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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훼손 않겠다더니…IS, 1900살 사자상 파괴

    훼손 않겠다더니…IS, 1900살 사자상 파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팔미라 일대 유적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이 지역의 유명한 사자 조각상과 기타 유물들을 파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지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지역 주민의 증언을 전했다. 이 남성은 IS의 팔미라 점령 이틀째 되는 날 반군들이 도시 박물관 내 조각상을 파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큰 소음이 들려 지붕에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IS가 중장비를 동원해 ‘사자신’ 동상을 파괴하고 있었다. 다른 조각상들의 잔해도 보였지만 파손 정도가 너무 심해 원래 어떤 조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원후 1세기 경 여신 ‘알 라트’의 사자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사자상은 지역의 유명 유적지 ‘벨’ 사원 입구를 장식하던 조각상으로 알려졌다. ‘벨’ 사원을 포함한 팔미라 시 내부의 고대 유적지는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리아 및 전 세계에 있어서도 그 중요성이 상당한 지역으로 지역 관광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클 뿐만 아니라 막대한 고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목요일 팔미라를 점령한 IS는 이 지역의 중요 고대 유적들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27일 시리아 반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 주민의 ‘우상’으로 의심되는 조각들은 파괴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미 이 라디오 방송 이전부터 수천 년 된 조각상과 건축물에 대한 파괴행위가 진행 중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IS의 통제에 고통 받는 한편 수 세기동안 전해져 온 조상들의 유산을 잃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주민 아보 알리는 “IS는 팔미라를 점령한 뒤 즉시 유적지 출입을 통제했다. 그들이 유적지를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약속이 깨질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함자라는 이름의 주민 또한 “이토록 오래 보존된 도시가 파괴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주민들은 관광객과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이 도시를 항상 지켜보고 사랑하며 지내왔다. 이 도시는 우리의 유산이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사진=ⓒMappo/위키피디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해외여행 | 산시 山西 고대 중국 불교문화의 중심을 보다

    해외여행 | 산시 山西 고대 중국 불교문화의 중심을 보다

    산시성山西省은 유서 깊은 고대 불교문화의 고장이며 송나라 이전의 목조건축물들을 전국의 70% 이상이나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중국의 문화유산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다는 당신에게도 그곳은 꽤나 볼거리가 많은 땅이다. 석탄도시, 관광도시로 태어나다 산시성山西省은 베이징에서 버스로 6시간, 최근 개통된 고속열차高铁를 이용하면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지하자원인 석탄의 가공이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미세한 석탄 냄새가 느껴졌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고대 불교문화를 보기 위해 산시성을 찾았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성도인 타이위엔太原으로 향하는 전세기가 늘어난 덕분에 다양한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2013년에는 산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따통大同의 도로도 말끔하게 정비했다. 그래서인지 대도시 못지않게 넓고 깨끗한 관광도시의 모습을 갖췄다. 타이위엔은 ‘아주 큰 평원’이라는 뜻으로 2,5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황허黄河의 가장 큰 지류인 펀허汾河가 이 도시의 중부를 지난다. 강의 이름을 딴 술 ‘펀주汾酒’는 중국 8대 명주로 꼽히는데 당나라 시인인 두보杜甫가 <청명淸明>이라는 시에서 펀주가 생산되는 행화촌을 이야기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타이위엔에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진사晉祠’는 중국의 고대 역사와 건축기술 그리고 정원예술이 한곳에 모여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현존하는 진나라의 사당 중 가장 오래된 사당이기도 하다. 타이위엔 사람들은 ‘타이위엔에 처음 온 사람이 진사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베이징에서 자금성을 들르지 않고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종종 말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진사는 춘추시대 진나라를 세운 탕수위唐叔虞의 어머니이자 조우왕周武王의 아내인 이장邑姜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진사의 중심에는 북송시대에 지어진 성모전聖母殿이 있다. 성모전은 진사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8개의 기둥에 8마리의 용이 조각돼 있는데 이 기둥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반룡 나무기둥이다. 기둥에 새겨진 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가락이 네 개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온전한 용은 황제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기둥 안쪽에는 총 43개의 시녀상을 새겨 놓았는데 각각의 시녀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시 이장을 보필하던 시녀들의 얼굴 표정부터 옷맵시까지 생생히 살아 있다. 중국 조각사史에서 유일하게 궁중의 인물들을 반영한 조각상이라고. 성모전을 지나면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는 난로천難老泉이 있다. 불로천不老泉이라고도 불리는 이 샘물은 과거에는 물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는데 현재는 인공적으로 샘물을 유지하고 있다. 진사 안에는 수천년을 거뜬히 넘긴 측백나무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나무는 ‘와룡백臥龍柏’. 3,000년이나 된 측백나무로 나무 기둥이 남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진사 95위안(성수기), 75위안(비수기) 8:00~18:00(4~10월), 8:30~17:00(11~3월) www.chinajinci.com +86 351 6020014 미스테리를 품은 목탑 산시성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건축물로는 타이위엔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북쪽으로 3시간 30분을 달려가야 볼 수 있는 숴저우朔州의 응현목탑應縣木塔이 있다. 정식 명칭이 ‘불궁사 석가탑’인 응현목탑은 불궁사 내부에 있는 목탑으로 일반적으로 사원은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그 외의 부속 건물들을 갖추지만 불궁사는 불탑인 응현목탑이 중심에 자리해 독특하다. 응현목탑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목탑으로 숴저우 잉현應縣에서 태어난 두 황후가 세웠다. 11세기 초 숴저우 잉현의 곽씨가 북송의 인종 황후가 되었고, 같은 시기에 잉현의 소씨가 요나라 흥종의 황후가 되었다. 한 지역에서 두 국가의 황후가 나온다는 것은 드문 일인데다 유난히 고향생각이 각별했던 두 황후는 같은 마음을 담아 목탑을 만들게 됐다고. 응현목탑은 작은 쇠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나무로만 이어 만들었다. 두공과 기둥, 들보를 서로 끼우고 물린 이 건축물은 95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목탑의 높이는 67.31m, 정팔각형의 직경은 30.27m. 총 7,430여 톤의 목재가 탑 제작에 사용됐고 외부에서 보기에는 5층으로 지어졌지만 층과 층 사이에 숨어 있는 층이 있어 모두 9층이다. 동행한 가이드는 응현목탑의 3대 불가사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첫 번째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견고함이다. 1305년 숴저우에 큰 지진이 발생해 5,800여 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1,400여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응현목탑은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7일 내내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불궁사의 다른 건물들은 다 무너졌지만 탑만은 멀쩡했다. 두 번째는 수많은 낙뢰를 이겨냈다는 것. 응현목탑은 긴 시간을 지내면서 무수히 많은 낙뢰를 맞았지만 목재 조형물임에도 불꽃 한 번 보이지 않았다니 이 역시 불가사의다. 마지막 불가사의는 벌레가 없다는 것이다. 응현목탑의 주 재료는 소나무인데 소나무의 특성상 더운 여름이 되면 벌레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탑은 예외다. 여름이 시작되면 찾아왔다가 가을이 끝나면 떠나는 제비가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 역시 신비롭긴 마찬가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응현목탑 60위안 7:00~18:00 www.yxmt.net.cn 낭떠러지에 만들어진 252개의 석굴 따통大同은 산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관광자원도 가장 풍부하다. 과거 북위 왕조의 도읍과 요·금 왕조의 두 번째 수도로 군사 전략의 요충지이기도 했고, 고대 한족과 북방 소수민족이 빈번하게 다녀갔던 곳도 따통이다. 중국 성급 관광지부터 국가급 관광지까지 중요 문화재 보호대상을 60여 곳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관광지만 세 곳이나 된다. 운강석굴云岡石窟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5A급 관광지다. 석굴이란 절벽, 암벽 등에 굴을 파고 지은 절을 말하는데 산시성의 운강석굴은 깐수성의 돈황막석굴敦煌石窟, 허난의 용문석굴龍門石窟과 함께 중국의 3대 석굴로 알려져 있다. 육조시대에 건축된 불교 유적으로 낮은 낭떠러지를 파서 만들었다. 동서로 1km 정도에 무려 252개의 석굴과 5만1,000여 개의 크고 작은 불상이 있는데 그중 석굴은 21개의 대굴과 20개의 중굴 그리고 무수히 많은 소굴로 이뤄졌다. 그 많은 석굴 중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제5굴, 6굴은 석굴의 내부로 들어가서 자세히 볼 수 있는 반면 7굴, 8굴은 오랜 동안 비와 바람의 풍화로 파손이 심하고, 제9굴부터 13굴까지는 지난해 시작된 보수작업으로 한동안 볼 수 없게 됐다. 운강석굴을 대표하는 불상은 제20굴의 운강노천대불雲岡露天大佛이다. 13.8m의 불상은 굴 앞 벽이 붕괴되면서 그 모습이 완전히 밖으로 드러났다. 노천대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석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를 알 수 있다. 불교경전부터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까지 내부에 구석구석 새겼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동그란 구멍이 보이는데 구멍에 짧은 나무를 끼운 뒤 나무의 높이만큼 색이 있는 흙으로 메웠다. 석굴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색을 칠한 것이다. 간혹 불상의 상체와 하체의 비례가 사뭇 다른 부처를 볼 수 있는데 더 먼저 만들어진 석굴의 불상일수록 그 차이가 크다. 석굴을 파기 시작하던 당시, 기술적인 문제가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상을 조각하려면 상체와 하체를 나눠 진행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상체와 하체의 비례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운강석굴 150위안 8:30~18:00(11월~4월14일), 8:10~18:30(4월15일~10월31일) www.yungang.org +86 0352 3026817 절벽 위에 매달려 있는 절 따통시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건축물이 있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 등과 함께 <타임>지가 뽑은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에 선정된 현공사悬空寺다. 따통시 헝산恒山에서 약 65km 떨어진 곳에 지어진 현공사는 ‘공중에 걸려 있는 절’로 절벽에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멀리서 현공사를 바라보면 절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보이는데 정작 이 기둥은 절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현공사가 걸려 있는 절벽에 기다란 목재가 들어갈 만큼의 깊은 홈을 파낸 뒤 목재를 끼워 넣고 절벽 밖으로 나온 남은 목재 위에 목판과 기둥, 벽과 지붕을 세워 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난간과 기둥은 그것을 돕는 보조역할만을 하고 있다고. 그러니 실제로 현공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절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나무 목재인 셈이다. 그 위에 총 면적 152㎡의, 크고 작은 가옥 40채로 이루어진 절이 세워졌다. 현공사를 절벽에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현공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불교, 도교, 유교가 한곳에 모여 있는 절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40개의 가옥 중 맨 꼭대기 층인 삼교전에서는 석가모니와 공자, 노자의 조각상이 한곳에 모셔져 있는 기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1,400년 전 북위시대 후기에 세워진 현공사는 지면으로부터 90m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지면에 흙과 모래가 쌓였고 현재 지면과의 차이는 58m에 불과하다. 또 당시 현공사의 이름은 현공각玄空阁으로 현玄은 중국 전통 종교인 도교를, 공空은 불교를 뜻하는 의미였지만 후에 현玄이 현悬으로 바뀌었다고. 중국어 발음상 두 글자의 발음은 같지만 바뀐 현悬에는 ‘걸려 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공중에 걸려 있는 절’임을 강조하기 위해 바꿔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 현공사 130위안(11~2월 125위안) 8:00~18:00(6~10월), 8:30~17:30(5~11월) ▶travel info Sanxi AIRLINE 인천-타이위엔 노선에는 정기편이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타이위엔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에서 전세기를 이용한 상품을 판매한다. 인천-베이징 노선의 항공을 이용한 후 고속철도, 버스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HOTEL 산시성은 기후가 건조해 대부분의 호텔에 가습기가 비치돼 있다. 특히 타이위엔에 위치한 리화호텔丽华大酒店은 샴푸, 보디워시, 치약 등도 종류별로 준비해 놓았으며 웰컴워터에 웰컴과일, 메이드의 환영 손 편지까지 기분 좋은 여행을 돕는다. Famous 라오천추老陈醋 수수, 과일, 옥수수,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를 최소 1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검은 식초로 산시성의 대표 특산물이다. 기본적으로 3~5년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고. 집집마다 담그는 방법도 재료도 다르지만 새콤달콤한 맛은 비슷하다. 타이위엔에서 어느 음식점을 가도 추醋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 기름진 음식에 추를 넣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 주는 훌륭한 조미료가 될 뿐만 아니라 소화, 살균 작용을 돕고 미용에도 좋다. 혹시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최소 두 번 이상 밀봉하길 추천한다. 새 제품이라도 뚜껑이 약해 병 밖으로 새어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크기는 160㎖ 소량부터 2,350㎖ 대용량까지 다양하며 가격 역시 사용한 재료와 숙성도에 따라 8위안(한화 약 1,400원)부터 3,000위안(한화 약 52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펀주汾酒 타이위엔에 흐르는 펀허汾河에서 이름을 따온 펀주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이자 타이위엔의 대표 술이다. 기본적으로 40~60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중국 백주의 특징인 향기로운 맛이 난다.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 10년산부터 숙성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가격대가 있다. 다오시아오미엔刀削面·도삭면 국수가 주식인 산시성에서 가장 유명한 면. 일반적인 면을 뽑는 것처럼 길게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칼로 밀가루 반죽을 ‘깎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깎아낸 면은 달걀과 토마토를 넣은 소스에 볶아내 달달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난다. 여기에 산시성의 특산인 추를 곁들이면 제대로 된 다오시아오미엔이 된다. Train 고속철도高速动车 최근 큰 성장을 보이는 중국의 고속철도. 최고 시속 350km의 빠른 속도는 물론 비행기 못지않은 안락함도 갖췄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G-고속철도고속철도G-高速动车를 이용하면 베이징시北京西역에서 타이위엔난太原南역까지 2시간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1~3등석에 비즈니스석까지 있으며 1등석 기준 288위안(한화 약 5만1,000원). 글·사진 양이슬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자고 나면 신세계 ‘뱃길 6500리’

    자고 나면 신세계 ‘뱃길 6500리’

    자고 나면 날마다 낯선 곳, 낯선 나라다. 이동할 때마다 짐을 싸고 푸는 번거로움도 없다. 기항지에 도착하면 빈손으로 내렸다가 출항하기 전까지만 다시 올라타면 된다. 새 기항지를 돌아볼 의사가 없으면 내리지 않아도 된다. 선실에서 쉬거나, 수영을 즐기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면 그뿐이다. 그게 크루즈(Cruise) 여행이다. 여행에 앞서 두 가지를 꿈꿨다. 거대한 혹등고래든, 돌고래떼든 먼바다를 유영하는 바다 생물들과 나란히 달려보는 것, 그리고 쏟아지는 별빛 맞으며 수영을 즐기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꿈은 꿈으로 끝났다. 혹등고래는 신기루와 같았고, 구름 낀 하늘은 별빛을 가렸다. 그렇다고 아쉬울 건 없다. 가슴 짠하게 만드는 풍경은 이뿐 아니었으니까. 선상에서의 첫 아침. 게슴츠레 눈 뜨니 발코니 너머로 물새 한 마리가 난다. 꿈결 같은,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저 새는 이 먼바다까지 어떻게 날아왔을까. 일어나보니 배 아래로 수십 마리의 바닷새가 날고 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바닷새들의 목적은 자명했다. 거대한 배가 바다를 헤칠 때마다 놀라 이리저리 달아나는 물고기들을 노리는 것이다. 물새들의 자맥질 솜씨는 현란했다. 기류를 따라 힘들이지 않고 비행하다 먹잇감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싶으면 총알처럼 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다 위 여정은 그렇게 바닷새들과의 동행으로 시작됐다. 여정의 출발지는 중국 상하이다. 전체 운항일정은 중국 톈진에서 인천과 상하이,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을 거쳐 홍콩까지 가는 14박 15일짜리다. 한데 앞부분은 생략하고 중간 기항지인 상하이에서 승선, 오키나와, 타이베이(지룽), 가오슝을 거쳐 홍콩에서 하선하는 6박 7일 일정으로 여정에 합류했다. 애초 일정은 오후 9시 30분에 상하이 크루즈터미널에서 출항하는 것이었다. 여유 있게 한 시간 전에 승선한다 쳐도 오후 8시 30분까지는 여유가 있다. 예컨대 오전 열 시쯤 상하이에 도착하도록 항공 편을 조정한다면 10시간 30분 정도 상하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심한 교통정체를 고려해,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크루즈터미널까지는 1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여기에 복잡한 승선절차까지 포함하면 여유 있게 2시간은 제외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남은 8시간 정도 알차게 상하이를 돌아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면 된다. 한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상하이 해안에 짙은 안개가 끼어 항구가 잠정 폐쇄된 것이다. 출항일도 이튿날로 미뤄졌다. 상하이에서 승선하려던 승객은 물론, 하선 승객에게도 날벼락이다. 꼼짝없이 상하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이런 경우 선사에서 시내 숙소까지 왕복 교통 편과 숙박비를 제공하고 승객은 식사와 관광을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선사 측에서 사과 겸 식사비 조로 100달러의 온 보드 크레디트까지 추가 제공했다. 뭍에서는 소용없는 온 보드 크레디트이지만, 배 위에서는 현금이나 다름없으니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느닷없이 맞게 된 상하이의 밤. 최고의 밤나들이 코스는 단연 와이탄(外灘)이다. 상하이 야경 감상의 최적지라는 곳. 와이탄은 상하이 현대사의 상징적 장소다. 아편전쟁 패배로 상하이가 개항하면서부터 와이탄 일대에 외국인들이 세운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 세워진 석조 건물들은 아직도 호텔이나 은행, 공공기관의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와이탄 맞은 편, 그러니까 황푸(?浦) 강 건너는 푸동지구다. 저 유명한 동팡밍주뎬스타(東方明珠電視塔), 궈지후이중신(國際會議中心) 등의 마천루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밤이 되면 건물마다 조명을 켜 더없이 현란한 풍경을 펼쳐낸다. 이튿날 종일 항해다. 이른바 시 데이(sea day)다. 심심할 듯도 하지만, 선내 여러 시설들을 돌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3일째 오후 사파이어호가 일본 최남단의 오키나와 나하항에 도착했다. 얼추 20층 가까운 ‘집채만한’ 배가 작은 항구에 정박하는 장면은 승객이나 현지인에게나 꽤나 볼 만한 구경거리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항지 관광은 할 수 없었다. 상하이에서 일정이 뒤엉킨 탓이다. 밤을 도와 달린 사파이어호는 4일째 되던 날 대만 지룽(基隆)항에 닿았다. 대만 5대 항구 중 하나로,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쪽으로 40분 거리다. 16세기 일본 해적의 본거지였다가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다시 일본이 점령하기를 반복한 항구도시다. 여기서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쓸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남짓. 수도 타이베이나 지질공원 예류 등 유명 여행지가 퍼뜩 떠오른다. 요즘 한창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로 각광받는 지우펀도 유력한 카드다. 지우펀은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도시다. 광산 폐광 후 쇠락한 시골 마을로 전락했지만 대만 영화 ‘비정성시’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거푸 소개되면서 단박에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지우펀 들머리는 ‘지산제’(基山街)’라는 골목길이다. 구불구불 비탈길을 따라 예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지산제의 건물 대부분은 땅콩아이스크림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다. 추억의 향기는 온데간데없고, 골목 여기저기서 돈 냄새만 진동하는 듯하다. 외려 지우펀까지 오는 동안 만나는 시골마을의 풍경이 더 정겹다. 지우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수치루’(竪崎路)다.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전망 좋고 분위기 좋은 찻집들이 줄지어 있다. 광부 동상이 세워진 곳도 바로 여기다. 지우펀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지만, 관광객 대부분은 찻집에만 시선을 둘 뿐, 볼품없는 광부상은 스쳐 지나고 만다. 지우펀을 찾는 가장 좋은 시간대는 저녁 무렵이다. 오후 6시 30분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찻집마다 홍등을 켠다. 이 시간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5일째 기항한 곳은 가오슝(高雄)이다.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로 경제, 무역의 중심지다. 우리의 부산과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가오슝을 흔히 ‘사랑의 도시’라 부른다. 아이허(愛河)라는 로맨틱한 이름의 강이 빌딩 숲 사이를 유유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밤만 되면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서로를 품에 안는 이벤트가 강 곳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부디 ‘솔로’들은 피하시길. 가오슝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는 리엔츠탄(蓮池潭) 풍경구다. 시내 북쪽에 있는 호수로, 농경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리엔츠탄 풍경구의 명물은 7층 높이의 쌍둥이 탑, 용호탑(龍虎塔)이다. 각각의 탑 입구엔 용과 호랑이 조각상이 입을 벌리고 있다. 꼭 기억할 건 용의 입으로 들어가서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행운이 오고 화를 피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다. 가오슝의 랜드마크인 85빌딩, 옛 기차역 자리에 조성한 보얼예술특구 등도 돌아볼 만하다. 리우허(六合)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야시장 문화가 발달한 대만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명소다. 샤오츠(小吃, 주전부리)를 입에 물고 설렁설렁 걷기 좋다. 홍콩은 크게 홍콩 섬과 침사추이, 카우롱 반도로 나눌 수 있다. 스타의 거리, 최고의 전망대 빅토리아 파크, 노천시장 레이디스 마켓, 그림 같은 산책로 침사추이 해안, 식식위엔 윙타이신 사원, 홍콩 식민시대의 유산 시계탑, 대형 해양 테마파크 홍콩오션파크 등이 명소로 꼽힌다. 마지막 날 아침 크레이그 스트리트(영국) 선장이 여행 통계를 전했다. 상하이에서 홍콩까지의 총거리는 1378해리(nautical mile)였다. 1해리는 1852m이니 총 2552여㎞를 항해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상하이~오키나와 461해리(약 854㎞), 오키나와~지룽(대만) 333해리(약 617㎞), 지룽~가오슝(대만) 243해리(450여㎞), 가오슝~홍콩 341해리(약 632㎞)였다. 우리 전통 단위로는 약 6498.3리(里)다. 이 먼 길을 최저 10.8 노트(시속 20㎞), 최대 20.4 노트(시속 약 37㎞)의 속도로 달렸다. 글 사진 오키나와·지룽·가오슝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1967억원… 피카소 웃었소

    1967억원… 피카소 웃었소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미술 경매장. 11분간 전화를 통한 줄다리기 끝에 20세기 거장의 작품이 경매 사상 최고가에 낙찰되자 경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은 회화 작품 최고가인 1억 7936만 5000달러(약 1967억원)에 팔리며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작품의 예상가는 1억 4000만 달러(약 1536억원)였다. 낙찰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 최고가는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기록한 1억 4240만 달러였다. ‘알제의 연인들’은 피카소가 1955년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동명 작품을 재해석해 그린 15개 연작(알파벳 A~0)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대담한 색채와 시각을 보여주는 피카소 특유의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뒤이어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도 조각 작품 최고가인 1억 4130만 달러(약 1549억원)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자코메티 특유의 비쩍 마른 팔다리와 발만 커다란 조각의 특징을 갖춘 이 조각상은 1947년 작품으로, 약 178㎝ 높이의 실물 크기 인체상이다. 기존 조각 경매 최고가도 역시 자코메티의 작품으로 2010년 2월 영국 런던 소더비에서 1억 430만 달러에 낙찰된 ‘걷는 남자’였다. “이 두 작품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다뤄 본 적이 없다”며 크리스티의 주시 필카넨 글로벌 대표는 흥분했고, 전문가들은 “(다시 볼 수 없는) 세기의 거래”라며 맞장구쳤다. 이로서 역대 미술품 경매 ‘톱 10’에는 피카소 작품 4점, 자코메티 조각상이 3점 포함됐다.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술품 경매 시장은 유독 활황세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눈먼’ 돈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으며 여기에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신흥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경매가가 치솟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경매에도 유럽, 미국 외에 아시아, 중동, 러시아 등 35개국에서 응찰자가 몰렸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청풍호’ 충북 제천 ‘내륙의 바다’

    ‘청풍호’ 충북 제천 ‘내륙의 바다’

    충북 제천은 산악도시라 부를 만하다. 시 경계를 따라 월악산 등 20여개 산들이 험준한 자태로 서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을 따라 흐른 물은 강으로 이어진다. 물길이 막힌 자리엔 호수도 생긴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충주호)도 그중 하나다. 제천은 물론 단양과 충주까지 넓게 자락을 펼쳤다. 산군의 중심부에 고인 호수이니만큼 주변에 빼어난 경승지들도 잔뜩 매달고 있다. 새 명소로 떠오른 청풍호 전망대에서 굽어본 풍경은 장쾌하고, 용담폭포의 옹골찬 모습도 인상적이다. 벚꽃이 진 요즘엔 신록이 꽃 보다 더 예쁜 풍경을 펼쳐 내는 중이다. 청풍호 주변엔 짙푸른 초원지대 망덕봉 초입엔 옹골찬 용담폭포 박달재엔 못다 이룬 사랑의 전설이 청풍호 일대는 요즘 초록이 지천이다. 대한민국에 이만한 초원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너른 초원지대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 풍경, 아무때나 볼 수 없다. 초봄, 꼭 이맘때만 드러나는 ‘희귀 아이템’이다. 대부분의 호수들은 봄철 농경을 위해 물을 뺀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저수용량을 높이려는 뜻도 있다. 이때를 놓칠세라 잡초들이 왕성하게 자라 호숫가 전체에 짙푸른 초원을 펼쳐 낸다. 올해는 극심한 봄 가뭄이 더해졌다. 그 ‘덕’에 초원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고, 깊이 또한 깊어졌다. 따지고 보면 생명력 넘치는 듯한 초원은 사실 극에 달한 물 부족이 빚어낸 역설의 풍경인 셈이다. 여기서 짚고 갈 게 있다. 제천을 처음 찾는 이들은 꼭 묻는다. 왜 공식 명칭인 ‘충주호’가 아니고 ‘청풍호’냐고. 충남 부여 앞을 지나는 강을 금강이라 부르는 이는 없다. 대개는 백마강이라 부른다. 경기 여주를 지나는 강을 한강이 아닌 여강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굳이 제천시 측에서 내세우는 공식 논리를 들먹일 것 없이 ‘청풍호’가 지역의 특징과 자존심을 살린 이름이라 이해하면 될 듯하다. 청풍호 일대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곳이 청풍호 전망대다. 제천시에서 조성한 ‘자드락길’ 제7구간인 ‘괴곡성벽길’의 중간쯤에 있는 고갯마루에 조성된 쉼터다. 원래 괴곡성벽길은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암을 거쳐 고수골에 이르는 9.9㎞ 길이의 난코스다. 소요 시간도 4시간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의 경우 들머리에서 청풍호 전망대까지 한 시간가량 오른 뒤 하산하는 게 보통이다. 옥순봉쉼터에 차를 두고 걸어서 옥순대교를 건너 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전망대까지는 제법 품이 드는 편. 40분 남짓 땀깨나 쏟아야 한다. 전망대에 서면 나무 솟대 너머로 옥순대교와 옥순봉, 말목이산 등 청풍호 북쪽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풍호 전망대에서 위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백봉전망대가 새로 조성됐다. 여기 서면 청풍호 주변 풍경을 360도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에 산마루주막에 들러 막걸리로 목을 축여도 좋겠다. 갈림길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수산면 상천리 망덕봉 초입의 용담폭포는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 유명하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찾아오라고 명령했다는 바로 그 폭포다. 폭포수가 30m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담폭포라 불린다. 폭포의 묘미는 주변의 바위들이다. 선 굵은 암릉이 폭포 좌우를 굳건하게 에워싸고 있다. 폭포 위는 선녀탕이다.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파 만든 세 개의 작은 소를 일컫는다. 물줄기는 ‘선녀의 요강’을 닮은 세 개의 소를 돌아 30m 아래 소(沼)로 떨어져 내린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폭포 맞은 편의 바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암릉은 급경사 구간이라 곳곳에 철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있다. 암벽 등반하듯 10분 정도 기어올라 바위전망대에 서면 장엄한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자태를 드러낸다. 눈을 돌리면 청풍호 뒤로 월악산 영봉의 날카로운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천 남쪽의 박달재는 꼭 들르길 권한다. 1948년 발표된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도 38번 국도가 지나던 곳이었으나, 재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서 지금은 고개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정상 부근에 휴게소만 달랑 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조각공원과 휴양림이 조성되는 등 볼거리가 제법 많아졌다. 특히 박달과 금봉의 조각상이 풍경의 ‘갑’이다. 낭패한 표정으로 금봉을 잡으려는 박달과 그의 손이 닿긴 했으되 속은 뻥 뚫린 모습의 금봉이 세워져 있다. 한 편의 신파극을 보는 듯해 얼핏 실웃음도 터져 나오지만, 얽힌 내용을 곱씹어 보면 그리 웃을 일만은 아니지 싶다. 둘의 사연은 사실 뻔하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경상도 선비 박달이 고개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사랑에 빠졌고, 과거에 낙방한 박달을 기다리다 금봉이 세상을 뜨자 뒤늦게 제천을 다시 찾은 박달도 시름시름 앓다 금봉의 뒤를 따랐다는 게 얼개다. 러브 스토리만큼이나 조각상에 담긴 뜻도 뻔해 뵈지만, 박달이 가졌을 허망함과 회한을 곱씹어 보면 몸 전체에 구멍이 뚫린 금봉의 조각상이 더할 수 없이 애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제천 여행 팁 하나. ‘관광 마일리지’는 꼭 챙기시라. 제천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관광안내소에서 마일리지 카드와 가이드북을 받아 제천 여행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뒤 제천의 관광지나 체험 여행지에 있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거나 스탬프를 찍으면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QR 코드 인증 시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복권 방식으로 마일리지를 적립받을 수 있다. 스탬프 북에 스탬프를 찍으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현금 기프트카드를 지급받는다. 적립한 마일리지는 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천역, 박달재, 청풍호 전망대 등 주요 관광지 18곳과 체험 여행지 28곳에 QR 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가 설치돼 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45개다. 제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okjc.net) 참조.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3) 약선 떡갈비에 매운탕 한 그룻, 유기농 야채 우렁쌈밥까지…먹는 재미도 쏠쏠 →가는 길:제천의 명소들은 대부분 시내 남쪽, 그러니까 청풍호와 인접한 지역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여기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청풍대교 삼거리에서 왼쪽 20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금수산 입구 삼거리까지 간 다음 왼쪽 도로로 접어들면 상천리 금수산 주차장이다. 단양 나들목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단성면 소재지→36번 국도 충주 방향→원대삼거리→옥순대교→금수산 입구 삼거리→우회전→주차장 순으로 간다. 어느 길을 택하든 늦봄의 정취 가득한 청풍호를 차창에 매달고 달릴 수 있다. 제천의 대표 아이콘인 의림지를 먼저 보겠다면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의림지와 ‘울고 넘는’ 박달재, 배론성지 등을 묶어 둘러본 뒤 남제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게 순서다. 국도 나들이를 즐긴다면 38번 국도를 타고 경기 이천에서 장호원, 감곡 방향으로 가다 박달재를 넘어 597번 지방도를 타면 청풍호까지 갈 수 있다. 주말에는 38번 국도도 막히는 경우가 있지만 영동고속도로보다는 덜한 편이다. 청풍호리조트 인근의 청풍힐호텔 한방 사우나는 산행 뒤 피로를 풀기 좋은 곳이다. →맛집:청풍호 주변에 이름난 집들이 많다. 황금가든(647-6303)은 건강식 떡갈비로 근동에서 대단한 명성을 날리는 집이다. 울금으로 맛을 내는 게 독특하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이 맛있는 집이다. 닭볶음탕 등도 끓여 내지만 주메뉴는 역시 청풍호에서 잡은 빠가사리 등 잡고기로 만든 매운탕이다. 두 집 모두 청풍리조트 인근에 있다. 꽃피는산골은 토속적인 향이 물씬 풍기는 된장국과 보리밥이 맛있는 집이다. 수산면 능강리 솟대문화공간 인근에 있다. 산아래(646-3233)는 유기농 야채를 곁들인 우렁쌈밥을 내는 집이다. 봉양읍에 있다. 외진 곳인데도 점심 시간엔 제법 붐빈다. 제천 시내에선 명가 박달재(070-8825-1501)가 약선 떡갈비로 이름난 집이다. 천연 재료로 만든 조미료만 써 맛이 담백하다. 화사한 맛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다소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장락동에 있다. 간식거리로는 ‘빨간 오뎅’이 이름났다. 매콤한 고추 양념에 어묵 꼬치를 적셔 낸다. 화산동에 있다. →잘 곳:제천 주변에 이름난 리조트가 많다. 박달재 인근엔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가 있다. 깊은 숲 속에서 우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청풍리조트(640-7000)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곳. 객실창 너머로 물안개 핀 청풍호와 월악산 영봉이 넘실댄다.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 ‘베니키아’ 가입 업체로 식사와 사우나 등 부대업장의 가격도 저렴하다. 충주 쪽에선 수안보 한화리조트를 추천할 만하다. 제천 수산면과 가깝다. 단양 쪽에선 대명 리조트가 첫손에 꼽힌다. 단양 한복판에 있어 단양 8경 등과의 연계 관광이 수월하다. 제천 시내에선 서울관광호텔(651-8000)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 시각장애 임신부, 3D프린터 덕에 태아 얼굴 만지다

    시각장애 임신부, 3D프린터 덕에 태아 얼굴 만지다

    시각장애를 앓는 임신부 여성이 3D초음파로 촬영한 태아의 얼굴을 직접 ‘만지는’ 장면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에 사는 임신부 타티아나 구에라(30)는 17살 때 시력을 잃은 뒤 줄곧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이 때문에 구에라는 평범한 임신부들이 3D초음파로 태아의 얼굴을 미리 보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병원 침대에서 3D초음파 진단을 기다리며 태아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영상 속 그녀는 태아 초음파를 촬영하는 의사에게 “아기가 누구를 닮았나요?” 라고 물었고, 의사는 친절하게 “코는 엄마를 닮았네요.”라고 답한다. 이어 구에라는 “아마도 아이의 코는 감자를 닮았을 것 같다”면서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얼마 뒤 의사는 그녀에게 “만약 태아의 얼굴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물은 뒤, 그녀에게 수건에 싼 작은 조각상을 건넨다. 이 조각상은 현장에서 3D초음파 영상 및 사진을 토대로 3D프린팅 한 것으로, 상단에는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라는 내용의 점자가 새겨져 있다. 이를 받은 구에라는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당 영상은 세계적인 기저귀 업체의 브라질 지사가 최근 시각 장애인 임신부를 위해 기획한 특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3D초음파와 3D프린터 등 3D 기술 덕분에 앞을 볼 수 없는 임신부들은 태아의 모습을 손 끝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각장애 임신부, 태아 얼굴 ‘만지는’ 감동 순간

    시각장애 임신부, 태아 얼굴 ‘만지는’ 감동 순간

    시각장애를 앓는 임신부 여성이 3D초음파로 촬영한 태아의 얼굴을 직접 ‘만지는’ 장면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에 사는 임신부 타티아나 구에라(30)는 17살 때 시력을 잃은 뒤 줄곧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이 때문에 구에라는 평범한 임신부들이 3D초음파로 태아의 얼굴을 미리 보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병원 침대에서 3D초음파 진단을 기다리며 태아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영상 속 그녀는 태아 초음파를 촬영하는 의사에게 “아기가 누구를 닮았나요?” 라고 물었고, 의사는 친절하게 “코는 엄마를 닮았네요.”라고 답한다. 이어 구에라는 “아마도 아이의 코는 감자를 닮았을 것 같다”면서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얼마 뒤 의사는 그녀에게 “만약 태아의 얼굴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물은 뒤, 그녀에게 수건에 싼 작은 조각상을 건넨다. 이 조각상은 현장에서 3D초음파 영상 및 사진을 토대로 3D프린팅 한 것으로, 상단에는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라는 내용의 점자가 새겨져 있다. 이를 받은 구에라는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당 영상은 세계적인 기저귀 업체의 브라질 지사가 최근 시각 장애인 임신부를 위해 기획한 특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3D초음파와 3D프린터 등 3D 기술 덕분에 앞을 볼 수 없는 임신부들은 태아의 모습을 손 끝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D기술, 시각장애 임신부에 ‘태아 얼굴’을 선물하다

    3D기술, 시각장애 임신부에 ‘태아 얼굴’을 선물하다

    시각장애를 앓는 임신부 여성이 3D초음파로 촬영한 태아의 얼굴을 직접 ‘만지는’ 장면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에 사는 임신부 타티아나 구에라(30)는 17살 때 시력을 잃은 뒤 줄곧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이 때문에 구에라는 평범한 임신부들이 3D초음파로 태아의 얼굴을 미리 보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병원 침대에서 3D초음파 진단을 기다리며 태아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었다. 영상 속 그녀는 태아 초음파를 촬영하는 의사에게 “아기가 누구를 닮았나요?” 라고 물었고, 의사는 친절하게 “코는 엄마를 닮았네요.”라고 답한다. 이어 구에라는 “아마도 아이의 코는 감자를 닮았을 것 같다”면서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얼마 뒤 의사는 그녀에게 “만약 태아의 얼굴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물은 뒤, 그녀에게 수건에 싼 작은 조각상을 건넨다. 이 조각상은 현장에서 3D초음파 영상 및 사진을 토대로 3D프린팅 한 것으로, 상단에는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라는 내용의 점자가 새겨져 있다. 이를 받은 구에라는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당 영상은 세계적인 기저귀 업체의 브라질 지사가 최근 시각 장애인 임신부를 위해 기획한 특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3D초음파와 3D프린터 등 3D 기술 덕분에 앞을 볼 수 없는 임신부들은 태아의 모습을 손 끝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요미식회 삼겹살, ‘와인잔에 막걸리’ 소개팅 성공하고 싶다면? 맛집 장소 공개

    수요미식회 삼겹살, ‘와인잔에 막걸리’ 소개팅 성공하고 싶다면? 맛집 장소 공개

    수요미식회 삼겹살, 소개팅 성공하고 싶다면? ‘와인잔에 막걸리’ 맛집 장소보니 ‘수요미식회 삼겹살’ ‘수요미식회’ 삼겹살 편이 화제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겹살 맛집 베러댄비프가 소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전현무는 베러댄비프 식당에 대해 “한 마디로 여자랑 가야한다”고 요약했다. 전현무는 “삼겹살이 깔끔하게 구워서 나온다”고 말했고 윤세아는 “소개팅 하고 싶은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현우는 “실제로도 소개팅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며 “20~30대 여성이 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게에 대해 “입구도 유럽풍이다. 그릇도 사장님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조각상에 감명 받아 주문 제작하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윤세아는 “와인잔에 막걸리를 주는데 그건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들이 소개한 서울 베러댄비프 위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4-9번지다. 가격은 오리지널그리드 삼겹살 1만9000원, 버라이어티 삼겹살 2만3000원, 리코타드림 막걸리 1만2000원이다. 사진=tvN 수요미식회 방송캡처(수요미식회 삼겹살)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주말 영화]

    ■황진이(EBS 1TV 일요일 밤 11시) 황진이는 황진사의 딸로 재색을 겸비한 인물이다. 이런 그녀를 오랫동안 남몰래 연모해 온 갖바치가 상사병으로 자살을 하고 마는데 그가 자살한 날이 진이의 혼례 전날이어서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하고 갖바치의 비극적 삶에 충격을 받고 일개 기녀로 변신한다. 진이가 기녀로 명성을 떨칠 때 벽계수를 만나 두 사람은 사랑을 하게 되나 벽계수가 명나라 사신으로 발탁돼 진이의 곁을 떠나게 되며 다른 여자의 품으로 가 버린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진이는 유랑길에 오르며 연약한 선비 이생과 만나 삶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생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해 진이는 몸을 팔아 돈을 벌어야 했고, 이생은 이에 모멸감에 젖어 비굴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이생은 사당패들에게 진이를 팔아넘기려 하고 진이는 그것을 알고 스스로 사당패를 따라나선다.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절대 공포의 상징 네크로몬거는 자신을 거역하는 행성은 모두 휩쓸어 버린 후 정복의 상징으로 죽음의 조각상만을 남겨 놓는다. 그리고 평화로운 헬리온 행성에도 예외 없이 네크로몬거의 침략이 시작되고, 네크로몬거의 강력한 무력 앞에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에 처한 헬리온의 지도자는 네크로몬거에 대항할 수 있는 퓨리온족의 유일한 후예 리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우주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 리딕은 대군단인 네크로몬거를 맞아 미래의 운명을 거머쥘 전투를 시작한다.
  •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비슬산(琵瑟山, 1084m)은 흔히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 불린다. 대구를 상징하는 팔공산에 빗댄 표현이지 싶다. 산정에는 옹골찬 바위들이 시립해 있고, 비탈을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암석들이 널려 있다. 말잔등 같은 능선 위엔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드럽게 팔을 뻗은 지맥들은 대구의 들녘과 굽이치는 낙동강을 깊게 껴안는다. 그 위로 석탑 한 기가 다소 힘겨운 듯한 자태로 서 있다. 대견사지 삼층석탑이다. 어렵사리 세월의 강을 건너오느라 외모는 다소 남루해졌지만, 꼿꼿한 기상만은 잃지 않은 듯하다. 비슬산은 4월이 되면 늘 산꾼들의 머릿속을 맴돈다. ‘참꽃’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면 정상 아래 너른 고위평탄면에 참꽃이 만든 연분홍 세계가 펼쳐진다. 이 모습 보려고 산꾼들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친다. 하지만 비슬산이 산꾼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세월의 흔적 켜켜이 쌓인 암석들이 펼쳐 낸 ‘장사진’도 꽃 못지 않게 볼 만하다. 비슬산을 ‘암석 전시장’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산비탈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듯… 비슬산은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암괴류(岩塊流, 천연기념물 제435호)가, 왼쪽으로는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바위덩어리들이 산비탈이나 골짜기를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일컫는다.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돌강’ 또는 ‘바위강’이라 부른다. 비슬산 암괴류는 해발 약 1000m의 산정에 터를 잡은 대견사 인근부터 시작된다. 여러 개의 암괴류가 각기 다른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다가 해발 750m 지점에서 합류해 450m 지점까지 이어지는데 길이 약 2㎞, 최대 폭 80여m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기이한 형태의 암석들을 병풍처럼 두른 대견사는 개창 연대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연스님이 고려 고종 4년(1227) 22세 때 승과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임 주지로 22년간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기도 하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폐사됐었다. 경내 일곱 건축물의 가람배치(칠당가람, 七堂伽藍)가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산정에 높이 앉은 대견사가 째려보는 탓에 일본인의 기가 꺾인다는 것이다. 이후 흔적으로만 남았던 ‘대견사지’ 위에 현재의 대견사가 중창된 건 지난해 3월 1일이었다. 일제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벌였던 3·1절에 산문을 열어 강제 폐사의 수모를 씻겠다는 뜻이 담겼다. ●100여년 만에 복원된 신라시대 대견사 절집 앞은 절벽이다. 이 깎아지른 암봉 위로 석탑 한 기가 서 있다. 신라시대 세워진 대견사지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42호)이다. 수차례의 전란과 강제 폐사에 이어 지난 2009년 낙뢰를 맞아 탑 일부가 훼손되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옛 모습를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탑 주변은 그야말로 암석 전시장이다. 앞으로는 암괴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특이한 형상을 한 ‘토르(tor)’도 곧잘 눈에 띈다. 토르는 부분 침식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잘한 물질은 제거되고 특이한 형태의 모습만 남게 된 대형 화강암이다. 석탑 주변의 거북바위, 부처바위, 형제바위, 스님바위 등이 토르다. 특히 톱(칼)바위는 토르이면서도 비슬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덜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대견사 위에서부터 비슬산 정상 아래까지는 고위평탄면이 펼쳐져 있다. 봄이면 참꽃이 무리 지어 피어 방문객을 경탄케 하는 곳이다. 해마다 4월 하순께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는 18일부터 참꽃 축제가 열린다. ●문익점 후손들이 절터에 일군 인흥마을 비슬산의 지맥이 안온하게 감싼 땅 화원읍에 남평 문씨 세거지지인 인흥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인흥사 절터 자리에 일군 마을이다. 인흥사는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전해지는 절집이다. 마을에 들면 날아갈 듯한 처마의 한옥들과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쌓여 있는 돌담길, 그리고 오래된 나무들이 단박에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 주는 살림집과 재사, 문고 등이 돌담을 경계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대부분의 집들은 문이 잠겼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흙을 이겨 만든 돌담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수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한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해 문을 연 집은 종가인 죽헌종택과 수백당이다. 특히 노송과 어우러진 수백당의 정취는 정말 일품이다. 주로 손님을 맞거나 일족의 모임 장소로 이용됐던 곳으로, ‘우물 정’(井)자 형태의 우물과 대나무로 경계를 이룬 뒷간 등이 옛 건물과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마을의 가장 안쪽에 터를 잡은 광거당(廣居堂)에도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등 볼거리가 많지만 아쉽게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다. ●천리마 한 쌍의 전설 깃든 마비정 벽화마을 인흥마을에서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마비정(馬飛亭) 벽화마을이다. ‘비무’와 ‘백희’ 등 천리마 암수 한 쌍의 애달픈 전설이 깃든 마을이다. 대도시 대구에 속해 있지만, 대중교통이라곤 하루 8번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고작일 정도로 도심 속 오지로 꼽히기도 한다. 마을에 들면 토담을 따라 그려진 벽화들이 외지인을 맞는다. 쟁기질하는 황소, 난로 위에 도시락을 빼곡하게 올려놓은 옛 교실 풍경 등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들이다. 200년 된 초가집과 동네 할머니들이 음료수와 과자 등을 파는 이른바 ‘점방’도 시선을 끈다. 화원읍 낙동강 변의 사문진나루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장소다.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15분 남짓한 거리다. 안내판은 1900년 3월 대구에 온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배편으로 사문진나루터까지 싣고 온 뒤 대구 시내 사택으로 옮겼다고 적고 있다. 당시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지역 주민들은 빈 나무통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귀신통’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귀신통 납시오’란 조형물과 피아노 장승 등도 세웠다. 사문진나루터는 1932년 나운규 주연의 ‘임자 없는 나룻배’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명화’로 꼽히는 ‘임자 없는 나룻배’는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정신과 리얼리즘이 결합된 우리 영화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나루터 초입에 세워져 있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3) →가는 길 : 비슬산 대견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으로 나가 현풍·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이정표대로 따라가면 된다. 인흥마을, 마비정 마을 등을 먼저 보겠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인 화원·옥포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직선거리로는 남대구나들목이 가깝지만 대구 시내를 관통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른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5.8㎞를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편도 30분으로 길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반복되는 산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상 편도)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614-5481. 휴양림에서 걸어서 대견사까지 오르는 건 편도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대견사 뒤편의 능선에 진달래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는 교통 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맛집 : 달성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현풍면의 곰탕이다. 현풍면 성하리 인근에 원조 현풍할매집곰탕(614-2031) 등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화원읍 천내리의 교동면옥(634-9222)은 진주식 냉면을 내는 맛집이다. 대구 시내 쪽에선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하다. 푸짐한 돼지곱창구이를 내는 집들이 길 양쪽으로 40여곳이나 늘어서 있다. 이곳의 가게들은 재료를 공동으로 구매한다.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 덕에 매콤한 양념의 돼지곱창 한 바가지를 불과 1만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북성로 철물 공구 골목은 밤이면 포장마차촌으로 변한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연탄에 구워 먹는 불고기집들이 많다. →잘 곳 : 달성 쪽에선 비슬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할 만하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진달래 핀 산자락 속에 조성돼 있다. 가창면 삼산리, 성서공단 등에 모텔들이 있지만 낡거나 유흥가와 인접해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 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대구 시내에서 숙소를 찾는 게 낫다. 호텔인터불고 대구, 노보텔앰배서더 대구 등 특급호텔을 비롯해 엘디스리젠트호텔, 호텔대구, 대구그랜드호텔, 프린스 호텔 등 수준급 숙소가 있다.
  • [열린세상] 소완에 의한 단상/문흥술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소완에 의한 단상/문흥술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주말에 벚꽃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동네 천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천변은 꽃구경을 나온 이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꽃을 보고 환한 미소를 띠며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데이트를 나온 듯한 젊은 남녀는 남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맞춤을 한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하면서, 떠나간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진달래꽃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문순태의 ‘철쭉제’에는 남북 이념 대립으로 서로 갈등하던 인물들이 만개한 철쭉 앞에서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봄꽃은 모든 이를 사랑에 빠뜨리는 묘약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가 산책을 하는 동네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늘 단벌옷을 입고 동네 쓰레기도 치우고 파지도 모은다. 처음에는 먹고살기 힘들어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노인은 빌딩을 소유한 재력가였다. 그런데 자가용도 없이 살면서 불우 이웃을 돕고 각종 봉사활동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여져 색안경을 끼고 노인의 검소함을 남루함으로 왜곡한 것이었다. 그런데 더 부끄러운 것은 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후였다. 남루하면 좀 어때. 마음이 부자면 됐지. 노인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안에 색안경이 또 남아 있었다는 걸 느꼈다. 젊은 시절 친구의 주선으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나와 짝이 된 여학생은 대뜸 나에게 경상도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여학생은 안색을 싹 바꾸면서 경상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목소리 크고 무서운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서 찬바람을 일으키며 자리를 떠났다. 이청준 소설 ‘굴레’의 주인공은 신문사 기자 채용 면접에 갔다가 특정 지역 사람이라는 이유로 수모를 겪는다. 경상도니 전라도니 따지는 지역주의라는 색안경에 나도, 또 이청준 소설의 주인공도 당한 것이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소완(素玩)에 의한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 사회를 지배하는 유교 이념과 그 이념에 의한 우상화의 논리에 길들여진 눈으로 대상을 보지 말고 모든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라는 것이다. 가령 관운장상을 신으로 우상화하는 성인들은 동네 사당에 있는 관운장상에 감히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념에서 자유로운 어린아이들은 그 상을 흙으로 만든 조각상 그 자체로 보고 눈도 찔러 보고 콧구멍도 쑤셔 본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연암이 이미 투명한 시선을 강조했건만 아직까지 우리는 사회를 지배하는 잘못된 풍조나 나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잘못된 색안경 논리는 젊은이들의 연애에도 작동하는 모양이다. 제자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남자를 만날 때 혈액형을 따진다는 것이다. 한 제자의 설명에 의하면 A형은 ‘소세지’(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 같고), B형은 ‘오이지’(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 같고), O형은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 같고), AB형은 ‘지지지’(지랄 같고 지랄 같고 지랄 같고)라는 것이다. 나는 뜨끔했다. 가장 지랄 같은 혈액형 소유자니까. 그런데 이 경우 작동하는 색안경은 혈액형주의라고 해야 하나. 산책을 마치고 저녁에 친구들과 소주를 한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한 친구가 세월호 인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성향이 다 다른 친구들이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한참 망설이는데, 색안경을 끼고 동네 노인을 대한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색안경을 벗고 세월호 참사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구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했다. 그때 낮에 꽃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들 중에서 선글라스를 낀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저 맨눈으로 꽃을 꽃 그 자체로 바라보고 감탄할 뿐이었다. 나는 봄꽃에서 사랑과 화해를 읽는 시인의 마음과, 관운상의 눈동자와 콧구멍을 찔러 보는 어린아이 같은 편견 없는 태도와, 꽃과 교감하는 상춘객들의 눈과,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들과 같은 열정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누군가는 이런 내 생각도 색안경이 아니냐고 말할까.
  • ‘셜록’ 주인공 본뜬 초콜릿 조각상에 시민들 반응은?

    ‘셜록’ 주인공 본뜬 초콜릿 조각상에 시민들 반응은?

    영국 드라마 셜록(Sherlock)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7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은 영국 드라마 채널 UKTV가 배우 베네딕드 컴버배치의 모습을 본떠 만든 초콜릿 조각상을 런던의 한 쇼핑몰에 설치해 놓고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영상을 보면, 붐비는 쇼핑몰 한가운데로 베네딕드 컴버배치의 조각상이 놓이자 시민들은 마치 컴버배치라도 나타난 마냥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급기야 시민들은 조각상을 혀로 핥거나 키스를 하고,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등 과감한 행동까지 일삼는다. 특히 조각상의 코를 잘라내는 노인의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한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초콜릿 조각상에는 약 500여 개의 벨기에 초콜릿 바가 들어갔으며 제작에는 250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UKTV/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쉰움산(683m)이라 했다. 강원 삼척의 미로면에 솟은 산이다. 이름이 독특하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혹시 오르기 ‘쉬움’의 오기일까? 아니면 신음 소리 내는 산이라는 뜻일까? 쉰 개의 움막이 있다는 뜻일 거라고 추측했다면 꽤 정답에 가까워졌다. 쉰움산은 ‘쉰 우물’에서 나왔다. 산정에 제법 너른 바위가 있는데, 바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50개 정도 뚫려 있다. 여기에 빗물이 고이면 꼭 ‘쉰 개의 우물’과 같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쉰움산은 삼척의 명산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사이에 끼어 있다. 그 탓에 그냥 지나쳐도 좋을 봉우리 정도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한데 산정에 펼쳐진 암릉과 예서 굽어보는 풍경만큼은 명산 뺨칠 정도로 빼어나다. 삼척시에서 발행한 관광 안내 책자에는 등반 시간이 1시간 30분(편도)으로 적혀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한 산행 시간이다. 한데 실제 쉰움산 등반은 쉽지 않다. 최소 왕복 3시간 30분 이상 잡아야 한다. 안내 책자에 적힌 대로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 가려면 ‘엄홍길 대장’ 수준의 전문가가 작심하고 등반해야 가능할 듯하다. 설령 그렇게 ‘빛의 속도’로 오른다 한들 가슴에 남는 것도 없지 싶다. 들머리는 천은사다. 쉰움산 초입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천은사로 가려면 오십천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오십천은 도계읍 백병산에서 발원해 동해에 이르기까지 50여 번을 돌아 흐른다는 하천이다. 개울 옆 시골길엔 푸른 보리가 얼추 무릎 가웃이나 될 만큼 자랐다. 불끈 솟은 두타산을 겨냥해 부지런히 길을 줄이니 곧 천은사 일주문이다. 문턱 너머로는 조붓한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천은사 옆 용계(龍溪)를 굽돌아 가던 오솔길은 이방인을 고려의 역사 속으로 이끈다. 천은사 일대는 ‘이승휴 유허지’다. 고려 때의 문신 이승휴가 삼척의 외가로 낙향해 용안당이란 건물을 짓고 ‘제왕운기’를 집필했던 곳이 현재의 천은사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승휴의 위패를 모신 사당 동안사(動安祠)만 남아 있다. 동안사에서 왼쪽 산길로 올라붙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류를 끼고 가는 등반로 초입은 완만하다. 조근조근 소리 내며 흐르는 계류도 정겹다. 하지만 이도 잠시. 곧 물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덩달아 등산로도 급한 오르막으로 변한다. 오르막 끝자락에 서면 땀에 젖은 등 뒤로 고래가 뛰노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던데, 시계가 불량해 그런 행운은 없었다. 입에서 단내가 폴폴 날 때쯤 거대한 금강송이 발길을 잡는다.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검붉은 수피의 금강송이다. 소나무 옆 샛길로 접어들면 이번엔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은사암이다.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암벽과 반석, 굽은 노송이 매력적인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암벽 아래는 가슴 높이로 뚫린 빈 공간이다. 여기에 돌기둥 하나가 모로 서 있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 수도처로 삼기 딱 좋은 모양새다. 여기저기 촛농 등 치성을 드린 흔적도 역력하다. 태백산에 버금간다는 기도처라지만 무속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흉물스러운 풍경일 뿐이다. 샛길을 되짚어 나와 다시 산길을 오르면 은사암 꼭대기다. 거무튀튀한 너럭바위 너머로 강원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서 있다. 그 너머는 동해다. 맑은 날엔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은 너른 바위다. 돌구멍이 여기저기 널렸다. 암반에 뿌리내린 노송 10여 그루는 넓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쉰움산, 이른바 오십정산(五十井山) 표지석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목 빼고 아래를 굽어보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벼랑 건너편은 거대한 암벽이다. 제아무리 기교 넘치는 화가가 붓질을 한다 해도 저렇게 빼어난 진경산수화는 그리지 못할 듯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동굴인 대금굴과 환선굴이 미로면에 있다. 쉰움산과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 140m까지 들어간다. 동굴 내부가 온통 황금색인 것이 이채롭다. 하루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홈페이지(samcheok.mainticket.c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환선굴은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다. 총 6.2㎞ 중 1.5㎞ 구간이 개방돼 있다. 금강송 숲이 아름다운 준경묘와 영경묘도 쉰움산과 멀지 않다. 삼척에는 은근히 로맨틱한 관광지가 많다. 신라시대 수로부인 설화를 모티브로 조성한 임해정, 헌화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경국지색의 용모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시꺼멓게 태웠던 수로 부인이 강릉태수를 제수받은 남편 순정공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삼척 해안가 어디에선가 수로 부인이 천길단애에 핀 철쭉꽃을 보며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침 암소를 몰고 지나던 한 노인이 선뜻 나섰고 그가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가 바로 저 유명한 헌화가(獻花歌)다. 임원항 뒤편의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이 헌화가를 모티브로 조성됐다. 가장 큰 볼거리는 세계 최대 돌조각상이라는 수로부인상이다. 아파트 4층 높이인 10.6m에 무게가 500t에 달한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길이 25m, 높이 5.5m의 거대한 용의 등에 탄 수로 부인의 모습을 조각했다. 12지신상, 산책로, 전망대, 쉼터 등도 갖췄다. 삼척 북부의 증산 해변에 조성된 ‘수로부인공원’은 삼국유사의 해가(海歌) 설화가 모티브다. 수로 부인 일행이 현재의 임해정(臨海亭) 인근에 이르렀을 때 용이 나타나 부인을 바다로 끌고 갔고, 백성들이 노래를 불러 수로 부인을 구해 냈다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 공원 초입엔 여의주 조형물(드래건볼)이 설치됐다. 오석(烏石)으로 만들어 무게가 4t에 이른다고 한다. 손으로 볼을 돌리면 사랑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해신당 공원은 다소 노골적이다. 다양한 남근(男根)을 모아 성민속공원으로 꾸몄다. 삼척에서도 풍경 곱기로 소문난 신남마을 언덕에 조성됐다. 글 사진 삼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강원 033) →가는 길: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간다. 삼척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태백으로 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로역 인근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천은사까지는 외길이다. 구불구불 강원도 길의 진수를 맛보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 나들목→38번 국도→제천 방향→영월→정선→태백→삼척 순으로 가도 좋겠다. 느릿느릿 달리며 풍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쉰움산에서 두타산까지는 2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을 가려면 임원항을 찾아가야 한다. 값싸고 싱싱한 활어회로 이름난 항구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은 임원항 뒤편 산자락에 조성됐다. 목재 데크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적어도 20분 이상 올라야 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차로 가는 것도 녹록하지는 않다. 길이 좁은 데다 굴곡도 심해 초보 운전자는 위험할 수 있다. 임원항에서 임원1교를 지나 삼척로를 따라가다 작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곧장 간다. →맛집:천은사 입구의 두타순두부집(572-9484)은 토속적인 맛을 물씬 풍기는 집이다. 순두부와 두부, 토종닭 등을 맛볼 수 있다. 삼척 시내에선 정라항 쪽에 맛집들이 많다. 삼정식당(573-3233)은 생태맑은탕과 해물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바다횟집(574-3543)은 곰치국, 미진횟집(572-6679)은 싱싱한 해산물, 대복숯불구이(572-3736)는 한우가 맛있다. 삼척의료원 옆의 울릉도 호박집(574-3920)은 장치찜을 잘한다. 장치찜에 곁들여 내는 호박술도 달달하다. 삼척해수욕장 쪽에선 부림해물(576-0789)이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 소문났다. →잘 곳:정라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른바 ‘새천년도로’로 불리는 4㎞ 남짓한 구간에 숙박 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이 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 뜨는 언덕’이라 하는데, 팰리스호텔(575-7000), 퍼시픽모텔(576-0162) 등이 이 언덕 위에 있다. 삼척온천관광호텔(573-9696), 동양레저게스트하우스(573-0874), 삼척온천(573-9696) 등도 깔끔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너와집과 만나려면 신리 너와마을(552-1659)을 찾으면 된다. 너와집은 강원 산간마을 특유의 주택 형태로, 소나무나 참나무를 널빤지 형태로 잘라 만든 너와를 지붕에 얹은 집이다. 너와마을에서 펜션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 바늘구멍에 서있는 세계 최소형 ‘조각상’ 화제

    바늘구멍에 서있는 세계 최소형 ‘조각상’ 화제

    잘 보이지도 않는 바늘구멍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계 초소형 조각상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영국언론 데일리메일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소형 조각상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예술인지 과학인지 모를 그 경계선에 서있는 이 작품은 영국의 아티스트 존티 허위츠(45)가 제작한 것이다. 사진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누드의 한 여성이 포즈를 취한 모습이지만 바늘구멍과 비교되는 그 작은 크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50~70 미크론(㎛·1/1000 mm)인 점을 감안하면 이 조각상이 얼마나 작은지 추측할 수 있다. 허위츠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작품" 이라면서 "너무 작아 현미경을 통해 사진을 촬영했지만 사진작가의 '손가락 충격'으로 작품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관심은 역시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먼저 허위츠는 모델이 되는 여성을 스튜디오 안에 세워놓고 200대의 카메라로 몸 전체를 캡쳐했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3D 프린팅과 다광자 석화술(Multiphoton Lithography)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특별한 조각상을 '한땀 한땀' 찍어낸 것. 허위츠는 "이 조각상은 '나노 페인팅'이라는 기술을 통해 제작된 것" 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예술과 양자물리학의 결합으로 수시간에 걸쳐 한 픽셀 한 픽셀씩 창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나노 아트'를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초소형 사이즈로 만들어낼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라크, IS 장악 알바그다디 지역 탈환…IS 리비아 유전 공격에 유적 파괴까지

    ‘이라크 IS’ ‘IS 리비아 유전 공격’ 이라크 IS 장악 알바그다디 지역 탈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IS 리비아 유전 공격도 감행됐다.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IS)가 장악하고 있던 이라크 서부 알바그다디 지역을 되찾았다고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군과 이라크 내 부족 동맹군이 안바르 주 알바그다디 지역에서 IS를 소탕하고 경찰서와 유프라테스강의 주요 다리 3개, 인근 7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티크리트 탈환 작전과 달리 알바그다디 탈환 작전에서는 미군의 공습 지원이 있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IS는 지난달 알바그다디 지역을 장악했다. 알바그다디 인근에는 미군이 이라크군을 훈련시키는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가 있어 이 지역을 장악한 IS의 기지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편 IS가 이날 리비아 남부 알-가니 유전을 공격해 경비원 8명을 살해했다고 유전경비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IS 리비아 지부의 극단주의자들이 유전 시설에 기습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도 유전시설이 IS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또한 IS가 서양 문명의 요람으로 여겨지는 이라크 북부의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Nimrud)의 유적을 파괴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IS는 전날 님루드 유적을 군용 대형차량 등을 동원해 부쉈다고 이라크 정부가 밝혔다. 유엔은 위성 사진을 통해 IS가 남성의 머리와 사자의 몸통, 독수리의 날개를 구현한 조각상을 포함해 아시리아의 상징적 유물들을 파괴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인도 여행 하면 대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혹은 뉴델리와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골든트라이앵글 등을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들이 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인도에도 북부와는 다른 특유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타밀나두주(州)의 주도 첸나이와 향신료 무역의 역사가 서린 케랄라주(州)의 코치다. ●첸나이, 어촌마을서 인도 무역항 거점으로 첸나이는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4대 도시 중 하나다. 인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로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사실 고대 왕국인 촐라왕조 시절 첸나이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다 1639년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세운 이후 인도 무역항의 거점이 되면서 천지개벽했다. 무역항 보호를 위해 세운 세인트조지성은 지금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첸나이의 지배권을 놓고 1746년 치열한 전투를 벌여 상당수가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첸나이가 인도 식민지 전락의 첨병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제 세인트조지성에서 영국인은 물러가고 인도인이 자리 잡았다. 현재는 타밀나두주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트조지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851년 개관해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지만, 겉으로는 다소 초라해 보였다. 이런 곳에 ‘특별한 유물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사라졌다. 9~13세기 번성했던 촐라왕조 시대의 유물이 가득했다. 인도 남부를 지배했던 촐라왕조는 스리랑카는 물론 미얀마·베트남까지 진출했다. 그래서인지 청동 조각상은 서구적인 인도인의 모습과 동양인의 모습이 적절히 혼합됐다. 특히 힌두신인 시바가 그의 부인인 파르바티를 얻고 나서 기쁨에 겨워 춤추는 모습을 나타낸 나트라즈 조각상은 시바신의 섬세한 춤 동작을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시바가 현세로 다시 살아돌아 온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 다르마는 “나트라즈 조각상은 파괴의 춤 탄다바와 함께 인도 무용의 기원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물관을 둘러봤다면 마리나 해변도 가볼 만하다. 무려 13㎞에 달하는 백사장은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다만 벵골만의 거친 파도가 그대로 밀려와 수영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현지인이 잡은 물고기를 파는 작은 어시장도 곳곳에 있다. 해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거대한 하얀 첨탑이다. 기독교 유적지인 성토머스 성당으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신부의 무덤 위에 세웠다. 1504년 포르투갈인이 세운 것을 1893년 재건축했다. 인도는 국민의 80%가량이 힌두교를 믿는다. 한데 남부는 다소 다르다. 서기 1세기쯤 토머스 신부가 인도 남부에 정착하면서 기독교도 함께 뿌리를 내렸다. 신자만도 2600만명에 달하며 현재 인도 제3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죽 뻗은 새하얀 건물 지붕을 보면 인도가 아닌 유럽의 어느 한 지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12사도의 무덤이 모셔진 곳은 이곳 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뿐이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 여부를 떠나 이곳은 인도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6년 2월 이곳을 방문했다.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60㎞가량 내려가면 마말라푸람이 있다. 7~9세기 팔라바 왕국의 수도였던 마말라푸람은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조각상이 유명하다. 고대 중국을 비롯해 페르시아와 로마의 동전도 발견됐다. 일찍부터 교역 항구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인구 1만 2000명의 작은 도시인 마말라푸람의 위용은 도시 중심에서 볼 수 있다. 높이 15m, 폭 27m의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마주하니 입이 딱 벌어졌다. 바위에는 인도의 각종 신화를 새겨 넣었다. 시바신에게 물을 달라 애원하는 모습이나 히말라야에서 머리에 이고 온 물을 주는 모습,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고행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각돼 있다. 심지어 실제 크기의 코끼리까지 벽에 담아냈다. 고양이가 고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르주나가 한쪽 발을 드는 고행을 통해 소원을 성취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따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각해 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르주나 고행상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의 해안엔 해변 사원이 있다. 1985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해변 사원은 촐라왕조 시절인 7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탑은 멀리서 보면 나눠져 있지만 가까이 갈수록 한 몸으로 합쳐진다. 남녀가 합쳐질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 진다는 인도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7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곳만 남아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 바라보는 사원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현지인들은 자랑한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인도양의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에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거대한 크기의 화강암을 깎아 만든 판치 라타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판치 라타스는 ‘5대의 전차’란 뜻이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라바타에 나오는 5형제의 이름을 본떠 이름 지어졌다. 하나의 바위 덩어리를 48년 동안 조각한 남인도 양식의 힌두사원으로, 7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원 내부에는 시바신이 탔다는 암소 난디의 조각상도 있다. 실제 크기의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은 인도의 힘을, 사자는 용맹을 상징한다. ●칸치푸람, 팔라바 왕조 수도로 힌두사원 즐비 첸나이에서 남서쪽으로 72㎞ 떨어진 칸치푸람은 3~9세기 번성했던 팔라바 왕조의 수도였다. 힌두교도에게는 성스러운 7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종교 성지인 까닭에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다. 도시 곳곳에 힌두 사원이 널려 있어 ‘1000개의 사원이 있는 황금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팔라바 왕조 당시에는 불교도 융성해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칸치푸람을 방문하고 쓴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현장 법사는 “도시의 둘레가 10㎞에 달하고 주민들은 용감하고 정의를 사랑하며 학문을 존중한다”고 기록했다. 특히 남인도 힌두 사원의 건축 양식인 고푸람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고푸람은 힌두 사원마다 높게 솟은 사각형의 탑이다. 외벽에 수많은 신을 조각한 뒤 원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해 놨다. 우리 사찰 입구의 사천왕각이라 보면 틀림없다. 고푸람의 크기로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엑암베스와라 사원은 칸치푸람에서 가장 높은 58m짜리 초대형 고푸람이 인상적인 곳이다. 사원을 이루는 1000개의 기둥홀은 돌로 만든 조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中·페르시아·유럽 문화 뒤섞인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 ‘코치’ 히브리어 간판부터 중국식 어망까지 이색 풍경… ‘세계 10대 낙원’ 첸나이에서 서쪽으로 비행기를 한 시간여 타고 오면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인 코치가 자리잡고 있다.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주는 수려한 해안 풍광을 갖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는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 주를 세계 10대 낙원으로 선정하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예부터 코치는 중국과 페르시아, 유럽 상인이 드나들면서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지역이다. 수메르인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쯤부터 코치를 비롯한 주변 항구는 후추와 강황, 육두구 등 향신료 수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치에는 향신료 무역을 위해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방불케 하는 옛 건물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상점의 간판이 히브리어로 씌여진 경우도 있다. 유대인들은 이곳에 기원전 573년 도착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인도 정착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름을 들었음직한 바스코 다 가마가 1498년 코치 인근에 도착했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코치를 근거지로 삼아 유럽과 인도를 잇는 무역로를 개척했다. 포르투갈이 총독부를 설치했던 곳이 바로 코치다. 한때 2500여명에 달했던 유대인은 상당수가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지난 2001년 조사 때 7가구 22명에서 최근에는 겨우 7명만 남았다. 대부분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운좋게 최고령 유대인인 사라 코헨(93)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후손은 대부분 코치에서 자수 등 기념품을 팔며 생활을 이어간다. 아직도 정정한 코헨 여사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둘러보고 물건을 사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 마을과 함께 해변을 따라 있는 중국식 어망은 코치를 상징하는 볼거리다. 6~8명이 한 조를 이뤄 네모난 그물을 드리운 뒤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사진 찍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고기를 잡기에는 그렇게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중국식 어망은 중국 광둥성에서 전래된 것으로 코치가 향신료와 차 등을 동서로 연결해주던 주요 통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넘이에 맞춰 중국식 어망이 설치된 해안을 바라보니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해안가 주변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해산물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인도관광청 코치 지부의 고빈드 부얀 부국장은 “타지마할이 있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보다 코치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첸나이·마말라푸람·코치(인도)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첸나이와 코치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뉴델리에서 갈아타야 한다. 에어인디아가 인천~뉴델리 구간을 매일 운항한다. 뉴델리에서 첸나이나 코치로 가는 비행편은 많다. 인천에서 뉴델리까지 비행 시간은 대략 10시간. 에어인디아 직항편으로 돌아올 경우 귀국 시간이 밤이라 낮에 반나절 정도 뉴델리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싱가포르나 방콕을 경유한 뒤 첸나이로 가는 방법도 있다. 첸나이에서 코치는 비행기로 1시간이다. 남인도는 11~2월이 여행 적기다. 첸나이는 평균 29℃로 습도가 높지 않으며 코치는 이보다 높은 32℃ 정도로 아라비아해의 습한 해풍이 불어온다. →맛집:첸나이는 인도 채식의 3대 고향 중 하나다. 바나나잎에 밥과 각종 카레를 담아 먹는 밀즈를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값은 150루피(약 2700원). 코치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서구식 요리가 혼합됐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 인근에 음식점이 많다. 마말라푸람의 그란데베이 리조트 또한 검증된 남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잘 곳:첸나이에서는 래디슨블루 시티센터 호텔의 위치가 좋다.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불과 2㎞ 떨어진 곳에 익스프레스 애비뉴 몰도 있다. 기념품과 선물 등을 살 수 있다. 코치는 유적지와 볼거리가 몰린 포트 코치 쪽이 좋다. 유대인 마을, 중국식 어망 등 핵심 볼거리를 걸어서 볼 수 있다. 자전거 렌트 비용은 하루 80루피(약 1400원). →놓치지 말 것:코치에서는 인도 4대 무용으로 꼽히는 카타칼리 공연을 꼭 보자. 과장된 복장과 화장으로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킨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 간 공연이 이어진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www.kathakalicentre.com)에서 보면 된다. 요금은 300루피(약 5300원).
  •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남인도, 숨은 속살 낯선 끌림

    인도 여행 하면 대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혹은 뉴델리와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골든트라이앵글 등을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들이 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인도에도 북부와는 다른 특유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타밀나두주(州)의 주도 첸나이와 향신료 무역의 역사가 서린 케랄라주(州)의 코치다. ●첸나이, 어촌마을서 인도 무역항 거점으로 첸나이는 뉴델리와 뭄바이, 콜카타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4대 도시 중 하나다. 인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로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사실 고대 왕국인 촐라왕조 시절 첸나이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다 1639년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세운 이후 인도 무역항의 거점이 되면서 천지개벽했다. 무역항 보호를 위해 세운 세인트조지성은 지금도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첸나이의 지배권을 놓고 1746년 치열한 전투를 벌여 상당수가 파괴됐지만 이후 재건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첸나이가 인도 식민지 전락의 첨병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제 세인트조지성에서 영국인은 물러가고 인도인이 자리 잡았다. 현재는 타밀나두주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트조지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851년 개관해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지만, 겉으로는 다소 초라해 보였다. 이런 곳에 ‘특별한 유물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기우는 박물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사라졌다. 9~13세기 번성했던 촐라왕조 시대의 유물이 가득했다. 인도 남부를 지배했던 촐라왕조는 스리랑카는 물론 미얀마·베트남까지 진출했다. 그래서인지 청동 조각상은 서구적인 인도인의 모습과 동양인의 모습이 적절히 혼합됐다. 특히 힌두신인 시바가 그의 부인인 파르바티를 얻고 나서 기쁨에 겨워 춤추는 모습을 나타낸 나트라즈 조각상은 시바신의 섬세한 춤 동작을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시바가 현세로 다시 살아돌아 온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가이드 다르마는 “나트라즈 조각상은 파괴의 춤 탄다바와 함께 인도 무용의 기원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박물관을 둘러봤다면 마리나 해변도 가볼 만하다. 무려 13㎞에 달하는 백사장은 가볍게 걸으며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다만 벵골만의 거친 파도가 그대로 밀려와 수영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현지인이 잡은 물고기를 파는 작은 어시장도 곳곳에 있다. 해변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거대한 하얀 첨탑이다. 기독교 유적지인 성토머스 성당으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신부의 무덤 위에 세웠다. 1504년 포르투갈인이 세운 것을 1893년 재건축했다. 인도는 국민의 80%가량이 힌두교를 믿는다. 한데 남부는 다소 다르다. 서기 1세기쯤 토머스 신부가 인도 남부에 정착하면서 기독교도 함께 뿌리를 내렸다. 신자만도 2600만명에 달하며 현재 인도 제3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죽 뻗은 새하얀 건물 지붕을 보면 인도가 아닌 유럽의 어느 한 지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12사도의 무덤이 모셔진 곳은 이곳 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뿐이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 여부를 떠나 이곳은 인도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6년 2월 이곳을 방문했다.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60㎞가량 내려가면 마말라푸람이 있다. 7~9세기 팔라바 왕국의 수도였던 마말라푸람은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조각상이 유명하다. 고대 중국을 비롯해 페르시아와 로마의 동전도 발견됐다. 일찍부터 교역 항구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인구 1만 2000명의 작은 도시인 마말라푸람의 위용은 도시 중심에서 볼 수 있다. 높이 15m, 폭 27m의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마주하니 입이 딱 벌어졌다. 바위에는 인도의 각종 신화를 새겨 넣었다. 시바신에게 물을 달라 애원하는 모습이나 히말라야에서 머리에 이고 온 물을 주는 모습,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고행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조각돼 있다. 심지어 실제 크기의 코끼리까지 벽에 담아냈다. 고양이가 고행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르주나가 한쪽 발을 드는 고행을 통해 소원을 성취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따라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각해 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아르주나 고행상에서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의 해안엔 해변 사원이 있다. 1985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해변 사원은 촐라왕조 시절인 7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탑은 멀리서 보면 나눠져 있지만 가까이 갈수록 한 몸으로 합쳐진다. 남녀가 합쳐질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 진다는 인도인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7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곳만 남아 있다. 일출이나 일몰 때 바라보는 사원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현지인들은 자랑한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인도양의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주변에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거대한 크기의 화강암을 깎아 만든 판치 라타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판치 라타스는 ‘5대의 전차’란 뜻이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라바타에 나오는 5형제의 이름을 본떠 이름 지어졌다. 하나의 바위 덩어리를 48년 동안 조각한 남인도 양식의 힌두사원으로, 7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원 내부에는 시바신이 탔다는 암소 난디의 조각상도 있다. 실제 크기의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은 인도의 힘을, 사자는 용맹을 상징한다. ●칸치푸람, 팔라바 왕조 수도로 힌두사원 즐비 첸나이에서 남서쪽으로 72㎞ 떨어진 칸치푸람은 3~9세기 번성했던 팔라바 왕조의 수도였다. 힌두교도에게는 성스러운 7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종교 성지인 까닭에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다. 도시 곳곳에 힌두 사원이 널려 있어 ‘1000개의 사원이 있는 황금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팔라바 왕조 당시에는 불교도 융성해 당나라의 현장 법사가 칸치푸람을 방문하고 쓴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현장 법사는 “도시의 둘레가 10㎞에 달하고 주민들은 용감하고 정의를 사랑하며 학문을 존중한다”고 기록했다. 특히 남인도 힌두 사원의 건축 양식인 고푸람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고푸람은 힌두 사원마다 높게 솟은 사각형의 탑이다. 외벽에 수많은 신을 조각한 뒤 원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해 놨다. 우리 사찰 입구의 사천왕각이라 보면 틀림없다. 고푸람의 크기로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엑암베스와라 사원은 칸치푸람에서 가장 높은 58m짜리 초대형 고푸람이 인상적인 곳이다. 사원을 이루는 1000개의 기둥홀은 돌로 만든 조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첸나이에서 서쪽으로 비행기를 한 시간여 타고 오면 인도 향신료 무역의 거점인 코치가 자리잡고 있다.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주는 수려한 해안 풍광을 갖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는 코치를 포함한 케랄라 주를 세계 10대 낙원으로 선정하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5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예부터 코치는 중국과 페르시아, 유럽 상인이 드나들면서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지역이다. 수메르인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쯤부터 코치를 비롯한 주변 항구는 후추와 강황, 육두구 등 향신료 수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치에는 향신료 무역을 위해 정착한 유대인의 후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방불케 하는 옛 건물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상점의 간판이 히브리어로 씌여진 경우도 있다. 유대인들은 이곳에 기원전 573년 도착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인도 정착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이름을 들었음직한 바스코 다 가마가 1498년 코치 인근에 도착했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코치를 근거지로 삼아 유럽과 인도를 잇는 무역로를 개척했다. 포르투갈이 총독부를 설치했던 곳이 바로 코치다. 한때 2500여명에 달했던 유대인은 상당수가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지난 2001년 조사 때 7가구 22명에서 최근에는 겨우 7명만 남았다. 대부분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운좋게 최고령 유대인인 사라 코헨(93)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후손은 대부분 코치에서 자수 등 기념품을 팔며 생활을 이어간다. 아직도 정정한 코헨 여사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둘러보고 물건을 사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 마을과 함께 해변을 따라 있는 중국식 어망은 코치를 상징하는 볼거리다. 6~8명이 한 조를 이뤄 네모난 그물을 드리운 뒤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사진 찍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고기를 잡기에는 그렇게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중국식 어망은 중국 광둥성에서 전래된 것으로 코치가 향신료와 차 등을 동서로 연결해주던 주요 통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넘이에 맞춰 중국식 어망이 설치된 해안을 바라보니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해안가 주변엔 각종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해산물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인도관광청 코치 지부의 고빈드 부얀 부국장은 “타지마할이 있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보다 코치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첸나이·마말라푸람·코치(인도)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첸나이와 코치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뉴델리에서 갈아타야 한다. 에어인디아가 인천~뉴델리 구간을 매일 운항한다. 뉴델리에서 첸나이나 코치로 가는 비행편은 많다. 인천에서 뉴델리까지 비행 시간은 대략 10시간. 에어인디아 직항편으로 돌아올 경우 귀국 시간이 밤이라 낮에 반나절 정도 뉴델리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싱가포르나 방콕을 경유한 뒤 첸나이로 가는 방법도 있다. 첸나이에서 코치는 비행기로 1시간이다. 남인도는 11~2월이 여행 적기다. 첸나이는 평균 29℃로 습도가 높지 않으며 코치는 이보다 높은 32℃ 정도로 아라비아해의 습한 해풍이 불어온다. →맛집:첸나이는 인도 채식의 3대 고향 중 하나다. 바나나잎에 밥과 각종 카레를 담아 먹는 밀스를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값은 150루피(약 2700원). 코치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포르투갈 식민지 영향으로 서구식 요리가 혼합됐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 인근에 음식점이 많다. 마말라푸람의 그란데베이 리조트 또한 검증된 남인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잘 곳:첸나이에서는 래디슨블루 시티센터 호텔의 위치가 좋다.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불과 2㎞ 떨어진 곳에 익스프레스 애비뉴 몰도 있다. 기념품과 선물 등을 살 수 있다. 코치는 유적지와 볼거리가 몰린 포트 코치 쪽이 좋다. 유대인 마을, 중국식 어망 등 핵심 볼거리를 걸어서 볼 수 있다. 자전거 렌트 비용은 하루 80루피(약 1400원). →놓치지 말 것:코치에서는 인도 4대 무용으로 꼽히는 카타칼리 공연을 꼭 보자. 과장된 복장과 화장으로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킨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 간 공연이 이어진다. 케랄라 카타칼리 센터(www.kathakalicentre.com)에서 보면 된다. 요금은 300루피(약 5300원).
  • “IS, 1만년 전 희귀 문화재도 밀거래” -BBC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대원들이 시리아 내부에서 출토한 희귀 문화재를 고가에 매매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 등 해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한 점당 100만 달러에 달하는 1만 년 된 유물들을 레바논이나 터키 등지를 통해 밀거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스카이프 등 무선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해 딜러에게 밀거래 아이템(유물)을 보여준 뒤, 계약이 성사되면 택시를 이용해 레바논 등지로 운반하고 있다. 인근 국가로 비밀리에 거래·운반된 이 고가의 희귀 유물들은 대다수가 유럽 또는 중동으로 건너가 부유한 예술품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며, 그들만의 ‘비밀 박물관’에 보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S가 자금 확보를 위해 거래하는 유물들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들이며, 불법적인 유물 매매 거래는 석유와 인질 거래 등과 더불어 IS의 전통적인 자금 확보 수단 중 하나다. IS와 예술품 수집가 사이에서 밀거래를 하다 현재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신분을 감춘 채 사는 21세 남성은 “보통 유물을 가지고 국경을 넘을 때에는 택시를 이용한다. 국경초소 관계자도 모두 매수해 이를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귀걸이나 반지, 작은 조각상이나 석상 등 시리아 곳곳의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훔친 물건들은 IS에 큰돈을 벌어다준다”면서 “이들 물건들은 매우 고가에 유럽, 중동 등지로 팔려나간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정보국의 조사에 따르면 IS가 2014년 초반 800점에 달하는 유물을 판 대가로 벌어들인 돈은 무려 390억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의 유물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인 알 나븍(Al Nabk)에서 훔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IS, 1만년 전 희귀 문화재도 밀거래

    IS, 1만년 전 희귀 문화재도 밀거래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대원들이 시리아 내부에서 출토한 희귀 문화재를 고가에 매매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 등 해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한 점당 100만 달러에 달하는 1만 년 된 유물들을 레바논이나 터키 등지를 통해 밀거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스카이프 등 무선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해 딜러에게 밀거래 아이템(유물)을 보여준 뒤, 계약이 성사되면 택시를 이용해 레바논 등지로 운반하고 있다. 인근 국가로 비밀리에 거래·운반된 이 고가의 희귀 유물들은 대다수가 유럽 또는 중동으로 건너가 부유한 예술품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며, 그들만의 ‘비밀 박물관’에 보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S가 자금 확보를 위해 거래하는 유물들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들이며, 불법적인 유물 매매 거래는 석유와 인질 거래 등과 더불어 IS의 전통적인 자금 확보 수단 중 하나다. IS와 예술품 수집가 사이에서 밀거래를 하다 현재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신분을 감춘 채 사는 21세 남성은 “보통 유물을 가지고 국경을 넘을 때에는 택시를 이용한다. 국경초소 관계자도 모두 매수해 이를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귀걸이나 반지, 작은 조각상이나 석상 등 시리아 곳곳의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훔친 물건들은 IS에 큰돈을 벌어다준다”면서 “이들 물건들은 매우 고가에 유럽, 중동 등지로 팔려나간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정보국의 조사에 따르면 IS가 2014년 초반 800점에 달하는 유물을 판 대가로 벌어들인 돈은 무려 390억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의 유물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인 알 나븍(Al Nabk)에서 훔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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