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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라’던 백기완 선생”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라’던 백기완 선생”

    “나는 한 마디로 소개하면 됩니다. 나는 내 눈앞에서 마음에 안들면은 그냥 놔두지 않았어.” 2019년 3월 13일.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된 ‘버선발 이야기’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에 매진한 그의 평생은 부조리에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15일 투병 끝 별세한 그를 수많은 여성 정치인들도 기렸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천서 성고문 사건규탄대회를 여시려다 감옥에 갇히시기도 했다”며 “제가 경험한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연설능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백 소장은 권 의원이 성고문 피해를 입었던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규탄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 일을 회상하며 권 의원은 “논리력, 선동력, 이야기하듯 엮어내는 구수한 문장력과 멋진 목소리가 엄청난 조화를 이루었고 87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왔을 때 많은 지지자와 함성을 모으셨다”며 조의를 표했다. 선생의 뒤를 이어 진보진영의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그의 뜻을 기렸다. 심 의원은 페이스북에 “심상정이, 비틀거리지 말고 똑바로 가.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 뒤집어엎어버리란 말이야!”라던 선생의 생전 호령을 적었다. 이어 “수많은 진보 정치인, 운동가, 지식인들이 선생의 둥지에서 태어나 진보정당의 초석이 되었다”고 썼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직 이사장을 지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요시위에 나섰던 백 소장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시고 김복동 할머니 떠나시던 날 빈소에 들러 할머니 명복 빌어주시며 함께 해주시던 모습들, 가슴에 찡하게 남아있다”며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는 대학로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에 들렀던 기억을 소환했다. 박 후보는 “저에게 ‘시원시원하고 단호해서 좋다’고 하셨던 선생님.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선생님 영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 원작시를 바칩니다”라고 썼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가 백 소장이다. 선생의 맏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1979년 선생이 출간한 책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를 언급했다. 책에서 선생은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말을 타고 달리는 고구려의 여성상을 예로 들며 현모양처의 허상과 수동적 역할을 벗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여성이 될 것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1979년 딸에게 주는 편지를 책으로 엮어 평생을 살아가는 길라잡이를 일러주셨다”며 “예순 두 해 동안 아버님과 맏딸로, 사회운동의 선후배로, 끊임없는 긴장의 일상이 쉽지 않았지만 더없이 빛나고 참으로 벅찬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그날의 간담회에서 선생은 자기 소개에 이어 별안간 ‘미투’ 이야기를 꺼냈다. 소싯적 술을 먹다가도, 여성 옆에서 추태를 부리려는 남성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야, 이 자식아. 술 먹고 술에 취하지. 왜 여성이라고 하는 특수한 사람에 취하려고 그래. 집어치워, 인마.’ 말 안들으면 술상 뒤집어 엎고 그랬어. 내가 그런 것도 실천인 줄 알았다니까. 내 젊은 날에 그랬어.”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정치인이 선거 피하면 안돼”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정치인이 선거 피하면 안돼”

    조정훈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 주 4일제 등 새로운 담론 던지고 싶어 보통 사람 대신해 싸우는 역할할 것 완주할 마음 아니라면 출마 안 해 서울을 기회의 땅, 약자의 땅으로 만들어야 주 4일제, 무주택자 기본소득, 반려동물 의료보험. 내놓는 공약마다 화제몰이를 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15일 “이번 선거에서 주 4일제 등 새로운 담론을 던지고 싶다. 정치인이 선거를 피하면 세상에 나올 기회는 없다”며 완주할 뜻을 거듭 밝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조 대표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역주행의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 혹은 ‘문 정부를 지켜야한다’로 양분된 선거 구도에서는 제가 매력적이지 않지만, 유능한 행정가를 뽑는 선거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 4일제와 기본소득 등 시대적 화두가 되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보통 사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설 민심은 어떤가.  “하루 평균 5~6시간씩 클럽하우스, 줌, 유튜브로 민심을 들었다. 20~3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전통시장 가서 떡볶이나 오뎅 먹는 것은 민폐다. 헛헛한 설이었다. 모두 코로나 이후로 어떻게 될까 걱정하고 있더라. 시민들이 전한 시대정신은 ‘닥치고 생존’이다.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은 확실하다. 기존의 양대 정당으로 채우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다들 안다. 누가 그걸 해줄 수 있을까. ‘이 선거는 내 선거인데, 보통 사람인 내 선거인데. 나를 위해 싸워줄 대리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출마 이유는.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축제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부끄러운 선거이다. 인물도 공약도 영화 ‘나홀로 집에’를 10년째 보는 느낌이다. 보통 사람을 대신해서 싸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가 출마를 한다고 하면 크게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 이제 시작했는데 아깝다는 의견과 출마해야 한다면 돕겠다고 한다. 보통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그들을 대변해 싸울 수 있다.”  -야권에서 단일화 요청이 오는데.  “여든 야든 저를 짜장면의 완두콩으로 보는 것 같다. 여도 야도 완두콩은 필요하고, 완두콩을 올려야 맛있겠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가 국민의힘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1년 새정치로 나왔는데, 이번 단일화로 새정치라는 브랜드의 깃발은 내렸다고 생각한다. 저같이 진짜 새정치 하는 사람이 안철수 때문에 쓸 말이 없어졌다.”  -완주하면 국회의원직을 포기해야하고, 시대전환은 원외 정당이 되는데.  “완주할 마음이 아니라면 출마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귀신같이 다 알아본다. 서울시장을 갖고 있는 당이 돼야 할까, 비례의원 한명이 대표인 당이 돼야할까하는 고민이 있다. 저는 출마할 때 쉽게 결심했는데 당에서는 격론이 붙었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정치이고 없던 길을 만드는 것이 정치 아닌가. 갔던 길을 또 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의 불안함이나 아쉬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사퇴 시한인 3월 7일 전에 당의 의견을 한번 더 묻겠다.”  -주 4일제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지지자들이 저를 ‘한국의 앤드류 양’이라고 부른다. 합리적이고 이야기가 된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기본소득, 무상의료를 주장한 앤드류 양은 지난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 나갔다가 중퇴했다.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뉴욕시장 후보 지지율 1위다. 제 공약을 보면 과거와 현재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주 4일제가 서울시장의 권한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과거의 멘탈이다. 21세기의 정부는 규제하는 게 아니라 권장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부터 주 4일제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 소도시에서 한다고 퍼지지 않는다. 이미 SK텔레콤, 배달의 민족 등은 주 4일제를 하고 있다. 정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정부가 막아야 하는가. 일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큰 몸통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밀어줘야 한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세제를 지원해서 대다수 기업이 주 4일제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것이 서울시장의 역할 아닌가. 규제하고, 주택 인허가만 내주는 것은 옛날 사또가 할 일이다. 사회의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주택자 기본소득 공약이 신선한데.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라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낙오된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주겠다. 1인 가구를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하고, 아파트를 매입해서 공공으로 푸는 공약도 있다. SH공사를 증권시장에 상장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다. 지방공기업이 상장하는 것은 최초가 된다. 그 돈으로 강남3구의 최고 선호지역에 아파트를 사겠다. 대치동 은마,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사서 반값 전세나 반값 월세로 풀것이다.”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를 무엇으로 보나.  “서울의 양극화다. 서울은 기회의 땅이다. 서울로 공부하러 일하러 오고, 서울에서 자리 잡으면 성공한 것이라는 지표가 됐다. 또한 서울은 청계천, 구로공단 등 약자의 땅이다. 그런데 지금은 강자만을 위한 땅이 돼버렸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 결혼하고 애 낳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어지간한 능력을 갖고는 버틸 수 없다. 이걸 고착화 할 것이냐. 교육은 이미 포기 상태고, 부동산도 거의 포기 직전에 왔다. 서울을 다시 기회의 땅이자 약자의 땅으로 되살려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박 시장이 이어야할 정신인지는 모르겠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제로페이 등 새로운 시도는 의미 있었다고 본다. 다만 이번 선거를 부끄러운 선거로 만든것에 대한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젠더문제에 있어서 냉정하고 엄하게 배웠다. 20년 전 세계은행에 첫 입사해서 회의를 하는데 여성 상사가 갑자기 ‘펌핑 브레이크’(pumping break)를 갖자더라. 유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충격 받았다. 그런 곳에서 일하며 성폭력을 국제 기준에 맞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그게 선배들과 차이점이다.”  -시대전환 대표로서 소수정 당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을텐데.  “2024년 총선 때는 시대전환2, 조정훈2 같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어떤 소수 정당이나 인물이 나올 때 ‘시대전환처럼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평가가 긍정의 문장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선거는 야구나 축구 같다. 두 팀만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선거를 쇼트트랙으로 바꾸자. 선거법을 개정해서 기록 경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1차 관문은 내년에 열리는 지방선거 전에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싶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잇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일이다.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가서 줄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몇년간 노력봉사하다가 기회를 얻거나 인재영입으로 하루 아침에 등장하는 것뿐이다. 인재영입에 대한 부작용은 지난 총선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선수를 발굴하기 위한 정치아카데미에 관심이 많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일상 속 젠더 그린 여성 영화 지원한다… ‘필름x젠더’

    일상 속 젠더 그린 여성 영화 지원한다… ‘필름x젠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함께 새달 8일까지 ‘필름x젠더’ 출품작을 공모한다고 15일 밝혔다. ‘필름x젠더’는 여성영화인들이 제작한 성인지적 감수성이 높은 작품을 지원하고,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단편영화 지원 사업이다. 매년 성차별, 성폭력, 여성 노동, 가족, 성 정체성 등 일상 속 젠더 이슈들을 다룬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제3회 ‘필름x젠더’는 러닝타임 20분 이하의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하며 단편 영화 주요 스태프로 참여한 경험이 2회 이상 있는 여성 영화인이라면 응모 가능하다. 심사에서는 영화적 완성도, 주제의식의 구현 수준 등이 평가되며 성평등 교육 콘텐츠로서의 활용성 또한 중요 고려사항이다. 최종 선정된 총 2편에게는 각 2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완성작은 그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오른다. 제1회 때는 37편의 작품이 출품돼 신승은 감독의 ‘프론트맨’과 오지수 감독의 ‘허밍’이 최종 선정됐다. 제2회에는 85편이 출품, 김보람 감독의 ‘자매들의 밤’, 염문경 감독의 ‘백야’가 선정작이 됐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상호 “박원순 계승”… 野 후보들 “2차 가해” 한 목소리

    우상호 “박원순 계승”… 野 후보들 “2차 가해” 한 목소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의 손편지를 언급하며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 후보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보았다”며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운동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갈 때도 감탄했고 시민의 삶에 다가가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진정성에도 감동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 여사의 편지 중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소개하고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라고 적었다. 우 후보는 또 오는 11일이 박 전 시장의 생일이라고 전하면서 “비록 고인과 함께 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와 유가족이 힘을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희망했다.이에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여성후보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 자사야 아내로서 느낄 충격과 고통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 자체로 2차 가해”라고 말했다.김진아 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 후보를 가리켜 “어디 시간여행 하다 왔습니까?”라며 “민주당은 코로나 시국에 600억에 이르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정당 차원의 2차 가해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도 “어제는 21년 전 룸살롱 사건을 사과한다더니 오늘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연대하고 있다”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향해 “우 후보의 서울시장 경선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당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라”고 말했다. 우 후보가 200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광주 ‘새천년 NHK 룸가라오케’에서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편 강민진 청년정의당 준비위원장도 트위터에서 “자당의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며 “민주당은 우상호 후보를 비롯해 2차 피해를 일으킨 인사들에게 당 차원에서 조치하여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썼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주민번호도, 화장실도, 취업도… 트랜스젠더에겐 차별이 일상

    주민번호도, 화장실도, 취업도… 트랜스젠더에겐 차별이 일상

    86% “법적 ‘성별 정정’ 시도하지 않았다”비용·法 절차·건강 부담에 성 전환 어려워남성·여성다움 강요에 구직활동 포기도주민번호 임의화·정정 요건 완화 등 필요“산부인과나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러 가면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분인데 왜 오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옷이 마음에 안 들어 환불받고 싶다고 전화하면 남자 목소리라며 주문한 당사자를 바꾸라고 하죠.” 김겨울(28)씨에겐 차별이 일상이다. 10살 때부터 자신의 여성성을 알았고 4년 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그는 숱한 차별과 혐오를 맞닥뜨려야 했다. 직장도 갖기 어려웠다.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해 주민번호를 바꾸지 않으면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면서 적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유흥업소 등 음지에서 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혐오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가족생활, 학교, 고용, 군대, 건강 등 9개 분야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숙명여대 산학연구단이 연구용역을 맡은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진행된 트랜스젠더 연구 가운데 조사 대상이 가장 많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65.3%는 지난 1년간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법적으로 성별을 정정한 응답자는 8%에 그쳤다. 86%의 트랜스젠더는 의료비용, 법적 절차, 건강 부담 등의 이유 때문에 성전환 수술이 전제된 법적 성별 정정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직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469명 가운데 57.1%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과정에서 외모가 남자 또는 여자답지 못하고(48.2%),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37.0%)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에서는 화장실과 탈의실처럼 남녀가 구분된 공간(26.9%)을 이용하거나 남녀 구분이 확실한 복장(14.1%)을 강요받을 때, 출장과 워크숍에 갔을 때 성별로 숙소를 배정받을 때(10.9%) 곤란함을 겪고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건강실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57.1%가 우울증으로, 24.4%는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2.3%는 가족 등으로부터 성적 지향을 강제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전환치료를 권유받은 적이 있었으며 11.5%는 실제 이런 종류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국내 트랜스젠더가 삶의 여러 영역에서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주민등록번호 임의번호화, 성별 정정 요건 완화, 성중립 화장실 확대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정치권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 세상 바꿀 ‘투철함’으로 맞선다”

    “정치권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 세상 바꿀 ‘투철함’으로 맞선다”

    가해자 낮은 형량에 피해자 더 고통정당의 늦은 진상조사와 반성도 문제4월 재보궐선거는 ‘성평등 선거’ 돼야“‘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수많은 여성이 고통을 속으로만 삭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성폭력·성차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라고 계속 지적해 왔어요. 그 흐름 속에서 신지예라는 개인도, 장혜영이라는 국회의원도 피해를 당당히 밝히며, 성폭력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젊은 여성들의 ‘미투’ 움직임을 ‘투철함’으로 설명했다.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야망’을 넘어 의무에 가까운 ‘투철함’이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그 ‘투철함’으로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하며 출마한 이래 여성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이어 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어 진상 규명 및 여성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 대표 본인도 정치권 성폭력 피해자다. 지난해 2월 그는 당시 녹색당의 여권 비례위성정당 참여 논란 와중에 같은 당 당직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열린 1심 재판에서 가해자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가해자 측과 검찰 모두 항소했다. 신 대표는 낮은 형량과 함께 녹색당의 늦은 반성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도 개선, 안전망 구축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이야기예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해결되려면 내부에서 조사하고 기록해 처벌하는 게 우선이죠. 당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는데, 아직도 안 이뤄졌어요. 같은 맥락에서 박 전 시장 사건도 피해자의 피해 호소를 묵인하거나 2차 가해를 한 혐의가 있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 전·현직 비서실장, 젠더 특보 등을 감사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여넷은 지난달 29일 감사원에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 불법 명의변경 및 공금유용 실태에 대해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신 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가 성평등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여성의 정치적 열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게 아쉬워요.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세입자, 동물 등을 대변할 시민연합후보가 필요해요. 직접 출마하는 방법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지예 “서울시장 선거에 소외된 다수 대표 시민후보 나와야”

    신지예 “서울시장 선거에 소외된 다수 대표 시민후보 나와야”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여성 정치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그렇게 사람들 기억에 박혀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으로 출마, 3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여넷)라는 단체를 만들어 피해자 지원 및 여성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을 때 누구보다 빨리 ‘장 의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지지했다. 행동하는 정당인, 정치인, 활동가로 ‘살아 있는’ 신 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한꺼번에 많은 일이 돌아가서 정신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성폭력 사건 1심이 끝났고, 피의자와 검사가 모두 항소해 2심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맡으면서 그 안에서 정치 세력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다. 정치권 성폭력 사건이 계속 터지는데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처벌하느냐 또한 중요하다.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 활동 및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에서 매주 글을 쓰며 여성 재산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 관련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치권 성폭력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정의당의 조처를 어떻게 봤나. “정의당이 기존에 조직이 보여주지 못했던 ‘공동체적 해결’을 시민들에게 인식시켜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그곳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사건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도 2차 가해를 하지 않고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해결에 천착하는 것이 필요한데,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건 해결을 맡은 배복주 부대표의 강단 있는 결정, 장혜영 의원의 용기가 시작을 잘 열어줬다. 다음 몫은 정의당 당원들의 힘에 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 의원에 대한 지지 발언을 올렸다. “작년 2월 같은 당 당직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사건 직후 바로 고소했고, 조사를 받았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왜 녹색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야 했다. 정치인은 국민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고 피해를 받는 게 아니라 피해당한 사람을 구제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다. 그런 사람이 ‘내가 피해자’라고 나서면서 출마하는 걸,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됐다. 이번에 장 의원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힐 때 주홍글씨가 될까 봐 두렵다. 그런데 장 의원은 용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이게 윗세대들이랑 다른 지점이다. 수많은 여성이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고통을 속으로 삭이지 않고, 이것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정치적 문제라고 밝히며 사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신지예라는 개인도, 장혜영이라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야망’을 넘어, ‘투철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인 사건으로 넘어가 보자. 지난달 부산지법에서 나온 1심 판결에서 피의자는 준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치상 혐의를 인정한 재판부에 감사드리지만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생각한다. 상해 정도가 미미하다는 것과 가해자가 반성한다는 점, 가해자 가족들이 쓴 탄원서 등을 감경 요인으로 꼽았다. 가해자의 어린 딸도 탄원서를 썼는데, 그 사실 자체로 가슴 아팠다. 또 다른 폭력 아닌가. 가해자 측 변호인은 내가 약속된 한 행사에 축사를 하러 참석한 것을 근거로 ‘상해가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상해가 심했으면 축사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다. 그렇다면 성폭력 피해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다 취소하고 집안에 틀어박혀야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아픈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피해자다움 요구다. 이것이 반성하는 가해자의 태도인지 묻고 싶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나온 녹색당의 입장문에 대해 SNS에 쓴 글을 봤다. 진상조사단을 꾸려 달라는 요청에 수개월 묵묵부답하다 이제 와 안전망 구축과 제도개선 교육을 얘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서울시가 내놓은 입장도 ‘시스템 정비’였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이야기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려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처벌이 필수적이다. 내부에서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해야 한다. 녹색당도 그걸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은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였다. 당시 녹색당에 비례위성정당을 준비하는 집단이 있었다. 나는 당 공동 운영위원장임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당내 가부장 권력을 중심으로 한 모든 논의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됐다. 나는 ‘녹색당’ 차원의 선거 준비를 제안했으나 오히려 ‘신지예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는 나에 대한 허위 소문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유인해 성폭력을 저질렀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성폭력이 벌어진 게 아니라 위성정당 합류의 흐름 속에서 당 내부에서 자행됐던 마녀사냥의 끝이 성폭력이었다. 한국 위성정당의 흐름, 특히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이 매우 가부장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가부장적 정치가 개인에게는 성폭력이라는 사건으로 발생한 것이다. 사건 이후 당에 진상조사단을 만들 것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도 꾸려지지 않았다. 작년 3월, 당이 위성정당 참여 결정을 내릴 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했다.”신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두발자유화운동을 하며 ‘한국청소년모임’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 이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하자작업장학교)에 입학했다.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 정당활동과 세 번의 선거에 출마(2016년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 서울 서대문갑)했다. 그가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이유와 동력이 궁금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두발자유화운동에 나섰나. 당시 많은 중·고등학생이 두발 제한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도 선생님한테 반항하는 것 이상의 용기를 내는 일은 드물었다. “‘중2병’이었던 것 같다.(웃음) 세상에 반항하고 싶고,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다. 학교는 ‘늙은 아버지’ 같았다. 선생님 중에 왜 두발단속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파마, 염색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헌법에 ‘모두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써놓고 학교는 그걸 왜 안 지키는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당시 막 생겨난 ‘다음 아고라’에 이런 얘기를 올리면 “학생은 공부나 할 것이지” 같은 답을 들었다. 화가 났고, 많이 분노했다.” -왜 정치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고,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 편이었다. 두발자유화운동을 하면서 정당에 일찍 발을 들였는데, 당시 치고받고 싸우는 어른들을 보면서 ‘저렇게는 세상을 바꿀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안학교에 가고, 사회적 기업·시민단체 회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라 이윤 창출이 제1 목표더라. 시민단체에서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월세 8만원짜리 쪽방촌에 들어가 어르신들과 함께 사는 프로젝트를 했다. 그런데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불며 망원동이 갑자기 ‘망리단길’이 되었다. 여든, 아흔 되는 어르신들이 쫓겨났다. 3평짜리 방에서 할머니들이 이웃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게 큰 꿈도 아닌데 그걸 사회는 못 지켜보는구나, 결국은 법과 정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보면서 탈핵, 기후 생태에 대한 정치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전원 추첨제 대의원 제도를 가진 녹색당이 민주주의적 권력 분배에 관심이 많은 정당 같아 2012년 가입했다. 당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신지예 하면 사람들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기억할 것이다. “부끄럽지만 당시 나올 사람이 없었다. 서울시당 위원장이었는데, 후보자를 못 만들어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슬로건에 부담감은 없었다. 사회적 기업이나 대안학교처럼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들과 일하며 ‘온실 속 화초’처럼 산 것인지, 포스터 훼손 등 구체적 공격이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돌아본다면. “여성의 정치적 열망을 구체적으로 권력화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8만 표를 얻었는데, 그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느냐, 미래를 같이 그릴 수 있는 정치적 동료 혹은 느슨한 형태의 연대체라도 만들어졌느냐는 점에서 많이 부족했다. 페미니즘 정치라는 게 의회에 더 많은 여성을 보내는 것, 질적인 능력을 높이는 것 등 많은 게 있겠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정치적 조직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데 그걸 못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8만 명 이상이라는 걸 확인한 건 나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였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렀다. 힘들지 않았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옛날처럼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은퇴해 노후를 즐긴다는 삶의 노선이 더 이상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길이 됐다. 한국에서 살 방법은 ‘영끌’해서 주식투자하고 부동산 투자해서 시세 차익 노리고, 연봉 높이는 것이다. 여기서도 여성은 유리천장 때문에 더 어렵다. 정치가 아직까지도 굉장히 구리고, 재미없는 영역이긴 해도 바꿔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 계속 하고 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한여넷 얘기를 해보자.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이후 발족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나.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긴급회의를 했다. 단체를 만들어 반복되는 정치권 성폭력을 막고, 해결책을 내놓고, 더 많은 여성이 정치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자는데 뜻이 모였다. 녹색당에서 활동했던 사람, 선거 때 활동했던 분들, 여성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박 전 시장 사건 직권조사 결과에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다. “인권위 결과에 매우 박한 평을 주고 싶다. 예전에 서울대 신 교수 사건(1993년) 때 성희롱·성추행에 관한 얘기가 나와 어떤 것이 성희롱인지 명징하게 밝혔는데,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쓴 보고서와 수십 년 전에 나온 보고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2021년 다운 보고서라면 더 나아가 2차 가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피해자한테 2차 가해를 하거나 묵인해온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전·현직 비서실장, 젠더특보, 오성규, 김민웅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또한 피해자에게 박 전 시장이 서울대병원에 처방전을 갖고 가 약을 타오라고 한 의료법 위반 의혹,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이용해 개인적 용도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지시한 부분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여넷에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출했다.” -4월 재보궐은 성평등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15일 ‘줌’(ZOOM)으로 ‘미투선거 시국회의’를 열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정치적 전망을 내부에서부터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로 각계각층의 사람을 초대해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30명 정도는 두 시간 반 내내 참석해 여성들의 의지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는 10일 저녁 8시30분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재보궐선거가 성평등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출마할 계획은 없나. “시민연합후보를 내자는 제안을 금태섭 후보와 권수정 정의당 후보께 제안했었다. 금 후보께는 시민연합선거의 판을 만들자고 제안 드렸다.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동물, 장애인, 세입자, 자영업자, 노동자, 노인 등을 대변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정치의 판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숙고 끝에 거절하시더라. (금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의지를 밝혔고, 정의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무공천 결정을 내렸다.)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조금이라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후보들 정책을 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적은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강을 메워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데 후대에 죄를 짓는 범죄다. 박영선 후보는 ‘콤팩트 시티’의 개념을 잘못 차용해 갖고 왔다. 서울은 이미 ‘메가 시티’인데 이 도시를 어떻게 더 밀집시킨다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도 개발을 외치고 있는데, 서울을 끝없이 개발하는 정책으로는 한국 사회의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울 집중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 부의 재분배, 풀뿌리 민주주의, 낮은 에너지 자립도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50년 후, 100년 후를 바라보고 큰 비전 아래 도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성평등도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태도시, 빈틈없는 사회 안전망을 갖춘 돌봄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지키며 살기 쉽지 않다.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사는가. “요즘에는 기를 모아 SNS에 글을 쓰고, 마이크를 들고 기자회견을 한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고 설득하면서’ 분노가 삭여지는 것 같다. 또래 여성들로부터 큰 힘을 받는다. ‘2030’ 여성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댓글이라도 달면서 움직인다.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낄 때 버틸 수 있다. 현 민주당 집권 세력, ‘586’도 운동하던 시절의 그 자신만만한 열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정권을 창출하고, 180석이라고 하는 유례없는 의석을 만들어냈다. 페미니스트라고 그러면 안 될까. 페미니스트들이 ‘나라 한 번 뒤집어 봐’하는 작정으로 일상 속 실천과 사회적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느슨하고도 너른 정치적 연대체를 꾸린다면 10년 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10년 안에 결실’이라는 건? “평등한 한국을 만들 진정한 페미니스트 정권창출이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기는 남미] “성 소수자에 취업 및 화장실 선택권 보장” 브라질 입법 추진

    [여기는 남미] “성 소수자에 취업 및 화장실 선택권 보장” 브라질 입법 추진

    트랜스젠더의 민간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이 브라질에서 추진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출신인 브라질 하원의원 알레산드르 파질랴는 최근 민간기업에 트랜스젠더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파질랴 의원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는 트랜스젠더가 취업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면서 법안을 냈다. 그의 법안이 수정 없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브라질에서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정부조달 계약을 맺는 기업 중 종업원이 100명 이상인 기업은 트랜스젠더를 의무 고용해야 한다. 법안은 트랜스젠더 고용 비율을 전체의 최소 3%로 규정했다. 종업원 100명이라면 적어도 3명은 트랜스젠더이어야 한다. 이렇게 고용된 트랜스젠더에겐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우선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호칭될 권리를 보장받는다. 남자에서 여자로 성을 전환했지만 아직 법률상 남자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 트랜스젠더 종업원은 법률적 남자이름이 아니라 자시인 선택한 여자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화장실 선택권도 보장된다. 기업은 남자에서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에게 여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 파질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고 트랜스젠더에게 반복되는 불행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법 제정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트랜스젠더는 어릴 때 집에서 쫓겨난다"면서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는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섹스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안에 대해 브라질 성소수자(LGBT)협회는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브라질 LGBT협회장 심미 라라트는 "브라질의 성소수자 수를 볼 때 트랜스젠더를 위해 3% 쿼터는 최소한의 일자리 보장 장치"라면서 "보수 쪽의 반대가 극심하겠지만 투쟁을 통해 반드시 법률 제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여성학자와 함께 읽는 페미니즘 고전

    여성학자와 함께 읽는 페미니즘 고전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을 읽는 무료 강좌가 개설됐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젠더교육연구소 ‘이제’와 함께 젠더감수성 심화강좌로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강좌는 오는 27일부터 4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총 3시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독회는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열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젠더교육연구소 이제의 연구원들이 강사로 나서 페미니즘 고전 독파를 돕는다. 임국희 경희대 여성학 강사가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김서화 동국대 여성학 강사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을 강의한다. 이호숙 여성학 박사가 수잔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이진희 전 상지대 여성학 외래교수가 캐롤 길리건의 ‘다른 목소리로’를 소개한다. 고전 읽기를 통해 페미니즘 심화학습을 하고 싶은 성평등 활동가, 페미니즘 고전 읽기에 관심있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신청은 오는 16일까지이며 제출 서류를 검토해 총 15인을 모집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성교육·성폭력예방·양성평등으로 분절된 교육 통합해야”

    “성교육·성폭력예방·양성평등으로 분절된 교육 통합해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으로 나뉜 현행 양성 평등 교육체계를 정비해 통합 운영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남녀평등교육의 증진’을 제17조의2에, ‘건전한 성의식 함양’을 제17조의4에 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권 의원은 양성평등교육은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을 포괄하여 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을 통합적으로 길러내는 것이어야 하는 것임에도 현행법상 남녀평등교육과 성의식 함양이 별개의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시행체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현장에서는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이 분절된 채 이루어지고 있어 실제 교육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는 현행법 제17조의2 ‘남녀평등교육 증진’ 및 제17조의4 ‘건전한 성의식 함양’에 관한 사항을 ‘양성평등의식의 증진’에 관한 사항으로 통합,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성평등의식 및 건전한 성의식 함양을 위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했다.(안 제17조의2제1항) 시책의 내용에는 양성평등 의식과 실천 역량 고취, 체육·과학기술 등 여성의 활동이 취약한 분야 중점 육성,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한 진로선택과 이에 대한 중점 지원 등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양성평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성평등교육 증진을 위한 교육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남녀평등교육심의회’의 명칭을 ‘양성평등교육심의회’로 변경하도록 했다. 권 의원은 “디지털성폭력 등에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교육은 사안 처리 및 형식적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에만 급급해 왔다”며 “개정안 통과로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을 아우르는 종합적 양성평등교육체계가 속히 구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알페스와 딥페이크 논란···‘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알페스와 딥페이크 논란···‘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알페스와 딥페이크의 성적 대상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알페스와 딥페이크 포르노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등장했고 각각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대체 알페스와 딥페이크는 무엇일까.알페스(RPS)란?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를 빠르게 읽은 말로, 실존 인물의 애정 관계 등을 상상하여 창작해낸 소설이나 웹툰 등의 창작물을 말한다. 1990년대 아이돌 문화가 등장하면서 창작된 팬픽의 하위 장르이며 실존인물 간의 성적 관계, 특히 남성 아이돌의 동성애를 소재로 삼는다. 알페스의 내용은 완전한 허구인데, 문제는 노골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성적 묘사다. 단순한 팬심으로 창작되었다고 하기에는 지나친 성행위가 표현되고 있고, 특히 아직 미성년인 아이돌 멤버 간의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하나의 디지털 성폭력의 사례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딥페이크(Deepfake)란? 한편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하나로 특정 인물의 얼굴을 다른 인물의 신체에 합성한 기법이다. 최근 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하여 고인이 된 가수의 공연을 보고, 가상현실(VR) 속에서 사별한 아내를 남편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딥페이크 또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연구 회사인 딥트레이스(Deeptrac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딥페이크 영상의 96%가 포르노 영상이며 피해자의 25%는 한국 여성 연예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웹사이트에 ‘딥페이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의 얼굴이 성인 비디오(AV)에 합성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적 대상화된 알페스와 딥페이크 제작물이 늘어나는 이유? 최근 이러한 성적 대상화된 알페스와 딥페이크 제작물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처벌 규정의 미비’이다. 딥페이크 관련 처벌법은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로 신설되었으나 제작 또는 반포한 자에 한하여 처벌한다는 점에서 딥페이크 포르노를 소비한 ‘단순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전무한 상황이다.알페스의 경우 지난달 19일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알페스 및 섹테 제조자 및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지만 알페스 자체가 영상물이 아닌 글이나 사진이기 때문에 기존 성범죄 처벌 법률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 사실상 알페스는 제작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 규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감각한 죄의식’이다. 알페스와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자체가 상대에게 행하는 직접적인 성착취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성범죄’라고 인식하거나 심지어는 성폭력이 아니라고 인식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SNS상에선 “제2의 N번방 사태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상대를 성 착취한 심각한 성범죄 행위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른 성폭력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젠더 갈등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무의미한 젠더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주 성별이 알페스는 남성, 딥페이크는 여성인 만큼 알페스는 여성의 문제, 딥페이크는 남성의 문제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성적 대상화된 알페스와 딥페이크의 대상은 남녀 구분 없이 그 누구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젠더 갈등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현재 알페스와 딥페이크에 대한 논란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처벌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릴 정도로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아 복잡한 상황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성적 대상화된 제작물은 영상이든 글이든 매개체와는 관계없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판단하여 처벌해야 한다. 따라서 의미 없는 젠더 구분의 논리보다는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영상 임승범 인턴기자 seungbeom@seoul.co.kr
  • 정의당, ‘2차 가해’ 접수 중단…“내부 논의 부족했다”

    정의당, ‘2차 가해’ 접수 중단…“내부 논의 부족했다”

    정의당이 당대표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제보’ 지침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제보 접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배복주 당 젠더인권본부장은 1일 페이스북에서 “2차 가해를 제보받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과 토론 및 의견 개진 과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 내부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보를 받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에 대한 숙고가 부족했고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고 적었다. 그는 다만 “피해자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신뢰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봤다”고 제보를 받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제보 메일을 받는 것은 오늘로 마무리하겠다”며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는 분석해 조만간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지난달 27일 2차 가해성 언동을 제보해달라고 공지했으나, 당 안팎에서 비판적 여론을 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정의당에서는 4월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인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1차 회의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보선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원석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정의당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면서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해왔다”며 “명분상으로 보면 출마를 하지 않는 것이 도의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춘숙 “민주당, 박원순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정춘숙 “민주당, 박원순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박원순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국민들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이죠. 공적인 판단이 정리될 때 당의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이틀 뒤인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사과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전날 이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미 사과했는데 또 사과해야 되느냐, 남인순 의원이 사과했는데 당대표까지 나서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정 의원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년 넘게 여성운동을 해 왔다. 인권변호사인 박 전 시장은 동지였다.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했고, 박 전 시장 지지자에게 비판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의원은 “처음부터 이 사건이 무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사건에는 무고가 없고,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며 “법원에서 성추행을 인정한 것도, 인권위의 결론도 모두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발표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살살(약하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손톱을 만지거나 속옷 사진을 보냈다는 건 법원에서 말한 것과 수위가 다르지 않나.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겠지만 인권위 설명대로 반론권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생각했다. 확정할 수 있는 부분만 나왔구나 싶더라. 인권위가 애썼다. 직장 등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대한 고민이 보인다. ‘거부 의사 표시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가 문제다’, ‘손을 몇 번 만진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지침을 내려 준 것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서 피해호소인, 2차 가해 문제, 피소 사실 유출 논란이 있었다. 정 의원은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데. “피해호소인 논란은 많이 아쉽다. 이번 사건이 젠더 감수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이라는 건 원래 있는 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 그런 느낌의 차이를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이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문제까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당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20대 때 국회에 들어와 보니 사회 변화보다 훨씬 늦더라. 여성 의원을 ‘꽃´, ‘미인군단´으로 부르거나 여기자에게 ‘그 회사는 얼굴로 사람 뽑나 봐´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런 말이 너무 싫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곳이다. 여성 대변인은 아직도 다 젊고 어린 사람만 한다.” -이 대표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는데. “국제회의를 가면 외국의 경우 정치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다뤄진다. 여성 국회의원이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의당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나. 한국도 캐나다, 유럽의회처럼 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선거법 등 정치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명시하고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춘숙 인터뷰 “민주당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정치권 여전히 경각심 없어”

    정춘숙 인터뷰 “민주당 사과 충분하지 않았다, 정치권 여전히 경각심 없어”

    박원순 변호사와 여성운동 동지지만 ‘그럴리 없는 사람은 없다’ 피해호소인 용어, 많이 아쉬워…젠더 감수성 알아보는 계기 여성 대변인 젊고 어린사람만…정치권 변화 사회보다 늦어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국민들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이죠. 공적인 판단이 정리될 때 다시 한번 당의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이틀 뒤인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사과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전날 이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다. ‘이미 사과했는데 또 사과해야되냐, 우리가 그렇게까지 사과를 또 할 필요가 있냐, 남인순 의원이 사과했는데 당 대표까지 나서야 하냐‘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또다시 사과했다.  정 의원은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20년 넘게 여성 운동을 해왔다. 인권변호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동지였다.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그럴리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했고, 당내의 박 시장 지지자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9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의원은 “처음부터 이 사건이 무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사건에는 무고가 없다”며 “법원에서 성추행을 인정한 것도, 인권위도 모두 그런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결론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살살 나왔다고 생각했다. 인권위가 인정한 사실, 손톱을 만지거나 속옷 사진을 보냈다는 건 법원에서 말한 것과 수위가 다르지 않나.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겠지만 인권위 설명대로 반론권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생각했다. 확정할 수 있는 부분만 나왔구나.”  -박 시장 사건에 대한 공적 판단은 끝났는데.  “인권위가 애썼다. 직장 등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대한 고민이 보인다. ‘거부의사 표시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 문제다’, ‘손을 몇번 만지게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지침을 내려준것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서 피해호소인, 2차 가해 문제, 피소사실 유출 논란이 있었다. 정 의원은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데.  “피해호소인 문제는 많이 아쉽다. 이번 사건으로 어느 정도의 젠더 감수성을 갖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이라는 건 원래 있는 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냐의 문제가 있었다. 피해호소인이 문제가 된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느낌이 다르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안희정, 오거돈과 박원순 사건에 대한 대처가 왜 달랐나.  “안희정 오거돈 사건은 피해자가 완전히 자기를 다 드러내거나, 가해자가 인정을 하거나, 수사가 시작되는 등 명백한 상황이었다.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박 시장이 여성인권문제에 기여한 행적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망한 것에 대한 충격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그럴리가 없는 사람은 없다. 성차별적이고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가 얼마든지 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문제까지 정치권에 끊이지 않고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당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럴리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20대 때 국회에 들어와보니 사회 변화보다 훨씬 늦더라. 여성의원을 ‘꽃,’, ‘미인군단‘으로 부르거나 여기자에게 ‘그 회사는 얼굴로 사람 뽑나봐’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런 말이 너무 싫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곳이다. 여성 대변인은 아직도 다 젊고 어린 사람만 한다.”  -이낙연 대표가 재발방지대책 약속했는데.  “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 여성지위위원회(CSW) 회의를 가면 정치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다뤄진다. 여성 국회의원이 성폭력을 당한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의당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나. 국회에서는 선수, 나이가 너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하다. 그런 50대 남성 위주로 공천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도 캐나다, 유럽의회처럼 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선거법 등 정치공간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명시하고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랜스젠더 프로듀서 소피 보름달 구경하려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랜스젠더 프로듀서 소피 보름달 구경하려다

    마돈나와 찰리(Charli) XCX 등과 함께 협업했던 뮤지션 겸 음악 프로듀서 소피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으로 34세 아까운 나이에 삶을 접었다. 그의 매니지먼트사는 그래미상 후보로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앞날이 기대됐던 소피가 30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 머무르고 있던 아테네에서 죽음을 맞았다고 밝혔다. “고인은 새로운 사운드를 찾는 개척자였으며 지난 1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애도했다. 그가 세운 레코드 레이블 트랜스그레시브는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영혼에 충실하려고 보름달을 보겠다며 (어딘가로) 올라갔는데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면서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가족들은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이 황망한 때 사생활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소피는 트랜스젠더 아이콘으로 통한다. 2017년 비디오 ‘잇츠 오케이 투 크라이’를 통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의 혁신적인 프로듀싱은 팝이나 트랜스,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중들이 즉각 알아듣기도 좋았고 고급스러운 수요층에도 소구했다. 마돈나는 2015년 싱글 ‘비치, 아임 마돈나’를 함께 프로듀스하자고 그를 찾았고, 찰리 XCX는 아방가르드 EP ‘브룸브룸’과 히트 싱글 ‘애프터 더 애프터파티’를 그와 함께 작업했다. 2018년 소피의 데뷔 앨범 ‘오일 오브 에브리 펄스 언-인사이드’는 정체성과 안주를 거부하는 일을 탐험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사운드는 더 길게 더 실험적이었다. NME는 별 넷 평점을 부여하며 “팝 음악의 경계를 뛰어넘은 소피는 어려운 일렉트로닉 음악을 당신 가슴을 곧장 두드리는 음악으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래미상 베스트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독립음악협회(AIM) 상을 수상한 뒤 소피는 소감을 통해 트랜스젠더 권리를 증진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이 상을 받을 만한 진짜 자격은 오늘날 음악의 사운드를 바꿔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깊숙이 참호가 되고 결함 투성이인 권위주의 사회를 찢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더 다양하고 영감을 돋우며 의미있는 미래를 만들어내고 이를 수많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프랑스 팝스타 헬로이세 레티셰, 크리스틴과 퀸즈, 런던에서 활동하는 일본 가수 리나 사와야마와 기타 히어로 나일 로저스, 가수 샘 스미스 등이 본명이 소피 제온인 고인을 기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친고죄 폐지 앞장선 정의당… 형사고발 원치않은 장혜영

    친고죄 폐지 앞장선 정의당… 형사고발 원치않은 장혜영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30일 공개석상을 통해 같은당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사건과 관련해 형사고발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KBS 뉴스9에 출연해 “가해자의 지위가 공당의 대표이고,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문제를 비공개로 해결한다는 방법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서 “피해자인 자신을 숨기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소명을 다 하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은 피해 당사자가 고소·고발하지 않아도 가해자 신고만으로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 정의당은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앞장섰던 만큼 성추행 가해자인 당대표를 고발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것은 피해당사자인 장혜영 의원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당을 통한 공동체적 해결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는 길에 있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저에게 가져다줄 여러 가지 고통들, 쏟아질 2차 가해와 여러 관심들, 끝없이 당한 피해를 소명하고 설명해야 되는 절차들을 지난한 재판 과정에서 겪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중점 둬야 장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이란 사실이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던 것처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론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방법에는 피해자의 수만큼 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빈단은 지난 26일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김종철 전 대표를 고발했다. 단체는 “사퇴와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김 전 대표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 대표 권한과 위력으로 벌인 ‘성범죄’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이뤄진 고발이 과연 피해자를 존중하며 성범죄를 없애겠단 노력의 진정한 일환인지 반문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 역시 “피해자가 원하는 해결 방향에 비친고죄를 적용해 해석하거나 입법 취지에 반대한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행위이며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미 부통령 의붓딸 엘라·축시 낭송 고먼, 모델 에이전시 계약

    미 부통령 의붓딸 엘라·축시 낭송 고먼, 모델 에이전시 계약

    새엄마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취임 선서 때 남다른 패션로 눈길을 모은 의붓딸 엘라 엠호프(21)가 일주일 만에 일류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IMG 모델스의 이반 바트 회장은 대통령 선거가 열리기 한참 전인 지난해 여름부터 그녀와 접촉했다면서 “모두가 주시하던 차에 (취임식에서 그녀가 뿜어낸) 매력이 대단했다”고 계약을 체결한 과정을 설명했다. 엘라는 취임식 때 커다란 하얀 깃에 구슬 장식이 달린 미우미우의 코트에다 바체바(Batsheva) 드레스를 걸치고 나와 행사를 가장 빛낸 패션 아이콘이란 찬사를 들었다. 물론 밈 열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털장갑도 있었지만 말이다. 바트는 “몸매나 체격, 젠더 같은 것 때문이 더 이상 아니다”면서 “엘라는 바로 이 순간과 소통하고 있다. 매력 있고 뿜어내는 즐거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엄마를 마멀라(Momala, 엄마와 카멀라의 합성)라고 부르는 저유명한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3학년인 엘라가 처음 패션계의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회 때 새엄마 뒤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였다. 당시는 발랄한 차림에 층층이 깎은 머리 스타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취임식 날에는 안경을 쓴 채 곱슬머리를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헤어밴드로 눌렀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솜씨있는 니트를 직접 디자인해 입고 색색의 문신을 18개 정도 지니고 있다. 과거에도 자잘한 모델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빅 리그에 몸담게 돼 “아주 놀랍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털어놓았다. 미국 역사에 최초의 퍼스트 세컨드맨(부통령 남편)이 된 더글러스 엠호프와 전처 커스틴 사이에 고명딸인 엘라는 “어릴적 이런 일이 내 시간표의 일부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진짜 괴상한 문신들과 일종의 펑키 스타일 머리 컷”으로 하이 패션 왕국에 부시윅(Bushwick, 뉴욕 윌리엄스 지구에 있는 흑인 히스패닉 빈민 주거지, 가난한 예술인의 거리로도 유명)의 많은 것을 옮기고 싶었다며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라는 “내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은 때를 내가 선택하겠다”면서 모델로서의 역할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명한 자신의 가족이 그런 생각을 따듯하게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 나아가 모델 일이란 것이 아주 빡빡하다며 자신을 보호할 만한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내가 이것에 관심이 있는 줄 알고 이 세계를 바꾸고 있음을 알게 되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면서 내가 그 일부가 된다는 사실에 그들도 흥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아울러 그녀는 훌륭한 동갑내기 친구와 한솥밥을 먹는다. 바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시인으로는 여섯 번째로 축시를 낭독했던 미국의 청년 계관시인 어맨다 고먼이다. 당시 노란색 재킷과 빨간색 머리띠를 한 채 연단에 오른 고먼은 ‘블라블라’ 손동작 등 시의 내용을 손동작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눈길을 붙들어맸다. 그녀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할 예정인데 IMG와 계약을 맺었다. IMG는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모델 에이전시로 슈퍼모델인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칼리 클로스, 알렉 웩, 애슐리 그레이엄 등이 소속돼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다양성 이어 젠더 앞세운 바이든… ‘성평등 세계화’ 이끄나

    다양성 이어 젠더 앞세운 바이든… ‘성평등 세계화’ 이끄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에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다. 대선 공약인 보다 성평등한 국가로의 발전을 목표로 여성과 성소수자 등에게 영향을 주는 정부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선에서 여성과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미국 사회와 경제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인수위원회를 통해 젠더정책위원회 구성과 공동위원장을 발표했다. 백악관에서 ‘젠더’라는 명칭이 붙은 첫 위원회다. 경제적 차별부터 건강, 인종차별, 성폭력, 대외 정책까지 정부 정책 전반에 걸쳐 백악관 내 다른 위원회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성평등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인수위는 밝혔다. 공동위원장으로 미투 운동을 주도한 여성 배우 등이 결성한 성폭력·성차별 대응 단체인 타임스업의 전략정책실장인 제니퍼 클라인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우루과이 대사와 국무부 중미 부차관보를 지낸 줄리사 레이노소를 임명했다. 클라인은 바이든·해리스 대선 캠프에서 여성과 가족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국무부에서 일했고 2016년 대선 때 자문을 맡기도 했다. 변호사이자 외교관인 레이노소는 젠더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외에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아직 젠더정책위원회 위원 면면이 발표되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갖고 활동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여성위원회 정도의 위상은 갖출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이슈는 여성 이슈”라면서 젠더정책위원회가 경제자문위원회(CEA)와 국가안보회의(NSC) 등 백악관 내 주요 자문위원회와 정부 각 부처의 정책을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원회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여성뿐 아니라 제3의 성과 트랜스젠더 등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이자 미셸 오바마의 비서실장, 백악관 여성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타임스업 대표인 티나 첸은 최근 미즈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여성, 특히 비(非)백인 여성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책을 비롯해 돌봄 체계 구축과 돌봄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여성은 물론 모두에게 안전하고 공정하며 공평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성평등 이슈를 제기할 뜻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지가 좁아졌던 국무부의 여성특임대사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내각은 미국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반영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각 명단에는 부통령과 15개 부처 장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무역대표부 대표, 국가정보원장 등 모두 25명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부통령 등 12명이 여성이다. ●오바마 때 여성 정책 다루는 위원회 처음 생겨 앞서 빌 클린턴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백악관 안에 여성 관련 조직을 따로 뒀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고 후임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 이를 해체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백악관에 여성 관련 정책과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을 운영했다. 여성 정책 중심의 조직이라기보다는 여성단체들과의 연락을 맡고 대통령의 친여성, 친가족 어젠다와 관련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했다. 여성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백악관 위원회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처음 생겼다. 여성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오바마의 최측근인 밸러리 재럿 백악관 전 선임고문이 위원장을 맡았고, 모든 부처 장관과 백악관 주요 위원회 수장들이 당연직 위원이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챙기면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 유급 출산 및 돌봄휴가 확대, 대학 내 성폭력 근절 대책, 여성 과학인력(STEM) 육성 및 지원 대책, 인신매매 근절 대책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백악관 내 여성위원회 이외에 국무부에 여성 이슈를 다루는 부서와 함께 여성특임대사직도 신설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여성과 어린이 인권을 중시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여성 인권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가시적인 성과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역할이 중복된다며 백악관 여성위원회를 해체했다. 국무부 여성특임대사는 지난해 1월까지 만 3년 동안 공석이었다. 유엔 등 여성 관련 국제회의에도 대표단의 급을 낮춰 보내거나 젠더라는 표현 대신 여성과 가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등 여성 이슈에서는 딸 이방카가 하는 일을 빼고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딸 이방카 WGDP 이니셔티브 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3년 차인 2019년 2월 여성의 경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세계 여성개발 및 번영 계획’(WGDP)을 띄웠다. 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가 주도해 WGDP는 ‘이방카 이니셔티브’로도 불렸다. WGDP 이니셔티브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개도국 여성 5000만명의 경제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처 등 10개 부처가 지원하고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참여해 왔다. 여성에게 교육과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여성 기업가들의 자본·시장·기술 지원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여성의 경제 참여를 제한하는 정책과 법, 규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엔 등 국제기구와 대외 원조 예산은 줄이면서도 이방카가 주도하는 WGDP 이니셔티브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백악관이 나서 주요 선진국과 동맹국 정부들이 기금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정치적 야심이 큰 이방카의 경력 쌓기를 돕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공무원의 유급 출산휴가를 법제화한 것이다. 미 의회는 2019년 12월 공무원에게 1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부여하는 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켜 미국이 비로소 선진국 중 유일하게 유급 출산휴가가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입법 과정에 이방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과도한 복지 혜택은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지난 20년간 진척이 없었던 민주당의 숙원 사업을 공화당 대통령의 딸이 나서 여당인 공화당을 설득해 일거에 해결했다. 미 전문가들은 WGDP도 의미가 있지만, 여성의 건강과 인권, 여성에 대한 사회 문화적 편견과 사회구조 등 더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유급 출산휴가만 놓고 봐도 미국은 유럽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도 여성 정책에서 뒤처져 있는 분야가 적지 않다. 한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여성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도 따로 없다. 대신 백악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미 국내 정책은 물론 대외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례로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국무부 여성특임대사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외교협회(CFR)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9년 여성특임대사를 임명한 뒤 캐나다와 프랑스, 멕시코, 스웨덴 등 10여개 국가에서 여성특임대사직을 신설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영국, 스페인 등은 젠더 평등, 평화와 안보를 담당하는 특사를 임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힘을 모아 가고 있다. 보고서는 점점 많은 나라가 외교와 국방, 대외원조, 무역 정책에서 여성의 역량 강화와 젠더 평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양성과 ‘젠더 평등’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대기자 겸 젠더연구소장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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