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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국회 저무는데… 지역 법안들 무더기 폐기 위기

    20대 국회 저무는데… 지역 법안들 무더기 폐기 위기

    탄소소재법·포항지진특별법 등 표류 법안 2만 1010건 중 23.7%만 처리 나머지 1만 6000건 자동 폐기 우려 임기 내 처리 불투명에 심판론 대두“대통령이 여러 차례 의지를 표명한 공약 사항인데 정부와 여당이 협조하지 않아 큰 유감을 표합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대 국회 임기(2016년 5월 30일~2020년 5월 29일)가 사실상 연말로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지역 법안들이 무더기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여 지자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20대 국회는 출범 이후 최근까지 2만 1010건의 법안이 접수됐으나 4978건을 통과시켜 처리율이 사상 최저인 23.7%에 그친다. 전북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인 탄소소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이 법은 지난 20일 열린 올해 마지막 법사위 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보류돼 지역에선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나올 정도다.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시멘트 생산시설이 있는 충북·강원·경북·전남 등 4개 시도 9개 시군은 시멘트 생산지역 환경오염 저감과 피해주민 보상이 필요하다며 지방세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국회 통과가 무산돼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숙원인 지방분권은 반걸음도 못 떼고 있다. 지방정부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1년 만에 전부개정으로 추진됐으나 행안위에 9개월째 묶여 있다. 지방분권 관련 법령 7개도 계류 중이다. 지난해 10월 571개 국가사무와 그에 따른 인력 및 재정을 지방으로 포괄 이양하는 법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통과가 안 된다. 11·15 포항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관련법 5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도로, 공원, 주차장, 녹지, 상하수도, 체육시설, 마을회관, 마을도서관 등 시설 복구와 설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원성이 높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은 2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보상과 관련한 5개의 특별법은 지난 4월 이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가 답보 상태다.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다른 민간인 희생사건도 보상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에서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면서 “20대 임기 내 법안을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제주국제평화센터, 동북아시아 평화와 치유 컨퍼런스 개최

    제주국제평화센터, 동북아시아 평화와 치유 컨퍼런스 개최

    제주국제평화센터(센터장 김선현)는 30일 트라우마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김선현 센터장 발표를 비롯하여 한·중·일 3국 트라우마 센터장 발표 및 3국의 트라우마 치유 작품전도 함께 열린다. 동북아시아 평화와 치유 주제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김선현(제주국제평화센터 센터장)의 ‘현대사회와 트라우마 – 한·일·중 사례 중심’을 시작으로 나루 후키치(일본 센다이시 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의 ‘2011년 재난(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사회에 미치는 정신적 영향’, 양홍(베이징 의대 부속병원 교수)의 ‘중국사회와 트라우마’, 카즈키 다이몬(일본MOA 소장의 ‘동일본 대지진에서 예술을 통한 회복 프로그램 지원’발표 등으로 진행되며, 또한 한국, 일본, 중국 트라우마치유 관련 회화, 공예품등 총 80여점의 작품도 전시될 예정이다. 김선현 제주국제평화센터 센터장은 “한.중.일 3국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치유하는 과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또한 일본,중국트라우마 센터를 통해 트라우마센터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특히 “제주 4.3의 역사적 아픔과 일본, 중국의 트라우마를 함께 나누는 이번 컨퍼런스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국제평화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제주국제평화센터 1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되며, 제주4·3평화재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사)대한트라우마협회가 후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활주로의 북쪽

    [황규관의 고동소리] 활주로의 북쪽

    지난 10월 22일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농성장 앞에서 작가들이 모여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명한 작가는 240명이 넘었다. 농성장에는 국토부가 지정한 제2공항 예정 부지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공중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성산 일출봉도 가깝게 보였다. 지난여름에 가족들과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던 기억도 새삼 떠올랐다. 풍광이 아름다운 곳과 제주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을 골고루 둘러봤는데, 아이들도 제주도를 이전과는 다르게 이해하는 눈치였다. 제주도가 내 가슴속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 오게 된 원인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때문이었다. 강정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시 한 편을 가지고 찾아갔던 중덕 해안가는 구럼비가 장쾌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날, 구럼비의 문양을 유심히 보며 시간이 어떻게 사물에 무늬를 남기는지 감각적으로 느끼기도 했다. 파도와 바람과 빗방울 들이 수만 년 동안 만나고 헤어지면서 새긴 구럼비의 문양은 내게 아름다움에 대한 전혀 다른 전율을 안겨 주기도 했다. 그렇게 제주도와 새로운 인연이라면 인연이 시작된 것인데, 제주도를 갈 일이 있으면 나는 꼭 강정 마을을 조용히 찾아가곤 했다. 구럼비를 부수고 들어앉은 군항에는 차가운 군함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지난 우리 싸움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슬픈 감정만 차오르곤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경 투쟁을 시작한 제주도 분들과 길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다. 헌걸찬 항쟁임과 동시에 끔찍한 비극이기도 한 4·3 이전부터도 제주도는 수난의 땅이었는데, 4·3에 대해서 간신히 입을 열기 시작한 순간부터 제주도는 다시 국가와 자본에 의해 깊은 고통을 앓고 있다. 작년 4·3 70주년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도의 역사도 대한민국의 역사라면서, 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고유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어서 대한민국 ‘안’에 단순하게 포함되기 힘들다는 게 내 평소 생각이다. 이것을 국가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에 대한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가 그렇게 일관된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국토교통부의 논리와 자세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들은 제주도민의 의사와 제주도민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거짓과 속임수에도 능수능란했다. 약간 뜨거웠던 햇볕을 피해 차가운 음료를 마시다가 내 옆자리에 앉았던 건장한 남자가 쭈뼛쭈뼛 일어났다. 자신이 쓴 시를 한 편 낭송하려 하는데 들어 주겠느냐고 물었고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던가. 그는 이 시를 읽으면 자꾸 눈물이 나려 하지만 한번 낭송해 보겠다고 했다. 제목은 ‘활주로의 북쪽’이고 다음은 그 일부분인데, 자신이 몇 줄 쓰고 막히자 자기 동네로 이주해 와 막걸리 친구가 된 김일영 시인이 도와주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그렇게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비행기의 소음이/아이들의 노랫소리를 지우고/웃음소리를 지우고/아이들마저 하나둘 지워 갈 때/마을의 심장은 멈추고/아이들은 마을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저는 성산읍 수산리 수산초등학교입니다/활주로의 북쪽입니다/수천 명의 아이들을 길러낸/오래된 마을의 심장입니다//부디 저와 저희 마을을/지킬 수 있도록 힘을/주세요/선량한 마을 사람들/여름에는 보리 베고/가을이면 무 심고/겨울에는 밀감 따며/살아온 것처럼 살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자신을 수산초등학교 졸업생이며 수산리 청년회장이라고 소개한 이는 오창현씨인데 고향과 모교인 수산초등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벌일 때 함께하지 못한 게 너무도 미안하고 후회스럽다고 했다. 만일 강정에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여러 생각에 착잡해졌다. 우리는 결국 구체적인 고통이 닥쳐야 진정한 연대의 감정이 생기며 실존이 암담한 곤경에 처했을 때 시를 쓰게 되는 것인가. 오씨의 눈물은 단순한 참회의 눈물이 아니었다. 만일 제2공항을 막지 못한다면 그 응보는 언제인가 그리고 누구에게인가 다시 찾아갈 것이라는 안타까움의 눈물로 내게는 보였다.
  • 남부내륙철도·새만금신공항 ‘순항’… 4·3특별법·김해신공항 ‘난항’

    남부내륙철도·새만금신공항 ‘순항’… 4·3특별법·김해신공항 ‘난항’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문 대통령 공약 사업에 대한 약속 이행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미 본궤도에 진입한 사업이 상당수로 적지 않지만 일부 지역은 공약 사업이 아직 첫삽도 뜨지 못했다며 신속한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경남도에 따르면 대선 지역 공약 9건 중 정상추진 8건(89%), 부진 1건(11%)으로 순조롭다는 평이다.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결정으로 확정된 뒤 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국토교통부에서 내년 11월까지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끝내면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해 2022년 착공한다. 울산은 최대 현안사업인 ‘태화강 국가정원 사업’이 지난 7월 지정된 것을 비롯해 울산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 외곽순환도로 조기 착공, 울주방사능방제지휘센터 건립 등 대선 공약사업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북지역은 도민 숙원인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이 조민간 첫발을 내딛는다. 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내년 정부예산에 기본계획 수립비 40억원이 반영됐다. 광주지역은 광주·전남 상생공약으로 나온 한전공대 나주 혁신도시 건립안이 연초 확정돼 고무적인 분위기다. 특히 5·18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은 최근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5·18 40주년을 앞두고 진상규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남지역은 서남해안관광·휴양벨트 조성사업을 위한 순천만 갯벌 생태계 복원과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지원 등이 이미 이행됐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과 호남고속철도 2단계 건설(광주~목포) 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충북지역은 혁신도시 기반 태양광 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사업과 혁신도시 ‘에너지 산학융합지구’ 조성 사업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반면 강원지역은 당초 제천~삼척 간 125.4㎞ 철길의 ITX급 개량사업(3조 5000억원)을 3차국가철도망구축계획(2016~2025년)에 수정 반영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사후 시설관리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공약했지만 정부가 강원도와 개최지역 지자체에 사후 관리를 떠넘기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지역은 핵심공약인 서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이 예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시는 총사업비(1조 2403억원) 가운데 국비 투입액이 전체의 약 3% 수준인 448억원에 그치는 것은 문제라며 국비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지역은 청정에너지 자원 활용, 지능형 에너지 자립기반 단지, 전력빅데이터 기반 사업 등에 국비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은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내년 총선까지 신공항 이슈가 이어질 전망이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나 혁신도시 및 창업밸리 조성, 국립 심뇌혈관센터 유치 공약은 이행 중이다. 경기지역은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경기 파주와 북쪽 개성·해주를 연계한 ‘통일경제특구’ 조성 사업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4·3 희생자 배·보상 근거 등을 담은 4·3 특별법개정안이 정치권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국비 투자 공약사업은 사실상 임기 내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종합·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세월호·노동자 이야기 담아… 차별없는 그날까지 불러야죠”

    “세월호·노동자 이야기 담아… 차별없는 그날까지 불러야죠”

    정규 4집 ‘서럽다 꿈같다 우습다’ 발매집회 현장·문화제 무대서 노래해 온 삶 14년 시간, 많은 이들 공감할 곡 추려 소통의 폭 넓히려 디지털 음원 내기도“집회 현장과 문화제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 왔지만 음악인으로서는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곡을 쓰고, 녹음을 하고) 음악을 할 때 가장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 음악들을 남겨 보고 싶어 앨범을 내게 됐지요.” 스스로 ‘게으른 피’라 부른다. 명함 대신 쓰는 명칭은 문화 노동자. 어떤 이는 그를 민중가수, 어떤 이는 한국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라 한다. 연영석(52)이 오랜만에 새 앨범 ‘서럽다 꿈같다 우습다’를 세상에 내놨다. 1집 ‘돼지 다이어트’(1999), 2집 ‘공장’(2001), 3집 ‘숨’(2005)에 이어 무려 14년 만에 나온 정규 4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신문과 만난 그는 “음악인으로서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라고 새 앨범을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익히 알려진 ‘간절히’,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코리안 드림’ 등 이전 음악들과는 결이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 천지인, 메이데이 등과 교류하며 쌓아 올렸던 록 밴드의 자장에서 벗어나 포크 감성이 듬뿍 묻어난다. 블루스 느낌의 곡도 있다. 꽉 찬 사운드에는 여백이 생겼고, 소리 높은 외침은 나지막한 읊조림이 됐다. 편안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든 지 15년 된 곡도 있어요. 수많은 음악 가운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추렸습니다. 이전과 견주면 전체적으로 가벼워졌을 거예요.”유통사만 배불리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던 디지털 음원(11월 4일 발매)을 곧 내놓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새 앨범을 어느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냐고, CD를 샀는데 못 듣고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많이 들려와서다. “요즘엔 차에도 CD플레이어가 없다데요. 허허허.” 음악이 쉬워졌다지만 내용까지 말랑말랑해진 것은 아니다. 14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긴 앨범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세월호 아이들, 조선소 노동자, 베트남 참전 용사, 뇌병변 장애를 가졌던 이웃 형, 하루 일과 뒤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귀가하는 노동자, 제주4·3 당시 군경의 총탄에 턱을 잃은 채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인 삶의 단상들을 들려주는 곡들도 여럿 눈에 띈다. 10년 전 노동가수 지민주와 평생 동지(결혼)로 살기로 하고, 아들 준우를 둔 영향도 적지 않았으리라. 연영석은 2006년 초 서울신문과 처음 만났을 때 “끊임없이 창작 욕구를 만들어 주는 어두운 사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치기 어린 시절에 했던 이야기라고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용산에서, 평택에서, 밀양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팽목항에서, 성주와 김천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 왔던 삶의 궤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장애 해방 운동가 김주영씨의 7주기 추모제와 인천 노동문화제 무대에 다녀온 연영석은 인터뷰 이튿날 케이블TV 인터넷 설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무대가 있다며 발걸음을 총총히 옮겼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비정규직,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로워지는 세상이에요.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노래해야죠.”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ea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제주4·3실무위, 희생자·유족 대상자 1302명 추가 심사요청

    제주4·3실무위, 희생자·유족 대상자 1302명 추가 심사요청

    제주4·3 희생자 7명과 유족 1295명 등 1302명이 정부 4·3중앙위원회의 최종 심사대상에 추가로 올랐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이하 4·3실무위)는 지난해 희생자와 유족 신청자 중 1354명에 대해 심사를 해 52명을 제외한 1302명을 유족 및 희생자 심사 대상으로 인정했다고 4일 밝혔다. 4·3실무위는 불인정한 52명 중 2명은 4·3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50명은 4·3특별법상 유족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4·3실무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4·3중앙위원회에 이번에 심사한 희생자 및 유족 결정 대상자 1302명에 대해 최종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4·3실무위가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 신청자들에 대해 사실조사하고 대상자를 의결해 정하면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4·3중앙위는 4·3실무위가 요청한 대상자들을 다시 심사해 4·3 희생자 및 유족으로 최종 결정한다. 4·3실무위는 지난해 4·3 희생자 및 유족 신청자 2만1392명(희생자 342명,유족 2만1050명) 중 1만9955명(희생자 323명,유족 1만9632명)에 대해 심의를 진행해 4·3중앙위에 결정을 요청했다. 4·3중앙위는 4·3실무위의 심사 결정 대상자 1만9955명 중 5081명(희생자 130명,유족 4951명)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족 및 희생자로 결정을 내렸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4·3 생존 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제주4·3 생존 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제주4·3 당시(1947∼1954년) 불법 군사재판으로 형을 받은 피해자 중 생존한 8명이 22일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4·3 영령에 묵념하고 있다. 이번 제주4·3 생존 수형인 재심 청구는 지난 1월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제주 연합뉴스
  • 제주4·3 생존 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제주4·3 생존 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제주4·3 당시(1947∼1954년) 불법 군사재판으로 형을 받은 피해자 중 생존한 8명이 22일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4·3 영령에 묵념하고 있다. 이번 제주4·3 생존 수형인 재심 청구는 지난 1월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제주 연합뉴스
  • [포토] 4.3 수형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

    [포토] 4.3 수형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

    제주 4·3 수형생존인인 김두황 할아버지가 22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3 수형 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여순사건, 유족들 세상 떠나기 전 진상 규명해야”

    “71년 전 여순사건으로 부모·형제를 잃고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족들은 이미 연로해서 한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황순경 여순항쟁 여수유족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에서 20대 국회 임기 종료 전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지난 19일로 71주년을 맞은 여순사건의 유족 및 관련 단체 300여명은 이날 신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20대 국회에는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보상에 관한 특별법안’ 등 여순사건 관련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에 걸쳐 5개나 발의돼 있으나, 소관 상임위의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국회 발의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정부 입법안으로 당정협의한 후 국회에 제출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역량을 총동원해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유족들은 이번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국회의원 지역 총선에서 그 책임을 물어 합법적 낙선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성태 보성유족회장은 “여순항쟁은 대한민국 민족사의 바로잡아야 할 역사로 우리는 반공이데올로기의 희생자”라면서 “특별법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로 가는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 신월리에 주둔한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거부하며 촉발된 사건이다. 당시 군인 진압 과정에서 여수와 순천을 포함한 7개 지역에서 군인과 경찰 그리고 지역 민간인 약 1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19일 순천에서 여순항쟁 71주년 민간인 희생자 합동추념식 열려

    19일 순천에서 여순항쟁 71주년 민간인 희생자 합동추념식 열려

    71주년을 맞는 여순항쟁 민간인 희생자 합동추념식이 오는 19일 오후 2시 순천시 장대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여수에서 열렸다. 장대공원은 여순항쟁 당시 여수에서 열차 등을 통해 순천에 입성한 14연대 군인들과 순천을 사수하기 위한 경찰들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장소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명령에 반발, 국군·미군에 맞서는 과정에서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 주민 1만1131명(1949년 집계)이 희생을 당한 일이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1만여명의 희생자를 낸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왔지만 여전히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여순항쟁유족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올해 합동추념식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용재 도의회의장, 허석 순천시장 및 전남동부권 지자체장, 여순항쟁 유족과 제주 4·3유족 등 500여명이 참석한다. 1부 위령제, 2부 추모식, 3부 발원 뒷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작년에 이어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에서도 참석한다. 두 지역 유족단체는 지난해부터 상호간 연대차원에서 합동추념식에 참석해 함께 위로와 아픔을 나누고 있다. 전남도는 이날 오전 11시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개최되는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행사에 맞춰 1분간 묵념사이렌을 울린다. 여순사건 71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으로 여수 전역에 울려 퍼진다. 한편 순천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1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019 여순평화 예술제 ‘손가락총’ 작품전시회가 열린다. 순천대학교 박물관과 여순사건 영상기록위원회, 포지션 민 제주, 부산민주공원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다. 순천 전시가 끝나면 제주(11월), 부산민주공원(2020년 1~2월) 순으로 순회한다. 19일 오후 5시30분 시작하는 개막식에는 김일권, 김충령, 임지인, 박금만, 정숙인, 정채열 작가가 참여한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도 참가한다. 제주, 광주, 경인, 부산 등 전국에서 작가 29명과 2개 그룹도 전시회를 함께 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틀 뒤 71주년… 국회서 잠만 자는 여순사건특별법

    이틀 뒤 71주년… 국회서 잠만 자는 여순사건특별법

    2000년 특별법 제정된 4·3사건과 달리 2001년부터 4차례 발의… 여전히 낮잠 96세 할머니 “남편 묘라도 좋게 썼으면” 유족연합회 “진상규명 유족 한 풀어달라”“스물다섯 살 때 남편이 성님 대신 끌려가고 나서 영영 끝이었제. 여순사건 원망 많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거여. 이왕 돌아가신 거 나라에서 시신이나 좋은 자리에다 묻어 주면 더는 소원이 없겠어.” 1948년 남편이 경찰에 붙들려 간 후 대전형무소에 있다 6·25전쟁 때 무더기로 죽임을 당한 희생자 가족이 된 홍순례(96·순천)씨는 16일 서울신문과 만나 “남편만 보고 오늘날까지 살았는데 남편 묘나 좋게 써서 그 자리에 같이 누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여순사건이 오는 19일로 71주년을 맞는다. 여순사건은 1948년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명령에 반발, 국군·미군에 맞서는 과정에서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 주민 1만 1131명(1949년 집계)이 희생당한 일이다. 그동안 수차례 여순사건의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순사건의 발발 원인이 제주 4·3사건이어서 두 사건은 ‘쌍둥이’로 불린다. 하지만 2000년 ‘제주 4·3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것과 달리 ‘여순사건특별법’은 지지부진하다. 여순사건특별법안은 모두 4차례 발의됐다. 2001년 16대 국회를 시작으로 18, 19대에도 올랐으나 보수 정권의 반대와 견제로 자동 폐기됐다. 20대 들어서도 2017년 4월 정인화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5개 법안이 국방위원회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 내용은 2년여 만인 지난 6월 상임위를 행정안전위원회로 바꾼 뒤 다시 심의가 시작됐다. 여순항쟁유족연합회는 “제주 동포를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분단체제를 강요한 외세와 이승만 정권에 대한 민중적 항거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서 유족의 한을 풀어 달라”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박성태(72) 보성군 여순항쟁유족협의회장은 “살아남은 유족들은 빨갱이란 낙인에, 연좌제와 갖은 사회적 차별, 학대로 가족 해체의 고통과 억울함을 참으며 고난의 생을 살았다”며 “유복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이 71세로 많은 유족이 연로해 그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다”고 통탄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전국 자치단체 ‘자치·균형’ 박람회 연다,17~19일 제주서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는 17∼19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제1회 자치분권 박람회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자치분권! 우리의 삶,무엇이 달라지나’를 주제로 열리며 전국 40여개 기초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자치분권 활동가,일반 시민 및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한다. 17일 개막식에서 ‘자치분권과 균형 발전’을 주제로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특별기조 강연을 한다.참석자들은 또 자치분권이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과 실천조항을 담은 ‘제주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어 자치분권 다짐 퍼포먼스,미래자치분권연구소 자치분권 토크,제주4·3 강연회가 열린다.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이그나이트’(ignite) 발표회도 박람회 첫날 열릴 예정이다. 이그나이트는 ‘불을 붙인다’라는 뜻으로,여러 발제자가 돌아가며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둘째 날인 18일에는 자치분권 우수사례 발표회,자치분권 영화 상영,지방정부 강연회 등이 마련되고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소회 나눔 프로그램에 이어 폐막 행사가 열린다.행사 기간 ‘정책 홍보 전시 부스’ 등의 부대 행사가 행사장 주변에서 열린다. 주최 측인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는 스웨덴의 정치 토론 축제인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에서 착안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서울시와 제주도,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서울시 구청장협의회,서울 서북 3구(서대문·은평·마포)가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우리 고장, 아주 특별한 한글날] 제주어 어떵해사 지켜갈건고?

    [우리 고장, 아주 특별한 한글날] 제주어 어떵해사 지켜갈건고?

    ‘세계 토착어의 해’ 한글날을 맞아 유네스코 지정 소멸위기 언어인 제주어를 지켜 온 예술가들이 한데 뭉친다. 제주도 사투리인 제주어는 제주도에서 1950년대 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 많이 쓰이며 고유 어휘가 많아 ‘고어의 보고’로 통한다. 2010년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 언어 총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될 만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우리말이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은 한글날인 9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어떵해사 더 지켜갈건고’라는 주제로 한글날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어떵해사 더 지켜갈건고’는 ‘어떻게 하면 제주어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의 제주어다. 행사는 유엔이 정한 ‘세계 토착어의 해’를 맞아 제주어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는 세이레 극단의 강상훈·정민자 배우의 제주어 사회로 진행된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해 가수 양정원, 뚜럼부라더스, 구좌와들랑합찬당 등 제주어 공연예술가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특히 4·3평화문학상 수상자인 김병심 시인과 탐라문화제 제주어동화구연대회 대상자인 양서진(제주북초1) 어린이가 무대에 올라 제주어를 발표하는 무대도 준비했다. 제주어 책방, 제주북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의 제주어 그림전시, 한글날 맞이 세종대왕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등 프로그램도 있다.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 자체 제작한 제주어 기념음반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3월부터 제주어 전용 상담전화인 ‘들어봅서’(1811-0515)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제주어를 표준어로, 표준어를 제주어로 알려 준다. 전화번호는 0515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 5월 15일인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은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등록한 것은 문화유산으로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 노력을 주문한 것”이라면서 “고유 어휘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제주어를 지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가을이 내려앉은 마을

    가을이 내려앉은 마을

    올가을 여행주간 추천 여행 테마는 ‘마을’이다. 장소 선정 전문가 김태영씨가 ‘혼자서’, ‘둘이’, ‘가족이’, ‘누구나’ 등으로 테마를 분류해 전국의 마을여행지 20곳을 선정했다. ‘취향저격마을여행단’ 이벤트도 벌인다. 20개 마을 중에 테마에 따라 선정된 4개 마을을 방문하는 이벤트다. 올해 참여자 모집은 정원이 차 종료됐다. 그렇다고 서운해할 것은 없다. 마을여행단 이벤트가 ‘고급 패키지 여행’이라면 내 돈 들여 떠나는 ‘FIT(개별) 여행’은 더 자유롭게, 시간 제약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을여행단’이 4개 테마에 맞춰 떠나는 마을은 ‘혼자서’ 떠나기 좋은 전남 창평 삼지내 마을을 포함해 모두 네 곳이다. ‘가족이’ 다녀오기 좋은 곳으로 분류된 철암 탄광역사촌 여행은 강원 태백의 옛 탄광촌 마을을 둘러보고 광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철암 탄광역사촌에는 사택과 배급소, 망루, 빨래터 등 당시 광산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설들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상징인 철암역두(鐵岩驛頭) 선탄장(등록문화재 제21호)은 빼놓지 말 것. ‘검은 노다지’ 석탄가루가 켜켜이 쌓인 건물에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이는 장면이 촬영됐다. 고랭지배추밭이 끝없이 펼쳐진 매봉산 ‘바람의 언덕’도 필수 코스다. 마을여행단은 17일 방문한다. ‘누구나’ 가기 좋은 곳으로 분류된 경남 함양 개평마을은 일두고택을 비롯한 오래된 한옥들이 밀집된 전통마을이다. 누대에 걸쳐 솔송주의 맥을 잇는 솔송주 문화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계서원,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한 상림공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숙소는 450년 역사의 일두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을 권한다. 15세기 조선시대의 유학자 정여창(1450∼1504)이 살던 집으로 18세기에 개축된 사랑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건물이 16~17세기에 지어진 그대로다. 1987년 KBS 드라마 ‘토지’, 2003년 MBC 드라마 ‘다모’ 등 숱한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촬영됐다. 고애신(김태리 분)의 집으로 등장한 곳이 바로 일두고택이다. 군자정, 동호정 등 ‘정자의 고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정자를 구경하는 것도 필수다. 마을여행단은 23~24일 방문한다.충남 당진 할매마을은 ‘둘이’(친구, 연인)가기 좋은 곳으로 분류됐다.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인생사진’이 나올 만한 곳이 많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마을의 정식 명칭은 백석올미마을이다. 평균 75세 할머니들이 진행하는 전통먹거리 체험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할매마을’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할매 캐릭터 조형물들이 훌륭한 배경이 돼 준다. 인근의 태신목장, 버려진 분교가 미술관으로 변모한 아미미술관 등의 관광지도 함께 방문한다. 김태영 전문가는 빛이 드는 시간을 감안해 아미미술관은 오전, 태신목장은 오후에 방문할 것을 권했다. 마을여행단은 25일 방문한다.다른 마을들 역시 하나하나 보석 같은 풍경을 숨겨둔 곳들이다. 혼자서 떠나는 ‘혼행’ 여행지로 적합한 마을로는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인 부산 영도 깡깡이 예술마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자 최대 메밀꽃 군락지인 강원 봉평 효석문화마을, 개화기의 근대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충남 논산 강경근대문화마을,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 화북 곤을마을 등이 선정됐다.‘둘이’ 떠나기 좋은 마을은 말(馬)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대구 달성 마비정벽화마을, 천년의 도자기 예술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 이천 도자기마을, 문학과 예술이 익어가는 전북 완주 삼례책마을, 백만송이의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는 경남 함안 강주 해바라기마을 등이 꼽혔다.‘가족이’ 떠나기 좋은 곳은 화문석 장인의 예술작품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인천 강화 화문석마을, 해학을 담은 품바와 재활용품을 활용한 정크아트가 가득한 충북 음성 품바재생예술체험촌, 국내 최대 소금생산지인 전남 신안 증도마을, 고즈넉한 전통 한옥과 돌담길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경북 성주 한개마을 등이다.‘누구나’ 떠나기 좋은 곳으로는 우리나라 막걸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경기 포천 막걸리마을, 집집마다 공예예술이 꽃피는 충북 진천 진천공예마을, 끝없이 펼쳐진 은행나무와 함께 ‘인생샷’ 찍기 좋은 충남 보령 청라은행마을, 소설 ‘혼불’의 배경지를 문학코스로 개발한 전북 남원 혼불문학마을 등이 선정됐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안녕 아저씨/임철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안녕 아저씨/임철우

    안녕 아저씨 / 임철우 오늘밤 우리는 돌담 위에 셋이서 나란히 앉아 있어이 자리에 걸터앉으면 당신 방 창문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당신의 옆모습 이 창 너머로 빤히 들여다보여당신은 오늘따라 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네 난 그 책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알고 있어그건 어떤 섬에 관한 이야기야난 그 섬을 알아아직 가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그건 우리가 찾아가야 할 섬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섬이니까어쩌면 오늘밤 우리는 마침내 그 섬에 도착할지도 모르거든 *** 소설이 시처럼 읽힐 때가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메밀꽃 필 무렵’,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를 처음 읽던 시절 마음이 뜨거워졌다. 언젠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 한 편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철우가 제주 4·3사태를 다룬 마음 애틋한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을 펴냈다. 그와 나는 동학혁명 60년 뒤의 같은 날 태어난 인연이 있다. 돌담 위에 앉은 세 어린 것의 이름은 몽희 몽구 몽선이다. 토벌대에 숨진 어린 영혼들이 자신들이 살던 돌담 집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집에 이사 들어온 소설가와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제주의 풍광 속에 스민 아픈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제주를 찾는 이들이 읽었으면 싶다. 곽재구 시인
  • 문 대통령 “경찰, 권력기관 중 가장 빨리 개혁” 치하한 이유

    문 대통령 “경찰, 권력기관 중 가장 빨리 개혁” 치하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민의 기대와 지지 속에서 경찰은 스스로 변화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권력기관 중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민 바람을 담은 권고안을 수용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실천했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북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 경찰 제296기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국민의 뜻과 다르게 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탄압하기도 했던 어두운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국민의 경찰,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경찰 스스로 거듭나도록 꾸준히 기다려 주셨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경찰학교 졸업식 참석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경찰 간부를 배출하는 경찰대가 아닌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경찰대 개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경찰 개혁 실천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권력기관 개혁 핵심인 검찰의 개혁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경찰서마다 현장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해 인권 보호를 실천하고 있고 인권침해 사건 진상위원회를 설치해 총 10건의 사건을 조사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드렸다”며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위로와 희망의 첫걸음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의 기대에 혁신으로 부응하고 있는 오늘의 경찰을 진심으로 치하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한국형 자치경찰제 도입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며 “수사권이 조정되고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시민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치안 서비스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는 하염없는 따뜻함으로, 법을 무시하고 선량한 이웃에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상같은 엄정함으로 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고, 대한민국 경찰도 100주년을 맞았다”며 “100년 전 1919년 4월 25일 임시정부 경무국이 설치되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으로 취임했다. 백범 선생의 애국안민 정신은 우리 경찰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 후에는 많은 독립운동가가 경찰에 투신해 민주 경찰의 역사를 이었다”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이자 독립운동단체 결백단에서 활동한 안맥결 제3대 서울여자경찰서장, 함흥 3.1운동의 주역 전창신 인천여자경찰서장, 광복단 군자금을 모았던 최철룡 경남경찰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쉰한 분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이 확인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국민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선구자들의 정신은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제주 4·3 시기 문형순 제주 성산포 서장, 신군부의 시민 발포 명령을 거부한 80년 5월 광주 안병하 치안감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에 뿌리를 둔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거의 아픈 역사도 모두 경찰의 역사로, 앞으로의 경찰 역사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법 앞에 누구나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경찰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찰의 처우와 복지가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경찰관 8572명을 증원했고,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2만명까지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강도 높은 업무 특성에 맞춰 건강검진과 트라우마 치유를 포함한 건강관리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질병이나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할 경우 보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 복지가 국민 복지의 첫걸음이라는 자세로 더욱 촘촘히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 부름에 묵묵히 책임을 다해 온 현장 경찰관 여러분께 늘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 그리는 은평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 그리는 은평

    국립한국문학관의 터전이 된 서울 은평구가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를 그려 나간다. 은평구는 오는 28~31일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2019 통일로 문학 페스티벌’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이번 문학 행사에 대해 구 관계자는 “통일로, 양천리 등을 품고 있는 은평구가 남북 화해 시대의 중심 도시로 큰 지리적,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만큼 문학으로 통일 미래의 중심 역할을 주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축제 첫날인 28일 개막제와 함께 3회째인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분단 문학의 거장인 고 이호철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일깨운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팔레스타인 여성 작가 사하르 칼리파 등 국내외 저명 작가를 수상자로 내며 화제를 모았다. 축제는 지역의 대표 구립도서관을 중심으로 한국고전번역원, 사비나미술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등 다채로운 문화시설 등에서 나흘간 펼쳐진다. 29일 서울기록원에서는 올해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수상 작가와의 만남이, 30일 같은 장소에서는 이호철 문학포럼과 특별상 수상 작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29일 은평구립도서관에서는 젊은층을 시 앞으로 불러 모은 박준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조해진은 30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분단국가에 사는 어느 소설가의 고민’에 대해 관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31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리는 ‘2019 은평도서문화축제 여름피서, 책을펴서(書)’ 행사는 책과 함께하는 휴식을 시민들에게 안긴다.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외에 책 장터, 먹거리 부스 등도 마련돼 책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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