지나자 인근 주민은 공포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낯선 종의 생물이 인간에게 어떤 해를 가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던 인근 주민은 이 생물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창문을 닫은채 상황을 주시하며 생활했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크라쿠프 동물복지협회 관계자는 이것이 동물도 파충류도 곤충도 아닌 크로와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관계자는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존재가 빵 조각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난감했다고 전했다. 크루아상은 반죽으로 켜켜이 쌓아 초승달 모양으로 구워낸 빵이다. 협회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경찰관들은 겁에 질려 신고 전화를 한 사람에게 미확인 동물이 맹금류인지 물었다”며 “이 동물이 이틀째 나무에 있었다”고 전했다. 크루아상이 나무 위에 올려져 있게 된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새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던진 크루아상이 나무 위에 안착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크루아상을 좋아하지 않은 이 지역 새들의 입맛 때문에 크루아상은 그 자리에 남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산청 황매산 철쭉 구경 내년에 오세요’

    ‘산청 황매산 철쭉 구경 내년에 오세요’

    ‘황매산 철쭉은 내년에 보러 오세요’ 경남 산청군은 철쭉 개화시기에 맞춰 해마다 4월 말~5월 중순에 열던 황매산 철쭉제를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산청군은 아직 황매산을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주민과 방문객 안전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철쭉 개화기에 황매산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산청군은 철쭉이 피면서 황매산에 방문객이 몰리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를 위해 황매산 출입 통제 등 폐쇄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청군 생초면과 생초면꽃잔디축제위원회도 생초국제조각공원에서 열 예정이던 꽃잔디 축제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생초면은 축제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고 조각공원 출입을 통제한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예술로 위로하는 세월호의 슬픔…경기도미술관 특별전 ‘진주 잠수부’

    예술로 위로하는 세월호의 슬픔…경기도미술관 특별전 ‘진주 잠수부’

    경기도미술관은 4·16재단과 공동으로 세월호 참사 7주년 특별전 ‘진주 잠수부’를 16일부터 오는 7월 25일까지 야외조각공원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연다. 여전히 아물지 않은 슬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는 현대미술 작가 9명의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진주 잠수부’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자신이 존경한 발터 벤야민을 애도하면서 쓴 글에서 옮겼다. 경기도미술관은 “벤야민의 깊은 사유 방식을 뜻하는 한편, 과거의 것들이 오래 기억되어 먼 미래에도 그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공동체가 겪는 재난과 희생이 지닌 의미를 깊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야외 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미술관이 의뢰해 만든 신작이다. 건축가 최진영은 미술관 앞마당에 나무 목재로 만든 계단 형태의 전망대 ‘파빌리온 윗 위’를 세웠다. 이곳에 서면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시선이 닿는다. 기억과 약속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다섯 명의 조각가로 구성된 ‘믹스 앤 픽스’는 인공 잔디 위에 분수를 설치하고, 스프링클러로 비를 뿌리는 작품 ‘매일매일 기다려’를 전시하고, 이소요 작가는 소나무의 송진으로 만든 조형물 ‘콜로포니’를 선보인다. 대중음악 디제이로도 활동하는 박다함은 여러 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사운드 시스템 ‘2013.12.20 - 2014.11.24.’를 통해 세월호 아이들을 비롯해 당시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음악들을 재생해 우리를 과거의 시간으로 이끈다. 메이크랩은 분향소 자리였던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워진 분향소의 흔적을 찾아내고 검게 칠하는 퍼포먼스 ‘바닥 추모비’를 17일 펼친다.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고, 일부 작품은 온라인 전시(416museum.org)로 감상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gmoma.ggcf.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유근식 경기도의원 “미세플라스틱 저감, 지방정부가 선제적 대응 나서야”

    유근식 경기도의원 “미세플라스틱 저감, 지방정부가 선제적 대응 나서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유근식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은 15일 경기도의회 제351회 본회의 5분자유발언을 통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국가와 지방정부 모두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통상 5㎜ 이하 크기의 아주 작은 화학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로, 생성경로에 따라 1차와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세안제와 화장품, 세탁물 섬유유연제 첨가물 등과 같이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어진 물질이며, 2차 미세플라스틱은 폐스티로폼, 페트병과 같이 버려진 플라스틱들이 풍화되어 아주 잘게 쪼개진 조각들을 말한다. 유근식 의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1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넘쳐나는 플라스틱으로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세계자연기금(WWF)은 인간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한 장, 한 달이면 칫솔 한 개를 먹는 것과 같다고 발표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제브라피쉬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체내 활성산소와 독성을 증가시키고 세포를 파괴하는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국가 차원에서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통감하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미세플라스틱 저감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며 “하지만 2차 미세플라스틱의 저감에 방점을 두고 발의된 해당 조례안이 상위법령이나 타 지자체의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어느 부서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집행부와 제대로 된 협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조례안 발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겪은 갈등을 밝혔다. 유근식 의원은 “상위규정이 없기에 일을 맡을 수 없다는 집행부서의 안일한 의식은 결코 지방분권을 향해 가는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며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국가 역시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도 나서서 해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구는 계속해서 오염돼 가고 있다”며 미세플라스틱 저감에 대한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알래스카 빙하 이동 속도 100배 빨라져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알래스카 빙하 이동 속도 100배 빨라져

    미국 알래스카의 한 빙하가 60년 만에 평소보다 100배 빠르게 밀려내려오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빙하학자들은 알래스카주 디날리산 북쪽에 있는 길이 약 63㎞의 멀드로 빙하가 이동하는 속도가 하루 30㎝ 미만에서 27m 이상으로 100배가량 급증한 현상을 확인했다.이른바 ‘빙하 서지’(glacial surge)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위성 및 항공 사진과 현장에 설치한 위성항법 장치의 도움으로 지난 몇 달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 서지 현상은 몇 달밖에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중 대부분은 외진 빙하에서 발생하며 활동이 끝나고나서 처음 감지된다. 예를 들어 위성 사진은 빙하 전면부(glacier front)가 급속도로 전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멀드로 빙하는 디날리 국립공원 안에 있고 비행기가 정기적으로 관광객이나 북미 최고봉인 디날리산에 오르려는 등반객을 태우고 지날 때나 관찰할 수 있다.지난달 초 멀드로 빙하 근처 상공을 비행한 K2항공의 조종사 크리스 팜은 빙하 가장자리에 쌓인 암석 파편인 측퇴석의 경계가 변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크레바스(빙하 갈라짐)가 상당히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빙하가 모두 찢겨진 것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팜 조종사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은 지난 몇년간 해당 빙하를 연구해온 디날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몇몇 연구자에게 빠르게 공유됐다. 위성 사진 자료에 따르면, 멀드로 빙하는 최근 들어 지난 몇십 년간 하루 평균 30㎝도 안 되는 이동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두께 약 450m, 폭 약 2.4㎞의 이 빙하의 급격한 이동으로 인한 응력과 변형률은 빙하의 변형과 파쇄를 일으키고 있다.그달 말 빙하 서지 현상의 속도 등 특징을 측정하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멀드로 빙하에 상륙했던 현지 지질학자 채드 헐츠 박사는 해당 빙하가 전체적으로 너무 많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헐츠 박사는 20년 전에도 멀드로 빙하 연구에 참여했는데 당시 빙하는 조용하고 고요하며 비교적 걷기 쉬운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빙하가 너무 산산조각이 나서 헬리콥터를 착륙할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 심지어 헬기 엔진 소음에도 빙하가 깨져 떨어지는 큰 추락음과 굉음을 들 수 있었다고 헐츠 박사는 덧붙였다. 멀드로 빙하는 1913년 처음으로 디날리산을 등정한 산악인들이 사용하던 이동 경로로 여전히 몇몇 산악인은 이 경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빙하 서지 현상 탓에 통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헐츠 박사는 설명했다. 빙하 서지 현상은 세계 빙하의 약 1%에서만 일어난다. 어떤 빙하에서는 몇십 년 간격을 두고 일어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만큼 충분히 연구할 수 없었기에 이런 빙하가 기후 변화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알래스카대 페어뱅크스캠퍼스의 빙하학자 마크 파네스톡 박사는 빙하의 상부와 하부 사이의 질량 균형 변화가 빙하 서지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빙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높고 추운 지역에 축적되며 더 낮고 따뜻한 지역에서 사라진다. 상부는 두꺼워지고 하부는 다시 녹는다”면서 “빙하 서지 현상은 균형을 찾아 얼음 덩어리를 빠르게 하부 쪽으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가 빙하의 축적량을 줄여 상대적으로 녹는 양이 늘어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알래스카에서는 빙하 소실량이 매우 커 이 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미국 국립공원관리국(NP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물거품처럼 비누향 걷고 조각들로 그려낸 조각

    물거품처럼 비누향 걷고 조각들로 그려낸 조각

    “오랫동안 비누 조각을 하다 보니 비누가 아닌 다른 재료 그리고 조각적이지 않은 작업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컸어요. 한 번도 안 해 본 것에 대한 새로운 실험의 결과물을 펼쳐 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신미경 작가는 비누로 서양 고전 조각상이나 불상, 도자기 등 박물관 유물을 똑같이 모방하는 ‘비누 조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단단히 구축한 예술가다. 대리석이나 세라믹 등 원본 재료의 질감을 완벽히 재현하지만 물에 닿으면 녹아 없어지는 비누의 속성을 통해 유물의 권위와 가치를 재해석하는 그의 ‘번역’ 프로젝트는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미술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등 유럽 미술관에 선보여 각광받았다. 서울 마포구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리는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에선 비누 향이 사라졌다. 신작 50여점은 전시장 바닥에 놓이는 대신 회화처럼 전부 벽에 걸렸다. ‘신미경 작가의 전시회 맞나’ 싶을 정도로 확연한 변화다. 그도 이런 상황이 흥미로운지 “비누 향이 안 나는 첫 전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비누 대신 택한 재료는 제스모나이트. 인체에 유해한 기존 레진 제품의 대안으로 개발된 수성 아크릴 레진으로 돌, 금속, 플라스틱 같은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신소재다. 제스모나이트에 돌가루, 철가루, 금박 등을 섞어 거푸집 역할을 하는 폐고무판, 스티로폼, 유리판 안쪽을 채운 뒤 재료가 굳으면 떼어 내는 방식이다. 판화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이 고스란히 담기고, 예상치 못했던 무늬와 형상이 드러난다. 작가는 “비누 조각은 이미 만들어진 대상을 앞에 두고 의도에 따라 작업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번 작업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연성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면서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회화의 방식으로 평면 조각이라는 새로운 조형예술을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에 ‘추상’(앱스트랙트)이 들어간 이유다. 유물과 동시대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주제 의식은 여전하다. ‘번역’ 프로젝트가 박물관의 박제화된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신소재를 활용해 오랜 시간이 응축된 것 같은 유물의 느낌을 내려고 한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물보다는 과거에 생성돼 오랜 역사가 담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주 행성이나 고구려 고분벽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서울대 조소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 런던 슬레이드스쿨에서 조소를 공부한 작가는 비누 외에도 세라믹, 유리 조각에 관심을 기울이다 2017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세라믹&유리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선 처음으로 비누가 아닌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여서 의미가 더 크다”는 그는 “계속 도전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작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보일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 섬, 바다와 썸

    보일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 섬, 바다와 썸

    오래전 일이다. 여객선을 타고 경남 통영의 욕지도를 가던 길에 자그마한 섬에 잠시 들른 적이 있다. 배 이물 위에서 본 섬은 꽤 예뻤다. 선착장 주변으로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마을 위로 손바닥만 한 텃밭들이 조각보처럼 이어져 있었다. 막 연둣빛 이파리를 내던 작은 관목들과 붉은 황톳빛 텃밭들은 춤을 추듯 어우러진 모양새였다. 사람들은 그 섬을 연화도(蓮花島)라 불렀다. 바다 위에 뜬 연꽃 같다는 섬. 마음속에 갈무리해 뒀던 그 섬을 십수 년 만에 다시 찾았다.카페리가 연화도 선착장에 이를 무렵, 마을 전경부터 살폈다. 역시 옛집과 조각보 텃밭들은 사라졌고, 외지인 것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집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바다 위로는 이웃 섬 우도와 연결된 보도교가 웅장한 자태로 서 있다. 한 세대쯤 진화한 듯, 토속적인 모습을 벗고 화사하고 말갛게 단장한 느낌이다. 연화도는 욕지면에 딸린 섬이다. 통영에서 남쪽으로 24㎞ 정도 떨어져 있다. 면사무소가 있는 욕지도보다 규모는 작아도 엄연한 ‘열도’(列島)다. 본섬인 연화도를 비롯해 우도(牛島)와 반하도, 구멍섬, 목섬 등의 섬과 용머리 등 크고 작은 암초들이 ‘연화열도’를 이룬다. 아마 이 섬의 옛 주민들은 이 모습을 보고 꽃술이 겹겹이 싸인 연꽃을 연상했을는지 모르겠다. ●아찔한 해안 절벽 따라 걷다 보면 … 연화봉 발아래 가득한 비경 연화도가 꽃이라면 필경 돌로 만든 꽃일 터다. 특히 해안가는 깎아 세운 듯한 해식애로 이루어졌다. 이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연화도를 찾는다는 건 사실상 섬 산행을 즐긴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연화도를 찾는다. 공식 코스는 2개다. 선착장에서 연화봉으로 오른 뒤 출렁다리 건너 용머리까지 갔다 오는 코스와 연화봉 대신 연화사를 거쳐 용머리를 다녀오는 코스다. 연화사를 거쳐 가는 코스가 덜 힘들다고는 해도 둘 다 3~4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어느 코스든 목적지는 섬 동쪽 끝자락의 용머리다. 공식 코스와 달리 연화봉 코스로 오른 뒤 날머리에 연화사를 들르는, 자기만의 코스로 다녀오는 이들도 많다. 이 경우 거리는 8㎞ 정도, 4시간가량 소요된다. 선착장에서 섬의 최고봉인 연화봉(212m) 오르는 구간은 꽤 가파르다. 이런 길은 그저 쉬엄쉬엄 오르는 게 최선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천천히 30분 정도 오르면 어느새 연화봉이다. 연화봉 정상에는 석조 아미타대불이 세워져 있다. 바로 옆은 쉬어 가기 맞춤한 정자 망양정이다. 누각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광활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찬다. 산자락 여기저기에선 먹이를 쫓는 제비의 날갯짓이 힘차다. 뭍에선 한여름에도 보기 어려운 제비가 벌써 남녘의 섬을 찾은 게다.●연화봉 아래 절벽 위에 세워진 암자, 보덕암에선 힐링 정상 바로 아래엔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행했다는 토굴이 복원돼 있다. 연꽃이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듯, 사실 연화도는 불교와 관련이 깊은 섬이다. 자연경관을 제외한 섬 내 대부분 볼거리가 불교 시설이다. 연화도를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향, 불국토가 펼쳐진 연화 세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연화도에 불교의 가르침을 펼쳐 놓은 이는 연화도인과 사명대사다. 연화도인은 조선 연산군 때 불교 탄압을 피해 연화도로 들어왔다. 비구니 셋과 함께 섬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훗날 마을 주민들이 도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수장했는데 그 자리에서 연꽃이 피어올랐다고 한다. 사명대사 전설도 비슷하다. 그를 따르는 여인 셋과 섬에 들어와 토굴에서 수도했다는 얼개다. 연화봉에서 250m 정도 내려오면 보덕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가파른 해 안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암자다. 비탈면에 세워진 보덕암은 길 위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아래에서 보면 5층짜리 건물이다. 그만큼 경사가 가파르다는 뜻이다. 트레킹 목적지인 용머리까지는 이런 오르막 내리막이 몇 차례 더 이어진다. 어느 정도 땀을 빼야 하는지는 이 일대의 지명인 ‘십리골’에서 얼추 가늠할 수 있다. 얼마나 골이 깊으면 십리나 이어진다고 지었을까. 섬 둘레를 통틀어도 12㎞ 정도에 불과한 섬에서 십리(4㎞) 거리라면 거의 전부나 다름없다. 지명에서 옛 주민들이 이 일대를 수없이 오가며 느꼈을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해질 녘 붉은 비경 선물하는 네 바위섬 ‘용머리’ 보덕암에서 되돌아나오면 다시 해안 능선이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과 바다를 끼고 가는 최고의 코스다. ‘돌로 만든 연꽃’ 연화도의 진수가 이 구간에 있다. 절벽을 따라 죽순처럼 솟은 대바위, 망부석, 만물상 등 거대한 바위들이 이어진다. 저물 녘 햇살을 받은 바위벼랑들이 붉게 물들었다. 용의 등허리쯤 되는 거대한 암릉 위엔 전망대를 조성했다. 대양을 향해 꿈틀거리는 용머리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암릉과 암릉 사이엔 출렁다리를 놓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다. 출렁다리 너머 암릉 위에 전망대가 있다. 주민들이 부르는 용머리의 옛 이름인 ‘네 바위’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오래전엔 섬과 한몸이었을 바위 무리가 독특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통영이 내세우는 ‘통영 8경’ 중 하나다. 출렁다리 옆은 연화도의 끝자락인 동두마을이다. 잘록한 모래톱에 터를 잡은 작고 예쁜 마을이다. 여기서 연화사까지는 높낮이가 덜한 시멘트 임도를 따라간다. 연화사는 선착장이 있는 본촌마을에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쌍계사 조실 등을 지낸 고산스님이 세운 사찰이다. 1988년 창건돼 오래 묵은 맛은 없지만, 일주문과 대웅전 등 당우들의 자태가 퍽 묵직하다. 글 사진 연화도(통영)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까지 오전 6시 30분과 11시, 오후 3시 등 하루 3회 왕복 운항(주말엔 예약 상황에 따라 증편)한다. 코로나19 탓에 운항 횟수가 줄었다. 연화도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35분, 오후 1시 25분과 5시 5분이다. 우도에도 배가 간다. 연화도 출항 시간에서 10분 정도 늦거나 빠르다고 보면 된다. 운임은 연화도, 우도 모두 평일 편도 1만 650원, 주말 1만 1600원(이상 어른)이다. 연화도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연화도와 우도, 욕지도를 다녀온 경우 매물도, 비진도 등의 선비가 30% 할인된다. 7월 20일까지. 승선권을 지참해야 한다. 대일해운 (055)641-6181. →우도엔 편의점이 없다. 구멍섬 앞의 펜션에서 운영하는 간이매점에서 음료 등은 살 수 있지만, 캠핑에 필요한 생필품은 통영이나 연화도에서 사 가야 한다. 민박, 펜션 등의 숙소와 식당 등은 두 섬 모두 적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 만큼 예약을 해두는 게 좋다. 연화도에선 섬마을펜션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 “미세플라스틱, 바람 타고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연구)

    “미세플라스틱, 바람 타고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연구)

    페트병이나 포장지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에 실려 대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주립대와 코넬대 등 국제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이 매립이나 소각 또는 재활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최대 18%는 결국 환경에 버려지고 있으며 이는 쉽게 분해되지 않아 점차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다닐 만큼 작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현재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화학적 순환(biogeochemical cycle)과 비슷한 형태로 전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다나 땅에 버져린 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잘게 쪼개져 공기 중으로 방출돼 생태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생분해성 중합체의 개발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미 지난 몇십 년 동안 버려진 미세플라스틱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의 시스템을 순환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 연구를 위해 이들 연구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서부 지역에서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그 결과, 매년 약 2만2000t의 미세플라스틱이 미 전역에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방출되는 주된 원인은 도로 교통 시스템 탓이다.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뿐만 아니라 도로 표면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있고 이런 것이 마모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돼 대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도로 위 자동차들에 의한 난류, 즉 타이어의 움직임과 제동 과정 그리고 배출되는 배기 가스 등은 모두 지상의 플라스틱을 공기 중으로 흩날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상은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섬을 이루는 바다에서도 일어난다. 이런 플라스틱은 쪼개져 해수면을 떠돌다가 파도나 바람에 의해 공기 중에 던져진다. 이밖에도 대도시에서는 바람, 농촌에서는 농사 중 토양에서 일어나는 먼지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유입된다. 일단 대기 중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최대 6일 반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주요 해양과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 중동, 인도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미세플라스틱이 땅에서 부유한다. 반면 미국의 서해안과 지중해 그리고 호주 남부 등 해안가에서는 주로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떠오른다”면서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먼지 등 농업 활동이 기반이고 세계적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도로 교통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이 부유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미세플라스틱은 토양과 식물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식물과 동물에 의해 소비되며 오염 물질의 매개 역할도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여러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흡입은 폐 조직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런 플라스틱이 다른 에어로졸보다 독성이 더 강한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인구 밀도와 해양 순환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관리 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환경에서 플라스틱의 농도가 급증했는데도 이런 결과에 관한 우리의 상대적인 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 문제를 개선하거나 해양 플라스틱을 포획해 환경 시스템에서 제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4월 12일자)에 실렸다. 사진=재니스 브레니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창원시, 국립현대미술관과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업무협약 체결

    창원시, 국립현대미술관과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업무협약 체결

    창원시(시장 허성무)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2022년 문신(1922-1995)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공동주최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창원 출신 조각가 문신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은 2022년 상반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각가 문신 관련 모든 작품과 자료를 국립현대미술관에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조사·연구하고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를 기획·운영한다. 문신은 1922년(호적상 1923년)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 탄광지대에서 태어났다. 만 5세 때 조모가 있는 마산으로 귀국해 성장한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1939년 일본으로 떠났고, 1945년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화가로 활동하던 그는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1980년 영구 귀국할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 시기 문신은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서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의 조각은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는 ‘시메트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 올림픽조각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25m 높이의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올림픽 1988’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는 소년 시절을 보낸 마산시 추산동 언덕에 청년 시절부터 꿈꿔 왔던 미술관을 세웠다. 1985년 본격적으로 건립공사를 착수한 지 14년만인 1994년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이듬해 문신은 지병으로 타계했다. 미술관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2004년 당시 마산시에 기증돼 현재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오랜 시간 문신의 예술적 업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문신 탄생100주년을 기념해 작가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보다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더불어 지역 공립미술관과의 협업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통해 거장 문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재평가될 것이다”며 “성공적인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하며 전시 개최를 결정한 국립현대미술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비누 향 안 나는 첫 전시”…‘비누 조각가’ 신미경의 새로운 도전

    “비누 향 안 나는 첫 전시”…‘비누 조각가’ 신미경의 새로운 도전

    “오랫동안 비누 조각을 하다 보니 비누가 아닌 다른 재료 그리고 조각적이지 않은 작업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컸어요. 한 번도 안 해 본 것에 대한 새로운 실험의 결과물을 펼쳐 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신미경 작가는 비누로 서양 고전 조각상이나 불상, 도자기 등 박물관 유물을 똑같이 모방하는 ‘비누 조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단단히 구축한 예술가다. 대리석이나 세라믹 등 원본 재료의 질감을 완벽히 재현하지만 물에 닿으면 녹아 없어지는 비누의 속성을 통해 유물의 권위와 가치를 재해석하는 그의 ‘번역’ 프로젝트는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미술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등 유럽 미술관에 선보여 각광받았다. 서울 마포구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리는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에선 비누 향이 사라졌다. 신작 50여점은 전시장 바닥에 놓이는 대신 회화처럼 전부 벽에 걸렸다. ‘신미경 작가의 전시회 맞나’ 싶을 정도로 확연한 변화다. 그도 이런 상황이 흥미로운지 “비누 향이 안 나는 첫 전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비누 대신 택한 재료는 제스모나이트. 인체에 유해한 기존 레진 제품의 대안으로 개발된 수성 아크릴 레진으로 돌, 금속, 플라스틱 같은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신소재다. 제스모나이트에 돌가루, 철가루, 금박 등을 섞어 거푸집 역할을 하는 폐고무판, 스티로폼, 유리판 안쪽을 채운 뒤 재료가 굳으면 떼어 내는 방식이다. 판화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이 고스란히 담기고, 예상치 못했던 무늬와 형상이 드러난다. 작가는 “비누 조각은 이미 만들어진 대상을 앞에 두고 의도에 따라 작업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번 작업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연성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면서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회화의 방식으로 평면 조각이라는 새로운 조형예술을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에 ‘추상’(앱스트랙트)이 들어간 이유다.유물과 동시대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주제 의식은 여전하다. ‘번역’ 프로젝트가 박물관의 박제화된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신소재를 활용해 오랜 시간이 응축된 것 같은 유물의 느낌을 내려고 한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물보다는 과거에 생성돼 오랜 역사가 담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주 행성이나 고구려 고분벽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서울대 조소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 런던 슬레이드스쿨에서 조소를 공부한 작가는 비누 외에도 세라믹, 유리 조각에 관심을 기울이다 2017년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세라믹&유리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선 처음으로 비누가 아닌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여서 의미가 더 크다”는 그는 “계속 도전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작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세월호 ‘선박식별장치’ 결함 있었다… 전파硏 조사 의뢰

    세월호 ‘선박식별장치’ 결함 있었다… 전파硏 조사 의뢰

    “재난참사, 산업재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늘 무시당하고 모욕당하고 진상 규명 과정에서 배제됩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증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9년 청년 노동자 김태규 산재 사망 등 17개 참사·산재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이들은 참사 책임이 있는 정부나 사측이 조사를 맡아 현장을 은폐하거나 개인의 실수로 원인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은 “참사 당일 대구시장 지시로 버려진 현장 쓰레기 더미에서 시신의 뼛조각이나 신분증 등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진상조사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요구하는 게 늘 피해자의 몫이었다”며 “피해자 권리와 상설 조사기구 설치 근거를 명시한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날 “참사 당일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당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여러 번 제때 위치를 알려 주지 않았다”며 분석 결과를 국립전파연구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세월호와 같은 기종으로 테스트하기로 했다. 한편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면해 왔던 국민의힘은 이날 세월호 증거자료 조작 및 편집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으로 판사 출신 구충서 변호사와 검사 출신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와 최정학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장을 추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과 원내 지도부는 오는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 참석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부가 주관하는 세월호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2016년 2주기 행사 이후 5년 만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우주를 보다] 너풀거리는 ‘우주의 스카프’…허블이 포착한 베일 성운

    [우주를 보다] 너풀거리는 ‘우주의 스카프’…허블이 포착한 베일 성운

    심연의 우주를 마치 다양한 색채의 실로 엮어놓은 듯한 환상적인 성운의 모습이 공개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베일 성운’(Veil Nebula)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망상 성운' 혹은 '면사포 성운'으로 불리는 베일 성운은 스카프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천 조각이 우주 속에서 너풀거리듯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그러나 베일 성운은 사실 별이 죽으면서 남긴 흔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태양 질량의 약 20배 되는 별이 초신성(超新星) 폭발하면서 남긴 잔해가 지금 우리가 보는 바로 이 모습이다. 초신성은 이름만 놓고보면 새로 태어난 별 같지만 사실 종말하는 마지막 순간의 별이다. 일반적으로 별은 생의 마지막 순간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며 순간적으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르며 이 때 자신의 물질을 폭풍처럼 우주공간으로 방출한다. 현재도 베일 성운은 시속 150만㎞ 속도로 팽창 중이다. 지구에서 약 2100광년 떨어진 백조 자리에 위치한 베일 성운은 지름이 약 110광년에 달하며 공개된 이 사진은 그 일부다. 이번에 공개된 이 사진은 지난 2015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발달된 기술로 재가공한 것으로 푸른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온화된 산소, 붉은 부분은 이온화된 수소와 질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임금협상/유영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임금협상/유영규 사회부장

    “자식들이 화낼까 봐 얼마 받는지는 얘기 안 해요. 왜 그 돈 받고 새벽 일 나가느냐고….” 10년 넘게 빌딩 청소일을 했다는 K(62·여)는 얼마 전부터 ‘초단기 청소 노동자’가 됐다. 계약서상 일일 근무 시간은 2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오전 5시부터 7시 30분까지 160평 남짓한 사무실 청소를 마쳐야 한다. 일은 같은데 마감시간이 줄다 보니 몸은 더 고될 수밖에 없다. 임원실부터 사무공간, 탕비실, 복도까지 쉼 없이 쓸고 닦고, 휴지통을 비우다 보면 속옷부터 마스크까지 땀범벅이 된다. 그렇게 주 5일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해 받는 월급은 55만원이다. 최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주5일(월~금)·하루 2시간 30분 근무·월급 55만원’은 저임금 노동의 세트메뉴가 돼 버렸다. 일주일에 15시간 넘게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더 줘야 하는 ‘주휴 수당제’를 피하려 회사들이 만든 꼼수의 결과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에선 ‘이게 다 급히 오른 최저임금의 폐해’라며 노련하게 원인을 돌린다. 늘 그래 왔듯 마음만 급한 당위는 교활한 기득 앞에 무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K의 몫이다. 갈치 토막처럼 조각조각 잘려나간 노동시간을 채우려면 또 다른 사무실과 빌딩을 떠돌며 청소 일을 해야 한다. 끼니를 거르며 2·3탕을 뛰어도 월급은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밑돈다. 애초부터 K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저임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시장은 늘 공배수가 아닌 공약수를 건넨다. ‘법대로’라니 따질 방법도 없다. 약자가 기댈 것은 국가 차원의 임금협상인 최저임금밖에 없지만 상황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K 같은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경비노동자, 여성 청소노동자, 용역과 하청업체 직원이 대표적이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319만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높아진 최저임금에 기업 부담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말하려 사측이 내민 숫자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이 일주일 뒤인 20일부터 시작된다. 사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성적표는 빈 수레만 요란했다. 집권 초기 급가속하다 다시 급정거를 한 탓에 4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에 그친다. 적폐라며 손가락질한 박근혜 정부 평균 7.4%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기 첫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6.4%와 10.9%로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그후 2년은 각각 2.9%와 1.5%로 곤두박질쳤다. 협상은 시작 전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내년 인상률이 5.5% 이하면 박근혜 정부보다 인상률이 낮아진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할 기세다. 경영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앞세워 동결 또는 삭감을 요구하겠다는 분위기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모든 상황이 역대급으로 어렵겠지만,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무너져서는 안 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외쳤던 현 정권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극화에 신음하는 수많은 K를 위해서다. 코로나19는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자에게,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게 더 혹독했다. 최저보다 최저인 이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다행인 점도 있다. 4·7 보궐선거를 치르며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무너져내린 공정과 심화한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는 끝났다. 말이 아닌 실천을 기대한다. whoami@seoul.co.kr
  • 십자가와 살아온 韓·英 작가… 불심에 빠지다

    십자가와 살아온 韓·英 작가… 불심에 빠지다

    전시장 중심 반가사유상 작품 놓고아시아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 전시절집 지붕에 살포시 눈이 내려앉았다. 사위는 꿈속인 듯 아련하고, 두 세 그루 나무와 등불이 호위무사처럼 마당을 지키는 풍경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제주도 서귀포 존자암지다. 전시장에는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속초 신흥사 등 한국 사찰뿐 아니라 일본,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이 걸렸다. 공간 한가운데는 반가사유상이 자리했다. 이끼 낀 붉은 벽돌 더미 위에서 눈에 손을 얹은 채 상념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설치작가 김승영의 ‘반가사유상-슬픔’이다. 뺨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짓고 있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재해석했다. 검은 물이 중심으로 빨려 들어갈듯 회전하는 원통 조각 ‘마음’,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흑색과 백색 대리석 조각으로 형상화한 ‘두 개의 물방울’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적인 작품들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가 포스트코로나 특별전으로 기획한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반영’(Reflections)이 13일부터 오는 5월 23일까지 열린다. 케나는 2000년 프랑스 슈발리에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비롯해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서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국내에선 강원 삼척 ‘솔섬’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승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물, 이끼, 숯돌, 낙엽 등 자연 재료에 관심을 두고 기억, 삶, 소통, 치유 등을 주제로 작업해 온 중견 작가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8일 온라인 화상으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이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영은 케나에 대해 “동양적인 심상이 우리와 잘 맞는다”고 했고, 케나는 김승영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호응했다. 불상을 작품 주제로 다뤘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기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 다 불교의 철학과 신비로운 매력에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케나는 1987년 전시를 위해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사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0여년간 틈틈이 불상 사진을 찍어 왔다.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불상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구미 3세 여아’를 빌라에 버려둔 채 이사를 가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22·여)의 전 남편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전 남편 A씨는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의 엄벌을 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면서 “김씨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딸(숨진 아이)을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에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딸을 옆에 재워둔 채 밤새 집을 나간 김씨를 뜬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간 지나갈 거라 믿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들어온 김씨가 ‘남자가 있다. 딸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해 ‘그 남자가 딸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더냐’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에게 ‘엄마 될 자격 없으니까 나가라’고 말한 뒤 딸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려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가 안겼다”면서 “그 순간이 지금도 너무 원망스럽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전 남편 A씨는 아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아빠가 돼야겠다고 다짐했고, 자신이 떳떳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올 때까지만 김씨에게 잠시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당시 빌라 아래층에 김씨 부모(장인장모)도 거주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이의 곁을 잠시 떠나 있던 두 달가량 A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A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김씨가 만나는 남자가 대기업을 다니며 돈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남자가 딸을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했다. 그는 “김씨는 제가 딸을 한번 보러 가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이듬해 겨우 한두번 보러 갈 수 있었다”면서 “장인·장모가 돌봐주고 현 남편이 아껴줘 저 없이도 잘 지낸다는데 더 이상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뒤에야 당시 아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며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그러다 김씨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고 해 시기를 계산해보니 집에서 제가 나가기도 전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얼마나 그 남자 애를 갖고 싶었으면 수십 개의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매일 임신을 체크했을까. 그렇게 갖고 싶던 애가 들어서고 배가 불러오니 제 딸아이는 점점 눈밖에 났나보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지난해 8월 그나마 평일 낮에라도 집에 가서 딸을 챙기는 것도 귀찮아진 김씨는 어느 날부턴가 빵 몇 조각과 우유 몇 개를 던져 놓고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새 아이를 곧 만나게 될 테니 현 아이는 보기 싫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그는 “며칠이 지나고 김씨는 딸이 굶어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이 지나갔던 8월, 먹을 것도 없고 옷에 똥오줌 묻혀가며 쓰레기더미에 기대 지쳐갔을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만 같다. 저는 왜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희대의 악마이고 살인마”라며 “어떻게 새 남자와 신혼처럼 밤을 보내기 위해 그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일 동안 혼자 내버려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힘을 모아달라. 김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달라”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초 김씨는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김씨의 어머니인 석모(48)씨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국 사진작가·한국 설치작가, 불상으로 교감하다

    영국 사진작가·한국 설치작가, 불상으로 교감하다

    절집 지붕에 살포시 눈이 내려앉았다. 사위는 꿈속인 듯 아련하고, 두 세 그루 나무와 등불이 호위무사처럼 마당을 지키는 풍경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제주도 서귀포 존자암지다. 전시장에는 충북 보은 법주사, 강원 속초 신흥사 등 한국 사찰 뿐 아니라 일본,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사찰과 불상 사진 25점이 걸렸다. 공간 한가운데는 반가사유상이 자리했다. 이끼 낀 붉은 벽돌 더미 위에서 눈에 손을 얹은 채 상념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설치작가 김승영의 ‘반가사유상-슬픔’이다. 뺨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짓고 있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재해석했다. 검은 물이 중심으로 빨려들어갈듯 회전하는 원통 조각 ‘마음’,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흑색과 백색 대리석 조각으로 형상화한 ‘두 개의 물방울’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적인 작품들이다.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가 포스트코로나 특별전으로 기획한 마이클 케나·김승영 2인전 ‘반영’(Reflections)이 13일부터 5월 23일까지 열린다. 케나는 2000년 프랑스 슈발리에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비롯해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서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국내에선 강원도 삼척 ‘솔섬’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승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물, 이끼, 숯돌, 낙엽 등 자연 재료에 관심을 두고 기억, 삶, 소통, 치유 등을 주제로 작업해온 중견 작가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8일 온라인 화상으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서로의 작품이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영은 케나에 대해 “동양적인 심상이 우리와 잘 맞다”고 했고, 케나는 김승영의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호응했다.불상을 작품 주제로 다뤘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기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다 불교의 철학과 신비로운 매력에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케나는 1987년 전시를 위해 방문한 도쿄에서 사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0여년 간 틈틈히 불상 사진을 찍어왔다.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불상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어느 봄날, 어느 ‘세월’ 꼭 꿈으로라도 다녀가렴

    어느 봄날, 어느 ‘세월’ 꼭 꿈으로라도 다녀가렴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단원고 학생 어머니의 편지 중에서)공교롭게도 아이의 백일 상에 올려 두었던 용품들과 명주실 타래를 책상 서랍에 넣어 둔 날이었다. 차일피일 정리를 미루다 결국 아이가 200일 가까이 되고 나서야 계획했던 예쁜 상자에 넣는 일은커녕 그것들을 그저 안 보이는 데로 치우기만 한 거였다. 하필 그 저녁에 저 편지를 읽고야 말았다. 처음 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음 한쪽의 실밥이 툭 터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사월이다. 당연히 돌아가는 시계이고, 돌아오는 계절인데도 그 후로 4월이면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눅진하다. 아기를 낳고 나니 뼈 안쪽이 더 지긋해지는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이럴진대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어떨까 하며 제주 쪽을, 합동분향소와 학교가 있던 안산 쪽을 굽어본다. 2014년 4월 16일. 소설 마감과 학교 수업 준비에 밤을 새우고 정신없이 등교했다. 교실에 들어섰는데 아이들의 행동이, 교실의 공기가 여느 날과 사뭇 달랐다. 마주 앉아 있는 학생 몇몇은 울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우는소리만 돌아왔다. 학교는 단원고와는 십여㎞쯤 떨어진 곳이었다. 초조하게 뉴스를 보던 아이들과 ‘전원구조’라는 자막이 올라왔을 땐 안도했지만,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원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퍼졌다. 학생들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 후의 일들은 파편으로만 남아 있다. 추모를 위한 모임이나 분향소에 가지 말 것, 상복으로 느껴질 만한 색의 정장을 입고 등교하지 말 것 등의 ‘이상한’ 공문이 내려왔고 그것이 하달될 때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은 탄식과 저항의 말들을 쏟아냈다.노란 리본을 달고 등교하는 것도 금지였다. 나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리본 스티커를 구해서 차에 붙였다. 꿋꿋하게 검은 옷을 입고 갔고, 방과 후 수업을 빠지고 장례식장에 다녀오겠다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1주기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갔다. 광장을 빙 둘러쌌던 그날의 차벽들과 저항하던 사람들, 그리고 경복궁 앞에 웅크리고 있던 삭발한 유가족들. 곳곳에서 터지던 비명과 고함, 그리고 차벽을 넘어갔다가 아예 차체를 쓰러뜨리던 사람들 곁에 나는 그저 서 있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몰려다니던 한복판에 그저 서 있었다. 단지 그 한가운데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머리를 깎고, 밥을 굶고 앉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것밖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던 날이었다.세월호에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읽고 있던 대학의 강의실에서 누군가 크게 울어 이유를 물어보니 그 전날 수학여행을 마치고 자신들이 타고 왔던 배가 세월호여서 어쩌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학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아연함이라니. 그리고 그것을 듣는, 희생자의 친구 얼굴은 또 얼마나 어두웠던가. 7년이 지났다. 그로부터 세상은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나. 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정책의 결정자들은 얼마나 달라졌나. 7년이라는 세월을 대충 가늠하기도 전에 여전히 광장에, 청와대 앞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속해서 삭발하고 끼니를 거르며 서 있다. 어째서 저들이 여전히 저 자리에 서 있는가.정권이 바뀌고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어가는 동안에도 유가족들을 비롯해 생존자들은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 나갔다. 단원고에 4·16 기억교실을 세워 기록물 보존과 유품, 유류품들을 보존 관리하기 시작했고, 기록 유형에 상관없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등록하며 정리했다. 마을 공동체 등과 협업해 마을 아카이빙 양성교육, 미래세대 청소년 기록단 양성교육과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의 민주 시민 교육 등을 활성화했으며 4·16 기억 전시관의 문을 열었다. 총 100권으로 쓰인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를 출간했고, 팽목항에 ‘팽목 기억관’을 세우고 지켰다. 엄마들이 모여 뜨개질을 했고, 아빠들은 목공예 작업을 시작했다. 합창단과 연극팀을 꾸려 전국 곳곳을 다니며 공연도 했다. 명예졸업식을 치르고, 해마다 기일이 되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추모하러 다닌다. 희생자 학생들 외에 일반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잊지 않기 위해, 참척의 아픔을 삭이려 다니던 길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쌓은 발자취들이었다. 또 유가족들은 5·18과 선감학원, 남영호 등의 피해자들을 만나는 일도 병행했다. 상처와 상처들이 만나 참사와 안전 그리고 연대라는 말들과 함께 새로이 어깨를 견주었다. 제주에 기억 공간을 만든 것도 역시 유가족들이었다. ‘세월호 제주 기억관’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 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던 곳, 제주에 아이들을 위한 기억 공간을 만들자”는 생존학생 장애진 아빠 장동원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4·16 가족협의회와 평화쉼터 신동훈 대표가 협약서를 체결하고 6개월 준비 기간을 거쳐 신동욱 작가가 완성한 현판 글씨체를 강정마을을 지키던 문정현 신부께서 조각해 주셨다. 이 소식을 듣고 제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도서, 조각품, 나눔 물건 등을 전시하면서 2019년 11월 6일 제주 4·3 평화공원 아래에 ‘세월호 제주 기억관’이 탄생했다.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기억관 내의 세월호 리본 옆에 그달에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기리는 일도 하고 있다. 2015년에 택시기사 임영호씨의 도움으로 ‘한별이’에게 생일 케이크와 꽃 화분을 전달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그 생일 기억 공간이 무척 특별하게 보였다. 기일이나 추모 대신 생일을 기억해 주는 일이라니! 제주 기억관에서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뿐만 아니라 4·3의 아픈 기억을 새긴 동백 배지도 함께 전시하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리본과 배지를 함께 나눠 주는 일을 진행 중이다. 단장이 끊어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먼저 간 아이와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 이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 나갔고, 아직 아무런 답이 없는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에 떠 있고, 노란 리본은 나날이 빛을 잃어가는 동안에도 ‘엄마’이자 ‘아빠’인 가족들은 힘을 내었다. 7년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잊혀져 가던 아이들의 흔적을 혼신을 다해 기록해 두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그들에게는 노란빛의 숙명처럼 다가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안전법들은, 연대의 방식들은 유가족들이 해 낸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들이 직접 만든 목공예품들은 현란한 꾸밈이나 노련한 솜씨들은 아니지만 사포질 하나에도 아이의 모습을 담아 매만졌을 거라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애잔한 조형물들처럼 느껴진다. 그 옆에는 304개 리본 트리와 기억조형물들이 놓여 제주 기억관을 꽉 채운다. 관람객들은 물론이거니와 생존자들도 간혹 다녀가는데, 희생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생존자들 역시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견디고 또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앞길이 모쪼록 편안하기를.금요일에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수요일에 떠났던 수학여행은 여전히 진도 해상 어디쯤에서 멈춰 있다. 그들 대신 세월호 기억관이 제주에 왔다. 못다 한 수학여행을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마무리하길, 매년 다가오는 봄의 어느 금요일에는 꼭 꿈으로라도, 바람이나 이슬, 햇살로라도 다가오길. 후생에는 꼭 다시 태어나 무병장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수학여행 길에 동참했다. ‘어디까지 와시니?/ 용머리해안까지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마라도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약천사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외돌개 와수다/(중략)/ 어디까지 와시니?/ 미천굴까지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성산일출봉 와수다/ …이젠 어디로 갈 거고/ …엄마…/ …집에는 언제 와시니?/ …아빠…/ 아가, 어디까지 와시니?/ …못 찾겠다 꾀꼬리!/ …할아버지…// (중략) 내 소리 들어점시냐/ 이 하르방 보염시냐/ 설운 애기 어디까정 와시니/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중략) 찾았다!/ 안녕…할아버지! (소설 ‘귤목’(橘木) 중에서) 소설가 이은선
  • 벼락 한 번에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 소나무 포착 (영상)

    벼락 한 번에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 소나무 포착 (영상)

    대자연의 힘 앞에서는 우리 인간도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국의 한 지역에서 벼락이 떨어져 소나무 한 그루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충격적인 모습은 지난 8일 위스콘신주(州) 워토마에 있는 워토마 고등학교에 설치돼 있는 보안 카메라에 찍혔다. 이에 대해 워토마 고등학교의 제니퍼 존슨 교장은 “9, 10학년 학생들이 오전 8시 25분쯤 ACT 아스피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앚아 있을 때 소나무에 벼락이 내리쳤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처음에 학생들과 교사들은 천둥 소리에 놀랐지만 방금 일어난 일을 깨닫고 난 뒤 바로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소나무가 파괴된 모습에 관심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공개된 영상은 소나무가 산산조각이 나기 전 벼락에 의해 불이 치솟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슨 교장은 또 “이번 사고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파괴된 소나무 외에는 재산상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영상은 미국 기상청(NWS) 위스콘신 그린베이지부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공유하면서 널리 확산했다. 이 기관은 영상을 공유하면서 “천둥이 치면 실내로 들어가라”고 당부했다. 사진=NWS/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20년 전 발견된 청동기시대 거대 석판, 유럽 최고(最古) 지도로 밝혀져

    120년 전 발견된 청동기시대 거대 석판, 유럽 최고(最古) 지도로 밝혀져

    약 120년 전 프랑스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의 거대한 석판 한 점이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한 연구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로 확인됐다고 고고학자들이 밝혔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생벨레크의 석판’(Saint-Bélec Slab)이라고 불리는 길이 3.8m의 이 유물은 1900년 발견돼 한 세기 이상 잊혀졌지만 프랑스 국립고고학발굴조사연구소(INRAP) 등 국제 연구진이 고해상도 3D 조사와 사진 측량 기술을 사용해 최근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브르타뉴 서부 지역의 한 무덤에서 출토됐던 이 석판은 기원전 1900년에서 1640년 사이의 청동기 시대 시신을 수습한 관의 벽 일부로 재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굴 당시 이미 윗부분이 파손돼 소실된 상태였다.1900년 한 사설 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1990년대까지 생제르맹 앙레성 내 고고학 박물관에서 보관돼온 이 석판은 2014년에 이르러서야 이 박물관의 지하실에서 다시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이 석판을 조사하는 동안 복잡한 선으로 연결된 무늬의 반복이 지도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챘다. 석판의 표면은 계곡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해서 입체적으로 가공됐고 선은 강의 지류를 묘사한 것으로 보여진다.게다가 이렇게 조각된 무늬는 브르타뉴 서부 지역의 경관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석판은 가로 약 30㎞, 세로 약 21㎞의 오데강 지역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석판이 파손된 원래 이유를 포함해 몇 가지 불명확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구 제1저자인 클레망 니콜라 박사는 “이번 발견은 선사시대 사회의 지도 지식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강조한다”면서 “이 석판은 청동기 시대에 영토를 엄격히 통제했던 강력한 위계 정치 주체의 영역을 묘사하며 이를 깨뜨린 것은 비난과 불복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프랑스 선사시대학회보’(Bulletin de la Société préhistorique français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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