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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요즘 ‘여자라면 자고로’, ‘여자가 감히’와 같은 구태의연한 말을 꺼낸다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터다. 세상에 ‘여자니까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여성을 옭아맸던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다움’을 버리지 않고, 남들의 눈엣가시가 되길 꺼리지 않는 ‘만만찮은 여자들’ 덕분이다. 저자가 정의한 ‘만만찮은 여자들’이란 “자신의 필요와 열정과 목표가 주변 사람들의 필요나 열정, 목표 못잖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자 “자기에게 주어지는 사회문화적인 기대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지 않는 여자”다. 또 그들은 “자신이라는 인간을 온전히 실현하는 대가로 가끔은 남들을 언짢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그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뒤엎을 의지가 강해지기를 갈망하는 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9명의 여성 역시 그렇다.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과학자는 마음속에 품어 왔던 야망을 바탕 삼아 총리로 변신했고(앙겔라 메르켈),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이는 홀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했다(어밀리아 에어하트). 신체적인 고통과 위태로운 결혼 생활 속에서도 걸작을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스타 예술가로 거듭났고(프리다 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움츠리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어렸을 적부터 꿈꾼 배우가 됐다(라번 콕스). 그녀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깨달음은 하나로 모아진다. “아주 좋은 삶은 한 가지뿐이다. 당신이 원하고 당신이 직접 만드는 삶.”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아들입니다’ 남자로 성전환 한 딸 커밍아웃 도운 엄마

    ‘아들입니다’ 남자로 성전환 한 딸 커밍아웃 도운 엄마

    딸에서 아들로 변신한 자녀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 어머니가 화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와 CNN 등 외신은 트렌스젠더 자녀의 커밍아웃을 축제로 만든 여성의 사연을 조명했다. 미국 켄터키 주에 사는 헤더 런버그 그린(39)에게는 조금 특별한 자녀가 있다. 바로 지난해까지 19년간 딸로 살았지만 이제는 아들이 된 아드리안이 그 주인공이다. 아드리안 브라운(20)은 19살이던 지난 2018년 10월 가족들에게 남자로의 성전환을 선언했다. 헤더는 뜻밖의 이야기에 얼떨떨했지만 딸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처음 딸이 성전환에 대해 얘기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그러나 헤더는 딸의 결정을 존중했고 지난달 29일 스무번째 생일을 맞은 아드리안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녀는 마치 아기 백일 사진을 찍듯 아드리안에게 ‘It’s a boy'(아들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담요를 덮어준 뒤 이를 촬영해 아들이 된 딸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드리안은 핑크색 풍선을 터뜨리고, 좋아하는 파란색 풍선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으며 여성에서 남성으로서의 삶으로 전환됐음을 알렸다.  헤더는 아직 아드리안의 성전환 소식을 알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자식의 새로운 시작을 축제같은 방법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아드리안은 내가 아는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다. 아드리안이 딸인지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자녀이며 아드리안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안의 사진이 공개되자 4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새로운 출발을 한 아드리안과 그의 선택을 존중한 헤더에게 지지를 보냈다. 헤더는 “당신의 자녀가 다른 성으로의 전환을 결정했을 때, 어려운 길을 선택한 용감한 자녀를 그저 묵묵히 존중하며 새로운 삶을 축하하는 기념촬영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크래커총이 진짜라면”… 금지의 시대 꼬집다

    1960~1990년 주제… 13개국 100명 참가 탈식민지·독재·산업화 등 사회변화 유사“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였기에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하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언제나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어요.”(한국 전위 미술의 대가 김구림) “(수하르토)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제 입장을 대놓고 얘기할 수 없어서 총 모양 크래커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인도네시아 ‘신미술운동’ 주요 멤버 FX 하르소노) 금지의 시대에 무엇이라도 했던 예술가들. 외부로부터 이식한 게 아니라 철저히 자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망이 그들을 들끓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얘기다. 전시를 열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아시아센터가 4년여 동안 조사·연구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의 아시아 13개국 주요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이 이렇게 모였다.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시아는 탈식민, 이념 대립, 베트남전쟁, 민족주의 대두, 근대화, 민주화운동 등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경험했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국가들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 작용은 없었지만, 그들 간 예기치 않은 공명을 발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국가별 전시가 아닌 초국가적인, 비교문화적인 방식으로서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구조를 의심하다’, ‘예술가와 도시’, ‘새로운 연대’의 3부로 구성했다. 동시기 각국의 작가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유사한 표현 방식을 차용한 것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전시장 입구에서 한 무더기 핑크빛 총과 맞닥뜨린다. 인도네시아 작가 FX 하르소노의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다. 1965년 수하르토 통치 이후 1966년을 기점으로 표방한 이른바 ‘신질서’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예술과 미디어는 늘 검열 대상이었다.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는 부지불식 간 일상에 잠입한 폭력성을 크래커 총으로 은유했다. 독재정권이라는 정치상과 더불어 소비 자본주의 침투라는 달라진 경제상에 대한 두려움도 엿보인다. 전시장 한쪽에는 ‘0엔’짜리 모형 지폐가 자리한다. 1000엔짜리 모형 지폐를 제작했다가 통화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 작가 아카세가와 겐페이. 그는 이후 지폐에 ‘0’이라는 숫자를 의도적으로 삽입했다. 한국의 오윤 작가는 조선시대 불화를 차용해 물신주의를 ‘지옥’에 비유했다.(‘마케팅Ⅰ: 지옥도’) 군데군데 인간 군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이 그림에서 펄펄 끓는 물에 내던져지는 화탕 지옥은 휘발유 제품명 ‘CX3’, 거대한 나무 판에 짓이겨지는 석개 지옥은 코카콜라와 연계된다.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의 메타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옥도 옆에는 콘돔을 씌운 콜라 유리병이 자리한다.미술관의 큐레이팅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가령 관객이 무대 위에 앉은 오노 요코의 옷을 자르는 영상 ‘컷 피스’는 당대에는 폭력과 전쟁(특히 베트남전쟁)에 대한 항의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엔 페미니즘 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시 말미 ‘젠더와 사회’에서 만나는 ‘생각하는 누드’에서는 필리핀 여성미술연대 ‘카시블란’ 창시자인 줄리 루크가 제왕절개수술의 상처가 역력한, 모성 경험으로서의 자기 신체를 드러낸다. ‘폭력’과 ‘모성’이라는, 여성의 신체에 각인된 제각기 다른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를 보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이 외부나 서구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 자각, 이전과 다른 예술 태도, 새로운 주체 등장을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미술관 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제1·2전시실, 중앙홀을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에 각 나라 역사를 되새기느라 작품들 앞에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음미할 것을 추천한다. 오는 5월 6일까지.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상습 성추행 교수 정직 3개월에 그친 젠더 감수성 낙제 서울대

    서울대에서 다시 권력형 성추행이 확인됐다. 또한 대학의 성인지 감수성 및 인권의식 역시 낙제점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생이 지난 7일 대자보에서 자신의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4년 동안 지도교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는 외국학회 출장 동행을 강요하고, 호텔방으로 불러들여 술을 강권해온 사실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위를 해왔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울대 인권센터 등은 학생들과 직원 등 17명의 진술 조사 등을 통해 위계에 의한 상습적 성폭력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본부에서 가해 교수에게 내린 징계는 파면, 해임 등이 아닌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한국 사회는 지난해 초 시작된 미투운동(나도 피해자다)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낙후된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한 갈등과 홍역이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후배검사 성추행,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력, 조재범 전 빙상코치의 당시 국가대표였던 미성년자 제자의 상습 성폭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미투 증언 사례로 사회가 인권의식을 조금씩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사례는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벌어졌고, 이를 엄벌해야 할 학교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가해 교수는 자신의 잘못이 확인되고서도 적반하장으로 제자인 석사과정 대학원생 2명과 시간강사 1명 등 총 3명을 경찰에 고소해 대학 공동체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 초 새로 취임한 오세정 총장은 이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하고, 위계에 의한 상습 성폭력이 확실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2011년 법인화 이후 즉각 제정해야 했지만, 7년 넘게 미뤄왔던 교원징계규정의 공백 상황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미국의 트랜스젠더 고등학생들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심각한 ‘왕따’를 당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 유명잡지 에보니는 지난 5일(현지시간) ‘소년들이 학교에서 그녀를 죽이려고 위협했다’는 기사에서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왕따뿐 아니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학생은 “나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은 계속 나를 위협하고 밀어붙였다”면서 “자살 충동과 우울증 등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 내에서 그들의 인권 유린 등이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 연방질병통제국(CDC)가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고등학생 중 약 2%가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CDC 관계자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트랜스젠더 숫자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 성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DC가 메릴랜드와 매사추세츠, 미시간 등 10개 주와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 교육구의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94.4%는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1.8%는 ‘자신의 트랜스젠더’라고 밝혔고, 1.6%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즉 3.4%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네소타주 9~11학년(중3~고2) 학생 8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널 메디아트락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가 트랜스젠더 등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연구 관계자들은 개인신상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샤이’ 응답자를 고려한다면 훨씬 많은 학생이 트랜스젠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학생은 일반적으로 자살 충동이나 시도, 각종 폭력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메디아트락스 관계자는 “트랜스젠더나 성 소수자들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이들 청소년을 위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 40~50대가 친구들을 만나면 언급을 피하는 주제가 있다. 정치와 20대 젠더 이슈다. 사회·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정치 얘기를 꺼냈다가 사이만 틀어진 경우가 왕왕 있어 민감한 정치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20대 젠더 이슈가 그 상황이 됐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이 경우에는 딸 가진 부모냐, 아들을 둔 부모냐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딸 둔 엄마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성희롱과 성폭력이 여전하고, 취업과 승진, 육아 등에서 차별이 심하다며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러면 아들을 둔 엄마는 초등학교부터 아들이 기를 제대로 못 펴고, 중·고교, 대학의 평가방법이 여자에게 유리해 진학과 취업에서 밀린다고 말한다. 행여나 학교폭력에 걸려 입시에서 피해를 볼까봐 아들에게 조심 또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도 한다. 남학생이 군대에 간 사이 여학생은 스펙 쌓고 직장에 척척 들어가는데 아들은 복학생으로 학교에 적응하고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 안간힘 쓰는 게 안쓰럽다며 한숨을 쉰다. 아들 또래 남자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 이르면 잘못은 기성 세대가 해놓고 아들 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면 딸을 둔 엄마는 취직할 때까지, 딱 그때까지라고 대꾸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얘기가 나가면 분위기가 싸해져 한 번은 몰라도 젠더 얘기를 두 번씩은 꺼내지 않는다. 서로 불편해지니까 아예 피한다. # 몇 달 전 만난 한 지인은 이런저런 얘기 끝에 20대의 젠더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대학생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고민하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단다. 비슷한 얘기를 며칠 전 남성 지인에게도 들었다. 우리 때도 비일비재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요즘 20대가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맞다. #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왕따’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근에 회식에 평일에는 거의 아이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들. 오십 줄에 들어선 대기업 임원인 A씨는 오랜만에 20대 딸과 얘기라도 할라치면 ‘가부장제’ ‘꼰대’ 등으로 부르며 방으로 들어가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란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젠더 갈등’의 몇몇 사례다. 만나는 사람마다 젠더 갈등, 특히 20대의 젠더 갈등이 왜 이렇게 심해졌는지 걱정스럽다고들 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면서 그동안은 여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25% 포인트까지 벌어지자 20대 남성이 왜 화가 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젠더 이슈만이 아니라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대의 의식과 정책 수요에 화답하는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20대의 젠더 인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탈코르셋운동과 혜화역 시위를 둘러싼 남녀 간 현격한 인식차 등 첨예한 젠더 이슈들은 정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할 과제다. 연구원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남성 응답자가 69.7%,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남성도 43.6%로 나타났다. 젠더 갈등을 풀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언론도 사건을 너무 쉽게 남녀 갈등으로 접근하기보다 원인을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인종·종교·성소수자·민족 등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자제하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 일부에서는 위선으로 공격받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차별·증오 발언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젠더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군복무 등이 걸린 복합적인 문제다. 서로 피해자라며, 생각이 다르다며 입을 꾹 다물고 외면할 게 아니라 터놓고 얘기하고 듣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kmkim@seoul.co.kr
  • ‘평화·장애·인류’를 위하여… 노벨상 수상자·석학들 평창으로

    ‘평화·장애·인류’를 위하여… 노벨상 수상자·석학들 평창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은 세계인들에게 평화와 문화올림픽으로 각인됐다. 꼭 1년 만에 그때의 감동을 재현하는 ‘어게인 평창’ 행사가 열린다. 다음달 7일부터 17일까지 평창·강릉을 중심으로 강원 지역 곳곳에서 다채롭게 마련된다. ‘하나 된 열정, 평화와 번영으로!’를 슬로건으로 펼쳐져 평창동계올림픽의 이슈였던 ‘평화’와 민족의 염원인 ‘번영’을 담아낸다. 성공한 문화올림픽의 성과를 기념해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열리고, 평화·장애·지구인류를 테마로 한 ‘평창포럼’을 개최해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치를 높인다. 서울신문이 3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세계 석학들이 참여해 평화와 장애, 지구인류를 심층 있게 토론하는 포럼의 의미는 무엇인지, 문화 행사는 어떻게 펼쳐지는지 들어봤다.동계올림픽의 함성이 잦아든 평창에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평창포럼’을 연다.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개최된다. ‘평화포럼’ 외에 ‘장애포럼’과 ‘지구인류포럼’이 순차적으로 펼쳐져 심층 있는 토론이 진행된다. 우선 피스위크(평화 주간) 동안 열리는 평화포럼은 ‘평창에서 시작하는 세계평화’를 큰 주제로 군축, 빈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경제, 생태, 스포츠, 젠더, 인권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와 강원도, 평창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최하고 2019평창평화포럼운영위원회와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주관한다.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박현정 강원도 관광마케팅과 관광산업팀장은 “평화포럼은 1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과 영광을 기억하고 평화올림픽으로 이뤄낸 한반도의 화해 무드와 세계평화 시작이 평창이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열린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과 핵이 아닌 평화를 얘기할 수 있게 됐고, 이게 ‘평창의 평화정신’이고 ‘평화’만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평화 활동을 위해 헌신해 온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단체 대표를 비롯한 많은 평화 활동가, 시민들이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평창에 모여 평화를 주제로 토론한다. 특히 폴란드 초대 직선 대통령에 선출된 레흐 바웬사가 이번 평화포럼에 특별 연설자로 참석해 세계평화의 중요성을 대변한다.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평화운동단체로 191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평화사무국에서는 리사 클라크 공동의장이 동참하고,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단체로 100여개 국가 468개 비정부기구(NGO)가 속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다쓰야 요시오카 대표가 포럼에 참여한다. 이 외에 조디 윌리엄스가 이끌며 199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과 빈곤 퇴치를 위해 일하는 소셜워치(Social Watch), 일본에서 설립돼 세계평화와 화해를 목표로 하는 피스보트(Peace Boat), 세계연방주의운동(WFM) 등 13개 세계 평화단체가 포럼에 참석해 관련 의제를 논의하고 2020년 평창평화의제2030 채택을 위한 기본안을 마련한다. ‘장애인의 권리와 완전한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주제로 한 장애인포럼도 열린다. 다음달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같은 곳에서 개최된다. 평창 장애인포럼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하고,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른 장애인의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의 이행과 연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강원 지역 18개 시·군을 비롯해 전국의 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장애인 인권 활동가,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 등 500여명이 참여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Leave No One Behind!)’을 만들기 위한 정책의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장애인의 완전한 지역사회 참여와 통합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기조 강연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통해 장애인이 보편적 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보장받은 권리를 어떻게 실천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한 포용적인 사회 구현’을 주제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사항인 장애등급제를 개선, 장애인 개인의 욕구에 따른 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발표한다. 주제 발표에서는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장애인의 삶 변화’를 테마로 보건복지부의 개편안과 장애인서비스 종합판정도구 도입으로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장애인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놓고 장애운동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 또 ‘중증 장애인의 노동권,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토론에서는 최근 고용노동부 정책을 통해 성인기 장애인의 사회참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고용 기회 확대와 중증 장애인의 노동권 실현을 모색하는 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지식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미래’(At the Limit of Our Knowledge, Starting into the Future)를 주제로 한 2019 평창지구인류포럼도 개최된다. 다음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존 배로 케임브리지대 교수, 메리 에블린 터커 예일대 교수, 마허 나살 유엔 협력국장, 필립 차워스 오스트리아 유엔 대사 등이 참여한다. 현 세대의 인류가 직면한 문제, 미래의 지구 환경에 대한 고민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인류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펼쳐진다. 급변하는 지구 인류와 현재 직면한 복잡 다양한 지구 문제를 인문·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지켜야 할 미래가치와 핵심 비전을 공유한다. 이 같은 문제 진단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세계시민에 대한 교육과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인류행동의 변화와 실천이 국제사회를 비롯한 실제 지역사회에서도 실현될 방안도 논의된다. 최 지사는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지만 세계인들이 모여 평화와 장애, 지구 인류를 토론하는 평창포럼은 인류의 미래에 큰 족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성범죄는 개인 아닌 집단적 가해… 잔인한 공동체 바뀌어야”

    “성범죄는 개인 아닌 집단적 가해… 잔인한 공동체 바뀌어야”

    “성범죄는 약자와 여성을 상대로 한 홀로코스트(대학살)입니다. 이제 공포와 수치로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아 온 잔인한 공동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서지현 검사는 1년 전 자신이 문을 열어젖힌 국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의미와 현실을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다. 서 검사는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지난해 1월 29일 공개 고발했다. 서 검사는 “1년 동안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고통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피해에 대한 조직적 은폐, 2차 가해, 피해자다움에 대한 요구, 흥미 위주의 언론 보도 등 가해자 처벌을 막는 장애물들 때문이었다. 서 검사는 “피해자의 고통은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한 공동체 때문”이라며 “성범죄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과 정의를 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계, 체육계, 교육계 등에서 성폭력을 고발해 온 당사자들도 미투 운동 1년을 함께 돌아봤다. 이들은 서 검사와 똑같은 문제를 각 분야에서 겪고 있었다. 극단 대표의 성추행을 고발해 처벌받게 한 연극배우 송원씨는 “2차 피해가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가 여전히 많다”며 “지역 문화 예술계에도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는 그는 “지역사회는 가해자와 학연·지연으로 얽힌 데다 공적 지원금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는 구조”라며 “생계까지 얽혀 있는 피해자들이 많아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 안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집회 기획자 양지혜씨는 “스쿨 미투가 지탱하지 못하고 유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스쿨 미투에 힘을 싣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은 80여개에서 30여개로 줄었고, 일부 학교는 징계 취소나 교사의 역고소 등으로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양씨는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력을 고발해 젠더 권력에 균열을 낸 건 성과”라며 “이 동력을 제도적으로 이어 가려면 전수조사 등 교육 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의 미투를 ‘혁명’으로 평가하며 앞으로는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순 미투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을 만들어낸 사회적 조건과 권력에 질문하기 시작했고,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투 운동 이후 통과된 법안들은 형량 강화 등 손쉬운 방법들일 뿐 비동의 간음죄 등은 제외됐다”며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요한 입법에 소극적일 것이 아니라, 미투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개인 칼럼] 이기흥 회장이 당장 물러나야 하는 세 가지 이유

    [개인 칼럼] 이기흥 회장이 당장 물러나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이 기사는 서울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의견을 담은 칼럼이라 개인 이메일을 크레딧에 담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여덟 가지로 설명하는 기사를 작성할까?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일주일쯤 됐을까 싶은 시점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그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촉구하는 기사도 많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는다.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이리저리 뒤엉킨 일이 많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주제넘게도 기자는 부러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기흥 회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자리를 보전해 봐야 식물 회장이다, 아무 것도 못한다,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또다른 모자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모자를 쓰며 정치적 개입 운운하며 버티겠지만 사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충분히 협의하면 문제 없는 대목이다, 등등 기자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를 감히 떠벌였다. 문체부 간부는 함정에 걸려들지 않았다. 대체로 여러 얘기를 듣는 편이었고, 다만 선거로 뽑힌 체육회 수장을 몰아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토로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이기흥 회장은 정성숙 용인대 교수를 선수촌 부촌장에 내정하는 등 전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 판을 짜기 위해 물러나야 할 그가 인사권을 행사하며 버티는데도 우리 사회는 움쩍도 못하고 있다. 무한 책임이 있는 문체부도 약점이라도 잡힌 듯 굴고 있다. 심석희(22·한국체대)의 용기있는 폭로와 유도 선수 출신 신유용(24)씨의 얼굴을 드러낸 미투 고백 이후에도, 여러 종목에 걸쳐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고 있고 전명규(56) 한국체대 교수가 이기흥 회장의 부끄러운 발언을 증언했는데도 그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아니 체육계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기자가 이기흥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정리해본다. 선수촌이나 여러 종목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극적인 이유가 아니라 체육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기 위해서 물러나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 회장을 비롯한 낡은 인물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체육은 수술과 혁신을 할 수 없어서다. 둘째는 허물어진 공신력과 구멍 난 리더십 때문에 그의 자리보전은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빙상연맹의 실력자 전명규 교수와 대거리를 하고 그를 어쩌지 못하는 체육회장이 어떻게 현 난국을 수습하고,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고 생활체육과의 통합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재임 기간 내내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견뎌내면 되겠지, 할 일이 아니다. 이번 사안은 잠시 떠들다가 잠잠해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셋째는 당장은 ‘내가 책임지지 않을 일인데 과다한 덤터기를 쓰는 것 아닌� � 싶겠지만 낡은 젠더 감수성을 지닌 세대의 퇴장을, 정치권과 특정 종교에 줄을 대고 의지했던 체육계 지도자들의 낡은 행태를 끊어내기 위해서도 결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사퇴 회견 자리에서 이 점을 명확히 제시하면 내년 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뜻깊은 일을 한 지도자로 두고두고 칭송받을 것이다. 김모, 이모 전 회장 등의 고견이나 영향력을 구하려 하지 않고 젊은 세대를 믿고 떠나도 된다. 일부에서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힘의 공백이 생기면 이를 수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등등 낡은 레코드판 같은 얘기를 늘어놓을 것이다. 그런 걱정 붙들어매도 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임병선 씀 aljajira@hanmail.net
  • [금요칼럼] 체육계 성폭력과 젠더 결손(gender deficit)/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체육계 성폭력과 젠더 결손(gender deficit)/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결손’이란 ‘어느 부분이 없거나 모자라서 불완전한 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결손가정’이란 말이 있었다. 부모 중 한편이 사망하거나 떠나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족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썼던 말이다. 지금은 이 단어의 차별적 의미를 알고 쓰지 않게 되었지만, 한때 결손가정이란 말은 개인의 가족 배경과 관련해 무서운 낙인을 찍는 말로 생각됐다. 경제적으로 ‘결손’이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금전상의 손실이 생기는 경우를 뜻한다. 역시 부정적인 의미다. 어떤 사람이 재정적으로 결손 상태에 있다면 그는 십중팔구 빚을 지거나 재산을 잃어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어떤 회사가 장기적인 결손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그 회사는 머지않아 심각한 채무 상태에 빠지거나 아예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조직에서 말단 직원들은 남녀가 비슷하게 모여 있지만 관리자나 경영진은 남성이나 여성 한쪽으로만 구성돼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직에서 주로 지휘나 명령을 내리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사람들은 관리자나 경영진이므로 조직의 제도나 문화, 관행은 그들의 성별 특성에 좌우되기 쉽다. 이를테면, 남성 관리자가 대부분인 회사에서 군대식의 상명하복 문화가 발달해 있다든지 회식 때 으레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여성이 관리자나 경영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군대보다는 아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회식 때 삼겹살보다는 파스타를 더 자주 먹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소소한 일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조직 속에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을 갖는 지도적 위치를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다면 조직에서 제도와 규칙을 만들고 구성원을 평가하고 상과 벌을 주는 사람은 남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옳다고 판단하는 행위와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행위, 옳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꼭 처벌할 필요는 없는 행위, 옳지 않지만 더 큰 목적(예컨대, 돈을 더 벌거나 더 많은 권력을 갖는 일)을 위해서는 눈감아 줄 수 있는 행위 등등 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남성 리더들의 경험과 인식에서 나온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적당히 넘어감으로써 더 큰 과실(과실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그들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늘 아름다운 과실만은 아니다. 통제되지 않는 폭력과 처벌받지 않는 범죄는 그늘 속의 독버섯처럼 넓고 크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탈과 범죄 행위에 대한 리더들의 침묵은 그것들을 덮으려는 목적의 더 많은 일탈과 범죄를 불러오기 쉽다. 빙상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갈지 끝을 알 수 없는 체육계의 성폭력 사건은 근본적으로 성별 불균형한 조직구조에 그 씨앗이 내재돼 있다. 선수는 여성이지만 ,감독도 코치도 트레이너도 남성인 조직에서 나이 어린 여성은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야 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그녀는 자기 삶의 주인공을 포기해야 한다. 승리를 움켜쥐기 위해 누군가가 자신을 움켜쥐어도 참아야 한다. 체육계의 성폭력 사건은 심각한 ‘젠더 결손’(gender deficit)의 당연한 결과다. 체육계 리더십 내부의 강고한 성별 불균형은 남성 지도자와 여성 선수라는 지위와 권한, 연령과 성별의 교차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는, 어쩌면 그전에 먼저 분노를 삼키며 링크를 떠나야 하는 수많은 여성 선수들을 낳았다. 조사도 중요하고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체육계 내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다.
  • 미 연방대법원 “성 전환자 군 입대 금지” 트럼프 손 들어줘

    미 연방대법원 “성 전환자 군 입대 금지” 트럼프 손 들어줘

    미국 연방대법원이 22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성 전환자)의 군 복무 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5 대 4의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군은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만 하고 미군 내 트랜스젠더가 가져오는 엄청난 의료비용과 혼란의 부담을 짊어질 순 없다”고 밝힌 뒤 8월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지침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뿐 아니라 현재 복무 중인 성 전환 군인에 대한 의료 혜택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버락 오바마 미 전 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성 전환자의 군 복무 허용 조치가 추진되면서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7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행이 6개월 미뤄졌고, 이후 아예 금지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인권 옹호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당 지침이 미 헌법에 어긋난다며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미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긴급심리 청원을 제출했고, 연방대법원이 이날 하급법원의 명령을 해제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 “여러 하급 법원이 전국적으로 시행 정지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군의 효율성과 능력을 저해하는 과거 정책을 1년 넘게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계속 법정에서 싸우겠다”면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균형추가 기울었다. 이날 나온 찬성표와 반대표 비율도 5대 4다. 미 랜드연구소는 2016년 현역 성 전환 미군의 수를 최대 6600명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역 군인들의 경우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는 등 일부 조건에 따라 계속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자정 능력 없는 체육계… 빙상연맹부터 해체하고 쇄신하라”

    “자정 능력 없는 체육계… 빙상연맹부터 해체하고 쇄신하라”

     “파문 이후 열흘이 지났는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 너무도 명백하다. 해서 빙상연맹을 해체하는 등 강력한 쇄신 의지를 안팎에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심석희(22·한국체대)의 용기있는 고백 이후 열흘 넘게 흘렀지만 정부나 대한체육회 대응에 여러 한계가 보인다며 18일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마주한 전문가 3인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임병선 선임기자가 사회를 본 좌담에서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성문정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이 아프게 지적한 내용들을 간추린다. 사회체육계의 현재 상황 보면서 힘들고 곤혹스러울 것 같다. 어떻게 보는지.  성문정한번 휘몰아치는 폭풍인 것 같다. 그동안 보면 6개월 정도 떠들썩하다가 흐지부지되곤 했다. 그 과정에 정부가 이슈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독립적인 기구나 역할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된다고 느낀다. 당사자인 체육회는 면피하고 적당히 몇 사람 문책하면 잊는 일이 되풀이됐다. 정부 대책을 보면 지극히 단편적이고 왜 우리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느냐는 본질을 보지 못한다.  최동호과거와 다른 조짐이 있긴 하다. 젊은빙상인연대란 선수 출신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자극적, 선정적으로 다루는 문제가 반복되지만 이참에 바꾸자고 목소리를 낸다.  함은주이번에 못 바꾸면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문별로 연대의 노력이 커지는 등 각오도 커졌고 의지도 결연해졌다. 이번에는 바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성문정체육회나 정부의 개선안 보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체육계가 여전히 내부적으로 문제를 풀고자 한다. 피해자만 떠나는 구조가 됐다.  지난 11일 안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윤리센터안 역시 제3의 기관일 뿐, 실질적 조사 권한이 없고 교육·홍보하는 기관에 불과하다. 최소한 사법경찰권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가해자 강제소환권도 없다. 인지했는데도 조사를 안하면 법적으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윤리센터만 던져놓았다고 볼 수 있다.  최동호 지난해 초부터 문체부에서 설문조사도 해 나도 사법 조사권을 부여하라고 촉구했는데 빠져 있다니 실망스럽다.  체육회 자정 능력 절대로 없다. 스포츠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일 수 있지만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 스포츠 권력의 교체가 필요하다.  함은주윤리센터를 요구했던 것은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 통제, 관리하고 지켜볼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길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인지, 한국 체육이 지향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논의하고 만들자는 것이었지, 이렇게 서둘러 만들자는 취지가 아니었다.  미국의 세이프 스포츠가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비슷하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권한을 위임받아 상담과 법률 지원 연결 뿐만 아니라 신고 접수, 교육하는 기관이다.  최동호자꾸 기구만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지금 인권센터와 선수위원회에 제대로 된 사람 앉히면 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빙상연맹 해체시켜라. 선수 선발 등록 등은 체육회에서 할 수 있으니 이런 의지와 강력한 시그널 보내야 한다.  국위 선양 붙잡고 여태까지 먹고산 분들은 메달만 따면 정부도 용인했기 때문에 군림할 수 있었다. 엘리트 스포츠 붙잡고 평생을 살아온 분이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까 버릴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 보며 절망했다. 이런 인물들이 남아있는 한 체육계는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함은주메달을 포기하고라도 바꾸겠다고 다짐한 것은 그동안 체육회가 메달만을 위해 매진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해한 셈이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에게 어느 동료 교수가 얘기했다더라. ‘네 말대로 해 다음 올림픽에서 20~30위로 떨어지면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정 교수는 ‘월드컵 본선 진출 못해도 의연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대꾸했다더라.  최동호70~80년을 이어온 주류 세력은 교묘하게 반격한다. 자신들 입지가 흔들리면 한국 스포츠의 위기라고 증폭시킨다. 평창동계올림픽이나 리우올림픽 때도 목표에 미달했다며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서 위기라고 한다.  시민사회가 이런 논리를 깨야 한다. 앞의 그 교수가 얘기한 책임, 아무일도 아니고 망하는 것도 아니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도 그 논리에 젖어 선수들을 운동 기계로 보고, 국위 선양의 관점에 익숙해 있다. 참여하거나 즐기는 게 아니라 박수 보내고 환호하다 국제무대에서 조금 처지면 실망하고 질타하는 식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본선 못 가도 상관 없으니 애들 데려다 때리고 공부 안 시키는 것 고쳐도 좋아, 이렇게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함은주그 출발은 남의 일이 아닌, 스포츠를 내 일처럼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최동호심석희와 스포츠 미투를 넘어 정말 판을 바꾸려면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 빙상연맹 해체다. 문제를 일으킨 게 한두 번도 아니다. 다시 출발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동계올림픽 등 아무런 문제 없다, 연맹 해체가 뭐 그리 큰일인가, 문제 없다, 다시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사회스포츠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인 것 같다.  최동호국가주의 대 개인주의 프레임, 엘리트 대 생활체육 프레임 만들고 싶다. 국민들도 국가주의 프로파간다에 세뇌돼 있으니 화두나 논란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책임있는 분들이 빙상연맹 해체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성문정빙상연맹 해체해도 선수 피해 갈 일 없다. 지금 결단할 때가 오긴 했다. 체육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기력하고 의지 없다고 보인다. 국민들이 체육회에 맡기면 안된다는 것 뻔히 알면서도 월드컵과 올림픽 때만 되면 미치고 거기에 묻혀 그냥 놔둔다.  모든 특혜 누리며 밥만 먹으며 그거 하라고 하고, 그것밖에 못하나 질책하는 시스템이 과연 선진형이냐? 예전 사회주의 국가도 이러지 않았다.  국가대표 훈련일이 260일인데 그걸 어떻게 채우겠느냐. 진천선수촌은 세계 최고급으로 갖췄는데 리우와 평창 성적은 뒤로 갔다. 예전에는 대표팀에서 배운 것들을 소속팀에 돌아가 전수하곤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저변이 다 무너진다. 정부가 앞장서 그렇게 하고 있다.  체육회 권력을 민주적 지향점을 지닌 인사들, 가치를 길게 보는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데 정부가 그렇지 못하게 만든다. 예산 분배도 종목 단체에 직접 권한을 줬다가 조윤선 전 장관 때 원위치했다. 종목단체가 스스로 살림할 수 있는 능력 갖춰야 하는데 체육회가 다 해주고 보호막 쳐준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문제 터졌을 때 기자 질의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빙상연맹 해체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또 훈련 일수 조정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반발 터져나오고 논의를 통해 수렴하고 혁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이미 정부가 빼앗겼다고 본다.  최동호전적으로 동의한다. 체육계 자정과 미래 설계 능력 없다. 정부가 자꾸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올림픽과 월드컵 성적 걱정한다. 언론도 이를 부채질한다.  성문정체육계 안팎이 모두 무르다. 관료들은 유독 체육계와 체육회에 밀린다. 체육회 출입 기자들도 혜택을 누리니 강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모두가 방관할 뿐이다.  함은주늘 인식하며 고민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체육계 혁신의 어려운 점은 내부인이 나서지 않으면 사회 다른 부문으로부터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수들이나 학부모들이 나서야 하는데 그걸 어렵게 만드는 여건이 분명히 있다. 심석희의 폭로 이전에 테니스 김은희씨가 있었고, 신유용씨가 지난해부터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제야 힘을 받게 됐다. 이런 점들이 고민스럽다.  함은주내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외부에서 압박해줄 필요 있다. 지금 진행되는 사건들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조협회 임원 사건 때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만으로 다퉜다. 내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다. 그러면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성문정맞는 말씀이다. 인지 신고 의무화를 도입할 필요 있다. 1차 가해자에 준하는 처벌할 필요가 있다. 외국엔 코치 윤리 강령이 있는데 대한체육회 규정을 살펴보니 국가대표 관리 지침에 남자가 여자숙소 들어가지 말라는 것, 딱 하나 있더라. 외국은 밀실에서의 일대일 만남, 훈련 외에 사적 면담 못하게 못박아 서명하도록 한다.  지도자 윤리강령 만들어놓고 계약 때 준수사항 서명하게 하고 처벌하게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안 지켰을 때 해촉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사회이런저런 제도는 많이 갖춰져 있지만 엉성하다는 얘기인가.  성문정그렇다. 대한체육회를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는 정보도 많고 상황 판단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한다. 그래서 방조한다고 얘기한다. 얼마 전 문체부 간부가 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기능도 함께 갖고 있어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변명했는데 비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체육회가 그런 얘기를 꺼내면 문체부가 한국올림픽위원회(KOC)와 분리하자고 치고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안되고, 재정 지원 4000억원 받는 건 땡큐고, 그때마다 다른 얘기를 하는데 그것을 정부가 얼버무린다.  사회체육회가 두 개의 모자를 편한 대로 고쳐 쓰는데 정부가 그걸 비호하니 더 나쁘다는 얘기인 것 같다.  성문정맞다. 과거에는 올림픽 메달만 따면 잘했다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나쁜 집단, 시스템 문제 있다고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본질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사건 터지니 개입 못하겠다고, 방관자를 자처하고 있다.  함은주우리가 성명서 발표한 것 있다. 궤변이라고. 평창 분산 개최 얘기할 때 IOC에 서한 보냈고, 평창에서 만났고, IOC 본부 가서 직접 담당관 만났다. 이 상황은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 체육회가 잘못해 자초한 일인데 그런 이유를 들이댄다면 가당찮은 일이다.  최동호문체부 간부의 진의는 따로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성문정그렇다. 쿠웨이트가 과거 문제 된 것은 NOC 위원장과 위원들을 정부가 선임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진의는 어떨지 몰라도, 별도로 가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얘기했어야 했다. 그 점이 아쉽다는 얘기다.  최동호동의한다. 불경스러운 일, 감히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임있는 공직자라면 격랑 속에서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회이제 정리를 해보자. 정부는 의지 없고, 대한체육회는 기득권만 지키려 하고, 시민단체 뒷심 없고, 언론은 방관자라면 이 난국을 어떻게 누가 수습하는가.  최동호이기흥 회장 개인의 퇴장이 아니라 기득권의 퇴장이다. 아마 그가 물러난다면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를 국민들도 철저히 반성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빙상연맹 해체해도 문제 없다, 큰일 아니다는 것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4년 뒤 이런 비슷한 일이 터졌을 때 조금 더 나아간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문정문체부가 국정 철학 기조만 따르면 된다. 정부의 법인 등록 권한만 활용해도 된다. 법인이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해산시킬 수 있다. 체육회 관리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 누가 너무하다고 얘기하겠느냐.  함은주규정 잘 갖춰졌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운영자의 의지 만으로도 제재 가능하다. 성(젠더) 감수성 있는 이들이 권한을 행사했으면 그런 가해자들 발 못 붙였을 것이다. 여론의 압박이 있고, 그 영향을 받아 운영하는 사람이 의지를 보이니까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  사회체육회 내부적으로는 어떤가요.  최동호저희는 이기흥 대책회의라고 이름 붙였는데 인권의식은 없는데 정치적 감각은 탁월하다. 여성인권진흥원에 전화해 도와달라고 하고, 체육회장을 지낸 원로에게 매달리고, 최근에 시도협회 지도자들 시켜서 결의대회 열게 하는데 그게 또 언론에 먹히니 문제다.  함은주선수촌 여성 부촌장 내정 소문도 젠더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증명된다. 신유용씨가 처음 폭로했던 지난해 아무것도 안한 분이, 그런 문제가 제기된 걸 모를 리 없는 분이 부촌장으로 임명된다니 얼마나 웃긴가. 그걸 보고 어떤 선수가 인권이 보호받겠구나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사회오늘 말씀들이 체육계가 바로 서는 계기가 되는 데 힘이 됐으면 합니다.  정리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20대 여성 절반 “난 페미”

    젠더이슈 대중화… 女 80% “미투 지지” 20대 여성 10명 중 5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들의 인식 속에 페미니즘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9~29세 남녀 각 1004명, 1015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여성이 7월 48.9%, 11월 42.7%로 집계됐다. 남성은 7월 14.6%, 11월 10.3%가 ‘페미니스트’라고 답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7월과 11월 두 번의 조사를 통해 50% 안팎의 20대 여성뿐 아니라 10%를 살짝 웃도는 남성들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젠더 이슈가 한국 사회의 메인 이슈로서 보편화·대중화됐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해 20대 여성은 8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20대 남성은 7월 조사에서 56.5%, 11월 조사에선 43.6%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성정책연구원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해찬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

    이해찬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

    김, 언론플레이… 신, 자기 합리화 특별법 주장 한국당 더 수렁에 빠져 10년간 이어진 보수정권 실험 실패 소상공인법 등이 올 주요 입법과제 유시민 정계 복귀할 생각 별로 없어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불법사찰 의혹과 적자국채 의혹 등을 각각 폭로한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조직에 적응 못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감찰반원에 대해 “대검찰청 징계위에서 징계가 확정됐고, 여러 가지 조사를 세게 받아야 한다”며 “직분에 맞지 않는 행동 후 자기 방어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선 “비위는 아니지만 공무원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아무 소리를 안 하다 김태우 건이 터지니 연달아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도 총리, 교육부 장관을 했지만 3, 4년짜리 사무관이 보는 시야하고 고위 공무원 시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결정은 장관이나 대통령, 최종 결정권자가 하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하는 건 공무원 사회에서 좋은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태우·신재민 특별검사법’을 발의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그런 것을 갖고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한국당이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기자단 오찬에서 팟캐스트 ‘알릴레오’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본인은 별로 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는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인센티브는 없고 여성을 오히려 우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데서 오는 소외감이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당 청년위와 대학생위에 젠더 문제 등에 대해 토론회를 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1대 총선에서 청년 의원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공개오디션도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사망으로 치러지는 4·3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와 관련해선 “단일화를 안 하면 그 지역에선 어려울 것”이라며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文대통령 신년회견] “남녀 지지율 격차, 젠더 갈등 때문 아냐… 관점 차이는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남녀의 국정지지율 차이와 관련한 질문에 “젠더 갈등 때문에 지지도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고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특별한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여전히 난민, 소수자 문제 갈등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갈 등을 겪으며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지도가 낮다면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20대 남녀의 지지도 차이가 있다면 ‘희망적 사회로 가고 있느냐, 희망을 못 주고 있느냐’는 관점 차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고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사회는 선진국 기준으로 젠더 불평등이 가장 심한 사회로 지난해 미투 운동 등 거리 시위를 나온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나’라는 여성 외신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운 현실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새 정부 들어서 고위 공직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토록 하는 노력을 비롯, 유리천장을 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도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충분히 사용할 기회를 주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양성 간 차이가 서로에게 불편과 고통을 주지 않도록 모든 성이 함께 평등하게 경제·사회활동,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문 대통령 “젠더갈등, 지지율 격차 원인이라 생각 안해”

    문 대통령 “젠더갈등, 지지율 격차 원인이라 생각 안해”

    문재인 대통령은 20대 남녀 갈등은 사회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젠더갈등을 국정 지지도 격차의 원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지도가 낮은 것은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더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젠더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남성과 여성의 국정 지지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억울하지 않느냐. 이 자리를 빌어 20대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젊은 남녀의 갈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갈등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난민, 소수자 문제처럼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며 “그런 갈등을 겪으며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문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 갈등 때문에 국정 지지도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지지도가 낮다면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남녀 (지지도) 차이가 있다면 우리 사회가 보다 희망적 사회로 가고 있느냐, 아니면 희망을 못 주고 있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도록 보다 잘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요 보직 여성 비율, 여성들의 거리시위 등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고위 공직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하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성이 평등하게 경제나 사회활동을 하고 행복을 누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 성 불평등 심각” 외신 지적에 문 대통령 “부끄러운 현실” 인정

    “한국 성 불평등 심각” 외신 지적에 문 대통령 “부끄러운 현실” 인정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성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 기자로부터 ‘한국은 선진국 기준으로 봤을 때 성 불평등이 가장 심한 사회 중 하나’라면서 성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전체 149개국 중 115위에 그쳤다. 이 보고서에서 젠더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성 평등이 이뤄졌다고 보는데, 특히 한국은 경제 참여·기회 부문에서 남녀 임금 평등지수가 0.532로 조사됐다. 세계 평균(0.632)을 한참 밑돌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외신 기자의 지적에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새 정부 들어 우선 고위 공직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하게 하는 노력을 비롯해 여성들이 겪는 유리천장을 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그런 것들을 통해 지난해 (발표된 2017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있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제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답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2016년 50.3%에서 2017년 50.8%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남성 고용률이 71.2%(2017년 기준)인 점을 감안한다면 남녀 고용률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양성 간의 차이가 서로에게 불편을 주고, 고통을 주지 않도록 모든 성이 평등하게 경제·사회 활동을 하고, 행복을 누리게 하겠다”고 약속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언더 더 씨’ 강동수 작가·호밀밭출판사 “깊이 사과… 젠더감수성 고민하겠다”

    ‘언더 더 씨’ 강동수 작가·호밀밭출판사 “깊이 사과… 젠더감수성 고민하겠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여고생을 화자로 내세운 소설에서 화자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을 빚은 강동수(58) 작가와 해당 출판사가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강 작가의 소설집 ‘언더 더 씨’를 펴낸 출판사 호밀밭은 8일 오후 자사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작가와 출판사의 입장문을 올렸다. 논란을 키웠던 최초 입장문을 게재했다 내린 지 이틀 만이다. 강 작가는 이날 올린 입장문에서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놓은 저의 입장문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감정적이었던 데다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됐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앞서 내놓은 입장문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설의 일부 구절 역시 집필 당시 ‘성적 대상화’를 의식적으로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도 ‘젠더감수성’ 부족의 소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로 상처 입고 불쾌감을 느꼈을 독자와 네티즌들게 깊이 사과드린다. 향후 ‘젠더감수성’과 ‘성 평등 의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출판사도 입장을 밝혔다. 호밀밭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프게 반성한다. 미숙하고 경솔한 표현 때문에 상처 입으셨을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보내주신 따끔한 질책과 귀한 조언도 잘 새기겠다”고 적었다. 아울러 “저희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독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었는지, 시대와 더불어 나아가지 못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안이하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계속 고민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한 네티즌이 SNS에 강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의 일부 구절을 올리면서 “철저한 남성주의 시각에서 나온 내용이 하나둘이 아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설 속 1인칭 화자로 설정된 세월호 희생자가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표현한 해당 구절은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한 게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강 작가와 출판사 측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성적 대상화가 아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비판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강 작가와 호밀밭은 최초 입장을 거둔 지 이틀 만인 이날 다시 입장문을 내고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네티즌들은 “진심이 느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보편정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남녀평등 세계 1위 국가는?…“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

    남녀평등 세계 1위 국가는?…“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

    성 차별은 세계적으로 여전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8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3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는 영국 서식스대와 미국 미주리대 컬럼비아캠퍼스(MU) 공동 연구진이 성 불평등을 측정하는 척도 ‘성 불평등 기초지수’(BIGI·Basic Index of Gender Inequality)를 개발, 도입해 세계 인구 약 63억 명을 조사한 것이다. 연구에서는 134개국 중 91개국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나은 환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43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낮은 환경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BIGI는 교육 기회와 평균 건강수명,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라는 세 요인에 기반을 둬 평가한 것으로 점수는 영(0)에 가까울수록 해당 국가의 남녀평등 수준은 높다는 뜻이다. 즉 0은 완전한 남녀평등을 나타내는 점수인 것. 결과를 자세히 보면, 134개국 중 이탈리아가 0.00021점을 받아 완전한 남녀평등에 가장 가까운 국가로 확인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미미하지만 남성이 좀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스라엘이 0.000626점을 받아 남녀평등에 두 번째로 가까운 국가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국가에서도 여전히 남성이 좀 더 우위에 있다. 그다음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0.001554점을 받아 3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점수가 마이너스(-) 음수인 이유는 이곳에서는 놀랍게도 여성이 좀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중국이 0.00626점을 받아 8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즉 이 국가 역시 남성이 좀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10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독일은 -0.012993점을 받아 20위를 차지했다. 즉 이 국가에서도 여성은 좀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이보다 남녀평등에서 멀어지지만 여성이 우위에 있는 국가로는 캐나다(23위), 프랑스(43위), 호주(49위), 미국(61위), 대한민국(78위), 일본(80위), 태국(105위), 베네수엘라(108위), 우루과이(111위), 필리핀(121위) 순이었다. 여기서는 순위가 낮은 국가일수록 여성의 대우가 더 높다. 반면 남성이 우위에 있는 국가는 페루(37위), 시리아(71위), 알제리(79위), 우간다(84위), 캄보디아(90위), 모로코(95위), 네팔(114위), 인도(117위), 나이지리아(120위), 파키스탄(124위), 차드(134위) 순이었다. 물론 여기서는 순위가 낮을수록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이같은 지수로 국가별 성 불평등을 분석한 이유는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해온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젠더 격차 지수’(GGGI·Global Gender Gap Index)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GGGI로는 남성의 불리함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기스버트 스퇴트 서식스대 교수는 GGGI는 복잡성 탓에 성별 격차가 사회적 불평등 탓인지 아니면 개인적 선호로 인한 결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보다 간단한 BIGI 척도가 훨씬 더 현명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선진국일수록 비교적 진정한 남녀평등에 가깝지만, 여성이 좀 더 우위에 있는 경향을 확인했다. 반면 성 불평등은 후진국들 사이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는 후진국에 사는 여성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여성보다 불리한 남성보다도 열악한 처치라는 것이다. 이는 후진국 여성이 직면한 어려움은 주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제각각이었다. 여기서 남성 불이익의 대부분은 평균 건강수명이 더 짧은 탓이라고 한다. 스퇴트 교수는 “우리는 선진국 여성이 삶의 어떤 면에서 불리한 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성 평등에 관한 이상적인 이번 척도가 남녀 어느 한쪽의 불리함에도 편향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우리는 미디어에서 흔히 보던 것과 다른 경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데일리메일 논문=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05349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안희정 1심 결과 반복돼선 안 된다”…2심 선고 앞두고 바빠진 여성계

    “안희정 1심 결과 반복돼선 안 된다”…2심 선고 앞두고 바빠진 여성계

    시민 질문 운동 진행…현행법 문제 짚는 토론회도 개최“위계 속에서 진정한 합의가 가능한가요?”, “정치인으로서 수행비서의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어디까지로 상정하시나요?”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3~7일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재판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을 묻자 돌아온 응답들이다. 이번 ‘시민 질문 운동’은 안 전 지사의 2심 판결을 앞두고 기획했다. 1심에서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단 피해자에게 ‘왜 따라갔나?’, ‘왜 저항하지 않았나?’ 등의 부적절한 질문으로 일관했던 점을 꼬집기 위한 취지였다. 시민들은 “피해자와 나눈 문자 내용 보니 답장이 몇 분만 늦어도 독촉을 하던데 위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괘념치 말라, 잊으라는 말은 대체 왜 했습니까?”, “왜 텔레그램 지우라 했습니까?” 등 1~2심에 거친 긴 법정 공방에도 해소되지 않은 질문을 내놨다. 대책위는 접수된 157개의 질문 가운데 일부를 추려 검찰에 전달할 예정이다. 여성계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본격적인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2심 절차는 9일 검찰과 변호인단 간 마지막 공방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책위는 질문운동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에는 ‘이제 다른 결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내고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한 연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1심 판결문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력이 ‘존재’하지만 그 위력이 ‘행사’됐다고는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피해 이후에도 일상을 유지한 것이 ‘피해자답지’ 못하므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강력한 업무상 위계, 사회적 지위의 격차, 젠더권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폭력을 즉각적으로 방어하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편적 약자와 피해자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서는 오는 14일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의 사회로 토론회를 개최해 안희정 사건 1심 판결로 본 현행법의 문제점을 논의한다. 현행법(형법 303조 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서 이런 위계 간음이 인정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사건에서의 위력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고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의 행동방식이 환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 재판부에서 인정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상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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