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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방지법 재개정” 대선 이슈 띄운 野

    “n번방 방지법 재개정” 대선 이슈 띄운 野

    유예기간 1년을 거친 뒤 지난 10일부터 적용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이 대선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필터링이 시작되면서 사전검열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법안 재개정을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 정착에 방점을 찍고 야당의 여론전을 경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목소리로 ‘n번방 방지법’을 ‘사전검열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긴급토론회까지 개최하면서 전방위적 여론전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선대위 모두발언에서 “커뮤니티 게시글을 모니터·제한하는 것은 헌법 21조의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카카오톡 채팅방을 모니터링·제한하는 것은 헌법 18조의 통신의 비밀 보장에 위배된다”며 법안이 재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더 이슈를 놓고 이 대표와 각을 세워 왔던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엔 한목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10만명 이상 회원이 있는 플랫폼에 대해 검열을 하는 ‘일반 제지’ 형태의 단속으로는 이 대표님 말대로 해외 서버 기반은 하나도 단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n번방 방지법”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긴급 토론회를 열어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 의원은 토론회에서 “국회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개정입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전날 윤석열 대선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 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법안의 허점보다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여론전에 대응했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전날 “법이라는 것은 국민적 합의이고 완벽한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발견된 문제점은 시정해 가면서 시행하고 도저히 계속 안 된다고 생각하면 재개정 절차를 밟아 사회 상황과 국민적 요구에 맞게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지난 11일 “사전검열이 아니냐고 반발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좋다. 그런데 모든 자유·권리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에서 완화된 입장이다. 야당의 여론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고양이 영상 등 일반 영상도 차단됐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 결과 영상은 차단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준석·이수정, ‘n번방 방지법’ “비판” 모처럼 공조전선

    이준석·이수정, ‘n번방 방지법’ “비판” 모처럼 공조전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을 놓고 모처럼 공조 전선을 형성했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이 언론의 자유 등 헌법침해 소지가 있으며 디지털 성범죄에 실질적 규제 효과가 없다며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커뮤니티 게시글을 모니터·제한하는 것은 헌법 21조의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카카오톡 채팅방을 모니터링·제한하는 것은 헌법 18조의 통신의 비밀 보장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번방 사태 매개가 됐던 텔레그램은 실질적으로 규제하지도 못하고 국내 사업자에게만 규제를 부과하는 법안은 재개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n번방 방지법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한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궤변”이라며 “독재자나 쓸법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앞서 이 후보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문했던 것을 거론하며 “2030의 표는 탐나지만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의 가치는 제한한다고 했으니 2030 세대는 그런 행동을 도발과 조롱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위원장은 n번방 방지법에 대해 “10만명 이상 회원이 있는 플랫폼에 대해 검열을 하는 ‘일반 제지’ 형태의 단속으로는 이 대표님 말대로 해외 서버 기반은 하나도 단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n번방 방지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저희 쪽 입장은 ‘일반 제지’가 아닌 ‘특수 제지’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에서 국민의힘이 n번방 방지법을 총체적으로 다 반대하는 거냐고 묻는 것은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니다”라며 “불법행위 하는 사람을 아주 구체적으로 타게팅(표적화)하는 IT 첨단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젠더·세대’ 이슈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였던 두 사람이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2030세대 남성 사이에서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2030세대 표 결집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선대위 합류를 공개 반대했다. 이 위원장 역시 이 대표를 향해 ‘페미니즘과 래디컬리즘(급진주의) 구분을 못 한다’며 각을 세워왔다.
  • 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에서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 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에서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 “내 자식이 성소수자일 리 없어”… 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내 자식이 성소수자일 리 없어”… 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 ●교사들 성 정체성 농담에 ‘마음의 상처’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쇼트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우팅(43.8%) 피해가 컸다.●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 신청은 ‘0’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질책했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은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되지 않는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아우팅 우려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권리 구제 신청을 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트랜스젠더 자녀 회피하는 부모들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없던 일이 됐다. ●굿판 벌인 아버지… 화내고 때리는 어머니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낳아 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독립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가스를 사 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았고, 가정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학업·진로 포기한 아이들 저임금 노동이 현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 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 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이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최훈진·김주연·민나리·최영권 기자 ●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단독] 작년 청소년 823명 성별 불일치에 병원 찾아

    [단독] 작년 청소년 823명 성별 불일치에 병원 찾아

    지난해 성별 불일치감으로 병원을 찾은 24세 이하(진료 시 기준)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8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어린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이 여성인 9세 아동이었다. 12일 서울신문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질병진단코드로 조회한 결과 법적 성별이 남성인 청소년은 673명, 여성인 청소년은 150명이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지난해 이 진단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1707명이었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인구가 더 많은 데 대해 장창현 살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에서도 2000년대에는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 여성이 법적 성별이 여성인 트랜스 남성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 수치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인구로 해석한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성별 불일치감을 겪으면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 건강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호르몬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통상 성확정 수술을 완료한 성인들이 성별정정을 신청하기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상 성별정정을 마친 인구 통계로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10대 때부터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통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구총조사 등 각종 국가 통계조사가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법적 성별정정이 끝난 트랜스젠더 인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633명으로 집계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연구에서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가 5만명에서 25만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했다. [용어 클릭] ■성 정체성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 ■성별 불일치감 트랜스젠더가 겪는 신체·사회적 불쾌감 등 고통 ■성확정 수술 생식능력 제거 및 외부 성기 재건 등 외과수술 ■논바이너리 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지션 성 정체성에 맞춰 외모·신체 특징 등을 변화시키는 과정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단독]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해”… ‘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교사들 성 정체성 농담에 ‘마음의 상처’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쇼트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우팅(43.8%) 피해가 컸다.●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 신청은 ‘0’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의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질책했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은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되지 않는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아우팅 우려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권리 구제 신청을 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트랜스젠더 자녀 회피하는 부모들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없던 일이 됐다. ●굿판 벌인 아버지… 화내고 때리는 어머니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낳아 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독립하기 전까지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가스를 사 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았고, 가정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업·진로 포기한 아이들 저임금 노동이 현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 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 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이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별기획팀 최훈진·김주연·민나리·최영권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으로 보호 필요”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으로 보호 필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입니다.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이 있어야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아가 사회에서도 고립되지 않고 통합돼 살아갈 수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통합교육구(SFUSD·시교육청)에서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서비스 실무를 맡고 있는 케냐 헤이즐우드(사진)는 지난달 18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즐우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립학교 160여곳에 제공되는 성소수자(LGBTQ)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전부 포괄하는 용어다. 샌프란시스코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5만 5500여명 가운데 성소수자는 약 7%로 추정된다. 헤이즐우드는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 학생의 비율을 1% 정도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 정체성이 발각될까 불안해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교육위원회가 1990년 5월 최초로 게이 학생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2003년부터는 학생 누구나 자신이 불리길 원하는 이름과 성별로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시행됐다. 다만 성적표 등 공식 기록에는 법적 이름과 성별이 그대로 유지된다. 헤이즐우드는 “성소수자 학생이 일상에서 맞닥뜨릴 사회적 성별 불일치감을 줄여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직원은 2년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고, 학교에는 성중립 화장실·탈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성소수자 관련 과목을 정식으로 채택한 학교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만큼은 학생 모두가 성별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헤이즐우드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울증은 물론 자해나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가 보호해 줘야 청소년들이 인간답게,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트랜스 남성’ 성 정체성 찾은 희원이 학교에 도움 요청했지만 자퇴 종용중고생 학업 중단율 대비 27배 높아 희원(17·가명)이는 어린 시절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부모님에게 늘 믿음직스러운 맏딸이자 동생에게는 하나뿐인 언니였지만 희원이는 스스로 남자라고 느꼈다. 집 화장실에서는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 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과호흡으로 쓰러진 희원이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자퇴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단독] “넌 여자냐, 남자냐” 문제아 낙인찍은 학교… 트랜스젠더 청소년 22%, 결국 교문 밖으로

    ‘트랜스 남성’ 성 정체성 찾은 희원이학교에 도움 요청했지만 자퇴 종용중고생 학업 중단율 대비 27배 높아“사내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10년 전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일곱 살 희원(17·가명)이는 선생님에게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선 맏딸, 유치원에선 여자 아이였던 희원이는 그러나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집에선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 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과호흡으로 쓰러진 희원이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자퇴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단독]‘성별 이분법’ 학교서 버림받는 그들…등돌린 가정서 떠나는 그들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별(지정 성별)이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는 이들에게 가혹하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뀌는 신체는 좌절감을 안긴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다. 가정과 학교는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태어난 대로 살라”고 강요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별 불일치감을 겪게 된다. 마음 속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렇게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걷는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학교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학교란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감옥이다. 남녀 분반, 남녀 학번, 남녀 기숙사, 남녀 교복, 남녀 화장실. 성별 이분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음 속엔 조급함이 싹튼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한다. 하루 빨리 호르몬 치료와 성확정 수술을 받아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생존전략이다. 또래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애’라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한다. 트랜스 남성 박도윤(22·가명)씨도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갔더니 “쟤는 여잔데 왜 저래?”라며 친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윤씨는 ‘여성’을 연기했다.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도윤씨는 온라인에서 트랜스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남학생들과 어울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교사는 도윤씨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숏커트에 바지 교복을 입은 도윤씨에게 고등학교 선생님은 “너 설마 트랜스젠더 아니지?”라고 추궁했다. 자퇴 후 다니던 꿈드림 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지도사는 “너 갑자기 커밍아웃하면 안 된다. 선생님, 너무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성 정체성을 공격받는 일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도윤씨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 친한 선배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난 신경 안 써.” 첫 반응은 덤덤했다. 얼마 후 대뜸 성소수자를 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며 “킹왕짱이지 않냐?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도윤씨가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칸이 적어 가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하자, 선배는 “넌 남성기가 없으니까 여자 화장실을 써야지”라고 쏘아붙였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 존중한다는 게 아니라 ‘너가 트랜스젠더인데 뭐 어쩌라고?’라는 뜻이었다. “친구한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쌓이니 쉽지 않아요. 저도 지쳤고요.” 도윤씨는 말했다. 서울신문 조사에 응한 224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중·고등학교 재학 중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8.8%나 됐다. 직접 언어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도 24.1%였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그저 참았다.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76.7%)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69.8%) 때문이었다. 대응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67.4%)도 높았다. 동료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32.6%로 교사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언어적 폭력(74.0%)이나 아웃팅(43.8%) 피해가 컸다. 성소수자 학생 권리구제는 ‘0’…기댈곳 없어 학교 스스로 관둬 차별과 혐오를 피해 벽장 속에 숨을수록 우울감은 깊어진다. 여성과 남성 어느쪽으로도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 여성 윤슬(21·가명)씨는 중2 때부터 고2 때까지 기억이 흐릿하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철저히 남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학교가 싫었다. ‘사춘기’를 명분 삼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나누는 분위기도 불편했다. 숨통이 막힐 때면 머리라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슬씨의 머리가 귀를 덮을 길이가 될 즈음이면, 바로 “남자가 그게 뭐냐”며 트집을 잡았다.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으면 “선생님이 수업을 그딴 식으로 하니까 잔다”고 반항했다. 고2 때는 등교 거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를 꺼내자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유조차 묻지 않고 기다렸다는듯 슬씨를 자퇴 처리했다.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가운데 71.4%는 학업 중단이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차별적 대우’(68.6%), ‘성 정체성에 따른 혼란’(54.3%) 등을 꼽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생인권센터 등 외부 기관을 통해 학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 버티다 결국 자퇴를 택하는 이유다. 최희원(17·가명)씨는 올 5월 자퇴 결정을 내리기 전 인권위에 진정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도 언제 권고가 나올지도 모르고 강제성은 없잖아요. 선생님과 관계가 틀어지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쓰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컸고요.” 희원씨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지역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서울, 경기, 광주 등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조례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 정도다. 하형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은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학생인권조례에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성적 끌림)과 성 정체성을 명시했다”면서도 “성소수자 권리구제 신청을 하는 순간 정체성이 원치 않게 공개되기 때문에 여전히 학생들은 상담기관을 찾을 뿐 직접 구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도윤씨는 잘 살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자퇴를 택했지만, 지금도 졸업식에 가는 꿈을 자주 꾼다. ‘검정고시로 졸업했는데 왜 학교에 있지’라고 의구심을 품다가 ‘꿈인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납득한다. “남들은 초·중·고는 그냥 졸업하잖아요. 자퇴한 데 아쉬움이 남나봐요.” 등 돌린 부모 “너 손목이 왜 그러니. 당장 말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트랜스 남성 송우현(21·가명)씨의 손목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추궁에 우현씨는 “나는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실토했다. 내심 어머니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른 여자애들하고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네가 남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를 부정했다. 입버릇처럼 ‘나는 진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나도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아니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탐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가 있다.” 우현씨의 우발적 ‘커밍아웃’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됐다. 부모님의 지지를 바랐던 우현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학교에 다니며 성별을 바꾸기 위한 의료적 조치(트랜지션)를 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7살 터울인 동생이 잠든 뒤에야 부모님은 우현씨를 불렀다. 그때 들은 말 대부분을 애써 기억에서 지웠지만, 아버지의 한 마디는 잊을 수 없다. “애초에 너를 내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말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다. 네가 커서 알아서 해라.” 자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대부분 일단 회피한다. 자녀를 위협하면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에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성소수자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우현씨는 오랫동안 부모를 설득한 끝에 고2 때 학교를 그만두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두어달이 지나자 수염도 났다. 신체에 대한 성별 불일치감은 줄었지만 부모님은 멀어졌다. 어머니는 느닷없이 수도원으로 떠났다. “제가 변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 같아요. 한달 뒤에 엄마가 돌아오고 저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집에 전화했는데, 지금 들어가면 맞아죽겠다 싶었죠. 아는 사람 집을 1주일씩 전전하다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인 ‘띵동’에 도와달라고 했죠.” 폭력에 전환치료 시도까지…가출은 이들의 생존법 대다수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논바이너리 트랜스 남성 신동휘(20·가명)씨는 생각한다. “엄마나 아빠랑 친밀하게 지내면 죄책감이 들어요.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요. 낳아준 부모님한테도 솔직하지 못한데, 사회에 나가서 이런 존재인 나를, 이런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죠.” 무심코 던진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상처를 주는 건 마찬가지다. 도윤씨는 회상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성애자가 ‘더럽다’고 해서 겁이 났어요. 살려면 독립하기 전에 말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죠.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아버지가 돈까스를 사주겠다며 저를 이상한 절에 데려가서 굿을 벌였어요. 저한테 남자 귀신이 붙었다면서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어머니의 경우는 46.0%, 아버지는 34.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15~18세는 더 드물다. 이들 중 어머니가 당사자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건 31.8%, 아버지가 아는 건 22.7%에 불과했다. 정체성을 알게 된 가족들 대부분 모른 체(55.2%) 하거나 대화를 단절(40.5%)했다.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건 44.8%나 됐고, 원하는 성별 표현을 저지당한 경우도 40.5%에 달했다. 전환치료(15.5%)를 강요당하거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경우(13.8%)도 적지 않다. 12.9%는 신체적 폭력에 노출됐다. 트랜스 여성인 대학생 김신엽(22)씨도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간 그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우연히 ‘김신엽, 여성 인칭대명사(she/her)’라고 쓰인 이름표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그를 무시하거나 다짜고짜 화를 냈다. 잠을 자는 그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물건을 던질 때도 있었다. 몸을 더듬는 어머니에게 “이건 성추행”이라며 거부했지만, 어머니는 “내 아들 몸인데 뭐가 어떠냐”고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신엽씨는 어린 동생에게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학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작정 가족을 떠나 동아리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다.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2.1%는 가출을 고민했고, 실제 12.2%는 가출을 택했다. 성인이 된 후엔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아졌다. 19~24세 응답자 가운데 75.9%는 가출을 고려했고, 41.7%가 집을 떠났다. 이들은 평균 16살의 나이에 자유(65.5%)를 찾고, 가정 폭력(49.1%)과 정체성에 따른 갈등(45.5%)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미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었다. 띵동의 정용림 활동가는 “정신과 상담이나 진단에 대한 부모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탈가정한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생계형 노동자가 된 아이들 집을 떠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린다.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비급여인 호르몬 치료나 성확정 수술 같은 의료적 조치를 받으려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거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부담은 더 무겁다. 그래서 불합리한 처우도, 고강도 노동도 이를 악물고 견딘다. 도윤씨는 18살 무렵 고깃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문난 ‘악덕 사장’이던 고깃집 주인은 빨리 움직이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한달 중 쉬는 날은 단 하루. 6개월을 꼬박 일하자 300만원이 모였다. 가슴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동휘씨는 17살에 자퇴하면서 어머니에게 ‘트랜스 남성’이라고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또래 성소수자 친구와 원룸에서 살았다. 남녀로 구분되는 청소년 쉼터 역시 동휘씨에겐 학교와 다를 바가 없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청소년이라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까지 애매모호해 보이잖아요. 법적 성별이 여성이니까 서비스직이면 ‘여성다움’을 원하고요. 그러니까 힘든 일을 할 수밖에요.” 동휘씨는 당근마켓에 중고 물품 판매자로 위장한 글을 올려 이불을 팔기도 했고, 공장에서 도시락도 만들었다. 고정 알바가 안 구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택배 상하차에서 ‘일용직’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낀다. 트랜스 남성 박영(18)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나르는 알바를 하다 얼마 전 잘렸다. 대표는 “트랜스젠더여도 이해한다”고 했지만, 가슴 절제술을 받기 위해 잠시 일을 쉰 뒤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지난 9월 영씨가 성별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저는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데, 산업재해 사고라도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 임금이 떼이면 어떻게 항의하고요.” 청소년 트렌스젠더 모임인 튤립연대의 활동가 A씨는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배제된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업이나 진로를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아무런 지원도 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라’고 말만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 02-745-9191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카카오톡 친구 ‘띵동11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美 샌프란 교육담당자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 보호 필요”

    美 샌프란 교육담당자 “자기혐오에 안 빠지게 제도적 보호 필요”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입니다.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으로 학생들이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나아가 사회에서도 외부인으로 고립되지 않고, 통합돼 살아갈 수 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통합교육구(SFUSD·시교육청)에서 성소수자 학생을 위한 서비스 실무를 맡고 있는 케냐 헤이즐우드(사진)는 지난달 18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전선에 서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즐우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립학교 160여곳에 제공되는 성소수자(LGBTQ)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5만 5500여명 가운데 성소수자는 약 7%로 추정된다. 헤이즐우드는 “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 학생의 비율을 약 1%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 정체성이 발각될까 불안해 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교육위원회가 1990년 5월 최초로 게이 학생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2003년부터는 학생 누구나 자신이 불리길 원하는 이름과 성별로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시행됐다. 다만 성적표 등 공식 기록에는 법적 이름과 성별이 그대로 유지된다. 헤이즐 우드는 “성소수자 학생이 일상에서 맞닥뜨릴 사회적 성별 불일치감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직원은 2년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만큼은 학생 모두가 성별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루스 아사와 예술학교 등 성소수자 관련 과목을 대학 입학사정에 들어가는 정식 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도 적지 않다. 대부분 학교는 성중립 화장실과 탈의실도 갖추고 있다. 정서적인 고립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교내 웰니스센터에서 의료지원을 받거나, 젠더클리닉을 갖추고 있는 베니오프어린이병원 등 전문 기관으로 연계해준다. 헤이즐우드는 “학교의 지원 정책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더 많은 학생이 커밍아웃을 하는 추세”라며 “성소수자 학생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동의 없이는 부모님에게도 자녀의 성 정체성을 알려선 안된다는 정책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우울증은 물론 자해나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가 보호해줘야 청소년들이 인간답게,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지난해 청소년 823명 ‘성별불일치감’으로 병원 찾았다

    [단독]지난해 청소년 823명 ‘성별불일치감’으로 병원 찾았다

    국내 청소년 트랜스젠더 현황출생 시 성별 남 673명·여 150명“미성년자 대부분 진단 못 받아”지난해 성별 불일치감으로 병원을 찾은 24세 이하(진료시 기준)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8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장 어린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이 여성인 9세 아동이었다. 성별 불일치감은 태어났을 때 부여받은 성과 정신적 성이 달라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겪는 불편감이나 그로 인한 고통을 뜻한다. 12일 서울신문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질병진단코드로 조회한 결과, 법적 성별이 남성인 청소년은 673명, 여성인 청소년은 150명이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지난해 이 진단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1707명이었다.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 여성 인구가 더 많은 데 대해 장창현 살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에도 2000년대에는 트랜스 여성이 트랜스 남성 보다 많았다가 최근에는 점차 인구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 수치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인구로 해석한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트랜스젠더가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성별정정을 하려면 정신과에서 질병진단코드를 받기 때문에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구 수를 추산할 수 있다”면서도 “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성별 불일치감을 겪으면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신문이 15~18세 트랜스젠더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만 정신과에서 성 주체성 장애 관련 진단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정확히 몇명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 건강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호르몬 치료를 시도조차 못한다. 통상 성확정 수술을 마친 성인들이 성별정정을 신청하기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주민등록상 성별정정을 마친 인구 통계로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10대 때부터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통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청소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구총조사 등 각종 국가 조사가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적 성별정정이 끝난 트랜스젠더는 전체 인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633명으로 집계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연구에서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를 5~25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단독]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낙인 찍은 학교 떠났다

    “사내 아이는 우는 거 아니야. 얼른 눈물 뚝 그쳐.” 유치원 선생님은 울며불며 떼 쓰는 남자 아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일곱살 희원이(17·가명)는 선생님에게서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희원이는 맏딸이자 여자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원이는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 늘 서서 소변을 봤고, 초등학교 때는 남성 호모소셜(동성끼리만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가입했다. 사춘기가 되자 희원이의 몸은 낯설게 변했다. 봉긋해진 가슴,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 혼란스러웠다. “몸이 자꾸만 제가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우울했어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트랜스 남성. 열다섯살 희원이가 분투 끝에 찾은 성 정체성이다. 학교는 희원이를 문제아 취급했다. 희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따님은 동성애자”라고 말한 것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교사들은 ‘넌 여자냐, 남자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학생들은 떼지어 몰려와 ‘역겹다’고 소리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자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도 날 지켜주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희원이의 불안 증세는 심해졌다. 어느 날엔 수업 중 호흡이 가빠져 숨이 안쉬어졌다. 선생님이 성확정 수술 후 강제 전역 조치된 트랜스 여성 고 변희수 전 하사를 ‘남자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언급한 게 뇌관이었다. “제가 죽으면 저를 여자로 기억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희원이는 결국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자퇴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성별을 태어날 때 성과 다르게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지난달 13~17일 리서치 전문회사 엠브레인과 함께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224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전체 응답자의 21.9%가 ‘학업중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5~18세 청소년 66명 가운데 13.6%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에 불과하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평균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처한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서는 8명의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어떻게 취재했나 서울신문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학교생활, 가족 관계, 노동, 성별정정 등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15~24세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는 224명이 참여했다. 15~18세 응답자는 전체의 29.5%인 66명, 19~24세 응답자는 70.5%인 158명이었다. 출생 시 성별이 여성인 응답자는 67.9%인 152명, 남성은 32.1%인 72명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성이라는 응답은 21.8%인 47명, 남성은 27.7%인 62명이었다. 남녀 어느 쪽으로도 규정하지 않는다는 ‘논바이너리’는 51.3%인 1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일부는 약 4개월 간격을 두고 2차 인터뷰를 가졌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해방전선 등의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美 낙태권 제한 강화 흐름 막을까…캘리포니아 “낙태 피난처” 선포

    美 낙태권 제한 강화 흐름 막을까…캘리포니아 “낙태 피난처” 선포

    낙태권 제한 강화되면 흑인·라틴계 등소수인종·저소득 여성 피해 제일 커져BBC“美 올해만 600건 낙태 규제 도입”지금껏 낙태권 ‘명목상 권리’라는 지적도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가 ‘낙태 피난처’로서 여성들의 성역이 되겠다는 계획을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내 이념적 성향을 가르는 잣대 중 하나인 낙태권과 관련해 최근 분열이 심해지면서 이와 같은 캘리포니아의 선포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이미 다른 주에서 낙태를 위해 이곳으로 많이 모이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개가 넘는 낙태 시술 병원과, 낙태 옹호론자, 낙태권을 지지하는 주의원 등으로 구성된 ‘캘리포니아 낙태의 미래 위원회’는 이날 낙태 시술자 자금 지원 강화, 저소득 여성을 위한 시술 비용 지원, 시술 후 보육 서비스와 숙박 및 교통비 제공 등 45건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지금도 다른 주에서 오는 낙태 희망자들을 상대로 시술을 해주고 있는데 대법원이 낙태를 금지하면 낙태를 원하는 다른 주 주민에게도 시술은 물론 여비나 숙박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고안은 주의회 의원 등 입법부 지도자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만큼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비용은 내년도 주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헌법적으로 보장받는 낙태 시술 ‘명목상 권리일 뿐’ 낙태권은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다. 해당 판결로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혼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이는 명목상의 권리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1976년에 제정된 ‘하이드 수정안(Hyde Amendment)’이 낙태 시술을 위한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절차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 여성들이 낙태 시술을 위해 수백 달러의 비용을 스스로 내야 한다. 1976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낙태를 반대하는 판결은 12개 주에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단독으로 보아도 미국 전역에서 600건에 가까운 낙태 규제가 도입됐고 이 중 90건이 법으로 제정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이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어느 해보다 많았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연구단체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면 즉시 낙태를 금지할 수 있는 주가 21개나 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향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위해 캘리포니아주로 몰릴 것으로 예측했다. 구트마허 연구소는 2017년 기준 미국 전체 낙태의 15%인 13만 건이 넘는 낙태 시술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흑인·라틴계 여성…저소득층 여성들이 가장 큰 영향 받아 문제는 미 대법원 내 보수성향 대법관이 많아지면서 50년 만에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지난주 미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법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낙태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낙태를 더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큰 저소득층의 여성들에게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흑인과 라틴계 여성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낙태 시술받는 여성 가운데 61%가 소수인종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레이첼 존스 구트마허 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일반적으로 낙태 시술받는 여성들은 20대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돈이 부족하며 자녀도 한 명 이상 있다”며 “낙태 시술이 제한되거나 금지된다면 이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여름 역사적 결정…대법원판결 세 가지 갈래 전문가들은 내년 여름에 대법원판결이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기 ▲미시시피 법이 낙태 원하는 여성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 ▲미시시피 법을 폐지하고 낙태를 헌법적으로 계속 보장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등 세 가지 갈래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첫 번째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세 차례나 임명된 현 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보수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 나머지 두 가능성은 기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훼손하거나 가능성이 작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캐서린 프랜크 컬럼비아대 젠더 및 섹슈얼리티 법 센터 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은 미시시피 법으로 낙태를 완전히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잭슨여성보건기구 변호사들은 그조차 과거 낙태 판결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출생신고서 성별, 개인 요구 따라 손쉽게 바꾼다”…뉴질랜드 법 개정

    “출생신고서 성별, 개인 요구 따라 손쉽게 바꾼다”…뉴질랜드 법 개정

    출생신고서의 성별을 개인의 요구에 따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뉴질랜드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8일(현지시간) DPA통신, 공영 라디오뉴질랜드(RNZ) 등에 따르면 ‘출생·사망·혼인·가족관계 등록 관련법’이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뉴질랜드에서는 법원 명령 없이도 개인의 현재 성별에 따라 출생신고서 상 성별을 수정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수정을 위해 가정법원에 출석하고, 의료 기록 등을 제출해 성전환을 인정받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었다. 성전환 관련 의료 기록은 발행이 까다롭고, 당사자가 제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마오리족 후손이자 성 소수자인 엘리자베스 케레케레 의원은 이날 법안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서 “출생 증명서를 수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수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은 법원에도 부모에게도 (성별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법이다. 또한 출생증명서의 성별을 수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신경도 쓰지 않는 시스젠더들에게도 그런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법이다”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스젠더는 심리적 성별과 생물학적인 성별이 같다고 여기는 사람을 뜻한다. ‘정상인’이나 ‘일반인’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다. RNZ는 이날 법안 통과에 대해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인터섹스 등 성소수자들의 승리”라고 평했다. 잰 티네티 내무부 장관은 “오늘은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를 일컫는 마오리어)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날”이라며 “의회가 포용을 찬성하고 차별에 맞섰다”고 말했다. 이날 통과된 법은 18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 “북한 여군 70%, 성폭행 피해… 군의관이 낙태 수술” 탈북자 고백

    “북한 여군 70%, 성폭행 피해… 군의관이 낙태 수술” 탈북자 고백

    유엔이 진행 중인 여성 폭력 추방 캠페인에 탈북 여성들이 참여해 군대 내 성폭력 등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알렸다. 북한 지도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행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북한 여군으로 6년간 복무한 탈북 여성 제니퍼 김씨는 최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영상 인터뷰를 통해 여군들이 겪는 성폭력 등 다양한 인권 침해를 폭로했다. 김씨는 “북한 여군에 대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는 성폭행 범죄”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경험상 북한 여군의 70%가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자로 생각되며, 자신 역시 성폭행 피해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23살 때 부대 정치군관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군의관으로부터 마취 없이 강제로 낙태 수술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선노동당 입당 결정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 군관의 요구를 거부할 때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날아가기 때문에 그런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라며 그 날 이후 모든 남성이 정치군관으로 보이고 남성들이 하는 모든 것이 그가 한 일을 떠올리게 하며, 이런 경험이 지금도 정신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런 악몽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좋은 결혼을 하는 것도 어렵다”라고 토로했다.여성 인신매매와 폭력 심각하지만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북한 사회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씨도 지난달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UN Women UK)가 시작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 발대식에 참석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증언했다. 박씨는 영국 여성단체전국연맹(NAWO)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김씨 남성 왕조의 통치하에 북한 여성은 권리가 없다”면서 “북한은 성폭력, 성추행 문제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사회다. 남자가 여자한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다. 아주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적 차원의 외부 정보를 적극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폭력 종식 위한 권고… 미동 없는 북한 유엔은 2014년 북한 당국에 여성 폭력 종식을 위한 다양한 권고를 해왔다. 북한 지도부는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9개국이 권고한 여성 폭력 방지와 역량 강화 권고 가운데 나미비아와 아르헨티나, 호주, 이집트, 벨기에의 권고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행 조치 발표나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제6차 유엔총회는 지난달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하며 북한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형법이 이미 상관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엄중한 경우 5년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관리들의 부패와 위력,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 독일 절반이 여성, 내각 절반도 여성

    독일 절반이 여성, 내각 절반도 여성

    올라프 숄츠 차기 독일 총리가 독일 역사상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을 확정했다. 외무장관과 내무장관 등 굵직한 자리에 여성이 최초로 임명되는 등 ‘성평등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숄츠 차기 총리는 사회민주당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등 3당 몫의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들 3개 정당은 7일 연정 협약에 서명하고 8일 연방의회에서 숄츠 후보를 차기 총리로 선출한다. 차기 내각은 3당이 손잡은 ‘신호등 내각(사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으로 사민당 7명과 녹색당 5명, 자민당 4명으로 구성됐다.차기 내각의 성비를 맞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숄츠는 총리를 제외한 총 16명의 각료 중 절반인 8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숄츠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여성과 남성이 각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내각에서도) 여성이 절반의 힘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낸시 패저 헤센주 사민당 대표가 내무장관으로, 아날레나 베르보크 녹색당 공동대표가 외무장관으로 내정됐는데 이들은 독일 최초의 내무·외무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국방장관에도 여성인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현 법무장관이 내정됐다. 숄츠는 “안보는 강한 여성들의 손에 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6년간 재임하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메르켈은 여성이면서도 이렇다 할 여성 정책을 내놓지 않아 여성 운동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으나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 공식 석상에서 성평등을 언급하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타 알멘더 WZB베를린 사회과학센터 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메르켈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비밀리에 젠더 정치를 했다”면서 “독일이 최근 수년간 진보하는 데에 메르켈이 큰 역할을 했고 숄츠는 그 부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할 보건장관은 카를 라우터바흐 사민당 연방의원이 맡는다. 감염병 전문가로 언론 인터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발히 소통한다. 농림장관에 내정된 쳄 외즈데미르 녹색당 공동대표는 터키계 이민 2세로 채식주의자로 유명하다.
  • 고3 우습게 보다 대선 망친다… 유권자 50만명 ‘치열한 쟁탈전’

    고3 우습게 보다 대선 망친다… 유권자 50만명 ‘치열한 쟁탈전’

    李, 광주선대위원장 남진희양 임명 파격尹선대위 출범식 때 김민규군 연설 화제이준석 “우리 고3, 민주당 고3보다 우월”이탄희 “이제 고등학생도 갈라치기하나”대선 박빙 승부 ‘캐스팅보터’ 역할 촉각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의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가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12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내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박빙의 표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약 50만명으로 추정되는 만 18세 유권자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최근 고3 학생들을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말 광주 지역선대위를 출범시키며 고3 수험생인 남진희(18)양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3이 유력 정당의 대선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입시 준비로 바쁜 남양을 영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지난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고3인 김민규(18)군이 시민대표로 연설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주요 정당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고교생이 연설을 한 것은 처음으로, 김군은 같이 시민대표로 연설 무대에 오른 백지원(27)씨보다 9살이 어렸다. 특히 김군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콘셉트는 불협화음이어야 한다. 새로운 불협화음을 준비하자”는 반어적 메시지로 기성세대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윤석열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제가 다음에 연설하려니 조금 부끄럽더라”며 김군 등을 추켜올렸다. 김군은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인 ‘나는 국대다’의 최연소 8강 진출자 출신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들 화제의 고3 학생들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김군의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공격하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젠더 갈라치기를 넘어 이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우리 고3’과 ‘민주당 고3’으로 갈라치기하느냐”고 반격했다. 만 18세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2020년 총선과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이 세 번째로, 총선 당시 만 18세 유권자 수는 54만 8986명이었다. 전체 유권자의 1.2%에 해당하는 규모이지만 비슷한 성장배경과 사회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20대 유권자들과 서로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벤트인 대선에서 생애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 때문에 고교생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만 18세 유권자의 투표율은 67.4%로 2030세대는 물론 전체 평균보다도 높았다. 처음 선거에 참여하는 ‘초보 유권자’이지만, 오히려 높은 정치의식으로 적극적으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는 선거연령이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최근 선거에서 20대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지는 흐름 속에서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도 마찬가지로 함께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고3 학생의 경우 실제 투표에 나서는 내년 3월 9일엔 대학 신입생이거나 고교 졸업생 신분이 된다. 또 지금 고2 중 생일이 빠른 경우도 내년 대선에서 투표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표심이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영향을 받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고3 학생들을 자신들의 이미지 정치를 위한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10대는 물론 전체 청년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공약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소년·청년들의 표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도 “과거 선거에서 ‘젊은 피’라고 소개한 청년 인재들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근본적인 대책과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10대와 20대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자기들을 이용만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교복입은 유권자’를잡아라...대선 ‘고3 쟁탈전’

    ‘교복입은 유권자’를잡아라...대선 ‘고3 쟁탈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의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가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12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내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박빙의 표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약 50만명으로 추정되는 만 18세 유권자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최근 고3 학생들을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말 광주 지역선대위를 출범시키며 고3 수험생인 남진희(18)양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3이 유력 정당의 대선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입시 준비로 바쁜 남양을 영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고3인 김민규(18)군이 시민대표로 연설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주요 정당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고교생이 연설을 한 것은 처음으로, 김군은 같이 시민대표로 연설 무대에 오른 백지원(27)씨보다 9살이 어렸다. 특히 김군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콘셉트는 불협화음이어야 한다. 새로운 불협화음을 준비하자”는 반어적 메시지로 기성세대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윤석열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제가 다음에 연설하려니 조금 부끄럽더라”며 김군 등을 추켜올렸다. 김군은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인 ‘나는 국대다’의 최연소 8강 진출자 출신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들 화제의 고3 학생들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김군의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공격하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젠더 갈라치기를 넘어 이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우리 고3’과 ‘민주당 고3’으로 갈라치기하느냐”고 반격했다. 만 18세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2020년 총선과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이 세 번째로, 총선 당시 만 18세 유권자 수는 54만 8986명이었다. 전체 유권자의 1.2%에 해당하는 규모이지만 비슷한 성장배경과 사회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20대 유권자들과 서로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벤트인 대선에서 생애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 때문에 고교생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만 18세 유권자의 투표율은 67.4%로 2030세대는 물론 전체 평균보다도 높았다. 처음 선거에 참여하는 ‘초보 유권자’이지만, 오히려 높은 정치의식으로 적극적으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는 선거연령이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최근 선거에서 20대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지는 흐름 속에서 만 18세 유권자의 표심도 마찬가지로 함께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지금 고3 학생의 경우 실제 투표에 나서는 내년 3월 9일엔 대학 신입생이거나 고교 졸업생 신분이 된다. 또 지금 고2 중 생일이 빠른 경우도 내년 대선에서 투표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표심이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영향을 받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고3 학생들을 자신들의 이미지 정치를 위한 도구로만 활용한다면 10대는 물론 전체 청년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공약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소년·청년들의 표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도 “과거 선거에서 ‘젊은 피’라고 소개한 청년 인재들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근본적인 대책과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10대와 20대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자기들을 이용만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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