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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갈” “군무새”… 대중문화 파고든 남녀갈등

    “메갈” “군무새”… 대중문화 파고든 남녀갈등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남녀갈등이 대중문화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일부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이 현실 싸움으로 번진 ‘이수역 폭행 사건’처럼 온라인상의 남녀갈등이 TV와 가요계 등에서 재현되며 오프라인으로 옮겨 가고 있다. 19일 래퍼 산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최근 발표곡 ‘페미니스트’에 대한 해명을 올렸다. 산이는 “‘페미니스트’는 여성 혐오곡이 아니다. 이런 류의 메타적(경계나 범위를 넘어 아우르는 것)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곡에 장치를 심어 놨는데 설정이 미약했나 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메갈, 워마드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성혐오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산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린 ‘페미니스트’는 공개 직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남성에게만 지워진 군복무, 결혼할 때의 집값 반반 주장, 미투 운동과 꽃뱀 등의 내용이 가사에 담기면서 젊은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반면 여초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혐’으로 낙인찍혔다. 이튿날 래퍼 제리케이는 산이를 겨냥한 ‘노 유 아 낫’을 공개하고 “면제자의 ‘군부심’(군대+자부심의 합성어로 군필자임을 자랑하는 상황을 비꼰 신조어)”이라며 산이를 ‘디스’했다. 여기에 많은 여성들의 호응이 따랐다. 그러자 산이는 18일 ‘6.9㎝’라는 곡에서 제이케이를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6.9㎝’는 하루도 안 돼 조회수 100만건을 넘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20대 사회에서 군복무의 형평성 문제는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다. 지난달 20일 XtvN의 예능 ‘최신유행 프로그램’ 방송 뒤 온라인상에서 성별 간 극명한 대립 반응이 터져 나온 이유다. 이날 ‘요즘것들 탐구생활’ 코너에서는 ‘군무새’(입만 열면 군대 얘기하는 남자)를 다뤘다. 복학생 역의 권혁수가 학식 메뉴에 대해 투정하는 여학생들에게 “군대를 안 가 봐서 배부른 소리 한다”며 잔소리를 했다.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얄밉게 약 올리는 편이 타격이 크다”는 내레이션이 깔렸고, 여자들은 “난 쿨톤이라서 군복색 얼굴에 안 받는단 말이야” 등의 말로 대응했다. 온라인상에서 군대 문제로 서로를 조롱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장면이었다. 방송 후 여초 커뮤니티 등에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프로그램” 등 호평이 줄을 이었다. 반면 남초 커뮤니티 등에는 “여자들 지켜준다고 전방에서 고생하고 왔더니 조롱받는 남자” 등 분노에 찬 반응이 많았다. ‘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 군인 비하 관련해 군인 존중 문화 정착 정책을 시행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대안 제시 등 건설적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덕철 대중문화평론가는 “젠더 의식이 깨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미디어가 당연시해 보여 주던 것들이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싸움을 붙이는 식이 아닌, 양성 동시 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여성 인권 신장이 당연한 목소리였다면 최근 그것들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유리 천장’ 등에 공감하지 못하는 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반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한 뒤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프로그램 등에서도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혐오를 덜어내고 정반합을 이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기는 남미] ‘엉덩이 미인’ 뽑는 대회에서 폭력사태…왜?

    [여기는 남미] ‘엉덩이 미인’ 뽑는 대회에서 폭력사태…왜?

    최고의 엉덩이 미인을 뽑는 브라질의 미스붐붐대회 결선이 폭력으로 얼룩졌다. 브라질 각 주(州)에서 대표 27명이 참가한 2018년 미스붐붐대회의 결선은 최근 상파울로에서 열렸다. 결선에 오른 15명 가운데 올해 브라질 최고의 엉덩이 미인으로 뽑힌 영예의 미스붐붐은 론도니아주 대표로 출전한 엘렌 산타나(31). 사회자가 이름을 부르자 산타나는 기쁨과 감격이 뒤범벅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앞으로 나왔다. 관중석에선 새로운 '엉덩이 미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2017년도 미스붐붐 로시에 올리베이라가 산타나에게 미스붐붐 왕관과 어깨띠를 건냈다. 돌발사태가 벌어진 건 바로 이때다. 결선에서 미끄러진 참가자 알리네아 우바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왕관과 어깨띠를 빼앗은 것. 동시에 우바는 "산타나의 엉덩이는 플라스틱 엉덩이야! 내가 확인했어!"라고 소리쳤다. 우바는 대회 우승자가 성형으로 만든 엉덩이로 대회를 재패했다고 주장했다. 엉덩이 성형을 한 여성에게 미스붐붐대회 출전은 금지돼 있다. 우바는 우승을 놓친 게 억울하다는 듯 "내 엉덩이가 진짜 자연산 엉덩이"이라고 외치면서 한동안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주최 측 관계자들이 말리면서 우바는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분을 삭히지 못하고 "참가자 중엔 남자였다가 6년 전에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도 있다"라는 등 한동안 폭로전(?)을 이어갔다. 둘레 120cm에 육박하는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미스붐붐 산타나는 대회기간 내내 성형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한편 2011년 처음 시작된 미스붐붐은 브라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엉덩이를 가진 여성을 뽑는 대회다. 대회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크로니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난 아직 젊어”…69세 남성, 20세 나이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

    “난 아직 젊어”…69세 남성, 20세 나이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

    네덜란드에서 60대 남성이 실제 나이를 20세까지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네덜란드 겔더란트주 아른헴시에 사는 남성 에밀 라텔밴드(69)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네덜란드 매스컴의 인기 스타이자 연설가인 라텔밴드는 공식 문서 상에 자신의 나이를 고칠 수 있도록 청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당하자 지방 정부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1949년 3월 11일에 태어난 라텔밴드는 “실제 나이보다 적어도 20살 정도 더 젊게 느낀다”면서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생물학적 나이가 45살이었다. 의사들도 내가 45살의 신체 나이를 가지고 있다 말했다”며 자신의 생년월일을 1969년 3월 11일로 바꾸길 원했다. 그는 “내가 69살이면, 제한을 받지만 49살이면 새집을 사거나 다른 자동차를 몰 수 있다. 더 많은 여성을 만나거나 더 많은 일도 할 수 있다”며 “매일 나이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다. 기업들도 연금을 받는 노인을 컨설턴트로 고용하길 꺼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트랜스젠더들이 출생증명서에 적힌 그들의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나이 전환도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난 다시 은퇴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연금도 포기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당신 부모님은 그 무렵에 누구를 보살폈는가? 당시 그 작은 소년은 누구였는가”라며 1949년부터 1969년까지 라텔밴드의 유년시절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의 의견에 다소 공감은 하나 사람들이 출생 날짜를 바꾸도록 허용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삶의 일부를 지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각하했다. 법원은 4주 이내에 그에게 서면 판결을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균미 칼럼] 美 중간선거와 여성, 그리고 트럼프

    [김균미 칼럼] 美 중간선거와 여성, 그리고 트럼프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각각 다수당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게 됐지만, 민주당 열풍(블루 웨이브)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반면 선거의 주요 변수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돌풍은 역시 거셌다. 여성 하원의원이 사상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서 2018년은 ‘여성의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예상치 못했던 2016년 대선 결과와 지난해 말 시작된 #미투운동(#Me Too·나도 피해자다)으로 촉발된 ‘성난 고학력 백인 여성들의 심판’이 현실화하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정치문화 혁신의 추동 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젠더와 학력, 지역을 따라 더욱 깊고 확연하게 갈라진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보수세력 결집력도 재확인하면서 가깝게는 2년 뒤, 조금 더 멀게는 10년 뒤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지 많은 이들에게 숙제를 던졌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 버금갔다. 북한이나 이란핵, 중국과의 관계 같은 국제 현안들이 다뤄진 것도 아닌데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추격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리더십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평가이고, 2년 뒤 대통령 선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독주가 막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식의 보호주의, 미국우선주의가 지속될지, 트럼프식 분노와 공포 정치 틀이 계속 통할지, 여풍(女風)과 변화하는 미국 유권자 지형이 미 국내 정치를 넘어 국제적 역학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국은 분석하느라 바빠질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눈여겨봐야 봐야 할 대목을 꼽는다면 피부색과 젠더, 학력, 지역에 따른 갈등과 분열이 두 개의 미국으로 고착화할지 여부다. 전통적인 지지층이 뒤바뀐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궁금해진다.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다. 다문화, 다양성은 미국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미국의 고졸 이하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는 블루칼라의 반감이 커졌고 국가 정체성과 관련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민주·공화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여성의 커진 영향력과 역할이다. 전체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51%를 넘어섰다. 등록 유권자 수도 이미 2016년 대선 당시 여성이 남성보다 1000만명이나 많았다. 이번 중간선거에 276명의 여성 후보가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역대 최다다. 상하원 의원의 경우 187명이 민주당이고 52명이 공화당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20대 밀레니얼 세대(18~29세 유권자)의 정치 참여 정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도 관심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트럼프의 주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트럼프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특유의 분노와 갈등의 정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 한·미, 북·미 관계 등 대외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안보와 외교, 동맹 관계에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며 미국 국익을 강조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통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미국이 더이상 ‘지구촌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분석 전문가들 중에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미국이 변하고 있다. 한국은 변화하는 미국을 제대로 보고 한·미와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지 모른다. 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그래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합리적 존재 범주에 여성은 포함 안시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 믿어 의심치 않아 한 종류의 차별에 민감성 높다 치더라도 다층적 차별 따른 인식 사각지대 불가피 지속적인 학습 과정 통해 인지 확장 필요대학원 세미나 시간에 한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흑인 학생은 반인종차별을 위한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해 온 인권운동가이다. 백인 학생은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을 해 오던 사람이다. 발제 시간에 섹슈앨러티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발제 후 흑인 학생의 코멘트가 논쟁의 발단이다. 흑인 학생은 자신이 이 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지난 한 학기 동안 ‘섹슈앨러티’와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들은 횟수가 평생 들은 것보다 더 많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발제자에게 ‘당신 같은 백인이 도대체 흑인들이 당해온 인종차별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며, ‘성소수자 문제 같은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큰 문제인 양 과장하는 것을 듣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백인 학생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혐오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파괴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도대체 아는가?’라며 대응했다. 급기야 이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상대방의 인식 한계를 지적하였다. ●인식론적 사각지대에 대한 성찰 필요 누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격한 논쟁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백인 학생이 ‘더이상 이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다’며 일어서서 책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그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안 끝났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가방을 싸던 학생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예정에 없던 즉흥 강의를 해야 했다. 첫째, 각자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 그리고 둘째, 다양한 종류의 억압과 차별들의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지닌 다층적 위험성에 관한 것이었다. 인종차별과 같은 한 종류의 차별구조를 잘 안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차별에 대한 인지가 자동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성 차별, 장애 차별, 계층 차별, 인종 차별, 나이 차별, 종교 차별, 외모 차별 등 현실세계에서 작동되고 있는 다양한 얼굴의 차별들은 각기 독특한 양상을 띠며 매우 복합적인 구조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표피적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반드시 학습해야만 한다. 다층적 차별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는 지속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다. 논쟁을 하던 두 학생은 격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세미나가 끝난 후 서로 악수하며 미안하다는 사과를 나눔으로써 상황은 매듭지어졌다. 그런데 이 두 학생의 경우가 강의실에서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곳곳에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인식의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코스모폴리턴 사상을 사회정치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모든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목적의 왕국’(Kingdom of Ends)을 설파한 철학자다. 칸트의 코스모폴리터니즘은 세계화 시대에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 정의, 환대, 권리를 상기시킴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치 철학적 토대를 놓은 중요한 공헌을 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사상을 확산시킨 칸트도 인식의 사각지대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간됨을 구성하는 ‘합리적 존재’의 범주에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인간 지리학(human geography)을 가르치면서 열대지방에서 태어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을 의심치 않는다. 칸트가 중요한 철학적 공헌을 했다고 해서, 그가 지닌 여성 혐오 사상과 인종차별과 같은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들이 덮여서는 안 된다. 예술, 문학, 철학의 이름으로 또는 종교나 정치의 이름으로 타자에 대한 혐오와 경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이러한 인식의 사각지대에 대한 비판적 인식 확장의 역사이기도 한 이유이다. ●차별·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에 희망 지난 10월 L 작가가 ‘단풍’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단풍은 ‘저 년’이라는 비하된 ‘여자’로 호명된다. 더 나아가 그 ‘저 년’은 남자를 유혹하는 ‘화냥기’를 지닌 여자로 재호명된다. ‘화냥기’ 있는 ‘저 년’을 ‘절대로 거들떠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여성 비하는 물론 노골적인 자연 비하까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글이 전제하는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이다. 단풍을 바라보는 주체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상식조차 전적으로 배제된 서사이다. 이 글에서 남성은 이 세계에서 ‘발화(speaking)의 주체’로서만이 아니라, ‘보기(seeing)의 주체’이며, ‘쓰기의 주체’로 자연스럽게 호명되고 각인된다. 남성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남성중심적 발화, 보기, 그리고 쓰기 행위를 통해서, 단풍을 ‘화냥기’를 지닌 ‘저 년’이라고 한 표현이 담고 있는 여성 혐오와 자연 비하는 마치 숨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자연화된다. L 작가는 자신이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 우월을 표출한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차별, 폭력, 혐오 행위는 행위주체의 ‘의도성’ 여부에 의해서 그 부당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어라고 해서 또는 은유라고 해서 여성, 인종, 장애, 나이, 성적 지향, 특정 종교 등 어떤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 그룹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공적 세계에 발표되는 글들은, 그 장르가 무엇이든 그 글이 담은 가치를 확산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적 세계에서의 글과 말이란 이미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지닌다. L 작가의 비성찰적 변명과는 달리, 어느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한 비판적 수정작업을 한다. 시집 ‘여수’로 2018년 20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가 된 서효인 시인은, ‘여수’를 출간하면서 과거에 썼던 시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들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공장에 다니는 여공들’이 아니라, ‘공장에 다니는 젊은이들’로, ‘우리 모두 아줌마가 되면’을 ‘우리 모두 학부모가 되면’으로 바꾸었다(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이 왜 ‘여성혐오적’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젠더 문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 ●다층적 혐오 넘어 모든 생명 존중하는 세계로 또한 여성 혐오적 표현이 있는 시들 몇 편은 시집에서 아예 빼기도 했다고 한다. 문학작품이라고 해서 차별과 혐오의 면책 특권 영역이 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어떠한 종류의 글이든 이러한 비판적인 수정 작업의 대상임을 이 시인은 보여준다. “그때는 몰랐던 여성 혐오가 지금은 보여”서 빼거나 수정하는 비판적 인식 확장 작업은 문학, 종교, 철학,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는 ‘여수’에서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로 ‘시인의 말’을 매듭짓는다. 인류의 역사는 차별과 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임을 서효인 시인의 수정 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인류의 역사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발화의 주체’(speaking subject)는 남성이었다. 여성은 오직 ‘발화의 객체’(spoken object)로만 존재해 왔다. 사회의 중심부에 있는 이들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간주하는 주변부인들을 향한 언사가 비하적이든 혐오적인 것이든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좋은’ 글이란 지금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를 담고 있는 글이다. 그 글이 전하는 새로운 세계가 지금보다 나은 세계라는 것은, 다층적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배제를 넘어서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 모든 종류의 생명이 존중되는 세계, 그리고 나이, 계층, 생김새, 성별, 장애 여부, 피부색, 교육 배경, 또는 종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임을 의식 속에, 그리고 제도 속에 담아내는 세계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지금, 이 영화] 현실과 허구 사이, 로맨스의 민낯 보여주다

    [지금, 이 영화] 현실과 허구 사이, 로맨스의 민낯 보여주다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쉬운 방법이 있다. 굳어진 포지션을 서로 바꿔보는 것이다. 전통적 성 역할도 그중 하나다. 예컨대 연애를 둘러싼 고정관념, 남성이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여성은 거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뻔한 구도를 뒤집어보면 어떨까. 바로 그 작업을 정가영 감독이 영화 ‘밤치기’(Hit the Night)에서 한다. 이런 내용이다. 가영(정가영)은 영화 자료를 얻기 위한 인터뷰를 하겠다는 명목 하에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진혁(박종환)과 만난다. 물론 가영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진혁과의 하룻밤이다. 그녀는 슬쩍 그에게 묻는다. “오빠, 저 오빠랑 자는 거 불가능하겠죠?”정가영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비치 온 더 비치’도 이와 설정이 비슷하다. 헤어진 남자친구 정훈(김최용준) 집에 가영(정가영)이 갑자기 찾아와서 이렇게 졸라대는 이야기다. “우리 자면 안 돼?” 로맨스 작품에서 그간 이와 같은 노골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이를 반대로 돌려놓고 정가영 감독은 관객에게 질문한다. 재미있지 않으냐고 말이다. 분명 익숙한 것의 뒤바뀜이 가져다주는 전복적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진 한계 역시 뚜렷하다. 연인이 있는 상대방에게 한 번 자자고 들이대고, 이에 대한 거절 의사를 확고하게 밝힌 사람에게 매달리는 짓은 젠더에 상관없이 폭력적인 까닭이다. 기존의 남녀 성 역할을 전도시킨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밤치기’의 진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어떤가 하면 이 작품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지점을 탐색하는 동시에 예술 장르로서 영화가 지닌 의미를 나름대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부터 보자. 예컨대 영화를 연출하겠다는 극중 인물 가영은 당연히 실제 정가영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이럴 때 관객은 혼란스러워진다. 감독 본인이 같은 이름으로 주인공을 연기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해진 탓이다. 바로 그 사이 어디쯤에 당신이 바라는 리얼리티가 있다. 그런 메시지를 그녀는 영화 형식으로 전한다.이제 후자의 경우를 보자. 수많은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가영과 진혁은 상황극을 한다. 진혁이 죽은 가영을 면담한다는 설정이다. 그가 말한다. “다음 생에는 당신이 영화로 태어나면 되겠네.” 그녀가 대답한다. “그건 불가능.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 멋진 사람이….” 순간 두 사람은 문답을 이어가지 못한다. 불쑥 영화를 생각하는 가영의 진정성이 드러나서다. 세련된 답변이 아니면 어떤가. 영화는 멋진 사람만이 창작할 수 있는 예술품이라는 그녀의 정의는, 각종 추문 등으로 멋진 사람이 귀해진 요즘 영화계에 일침을 가한다. ‘밤치기’는 제목처럼 밤만 치지 않는다. 그래서 볼 만하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상사 성추행 고발한 날,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상사 성추행 고발한 날,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독방으로 책상 옮겨져… 동료들도 외면” “어렵게 입 뗐지만 신고 늦었다 책망 뿐” 회사·피의자 상대로 ‘외로운 법정 싸움’ 유리벽 모형 밀어내자 객석 응원 봇물 청소년 ‘스쿨미투’ 권력형 성폭력 비판 전국 실태조사·학생인권법 제정 요구“직장 상사의 성추행을 고발한 후 저는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책상은 독방으로 옮겨졌고 동료들도 저를 외면했습니다. 더 이상 혼자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도록, 저처럼 갇히는 사람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어렵게 말을 이어간 A씨는 사방에 설치된 유리벽 모형을 손과 발로 힘껏 밀어냈다. A씨와 객석을 막고 있던 벽이 차례로 무너지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잘했다” “힘내요” 같은 응원도 나왔다. A씨는 입사 한 달 만에 상사로부터 신체 접촉 등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몇 달 침묵하다 용기를 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피해를 일부 인정받았다. 그러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회사는 A씨의 업무 공간을 유리 창문으로 막힌 방으로 옮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동료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 ‘유리 감옥’에 고립된 A씨는 회사와 피의자를 상대로 법정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생존자의 자리’ 행사가 열렸다. A씨 등 성폭력 피해 생존자 4명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치유의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2003년 시작된 이 행사는 14번째를 맞았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1주년 즈음에 열린 탓인지 100여개의 객석이 꽉 찼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은 어느 국가보다 강렬했지만, 역풍도 컸다. 특히 ‘미투’ 이후 일각에서는 “고발 시점이 늦었다”며 피해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생존자들은 이런 인식을 비판하며 “피해 고발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두 차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B씨는 “피해를 당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모범생인 가해자 대신 나를 믿어줄 사람도 없었다”면서 “어렵게 입을 뗐지만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냐는 책망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고발 후 이들은 또 다른 편견에 직면했다. B씨가 성폭력 피해 이후 트렌스젠더 정체성을 선택하자 주변에서는 “성폭력을 당해서 그렇게 된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피해를 숨기는 성소수자가 많을 것”이라며 “트렌스젠더 남성이자 피해 생존자인 내 정체성을 찾고 싶다”고 했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으로 30년간 미혼모로 살아온 C씨도 “나는 취업도 못 했고 아이를 호적에도 못 올렸지만, 이제는 사회가 미혼모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 미투 집회에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제목으로 열린 이 집회에는 전국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개 단체와 일반 참가자 25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교내 권력형 성폭력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생은 “운동부 코치가 음담패설을 즐기며 남학생들에게 지나가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더듬고 오라고 시켰다”면서 “결국 빈 교실에 끌려가 강간을 당해 지금 법정 싸움 중에 있으나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스쿨 미투가 처음 촉발된 용화여고 졸업생 박재영(23)씨는 “교내 성폭력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서 “교사 몇 명의 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정기적 페미니즘 교육 실시,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 실태조사 및 규제와 처벌 강화, 사립학교법 개정 및 학생인권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오는 18일에는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가 열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탁현민, 거취 질문에 “쓰임이 있을 때까지 남는 게 도리”

    탁현민, 거취 질문에 “쓰임이 있을 때까지 남는 게 도리”

    지난해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탁 행정관은 거취 문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쓰여야 한다면 쓰임이 있을 때까지는 그에 따르는 게 제 도리”라고 답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영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탁 행정관에게 1심과 같은 벌금 70만원을 2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정도가 경미하고 대통령 선거에 미친 영향도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탁 행정관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5월 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열린 ‘프리허그’ 행사 때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홍보 음성을 배경음향으로 튼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확성기나 오디오 기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이 행사는 문재인 후보가 사전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율이 25%를 넘기면 홍대 거리에서 프리허그를 약속한 데 따라 진행됐다. 검찰은 또 탁 행정관이 투표 독려 행사용 장비와 무대 설비를 ‘프리허그’ 행사에 그대로 사용한 것은 그 이용대금만큼 문재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라고 보고 탁 행정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한 뒤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그 판단이 맞다고 봤다. 선고가 끝난 뒤 탁 행정관은 거취 문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의지는 이미 말씀드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여야 한다면 쓰임이 있을 때까지는 그에 따르는 게 제 도리인 것 같다”면서 “제 의지보다 우선되는 게 있다. 우선하는 것에 따라 저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행정관직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걸 모르겠다. 어쨌든 제 의사는 말씀드렸고, 제가 결정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탁 행정관에게 일부 시민은 “첫눈 올 때가 됐으니 나가라”는 등의 말을 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30일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탁 행정관은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에 (청와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7월 1일 탁 행정관의 사의를 반려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탁 행정관에게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면서 “사의를 간곡하게 만류했다”고 밝혔다.청와대가 탁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자 여성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탁 행정관은 저서 ‘남자마음설명서’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등의 표현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공동저자로 참여한 다른 책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등의 표현으로 지탄을 받았다. 탁 행정관은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제목의 책에서도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클럽으로 이어지는 일단의 유흥은 궁극적으로 여성과의 잠자리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거나 전제한다. 이러한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예절과 예의의 나라다운 모습이라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써 논란이 됐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7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탁 행정관을 청와대에서 보호하는 이상 젠더폭력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와 같은 같은 ‘낭만적’ 수사는 성폭력 사실을 지우고 가해자를 감싸주는 강간 문화를 강화할 뿐이다. 고위 공직자의 왜곡된 젠더의식을 관용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성도 위인이 될 수 있나요” 프랑스 여성 사회학자의 진단

    “여성도 위인이 될 수 있나요” 프랑스 여성 사회학자의 진단

    교보문고가 대산문화재단,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새달 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프랑스 사회학자 크리스틴 데트레즈(Christine Detrez) 초청 강연을 연다. ‘2018 교보인문학석강-프랑스 석학 초청’ 시리즈의 세번째 행사다.크리스틴 데트레즈는 현재 리용 고등사범학교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며 문화 및 젠더 사회학 분야의 도서를 다수 집필했다. 사회학 연구와 소설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201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저서 ‘여성은 위인이 될 수 있을까?’를 통해 여성의 대학 입학률이 남성을 앞서고 있음에도, 여전히 유명 여성인의 수가 적은 이유와 보다 평등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탐구했다. 강연은 저서 내용을 중심으로 청중과의 질의응답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프랑스 석학 초청 시리즈는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저명 인사를 초청해 데이터 개방, 페미니즘, 건축, 교육 등 양국의 현실과 맞닿은 주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우호증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연은 새달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개최되며, 참가 신청은 인터넷교보문고 문화행사 홈페이지 또는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참가비는 없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성숙한 ‘아시아의 별’ 보아요

    성숙한 ‘아시아의 별’ 보아요

    가수 보아(32)가 신곡 ‘우먼’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음악만큼 당찬 이미지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여성’이란 키워드를 전면에 내건 것은 2005년 5집 타이틀곡 ‘걸스 온 탑’ 이후 13년 만이다. 보아는 지난 24일 정규 앨범으로는 3년 만에 9집 ‘우먼’을 발표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등 총 10곡의 수록곡을 통해 데뷔 19년 차 아티스트가 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 ‘우먼’ 등 6곡을 작사했고 4곡의 작곡에 참여했다.  ‘모든 게 나에게 여자가/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 더 이상은 참지 말아’라고 외치던 스무 살 소녀는 ‘이젠 알아 진짜 필요한 그것/ 내면이 강한 멋진 나인 걸’이라며 조금은 부드러워진 어조로 성숙한 여성상을 말한다.  보아는 이날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아티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누군가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장점을 찾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이 이슈로 떠오른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녀가 동등하기 때문에 인류가 공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젠더 이슈를) 의식해서 가사를 썼다기보다는 한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멋진 노래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댄서들에게 의지해 물구나무를 선 채 또각또각 걷는 모습이 강렬하다.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여러 연령과 인종의 여성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2000년 데뷔한 보아는 이듬해 일본 진출을 했다. ‘케이팝’이란 용어도 없던 시절 한국 가수 최초로 현지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아시아의 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다가오는 데뷔 20주년을 어떻게 즐겁게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팬분들게 좋은 음악을 들려 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아는 26일 KBS2 ‘뮤직뱅크’에서 ‘우먼’과 자작곡 ‘홧김에’로 첫 컴백 무대를 갖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 한부모가족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한부모권익증진 포럼 참석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초1)은 지난 24일 오후 오디토리움에서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의 주관으로 개최된 “「한부모가족의 일·생활 균형」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한부모권익증진 포럼 ‘한부모에게 워라밸은 있는가?’”에 참석하여, 한부모가족의 권익증진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일·가족 양립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의회 김혜련 위원장과 서영교 국회의원실,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대문지회, 커리어플러스센터, 한국두리모지원협의회의 주최와 롯데지주회사의 후원으로 진행되었으며,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과 성정현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미선 여성장애인통합보호시설 소빛 상담원이 주제발표를 맡았고, 김도경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오수미 사단법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대문지회 회장, 안경천 서울특별시 가족지원팀 팀장, 장명선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교수, 오성수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회 사무국 상무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서울시는 현재 전체가구의 11%가 한부모가족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서울시에서 한부모가족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및 정책제안 등을 통해 대한민국 한부모가족의 복지향상에 기여 할 수 있는 선도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한부모가족은 여전히 일과 생활의 균형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어려움은 더 이상 한부모가족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서의 인식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생활균형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족의 열악한 현실을 파악하고 한부모당사자 및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 등 한부모가족의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 함께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라며 서울시의회도 한부모가족들의 일·생활균형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이 조금더 편안해 질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습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현웅의 공정사회] 사라진 젠더

    [문현웅의 공정사회] 사라진 젠더

    일반적으로 모체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돼 태아는 남성과 여성별로 각기 다른 성염색체를 갖고,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 생식기와 이어서 외부 성기가 형성 발달해 출생한다. 출생 후 성장 과정에서 심리적·정신적인 성이 출생 시 확인되는 성염색체 및 내부 생식기, 외부 성기와 일치해 남성 이나 여성 중 하나를 나타내므로 이 경우 성염색체를 기준으로 성을 결정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 성기 등 생물학적 요소에 따라 결정해 왔다.그러나 근래에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 성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다. 이와 같이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을 젠더(Gender)라고 한다. 대법원은 1996년 “사람의 성은 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내부 생식기와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정신적인 성과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1996년 6월 11일 선고 96도791 판결). 이는 성의 결정에서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즉 대법원도 ‘젠더’를 성 결정 기준의 주요 요소로 인정한 것이다. 한편 가족관계 등록과 관련한 동성 결혼에 대해 법원은 2016년 “(중략)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를 넘어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확장하여 해석할 수 없으므로 현행법의 통상적인 해석으로는 동성인 신청인들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중략)”다며 현행법 테두리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서울서부지법 2016년 5월 25일자 2014호파1842 결정). 즉 구청에서 접수를 거부한 동성 결혼 신고를 법원이 불인정한다고 확인했다. ‘혼인’을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을 가리킨다는 위 법원의 입장을 일부가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을 ‘혼인’이라고 규정한다면, 여기에서 ‘남녀’의 성을 결정할 때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만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96년 이미 대법원이 성의 결정 기준에서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요소인 젠더를 함께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996년 대법원이 성의 결정 기준을 밝힌 사안은 동성 결혼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성전환 수술을 한 남성의 성별 정정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미 승인된 성이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이 정정되지 않아 법률상으로 승인되지 않은 성이라고 하여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법을 매우 형식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로 볼 수 있다. 동성혼의 허용 기준을 ‘남녀’를 규정할 때 단순히 생물학적 요소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생물학적 성은 남성이지만, 사회적으로 승인된 성이 여성인 생물학적·사회적으로 승인된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해 혼인하는 것, 또는 그 반대 경우에도 혼인 허용과 관련해 젠더적 요소를 주요하게 고려해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동성 결혼과 관련한 법원의 태도에서는 아쉽게도 ‘남녀’의 성 결정은 생물학적 요소만을 고려한 나머지 젠더적 요소를 고려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대법원이 이미 성의 결정 기준의 주요한 요소로 인정한 젠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 범죄예방 24시 안심망 시스템 구로구 스마트폰 ‘안심이’ 운영

    서울 구로구는 범죄 예방과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24시간 안심망 시스템인 ‘안심이’ 사업을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구로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U구로 통합안전센터, 스마트폰 ‘안심이’ 앱을 연계해 위기상황 발생 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안전 원스톱 서비스다. 가입자가 위기상황 때 앱을 실행한 뒤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U구로 통합안전센터로 접수되는 방식이다. 이후 센터에서는 지역 CCTV 2746대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현장상황과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위기상황으로 보이면 경찰에 상황을 전파하고 경찰 출동도 이뤄진다. 구로구는 높은 범죄발생률을 보이는 밤늦은 시간대에는 전담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운영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안심이 앱 설치 후 회원가입만 하면 여성, 어린이, 청소년, 치매 어르신, 독거 어르신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긴급신고 외에도 안심귀가 모니터링, 안심귀가 스카우트, 젠더폭력 예방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성 구청장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안전도시를 만들겠다”며 주민들에게 많은 서비스 이용을 당부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트럼프 보수 표심 겨냥… “생물학적 性만 인정할 것”

    트럼프 보수 표심 겨냥… “생물학적 性만 인정할 것”

    ‘트랜스젠더 배제’ 性 정의 축소법 추진 140만 성전환자 군복무 제한 이어 강수 핵심 지지층인 백인 기독교도 결집 의도 美언론 “인구 0.7% 보호·평등 가치 후퇴” 성소수자들 SNS에 “지워지지 않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연방법인 ‘타이틀 나인(IX)’에 담긴 성(性)의 의미를 ‘출생 시 결정된 생물학적 성’으로 축소 정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타이틀 나인은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등 학교 내 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월 성명에서는 “LGBTQ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동성애자)의 권리를 계속 존중하고 지지해 나갈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서명한 ‘직장 내 LGBTQ 차별 금지에 관한 2014년 행정명령’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내 140만명에 이르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내놓았다. 이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등 보수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한 미 보건복지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성(性)을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된 생물학적, 불변의 조건’으로 축소 정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각 부처의 관련 규정에 새로운 성 정의를 채택하도록 촉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연내 이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을 거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모에서 “명확하고 과학에 기초하고 객관적인 생물학적 토대에서 결정된 명백하고 균일한 성 정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에 관한 모든 논쟁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메모는 지난 봄 이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호 조치를 되돌리는 가장 과감한 움직임”이라면서 “교육현장은 물론 의료, 복지 혜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관용과 평등의 가치가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단체인 ‘트랜스젠더 평등을 위한 내셔널 센터’의 하퍼 진 토빈 정책국장은 “수많은 연방법원의 결정(판결)과 모순되는 극도로 공격적인 법률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콜로라도, 뉴욕, 캘리포니아, 메인, 워싱턴DC, 오리건 6개 주가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제3의 성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지워지지 않을 것’(#WontBeErase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한편 미 군사역사학자이자 보수 논객인 맥스 부트는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보수적인 선동을 일삼는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2018년 선거는 ‘캐러밴’(지난 12일 온두라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반(反)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화여대, 26일 차별금지법 세미나 개최

    이화여대, 26일 차별금지법 세미나 개최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소장 유니스김)는 26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이화여대 법학관 405호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세미나를 연다.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살펴보는 이번 세미나에서 한지영 이화여대 법학 박사가 ‘미투 이후, 다시 ‘성’차별금지법을 말하다’, 김명수 홍익대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배경과 개선방안’, 조혜인 변호사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개념, 실태와 법 제정 방향’,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 은평구,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가정폭력예방 동화책 펴내 ‘눈길‘

    은평구,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가정폭력예방 동화책 펴내 ‘눈길‘

    최근 중대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동 학대를 예방하려는 서울 은평구의 세심한 행정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가정 폭력 예방 동화책을 펴내면서다.은평구가 제작한 동화책 ‘누가 화를 내?’는 만 5세 미만의 아이들과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가정 내에서 무지나 인식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엮였다. 구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82.6%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듯,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양육기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 폭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특정한 편견을 배제해 가정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구는 교재 개발 단계에서 은평구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산하 가정폭력대응팀의 의견을 듣고 시민참여 젠더거버넌스의 모니터링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은평가정폭력상담소에 자문을 받아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교재는 관내 16개 동주민센터에 배포돼 복지플래너가 개별가정을 방문할 때 활용될 예정이다. 은평구 보건소 모자보건센터와 예방접종실, 육아종합지원센터, 라온장난감나라, 건강가정지원센터, 세계문화체험카페, 은평구립도서관 등 영유아 가정이 자주 찾는 공간에도 비치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번에 펴낸 책은 가정에서 주 양육자로부터 폭력 예방 교육이 아동에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며 “모든 세대의 구민들이 가정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와글와글+] 서류상 男인 트랜스젠더 女범죄자, 어느 교도소 가야 할까?

    [와글와글+] 서류상 男인 트랜스젠더 女범죄자, 어느 교도소 가야 할까?

    생물학적·법적으로 여전히 남성인 범죄자가 여성 교도소에 수감돼 논란이 일었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남성으로 태어난 캐런 화이트(52)는 여성들을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범죄를 저지른 뒤 현지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 교도소로 옮겨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인정해 그를 여성 교도소로 이감했다. 여성 교도소로 옮겨진 후부터 그는 여성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었으며, 가짜 가슴을 몸에 착용하는 등 진짜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 그는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 2명을 성폭행했고, 여성 재소자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남성성을 드러내는 등 여성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았다. 이 문제가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그와 한 교도소에 있던 여성 재소자들은 그를 ‘포식자’라고 부르며 공포와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그에게 과거 여성 성폭행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자 전역에서 법무부의 이감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현지 법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했으며, 그에게 남성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살 것을 명령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연리뷰] ‘고막 연인’ 마성에 2만 청중 숨 멎었다

    [공연리뷰] ‘고막 연인’ 마성에 2만 청중 숨 멎었다

    ‘신이 내린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가만히 선 채 절제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레이 미 다운’을 부르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이 마치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고요해졌다. 2만명의 청중은 그의 목소리를 귀에 담아 간직하려는 듯 노래에 집중했다.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샘 스미스(26)가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내한공연에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명품 보이스 못지않게 관객을 매혹하는 무대 매너도 돋보였다. ●~ 레이 미 다운·원 라스트 송 등 100분 가득 채운 명품 보컬 “서울!” 예정된 시간이 10여분 지났을 때 샘 스미스가 밝은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이렇게 외치며 무대 위에 등장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원 라스트 송’으로 공연을 시작한 그는 이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아임 낫 디 온리 원’을 이어 갔다. “싱 위드 미”라는 외침으로 떼창을 유도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 앞 관객들에게 애교 섞인 손짓으로 사랑스럽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샘 스미스는 두 곡을 끝낸 뒤 정식으로 인사했다. 그는 “이곳에 온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사방으로 손을 흔들면서 “헬로”를 연발했다. 이어 “이틀 동안 서울을 돌아다녔는데 정말 아름답고 놀라운 도시였다”며 “내 음악은 가끔은 우울하고 슬프지만 오늘 밤은 당신들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 싱 비코즈 아임 해피’를 부를 때는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그는 무대를 등지고 코러스와 함께 둥글게 서서 화음을 맞췄다. ‘너바나’, ‘라이팅스 온 더 월’ 등 잔잔한 곡을 부를 때는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미성이 더욱 빛났고, ‘머니 온 마이 마인드’, ‘라이크 아이 캔’ 등 밝은 분위기의 곡에서는 귀여운 율동을 곁들이며 무대를 즐겼다. ●세션과 코러스, 깊은 감성 전달한 또 다른 주인공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세션과 코러스였다. 여러 노래의 적지 않은 부분이 코러스에게 할애됐고 그들의 솔 넘치는 목소리에 공연은 훨씬 깊고 풍성해졌다. 샘 스미스는 공연 중간에 “놀라운 친구들”이라며 이들 9명을 소개했다.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가벼운 볼키스를 하면서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 ‘투 굿 앳 굿바이스’가 끝나고 샘 스미스가 무대 아래로 사라지자 관객들은 큰 소리로 앙코르를 외쳤다. 곧바로 등장한 그는 ‘팰리스’, ‘스테이 위드 미’, ‘프레이’ 등을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명품 보컬부터 무대 매너까지 완벽한 공연이었기에 1시간 40여분의 짧은 공연은 아쉬움이 더 컸다.●한국 이름 ‘심희수’ 선물받아… 서울 투어 SNS 공유 화제 그는 공연에 앞서 이틀간의 서울 여행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해 한국 팬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 홍대 인근에서 새 문신을 새기고 광장시장에서 산 낙지를 먹는 등 평범한 외국인 관광객 같은 모습을 보였다.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는 한글날 공연을 기념해 ‘심희수’라는 한국 이름을 선물했다. 그 이름이 적힌 부채를 들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채 남긴 인증샷도 화제가 됐다. 그는 과거 “스스로가 남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여자라고 느낀다”면서 젠더퀴어로 커밍아웃한 바 있다. 그가 성소수자로서 겪은 고뇌는 그가 만든 노래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날 공연은 그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두 번째 정규앨범 ‘더 스릴 오브 잇 올’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샘 스미스는 오는 12∼15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 28일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 간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실천이 중요한데… 국회 ‘미투 대책’ 지지부진

    한국당 전국 17곳 신고센터 설치 전무 민주당도 준비중… 전문가 “인식 부족” 지난봄 정치권을 뒤덮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따라 잇따라 발표됐던 성폭력 근절 대책이 반년이 넘도록 유독 실천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가 준비했던 국회인권센터 설치는 규모가 축소됐고 각 당이 발표한 대책 중 실행되지 않은 것도 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성희롱·성폭력 상담 외부 전문가 2인을 포함한 국회인권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원래 계획과는 달리 외부전문가 1명만을 지난 1일 채용했다. 사무실 공간이 마련되는 대로 상담 업무를 할 예정이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3월 2명의 인권전문가가 국회의원, 국회 직원을 대상으로 성 인권을 포함한 인권 전반에 대한 고충 상담 등을 할 수 있는 사무총장 직속 독립 기구인 국회인권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된 국회 사무처 직제 일부 개정 규칙 안은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당초 예정된 2명의 전문가 대신 1명만을 채용했다. 피해자를 상담하고 징계위원회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예정보다 줄어든 것이다. 당시 운영위에선 인력 충원에 따른 예산 부담이 지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속내는 성희롱, 성폭력 상담을 하는 인권센터 설치에 대해 여야 의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누구라도 의원으로부터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 의원들이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센터 설치 관련 규칙안은 지난달 말에야 국회운영개선소위에 상정된 상태다. 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 신설하기로 한 전국 17개 시·도당 ‘미투 성폭력 신고센터’도 지금껏 설치되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모든 시·도당에 외부 전문가를 두기에는 재정이 열악했다”며 “시·도당 여성 팀장, 고문변호사와의 협의하에 신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에 의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조사를 담당하는 상설 기구인 ‘젠더 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준비 중이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운영한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상설화하는 취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고상담센터가 상설화되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기본적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예방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당법상 구성원 수의 문제 등으로 아직 센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희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신고 상담센터 설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성폭력을 비롯한 인권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했다면 예산 문제만으로 미루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작가의 마음 후비는 난민·젠더, 지금 여기 있습니까

    작가의 마음 후비는 난민·젠더, 지금 여기 있습니까

    당면한 현실 문제와 문학의 역할을 고민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축제가 열린다.한국문학번역원은 21~28일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축제에는 국내 작가 16명, 해외 작가 14명 등 총 3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이번 축제의 테마는 ‘지금 여기 있습니까’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심보선 시인은 “젠더·난민 등의 이슈는 고심해서 나온 주제가 아니라 마땅히 다뤄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었다”며 “시대적 화두와 연결해 ‘지금 여기’ 문학이 처한 현실과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개막식은 21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정원에서 열린다. 작가들은 23~26일 연희문학창작촌, 더숲(노원문고), 순화동천 책박물관, 최인아책방에서 젠더·사회적 재난·디아스포라·개인vs시스템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다. 23일 오후 8시에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24~27일에는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작품 낭독 행사가 개최된다. 무대연출을 맡은 이근욱 다랑어스토리 감독은 “작품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영상과 노래, 전문 배우들의 공연을 곁들여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내 작가로는 소설가 공지영·김희선·박솔뫼·이인휘·장강명·정지돈·표명희, 시인 김근·김혜자·김현·박소란·박준·신해욱·심보선·오은·장석남이 참여한다. 해외 작가로는 소설가 크리스 리(미국),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콜롬비아), 진런순(중국) 등과 시인 조엘 맥스위니(미국), 브뤼노 두세(프랑스), 발레리에 메헤르 카소(멕시코), 하미드레자 셰카르사리(이란) 등이 함께한다. 참가 신청은 축제 누리집(www.siwf.or.kr)과 네이버 예약(booking.naver.com)을 통해 받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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