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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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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계 과해” 제천 화재참사 징계 소방관 5명 중 4명 소청 청구

    “징계 과해” 제천 화재참사 징계 소방관 5명 중 4명 소청 청구

    2017년 12월,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성실 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충북지역 소방관 5명 가운데 4명이 소청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들 소방관은 징계결과가 부당하거나 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 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린다. 징계 처분에 불복하는 공무원은 처분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관할 소청심사위에 구제를 요청하는 소청을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충북도는 4월 26일 징계 대상에 오른 소방관 6명 중 1명(불문 처분)을 제외한 5명에게 징계 처분을 했다. 전 제천소방서 지휘팀장은 정직 3개월, 전 제천소방서장은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현장에 출동했던 제천·단양소방서 소속 소방관 2명에게는 각각 감봉 1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소방본부에서 일했던 전 소방종합상황실장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징계 사유는 성실 의무 위반, 복종 의무 위반 등이었다. 이들 중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던 소방관 1명만 소청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지난 4월 징계 처분이 내려졌을 당시 “정말로 징계받아야 할 사람은 충북지역 소방인력·장비 충원에 소극적이었던 이시종 지사”라고 억울해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2010년 민선 5기 도지사로 취임한 뒤 소방본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지역소방 관리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유족은 언론에 “소청을 청구한 것은 소방관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할 얘기는 없다”면서도 “충북도가 애초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은 유감이며 유족 입장에서 징계결과를 여전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난 4월 징계대상자 6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중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징계 내용을 보니) 여론을 의식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충북도소방본부의 중징계 요구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기에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족들은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전인 4월 15일 충북도에 촉구서를 보내 “(소방징계위원회는) 부디 유가족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 중징계를 통해 비록 소방관이더라도 참사에 책임이 있다면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충북도소방본부도 화재현장 상황 수집과 전달 등 초동 대처 미흡을 이유로 현장 소방관들에게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과실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이어지면서 징계 처분이 무기한 연기돼 오다가 참사 1년 5개월여 만인 지난 4월말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2017년 12월 21일 오후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당시 비상구가 거대 목욕용품 수납장에 가려지고 심지어 잠겨 있어 논란이 됐던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지는 등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29명 사망’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주 징역 7년 확정

    ‘29명 사망’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주 징역 7년 확정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건물주에게 내려진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는 1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건물주 이모(5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화재 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위반, 건축법 위반,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위반 등 모두 5건이다. 화재직전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작업을 한 건물 관리과장 김모(52)씨의 징역 5년형도 이날 원심 그대로 유지됐다. 얼음 제거작업은 조사를 통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이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건물 관련자들은 상고를 포기해 앞서 형이 확정됐다. 얼음 제거작업을 도운 관리부장 김모(67)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인명 구조 활동을 소홀히 한 2층 여탕 세신사 안모(52)씨와 1층 카운터 직원 양모(48)씨는 모두 금고 2년에 집행유예 4년이다. 2017년 12월 21일 오후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 내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데다 소방당국의 부실한 초기대응까지 겹치면서 29명이 사망하는 등 69명의 사상자를 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화재 소방관 솜방망이 징계… 유족·소방관들 ‘부글부글’

    제천화재 소방관 솜방망이 징계… 유족·소방관들 ‘부글부글’

    상황 수집 등 초동대처 미흡 29명 사망 참사 1년 5개월 만에 1명만 중징계 받아 유족 “중징계 요구했는데…” 강력 반발 소방관들 “李지사, 장비·인원 보강 안해 소방체계 약화… 우리가 대신 처벌받아”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반 만에 현장 소방관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희생자 유가족은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반발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정말로 징계받아야 할 사람은 충북지역 소방인력·장비 충원에 소극적이었던 이시종 지사”라고 억울해하고 있다. 2일 소방청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난달 22일 소방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시 제천소방서 지휘팀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제천소방서장은 감봉 3개월, 제천소방서와 단양소방서 소속 소방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사고 당시 소방종합상황실장에게는 견책, 제천서 소방관 1명은 불문 처리됐다. 앞서 2017년 12월 제천시 하소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당시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컸다.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충북도소방본부는 화재현장 상황 수집과 전달 등 초동 대처 미흡을 이유로 현장 소방관들에게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과실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이어지면서 징계 처분이 무기한 연기돼 오다가 참사 1년 5개월여 만인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유가족들은 징계대상자 6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중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징계 내용을 보니) 여론을 의식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소방청 합동조사단과 충북도소방본부의 중징계 요구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기에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소방청 내부에선 도의 징계 결정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근본 책임은 이 지사에게 있는데 자신들이 그를 대신해 처벌받았다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이 지사는 2010년 민선 5기 도지사로 취임한 뒤 소방본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지역소방 관리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방 고위 관계자는 “(이 지사는) 제천 참사 전까지만 해도 소방장비 보강이나 소방관 정원 확보 같은 사안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소방 예산 확보 요구도 대부분 묵살해 왔다”며 “그가 각종 전시성 행사에 쓰던 예산의 일부라도 꾸준히 소방 예산으로 돌렸다면 제천 화재에서 그렇게까지 큰 피해는 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 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예산이 부족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안전에 투자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축제 등 소모성 이벤트로 탕진해 버린다”면서 “그것이 지역민들에게 강하게 어필해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3층 이상 건축물 ‘드라이비트’ 같은 가연성 마감재 못 쓴다

    3층 이상 건축물 ‘드라이비트’ 같은 가연성 마감재 못 쓴다

    앞으로 3층 이상 건축물에는 ‘드라이비트’(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 등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할 수 없다. 전국의 모든 고시원과 병원은 규모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용접 작업을 하려면 무조건 화재 감시자가 동행해야 한다. 정부가 제천·밀양 화재와 같은 대형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화재 안전 관련 제도와 예방·대응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이런 내용의 ‘범정부 화재 안전 특별대책’을 마련해 30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특별대책은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같은 해 11월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화재 안전 제도 개선과 예방·대응 체계 강화, 안전 문화 확산 등 3개 분야 227개 개선 과제를 담고 있다. 소방시설을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예방 중심의 화재 안전 체계를 구축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개별 과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며 모든 과제는 내년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금은 6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만 스티로폼처럼 불에 약한 외부 마감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3층 이상 건물과 병원·학교 등에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3층 이상에만 의무화하던 층간 방화 구획도 모든 층에 설치하게 했다. 이날 공포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화재 발생 때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의료시설과 노인·유아시설에 안전성능 보강 의무를 부여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강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기존에 단순히 적합·부적합만 판정하던 전기설비 안전 점검을 등급제로 바꿔 좀더 세부적으로 관리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에 표기하는 전기용품 권장 안전 사용 기간을 선풍기, 전기밥솥에도 확대 적용한다. 현재는 연면적 1만 5000㎡ 이상 건설 공사에만 화재 감시자를 배치하지만 이제는 공사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작업장에 화재 감시자를 배치해 2인1조로 작업하게 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고시원 1826곳에 간이 시설이라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의료기관은 건물 층수·면적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달랐지만 앞으로는 모든 병원급 기관으로 확대한다. 전통시장에도 올해 안에 223억원을 투입해 노후 전기설비를 교체하고 화재알림 시스템을 설치한다. 현재 11년 주기인 석유저장탱크 정기검사 사이에 중간검사 제도를 도입해 검사 주기를 줄이고, 500m 이상 통신구에만 적용되던 소방시설 설치 의무를 모든 통신구로 확대한다. 2022년까지 소방인력 2만명을 늘리고 노후 무전기 교체와 소형 사다리차 보급 등 소방장비 개선에도 나선다.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제천 화재참사 소방관 6명 징계…유족 ‘제 식구 감싸기’ 반발

    제천 화재참사 소방관 6명 징계…유족 ‘제 식구 감싸기’ 반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가 소방관 6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견책·감봉 등 경징계가 5명에 달하는 ‘제 식구 감싸기’ 징계라며 반발했다. 충북도는 처분결과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충북도는 23일 “전날 소방징계위원회를 열어 6명의 처벌 수위를 정했다”면서도 “다만 당사자들에게 징계 처분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소방관 1명에게 중징계인 정직 처분이 내려졌고 나머지 5명에게는 견책·감봉 등 경징계 처분이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위는 검찰이 당시 소방 지휘부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고, 유가족이 소방 지휘부를 상대로 법원에 낸 재정신청마저 기각되는 등 소방관들에 대한 법적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열리게 됐다. 그동안 구조 과정에서 소방 지휘부의 늑장 대처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해 온 유족들은 충북도의 이러한 징계 결정에 ‘제 식구 감싸기’라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충북도로부터 징계 결과에 대한 공식 통보를 받은 후 정식으로 유족의 입장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공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표 2명은 이번 충북도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유족 측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동영상·사진 등을 제출하고, 사고 당시 현장에서 보고 느낀 유족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15일에도 충북도에 촉구서를 보내 “(소방징계위원회는) 부디 유가족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 중징계를 통해 비록 소방관이더라도 참사에 책임이 있다면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비상구가 거대 목욕용품 수납장에 가려지고 심지어 잠겨 있어 논란이 됐던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소방관 6명 징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소방관 6명 징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된 당시 제천소방서장 등 소방관 6명이 징계를 받게됐다. 충북도는 23일 “전날 소방징계위원회를 열어 6명의 처벌 수위를 정했다”며 “당사자들에게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이날 소방관 1명에게는 중징계인 정직을, 나머지 5명에게는 견책·감봉 등 경징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당사자들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수 있다. 유족들은 강한 처벌을 촉구해왔던 터라 징계위 결정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표명은 충북도에서 징계위 결과를 공식 통보 받은 후에 하기로 했다. 징계위는 이들의 법적문제가 일단락 되면서 열렸다. 화재 직후 경찰은 당시 소방지휘부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0월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유족들이 반발해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했으나 모두 기각되면서 사법절차가 마무리됐다. 2017년 12월 21일 오후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며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건물내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데다 소방관들의 부실한 초기대응까지 겹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연달아 발생한 참사였던 경북 포항 강진(11월 15일)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12월 21일)의 피해자 중 20~30%는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는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5일∼12월 20일 포항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경제·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피해,구호 지원에 관해 설문·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과정이 얼마나 변했는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 중 포항지진 피해자 82.5%는 지진 이후 불안 증세를 새롭게 겪었다.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이들도 각각 55%와 42.5% 수준이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경우 사고를 겪으면서 73%가 불면증을 새로 앓았다. 이들은 우울(53.3%)과 불안(50%)도 호소했다. 정신·심리적으로 피폐해지면서 포항지진 피해자 47.5%, 제천화재 피해자 31%가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은 16.1%,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응답은 10%로 나타났다. 제천화재 피해자 중 76.7%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에 관한 응답률은 각각 36.7%, 6.7%였다. 이들 사고의 피해자들은 정신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말에 ‘나빠졌다’는 응답이 42.5%,‘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제천화재 피해자도 ‘나빠졌다’가 43.3%,‘매우 나빠졌다’가 13.3%였다. 두 사고 피해자 모두 ‘좋아졌다’나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없었다. 포항지진 피해자의 67.5%,제천화재 피해자의 83.3%가 참사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새 질환의 종류(중복 포함)는 소화기계(위염·위궤양·소화불량),신경계(만성두통) 등 10여종에 이른다. 재난 이후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만성두통(포항지진 피해자 32.5%·제천화재 피해자 33.3%),소화기계 질환(포항지진 피해자 20%·제천화재 피해자 33.3%)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가계의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가구 총자산의 경우 포항지진 피해자는 34.1%, 제천화재 피해자는 39.2%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가구 지출액은 포항지진 피해자 28.1%, 제천화재 피해자 37.9%가 늘었다. 이들은 필요한 지원인데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생활안정지원(54.3%),조세·보험료·통신비지원(42.5%),일상생활지원(41.7%)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필요한 지원으로 구호 및 복구 정보 제공(33.3%),생활안정지원(24.1%),일상생활지원(24.1%)으로 답했다. 연구 책임자인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심층면접 결과,포항지진 피해자들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다고 답했다”며 “제천화재 피해자들은 지역주의적 정서는 없지만,세월호 때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9명 숨진 제천화재 참사 유족 재정신청도 기각

    29명 숨진 제천화재 참사 유족 재정신청도 기각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검찰의 소방 지휘부 불기소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재정신청이 기각됐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 김성수)는 26일 소방지휘부의 부실한 현장 대처로 인명피해가 커졌는데도 검찰이 당시 제천소방서장 등 2명을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재판부는 “소방지휘부 조치를 돌아보면 최선이었다고 할 수 없으나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업무상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 류건덕 대표는 “너무 황당하다”며 “유가족 협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3일 이내에 대법원에 즉시 항고할 수 있다. 또한 재고소를 해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게 유족들을 돕고 있는 변호사의 판단이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적 배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 화재참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소방지휘부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던 당시 소방당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대책위는 지난해 11월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재청신청을 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29명 숨진 제천스포츠센터 건물 철거된다

    29명 숨진 제천스포츠센터 건물 철거된다

    화재로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 철거작업이 이달중에 시작된다. 시는 다음주 초까지 철거업체를 선정한 뒤 조만간 철거작업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시는 지난 1월 법원경매를 통해 15억1000만원에 건물 소유권을 확보했다.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인 이 건물은 대지면적 802㎡, 건물 연면적 3813.59㎡, 높이 31.75m에 달하는 비교적 큰 건물이다.시는 중장비를 투입해 건물 상층부 부터 철거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철거에 앞서 먼지와 소음 차단시설이 건물 주변에 설치된다. 철거작업에는 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비용은 총 10억원 정도다. 시는 철거가 마무리되면 국비지원을 받아 그 자리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복합 문화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대형 화재 참사로 기록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쯤 발생했다. 건물 내 소방시설 부실과 소방당국의 초기대응 미숙이 겹치면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전국 민간·공공 건설현장 확대 감찰

    전국 민간·공공 건설현장 확대 감찰

    표본조사로는 안된다 <하> 행안부, 5월 3일까지 2개월간 착수 “건축자재 제조업체 성능 위변조 심각한 수준… 고질적 관행 척결”잇단 대형 참사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난연성 건축자재 사용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일부 건설 현장에선 여전히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거나 성능시험 결과를 조작하는 불법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17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안전감찰 조직을 가동해 다음달 4일부터 5월 3일까지 2개월간 전국 민간·공공 건설현장에 대한 집중 감찰에 착수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곳부터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 55개 기관 130개 현장을 표본으로 감찰한 결과 안전미비 사항이 195건이나 적발된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표본 감찰인데도 (안전미비 사항이) 이 정도 나온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감찰을 전국으로 확대해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은 주변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건물 전체가 기울어졌다. 한밤중에 발생한 사건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공사장에서 흙막이 공사만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던 인재이기도 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행안부는 공사현장 안전관리 실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 지자체별 안전감찰 전담조직은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흙막이 공사를 비롯한 지반 굴착공사가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한다. 공사장 토질과 지반에 대한 꼼꼼한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살핀다. 이번 표본 감찰에서 드러난 큰 문제는 상당수 건축자재 제조업체들이 시험기관에서 발급하는 화재 성능 시험성적서를 멋대로 위변조했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24개 지자체 4868건의 시험성적서를 조사한 결과 모두 36개 업체에서 87건의 위변조 사항이 적발됐다. 지자체별 안전감찰관들은 건축행정시스템에 제출된 시험성적서를 조회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를 대조한다.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감사자료를 바탕으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기관을 방문해 사실 여부도 확인한다. 내외부 마감재가 화재에 잘 견디는지도 살펴본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시험성적 조작… 화재 취약 제품 납품 버젓이

    시험성적 조작… 화재 취약 제품 납품 버젓이

    지자체·공기업 건설현장 130곳 점검 시험성적서 위·변조 36개사 87건 적발건축자재를 만드는 A사는 자신들이 만든 단열재가 화재 성능 시험기관에서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제품 성능을 보강하는 대신 다른 업체의 시험성적서를 입수해 자신들의 것인 양 위조하는 ‘꼼수’를 썼다. 기존 성적서에서 업체명과 주소만 바꾸면 간단히 해결됐다. 이들은 허위로 만든 시험성적서를 바탕으로 화재에 취약한 엉터리 건축자재를 계속 납품하고 있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이제는 우리 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컸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가 화재에 잘 견디는 건축자재를 사용하도록 기준을 정해 관리에 나섰지만 일선 업체들은 이를 비웃듯 여전히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건축자재 제조업체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시험기관으로부터 받은 성적서를 제멋대로 위·변조했다. 반드시 공사장에 상주해야 하는 감리원은 수시로 자리를 비웠고 불법으로 건설기술자격증을 빌려주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행안부가 지자체·공기업 등 55개 기관 130개 현장을 표본으로 점검한 결과 안전미비 사항이 195건이나 적발됐다. 공사현장마다 평균적으로 1~2건씩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의 안전과 관련된 시험성적서의 위·변조 행위다. 행안부가 24개 지자체 4868건의 성적서 위·변조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두 36개 업체에서 87건이 적발됐다. 자재업체 B사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설계도와 두께가 다른 복합자재를 시공한 뒤 시험성적서에서는 자재 두께를 조작해 건축물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C사는 한 공공기관의 방화셔터 시험성적서 발급연도를 2015년에서 2017년으로 고쳤다가 적발됐다. 시험성적서를 갱신할 때 돈이 들어간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건축자재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안전을 챙겨 주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이를 관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상황이 심각하다”며 “지자체에 있는 안전감찰 전담조직을 최대한 동원해 조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건축자재 시험성적서 위·변조 여전

    130곳 건축현장서 195건 위법 적발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드라이비트(스티로폼 위에 석고를 덧댄 외장재) 등 건축자재 성능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건축현장에서는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건축자재 품질관리실태에 대한 안전감찰을 실시해 130개 건축현장에서 195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시험성적서 위·변조 87건, 불량자재 생산·시공 43건, 감리·감독 소홀 28건 등이다. 화재로부터 안전성이 요구되는 외벽 마감재(단열재)와 복합자재 등 건축자재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다른 업체의 건축자재 시험성적서를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위조하거나 성적서 갱신 비용을 줄이고자 자재 두께와 시험 결과, 발급일 등을 임의로 고치기도 했다. 시험성적서 확인 과정에서 단열재와 층간 차음재, 석재 등 일반 건축자재 시험성적서 위·변조도 다수였다. 공사장 감리·감독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연면적 5000㎡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에는 건축, 전기 분야 상주감리자가 배치돼 자재 품질관리 등 시공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 기술자격증을 빌린 무자격자가 일하거나 개인용무 등으로 공사현장을 수시로 비우기도 했다. 행안부는 시험성적서 고의 위·변조 자재업자 36명과 성능 미달 건축자재 생산·시공업자 20명을 형사 고발하고 건축 인허가 처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 등 33명도 엄중 문책하라고 해당 지자체에 요구했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이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는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생활적폐”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감찰활동과 제도 개선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 두 달 만에 전국 건물 점검? 하루 2300곳씩 ‘겉핥기’ 진단

    단 두 달 만에 전국 건물 점검? 하루 2300곳씩 ‘겉핥기’ 진단

    지난해 1월 26일 경남 밀양시의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 47명을 포함해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환자들 역시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피해가 컸다. 병상을 늘려 수용 인원이 늘었지만 병원 측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았다. 불법 증축으로 대피로도 사라져 화를 더욱 키웠다. 그럼에도 해마다 실시하는 국가안전대진단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병원 측이 자체 점검을 실시해 스스로 ‘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체 점검 대상이 돼 해당 의료기관이 국가안전대진단 점검표에 따라 직접 점검한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면 그만이었다. 허술한 국가안전대진단 탓에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017년 말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와 지난해 1월 밀양시 세종병원의 화재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고를 계기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에 대해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KTX 강릉선 탈선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풍등 불씨로 화재가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나 같은 해 11월 실화(失火)로 7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은 아예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시간과 인력을 더 투입해서라도 대한민국에 연중 상시점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월호·마우나리조트 사고 계기로 시작 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등을 계기로 2015년 시작됐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행안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해마다 두 달가량 전국 시설물 20만~40만곳의 안전 실태를 진단한다. 안전등급이 낮은 위험시설은 정부가 직접 조사하고 일반 시설은 관리자가 자체 점검한다. 올해는 지난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61일간 실시한다. 학교와 식품·위생업소, 도로·철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기반시설들이 대상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시한을 정해 놓고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는 안전진단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주로 민관 합동으로 공공시설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민간시설은 상대적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민간건물 대다수는 자체 점검 대상이 된다. 앞서 세종병원처럼 건물주나 관리인이 ‘셀프 점검’한 뒤 “문제가 없다”고 통보하면 그만이다. 나중에 정부가 표본조사(전체 대상의 10% 안팎)를 하지만 여기서 걸러지지 않으면 이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친 대구 대보빌딩은 지난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이었지만, 자체 점검 대상이어서 건물관리인이 셀프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연속 소방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개선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제대로 하려면 국내 인력 총동원해도 부족” 또 점검 대상이 정부의 진단 역량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 ‘수박 겉핥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은 모두 14만곳이다. 지난해 29만곳을 점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진단기간 동안 날마다 2300곳 가까이 점검해야 한다. 제대로 점검하려면 우리나라 안전 전문가 인재풀을 모두 동원해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에도 과거 대진단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수는 육안 점검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4월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적합하다고 판정받은 서울 상도유치원이 같은 해 9월 주변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그간의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전전문가는 26일 “엘리베이터 한 대도 제대로 점검하려면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점검단이 빡빡한 스케줄에 쫓겨 ‘주마간산’ 식으로 종합 진단하는 것이 국민 안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공무원도 “대표적인 화재 위험 지역인 전통시장은 배선이 복잡하고 불법 개조물도 많아 제대로 점검하려면 한 곳당 몇 주일이 걸리지만 대부분 다음 일정에 쫓겨 몇 시간 안에 점검을 끝낸다”고 덧붙였다. ●점검 대상에서 빠지는 위험시설도 다수 아예 점검 대상에서 빠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5월과 지난 14일 두 차례 폭발 사고가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은 위험물질 대량 저장소가 25곳이나 됐지만 지난해 소방청은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샘플로 단 1곳만 조사했다. 조사 결과 위험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사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사고 9개월 만인 지난 14일에 또 비슷한 사고로 3명이 숨졌다. 두 차례 모두 소방청이 점검하지 않은 저장소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부랴부랴 대전소방본부가 지난 19일부터 한화 대전공장에 대한 국가안전대진단을 진행했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지자체에 방재 전문가가 전무한 현실에서 단 두 달 만에 전국 단위의 점검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긴급보강 필요한 곳에 교부세 확대” 정부도 이런 폐단을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점검에 내실을 기하고자 올해 점검 대상을 크게 줄였다. 그간 시설관리 주체가 자체 점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14만여곳 전체에 대해 정부와 관련기관,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대상은 최근 사고가 발생했거나 지은 지 오래돼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설들이다. 지난해 말 홈페이지 ‘국민 생각함’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가스시설과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석유비축시설, 숙박시설 등이 포함됐다.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결과는 기관별로 홈페이지나 별도 시스템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한다.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은 각 기관이 개선책을 마련한다. 긴급 보강이 필요한 곳에는 행안부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교부세는 지난해 지원 규모(201억원)보다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안전대진단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처럼 캠페인식 안전 점검을 할 게 아니라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시설물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장은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해도 참사가 끊이질 않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안전 진단에만 그칠 게 아니라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협조해 노후 건물을 강제 철거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대한민국의 구조물을 전수조사해 근본부터 확인하는 상시 점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방재 분야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보험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체계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단독]“재난 대처법 몰라” 70%… 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요양원·복지시설 등 안전불감증 심각 이용자 절반 이상 안전교육도 받지 못 해 대구 사우나 화재 등 노인층 피해 집중 소방관 85% “약자 맞춤 재난 정책 필요” 지난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사우나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에 이어 몇 달 만에 또 발생한 재난이다. 대형 화재 사망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포함해 임산부,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중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보호 개선방안’ 보고서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하는 사회 약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이는 35.1%(39명)에 그쳤다. “재난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30.6%(34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재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한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2%(48명)였다. 사회적 약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황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환자 대부분이 중증환자이거나 고령자였다. 치료 중인 환자가 병원에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에 노출돼 정신을 잃었고, 일부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 건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북 경주의 한 장애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흥분하면 차로로 뛰어나가는 등 돌발행동을 할 위험이 큰데, 구조 주체인 병원이나 소방서는 이런 특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팔을 잡아끄는 등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재난 유형별로 약자를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85.4%(146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 39.9%는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장애인은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를 소방 차량에 실을 수 없다는 점, 노인이나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조가 늦어지는 이유도 다르다”면서 “평소 이용 시설에서 약자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구비하고, 정부에서도 별도의 대피 방안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재난 대처법 몰라” 70%…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재난 대처법 몰라” 70%…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재난 피해 타깃된 사회적 약자들 요양원·복지시설 등 안전불감증 심각이용자 절반 이상 안전교육도 받지 못해대구 사우나 화재 등 노인층 피해 집중소방관 85% “약자 맞춤 재난 정책 필요”지난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사우나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에 이어 몇 달 만에 또 발생한 재난이다. 대형 화재 사망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포함해 임산부,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중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보호 개선방안’ 보고서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하는 사회 약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이는 35.1%(39명)에 그쳤다. “재난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30.6%(34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재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한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2%(48명)였다. 사회적 약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황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환자 대부분이 중증환자이거나 고령자였다. 치료 중인 환자가 병원에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에 노출돼 정신을 잃었고, 일부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 건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다.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북 경주의 한 장애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흥분하면 차로로 뛰어나가는 등 돌발행동을 할 위험이 큰데, 구조 주체인 병원이나 소방서는 이런 특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팔을 잡아끄는 등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재난 유형별로 약자를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85.4%(146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 39.9%는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장애인은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를 소방 차량에 실을 수 없다는 점, 노인이나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조가 늦어지는 이유도 다르다”면서 “평소 이용 시설에서 약자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구비하고, 정부에서도 별도의 대피 방안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제천화재 참사 검경 충돌, 누구 판단이 옳은가

    제천화재 참사 검경 충돌, 누구 판단이 옳은가

    검찰과 경찰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관련자들의 기소여부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경찰이 기소의견을 달아 사건을 넘기자 검찰이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잇따라 불기소 처분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스포츠센터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현삼 전 충북도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14일 밝혔다. 제천지청 관계자는 “강 전 의원이 실소유자가 되려면 건물 취득과정에 자금을 투입했거나 건물 운영수익을 가져가야 한다”며 “그러나 현금 흐름과 계좌를 추적한 결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어 “강 전 의원이 자금 대출과 건물 매입 과정에서 소유자로 돼 있는 처남에게 지인들을 소개하는 등 도와주고, 화재 후 대책회의를 연 사실은 있다”며 “매형, 처남사이인 두사람 간에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 이를 근거로 강 전 의원을 소유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자료를 지난해 8월 넘겼는데 보강수사 지시도 없이 6개월동안 사건을 갖고 있다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소할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강 전 의원 수사는 화재 직후 실소유주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경찰과 검찰은 부실대응 지적을 받은 현장 소방지휘부 2명의 기소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경찰은 제천소방서장과 지휘조사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부실대응이 확인됐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검찰은 고민을 거듭하다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을 수용해 불기소처분했다. 검찰은 화재현장에 출동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판단착오를 사법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그러자 당시 경찰은 “수사자료가 엄청 많은데 2시간 회의를 하며 제대로 보기나 했겠냐”며 수사심의위원회를 맹비난했다. 검찰의 불기소가 잇따르자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발생해 29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건물의 부실한 소방안전시설 등이 화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주는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화재, 불감증에서 탈출하라] 골든타임 5~7분… 초기대응이 제천참사·세브란스 생사 갈랐다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화재, 불감증에서 탈출하라] 골든타임 5~7분… 초기대응이 제천참사·세브란스 생사 갈랐다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충북 제천에서 제법 크고 고급스럽다고 소문 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스포츠센터의 관리부장 A씨가 1층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A씨는 “불 났어 불! 어서 신고해”라고 소리지르며 소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이 제천 복합건물화재, 즉 제천 참사를 알리는 시작이었다. 그날 29명이 목숨을 잃었고 40명이 다쳤으며 20억 35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층 여성 사우나에서만 19명이 숨졌다. 1층 주차장 배관 열선 설치 작업 후 천장 구조물에 불이 옮겨 붙었고 이 구조물이 차량으로 떨어지며 불길이 번진 것이 원인이었다. 거기에 스프링클러나 배연창도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구가 창고처럼 활용돼 피할 곳도 없었다. 대피를 유도한 직원도 없었다. 제천 참사는 표면적으로는 화재안전관리 부주의에 따른 발화로 인한 화재였으나 유족들은 제천소방대 현장지휘 부실도 문제로 제기했다. 유족들은 “2층에 여성들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도 소방지휘 책임자가 2층 통유리 창문이나 비상계단을 통한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등 구조를 위한 진입활동을 지시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 전 제천소방서장과 B 전 지휘조사팀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구조·진압활동 결과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형사상 과실까지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유가족들은 항고장을 제출했다. 서울신문은 21일 제천 참사의 원인과 재발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소방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과 의견을 종합했다. 이주호 세한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와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현 국가위기관리학회장인 양기근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가 참여했다.→사고 원인과 피해가 커진 이유는. 류 : 안일한 화재안전관리,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등 화재에 취약한 건축구조 및 건축자재 사용, 초기 대응 인력의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화재의 시작이 1층 주차장 쪽 천장 전기공사 중 합선 등으로 인한 것인데 목욕탕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공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안전불감증이란 것이다. 또 화재 초기 시민 대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1층에 기둥만 있고 사방이 뚫려 있는 필로티 형태 건물이라 공기(산소) 유입이 많았고 외장재가 드라이비트 방식이라 불길이 스티로폼을 타고 올라가며 빠르게 퍼졌다. 그런데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셋째, 초기 화재 대응 소방인력도 부족했다. 최초 신고 접수 후 오후 4시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제천소방서 중앙안전센터 차량 4대와 소방관 13명이다. 이 가운데 화재진압 요원은 4명이 전부였고, 4명 1개조로 운영되는 구조대는 고드름 제거 작업을 갔다가 6분 후 도착했다. 이 때문에 생명을 구하기 위한 ‘5분’의 골든타임에 제때 대처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학계 등에서 나온다. 단, 소방청 등에서는 출동 시간의 골든타임을 ‘7분’으로 본다.이 :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방지휘관 상황 판단과 정보공유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지휘팀장은 과거 아현동 가스폭발 현장 경험으로 2차 인명 피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형 LPG 탱크 관련 초기 진화를 먼저 지시했다. 현장지휘관과 지휘조사팀장은 2층에 여러 명의 요구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3층에 확인된 요구조자 1명을 구조하는 데 집중하느라 내부 진입이 늦어졌다.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소방력 투입은 드러난 요구조자, 보이지 않는 요구조자가 치명적 위험에 직면하거나 예상되는 지점, 요구조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순으로 투입하도록 하고 있어 현장지휘관의 재량권에 대한 여지가 있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 2명 이상의 요구조자가 확인된 시점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소방활동에 몰두해 내부에 더 있을지 모르는 요구조자에 대한 구조를 위한 진입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한 문제를 명백히 부인하기도 어렵다. 특히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상계단을 통해 소방대원이 관창을 들고 진입하였을 경우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만큼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현장지휘관의 상황판단과 정보공유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사고 후 대책 마련은. 양 : 참사 이후 소방청은 화재 대응 출동시스템부터 소방장비, 행정력 보완 등을 위한 조직 강화 방안과 민간에서 이뤄지는 소방시설 자체 점검, 화재예방 제도 등 큰 틀의 7가지 대책을 마련해서 제시했다. 특히 화재예방 대책으로는 사전 예고 방식의 현행 소방특별조사 체제에서 벗어나 불시 단속 비중을 높이며 특별조사 인력도 보강해 나아가기로 했다. 민간 소방점검업체에 대해서는 소방서 보고일을 개선하고, 관련업의 등록기준도 개선하기로 하고 부실점검 업자에 대한 처분도 강화하기로 하였다. 방염처리 대상 물품과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의무화 등의 대책도 제시했다. →사고 당시 컨트롤타워는. 양 :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광역소방행정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즉 소방 기능이 시·도에 속해 있단 뜻이다. 제천 참사도 1차적인 대응 책임은 제천소방서이지만 사고 직후 바로 충북도 소방 종합상황실이 화재 진압 초기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제천 화재 당시 도 상황실과 현장요원들의 무선내용을 담은 소방청 자료를 보면 최초 도 소방 상황실에서 출동 중인 선착대에 무선지시를 했으나 도 상황실과 선착대 지휘관 및 현장요원은 단 한번도 화재 발생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상호 간 무전 교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초기 컨트롤타워 기능이 미비하였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2017년 소방청이 신설됐지만 소방체제가 시·도 광역행정체제인 이유로 소방청에서 각 지역 소방본부, 소방서, 119안전센터로 일사불란하게 지휘체계가 신속하고 통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정부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이 :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기준 강화, 소방활동을 위한 소방차 활동과 소방의 지휘역량 및 상황판단 능력 등 제고를 위한 교육훈련과 인증체제 강화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정된 소방인력으로 모든 시설에 대한 화재안전관리를 실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제천 참사 당시 건물 종업원의 대피 안내, 비상구 등 적치물로 인한 대피활동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시설 내 피난계획 작성과 피난행동 절차, 화재 등 재난에 대한 이해 등 소방안전관리자와 해당 건물의 관리자가 갖추어야 할 재난대응 역량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류 : 화재 예방부터 대응까지 전반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백화점 나열식의 개선방안으로 보인다. 화재 예방, 대비, 대응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관련 법제도 개선대책, 소방력(소방인력, 장비 등) 확보 차원, 소방재정 충당 차원 등으로 짜임새를 갖춰 체계적으로 사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보완해야 할 대책은. 류 : 소방청은 큰 불로 번질 가능성이 큰 화재의 경우 선발 출동부터 대응 단계를 상향 발령해 보낼 수 있는 소방관을 총출동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인력도 장비도 부족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소방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또 소방차 출동 장애의 대표적 문제인 불법 주·정차 등도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지만 손실보상 등 민사문제 발생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어 관련 법개정이 우선이다. 다중이용시설 등 화재취약 대상도 연중 예고 없는 불시단속을 추진하고 비상구 폐쇄 등 중대위반 행위는 영업정지 처분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을 밝혔지만 이 역시도 관련 법개정이 선행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민간 소방점검업체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소방점검업자 점검 결과 중대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즉시 소방서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소방점검업체 점검 대상물을 표본 추출해 점검 내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소방서 확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방법에 따라 의무 적용해야 하는 방염 제도와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 대한 소방시설 개선 등 관련 법령 개정도 필요하다. 예컨대 찜질방, 오피스텔 등에 설치된 붙박이 가구류의 방염처리는 물론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비 등 자동소화설비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 →유사 사례가 있나. 류 :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가 있다. 같은 병원이지만 신촌세브란스는 병원 측의 빠른 환자 대피와 스프링클러의 정상 작동으로 피해가 적었다. 서울이라 소방력(소방인력, 장비 등)이 많았던 이유도 있다. 반면에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경우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이 늦었고,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유독 가스 등 연기를 빼주는 제연설비가 없는 데다 소방력(소방인력, 장비 등)이 적어 피해가 컸다. 불길을 빨리 잡으려면 이렇게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제연설비, 피난설비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 불이 커진 이후에는 소방 대응력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차이가 피해자 생사와 피해 정도를 가르기 때문이다.→화재 참사 재발을 막으려면. 류 :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소방 분야 외에도 건축 분야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방재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건축물 외부 마감 불연재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법이 강화됐지만 과거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가연성 외장재를 쓴 곳들이 아직도 많다. 제천 참사도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천장에 부착된 10㎝ 두께의 스티로폼을 태우며 차량으로 확산됐다. 건물 외벽 드라이비트가 상층부로 연소되면서 다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지만 폐쇄형 옥상구조로 인해 건물 내 열과 연기가 체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도 불연·준불연재를 사용토록 강화된 건축법 적용을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필로티 구조 출입구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 출입구를 출입동선과 분리해 필로티 반대 방향에 설치하고 필로티 부분과 출입문 사이의 방화구획 적용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해야 한다.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는 1층 필로티 주차장과 로비의 경계벽이 유리벽체로 구성돼 있었고 1층에는 방화문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부족한 소방인력 개선과 소방력의 지역 간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 2017년 말 소방인력은 법정 정원 대비 1만 8371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동일 기준 전국 현장 소방인력은 4만 7457명(국가직 제외)으로 도·농 간 소방 대응력의 격차도 심각하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충북 지역은 2017년 기준 2596명 중 부족 인력이 1113명에 달한다. 거기다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의 경우 크고 작은 사건 사고 경험이 많아서 소방관들이 노하우가 있는 반면 제천과 같이 중소도시의 경우 큰 사건 사고가 없어서 경험 축적이 쉽지 않다. 소방국가직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소방국가직화는 현재 시·도 지방직공무원으로 되어 있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하자는 것으로 소방국가직화를 추진하면 재난대응지휘체계가 일원화될 수 있다. 지역 간에 불균형적인 소방력의 격차를 해소하게 돼 전국에서 동일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양 : 화재 안전 분야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정한 요건 하에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손해 이상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배상제도다.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밀양세종병원 화재 사고, 군산 유흥주점 화재 사고 등 일련의 화재 안전사고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의한 화재 안전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29명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시에서 매수

    2017년 말 사망 29명, 중경상 40명 등 6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의 화재 참사 스포츠센터 건물과 터가 시 소유로 넘어간다. 제천시는 14일 오전 청주지법 제천지원에서 열린 1차 경매에서 단독으로 15억 1000만원을 제출해 매수인으로 결정됐다.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이 9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과 대지 802㎡의 법원 경매가는 최저가가 7억 8756만 4000원이었다. 화재 전 이 건물의 손해보험사 감정가 24억 3700만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이번 일은 시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건물주 이모(54)씨에게 구상권을 행사, 건물을 가압류한 뒤 요청한 경매 절차를 법원이 받아들여 이뤄졌다. 시는 참사 후 유족 위로금과 장례 지원금으로 11억 6000만원, 검게 그을린 건물 외벽을 보수하는 데 4억 500만원을 썼다. 시는 이 건물을 낙찰받아 철거한 뒤 문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스포츠센터 건물주 항소심도 징역 7년 선고

    제천스포츠센터 건물주 항소심도 징역 7년 선고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구속 수감된 건물주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건물주 등 기소된 건물 관계자 전원에게 원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며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성수)는 10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건물주 이모(54)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7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축법 위반, 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위반 등 5가지다. 이씨가 건물 소방시설 관리를 부실하게 한 탓에 화재당시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아 대형참사를 초래했다는 게 사법부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화재 당일 건물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작업을 하다 화재원인을 제공해 업무상실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건물 관리과장 김모(52)씨에게 징역 5년을, 이 작업을 도운 관리부장 김모(67)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인명 구조 활동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2층 여탕 세신사 안모(52)씨와 1층 카운터 직원 양모(48)씨에게는 모두 금고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들 역시 원심과 같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구호 조치 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양형 조건에 아무런 변함이 없고, 원심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48분쯤 발생했다. 건물 소방시설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은 데다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까지 겹쳐 29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전체 사망자 29명 가운데 19명이 2층 여탕에서 발견됐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유족 “소방관 처벌해야” 재정신청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유족 “소방관 처벌해야” 재정신청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들이 부실대응 지적을 받는 소방관들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하며 재정신청을 했다. 검찰 판단이 적절했는 지를 법원이 심사해 달라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불기소에 이어 유족들의 항고도 기각했다.유족측 홍지백 변호사는 2일 “지난달 31일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관련 서류가 대전고법으로 넘어가면 이때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이 검토결과를 밝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청주지검 제천지청이 소방관들을 기소하고, 청주지법 제천지원이 재판을 진행한다. 홍 변호사는 “제천지청의 불기소 결정이 대검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로 이뤄진 거라 한 식구인 대전고검의 항고 기각은 예상됐던 결과”라며 “그러나 재정신청은 법원이 다뤄 다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지휘 소방관들이 스포츠센터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상황전파를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임무를 하지 않았다”며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발생했다. 건물의 부실한 소방시설과 소방당국의 초기대응 미흡 등으로 29명이 숨지는 참사로 기록됐다. 경찰이 소방지휘부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입건했지만 검찰은 결과가 좋지 않다고 긴박한 현장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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