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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베트남 상흔씻고 ‘워싱턴 포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처절한 전쟁을 치렀던 미국과 베트남이 과거를 접고 미래를 향한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들어갔다. 미국을 방문 중인 베트남의 판 반 카이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역사적’ 회담을 가졌다. 베트남의 정상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75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30년만에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다. 베트남과 미국은 다음달 11일 관계정상화 10주년을 맞는다. 이날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카이 총리에게 베트남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겠다고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내년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고 베트남전 당시 전사한 미군 병사들의 유해발굴 작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이에 대해 카이 총리는 “두 나라는 잠재력을 가진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 양국간에 존재하는 문화ㆍ역사적 차이를 극복하고 관계 증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부시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카이 총리가 인권 개선과 종교 자유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베트남 정부가 이들 분야에서 취해온 조치들을 환영하지만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카이 총리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만났다. 두 나라는 최근 미 군함이 베트남 항구에 정기적으로 정박하고 미군이 베트남군 장교들에게 교육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군사 협력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키고 있다. 양국의 군사안보 분야 협력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베트남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봉쇄’하는 데 한몫해주기 바라며, 역사적으로 중국과 잦은 분쟁을 빚어왔던 베트남도 중국 견제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카이 총리는 이날 베트남항공의 보잉787 여객기 4대 구매계약 서명식에 참석했다.24일에는 뉴욕의 증권거래소를 방문,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리는 등 미국과 경제협력 및 경제개방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카이 총리가 회담을 하는 시간 백악관 부근에서는 베트남인 200여명이 옛 월남기를 흔들며 “베트콩은 물러가라.” “베트남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여 베트남 전의 상흔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나타냈다.dawn@seoul.co.kr
  • ‘우주전쟁’

    미국은 자국 인공위성 등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를 현재 개발중인 무기들의 발사대로 사용하는 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스타워즈’를 연상케 하는 제2의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구상이 사실상 우주에 방어·공격용 무기를 배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미국이 이를 강행할 경우 실력행사로 대응할 것이라고 즉각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중국 역시 미국의 우주 선점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미 “‘우주 진주만사태’ 막자”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공군이 이른바 ‘우주 진주만사태’를 피하기 위해 우주에서 각종 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안을 마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번 주 안에 재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새 대통령령은 2001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 지명자가 주도한 위원회에서 “군은 대통령이 우주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 따라 성안됐다. 신문은 군 우주선에 정밀 유도무기를 탑재, 지구 반바퀴를 45분 만에 돌아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글로벌 스트라이크’계획, 텅스텐과 우라늄 등으로 만들어진 실린더를 우주에서 시속 1만 1500㎞로 떨어뜨려 소형 핵무기와 같은 파괴력을 갖춘 ‘신의 회초리’구상, 궤도선회 거울이나 고공 비행선에서 치명적인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는 방안 등이 미 공군에서 검토하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소개했다. 미 공군은 이미 지난 4월 정찰 및 통신위성을 교란할 수 있는 XSS-11 마이크로 위성을 발사한 바 있다. ●백악관 “아직 검토 중인 사안” 보도가 나가자 즉각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정부가 마련한 내용을 보완하는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인공위성 등 우주 장비의 주권과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채 “여러 나라들이 우리의 우주 장비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해 왔다.”며 “부시 대통령 역시 우주 자산이 보호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무기 배치를 의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싱크탱크인 국방정보센터(CDI)의 테레사 히친스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주의 전사가 되길 꺼려하던 입장을 바꾸고 있으며 이것이 새 우주정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중국 “절대 반대”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워싱턴 주재 러시아 참사관은 1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러시아는 우선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실력행사가 당장의 의제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대응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럴 킴벌 군비축소협회(ACA) 사무총장은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논리는 결국 역효과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9일 “우주에 군사무기를 배치하는 데 반대하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부시·후진타오 “北 핵개발 우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후진타오(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하면서 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두 사람의 전화 회담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부시)대통령과 후 주석이 오늘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북한 문제와 6자회담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두 지도자는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그 우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회담에 돌아올 것임을 밝혔었으나 그 이후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고 비난한 뒤 “북한이 마음을 바꿔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희망하며,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좀더 압박을 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후 주석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과 후 주석은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식에서 만나기로 예정돼 있다. dawn@seoul.co.kr
  • [위기의 北核] ‘6월위기설’과 韓·美 공조

    [위기의 北核] ‘6월위기설’과 韓·美 공조

    6자회담이 중단된 지 꼭 1년을 맞는 오는 6월27일을 앞두고 북한 핵실험 준비설까지 터져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원자로 가동 중단 및 폐연료봉 인출 주장에 이어 미국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할 가능성에 대비, 중국측에 이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해달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의 북핵 위기 상황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핵실험준비설의 현실성에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고 있지만 ‘6월 위기설’과 맞물려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공조가 삐걱거리고 한국내에선 당정간에도 엇박자가 나오는 등 허둥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강경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의 전언이 확인됐고, 조너선 그리너트 7함대 사령관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미 7함대를 투입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 핵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과거사를 둘러싸고 한·일, 중·일 사이에 조성된 동북아의 긴장관계도 새로운 변수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북핵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 내 강성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는 형국이다.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인 중국의 잦은 발걸음은 이런 긴장감의 바로미터다. 이번 주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미국을 가고,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한·중·일을 잇달아 방문한다.6월에 다가갈수록 6자회담 당사국간 회동의 격은 높아지고, 횟수도 잦아질 것같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2일 평양을 방문한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달 9일쯤 후진타오 주석과 모스크바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6월 정상회담으로 북핵 해법 문제는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측에는 안보리 회부 카드를 꺼내지 않도록 하고, 중국에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최근 독일 방문길에 “북한에 얼굴 붉힐 것은 붉히겠다.”고 한 강성 발언은 미국내 매파의 발언을 잠재우려는 전술적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간 협의 과정에서 한·미 동맹과 공조체계는 흔들거리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원자로 중단에 이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으로 몰고갈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벼랑 끝에서 극적인 타협의 길을 모색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강석주 외교부 1부상은 6자 회담으로 뛰어들 ‘뜀판’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북한 노동신문이 미국의 성의가 있으면 핵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퇴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외교부 허둥지둥… 당·정 ‘엇박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0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 도중 멈칫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능수능란하게 일문일답을 진행하던 반 장관은 “오늘 아침 당정 협의회에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누가 그런 입장을 밝혔느냐.”고 되물었다. 1시간 전에 이미 국회에서 발표된 통일부와 열린우리당간 당정협의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즉각적으로 ‘외교부가 중요 현안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는 “그때 발표된 것은 협의 결과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측 참석 의원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더라.”며 ‘외교부 왕따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다음날인 21일 라디오에 출연,“안보리 회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전날 당정 협의 결과에 맞춰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때문에 6자회담 주무부처는 명백히 외교부인데도, 현 정권 실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결정하면 외교부는 그저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다. 당·정간 엇박자는 더욱 심각하다. 지지층을 의식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부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고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인기몰이식 언행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당정협의 결과는 김성곤 제2정조위원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이후 통일부측은 “안보리 회부 반대는 ‘현 상황에서’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톤을 낮추느라 진땀을 흘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 등 민감한 외교 사안을 외교부 실무자와 충분히 논의한 뒤 천명하는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교부가 ‘대통령 말씀’을 뒤늦게 따라가느라 허겁지겁하는 인상이 짙다. 실제 김숙 북미국장은 동북아 균형자론 논란이 불거진 한참 뒤에야 미국에 가서 우리 진의를 설명하느라 분주했고,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거의 한 달 뒤인 지난 18일에야 “미국 정부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전문가들이 보는 북핵해법 최근 급변하는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6자회담에 참석하더라도 북·미 양자회담 병행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이 대북강경책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압력’ 외교전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졌다. 남한측이 좀더 파격적인 제안을 시도하는 것이 북핵 해법의 방안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음은 북핵문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북한의 입장과 북핵문제의 해법이다. ●송민순 외교부차관보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다 같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혼자 떨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회담장에 조속히 나와 얻을 수 있는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유엔 안보리 상정은 미국측이 제의했거나 우리가 검토한 적이 없다. 안보리 회부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6월은 3차 6자회담 1년이 되는 심리적인 시기이다. 북한이 회담을 지연시키고 전망도 보이지 않아 참가국들간에는 이런 상태가 무한정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물컵에 물을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목적하는 양의) 물을 채울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물컵을 바꾼다. ●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 중국과 북한은 활발한 물밑 접촉을 통해 6자회담 참석을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북한 군부측의 박재경 대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과 정부측 대표자에 이어 군부측 고위 인사가 중국을 잇달아 방문한 것은 6자회담 참석을 위한 정치적 협상차원이라고 전망된다. 다음달 말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6자회담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6자회담이 성사돼 북한이 참석하더라도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성과는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파동 당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반대하고 있고 6자회담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지원 강도가 세져 미국이 쉽게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곤란한 처지라는 점이다. 남북 당국의 대화채널이 막혀 있는 데다 북한에 제안할 카드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이 6자회담 관련국을 움직이기 힘든 만큼 총리급회담 등 국정 최고급 회담을 제안하는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6자회담을 거치면서 북미 사이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북한은 핵 동결에 상응해서 에너지·경제원조 형식의 보상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미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3차 6자회담 직전 미국은 완전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북한의 핵 동결시 북한에 보상해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기존의 입장을 완화했다. 이런 입장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향후 6자회담 성공의 관건이다. 만약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절차가 시작되면 의장성명에서부터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북핵문제가 안보리가 간다면 북한으로서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 상정을 병행하는 차원의 전술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도 유엔 안보리 상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미정상회담 6월 개최 ‘가닥’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6월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회담 개최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면서 “실무선에서 검토 중인 만큼 외교채널에서 협의가 진행돼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두 정상간에는 언제든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부시 대통령 회담은 올 하반기 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11월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북핵 6월 시한설’이 흘러나오는 민감한 시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당겨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북핵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고, 긴장감이 점증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대전 승전기념행사에서는 회동할 것 같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어떤 정상과도 개별회담은 갖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기울인 뒤 북핵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에 정상끼리 만나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담의 형식으로는 노 대통령이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보다는 친밀감의 상징인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회담의 시기는 빠르면 다음주쯤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6월쯤 워싱턴이나 텍사스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갖게 되면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그 무렵에 전격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1945년 8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다. 그러나 미처 봄날을 음미할 새도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진출해 38선을 그었다. 그 때 어느 유명한 신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포했다.“미소의 두 힘이 서로 상대하여 버티나 태양이 중천에 오르면 밝은 세계가 되리라.” 태양은 누굴까? 중천에 오른다 함은? 전후 맥락 없이 튀어나온 이 선언에 신도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미국과 소련이 이 땅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잠깐이고, 곧 민족의 구세주가 등장하여 외세를 물리치게 된다는 것! 누가 구세주일까? 김구, 여운형, 조만식, 이승만, 박헌영…. 아니면 김일성? 세상 사람들은 거물 정치가들을 놓고 누가 믿을 만한 민족지도자인지를 점쳤다. 극좌파, 중도파, 극우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각자 선택의 폭은 넓었으나 민심의 합일점은 없었다. 지난한 시기였다. 그 때 정감록의 신봉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국난을 뚫고 나갈 진인은 어디 있는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진인, 지리산에서 뛰쳐나온 진인, 주역에 능통한 진인, 부처, 예수, 공자의 영이 내린 진인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고대해 마지않던 진인은 나오지 않았다. 해방정국은 갈수록 꼬이더니 남북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정감록’에 보이는 6·25전쟁 제2차대전 이후 전세계는 미소를 정점으로 한 냉전질서에 편입되었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지더니 1950년 마침내 6·25전쟁이 터졌다. 한국이 안고 있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소 양측의 대리전쟁이라는 설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전쟁이 장기화될 때 괴로운 건 민중이다. 그들은 난리가 언제 끝날지, 살아갈 방도는 무언지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감록 신봉자들은 가족을 이끌고 병화불입지지(兵火不入之地, 난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땅)를 찾아 숨는 사람도 생겼다. 정감록 예언에 따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삼풍리로 숨었던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긴데, 전쟁 내내 인민군은 커녕 국군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들은 정감록의 영험을 믿는 듯했지만 그곳은 어느 편 군대도 진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지독한 오지였다. 꼼꼼히 정감록을 살피던 민중의 눈엔 요거다 싶은 예언 몇 구절이 눈에 띄었다.‘호랑이와 토끼해를 당하여 남북이 서로 솥의 발 같이 대치하리라.’ 우연히도 전쟁이 터진 1950년은 호랑이해인 경인년이었다.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은 12년간 도둑의 소굴이 된다.’는 구절도 있어 강원도 북부에 있는 금강산과 오대산을 경계로 남북이 무력 대치한다는 예언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12란 숫자는 논란거리가 되었다. 남북의 대치기간이 글자 그대로 12년인가, 또는 갑자, 을축 이런 식으로 12지를 10간과 조합한 1갑자 60년인가? 총성이 멎은 지 벌써 52년째, 글자 그대로의 12년은 이미 지났고 60년 한 갑자가 되려면 8년이 남았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상징한다는 대목도 회자(膾炙)되었다.‘인천과 부평 사이 밤중에 배 1000척이 정박한다.’고 했다. 수도권에 ‘시체 더미’가 쌓인다고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수많은 전함을 거느리고 인천에 상륙했고 서울을 탈환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럴 듯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 구절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중을 떨게 했던 전쟁공포증의 흔적 또는 청일전쟁이 남긴 집단적 기억이 재현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연재 제1회 참고). ‘정감록’의 또 다른 구절도 민중의 눈길을 끌었다.‘두 서쪽 땅 곧 황해도와 평안도는 3년간 천 리 안에 사람과 불 때는 연기가 없을 것이요, 또한 동쪽 골짜기, 즉 강원도는 심히 꺼릴 땅이라.’ 사람들은 이 구절을 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된 까닭으로 봤고, 뺏고 뺏기는 육박전이 벌어진 장소가 강원도였다는 예언으로 해석했다. 중공군의 개입,1·4후퇴도 예언되어 있었다.‘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면 평안도와 황해도 하늘에 원한 맺힌 피가 넘칠 것이다.’ 오랑캐라,1950년 한겨울 급작스레 대거 투입된 중공군으로 해석됐다. 중공군은 물밀듯 남하를 계속, 평안도 황해도를 삽시간에 휩쓸었다. 인해전술이란 말은 정감록에 안 보였지만 그 신봉자들에겐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이해될 듯 했다. ●미국대통령을 ‘정도령’으로 착각? 그런데 ‘정감록’ 예언에 대한 기발한 풀이는 따로 있었다. 전쟁 당시 미국의 원수(元首) 트루먼! 트루(true)는 참 진(眞), 먼(man)은 사람 인(人)!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眞人)은 다름 아닌 트루먼이라는 해석이다. 트루먼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의회의 자문도 받지 않고 미군의 파병을 결정했다. 트루먼이 아니었으면 공산군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일제 식민지 후반, 특히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민중의 살림살이는 참 고단했다.1945년의 해방도 반쪽짜리였고 민중의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터지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미국은 각종 구호물자를 한반도에 대량으로 투입하였다. 수만의 병력과 현대식 무기를 동원하여 전쟁도 수행했다. 사람들은 새삼 미국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구차히 살 바에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바랐다. 국회로 보내주기만 하면 미국에 가 달러를 더 많이 동냥해 오겠다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 판국이라 미국 대통령을 진인, 정 도령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1953년 미국 대통령이 아이젠하워로 바뀌자 그가 진짜 정 도령이란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주고받은 민중도 많았다.“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라. 그리고 일본은 일어난다!” 미국-믿다, 소련-속다, 일본-일어나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말투지만 미소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 생긴 민중의 구호였다. 비록 패전국이긴 해도 일본을 조심해야 한다는 다짐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민중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 강대국들을 경원시했다.1894년 동학농민군이 내건 4대 구호 중에 ‘축멸양왜(逐滅洋倭, 서양놈들과 왜놈을 내쫓는다)’란 구절이 있어 그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다가 일제 말기 조상 전래의 성, 말까지 빼앗기자 민중은 주변국가인 중국과 소련에 다소 기대를 걸었다.‘조지로 목친다.’ 이 말이 민간에 퍼졌다. 조지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남부지방 사투리다. 그것으로 어떻게 목을 자를까? 조(조선), 지(지나, 중국), 로(로서아, 소련)가 힘을 합해 목(목인, 히로히토 일본 천황)을 벤다는 예언이었다. 민중의 소망을 담았지만 꽤나 섬뜩한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만 들어도 절대 잊을 수 없게, 그러나 아무도 그 뜻을 눈치 챌 수 없게 은어에 담았다. ●‘황해도서 난리 발생’ ‘삼국분기설’ 들먹 ‘정감록’으로 6·25전쟁의 참혹함과 미국의 개입을 읽었다니 얼핏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예언서에 보이는 오랑캐는 만주족 같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려 때는 북쪽으로부터 거란족, 여진족, 몽고족의 침입이 잇따르고 홍건적의 난도 있었다. 조선 초에는 여진족의 침입이 만만치 않았다. 인조 때는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이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서북지역은 이민족의 침입로가 되다시피 했고, 그 지역 민중은 외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기도 했다. 외침의 기억은 민중들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되었고, 이것이 ‘정감록’에 ‘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고’ 라는 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오랑캐의 말울음 소리는 현대에 와서 중공군의 남하로 이해되었다. 이런 변화는 ‘정감록’을 처음 전파시킨 조선시대 술사(術士)들로서는 전혀 예측 못할 일이었다. ‘정감록’에는 외침과 무관하게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발생할 난리가 예고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서북지방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해서 그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컸다. 순조 연간에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여러 고을을 휩쓸었고, 그 와중에 많은 인명이 살상됐다. 사실 서북지방은 18세기 이후 과거시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푸대접을 받았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감록’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도 서북지방이었다. 대다수 서북지방 사람들은 조선왕조의 종말을 마다할 일이 없었고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할 때, 북쪽에서 반란이 재발해 남북에 두 나라가 대치한다는 남북분국설이 정감록에 기록된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기왕 분국설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보태보겠다.‘정감록’에는 삼국 분기설도 나온다. 나라가 세 동강 난다는 예언인데, 이런 말은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유행했다. 우리 역사에 삼국시대도 있었고 후삼국시대도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고려 때도 이의민은 신라를 부흥시킨다는 구실로 경주일대를 소란케 했다. 이런 역사적 기억이 있어서겠지만, 민중은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면 3국 분기설을 들먹였다. 그런데 3이란 숫자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다. 미륵이 하생할 장소도 산이나 물이 셋으로 나뉘는 곳이었고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길지(吉地) 중에도 3도봉 같은 곳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알아 본 역사적 배경은 아랑곳없이 현대의 정감록 신봉자들은 ‘정감록’에 보이는 서북지역의 혼란상을 국토분단,6·25전쟁의 참상, 또는 1·4후퇴를 예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중의 예언 해석에는 시대적 맥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그 구절을 뭐라 해석했든, 나는 내 시대의 문제를 푸는 새 해석을 좇겠다는 식이다. 이런 태도에서 예언 문화엔 층위랄까 나이테가 보태졌다. 현대의 민중이 미 대통령 트루먼을 ‘정감록’에 언급된 진인으로 본 것은 어떤가. 진인이란 새 왕조를 열 국왕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정씨 성을 가진 이가 나타나 계룡산 아래 도읍을 정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정설이다. 우리 역사에서 진인의 도래설이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였다. 그 때부터 오랫동안 해도진인설(海島眞人說,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예언)이 인기를 끌었다. 역모를 꿈꾼 사람들은 늘 진인의 출현을 주장했을 정도다. 어쨌거나 진인은 기존질서에 대항해 싸울 영웅이었다. 그런 진인이 1950년대에는 세계 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 기존질서의 사령관인 트루먼으로 둔갑했다. 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감록’ 신봉자들의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논리적으론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시의에 맞기만 하면 민중은 꽤 엉뚱한 해석에도 환호한다. 수백 년 동안 ‘정감록’이 생명을 이어온 까닭은 그것이 시대상황에 맞게 새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다. ●예언서는 민중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해방 이후 미국의 중요성은 국가 차원에서든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든 날로 커졌다. 민중은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구절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던 아득한 시절에 만들어진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는 때로 발명이나 발견을 낳는다. ‘정감록’에서 꺼낸 트루먼 진인설과 인천상륙작전설은 억지스러운 발견이었다.1970년대 이후 민중은 미국에 대한 그 이상의 예언을 요구했던지 새 예언서가 등장했다.‘격암유록’,‘율곡비기’,‘송하비결’ 등이 새로 나온 예언서다. 그 중 어떤 것은 특정 종교단체가 배후 조종하여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도 예언서를 빌려 지도자에게 절대권위를 부여한 흔적이 있다. 새 예언서에는 한·미관계가 자주 나온다. 어느 책에는 9·11사태(2001년 9월11일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도 언급되어 있다. 더욱 경악할 내용도 있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을 폭격하기 시작해,2005년까지 공격을 계속한다. 그리고 200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는 재선에 실패하고 이슬람교도의 저격으로 사망한다는 등등의 예언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는 보란 듯 재선에 성공해서 백악관에 건재하다.2004년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 관심사는 한국 민중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빗나간 예언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친미와 반미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의 중요 이슈로 등장했는데 민중의 다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배질서에 반감을 품고 있다. 민중은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부시의 낙선과 암살을 예언한 것이다. 민중은 부시를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북한 폭격설까지 예언으로 등장한 것이다.50년 전엔 현직 미 대통령을 진인이라 일컫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 민중이 직접 예언서를 저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중은 예언의 내용을 결정한다. 노스트라다무스든 ‘정감록’이든 사정은 똑같다. 민중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한 예언서는 민중의 사랑을 받고 그 생명도 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예언서는 곧장 버림을 받는다. 민중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정감록’을 해석해왔다. 시대가 바뀌면 그 해석은 늘 달라졌다. 한 시대의 해석은 다른 시대가 되면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내가 정감록을 바라보는 관점은 통시대적이다. 미셸 푸코가 말한 지식의 계보학에 가까운 입장이다. 푸코의 말처럼 시공간이 바뀌면 지식과 기억은 변화된다. 요컨대 변화된 사물의 의미를 계보로 정리하는 것이 지식 계보학이다. 나의 정감록 산책도 그렇다. 정감록에 담긴 의미의 변천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것은 한국 역사와 문화의 나이테를 읽는 새 방법일 것이다. 백승종(푸른역사연구소장)
  • [부시 집권 2기] 라이스 첫 여성 국방장관 물망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제2기 정부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국무장관직과 관련해 콜린 파월 현 장관은 최근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내 강경파와의 ‘투쟁’에 지친 본인도 희망하고, 선제공격 이론에 적극적으로 찬동하지 않는 그를 권력의 핵심인사들이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임으로는 존 댄포스 유엔 대사가 거론된다.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자이지만 중도적인 입장에서 유럽과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달전부터 파월 장관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교체를 전제로 유임할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5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의 수감자 학대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사임 압력을 받았던 럼즈펠드 장관은 시기가 문제이지만 결국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2기 내각 출범과 함께 물러나거나 혹은 1년 정도 더 이라크전을 수행하고 그만 둔다는 것이다. 후임으로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거론된다. 현실화되면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된다. 라이스 보좌관의 후임으로는 스티븐 하들리 부보좌관이 승진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예측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의 실세였던 폴 울포위츠 부장관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의외로 국방장관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는 편이다. 강경한 이미지 때문에 의회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이유다. 백악관의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과 칼 로브 정치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태산과 같지만 본인들이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카드 비서실장은 재무장관이나 국토안보부장관으로도 거론된다. 재선 운동의 1등 공신인 켄 멜먼 선거대책본부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자리를 차지하거나 아예 정부를 떠나 기업으로 갈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백악관에 민주당 인사 몇 명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카렌 휴즈 보좌관이 밝혔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2기 행정부에서 감세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계속 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노 장관이 스스로 사임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의 의견을 탐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그런 맥락에서 부시 대통령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전 골드만 삭스 공동대표였던 스티븐 프리드먼의 발탁 가능성이 나온다. 또 부시와 가까운 거리에서 일해온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조슈아 볼튼 국장과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장,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후보군에 속한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물러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시의 친구인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이나 9·11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가 후임으로 거론된다.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이 떠날 경우에는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가 새 상무장관이 된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dawn@seoul.co.kr
  • ‘악의 축’ 확대?

    북한,이란,이라크로 구성된 이른바 ‘악의 축’이 확대될 것인가.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13일 “‘악의 축’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추가적인 선제공격을 경고하고 있다며 이같은 우려가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 보도에 따르면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11월의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제2기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면 지난 4년간의 1기 행정부보다 군사적으로 훨씬 더 공격적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그 이유는 미 국방부에서 강경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 루티가 최근 미국의 선제공격 독트린이 곧 새로운 잠재적 목표들로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기획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루티는 지난 8월19일 민주·공화 양당 인사들이 참석한 한 비공개회의에서 “최소한 5∼6곳의 외국 국가들이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민주당 인사들이 타임에 전했다. 이 회의에서 루티는 이들 국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독재자의 지배를 받으며 테러범들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북한,이란,이라크 3국으로 구성된 ‘악의 축’의 범위가 훨씬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특히 시리아의 포함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타임을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의 한 대변인은 루티가 새로운 선제공격론을 주창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미국의 공식정책을 다시 한번 언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이 대변인은 미국은 의심스러운 국가의 반정부 세력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다른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미국은 당초 이란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희망하던 태도에서 이란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쪽으로 자세를 바꾸었다.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미국은 이란 핵 문제가 외교적 방법을 통해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수단 학살’ 국제사회 제재 나섰다

    ‘수단 학살극’을 막기 위해 마침내 국제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유엔과 미·영은 군사 개입을 포함한 제재방안을 모색하고 있고,교황청에서는 특사를 파견했다.현재 아프리카에서 국토면적이 가장 큰 국가인 수단에서는 ‘인종청소’를 방불케 하는 끔찍한 학살과 성폭행 등이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수단 제재 결의안 통과 22일(현지시간) 미 상·하 양원은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행위를 대량학살로 규정,백악관에 폭력사태 종식을 위해 다각적 또는 단독으로라도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 수단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수단 정부가 30일 안에 학살극을 주도해온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 지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무기금수를 포함한 각종 제재를 가하자는 내용이다. 영국은 ‘군사 개입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토니 블레어 총리는 22일 아난 총장과의 통화에서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아직 군사 개입을 결정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혀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수단 파병계획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도 거들고 나섰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수단 정부에 폭력과 인권유린 종식을 촉구하면서 파울 조세프 코르데스 대주교를 특사로 임명,수단의 수도 하르툼으로 보냈다. ●종교와 인종 문제로 얼룩진 수단 가뭄과 방목지 부족으로 터전을 잃은 사하라 지역 아랍 유목민들은 서서히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으로 이동해왔다.숫자가 많아지면서 원주민과 유목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다르푸르는 수단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다.지난 2003년 2월 흑인 원주민으로 구성된 수단해방군(SLA)과 정의평등운동(JEM)은 ‘중앙정부가 다르푸르 원주민을 무시하고 버렸다.’면서 무장봉기했다. 이들 단체는 수단의 야당 지도자 하산 알 투라비를 지지한다.또 수단 원주민들은 토속종교를 믿고 있다.반면 수단의 통치세력은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슬람 군부와 이슬람계 정당국민의회당(NCP)의 연합세력이다. 수단 정부는 잔자위드를 내세워 살인과 성폭력,가옥 파괴 등 잔인한 방법으로 반란을 진압하고 있다.지난 19일 국제사면위원회(AI)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민병대가 남자들은 학살하고 여성들은 조직적으로 공개 성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성폭행 대상은 8세부터 80세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으며,여성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고문을 하기도 한다.인구가 670만명인 다르푸르에서 지금까지 1만∼3만명이 살해됐고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동안 미국은 수단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추방하는 등 대테러 정책에 협조해왔고,아프리카에서 수단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단“군사 개입시 ‘제2의 이라크’ 될 것” 수단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무스타파 이스마일 수단 외무장관은 “미·영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수단 정부군은 다르푸르에서 철수하겠다.”면서 “영·미는 이라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다른 한편으로 수단 정부는 잔자위드와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잔자위드를 무장 해제시키고 인권감독관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美, 대북 식량지원 브레이크?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대북한 지원 식량의 분배 투명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켈리 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국제관계위 아태소위 청문회에서 “미국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로 배분되는지 검증하는 게 어렵다.”면서 “미국 정부는 현재 세계식량계획(WFP)의 올해분 지원 요청 수락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군대가 북한의(식량을 비롯한) 자원을 과도하게 흡입하는 문제”와 ‘식량의 대체 가능성’ 및 ‘북한의 선군(先軍) 정책’ 등을 거론,북한에 지원된 식량이 결과적으로 북한군 유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이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지원된 식량을 북한주민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장치마련에 동의하지 않든가,6자회담 등을 통해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 차관보는 “미국은 지난 수년간 약 8억달러어치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지만,WFP의 올해분 지원 요청에 대해선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비정부기구(NGO)들의 북한내 활동은 일부 예외가 있으나 대체로 원활하지 못해 식량배분 감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이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그것이 진지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북한)정부와 그 활동에 대한 보조금이 아닌 한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식량 문제와 같은 관점에서 남북간 경협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핵문제 외에도 북한의 자원을 과도하게 고갈시키는 재래식 군대도 여전히 문제”라면서 “식량은 어느 면에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북한이 우리가 지원한 식량은 아니지만 자체 생산분 식량을 군대 수요에 우선 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켈리 차관보는 “북한에 일부 경제 변화가 진행중이나 개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고,약간의 개방 조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켈리 차관보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감군 여부와 관련,“주한미군 제2사단 제2여단 3600명 정도를 이라크에 보낸다는 결정 외엔 최종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1만 2000명의 주한미군 감군’ 관련보도에 관한 질의에 이같이 말하고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우리의 결의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한국의 권진호(權鎭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금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및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들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한국으로부터 소수의 미군을 빼내기로 했으나 한국군이 60만명 있는 상황에서 3600명의 차출을 중대한 전략적 변화라고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mip@seoul.co.kr˝
  • [시네마천국]재난영화 ‘투모로우’ 4일 대공습

    대자연의 재앙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는 할리우드가 끊임없이 눈독들여온 소재다.4일 개봉하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제2의 빙하기가 인류를 대재난에 빠뜨린다는 줄거리의,여름시장을 정조준한 블록버스터이다. 감독은 ‘스타게이트’‘인디펜던스 데이’‘고질라’ 등 특수효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에 일가를 이룬 롤랜드 에머리히.기상이변이 소재인 만큼 이번에도 특수효과의 비중은 대단하다.천문학적인 제작비 1억2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시각효과에 쏟아부었다. 저명 기상학자인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는 남극탐사에서 빙하층의 이상징후를 발견한다.국제회의에 참가해 조만간 지구온난화로 대재난이 닥칠 거라고 경고하지만,미국 정부는 경제적 부담을 핑계로 충고를 무시한다. 다음 전개는 예상대로다.일본의 대형 우박,인도의 폭설,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토네이도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줄잇는다. 할리우드의 막강 돈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스펙터클이 여보란듯 화면을 채워나간다.행인들의 머리 위로 무차별 떨어지는 축구공만한 우박,달리는 자동차를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토네이도 등 극사실묘사로 시작부터 “볼거리로 승부보겠다.”고 장담하는 듯하다.눈요깃거리는 이전의 어떤 재난영화들보다 푸짐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은 예측가능한 쪽으로 평이하게 풀려나간다.재난극에 빠져서는 안될 항목인 휴머니즘은 가족애를 통해 부각된다. 퀴즈대회 참가차 뉴욕에 간 잭 박사의 아들 샘(제이크 길렌할)과 여자친구 로라(에미 로섬)는 갑자기 도시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면서 도서관 꼭대기에 고립된다.워싱턴에 사는 잭 박사는 동료 둘을 데리고 빙하에 묻힌 도시를 헤치며 아들을 구하러 나선다. 관람포인트를 어디다 찍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듯하다.개연성있는 극한상황에 조난물 특유의 긴장감,현기증나는 스펙터클 화면을 원한다면 본전생각은 나지 않을 작품이다. 뉴욕으로 향한 잭 박사 일행이 도시 빙벽을 ‘등반’하는 과정은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조난영화다. 하지만 특수효과로 ‘칠갑’한 포장을 뜯어내고나면 서사를 기대한 관객들은 허술한 알맹이에 실망할지도 모른다.지구의 절반이 빙하에 잠겨간다는 긴박한 드라마 틈새로 애절한 부정(父情)이 끼어들어 감동을 길어올리는 얼개는 질리도록 봐온 터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에 감초처럼 등장해온 백악관이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잭 박사의 충고를 무시하다 뒤늦게 전전긍긍하는 미국 부통령 캐릭터를 통해 힘과 경제논리로 일관하는 백악관에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혹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뉴욕의 참상은,총탄이 난무하는 테러영화들보다 오히려 더 끔찍한 느낌이다. 할리우드의 고집센 보수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은 영화의 미덕이다.야릇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대목들이 몇 있다.빙하를 피해 멕시코 국경을 떼지어 넘는 미국인들이 불법이민자로 전락했다.환경문제를 등한시해온 부시 대통령쪽에 대선악재가 될지 모른다는 입방아들이 나올 만하다.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재난영화 다시보기 재난영화의 공통점은 스케일과 스펙터클이 보장된다는 점.물량공세에 자신있는 할리우드가 여름영화시장을 겨냥해 쉼없이 재난영화를 내놓는 건 그래서다. 내친김에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들을 다시 챙겨보자.더위를 물리치기엔 시시한 공포물보다 낫다. 스펙터클의 묘미를 즐기려면 천재(天災)영화들이 더 좋겠다.규모를 따진다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이 맨먼저 꼽힐 만하다.거대행성이 시시각각 지구로 돌진해 온다는 설정.진한 휴머니즘과 강렬한 특수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영화는 재난블록버스터의 전범이 되다시피 했다. 미미 레더 감독이 연출하고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딥 임펙트’도 지구와 혜성 충돌을 소재로 삼은 대작. 화산폭발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단테스 피크’‘볼케이노’가 대표적이다.‘볼케이노’에서는 거대한 용암이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삼키고,‘단테스 피크’에서는 원자폭탄의 600만배에 달하는 화산폭발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아찔하게 묘사됐다.스크린을 녹여버릴 듯 대형화재가 섬뜩한 작품으로는 ‘어블레이즈’‘분노의 역류’를 빼놓을 수 없다.좀 오래된 영화들도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재난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년),고층빌딩의 화재참사를 긴박하게 그려낸 ‘타워링’(1974년)이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케리 지지율 부시에 7%P 앞서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최근 이라크 사태가 악화된 뒤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 조지 부시 대통령을 50% 대 43%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뉴스위크가 지난 8,9일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케리 의원은 무소속 랠프 네이더 후보를 포함한 3자 가상대결에서도 46% 대 42% (네이더 4%)로 부시 대통령을 앞섰다.최근 몇달간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네이더 후보를 포함할 경우 부시 대통령이 케리 의원을 앞서왔다.따라서 이라크전 악화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49%로,지난 1월말과 차이가 없으나,호감도는 지난달 조사에 비해 4% 포인트 떨어진 48%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케리 의원의 호감도는 51%로 변함이 없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9·11 조사위원회 공개증언과 관련,응답자의 61%는 ‘증언 후에도 부시 대통령의 테러정책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43%).’거나,‘모르겠다(18%).’고 답변해 라이스 보좌관의 증언이 여론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CNN과 뉴스위크가 지난 8,9일 실시한 또다른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3분의 2가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응답자의 40%는 ‘매우 우려한다.’,24%는 ‘다소 우려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57%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대답했으며 63%는 연합군에 대한 최근 공격에 대응해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것에 지지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대처 방법 대해서는 44%가 지지를 표시했으나 51%는 반대해 올해 초 지지율이 조금 더 높았던 상황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이도운기자 dawn@˝
  • [이라크 ‘제2전쟁’] 라이스 “FBI 9·11 한달전 움직임 경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9·11 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가 발생하기 한달 전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테러범들이 미국 내에서 공중납치를 계획하는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라이스 보좌관은 또 “부시 대통령이 FBI가 미국 내에서 알카에다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테러조직에 대한 수사 70건을 진행 중이라는 보고도 받았다.”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이 2001년 8월6일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빈 라덴,미국 내 공격 결심’이라는 제목의 특별정보기관 브리핑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 미국의 ‘영원한 대통령’ 존슨이 암살 배후인가?/ JFK 내일 40주기… 미스터리 규명 열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인들은 왜 케네디를 잊지 못하는가?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암살된 지 22일로 40주기가 되지만 그의 ‘신화’는 꺼지지 않고 있다.미국인들은 아직도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스터리로 남은 암살의 원인규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그의 죽음을 ‘음모의 결과’로 생각하며 그가 지금이라도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미 역사상 가장 젊은 43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해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케네디 대통령의 삶은 사후에도 계속되는 듯하다. ●식지 않는 신화 ‘긴급뉴스:J.F.K. 암살’‘누가 케네디를 죽였는가?’‘미국을 바꾼 날’‘끝나지 않은 사건’….미 ABC,NBC,PBS,폭스 등 공중파 방송과 CNN,MSNBC,히스토리 채널 등 케이블 TV가 마련한 케네디 특집 기획물의 제목들이다.15일부터 저녁 8시 황금 시간대에 맞춰 1∼2시간씩 1주 내내 방영하고 있다. ABC 방송은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한 결과 케네디 암살이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폭스 TV는 두번째 총격을 가한 ‘제2의 암살범’이 있었으나 검시 후 밝혀진 케네디의 ‘비밀 병력(病歷)’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케네디가 때문에 증거가 유실됐다고 보도했다. 히스토리 채널은 현 백악관 대변인인 스콧 매클레렌의 아버지이자 존슨 전 대통령의 법률 고문이었던 바 매클레렌의 저서 ‘피와 돈,그리고 권력:존슨이 케네디를 어떻게 살해했는가?’에 근거,존슨 전 대통령을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새롭게 부각되는 음모론 쿠바 위기 등을 넘기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존슨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더욱이 정부청사 내 자판기 사업과 관련한 비리에 직접 개입된 존슨 부통령이 최후 수단으로 케네디 암살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보스턴대 역사교수이자 케네디 전기작가인 로버트 달렉은 히스토리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줬던 자신감은 현재의 미국인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며 “46세에 암살당했으나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는 희망과 더 좋은 미래를 다짐하는 젊고 패기에 찬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그의 정책은 인기에 영합한 미완성 작품에 불과했다든가 결혼 이후에도 지속된 여성 편력에 대한 비난이다.그럼에도 당시 언론은 성 스캔들을 폭로하기보다 그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mip@
  • 접점 못찾는 이라크 파병 규모·성격/ 韓·美 또 ‘냉기류’

    지난 5·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간 이라크 파병 문제 협의 결과 파병 규모와 성격에 대한 시각차가 너무나 큰 데다,우리 정부의 파병 안에 대한 미측의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우리측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나 바스라 등 안전한 지역에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미국은 “‘안전한 지역이 아닌 불안한 지역의 안정화작전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협의에 참석한 한 당국자는 9일 “시기·장소 문제에 깊이 들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병을 둘러싸고 깊어지고 있는 한·미간 긴장 기류는 양국간 동맹 관계의 근본적 재검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대두될 정도로 팽팽하다는 관측이다.특히 이라크 제2차 현지조사를 마치고 귀국한 김만복 조사단장이 이라크 상황의 불안을 언급하며 ‘비전투병 파병’ 고수의지를 시사한 반면,미 정부는 언론을 통해 전투병 파병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한·미간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미간 근본적 시각차 차영구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 양국은 서로 솔직하게 얘기했다.”면서 “미국도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알았을 것이고 우리도 미국측의 입장도 좀더 명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협의단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측 핵심 인사들을 만나 우리 정부 입장과 파병안을 설명했지만,양측의 ‘온도차’는 매우 컸다는 설명이다. 차 실장은 “미국측은 처음 입장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로이터 통신은 “한 지역에서 독자적 작전 지휘가 가능한 전투병 5000∼1만명선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미 관리의 말을 인용,보도했지만 정부 당국자는 1만명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반면 우리는 비전투병 위주 혼성부대 3000명선을 제시,처음부터 평행선을 달렸다.미측은 애초부터 우리 정부에 공병·의료 부대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해왔고,실제로 남부 나시리야에 나가 있는 공병부대인 서희 부대원들의 경우 장비를 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시기를 둘러싼 시각도 너무나 다르다.미측은 이번 협의에서 “되도록 빨리 해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아직 협의의 시초 단계로 이제 그림을 그릴 뿐”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한·미 동맹 50년 시험대? 이라크 상황을 두고 벌어진 한·미간 기류와 관련,한·미동맹의 정의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한·미동맹 균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한국 국내에서 파병반대 목소리가 높고,파병하더라도 비전투병 파병을 바라는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볼 때 참여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특히 터키가 파병을 철회하고 이라크 현지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국내 목소리는 더욱 커가고 있다.대체로 파병에 찬성하던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전투병 파병 반대,파병 규모 축소 등의 견해가 늘고 있다.오는 18일부터는 국회 조사단이 이라크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급한 미국이 우리측안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주한미군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이제 초안을 그리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양국 모두 만족스러운 접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열리는 17일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결과도 관심사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식의 자세를 보이지는 않고,한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최종적인 결론이 언젠가 나오겠지만,그 과정에서 양국이 어떤 상처를 입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부시 재선 ‘이라크 암초’에 휘청

    이라크 문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복병’으로 작용할까.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승리에 무게를 싣지만 이라크 사태를 경제문제보다 심각한 변수로 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하고 여론의 악화를 진화하기 위해 지난 한달 동안 백악관 참모를 총동원,전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나 여론을 호전시키지는 못했다.오히려 미군에 대한 공격이 조직적인 게릴라전으로 번지면서 미군측 사상자가 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날로 악화되는 이라크문제와 관련,이 문제를 책임져 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대테러 전쟁’에 진전이 있는 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등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나의 지도력 아래 더 평화롭고 자유로울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유엔과 국제구호기관은 바그다드에서 철수하는 등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 파병을 약속했던 나라들은 한국을 제외하곤 많은 나라들이 점차 말을 바꾸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켰다며 언론을 탓했으나 미군 철수를 외치는 반전 시위는 베트남전을 연상시킬 만큼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제2의 베트남’우려 현실로 부시 대통령은 3일 일부 세력이 미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려 하지만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지난달 29일을 분수령으로 미군의 사망자 수가 이라크전 도중 사망자 115명을 넘어선데 이어 2일에는 미사일 공격으로 16명이 한꺼번에 사망하자 이라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달리 육군 대령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5월 1일 항공모함 선상에서 조종사 복장 차림으로 종전을 선언했으나 이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을 뿐 전후 문제에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번지고 있다.CNN과 USA투데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이라크 전쟁이 정당했다.”는 응답은 4월의 71%에서 52%로 크게 줄었다.반면 “군사개입이 불필요했다.”는 응답은 25%에서 46%로 급증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의 추종세력과 해외에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이 벌이는 ‘마지막 저항’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을 강조한다.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뷰 그로스컵 국제관계학 교수는 ‘테러리즘의 새로운 폭발’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테러문제에 강력히 대처하면 위험스런 반발만 부른다.”며 “테러리즘의 복합적인 요인들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왜 테러가 일어났는 지,미국이 먼저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지니아대 부설 정치학센터의 래리 새바토 교수는 “미국인들이 정글없는 베트남을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으며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는 최근 연설에서 “이라크가 고전적 의미의 게릴라전으로 치닫고 있으나 미국은 속수무책”이라고 질타했다. ●맹공 난선 민주당 대선 주자들최근 경기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민주당에서는 ‘백악관 탈환’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그러나 이라크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후보전에 나서진 않았지만 톰 대슐 민주당 상원 대표는 “부시 대통령이 말한 이라크에서의 진전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진전을 봐야 할 지 알 수가 없다.”고 민주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후보는 “이라크 사태는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의 전략 부재에 기인한 것이며 전쟁에 관한 여론과 전후 비용문제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대책 부족을 질타했다. 베트남 참전 영웅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더 좋은 미국의 비전’이라는 책을 내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미국의 궁색한 변명을 연상시킨다고 강조,이라크 전쟁에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이라크 사태로 가장 각광받는 후보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지사다.일찌감치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며 ‘튀는 발언’을 해온 그는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앞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케리 후보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험난해진 부시의 대선가도 이라크 상황이 악화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진영조차 재선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2000년 당시 부시측 캠페인의 중서부 지역을 맡았고 2004년 대선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켄 멜만은 내년 선거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꼭 이라크 상황이나 경기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미국의 유권자가 이미 공화·민주 양당으로 철저히 분리돼 어떠한 이슈가 부각되더라도 유권자의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을 때만 해도 경기 문제만 해결되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낙관하던 분위기와는 아주 딴 판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 난감해 한다.선거를 1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대를 유지하면 나쁜 게 아니지만 이라크 사태가악화되면 이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는 대답이 4월의 71%에서 49%로 급락한 점도 이를 반영한다.공화당원들은 90%에서 88%로 큰 변화가 없으나 무소속 유권자들의 반응은 64%에서 48%로 떨어져 잘못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응답에 46%가 부시,43%가 민주당 후보로 신뢰구간 오차범위 내에 들어서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급상승했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스스로 족쇄를 찬 형국이 됐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라크 국민에게 치안을 맡기고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전시내각의 수반인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mip@
  • ‘이라크 수렁’에 빠진 美

    이라크에서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특히 27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대한 폭탄테러로 미국은 헤어나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지난 8월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테러공격은 미군 관련시설에 집중됐다.하지만 이제 인도적 국제구호기관과 각국 대사관 등으로 테러가 확산중이다.이라크내 저항세력의 테러가 광범위한 반(反)외세 성격의 게릴라전으로 번져가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에 따라 ICRC는 이라크에 배치된 외국인 직원 30∼40명과 이라크인 직원 800여명의 감축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이라크에 파병한 네덜란드 외무부도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을 요르단으로 철수시켰다. ●BBC방송,“얼굴 없는 테러” 바그다드에서 27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공격은 본격적 게릴라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군사전문 월간지인 ‘디펜스 어낼러시스’의 프란시스 투사 발행인은 “이번 공격은 아무렇게나 감행한 공격이 아니다.”며 조직적 게릴라전의징후를 강력히 경고했다. 더욱이 테러의 확실한 배후가 드러나지 않은 채 이라크인 중 피아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영국 BBC방송은 27일 “점령세력은 저항의 배후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매케인 의원,“제2의 베트남전”경고 이라크 사태가 소모전 양상을 띠자 일부 전문가들은 베트남전과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지난 26일 이라크 상황이 베트남전 당시와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그다드 동시다발 자폭테러와 관련,이라크에서 미국이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폭도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부시 행정부도 내심 이번 연쇄 테러의 심각성을 십분 인식하는 분위기다.연쇄 테러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이라크 군정 책임자인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리차드 마이어스 함참의장 등의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국제사회,이라크파병에 시큰둥 미국의 지원요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도 시큰둥하다.중국 정부는 28일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과거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다른 국제 군사활동에는 동참한 적이 없다.”며 파병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조르제 삼파이우 포르투갈 대통령도 이날 포르투갈군의 11월 파병 가능성이 희박함을 내비쳤다.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 역시 터키에게 이라크파병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등 미국의 계획은 이래저래 꼬이게 됐다. 구본영기자 kby7@
  • [데스크 시각] 6者회담 숨은 그림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는 그의 책 ‘부시의 전쟁(Bush at War)’에서 9·11테러 직후 아프간전을 시작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타진하던 당시 백악관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9월말 부시대통령은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러시아는 아프간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미군이 작전을 펼 때 최소한 러시아가 방해라도 하지 말기를 바랐다.그런데 예상 외로 푸틴은 흔쾌히 협조를 약속했다.” “푸틴은 미군기의 러시아영공 통과는 물론,소련영토였던 중앙아국들에 대한 미군주둔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백악관 안보팀은 푸틴의 기대밖 호응에 내심 놀랐다.러시아는 특수정보팀을 미국에 보내 아프간내 산악동굴 위치를 포함한 상세한 지형도까지 제공했다.…” 세계언론들은 이 통화내용을 두고 냉전종식을 실감케 해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썼다.그것은 국제안보에서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제로섬 게임 논리로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일대 전환이었다.각자의 국내 사정이 작용했겠지만 이는 과거의 두 적이 이념대결이 아니라 테러응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나섰음을 알리는 낭보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이들이 베이징 6자회담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북한이 회담장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않으면 성공이라는 외신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따라서 회담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담은 참가국 구성이 냉전시대의 양쪽인 북·러·중과 한·미·일의 3대3으로 절묘하게 양분됐다.하지만 회담결과가 이 편가름대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양편의 역학구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번 회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앞서 소개했듯이 러시아외교는 이미 과거의 틀을 벗어던졌다.남은 것은 중국이다.북한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해결의 두가지 원칙위에 서있다.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핵문제가 북·미간 문제라는 북한 입장을 지지해왔다.그런데 6자회담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이 입장이 적지않은 변화를 보였다. 북한 입장의 근간은 ‘벼랑끝 전술’이다.핵문제는 미국의 안보위협 때문에 생겼으니 미국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경제지원과 대미 수교라는 외교적 목적을 얻어내기 위한 북한식 외교의 전형일 뿐이다.중국의 6자회담 중재노력은 결과적으로 북한식 폐쇄외교에 대한 지지 유보로 나타나고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은 사회적 통념이라고 했던가.국제관계에도 통념의 기준이 있다.독일의 타게스 차이퉁지는 이를 두고 “중국은 형제국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 양자선택의 기로에서 국제사회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북한이 6자회담에 응한 것은 5자회담으로 갈 경우 중국의 역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중국이 다자회담에서 자신들을 ‘팔아넘길지’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러시아를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이 이념적 편가르기를 떠나 어떤 논리로 어느 쪽을 지원하고 반대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만약 각국이 국제적 가치기준 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서 제2,제3의 핵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대표들의 부산한 움직임에 담긴 ‘큰 그림’의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기 동 국제부장 yeekd@
  • “제2의 9·11테러 가능성”/ 부시 “외국정부와 공조 대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항공기 테러가 다시 일어날 위협이 있다면서 제2의 9·11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라크전 종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언제,어디서,어떻게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미국에 대한 알 카에다의 새로운 테러 위협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제2의 9·11테러 징후 포착” 부시 대통령은 “테러조직이 국제선 등의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현재 미 정부가 새로운 테러 위협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외국 정부,항공업계 등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테러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고 보안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미국 입국자에 대한 보안검색을 보다 강화할 것을 밝히고 이같은 조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는 알 카에다가 항공기 납치과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경고문을 지난주 항공업체들에 보낸 바 있다.국무부도 29일 자살공격과 납치·폭파 가능성 등이 있다면서 해외테러 경계령을 발표하고, 해외 미국인들에게 경계태세를 갖추고 신변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무장항공보안관 배치 미 정부는 무장항공보안관을 전 공항에 배치하는 등 비상체계에 들어갔다.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30일 “모든 무장항공보안관이 테러위협으로부터 항공기 운항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됐다.”고 밝혔다. 리지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의회 의원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동원가능한 모든 항공보안요원들이 배치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인적·물적 자원들이 이 중대한 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음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부시 대통령이 테러를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연방 항공보안요원들이 감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는 내용이다. 앞서 연방 교통안전청은 비용감축 등을 위해 올 상반기에 공항의 보안요원들을 현 인원의 11%에 달하는 6000명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해 의회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미 연방정부는 1일부터 모든 입국비자 신청자들에게 미 대사관에서 개별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등 입국자에 대한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민관세국은 모든 미국 유학생에 대한 신상정보와 학업수행 과정을 추적하는 유학생ㆍ교환방문자 정보시스템을 마련,해외 유학생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외신 1fineday@
  • 부시, 라이베리아 파병지시

    |먼로비아 워싱턴 외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 해역에 병력 파병을 지시한 가운데 26일 수도 먼로비아를 장악하기 위한 반군과 정부군간 전투가 계속됐다.반군과 정부군간 충돌은 수도 먼로비아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제2의 항구도시 부캐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26일 새벽(현지시간) 수백명의 피란민이 수용돼 있는 먼로비아의 한 교회에 6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져 최소 1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목격자들이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먼로비아 미국 대사관저 인근의 가옥과 학교에 포탄이 떨어져 최소 2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 대사관저 폭탄 사건 직후 부시 대통령은 지중해에 정박해 있는 전함 3척에 대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평화유지군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베리아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ECOWAS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원하기 위해 제한된 범위의 병력 파병을 지시했다.”며 “라이베리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미군이 평화유지군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시 대통령은 이어 찰스 테일러 대통령에게 라이베리아를 떠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라이베리아 해역에 파견될 미국 전함 3척중 하나인 ‘이오지마’호에는 해병과 수병 등 4500명이 승선하고 있다. 한편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26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평화유지군이 도착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재확인했지만 구체적인 하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ECOWAS는 28일쯤 라이베리아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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