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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탈출’ 남북관계 큰영향 없을듯

    ■귀순자 처리와 남북관계/ 北 탈북문제 공식화 불원…해상경비는 강화 북한주민 21명이 18일 서해상을 통해 우리측에 귀순해 옴에 따라 이들의 신병 처리와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해상탈출로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는 남북관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내심 고심하는 눈치다.그럼에도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남북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탈북의 형태가 어떻든 올해에만 탈북자가 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탈북 자체는 일상화된 상황”이라며 “북한 역시 지금까지 체제안정과 대외관계를 감안해 일체 탈북문제를 공식화하지 않았으며 이번 경우에도 태도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 해상으로 직접 들어왔다는 점과 귀순 동기 등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남북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서해교전사태 이후 고조돼 있는 서해상의 남북 양측 해군의 긴장관계는 이번 해상탈출 사태로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지난 97년 신의주에서 어선을 타고 남한으로 귀순한 안선국씨 등 14명의 경우 탈북 과정에서 북한 경비정에 두 차례 적발됐으나 모두 뇌물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상탈출로 북한군의 서해안 경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북한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유사한 ‘보트피플’ 사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이들의 신병처리는 기존의 탈북자 처리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즉 관계기관이 신병을 확보,정확한 신원과 탈북경위 등을 조사하고 귀순 의사를 파악하게 된다. 귀순의사가 확인되면 정부는 이들을 탈북자 남한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에 입소시켜 2∼3개월간 남한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이후 소정의 정착금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고 하나원을 퇴소,남한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등 제3국의 외교공관을 통한 귀순이나 이번의 경우처럼 해상탈출을 통한 귀순 모두 처리절차는 달라질 게 없다.”며 “관계기관을 통해 면밀히 조사한 뒤 귀순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87년 이후 귀순일지 ●1987년 2월8일= 김만철씨 일가 11명 소형선박을 타고 청진항 탈출.일본 후쿠이현 쓰루가항,대만 거쳐 귀순. ●1994년 3월18일= 여만철씨 일가 4명 압록강 건너 중국으로 탈출.홍콩 거쳐귀순. ●1995년 3월27일= 북송교포 오수룡씨 일가 6명 압록강 건너 중국으로 탈출.제3국 거쳐 귀순. ●1995년 12월12일= 북한 최대무역회사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최세웅씨 일가 4명 유럽 제3국 거쳐 귀순. ●1996년 12월9일= 김경호씨 일가 17명 회령 떠나 중국 거쳐 모터보트로 홍콩 도착,망명 신청. ●1997년 5월13일= 선장 안선국씨 일가 14명 신의주항을 출발해 목선 타고 백령도 도착. ●1999년 11월30일= 조병수씨 등 13명 청진 탈출 제3국 체류중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도움으로 귀순. ●2001년 6월26일= 장길수군 일가 7명 UNHCR 베이징(北京)사무소 진입,망명요청 ●2002년 5월23일=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진입했다가 체포됐던 길수친척 김한미양 일가 5명,필리핀 거쳐 입국. ■北주민들 귀순 루트는/ 안선국씨 이후 5년만에 해상귀순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북한 주민들의 집단귀순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첫째는 선박을 통한 해상 귀순이고,둘째는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한 육로 우회귀순. 해상을 통한 귀순방식은 북한 내에서도 선박이용이 용이한 황해도·평안도일대 주민들이 주로 택했다. 지난 87년 2월8일 김만철씨 일가 11명이 ‘따뜻한 남쪽나라’를 향한다며 해상귀순을 감행한 이래 지난 97년 북한의 수산부 소속 지도선 선장인 안선국씨가 일가족 13명과 함께 서해상을 통해 귀순하는 등 중국을 경유하는 우회 귀순루트가 개발되기 이전까지 유력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해상 귀순방식은 최근들어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 탈북,서방국가의 재외 공관을 통해 의거 망명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저하게 그 횟수가 줄었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육로 귀순도 종종 있어왔지만,이 방법은 휴전선 등 접경지역에 복무하는 군인들이 제한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그나마 북한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면서는 거의 근절됐다. 해상 귀순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중국을 통한 귀순이 ‘붐’을 이루고 있다.해외 공관 주재관이나 중국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중국을 1차거점으로 해서 우회 탈북하는 것. 지난 99년 11월 조병수씨 등 다섯가족 13명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귀순했으며,지난해 6월에는 장길수군 등 탈북자 7명이 역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베이징사무소에 진입,우리나라로 귀순하는 등 지금까지 줄잡아 30∼40건의 크고 작은 귀순이 중국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외교관 등 북한의 해외 주재관들은 현지에서 우리측 공관을 통해 귀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지난 95년 12월 북한 대외무역회사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최세웅씨가 일가족 3명과 함께 귀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18일 북한주민 21명을 태운 선박이 서해상을 통해 다시 우리측에 귀순해 옴으로써 ‘자유’와 ‘풍요’를 향한 탈북 귀순행렬은 빈도의 문제일뿐 특정 경로나 방법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입증됐다. 특별취재반
  • [사설] ‘독도토론’ 학술교류 기폭제 돼야

    8·15민족통일대회가 어제 막을 내렸다.짧은 준비 속에 열린 민간대회라는 점을 고려하면,처음부터 당국간 행사와 같은 일사불란한 진행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하지만 남북 민간단체들이 형식을 떠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상호의 이해와 신뢰의 폭을 다지는 데 온 정성을 기울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독도 영유권 수호와 일본의 과거 청산을 위한 우리 민족의 과제’주제의 공동학술토론회에 이은 공동 호소문 발표는 남북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었다.민족의 현안을 남북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인식하고,그 인식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노력하기로 한 것은 의의가 크다.독도문제는 남북 당국이 일본과의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이같은 민간학술교류를 통한 인식일치는 긴요하고 유익하다 할 수 있다.이번 토론회가 남북학술교류 확대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정부들어 민간 차원의 교류는 크게 활성화된게 사실이다.또 그 가운데 학술교류도 꾸준히 제안되고 추진돼 왔다.그러나 제3국에서의 행사가 많고,남북간 왕래도 제3국을 통한 왕래가 대부분이었다.교류추진 주체나 단체도 지극히 제한됐다. 이번 통일대회를 계기로 학술교류도 크게 활성화되고 민간교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민간·학술교류의 확대는 결국 남북 주민화해와 통일분위기 조성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비무장지대의 생태계 조사 및 보전방안,대기오염 방지방안,남북 언어조사,정보통신분야 협력확대 등 학술교류 확대 분야는 무궁무진하다.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 “김도술씨 제3국서 조사 검토”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 朴榮琯)는 16일 지난 98∼99년 병역비리 검·군 합동수사를 맡았던 이명현 소령과 유관석 소령 등 군 관계자를 금명간 소환,조사키로 했다.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가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 정연(正淵)씨 병역문제를 실제 조사하거나 수사를 중단한 사실이 있는지,전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도술씨가 미국을 떠나 제3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기귀국을 종용하되 여의치 않으면 제3국에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검찰은 이날 정연씨가 신검을 받기 전 진단서를 발급해준 모 대학병원 관계자와 병역문제를 상담해준 병무청 직원을 불러 당시 정황을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97년 대선 당시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했던 전 서울병무청 직원 이재왕씨를 소환,“정연씨가 당시 자신의 신장과 체중 등을 제시하며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해 상담에 응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상 입영대상 부대와 입영일시,현역입영대상직인 등이 누락된 채 입영연기 신청과 최종 면제판정 직인만 찍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병무청 직원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중이다. 한편 김대업씨는 이날 오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김도술씨가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 비슷한 인물의 사건을 들먹였는데 이 사건은 당시 김도술씨의 병역비리 혐의 공소사실에 들어있는 별개 사건”이라면서 “한씨 부분은 김도술씨의 별도 진술로 나왔었다.”고 주장했다. 강충식 조태성기자 chungsik@
  • [사설] 중국의 천 전도사 석방

    지난해 12월 탈북자를 지원하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주에 구금됐던 천기원 전도사가 벌금을 내고 석방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열흘 뒤면 귀국할 예정이라고 한다.일부 조선족들이 돈받고 탈북시킨 혐의까지 뒤집어쓰고,감옥생활이 무척 고되긴 했으나,가혹행위는 없었다니 더욱 다행스럽다. 우리는 중국의 천 전도사 추방 조치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자국의 형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바꿔 탈북자를 북한동포의 인권문제로 보고있는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생각을 조금은 인정한 결정이 아닌가 여겨진다.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의 이같은 우호적인 조치는 한·중 우호협력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특히 오는 24일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가 준비중인 상황에서 탈북자 문제 처리로 양국간에 알력이 생긴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무엇보다 한·중 관계가 지난 2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때 이뤄진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이런 문제까지 논의할 정도로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시각도 조정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초기와 달리 이제 모든 탈북자들이 굶주림에 시달려 탈북을 시도한다고 볼수도 없고,또 정부가 마냥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벌여놓은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국측의 협조가 긴요하다고 볼 때,가능한 한 외교적 마찰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때문에 차제에 탈북자를 돕는 비정부단체들의 활동이 새로운 상황에 맞게 내부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중국측도 대국답게 국내법과 국제법,인도주의적 관점을 포괄한 탈북자 처리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탈북자 색출 등 인권억압적인 공포성 작업들을 중단하길 바란다.또 천 전도사와 함께 붙잡힌 탈북자 12명에 대해서도 제3국 추방 등 인권차원의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 ‘탈북자’ 근본대책 없나/ 전문가 3인 좌담 “난민지위 인정 국제공조 모색을”

    탈북자들의 남한 유입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현재 중국 베이징 한국영사관에서 보호중인 탈북자만도 12명에 달한다.지난 95년 41명에 불과하던 탈북자는 지난해 583명,올해에는 불과 여섯달 동안 514명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증가 추세다. 탈북자 자원활동을 펴 온 불교단체인 사단법인 ‘좋은 벗들’ 노옥재(盧玉載) 사무국장,고려대 북한학과 박현선(朴炫宣) 박사,통일부최보선(崔寶善) 정착지원과장의 의견을 듣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질문과 대답은 이메일과 개별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 탈북자의 증가가 실제로 북을 빠져나온 사람이 늘어서인지 단순히 남한 입국자들만 늘어난 것인지. ◆ 박현선 박사 =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북한경제가 99년부터 플러스 6.2% 성장을 달성하며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여지는 만큼 과거에는 ‘기아 모면형’ 탈북이 대부분이었으나,요즘에는 미리 이주·이민을 계획하는 ‘기획형’ 탈북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 노옥재 사무국장 =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례는최근 많이 줄어들었다.심각한 문제는 중국내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다.이들은 성매매,노동착취,강제송환 위협 등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이런상황에서 외국 공관으로 들어가는 방식 또는 목숨을 건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남한 유입 탈북자 증가의 배경이다. ■ 탈북자 유형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 최보선 정착지원과장 = 과거에는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최근 여성 탈북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부인,자녀를 동반한 가족 입국자가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또한 함경도 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중국에 접하고 있어 탈북이 쉬운데다 식량난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 박 박사 = 지난해 탈북자 583명 중 20대는 158명(27.1%),30대는 172명(29.5% )으로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6.6%를 차지하고 있다.이들은 바로 취업인구로 편입되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또한 이미 얘기한 대로 기획형 탈북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남한내 생활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 노 국장 = 중국내 탈북자의 62%가 여성으로 조사된 바 있다.인신매매의 대상 이 되며 감금과 학대를 받고 있다.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결국은 식량난에 의한 탈북이라고 봐야 한다. ■ 국제 NGO,종교단체 등의 탈북자 기획 망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 노 국장 = 기획 망명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하지만 망명에 성공한 소수는 잘 살지 모르지만 나머지 30만명의 탈북자는 집안에서 체포의 불안함에 떨어야 하는 역효과가 더 크다.정부간 공식적 통로가 아니라면 한국에 데려오더라도 조용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언론의 상업적 보도가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 박 박사 = 인도적 차원의 정당성을 안고 있고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관심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한·중,남북관계에 미묘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인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 박사 = 적극적인 난민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난민지위 인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따라서 정부는 난민지위 인정을 위한 국제적(중국,미국,유엔 등과)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 노 국장 = 그동안 탈북자의 난민 지위 인정과 수용소 설치 등을 주장해 왔지 만 중국은 자국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 때문에 탈북자의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결국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는 난민지위 인정이 어려운 형편이다.실현가능한 해법은 난민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정부에서 암묵적으로 체류를 인정하고 주민증을 주거나 합법화하는 것이다.중국도 인권탄압국가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도와주는 우리 정부 정책중 바람직한 부분을 얘기해 달라. ◆ 최 과장 = 현 정부 들어 단순히 정착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 직업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하나원’ 교육중 전문직업상담가가 적성검사 및 직업지도를 함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있다.거주지에 편입된 후에는 노동부에서 지정한 취업보호담당자를 통해 거주지보호기간인 5년간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공·사 직업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훈련기간중 생활에도 불편이 없도록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또한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취업확대를 위해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임금의 2분의1을 2년간 지원해주는 취업보호제를 실시하고 있다. ◆ 박 박사 = 단순한 물적 지원이 아니라 자립·자활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점이 의의가 있다.정착금의 확대와 ‘하나원’ 설립을 통해 적응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최근에는 정착금의 삭감과 차등적 지급,학습 능력에 따른 차별적 교육지원 등으로 경제적 논리를 몸에 익히도록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또한 탈북자를 민간단체와 연결시키며 사회적 네트워크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노 국장 =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가 모든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서해 교전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외교적인 통로를 통해 국제기구와 중국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내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며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 탈북자 남한사회 정착에서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 박 박사 = 단순히 정부의 정책 개선 의지나 그 결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와 관련된 정부,탈북자,국민,사회 연결망 등 모든 주체들이 각자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통일준비라는 장기적 전망속에서 탈북자 지원을 해야 하며,국민은 탈북자들에 대해 일회적인 관심이 아니라 ‘자매결연운동’ 등 지속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탈북자들 역시 체제 교육 훈련 등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스스로의 적응 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 노 국장 = 결국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의 지속이다.경재협력개발기구(OEC D) 가입국으로서의 빈곤국에 대한 지원분담금-GDP의 최소 0.1%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 최 과장 = 정부는 ▲탈북요인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 ▲제3국체류 탈북자 처리대책 ▲국내입국후 관리대책 등 3단계로 구분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국내 입국 희망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방침을 견지하면서 국내송환은 주재국 정부의 협조와 양해하에 성사되도록 노력하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와의 협조하에 최소한 본인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민간 단체는 어느 분야에서,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박 박사 = 민간단체의 탈북자 지원은 새롭게 조직을 구성하기보다는 기존의조직과 전문성을 활용해 탈북자 전담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예를 들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탈북자 전담 코너’를 만들어 탈북자들의 법률 상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민간단체가 지원사업을 수행할 때 정부는 당분간 재정이나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최 과장 =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사회 모두가 담당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고 탈북자들이 구체적 생활속에서 평균적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협력망과 인력을 확대 구축하는데 민간단체의 힘이 필요하다. ■ 탈북자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 박 박사 = 정부의 지원이 물적 지원에서 경제적 자립으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지원금이 탈북자의 초기 정착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탈북자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증가한다면 현재와 같은 보장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이런 이유로 현재의 정부 주도를 더욱 적극적인 민간 주도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사회적 네트워크가 특히 소중한 가치로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민간단체와의 사회연결망,사회안전망구축도 절실하다. ◆ 최 과장 = 대북포용정책의 적극 추진과 미·중·일 등 국제사회의 협조로 북 한의 경제적 안정과 인권개선을 통해 북한주민의 실질적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북한내 식량난을 포함한 탈북요인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리 박록삼기자 youngtan@
  • [열린세상] 통치능력 상실한 아르헨티나

    지난 3월7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는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와 리카르도 카바예로가 기고한 ‘믿을 수 없는 아르헨티나’란 글이 실렸다.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스스로 통치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제3국의 전문가집단이 관리하는 위원회의 통치를 적어도 5년간 받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 글에 따르면,아르헨티나는 자신의 통화·재정·규제·자산 관리의 주권을일정 기간 포기하여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불편부당한 소국인 영국·네덜란드·또는 아일랜드’ 출신 총독(commissioner-general)의 통치를 받는 게 좋단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통화정책을 경험이 많은 외국 중앙은행 금융인들이 통제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민영화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두 팔아먹었기에,돈부시와 카바예로는 이제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항구와 세관을 민영화할 것을 제안한다.당연히 민영화와 탈규제 사업도 외국인 대리인들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아르헨티나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거의 모욕으로 여겨질 ‘주권 이양’ 주장은 단순히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소신에 그치지 않는다.돈부시는 7월 들어‘세계경제보고·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위험으로서 주변부의 문제점’이란보고서를 의뢰한 ‘초국적 연구소’(Trans-National Research Corporation)에 제출한 모양이다. 이를 입수한 아르헨티나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보고서의 골자가 “권위주의가 탄생할 때까지 IMF 지원은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마르틴 그라노프스키 기자의 요약을 살펴보자.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아르헨티나의 제도들은 “계속 붕괴하고 있어 어떤 군부독재가 들어설 때까지 외부지원을 이야기할 수도 없으리라.”고 진단한다.“아르헨티나에는 배제된 사람들의 계급투쟁이 확산되고 있고,제도들은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는 것.그의 진단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제도들은 계속 붕괴하고 있다.둘째,제도의 붕괴는 군부독재로 귀결될 것이다.셋째,아르헨티나에 대한 경제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세 문장을 연결된 분석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두 개의 조건문이 탄생한다.첫째,군부독재가 들어서면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둘째,군부독재가 들어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경제지원을 해야만 한다. 불행히도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경제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무부의 미주담당 차관보인 오토 라이시가 주도하는 강경노선이나 앤 크루거가 주도하는 IMF 근본주의 입장과는 양립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답은 간단하다.군부독재가 들어서서 시민들의 시위나 불복종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어야 경제지원의 효과가 발생하리라는 결론이 위 보고서의 핵심일 것이다. 투자은행이나 IMF의 이해를 대변하는 한 경제학자의 보고서가 연초부터 아르헨티나 정가를 여러 차례 강타하고 있지만,정작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이나 연대의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페론당 지도자들은 국난 극복은 뒷전이고 여전히 파벌의 손익계산에 맞춰 움직인다.정치인들의 구태에 식상한 시민들은 주방기기를 두들기며 연일 광장과 가도를 누빈다. 당연히 무력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가 나온다.민중과 정치인들 사이에 증오는 더욱 심해진다.지식인들도 암울한 현실에서 점차 무력감을 느끼고,급진화된 말만 내뱉는다.중도좌파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도가 늘어가지만,이들이 과연 국제금융권과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런 와중에 차라리 외국인 총독정치가 뭐가 나쁘냐는 반응도 만만찮다.수도권의 8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주권 이양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비전이 없는 엘리트들은 주권을 방어할 능력을 상실했고,정치인들은 신뢰를 깡그리 잃어버렸다.국민들은 빈자와 부자로 양분화되어 서로에 대한 증오를 재생산한다.과학자들과 젊은이들은 나라를 등지고 먼 이국 땅에서 자신의 미래를 도모한다.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잠 못이루는 밤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이성형(세종硏 초빙연구위원.정치학)
  • 韓·中무역정책 전문가 진단/ “마늘 재협상 국익에 보탬안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의 ‘연장 불가’를 명기한 2000년 7월 한·중 마늘 협상 합의문은 무효이며,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농민들 사이에서 커가고 있다. 중국산 마늘 세이프가드 재발동을 전제로 한 재협상 주장이다. LG경제연구소 서봉교(徐逢敎)선임 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인교(鄭仁敎) 연구위원,최세균(崔世均)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부터 향후 한·중 무역정책의 가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들어봤다. ◇서봉교 연구원- 중국은 우리의 제2의 수출상대국이자,무역 흑자국이다.흑자규모는 2001년 한국 통계로 50억달러,중국측 통계로는 100억달러다.지난해 3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중국이 100억달러 적자국인 한국에 대해 무역에 관한 한 감정이 좋겠는가. 우리는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재가공해 다시 제3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입장에선 우리가 밀어내기식으로 자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한·중 무역마찰에서 우리의 카드는 약하다.수출품 중 34.5%를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제품이 차지하기 때문에중국이 이 품목에 대해서만 보복을 취해도 우리 타격은 엄청나다. 지난 2000년 우리는 앞도 재지 않고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3년이 지난 지금,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중국은 WTO 가입 이후 반덤핑 제소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발동한 6건 가운데 5건이 우리를 상대로 했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외교통상조직이 큰 힘을 갖고 있다.여론에 떼밀린 재협상은 옳지 않다.중국이 준비하고 있는 반덤핑제소 등의 조치도 우리에게 불리할 뿐이다.농민들은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국가 전체 이익으로 볼 때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선 안된다.정치논리보다 경제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인교 연구원- 2000년 마늘재협상 상황이 재연돼선 안된다.당시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무역위원회를 압박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표만을 의식한 결과였다.지금도 같은 상황이다.농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긴 하지만 경제 개방은 국제사회의 큰 흐름이다. 한·중 마늘 합의서 은폐 논란을 계기로 원론적으로 개방과 농가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50만이라는 국산 마늘 농가의 실태부터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 건에 대해 농림부가 ‘몰랐다.’고 하고 있다.자유무역협정(FTA) 등 앞으로 농가대책이 필요한 상황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마늘 한개 품목에 대한 대비가 이 정도니 큰일이다. 2000년 협상 결과가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정부 부처는 국익을 위한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예를 들어 농민 단체와 같은 이익단체들의 주장이 전체 국익과 배치될 때는 이를 설득하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몇년 더 개방을 유예시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쌀도 마찬가지다.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쌀시장 개방이라는 전제를 생각하면 지금 현재 쌀 생산량은 대폭 줄었어야 한다.그러나 오히려 쌀 생산량은 늘고 있다. 국제사회의 흐름은 각 국가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서로 이익을 보자는 것이다.향후 한·칠레 FTA 등 대사가 걸린 현안이 많다.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최세균 연구원- 2000년 한·중 마늘합의는 어찌됐든 중국과 우리의 합의 사항이다.이를 파기한다는 것은 국제사회 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옳지 않다. 이 점에서 재협상론은 명분에서 벗어났고,더욱이 실익도 없다.재협상할 경우 중국측은 46배의 무역보복을 하겠다,자동차품목에 대해 보복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건,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건간에 국제화·개방화의 양대 흐름의 편입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우리의 농업이다.피할 수 없는 이 흐름에서 정부는 투명한 정책으로 농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언제부터 마늘이 수입된다.언제부터 칠레산 과일이 들어온다.”는 등을 미리 농가에 알리고,대비토록 해야 한다.그래야 피해가 최소화한다. 소득보전 대책 등 단기적인 대책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 및 구조조정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미국발 금융위기 없다”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자인·문화 등의 핵심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주력해 새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저임금 위주의 산업은 과감히 분산·재편하고,신발·합판 등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서둘러 해외로 진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은행간 초단기금리인 콜금리를 지금보다 낮추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재정경제부 권태신(權泰信) 국제금융국장,김창록(金昌錄) 국제금융센터소장,정기영(鄭琪榮) 삼성금융연구소장 등 금융전문가들은 23일 본지가 개최한‘미국발 금융위기 긴급좌담회’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대공황 주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이고 대공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의 대공황 관측을 일축했다. 참석자들은 “일본은 80년대 후반 엔화 강세시대를 맞아 제품 조립은 해외에서 하고,핵심 엔진 등만 자국에서 생산하는 등 분업을 통해 충격을 흡수했다.”고 지적,“가격경쟁력이 낮은 제품은 해외로 진출하도록 해 원가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수입재인 원자재·자본 등은 환율 하락으로 값이 싸지게 되지만 결국은 싼임금을 찾아 산업 내 분산 및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중소기업들은 현행 달러 기준 결제통화를 유로·엔 등 제3국 통화로 돌리고,환율 급등락에 따른 위험(리스크)을 피할 수 있도록 환위험관리대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환율하락으로 수출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가를 낮춰 상쇄하고,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측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권 국장은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환율이 지나치게 추락할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수급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4일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 주재로 16개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미국발(發) 금융불안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박정현 손정숙기자 jhpark@
  • 뉴욕發 금융위기 국내파장/ 달러약세 언제까지, 10~25% 고평가…약세기조 지속

    ◆ 사회자 = 미국은 강한달러 얘기를 해왔으나 요즘 쑥 들어갔습니다.달러약세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 권 국장 = GDP대비 4∼5%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를 방치할수는 없잖겠습니까?미국 중소기업,생산자협회 등에서 수입억제,수출유도를 위해 강한 달러를 요구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미국은 대외적으로 강한(strong) 달러정책에서 건전한(sound) 달러정책으로 이행했습니다.달러약세를 용인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 정 소장 = 국제금융시장에서 원고(元高)라고들 하는데 원화만 강세입니까?그런 것이 아니라 달러가 약세라는 얘기입니다.달러약세에 따라 다른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입니다.바꿔말하면 문제는 ‘원고’가 아니라 달러약세가 문제라는 것입니다.원화 환율하락은 미국시장 진입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다른 나라와는 별로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중국은 달러와 고정환율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력이 굉장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중소기업들은 환위험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번번이 나오는 소리지만, 정부협조도 필요합니다.달러베이스 결제통화를 유로,엔 등 제3국 통화로 돌려 환리스크를 헤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기업들도 경쟁력을 올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을 단가하락으로 상쇄해야 합니다.이것은 이익의 범위가 넓어야 가능합니다.원가를 낮춰서 환위험을 흡수하는게 달러약세시대의 경쟁력입니다. ◆ 사회자 = 일본은 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강세로 전환되자 해외투자로 눈을 돌렸습니다.원화강세 시대를 맞아 우리의 교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김 소장 = 시장의 가장 큰 우려가 바로 환율의 급속한 하락입니다.환율이 1년만에 1300원에서 800원까지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십시요.그런데 지금 거의 그럴 기세입니다.여기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원화강세로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는 적응전략을 바꿔야 합니다.미국은 총수출 20%를 차지하는 우리 최대 시장이고 2위가 중국이기에 무역경쟁력 악화가 우려됩니다.그에 대비해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합니다.원화강세로 인한 수출 마이너스 효과보다 수입증가 효과가 더 걱정됩니다.이럴 때는 수입유발요인을 조사해서 대체품목을 육성,원화 강세의 영향을 차단해 줘야 합니다. ◆ 권 국장 = 지금은 국제공조체제가 워낙 잘 갖춰진데다 조기경보시스템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약세가 무한정 가지는 않을 겁니다.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1달러에 800원 환율을 인위적으로 유지해왔습니다.그렇게 해서 국민소득을 1만달러로 만들었지만 여행수지 적자,수입 확대등으로 94∼97년 450억원 적자가 났죠.이를 외환차입으로 메꾸려다 외환위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우리 외환 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규모는 36억달러에 불과합니다.런던시장 1000억, 홍콩 싱가포르 100억에 비하면 폭이 좁고 깊이가 얕아 군중심리에 좌우됩니다.올해 1300원을 넘어서던 환율이 어느 틈에 1160원대까지 내려온 것도 지나친 패닉현상 때문입니다.정부는 외환시장 불개입이 원칙이지만,다만 이처 럼 환율이 과도하게 추락할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수급조절)’을 해줘야 합니다. ◆ 정 소장 = 수출단가를 낮춰 환율 하락효과를 차단하려면 원자재,자본,임금 등 생산단가가 싸져야 합니다.원자재,자본 등은 수입재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싸지게 되지만 최대 문제는 비교역재인 임금입니다.싼 임금을 찾아 산업내 분산 및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는 디자인,문화 등 핵심 고부가 가치 사업에만 치중하고 신발,합판,조립 등 가격경쟁력이 낮은 제품은 해외로 이전하지 않으면 원가를 낮출 방법이 없습니다. 일본도 프라자 합의 당시 달러당 250엔대에서 110엔으로 환율이 하락되자 산업간 분산을 택했습니다.조립은 해외에서 하고 핵심 엔진 등만 자국내서 생산하는 등 분업을 통해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 권 국장 = 98년 우리나라가 완전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뒤 벌써 4년째입니다.기업도 환변동을 주어진 환경으로 보고 환 헤지,위험관리에 비용을 들여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환 변동보험,스왑등을 통해 이를 헤지해야 합니다.중국보다 우리가 10,20배 인건비가 비쌉니다.가격경쟁이 안됩니다.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법질서 준수,예측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삼성전자,현대차 등 품질로 세계에서 싸우는 일류기업 계속 나와줘야 합니다.수출시장도 다각화해야 합니다. ◆ 사회자 = 정부가 생각하는 환율 바닥선은 어디쯤인가요? ◆ 권 국장 = 시장이 결정하겠죠.단지 시장불안으로 환율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만 조절해야 한다고 봅니다. ◆ 김 소장 = 일본이 프라자 합의때 IT투자를 늘렸듯 허리띠를 졸라매면 경제를 경쟁력있게 만들 타이밍입니다.한단계 뛰어오를수 있는 호기가 될수 있습니다.중국 블랙홀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임금이 싼 중국시장으로 제조업을 이동시키는게 불가피하다는 말입니다.타이완·홍콩은 이미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고 우리도 불가피합니다.이런 상태에서 한국이 국민소득을 높이려면 서비스업을 수출산업화 해야 합니다.그래야 중국과 경쟁할수 있습니다.스포츠 서비스를 통한 부의 창출은 한 예입니다.메디컬 케어,영화산업 등 서비스 문화산업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정리 박정현 손정숙기자 jhpark@
  • “中마늘수입 96억 국고손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이방호(李方鎬·한나라당) 의원은 19일 중국 마늘 수입문제와 관련,“외교부가 ‘민간자율 수입물량까지도 한국 정부가 책임지라.’는 중국의 억지 주장에 밀려 수입을 안 해도 될 마늘을 수입하는 바람에 과다 수입물량의 재수출에 따라 2년간 96억여원의 국고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2000년 한·중 마늘협상 합의문엔 한국은 2000년 2만105t, 2001년 2만 1190t, 2002년 2만 2267t의 중국 마늘을 매년 관세할당 방식으로 수입한다고 돼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이를 ‘정부가 보장하는 의무 물량’으로,한국은 국제관례상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최대한도’로 각각 해석했으나 정부가 중국측의 억지논리에 밀려 민간업체가 미처 수입하지 못한 물량까지도 수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1년도에 1만 300t(39억 8000만원),2002년도에 1만 2497t(56억 3000만원) 등 모두 2만 2797t(96억 1000만원)의 제3국 재수출 결손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달러 결제 줄이고 유로화 비중 높여, 財界 ‘원高와의 전쟁’

    재계가 ‘원고(高) 전쟁’에 나섰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치솟자 대기업들이 외환관리체제를 바꾸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수출 주력기업인 전자·자동차업계는 달러화 약세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달러화 결제 및 보유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로화 결제비중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특히 자동차업계는 수출다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유럽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북미에 편중된 수출물량을 분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4분기 원·달러환율이 전분기보다 3.8% 하락하면서 수출채산성이 1.5% 이상 떨어졌다.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향후 수출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물량 덜기 경쟁= 삼성전자의 유로화 결제비중은 1년전보다 2배 높아졌다.15일 현재 결제통화 비중은 달러화 70%,유로화 20%,엔화 10% 수준이다.관계자는 “유로화 비중이 높아진 것은 동남아·중남미 등 제3국과 거래에서 전략적으로 유로화 비중을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최근 달러화를 받는 경우 바로 환전,달러 약세에 따른 환차손 위험도 줄이고 있다. LG전자는 결제통화 비중이 현재 달러 80%,유로화 10%,엔화 10% 등으로 이뤄져 있지만 달러화 약세에 대응,유로화 비중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도 유로화의 결제통화 비중을 크게 높여 나가기로 했다.현재는 달러화 70%,유로화 20%,엔화 10%.관계자는 “달러화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수익 차종의 판매비중을 높이고 환차익을 겨냥해 외화차입금을 확대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선 다변화에 ‘사활’=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부진을 우려,유럽·중국·인도 등 수출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월드컵 이후 향상된 ‘코리아’ 브랜드 가치와 국산 RV(레저용 차량)·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선호도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을 비롯한 달러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터키 합작공장 설립에 이어 동구권국가 가운데 한곳에 대규모 생산공장의 설립을 추진중이다. 기아차도 최근 유럽 현지판매망을 대폭 강화했다.올 하반기부터 쏘렌토·카렌스Ⅱ 등 RV·SUV를 앞세워 유럽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대우차도 지난 5월 선보인 소형차 ‘칼로스’와 중형차 매그너스L6를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재계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환율하락이 수출회복 기조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며 “달러 보유비중을 줄이기 위해 수출대금 유입즉시 달러화를 외환시장에 내다파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건승 전광삼기자 ksp@
  • 탈북자3명 오늘 입국

    지난달 24일과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진입했던 임모(24·여),박모(33·남),김모(27·남)씨 등 탈북자 3명이 제3국을 거쳐 15일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입국한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이들은 13일 밤 베이징을 출발,제3국에서 잠시 체류한 뒤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들의 한국행은 지난 달 23일 한·중 양국이 탈북자 처리원칙에 합의한 이후 적용된 첫 사례이다. 탈북자 3명은 당초 지난 11일 베이징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당일 주중 영사부에 또 다른 남자 탈북자 1명이 추가 진입하는 바람에 한국행 출발이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추가 탈북자에 대한 한·중간 교섭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정기자
  • [2002 길섶에서] 이념의 그늘

    6·25전쟁 참여와 부상,반공포로 그리고 이데올로기 공황.사상도,이념도 껍데기에 다름 아님을 너무 깊게 체득했기 때문일까.반공포로 석방때 그는 ‘남·북 모두가 싫어서’인도로 떠났다.반공포로 출신의 인도한인회장 현동화씨.스물에 인민군 장교복을 입었던 그가 저물어가는 일흔이 돼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0년 출간)이 떠오른다.남북분단과 갈등의 아픔을 한 지식인의 방황을 통해 가슴 아리게 전하고 있다.“바다는 숨쉬고 있다.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남·북을 혐오하며 제3국으로 떠나는 주인공 명준이 갑판에서 느낀 바다풍경이다.바다는 그에게 이념 아닌 인간 중심의 삶을 살고 싶어했던 꿈의 원형이었다. 최인훈은 이념 갈등의 끈을 숙명처럼 달고 다녔다.소설 ‘화두’에서 “사람은 한번밖에 살 수 없어 슬프다.”고 했다.삶의 회한이다.현씨는 그러나 “인생은 운명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이념의 그늘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고백이 가슴 찡하다. 최태환 논설위원
  • 탈북자 3명 오늘 한국행

    지난 6월24일과 지난 2일 각각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 영사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임모(24·여)씨와 박모(33)씨가 11일 중국을 떠나 제3국을 거친 뒤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관계자는 10일 “임씨,박씨와 함께 최근 탈북자 1명이 추가로 주중 베이징 대사관에 진입,모두 3명이 제3국을 거쳐 서울에 온다.”고 밝혔다. 이들의 한국행은 한·중 양국이 지난달 23일 한국 총영사관과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6명을 처리하면서 탈북자 처리 원칙에 합의한 이후 이뤄진 첫 케이스다.한편 중국은 탈북자 지원 활동에 나서다 밀출국(密出國)혐의로 체포된 두리 하나선교회 소속 천기원(46)전도사에 대해 지난 8일 첫재판을 열었으며 우리측은 “종교적 차원에서 한 행동임을 감안,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선처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은 당초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려 구류나 벌금 선고후 한국 추방을 명령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탈북2명 주내 한국 올듯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지난달 24일과 지난 2일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각각 진입했던 탈북자 임모(24·여)씨와 박모(33)씨가 이번주 안에 한국에 올 수 있을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양국간에 이들의 신병처리에 대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중 간에는 이미 탈북자 처리문제와 관련해 지난번에 마련한 ‘레일’이 있다.”고 말해 이들의 제3국을 통한 한국행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khkim@
  • FIFA 랭킹계산 어떻게/A매치 성적따라 큰 편차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93년 8월 도입해 99년 초 부분 수정한 랭킹 시스템은 복잡한 계산 절차를 거친다. 순위의 기준이 되는 점수는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전적,득·실점,홈·원정 여부,대회 비중,상대 전력,대륙별 전력 가중치 등을 감안해 계산한다.유·청소년대회 전적은 제외한다. ◇A매치 전적-승·무·패에 따라 최저 10점에서 최고 30점까지 나누되 두 팀의 전력을 고려한다.객관적인 전력상 강한 팀을 이겨야 높은 점수를 얻는다. ◇골 득실-전력이 약한 팀이 넣은 골은 강한 팀이 얻은 골보다 비중이 높다.또 공격축구를 권장하기 위해 골을 잃었을 때의 감점보다 넣었을 때의 가산점을 높였다.대량 득점을 막기 위해 후속 골보다 첫 골에 많은 점수를 준다.승부차기 골은 인정하지 않는다. ◇경기 비중-A매치의 성격, 중요도에 따라 배점 기준이 달라진다.예를 들어 친선경기보다 월드컵 본선 배점이 훨씬 높다.컨페더레이션스컵 등 대륙간 대회의 예선은 친선경기보다 50%,유럽챔피언스컵 등 대륙 내 대회의 본선은 75%,월드컵 본선은 갑절의 가중치가 주어진다. ◇홈·원정경기-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보상하기 위해 방문팀에 3점의 보너스를 준다.그러나 제3국에서의 경기와 월드컵 본선은 예외로 한다. ◇대륙별 전력-대륙간 전력차를 감안해 가중치를 매긴다.유럽·남미팀을 상대로 얻은 점수가 ‘1’일 때 아시아·아프리카팀을 상대로 얻은 점수는 각각 ‘0.9’와‘0.84’로 계산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저자와 함께/’한국인 월드컵 열기’ 좋기만 한 것인가/특별대담

    ‘Be the Reds’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많을 때는 700만명이나 되던 거리응원단.그 ‘붉은 물결’을 거리에서 혹은 TV로 지켜보는 4800만 한국인은 물론 재외교포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외국 언론을 비롯해 길거리 응원에 동참한 외국인들도 한결같이 한국인들의 단합한힘에 찬사를 보냈다.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의 전부일까.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朴露子·29)교수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이토 준코(伊東順子·41)씨는 한국에서 12년째 살면서 일본을 오가며 저널리스트로 일한다.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이어 최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이상 한겨레신문사)를,이토씨는 지난달 ‘한국인은 좋아도 한국민족은 싫다’(개마고원)를 각각 펴내면서 한국인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한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이들은,여느 외국인과 달리 ‘월드컵 현상’을 대체로 냉혹하게 비판했다.이들의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부분도 적지않겠지만 우리에게 입에 쓴 보약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주장을 가감 없이 싣는다. ■피부색 구분 말고 ‘우리 모두' 포용하는 사회로… 박 교수와 이토씨를 만난 26일은 한국팀이 결승 진출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한 그 다음날이었다.대학로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들은 지난밤 ‘붉은악마’의 열기를 온몸으로 겪었다.‘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비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차 노르웨이에서 일시 귀국한 박 교수는 25일 밤 대학로에 위치한 ‘수유연구소’에서,붉은악마들의 ‘대∼한민국’함성 속에 어렵게 강연을 해야만 했다.이토씨는 한국팀 기적의 ‘끝’을 지켜본 뒤 일본 잡지에 칼럼을 써야 했기에 초초한 마음으로 ‘한국·독일전’을 TV로 지켜봤다고 했다. ◇박노자= 저는 본래 조용한 사람인데 응원단의 함성으로 머리가 두조각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어요.응원도 좋지만 ‘남의 공간’까지 침해해도 되는 건지…. ◇이토= 한국 언론에서 ‘4800만이 하나가 되어서’라면서 일체감을 거듭 강조하기에 일본은 언제 이런 일체감을 느꼈을까를 따져 봤어요.1964년 도쿄올림픽 때도 아니었고.제 어머니께서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을 때와 비슷한 풍경일 거라고 했어요.메이지유신(1867년)후 30여년 만에 ‘서양에 이겼다.’면서 온 일본국민이 붉은 연등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열광했다고 해요. ◇박노자= 동양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오늘의 한국에서 그때를 떠올릴 겁니다.당시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신문에 “이제 서양국가를 패준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국가처럼 됨)’가 됐다.”고 환호했죠.1853년 미국함대에 굴욕을 당해 개방을 한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에 환호한 것이나,이번에 한국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의 이면에는 ‘서양(팀)을 이겨야 한다.’는 민족주의적인 콤플렉스가 작용했다고 봅니다.그후 일본 메이지 정권이 국민의 열광(애국심)을 통제하고 휘몰아서 군국주의로 치달은 것은 한번쯤 되짚어 볼 일입니다. ◇이토=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할 일이 없었으면 축구경기에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대구에서 한·미전을 할 때 저도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함께 응원했지만,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응원을 하면서 왜 이렇게 좋아할까,의문이었어요.그렇다면 그 흐름에서 떨어져 있고 싶은 개인은 어떻게 해야할까,과연 이 사회가 수용해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박노자=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고 해서 민족적 콤플렉스가 해결될까요?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은 ‘독립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신문에서는 “대한제국이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되려면…”이라고 계속 언급하지요.한국의 민족주의는 어찌 보면 다른 나라를 억압하거나 이기는 것이 아니라,동등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그러나 현시대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억압하거나 억압받거나 할 뿐이지 동등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한국이 제3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고,또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주의처럼 제3세계를 억압하는 다국적 자본이 될 수는 있지만 동등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토= 일본은 ‘입구'(入歐·서양화)한 건가요? ◇박노자= 일본은 부분적으로 ‘입구'했습니다.제3세계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부를 쌓는,또 전형적인 20대80의 신자유주의적인 국가가 됐죠.중국은 노동자들을 통해 국가는 엄청난 부를 쌓지만 일본인의 실업률은 꾸준히 높아지는 것이 그걸 말합니다.일본 국가(자본)의 성공이 반드시 일본 국민 전체의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거죠. ◇이토= 맞아요.30년전과 비교하면 일본의 국민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민이 옛날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아요.한국은 일본을 따라잡고 싶어하지만 그 따라잡아야 하는 요소가 경제성장은 아닌 것 같아요.‘일본을 닮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노자=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인들에게는 ‘우리’를 억압한 일본을 닮지 않으면 일본에 잡아먹힐 것이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닮도록 돼 있습니다.그러나 일본의 민족주의가 기형적이었던 만큼 그걸 보고 배운 한국의 민족주의도 기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 ‘4800만이 하나가 돼서 기쁘다.’는 말을 들으면 한국인들이 지금껏 하나가 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느꼈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그러나 과연 ‘하나’가 됐을까요? ◇박노자= 축구를 통해 형성된 ‘축제의 시공간’과 ‘일상의 시공간’이 다른 것이 문제입니다.월드컵 응원을 하면서 영·호남이 하나가 됐다고 느꼈겠지만,월드컵기간에 치른 ‘6·13’지방선거의 결과는 영남당과 호남당으로 다시 나뉘지 않았던가요? ‘붉은악마’덕에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죠.그러나 레드 콤플렉스는 이념의 문제고,북한과의 관계입니다.앞으로 마녀사냥식의 빨갱이 논쟁이 조금 수그러들 수는 있겠지만,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한 레드 콤플렉스는 여전한 거 아닐까요.지금 한국민들이 느끼는 ‘하나’의식은 일시적 망각,일시적 허위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토=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이웃’의 존재를 ‘우리’로 껴안고 확인한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제 한국인 친구의 고교생 아들은 “아빠,이제 이민가지 말고 여기서 살자.”고 했답니다.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것은,한편 슬프기도 하지만 좋은 일 아닌가요. ◇박노자= 나는 지역주의나 분단의 아픔이 ‘동질성의 확인’이 아니라 ‘이질성의 인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개인의 차이뿐 아니라,체제의 차이를 서로 인정할 때 남북 통일이 되지 않겠어요? 단일성을 강조하다 보면 상대에게 배타적으로 됩니다. ◇이토= 한국이 약소국일 때는 ‘민족주의’가 다른 국가나 민족에게 피해를 주지않겠지요.그러나 세계에서 교역 규모가 12위인 한국은 더이상 약자가 아닙니다.한국의 민족주의가 일본의 제국주의처럼 다른 국가와 민족을 착취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박노자= 그렇죠.유럽의 변두리 국가들이 갖는 소외의식도 한국인의 피해의식 못지 않습니다.이번에 이탈리아팀이 한국팀에 패하자,이탈리아에서 FIFA에 전자우편 40만통을 보내 서버를 다운시킨 걸 보면 그들의 소외의식이나 피해의식을 짐작할 만하지 않겠어요? ◇이토= 한국인이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6개월간 분개하다가,이번에 이탈리아팀이 심판의 오심을 지적하자 태도를 바꿔 ‘쩨쩨하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한국에서 계속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면 그 곳에 사는 교포들이 괴로워진다는 점도 유념해야죠. ◇박노자= 25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지고도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정말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유럽에서 축구는 국가간의 ‘예비전쟁’이나 마찬가지여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나거든요.한국에서는 통제사회의 잔재와 유교문화에 교화된‘손님치레’가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4강까지 올라가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은 것도 잘한 일이죠.대구에서 한·미전을 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스리랑카 근로자들을 만났습니다.모두 빨간 옷을 입고 “아시아인이니까 16강에 진출한 한국·일본을 응원한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박노자= 한국인들이 이번 월드컵을 ‘일상적인 국제성’‘시민의 얼굴을 한 민족주의’를 성취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국적과 얼굴 생김새를 상관하지 않고‘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토= ‘일상적인 국제성’이라는 것은 뭔가요? ◇박노자= 한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강한 배타성을 보입니다.제가 보기엔 ‘관제 민족주의’의 유산인데,이것이 한국사회와 노동운동의 성숙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죠.내·외국인에 상관없이 근로조건은 개선돼야 하겠죠.그런데 한국인은 제3국에서 온 노동자들을,선진국에서 그랬듯이 가혹하게 대합니다.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돼야 건강합니다.‘잘못된 일을 외국인이 당하니까’하고 모른 척 하면 안됩니다.러일전쟁이후 일본이 제국주의화할 때 가타야마 센(片山潛)이 러시아의 플레하노프와 ‘사회주의적 연대’를 주장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연대이자 관행이었습니다. ◇이토= 저도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좋습니다.한국사회는 이번에 축구선수들에게 열광했는데 그전까지는 별로 존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한국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 대접받잖아요.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박노자= 개인으로 태어나서 개인으로죽는데,국가니 민족이란 색안경을 쓰고 그것에 연연하면 시력만 나빠지죠. ◇이토= 한국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요번에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의 8강·4강 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했어요.한국이 4강에 나아갔을 때 일본에 계시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전자우편을 보낼 정도였죠.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이 터키에 져서 8강 진출이 좌절되자 좋아했다는 보도를 보고 일본의 제 친구들은 정말 섭섭해 했어요. 문소영기자 symun@
  • 탈북지원 목사등 한국인 4명 中, 조만간 기소

    중국내에서 탈북자 지원을 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목사와 선교사들이 조만간 기소되거나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잇따라 중국내 외국공관에 진입하는 기획 망명에 이 선교사들과 이들이 속한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NGO)가 개입된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강경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지난 5월 전명근 목사가 불법선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등 3명의 선교사와 탈북자 출신 1명이 중국측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전 목사와 지난 4월 옌지(延吉)에서 체포된 최봉일 목사는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내몽골에서 체포된 천기원 전도사는 탈북자들을 제3국으로 출국하도록 도와준 혐의로 이미 기소됐으며,징역 7년의 중형이 구형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 97년 탈북,한국에 정착한 김모(64)씨가 북한에 두고 온 딸과 손녀를 서울로 데려오려다 지난 1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공항에서 붙잡혀 억류중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탈북26명 서울 도착

    한국 대사관과 캐나다 대사관에 각각 진입했던 탈북자 26명이 24일 오전 제3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중국 공안에 강제 연행된 뒤 풀려난 원모(56)씨와 주중 한국대사관 본관 및 영사부에 머물던 23명 등 24명은 오전 8시45분,지난 8일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했던 10대 탈북자 2명은 오전 6시10분 대한항공 편을 이용,입국했다. 이들은 복장과 머리 모양이 서울의 중산층과 비슷했으며 일부 여자들은 고가의 외제품인 ‘버버리' 가방을 소지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등 종전 탈북자들보다 세련된 모습이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韓·中 공동합의문

    한·중 양국 정부는 6월13일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발생한 사건과 대사관에진입해 한국행을 요구한 탈북자 23명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다음은 우리 정부가 발표한 합의 내용 가)주중 대사관 영사부 안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23명과 지난 13일 중국이 연행한 탈북자 1명 등 총 24명의 한국행에 중국은 동의했다. 나)지난 13일 주중 대사관 영사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중국은 유감을 표명했다.우리는 원치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다)중국은 외국 공관이 탈북자(불법입국자)들의 불법적인 제3국행 통로가 돼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표명했으며,우리는 이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표명했다. 라)중국은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국내법과 국제법,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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