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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 거부한다고 머리 밀고 얼굴 구타, 파키스탄 당국 무신경도 도마에

    춤 거부한다고 머리 밀고 얼굴 구타, 파키스탄 당국 무신경도 도마에

    춤추길 거부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삭발하듯 머리를 밀리고 멍자국이 남을 정도로 얼굴을 두들겨 맞은 파키스탄 여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라호르에 사는 아스마 아지즈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은 동영상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녀는 이틀 전 라호르 번화가에 있는 자택에 모인 친구들 앞에서 춤을 추자는 남편 미안 파이잘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하인들 앞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졌다. 하인들이 몸을 붙든 상태에서 남편이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자른 뒤 머리카락을 불태웠다. 옷들은 피범벅이 됐다. 남편은 벌거벗은 채로 매달아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녀의 동영상은 이 나라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책 없이 노출돼 있음을 드러냈다. 남편과 하인 한 명이 경찰에 구금됐는데 남편은 고문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아지즈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러 갔을 때 경찰은 고의적으로 미적거렸고, 경찰이 출동해 그녀의 자택에 진입하려 하자 이번에는 주택 단지를 관리하는 사무실이 진입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결국 아지즈가 올린 동영상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내무부 차관이 이를 언급하자 동영상이 올라온 다음날에야 비로소 경찰이 남편을 구금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아지즈의 팔과 뺨, 왼쪽 눈 주위에 멍자국과 붓기, 빨개짐 등이 확인됐다. 아지즈의 변호인들은 3일 이번 사건이 “사회에 더 광범위한 불안과 우려를 부채질한다”는 이유로 통상적인 범죄 처리 대신 더 엄격한 대테러 법률에 의거해 처리해달라고 청원했다. 남편 파이잘은 아내가 약물 부작용 때문에 자기 머리를 먼저 깎기 시작했으며 자신 역시 약기운 때문에 그녀가 그 일을 마무리하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둘러댔다.여배우 겸 가수 사남 사에드가 아지즈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실 보수적이기로 악명 높은 파키스탄 사회에서 여성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문제는 몇년 동안 계속 논쟁 거리였다. 2016년 유엔의 젠더 평등 지수는 188개국 가운데 파키스탄을 147위로 매겼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공식 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실상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여성의 날 행진을 벌였다고 보수적인 그룹들은 반발했고 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 활동가들을 살해하거나 성폭행하겠다는 협박이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영국 BBC는 4일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집권 2년 위기관리 실패 징후

    [김형준의 정치비평] 집권 2년 위기관리 실패 징후

    문재인 정부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외교는 갈라파고스섬에 있는 것처럼 고립되고 있다. 여야, 이념, 계층, 젠더 갈등은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통합적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한국 갤럽의 3월 넷째 주(26~28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민심의 흐름을 보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작년 12월 셋째 주, 올해 3월 둘째 주에 이어 세 번째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단순한 보수 결집이 아니라 현 정부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그동안 누적됐던 실망감이 표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여하튼 짧은 기간 내에 데드크로스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그널이다.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분노로 바뀌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한 국민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들을 분노와 실망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을 때 청와대 대변인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재개발 지역 투기에 올인했다가 사퇴했다. 충격적인 것은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하면 다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이런 투기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성역이라는 비뚤어진 인식과 잘못된 도덕적 우월주의가 낳은 참사로 보인다. 현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를 보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진보 정부는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들이 도덕적이고 정의롭지 못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면 반촛불, 반민주 세력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것은 오만이고 위선이 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2년을 전후로 큰 시련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함으로써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가 다시 정치에 복귀하는 ‘신3김 정치’의 퇴행을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해 2000년 총선에 임했지만 한나라당에 18석 뒤지면서 패배했고 여소야대를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각종 재보선에서 40대0으로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엔 ‘천안함 폭침’이라는 안보 이슈가 터졌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세종시 수정안을 철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 ‘나는 예외다’라는 과신과 함께 사소한 것들을 방치하면서 국정 위기를 맞이했다. 위기 시그널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위기 관리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더이상 ‘내로남불 정부’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무너진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촛불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은 지명을 철회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사 참사의 책임을 물어 민정수석을 경질해야 한다. 도덕이 바로 서야 정의가 세워지고, 정의가 바로 서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둘째, 비상한 경제 상황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비상한 용기가 필요하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패싱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청와대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 관계가 더 깊고 더 넓게 유지될 수 있는 스마트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더는 미국 언론에서 “김정은 대변인”, “북한 에이전트”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미 공조’를 도출해야 한다. 넷째,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실현되는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야당과 보수 세력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을 적폐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혁신적 포용을 해야 한다. 분명 역사를 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하지만 과거 청산에만 집착하는 정부에 미래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단언컨대 도덕적 권위 회복, 경제정책 기조 변화, 한미동맹 강화, 혁신적 포용 정치만이 무너지는 경제를 살리고 진정한 국민 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
  •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세계 여성 역사의 달이 저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5명의 여성을 돌아봐 눈길을 끈다. 신문은 기록된 역사 가운데 0.5%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여성들의 역사라고 연구자들이 보고 있다며 학교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15명의 삶과 유산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남긴 족적을 따라가보자고 권하고 있다.모험가 마벨 스타크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로 통했던 그는 20세기 초 남성들이 지배했던 동물 조련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조련사였다. 거의 팔순 가까이까지 호랑이들과 함께 공연했는데 키 153㎝에 45㎏의 몸에 물린 뒤 꿰맨 것이 700바늘이 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호랑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모험가 베시 스프링필드 “마이애미의 모터사이클 여왕”으로 불렸던 그는 1940년대 미국 육군의 전령으로 복무했는데 당시만 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은 “숙녀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뭇 여성들이 집안일로 돌아갔을 때 그는 플로리다의 야자수 거리를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며 포효했고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축제 스턴트 묘기를 펼치곤 했다. 오늘날 수백 명의 여성들이 그를 기리며 연례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열곤 한다.운동선수 재키 미첼 열일곱 살이던 1931년 뉴욕 양키스의 시범경기를 보러 갔다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의 플레이에 반했는데 같은 해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유일한 여자선수다. 오늘까지도 진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커미셔너가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 소녀 프로야구연맹이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였다. 운동선수 미키 고먼 다섯 차례의 좌절 끝에 1975년 뉴욕시티 마라톤에 그가 처음 참가 신청을 했을 때 미치코 미키 고먼은 전혀 우승 후보 감이 아니었다. 엘리트 선수라 해도 이미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에 딸까지 낳은 터였다. 그 해 2위를 차지한 다음 이듬해와 그 다음해 대회 연패에 성공했다. 산악인 앨리슨 하그레이브스 1995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세르파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올랐다. 세계 최고봉을 발 아래 둔 뒤 아들 톰과 딸 케이트에게 무전기로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아이들아,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단다. 그리고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들썩거렸지만 기쁨도 잠시, 몇달 뒤 파키스탄 K2 등정 후 하산하다 조난해 운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아들 톰마저 어머니가 스러진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낭가파르밧에서 역시 조난해 어머니를 뒤따랐다. 팝스타 글래디스 벤틀리 높은 모자와 턱시도 정장을 늘 갖춰 입었던 그는 젠더 통합을 노래하는 블루스 히트곡들과 히트곡들을 익살맞게 패러디해 1920년대 뉴욕 할렘 문화를 선도했다. 1930년대 초 레즈비언 가운데 가장 유명했고 흑인 엔터테이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이가 됐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껴안는 데도 앞장섰다.메이크업 아티스트 밀리센트 패트릭 1952년에 유니버설 영화사에 기용돼 영화 ‘검은 석호의 괴물’의 분장을 맡게 됐는데 그는 ‘길 맨’이란 이 괴생명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상급자는 그를 해고하고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을 빼고 자기 이름을 집어넣었다. 그의 작업은 몇십 년 동안 호러와 공상과학 영화 감독들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최근에는 2017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에도 영향을 미쳤다.오페라 가수 마리안 앤더슨 195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서 흑인으로는 처음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최절정이었을 때를 넘긴 쉰일곱 살 때였다. 당시 NYT 논평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눈을 의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내처 2년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에도 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영실 서울시의원, 시민이 공감하는 성평등정책 만들어야

    이영실 서울시의원, 시민이 공감하는 성평등정책 만들어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3월 25일 중랑구에 위치한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중랑구 성평등정책 제안활동 선포식’에 참석했다. 성평등정책 제안활동은 성평등한 정책을 위해 시민과 행정이 정책주체로서 협업하는 젠더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평등관점의 정책분석 역량을 가진 여성활동가를 발굴·성장시키는 시민참여예산사업이다. 이영실 의원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서울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이제는 지역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시민의 의견과 경험은 성평등정책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제안활동팀 활동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무조건 성평등을 내세우기만 하는 정책이 아닌 시민이 공감하는 성평등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앞으로 행정과 시민을 연결하는 소통자의 역할을 하겠다.”며 의정활동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영실 의원은 현재 성평등기금운용심의회, 서울#WithU설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여성의 정책 및 권익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과학기술 R&D 연구계획서에 성, 젠더 분석 항목 추가된다

    과학기술 R&D 연구계획서에 성, 젠더 분석 항목 추가된다

    정부가 여성과학기술 인력의 경력단절을 막고 4차산업혁명의 첨병을 맡기기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등에 3000명의 여성인재 양성에 나선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6일 염한웅(포스텍 교수) 부의장 주재로 ‘제5회 심의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3개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안건은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기본계획’ ‘제4차 과학관 육성 기본계획’이다. 자문회의는 그동안 여성과학기술인 양성과 활용의 양적 차원에 집중했던 것을 질적 성장과 양성 평등 실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략적 인력 유입과 성장 촉진 ▲혁신 및 글로벌 역량 제고 ▲경력개발 및 이음 확대 ▲젠더혁신체계 구축이라는 4대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같은 4차산업혁명 핵심분야 여성인재 3000명을 배출하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연구자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적인 연구수행을 지원하는 한편 유연한 근로환경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젠더혁신체계 구축을 위해 연구계획서에 성이나 젠더 분석 항목을 추가하는 등 젠더혁신 신규사업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자문회의는 이번 회의에서 향후 5년간 산업기술 R&D 중장기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이번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 R&D의 전략적 투자배분을 위해 편리한 수송, 건강, 고편의 생활환경, 친환경 에너지, 맞춤형 스마트 제조라는 5대 전략투자 분야를 도출하고 100대 핵심기술을 도출했다. 특히 도전, 속도, 축적을 산업기술 개발 시스템 3대 핵심방향으로 설정하고 성공가능성은 낮지만 시장 패러다임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파괴적 기술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국내외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신제품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성과를 극대화시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플러스 R&D’를 추진하게 된다. 이와 함께 규제샌드박스 추진을 확대하여 R&D 결과물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한편 국민이 과학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관을 만들기 위해 과학관 역할을 확대하고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부적으로 어린이 전용 과학 체험공간을 확충하고 지역자치정부와 협업해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지역 대표 과학관광명소를 추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과학관을 찾은 관람객의 과학적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놀이형 컨텐츠를 확충하고 해외 과학관과 공동기획과 전시를 추진하며 과학해설사, 과학관 에듀케이터 등과 같은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신설하고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염한웅 부의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산업기술 분야 연구개발 전략도 보다 도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수 인재들이 과학기술계로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과 중요한 과학기술 소통채널인 과학관 육성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너도 죽일 놈의 사랑 중이냐? 같이 사랑학개론 수강하자”

    “너도 죽일 놈의 사랑 중이냐? 같이 사랑학개론 수강하자”

    ‘사랑에 실패했나요? 수업 들을 시간입니다.’ (Failing at love? Maybe It’s time for classes) 지난달 15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대학가의 연애와 데이트 강의를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한국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책만 파며 주입식 학습을 하던 습관처럼 대학에서 연애도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서 “사랑은 훈련과 연습의 분야지만 성적에 집착하는 한국 문화는 이를 교수, 성적, 대학 학점, 재수강 위험까지 포함한 학문으로 바꿔 놨다”고 썼다.외신의 눈에는 독특한 현상으로 비치지만 사랑, 연애, 데이트 관련 수업은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딱딱한 보고서 대신 ‘짝과 데이트하기’를 과제로 내주는 수업들이 입소문을 타고 “모태솔로를 벗어나고 싶으면 수강 신청 때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하라”는 꿀팁도 퍼졌다. 학생들은 왜 연애를 공부로 배우려 할까. 수업을 듣고 나면 정말 없던 연애 기술이 생길까. 학생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녀 상황극·데이트 해보기… 실전같은 수업 “남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에 왔을 땐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 낯설었어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예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교양 수업에서 남녀가 짝을 나눠 상황극을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제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됐죠.” 강현욱(21)씨는 지난해 한국외국어대에서 ‘성, 사랑, 결혼’ 강의를 수강했다. 대학 입학 후 제일 먼저 들은 교양 수업이었다. 대학에 와서 이성 친구들을 만나 말조차 붙이기 힘들었던 그는 “연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에 혹해 수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70명 정원의 이 수업에서는 조별로 역할극을 했다. 술자리에 간 남자친구가 오랜 시간 연락되지 않아 여자친구가 섭섭해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둘의 관계를 슬기롭게 풀어 나갈지 고민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적인 고민이 수업 시간에 다뤄진다.세종대 ‘성과 문화’ 수업에서는 제비뽑기로 맺어진 짝꿍과 데이트하는 게 과제다. 학생들은 파트너와 5000원씩 갹출해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를 본 뒤 감상문까지 써내야 한다. 학생들은 주어진 예산 한도 안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차곡차곡 적립한 포인트로 영화 티켓을 예매하고, 헌혈을 해서 문화상품권을 얻기도 한다. 2011년부터 이 강의를 맡고 있는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겸임교수)은 과제의 목적에 대해 “삶에 대해 겁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돈이 많아야만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1만원으로 빠듯하게 데이트를 하다 보면 연애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이런 강의를 굳이 찾아 듣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 사랑이 이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배 소장은 “한국 10대들에게 성은 금기에 가깝고 수년간 모든 욕망을 억눌려 지낸다”며 “모든 자유를 누리게 되는 스무 살에는 정작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 이성과의 만남을 시작하면 허둥댈 수밖에 없다. 당장 지식이 필요한데 이 욕구를 채워 줄 교양 수업이 구세주인 셈이다. 이런 학생들의 욕구는 강의실을 넘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 상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실 공간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한 고민도 온라인 익명 상담 때는 용기 있게 털어놓고 답을 구할 수 있다. 연애 상담을 해 주는 유튜브 채널은 20개가 넘는다. ‘헤어진 연인 빨리 잊는 법’, ‘연애가 두려울 때 극복법’, ‘상대방을 설레게 하는 스킬’부터 콘돔 사용법, 성관계 체위 등 수위 높은 콘텐츠들도 다뤄진다.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일반화되면서 채팅을 캡처해 보내면 내용을 해석해 주고 적절한 대화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개인 연애 상담도 해 주고, 연애 이론을 인터넷 강의처럼 만들어 올리기도 하는 유튜브 채널 ‘연애언어TV’ 운영자는 “상담자의 70% 정도는 20대인데 아무리 취업난이 있어도 연애 욕구나 고민은 늘 있는 것 같다”며 “소통 방법이나 인간 관계에 대한 이론을 알면 연애로 상처받을 확률,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의실 넘어 SNS 등 온라인 상담까지 학생들과 교수들은 연애 관련 수업이 “연애 고민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라고 말한다. 한국외국어대 ‘성, 사랑, 결혼’ 강의를 들은 강씨는 “데이트하기 과제 대상이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등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커플 수업만은 아니었다”면서 “연애 기술을 배우기보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더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낯선 상대방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생각의 차이를 배우기도 한다. 올해 경희대에서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강의를 듣고 있는 공경현(24)씨는 “수업 시간에 데이트 폭력 문제를 다뤘는데 저를 비롯한 남학생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제를 여학생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상대를 좀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진(20)씨도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업 시간에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됐다”면서 “이런 입장이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등 구체적 사회문제는 물론 젠더 이슈나 페미니즘 등을 함께 다루는 연애 수업도 많아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성에 관련된 수업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나 심리적 차이를 많이 다뤘지만, 최근에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포함되는 등 강의 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균관대의 ‘성과 사랑의 문화론’ 수업의 경우 성,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개념을 개괄한 뒤 위안부, 여성소설, 신자유쥬의 한국 문학과 페미니즘까지 영역을 넓혔다. 수업을 들었던 김모(23·여)씨는 “정규 수업을 통해 성이나 젠더에 대해 배우면 좀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듣게 되는 것 같다”며 “단순히 생물학 또는 심리적 차이에서 벗어나 좀더 평등한 관계를 고민하고 일상 속 실천도 해 보려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부터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수업을 맡은 임국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는 관계를 평등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 강사는 “20대의 연애가 중요한 이유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때문인데, 이는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된다”며 “입력된 알고리즘처럼 ‘어떤 상황에선 뭐라고 대답하라’고 조언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인 소통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한국기원, 재작성 ‘미투 보고서’ 공개…“피해자에 증명 압박“ 사과

    한국기원, 재작성 ‘미투 보고서’ 공개…“피해자에 증명 압박“ 사과

    한국기원이 재작성한 ‘미투 보고서’ 원본을 20일 공개했다. 또 “바둑계 미투 운동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개 사과문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위로를 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바둑계 미투 운동은 지난해 4월 디아나 초단의 폭로로 촉발됐다.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김 전 9단을 제명하고 미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보고서에 가해자인 김 전 9단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기원은 법무법인 수호 대표변호사인 본원 김현석 이사와 서명기사 측 대표 심장섭 원장,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박윤숙 소장으로 구성된 ‘한국기원 미투사건 재작성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보고서를 새로 작성했다. 한국기원 정기이사회는 지난 12일 표결에서 찬성 19표, 반대 3표, 기권 2표로 재작성 보고서 채택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보고서 결론을 요약해 배포하기로 했지만, 디아나 초단이 전체 공개를 요청함에 따라 재작성된 보고서 내용 전체와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했다. 재작성된 보고서는 “한국기원 윤리위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미투 조사 목적의식이 부족했다”, “윤리위원의 전문성과 젠더 감수성 문제가 있었다”며 윤리위 구성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없었다”고 꼬집었고, 조사 내용을 살펴봐도 “디아나가 제출한 모든 증거서류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재작성 보고서는 또 피해자에게 ‘사건 당일 어떤 복장이었는가?’ 등을 묻는 등 피해자에게 증명 책임을 압박·전가하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등 부적절한 질문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원은 김영삼 사무총장 이름으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바둑계 미투 운동 과정에서 밝혀진 불미한 사태에 대하여 한국기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음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바둑 보급 활동 중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겪은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바둑이 좋아 한국을 찾은 디아나 초단은 바둑 알리미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바둑계 내부의 적폐를 해소하고 주변을 꼼꼼히 살펴 바둑계 환경을 정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샘 스미스 “난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젠더 논바이너리”

    샘 스미스 “난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젠더 논바이너리”

    영국의 인기 가수 샘 스미스(25)가 ‘젠더 논바이너리’로 커밍아웃했다. 젠더 논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 등 두 가지 성별로만 성별 정체성(어떤 성을 사랑하는가를 정의하는 ‘성적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과 다르다)을 구분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별 정체성 측면에서 소수자라는 의미로 ‘젠더퀴어’라고도 한다. NBC방송에 따르면 샘 스미스는 지난 15일 배우 자밀라 자밀이 새로 선보인 인스타그램 쇼에 출연해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그 중간 어딘가에 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 바이너리’와 ‘젠더퀴어’라는 단어를 접하고, 사람들이 이런 성별 정체성에 대해 얘기할 때면 “젠장, 이건 바로 나군”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샘 스미스는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10살이었을 때 게이로 커밍아웃했고, 16살 무렵부터는 남자 옷을 입지 않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또 12살 무렵에는 여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서 가슴이 부풀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지방흡입술을 받았다는 것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샘 스미스는 “늘 내 몸과 마음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NBC에 따르면 영국 퀸즈 대학의 리 에어턴 교수는 ‘논 바이너리’는 늘 존재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각계 각층,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논 바이너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관공서의 문서를 통해 논 바이너리 정체성을 법적으로 받아들이는 주 정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소 8개주와 수도 워싱턴 D.C가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에 성 중립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최소 5개 주는 성 중립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샘 스미스는 2014년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가 크게 히트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내한 공연 당시 티켓 예매 시작 1초 만에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린폴리시 “트럼프 정부, 여성·이민자·소수자 정책은 사우디에 가까워”

    포린폴리시 “트럼프 정부, 여성·이민자·소수자 정책은 사우디에 가까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미 행정부가 여성 관련 정책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덜 자유주의적인 국가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포린폴리시(FP)는 14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사절단이 작성한 96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사회 문화적 이슈에서 전통적인 민주주의 동맹국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대신 바레인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그리고 일부 보수적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여성의 건강 문제와 성소수자 등 LGBT 관련 이슈에서 더 협력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유엔 여성회의 미국 대표단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맞도록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파도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발레리 후버 미 보건복지부 선임고문은 금욕적인 성교육을 추진한 교육자 출신이며,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여성권익증진 고문을 맡고있는 베서니 코즈마는 트렌스젠더 학생들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걸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었다.국제 앰네스티의 젠더, 섹슈얼리티, 정체성 프로그램의 타라 데만트 국장은 “미국은 지속적으로 인권 침해자들을 (행정부 내로) 호명하지만 동시에 유엔과 친구가 되기를 원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답변하길 거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종류의 차별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지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보건 프로그램의 최대 기부국으로서 미국은 여성과 아동의 번영을 요구하는 국가들을 돕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파가 합류한 유엔 여성회의 미국 대표단은 유엔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확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성별 생식 건강과 권리’라는 항목을 인권 섹션에서 삭제해달라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부분은 오랫동안 여성들의 낙태권을 용인한다고 인식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공개한 글로벌 인권보고서에서 나라별 여성의 생식권과 건강권 항목을 삭제해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또한 여성이 낙태할 권리가 있음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되면서 임신 28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그러나 낙태에 찬성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입장을 바꾸면서 낙태법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낙태법을 뒤집을 수 있는 보수파로 분류된 대법관을 지명하는가 하면 낙태 시술을 알선하는 기관에 연방 예산 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식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낙태에 반대하는 뜻을 취하면서도 전 세계 여성들의 경제적 힘을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서방의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동맹에서 멀어지며 여성의 성과 권리를 약화하고 인권을 짓밟는 국가들의 편을 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대표단이 낙태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한만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FP는 대표단이 환경과 이주, 단체 교섭, 고용 안정, 사회 보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보수적인 기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Climate change)에서 기후 대신 ‘극한 날씨’(Extreme weather)를 사용하자고 주장하며 기후 변화에 대한 예민도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또 이주여성들이 이주국가에서 공공서비스와 보호를 받는지에 대한 것이 ‘차별’ 항목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처사를 차별 행위가 아닌 것으로 위장하려 했다. 한편 사회보호 프로그램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 촉진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을 권한 증진을 촉진하는 유엔 여성회의는 오는 11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다. 최종 보고서에 대한 협상은 30일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農心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신용카드업계 선도

    ‘農心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신용카드업계 선도

    500명이 넘는 임직원 식구들의 앞장에 서서 300만 농민을 위해 농심(農心)의 가치와 철학을 중심으로 21세기 신용카드 사업을 선도하는 CEO가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하여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고객의 개인정보보호를 기업생존의 제1 아젠더로 설정하여 소통의 리더십으로 금융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는 이인기 NH농협카드 대표.“궁즉통(窮則通)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강한 신념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금융의 길을 앞서 실천하는 이인기 이름 석 자 앞에 농심과 소통의 달인이란 별칭이 어울린다. 편집자 주→농협카드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농민을 위한 사업은 무엇인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는 바로 ‘농심(農心)’이라는 근본 설립철학이 있습니다. 이는 경영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제가 경영자로서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이며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가 두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2017년 대표직을 수행하면서부터는 신입사원교육은 물론, 임직원 교육프로그램에 반드시 근본 철학인 농심에 대한 이해와 실천방안을 포함해왔습니다. 그러한 성과로 출시된 대표적 상품이 지난해 2018년 1월에 나온 ‘NH농협 콕카드’입니다. 이 ‘콕카드’는 농협판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농기계 정비·수리 시 10% 할인을 통해 대한민국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고령인 농어민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피싱 및 해킹 등 금융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상보험 무료가입이란 파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왜 콕카드인 줄 아십니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NH농협카드의 근본정신인 농심(農心)을 구현하고자 대한민국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콕! 콕! 뽑아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콕카드는 농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도시인이 사용하는 콕카드 한 장이 도농 간 상생과 대한민국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고객의 개인 정보는 매우 소중한 것인데 금융사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도 지불합니다. 농협카드만의 고객정보 보호 방안은 무엇인가요. -금융사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과 기업은 물론, 심지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사안입니다. 이러한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저는 대표 부임 이후 기존에 실시해 오던 정보보호 교육을 보다 강화하여 임직원의 정보보호와 보안의식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교육과 현장 점검을 강화하여 임직원들 개개인에게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과 자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NH농협카드는 고객정보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니 국민 여러분은 믿고 기대하셔도 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용카드 정책과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4차 산업은 지식정보산업을 말하지 않습니까. ICT(정보통신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이 주요 키워드일 것 같습니다. NH농협카드는 이러한 시대 조류에 맞게 꾸준히 준비해 왔습니다. 즉, 기술혁신과 시스템 고도화로 NH농협카드를 속도감 있는 디지털 카드사로의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확대 강화하고 인공지능 기술인 머신러닝 분석기술로 데이터 모형을 정교화하여 카드금융, 심사전략, 채권기획, 빅데이터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여 다방면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신용카드 부정거래에 대한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딥러닝 기법의 FDS(사고예방시스템)를 도입해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시장에서의 압박이 카드사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는 것이 최근 카드업계의 고충입니다. 이를 타개하고 개선하기 위한 경영 방안이 있으신지요. -올해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기준금리 인상, 제로페이 확대 등으로 최대의 위기경영 상황에 봉착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객관적 상황이 좋다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나 선도기업은 시장의 안정기가 아니라 위기상황에 출현한다고 믿고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방식이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 수익성 제고, 경쟁력 강화 그리고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3대 전략 방향을 세우고 경영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타개하려 합니다. 상품서비스 혁신, 마케팅 효율화, 인적 전문성 제고,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저와 저희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십시오.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업계의 정책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겸영은행과 전업카드사 간 정부 정책은 예외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사업영역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점차 어려워져가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업카드사는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확장하여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으나 겸영은행은 원천적으로 불가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신사업의 기회가 증가하는 사업환경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동일업종,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여 겸영은행의 부수 업무 수행이 허용되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문재인 정부에서 혜량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2018년부터 NH농협카드의 여신금융협회 회원 가입을 추진해 왔고 지난 1월 29일에 은행 겸영카드사 처음으로 회원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NH농협카드의 기반은 ‘농심(農心)’에 있습니다. 저와 NH농협카드는 전국 각지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과 주된 농산물 소비처인 도시와의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카드 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며 시대 조류에 맞는 국민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드 경쟁력은 국민과 고객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서비스와 혜택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적 요구는 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실천하겠습니다. →CEO로서 자기관리 노하우와 경영철학은 무엇인지요. -저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정화의 시간을 갖고 매일 6시에 출근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4시 전후에 기상해서 1시간 동안 천천히 걸으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아갈 바를 찾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를 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이를 통해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집중력을 유지하게 되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몸은 물론, 마음도요. 요즘 기업인들에게는 시대 흐름을 읽고 비전을 실천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궁즉통(窮則通) 즉, 주역(周易)에 나오는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을 제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말이죠 이 말을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과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도 꼭 해 드리고 싶습니다. 허윤정 객원기자 hyj@seoul.co.kr ■ 이인기 NH농협카드 대표 프로필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학력 1986년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79년 목포고등학교 졸업 약력 2017년~ NH농협은행 NH카드분사장(부행장) 2015년~ 2016년 NH농협은행 전남영업본부 본부장 2014년 NH농협은행 NH카드분사 카드회원사업부 부장 2012~2013년 NH농협은행 안산시지부 지부장 2011년 농협중앙회 공공금융부 단장 2008년 농협중앙회 구로지점장 1986년 3월 농협중앙회 입사
  • [강남순의 낮꿈꾸기] 이 시대의 스승…대체, 누구십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이 시대의 스승…대체, 누구십니까

    한국 미디어에서 종종 등장하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누군가를 ‘우리 시대의 어르신’, ‘우리 시대의 스승’ 또는 ‘시대의 멘토’라고 지칭하는 표지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게 붙이곤 하는 이러한 표지는 복합적인 사회적 가치구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표지는 의도와 상관없이 한국 사회가 지닌 다층적 위계주의가 생산되고 재생산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노령의 학자 또는 종교의 수장으로 살았던 종교 지도자, 작가, 정치가 또는 교수 등에게 ‘우리 시대의 스승(어르신)’이라는 표제어를 사용하면서 미디어는 그들에 대한 찬사를 생산·재생산한다. 이러한 과장된 표지는 우리가 자신, 타자, 세계를 보고 해석하게 되는 ‘보기 방식’(mode of seeing)을 구성하는 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들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누군가를 시대의 어르신, 스승 또는 멘토라고 지칭하는 것은 우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이론 생산의 방식에 대한 찬양에서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젠더차별·계층차별·나이차별·학력차별 등의 가치 구조를 생산·재생산한다. 많은 경우 시대의 스승, 어르신 또는 멘토로 호명되는 이들은 주로 남성, 중상층, 종교·정치 지도자, 고학력자 그리고 일정한 나이가 지난 고령의 전문가들이다. ‘고귀한 삶’의 구조가 이러한 차별적 가치 구조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다. 둘째, ‘학문하기’ 또는 ‘전문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단일한 이해를 고착시킨다. 예를 들어 학문하기 또는 이론생산이란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적 삶으로부터 ‘고고하게’ 떨어져서 ‘서재’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상 세계 한가운데서 매일 씨름하며 자신의 노동과 작업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시대의 스승·어르신’이라는 표지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쉽게 접근하고 만날 수 있는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계한 ‘시대의 스승’으로 호명된 모 교수에 대한 기사를 보니,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만’ 살았고 평생 ‘읽고 쓰기’만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를 이 ‘시대의 스승’이라고 호명하게 될 때, 많은 이들은 학자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마치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될 때 평생 서재에서만 살았다는 ‘시대의 스승’은 구체적인 삶에서 필요한 일들, 함께 살아가는 타자들과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 ‘학자의 삶’이라고 하는 왜곡된 이해를 만든다. 평생을 서재에서 오로지 글쓰기와 읽기만 하며 살아왔다면, 정작 그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상적 일들은 누가 감당했을까. 그가 먹는 세 끼의 식사는 누가 준비했으며, 그의 옷은 누가 빨고, 그의 서재는 누가 청소했을까. 그는 슈퍼마켓이나 시장에 가서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끝도 없이 필요한 물건들, 음식들을 사 본 적이 있을까. 한나 아렌트는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노동(labor)과 작업(work)으로 구분한다. ‘노동’은 동물이든 인간이든 생명을 지닌 존재들의 생존을 위해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필요하다. 반면 ‘작업’은 인간이 동물로부터 구별되는 일이다. 작업은 생존 유지를 위해 필요한 노동의 단순한 반복성을 넘어선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한 개별인으로서의 ‘나’가 돼서 하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이 동물성(animality)만이 지배하는 삶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인간성(humanity)을 확장하고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 노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이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만 강요될 때 파생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노동은 무한히 반복되는 일들이며, 뒤에 남겨지는 것도 없다. 예를 들어서 가사 노동을 늘 전담하는 경우 그 노동에서 개별의 창의성이 매번 작동될 필요도 없다. 가사 노동의 전담자는 쉬지 않고 매일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임금 노동을 하는 것처럼 연금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에서 인정하는 경력으로 이력서에 써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사 노동 전담자로서의 ‘경력’은 연륜이 쌓일수록 오히려 그 ‘경력’은 사회적 무능자의 범주로 들어가게 할 뿐이다. 결국 무한히 반복되고 끝없이 요구되는 가사 노동의 자취는 사라진다. ‘보이는 결과물’ 하나 없이 지난한 반복이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집안 청소를 한 번 했다고 해서 집안이 지속적으로 청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한 번 식사 준비를 하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했다고 해서 그다음 이러한 노동이 종식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이러한 노동의 과정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먹고, 자고, 빨고, 청소하는 일 등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이러한 가사 노동을 통해서 우리는 쓰기, 읽기, 강의하기 등 공적 영역과 관련된 작업(work)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시대의 스승’으로 호명되는 사람들은 그러한 전문적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구체적인 일상적 일들, 예를 들어서 음식 만들고, 시장 보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과 같이 (아이가 있다면 가사 노동의 리스트는 한도 없이 길어진다), 누구든 매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일들과 상관없이 ‘고고하게’ 서재에서, 연구실에서 묻혀 살아온 이들인 경우가 많다. 즉 ‘돌봄의 시혜자’(care-giver)가 아니라 ‘돌봄의 수혜자’(care-taker)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이 두 역할과 경험이 각자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에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된다. 가족, 연인 등 모든 친밀성의 관계들에서 한 개별인이 돌봄 노동의 시혜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수혜자로서 살아갈 때, 행복한 삶의 의미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그룹의 사람들은 평생 가사 노동의 시혜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 노동의 수혜자만 된다면,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타자를 구체적으로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하이데거의 중요한 철학적 개념인 현존(Dasein: 지금 여기 있음)이 지닌 한계를 “현존은 결코 배고프지 않다”(Dasein is never hungry)라는 한 문장으로 밝힌다. 구체적인 일상 세계에서의 경험과 무관하게 구성되는 철학이 지닌 지독한 한계성을 명확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전쟁포로로 수용소 생활을 하고, 가족들이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절절한 현실세계의 경험들은 레비나스가 타자와 사물을 보는 ‘보기 방식’(mode of seeing)의 핵심적 토대를 이룬다. 추상적인 어떤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얼굴’이 바로 가장 중요한 윤리가 시작되는 자리이다. 레비나스에게서 이러한 ‘윤리’란 타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성이며 이러한 책임성의 윤리야말로 ‘제1의 철학’이다. 한국 사회에 등장하곤 하는 ‘시대의 스승이나 어르신’들은 종종 보통 사람들의 일상세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경험이 부재한 사람들, 즉 ‘결코 배고프지 않은 현존’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의 가르침이 다양한 일상적 삶에서 씨름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인간 삶의 복합성과 시대적 복합성을 아우르며 그 시대를 총망라하는 지표를 주는 ‘시대의 스승’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얽히고설킨 이 현실세계의 다양한 현장들에서 그때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굉장한 ‘스승’이나 ‘어르신’이 아니라 나와 함께 걸어가며 나를 지켜봐 주는 ‘동료 인간’이 아닐까. 특정한 사람에 대한 이상화된 찬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태국 성전환자 미인대회서 흑인 여성 첫 우승…트럼프에 일침 날리기도

    태국 성전환자 미인대회서 흑인 여성 첫 우승…트럼프에 일침 날리기도

    태국에서 열린 ‘2019 세계 성전환자 미인대회’(미스 인터내셔널 퀸)에서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우승을 차지했다고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파타야에서 열린 대회에는 전 세계 19명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여성(MTF, Male to Female)들이 참가했다. 이 중 미국 플로리다 출신 흑인 여성인 자젤 바비 로열(31)이 우승 왕관을 차지했다. 2004년 첫 대회 이후 흑인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는 전했다. 우승자가 발표되자 바비 로열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고, 왕관이 씌워질 때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바비 로열은 전 세계 유색인종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에이즈 예방 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제한하려는 자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발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나서지 말아달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바비 로열은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탤런트 상’도 받았다. 15년째 대회를 주관한 태국은 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트랜스젠더에 개방적인 나라로 꼽힌다. 이달 24일 총선을 앞두고 최초로 트랜스젠더가 총리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식이 최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 작년 태국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에선 그 동안 66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출신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OECD “성차별로 발생하는 전세계 경제손실 약 6800조원”

    OECD “성차별로 발생하는 전세계 경제손실 약 6800조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차별로 발생하는 전세계 경제적 손실이 연간 6조 달러(한화 6822조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했더니 한국이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OECD는 이날 ‘사회제도와 젠더 지수(SIG) 2019 글로벌 리포트’를 공개하면서 성차별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7.5%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여성의 능력이 발현되고 수용되는 경로를 막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OECD의 설명이다. 또 전세계 여성의 33%가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이 특정한 상황에서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여성 응답자의 긍정 비율은 2012년 50%에서 지난해 27%로 크게 낮아졌다. OECD는 또 같은 날 ‘성 평등을 향하여 : 차별 철폐, 실행,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해 ‘선진국에서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이 비능률적으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선진국들이 비록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고용 비율은 절반이 넘지만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고위직에는 여전히 여성의 수가 너무 적다고 OECD는 지적했다. OECD 회원국들의 의회 의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8%, 여성 각료 비율은 29%였다. 정치 부문에서는 라트비아와 프랑스가 성별 격차를 줄인 나라로 꼽혔다. 라트비아는 OECD의 2015년 공공 부문 성평등 권고 당시보다 여성 선출직 공직자의 비율이 갑절가량 늘어난 31%로 나타났고, 프랑스는 국회의원의 40%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 격차를 평균으로 낸 수치는 13.6%였다. 그런데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34.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사무총장 비서실장이자 젠더 이슈 담당 고위대표인 가브리엘라 라모스는 “성평등이 긴급한 이슈라는 세계적인 자각에도 우리는 젠더 격차를 메우는 데 있어 지나치게 느리게 진보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성 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평등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보다 내실 있게 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성 평등 달성에 앞으로 20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WEF)도 지난해 12월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를 공개하면서 ‘성 평등을 이루는 데 108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며 성별에 따른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만 20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WEF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전체 149개국 중 115위에 그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성평등 넓히는 여성들…임금평등·탈연애 외치다

    성평등 넓히는 여성들…임금평등·탈연애 외치다

    조기퇴근 시위·대학 페미 퍼포먼스 행진 “20대 국회 여성 의원 51명뿐…17% 불과”8일 111주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성평등을 외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미투 운동 이후 젠더 이슈가 폭발한 만큼 임금격차부터 ‘탈연애’까지 예년보다 다양한 의제로 펼쳐진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제35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각 분야 여성 대표성 확대 ▲임금격차 해소 ▲낙태죄 폐지 ▲미투 가해자 처벌 등을 외치며 종로 일대까지 행진한 뒤 3·8 여성선언을 낭독한다. 노동계는 조기퇴근 시위를 벌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3개 단체는 오후 3시 광화문광장에서 ‘3시 스톱 조기퇴근 시위’를 열고 남녀 임금격차 해결을 촉구한다. 조기퇴근 시위는 100대64로 벌어진 남녀 임금격차를 일일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는 취지의 행사다. ‘탈연애 선언’ 행사도 처음 기획됐다. 칼럼니스트 도우리씨 등이 꾸린 탈연애 선언 프로젝트팀은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탈연애 선언문을 발표하고 정상연애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들은 선언문에 “남성중심주의로 한정된 정상 가족, 정상 연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친밀성을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 모임도 거리로 나온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고려대 여성위원회,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 등으로 구성된 마녀행진 기획단은 오후 4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학 페미 퍼포먼스 마녀행진’을 열고 마녀 복장으로 퍼포먼스를 벌인다. 주최 측은 “총여 폐지 등으로 대학 페미니스트들은 당분간 화형대 속에 있겠지만 끈질기게 살아남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7일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과 페미당 창당모임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참정권 확대를 외쳤다. 이들은 “국민의 절반이 여성인데 20대 국회 여성 의원은 단 51명, 17%에 불과하다”며 “페미니스트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여성 국회의원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행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한류의 인종주의적 위험

    [홍석경의 문화읽기] 한류의 인종주의적 위험

    3만 달러 소득 시대에 접어든 2019년의 한국. 대한민국 국민은 여러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한국의 위상 변화를 매일의 뉴스로 접하며 살게 됐다. 청년 소득이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현실이라 일인당 연간 3000만원 이상이라는 한국의 부를 피부로 느낄 수는 없더라도 세계 속 한국의 위상 변화를 극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한류다.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자칫 어깨가 들썩할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튜브에는 한국어를 놀랍도록 잘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관련 영상이 넘쳐나고, 방탄소년단은 퀸의 전설적 콘서트 장소 웸블리 스태디엄의 공연 티켓 판매를 단시간에 마감시켜 버리지 않는가. 명동 거리에서는 한국어가 소수 언어가 됐고, 정부는 공공외교의 중요한 개념으로 대중문화의 힘에 의지하는 소프트파워를 앞세우는 시절이 도래했다. 한국인과 한국산 문화의 세계 속 전진과 더불어 한국인의 미숙한 인종적 감수성도 아슬아슬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빠른 경제발전 속에서 계급과 세대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최근엔 미투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기울어진 젠더의 지형이 비로소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또한 이주노동과 결혼이주 등으로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 들어섰는데, 길거리와 노동 현장, 가족 내 인종차별과 갈등에 대한 보고가 있을지언정 아직 서구가 겪었던 인종문제의 심각함이 일상에서 터져 나오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인종문제는 가장 덜 의심했던 곳에서 응어리지고 있다. 바로 한국의 뷰티산업과 뷰티산업이 크게 영향을 준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세계의 수용자를 만나는 과정에서다. 한국은 세계에서 성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지만 뭐니뭐니 해도 K뷰티의 특징은 수출액의 증가가 말해 주는 피부 관리와 미백 라인에 있다. 성형의 기준이나 아름다운 한류 스타들의 외모가 얼마나 서구적인 것인가의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미백의 문제는 인종주의적 함의를 피해 갈 수 없다. 하얀 피부가 무노동의 표지이기에 얻게 된 보편적인 함의를 넘어 자연적 피부색을 더 하얗게 보정하는 화장과 사진술, 조명기술은 한류의 특징이 돼 온라인에서 세계의 수용자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화이트워싱’이라고 칭하는 아이돌 얼굴 사진의 과도한 미백 보정과 세계의 수용자들이 이것을 다시 원색 또는 더 진한 색으로 재보정하는 ‘옐로워싱’이 충돌하고, 이 중 어떤 것이 더 인종주의적인가를 두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언뜻 팬들 사이의 과도한 감정적 충돌로 보이는 이러한 사건들은 SNS가 펼쳐 놓은 대대적인 세계와의 인터페이스 속에서 더 큰 이슈와 만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스타들의 아름다움이 세계인을 매혹하고 있다는 현실이 역사 속에서 피폐했던 한국인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되찾게 하는 데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순간 한국인의 우월한 신체조건과 지적 능력 담론, 짧은 기간에 이룬 민주적 성과에 대한 찬사와 맞물리며, 온라인에서 당당하게 한국인 우월론으로 나가는 것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이 3종 세트, 어디서 본 듯하지 않나. 유럽인들이 소스라치는 역사적 괴물. 이러한 걱정이 기우이기를 빈다. 그러나 발전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한국이 아직 젠더와 인종문제에 미숙하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기에, 그리고 활발하기 그지없는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 속에서 이러한 미숙함이 첨예하게 관찰된다는 점에서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이미 기획사들은 많은 외국인 멤버를 도입했고 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까지 만들고 있는데, 일부 수용자들은 이들에 대해 외모에 기반한 인종적 혐오 발언을 발설한다. 소프트파워는 힘이 아닌 매력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치자는 전략이고, 모든 영향은 책임을 동반한다. 굳이 방탄이 말하는 “선한 영향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경제 가치를 넘는 한류의 지속성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력을 형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동아시아 외부에서 한류 스타들이 갖는 긍정적 힘의 기반이 반인종주의적 메시지임을 감안할 때, 다문화사회 한국이 한류의 종주국으로서 있는 힘을 다해 자정하고 피해야 할 위험이 인종주의다.
  • [서울광장] 20대를 그냥 내버려 둬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20대를 그냥 내버려 둬라/임창용 논설위원

    요즘처럼 20대가 우리 사회에서 세대 이슈의 중심으로 주목받은 때가 있었던가 싶다. 여당의 한 정치인은 이들을 ‘잘못 교육받은 세대’로 진단하고, 모 유명 작가는 20대 남성을 ‘축구와 게임 하느라 여성들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로 정의했다. 20대가 보수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아졌다. 사회학자나 언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을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하며 규정짓는 걸 보면 20대가 마치 절망의 아이콘이라도 된 것 같다. 20대는 오랜 민주화 과정에서 겁많은 기성세대를 이끄는 돌격대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세대였다. 하지만 그때는 민주화라는 거시 이슈의 중심에서 관심을 받았다. 지금처럼 세대 자체가 이슈로 등장한 게 아니었다. 지금과 달리 긍정적, 호의적 시선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전 정권의 교육 탓이라든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반공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불과 2년 전 촛불정국 때의 여론조사 결과 등 몇 가지 팩트만으로도 이런 주장은 금방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유가 어떻든 20대가 보수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들을 절망에 가득 찬 세대로 규정하는 건 온당한가. 보수는 사전적으로 보전하여 지킨다는 의미다. 지키려면 그 대상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20대를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로 부르면서 보수화되고 있다는 논리는 뭔가. 다 포기한 세대가 대체 뭘 지킨단 말인가. 정치인들은 이들이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니 보수화됐다고 보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편의주의적인 진영 논리일 뿐이다. 진보적 가치를 믿고 지지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주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보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의 성향을 함부로 거론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이들이 진보나 보수의 가치 실현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진영 자체가 가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사회 약자들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20대들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노인 등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정의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방송사의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대는 65%가 반대했고 찬성은 31%에 불과했다. 반면 3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선 반대 비율이 50%에 못 미쳤다. 20대 남성들로 좁혀 보면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크게 줄었다는 비판도 많다. 이는 젠더 갈등 문제를 결국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연결 짓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만 보고 20대가 보수화됐다는 논리는 허술한 측면이 많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격변을 겪었다. 경제 규모의 급팽창, 민주화, 여권 신장, 외국인 노동자 급증, 급속한 고령화 등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배려의 대상인 노인은 인구 측면에선 주류가 됐고, 희귀한 존재였던 외국인 주민은 200만명에 육박한다. 태어날 때부터 분단 구도에 익숙한 20대에게 민족주의적 통일 담론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다. 이런 변화를 외면한 채 이들이 과거 20대가 가졌던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잃고 보수화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지금의 20대는 고등교육을 받고도 부모 세대보다 삶의 질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첫 세대다. 예전보다 절대적 경제 수준은 높아졌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그에 따른 고통지수는 과거 어떤 20대보다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들을 5포·7포 세대라면서 연애와 결혼은 물론 꿈과 희망까지 모두 포기한 세대로 단정하는 것은 오만하고 섣부른 태도다. 우리 사회에는 티끌만 한 현상을 부풀려 비관적·부정적 딱지를 붙이는 악습이 있다. 과거 천안함 사건 뒤 등장했던 애국(Patriotism)을 강조한 ‘천안함 P세대’, 20대의 투표 참여 저조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떠돈 ‘20대 개새끼론’처럼 진보·보수 진영의 불만이나 정치적 속셈이 깔린 것들이 많았다. 20대는 갑자기 보수화되거나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세대가 아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사고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진즉에 쓰레기통에 버렸어야 할 낡은 잣대로 이들을 규정해선 안 되는 이유다. 도와줄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게 이들을 돕는 길이다. sdragon@seoul.co.kr
  • 조례제정·전담부서까지… 여성친화도시로 뜨는 종로

    조례제정·전담부서까지… 여성친화도시로 뜨는 종로

    “올해 말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도록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는 종로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난 22일 구청에서 종로사랑 여성평가단원 50여명과 함께 12번째 여성평가단 총회를 갖고 그동안 활동 내역을 돌아보고 올해의 활동 계획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평가단은 지역 주민 대표로 구성된 여성들로 지금까지는 공중화장실 정비 요청, 초등학교 일대 옐로카펫 도색 신규 필요성 제안 등 종로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을 해왔으나 앞으로는 종로의 여성친화성을 높이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평가단에 여성친화성을 강화하는 것은 김 구청장이 민선 7기 2년차를 맞아 구정 주요 비전 중 하나로 ‘여성과 더불어 행복한 도시 종로’를 설정한 것과 관련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전담부서인 여성가족과 여성친화도시팀을 지난 1월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로는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보육환경 강화, 여성이 안전한 종로 조성, 양성평등 역량 제고, 출산·양육 지원 등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우선 보육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연내 명륜어린이집의 노후 시설을 정비하고 수송어린이집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여성에게 불편을 주는 시설물과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인을 철거, 통합하는 ‘도시비우기’ 및 각종 범죄예방 사업으로 여성이 안전한 종로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외에 양성평등 역량 강화와 관련해 주간 기념행사 및 전문가를 초빙한 여성정책 포럼을 열 계획이다. 종로구 젠더거버넌스를 구성해 성별영향분석평가도 한다. 구정소식지인 종로사랑을 기반으로 활약할 종로사랑기자단을 조만간 발족하면서 여성을 대거 포함시킬 예정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여성친화도시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한 용역을 시행한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추진 단계별 중점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해 여성단체들의 역량 강화를 돕는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여성가족부 주관 여성친화도시 컨설팅도 받을 예정이다. 8월에 여성가족부에 ‘종로구 여성친화도시 조성계획’을 제출한다는 목표다. 김 구청장은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야말로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면서 “구정 전반에 여성친화 개념을 적용하고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여성의 실질적 사회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설훈 “20대 지지율 하락, 이명박근혜 교육 받아서?” 망언 논란

    설훈 “20대 지지율 하락, 이명박근혜 교육 받아서?” 망언 논란

    세차례 인터뷰서 거듭 주장한국당 “청년 혐오…사퇴해야”설훈 “오해 일으켜 죄송” 사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의 이른바 20대 비하 발언으로 정치권과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최근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이들 세대가 이명박·박근헤 정부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설 의원은 망언 논란에도 거듭된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오해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결국 사과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전임 정부의 교육을 탓한 설 의원의 발언에 대해 ‘청년 혐오’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1일 인터넷 매체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설 의원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굳건했던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젠더 갈등 충돌도 작용했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도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20대가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 세력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고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지 의심스럽다는 게 설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마친 자신을 예로 들면서 “되돌아보면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고 본다”며 “민주주의가 중요한 가치이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앞으로 가야 한다는 교육을 정확히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 교육이 있었기에 유신정권이 잘못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설 의원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설 의원은 이튿날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게 교육”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해명에 나섰다. 그는 22일 오후 세종시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만 떼어서 보면 실언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내가 한 이야기의 녹음을 다 풀어서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듭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그게(지지율 하락과 교육이)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특별히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 의원은 “20대가 독특한 현상이 있다. 다른 연배에 비해 당 지지율이, 특히 남성이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그 이유가) 뭔가인지를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는 그때의 교육환경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정부의 정책 실기를 되돌아보지 않고 전 정부를 탓하는 설 의원의 발언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설 최고위원을 겨냥, “국정문란과 경제 정책 실패에 더해 특히 최악의 고용 참사와 갈등 지향적인 성 정책으로 젊은 층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이 원내대변인은 “국민을 계몽과 훈계의 대상으로 보는 또 하나의 국가주의적 발상일뿐”이라며 “설훈 최고위원의 논리대로라면 현 정권초기에는 지지율이 높았으니 교육을 탓하려면 전 정부가 아니라 현 정부의 대학과 기업에서 이뤄진 교육을 탓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능인 한국당 대변인은 “과거의 일부 인사의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국개론’, 국민 개·돼지 발언을 능가하는 역대급 망언”이라며 “본인이 속한 진영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바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멍청이가 된다는 건가. 국개론에 이어 ‘이개론’, ‘이남멍’이라는 신조어를 설파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설 최고위원은 본인의 잘못을 즉각 인정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민주당은 2030세대를 모욕한 설훈 최고위원을 제명하고 국민께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홍균 바른미래당 청년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당의 ‘청년 혐오 릴레이’에 설훈 최고위원이 동참했다”며 “설 최고위원 자신은 이승만, 박정희 정부가 설계한 교육제도 속에서 교육받았다. 대부분 민주화운동의 주역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교육제도가 건강한 비판의식과 인지력을 배양했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스스로의 등에 칼을 꽂는 빈약한 논리에 청년들은 웃음 섞인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우리 20대는 부정에 대항한 촛불 혁명의 시작이었고, 모든 과정과 결과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부정과 부패, 무능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며 “이런 청년들의 건전한 불만을 전 정권의 교육탓으로 매몰시키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설 최고위원은 우리가 받은 민주주의 교육을 탓하지 마라”며 “청년들의 분노와 서러움을 그저 성숙하지 못한 무능한 인지의 어리광 탓으로 돌리지 마라. 대신 스스로의 무능함과 여당, 나아가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라”고 요구했다. 민주평화당 김형구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면서 “청년실업 등으로 인한 20대 지지율 하락에 반성하기는커녕 되지도 않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20대에게 상처를 주고 국민을 분노에 차게 한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설 의원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며 “다만, 사실이 아닌 일로 20대 청년들을 자극하고 갈등을 초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적한 게 아니다.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 규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 환경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만든 본인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양성평등 채용으로 남자가 두 배 혜택, 알고 있었나요

    양성평등 채용으로 남자가 두 배 혜택, 알고 있었나요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 고용을 일정 비율로 보장하는 ‘여성 할당제’를 놓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18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 임원 간담회에서 “여성 할당제 논의는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고,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선거 후보 남녀 동수법’, ‘체육지도자 여성 할당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량적으로 비율만 늘리는 방식에 대해 남성들은 ‘역차별’이라며 주장한다. 여성 할당제 논란을 정리해 봤다. ① 법제화된 ‘여성 할당제’ 아직 없어 법제화된 공무원 ‘여성 할당제’는 아직 없다. 공직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 할당제라는 말은 1990년대 공무원 시험에 도입됐던 ‘여성 공무원 채용목표제’를 뜻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불균형한 성비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했던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3년부터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바뀌었다. 특정 성비로 치우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여성 고용만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실제 최근 국가직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여성 합격률이 높아지면서 남성이 오히려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08~2017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합격한 인원은 여성 102명, 남성 124명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2018년 9급 공채만 놓고 보면 이 제도로 합격한 남성은 33명으로 여성(19명)의 두 배에 가까웠다. ② 女임원 많은 회사 이익 높고 임금격차 적어 현재 여성 할당제 논의가 가장 뜨거운 곳은 일반기업 고위직이다. 단순히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하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진 장관은 “2017년 국내 500대 기업 기준 여성 고위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하고 328곳에는 여성 임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여성 임원이 늘어나면 기업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젠더 갈등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12개국 1000개 이상 기업을 분석해 지난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사회의 성별이 다양한 기업일수록 남성 비중만 높은 기업보다 영업 이익이 21% 높다”고 밝혔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고위직 내 여성 비율이 늘면 사업체 내 남녀 임금 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③ 여초 초등교사… 교대 입학 때 男 할당 적용 일각에서는 “초등 교사는 여성이 훨씬 많은데 왜 남성을 더 많이 고용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초등 교사를 배출하는 교육대학에서는 이미 입학시험 때 특정 성비를 60~80%로 정해 사실상 ‘남성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임용시험에서까지 남성 비율을 보장하면 이중 혜택이 될 수 있다. ④ “남성 위주 카르텔 문화가 승진 기회 차별” 할당제에 찬성하는 이들은 “남성 중심 카르텔, 일방적인 양육 부담 등에 막혀 승진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고위직에 여성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인력풀은 충분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승진 기회에서 차별받았다는 것이다.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 도입을 주장하는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20년 전 2% 수준이던 기초의회 여성 의원 비율이 30% 정도로 늘어난 것은 지방의원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여성 지도자풀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성적 소수자(LGBT) 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해온 미국 시민단체 ‘애슬리트 앨리’가 1960년대에 벌써 커밍아웃을 하고 LGBT 권익 옹호에 앞장서 온 테니스 레전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그녀를 자문위원회에서 내쫓고 홍보대사 임명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18차례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자랑하는 나브라틸로바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가 불공평한 신체적 이점을 더 누린다며 일종의 사기라고 통박했다. 애슬리트 앨리는 나브라틸로바의 발언이 성전환자 공포에다 끈질기게 버텨온 신화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나브라틸로바는 최근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 기고를 통해 “남자도 여자가 되겠다고 결심해 어떤 종목이건 필요한 호르몬을 가질 수 있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취하고 작은 행운이라도 얻을 수 있다. 나중에 정반대 결심을 한다면 여자로 돌아가 아기를 함께 가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제정신이 아니며 일종의 사기다. 난 기꺼이 성전환을 한 여성도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의지에 반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일이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성으로 성을 바꾼 남자들이 곧바로 원래 성 정체성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레이철 맥키넌은 세계 트랙 사이클 우승을 경험한 첫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런 언급들이 “역겹고 당황스러우며 심하게 트렌스젠더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쿨하게 넘겼다. 애슬리트 앨리는 성명을 통해 “이 이슈를 놓고 나브라틸로바와 의견 접근을 시도한 것이 첫 경험은 아니었으며 지난해 12월 말에도 그녀의 소셜미디어 발언들과 관련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나브라틸로바는 홍보대사로 합류했다가 2014년 첫 연례 갈라에서 액션 어워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 뒤 그녀는 국제농구연맹(FIBA)에 공개 서한을 보내 히잡 금지령을 뒤집거나 2017년 텍사스주에서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6년 지침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으로 성을 바꾸면 제한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남성이 여성으로 바꾸면 근육량을 늘리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적어도 12개월 동안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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