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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신은 빈 껍데기… 죽음은 축복이다

    육신은 빈 껍데기… 죽음은 축복이다

    ‘구도의 작가’ 송기원(66)이 10년 만에 새 소설집 ‘별밭공원’(실천문학)을 냈다. 7편의 단편들은 작가 자신과 소설 속 화자의 목소리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고백과 내면 탐구 끝에 이른 깨달음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특히 표제작 ‘별밭공원’은 작가의 자전소설이나 다름없다. ‘나’를 화자로 내세운 작가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던 도중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인사 등 고통 속에 뒹군 젊은 시절을 호출한다. 어머니의 단말마의 순간을 멀쩡한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폭음으로 일관하던 때는 저승 쪽이 차라리 부러웠다고도 털어놓는다. 비극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 담담한 고백으로 그려진다. “죽음은 황홀한 축복이다. 살아있으면서도 저 깊고 가없이 넓은 세상을 얼마든지 듣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죽음의 영토에 자신을 데려다놓고 삶을 제3자처럼 관조한다. “어머니, 어쩌다 보니 나도 벌써 오래전부터 그쪽 세상에 몸을 담구고 말았어요. 지금 살아서 움직이는 육신은 이미 내 육신이 아니어요. 그저 빈껍데기일 뿐이지요. 그런 빈껍데기가 드리는 음식이 어떻게 어머니의 굶주림을 달래겠어요? 차라리 아니 드시는 게 낫지요.”(12쪽) 죽음을 더 가까이 여기는 작가의 의식은 ‘동백꽃’의 화자 ‘나’에게로도 연결된다. ‘나’는 죽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 끝에 남해안의 어느 섬에 가닿는다. 동백꽃의 붉은 색감에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는 ‘나’에게 생의 의지를 깨우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줌마들의 질펀한 수다라는 세속적인 건강함이다. 여자들의 신명에 말려드는 동안 ‘나’는 한 번쯤은 그녀들처럼 생에서 피투성이 싸움을 벌이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1990년대 인도, 네팔 히말라야 등을 돌며 구도에 나선 작가의 행적과 성찰은 ‘무문관’ ‘객사’ ‘육식’ 등 여러 단편에서 읽힌다. 바라나시의 화장터에서는 시체를 모독하는 장면을 목도하며 세상이 세뇌한 이분법의 허구를 깨우친다. 불에 태워지고 강에 던져지는 시체를 ‘나’는 상쾌하다 못해 아름답게 느끼면서 가장 추악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수도, 고통이 쾌감이 될 수도 있다는 열린 가능성에 눈을 뜬다(육식). 문학평론가 윤지관의 말을 빌리면, 송기원의 이번 소설집은 “그의 일생에 걸친 피투성이 싸움을 담고 있는” 동시에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내면의 성숙함을 돋을새김한” 결과물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2금융권 대주주심사 채근하는 동양·효성사태

    금융감독원이 어제 동양증권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부실판매 의혹에 대한 국민검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의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효성 사태는 금융 계열사가 모기업의 사(私)금고로 전락하면 국민경제가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 여실히 일깨워줬다. 따라서 이제라도 증권·카드 등 2금융권 대주주의 자격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사를 거느릴 자격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자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실현되는 듯했으나 재계의 거센 반발 등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동양그룹은 망하기 직전까지 동양증권, 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동원해 수조원대 자금을 끌어모으고 돌려막았다.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 일가는 효성캐피탈에서 200억원대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쏟고 있다.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는 다른 대기업들도 저마다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제2의 동양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믿을 구석은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다. 근본 해법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칸막이를 치는 금산분리다. 금융지주사 설립이든 의결권 제한이든 금산분리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단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도 먼저 도입해야 한다. 그룹 오너가 친인척이나 제3자를 앞세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를 숱하게 봐 온 만큼 특수관계인 배제 등이 포함된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수정법안은 다시 손봐야 한다. 연좌제나 재산권 침해 등 재계의 우려도 충분히 감안해 결격사유와 처분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어떤 핑계를 대건 안이한 감독과 뒷북 규제로 동양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당국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벌충할 기회다. 재계도 지분 매각 명령 등 극단적인 경우를 앞세워 마치 적격성 심사가 도입되면 당장 삼성이 삼성생명을 팔아야 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자체 투명성 확보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재계가 그토록 강조하는 글로벌 잣대로 견줘봐도 영국, 일본, 독일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 100달러 16억원대 위조단… 고물상에 꼬리잡혀

    100달러 16억원대 위조단… 고물상에 꼬리잡혀

    미 달러 16억원 상당을 위조해 판매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3일 미화 100달러권 1만 5000장(한화 16억 8000만원)을 위조한 혐의(통화위조)로 총책 나모(35)씨 등 7명을 적발해 5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위조책 이모(39)씨를 쫓고 있다. 범행 과정에 2500만원을 투자한 강모(59)씨는 가담 정도가 경미해 불구속 입건했으며, 위조책인 이씨는 지난 6월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서 발생한 100억원짜리 위조수표 사건에도 연루된 기술자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 등은 100달러권을 한 묶음(100장)당 200만~300만원씩 판매하거나 사기 투자 ‘미끼’로 사용하기로 하고 지난 7월19일부터 8월14일까지 평택시 포승읍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위폐 1만 5000장을 인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화폐용지판매회사에서 가명으로 용지를 구입하고 제3자 명의로 5000만원짜리 디지털인쇄기를 빌리는 등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무실도 임대보증금 없이 3개월치 월세를 선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사무실을 폐쇄하고 철수하면서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고물상 인부에게 꼬리가 잡혔다. 고물상 인부 A(38)씨는 나씨 등이 사용한 뒤 반납한 사무실에 에어컨 실외기 등을 수거하러 갔다가 버려진 노트 사이에 100달러권 63장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이 나머지 위폐를 불에 태워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딘가에 은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나씨 등을 일찍 검거하지 못했을 경우 대형금융사고로 이어지거나 달러를 사용하는 각국들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묻지마’ 공사에 경종 울린 용인시 주민소송

    지자체의 대표적인 거대 선심성 사업인 용인경전철에 대한 배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나섰다. 용인지역 시민단체와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소송단은 어제 경전철 사업비 1조 12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라고 주민소송을 냈다. 청구 대상은 전·현직 용인시장 3명, 용인시 공무원,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을 포함한 용역기관과 연구원, 사업관계자 등 4개 기관 39명이다. 주민들의 참여는 지방자치의 본질이지만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용인경전철은 개통 후 몇달 동안 운행해 본 결과 낮시간에는 전 구간 탑승자가 10여명밖에 안 될 정도로 쓸모없는 교통수단임이 입증됐다. 빠듯한 예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시설치고는 참담한 모습이다. 소송단은 운영비 지원과 지방채 원리금 상환 등으로 앞으로 30년간 매년 1093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혈세 먹는 하마다. 후세에까지 부담을 물려줄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시 재정이 파탄 날 수도 있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제3자 매각이나 최악의 경우 철거도 고려한다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도는 못되는 듯하다. 주민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벌어진 선심성 적자사업도 한둘이 아니다. 의정부와 김해 경전철,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이나 아라뱃길도 용인경전철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곳간 상황은 아랑곳없이 아까운 세금을 제 돈인 양 퍼부은 결과다. 정치적 욕심에 지자체 살림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은 단체장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용역비에 눈이 어두워 지자체들과 짝짜꿍해 수요를 뻥튀기해준 연구기관들 또한 책임에서 결코 비켜갈 수 없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지자체들의 마구잡이식 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전형적인 뒷북대응이다. 정부가 미덥지 않은 주민으로서는 직접 감시의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지자체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크고 작은 전시·선심성 사업들이 남발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사업을 벌여놓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지자체는 앞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엄정한 잣대로 사업을 선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면밀한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포퓰리즘 사업’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용인경전철 소송단 “1조원 받아와”

    ‘용인경전철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경기 용인시장에게 “책임 있는 자들에게 경전철 사업비 1조 12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소송단은 10일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경전철 개통 후 100일간 운행한 결과 하루 평균 탑승인원이 당초 예상인원의 5%에 불과해 운영비만 매년 473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지출된 돈이 5094억원이고 앞으로 지방채원리금, 신규사업자지급금, 운영비지원 등 30년간 2조 6099억원이 지급돼 총 3조 1193억원, 매년 1093억원이 들어 용인시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주민소송단은 경전철 문제해결을 위해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 또는 철거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도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소송단은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 소장’을 수원지법 종합민원실에 제출했다. 원고는 안홍택 고기교회 목사를 포함한 주민 12명이며 피고는 김학규 용인시장 1명이다. 현근택 주민소송단 변호인단 공동대표는 “이번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행정소송으로 현행법상 주민이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어 용인시장에게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는 간접 소송형태로 취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소송단이 배상청구를 요구하는 상대방은 이정문·서정석·김학규 등 전·현직 용인시장 3명을 비롯해 전·현직 용인시 공무원 및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 등 용역기관과 연구원, 사업관계자 및 건설사 등 39명과 4개 기관이다. 용인경전철은 지난 4월 26일 개통 뒤 탑승객이 예상치를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급정거 사고가 잇따라 승객이 다치는 등 앞으로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밀양 송전탑 공사 주민설득 병행해야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주민들과의 충돌 속에 어제 재개됐다. 지난 5월 공사 시작과 함께 중단된 이후 넉달여 만이다. 한전이 2007년 정부로부터 건설 공사 승인을 받은 후 6년 동안 11차례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이미 전국적 이슈가 됐다. 마침내 대규모 경찰병력까지 투입해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주민의 안전이다. 일부 주민은 쇠사슬로 목을 감고 농성을 벌이고, 공사 현장에 대형 구덩이까지 파놓고 결사 저지에 나서고 있다. 극단적인 대치로 말미암아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사태는 급속히 악화될 것이 뻔하다. 공사현장 관리에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까지 동원하면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반대세력은 여전히 송전탑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TV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적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위력’이 아니라 ‘공론’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건강권·재산권 등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는 해당 지역 주민과 ‘제3자로서의 국민’의 시각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주민의 절대 다수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국민은 송전선로 공사는 국가전력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국가기반사업이라고 여긴다. 전력 사정의 긴박함은 올여름 블랙아웃 공포의 터널을 지나며 우리 국민 모두 확인한 바다. 어렵게 생산한 전력을 제대로 송·배전하지 못해 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밀양 주민으로서는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현실이 야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송전탑 건설을 무작정 막아선다면 지역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한전은 내년 여름 전력 수요 피크기에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신고리 3호기 내년 3월 상업운전’을 강조한다.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최소 8개월 이상 공기가 소요돼 내년 5월에나 완공할 수 있다니 이미 늦은 셈이다. 늦은 만큼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이처럼 극단으로 내몰린 데는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한전의 안이한 대처도 한몫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주민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설득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 동양시멘트·네트웍스도 법정관리 신청

    동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와 시스템통합(SI)업체인 동양네트웍스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로써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계열사는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에 이어 5개사로 늘어났다. 1일 동양그룹에 따르면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이날 각각 춘천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로써 동양시멘트 등은 법원의 재산보전 처분, 법정관리 여부 결정에 따라 제3자 또는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임명돼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 대주주나 채권단은 법정관리 기업의 자산에 손을 댈 수 없다. 1957년 창업한 그룹의 모태 기업인 동양시멘트는 부채 비율이 196%로 다른 계열사보다 낮기 때문에 법정관리가 아닌 채권단의 자율협약,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동양 등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에 비해 동양시멘트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비교적 안정된 재무구조를 유지했다. 현재 대출은 산업은행 2200억원, 우리은행 640억원, 농협은행 390억원, 국민은행 20억원 등이다. 다만 지분 구조가 ㈜동양 54.96%, 동양인터내셔널 19.09%, 동양파이낸셜대부 3.58%, 동양네트웍스 4.2% 등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가 최대주주여서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보유 자산의 신속한 매각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회생절차를 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채총장 의혹 ‘개인정보 유출경로’ 드러날까

    시민단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 2명과 정보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곽상도(54)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과 관련해 향후 검찰 수사로 정보 유출 경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의 단체는 26일 혼외 아들 의혹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임모(여·54)씨와 아들 채모(11)군의 개인 정보를 무단 유출한 혐의 등으로 이들과 신원 불상의 자료 전달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개인 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부 당국과 언론에 의해 유포돼 당사자들이 심리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의혹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곽 전 수석 등을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초중등교육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현행법은 누구라도 법령에 근거하지 않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열람,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보도한 이후 후속 보도를 통해 근거 자료로 채군의 거주지, 출국일, 학적부 기재 사항 등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는 “민정수석 등이 주도해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선일보 기자 또는 제3자에게 유출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마땅히 지켜져야 할 개인 정보가 불법 유출된 것에 대한 심각성을 재고하고, 평범한 시민 누구나 갑자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개인 정보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 총장은 관련 보도에 대해 지난 24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 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배호근)는 채 총장이 낸 정정 보도 청구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10월 16일 오후 1시에 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론준비기일에서 사건의 핵심 쟁점과 양측의 입증 방법을 정리할 계획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중간 평가·쌀시장 수호·내각제 개헌 ‘空約’… 사과·레임덕 부르기도

    중간 평가·쌀시장 수호·내각제 개헌 ‘空約’… 사과·레임덕 부르기도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해명하는 수준을 넘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임기 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만 주요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은 대선 때 내세웠던 주요 공약 1~2개를 임기 내 이행하지 못했고, 일부 대통령들은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공약 파기 논란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본격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1987년 대선에서 “대통령 임기 중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면서 전격적으로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간에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묻겠다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약속이었고, 실제 이로 인해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3월 야당과 비밀 합의를 통해 중간평가 공약을 파기했고, 국정 주도권을 잃은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라는 오명을 얻었다. 1992년 대선 때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약속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0개월여 만에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12월 쌀시장 개방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참여로 공약 파기 상황에 놓이자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가 물러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내각제 개헌 철회도 대표적인 공약 파기 사례다. 내각제 개헌은 대선 공약이자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7월 내각제 개헌을 철회했고, 이는 2001년 DJP 연합을 파국으로 이끄는 단초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농가 부채 탕감’ 공약도 불발로 끝나면서 2000년 농민 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등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됐다. 비록 헌법재판소라는 ‘제3자’의 개입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충청권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실제 취임 후 “행정수도 이전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2005년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고,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핵심 경제 공약이었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이 무위에 그쳤다. 여기에 2011년 3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역시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전면 백지화되면서 집권 초기 내세웠던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좌초됐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뒤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이명박 정부가 이후에도 은밀하게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기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중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사안은 이번에 논란이 된 노인연금 등의 복지공약과 군 복무기간 단축(21개월→18개월) 등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의 경우, 국방부가 난색을 표시해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권의 대선공약 불이행 사례와 그로 인한 국정운영 난맥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중고차 리스승계 서비스, 실속파 소비자에 인기

    중고차 리스승계 서비스, 실속파 소비자에 인기

    ‘리스승계서비스’가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실속파들 사이에서 인기다. 리스승계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 내 차를 마련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 될 리스차량을 제3자에게 승계하는 방식으로 남은 계약기간 동안 기존 고객의 남은 할부금만 지불하면 되고 취•등록세와 같은 이전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기존의 중고차보다 저렴한 비용에 승용차를 리스할 수 있다. 리스승계 온라인 쇼핑몰 다이어트카(www.dietcar.com)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리스승계 서비스를 통해 부담 없이 차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구매 및 반납, 재리스 가운데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6년 전 처음 리스승계 서비스를 도입한 다이어트카는 국내 최대 거래량을 자랑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리스차량의 기간 및 보증금, 리스료, 잔존가치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상담 및 승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GS카넷과 도요타파이낸셜과 리스승계처리 업무 제휴를 맺고 신뢰도 높은 매물을 선보였다. ‘승계차량 평가정보시스템’을 통해 리스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일반인도 쉽고 편하게 리스차량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물은 무료로 등록할 수 있으며,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중개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성행되는 리스승계와 관련해 다이어트카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상이나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매물이 거래된 경우, 중개업자가 매물을 가지고 잠적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리스승계 보호제도를 갖춘 체계적인 전문 브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붙이고 붙인 ‘제3의 눈’ 빈디…여성 그리고 억압을 꿰뚫다

    붙이고 붙인 ‘제3의 눈’ 빈디…여성 그리고 억압을 꿰뚫다

    “하루를 마치며 ‘오늘 너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스스로 묻곤 합니다. 예술은 끝없는 질문이기 때문이죠.” 진한 코발트색 재킷에 옅은 핑크색 바지. 갈색 머리카락을 살짝 뒤로 묶은 그는 시종일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무표정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걸 카리스마 넘친다고 해야 하나? 인도 출신 여성 작가인 바티 커(44)의 이야기다. 20대에 고국인 인도를 여행하다 인도의 국민 작가 수보다 굽타(49)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또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아트플러스옥션’지가 ‘다음 세대에 소장가치를 지닌 50인의 작가’로 지목했다. 그는 영국에서 유복한 인도계 이민자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넥시켓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대학 졸업 이듬해인 1992년 첫 인도 여행에서 남편인 굽타를 만났다. 이후 줄곧 인도 뉴델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이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펼쳤지만 미술계에선 날 선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된다. “남들이 그렇게 평가한다면 (나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커의 상징물은 ‘빈디’(인도 여성이 미간에 붙이는 점). 요즘 인도에선 이를 패션 아이콘 삼아 몸을 치장하는 남성마저 등장했으나 여전히 여성의 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로 인식된다. 커는 ‘제3의 눈’으로 불리는 빈디를 15년 전부터 캔버스에 붙이고 또 붙여 거대한 동그라미나 사각형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반복해 붙이다 보면 연금술처럼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늘 같은 행위가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반복이 이뤄낸 진실이요, 삶이자 종교라는 설명이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기형’(Abnomalies). 종교적이거나 장식적인 용도의 상징물을 끌어모아 비정상적 상황을 연출하며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70개의 장식용 인형을 한 곳에 모은 작품을 통해선 누군가에게 복을 비는 대상물일지라도 이들을 한데 모으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묘사했다. 인형들 가운데는 예수나 부처, 동물도 있다.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덕분에 제3자의 시선으로 인도 사회의 계급체제와 성별 문제를 냉철히 바라보는 작품관이 자연스레 몸에 뱄다. 그는 “빈디를 손으로 붙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인도 여성의 정체성과 작업의 의미를 찾아간다. 속박의 상징인 빈디는 내 작품 속에서 종종 사랑과 번영을 뜻한다”고 말했다. 인도 여성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통해 여성성의 부재를 말하고, 반인반수의 여신 조각을 통해 불안정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밀랍으로 만든 기괴한 모습의 ‘와크 나무’는 기원전 4세기 인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더스강을 건너기 전 강가의 한 그루 나무에게 미래를 물었다가 “인도에 가지 말라”는 답을 들었다는 전설이다. 나무의 충고를 무시하고 인도를 침략한 알렉산더는 풍토병에 걸려 사망한다. 나뭇가지마다 짐승과 괴물의 얼굴 모양이 걸려 있다. “관객과 나무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하지만 그는 힌두교도도, 불교도도 아니다. 오히려 예술을 삼라만상 위에 올려놓은 예술지상주의자다. 작가는 “예술가가 만든 종교적 상징 덕분에 종교가 존재한다”면서 “작가는 자신이 처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열린 자세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법원, 한국일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부장 이종석)는 6일 한국일보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사정을 고려해 우리은행 출신으로 보전관리인 역할을 해 온 고낙현씨를 제3자 관리인에 선임했다. 고씨는 지난달 1일 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됐던 인물로 과거 한국일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당시 주거래은행에서 파견돼 수년 동안 채권관리단장을 지냈다. 재판부는 “고씨가 회사 사정에 밝아 구조조정에 적합하며 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된 이후 한국일보 정상 발행 등 조속한 안정에 기여한 사정을 고려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전·현직 직원 200여명은 지난 7월 24일 임금과 퇴직금, 수당 등 95억여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채권 신고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 채권 조사 기간은 다음 달 31일까지다. 첫 관계인집회는 오는 12월 13일에 열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현실과 괴리된 배임죄 없느니만 못하다/최용규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현실과 괴리된 배임죄 없느니만 못하다/최용규 산업부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수사하던 남기춘 지검장이 낙마했을 때의 일이다. 무교동 어느 음식점 술자리에서 남 검사를 형처럼 따르던 후배 검사는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대놓고 일갈했다. “두고 보쇼. 김승연은 틀림없이 유죄가 날 거야”라던 그의 말은 얼마 안 가 적중했다. 김 회장에게는 배임죄가 적용됐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다. 한화가 총수 구명을 위해 비싼 돈 주고 국내 최고라는 로펌들을 들이댔지만 다 허사였다. 그 검사 말대로 현행 법상 김 회장은 유죄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김 회장 말고도 많은 기업인이 배임죄에 걸려 처벌받았다. 기업인에게 배임죄는 족쇄이자 덫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임죄가 지금 우리 현실에 맞는가 하는 점이고, 내용상 문제점은 없는지 따져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배임죄가 적용되는 나라는 한국과 독일, 일본 세 나라이다. 그런데 독일,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배임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라는 법 조항은 내용이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걸면 걸리는 게 배임죄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김 회장은 다른 계열사 돈으로 어려운 계열사를 도와 준 게 죄가 됐다. ‘경영상 판단’이라는 한화 측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법은 경영상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승연 재판은 ‘틀림없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김승연 효과’는 이미 기업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 총수가 됐든, 중견 기업인이 됐든 어느 누가 앞으로 부실 계열사를 살리려고 아등바등하겠는가. 김승연 꼴 나지 않기 위해 가차없이 버릴 게 뻔하다. 문제는 계열사 하나 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업인 입장에선 비슷한 업체를 인수하거나 그도 아니면 새로 하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버려진 기업의 직원들은 그날이 바로 제삿날이다. 교조적 법 해석이 결국 또 다른 사회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배임죄가 적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역동적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가만히 있는 기업은 걸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목을 매도 기업들이 시큰둥한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리스크가 여전한데 대통령이 밥 산다고 이들이 쉽게 투자하고 일자리 늘리겠는가. “투자하기엔 필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로 부르면 앞에선 ‘예’ 할지 몰라도 뒤로 돌아서면 생각이 다를 것이다. 투자가 없는데 어떻게 고용을 기대할 수 있겠나. 신입사원 뽑은 만큼 있는 직원 잘라낸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배임죄 적용 규정에 ‘경영상 판단’의 개념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5일 기업가들이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경우 설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상법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평소 배임죄 개정을 주장해온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와 강동욱 동국대 교수도 참여했다는 소식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일이다. 그럴 때가 됐다고 본다. 현실과 괴리된 법은 없느니만 못하지 않은가. ykchoi@seoul.co.kr
  • 이석기 내란음모 수사發 ‘공안정국’… 남재준원장·김기춘실장이 배후에?

    이석기 내란음모 수사發 ‘공안정국’… 남재준원장·김기춘실장이 배후에?

    청와대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사건’ 수사를 전면에서 주도해 주목된다. 보통 대공수사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거나 공조해 온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서는 사실상 수사의 모든 과정을 장악한 채 전권을 틀어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놓고 불편한 관계인 검찰을 ‘제3자’로 세워 놓고 청와대와 함께 ‘공안정국’으로 이끌어 가려는 국정원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대북 강경파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대표적 공안통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사건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국정원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 입장에서는 장외투쟁 한 달째를 맞는 민주당의 양자회담 공세를 피할 수 있게 됐고,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박근혜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이 주도한 국정원 개혁 정국에서 ‘방향타’를 잃어버린 상황이다. 검찰과 달리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직속기관으로서 청와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석기 사건’이 공교롭게도 공안검사로 명성을 날린 김기춘 비서실장의 청와대 부임 이후 처음으로 터진 대형 공안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정치권 지형 변화까지 가능한 이번 사건을 확실히 틀어쥐고 국면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1989년 서경원 의원 방북 사건 당시 ‘좌익 발본색원’을 총지휘했고,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터졌을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는 등 정권이 고비에 몰릴 때마다 ‘구원등판’한 인연이 깊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 국정원장은 대표적인 강경보수 성향 인물이다. 그런 만큼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서도 남 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정국을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정국으로 일거에 전환시킨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야당의 천막투쟁과 촛불시위 등으로 ‘국정원 개혁’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안사건을 매개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행정청은 당사자 능력 없어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 불가

    오늘 살펴볼 판결은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 관해 책임을 물었던 행정 처분을 놓고 다툰 대판 99두1519판결이다. D건설 주식회사 등은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성수대교 건설 공사를 도급받아 완공했다. 그러나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위에 발생한 균열이 확대되다가 결국 대교가 붕괴돼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차량 6대와 함께 32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건설부 장관의 위임을 받은 서울시 중구청장은 D건설회사에 대해 건설 당시 강재(건설 공사 재료용으로 가공한 강철)를 규정대로 용접하지 않고 조잡하게 시공해 교량 상판이 붕괴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건설업 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애초에 원고는 피고를 건설부 장관으로 지정했다가 나중에 서울시 중구청장으로 경정하였다. 법령에 면허 취소 등의 처분 권한이 건설부 장관에게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으나 건설부 장관은 이를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은 다시 중구청장에게 위임한 기관 위임 사무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피고 지정에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원심에서는 D건설회사의 부실 시공만으로 성수대교가 붕괴된 것이 아니라 설계, 감리상의 하자와 서울시의 유지 관리 소홀 및 구조를 무시한 보수 작업 등이 중첩돼 붕괴된 것으로 그 붕괴의 책임을 D건설회사에만 물을 수 없고, 처분이 확정될 경우 회사의 파산과 직원들의 대량 실직 상태 등을 고려해 처분으로 인해 처분의 상대방이 입는 손해가 공익적 이익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 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자 상고심 재판 절차에서 서울시장이 소송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보조참가를 신청했다. 행정소송법 제8조에서는 다른 규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에서는 소송에 관해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보조참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상 소송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능력(실체법상 권리 능력)이 필요하고, 당사자 능력은 자연인이나 법인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중구청장은 행정기관에 해당될 뿐 자연인이나 법인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상 당사자 능력을 갖지 못한다. 행정소송법 제13조에서는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행정소송에서만 특별히 피고 적격을 규정한 특별규정이고, 이를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게다가 행정소송법 제16조에서는 소송의 결과에 따라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받을 제3자가 있는 경우에는 제3자의 소송참가, 행정소송법 제17조에서는 다른 행정청을 소송에 참가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청의 소송참가 제도가 규정돼 있다. 따라서 행정청의 소송참가 제도가 따로 규정돼 있는 이상 행정소송법상 위 제도를 이용해 소송참가를 해야 할 것이고, 당사자 능력이 없는 행정청이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를 신청하는 것은 부적법하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 이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행정청이 행정소송법 제17조에 규정된 소송참가가 아니라 민사소송법상 보조참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법원에서 그 참가의 위법함을 간과하고 보조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상고심 본안에서는 성수대교 붕괴로 인한 피해와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사건 처분의 공익적 사유가 원고가 입는 피해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다.
  • [문화 In&Out] 꼬리 무는 디스전쟁… 민낯 드러낸 힙합계

    [문화 In&Out] 꼬리 무는 디스전쟁… 민낯 드러낸 힙합계

    더러는 ‘싸움질을 끝내라’며 말리고, 더러는 ‘갈 데까지 가자’고 부채질한다. 지난 주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힙합계의 ‘디스 난타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초기에는 짜릿했지만 폭로에 폭로가 더해지고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얹는 통에 피로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 힙합계와 마니아들은 ‘힙합의 진면목’이라고 환영하면서도 과도한 폭로전을 우려하기도 하는 등 복잡한 표정이다. ‘디스’(diss)는 ‘disrespect’(디스리스펙트·무례, 결례)의 줄임말이다. “내가 최고, 넌 어디서 굴러 왔냐” 하는 식으로 온갖 욕설과 격한 표현을 섞어 다른 래퍼를 깎아내리며 으스댄다. 디스는 미국 힙합계에선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힙합 리스너들은 누구의 랩 실력이 훌륭한지를 따지고, 래퍼들도 누군가를 디스하는 곡을 특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지난 21일 스윙스가 공개해 ‘디스 대란’의 시작을 알렸던 ‘킹 스윙스’는 디스의 본래적 의미에 가까웠다. 스윙스는 “한국 힙합 거의 다 쓰레기, 너네 실력은 짧아”라며 으스댔고, 어글리덕과 테이크원이 맞대응곡을 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래퍼가 연예인으로, 힙합이 대중가요로 변해 가는 힙합 신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이 주된 주제였다. 하지만 이센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점차 폭로전으로 비화했다. 이센스가 22일 공개한 ‘유 캔트 컨트롤 미’는 전 소속사와 소속사의 간판인 개코(다이나믹듀오)가 자신을 이용하고 내쫓았다고 폭로한 것이었다. 여기에 개코와 이센스가 맞대응곡을 주고받으며 전 소속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폭로와 반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제3자인 래퍼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디스전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한다는 비판까지 샀다. 욕설이 난무한다고 ‘꼴불견 싸움질’이라고 치부하는 건 고루하다. 디스의 주제와 영역에 선을 그어 가며 ‘계약 문제는 법적으로 풀어라’라고 훈수를 두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힙합계에서는 폭로전이 과열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래퍼들 간 경쟁과 발전이라는 디스의 본질이 제거된 채 ‘디스=폭로전’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대중은 이번 난타전을 통해 힙합의 맨 얼굴을 봤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힙합곡은 사실 힙합의 외피를 쓴 ‘대중가요’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많다. 힙합을 잘 몰랐던 이들은 힙합이 그저 랩을 많이 넣은 대중가요가 아님을, 거친 단어와 표현으로 치고받으면서 치열하게 생존해 가는 문화임을 제대로 접했을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하)] “정치교착 풀 결단 필요… 경제살리기 성과 집착보다 체질 개선을”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하)] “정치교착 풀 결단 필요… 경제살리기 성과 집착보다 체질 개선을”

    박근혜 정부 6개월간 성적표는 대북과 외교 분야에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대내 분야에서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야 대치 정국에서 제3자적인 입장을 취하며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세 없는 복지, 경제살리기 방안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서울신문은 23일 지난 6개월간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보기 위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가졌다. →박근혜 정부 6개월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 -이상돈 교수 지난 6개월 제가 기대했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 통합대통령을 지향한 만큼, 야당과 협력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국정쇄신을 기대했는데 6개월 동안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박명호 교수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본다. 대외적으로는 성공, 대내적으로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강화하거나 보완할 건 없나. -이 교수 대북 관계에서 개성공단 문제 등 북한이 처음에 저지른 것을 인내심을 갖고 우리 중심으로 이끌어온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공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일 관계에서 걱정도 있다. -박 교수 대미·대중 방문을 통한 기반 확보, 그리고 국민의 평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원칙과 신뢰라는 일관된 입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대일관계는 감정적으로만 접근할 수도 없고 현실적인 필요도 있어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국내정치는 박한 점수를 받고 있는데 문제는 어디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 소통은 잘 되고 있다고 보나. -이 교수 지도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야당대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절제되고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것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대통령 입장에서보다 활발하게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박 교수 대외 정책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공했지만, 대내 부문에서는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정치실패라고 하는 부분이 지적돼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정치적 역할을 경시하지 않았나. 인사와 관련해 상징성이나 메시지 전달은 부족했다. -이 교수 사실 인사에 실패한 것 아니냐. 솔직히 인상깊은 장관이 한명이라도 있는가. 1기 각료는 실패라고 하는 것이 국민들의 평가라고 본다. 또 하나 기막힌 것이 어떻게 대통령이 된 뒤 첫 정책이 세금 올리는 걸 자랑스럽게 발표하느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부총리가 정치적 감각이 제로다. 세금 올리는 것을 홍보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국내정치 분야의 점수를 깎아 먹은 거다. →대선 공약의 달성이 어려우면 약간 수정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달성해야 하는 것인지 말해달라. -이 교수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때 재정건전성 언급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이었다. 우리나라가 복지가 약하다고 해서 구체적인 복지 공약을 내세웠는데 재정건전성과 복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경제가 무지무지하게 성장해야 가능한 것이다. -박 교수 동의한다. 약속은 지키는 게 원칙이겠지만 상황, 조건과 환경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논란이 있는데, 한 발짝 물러서 있거나 제3자인 것처럼 보여 논란을 더 키웠다. 세제개편안에서도 세금을 올린 것이 아니라는 관료적 설명과 사람들의 인식은 괴리가 컸다. 세금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 어디까지 공약을 이행하고 복지를 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교수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복지를 위해 재정지출이 필요하고 세금을 더 낸다는 부분은 국민들이 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 현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와 전망을 하자면. -박 교수 최근 조사에서 정부 대북기조 찬성이 높게 나왔고, 이것이 국정기조의 버팀목이 됐다.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은 성공이다. 이전 정부와는 차별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정권 초 북한에서는 새 정부 길들이기 또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해 왔다. 이게 게임의 끝이 아니고 주고받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남북관계가 특수하기에 때로는 물밑 접촉도 필요한 것 아닌가. -박 교수 전쟁 중에도 대화는 어느 수준이냐가 문제일 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아도 모르는 척할 필요가 있다. 전혀 대화 통로가 없다면 그게 더 문제다. -이 교수 북한이라는 체제가 예측 불가능한 데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각심은 가져야 된다고 본다. 대북 유화적인 협상을 해도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박 대통령의 장점이라고 본다. →정치권과의 소통 문제는 어떻게 보나. -이 교수 박 대통령이 과거에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면서 불거진 것이다. 활발한 의견 개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마디 던져도 파급이 크니까 자제했던 것 같다. 이것이 축적돼 왔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정치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 교수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자체 개혁에 대해 셀프 개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 교수 외국과 우리나라는 정보기관 시스템이 많이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국정원 자체에 맡기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라도 스터디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정원 개혁 문제가 여야 대립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뭔가 결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교수 3자회담 또는 양자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 양자회담은 좀 아닌 거 같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는 3자회담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른바 과거 영수회담에서 야당대표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온 적이 거의 없다. 야합했다거나 사쿠라 논쟁만 있었다. 정치를 부활시켜야 한다. →경제가 온기가 없고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까. -이 교수 6개월 만에 경제를 살린다는 기대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미래세대 자산을 앞당겨 쓴 것이고 미래세대를 갈취한 것이다. 우리나라 채무가 얼마나 많나.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조급한 경제 성과에 집착하면 경제를 더 망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런 경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박 교수 특히 정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개월 안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책을 가졌으면 이 문제가 논의 대상도 안 될 것이다. 다 고통스러운 부분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감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60% 안팎 지지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 교수 아직까지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인기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만 떼놓고 보면 이만큼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올해 말,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 -이 교수 박 대통령은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보다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35% 지지율은 그대로 있다. 인사만 잘하면 65~70% 정도는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사 실패와 여야 대치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온 것이다. 전두환 추징금 문제의 국민적 카타르시스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이 하려는 것을 보여준 건 없다. 내년에 이 시대 박근혜 정부가 해야 될 국정어젠다를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서 나오는 지지율이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생각한다. →여의도 정치가 장외투쟁 등으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 여야에 한마디씩 해달라. -이 교수 정치라는 것은 대화와 협상인데, 여야 정치권이 말을 너무 막 한다. 좀 더 품위 있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가 위태롭게 된다. -박 교수 정치실패의 부수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역할 정립에 실패하고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역할을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위기를 대선 전부터 계속 가져오고 있다. 두 문제 다 근본적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상당히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정리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전두환 추징법’ 일반 범죄까지 확대 적용

    공무원의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을 강화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일반 범죄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의 재산추적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20일 각각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범인이 아닌 제3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범죄수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족이나 측근 명의로 은닉 재산이 발견될 경우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또 범죄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계기관에 출석을 요구하거나 계좌추적, 압수수색, 정보조회 등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법무부는 기존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법부부 관계자는 “전체 추징금 약 25조 4000억여원 중 미납액은 25조 3800억원으로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이 재산을 제3자에게 숨겨놓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을 강화하고 면탈 행위에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 6월 공무원의 불법취득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시효를 늘리고 추징 대상을 제3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패소해도 또 소송… 끝나지 않은 ‘친일파 재산환수’

    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올해로 68년째가 되지만 친일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청산되지 않고 있다. 특히 2006년에야 시작된 친일재산 환수 작업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큰 땅이 국가에 귀속됐지만 친일파 후손 대부분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환수작업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친일재산 환수 작업에 대한 논의는 1992~1997년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씨가 국가에 몰수된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판부가 이씨 손을 들어주자 이후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반환 소송이 이어졌고 여론은 들끓었다. 이에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정돼 친일 행위를 통해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 7월까지 4년간의 활동으로 친일행위자 168명의 친일재산 1000억여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이 중 제3자에게 이미 처분된 267억여원에 대해서는 친일재산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친일파 후손들이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재산을 국가에 반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까지 모두 92건으로 소송 규모는 전체 귀속 재산의 80%에 달한다. 행정소송 중 결론이 내려진 사건은 86건으로 2010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조선왕족 ‘이해승 사건’ 등 6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가 승소했다. 재산을 이미 처분해 환수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청구하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 21건 가운데 종결된 19건도 모두 국가가 승소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등 모두 9건에 대해 각각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승소하면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파 박희양이 후손에게 물려준 42억 4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환수한 것을 비롯해 일본군 육군소장을 지낸 조성근의 50억 4000만원 상당의 땅 등을 돌려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친일재산 환수는 친일청산의 마무리이자 역사적 정의 구현을 위한 염원인 만큼 남은 8건의 소송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신협 5곳 부실·부당대출 징계

    신용협동조합들이 임직원에게 부당 대출을 해주거나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청주서원신협 등 5개 신협 조합의 부당 영업행위를 적발해 임원 4명에게 문책경고와 주의적 경고 조치를, 직원 5명에게 주의 조치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청주서원신협은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거래처 두 곳에 거래처와 제3자 명의로 12차례에 걸쳐 14억 6000만원을 빌려줘 동일인 대출한도를 4억 6000만원 넘겼다. 또 2011년 1월~2012년 12월 46명에 17억 6700만원(54건)을 대출해 주면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등급에 따른 신용대출 한도를 10억 6900만원이나 넘겼다. 이 외에도 조합원 자격이 없는 767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출자금 1억 14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울산동부신협은 2011년 5월, 22억원이 넘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가압류도 잡힌 부동산을 담보로 기업체 대표에게 14억 3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이자가 연체되자 같은 해 12월에는 이 회사 직원 이름으로 5000만원을 더 대출해 줬지만 결국 1년 만인 2012년 10월 들어 14억 8000만원의 대출이 전부 부실화됐다. 2010년 8월 인천의 한 아파트를 담보로 13억 4800만원을 빌려주면서 최대 60%인 LTV를 80%로 적용해 4억 9600만원을 초과 대출해 준 사실도 적발됐다. 사상신협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도 토지 등을 담보로 대출해준 것이 적발됐고 화수신협은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림신협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현금을 도난당해 제재를 받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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