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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談餘談] 여자의 과거/나길회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여자의 과거/나길회 정치부 기자

    “에이, 애인 있으면서 없다고 하는 것 아니에요?” 지난 4월 총선 직후로 기억한다. 전직 보좌관 한명과 나를 포함한 기자 몇명이 민주당 당사 브리핑룸에서 나누던 대화가 어느 순간 남자친구 얘기로 흘렀다. 미혼보다는 이미 짝을 만난 친구들이 더 많은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자 그 취재원은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사실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선, 총선 치르면서 내 청춘, 다 가는 것 아니냐.”고 종종 너스레를 떨기는 했다. 그래도 그날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얘기를 했는데도 그 취재원은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스캔들 걱정하는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있는 걸 왜 숨기겠느냐.”고 묻자 그는 “사귀던 사람과 막상 식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다르면 아무래도 좀 그러니까 있으면서도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신여성들이 외치던 ‘자유연애’라는 말이 구닥다리가 돼 버린 지 너무나 오래된,2008년에도 여전히 ‘여자의 과거’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까. 그날의 대화는 그때도,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중 하나가 배우 손태영씨와 관련된 것이다. 손씨는 동료 배우인 권상우씨와 결혼한다는 보도 이후로 온갖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물론 과거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까지 다시 들추고 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속도 위반’ 사실을 쉬쉬하던 시절은 지났다. 오히려 뱃속 아이가 훌륭한 혼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랜스젠더 배우도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에 골인했다. 연애·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 시각의 변화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자의 과거’에 대한 시계는 한참 전에 멈춰버린 듯하다.‘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 애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지만 나도 고장난 시계 속에 남자친구를 숨겨야 하나, 그것도 걱정이다. 나길회 정치부 기자 kkirina@seoul.co.kr
  • [책꽂이]

    ●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데이비드 바사미언 인터뷰, 강주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노엄 촘스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사상을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썼다. 전쟁기계로 전락한 미국을 비판하는가 하면, 마이클 무어와 밥 딜런 등 예술가의 역할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1만 2800원.●기인 기사(奇人 奇事)(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푸른역사 펴냄) 근대 유학자였던 송순기의 야담집 ‘기인기사록’에서 조선시대의 별난 사람, 별난 사건들을 추려 엮었다. 빼어난 미모로 본처를 기겁하게 만든 평양기생,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 아들 등 24가지 별난 사연들이 흥미롭다. 서사의 재미는 물론, 한 시대의 진정성을 엿보게 하는 야담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1만 3900원.●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일기(전용성·황우섭 지음, 한길사 펴냄)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두 작가가 요즘 한창 새로운 여행지로 ‘뜨고’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를 현장안내하느라 35일 동안 작정하고 다리품을 팔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이 왜 ‘희망과 치유의 길’로 사랑받고 있는지를 짭짤한 글맛으로 일러주는 일기 형식의 여행기.1만 6000원.●저항의 인문학(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김정하 옮김, 마티 펴냄) 미국의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생전 마지막 책으로, 인문학자들의 현실참여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서구 고전만을 진정한 인문학이라 치켜세우며 역사와 노동, 여성학과 젠더, 아프리카·아시아 문학의 존재를 외면하는 미국 신인문주의자들의 행태는 바람직한 인문학의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한다.1만 5000원.●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만프레드 마이 지음, 장혜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주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유럽역사의 맥락을 짚는 교양역사서. 유럽의 정신적 고향인 그리스,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유럽 변천과정의 이슈들을 핵심만 뽑아 간추렸다.1만 2000원.●시가 있는 골프(이종현 지음, 나눔사 펴냄) 시인이자 골프 전문기자인 저자가 시, 산문, 사진을 두루 곁들여 쓴 골프 에세이.“성공한 인생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감수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골프그린에서의 단상들을 따뜻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감성으로 풀어썼다.1만 2000원.●숲 속 그늘자리(이태수 지음, 고인돌 펴냄) 생태 세밀화가 이태수가 5년 동안 전국 곳곳을 뒤져 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동식물들의 모습을 담았다. 세밀화와 나란히 해당 동식물의 핵심이 될 만한 정보들을 짧은 시 형식으로 서정넘치게 묘사했다.1만 4800원.
  •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의 역할, 그리고 제언

    먹거리 문제부터 교육, 육아, 건강, 연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여성학회가 14일 고려대에서 개최하는 제24차 춘계학술대회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당면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룬다. 주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젠더·계층·세대의 정치학’.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페모크라트(femocrat, 국가관료조직 안에서 일하는 여성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된다. 정부의 정책 활동에 참여했던 여성운동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페모크라트들이 어떻게 국가와 여성계 사이에서 바람직한 소통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 보는 자리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일했던 조현옥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는 ‘페모크라트, 첩자인가 배신자인가’라는 글에서 당시의 경험과 실상을 이렇게 밝힌다. 조 교수는 “각 부처의 힘은 겉으로는 대단했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인 일은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마이너 역할이었고 관료사회였기 때문에 상관인 수석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였다.”고 주장한다. 상명대 행정학과 김영미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여성 인력 개발을 위한 정책 제언을 내놓는다. 이밖에 조장은 명지대 사회학과 교수의 ‘홍대 여성 클러버들의 새로운 하이퍼 섹슈얼리티’,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인 민가영씨의 ‘신자유주의 시대 신빈곤층 10대 여성’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발표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자치위원들을 지역 리더로”

    양천구는 각동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한다. 5일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부터 5월31일까지 열린 주민자치위원회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176명이 참여했으며, 오는 9월 나머지 자치위원 200여명도 교육받을 예정이다.이는 구정에 대한 주민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다.▲열린사회시민연합 이은숙 사무처장과 박효선 교육팀장이 강사로 나서 ‘우리동네 프로그램 만들기’ ▲경기대 사회교육원 이병순 교수가 갖는 ‘주민자치센터 길라잡이’ ▲새울림교육센터 강시현 대표의 ‘win-win 젠더 파트너십’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풀뿌리활성화 위원회 이혜경 위원장의 ‘우리마을 바로 알기와 마을의제 찾기’ 등 지방자치에 꼭 필요한 기본교육 위주로 실시됐다. ‘우리 마을 바로알기’와 ‘마을 의제 찾기’ 강의는 우리 마을의 보물을 찾고,SWOT 분석(강점·약점·기회·위협을 찾는 마케팅 기법)을 통한 전략과 사업계획을 세우는 등의 미래발전에 대해 함께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특히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임파워먼트 교육’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송영범 자치행정과장은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참여식 토론 교육으로 지역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아내서 좋은 기회였다.”면서 “지방자치의 뿌리가 되는 주민자치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임신한 남자’ 초음파 사진 공개됐다

    ‘임신한 남자’로 화제가 된 토마스 비티(Thomas Beatie·34)가 진실규명을 위해 초음파 검사에 나서 건강한 태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토마스 비티는 아내를 대신해 임신해 성공한 트랜스젠더. 트레이시 레건디노(Tracy Lagondino)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던 그는 성인이 된 후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자가 됐다. 그는 10년 전 현재 아내가 된 낸시 로버츠(Nancy Roberts)를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낸시가 자궁을 적출해 아이를 갖는 것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토마스는 성전환 수술 당시 자궁을 그대로 남겨둬 임신이 가능한 상태였고 이들 부부는 정자 은행을 통해 아이를 갖는데 성공했다. 토마스는 최근 유명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아이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찍힌 초음파 검사 과정을 공개했다. 검사 결과 태아는 매우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토마스는 “나도 아이를 가질 권리가 있다.”며 “아내가 직접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내가 임신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를 무사히 출산 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괴물’로 취급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 누구를 아빠로 불러야 하겠냐는 질문에 토마스는 “아마 내가 아빠고 낸시가 엄마가 될 것”이라며 “임신이 내 정체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그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믿지 못하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 공개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임신한 남자’(Pregnant man)외에도 ‘세계 최초 임신한 트랜스젠더’라는 별칭이 생긴 그는 오는 7월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사진 맨 아래는 수술 전 아내 낸시와 찍은 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로스쿨로 가는 길] 이화여자대학교-젠더법·생명의료법 분야 특성화

    ‘봉사활동 경력이 있고 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대환영´ 전문 법조인으로서 자질은 기본이고, 다양한 분야의 능력과 경력을 신입생 선발 때 주요 잣대로 활용한다. 필수 전형요소는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학부 성적, 영어 능력 등이다. 그 밖에 봉사활동·사회활동 경력, 특성화(여성법·생명의료법) 관련 경력, 제2외국어 능력 및 전문자격 등을 서류심사 전형자료로 활용해 1차로 선발한다.1차 선발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논술시험과 심층 구술면접을 실시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전형 자료의 반영비율은 3월 중 확정, 발표한다. 특성화 분야는 ‘젠더법(여성관련 법률)´과 ‘생명의료법´이 포함된다. 젠더법 분야와 관련해서는 성평등과 여성인권, 여성 노동자의 권리, 여성범죄, 생명윤리, 가족법 등 여성 관련법 분야의 연구와 전문성에서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다. 생명의료법 분야에서도 2005년 설립된 생명의료법연구소가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로 선정되는 등 앞서가고 있다. 교수진도 국내 최고수준이다.2000년부터 기본법과 특수법(국제거래법, 경제법, 지적재산권법, 도산법, 금융증권법, 국제인권법) 교수를 고루 채용해 현재 37명의 전임교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효숙 교수, 검사 출신의 이재상 교수 등 실무경험자가 13명에 이른다. 최초의 여성 헌법학자 윤후정씨, 노동법의 대가 신인령씨, 여성 법제처장 1호 김선욱씨 등 동문의 든든한 지원도 큰 힘이다.
  • 외환위기가 ‘新현모양처’ 만들었다

    외환위기가 ‘新현모양처’ 만들었다

    지난 9일 총 상금 1억원이 걸린 ‘제1회 대한민국 인터넷 미술대전’에서 여성 화가 3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14일 국내 4대 은행의 과장 승진인사 발표 결과 52%가 여성이었다.15일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여성 최연소 사법연수원생이 탄생했다. 당연히 ‘여풍’이란 단어가 반복 사용됐다. 외환위기 10년, 미디어가 창조한 세상엔 온통 ‘알파걸’(남성을 압도하는 엘리트 여성)로 가득하다. 외환위기는 과연 한국사회 젠더(사회적 성) 관계를 여성친화적으로 재편한 것일까.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가 전통적 현모양처에서 막 벗어난 여성들을 ‘신현모양처’로 만들었다고 규정한다. 최근 출간된 ‘외환위기 10년, 한국사회 얼마나 달라졌나’(정운찬·조흥식 엮음, 서울대출판부 펴냄)에 실린 논문 ‘경제위기와 젠더관계의 개편’에서 내놓은 분석이다.‘신현모양처’는 물론 퇴행적인 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위기가 가속화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반여성적 담론 구조란 이중적 현상을 보여 주는 사례다. ●‘남성 생계부양-여성 전업주부´ 해체 외환위기는 산업화시대 초고속 경제발전을 지탱한 ‘남성 1인 생계부양자-여성 전업주부’ 모델을 해체했다.‘산업역군 남편’을 내조하며 알뜰살뜰 살림하기, 부동산투자, 헌신적 자녀교육을 전담해온 전업주부들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맞벌이 시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는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했다.97∼98년 여성노동시장은 여성 우선해고, 여성의 비정규직화, 여성 노동조건 악화로 요약된다. 여성은 정규직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고, 재고용될 땐 비정규직으로 흡수됐다. 배 교수는 “외환위기로 해체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은 이 과정에서도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면서 “미혼여성들은 자기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기혼여성들은 자기를 부양해 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 해고됐다.”고 설명했다.98년 47.1%로 한꺼번에 2.7%P가 하락(같은 기간 남성은 1.0%P 감소)한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2004년이 돼서야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당시 여성들에게 불어 닥친 고용불안은 그만큼 강력했다. ●여성을 경제주체 아닌 조력자로 재위치 반면 담론이 여성 현실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는 게 배 교수 주장이다. 가족 생계에서 차지하는 남성의 지배적 지위를 해체하며 진행된 여성노동의 증가는 ‘신현모양처론’을 탄생시켰고,‘신현모양처론’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노동시장에 뛰어든 여성들을 경제주체가 아닌 남성의 조력자로 재위치시켰다. 배 교수는 “여성은 그 자신의 실직이 문제되는 노동자로서가 아니라, 실직 위기에 처한 ‘고개 숙인 가장’을 격려하고 지원할 주부로만 재현됐다.”고 지적한다.‘신현모양처론’은 경제력을 획득한 기혼여성을 ‘미시족’이라 딱지 붙여 소비주체로 전락시키는 한편, 생계 걱정 없는 중산층 여성들은 ‘더욱 고도화된 전업주부 역할’에 몰두시키는 현상을 초래했다. 배 교수는 “경제 부양보다는 가족 내 계급재생산이라는 면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자신이 가진 역량과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모두 투자해 남편의 사회적 성공과 자녀의 학업성적에 몰두하는 어머니 노릇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때 ‘신현모양처’는 경제 주체가 아닌 교육이란 ‘가족사업’의 대리자 역할만 부여받는다. 배 교수에 따르면, 성별분업의 기본적 젠더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여풍’도 ‘알파걸’도 아직은 실체 흐릿한 허상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국립극단 배우들이 만든 ‘겨울 해바라기’

    국립극단 배우들이 만든 ‘겨울 해바라기’

    댕∼댕∼댕. 제야의 종이 울리자 울고불고 자신을 향해, 서로를 향해 악다구니 부리던 사람들이 돌연 감정을 추스르고 함께 앉아 메밀국수를 먹는다. 조금 전까지 죽겠다고 협박하던 여자는 국수 한 가락을 입에 넣다가 흐느낀다. “또 울어?” “메밀 국수가 맛이 없어서….” “죽는다 산다 법석을 떨던 사람이 불만은….” “이렇게 비참한데 식욕이 생기는 것이…바보 같아요.” 순간 팽팽했던 극장 안에 웃음소리가 퍼진다.27일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겨울 해바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 특별기획공연 ‘스튜디오 배우열전’의 첫 작품. 철저히 배우들의 주도 하에 올려진 공연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늘 선택만 되다 보니 창작 욕구가 사그라지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배우 이상직과 이은희가 연출과 조연출로 데뷔를 했다. 이상직은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연극 ‘행인두부의 마음’으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겨울 해바라기’를 골랐다. 시골 바닷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히토시는 심하게 말을 더듬는 동성애자. 언제부턴가 단역 배우로 활동하는 애인 미즈키의 관심이 딴 데 가 있어 히토시는 속을 끓인다. 히토시의 엄마 아야메, 그녀와 불륜 관계에 있는 포르노 소설가 구니야스, 트렌스젠더 쓰유코 또한 히토시에게 ‘기생하는’ 사람들이다. 제 꼴도 변변치 못하면서 엄마와 쓰유코는 미즈키에게 절절매는 히토시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미즈키를 조롱한다. 이들의 기인한 동거는 난데없이 한 여자가 미즈키를 찾아오면서 더욱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인다. 겨울 해바라기. 이 형용 모순은 등장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비유다. 아야메가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달래려 추운 겨울 해바라기 조화를 꽃밭에 심었었다. 어릴 적 엄마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됐었다는 히토시에게 아야메는 “겨울에 해바라기가 피면 안 되는 거니? 예쁘잖아. 늠름하고…용기를 주잖아.”한다. ‘하자 있는’ 인생들의 공동체. 매일 아옹다옹 다투지만 이 민박집은 이들에게 버티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겨울 해바라기’인 셈이다.“왜 우리는 같이 모여서 살면 안 되는 거니? 예쁘잖아. 늠름하고…서로에게 용기를 주잖아.” 연극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소리 지르고 싸우다가도 다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행위는 영화 ‘비열한 거리’의 명대사 “식구가 뭐여? 함께 모여서 밥 먹는 입구멍이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이 된다는 건 이렇게 쉬울 수도 있다는. 객석에 앉으면 다다미가 깔린 소박한 민박집 거실로 초대된 느낌이 든다.70석 규모의 극장은 첫 공연인데도 꽉꽉 들어찼다. 우울한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극의 분위기는 밝고 왁자지껄한 폭소도 여러 번 터진다. 한윤춘은 작품이 끝난 뒤에 말을 더듬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억눌려 있는 히토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연극 ‘햄릿’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서상원은 여성적인 쓰유코로 나와 천연덕스런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여러 번 잡았다. 내년 1월6일까지. 전석 2만원.(02)2280-4115∼6.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트랜스젠더 중 최고미인은 바로 나”

    최근 태국에서 열린 ‘2007 세계 트랜스젠더 미인대회’(미스 인터내셔날 퀸·Miss International Queen 2007)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아름다운 미모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지난 5일부터 태국 관광부의 협찬 아래 푸타야(Pattaya)시에서 열렸으며 이 도시의 관광명물인 ‘티파니쇼’(트랜스젠더들의 화려한 카바레 쇼로 세계 5대 쇼 중 하나)를 선보이는 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 대회에는 태국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필리핀, 네팔, 일본, 베네수엘라 등 15개 국가에서 24명의 대표가 참가해 미를 겨뤘다. 일주일간의 평가 끝에 지난 11일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미녀는 태국의 탄야랏 지라팟파콩(Tanyarat Jirapatpakon)으로 아름다운 미소와 빼어난 춤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라팟파콩은 “기대도 안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전했다. 대회 추최 측은 “세계 트렌스젠더 미인대회는 태국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행사 중 하나”라며 “ 세계 트렌스젠더들이 각국의 문화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의 1위에서 3위까지의 수상자에게는 다이아몬드 왕관을 비롯해 각각 1만달러(한화 약 910만원), 2000달러(약 180만원), 1500달러(136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국회의원 학력검증] 수강은 ‘수료’ 중퇴는 ‘졸업’

    [국회의원 학력검증] 수강은 ‘수료’ 중퇴는 ‘졸업’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력을 부풀렸다. 학력사항에다 논문도 제출하지 않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고 쓰거나 청강한 학교를 수료한 것처럼 썼다. 학위공장으로 알려진 비인가대학 졸업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며 중퇴한 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보이게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오차노미즈大 “박사학위 받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지냈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한명숙(63·경기 고양 일산갑) 의원은 일본 오차노미즈대학 박사과정을 마치지 않고도 수료라는 프로필을 공개해 왔다. 한 의원은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일본 오차노미즈대 박사과정(수료)’라는 내용의 프로필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후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의 첫 내각에서 환경부장관에 취임할 때와 2005년 4월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됐을 때, 지난해 4월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에 임명됐을 때까지 오차노미즈대 박사과정 수료라는 프로필이 보도돼왔다. 오차노미즈대는 ‘일본의 이화여대’라고 불리는 명문이다. 하지만 한 의원이 총리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4월24일 오차노미즈대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한 의원이 박사학위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한국 첫 여성 총리 한명숙씨와 오차노미즈대학과의 관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명숙씨가 오차노미즈대학에서 논문박사에 따른 학위를 신청하기 위해 96년부터 97년에 걸쳐 당시 젠더연구센터 교수였던 하라 히로코 명예교수의 연구지도를 받아 박사논문 제출 준비를 했다. 하지만 논문신청을 앞두고 1999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측은 공식 해명서를 통해 ‘오차노미즈 대학에서 논문을 준비한 적이 있는데 1997년 8월 가족이 미국으로 가면서 중단했다. 이런 이력을 영문으로 ‘Dissertation Candidate(박사학위 지원자)’라고 적었는데 이력을 정리하던 직원이 잘못 번역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04년쯤 즉시 시정조치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과정박사와 논문박사라는 제도가 있으며, 과정박사는 수업을 들은 뒤에 논문을 쓰는 것이고 논문박사는 수업을 듣지 않고 논문만 쓰는 것이다. 한 의원의 경우는 논문박사에 해당된다. ●美·佛 특파원 시절 대학 청강도 수료로 한나라당 박성범(67·서울 중구)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만든 공보에서 고려대 중퇴,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조지 워싱턴 대학 수료, 파리 소르본 대학 수료, 고려대 언론대학원 수료 등의 학력을 게재했다.1992년 펴낸 번역서 ‘앵커맨’의 옮긴이 약력에선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라고 썼고 1996∼1999년과 2004년 발행된 국회수첩에는 ‘고려대·건국대졸’이라고 썼다. 마치 고려대를 졸업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취재팀이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과 학력 검증 사이트인 크리덴셜스 아이엔씨(www.degreechk.com)에 확인한 결과 조지 워싱턴 대학에 박 의원의 학적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박 의원은 고려대 사학과 재학 시절 4·19 시위로 인해 입학 1년 만에 제적당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 의원 측은 이에 대해 “KBS 워싱턴 특파원이던 1972∼1975년 사이 미 국무성의 권고에 따라 조지 워싱턴 대학원 국제관계학과에 부설된 미국의 대외정책 강의를 들었고, 파리 소르본 대학도 1979∼1986년 특파원 시절 신문연구소에서 비학위 코스를 1년 수강했다.”면서 “비학위과정의 수업을 수강한 경우 졸업이라는 표현을 쓸 수가 없어서 수료라고 썼다.”고 해명했다. ●‘학위공장’ 비인가대학 선관위에 신고 대통합민주신당 염동연(61·광주 서갑) 의원은 김옥랑(62·동숭아트센터 대표) 전 단국대 교수가 졸업했다고 밝혀 세간에 ‘학위공장’으로 알려진 비인가대학 퍼시픽웨스턴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옥랑 전 교수가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예상된다. 염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중앙선관위에 퍼시픽웨스턴 대학교 정치학 석사(2년)라고 신고했고,2006년 발행된 국회수첩에도 똑같이 게재했다. 또 독일어과 1년을 다니고 중퇴한 한국외국어대 경력도 2005년과 2006년 국회수첩에 ‘한국외대 독일어과’라고만 게재해 마치 졸업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염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학위를 땄지만 그 학교(퍼시픽웨스턴대)가 추후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염 의원도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동국대 최고경영자과정 1년 이수가 전부 서울 법대에 검사출신의 한나라당 정종복(57·경북 경주) 의원은 개인 홈페이지와 2004∼2006년 발행된 국회수첩에 다니지도 않은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원을 졸업했다고 기재했다. 취재팀이 동국대측에 확인한 결과 정 의원은 2000년 동국대 최고경영자과정을 1년 이수한 게 전부였다. 정 의원 측은 이에 대해 “99년 지인으로부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원에 다녀달라는 말을 듣고 1년 과정을 마쳤는데 이게 최고경영자 과정인 줄 몰랐다.”면서 “사회과학대학원 졸업이라고 표기한 것은 보좌진이 학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재오(62·서울 은평구을) 의원은 학사학위 과정 기간과 군복무 기간이 겹쳐 논란이 되고 있다. 이의원은 중앙농민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처음 받았다.1965년 중앙대 2학년 재학 때 6·3한일회담비준반대 학생운동을 주도하다가 제적당한 이의원은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이듬해 3월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했다. 정식대학은 아니지만 학사 학력이 인정되는 대학이다. 하지만 한달 뒤인 4월에 군대로 강제징집됐다. 재학기간은 1966년부터 1970년 2월이고 1969년 4월 병장 제대를 했기 때문에 군입대 기간과 재학기간이 겹친다. 이 의원은 “(나를)아끼는 대학교수들의 배려 덕분에 중앙농민학교 학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 1970년에 중앙농민학교를 졸업했다.”고 해명했다.1972년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1996년 중앙대 경제학과를 입학 32년 만에 졸업했다. 특별취재팀
  • [문화마당] 단일민족의 신화 넘어서기/허동현 경희대 사학 교양학부장

    얼마 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문화적 인식이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우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 사회의 다(多)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적절한 조치를 사회·문화·교육 분야에서 취하라는 권고를 한국정부에 전해왔다.“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지만 단일민족이란 생각이 빚은 ‘순혈’에 대한 자부심이 ‘혼혈인’ 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한국정부의 보고서에 대해 “순혈과 혼혈이라는 단어가 인종적 우열주의를 퍼뜨린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 역사는 몇 년이지요?”라는 질문에 “반만년”이란 답이 스스럼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듯이, 한국인 모두는 단군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이란 오랜 관념이 우리 뇌리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허나 오늘 한국사회는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이다. 요즘 농촌지역 신혼부부 열 쌍 중 두 쌍 이상이 국제결혼으로 맺어지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50만명을 상회한다. 더 이상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이들은 낯선 타자가 아니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신화화된 단일민족 관념과 아직 충분히 자각되지 못한 다인종 사회의 현실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오늘 한국인의 내면 깊숙한 곳을 지배하는 것은 복제 오리엔탈리즘일 수도 있다.R와 L을 본토인처럼 발음하게 하려고 어린 아이들의 혓바닥을 절제하는 수술을 서슴지 않으며, 서구인의 생김새를 흉내내 콧날을 세우고 쌍꺼풀을 성형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리들은 하얀 가면 너머로 세상을 보는 데 너무도 익숙하다. 이주노동자라도 피부색과 생김새에 따라 하늘과 땅 정도로 차이 나게 대우하며, 양첩과 천첩의 소생을 서자(庶子)와 얼자(孼子)로 차등을 둔 조선시대 사람들처럼 오늘의 우리도 부모의 피부색을 기준으로 혼혈인을 갈라 세운다. 그러나 우리 의식 속 깊이 깔려 있는 타자에 대한 깔봄이 인종주의에서 유발된 것만이 아님은 같은 혈통의 고려인, 조선족, 재일동포, 재미동포에 대한 서열화된 차별대우에서 알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단일민족의 신화가 빚은 인종적 차별이 아니라 돈의 유무에 기반을 둔 물신주의의 산물임에 진배없다. 사람됨을 재는 척도를 재물의 많고 적음에 둘 수 없듯이, 인종과 문화가 다른 이들을 그들이 속한 사회나 국가의 물질적 풍요와 빈곤의 정도에 따라 내려 보고 올려 보는 것은 너무나 천박하다. 우리도 다른 선진 산업사회와 마찬가지로 3D업종 기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이주노동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종과 문화가 섞일 수밖에 없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자들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키워야만 한다. 하인스 워드나 타이거 우즈의 사례가 웅변하듯이 ‘잡종 강세’는 인간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빈곤과 차별에 노출된 혼혈인,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들이 교육받고 생활하고 시민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데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마주 잡아야 한다. 국가·민족·인종·계급·성차(젠더) 등 모든 사회·문화적 울타리를 넘어 우리와 지향·이해·처지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열린 민족의식과 건강한 시민의식을 창출해내는 것이 오늘 우리 시민사회에 주어진 시대적 책무가 아닐까? 베트남에서 온 산업연수생들의 한국어 교재에서 “우리도 사람이에요. 함부로 때리면 안돼요.”라는 낯 뜨거운 표현이 사라질 날이 어서 오길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허동현 경희대 사학 교양학부장
  • 영화 ‘왕의 남자’를 뮤지컬로! ‘공길전(戰)’

    영화 ‘왕의 남자’를 뮤지컬로! ‘공길전(戰)’

    영화 ‘왕의 남자’의 뮤지컬 버전 ‘공길전(戰)’이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해 같은 내용의 뮤지컬 ‘이(爾)’는 대중의 눈에 크게 들지 못했다. 연출가 이윤택이 예술감독으로 총지휘를 맡은 ‘공길전’은 원작의 무게를 덜고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화성에서 꿈꾸다’로 호흡을 맞춘 남미정(연출), 강상구(작곡)도 합류했다. ”‘공길전’은 역사 뮤지컬이 아닙니다. 공길이라는 트랜스젠더와 장생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이윤택 감독의 말이다. 이윤택은 뮤지컬 ‘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작년에 환불받고 싶은 뮤지컬 1위로 ‘이’가 선정됐더라고요.‘이’는 뮤지컬 대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원작인 연극 ‘이’에 더 가깝습니다.” ‘공길전’은 젠체하지 않는다. 서양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정형화된 인물들이 벌이는 즉흥 희극)가 아니라, 한국의 소학지희(笑學之喜)를 통해 우리식의 희극을 꾸민다. 노래도 트로트 가락으로 흥을 맞춘다.“노래는 나훈아 창법으로 부릅니다. 본격적인 우리식의 창법을 개발해 보자는 것이죠.” 작품은 공길을 앞으로 내세운다. 선 고운 공길 역은 ‘김종욱 찾기’의 김재범이 맡았다.“감독님이 공길은 미모사 향기를 풍기는 팜므파탈이라며 등장할 때마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김재범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나훈아 창법도 익히고 있다.”고 했다.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장생 역은 홍경수와 심정완이 나눠 맡는다. ‘공길전’은 고급스러운 마당극을 표방한다. 사랑 이야기를 통해 광대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주제를 분명히 한다. 지난 7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3일간 트라이아웃(본 공연에 앞서 작품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무대)을 가진 ‘공길전’은 새달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판을 벌인다.10월 초에는 경희궁 야외무대에서 두 광대의 놀음을 볼 수 있다. ‘공길전’은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을 갖는 등 한류프로젝트로도 추진 중이다. 정재왈 서울예술단 단장은 “중국 진출을 구체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이(爾)의 잔상을 지우고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하면 창작뮤지컬의 새 지평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02)523-0986.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할리우드에 지친 당신에게…

    태평양을 건너온 낯익은 거미인간, 해적, 그리고 한국의 짠한 아버지들….5월 극장가는 이렇게 짜여진다. 미국 개봉일보다 3일 앞선 5월1일 국내에 상륙하는 ‘스파이더맨3’은 약 500개의 스크린을 잡아놨다. 뒤를 잇는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 또한 그에 못지않은 세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 오히려 작은 영화들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획일화된 멀티플렉스에 거리를 두는 관객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만의 취향’을 찾는 이들에게 서울 광화문과 종로에 포진해 있는 ‘시네큐브’ ‘스폰지 하우스’ ‘필름 포럼’ 등의 작은 극장들은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이다. ●알렝 레네와 윈터바텀을 만나다 평소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해온 스폰지의 ‘씨네휴 오케스트라(www.cinehue.co.kr)’가 새달 10일부터 23일까지 종로(10∼16일)·압구정(17∼23일)에 위치한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다. 소개되는 작품은 총 5편이다. 프랑스의 거장 알랭 레네의 최근작 ‘마음’이 상영목록에 올라 있다. 연극적인 요소를 영화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파리지엔 여섯명의 복잡한 마음이 어떻게 통하게 되는지를 묘사했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디스월드’로 2002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마이클 윈터바텀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도 첫선을 보인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가던 세명의 아랍계 영국인들이 테러리스트로 몰린 실화를 찍은 작품이다. 윈터바텀은 이 영화로 ‘제2의 켄 로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밖에 프랑스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립자’와 ‘리틀 미스 선샤인’을 연상시키는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를 놀라게 한 신인감독의 작품 ‘달콤한 열여섯’, 이혼과 결혼에 대한 의미를 묻는 ‘퍼펙트 커플’ 등도 소개된다. 관람료는 편당 7000원. ●심기일전하는 독립영화 축제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인디포럼 신작전’이 새달 10일부터 16일까지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그렇다면, 심기일전’이란 슬로건에서 보듯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2년 만에 재개됐다. 신작 59편과 초청작 2편 등 총 61편의 독립영화가 소개된다. 초청작 중 노동석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이번에 관객과 처음 만난다.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접수된 498편 가운데 극영화 38편, 다큐멘터리 10편, 애니메이션 10편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개막작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 극영화 ‘유령소나타’와 고국에 돌아온 트렌스젠더 해외 입양아의 정체성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Un/going home’이다. 이번에는 영화인으로서 자의식이 투영된 작품들이 많은데 폐막작 ‘아스라이’ 또한 그렇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실험영화 감독의 독백을 담았다. 관객과의 좀더 활발한 소통을 위해 후원회원도 모집한다. 홈페이지(www.indieforum.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회원에겐 자료집과 무료관람권, 독립영화 DVD세트 등을 제공한다. ●유머와 풍자의 거장 이리 멘젤 체코가 낳은 세계적 거장 이리 멘젤 감독. 그가 오는 26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방문한다. 영화제에서는 그의 특별전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굳이 전주에 내려가지 않아도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5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그의 대표작들이 줄줄이 상영된다.‘가까이서 본 기차(10일)’ ‘줄 위의 종달새(24일)’ ‘거지의 오페라(31일)’ 등 3편이다. 공산주의 치하의 체코를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영화작업을 해온 그의 철학은 삶이 잔혹하고 슬프다고 영화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늘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고 눈물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웃음 속에 통렬한 비판과 아픔을 담고 있어 시대의 비극을 더욱 극명하게 전달해 준다. 그가 28살 때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 ‘가까이서 본 기차’가 대표적이다. 전쟁 중인데도 오로지 사랑에만 몰두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일 지배하에 있는 체코의 정치적 무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내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일흔의 나이에도 영화 만들기 몰두하고 있는 그는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관객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메가박스 다양한 영화 시리즈 ‘쉬즈 더 맨’ 다른 의미에서 작은 영화를 소개하려는 움직임은 또 있다. 메가박스에서 다양한 영화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5월부터 선보이는 ‘무비 온스타일’이 그것이다.2030 여성들을 겨냥, 사랑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멜로 영화들을 단독 수입·소개하는 브랜드다.‘무비 온스타일’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쉬즈더맨’.‘그녀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축구 때문에 남자 행세를 하는 말괄량이 여고생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가 주인공인 청춘영화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딱 여성 취향이다. 바이올라는 학교에서 여자 축구팀을 해체하자 분개한다. 마침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이 런던 뮤직 페스티벌에 간답시고 학교를 무단결석한다. 바이올라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남장을 하고 세바스찬의 학교에 들어간다. 그녀가 세바스찬 행세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축구부에 들어가 자신의 학교 축구팀과 전 남자친구에게 앙갚음을 해주는 것. 세바스찬이 된 그녀는 룸메이트이자 같은 축구부원인 듀크(채닝 테이텀)에게 점점 끌린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으로 그를 사랑하기란 힘든 일. 게다가 그의 맘엔 오로지 ‘퀸카’ 올리비아(로라 램지)뿐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다른 남자와 사뭇 다른 세바스찬 모습의 바이올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진짜 세바스찬이 예고 없이 학교로 돌아오고 일은 점점 더 꼬이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너무도 뻔하다. 바이올라가 축구는 물론 사랑에도 ‘골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쯤은 안봐도 비디오다. 또 남자 기숙사에 들어간 남장 여학생은 닳고 닳은 소재.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유치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 꽤 웃기고 재밌다. 남자와 여자 사이를 오가며 소동을 벌이는 아만다와 그런 그녀에게 헷갈리는 친구들,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 등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신나는 음악에 버무려 상큼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이 남자 혹은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상대의 곁에 있게 된다면, 그래서 그의 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한번쯤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바이올라로부터 느낄 대리만족의 기쁨은 더욱 클 듯하다. 양성적 매력을 물씬 풍긴 바이올라 역의 아만다 바인즈는 ‘아만다쇼’라는 단독쇼가 있을 정도로 주가 급상승 중인 신세대 여배우다. 듀크 역의 채닝 테이텀은 국내에 댄스 영화 ‘스텝업’으로 낯익은 얼굴.‘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를 연상시키는 외모에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수줍음을 타는 귀여운 ‘터프 가이’로 나와 여심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새달 3일 개봉,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트랜스젠더의 고민/육철수 논설위원

    트랜스젠더 영화배우 하리수씨가 ‘5월의 신부’가 된다는 소식이다. 하씨는 2002년 법원의 성전환 확정 판결로 비로소 완전한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이제 백년가약까지 맺어 아내로서, 엄마로서 삶을 살아갈 그녀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했으면 한다. 한때 남성이었던 하씨가 이렇게 여성으로도 정상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다. 하기야 금남(禁男)의 벽을 뚫은 그녀이기에 뭇사람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씨는 2004년 10월19일 서울신문 김문 인물전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감추고 싶은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1998년 일본에서 성기 성형수술을 했다는 그녀는 성생활과 관련해서 “평범한 여성과 다를 바 없다. 오르가즘도 얼마든지 느낀다.”며 미주알고주알 얘기해서 오히려 기자가 민망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그녀는 염색체(XY)만 빼고 의심할 나위 없는 여성이다. 하씨처럼 성전환자가 새로운 성(性)을 얻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 길은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법과 관습이 걸림돌이면 치워주는 게 배려이고 인권보호다. 하지만 우리 규범은 아직 그럴 아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며칠전 열린 ‘성별변경 토론회’에서 성전환자들은 성별정정의 고충을 절규하듯 토해냈다. 대법원이 지난해 마련한 ‘성별정정허가 지침’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미혼, 무자녀 ▲신체외관 ▲병역필 또는 면제자에 한해 성별정정이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신체외관이다. 가슴·성기의 성형수술을 해야 성전환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수술비가 수천만원이고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데, 지침은 이를 요구한다. 지침이 구속력은 없다지만 성전환자들은 이를 야만적 성형 강요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국내 성전환자는 4500∼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제는 이들 성적 소수자의 행복과 인권을 위한 법이 불가피하고, 사회적 수용도 자연스러워야 할 때가 됐다. 행동·심리분석, 인지증명 등의 기준으로도 얼마든지 간편하게 성전환 여부를 판단·결정할 수 있는데, 몸에서 뭐를 떼라 붙이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트랜스젠더 “성기 성형해야만 성별 바꿔주나요”

    트랜스젠더 “성기 성형해야만 성별 바꿔주나요”

    “여러분, 제 모습이 분명히 보이죠. 실체가 있죠. 그러나 저는 법률적으로는 투명 인간입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생물학적 성과 법률적 성이 달라 고통받고 있는 성전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증언에 나선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법원의 성별정정 예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전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38)씨는 자살을 시도했던 고통을 털어놨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했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은 그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자동차로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는데 원하지 않게 목숨을 건졌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수술을 결심한 뒤 6개월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2년 전 여성생식기 제거와 남성형 가슴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비용이 수천만∼1억원에 이르는 데다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성별정정의 요건으로 성기 성형을 강요하는 것은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여성으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B(45)씨는 1991년 결혼해 아이까지 얻었지만 결국 이혼을 해야 했다. 그는 “아이를 생각했다면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난받을 때도 있지만 정체성을 알고도 전과 같이 살라는 것은 죽음과 같은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20대 중반의 성전환자인 C씨는 “초등학교 때 첫 생리를 하던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가슴 나온 것이 부끄러워 붕대를 감고 다녔다.”면서 “내 몸을 보는 것이 너무 흉측하고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20세 미만 성별 정정을 무슨 근거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열여섯에 성 정체성을 깨달았고 10년째 남자로 살고 있다.”면서 “미성년자에게 진정한 성을 찾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그들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뒤 같은 해 9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했다. 지침은 ▲만 20세 이상, 혼인 사실이나 자녀가 없을 것 ▲정신과 또는 호르몬 요법에 의한 치료를 받은 뒤 수술을 통해 신체 외관이 반대 성으로 바뀌었을 것 ▲병역을 이행했거나 면제받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기 성형수술까지 마쳤을 때에야 성별 변경을 허가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일부 조항은 성전환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에 대해 임종헌 대법원 등기호적국장은 “지침은 업무처리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일선 법관이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3700여업체 ‘첨단 IT기술’ 뽐낸다

    |라스베이거스(미국 네바다주) 이기철특파원|올해 세계 전자업계의 ‘키워드’가 될 첨단 정보기술(IT) 제품과 기술이 첫 선을 보이는 ‘2007 국제 가전 전시회(CES)’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개막된다. 1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휼렛패커드(HP),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마쓰시타 등 3700여업체가 참가한다. 특히 올해로 40돌을 맞는 행사에 IBM이 10년 만에 참가해 눈길을 끈다.●세계 IT거물들 총출동 첨단 기술의 향연장인 CES에는 세계 IT 거물들이 총 출동한다. 빌 게이츠 MS 회장, 에드 젠더 모토롤라 회장,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사장, 마이클 델 델 회장, 레슬리 문베스 CBS 회장 등이 기조연설에 나서 IT의 트렌드를 제시한다. 하워드 스트링고 소니 회장,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 테리 세멜 야후 공동설립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등도 참가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이상완 LCD총괄, 최지성 디지털미디어총괄, 박종우 네트워크총괄 사장 등이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풀HD LCD·PDP TV와 휴대전화, 컬러 레이저 복합기, 양면 LCD 등을 전시한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희국 최고기술책임, 안명규 북미총괄 사장과 주요 본부장급들이 출동한다. 블루레이 디스크와 HD DVD, 초대형 PDP TV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삼성 ‘풀HD’·LG `타임머신´TV 전시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콘텐츠 기술, 그 사이의 모든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 음악 등 콘텐츠와 기술의 접목, 콘텐츠를 더욱 편리하게 접하기 위한 디지털 제품의 융·복합화(컨버전스) 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난해에는 LCD와 PDP TV가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했다면 올해 전시회에서는 더욱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풀HD’ TV가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히트작인 ‘보르도’에 디자인과 기능을 보강한 ‘2007년형 보르도’를 선보인다.LG전자는 제3세대 타임머신 TV를 내놓고 TV시장 공략을 강화한다.chuli@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여성’만 특권화 할 수 있나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대 역사학과 교수인 메리 E 위스너 행크스의 저서 ‘젠더의 역사’(2001년 출간) 는 원래 제목인 ‘Gender in History’에서 드러나듯 역사 속의 젠더를 주제별로 분석한 책이다.198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문화적으로 형성된 성’을 의미하는 젠더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학문연구의 분석범주로서 젠더의 유용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그간의 역사가 His (s)tory라는 영어식 표현대로 남성만의 역사였다면, 지난 30여년 사이에 등장한 새로운 여성사 서술은 여성 명사의 역사에서 출발하여 피해자로서의 여성, 나아가-가해자로서의 여성이 포함된-역사 주체로서의 여성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역사가 남성의 경험을 보편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경험을 배제하였을 뿐 아니라, 남성의 경험 역시도 왜곡하였다는 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성사’ 대신에 ‘젠더의 역사’를 표방하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지만, 실제로 여성사와의 차별성을 인식하면서 젠더의 역사를 용의주도하게 서술해 보려는 서적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젠더의 역사’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족, 경제생활, 관념, 사상, 규범, 법률, 종교, 정치생활, 교육과 문화, 섹슈얼리티로 나누어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이 젠더를 변하지 않는 단일체로 보거나 지나치게 추상화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하여, 저자는 각각의 주제를 연대기적으로 분석하여 젠더구조가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간의 젠더에 관한 연구가 압도적으로 특정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또한 영어권 학자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책은 유럽과 아시아 외에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문화권을 포괄하여 서술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모든 문화권을 씨실로, 현대까지의 시간적 흐름을 날실로 하여 세계사를 새로이 교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저자는 젠더라는 새로운 시각은 여성사뿐 아니라 세계사를 달리 해석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 주변집단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석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젠더의 역사’에서 젠더 역할과 성차가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왔고,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존재함을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책의 여러 곳에서 저자는 (생물학적) 성이 젠더를 결정하기보다는 젠더가 성을 결정하는, 젠더의 자의적인 본질에 주목한다. 또한 ‘여성이라는 분석범주가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여성의 경험 역시도 민족, 계급 혹은 여타 범주에 의해 분절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젠더를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그간의 인습적인 사고를 너머, 노인이나 어린이와 같이 기왕의 젠더 범주로 잘 포괄되지 않는 제3의, 제4의 젠더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몇가지 새로운 문제제기와 더불어 ‘젠더의 역사´는 기왕의 여성사 연구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주는 지적 자극제가 될 수 있기에, 필독을 권하고 싶다.
  • [발언대] ‘장애’없는 용기에 보내는 갈채/ 이상복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지도팀 사원

    어제(3일)는 유엔에서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유엔은 장애에 대한 관심 유도과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와 관련한 주제를 정해 전 지구적인 어젠더로 발표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정보접근권(e-accessibility)이다. 고급 정보의 활용과 접근 자체가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접근권보다도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권리는 ‘직업에 대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과 달리 사회연금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안은 가족의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이 사회보장체계가 갖춰져 있는 국가에서는 장애인이 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국가에서 생계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이면서 장애인이어야만 추가적으로 6만원(경증 2만원)의 장애수당을 지원받는다. 장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우리나라에서 6만원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라는 것은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중증장애인들까지 일반 노동시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다.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 장애인연금법 제정에 관한 각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소요 등의 문제로 시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민간기업에서 장애인을 적극 고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최근 삼성이나 SK 등 대기업이 장애인고용에 적극 나서면서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하지만, 장애인 실업률은 비장애인의 7배나 되는 등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는 구직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안정된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장애인들에게 취업의 문은 높기만 하다. 지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보장되는 편이지만, 정신장애, 간질장애, 뇌병변장애, 정신지체장애인들은 면접의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공단 사무실을 찾아 일자리를 구하는 장애인들을 보면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마음에는 내 마음에 자라고 있는 편견, 독선, 자만과 같은 장애는 없어 보인다. 오늘도 그들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것이다. 이상복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지도팀 사원
  • [OUR STORY] 11월 극장가 특별한게 있다

    [OUR STORY] 11월 극장가 특별한게 있다

    너도나도 자칭타칭 영화마니아인 시대. 하지만 진정한 영화마니아의 성립조건에는 이게 들어가야 옳을 것 같다. “순도 100%의 마니아들은 비수기를 탓하지 않는다∼.” 한겨울 방학시즌을 겨냥해 국내외 할 것없이 블록버스터들을 꽁꽁 묶어놓고 있는 지금은 영화 비수기. 그러나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성수기를 기다리는 이 11월에 ‘작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눈밝은 관객이라면 이미 감잡고 있을 터. 11월 극장가엔 블록버스터 맹위를 피해 눈치껏 개봉하는 ‘라이트급’ 영화들이 줄섰다.16일에 개봉하는 영화만도 6편이나 된다. 다양한 소재로 미각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골라보는 재미를 보장한다. 나만의 느낌표를 찍게 해줄 작품이 뭘까. 큰 욕심없이 소박하게 개봉하는 영화들이라, 예매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더 좋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16일 보따리를 푸는 영화들은 모두 6편.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가 4편이나 된다. 호들갑 떨 것 없는 조촐한 규모의 드라마들이지만, 다양한 소재들이 관객을 유혹한다. ‘백윤식+봉태규’ 조합이 덮어놓고 호기심을 건드리는 영화,‘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김성훈 감독). 두 남자의 티켓파워가 흥행에 미칠 영향(?)까지 궁금해지는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다. 조연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공동주연으로 호흡맞췄으니 이들 배우로서도 영화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듯.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야기 색깔부터 독특하다. 반사회적인 기업비리를 고발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아버지(백윤식)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탓에 어딘가 괴상해져버린 아들(봉태규), 이들 부자의 집에 이사온 여자(이혜영) 사이의 엎치락뒤치락 삼각관계를 코믹하게 그렸다. 새로울 것없는 화장실 유머에 크게 의존했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맞춤옷을 입은 듯 좔좔 풀어내는 백윤식, 봉태규의 입담은 압권이다. 전혀 고민할 것 없어 좋은 팝콘무비로는 ‘누가 그녀와 잤을까(사진·김유성 감독)’가 있다. 규율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쭉쭉빵빵’ 여자 교생이 부임해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섹시코미디. 박준규, 하석진, 하동훈 등이 김사랑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코믹드라마로, 은밀한 농담처럼 그저 한바탕 웃고 즐기기엔 부담없다. 작은 규모에 이렇다할 기대없이 영화를 본 후 기자시사회장에서 의외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이 ‘후회하지 않아’(이송희일 감독)이다. 부잣집 아들과 게이 호스트바의 남자가 나누는 운명적 사랑을 그린 이른바 퀴어멜로.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여서 국내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채 개봉하기도 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예비 마니아’를 낳고 있는 화제작이다. 세계적 배급사 포르티시모가 해외배급을 맡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성공했다.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해 홍콩, 카를로비바리, 시애틀, 시드니 등 유수 국제영화제들에서 먼저 인정받은 영화 ‘방문자’(신동일 감독)는 15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단관개봉 한다. 강지환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386 세대의 지식인(김재록)이 신실한 청년(강지환)을 만나면서 서로의 인생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이 담겼다. 모처럼 386세대들이 그들의 인생을 통찰하기에 좋은 영화이다. 온화한 자연광, 아스라히 펼쳐진 길이 인상적인 로드무비를 좋아한다면,‘트랜스 아메리카’를 놓치면 안 된다. 여자가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앞둔 아버지와, 어느날 갑자기 그 앞에 나타난 스무살 아들이 함께 여행하며 엮는 에피소드들에 유머와 감동이 조화롭게 녹아있다.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펠리시티 허프만이 흠잡을 데 없는 트랜스젠더 연기로 올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겨울 초입, 계절도 잊고 호기롭게 개봉하는 공포영화 ‘그루지2’도 볼만하다. 할리우드가 시미즈 다카시 감독을 불러 ‘주온2’를 리메이크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새영화] 트랜스 아메리카

    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로 전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펠리시티 허프만. 그에게 2006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트랜스아메리카’(TransAmerica·16일 개봉)는 트랜스젠더의 아픔과 진한 가족애로 균형있는 짜임새를 갖춘 독특한 향미의 드라마이다. 여자가 되고픈 일념으로 온갖 편견을 견뎌온 브리(펠리시티 허프만)에게 성전환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일이 닥친다. 그에게 스무살쯤되는 아들이 있으며, 그 아이가 지금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는 것. 교회 전도사로 신분을 속인 채 아들 토비(케빈 지거스)에게 접근한 브리는 아들과 함께 예기치 않은 여행길에 오른다. 자신이 친아버지이자 트랜스젠더란 사실을 숨기려는 브리,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자살한 엄마와 양아버지 밑에서 비뚤게 자란 토비의 동반여정에는 울퉁불퉁 요철이 깔렸음에도 용케도 꾸준히 관객의 체온을 끌어올린다. 청량감 넘치는 화면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상포인트이다. 탁 트인 대지와 끝없이 푸른 하늘, 지평선 멀리로 펼쳐진 도로 등 그림엽서에서 퍼온 듯한 수려한 자연풍광에 스크린은 내내 아련한 서정으로 물들어 있다. 던칸 터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때론 코미디처럼 유쾌하고 때론 코끝 찡하도록 진지하게 삶을 관조하는 드라마가 신인감독의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성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고뇌하면서도 시종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 캐릭터를 흠결없이 구사해낸 허프만의 내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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