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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플라스틱 제조공장서 불…건물 2개동 태우고 진화

    용인 플라스틱 제조공장서 불…건물 2개동 태우고 진화

    22일 오전 10시 53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건물 2개동을 태우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난 공장은 2층짜리 건물 2개 동으로 연면적 1600㎡ 규모이다. 공장 내 작업자는 전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후 대응 1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31대와 소방관 등 인력 89명을 투입한 진화 작업을 벌여 낮 12시 12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현재 소방당국은 굴착기를 동원해 잔해물을 치워가며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진화 작업을 완전히 마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완진 후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 “차원 다른 자율주행 셔틀버스… 교통난 해결할 공공재가 될 겁니다”

    “차원 다른 자율주행 셔틀버스… 교통난 해결할 공공재가 될 겁니다”

    “운전대가 없는 차량, 즉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는 아직 안전기준이 없다. 우리가 실증하는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은 특별 규정에 의해 임시운행 허가로만 운행할 수 있다. 특히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법과 제도, 보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이 없다. 우리 정부가 자율주행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제정할 때 우리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적극 내줬으면 한다.”미국과 중국에서 무인 로보택시가 도로를 질주하는 가운데 ‘토종’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이목이 집중된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의 한지형 대표를 지난 13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경북 경산과 대구·세종시 등에서 오가는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었다. 회사는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종합순위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는 유일하게 13위로 랭킹에 진입했다. a2z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32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최장인 26만 4250㎞의 주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가장 많은 자율주행차 32대 보유 ‘핫한 스타트업’이라기에 앉자마자 기업가치를 물었다.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한 대표는 “2018년 7월 창업 이후 누적 투자 유치액이 181억원이다. 현재 기업가치는 최소 2000억원으로 잡고, 5월까지 500억원을 목표로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즈B 유치액은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연구개발(R&D)에 주로 쓰고, 글로벌 사업 전개와 인재 영입에도 투자할 계획이란다. 창업 5년차의 스타트업이 2000억원이라니 눈썹을 치켜뜨자 그는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랭킹에 등재된 기업 가운데 거대 기업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진출한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이들 랭크 업체들의 개별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이고, 누적 투자유치액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랭킹 상단에 등재된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웨이모(구글)·모빌아이(인텔)·크루즈(GM)·죽스(아마존) 등은 거대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이거나 파트너 기업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a2z는 글로벌 투자업계에 갓 데뷔한 ‘원석’과 마찬가지다. a2z의 자율주행 난이도는 차원이 다르다. 경쟁사들의 자율주행이 제한된 지역에서 3~5㎞ 구간으로 ‘체험’ 수준인 반면 a2z의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량이 혼재된 30~50㎞의 공공 도로에서 운행하는 대중교통과 같은 수준이다. a2z의 하루 평균 자율주행 거리만 500㎞ 이상이다. 한 대표가 자율주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째다. 1981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그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마치고 2007년 1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남양연구소에서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다 2014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의왕중앙연구소로 옮겨 자율주행 개발팀에 합류했다. 그는 대기업의 안정적인 직장을 왜 포기하고 창업했을까. 이에 대해 한 대표는 “2016년, 2017년 업무차 갔던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보니 자율주행이라는 신기술이 곧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유치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 10년차였던 그는 전업주부인 부인과 자녀 둘을 둔 외벌이였다. “당장의 생활비와 자녀교육비, 주택대출상환금 등 당장 창업을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컸다.”●산학협력으로 기자재 사고 R&D 투자 1년가량을 현실에 순응하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창업의 기회는 뜻밖의 곳에서 왔다. 경북 경산의 경일대학교에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설립되며, 담당 산학교수 채용과 함께 창업지원을 해 준다는 제안이 있었다. “초기 창업비용과 당장의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안정적인 대기업 보금자리를 떠났다. 현대차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 등 4명이 2018년 7월 공동 창업했다. ‘사내 벤처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회사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팀이 있었다. 회사가 같은 아이템으로 중복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등 다소 까다롭다. 그래서 창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 산학프로그램이 벤처 창업에서 ‘허울뿐인 개살구’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이테크 센서는 한 개에 몇 천만원 한다. 일반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개조하는 데 1억원 이상 들어 우린 자본금으로 감당할 수가 없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자재를 구입하고, 기존의 것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정부의 R&D 사업을 수주해 연구가 끊김 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때문에 창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a2z의 자율주행은 기존과는 얼마나 다를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차량에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센서 장치로는 큰 건물에 가린 급커브와 트레일러와 같은 대형 차량에 막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자율주행 초창기 차량에 설치된 센서만으로 주변을 완전히 파악해 무인 주행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젠 기술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를 간파하고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라이다 센서를 도로에 설치하고 이를 도시관제센터 등의 도심 인프라를 통해 교통 흐름과 도로의 돌발 상황 정보를 받아 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알고리즘을 짰다.”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책임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수백만대의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하다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아무리 글로벌 거대 기업이라도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무겁다. 그래서 스타트업으로서 우리는 타깃을 좁혀 구체화했다. 우리는 도심에서 약간 저속으로 운행하면서 승용차가 아닌 셔틀버스라든가 ‘미들마일’ 배송과 같은 무인 배송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 ●경쟁 기업은 아마존 죽스·GM 크루즈 “경쟁 기업? 국내에는 없다고 자부한다. 해외로 따지면 아마존에 인수된 죽스나 GM의 크루즈가 아닐까. 운전석이 없는 완전 무인 셔틀을 만드는 회사다. 무인 배송차량을 만드는 소프트뱅크의 누로(Nuro)도 경쟁 상대일 수 있겠다.” 그의 자신감은 국내 기업으론 유일하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자율주행안전보고서(VSSA) 승인을 받았고, 싱가포르 국가가 주도하는 스마트인프라 프로젝트인 COSMO 사업을 수주하는 등 글로벌 성과로 입증된다. “사업 파트너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6월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완성차의 OEM 방식이나 월마트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십도 고려 대상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시너지를 올리면서 윈윈이 가능한 기업이 대상이다.” 차량 생산은 국내외 자동차 회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표는 자율주행 차량이 공공재로서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을 시도한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사업에 먼저 진출하려고 한다. 도심에 지하철이나 트램을 설치하면 공사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이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선로가 없는 트램과 같다. 공공재로서 접근하면 저렴한 도심 인프라로 무인 자율주행 버스가 상용화될 수 있다. 그러자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을 잡고 가야만 하고 그래야 국가경제와 산업이 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탄소감축 목표 11.4%로 완화… 산업 부담 낮추고 원전·수소 확대

    탄소감축 목표 11.4%로 완화… 산업 부담 낮추고 원전·수소 확대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1.4%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3.1%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실현 가능한 목표치 설정으로 산업계의 탄소배출 부담을 낮추고 원전과 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을 확대해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하겠다는 취지다. 산업계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환경단체는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 선언”이라고 반발하며 22일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관계부처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발표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자체는 2018년 배출량(7억 2760만t)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4억 3600만t)을 40% 줄이겠다는 배출량 합계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부문별 목표치를 일부 조정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은 ▲전환(에너지) ▲산업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국제감축 등 다섯 가지 부문에서 이뤄졌다. 산업 부문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 3070만t으로 2018년보다 11.4% 줄이기로 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제시한 14.5%보다 3.1% 포인트 낮아졌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제조업이 주력인 한국의 산업 구조와 현재 기업들의 기술 수준,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14.5%라는 목표치는 과도해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28.4%로, 유럽연합(16.4%)이나 미국(11.0%)보다 높다.탄녹위는 “원료 수급,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감축 목표를 완화했다”면서 “대신 원전과 태양광, 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믹스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400만t 감축하도록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에서 줄이지 못한 탄소 배출량은 CCUS와 국제감축을 통해 줄여 나가기로 했다. 탄녹위는 CCUS 기술과 국제감축을 통한 탄소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각각 90만t, 400만t을 늘려 1120만t, 3750만t으로 정했다. 또 전환 부문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려 감축률을 44.4%에서 45.9%로 1.5% 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럴 경우 전환 부문에서 2030년 배출 탄소량은 1억 4990만t에서 1억 4590만t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2021년 기준 27.4%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 32.4%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5%에서 ‘21.6%+α’로 높이기로 했다. 수소 모빌리티 등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주력한다. 이를 위해 청정 수소 비중은 지난해 0%에서 2030년 2.1%로 늘리고 수소차를 지난해 2만대 수준에서 2030년 30만대로 대폭 확대한다. 다만 블루수소 증가로 탄소배출량을 760만t에서 840만t으로 소폭 늘렸다.
  • 정부, 사상 첫 ‘北 인공위성 분야’ 수출금지 품목 77개 지정

    정부, 사상 첫 ‘北 인공위성 분야’ 수출금지 품목 77개 지정

    정부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인공위성 분야 감시대상 품목’ 목록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주의를 촉구했다. 또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제재 회피에 관여한 개인 4명, 기관 6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외교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정보분석원은 공동으로 21일 태양전지판, 안테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별추적기 등 자세제어 장비, 초점면어셈블리 등 광학탑재체 구성품목 등 총 77개에 이르는 인공위성 체계 포괄 품목에 대한 대북 수출금지 조치를 내놨다. 이들 물품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의무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 고시’에 따라 제3국을 우회해 북한에 수출하는 게 금지된다. 이미 지금도 남측의 대북 무역은 ‘직접’은 물론 ‘제3국 경유’도 금지돼 있지만 북한이 위성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는 ‘민간용도 저사양’ 품목 목록을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사양 군사용 물자에는 수출통제 제재가 잘돼 있지만, 북한은 그런 것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사양 품목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제조하는 국가 등 우방국들에도 목록을 사전 공유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 우주개발국이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기술과 위성 발사용 로켓 기술이 거의 같다는 점을 두루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러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군사개발 차단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2016년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기반해 처음으로 북한 인공위성 분야를 노린 대북 목록을 만든 것이다. ‘캐치올’ 제도는 안보리 결의나 다자수출통제체제에 규정된 품목이 아니어도 유엔 회원국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금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 리영길 노동당 군정비서, 김수길 전 노동당 총정치국장, 정성화 연변실버스타 CEO, 싱가포르 국적 탄위벵 등 4명을 독자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해외 파견 및 대북 자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관으로는 중앙검찰소(법무부 대검찰청에 해당), 베이징숙박소,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철산무역, 위 티옹, WT 해운 등 6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앙검찰소 제재에 대해 “(북한) 국내에서 강제노동해도 정당한 노임을 받지 못한다면 그 돈은 북한 통치자금이나 대량살상무기(WMD)에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숙박소와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철산무역은 북한 노동자 송출 관리에 관여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번 제재 대상들은 이미 2018년부터 미국 측 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제사회 제재망을 한층 촘촘히 하며 발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 MZ “문제는 근로시간보다 정당한 휴가·보상”

    MZ “문제는 근로시간보다 정당한 휴가·보상”

    “쉬는 걸 권장하는 회사가 있을까요?”(30대 사무직 임모씨) “일당백을 칭찬으로 여기고 위기가 오면 인건비부터 절감하는 게 현실입니다.”(20대 영업직 최모씨)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2030 직장인 상당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지금도 야근을 많이 하는 만큼 수당만 잘 챙겨주면 좋겠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정부 구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정책을 발표한 뒤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해 큰 틀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개편안이 성공하려면 휴가·보상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2030 직장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지난 15~16일 서울 광화문, 종로, 여의도, 사당, 강남, 경기 성남 판교 등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2030 직장인 58명을 인터뷰했다. 또 지난 15~19일 2030 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정부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내놓으며 몰아서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대표 업종이 게임업계다. 신규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등을 앞두고 업무량이 늘면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제로는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교에서 일하는 게임업계 기획자 김모(39)씨는 “야근을 많이 해 봤지만 일을 몰아서 한다고 효율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노동자보다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최모(28)씨는 “연장근로를 몰아서 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면서 “고용주는 ‘나중에 쉬게 해 줄 건데 뭐가 문제냐’며 연장근로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업무를 하는 고모(26)씨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회사가 특정 기간에만 바빠야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주 69시간까지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80%로 압도적이었다. 금융업계 직원 이모(29)씨는 “지금도 주 40시간 근무가 ‘정상’인데 52시간을 기본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치를 최소로 본다.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상한선이 올라가면 또 그만큼 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몰아서 일한 뒤 유럽처럼 한 달 쉬기’를 대안으로 내놨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였다. 응답자의 44%가 “일을 몰아서 할 순 있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근로시간도 길다’(22%), ‘건강권 침해 우려’(16%), ‘노조 없는 사업장은 악용 가능성 크다’(13%)는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해외 영업직인 이모(37)씨는 “제조 공정은 매일 돌아간다. 몰아서 일은 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며 “지금도 일주일 이상 휴가를 쓰면 눈치를 주는데, 어떻게 한 달을 쉬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안모(33)씨는 “2주 야근하면 원래 일이 많다는 건데, 나머지 2주는 일이 없겠냐”며 “회사 일이라는 게 그렇게 딱딱 나누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회사와 업무의 종류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최모(27)씨는 “프로젝트성으로 일하는 회사는 지금도 바쁠 때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며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조모(27)씨도 “근무시간을 늘리면 원하는 만큼 일하고 돈 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들 역시 연차 사용이 어려운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야근이나 추가 노동에 대해선 적절하게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모(30)씨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필요한 업종에만 초과 근로를 가능하게 하고 그에 맞는 휴가와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학생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학생회관 등 교내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62시간 노동을 하던 경비노동자가 종로구의 빌딩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며 “69시간제 노동시간 연장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 2030년 산업 탄소감축 목표치 文정부 때보다 3.1%P 줄여… 원전·수소 확대

    2030년 산업 탄소감축 목표치 文정부 때보다 3.1%P 줄여… 원전·수소 확대

    산업계 감축 목표, 2018년 대비 11.4%산업계 ‘숨통’…신재생 7.5%→21.6%+α원전 27.4%→32.4%…수소 0%→2.1%“제조업 주력 고려… 실현 가능 목표 설정” 환경단체 “기후위기 대응 포기” 반발탄소 40% 줄이는 합계 배출량 유지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1.4%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3.1%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실현 가능한 목표치 설정으로 산업계의 탄소배출 부담을 낮추고 원전과 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을 확대해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하겠다는 취지다. 산업계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환경단체는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 선언”이라고 반발하며 22일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文정부 14.5% 감축 목표 과도 판단“현실적 여건 고려… 청정에너지 확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관계부처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처음으로 수립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담겼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자체는 2018년 배출량(7억 2760만t)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4억 3600만t)을 40% 줄이겠다는 배출량 합계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부문별 목표치를 일부 조정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은 ▲전환(에너지) ▲산업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국제감축 등 다섯 가지 부문에서 이뤄졌다.산업 부문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 3070만t으로 2018년보다 11.4% 줄이기로 했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제시한 14.5%보다 3.1% 포인트 낮아졌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제조업이 주력인 한국의 산업 구조와 현재 기업들의 기술 수준,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14.5%라는 목표치는 과도해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28.4%로, 유럽연합(16.4%)이나 미국(11.0%)보다 높다. 탄녹위는 “원료 수급,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했다”면서 “대신 원전과 태양광, 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믹스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400만t 감축하도록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원전·재생에너지 믹스 확대로 탄소감축률 45.9%로 1.5%P 상향 산업 부문에서 줄이지 못한 탄소 배출량은 CCUS와 국제감축을 통해 줄여 나가기로 했다. 국제감축은 파리기후변화협정 6조에 따라 정부나 기업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탄소배출 감축 사업에 투자·지원해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 것이다. 탄녹위는 CCUS 기술과 국제감축을 통한 탄소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각각 90만t, 400만t을 늘려 1120만t, 3750만t으로 정했다. 또 전환 부문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려 감축률을 44.4%에서 45.9%로 1.5% 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럴 경우 전환 부문에서 2030년 배출 탄소량은 1억 4990만t에서 1억 4590만t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2021년 기준 27.4%인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 32.4%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5%에서 ‘21.6%+α’로 높이기로 했다.내연차, 선박, 드론과 같은 수소 모빌리티 등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주력한다. 이를 위해 청정 수소 비중은 지난해 0%에서 2030년 2.1%로 늘리고 수소차를 지난해 2만대 수준에서 2030년 30만대로 대폭 확대한다. 다만 블루수소 증가로 탄소배출량을 760만t에서 840만t으로 소폭 늘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부문 목표치가 경제·사회 여건과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산업서 못 줄인 건 CCUS·국제감축으로불확실성 우려…환경단체 22일 규탄회견 그러나 일각에서는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은 CCUS 기술과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한 국제감축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상협 탄녹위 민간공동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불확실성을 인정하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지도가 없는 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면서 “국제감축은 국내감축의 보조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실질적인 내용은 없고, 구색 맞추기 수준의 기본계획에 국민의 삶을 맡길 수는 없다”며 탄녹위의 기본계획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공청회가 열리는 22일 시민사회 참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기본계획은 비민주적·친기업·친핵·친화석연료를 표방하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연도별 감축 목표, 산업계 감축 목표 후퇴, 핵발전과 화석연료 체제 고수, 재생에너지 비율 실질적 확대 계획 부재 등 안일하고 무책임한 기본계획을 시민사회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주 69시간 근무’ MZ세대에 직접 물었다…“문제는 휴가·보상제도”

    ‘주 69시간 근무’ MZ세대에 직접 물었다…“문제는 휴가·보상제도”

    “쉬는 걸 권장하는 회사가 있을까요?”(30대 사무직 임모씨) “일당백을 칭찬으로 여기고 위기가 오면 인건비부터 절감하는 게 현실입니다.”(20대 영업직 최모씨)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2030 직장인 상당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지금도 야근을 많이 하는 만큼 수당만 잘 챙겨주면 좋겠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정부 구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정책을 발표한 뒤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해 큰 틀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주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개편안이 성공하려면 휴가·보상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2030 직장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지난 15~16일 서울 광화문, 종로, 여의도, 사당, 강남, 성남 판교 등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2030 직장인 58명을 인터뷰했다. 또 지난 15~17일 사흘간 2030 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정부에서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내놓으며 몰아서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대표 업종이 게임업계다. 신규 게임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 등을 앞두고 업무량이 늘면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제는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교에서 일하는 게임업계 기획자 김모(39)씨는 “나도 야근을 많이 해봤지만, 일을 몰아서 한다고 효율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애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의 근로 시간이 길다. 최근에도 ‘크런치 모드’로 사람들이 죽는 마당에 그걸 더 늘릴 길을 연다는 건 노동자보다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무직 직장인 윤모(28)씨는 “주 69시간은 하루에 11시간 이상 6일을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 최전선에서 일해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면서 “대통령이나 정책 관계자들이나 일을 안 해본 느낌”이라고 지적했다.직장인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주 69시간까지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80%로 압도적이었다. 찬성은 9%에 그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미 직장인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과로할수록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이 나빠진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금융업계 직원 이모(29)씨는 “지금도 주 40시간 근무가 ‘정상’인데 52시간을 기본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치를 최소로 본다. 60시간이든 69시간이든 상한선이 올라가면 또 그만큼 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몰아서 일한 뒤 유럽처럼 한 달 쉬기’를 대안으로 내놨는데,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다. 설문 응답자의 42%가 “일을 몰아서 할 순 있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근로시간도 길다’(22%), ‘건강권 침해 우려’(14%), ‘노조 없는 사업장은 악용 가능성 크다’(13%)는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나 장기휴가 활성화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고 본 의견이 86%로 대부분이었다. 제조업계 해외 영업직인 이모(37)씨는 “제조 공정은 매일 돌아간다. 몰아서 일은 해도 몰아서 쉬는 건 어렵다”며 “지금도 일주일 이상 휴가를 쓰면 눈치를 주는데, 어떻게 한 달을 쉬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안모(33)씨는 “2주 야근하면 원래 일이 많다는 건데, 나머지 2주는 일이 없겠냐”며 “회사 일이라는 게 그렇게 딱딱 나누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사와 업무의 종류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강남 소재 광고업계에 근무하는 최모(27)씨는 “프로젝트성으로 일하는 회사는 지금도 바쁠 때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며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패션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조모(27)씨도 “근무시간을 늘리면 원하는 만큼 일하고 돈 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 역시 현재 연차 사용이 어려운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야근이나 추가 노동에 대해서도 적절히 보상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모(30)씨는 “현행 52시간제를 유지하되, 필요한 업장에만 초과 근로를 가능하게 하고 그에 맞는 휴가와 보상 제도를 줘야 한다”고 했다.
  • 北 잇단 도발에 정부 첫 ‘인공위성 품목’ 독자제재, 감시품목 77개 지정

    北 잇단 도발에 정부 첫 ‘인공위성 품목’ 독자제재, 감시품목 77개 지정

    정부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인공위성 분야 감시대상 품목’ 목록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주의를 촉구했다. 또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제재 회피에 관여한 개인 4명, 기관 6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외교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정보분석원은 공동으로 21일 태양전지판, 안테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별추적기 등 자세제어 장비, 초점면어셈블리 등 광학탑재체 구성품목 등 총 77개에 이르는 인공위성 체계 포괄 품목에 대한 대북 수출금지 조치를 내놨다. 이들 물품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의무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 고시’에 따라 제3국을 우회해 북한에 수출하는 게 금지된다. 이미 지금도 남측의 대북 무역은 ‘직접’은 물론 ‘제3국 경유’도 금지돼 있지만 북한이 위성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는 ‘민간용도 저사양’ 품목 목록을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사양 군사용 물자에는 수출통제 제재가 잘 돼 있지만, 북한은 그런 것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사양 품목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제조하는 국가 등 우방국들에도 목록을 사전 공유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 우주개발국이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기술과 위성 발사용 로켓 기술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두루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러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우리 독자적으로 군사개발 차단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2016년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캐치올](catca all) 제도에 기반해 처음으로 북한 인공위성 분야를 노린 대북 목록을 만든 것이다. ‘캐치올’ 제도는 안보리 결의나 다자수출통제체제에 규정된 품목이 아니어도 유엔 회원국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금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 리영길 노동당 군정비서, 김수길 전 노동당 총정치국장, 정성화 연변실버스타 CEO, 싱가포르 국적 탄 위 벵 등 4명을 독자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해외 파견 및 대북 자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관으로는 중앙검찰소(법무부 대검찰청에 해당), 베이징숙박소,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철산무역, 위 티옹, WT 해운 등 6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앙검찰소 제재에 대해 “(북한) 국내에서 강제노동을 해도 정당한 노임을 받지 못한다면 그 돈은 북한 통치자금이나 대량살상무기(WMD)에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숙박소와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철산무역은 북한 노동자 송출 관리에 관여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북한을 대리해 자금세탁에 관여한 탄 위 벵과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 2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들과 허가 없는 외환 금융거래 시에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번 제재 대상들은 이미 2018년부터 미국 측 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제사회 제재망을 한층 촘촘히 하며 발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 ‘빵 먹고 싶으면 언제든 우리 가게 와’...산청 파리바게뜨 급식카드 학생에 빵 무료

    ‘빵 먹고 싶으면 언제든 우리 가게 와’...산청 파리바게뜨 급식카드 학생에 빵 무료

    ‘빵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서 눈치보지 말고 먹으세요’ 경남 산청군에 있는 파리바게뜨 경남 산청점은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빵을 제공하는 빵 나눔을 최근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곽광규(41) 파리바게뜨 산청점 대표는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아동급식카드 소지 학생들에게 지난 13일 부터 ‘빵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동급식카드가 있는 산청군 지역 초·중·고 학생은 언제든지 매장을 방문해 카드를 보여주고 먹고 싶은 빵을 골라 먹거나 가져가도 된다. 가격이나 수량에 제한이 없어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 매장 영업을 마치는 오후 9시 30분 이전에 언제든지 방문하면 된다. 곽 대표는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와 눈치보지 않고 먹고싶은 빵을 먹으면 좋겠다”며 “이같은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형 안내 홍보물을 만들어 매장 유리벽에 붙여 홍보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산청점 매장을 관리하다 2015년 인수해 부인과 함께 운영한다. 부인은 결혼 전에 산청점 매장에 제조기사로 파견돼 근무했다. 곽 대표가 매장관리를 할 당시 부인을 만나 결혼으로 이어졌고 아들 형제(10살, 4살)를 두었다. 곽 대표 부부는 매일 매장 영업을 마치고 남은 빵은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물을 지정 기탁하는 ‘드림스타트 생일케이크 지원’을 하는 등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곽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과 나눔을 힘이 닿는데 까지 하자고 아내와 약속했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이 내 아이처럼 부담없이 빵을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산청지역 초·중·고 아동급식카드 대상 학생은 모두 240여명으로 이 가운데 파리바게뜨가 있는 읍내에 거주하는 학생은 60여명으로 파악됐다.
  • “여수산단 취직시켜줄게” 9년 공소시효 12일 남기고 붙잡힌 사기범 징역형

    “여수산단 취직시켜줄게” 9년 공소시효 12일 남기고 붙잡힌 사기범 징역형

    여수산단의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이고 3억여원을 가로챈 4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부장 김은솔)는 대기업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취업 알선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편취해 상습사기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기업 취업을 간절히 원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취업 알선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운전하던 렌터카를 추락시킨 뒤 자살한 것처럼 위장·잠적했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뒤늦게 검거돼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여수산단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협력업체 직원 5명을 상대로 산단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며 2012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억 9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취업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사기죄로 고소하자 2013년 9월 여수시 화양면 선착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바다에 추락시켜 사고사로 위장한 뒤 도주했다. A씨는 9년간 잠적했다가 공소시효 만료를 12일 남겨두고 지난해 12월 은신처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 “어제 마셨던 술…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 입니다”

    “어제 마셨던 술…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 입니다”

    국내 성인이 1년에 평균 52병의 소주를 마시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하루 1~2잔의 음주가 건강에 큰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암 전문가들은 소량의 음주도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술이 담배와 함께 ‘1급 발암물질’에 속한다는 사실조차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데에 주목했다. 21일 국립암센터는 전국 만 20~64세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6.9%가 ‘한 두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 두잔의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이도 18%나 됐다. 또 음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마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65.7%였고, ‘한 달에 2~4번 꼴(35.4%)’ ‘일주일에 2~3번 꼴(22.5%)’ 등으로 나왔다. 이왕 마실 땐 1~2잔으로 그치는 이는 적었다. 1회 음주량 조사에서 5~6잔(18.6%), 3~4잔(25.3%), 1~2잔(22.2%) 등이었다. 음주의 주된 이유로 ‘술자리를 좋아 한다’라고 답한 비율도 64.4%나 됐다.‘술, 1군 발암물질’…66.4%는 모른다 국립암센터는 사회 인식과 달리 술은 인체에 암을 일으킬 근거가 충분한 ‘1군 발암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술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고, 술은 마실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1급 발암 물질이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로, 시멘트에서 나오는 방사선 물질인 라돈과 오래된 건물 먼지에 포함된 석면가루처럼 우리 몸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지녔다는 뜻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술과 담배가 둘 다 똑같이 해롭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37.4%에 그쳤으며, 술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66.4%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2021년 기준 국내 제조장에서 반출된 국내 소주 소비량은 360ml 기준 22억9000만병에 이른다. 성인 1인당 평균 52.9병을 마신 셈이다. 응답자 2명 중 1명은 담배 뿐 아니라 술에도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어떻게 술이 암을 유발시키나 알코올의 경우 인체가 흡수한 발암 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인체 조직 등에 쉽게 침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이 몸에서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역시 DNA의 복제를 방해하거나 직접 파괴하기도 한다. 이 때 만들어진 돌연변이 세포의 일부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분열해 암세포로 변한다. 또 술을 마실 때 간은 물론, 구강 점막, 침 등에서도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된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장기에 접촉할 경우 암이 발생시킬 수 있다. 또 몸을 따라 이동해 구강에 남으면 구강암, 간에 남으면 간암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국립암센터 원장 “애초에 ‘적정 음주’란 존재하지 않는다” 음주 규제 시행을 위한 정책 1순위로는 ‘술 광고 금지’가 꼽혔다. 이미 프랑스와 스웨덴 등은 술에 대한 TV·라디오 광고를 전면 금지했고, 노르웨이·핀란드·스페인 등도 알코올 도수 15~22% 이상의 술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은 25세 이하 모델의 주류광고 출연 금지, 영국은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한 주류회사 시장 퇴출 등을 시행 중이다. 애초에 ‘적정 음주’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과거에는 한, 두잔 정도 음주는 괜찮다고 했지만 WHO는 건강을 위해 적정 음주는 없으며, 가장 건강한 습관은 소량의 음주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며 “암 예방을 위해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조업 취업자에 장려금…부산 일자리 불일치 해소 시동

    제조업 취업자에 장려금…부산 일자리 불일치 해소 시동

    부산시가 제조업 취업자에게 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중소기업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불일치 해소 정책인 ‘시민 행복 내일 JOB 이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부산에서 제조업, 관광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불일치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자리 부족이 문제였지만, 최근 고용 시장에는 구인난도 함께 존재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불일치 해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시민 행복 내일 JOB 이음 프로젝트는 부산시와 부산고용노동청, 부산중소벤처기업청, 부산시교육청 등 일자리 관계 기관과 시의원, 일자리 현장 전문가 등 민간, 부산상공회의소 부산경영자 총협회 등 경영계 등으로 구성된 ‘일자리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수립했다. 일자리 불일치 해소를 위한 ▲중소기업 근무여건 개선 ▲기업 맞춤 인력 양성 ▲구인․구직 연계 강화 ▲고용상황 대응체계 구축 등 4대 분야의 11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시는 앞으로 제조업 밀집 지역인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 등 서부산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지역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구직자에게는 취업장려금 150만원을 지급한다. 또 조선기자재와 관광·마이스업을 특별관리 업종으로 지정하고, 이 분야 취업자에게는 1년 근속할 경우 600만원을 적립해주는 내일채움 공제사업을 시행한다. 해당 업종 기업에는 고용 장려금으로 최대 1200만원을 지급해 취업과 채용을 촉진하기로 했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사업장과 청년채용기업에는 근로환경개선비 3000만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ESG경영도입과 산업안전 강화에도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이밖에 지산혁 협력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 인재가 지역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조사연구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부산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우수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맞춤형 훈련도 신설하기로 했다. 대학 등 구직자가 많은 현장에 찾아가는 일자리 이음 버스를 도입해 밀착형 취업 지원을 실시하고, 부산시 일자리종합센터·일자리정보망 기능 고도화, 대학취업지원센터와 연계한 지역 우수기업 설명회 등을 열어 일자리 알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 부산시 일자리 대응반을 운영해 매월 고용상황을 점검, 분석함으로써 고용 현안에 선제 대응하는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박 시장은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일자리도 다양해지는 상황에 걸맞은 일자리 매칭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일자리 불일치 문제를 극복해 유능한 인재가 부산 기업에 취직하고, 부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단독] ‘썸’ 탔던 MZ세대… ‘쌈’ 되는 이별소송

    [단독] ‘썸’ 탔던 MZ세대… ‘쌈’ 되는 이별소송

    팍팍한 현실에 떠밀린 MZ세대… 데이트 비용까지 법정 노크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제2별관 203호 법정. 30대 성재(가명)씨는 몇 달간 연애했던 미영(가명)씨에게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나왔다. 소개팅으로 두 살 연하인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성재씨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1년여 전 400만원을 빌려줬다. 달마다 20만~30만원씩 갚던 미영씨는 지난해 여름 연락이 두절됐다.●MZ세대 “사랑했어도 돈은 돈” 결국 성재씨는 지난해 11월 미영씨를 상대로 남은 대여금 270만원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직인 성재씨에게 큰돈은 아니었다. 재판 탓에 일주일가량 회사도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랑을 했어도 돈은 돈이죠.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되찾으려 한 겁니다.” 연인과 헤어진 뒤 상대에게 빌려주거나 쓴 돈을 돌려받겠다고 소송을 제기해 판결까지 받은 사례가 최근 10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2건… 지난해 175건으로 특히 자기 권리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의뢰인들이 이별 뒤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체 건수를 끌어올렸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울신문이 20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안성열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보이사 변호사와 함께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연인 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새 관련 사건 판결이 90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건이었던 선고 건수는 2014년 29건에서 2020년 180건, 2021년 210건, 2022년 175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18일까지 총 38건이 선고됐다.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은 채무자가 약속한 날짜에 빌려간 돈을 반환하지 않을 때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연인 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은 헤어진 연인들이 과거 데이트 비용, 선물비, 대여금 등을 돌려 달라고 제기한 민사 소송들이다. 법조계에선 이 통계가 최소치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등재조차 되지 않는 소액 사건 결과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소송 과정에서 서로가 진짜 연인이었는지 여부조차 말이 다를 때는 아예 판결문에 관련 표현이 들어가지 않는다. 승 연구위원은 “과거 연인에게 쓴 돈과 데이트 비용 등을 선물로 여겼다면, 최근엔 과도한 선물이나 지출, 대여금에 대해 뚜렷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소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내 집 마련과 막연한 노후 등 팍팍한 경제생활과 뚜렷한 경제관념을 가진 MZ세대의 사고가 맞물린 최근 법조계 신풍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도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올해 선고된 판결 38건 중 21건(55%)은 원고 기각 또는 원고 기각 취지의 일부 인용으로 결론 났다. 원고가 돌려 달라는 돈은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2017년 4월부터 연인 관계였던 A씨와 B씨가 벌인 2억 3600만원 규모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2021년 5월에 헤어졌다. 그들은 이별 두 달 전 한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의 공동대표가 됐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A씨는 “B씨가 사무실과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개인사업체 운영 자금 등을 빌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의 개인 통장과 B씨가 운영하던 다른 사업체 계좌 등에 30차례에 걸쳐 돈을 보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 명의 계좌로 입금하면서 ‘대여금’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 ‘물건값’, ‘택배비’ 등으로 사용처를 명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하는 회사 관련 송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여 금액이 많고 대여 기간이 짧지 않음에도 두 사람이 차용증 등을 쓰지 않은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단순히 빌려준 돈이 아니라 연애 기간에 사 준 선물만큼의 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C씨는 2018년 연인이 되는 조건으로 시가 3400만원짜리 명품 ‘오데마 피게’ 브랜드 시계를 ‘썸’을 타고 있던 D씨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C씨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C씨는 “D씨가 시계를 받은 뒤 여러 핑계를 대며 만남을 거부했고, 시계를 받을 목적으로 마치 자기와 사귈 것처럼 행세해 나를 기망했다”고 주장하며 시계의 중고가에 해당하는 2000만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D씨가 C씨를 기망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D씨의 반환 책임이 없다고 봤다. 조민수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쓰거나 빌려줄 때 차용증이나 공증처럼 ‘대여’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카톡에조차 돈을 빌려줬다는 기록이 없는 경우 대다수 판결에서 ‘증여’로 본다”면서 “다만 통상 연인끼리 주고받는 금액을 넘어서면 대여로 보기도 하는데 판단 액수는 원고와 피고의 재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전자제어장치 다시 분석해야”…‘급발진 의심’ 할머니 경찰 조사

    “전자제어장치 다시 분석해야”…‘급발진 의심’ 할머니 경찰 조사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형사 입건까지 된 60대 운전자가 20일 첫 경찰조사를 받았다. 운전자 A(68)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변호인 측은 이날 조사에 앞서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이를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릴 경우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하게 된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사고 5초 전 차량 속도가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500까지 올랐으나 속도는 거의 증가하지 않은 점을 급발진의 근거로 들었다. A씨 아들이자 숨진 어린이의 아버지는 강릉시장과 강원도의원 49명 등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제출했다. 앞선 지난해 12월 6일 강릉 홍제동에서 A씨가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손자가 숨졌다. A씨가 크게 다쳤음에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되고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A씨 가족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글은 일주일도 안 돼 5만명이 동의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16일 건의문을 통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정부와 제조사는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을 온전히 사고당사자에게 전가하는 등 원인 규명과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강릉시의회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차량의 결함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 [단독]소송으로 본 ‘MZ판 사랑과 전쟁’…“사귈 때 쓴 돈 돌려줘” 연인 간 대여금반환청구 10년새 90배 폭증

    [단독]소송으로 본 ‘MZ판 사랑과 전쟁’…“사귈 때 쓴 돈 돌려줘” 연인 간 대여금반환청구 10년새 90배 폭증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제2별관 203호 법정. 30대 성재(가명)씨는 몇 달간 연애했던 미영(가명)씨에게 돈을 돌려받기 위해 나왔다. 소개팅으로 두 살 연하인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성재씨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1년여 전 400만원을 빌려줬다. 달마다 20만~30만원씩 갚던 미영씨는 지난해 여름 연락 두절이 됐다. 결국 성재씨는 지난해 11월 미영씨를 상대로 남은 대여금 27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직인 성재씨에게 큰돈은 아니었다. 재판 탓에 일주일가량 회사도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랑을 했어도 돈은 돈이죠.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되찾으려 한 겁니다.” 연인과 헤어진 뒤 상대에게 빌려주거나 쓴 돈을 돌려받겠다고 소송을 제기해 판결까지 받은 사례가 최근 10년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 권리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의뢰인들이 이별 뒤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체 건수를 끌어올렸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울신문이 20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안성열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보이사 변호사와 함께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연인 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새 관련 사건 판결이 90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건이었던 선고 건수는 2014년 29건에서 2020년 180건, 2021년 210건, 2022년 175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18일까지 총 38건이 선고됐다.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은 채무자가 약속한 날짜에 빌려 간 돈을 반환하지 않을 때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연인 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은 헤어진 연인들이 과거 데이트 비용, 선물비, 대여금 등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민사 소송들이다. 법조계에선 이 통계가 최소치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등재조차 되지 않는 소액 사건 결과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소송 과정에서 서로가 진짜 연인이었는지 여부조차 말이 다를 때는 아예 판결문에 관련 표현이 들어가지 않는다. 승 연구위원은 “과거 연인에게 쓴 돈과 데이트 비용 등을 선물로 여겼다면, 최근엔 과도한 선물이나 지출, 대여금에 대해 뚜렷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소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내 집 마련과 막연한 노후 등 팍팍한 경제생활과 뚜렷한 경제관념을 가진 MZ세대의 사고가 맞물린 최근 법조계의 신풍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도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올해 선고된 판결 38건 중 21건(55%)은 원고 기각 또는 원고 기각 취지의 일부 인용으로 결론 났다. 원고가 돌려달라는 돈은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2017년 4월부터 연인 관계였던 A와 B씨가 벌인 2억 3600만원 규모 소송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2021년 5월에 헤어졌다. 그들은 이별 두 달 전 한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의 공동대표가 됐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A씨는 “B씨가 사무실과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개인사업체 운영 자금 등을 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의 개인 통장과 B씨가 운영하던 다른 사업체 계좌 등에 30차례에 걸쳐 돈을 보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 명의 계좌로 입금하면서 ‘대여금’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 ‘물건값’, ‘택배비’ 등으로 사용처를 명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하는 회사 관련 송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여 금액이 많고 대여 기간이 짧지 않음에도 두 사람이 차용증 등을 쓰지 않은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로 들었다. 단순히 빌려준 돈이 아니라 자신이 연애 기간에 사준 선물만큼의 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C씨는 2018년 연인이 되는 조건으로 시가 3400만원의 명품 ‘오데마 피게’ 브랜드 시계를 ‘썸’을 타고 있던 D씨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C씨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C씨는 “D씨가 시계를 받은 뒤 여러 핑계를 대며 만남을 거부했고, 시계를 받을 목적으로 마치 자기와 사귈 것처럼 행세해 나를 기망했다”고 주장하며 시계의 중고가에 해당하는 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D씨가 C씨를 기망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D씨의 반환 책임이 없다고 봤다. 조민수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쓰거나 빌려줄 때 차용증이나 공증처럼 ‘대여’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카톡에조차 돈을 빌려줬다는 기록이 없는 경우 대다수 판결에서 ‘증여’로 본다”면서 “다만 통상 연인끼리 주고받는 금액을 넘어서면 대여로 보기도 하는데 판단 액수는 원고와 피고 재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결별 뒤 금품 소송…계좌 거래 내역·차용증 증빙 땐 이길 가능성 높아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320500154) -커피값·주유비 소송 불사…“금전 손해보다 권리침해 못 참아”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320500155)
  • 검찰·금융당국 수사에도 상승 마감한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검찰·금융당국 수사에도 상승 마감한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올해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다 상승세가 주춤해진 에코프로 그룹주들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 소식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지만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거센 개인의 매수세에 장중 낙폭을 모두 만회하면서 상승 마감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3500원(0.88%) 오른 40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4000원(2.00%) 오른 20만 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이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코프로 그룹주들은 이날 모두 하락한 채 거래를 시작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장중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3%, 9%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개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결국 상승 마감했다. 이날 개인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각각 937억원, 670억원 순매수했다. 총 1670억원 규모인데, 기관과 외국인이 이 두 종목에 대해 각각 258억원, 1389억원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다른 그룹주인 에코프로에이치엔만 전 거래일 대비 4.29% 하락한 6만 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급등하며 코스닥 대장주로 떠올랐다. 지난 1월 2일 11만원이던 에코프로는 지난 15일 44만 8000원(307%)까지 3배 이상 올랐고,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9만 3400원에서 지난 6일 21만 7000원까지 132% 뛰었다. 에코프로에이치엔 또한 4만 5000원에서 지난 8일 7만 8200원으로 73%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시가총에 19조 9515억원 규모로 현재 코스닥 1위에 올라섰고, 에코프로는 10조 3966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그룹주의 시총 총합은 두 달 반만에 20조 가까이 증가해 31조 상당인데 이는 코스피 시장의 카카오, 포스코홀딩스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에코프로 그룹은 공인회계사 출신 이동채 전 회장이 설립한 2차전지 회사로 양극재 제조 부문을 물적분할한 에코프로비엠, 환경 사업을 인적분할한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자회사를 갖고 있다. 에코프로에 대한 불공정거래 의혹 수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지난해 5월 이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으로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자 에코프로 대표에서 사퇴했고, 에코프로비엠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경영진을 교체했다. 그러나 사퇴 후에도 그룹 지분 19.32%를 지닌 대주주로서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은 견고하다는 평이다.
  • ‘급발진 의심 사고’ 손자 잃은 할머니, 경찰 출석…子 “끔찍 기억 불러내야”

    ‘급발진 의심 사고’ 손자 잃은 할머니, 경찰 출석…子 “끔찍 기억 불러내야”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에 출석했다. 할머니 A(68)씨와 그의 아들, A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릉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하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는 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리게 되면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하 변호사는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500까지 올랐으나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되는 점을 들어 급발진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정상적인 급가속과 급발진의 엔진 소리가 다르다는 자동차 학계의 논문, 미국에서 실시한 인체 공학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사례는 7000여 회 중에 단 2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특이점으로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으며 이를 검사하지 않은 국과수의 검사 결과를 부정했다. 숨진 아이 父 “모친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 제출 예정” A씨의 아들이자 숨진 아동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의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서 관련법이 꼭 개정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운전한 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탑승한 12살 손자가 숨졌다. 이 사고로 크게 다진 A씨가 형사 입건된 사실과 함께 차량 급발진이 의심되는 블랙박스 영상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A씨 가족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5만 명이 동의했다.강릉시의회, ‘자동차 급발진 사고 제도개선 건의안’ 발의 이에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나서는 등 A씨 가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열린 강릉시의회 임시회에서 신보금 시의원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제도개선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의원은 “해마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나 현행법상 차량 결함의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고, 이에 제조사는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사고당사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릉시의회는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제조사에 입증책임을 묻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히 건의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전기연구원·금오공대, 고체전해질용 황화실리콘 저가 기술 개발

    한국전기연구원·금오공대, 고체전해질용 황화실리콘 저가 기술 개발

    한국전기연구원(KERI)과 금오공대 연구팀이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고체전해질용(아지로다이트 계열) 황화실리콘((SiS2)을 저가에 제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과 금오공대 신소재공학부 박철민 교수팀은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에 적용할 수 있는 황화실리콘을 저가에 제조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제조공정 및 양산화에 어려움이 있고 단가도 높아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에 황화실리콘을 첨가하면 이온 전도도와 수분 안정성(moisture stability)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공정 난이도가 걸림돌로 꼽혔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수분에 노출되면 황화수소(H2S) 가스를 발생시키지만 황화실리콘을 첨가하면 발생되는 황화수소 가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황과 실리콘 합성 과정에는 높은 반응온도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황의 증기압이 너무 커지는 문제가 생기는 등 황화실리콘 제조 공정 난이도가 매우 높아 황화실리콘은 가격이 20g당 17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이에 하윤철 박사팀은 고체전해질용 황화실리콘 제조공정 기술개발에 집중한 끝에 최적의 공정 기술을 개발해 이를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금오공대 연구팀은 황과 실리콘의 배치를 최적화해 합성 조건을 확립하고, 섭씨 800도의 높은 반응온도에서도 황의 기화에 따른 증기압을 버틸 수 있는 완벽한 밀폐 환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최적화 환경에서 제조한 황화실리콘을 고체전해질 제조에 활용한 결과 2배 이상 높은 이온 전도도와 수분 안정성을 확인해 공정 최적화로 제조과정을 단순화하면서 제조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결과물도 상용 제품 품질과 대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윤철 박사는 “그동안 황의 증기압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연구진이 고가의 원료를 사용하거나, 특수 공정을 도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는데, 전기연구원과 금오공대 연구팀의 기술개발 성과로 고체전해질용 황화실리콘을 저렴하고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황화실리콘을 고체전해질뿐만 아니라 액체전해질 기반의 리튬이온전지 음극 활물질 분야에도 적용한 결과 충·방전 과정에서 층상구조 소멸과 회복 현상을 세계최초로 규명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전기연구원과 금오공대 연구팀의 이번 황화실리콘 관련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너지·연료 분야 세계적 논문인 ‘저널 오브 머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표지논문으로 최근 선정됐다. 한국전기연구원은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과 황화실리콘 제조 공정의 규모확대(Scale-up) 및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안전에 대한 투자는 상수… 처벌보다 예방 방점” 산재 제로 최일선[공기업 다시 뛴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상수… 처벌보다 예방 방점” 산재 제로 최일선[공기업 다시 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자 1987년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전문 공공기관이다. 안전보건공단의 중요성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도입 이후 더 커지고 있다.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중구의 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안종주(66) 이사장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라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면서 “산재를 줄여 한 명의 근로자라도 더 구하는 것이 우리 공단의 소임”이라고 밝혔다.●중대재해법 시행 작년 사망자 더 늘어 안 이사장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난해 1월 10일 안전보건공단 15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튿날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이 무너져 건설 노동자 6명이 숨졌다. 그는 “다음날 바로 현장에 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스러져 갔다.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1월 29일 경기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2월 경남 창원 두성산업에서는 직원 16명이 공업용 세척제로 쓰인 트리클로로메탄 급성 중독을 일으켰다. 9월에는 대전 현대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0월엔 SPC그룹 계열의 SPC 평택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빵 제조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 이사장은 두성산업 사건을 떠올리며 “원진 레이온 사건이 발생한 지 35년이 지났는데 유사한 사건이 아직도 발생한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성산업 사건의 경우 국소배기장치만 설치했어도, 작동이 잘되도록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그런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사망자는 874명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인 전년도보다 46명이 더 숨졌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성산업을 포함해 지난해 말까지 해당 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은 229건이다. 중대재해법이 도입됐음에도 이처럼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자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져 가고 있다. 안 이사장은 이에 대해 “(법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일터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기업이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기업 안전보건담당부서 설치 75.5%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에 5인 이상 29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안전보건담당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45.2%에서 75.5%로 30.3% 포인트 늘었고, 안전전담인력을 설치한 기업은 31.6%에서 66.9%로 배로 늘었다. 기업은 이러한 통계 등을 근거로 중대재해법의 처벌이 과도하다며 개정을 요구하면서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 두성산업은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대표이사가 부담하는 형사 책임이 커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안 이사장은 법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공단이 법 개정을 하거나 중대재해 처벌 대상자들을 수사·기소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답변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둔 몇몇 기업에서는 처벌 회피를 위해 대형 로펌 자문 등 보여주기식 서류 작성을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선진국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규제와 처벌 방식에 대한 노사 간의 의견 차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 실제 감축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 개정에 대해서는 “법을 시행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상황이다.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게 아니라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 시행에도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자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규제와 처벌 중심의 산재 예방 전략이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드맵의 후속 대책으로 2025년까지 전 사업장에 ‘위험성평가’ 제도를 의무화하기로 했는데,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13년부터 위험성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책임 완화나 방임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사업장의 위험을 찾아내 실질적인 산재 감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공단, 조직 개편… 무료 컨설팅 지원 공단은 위험성평가의 현장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공단 본부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전국 일선 기관의 전 부서가 현장의 위험성평가를 지원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위험성평가를 할 여력이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엔 무료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평가 결과에 따라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효과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과 절차의 간소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안 이사장은 “안전에 대한 투자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면서 “투자 규모는 사업장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단은 또 직업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 7개 도시 공단의 일선 기관에 ‘산업보건센터’ 조직을 신설했으며 노사 및 학계로 구성된 ‘직업성 질환 예방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마련된 혁신 전략을 기반으로 올해 작업 환경 측정, 검진 결과 등 산업보건 기초 정보를 통합한 빅데이터 기반의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장 질병 감시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 산재예방 업무협약도 한편 저출산 고착화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의 역할 또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미등록 포함)는 80만명 정도(2021년 기준)로 이미 조선업 등에선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러나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미숙련된 상태에서 제조업, 건설업 등 고위험 업종에 근무하다 보니 산재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단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8월 산업인력공단, 외국인력 송출국(16개국) 대사와 외국인 노동자 산재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정부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까지 도입할 계획인데, 업무협약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전부터 취업 때까지 체계적인 안전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산재 예방은 노사와 정부,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사업주는 안전이 곧 기업의 이익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일터에는 단 한 명의 근로자도 일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근로자 또한 일터에서의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며,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올해 1월 22일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만났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와 협력 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나치의 침공으로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과 인명 피해로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샤를 드골은 1963년 1월 22일에 서독과 양국 관계에서 신기원을 확립한 조약을 체결했다. 민족주의자 드골은 그 직전까지도 독일이 지난 145년 동안 프랑스를 일곱 번 침략하고 파리를 네 번 점령했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 같은 어려운 국제 여건 속에서 ‘위대한 프랑스’의 재건이라는 국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마지막 수업’과 아르테(ARTE)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는가? 이 단편소설은 아멜 선생님이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내일부터는 독일어를 공부하게 됩니다’라고 말한 후 교실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고 적으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의 배경은 1870년에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의 승리로 독일이 프랑스로부터 빼앗은 알자스로렌 지방이다. 두 나라 접경지에 있는 이곳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이곳을 프랑스에 반환했다가 1940년에 무력으로 다시 합병했다. 여기서 태어난 청년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으로 소집 명령을 받았고, 1940년에는 프랑스 군복을 입고 나치 군대에 대항해야 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적을 여러 번 바꿔야 했던 웃지 못할 희비극이 연출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했던 알자스로렌 지역의 중심 도시는 스트라스부르로, 지금은 여기서 독일과 프랑스 합작 공영방송 아르테(ARTE)가 운영되고 있다. 1992년부터 주로 예술·영화·역사·시사 등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동일한 프로그램을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동시에 송출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서로 원수처럼 여겼던 두 국가가 협력해 공영방송 설립이라는 유례없는 시도를 할 정도로 신뢰하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양국은 줄곧 서로에게 최대 교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미래 세대로 이어진 엘리제조약 효과 엘리제조약 이후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1970년대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헬무트 슈미트,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헬무트 콜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 못지않게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우파와 좌파의 정권 교체라는 국내 정치에 따라 양국의 대외 관계가 변하지 않고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음을 말한다. 회복된 쌍방의 상호 신뢰는 통일독일의 핵무장을 우려했던 프랑스가 1990년 독일 통일에 동의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오랜 노력은 미래를 책임질 청년세대로 이어졌다.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은 2003년에 양국 청소년들은 ‘무지에 따른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 교과서 도입’을 제안했고, 이 요청을 두 나라 정상이 받아들이면서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가 2006년에 출간됐다. 이는 사상 초유의 국가 간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독일·프랑스 교과서 협력을 위해 독일 측에서는 게오르그 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GEI)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 교과서 개선 활동 실무도 맡고 있었다.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폴란드계 유대인 200만명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5분의1인 600만명이 살해당했다. 더욱이 역사 대화가 시작될 무렵 폴란드는 공산 정권의 서슬이 시퍼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도 양국 학자들은 상호 신뢰 아래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며 역사 대화를 지속해 나갔다. 그 결과 같은 내용을 각각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기술한 총 네 권으로 된 공동 역사 교과서가 편찬됐다 공동 교과서가 만들어지려면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화해와 상호 이해가 전제돼야 했다. 엘리제조약은 물론 1970년 서독과 폴란드가 맺은 바르샤바조약이 국가 간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종교계·학계·문화계도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화해 분위기가 다양한 형태로 조성됐다. 엘리제조약 이후 독일과 프랑스 청소년 900만명 이상이 교류 사업으로 상대방 국가를 방문했고, 2000개 이상의 도시가 자매결연을 했다. 한때 원수지간이었던 프랑스·독일·폴란드는 이제 유럽이라는 같은 배에 몸을 싣고서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가라앉히고 서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공동 역사 교과서는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과 번영의 항로 표지 구실을 한다.이를 위해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공동 역사 교과서는 ‘자국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다자적 관점과 교차적 접근을 통한 역사서술’을 시도했다. 학습자에게 상대방 관점에서 역사를 읽는 역지사지의 방법론이 이 교과서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흑백논리가 아닌 ‘두 가지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건을 서술할 때 상대 국가의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나라 학생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학습자가 편협한 민족주의적 관점이나 불관용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흑백논리는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역사 해석의 양자택일적 논리를 지양하고자 했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을 드러내면서 상대편을 모든 고통의 근원이자 악마적 존재로 묘사했다. 이웃 나라 역사의 부정적 측면만 따진다면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역사 교육의 중요한 임무이다. 처음부터 이웃을 적으로 규정하면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려는 역사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쌍방향적 기억의 복원은 국가적 자부심만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폭력적 역사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계기를 만든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교과서 협의는 합의가 어려운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을 병렬적으로 서술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두 가지 다른 시선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역시 지속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한 쌍무적 교과서 협력의 결과였다. 동일한 대상도 관찰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하나의 사건도 서로 다르게 해석됨을 인정한 것이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대화는 현재의 관심이나 관점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재단하려는 현재주의적 태도를 지양했다. 현재의 렌즈로 과거를 보면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법률로 소급 적용해서 과거를 단죄하는 ‘소급 적용의 오류’는 역사 전쟁의 종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적에게 늘 화해의 문 열어 놓아라” 역사 교육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을 길러 주는 수단이 아니라 자성적 관점을 길러 준다. 그러려면 역사 교육은 일국사(一國史)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니다. 국경을 초월한 상호 교섭에 주목해 국가 간의 정치·경제·사상·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상호 관계사와 교섭사를 가르쳐야 한다. 국가 간의 역사가 만나고 충돌하며 공생하는, 즉 서로 얽혀 있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양국 간 또는 삼국 간 역사 대화는 자국의 어두운 과거를 인정하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유럽의 교과서 협력이 주목을 많이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관점을 빌려 자국 역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역사 대화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화해의 문이자 동시에 고난의 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의 적에게 늘 화해의 문을 열어 놓아라”라는 명언처럼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촉진하려면 적의를 품고 지금껏 한배에 올라탄 적이 없는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오월동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아무리 원수 사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서로 단결하게 된다는 오월동주가 적을 옆에 두고 잠들었다가 언제 상대한테 기습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적과의 동침’보다는 낫지 않을까? ‘Contraria sunt complementa’(대립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이다)라는 라틴어 문구에 더욱 공감이 가는 3월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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