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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신월동 방화 살인 40대에 사형 구형

    검찰, 신월동 방화 살인 40대에 사형 구형

    검찰이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투던 아랫집 70대 노인을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정모(40)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당우증) 심리로 열린 정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자 동시에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범죄자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는 아래층에 거주하는 피해자로부터 층간 누수 해결을 요구받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후 증거인멸을 위해 방화했다”며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까지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 6월 14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주택 2층에 있는 70대 여성 A씨 집에서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과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족들은 정씨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내려달라”며 엄벌을 촉구한 바 있다. A씨의 딸은 “행복했던 가족이 살인자의 끔찍한 범죄로 산산조각이 났고, 저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정씨도 용서를 구한다면 본인 스스로 판사님께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길 바란다”고 했다.
  • 관광명소 한데 묶은 ‘양구 여행’

    관광명소 한데 묶은 ‘양구 여행’

    강원 양구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 명소를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을 운영하고 나섰다. 군은 백자박물관 지질공원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최근 출시했다고 20일 밝혔다. 다음달까지 10회에 걸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서울 광화문 또는 잠실역에서 출발해 양구 한반도섬과 수입천 ‘여유길’, 백자박물관, 양구명품관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원 평화누리길 9코스인 수입천 여유길은 오미리 마을에서 각시교, 수입천, 방산면사무소을 거쳐 백자박물관에 닿는 6㎞ 코스이고,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백자박물관에서는 양구백토를 이용한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1인당 3만 9000원이고,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품이 제공된다. 군은 지난달부터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테마 노선 트래킹도 운영하고 있다. 트래킹은 두타연 금강산 가는 길 2.7㎞를 걷고, 조각공원과 두타정, 두타연 폭포 등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소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매주 수요일에는 박수근박물관과 중앙시장 방문이 프로그램에 추가된다. 군 관계자는 “양구만의 특성을 담은 관광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로만글라스/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로만글라스/서동철 논설위원

    언젠가 테헤란의 이란국립박물관을 찾았을 때 경주 황남대총의 봉수형병(鳳首形甁)과 너무나도 닮은 유리 그릇이 전시돼 있어 반가웠다. 새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표주박 모양의 아름다운 유리병으로 중국을 거치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유리잔 역시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파란색 유리잔과 같은 장인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꼴이었다. 천마총 유리잔은 국립경주박물관 문화상품 매장에서도 복제품이 팔리고 있을 만큼 예쁘다. 테헤란에는 유리도자기박물관도 있다. 유리 문화에 대한 이란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에서는 BC 1300년 시작됐다는 이란의 유리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찾을 수 있는 유리의 재료와 유리공예품에 특유의 색깔을 내는 광물질도 흥미롭다. 목걸이용 유리 구슬의 거푸집도 보였는데, 황남대총 북분 출토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라가 당시는 서역으로 불렀던 서아시아 지역에서 유리공예 완제품은 물론 제조 기술까지 받아들여 활용했음을 알려 준다. 유리의 기원은 확실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고고학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BC 23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유리 생산이 본격화된 것은 대롱으로 불어서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런 방식의 유리 그릇을 이른바 로만글라스라고 하는데 서아시아를 점령한 로마가 유리를 전 세계로 퍼뜨리며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본거지 이란이 애써 사산글라스라고 부르려 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한반도에서는 신라는 물론 가야 지역에서도 유리가 출토된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합천 옥전 고분군, 함안 마리산 고분군이 그렇다. 학계 일각에서는 대형 범선을 형상화한 창원 마산 현동 유적의 배 모양 토기를 근거로 실크로드가 아닌 바다를 거쳐 신라보다 1세기 빨리 전래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오늘 ‘가야 유리기(琉璃器) 기원, 유통 그리고 재활용-로만글라스 가야에 묻히다’를 주제로 부산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갖는다고 한다. 손톱보다 조금 큰 마리산 출토 유리 조각 한 점이 갖는 힘이 놀랍다.
  • “용산의 주인공”…‘제30회 용산구민의 날’ 기념행사 성료

    “용산의 주인공”…‘제30회 용산구민의 날’ 기념행사 성료

    서울 용산구민이 참여하는 ‘화합의 한마당’이 열렸다. 구는 지난 18일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제30회 용산구민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비롯해 권영세 국회의원, 오천진 용산구의회 의장, 시·구의원, 미8군 용산 케이시 사령관, 유관기관장, 직능단체장, 각계각층 구민 대표 등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구 해외 자매도시인 베트남 빈딩성 퀴논시에서도 응우엔 반 중 퀴논시 서기장 등 대표단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식전 행사로 용산구립합창단의 공연 후 본격적인 기념식이 시작됐다. 본 행사는 방송인 조하나가 사회를 맡아 ▲개회선언 ▲국민의례 ▲내빈소개 ▲기념영상 상영 ▲구민대상 시상식 ▲명예용산구민증 수여식 ▲기념사 및 축사 ▲기념퍼포먼스 순으로 진행했다. 이번 구민의 날 기념영상은 ‘나는 용산’이라는 타이틀로 용산을 찾은 5명의 구민들 이야기로 꾸몄다. 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어 낸 용산의 변화와 그 중심에는 언제나 구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올해 구민대상은 ▲홍철문(선행봉사상, 이태원제2동) ▲박근순(모범가족상, 후암동) ▲문화예술상(조윤곤, 보광동) ▲김진택(생활체육진흥상, 이태원제2동) ▲박종대(지역발전상, 청파동) ▲양정순(환경보호상, 이태원제1동) ▲우종옥(교육발전상, 이촌제1동) ▲후암동새마을지도자협의회(안전상, 회장 최중진) ▲장진국(특별상, 이태원제1동)에게 수여됐다. 수상자 전원에게는 본인 얼굴이 조각된 상패가 지급되며, ‘용산구민 명예의 전당’에 명패가 헌액됐다. 별도 부상(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구 관계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숨은 공로자들을 발굴했다”며 “수상자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후 구와 미군기지가 하나의 지역사회로 어우러지는 데 일조한 공로로 로이드 더블유 브라운 용산기지 사령관에게 명예용산구민증 수여식을 실시했다. 기념사와 축사 후에는 이화선 작가가 기념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마지막에는 구민 참여자들이 함께 붓을 잡고 풍요롭고 생명력 넘치는 용산구가 되길 바라는 구민들의 염원을 담아 느낌표를 찍어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본 행사 뒤에는 국악인 김준수, 뮤지컬 배우 임태경, 트로트 가수 한혜진이 출연해 구민에게 감동을 주는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10월 18일은 ‘용산 구민의 날’로, 1946년 10월 18일 행정구역상 ‘서울특별시 용산구’가 개창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후 구는 1994년부터 매년 구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화합과 결속을 다지기 위해 기념식과 구민대상 시상은 물론 구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박 구청장은 “이번 구민의 날은 구민 여러분이 ‘용산의 주인공’이다”며 “용산의 미래이자 자부심인 구민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 이스라엘 소행? 팔레스타인 실수?…누가 병원 폭격했나? [핫이슈]

    이스라엘 소행? 팔레스타인 실수?…누가 병원 폭격했나? [핫이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폭격을 받아 500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이번 공격의 주체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해 약 500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 언론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현장에는 그야말로 지옥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병원에는 시신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여전히 수백 명이 잔해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의사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서 있다. 이에대해 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피란민과 환자들로 가득 차 있는 병원을 공습했다"면서 “이는 대량 학살이자 전쟁범죄”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이와 반대로 이스라엘 측은 이슬람 지하드의 오발로 인한 피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국방군(IDF)은 "이번 폭발은 이슬람 무장단체 짓"이라면서 "이슬람지하드가 발사한 로켓이 실수로 가자지구 병원에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지구내 야만적 테러리스트들이 이번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다. IDF는 책임이 없다”며 하마스 주장을 반박했다.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정보를 통해 디지털 흔적을 수집하는 독립단체인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 분석가들은 가자지구 내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의해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OSINT 측은 "다양한 출처에서 얻어진 폭발 장면을 분석한 결과 팔레스타인 단체가 발사한 미사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중에서 폭발했고 그중 한 조각이 병원에 떨어져 폭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OSINT 측은 "이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진실이라는 뜻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공식 조사관이 아니라 정보 수집가"라고 덧붙였다.    
  • 품절 상품 가격 2배로 올리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 글 올린 소비자…대법 “모욕죄로 처벌 못 해”

    품절 상품 가격 2배로 올리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 글 올린 소비자…대법 “모욕죄로 처벌 못 해”

    일시 품절된 컴퓨터 부품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판매가의 2배로 올린 전자기기 판매업자에 대해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글을 올린 소비자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용팔이’는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일부 악질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멸칭하는 경멸적 표현이 맞지만,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7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B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묻고 답하기’란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해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에 앞서 품절된 한 컴퓨터 메인보드 제품을 통상 판매가의 2배인 4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1심은 “‘용팔이’란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라며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경멸적인 표현과 모욕의 고의 또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즉시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행위를 인정해 위법성을 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 슬슬 시동거는 ‘산천어축제’…내년 1월 개막

    슬슬 시동거는 ‘산천어축제’…내년 1월 개막

    강원 화천군이 산천어축제 개최 준비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꼽히는 산천어축제는 2개월여 뒤인 내년 1월 6일부터 28일까지 화천천에서 열린다. 군은 산천어축제 모객을 위해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대만, 말레이시아에서 관광세일즈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간 군은 현지 여행사들을 각각 찾아 내년 산천어축제 운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홍보 동영상과 리플릿을 전달한다. 군은 조만간 주한 외교사절과 유학생에게도 산천어축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김명숙 군 글로벌마케팅담당은 “관광세일즈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맨손잡기, 얼음조각, 낚시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다양한 의견도 수렴해 축제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10일 군은 산천어축제 기본계획 보고회를 열고 준비 상황부터 세부 프로그램 기획안까지 전 분야를 점검했다. 12일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는 해외에서 관광객을 모아 국내 투어를 진행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27곳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최문순 군수가 발표자로 나서 산천어축제가 가진 매력을 소개했다. 축제장인 화천천 여수로 점검은 지난달 마쳤고, 결빙에 방해가 되는 잡풀을 뽑는 제초작업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지 3년 만인 올해 초 다시 열린 산천어축제는 국내외 관광객 130만명을 유치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최 군수는 “2024 산천어축제의 성공 개최와 안전한 운영을 위해 군민들과 힘을 모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하남시의회,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도시를 가다

    하남시의회, 아름다운 빛으로 물든 도시를 가다

    하남시의회 의원연구단체 ‘하남시 문화예술 정책개발 연구단체(이하 ’문화예술 연구단체‘)가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17일 하남시의회에 따르면 ‘문화예술연구단체’는 지난 16일 인천 송도 미디어아트 축제 ‘빛의 정원, 송도’와 서울 노원구 ‘2023 빛조각페스티벌-노원달빛산책’ 두 곳의 축제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 8월 28~29일 용인특별시 보정동 카페거리와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행복도시) 금강보행교, 세종전통시장&조치원 테마거리에 이은 두 번째 벤치마킹으로 정병용 대표의원을 비롯한 부대표 정혜영 의원, 강성삼 의장, 오승철·오지연 의원은 빛 축제 성공모델로 꼽히는 국내 우수 사례를 조사·분석, 하남시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진행됐다. 첫 견학지로 인천 송도를 방문한 의원들은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 인천시가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오는 29일까지 센트럴파크에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축제 ‘빛의 정원, 송도’ 현장을 찾았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트라이보울에서 레이저와 결합한 360° 미디어파사드와 백령도 물범을 형상화한 인천시 대표 캐릭터 ‘버미’ 8미터 초대형 크기 에어벌룬을 관람, 산책로 곳곳에 형성된 다채로운 경관조명들을 센트럴파크를 거닐면서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어 트라이보울 야외광장에서 각종 음악공연과 센트럴파크 잔디광장에서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밴드들의 버스킹 공연을 감상,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빛의 정원으로 변모해 매력적인 음악과 함께하는 미디어아트의 특별한 세계를 경험했다.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한 의원들은 올해로 4회를 맞은 서울시 노원구의 대표 공공미술 축제 ‘노원달빛산책’을 벤치마킹했으며, 의원들은 노원구 당현천 산책길 2.5㎞ 구간에 전시된 국내외 작가 18인(팀)의 예술 등, 빛조각, 뉴미디어작품 등 총 42작품 150여 점을 비롯해 시민참여 작품까지 1000여 점을 직접 감상했다. 지난해 66만 명, 일평균 4만여 명이 다녀가며 대중성·예술성을 갖춘 노원구 대표 축제로 성장한 노원달빛축제를 관람한 의원들은 특히 올해 발달장애인, 은둔청년,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이 참여한 작품과 노약자와 장애인도 안전하게 공공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환경으로 축제 공간을 세심하게 조성한 것을 인상 깊게 봤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최근 전국적으로 야간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빛 축제가 유행인 가운데 환상적인 빛의 향연이 가을밤을 수놓는 축제 현장과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선보이고 있는 송도와 노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의원은 “색깔과 방향이 없는 축제나 지자체장의 과시형전시형 축제가 아닌 급성장하고 있는 하남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체험이 가능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예술의 1번지’ 탄생 20주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예술제 20일 개막

    ‘문화예술의 1번지’ 탄생 20주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예술제 20일 개막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생긴 지 20주년 기념 예술제 개막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서부지역 문화예술 특화공간으로 조성 운영하는 저지 문화예술인마을 설촌 20주년을 맞아 ‘아트 & 저지(ART & JEOJI) 2023’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2003년부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등 유명 예술가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면서 현재 회화, 조각, 서예,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는 이곳은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이 저지예술인마을에 건립되면서 저지리는 ‘문화·예술의 1번지’로 거듭났다. 얼마전 작고한 박서보 화백을 비롯, 한국 화단의 거목 김흥수 화백, 김창열미술관, 최근엔 유동룡(이타미 준)미술관까지 개관해 문화예술에 목마른 사람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저지 문화예술인마을 입주 예술인인 주민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다채로운 프로 그램을 선보인다.20일 오후 3시 현대미술관 분관 야외광장에서 입주 예술인,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식이 열린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현대미술관 분관에서 입주 예술인들의 대표 창작작품 20점을 선정해 합동 전시를 개최하고, 입주 예술인 갤러리 15곳에서 한국화, 서양화, 서예, 수묵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개별 전시한다. 또한, 입주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한국화, 문인화, 돌 조각 등 문화예술 체험, 김연수 소설가의 문화예술 강연, 아틀리에 전시 투어가 이뤄지며, 김창열미술관에서는 가수 하림과 장들레가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도 마련된다. 특히 지역주민들과 입주 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해 농산물, 식물, 음식, 아트상품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열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을 펼친다. 김창열 화백과 건축가 유동룡의 일생을 각각 영화로 제작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이타미준의 바다’ 등 문화예술 영화를 지역주민, 입주 예술인, 방문객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마을극장도 운영한다. 오성율 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서부지역 특화 문화예술 공간으로 도민과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풍성한 가을에 풍년잔치… 이천쌀밥 먹으러 오세요

    풍성한 가을에 풍년잔치… 이천쌀밥 먹으러 오세요

    경기 이천시는 구수한 이천쌀밥을 맛보고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제22회 이천쌀문화축제가 오는 18~22일 모가면 농업테마공원에서 열린다고 16일 밝혔다. 축제 슬로건은 ‘풍성한 가을, 함께 즐기는 풍년잔치’다. 이천쌀문화축제는 이천 특산물인 쌀을 주제로 열리는 종합 문화관광축제이다. 어린 세대는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고 어른들은 향수를 자아내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이천 명 이천 원 가마솥밥’은 초대형 가마솥에 2000명분의 쌀밥을 지어 2000원을 내고 비빔밥을 먹는 행사로 대형 가마솥에서 이천쌀밥이 지어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전통방식대로 장작으로 불을 때 지은 밥은 고슬고슬 윤기가 돌고 나물과 김치, 고추장, 들기름을 넣어 비벼내면 2000원의 만찬이 완성돼 맛과 영양에 양까지 푸짐한 이천쌀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는 매일 한차례 진행되는 이벤트로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축제 성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된다. 약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을 뽑아 조금씩 나눠 먹는 프로그램이다. 가래떡이 끊이지 않게 지그재그 모양을 유지하며 탁자 위에 600m를 늘어놓으려면 많은 사람의 노력과 협동심이 필요하다. 가래떡을 한 조각씩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가을의 풍성함과 농촌의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특화된 13개 테마로 방문객이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는 100%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13개 마당은 ▲나락포토존 ▲풍년마당 ▲황금다랭이논을 갖춘 농경마당 ▲기원마당 ▲찾아가는 서당 ▲은하수터널 ▲하늘마당 ▲동화마당 ▲가을마당 ▲가마솥마당 ▲문화마당 ▲먹거리마당 ▲햅쌀장터로 구성돼 있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녘에서 벼 베기와 탈곡을 하며 수확의 기쁨이 가득한 이 계절에 열리는 이천쌀문화축제에 방문해 보고, 느끼고, 즐기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밥 내음이 주는 행복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검은 바탕 금빛 한자… 光化門 현판도 새 모습

    검은 바탕 금빛 한자… 光化門 현판도 새 모습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역사의 길’이 100여년 만에 다시 열렸다. 광화문을 나타내는 이름표인 현판도 새로 태어난다. 15일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越臺, 月臺)와 금빛 이름을 새긴 광화문 현판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월대는 궁궐, 종묘 등 중요한 건물의 앞에 넓게 설치한 대를 가리킨다. 건축물을 울타리처럼 두르는 석조물 난간석을 양쪽에 둬 건물의 위엄을 높이는 동시에 왕실의 주요 의례나 만남 등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무대로도 썼다.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이기도 했으나 1910년 일제가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행사를 열고 1923년 이후 선로가 놓이면서 제 모습을 잃었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조사 결과 광화문 월대는 길이 48.7m, 폭 29.7m 규모로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었고, 중앙 부분에 임금이 지나도록 만든 길을 가리키는 어도가 7m 정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와 각종 사진 자료를 토대로 보면 광화문 월대는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겪었다. 이번 복원에서는 과거 부재 40여점을 활용했다. 조선왕릉 난간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나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학예연구사의 논문이 실마리가 됐다. 문화재청이 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동구릉에 모여 있던 난간석과 용두석(龍頭石·용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석조물) 등 40여점이 원래 광화문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난간 양쪽을 장식하던 각 석조물도 제자리를 찾았다. 모두 19점의 난간석이 미세하게 다른 점을 확인해 각각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동물 조각상인 서수상(瑞獸像·상서로운 동물상) 한 쌍도 복원 과정에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있었던 이 석상을 주목한 한 유튜버가 2021년 9월 광화문 월대와 해태상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올렸다. 이를 본 시민이 문화재청에 알리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광화문 앞에 있었던 해태(해치)상도 위치를 옮긴다. 문화재청은 해태상을 어디에 둘지 논의를 이어 왔다. 광화문 앞이 차로인 점, 해태상의 의미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월대 전면부에 두기로 했다. 문화재청이 함께 공개한 새로운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로 한자 ‘光化門’(광화문)이라고 적혀 있다.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영건도감 제조를 겸한 임태영이 한자로 쓴 것으로, 2010년 제작한 기존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다. 김민규 동국대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문화재청 전문위원이 광화문 현판 제작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영건일기’를 분석한 내용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 연구원은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등 경복궁 주요 전각의 현판 바탕이 검은색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을 짚으며 “화재에서 무사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실험과 논의 끝에 광화문 현판은 검은 바탕에 금빛 글자로 결정됐다. 학계 안팎에서는 새 현판이 그간 현판 복원을 둘러싸고 이어 온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약 50m 길이의 월대가 놓인 광화문은 이전까지의 광화문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경복궁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게 된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재분과 위원장인 홍승재 원광대 명예교수는 월대 복원에 대해 “그동안 단절됐던 광화문과 육조거리를 연결함으로써 한양 도성의 중심축을 회복하고 각 유적을 잇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벚나무 품은 치마폭 닮은 공간…마당집 계보 잇는 ‘한옥 같은 집’[건축 오디세이]

    벚나무 품은 치마폭 닮은 공간…마당집 계보 잇는 ‘한옥 같은 집’[건축 오디세이]

    고즈넉한 고택을 방문하거나 서울 북촌의 한옥 마을을 산책할 때 ‘한옥에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그런데 한옥을 지어서 살겠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불편함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가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 건축사)는 한옥적 요소를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 낸 ‘한옥 같은 집’을 제안한다. 한옥의 유전자가 녹아 있어 한옥스러운 집은 기둥과 보가 있는 중목(重木) 구조에 전통적인 구조미가 드러나며 안팎으로 마당과 집이 개방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한지와 창호로 마감된 방이 있으며 마당으로 처마가 드리운다. 조 대표가 경기도 파주 교하지구(동패동)에 작업한 ‘한옥 같은 집’ 세 채 중 가장 최근에 완성한 ‘S주택’을 찾았다.#붉은 벽돌 외관의 이층 목구조 집 “나지막한 뒷동산을 배경으로 좌우로 널찍하게 펼쳐진 교하 주택단지 한가운데로 선을 그었을 때 위에서 아래로 세 채가 자리하는데 이들 집의 건축주 이름 머리글자가 우연히도 공영방송 이름과 같은 K, B, S였어요. S주택은 건축주의 아내를 위해 지은 집이라 부인의 성을 딴 것이지만 마치 삼 형제 같은 이 작업을 해 놓고 보니 원래부터 하기로 정해진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세 채 모두 한옥 같은 집이고 K, B, S라고 하니 부르기도 쉬웠다. 이 집에는 ‘서소헌’이라는 옥호가 있지만 ‘S주택’이라 부른다. 디자인적으로 볼 때 K주택에서 파생된 것이 S주택이고, B주택은 도시 한옥의 유전자를 가지고 2층으로 새롭게 구성한 집이다.S주택은 부지를 사들인 지는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사업을 하느라 여유가 없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땅을 산 지 17년 만에 지었다. 양지바르고 균형 잡힌 터에 단정하게 자리잡은 붉은 벽돌 외관의 이층 목구조 집은 작은 숲과 두 그루의 벚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대지 남쪽의 작은 숲이었습니다. 차량 소음을 줄이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단지 전체에 만든 공개녹지인데 어떤 집은 앙상한 나무들만 남아 있었던 반면 이 집의 대지 앞에는 우거진 숲이 짙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옆으로 지나는 길에 벚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화창한 봄날에 벚꽃이 만개하면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작은 숲은 마당의 일부가 됐고 벚나무 두 그루는 안팎으로 집과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봄날 벚꽃이 만발한 집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조 대표는 이 집을 설계할 때 ‘치마폭 같은 공간’을 상상했다고 한다. 남편은 큰 공간에 주방과 아궁이, 굴뚝이 있어서 여럿이 같이 불도 때고 밥도 해 먹으면 좋겠다고 하고, 아내는 제주의 물부엌(물 쓰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바깥 공간) 같은 공간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떠올린 생각이었다. S주택 1층에는 거실, 식당, 주방, 작업실, 한실 등 공적인 공간을 배치했다. 2층과 다락에는 부부 침실과 자녀 방을 두었다. 1층은 마당을 향해 열려 있어 넓고 시원한 느낌이 들고 2층은 아기자기한 구성을 가졌다. 한옥에서 가져온 요소들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하나같이 창의적으로 해석해 ‘한옥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다. 마당 향해 열린 1층, 시원한 느낌2층·다락엔 부부 침실·자녀 방 둬기둥 세 개에 세 칸 대청마루 닮아한지 미닫이문, 한옥 분위기 물씬 한실 바닥엔 구들장… 아궁이 갖춰“현대 건축에 들어온 전통의 미학”움집 모양 비정형물 ‘짓다’ 선보여‘마당집’ 상상 점점 현실로 만들다 #마당·숲, 벚나무 풍경… 독특한 매력 현관에서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과 주방이 있고, 그 너머로 마당이 펼쳐져 보인다. 사이를 넓게 두어 세 개의 기둥을 세워 놓은 모양새가 마치 세 칸 대청마루에서 탁 트인 마당을 보는 것 같다. 공간이 크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한옥처럼 대들보와 기둥을 둔 결과다.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들을 설치해 한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민화 그리는 솜씨가 프로급인 안주인을 위해 특별히 만든 작업실에는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을 달았다. 열면 개방된 공간이 되고, 닫으면 편안하게 집중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닫힌 공간이 된다. 1층 작업실에는 벚나무가 보이도록 큰 창을 냈다. 마당을 향해 앞면과 옆면의 처마를 드리우고 서까래가 길게 보이는 것이 제대로 치마폭을 연상하게 하는 집은 여유롭고 푸근하다. 조 대표는 “한쪽으로는 처마 아래로 마당과 숲이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작업실 큰 창으로 벚나무가 눈에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풍경의 흐름이 이 집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45㎝ 높이차 한실, 툇마루 앉은 듯해 앞서 지은 K주택에서는 한실을 안쪽에 배치해 서재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S주택에서는 아예 거실 한쪽의 방 하나를 온돌 한실로 만들어 마당 쪽으로 배치했다. 걸터앉기 좋게 거실 바닥과 45㎝ 높이차를 둔 한실에는 벽장이 있고 창살무늬 패턴을 한 창문과 한지를 바른 덧창이 있다. 한실 바닥에는 전통 구들장을 깔았고 바깥의 아궁이에서 불을 땔 수 있도록 했다. 한실과 거실 사이의 문은 ‘들어열개문’으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문을 들어 올려 천장의 들쇠에 고정하면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한실에 걸터앉아 거실 쪽을 보니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보는 것 같다. 조 대표는 “건축가로서 스스로의 역할은 한옥과 같은 우리 전통의 보편적인 집들을 지금, 그리고 미래에 우리의 삶을 담는 집으로 만드는 일”이라면서 “일본의 현대 주거에 있는 다다미방처럼 현대의 우리 주거에 맞는 한실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하나의 집에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면서 현대건축의 작업 공정에 전통 건축의 공정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됩니다. 한지 장인, 대목수, 창호 목수 등 한옥 공간을 만들었던 여러 주체가 들어와서 작업을 하지요. 이것은 ‘전통 한옥의 작업과 미학, 기술이 현대 건축 속에 들어옴’을 의미합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보편적 창의’를 지속해 나가는 그의 작업은 한마디로 ‘마당집의 계보를 잇는 집’으로 압축된다. 한옥의 바탕에 있는 마당을 삶의 중심에 놓은 ‘마당집’은 서울 서대문의 오래된 한옥에 살면서, 그리고 20여년간의 답사를 통해서 찾은 개념이다. “우리 건축의 대표적인 특징이자 공간을 꼽는다면 그건 마당입니다. 한옥의 바탕에 마당을 중심으로 사는 삶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마당집’이라고 하고 개념을 살려 나가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익숙한 새로움’ 만들어 내는 작업 서대문의 한옥에 살면서 그는 한옥이 무척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티 나지 않고 평온한 건축임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집으로 들여온 자연의 조각을 마당 삼아 그 위로 지붕을 덮으면 밝은 마루가 생기고 이를 벽으로 감싸면 포근한 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도시주택을 답사하면서 우리 주거의 원형이 마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확신이 더 굳어졌다. 운중동 주택(2012)은 ‘마당집’을 생각하며 지은 최초의 주택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마당집’ 작업은 자연스레 ‘한옥 같은 집’으로 발전했다. 한옥은 좋지만 한옥에 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건축주를 위해 지은 파주 K주택은 마당으로 열린 3칸 대청을 떠오르게 한다. 조 대표는 “한옥을 확장한 개념을 정의할 때 마당을 중심으로 돌, 나무, 흙, 종이로 지은 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현대건축으로, 우리의 언어로 재해석할 때 한옥스러운 집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넓고 편안한 1층과는 대조적으로 S주택의 2층은 독립된 개인 방들로 이뤄져 마치 골목 안 풍경을 보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 부부 침실, 그 위로 가끔 와서 지내는 아들을 위한 다락방이 있고 왼쪽에는 딸의 방이 있다. 딸 방에는 높낮이 차를 두어 한옥처럼 누마루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서 다른 벚나무가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둔 천창에서 떨어지는 햇살은 해시계처럼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드리운다. 조 대표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가로서 자신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그가 선보인 나무 파빌리온 ‘짓다’는 마당집의 개념을 담은 움집 모양의 비정형 구조물이다. 구들을 깐 마당을 중심으로 기둥들과 처마를 목재로 만든 ‘짓다’에는 박이 주렁주렁 달려 익어 가고 있다. 그의 ‘마당집’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포토] 복원 마친 ‘광화문 월대’

    [포토] 복원 마친 ‘광화문 월대’

    15일 복원 기념 행사를 앞둔 서울 광화문 월대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자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과거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역사의 길’이 열리고, 광화문을 나타내는 현판도 검정 바탕에 금빛 글자로 다시 태어난다. 문화재청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越臺, 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와 현판 복원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연다. 문화재청은 “오랜 기간 경복궁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복원을 진행해왔고, 이제 제 모습을 찾은 광화문 월대와 현판을 국민에게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월대는 궁궐, 종묘 등 중요한 건물에 설치한 특별한 공간이다. 넓은 단이나 계단을 활용해 건물의 위엄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했으며, 왕실의 주요 의례나 만남 등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무대 기능을 하기도 했다. 길고 넓은 대 양쪽에 난간석(건축물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석조물)을 둔 광화문 월대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였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진 것으로 전한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조사 결과 광화문 월대는 길이 48.7m, 폭 29.7m 규모로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었으며 중앙 부분에는 너비 약 7m의 어도(御道·임금이 지나도록 만든 길)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와 각종 사진 자료를 토대로 보면 광화문 월대는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겪었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를 추진하고 1923년 이후 전차 선로까지 놓으면서 월대는 제 모습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돌아온 월대가 광화문 복원 사업을 마무리하는 ‘완성’이라고 보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경복궁의 역사성을 온전히 회복하고 궁궐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기 위해 월대 복원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월대를 복원하면서 원형 부재를 다시 사용하는 등 과거 흔적을 되살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의 난간석 일부로 추정되는 석재들이 조선왕릉인 경기 구리 동구릉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재 40여 점을 활용할 수 있었다. 난간 양쪽을 장식하던 각 석조물이 제자리를 찾은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당초 문화재청은 동구릉에서 찾은 원형 부재를 난간 앞쪽에 모아서 배열하려 했으나, 총 19점의 난간석이 미세하게 다른 점을 확인해 각각의 위치도 특정할 수 있었다.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동물 조각상도 복원에 큰 힘이 됐다. 월대가 복원되면서 광화문 앞에 있었던 해태(해치)상도 위치를 옮겨 시민들과 만난다. 문화재청은 해태상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논의를 이어왔으나 광화문 앞 차로, 해태상의 의미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월대 전면부 즉, 앞부분에 두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월대와 함께 광화문의 새로운 ‘이름표’도 공개할 예정이다. 2010년 제작된 기존 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다면, 새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로 한자 ‘光化門’(광화문)을 나타낸다.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營建都監 提調·조선시대 궁 등의 건축 공사를 관장하던 임시 관서의 직책)를 겸한 임태영이 한자로 쓴 것을 그대로 따랐다. 학계 안팎에서는 10년 넘게 여러 차례 연구와 고증,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만든 새 현판이 그간 현판 복원을 둘러싸고 이어온 논쟁의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약 100년 만에 모습을 되찾는 월대가 광화문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약 50m 길이의 월대가 놓인 광화문은 이전까지의 광화문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경복궁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재분과 위원장인 홍승재 원광대 명예교수는 월대 복원에 대해 “그동안 단절됐던 광화문과 육조 거리를 연결함으로써 한양 도성의 중심축을 회복하고 각 유적을 잇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물놀이장, 푸드트럭축제, 디저트페스타도..청주 꿀잼도시 되나

    물놀이장, 푸드트럭축제, 디저트페스타도..청주 꿀잼도시 되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부족해 ‘노잼도시’로 불리는 청주시가 ‘꿀잼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청주시는 41억원을 투입해 무심천에 물놀이장과 썰매장을 만든다고 14일 밝혔다. 2025년 12월 준공예정이다.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청남교 상류지역이 사업 대상지다. 시는 이곳에 천변 물놀이장과 유아용 물놀이장, 겨울철 썰매장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만남의 장소와 이용객 휴식공간이 될 중앙광장과 숲 쉼터도 꾸민다. 시는 여름철에는 물놀이시설을 활용해 무심천 물놀이축제를, 겨울철에는 물놀이시설을 썰매장으로 꾸며 얼음조각축제와 군밤굽기 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디저트의 관광상품화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옛 청주시청 광장에서 디저트 베이커리 페스타를 처음 개최했다. 청주에는 카페 1600여곳이 영업중이다. 도시규모가 비슷한 충남 천안보다 많다. 시는 이런 환경을 활용해 청주를 대표할 만한 디저트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벗꽃과 함께하는 푸드트럭 축제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시는 푸드트럭 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저예산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푸드트럭축제와 디저트페스타 같은 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주를 꿀잼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문암생태공원에 증강현실 동물원도 만들었다. 증강현실은 실제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문암생태공원 증강현실 동물원 앱을 휴대폰에 내려받으면 즐길수 있다. 호랑이, 악어, 고릴라, 반달가슴곰 등 10종의 동물을 만날수 있다. 시는 국내 최대 규모 캠핑장 조성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오는 18일 국내 캠핑업계 대표주자인 코베아와 ‘슬로 힐(Slow hill) 코베아 캠핑랜드’ 투자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캠핑랜드는 1000억원이 투입돼 청주시 낭성면 삼산리 일원 15만㎡ 부지에 조성된다. 총 면적이 축구장 20개를 합친 크기다. 텐트를 칠수 있는 사이트는 310개가 마련된다. 캠핑장만 따지면 국내 최대규모다. 물놀이장, 사계절썰매장, 12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도 갖춘다.
  • 1500년 전 백제 왕실의 장례… 무령왕의 마지막을 함께하다

    1500년 전 백제 왕실의 장례… 무령왕의 마지막을 함께하다

    장례는 망자를 기리는 것이나 산 자를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떠난 이가 남기고 간 슬픔의 무게를 남은 이들이 견뎌 내면서 그 사람 없이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지난달 개막한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는 무령왕(462~523) 1500주기를 맞아 성왕(504?~554)이 곡진하게 치렀던 아버지의 장례 과정을 조명한다. 무덤 안치 등 약 27개월간의 일을 국보 9건 등 백제 왕실의 장례문화와 관련된 126건 697점을 통해 보여 준다. 왕권 사회에서 선왕의 장례는 일반 장례보다 더 중요했다. 아버지가 구축한 세계를 아들이 무사히 이어받는 것은 왕조의 운명과도 직결된 일이었다. 흔들리던 백제 왕조를 강화한 무령왕을 계승해야 하는 성왕에게 장례는 새 백제왕으로서 자리와 권위를 찾아가는 핵심 과정이었다. 성왕은 돌아가신 왕을 위해 땅의 신에게 묘소로 쓸 좋은 땅을 ‘돈 1만매’를 내고 샀고 이를 증명하는 내용을 돌에 새겨 넣었다. 영원한 안식처가 될 공간은 연꽃무늬 벽돌로 채워 꾸미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모시면서 성왕은 새로운 시대의 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전시는 크게 5부로 구성됐다. 무령왕이 죽은 523년 5월 7일을 알려 주면서 전시관에 입장하면 관람객들은 조문객이 된다. 무령왕의 묘지석에는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붕’(崩)이 쓰여 있는데 김미경 학예연구사는 “장례를 황제의 격식으로 치르며 자신의 위상까지 높이려 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1부에선 무령왕의 죽음을 맞이한 성왕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선왕의 선업이 이어지기를 바란 성왕의 염원이 다양한 유물을 통해 소개된다. 2부에서는 무령왕의 시신을 생전 모습으로 정성껏 꾸민 뒤 집 모양의 목관에 안치하기까지 과정을 보여 준다. 무령왕 목관 위로 영상으로 별자리가 펼쳐져 27개월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장례가 진행되며 죽은 왕은 생전 호칭인 사마왕에서 무령왕이 됐고 성왕은 태자 명농이 아닌 새 왕으로 조문 사절을 맞았다.3부는 성왕이 무령왕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하며 제사를 지낸 과정을 전한다. 장례의 마지막은 무덤을 지키던 짐승 조각인 ‘진묘수’(鎭墓獸)가 채운다. 이정근 국립공주박물관장은 “장례식의 주인공인 무령왕과 장례를 주관한 성왕 두 명이 주인공인 이야기”라며 “같은 유물이지만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 달라”고 말했다. 12월 10일까지.
  • BBC 인도주의 위기 가자를 가다 “국경도 막고 우리 보고 어디 가라고?”

    BBC 인도주의 위기 가자를 가다 “국경도 막고 우리 보고 어디 가라고?”

    “우리 보고 어디로 가라는 거냐? 이웃에 안전하고 조용하며 아름다운 곳이 있기는 한 거냐?” 팔레스타인 가자 시티 라말 지구의 아파트 구역에서 만난 주민들이 던진 냉소적인 힐난이라고 영국 BBC 기자인 루시디 아부 알루프가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를 공언하며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한 가자지구를 돌아본 뒤 10일(현지시간) 르포에 이렇게 적었다. 느낌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 그의 르포 전문을 그대로 옮긴다.내 생애 가장 힘겨운 7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이스라엘 군용기들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데 대한 보복 공습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수십 채의 주거용 건물, 통신회사 사무실, 가자 이슬라믹 대학 건물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끔찍한 폭발이 9일 밤 내내 지축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울부짖었고 누구도 노루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 가자 시티에서 가장 부자동네로 대체로 조용한 곳인 라말 주민들은 오래도록 이날 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동이 터오며 공습은 잦아들었지만 사람들은 밤새 얼마나 파괴됐는지 실감했다. 남서쪽 기반시설들이 심하게 망가져 이곳에 이르는 대다수 도로가 끊겨 있었다. 차를 몰아 돌아봤는데 마치 지진이 덮친 것 같았다. 자갈과 깨진 유릿조각, 잘린 전선 등이 나딩굴었다. 너무 황망해 몇몇 건물이 있던 곳을 지나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딸 샤드를 안고 길을 가던 모하메드 아부 알카스는 “모든 것을 잃었다. 다섯 아이들과 함께 살던 아파트가 이 건물에 있었다. 건물 아래층의 내 잡화점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우리 보고 어디로 가라고? 우리는 홈리스가 됐다. 더 이상 피할 곳도 일할 곳도 없다. 우리 집과 내 잡화점이 군사 타깃이냐, 이스라엘아?”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군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9일에만 300명가량이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3분의 2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몇년 동안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하루였다. 가자 시티의 동북쪽에 있으며, 가장 밀집도가 높은 자발리아 난민캠프 에서 저녁에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 지휘관의 집을 조준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장이나 근처 집에 있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무력충돌 이후 가자의 사망자 수는 이제 900명에 이르는데 어린이가 260명 포함된 것이라고 보건부는 밝혔다. 부상자는 4500명에 이른다. 360㎢ 면적에 220만명이 북적이는 이 도시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에 대한 응징의 일환으로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명령한 뒤 식료품과 연료, 전기와 수도 모두 바닥났다. 리말에 있는 그녀 집 옆에서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던 와드 알무그라비는 “21세기에 전기나 수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상상이 되나요? 우리 아기 기저귀도 다 떨어졌어요. 우유는 반 병 밖에 안 남았어요”라고 혀를 끌끌 찬 뒤 “우리 아기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나요?”라고 되물었다. 가자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이 지난 7일 이후 처음으로 이날 문을 열었는데 작은 뒷문 앞에 수십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은 뭐라도 구매하고 싶어했는데 무력충돌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자의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모두 남쪽에서 재배되는데 연료가 완전 바닥 나 북쪽으로 옮겨오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했다. 유엔은 가자에 살던 20만명이 충돌이 더 격화될까 두렵거나 집이 파괴돼 피란길에 나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금껏 이스라엘은 물론, 남쪽 이집트 국경을 통해 식품이나 필수품이 반입된 것은 일절 없었다. 하마스가 2007년 이 지역을 통치하기 시작하자 이스라엘 군은 보안을 이유로 국경을 폐쇄해 버렸다. 사람들이 가자를 떠나려해도 이집트와의 라파 국경을 넘어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충돌이 있기 전에는 하루 400명만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 군은 9일과 다음날 팔레스타인 쪽 입국장 문들도 공습을 가해 그럴 수도 없다고 팔레스타인 내무부 가자 지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집을 떠난 20만명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들에 지친 몸을 누이고 있다. 몇몇 가자 주민들은 아예 지하실에서 지낸다. 그런데 위 건물이 무너져내리면 그곳에 갇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9일 밤에만 한 지하실에 30가족이 갇힌 일이 있었다. 라말 주민 모하메드 알무그라비는 “예전 전쟁 때는 이 도시의 일정 부분은 (이스라엘과의) 경계에 사는 주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9일 밤 이스라엘의 공습은 더 이상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 홍콩 음식점서 마작을… 백화점 문화센터, MZ 따라 밖으로

    홍콩 음식점서 마작을… 백화점 문화센터, MZ 따라 밖으로

    마작 역사·게임 방법 강의 후 실습코스 요리도 맛봐 젊은층 입소문학생·직장인 자기계발 강좌 인기SNS 올릴 만한 장소 섭외도 늘어“브랜딩 효과… 고객 지속유입 관문”문화센터 회원 충성도 높아 ‘효과’ 지난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홍콩 음식 전문점. 어두운 조명과 초록색 소파, 높은 파티션으로 꾸며져 마치 영화 ‘화양연화’와 흡사한 분위기의 실내가 마작 수업을 듣기 위한 수강생 20여명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 2030세대 젊은층으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나만의 인생 취미 발견 홍콩 마작 클래스’ 수업을 신청한 이들이다. “우리나라는 여럿이 모이면 고스톱을 치죠?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문화권, 심지어 서구권에서 마작은 흔하게 즐기는 대중적인 게임입니다. 사행성이 짙다는 것은 편견이고 사교 게임에 가까워요. 일본 마작은 문화예술가들이 주도했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싱가포르 화교들이 마작패에 숨겨진 뜻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장면도 나오죠.” 이날 강사로 나선 이명석 작가가 마작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자 수강생들의 눈과 귀가 일제히 그를 향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강연에선 150년 전쯤 중국 상류층의 사교 게임으로 시작된 마작의 역사와 장국영, 임청하 같은 홍콩 영화배우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다뤄진 마작 게임 장면 등을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 갔다. 수강생들은 간간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가며 진지한 태도로 수업을 경청했다. 설명이 끝난 후 실습 시간이 이어졌다. 4명씩 마작 게임 세트가 올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뒷면은 노란색이고 앞면에는 한자와 대나무, 새 그림 등이 새겨진 136개의 플라스틱 마작패 짝을 맞춰 봤다. 달그락 소리가 실내를 울리는 가운데 마작패 모양이 찍힌 호지차 초콜릿이 한 조각씩 제공되자 들뜬 수강생들은 저마다 ‘인증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기초적인 게임 방법을 배우는 2시간 동안 ‘사교 게임’답게 테이블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우혜지(35)씨는 “우연히 혼자 마작 수업을 들어 본 뒤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해서 남편과 지인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게임 후에는 중국식 오이 요리인 파이황과, 표고버섯 딤섬, 고기덮밥인 루러우판, 디저트 행인두부 등의 음식이 코스로 제공됐다. ‘레미마틴 1738’ 꼬냑과 아몬드 술도 한 잔씩 맛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알찬 수업 내용과 음식, 기념품 등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용산에서 회사에 다니는 김예림(30)씨는 “백화점 문화센터 수업은 처음인데 가격 대비 알찬 것 같다”면서 “오늘 배운 마작은 집에서 매일 휴대전화만 만지고 계시는 부모님께 가르쳐 드려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도 마작 수업을 대표적인 인기 강좌로 꼽고 있다. 김영림 롯데백화점 ESG팀 문화센터 실장은 “올 초 해외여행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관광청에 콘텐츠 연계를 제안해 경품 등을 제공받으며 수업을 구성했다”면서 “국내엔 마작이 낯설어서 호응이 높을 줄 몰랐는데, 5개월째 매번 신청 때마다 순식간에 정원이 차며 대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진행된 마작 수업은 롯데백화점이 요즘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형’ 강좌이기도 하다. 음악과 요리, 전시, 술, 여행 등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요소를 복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식이다. 기존 강좌보다 수강료가 높은 편이지만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2030은 백화점 문화센터의 새로운 주고객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회원 중 2030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15%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기존 30대 고객이 대부분 아동용 수업을 듣는 학부모였다면 최근에는 주 52시간제 확대로 학생이나 직장인이 참여하는 자기계발용 성인 강좌가 늘어나는 추세다. 2030의 취향에 맞춰 백화점 내부에서 진행하던 기존 문화센터 수업과 달리 외부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장소를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날 수업을 기획한 김수민 롯데백화점 ESG팀 문화센터담당 책임은 “트렌디한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백화점 문화센터의 브랜딩 효과가 높고, 강의에 만족한 수강생들이 다른 강좌를 찾아오기 때문에 고객을 지속 유입시키는 관문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백화점이 문화센터 수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고객 이탈을 막는 락인(잠금)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문화센터는 얼핏 백화점 매출과 직접적인 연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골을 유치하는 효과가 크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회원의 백화점 상품 구매 횟수는 일반 고객보다 4배 많았고 1인당 구매 금액은 5배에 달했다. 특히 우수 고객의 20%는 문화센터 회원일 정도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우수 고객인 ‘에비뉴엘’ 전용으로 예술, 사교 등에 중점을 둔 고가의 문화센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 구순에도 ‘충만한 사랑’ 노래한 시인, 별이 되다

    구순에도 ‘충만한 사랑’ 노래한 시인, 별이 되다

    19번째 시집까지 1000여편 전해종교적 경건함·지상의 사랑 연결신달자 시인 등 많은 제자 길러내“만년의 저문 날에도 깨닫고 감동” 구순에도 마르지 않는 시심(詩心)으로 ‘충만한 사랑’을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96세.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목숨’(1953)을 시작으로 ‘사랑초서’, ‘바람세례’, ‘심장이 아프다’ 등 다양한 시집을 펴냈다. 가장 최근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까지 1000여편의 시를 독자들에게 안기며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 탐구, 그것을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고 결속하는 상상력”(유성호 문학평론가)을 펼쳤다. 1951~1953년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서울 이화여고 교사를 지낸 시인은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신달자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을 길러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등을 지냈다.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부문 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아흔 셋이던 3년 전까지 시집을 펴낸 시인은 “시가 써지지 않는 기간은 삭막하고 목마른 시간”이라며 시를 향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2017년 18번째 시집 ‘충만한 사랑’을 펴내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면 자꾸만 마음속에서 시심이 일어나고, 또 시구가 떠올라서 시 쓰기를 멈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2013년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펴냈을 때는 “오래된 풍금이 처음의 낭랑함은 잃어도 낡으면서 깊어지듯, 노년에 이르러 느끼는 감도(感度)는 더 깊고 간절하다”고 했다. 시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김세중(1928~1986)씨다. 남편과 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문화예술공간(예술의 기쁨)으로 재탄생시켰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녕(김세중미술관 관장)·석(화가)·범(설치미술가)씨, 딸 정아(가천대 명예교수)씨 등이 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1호에 차려졌으며 11일 오전 23호실로 옮긴다. 발인은 12일, 장지는 경기 양주 천주교청파묘원이다.
  •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자연이 빚은 걸작 만나러 떠나요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자연이 빚은 걸작 만나러 떠나요

    자연이 빚은 조각품을 만나러 떠나볼까.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의 지질자원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지질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13~15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와 화순리 일대에서 지질트레일 행사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지질트레일은 산방산과 용머리일대를 탐방하는 일반적인 코스와 함께 해안 및 산방산 경관 탐방코스, 화순금모래 해변에서 황우치해변으로 이어지는 지질중심코스까지 3개 코스가 운영된다. 특히, 화순금모래해변에서 황우치해변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질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주 자연자원의 가치와 안덕면 지질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회를 하루 총 5회 마련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질 탐방 프로그램, ‘신의 지문을 찾아서’, ‘사회관계망(SNS) 이벤트’, ‘지오 엑티비티 (산방산 유람선)’ 지질 트레일 이벤트, ‘쓰레기업GEO(지오) 이벤트’, ‘사계리부녀회 먹거리장터’, 지역마을 연계 농산물 판매부스, 생물권․지질공원 브랜드 상품 전시 및 무료 시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질트레일 행사가 펼쳐지는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제주도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산방산은 국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용암돔 화산지형이며, 제주도 남서부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는 주요 랜드마크다. 특히 용머리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세 번의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됐고, 분화구 이동 현상과 화산재 지층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의 절벽이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그 형상이 마치 용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서 붙여졌다. 용머리해안은 제왕의 탄생을 우려한 진시황의 사자 고종달이 혈맥을 끊기 위해 용의 꼬리를 자르고 허리를 두번 내리친 다음 머리를 자르자 피가 솟구쳐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김희찬 세계유산본부장은 “산방산·용머리 지질트레일이 세계지질공원의 모범적인 지질트레일 대표장소로 자리잡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질관광산업이 활성화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시 1000편 남긴 ‘사랑의 시인’ 김남조 별세

    시 1000편 남긴 ‘사랑의 시인’ 김남조 별세

    구순에 이르러서도 마르지 않는 시심(詩心)으로 ‘충만한 사랑’을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96세.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목숨’(1953)을 시작으로 ‘사랑초서’, ‘바람세례’, ‘심장이 아프다’ 등 다양한 시집을 펴냈다. 가장 최근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까지 1000여편의 시를 세상에 전한 고인은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 탐구, 그것을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고 결속하는 상상력”(유성호 문학평론가)을 독자들에게 안겨줬다. 1951~1953년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낸 시인은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신달자 시인 등 많은 문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지냈다.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부문 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2017년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2017년 18번째 시집 ‘충만한 사랑’를 펴내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면 자꾸만 마음속에서 시심(詩心)이 일어나고, 또 시구가 떠올라서 시 쓰기를 멈출 수 없다”며 시를 향한 무한한 열정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나는 만년의 으스름 저문 날을 살면서도, 보고 느끼고 깨닫고 감동하는 바에서는 변함이 없다. 삶의 본질, 그 의미심장함과 이에 응답하는 사람의 감개무량함, 살아가면서 더디게 성숙되어 가는 경건한 인생관, 이 모두 오묘한 축복이며 오늘 우리의 감사이자 염원이다”고도 했다.2013년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펴냈을 때는 “시가 써지지 않는 기간은 삭막하고 목마른 시간”이라며 “어느 때인가 그림자처럼 시가 잡히면 몇 달간 몇 편을 쓰게 되는데 젊을 땐 그게 반갑고 같은 키에서 손을 덥석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젠 노쇠에서 오는 고달픔에 시가 나의 초상화처럼 뼈마디 마디마다 아파온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오래된 풍금이 처음의 낭랑함은 잃어도 낡으면서 깊어지듯, 노년에 이르러 느끼는 감도(感度)는 더 깊고 간절하다”며 “지금에야 들리는, 소리를 낮춘 밀어들이 있어” 시를 엮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시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김세중(1928~1986) 조각가다. 고인은 남편과 함께 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으로 재탄생시키며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품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녕(김세중미술관 관장)·석(화가)·범(설치미술가)씨, 딸 정아(가천대 명예교수)씨 등이 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1호에 차려졌으며 11일 오전 23호실로 옮긴다. 발인은 12일, 장지는 경기 양주 천주교청파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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