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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국의 무례한 FTA협정문 수정 요구

    미국이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통상장관 추가 협상과정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미 양국은 1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에 한·미 FTA를 마무리지으려고 했지만 미국 측의 지나친 요구로 결정을 미루게 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그제 국회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지난 8~10일 있었던 협상내용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은 통상장관 회담에서 지난 2007년 4월에 타결된 협정문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수준의 무례한 요구를 했다. 미국은 모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시한 연장을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 간에 타결된 FTA에는 미국은 3000㏄ 이하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관세 2.5%를 즉시 없애고, 3000㏄를 초과하는 경우 3년 뒤 철폐하기로 돼 있다.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25%의 관세를 없애기로 돼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급격히 늘면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재협상을 하자는 얘기다. FTA를 하는 근본 취지는 비준 당사국의 제품에 관세를 없애 제3국과 경쟁할 때 서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주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요구는 사실상 FTA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FTA가 타결된 이후 3년여 동안 국내 문제를 핑계로 후속절차를 준비하는 데 허송세월하다 뒤늦게 협상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당초부터 무례한 것이었다. 미국의 무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FTA의 근간을 훼손하는 몰상식한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FTA와는 관계도 없는 쇠고기 문제를 들고나와 압박한 것도 무례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그동안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것을 명심해야 한다. FTA의 본질을 흔드는 것은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협정문을 바꿔 국회의 재비준을 받을 상황이 되면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 “美, 한국차 관세 연장 요구” 김종훈 본부장 국회서 답변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논의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미측은 또 한국의 자동차 수출 급증에 대비해 자동차에만 적용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을 마련할 것과 완성차를 판매할 때 제3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Duty drawback)도 폐지할 것을 주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FTA 논의에 나섰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진행된 미측과의 논의 과정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현행 협정문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즉시 또는 3년에 걸쳐 철폐하도록 돼 있는 것을 좀 더 오래 가져가고 싶다고 요구해 한국 측이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軍 “한반도 유사시 日개입 우려”

    우리 군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을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큰 일본이 한반도로 진출해 전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국방부가 최근 발행한 전쟁법해설서는 “일본이 미·일 신방위협력지침과 관련법에 의해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요청에 의해 한국 주변해역에서 미군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의 미군 지원활동 과정에서 “미군의 전투를 후방지역에서 지원하던 일본이 불가피하게 ‘전투가 예상되는 지역’까지 확대 개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즉, 한국의 전투지역(KTO)이 ‘전투가 예상되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일본이 여기까지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일본의 현행 주변사태법은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을 근거로 일본 주변지역 사태 시 미군의 활동을 후방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는 특히 미·일 신지침의 특징에 대해 “주변 사태의 범위에 대해 지리적인 것이 아니고 사태의 성질에 착안한 것이라고 애매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매한 정의로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 “일본의 한국 전투지역 진입은 확전의 가능성이 있어, 일본을 포함한 제3국의 한반도 개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서만 추진돼야 한다.”고 못 박아 한반도 사태에 대한 직접 개입을 경계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한·미FTA, 쇠고기 완전개방 ‘암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쟁점 타결이 막판 난항을 거듭했다. 미국산 자동차 개방 확대는 우리 측이 환경 및 안전기준 등 양측 통상장관 간의 협상을 통해 일정부분 가닥을 잡았지만 미국이 요구한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이 암초로 등장했다. ●김총리 “단호한 입장으로 논의 배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오전과 오후 각각 1시간 30분가량 만나 막판 쟁점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FTA 쟁점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면서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와 함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오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실무급 협의와 지난 8, 9일 통상장관회의에서 한미 간에 쇠고기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쇠고기 문제는 자연스럽게 의제에서 제외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한국 측이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미국측 주장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놓고 양측이 암묵적으로 빅딜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쇠고기 문제를 정식 의제로 삼고자 한국을 압박해 왔고 이에 대해 한국측은 “쇠고기와 FTA는 별개 문제”라며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삼으면 더이상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서며 논의를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국회 긴급현안질의 답변에서 “미국측에서는 차제에 쇠고기 문제도 협의하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쇠고기에 대해 우리나라는 단호한 입장으로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고 밝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美, ‘합의내용’ 양해각서 형식에 난색 이와 함께 합의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관세철폐 시한 등 협정문(혹은 부속서) 자체를 손보자는 미국과 양해각서의 형태로 합의내용을 담자는 우리 정부의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처음부터 “협정문의 마침표 하나도 고칠 수 없다.”며 양해각서 형식을 선호했다. 협정문이나 부속서를 수정하는 순간, 사실상의 재협상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전면 재협상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는 국회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2008년 12월 비준동의안이 외통위에 상정됐을 때 한나라당 소속 박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전기톱과 해머를 동원해 저지에 나서는 등 ‘전투’ 수준의 충돌을 빚었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이 일제히 FTA ‘밀실 재협상’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시계를 돌려 상임위부터 시작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반면 애초 정부의 뜻대로 두 나라 통상장관이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장관 고시 등으로 법적 절차를 대체한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가 따로 필요없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 사안 가운데 ▲한국의 수출용 자동차에 사용된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를 전액 환급하는 규정을 한·유럽연합(EU) FTA처럼 5%로 축소하고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기한을 10년에서 15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등의 문제는 FTA의 본질에 관한 사안이어서 협정문 일부를 손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국내법상 구속력이 있는 ‘보충합의서’(codicil)를 통해 정부가 일종의 ‘우회상장’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보충합의서란 미국에서 기존 유언장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담는 형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보충합의서를 쓰기 시작하면 미국은 물론 제3국과의 FTA에서 추가합의서를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종타결이란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비판도 나오는 대목이다. 유영규·임일영기자 whoami@seoul.co.kr
  • ‘연비 완화’ 다른 협상때 악영향 우려

    미국과의 FTA 추가 논의가 자동차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협상 결과에 따를 경제적 영향을 두고 정부와 민간에서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9일 이번 자동차 시장 양보가 향후 비슷한 협상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을 가장 큰 손실로 꼽았다. 연비 등 환경규정은 한 나라의 주권임에도 상대국(미국) 기준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 관례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일부 예외를 인정하면서 관례상 다른 나라들도 앞으로 ‘패리티’(parity·동등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FTA를 체결한 EU 측은 이날 “한·미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유독 미국에 대한 특혜를 준다면 바로 패리티를 주장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말이다. 미국만 특별대우를 한다면 한·EU FTA 비준 과정에서 프랑스(푸조)와 이탈리아(피아트), 스웨덴(사브·볼보)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관세환급 제도도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부품 수입분에 대해 낸 관세를 되돌려받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업체들이 이를 통해 돌려받은 관세가 2000억원이 넘는다. 일부에선 미국이 추가 협상과정에 연비와 배기가스 규정 등에 매달리는 것을 자충수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자동차 담당 부연구위원은 “이미 한국시장에서 미국 차는 연비가 좋지 않아 인기가 없는 데 미국 정부의 요구는 스스로 미국차는 연비 나쁘고 배기가스 많은 차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픽업트럭의 관세감면 유예도 국내 자동차 수출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한·미 FTA] 국내 산업계 기상도

    한·미 FTA가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 등의 재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국내 산업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는 미국산에 대한 연비 기준 완화, 쇠고기는 현재 30개월 미만인 월령 제한 철폐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한·미 FTA 재협상의 최대 현안인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다 받아들여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은 한국에 수출하는 자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까지 현재 ℓ당 15㎞인 연비 기준을 17㎞로 올리거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 기준을 ㎞당 159g에서 140g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연간 3000대 수준인 미국 자동차 판매 대수가 연비 등 완화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측에만 특혜를 주기도 쉽지 않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제3국 부품이 사용된 완성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5%의 관세환급 상한을 정하자는 미국 측 주장이 관철되면 다소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이 관세환급으로 돌려받은 금액이 2000억원이 넘고, 협력업체들 역시 이로 인한 수익개선 효과가 업체당 1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또 다른 뜨거운 이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다. 미국은 현재 30개월 미만으로 묶여 있는 수입 제한 월령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 때도 조건없이 시장을 전면 개방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제 2의 촛불시위’ 부담을 감수하고 쇠고기 시장의 빗장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할인점들은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월령 제한이 풀려도 실제 판매 물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숙·이두걸·윤설영기자 douzirl@seoul.co.kr
  • [지방시대] 한·중·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지방시대] 한·중·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1990년대 초 유교가 동아시아국가들의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에 관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유교는 동북아 전 지역의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쳤지만 한·중·일 세 나라 간 유교의 덕목 중 특히 강조된 것이 서로 달라 그 영향의 정도와 방향에서 국가별로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교의 여러 덕목 중 중국에서는 인(仁)이 특별히 강조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예(禮)가 매우 중시되었고, 일본에서는 오히려 의(義)와 지(知)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었다는 주장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산업사회에서 인과 예보다 의와 지가 더욱 중요한 덕목인데, 그 이유는 기업생산조직 및 기술개발 등에 추상적인 인이나 형식을 중시하는 예보다 의와 지가 더욱 실제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이행을 하여 과거 산업사회에 적합한 가치체계 또는 공동규범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간에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그래서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몇년 전 광주시 부시장 신분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직 장관과 동행 출장간 적이 있었다. 그분이 필자에게 “미국 모토롤라에서 1년에 만들어 내는 휴대전화 모델이 30개 안팎인데 한국의 대표 전자회사에서 1년에 만들어 내는 모델은 몇개나 되겠냐.”고 물었다. 필자는 대충 “60개 정도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분은 “그보다 훨씬 많은 240개 안팎의 모델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경영자들은 우리의 이러한 응용 역량에 놀라고 감탄한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중·일 간의 보완 관계로 이어졌다. 한국은 응용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일본은 기초소재 핵심부품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으며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인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여 조립 생산, 제3국에 수출하는 구조로 특화돼 있다. 이처럼 한·중·일 간에는 국민특성의 차이이거나 또는 경제발전단계의 차이이거나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 보완관계에 있다. 그래서 스위스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동아시아 전체가 부품을 분업생산하고 이를 모아 조립하는 하나의 거대한 현대식 생산공장과 같으며, 역내 무역은 이러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또 만일 역내 국가 간 문제가 발생하여 무역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대식 공장에서 일부 부품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고장이 생겨 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에 영토문제가 발생하여 불편한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분쟁은 역내에서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다. 이제 우리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위상변화에 걸맞게 역내 협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실행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FTA] 韓 ‘최종 버티기’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논의는 우리에겐 뭘 더 얻느냐보다 뭘 덜 잃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안을 수정할수록 우리 정부로서는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정부는 자동차는 다소 양보하더라도 쇠고기는 양보할 수 없다는 전략을 품고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항이다. 미국 측이 자동차 분야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요구를 한 탓이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표적인 난제로 관세 환급이 떠올랐다. 관세 환급이란 한 기업이 제3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수출할 때 처음 원자재 도입 때 물렸던 관세를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국산화율은 약 91%다. 9% 정도는 제3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쓴다. 지난해의 경우 자동차 부품으로 2000억원 이상의 관세가 업체들에 환급됐다. 미국은 한·유럽연합(EU) FTA를 근거로 관세 환급에 상한선을 둔다든지 아예 환급 자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 FTA 협정문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관세 환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반면 한·EU FTA에서는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관세액과 상관없이 환급액을 5%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국내 자동차 연비 규제와 미국 픽업시장 보호다. 지난해 정부는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의 연비 기준을 ‘ℓ당 17㎞ 이상’ 또는 ‘㎞당 온실가스 배출량 140g 이하’로 정하고 2012~2015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름값이 비교적 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 개선 노력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했다. 실제 미국 기준은 ‘ℓ당 15㎞ 이상’이다. 미국은 한국 내 판매 대수가 연간 1만대 이하인 자동차 회사에 대해서는 연비 규제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빅3’인 GM은 지난해 589대, 포드는 2957대, 크라이슬러는 2255대를 파는 데 그쳤다. 미국은 또 한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것도 요구 중이다. 하지만 ‘촛불정국’을 경험했던 정부로선 들어주기 어려운 부분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美 중간선거 민주당 참패와 한· 미 FTA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참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은 상원에서는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는 참담하게 패배했다. 상원을 제외한 여소야대 형국이 됐다. 보통 집권당은 정부 출범 2년 만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의 선거결과는 집권당으로서는 1938년 이후 72년 만의 최악 성적표다. 경제가 나아지지 않은 게 민주당이 패배한 주 요인이다. 오바마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 부족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2년 뒤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의 여야는 중간선거 결과에 담긴 뜻을 잘 읽어야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이 승리했지만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니고 상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우세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중간선거 이후의 한·미 관계에 대한 보다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있어 대북관계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전보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공화당의 승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한·미 FTA에 호의적인 편이다. FTA를 다루는 하원 세입위원회의 현 민주당 소속 샌더 레빈 위원장은 한·미 FTA에 미온적이었지만 새로 위원장을 맡게 될 공화당의 데이브 캠프 의원은 FTA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FTA를 하면 업종에 따라 명암은 갈리지만 원론적으로 비준 당사국은 상대방의 국가에서 제3국보다 가격경쟁면에서 유리해진다. 하지만 한·미 정부는 2007년 4월 FTA를 타결했지만 정치권의 미온적인 분위기 탓에 국회 비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어제 서울에서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한·미 FTA와 관련한 실무협상이 시작됐다.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최종 실무협상 성격이 짙다. 정부는 FTA가 중요하고 급하다고 해서 납득할 수 없는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 판매 대수가 적은 미국산 자동차의 경우 환경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끝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타결된 내용의 근간을 흔드는 양보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 탈북 80대 국군포로 국내 송환

    지난 4월 초 탈북해 제3국의 한 재외공관에서 보호를 받아온 80대 국군포로 김모(84)씨가 국내로 송환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제3국 정부가 우리 측과 교섭을 통해 김씨의 송환을 허가해줬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주 초에 김씨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제3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김씨의 송환문제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4월 초 탈북했으나 제3국 정부가 국내 송환을 허가해 주지 않아 제3국 한국 영사관의 보호를 받아왔다. 김씨는 지난 9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통해 국회에 보내는 20장 분량의 편지와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털어놓으며 송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탄원서에서 “고향에서는 내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고 전쟁이 나던 해 혼인했던 처는 내 묘지 앞에서 목놓아 울고 친정으로 갔다고 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참혹한 이산가족이 없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8년에도 탈북했으나 한국 입국이 여의치 않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이번에 며느리와 함께 두번째 탈북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송환으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탈북해 조국으로 생환한 국군포로는 80명으로 늘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황장엽 사망] 北선 ‘주체사상 대부’… 망명후 北체제비판 저격수로

    [황장엽 사망] 北선 ‘주체사상 대부’… 망명후 北체제비판 저격수로

    북한의 ‘주체사상 대부’로 불리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고(故) 김일성 주석의 손자 김정은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후계 공식화 선언을 마무리한 10일 세상을 떠났다.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인사 가운데 최고위층으로 10여년간 한반도와 주변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그는 자신이 만든 ‘주체사상’이 3대(代) 세습의 버팀목이 되는 모습을 보며 쓸쓸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일성 부자의 정신적 선생 87살로 사망한 황 전 비서는 1923년 2월 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났다. 1949년 구 소련의 모스크바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유학파로 1970년대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체계화해 ‘김일성주의’로 발전시켰다.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리게 된 계기다. 그는 1965년 김일성 대학의 총장에 오른 뒤 김 주석의 뒤를 이어 권력을 물려 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체사상 개인교사가 된다. 김일성 부자의 사상적 기틀이 돼 준 셈이다. 그는 김 부자의 절대적 신뢰 속에 해외 주체사상연구소를 설립하고 제3세계로의 주체사상 전파에 앞장섰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백두산 출생설을 포함해 후계자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도 그다. 김일성 부자의 신뢰는 황 전 비서를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세 차례나 지내도록 했다. 1984년 김 주석의 중국방문을 단독 수행하면서 대외 활동에서도 최고위층으로서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1993년 말부터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으로 당차원의 외교를 맡기도 했다. 대내외 중요 임무를 독식한 셈이다. 하지만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비서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며 최고위층으로 자리잡고 있던 황 전 비서는 1997년 2월 망명을 결심하게 된다. 망명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자신이 이론화해 체계화시킨 주체사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으로 전했다. 황 전 비서의 고민은 1990년대 중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주체사상에 대한 강연회나 세미나에서 밝힌 의견에서도 드러난다. 1996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그는 “주체사상은 (김일성 사상이 아니라) 인간을 근본으로 한 인본사상이다.”라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그의 발언들은 평양에 보고됐고 위험을 감지한 황 전 비서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활발한 반북활동 북한의 방해 공작, 중국의 제3국으로 떠날 것에 대한 조치 등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망명하게 된 황 전 비서는 이후 대표적인 반북인사로 활동한다.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체제가 김일성 시대보다 독재의 정도가 10배는 강하다고 비판하고 반역자는 국민을 굶어 죽게 하는 김정일이라고 말하는 등 정권 세습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북한은 여러 차례 황씨를 암살 계획을 세워 틈을 노려왔다. 올해 초 황씨를 살해하기 위해 침투했던 북한의 전문 암살조가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로 체포된 것도 이를 방증하는 모습이다. 이런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의 체제 비판 강도를 높여오던 황 전 비서였지만 세월에는 버틸 수 없었다. 10일 북한 체제변화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희소금속 비축 60일분으로 확대

    희소금속 비축 60일분으로 확대

    정부가 중국·일본 간 ‘희토류 전쟁’에 놀라 희소금속의 보유량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에 희토류 소재화 기술이 부족해 중간 소재의 대부분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산업구조여서 중국이 실제로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면 우리나라도 직접 영향권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희토류를 비롯한 망간과 크롬, 몰리브덴 등 ‘8대 전략 광물’의 비축 물량을 현재 8일분에서 60일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전기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토류의 경우 지난해 비축목표량이 1164t이었지만 실제 비축량은 3t에 불과했다. 사실상 자원부국들이 수출을 중단한다면 세계시장점유율 1위인 LCD를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비축물량 확대와 더불어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해 해외광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원유와 가스 등에 치우친 해외자원 개발에서 벗어나 희소금속 광산 인수나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폐광된 국내 희소금속 광산들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일부를 다시 채광하기로 했다. 채산성 부족으로 폐광이 됐지만 자원 부국들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대책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경부 관계자는 “광물가격의 상승으로 국내 광산 가운데 일부를 다시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특히 몰리브덴 등 일부 광산은 채굴에 다시 나서도 수익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희토류 등 전략광물 확보에 총력을 펼치는 것은 일본 수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분쟁이 무역 전쟁으로 확산되면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중국이 희토류 등의 희소금속을 일본으로 수출하면 일본은 이를 중간소재로 만들어 우리나라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희소금속의 소재화 기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희소금속 가격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으로 상승세다. 특히 희토류는 중국 정부의 쿼터비용 인상으로 가격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회와 관련 업계의 여러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예산 부족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 왔던 정부가 갑자기 희소금속 확보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26일로 꼭 6개월이 됐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은 16년 전 언론인의 밥을 먹으면서부터 숱한 대형사건을 다뤘던 기자도 감당하기 벅찼던 취재대상이었다. 아직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국민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기자도 신(神)이 아닌 이상 100% 진실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신문에 싣지 못했던 남은 비화들을 추려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의 판단에 얼마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기자는 천안함 사건을 취재하면서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자부한다. 독자들도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떠나 공정한 심판자의 자세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헤아려 봤으면 한다. 3월 26일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금요일 밤이었다. 자잘한 기사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 밤 10시 야간 회의에서 “특별한 것 없습니다.”라는 보고를 하고 회사를 나섰다. 그날 따라 버스에 타고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집 앞 정류소에 내려 신선한 밤 공기를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였다. ‘이 시간에 무슨….’ 조금은 불길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야근 중인 김정은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선배, 서해에서 군함이 침몰했대요.” 버스로 돌아 온 길을 택시를 잡아타고 한달음에 되밟았다. ‘혹시 북한이? 설마…단순 사고일 거야. 그런데 만약 북한이라면 보통 일이 아닌데….’ 회사로 향하는 그 길지 않은 시간에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난무했다. 11시30분쯤 회사로 돌아오니 편집국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든 부서의 야근자들이 TV 긴급뉴스를 체크하며 정치부의 야근을 거들고 있었다. 마감이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와 청와대 쪽에서 들어오는 제한된 정보를 취합해 1면 스트레이트와 3면 박스 등 최소 3~4개 기사를 출고해야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사의 방향, 즉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북한의 도발 같다는 정보가 청와대 쪽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해설 기사를 쓰고 있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북한 연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기사를 다시 고쳐야 했다. 일단 이날은 내부폭발에서부터 외부공격, 암초충돌까지 모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한’ 톤으로 신문을 만들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처음에 청와대 쪽에서 여과 없이 나온 정보, 즉 북한 소행인 것 같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집중했다면 진실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사건 초기에 청와대가 북한 연관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사려깊었다는 호평이 나중에 국내외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북한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냉전시대식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 정부가 어떤 동기로 이런 변화된 자세를 보였는지를 취재하러 입국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천안함 침몰 다음날 미국 쪽에서 “북한군의 개입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공식 반응이 나왔다. 세계 최고의 첨단 탐지장비를 운용하는 미군의 얘기였기에 무시하기 힘들었다. 3월 28일 하지만 일요일인 28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을 뒤쫓다가 당한 것 같다는 정보가 국방부를 출입하는 오이석 기자의 취재망에 걸렸다. 이 역시 지금 돌이켜보면 진실에 좀 더 근접한 정보였지만, 당시는 기사로 채택하기 어려웠다. 책임있는 당국자의 발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도 기자가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다면 미군 첨단 장비가 못 잡아낼 리 있겠느냐.’고 묻자 “아무리 미군이라도 물밑에서 움직이는 잠수정을 100% 잡아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역시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발언이었으나, 당시만 해도 북한 관련성 부분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었던 탓에 정색하고 보도하지 못했다.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튀어나왔고, 침몰 원인에 대한 온갖 분석이 홍수를 이뤘다. 어뢰공격 가능성, 기뢰폭발 가능성, 내부폭발 가능성, 암초충돌 가능성에 더해 일각에서는 노후한 선체가 저절로 쪼개지는 ‘피로 파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파고들수록 더욱 진실이 아리송해지는 역설이 펼쳐졌다. 모든 가설에 모든 반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4월 1일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북한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였기에 내용을 1면톱으로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며칠 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이때부터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북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4월1일의 국방부 발표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오보를 유발한 셈이다. 이 즈음 기자가 쓴 기사는 한마디로 춤을 췄다고 할 수 있다. 군함 침몰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고 정부 발표가 못미더운 상황에서 찔끔찔끔 드러나는 정황과 많지 않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입각해 진실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이때 기자가 쓴 기사는 어제는 내부폭발 가능성, 오늘은 어뢰공격 가능성 하는 식이었다. 당시 몇몇 지인들은 기자가 천안함 사건 취재 현장에 있다는 이유로 사석에서 진짜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곤 했다. 그러면 기자는 뭔가 깊은 정보를 알려준다는 투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많아 지금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4월 7일 사고 당시 정황과 관련한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국방부는 환자복을 입은 천안함 생존 병사들을 TV 카메라 앞에 앉히는 ‘극약 처방’을 불사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존장병들은 “쿵” “꽈앙~”하는 폭발음이 2차례 연속으로 들렸고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암초충격설과 피로파괴설을 부인했다. 이 회견으로 외부충격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었으나 이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발언도 있었다. 한 병사가 “당시 갑판 위 함교 옆에서 배가 진출하는 쪽을 관찰하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물기둥 같은 특이한 점은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4월 15일 침몰 원인을 놓고 분분하던 분석들은 천안함 함미(艦尾)가 인양되면서 북한 어뢰 공격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물 밖으로 드러난 함미의 절단면이 단순 사고로 보기엔 너무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민간 해양·선박 전문가들은 TV 화면으로 나타난 절단면만 보고도 이구동성으로 어뢰 공격을 침몰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가 인터뷰한 전문가 중 피로파괴나 암초충돌, 내부폭발, 기뢰폭발 가능성을 거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어뢰에 의한 직접 타격이냐, 버블제트(비접촉 수중 어뢰폭발)에 의한 절단이냐에 대한 견해만 갈렸다. 피로파괴는 절단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천안함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암초충돌이라면 배 밑바닥에 강하게 긁힌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천안함은 그렇지 않았다. 내부폭발이라면 배 안에 폭탄이 터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민·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그런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기뢰 폭발이라면 배가 산산조각 나야 하는데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났고, 미군 오폭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배를 요격하려면 여러 관측장비를 동원해 정조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심코 무슨 단추 하나를 잘못 눌러서 오발탄을 날리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일반시민들의 견해는 전문가들과 차이가 났다. 북한 소행이라고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고,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 쪽에 더 치우쳤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정황상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뿌리깊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4월16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내부폭발보다는 외부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처음으로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무게를 실었다. 5월 2일 기자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정적인’ 발언을 들었다. 합조단의 조사가 상당히 진척된 시점에서 나온 언급이라 의미가 컸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한국 정부가 너무 북한 어뢰 쪽으로 몰아가는 건 아니냐.’고 공격적으로 묻자 “북한이 아니라면 누가 했겠느냐.”고 정색하고 답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정황으로 판단할 때 어뢰 공격일 가능성이 99% 이상 확실하다.”고 했다. 이후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일인 5월20일까지 관심은, 합조단이 과연 북한을 꼼짝못하게 할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5월10일을 전후해 엇갈린 정보들이 포착됐다. 외교부 쪽에서는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것 같은 기류가 감지됐으나 국방부 쪽에서는 스모킹 건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20일 발표에서 합조단은 불과 5일 전인 5월15일에야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발표대로라면 드라마와 같은 기적이 막판에 일어난 셈이다.) 20일이 임박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확연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신중한 답변으로 취재진의 원성을 샀던 한 외교부 당국자는 5월19일 기자들이 ‘국제사회가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증거가 말해줄 것”이라고 한 줄로 자신있게 답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외국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합조단은 예상을 뛰어넘는 스모킹 건을 제시했다. ‘1번’이라고 씌어진 어뢰 추진체를 증거로 공개한 것이다. 합조단 윤덕용 공동단장(민간측)은 “천안함은 북한제 CHT-02D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버블제트)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미군의 에클레스 준장은 “여러 가지 증언과 과학적 상상을 통해 분석했다.”면서 “현재 결과에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 발표 이후 어뢰 추진체에 손으로 숫자를 쓴 점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바닷물 속에서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점, 그리고 북한은 ‘1번’이 아니라 ‘1호’라고 표기한다는 식의 또 다른 의문들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1번’이라는 표기가 너무 ‘남한스럽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과거의 예를 들어 북한도 ‘1번’이란 표기를 하며, 손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바닷물에서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씌어졌다고 설명했다. 5월 24일 합조단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 나흘 뒤 정부는 외교·통일·국방부 합동으로 전방위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6월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했다. 6월10일 감사원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침몰한 직후 군 당국의 대응이 허점투성이였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는 ‘전쟁을 치르지 않는 군대’가 얼마나 형편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늑장보고, 허위보고, 근무태만, 기강해이 등 온갖 부조리가 드러났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같은 지휘관만 군에 있었어도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7월 9일 이후 결국 유엔 안보리는 7월9일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의 반대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직접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는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으며 이에 따라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한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정부는 “이번 의장성명은 강력하고 충분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자평했다. 반면 북한도 직접적 문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외교적 승리’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핵 6자회담을 운운하며 ‘대화공세’를 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당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증거를 차치하고라도, 북한이 진정 결백하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느냐. 볼펜 한 자루 훔쳤다는 누명을 써도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나는데 북한이 정말 누명을 썼다면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이제 그만 대화하자고 할 수 있겠는가.” 다른 당국자는 “북한 소행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도 북한 잠수정이 어뢰로 천안함을 쏘는 동영상이 있다 하더라도 조작됐다며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도 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어느 언론보다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사견을 말하자면,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이런 말이 될 수 있다. 즉, 천안함 생존장병 58명이 모두 진실을 숨기기로 입을 맞추고, 합조단 조사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도 군 당국과 짝짜꿍이 돼 모두 거짓말을 하고, 역시 합조단에 참여한 스웨덴(북한과도 수교하고 있는 나라), 호주 등 제3국 전문가들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개명한 시대에 이렇게 완벽한 다국적·다층적·대규모적 사기(詐欺)가 가능한가. 더욱이 북한을 비호한다는 중국,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징계에는 이견을 보일지언정 합조단 조사결과가 틀렸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극소수 핵심라인만 관여했기 때문에 대다수 북한 당국자들은 실제 알지 못하는 일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우리로 치면 과거 실미도 부대원 같은 비밀 특수부대가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천안함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돌아가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던 4월2일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26일과 비슷한 야근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별다른 일이 없어 밤 10시가 넘어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도중에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택시로 귀사해야 했다. 그날 “선배, 배가 또 침몰했대요.”라고 전화한 야근자는 3월26일 밤 전화로 천안함 침몰 사실을 알린 김정은 기자였다. 기자는 지금 밤 11시 넘어 휴대전화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는 트라우마(trauma)를 안고 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대우일렉트로닉스 새 주인찾기 돌발변수

    대우일렉트로닉스 새 주인찾기 돌발변수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과 이란계 엔텍합그룹 사이에 진행되던 대우일렉의 새 주인 찾기 작업에 ‘변수’가 발생했다.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엔텍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협상대상자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막판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엔텍합이 제시한 6050억원보다 더 많은 63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막바지에 차순위 대상자가 값을 더 쳐주겠다며 인수 의지를 밝히는 것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요나스 사무엘슨 일렉트로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대우일렉 인수와 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처음에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무엘슨은 이어 “건전하고 튼튼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자체 유동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인수 후에도) 대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고 고용승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4월 대우일렉 인수 가격으로 6000억원을 제시, 엔텍합에 밀려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채권단 측에 지속적으로 대우일렉 인수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 배경에는 일렉트로룩스가 유럽 1위의 가전회사지만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우일렉 인수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마케팅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일렉이 최근 백색 가전에만 주력하면서 지난해 흑자기업(영업이익 410억원)으로 탈바꿈하고, 동북아의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일렉트로룩스 입장에서 대우일렉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우일렉이 그대로 엔텍합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주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협의회에서 대우일렉 매각 안건이 가결되면 채권단은 엔텍합과 본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당초 엔텍합은 ‘5% 할인, 10% 예치 조건’으로 6050억원을 제시했고, 현재 협상은 4700억~5300억원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엔텍합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 주도권은 일렉트로룩스로 넘어간다. 다만 남아 있는 문제는 매각 대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 현재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과 한국 간 금융 거래가 끊겨 있다. 이에 따라 원화로 결제하거나 제3국 은행을 경유하는 등 여러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 ‘탱크주의’를 앞세워 삼성·LG와 함께 가전 ‘빅3’를 형성했던 옛 대우전자는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6년 M&A 시장에 나왔지만 주인 찾기에 실패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국제미아 된 탈북자 방치해선 안된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 이탈주민들의 제3국 ‘위장 망명’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경우 위장망명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유엔인권협약에 따른 정치적 난민을 신청할 수 있지만 한국 국적 취득자의 경우는 제외된다. 문제는 위장망명을 시도하다 적발돼 강제 송환되는 경우 마음 놓고 귀국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북한 이탈주민이 제3국 망명을 시도한 경우 지원혜택을 박탈하도록 법을 강화한 탓이다. 이렇게 오도가도 못할 처지가 된 탈북자가 영국과 노르웨이에서만 6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탈북자의 제3국 위장 망명이 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을 핑계로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헤아려 고쳐 나가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다. 지난 11년간 북한 이탈주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거친 사람은 모두 1만 7000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2등 국민’으로 취급받는 데 대한 자괴감으로 힘들어한다. 결국 브로커들에게 많은 돈을 주고 제3국 망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적 배려와 함께 사회적 배려를 강화해야 한다. 올해 안으로 북한 이탈주민이 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성공적 정착 여부는 우리의 통일준비 능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북한 이탈주민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일원이며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북한 이탈주민의 정착지원 제도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 對이란 수출기업 76.4% 거래중단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76.4%가 현재 거래를 일부 또는 전면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 중소기업 8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수출을 전면 중단한 업체는 28.1%, 일부 거래를 중단한 업체는 48.3%였다. 거래를 중단한 이유는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거나 은행에서 대금 결제를 못하는 사정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적으로 수출을 계속하는 업체 중 일부는 제3국 은행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거나 송금식 결제 방식인 전신환 거래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조사대상 업체의 70% 이상은 최근의 대(對) 이란 제재로 수출 거래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들은 향후 이란과 수출 거래 추진 계획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추진하거나(41%) 대금결제 방식을 바꾸겠다(37%)고 답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방법을 찾고 있지만 어렵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 등의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이란 관련 피해 중소기업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48.4%)는 회의적 반응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22.1%)이라거나 ‘여신 만기 연장이 가능해진다면 도움이 될 것’(15.8%) 등의 응답보다 많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이란 제재] 한은 허가없이 제재대상 기업과 수십건 거래

    [이란 제재] 한은 허가없이 제재대상 기업과 수십건 거래

    멜라트은행이 어긴 것은 외환거래법이다. 금융당국은 멜라트 서울지점이 외환거래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정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핵·테러 관련 물증은 없어 한국에 있는 금융기관은 재정부 장관이 정한 금융제재대상자와 거래할 때 사전에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멜라트은행은 사데라트, 세파 등 기존의 금융제재대상 기업 등과 거래하며 한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거래 중 핵무기를 만들거나 파는 과정에서 파생된 거래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의심되는 거래만 잡았을 뿐 물증은 없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지난달 10일 청와대에 “멜라트은행의 거래가 핵이나 테러와 연결됐다는 확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멜라트은행에 마지막 해명 기회를 준 상태지만 현재로선 ‘2개월 영업정지’가 유력하다. ●외국환 거래 사실상 중지 정부는 “(징계의)핵심은 영업정지가 아닌 멜라트은행 등을 금융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업정지는 사실 정해진 기간만 영업을 중단하면 그만이다. 적잖은 타격이지만 2개월만 버티면 된다. 하지만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제재기간이 지나더라도 한은의 허가 없이는 어떤 곳도 멜라트 은행과 외국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또 제3국에서 멜라트 은행에 송금하는 것도 사실상 중지된다. 돈 거래가 생명인 은행에는 사실상 사형 선고다. ●국내은행 원화결제 허용도 타격 정부가 국내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게 조치한 점도 멜라트 은행에는 치명적이다. 과거 이란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70%는 멜라트은행을 이용했는데 이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재정부 임종룡 1차관은 “원화로 바로 결제가 가능해지면 기업입장에선 굳이 환리스크에 외화수수료까지 물며 멜라트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재에는 멜라트 은행에 대한 자산동결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법은 외국금융기관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해당기관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韓-페루 FTA 타결] 중남미 수출 ‘교두보’ 확대… 車·가전제품 최대수혜

    [韓-페루 FTA 타결] 중남미 수출 ‘교두보’ 확대… 車·가전제품 최대수혜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수혜 품목은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다. 또 지난해 2억 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대(對) 페루 무역구조도 FTA가 발효되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큰 칠레에 이어 페루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 확보에 이어 본진 상륙이라는 의의가 있다. 여기에 자원부국인 페루가 전략적 자원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에서 향후 광물자원의 안정적인 수입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31일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한·페루 교역규모는 수출 6억 4100만달러, 수입 9억 1900만달러로, 페루는 중남미 국가 중 우리나라의 9번째 교역국이다. 주요 수출품으로는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폴리에틸렌 등이며, 수입품은 아연과 구리·납 등 광물자원과 오징어·커피·냉장 어류 등이다. 이주희 코트라 구미팀 과장은 “한·페루 FTA 체결로 한국과 페루는 각각 0.01%, 0.23%의 소득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양국의 수출입 증가도 한국의 경우 0.03%가 늘어나며, 페루는 0.6%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對 페루 무역구조 흑자 전환 기대 페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일본 제품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무관세라는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코트라는 10대 수출유망 품목으로 현재 관세율이 9~17%에 이르는 ▲자동차 ▲자동차 배터리 ▲중장비부품 ▲TV ▲세탁기·냉장고 ▲컴퓨터 ▲철강판 ▲섬유직물·염료 ▲플라스틱 제품 ▲농약 및 의약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페루에서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차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10% 이상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FTA가 발효되면 9%의 관세가 상용차의 경우 즉시 철폐되고, 3000㏄ 미만 승용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올 7월까지 1억 9700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전체 수출액에서 36%를 차지했던 자동차 수출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업계는 휴대전화와 세탁기, 냉장고, TV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TV에는 9%, 세탁기·냉장고에는 17%의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업체들이 멕시코와 브라질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서 직접 생산해 수출하는 고가 가전제품에서 ‘FTA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종근 코트라 리마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센터장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페루에서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치솟고 있다.”면서 “FTA 체결이 우리 상품의 페루시장 진출 확대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페루 수입시장에서 한국산과 주요국 제품의 경합도가 일본 42.09, 미국 21.46, 중국 19.56 등으로 조사된 만큼 이번 FTA 체결로 일본 제품을 따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신시장 개척’ 일부 농수산 분야에서는 피해도 있을 수 있다. 오징어는 10~20%의 관세가 붙어 있지만, 관세는 7~10년 안에 사라진다. 소비자에게는 값싼 오징어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일부 어민들로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다. 페루산 설탕과 가죽제품 등도 들어오고 있지만 소량에 그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페루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FTA 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꼭 교역품에서만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개발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美, 대북 추가 제재] 제재대상-美기업 모든 금융거래 중단

    미국 행정부가 30일(현지시간)자로 발효된 새 행정명령에 따라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무기수출업체 청송연합 등 3개 기관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에 대한 제재는 곧바로 시행된다. 먼저 이들 기관 및 개인과 미국인 및 미국 기업들과의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이들의 미국내 자산은 동결된다. 속지주의와 속인주의가 동시에 적용돼 미국에 있는 개인이나 미국 기업은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국인과 미국기업에도 모두 적용된다. 만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즉각 처벌을 받게 된다. 미국은 다음 단계로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기관 및 개인의 정보를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 규제당국에 제공하고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제재 담당관이 곧 중국을 방문, 대북제재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번에 발효된 새 행정명령에서 제재대상으로 포함된 각종 불법활동에 대해서는 중국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북한과 거래가 있는 나라들을 방문, 제재대상들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며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처럼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기업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기관들과 미국 금융기관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 금융사회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들이 선제적으로 이들 제재대상들과의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새 행정명령에 따른 대북제재 조치의 파장과 북한 지도부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제재대상을 확대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멜라트은행 폐쇄보다 영업 일부정지 검토

    멜라트은행 폐쇄보다 영업 일부정지 검토

    정부가 이란 제재의 핵으로 떠오른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완전 폐쇄보다는 영업 일부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폐쇄조치하라는 미국의 요청과 지점 폐쇄는 보복을 부를 것이라는 이란의 경고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중간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릴 경우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강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안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지점에 대한 징계는 영업 일부 정지→영업 전부 정지→폐쇄 등의 순서로 강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폐쇄나 영업 전부 정지는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극히 강력한 징계에 해당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 결의안이 지목하고 있는 석유 관련 거래 등의 영업만 정지시키는 수준으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의 불법 자금 흐름을 한국 정부에 증거로 제시하면서 폐쇄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우리 정부는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조사에 나섰지만, 제3국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 내역을 확보하지 못한 한계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만약 우리 정부가 멜라트은행을 작심하고 조사하려면 서울지점과 거래하는 제3국에 조사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정부의 도움을 얻어 증거 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 여부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처리가 관건인 셈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 16일( 현지시간) 관보에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제제 대상으로 포함시킨 데서 미국의 의지가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멜라트은행을 손보지 않는다면 미국이 서운해할 법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과 일본이 이란 제재에 대한 동참을 천명한 상태에서 이란과 교역이 많은 한국까지 제재의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제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이란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지점 폐쇄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로 직결될 우려가 있다.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할 경우 이란 정부가 한국과의 일반상품 교역·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미 재무부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오른 주한 이란계 회사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외에도 이란 페트로 케미칼 한국법인과 시스코 쉬핑 컴퍼니 등이 있다.”고 확인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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