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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대규모 수사에도 김학의 ‘무죄’...“재판부에 경의를”

    검찰 대규모 수사에도 김학의 ‘무죄’...“재판부에 경의를”

    6년 만에 이뤄진 검찰 재수사증거 부족, 공소시효 벽 막혀세 번째 수사에도 1심 ‘무죄’‘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검찰이 대규모 수사단을 꾸리고 세 번째 수사에 나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구속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법원은 김 전 차관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5월 구속된 김 전 차관은 6개월 만에 수의를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3자 뇌물수수,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는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고, 성접대 등 뇌물수수 혐의도 공소시효 벽에 막혔다. 이날 오후 2시쯤 시작된 재판에 김 전 차관은 흰 수염을 늘어뜨린 채 연두색 수의를 입고 나타났다.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생년월일을 묻는 질문에 짧게 답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부터 하나씩 열거하며 무죄로 판단한 배경 등을 설명했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쯤까지 13차례에 걸쳐 이모씨 등으로부터 성접대를 받고, 윤씨로부터 현금 등 1900만원과 시가 1000만원짜리 그림을 수수하는 등 총 3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뇌물 액수가 1억원이 안 돼 공소시효 10년이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씨가 이모씨의 상가보증금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이씨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 재판부는 “1억원 채무 면제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 부분은 무죄라고 했다. 박모 변호사를 통해 윤씨의 부탁을 받고 형사사건 조회를 해 윤씨에게 진행 상황을 알려준 혐의(수뢰후 부정처사)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고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또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상품권과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을 받은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면소판결했다. 선고가 끝나자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무죄를 생각하면서 재판에 임했다”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는 사건이고 사건 외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 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억원을 구형했다. 한편, 윤씨는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2013년 검찰이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으면 그 무렵 피고인이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김학의 등 사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원주 별장 성접대는 양형을 정하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학의 전 차관 1심 ‘무죄’ 석방…“성접대, 공소시효 지나”

    김학의 전 차관 1심 ‘무죄’ 석방…“성접대, 공소시효 지나”

    3억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차관은 이날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차관 내정 직후이던 2013년 3월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과 함께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8개월 만에 첫 사법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혐의는 1억원의 제3자 뇌물 혐의와 3000여만원의 수뢰 혐의로 나눠진다. 여성 이모씨와 맺은 성관계가 드러날까봐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켰다는 것이 제3자 뇌물 혐의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 접대 혐의에 대해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2003~2011년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한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900여만원을 받고,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인척 명의의 계좌로 1억 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거나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1억원의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윤씨가 1억 상당의 채무를 면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제3자 뇌물 혐의가 인정되는 데 필요한 ‘부정한 청탁’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무 면제가 이뤄진 뒤에 “어려운 일 생기면 도와달라”는 대화가 오갔기 때문이다. 1억원의 뇌물이 무죄가 됨에 따라 나머지 3000여만원과 성접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뇌물 액수가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 되고, 뇌물은 2008년 2월까지 받은 것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최씨와 김씨로부터 받은 2억원 상당의 뇌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뇌물의 시점에 따라 무죄나 공소시효 완료에 따른 면소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12년 4월 윤씨의 부탁으로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줘 수뢰후부정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전달한 내용에 비춰 부정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 사이에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받은 190여만원의 상품권과 차명 휴대전화 요금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2009년 이전에 받은 4700여만원은 윤씨에게 받은 뇌물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김씨에게 받은 1억 5000여만원 중에서 2007∼2009년 받은 5600만원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로, 2000∼2007년 받은 9500만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라이관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큐브 “법원 결정 환영”

    라이관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큐브 “법원 결정 환영”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18)이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큐브 측은 21일 “오늘 서울중앙지법은 당사 소속 연예인 라이관린이 지난 7월 당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이런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라이관린과의 전속계약상 어떠한 해지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의 결정에 따라 라이관린과 전속계약 관계를 유지한다”며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관린은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워너원으로 데뷔했다. 지난 1월 워너원 해체 후엔 펜타곤 우석과 유닛 앨범을 내고, 중국 드라마 ‘초연나건소사’(初戀那件小事) 촬영을 하는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라이관린은 지난 7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큐브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라이관린 측은 큐브가 자신에 대한 중국 내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제3자인 타조엔터테인먼트에 양도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등 신뢰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큐브 측은 “모든 일정과 계약 진행 시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며 “라이관린과 직접 계약을 맺어 성공에 따른 과실을 독차지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포시 감정4지구개발사업권 GK개발에 적법양도 인정”

    “김포시 감정4지구개발사업권 GK개발에 적법양도 인정”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지난 13일 경기 김포시 감정4지구 개발사업권 확인 소송과 관련해 P씨의 사업권이 GK개발에 적법하게 양도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GK개발은 T업체가 연예인조합협회나 기타 제3자에게 사업권을 매각하는 행위는 이중계약으로 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1일 부천지원에 따르면 이 재판에서 원고는 P씨, 피고는 T업체, 원고승계참가인은 GK개발이다. 부천지원이 결정발표한 사업권확인 소송판결문에서는 원고 P씨가 2007년 12월 5일 GK개발에 김포시 감정동 568 일대 아파트신축 사업권을 양도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됐다. GK개발측 변호사는 “이 판결에서 원고승계참가인인 GK개발의 청구가 각하된 것은 원고가 이미 소송제기 전에 채권양도를 했다는 것이 이유로 승계참가인이 이미 이 사건의 사업권이 있으므로 다시 소를 제기해 사업권확인을 구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원고의 승계참가인의 소가 각하됐다 할지라도 GK개발이 이 사건의 사업권이 있음을 법원이 명확히 판단한 이상 사업권은 원고에게 있는 게 아니라 승계참가인에게 있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고의 승계참가인인 GK개발에 사업권이 있지 않은 피고(T업체)는 원고와의 각서와 이행각서에 따라 GK개발에 사업권의 핵심 개발내용이 되는 토지매매 계약자 변경이나 각종 사업과 관련된 명의를 양도해줘야 한다”며, “피고가 이 사업권 지역에서 GK개발의 사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포시의회 관계자는 “도시국장으로부터 감정4지구 등 김포시 개발사업 전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판결결과를 듣고 보니 기존 사업자 T업체는 사업권이 없었고 이 지역 사업권이 GK개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정례회를 앞두고 시의회 의원들에게 김포 도시개발사업 전반에 대해 설명회를 가진 K국장은 “감정4지구는 조합설립단계에서 토지매매가 거론되는 건데 기존 업체의 현재 진행상황으로는 아직 사업이 갈길이 먼 단계다. 그런데 지난달 사업권도 없는 T업체에서 의회에 매매계약서 사본을 제출했는데 이는 조합원들 서류를 담보로 T업체가 GK로부터 권리금조로 수백억원을 받아내려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결과에 대해 당초 채무자인 P씨가 T업체에 자금을 빌려줬다가 반환받지 못하자 대신 사업 양도양수권을 가져온 것”이라며 “이 양도양수권을 GK개발에 다시 양도했기 때문에 이 사업권은 GK개발에 있다는 게 판결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국장은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감정4지구는 하루속히 해결돼야 한다. 민간인들끼리 진실공방을 하고 있는 형국인데 이에 공무원이나 의회가 결탁하면 안된다. 이번 회기동안 해당의원들이 사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현행법령에 맞다면 정상 처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피고인 T업체 측은 “원고 P씨와의 소송에서 이 지역 사업권이 P씨에게 있지 않다고 결정해 아직도 우리에게 이 사건의 사업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GK개발은 감정4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주택사업 추진업체인 T업체 대표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편 지난 10월 김포시의회 제195회 임시회 행정복지위원회는 감정4지구 도시개발공사 참여 출자동의안을 보류시켰다. 21일부터 열리는 제196회 정례회에서 다시 도시개발공사 참여 출자동의안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통과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행복위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우식·오강현·김계순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김인수·유영숙·한종우 의원 등 모두 6명이 소속돼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이웃에게 물세례를’ 성깔있는 72세 부부에게 어떤 처벌 내려졌나

    ‘이웃에게 물세례를’ 성깔있는 72세 부부에게 어떤 처벌 내려졌나

    이웃은 먼 친척보다 가까울 수 있지만 때로는 적이 될 수도 있다. 영국 웨일스의 덴비에 사는 배리와 헬린네 리(이상 72) 부부가 오랫동안 다퉈온 이웃집의 해롤드 버로스에게 지난 6월 물호스 공격을 퍼부은 사실을 인정하고 12개월 조건부 불기소 처분과 함께 각자 170유로(약 21만 8800원)씩을 벌금으로 부과받았다. 버로스는 마당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는데 물세례를 받았다. 이런 일이 많았는지 미리 가슴에 동영상을 촬영할 카메라를 달고 있었다. 앰뷸런스를 출동시키는 지역 센터에서 책임자로 일한 뒤 은퇴한 버로스가 처음에는 부인 헬린네로부터 물 공격을 받고 “동영상이 촬영되고 있다”고 경고하는데도 나중에는 남편 배리가 호스를 넘겨받아 버로스에게 겨눴다. 콘위 카운티 란디드노 행정법원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동영상을 함께 본 뒤 이같은 조정 결론과 함께 리 부부에게는 앞으로 2년 동안 이웃들과 어떤 대화도 하지 말고, 얘기를 하려면 제3자를 통해서 하도록 했다고 BBC가 17일 전했다. 로버트 브래들리 판사는 버로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 “상황을 더욱 적대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줄리아 갤스턴 검사는 “추잡한 공격”이라며 오랜 세월 “리 부부에게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정을 담당한 로버트 비커리는 예전에는 친구처럼 지냈던 이웃들이 땅 문제 때문에 언쟁이 있어왔다며 지금 리 부부가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형량을 감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의 변론이 조금 어이없었다. 동영상에서는 명백히 리 부부가 의도적으로 물 세례를 퍼붓고 있는데 그는 “리 부부는 몇년 동안 늘 해오던 일을 하고 있었다. 차 진입로와 통로 위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데 땅의 기울기 때문에 물은 아래로 내려가기 마련이고 침전물 약간을 머금은 물이 담장 패널 밑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커리 역시 이웃끼리 분쟁이 많긴 하지만 “40년 가까운 경력에 호스파이프로 물 세례를 퍼부은 것은 분명 처음 본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보노] ISDS 수지와 ‘가을 뻐꾸기’

    [이해영의 쿠이보노] ISDS 수지와 ‘가을 뻐꾸기’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여전히 어려운 주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ISD라고도 불렀다. 번역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국제적으로 바른 용어는 ISD가 아니라 ISDS다. ISD를 옮기면 그저 ‘투자자·국가 분쟁’이 되는데 그 자체로는 이 말뜻이 살지 않기 때문에 ISDS 즉 투자자ㆍ국가 분쟁 ‘해결’까지 들어가야 정확하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번째 오류가 등장한다. 이 해결 방법을 놓고 볼 때 흔히 투자자ㆍ국가 ‘소송’이라는 번역은 틀렸다. 왜냐하면 문제가 되는 분쟁 해결 방법은 ‘소송’이 아니라 ‘중재’(arbitration)이기 때문이다. 중재는 법원에서 담당하는 소송이 아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ISDS에 대한 그나마 좀더 나은 번역으로 ‘투자자ㆍ국가 중재’를 권할 수 있겠다. 중재는 주로 사인 간의 상거래 분쟁을 법원을 통하지 않고 중재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사전에 약속한 뒤 제3자 곧 중재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쟁 당사자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중재는 대개 단심제이며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비공개리에 진행된다. 이 때문에 중재는 당연히 ‘불투명’하고 또 판례 구속성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프로세스를 국가 대 투자자 간 분쟁에 적용할 때다. 모름지기 모든 국가는 공익을, 모든 투자자는 사익 즉 이익추구를 본질로 갖는다. 사익을 추구하는 국가는 정의상 형용모순 같은 것이고, 공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곧 기업은 자본주의와는 무관한 아주 먼 미래에나 있을 일이다.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사법부가 공익의 편에 서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원리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공익과 사익이 같은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투자자는 투자 수용국 국내 법원을 회피하기 마련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매년 발간하는 ‘세계투자보고서 2019’에 따르면 과거 ISDS 사건 수는 수년에 한두 건이다가 2000년 전후해 폭증, 2018년 현재 총 942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ISDS 사건의 약 70%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정이 나왔고, 이는 그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것이라 평가한다. 현재 한국 정부에 대한 ISDS 사건은 최근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4조 4000억원을 포함해 총 10건, 피청구액은 약 13조 5000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국제 중재가 국내 로펌 업계로선 초호재 ‘블루오션’으로 등장해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이 타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은 알려진 것이 4건 정도다. 그중 2건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오만과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것인데, 합의 종결된 오만 건은 사실상 삼성 측이 이긴 것이고, 사우디 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머지 2건은 중소건설회사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인데 한국 기업이 패했고, 또 하나는 개인투자자가 키르기스스탄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인데 판정이 취소된 경우다. 한국 기업의 총청구 금액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오만 건의 수주 총액이 1조 1000억원 규모인데 계약 미성사로 인한 삼성측 손실 규모가 250억원+알파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반면 사우디 정부의 계약 해지 건과 관련해 삼성 측은 약 53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한다. 여기서 UNCTAD 보고서에 근거해 투자자 승률 70%를 각각 적용해 보면 한국 정부는 약 9조 5000억원을 물어 주고, 반면 한국 기업은-그 청구 총액이 약 6000억원이라 할 때-약 4200억원을 배상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즉 우리의 ISDS 수지는 약 마이너스 9조원이다. 치명적인 점은 한국 국민이 세금으로 약 9조 5000억원을 물어 주고 한국 기업이 약 6000억원을 해외에서 배상받는다 하더라도, 이 돈이 한국 국민에게 단 한 푼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손해는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바로 그 구조다. 국제사회의 ISDS 개폐 노력을 외면한 채 예나 지금이나 정부는 ISDS는 우리 기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억지 주장을 한다. 나아가 이제는 무슨 ‘중재시장 육성’ 같은 황당한 ‘가을 뻐꾸기’ 소리를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을 위한 그것도 쥐꼬리만 한 이익을 위해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 외국 기업에 보상하자는 말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ISDS에 관한 한 글로벌 호구 ‘각’이 제대로 잡혀 있어 앞으로도 죽 이리 갈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ISDS 시장 논리로 보니 그렇다.
  • 北 “美, 12월 협상 제안…용의 있지만 시간벌이 술책엔 흥미 없다”

    北 “美, 12월 협상 제안…용의 있지만 시간벌이 술책엔 흥미 없다”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거듭 요구“문제해결 가능하면 마주 않을 용의”美국방장관 “훈련 조정” 발언에 화답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최근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12월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간벌이 술책으로 보이는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대사는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하여 조미(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보려는(달래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이 선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명백히 밝힌 것만큼 이제는 미국 측이 그에 대한 대답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라고 압박했다.이어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하여 시간 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러한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미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 대사의 담화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향을 피력한 직후에 나와 주목된다.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13일(현지시간) 한국행에 오른 에스퍼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발언은 북한이 먼저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훈련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5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최종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가 이번 담화에서 “조미회담을 연출해 시간 벌이를 하려는 술책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평가절하하기는 했지만 미 측이 훈련 규모 축소 등을 통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북한이 다시 실무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이 지목한 대표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훈련 축소는 북한이 원하는 ‘근본적 해결책’과 맥이 닿는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 대사는 비건 대표가 자신과 직접 연락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사는 “조미대화와 관련하여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미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제3자 통한 총수 일가 부당 지원도 제재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계열사 간 직접 거래뿐 아니라 제3자를 통한 부당 지원도 ‘사익편취‘ 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다만 수출 규제 조치 등 긴급성이 인정될 때에는 부당 지원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27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으나, 좀더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위는 우선 간접 거래가 특정 계열사의 경제적 이익으로 귀결될 경우에도 부당 지원 행위로 인정돼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한 뒤 이 제3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부당 지원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의 판단 기준이 되는 정상 가격도 다시 정리했다. 새 심사 지침에는 자산·상품·용역 거래의 정상가격을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업들의 거래 가격으로 판단하고, 유사 사례가 없을 경우 현실적인 가격을 규명해 대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공정위는 대기업이 외부 경쟁입찰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할 경우에는 합리적 고려가 있었다고 보고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부당 지원 심사의 예외 기준인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의 정의도 다시 내렸다. 천재지변이나 수출 규제 조치, 물류회사의 운송 거부, 긴급전산사고 등 긴급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내부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제재하지 않는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본격적 법정 대응 시동 건 방탄소년단 뷔 서포터즈 ‘퍼플하츠’, 악플러 고발

    본격적 법정 대응 시동 건 방탄소년단 뷔 서포터즈 ‘퍼플하츠’, 악플러 고발

    법원이 인터넷상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엄벌을 내리는 추세를 보이며 최근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소속사와 더불어 팬들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방탄소년단 뷔의 서포터즈 ‘퍼플하츠’는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영민을 통해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확인을 위한 내용증명을 송부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서도 고발에 의한 수사가 가능하나 피해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에 퍼플하츠는 고발을 진행하기에 앞서 소속사를 통해 해당 의사를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하츠는 위 내용증명 관련 요청한 답변기한 내 빅히트 측이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아 처벌불원의사가 없음으로 간주하여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영민을 통해 11월 7일 악플러에 대한 1차 고발장을 접수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고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후에라도 소속사로부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로 인한 수사 중단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악플러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에 관련하여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SNS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6개월에서 1년 4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기준을 새로 확정하였다. 특히 범행 수법이 불량하거나 같은 범죄의 전과가 있을 경우에는 최대 징역 3년 9개월까지 엄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형위원회는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의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아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 명예훼손에 비해 가중처벌한다”라고 설명함에 따라 법원의 엄정 처벌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SNS 상에서 해외의 한 네티즌은 전달자로서 본인이 포함된 단체의 규모를 밝히며 12월 공격을 예고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뷔의 얼굴 사진 속 이마에 과녁을 올린 듯한 이미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퍼플하츠 관계자는 “이처럼 뷔에 대한 살해 협박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퍼플하츠는 소속사 측에게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강력 대응을 요청했다”라며 “진위여부를 떠나 멤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후 빅히트 측의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탄핵 시계 빨라지는 트럼프

    탄핵 시계 빨라지는 트럼프

    하원 탄핵조사 녹취록도 첫 공개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법원의 납세자료 제출 판결과 20여년 전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고소 등이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뉴욕 맨해튼 제2연방항소법원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 회계법인에 대해 8년치 납세자료를 내라며 1심과 같이 뉴욕주 검찰 손을 들어줬다. 항소법원은 현직 대통령이 면책특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 검찰이 제3자(회계법인)로부터 납세자료를 제출받는 것을 막거나 대통령 퇴임 후 기소를 못 하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전직 수석보좌관인 마이클 매킨리의 미 하원 탄핵조사 증언 녹취록이 처음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트럼프 진영의 우크라 압박 정황과 공직자들의 우려, 실망감 등이 담겼다. 여기에 20여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미 저명 칼럼니스트 진 캐럴(75)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명성을 훼손했다며 이날 뉴욕 법원에 그를 고소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와 세금, 성폭행 문제 등은 시한폭탄”이라며 “각종 의혹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면서 재선 캠프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무연고자 장례 친구·동거인이 치를 수 있게 된다

    2018년 2447명 등 사망자 매년 늘어 쓸쓸한 죽음 없게 사후관리체계 정비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무연고자의 장례를 친구나 동거인이 치를 수 있게 정부가 장례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4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향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실상 동거인, 친구 등을 연고자로 지정해 장례 절차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업무지침을 마련하고 혈연이 아닌 제3자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연고사망자의 연고자 기준, 장례처리 및 행정절차 등을 명확히 하는 등 사후관리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은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친인척 등을 연고자로 규정하고 연고자에게 장례 권한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온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나 한평생 함께해 온 친구는 법적으로 연고자가 되지 못해 고인의 장례를 직접 치를 수 없다. 곁을 지키는 사람 없이 홀로 살다 홀로 세상을 떠난 무연고자는 물론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던 사람마저 법적 가족이 없으면 사후에 무연고자로 분류돼 지자체에 자신의 장례를 온전히 맡겨야 한다.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화장 후에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조항에 따라 공설 봉안시설에 임시 안치돼 연락도 닿지 않는 연고자를 기다려야 한다. 복지부는 무연고자의 장례도 존엄할 수 있도록 고인과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자체에 업무지침을 보낼 예정이다. 장례비용이나 화장 비용 등은 사망자가 남긴 금전이나 유류물품 매각 대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1인 가족이 확대되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무연고 처리된 사망자는 2014년 1379명,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72%는 남성이며 43%가량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고시원, 노상 흙더미, 배수로, 창고, 해상 등 외딴 장소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경우가 다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델타 항공, 영화 ‘로켓맨’ ‘북스마트’ 동성애 장면 잘랐다가 혼쭐

    델타 항공, 영화 ‘로켓맨’ ‘북스마트’ 동성애 장면 잘랐다가 혼쭐

    미국 델타 항공이 기내 영화 ‘로켓맨’과 ‘북스마트’의 동성애 장면을 싹둑 자르고 방영했다가 제작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되살려낸 콘텐트를 방영하고 있다. 델타는 문제의 콘텐트가 “불필요하게 잘려나갔다”고 밝히고, 회사가 문제의 장면을 잘라내라고 한 것이 아니라며 제3의 인물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나 “레즈비언” 같은 단어도 삭제됐다. 영국 팝아티스트 엘튼 존의 일대기를 담은 ‘로켓맨’은 두 남자 배우가 정사를 나누거나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잘려나갔다. 이 영화는 미국령 사모아 섬과 러시아에서도 동성애 장면들이 잘려나간 채로 개봉됐다.성년식을 다룬 코미디 영화 ‘북스마트’는 레즈비언들이 입을 맞추는 장면이 제거됐다. 마침 배우 겸 모델로 활약하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올리비아 와일드가 델타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검열로 잘려나간 영화를 관람해 항공사에 따졌다. 그녀는 기내에 상영된 영화에 온갖 욕설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남녀 성기를 묘사한 단어들은 모두 잘려나갔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와일드는 트위터에 “시청자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걸까”라고 되묻고 “그들의 몸 자체가 음란하다고? 성이 수치스럽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델타는 성명을 통해 항공사가 기내 영화에 대한 편집 권한을 갖는 것은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이번 콘텐트는 가이드라인에 부합했다며 “지금도 기내에 ‘젠틀맨 잭’이나 ‘이메진 미 앤드 유’와 ‘문라이트’가 상영되고 있고, 과거에도 수많은 콘텐트가 있어서 우리가 성적 소수자 LGBTQ의 사랑 장면을 잘라내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와일드는 “모든 항공사, 특히 포용성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이런 제3자 회사와는 함께 일하지 않으며 관람 등급 분류를 믿고 시청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리수술’ 성형외과 교수 고발하려 정보 빼낸 전공의들 선처

    ‘대리수술’ 성형외과 교수 고발하려 정보 빼낸 전공의들 선처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의 대리수술 의혹을 고발하기 위해 환자의 수술기록 일부를 검찰에 제출한 전공의들이 법원에서 선처를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조윤정 판사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박모(29)씨 등 6명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7년 9월 ‘같은 과 교수가 환자 8명을 직접 집도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해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술기록지 사본을 검찰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공익신고에 해당하므로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익신고자 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서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고소인(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전공의들이 수술기록지를 전달한) 그 상대방이 공공기관이라도 (개인정보) 유출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등은 수사기관 외에 제출한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들이 유출한 수술실 간호기록지 사본 등이 수사기관에 제출됐고, 달리 제3자에게 유출되지는 않았다”며 선고유예를 결정한 이유를 들었다. 앞서 수술기록이 유출돼 피해를 본 환자는 2018년 5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전공의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의료법상 환자 정보 유출의 경우 범인을 알게 된 지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데 시한이 이미 지나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세월호 때 친구 구한 단원고 학생 신영진씨 의상자 인정

    세월호 때 친구 구한 단원고 학생 신영진씨 의상자 인정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 학생이었던 신영진씨가 1일 숭고한 의를 실천한 의상자 인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친구들을 구한 신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배가 기울어져 몸을 지탱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각 객실에 있는 구명조끼를 꺼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또 헬기가 오자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허리에 커튼을 묶어 한 명씩 올려보냈고, 중간에 커튼이 끊어지자 소방호스로 다시 로프를 만들어 구조를 계속했다. 신씨는 이 과정에서 타박상과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인천 남동구의 세일전자 제1공장에 불이 났을 때 다른 직원들을 위해 문 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막으려다 숨진 민균홍씨도 의사자 인정을 받았다. 민씨는 가장 먼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전산실에 남아 내선 전화를 이용, 회사 내부에 비상 상황을 전파했다. 이후 공장 4층 전체에 연기가 가득차자 전산실 불빛을 보고 몰려온 직원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닫으면서 대피를 돕고, 문틈으로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다가 정작 자신은 연기를 많이 마셔 사망했다. 당시 전산실로 대피한 직원 김모씨는 민씨 덕에 창문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제3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을 말한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유가족은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등의 지원을 받게 되고 의상자에게는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9 베스트브랜드 대상] 일상 속 고민 해결해주는 금융솔루션

    [2019 베스트브랜드 대상] 일상 속 고민 해결해주는 금융솔루션

    KEB하나은행은 최근 사회구조 및 가정환경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상속과 관련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인생동반자신탁’을 출시했다. 인생동반자신탁은 법정상속인이 아니더라도 생전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사후 재산을 전할 수 있는 신탁이다. 초고령화, 이혼 증가 등 변화하는 가정환경에 맞춰 생전에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미리 설계한다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평생 은인, 오랜 벗 등 다양한 지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대로 전하는 상속설계가 가능하다. 김재영 KEB하나은행 신탁사업단장은 “KEB하나은행은 신탁을 자산가들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 속 많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금융솔루션으로 선보였다”며 “오랜 노하우에 기반한 신탁 활용으로 소비자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앱 하나로 모든 은행 조회·이체...플랫폼 경쟁 치열해진다

    하나의 은행·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하거나 이체 거래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30일부터 시범 가동된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플랫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오전 9시부터 NH농협·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BNK부산·제주·전북·BNK경남은행 등 10개 은행이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10개 은행의 기존 모바일 앱에 신설된 오픈뱅킹 메뉴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은행들은 타행 출금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머지 8개 은행(KDB산업·SC제일·한국씨티·수협·대구·광주·케이뱅크·카카오뱅크)은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핀테크 업체도 참여하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은 오는 12월 18일부터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결제 기능과 고객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금융 소비자들은 앞으로 하나의 은행 앱에 자신의 모든 은행 계좌를 등록해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체와 조회뿐 아니라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도 가능하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는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다. 오픈뱅킹에서 이용 기관이 내는 수수료는 기존 금융결제망 이용 수수료의 10분의1 수준으로 내려간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군수에게 뇌물 전달한 공무원 해임 처분은 정당”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군수에게 전달한 공무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 하현국)는 공무원 A씨가 보성군수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6급 팀장이었던 A씨는 업자들로부터 관급계약을 계속 체결할 수 있도록 군수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4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2차례 2억 3900만원을 받았다. 부서가 바뀐 뒤에도 뇌물을 받아 군수에게 전달했다. A씨는 지난해 제3자뇌물취득죄로 벌금 3000만원이 확정됐으며 전남도 인사위원회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지난 4월 징계가 부당하다고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A씨는 다른 업무를 맡고도 오랫동안 군수에게 전달할 금품을 받아 엄중히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천정배 “전두환 사후에도 범죄수익 몰수”… 끝장 환수법 발의

    천정배 “전두환 사후에도 범죄수익 몰수”… 끝장 환수법 발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에도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되면 이를 몰수·추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 사후 불법재산 끝장 환수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현행법상 몰수는 부가형이기 때문에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선고할 수 없다. 즉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돼도 현행법으로는 이를 몰수·추징할 수 없기 때문에 상속인이나 증여받은 제3자가 취득할 수 있다. 반면 천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행위자의 사망이나 소재불명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 특정 요건을 갖췄다면 몰수를 가능케 했다. 또 몰수 대상에 물건 이외의 금전, 그 밖의 재산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실효성을 높였다. 천 의원은 발의 배경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범인의 사망 및 도주 시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장 환수법은 박지원·여영국·유성엽·윤영일·장병완·장정숙·정춘숙·최경환·황주홍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천 의원은 지난달 전 전 대통령의 친족이나 제3자가 증여받은 재산도 몰수 및 추징하는 ‘전두환 일가 불법 재산 몰수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았고 선고 22년째인 현재도 추징금 1000억여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천 의원은 “군사반란과 광주학살로 획득한 권력을 통해 얻은 불법 재산을 전두환 일가의 수중에 남겨두는 것은 전두환의 만행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대법원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도 친자”

    대법원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도 친자”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아이도 남편의 친자로 추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 판결이 23일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판결에서 원고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어떤 사건인가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1993년 타인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 시술로 첫 아이를 낳고 친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A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나은 것으로 착각, 둘째가 자신과 혈연 관계가 있는 친생자인 것으로 알고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2013년 부부 갈등으로 협의이혼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가 아내의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혼 과정에서 양육비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자 남편 A씨는 둘째뿐만 아니라 첫째까지도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민법은 부모-자녀 간 혈연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이 사건은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한 자녀가 아버지와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도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규정한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대신 남편은 아내가 낳은 자식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자식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친생 부인(否認)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친생 부인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내가 낳은 자식은 민법 844조에 의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이 확정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에 해당할 때는 남편이 자식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 친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A씨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한 것이다. 현재 판례는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런 예외 사유를 남편과 자식의 유전자가 달라 혈연 관계가 아닌 사실이 확인된 경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금까지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나 1심은 A씨가 낸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비동거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친생자로 추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2심은 1심 판단과 결론은 같았지만 새로운 법리를 내놨다. 첫째 아이가 타인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이지만 이를 A씨가 동의했기 때문에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둘째는 유전자형이 배치돼 친자식으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친자(법정 혈족) 관계가 유효하다고 인정돼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왜 주목 받았나 대법원은 1983년 7월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 추정 예외를 인정해 왔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증명 곤란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이러한 판결의 근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형 배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사회 인식도 변해 친생 추정 예외의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다만 이미 형성된 사회적 친자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 가족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부양의 의무와 상속에 적잖은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나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9명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 동의를 받아 제3자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낳은 경우 민법상 남편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은 혼인과 가족 생활을 보호하는데, 인공수정 자녀를 둘러싼 가족 관계도 헌법에 기초해 형성됐으니 다른 자녀와 차별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어 “인공수정 자녀 출생과 이를 둘러싼 가족 관계의 실제 모습을 봐도 친생 추정 규정 적용이 타당하다”면서 “남편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 친생 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 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인공수정에 동의해서 친생자 관계를 맺어놓고선 나중에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동의를 번복하고 친자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할 순 없다는 것이다. 또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해 출산한 자녀라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친생 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했을 뿐, 혈연 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면서 “혈연 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관계를 정하면, 친자 관계 관련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친자 감정을 하거나 부부 간 비밀스러운 부분을 조사하는 과정에 내밀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과 달리 예외사유가 아니라고 결론 냈지만, ‘원고 패소’라는 재판 결과가 2심과 같아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파기환송이 아닌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명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남편의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판단엔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 관계도 다른 친자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확정되게 해 친자·가족관계의 법적 안정을 확보하고, 혈연 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 추정 규정 적용 범위를 정할 순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자녀가 남편과 혈연 관계가 없음이 증명되고, 사회적 친자 관계가 형성되지 않거나 파탄된 경우엔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민유숙 대법관은 둘째 자녀에 관해 “비동거뿐 아니라 외관상 명백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친생 추정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파기환송을 주장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 외국계 투자銀, ‘백투백 헤지’ 투자로 2~3%대 수수료 챙겼다

    [단독] 외국계 투자銀, ‘백투백 헤지’ 투자로 2~3%대 수수료 챙겼다

    외국계 IB, 국내 증권사에 DLF 상품 소개 DLF 발행 증권사도 백투백 헤지 계약 상품 자체 수익·손실 무관 수수료 수익 금감원, 새달 은행 손해배상 비율 결정 개인판매 원금손실 상품 구조 개선해야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이 커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사들은 어느 누구도 투자자의 손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우리·KEB하나은행 DLF 상품(7950억원)에 참여한 개별 금융사별 수수료 수익 총액’ 자료에 따르면 미국 JP모건은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대한 수수료 수익으로 17억 4900만원(수수료 수익률 3.02%)을 얻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수수료로 22억 8600만원(3.83%),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연계 DLF 수수료로 36억 8200만원(2.36%)을 받았다.DLF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보는데도 외국계 IB가 2~3%대의 수수료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백투백 헤지’(위험 회피)라는 투자 기법이 있다. 보통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는 손실을 입을 것에 대비해 발행자금을 헤지 자산으로 운용한다. 헤지 방식은 국공채, 회사채, 예금 등으로 굴리는 자체 헤지와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를 맺어 위험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백투백 헤지로 구분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의 설계·제조 과정을 들여다보면 외국계 IB는 자사 국내지점 등을 통해 국내 증권사에 DLF 상품을 소개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는 DLF 상품을 발행하면서 외국계 IB와 같은 조건으로 백투백 헤지 계약을 맺었다.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 및 미국·영국 CMS가 원금 손실 기준(배리어)을 넘어설 정도로 오르거나 내릴 것에 대비해서다. 외국계 IB는 DLF 헤지 대가로 헤지수수료를, 증권사는 DLF를 발행한 데 따른 수수료를 각각 챙겼다. DLF 상품 자체가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를 거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일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DLF 거래에 참여한 관련 금융회사들은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자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DLF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은행의 손해배상 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DLF와 같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파생결합상품의 설계·제조에 관여한 금융회사들이 헤지 등으로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일반인을 상대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 의원은 “DLF 상품 구조는 금융 지식이 얕은 개인이 전적으로 리스크를 지고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금융사는 모든 위험을 회피한 사기성 상품”이라며 “개인에게 팔리는 원금 손실 상품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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