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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00년 전 돌, 가장 오래된 제빵기구가 아닌 다른 용도 [핵잼 사이언스]

    5500년 전 돌, 가장 오래된 제빵기구가 아닌 다른 용도 [핵잼 사이언스]

    빵의 역사는 농경이 처음 시작된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를 들어 기원전 6600년경 튀르키예 차탈회위크 유적에서는 굽기 전 상태인 발효 밀반죽이 화덕 옆에서 발견됐다. 이렇게 제빵의 흔적은 세계 각지의 신석기 농경 유적지에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춥고 척박한 지역으로 농경이 뒤늦게 시작된 북유럽에서도 5500년 전의 제빵 도구가 발굴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퓐(Funen) 섬에서 고고학자들은 곡물 가는 돌을 찾았는데, 이 유적에서는 밀과 보리의 흔적도 함께 나왔던 터라 자연스럽게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빵의 흔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덴마크 모에스고르 박물관의 벨모에드 아웃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돌의 용도가 밀가루 제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표면에 있는 식물의 흔적을 관찰하고 마모된 돌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이 돌은 곡물을 가는 데 쓰인 게 아니라 단단한 열매나 식물을 갈아서 먹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렵 채집과 농경을 병행했던 신석기 초기 농부가 채집한 식재료를 이 돌로 잘게 다지고 간 후 밀이나 보리와 함께 그릇에 넣고 죽을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이 돌은 덴마크 혹은 북유럽 최초의 제빵 기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유물이 별것 아니라고 깎아내릴 순 없다. 오히려 빵 만들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중간 단계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빵은 밀을 갈아서 밀가루를 만든 후 반죽하고 발효 과정까지 거쳐 구워내는 복잡한 음식이다. 그런 만큼 농사를 시작했다고 해서 한 번에 빵이 갑자기 나타날 순 없고 여러 단계의 중간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재배하거나 채집한 밀을 불에 구워 먹거나 그냥 먹는 것인데 당연히 먹기 불편하거나 태울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단계는 토기를 개발한 후 여기에 물과 함께 넣고 끓여 죽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쌀 역시 비슷한 단계를 거쳐 밥 짓기가 일반화됐을 것이다. 쌀은 굳이 가루를 내 반죽을 만들어 굽지 않고 밥으로 먹어도 충분하지만, 밀은 이미 신석기 시대에 가루로 만든 후 물이나 우유를 섞어 반죽을 만드는 식으로 조리법이 발달했다. 덴마크 인근 북유럽에서는 5000년 전 밀가루 반죽의 흔적도 발굴되는데, 적어도 이 시기부터 가장 간단한 형태의 빵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랜 세월 꾸준히 여러 가지 조리법과 비법이 가미돼 오늘날의 빵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맛있는 빵을 먹게 된 건 선사시대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력한 조상들 덕분이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빵이라도 가끔씩 이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 “기내서 연기 뿜어져나와”…스위스 여객기 비상착륙, 승무원 1명 사망

    “기내서 연기 뿜어져나와”…스위스 여객기 비상착륙, 승무원 1명 사망

    스위스항공 여객기에서 운항 중 연기가 발생해 비상 착륙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승무원 1명이 사망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주 검찰청은 31일(현지시각) 승무원 1명이 사망한 스위스국제항공(SWISS) LX1885 비상착륙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비행기는 승객 74명을 태우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던 지난 23일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비행기는 운항 중 갑자기 많은 연기를 뿜어져 나오고 조종실과 객실 내부로 연기가 유입하자 그라츠 공항에 긴급히 내렸다. 승객들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행기에서 탈출했고, 연기를 마신 승무원과 승객 1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남성 승무원 1명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전날 끝내 사망했다. 이 비행기는 에어버스 A220 기종으로, 엔진 결함 사례가 종종 발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버 부호퍼 스위스항공 최고경영자(COO)는 “스위스항공의 동료를 잃어 혼란스럽고 절망스럽다”면서 “관계 당국과 협력해 사고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엔진 문제 등 사건의 원인이 될 만한 사항들을 우선 확인하고 항공사·비행기 제조사 측의 과실이나 관리의무 위반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 디스토피아/백아온[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시]

    디스토피아/백아온[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시]

    플라스틱 인간을 사랑했다. 손등을 두드리면 가벼운 소리가 나는.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말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자기가 피우는 카멜 담배의 낙타가 원래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거나 레몬청을 시지 않게 만드는 법 같은 것들을 말해줬다. 나는 그의 말들을 호리병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그것들로 유리 공예를 하고 싶었다. 매일매일 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항상 쇼윈도 불이 꺼지고, 조명 상가들도 문을 닫았다. 집에 돌아가면 투명한 호리병을 한참 바라보다 잠이 들곤 했다. 그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둔 호리병을. 그와 있다 보면, 아주 잠깐이지만, 세상이 진짜라고 믿어졌다. 그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망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 의해 회복되는 우울한 로맨스 영화처럼.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다면요, 내가 엄마를 찾아볼게요. 어느 날은 그늘에 있기엔 너무 추웠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찼다. 당신도 춥지 않아요? 물어보려던 것을 꾹 삼키고 말았다. 나는 그 공원에서 덜덜 떨며 그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오랜만에 행운목에 물을 주고 왔어요. 행운목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살지요. 나는 가만 듣다가 당신은 왜 이렇게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나라고 아무런 사연도 없는 줄 알아요?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그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사연이 알고 싶었고, 그 역시 나의 사연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길 바랐다. 그늘에서 바깥으로 걸어 나갔고 그는 벤치에 그대로 앉아서 텅 빈 손을 흔들었다. 그를 정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플라스틱 피부에 덧칠된 이목구비와 단 하나의 표정을 보았다. 가까운 미래에 사랑이 있을 거라고 줄곧 생각해 왔는데. 지금껏 그와 나 둘 중 누구도, 서로에게 안기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제조 일자가 쓰인 전구처럼 동시에 빛나고 동시에 꺼지길 바랐다. 저수지에 가서 호리병을 거꾸로 들고 바닥을 두드렸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깨뜨려보려고 주먹을 쥐었을 때, 어디선가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호리병을 그대로 버려둔 채 바깥으로 달려갔다. 도망친 곳에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가 폐기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었다. 내가 가짜였더라도 당신은 적당히 건강하게 지내요. 이따금 사람들과 핑퐁을 치기도 하고. 오래된 불안과 결핍은 나를 더 아쉽게 할 테니까요. 당신의 이마는 부드러웠어요. 나는 그가 닫아준 몇 줄의 감상과 조용한 꿈들을 기억하려고 했다.
  •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결합된 제품이었다. 이름은 비디오 비전. 검고 매끈한 TV 수상기 밑에 VHS 투입구가 달린 모델이었다. VHS 투입구에 손을 넣었다 빼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관문처럼 마구 펄럭였다. 나는 그게 마치 누구의 손짓 같아서 그 문이 금세 닫힐 것 같은 조바심에 손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편지 한 통 없는 우편함처럼 미지의 그곳은 텅 빈 공백으로 열렸다 닫힐 뿐이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밀어 넣으면 어딘가 멋진 곳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집에는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는커녕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량·불법 비디오테이프 하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끈질기게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날은 평소에 뽑혀 있던 케이블이 비디오 비전의 본체와 콘센트 사이에 연결돼 있었다. 미지의 세계 관람권인 비디오테이프는 없었지만, 입장권을 들고서 문 앞에서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TV 전원을 켰다. 리모컨을 든 나는 놀이공원 앞에 서 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환해진 직사각 화면에는 기대와 다르게 회색의 담벼락이 펼쳐졌다. 황량한 공장의 경계를 드러내는 콘크리트 담. 공장 담벼락 같아서였을까. 소음이 들렸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11번으로 9번으로 7번으로 채널을 바꿔도 소용없었다.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낮 시간대였다. 실망을 금치 못한 나는 리모컨 버튼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도 전원 버튼 근처는 누르지 않았다. 은밀한 일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색 소음이 진동하였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들어 버렸다. 회색 소음과는 다른 소음을. 삐-------이. 삐—————————익. 회색 소음보다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귀에 거슬려 TV를 끄려다 소음의 정체에 의문이 생겼다. 회색 소음은 회색 화면에 어울리는, 공중에 스크래치가 그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높고 날카로운 소음은 회색 스크래치와 이질적이었다. 저 소음을 방송국에서 보낸 것일까. TV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TV 스피커에서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기가 귓가를 스치는 정도로 시작되는 데시벨은 금세 한여름 매미 떼의 데시벨로 거세지고는 했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와 누나도 소음에 시달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TV를 볼 때 별다른 말이나 반응이 없었다. 소음을 듣지 못하는 건 수리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귀를 스피커에 갖다 댄 수리기사는 고개를 몇 번 갸웃했다. 수리기사의 고갯짓에 아버지는 그것 보라는 눈빛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초조해져서 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매미 떼가 맹렬히 힘줄을 튕길 때 지금이라고 외쳤다. 수리기사는 평범한 귀를 다시 스피커에 밀착했고 아버지도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소음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예민한 아이로 치부하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수리기사는 공구함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출장비를 사양했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미의 합주를 들었다. 이렇듯 분명히 울리는 소리를 나만 듣는다는 게 답답하거나 억울하기보다는 어쩐지 서글펐다. 그때였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백히 혼자라고 느꼈다.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하면 고민 없이 부풀어 오른 질문들이 날아든다. 음악하세요, 아니 디자이너니까 미술 쪽인가. 사운드를 디자인화하나요, 디자인을 사운드화하나요.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공감각의 예술인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고요한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잠자리를 몰래 잡아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획의 목적은 잠자리가 아니다. 잠자리의 소리다. 그물망에 든 잠자리를 조심히 빼서 사각의 채집통에 넣어 두고 귀를 연다. 잠자리의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타닥타닥 소리. 그 소리는 점점 허물을 벗어 잠자리에서 탈피한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잠자리의 소리를 다른 무언가의 소리와 연결하는 사람이다. 대개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사실 뭘 어떻게 인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사물에 있는 것을 튀어나오도록 하면 된다. 숨어 있는 물성이 드러나도록 상황을 마련하는 게 나의 일이다. 적막한 설산을 걸을 때는 굵은 소금이 뿌려진 바닥을 밟으며 밀가루 포대를 손으로 주무른다. 수풀이 바람에 휘날릴 때는 릴테이프 더미를 양손 사이에 놓고 비빈다. 중세 시대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릴 때는 콘크리트 벽돌들을 포개어 놓고 두 벽돌을 맷돌 돌리듯이 간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있는 것을 끄집어내면 된다. 채집하고 발견하는 셈이다. 순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채집하려면 발견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채집이 먼저이다. 채집한 후에야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극에 매달려 있던 때였다. 그 작업은 현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소리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적을 물리치겠다는 일념하에서 적장을 향해 팽팽해진 활시위의 탄력과 긴장을 어떻게 해야 소리로 튀어나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활시위와 연결할 수 있는 사물이 떠오르지 않아 활 자체로 가능할지 시도해 봤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밟는 것보다 소금을 밟는 소리가 사람들 머릿속의 눈 발자국 소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수풀보다 릴테이프가 더 실감 나는 것이다. 활을 아무리 팽팽히 당겨도 소용없었다. 내가 당긴 활시위에서는 음률이 없는, 맥 빠진 거문고 줄 소리가 났다. 가죽가방과 고무장갑 따위를 비틀고 늘려도 소득은 없었다. 뭘, 그렇게 발길질당한 강아지마냥 낑낑대요? 고무장갑의 탄성 한계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는 두 팔을 채아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맡고 있는 채아는 내 입에서 난다는 소리를 자주 타박했다. 힘을 쓸 때나 뭔가에 몰두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개 같다고 했다. 선배에게 개 같다니 참 맹랑한 말이지만, 나는 내가 소리를 낸다는 게 더 신경 쓰였다. 남의 소리는 그렇게 잘 들으면서 어떻게 자기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어요. 무슨 소리를 내냐고 반문했을 때, 채아는 내 직업적 소양이 의심된다며 따졌다. 가벼운 발길질이 아냐. 늘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아. 무심결에 또 어떤 소리를 냈을까. 궁금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숨 꼴딱거릴 것처럼 혀 내밀고 있지 말고 수분 보충 좀 해요. 선배를 계속 개 취급하는 못된 버르장머리에 대해 한마디 하려다가 채아가 건네는 맥주캔을 넙죽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맥주캔의 표면이 얼음장처럼 시원했다. 나는 모래가 쌓여 있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게, 이럴 때는 백사장 같네. 나는 손으로 모래를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래 옆에는 나무 옆에는 대리석 옆에는 소금 바닥이 있었다. 왜요? 휴가 못 가는 삶이 처량해요? 채아가 자신의 맥주를 들고 옆에 앉았다. 채아는 엉뚱하게 넘겨짚는 구석이 있었지만, 캐묻지 않고 넘겨짚는 포즈를 취한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파트너였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맥주를 마셨다. 알코올의 독성이 빈속을 찔렀다. 불법을 저지른 듯한 짜릿함. 백사장이 아닌 모랫바닥에서라도 잠시 쉬고 싶었다. 나는 금세 침묵에 이르렀고 내 마음을 넘겨짚었는지 채아도 보조를 맞췄다. 창고라고 불리는 작업실에는 철가방, 문손잡이, 깡통, 톱, 바이올린 활, 구두, 로프, 용수철, 자동차 문짝이 나름의 질서 속에 존재했다. 스스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물성을 깨우는 힘에 연주하는 악기들. 악기들은 지휘자가 없다는 듯 고요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에게 고요는 휴식 또는 죽음과 같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러나 곧 수면의 문턱을 넘다 정강이가 쾅, 부딪혔다. 뭐야. 미안해요. 블루투스가 꺼진 줄 모르고 볼륨을 키웠네. 끌게요. 아니야, 끄지 마. 본능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가가자 채아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채아가 무안할 만큼 거친 손길로 스마트폰을 뺏어 들었다. 화면 속 영상에서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맛있게 뜯고 있었다. 선배도 얘 알아요? 선배가 알 정도면 푸바오가 인기긴 인긴가 보네. 나는 스마트폰을 던지듯이 채아에게 떠넘기고 진열장을 뒤적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아 꺼낼 때는 낮게 탄성이 배어 나왔다. 갑자기 죽도는 왜 꺼낸 거예요? 나는 채아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샷건마이크 앞에 섰다. 대나무로는 텅텅, 비어 있는 소리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다의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은 예상치 못한 대나무의 물성을 깨우고 있었다. 판다가 씹는 게 죽순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단단한 뼛조각처럼 느껴졌다. 죽도를 두어 번 바닥에 내려쳤다. 탁탁. 대나무를 다른 사물에 부딪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죽도를 감싸고 있는 줄을 칼로 끊어 버리고 붙어 있는 네 쪽의 대나무에 칼집을 내어 서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떨어진 대나무들을 한 손에 감싸고 가볍게 비볐다. 부드득. 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죽도를 샷건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고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대나무들을 비볐다. 부드드드드드드득. 대나무에서 소리가 튀어 올랐고, 활시위를 당기는 팽팽한 팔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물의 성질은 마찰에 의해 드러난다. 우리가 외부와 마찰을 빚을 때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소리를 발견한 쾌감에 대나무를 비비는 나의 팔뚝은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사극 작업이 끝나고 몇 개월 뒤에 스튜디오를 그만두었다. 사극은 흥행에 성공했고 입소문이 났는지 작업 물량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어졌다. 줄지어 운반되는 의뢰를 수하물로 적재하고 물품을 의뢰서에 맞게 포장한 후에 다시 컨베이어벨트로 출하하는 기계적인 시간이 계속됐다. 과로나 질식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소리를 단순 제조하는 업자가 되리라는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녹음해 둔 파일들을 대강 믹싱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나는 발자국 소리에도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을 만나러 달리는 그리움이 실감되도록 수십 번을 달리고 또 달리고, 도회적인 세련 아찔한 피로 흔들리는 일상이 전해지도록 하이힐을 신고 균형을 잡던 시간이 떠올랐다. 당분간 멈춰야 했다. 휴가를 가랬더니 휴식에 들어가네. 채아는 내가 내민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물끄러미 보았다. 채아의 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머뭇거림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를 넘겨짚었는지 다가와서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나는 계획하지 않고 쉬는 계획을 세웠다. 눈이 감길 때 자고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때가 이르거나 늦게 식사하고 술을 가볍게 또는 취하도록 마시고 느릿느릿 산책하고 레고 블록으로 별이 빛나는 밤을 조립했다. 집 근처를 돌거나 여행을 떠나서 풀벌레, 지하 터널, 경운기, 야적장, 항만, 오일장, 밤바다에 붐마이크를 갖다 댔다. 녹음 파일들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시간은 왜곡 없이 흘렀고 나는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었다. 일상에 파동이 없었다. 파동이 없으므로 외부에 닿는 주파수도 없을 터였다. 송신하지 않고 수신하지 않는 생활. 나는 자유로이 고립되었다고 느꼈다. 누나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돌아가셨다. 누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돌았다. 누나와는 일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사이였으므로 액정 화면에 뜬 두 글자에 나는 이미 예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한 말은 고작 알겠다, 였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조촐했다. 친척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어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아버지가 은퇴한 지 십여 년쯤 지나서 대표이사가 보내는 화환조차 없었다. 나는 주로 국화가 장식된 제단 옆에 앉아 있었고, 한 번쯤 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맞절했다. 둘째 날 오후, 누나가 식탁으로 나를 불렀다. 주변 식장은 조문객들로 붐볐지만 장례 도우미를 제외하고는 누나와 나만 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는 대뜸 앉으라고 말했다. 누나는 군말하는 법 없이 할 말만 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군말 없이 누나와 마주 앉았다. 일 미터쯤의 간격조차 어색한 사이였지만 누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억 속 어느 날에는 없었을 주름과 기미가 보여 열 살의 터울이 새삼스러웠다. 미처 상의하지 못한 장례 절차에 대해 말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내게 누나는 구겨진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반으로 접힌 편지 봉투는 살짝 불룩했다. 너한테 필요할 거다. 누나의 단정에 나는 편지 봉투에 든 것을 꺼냈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카세트테이프였다. 겉면 라벨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손때와 볼펜 얼룩이 낀 낡은 상태였다. 카세트테이프를 보자마자 나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누나의 말처럼 내게 필요하리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일산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지 않은 땅에 창고가 딸린 농가주택이 비어 있었다. 창고를 작업실로 쓰면 되겠다는 심산에 덜컥 결정을 내렸다. 파동 없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벗어나려고 했다기보다는 벗어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빚은 진동이 나를 다시 작업실로 이끌었다. 나는 일산의 공사장, 분리수거장,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물건들은 모두 채집하였다. 농기구와 농약, 비료 포대 등이 있었을 창고는 각목, 글러브, 밥솥, 스케이트보드, LP, 유리컵, 프라이팬, 사기그릇, 고무 팩 등이 있는 작업실로 탈바꿈되었다. 작업실의 윤곽이 자리잡힌 날, 양쪽에 테이프 플레이어가 장착된 더블 데크 카세트 플레이어를 진열장에서 꺼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발견한 괜찮은 매물이었다. 예상외로 쓸 일이 없다가 이사 오기 전에 쓰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편지 봉투에 담긴 테이프가 자리를 바꿔 플레이어에 담겼다. 달칵, 버튼이 눌리면서 테이프는 돌아가고 슥삭슥삭, 과도에 사과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큼큼. 부스럭 부스럭. 이게 맞나. 탕. 텅. 아, 아. 아버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기타를 쳤다. 장롱 위에 뿌연 먼지를 덮어쓴 커버에 담겨 있던 통기타이리라. 나는 아버지가 통기타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린 나는 연주되지 않고 진열되지 않은 채 장롱 위에 방치된 통기타의 존재성이 의아했다. 통기타의 쓸모를 알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연주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면서 나는 통기타는 방치되었던 것이 아니라 안치되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였다. 가슴에 묻어 둔 열망이 장롱 위에 놓이는 방식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눈에 보이면 마음이 근질거리고 눈에 안 보이면 마음이 서걱여서 대강의 형태로 보이게 놓아둔 것은 아닌지. 동그란 스피커에서 가리워진 길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의 노래는 후렴에 이르러 그대를 애타게 불렀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길을 터 줄 그대를 더 호출하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기까지 들었다. 나는 마음먹은 대로 더 듣기로 한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음성이 저랬구나. 아버지가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졌는지 통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통화는 끝났고 아버지는 다시 통기타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줄 한 번 튕기지 못하고 통기타를 놓쳤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통기타는 소음을 일으켰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소리에 소음은 배경음으로 밀려났다. 격렬한 기침 소리. 콜록콜록, 쿨룩쿨룩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숨이 차고 흉통에 경련하는 병색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버지의 생전에는 들은 기억이 없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기타 소리를 들었다면 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다감하지 않았고 나는 살갑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나는 왜 그리 아버지의 소리에 둔감했을까. 일시 멈춤 버튼을 눌렀다.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끝났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남았다. 휴지(休止)가 필요했다. 커피를 끓이러 싱크대 쪽으로 향하는데, 양은 주전자가 발에 차여 시끄러웠다. 주전자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째그랑 일을 벌여 놓고, 뭐하는 거야 째쟁쨍. 작업실에 쌓인 도구들이 매립지에 버려진 고물처럼 낡아 보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달걀 썩는 듯한 매립지 냄새가 진동할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아, 이게 누구신가요? 나를 헌신짝으로 만든 그분 아닌가요? 채아와 거의 일 년 만의 통화였다. 가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생존을 확인하는 용도일 뿐이었다. 버려지긴 누가 버려져. 내가 도망친 거지. 그럼, 멀리 가버릴 것이지 웬일로 연락했어요? 나, 얼마 전에 일산으로 이사했어. 일산? 왜? 거기로 왜 갔는데요? 이제는 잭을 다시 만나 볼까 하고. 누구요? 잭? 아, 난 또 누구라고. 잭 폴리? 내 말뜻을 알아들은 채아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이제는 도망가지 말아요. 나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답했다. 앞으로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채아에게 연락한 첫 번째 이유였다. 채아에게 알리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또 프리하게 때려치우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일감 때문이었다. 나는 일을 할 때 의뢰인과의 소통은 채아에게 맡겼었다. 소리만 잘 만들면 그만이라는 게 대외적인 사유였지만, 인맥이라든지 비즈니스적 관계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채아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잘했고 사교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때가 묻은 것인지, 생계의 절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채아를 통하면 일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채아는 나를 넘겨짚었다. 채아의 주선으로 맡은 첫 복귀작은 돌침대 광고였다. 별 다섯 개가 돌침대에 박히는 효과음을 내 주세요. 광고 제작사 측에서 보내 준 영상에 등장한 돌침대 사장은 이마에 별 다섯 개를 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좍 펴고 있었다. 별이 돌침대에 박히는 일은 당연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관념에 있을 법한 소리를 뽑아내야 했다. 별이라는 거대 물질이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돌침대와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문짝을 해머로 치고 외날의 서양톱을 바이올린 활로 켜서 고음부를 녹음했고, 샌드백에 아령을 두들기고 대리석 바닥에 모래주머니를 떨어뜨려서 저음부를 녹음했다. 녹음된 고음과 저음을 믹싱하니 별이 우주에서 날아와 돌에 꽂히는 듯한 효과음이 완성되었다. 광고는 마케팅 비용의 한계로 공중파에서는 송출되지 못하고 케이블TV의 프리미엄 시간대가 아닌 아침과 낮에 방영되었다. 하지만 빨간 별 다섯 개를 이마에 박은 돌침대 사장이 인터넷상의 밈이 되어 제품의 매출이 대폭 올랐다. 그 덕분에 돌침대 하나가 작업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광고 이후로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단막극 등의 의뢰가 들어왔고,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을 정도의 딱 알맞은 속도로 작업이 이어졌다. 내게 맡겨지는 작업이 폭설로 쌓이거나 진눈깨비로 흩날리지 않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의 잔설로 덮이던 즈음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스팸이겠거니 무시하려는데, 부재중 통화가 2건 찍히고도 벨은 멈추지 않았다. 광고성 전화라고 하기에는 상도덕이 없다고 할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보이스 피싱도 이렇게 한 번호를 공략하지 않을 텐데. 집 나간 가족을 찾는 연락인가. 죄송합니다. 이채아 디자이너님이 이렇게 해야 받으실 거라고 하셔서. 젊은 여자는 사과부터 했다. 문자는 언제 확인할지 모르니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라고 하는 채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럼, 채아를 통해 연락하면 되지 않나. 회장님께서 직접 연락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요새는 낯 모르는 아무 행인에게 선생님이라고 한다는데, 회장님이야 등산회, 친목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길거리에 널린 직위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자의 절제된 말투와 주변의 정제된 소음이 여자가 말하는 회장이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회장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필, 왜 저인가요. 회장님은 사극 마니아이십니다. 사극이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는 회장이 내가 디자인한 활 소리에 감탄했고, 수소문한 끝에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를 알아내고 채아를 통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사연의 개연성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회장이 의뢰한 작업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회장이 투자하는 사극 영화에 사운드를 디자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금세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은 사극과 관련이 없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운드를 디자인하기를 바랐다. 작업은 간단했고 받는 금액은 과도했다. 이 정도의 일로 그 정도의 돈을 받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뭔가 대단한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회장 비서의 말은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몇 차례 거절하다가 일을 맡기로 했다. 결국 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액수가 아니었다. 회장은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까지 이 작업을 성사하려는 것일까. 회장에게 필요한 소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 게 문제였다. 영상은 3분 30초 정도로 짧았다. 그것은 20대 초반의 여자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처럼 보였는데, 별다른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동원되지 않은 평범한 영상이었다. 여자의 브이로그는 시종일관 무성(無聲)으로 진행되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촬영할 때 음소거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소거된 음(音)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지고 헤어드라이어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장 속 옷을 뒤적거리다 여러 벌에서 한 벌을 꺼내는. 실감 나게 소리를 입히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고, 도대체 어디에서 상상력을 펼쳐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반나절 만에 작업을 끝냈고 바로 보내기가 민망해 이틀 묵혔다가 보냈다. 소리가 빈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비서의 말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소리가 비어 있다? 알맹이가 드문 과자 봉지를 질소로 과포장했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사실, 과포장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비서를 통한 회장의 의사는 내가 과포장하는 성의조차 없이 볼품없고 납작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만한 도발이었다. 몇 번이나 비서에게 연락해서 계약금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그만두는 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회장의 말은 자존심을 긁었지만,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돌려놨다. 다른 급한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이 일을 끝내기로 했다. 브이로그를 여러 번 돌려 봤다.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세부를 살폈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췄지만, 어디가 비어 있다는 것인지 그 공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영상에서 일어나는 충돌, 마찰 등의 물리 작용에는 그에 합당한 소리-내 판단으로는 그렇다-가 들렸다. 회장은 인식하는데 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는 무엇일까. 내가 영상을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소리는 화면 밖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곧 주저앉았다. 무성으로 촬영된 영상의 화면 밖 소리를 듣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회장은 무엇을 지적한 걸까. 혹시 비어 있다는 것은 있어야 할 소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소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 아닐까. 영상 속 여자, 누굽니까? 대뜸 던진 말에 비서는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였다. 질문하지 않는 데에 동의하신 것 아니었나요? 그랬다.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다. 그랬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요. 제 소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소리의 주체를 모르고 만들었는데 소리에 어떻게 실감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회장님의 뜻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빈 소리를 메꿀 방법은 없겠죠.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틀 후에 비서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 질문에 대한 회장 측의 답은 이랬다. 그녀는 수백 개의 딤플로 뒤덮인 골프공 같습니다. 겉은 매끄러우면서 울퉁불퉁합니다. 속은 타이어를 만드는 고무처럼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녀는 가볍지만 단단합니다. 간단히 한 손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는 견고해서 함부로 부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공이어서 굴릴 수 있고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부딪혀도 농구공처럼 통통 튀기지는 않습니다. 드라이버를 풀 스윙하면 그녀는 멀어집니다. 드라이버와 마찰을 일으키고 그 반발력으로 멀어지는 그녀는 딤플의 수만큼 더 멀리 날아갑니다. 수많은 딤플로 비거리는 늘어납니다. 주인공을 알고 싶다는데 웬 골프공 타령이람. 초보자를 위한 골프 교본도 아니고 무슨 저의로 알쏭달쏭하게 의미를 엮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계약서 조항을 어긴 데 대한 장난성 조롱으로 읽혔다. 그러나 몇 번씩 읽으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녀는 왜 공일까. 많고 많은 공 중에서 왜 하필 골프공일까. 골프공을 뒤덮고 있다는 딤플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딤플은 골프공 표면에 오목하게 파인 홈으로 일반적으로 골프공에는 300~500개의 딤플이 파여 있다. 드라이버 스윙으로 날아가는 골프공에는 공기 저항이 생기는데, 공기 저항은 골프공 앞뒤 표면의 압력 차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딤플은 주위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공기가 뒤섞여 공 뒤쪽 압력이 떨어지지 않아 비거리를 늘린다. 흠집이 난 골프공의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골프공에 흠집을 내어 사용한 것이 딤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골프공의 겉과 속. 가벼움과 단단함. 딤플과 비거리. 비로소 나는 비서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상상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 캐릭터에 집중했다. 골프공 같은 그녀를 수없이 떠올렸다. 작지만 단단하고 가볍지만 통통 튀지 않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지자 그녀에게 합당한 소리가 튀어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입에서 계속 딤플이 맴돌았다. 딤플은 보조개라는 뜻이 있지만 외모의 특징을 표현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흠집이 많다는 뜻일까. 하지만 딤플은 비거리를 늘린다고 했으므로 결함의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목하게 파인 흠집이 결함이 아니라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처. 나는 상처의 비거리를 생각했다. 그녀는 문을 (힘없이 덜컥 탁) 여닫으며 방에 들어선다. 암막 커튼이 처진 방에 (딸깍) 빛을 부른다. 그녀의 손이 화장대 의자를 (그윽) 끌어당기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흔들린다. 초점 없는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고-슬픔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다-스마트폰을 (드득) 거치대에 고정시키고 다시 돌아온 화면에서 수건이 (스르르) 풀리면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을 응시하다가-그녀의 얼굴은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헤어드라이어 버튼을 (틱탁) 누른다. (경쾌함 없이 심란하고 무거운 위이잉) 헤어드라이어는 돌아가고 그녀의 손길에 머리카락이 부서진다. 이윽고 헤어드라이어의 작동은 (탁) 멈추고 상반신을 거울 쪽으로 수그린 그녀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다가 (툭)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진다. 그녀는 브러시를 집다가 다시 (툭) 떨군다. 화장을 멈춘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 (드윽) 의자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트특) 거치대에서 뽑아 손에 든다. 옷장을 (탕) 열고 (드르륵) 옷을 휘적이다가 고른 하나를 침대에 (툭) 던져 놓는다. 나는 그녀의 영상에 소리를 입혔고 소리에 그녀의 상처가 묻어나도록 노력하였다. 볼륨과 톤을 조정하여 모든 음은 낮고 둔탁하였다. 그녀가 찍은 영상에 대한 작업은 끝났지만, 작업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다. 회장 측에서 보낸 파일에는 부가 영상이 있었다. CH 02 2023/10/30 11:27:11 그녀가 잔디밭 위 돌길을 걷는다. CH 01 2023/10/30 11:27:15 ~ 11:28:07 그녀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CCTV 화면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듯한 장면이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는 CCTV 화면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궁리하였다. 특히, 대문의 화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번 채널의 카메라에서 그녀는 잠깐 나타났다가 대문을 열고 나간 뒤로 볼 수 없다. 대문 위에 포치가 있어 그녀는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다. 여기에서는 그녀의 멀어지는 발소리만 남게 될까. 1분이 채 되지 않는 마지막 부분을 돌리고 또 돌려봤다. 그러다가 영상이 끝나기 몇 초 앞두고 그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작업을 마친 지 2주가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나와 통화하였다. 회장은 정중하게 집으로 초대하면서 감사의 의미임을 분명히 했다. 회장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나는 벨을 누르려다가 경사진 이면도로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몇 발짝 걸은 후에 뒤를 돌아 위를 올려다봤다. ㄱ자 형태 집의 가로획에 해당하는 곳 벽면에 CCTV가 부착되어 있었다. 노트북으로 봤던 1번 채널 화면의 각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CCTV 쪽에 고정한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옆으로 그녀의 멀어지는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해의 시선이 거둬지는 시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듯이 잠시 서서 그녀의 비거리가 얼마쯤이었을지 생각했다. 2번 채널 화면에서 그녀가 걷던 잔디밭 위 돌길의 끝에 현관문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섰다. 회랑 같은 널따란 복도의 끝 오른편에 낮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아래로 깊고 편평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자아냈다. 정면으로 보이는 통유리창을 왼편에 둔 소파에 회장이 앉아 있었다. 회장은 나를 통유리창을 마주 보고 있는 소파에 앉게 했다. 벨로드미코프, 좋아하시나요? 꽤 긴장했던 탓인지 실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회장의 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들어 본 적 있는 운율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회장은 의외라는 듯 팔걸이에 올려 둔 손을 턱에 대고 입을 오므렸다. 입 주변의 주름이 엷게 도드라져 보였다. 그런가요? 나는 벨로드미코프를 들으려고 저런 짓도 한 사람이오. 회장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전봇대가 서 있었다. 나만을 위한 전봇대를 설치한 거요. 공동 전봇대는 남들과 전기를 공유하는 탓에 아무리 좋은 오디오에서도 이런저런 노이즈가 들리길래 정원에다 저렇게 세워 놨어요. 그랬더니 벨로드미코프가 내 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더구려. 화구 박스가 매립된 벽난로 옆에 오디오, 앰프, 스피커가 양쪽으로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고가의 장비임을 눈치채게 하는 것들이었다. 회장은 오디오와 벨로드미코프에 관한 말을 늘어놓았다. 사운드에 대한 회장의 마니아적 열성은 순수한 애호와 성공한 자의 과시 사이를 오고 가는 듯했다. 어색함을 눅이는 커피가 잔 바닥에 엷은 띠를 남기고 있을 즈음 회장은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급한 작업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의뢰인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게 나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고, 차 한잔 마시는 정도가 예외의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이번 초대의 메인을 거절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사업가답게 상대방이 거절하기 힘들도록 다시 제안하였다. 그럼, 식사 후 대접하려던 위스키 한 잔쯤 구경하시는 게 어때요. 과실향이 은은히 퍼지다가 끝에 스모키향이 감도는 위스키였다. 회장은 위스키 애호가이기도 한 듯했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설파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위스키를 마셨다. 어느덧 회장은 세 번째 잔에 접어들었고 내 위스키 잔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화면의 철 덜그럭거리는 소리, 덜그럭대다 쿵쿵거리는 소리, 그건 뭡니까?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에 철제 셔터가 열릴 때처럼 회장의 표정이 빗장을 푼 듯했다. 거래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관계성을 술이 허물어뜨렸는지 말투도 다소 부드러워졌다. 마지막 영상 속의 여자는 대문을 나서는데,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의 49초 지점에서 그녀가 나타납니다. 그림자로 나타난 그녀는 3초 뒤 모습을 감춥니다. 대문을 열고 나가는데 2초, 대문에서 CCTV가 보이는 지점까지 3초, 그림자로 보이는 부분이 3초, 영상의 총길이가 52초니까 그녀는 대문 앞에서 44초를 머물렀을 겁니다. 회장은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유리들이 따깍, 울렸다. 그 머무름은 머뭇거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멀리 떠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마 미련이 조금 남았겠죠. 대문을 손으로, 발로, 툭툭, 그래서 덜그럭거리고 쿵쿵거리지 않았을까요.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느슨해진 상반신을 바로잡았다. 집의 창고를 수리하는 날이었소. 대문 앞에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있길래 인부 하나가 부주의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대문에 누가 시멘트 묻은 발로 찬 것 같은 자국이 있었소. 그것도 인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업체 사장을 나무란 기억이 나오. 그 애의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소. 냉정히 떠난 줄 알았지. 머뭇거렸을 줄은. 이제부터 그 애가 집을 떠나기 전에 미련이 남아 머뭇거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래야 나 자신을 더 나무랄 수 있을 거 아니오. 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오. 하지만 그 애가 떠날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그 애의 소리를 듣지 못했소. 마지막 위스키 잔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 회장 집을 나서려고 할 때, 각얼음들이 녹으면서 달그락. 달그락. 천장 높은 거실을 울렸다. 아버지가 남긴 카세트테이프의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을 들은 다음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의 다른 면을 들었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은 듯 한동안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누나였다. 녹음하면 들릴까 해서. 아들내미 예민한 거 하루 이틀이에요. 걔가 지금 시위하는 거라니까요. 자기만 힘든 줄 아나. 그래도 혹시 모르잖니. 아버지와 누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다시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아버지는 TV 스피커에 카세트를 대고 TV에서 나는지 모를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나에게 들렸던 TV 소음을 아버지와 누나는 듣지 못했다.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1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열아홉 살인 누나는 왜 못 듣나, 의아했다. TV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나만 들은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와 누나의 생각처럼 나의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환청이 들린 것일까. 나는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그날부터 들렸을까. 그날은 어머니가 영영 집을 떠난 날이다. 나는 마치 들을 수 있기라도 한 듯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댄다.
  •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품었다… 미래 로봇 개발 가속도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품었다… 미래 로봇 개발 가속도

    삼성전자가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미래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외 사업장의 로봇 도입 확대 등 향후 로봇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자사가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에 대해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보유하고 43.9%에 대해선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설정했다. 그리고 전날 약 2674억 6300만원을 투자해 이 중 20.3%의 지분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콜옵션 행사에 따라 오는 2월 17일까지 대금 지급 등을 마무리하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2족·4족 보행 로봇을 비롯한 협동 로봇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미래 로봇 개발을 위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꼽아 온 휴머노이드(인간 신체를 닮은 로봇) 등 미래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창립 멤버인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레인보우로보틱스 퇴임 후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해 두 회사 간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너지협의체는 미래 로봇 기술 개발을 비롯해 로봇 사업 전략 수립 및 수요 발굴을 통해 두 회사의 성장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양팔 로봇, 자율 이동 로봇 등을 제조 및 물류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보유한 로봇 기술 역량이 결집돼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등을 개발하는 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비수도권 벤처투자 새 도약’ 경남도 647억 규모 지역혁신 벤처펀드 조성

    ‘비수도권 벤처투자 새 도약’ 경남도 647억 규모 지역혁신 벤처펀드 조성

    우주항공·첨단방위산업·스마트조선 등 경남 전략산업과 신생기업 성장을 돕는 ‘지역혁신 벤처펀드’가 조성됐다. 경남도는 31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산업은행, BNK경남은행, NH농협은행,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결성식’을 열었다. 경남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경남 지역 중점 투자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647억원 규모의 모펀드로 결성됐다. 모태펀드가 150억원을 출자하고, KDB산업은행이 320억원, BNK경남은행이 100억원, 경상남도가 50억원, 농협은행이 2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2025년 새해부터 3년간 1417억원 규모 자펀드(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7개를 만들어 경남 창업기업, 기술 혁신형 중소·벤처기업, 우주항공, 첨단방위산업, 친환경·스마트 조선, 차세대 원전, 수소, 바이오헬스, 콘텐츠 등 경남 전략산업 관련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날 펀드 결성식과 함께 피플앤스토리 등 경남 6개 유망 창업기업(피플앤스토리·스워셔·라이브워크·사이토·미네르바에듀·바이오션)은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펀드 결성식에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경남도가 창업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투자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농부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며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오늘의 씨앗이 도내 유니콘기업의 등장으로 발현하고 많은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경남의 창업 투자 생태계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경남 지역혁신 벤처펀드의 출범은 경남의 조선, 기계와 같은 전통 제조업과 우주항공, 차세대 원전산업 등 첨단산업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경탁 BNK경남은행 은행장은 “지역 벤처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경남-KDB 지역혁신벤처펀드가 지역 산업 육성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부산시, 내년 조직 개편 추진…체육국, 미래기술전략국 신설

    부산시, 내년 조직 개편 추진…체육국, 미래기술전략국 신설

    부산시는 스포츠 저변 확대와 반려동물 친화 환경 조성, 미래 신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시는 내년 1월 1일 조직개편안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은 체육국 신설, 디지털경제실 아래 미래기술전략국 신설, 반려동물과 관련한 문화·복지·산업 등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 설치 등이다. 앞서 시는 파크골프장, 테니스장 등 체육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체육인이 지도하는 생활 스포츠 아카데미를 활성화하는 등 스포츠 천국 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체육국은 체육진흥과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각각 담당하는 과를 설치하고, 전국체전기획단을 더해 3개 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포츠 천국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전국체전, 전국장애인체전,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를 개최한다. 미래기술전략국은 주력 산업 고도화를 위한 산업 육성, 연구개발 전략 수립, 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담당한다. 연구개발과를 신설하고 인공지능·바이오·빅데이터 산업 육성 기능을 통합 배치해 연구개발 전략 수립과 미래 신산업 간 동반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기존 첨단산업국은 제조업, 주력 산업 육성에 더욱 집중하고, 미래기술전략국은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등 부산의 경제 체질을 바꿔나도록 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반려동물과는 푸른도시국 내에 신설해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동물보호, 관련 산업 육성을 총괄하게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수도 시설물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상수도사업본부에 안전감사부를 신설한다. 기존에는 팀 단위에서 실시하던 안전 점검을 과 단위로 확대하고, 시설물을 중첩 지도·점검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기능을 강화한다. 소방재난본부에는 장비와 노후 청사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구매·관리를 함께 담당하는 회계장비담당관을 신설한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1월 24일 부산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별도 증원 없이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축소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필수 분야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배치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다. 글로벌 허브 도시 실현과 함께 민생안전, 시민 행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 한국표준협회, 신임 산업표준원장 선임… 승진·전보인사 단행

    한국표준협회, 신임 산업표준원장 선임… 승진·전보인사 단행

    한국표준협회는 이동석 전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을 산업표준원장(전무이사)으로 선임했다고 2일 밝혔다. 이동석 신임 산업표준원장은 경남대 기계공학 학사, 인하대 기계공학 석사, 부산대 기계설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위아에서 근무 후 2006년부터 2024년까지 방위사업청에서 기술기획과총괄, 호위함사업팀장, 유도무기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아울러 한국표준협회는 아래와 같이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정종훈 DX추진실장 △주경희 울산지역본부장 △전정호 스마트혁신센터장 ◇전보 △김태완 서비스경영본부장 △전미선 CEO아카데미장 △김종욱 표준R&D센터장 △최재형 충북지역본부장 △유연택 경남지역본부장 △안효성 경쟁력향상센터장 △오선태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이덕신 준법감사실장 △김동철 제조&안전교육센터장 △차경화 회원홍보실장 △박형수 KS인증심사센터장 △남임수 부산지역본부장 △조현우 제조혁신센터장
  • 미국 CES서 관심 끌었던 SK 미디어아트 조형물 울산공단 밝힌다

    미국 CES서 관심 끌었던 SK 미디어아트 조형물 울산공단 밝힌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정보통신·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설치돼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SK그룹의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은 ‘꿀잼도시 울산, 산업경관 개선사업’의 첫 성과물로 31일 오후 4시 남구 고사동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정문에서 ‘매직 스피어’ 점등식을 개최한다. 매직 스피어는 CES 2024에서 인기를 끌었던 ‘원더 글로브’의 새로운 명칭으로, 어느 방향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지름 6m짜리 대형 구체 발광다이오드(LED) 조형물이다. 앞서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낡은 산업단지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CES에서는 SK의 기술과 사업이 추구하는 청정한 미래를 담은 영상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CES가 끝난 뒤 원더 글로브 처리 방안을 검토하던 SK는 제조업 기반 도시인 울산에 해당 조형물을 설치해 산업시설에 예술적 감성을 더할 수 있다고 보고 울산시와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매직 스피어 디자인과 설계 기획 등을 거쳐 지난 6월 착공해 지난 22일 설치를 완료했다. 시는 매직 스피어가 환하게 조명을 밝혀 산업단지 일대에 문화와 예술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찾아와 보고 즐기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직 스피어 인근 보도와 담장을 정비하고, 포토존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삭막한 회색 산업공단 지역이 문화와 결합한 예술거리로 탈바꿈한다면 울산의 대표적인 산업문화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산업경관 개선에 지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리며, 시도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춘길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총괄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산업자산을 활용해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울산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 홍국표 서울시의원, ‘ESG시대 친환경 패션산업 전환 포럼’ 참석

    홍국표 서울시의원, ‘ESG시대 친환경 패션산업 전환 포럼’ 참석

    서울시의회 홍국표 의원(국민의힘·도봉2)이 지난 24일 서울 도시 제조허브에서 열린 ‘ESG시대, 친환경 패션산업 전환을 위한 포럼’에 참석해 축사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서울경제진흥원이 주최하는 ‘ESG 기획전’의 특별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ESG 기획전은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지속가능한 패션상품과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다. 포럼에서는 김현정 박사가 ‘이벤트와 관광유치를 통한 친환경 패션 활성화 방안’을, 김성균 박사가 ‘지속가능한 패션과 지역 사회의 역할 모색’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희숙 변호사, 홍순오 대표가 참여해 패션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ESG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홍 의원은 “패션산업의 친환경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주)태한강직, 서울도봉양말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고 서울경제진흥원이 지원했으며, 패션산업 유공자에 대한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장과 홍 의원 명의의 감사장도 수여됐다.
  • 겨울방학 든든 동작

    겨울방학 든든 동작

    서울 동작구가 겨울방학 기간 맞벌이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어린이를 위한 건강 도시락을 지원한다고 30일 밝혔다. 동작구는 내년 1월 13일부터 2월 7일까지 설 연휴 기간을 제외하고 3주간 지역 초등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점심 도시락을 지원한다. 동작가족문화센터와 협약을 맺은 업체가 위생적인 환경에서 양질의 도시락을 제조해 공급한다. 도시락은 개당 1만원으로 동작구가 9000원을 지원한다. 학부모는 1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동작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동별 10명씩 총 15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초등학생을 둔 지역 ▲맞벌이가정 ▲한부모가정 ▲구직활동 중인 가구에서는 누구나 동작구청 홈페이지 통합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관할 동주민센터에 방문해 도시락을 수령하거나 주민센터 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겨울방학 동안 맞벌이가정 자녀의 식사 고민을 해결하고자 마련한 이번 사업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동작의 위상에 걸맞게 차별화된 돌봄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 현대차·기아, 완성차 모든 탄소배출 관리

    현대자동차·기아가 탄소 배출량 관리 체계를 보강해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완성차 제조에서 운행, 폐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정보를 통합 관리해 체계적으로 탄소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위해 ‘글로벌 통합 탄소 배출 정보 시스템’(IGIS)을 구축했다. IGIS는 원 소재 채취부터 제조, 수송, 운행, 폐기까지 완성차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GEMS), 협력사 탄소 배출 이력 관리 시스템(SCEMS) 등을 구축해 국내외 사업장과 협력사의 탄소 배출량을 관리해 왔다. IGIS는 기존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것에 더해 차량과 기업 단위의 탄소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산출·관리할 수 있는 ‘완성차 전 과정 평가’ 기능이 더해졌다. 현재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부품 제조 과정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으나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려면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했다. 앞으로는 과정별 정량적 데이터 수집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탄소 배출량 관리가 가능해진다.
  • 산업생산 3개월, 건설업은 7개월째 감소… 경제 한파 속 내년 고용시장마저 ‘찬바람’ [뉴스 분석]

    산업생산 3개월, 건설업은 7개월째 감소… 경제 한파 속 내년 고용시장마저 ‘찬바람’ [뉴스 분석]

    지난달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건설업은 7개월째 내리막을 걸으면서 역대 가장 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어 경기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으로 전월보다 0.4% 줄었다. 자동차 파업 등으로 제조업 생산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 5~7월 3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8월 반짝 증가했지만 다시 3개월 연속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3.9%)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5.4%), 전자부품(-4.7%) 등이 감소하면서 0.7% 줄었다. 다만 반도체 생산 지수는 175.2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통계청은 “부품사 파업이 11월에도 이어져 완성차 부품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밝혔다. 건설기성(건설업·불변)은 건축 공사 실적이 감소하면서 0.2% 줄었다. 지난 5월부터 7개월째 마이너스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7년 8월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2.0% 감소하며 1.6% 줄었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다. 소매판매는 0.4% 증가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7%), 승용차 등 내구재(-0.1%) 등이 줄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4.1%) 소비가 늘었다.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1.9% 줄어 감소세는 여전했다. 연말 대형 할인행사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 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액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0.5포인트 내려 9개월째 오르지 못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공공기관 추가 투자, 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내수 등 경기 보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계획 인원은 52만 7000명으로 1년 전(56만명) 5.9% 줄었다. 회사가 외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인 ‘부족 인원’이 4.2%(2만 3000명) 감소한 영향이다. 김재훈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경기가 악화하면 일감이 줄어 부족 인원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 참사 하루만에 제주항공 랜딩기어 또 이상…사고 여객기 이틀 새 6번 지연되기도

    참사 하루만에 제주항공 랜딩기어 또 이상…사고 여객기 이틀 새 6번 지연되기도

    무안 제주항공 대참사 발생 하루 만에 같은 기종 여객기(B737-800)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일 기종의 고장이 잇따르고 사고 여객기의 지연도 잦았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제주항공이 항공기 점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7C101편에서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랜딩기어는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로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한편 비상 착륙 시 동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 준다. 이번 대참사 당시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엔 랜딩기어가 곧바로 정상 작동했지만 제주항공은 탑승객 161명에게 랜딩기어 문제를 안내하고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이후 항공기를 교체해 약 2시간 뒤 다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21명은 탑승을 포기했다. 이날 회항한 기종은 보잉사의 B737-800으로,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이다. 제주항공이 운항하는 여객기 41대 중 39대가 이 기종이다. 송경호 제주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조사인 보잉사와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출발·도착 전후 점검과 정기 정비를 더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같은 기종 여객기가 유압 장치 이상으로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전문매체 애비에이션헤럴드에 따르면 네덜란드항공(KLM) KL1204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중 유압 장치 이상을 발견했다. 여객기는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도시 토르프의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우회해 활주로 인근 풀밭에 비상 착륙했다. 다행히 탑승자 182명(승객 176명, 승무원 6명) 모두 무사했다. 특히 제주항공의 사고 여객기는 대참사 직전 이틀간 13차례 비행 중 6차례나 한 시간 이상 지연됐다. 항적 분석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사고 여객기는 지난 27일 제주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다 기내 환자가 발생해 인천으로 회항했다. 이후 인천에서 다시 베이징으로 출발한 항공편부터 모두 6차례나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항공기는 공항에 도착하면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 전에 점검이 필요한데 연착 시간을 줄이느라 점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송 본부장은 “김포~제주 노선을 기준으로 비행기가 공항 도착 후 다시 출발할 때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이 시간에 출발 전 점검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 [재테크+]日증시 올해 펄펄 날았다…35년 만에 버블 시대 넘어서

    [재테크+]日증시 올해 펄펄 날았다…35년 만에 버블 시대 넘어서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3만 9894를 기록하며 1980년대 버블 경기 이후 35년 만에 역대 최고치로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연말 종가와 비교하면 약 19% 상승했는데요. 이로써 ‘버블 경제’ 시기였던 1989년의 3만 8915를 35년 만에 뛰어 넘었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상승세의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호황과 상장기업들의 자본 효율 개선을 꼽았습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1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수차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올해 지수는 7월 11일 최고치(4만 2224)를, 8월 5일 최저치(3만 1458)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8월 초에는 사상 최대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 높은 장세를 보였습니다. 최고치와 최저치의 차이는 1만 765포인트로 버블 경제 붕괴 시기인 1990년과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변동 폭을 기록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는 29개 기업이 연간 주가 상승률 100%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광섬유와 전선 제조업체인 후지쿠라는 504%라는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조엔(약 93조원)을 넘는 일본 기업은 18개사로, 전년 대비 8개사가 증가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는 시가총액 50조 3000억엔(약 469조원)으로 일본 기업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판매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닛케이지수 상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상위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22조 1000억엔), 소니그룹(21조엔), 리쿠르트홀딩스(18조 9000억엔), 히타치제작소(18조 5000억엔) 순으로 시가총액이 높았습니다. 특히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시가총액 10조엔을 돌파한 후, 송배전과 디지털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17조 4000억엔), NTT(14조 2000억엔), 소프트뱅크그룹(13조 6000억엔), 닌텐도(12조 1000억엔) 등이 ‘10조엔’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닛케이는 일본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미국 기업들의 9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2000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업 중 시가총액 10조엔을 달성한 기업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신생 기업의 성장 부진이 미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4만원 주고 노숙인 상대로 ‘인체실험’”…마약 조직의 잔혹한 실체[핫이슈]

    “4만원 주고 노숙인 상대로 ‘인체실험’”…마약 조직의 잔혹한 실체[핫이슈]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동물뿐만 아니라 노숙인 등 사람을 대상으로 신종 마약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멕시코 마약 밀매 카르텔이 펜타닐 원료에 동물 진정제와 마취제 등을 섞은 합성 오피오이드(마약)를 만드는 과정에서 토끼와 닭 같은 동물뿐만 아니라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인체실험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약을 제조하는 이들은 카르텔 내에서 ‘요리사’(Cook)로 불린다. ‘요리사’가 신종 합성 약물을 만들면, 카르텔 단원들은 이 약물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노숙인이 모여 사는 장소를 찾아 합성 마약 투약을 권유한다. 뉴욕타임스는 “카르텔 측은 ‘신종 마약’(합성 약물)을 맞으면 30달러(한화 약 4만 4160원)를 주겠다며 노숙인을 유혹한다”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미국과 멕시코 당국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멕시코 북서부 지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페드로 로페스 카마초는 뉴욕타임스에 “약물 주사 주입을 여러 번 자원했었다”면서 “그들(카르텔 단원)은 약물 반응과 효과를 살피는데, 때로는 (카르텔에 권한 약물 주사를 맞고) 사망하는 노숙인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약 카르텔이 신종 마약의 반응과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동물을 동원한다는 의혹은 꾸준히 있어 왔다. 멕시코의 전 국가 안보 위원인 레나토 세일즈는 뉴욕타임스에 “멕시코 마약 당국이 현지의 한 펜타닐 실험실을 급습했을 대, 실험실 여기저기에 동물 사체가 널려 있었다다”면서 토끼나 닭 등이 동물이 실험에 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의 마약 밀매 카르텔은 마약 펜타닐의 원료 공급처로 지목되는 중국으로부터의 원료 수출을 제한하는 동시에, 펜타닐 생산과 효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롭고 위험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리사’도 실험 피해갈 수 없어마약 카르텔 내에서 신종 합성 약물을 만드는 ‘요리사’ 중 일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고학력자로 알려졌다. ‘요리사’는 카르텔 단원의 감시 하에 약물 실험을 진행하는데, 실험 과정에서 실수를 하다 적발될 경우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한 ‘요리사’는 뉴욕타임스에 “실험 중 실수를 하면 (카르텔 단원들이) 쥐와 뱀이 있는 방에 음식·물도 주지 않고 오랫동안 가둔다”면서 “카르텔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종 합성 약물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실험 대상’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입에서 거품을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요리사’는 “빚을 갚으려고 카르텔에 지원해 ‘요리사’가 됐다”면서 “실험실에 갇혀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 하면 무장한 단원들이 일을 하라고 소리치며 위협한다”면서 “‘요리사’들은 더 강력한 합성 펜타닐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약물을 주입하고 점차 마약에 중독돼 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곳에 은퇴란 없다. 일과 죽음만 있을 뿐”이라며 마약 카르텔의 잔인함을 강조했다.
  • 국립창원대, 교육부에 경남도립거창대·남해대와 통합 신청

    국립창원대, 교육부에 경남도립거창대·남해대와 통합 신청

    경남도립 거창대학과 남해대학, 국립창원대학교 간 ‘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들 대학 통합 신청서를 30일 교육부에 냈다고 밝혔다. 통합신청서에는 통합대학 특성화 계획, 통합 후 대학운영체제 개편 계획, 학사 구조 개편 계획, 연차별 소요 예산, 통합되는 대학 조치계획 등이 담겼다. 세부 내용을 보면, 창원캠퍼스는 지역 소재 정부출연기관과 연합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된 방산·원전·스마트 제조를 중심으로 나노바이오·수소에너지 등 연구 중심대학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있다. 거창캠퍼스는 미래 의료인력 공급과 통합돌봄 서비스체계 구축, 미래 모빌리티 맞춤 인재양성을 목표로 공공간호·항노화휴먼케어·드론 분야 특화를 도모한다는 안을 담았다. 방산 분야 전공 신설 등 지역특성과 산업수요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집중 양성과 물리치료·방사선 등 보건 분야 특성화도 추진 계획에 포함했다. 남해캠퍼스는 항공해양방산학부, 관광융합학부, 원전 등 미래에너지·산업안전 분야 인력수요 대응을 위한 ‘에너지안전융합학부’로 특성화를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통합대학 명칭은 국립창원대학교로 제시했다. 주캠퍼스는 창원캠퍼스, 거창·남해캠퍼스 부총장제 도입, 5처 1국 5본부로 행정조직 개편 등도 신청서에 담겼다. 학사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2~3년제(전문학사)와 4년제(학사)를 운영을 병행하고 3개 캠퍼스, 8개 단과대학, 19개 학부, 55개 학과로 구성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기존 창원대와 거창대가 운영하는 간호학과는 캠퍼스별 차별화를 통해 각각 운영하고 거창·남해캠퍼스에서도 입학자원 분석과 지역산업과 연계 등으로 4년제 학과 전환 또는 신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통합대학 예산은 글로컬대학30 사업비, 국고, 라이즈(RISE) 사업 등을 포함해 총 1246억원으로 잡았다. 국립대학육성사업, 글로컬대학사업 등 지산학연 연계 강화로 재정투자를 확대하고 각종 정부공모사업, 국비지원사업 등으로 다각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거창·남해캠퍼스 교육 수준과 인프라를 유지·발전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도립대 재학생 보호 계획으로는 통합 대학 내 유사 학과 전과 허용, 유사학과 4년제 특별 편입학 규정 마련, 통합 후 5년간 현재 장학제도 유지, 졸업 시 학적 선택권 학생 부여 등 조치를 언급했다.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교원은 국가직 전환 추진을, 대학 회계직·공무직·기간제 직원은 창원대로 소속 전환·고용 승계 등 교직원 관련 사항도 신청서에 담았다. 이와 함께 도는 그동안 수렴한 지역 의견도 신청서에 반영했다. 지난 7월 시행한 통합 찬반 조사에서는 평균 78.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9월 통합대학 교명에 대한 설문에서는 평균 79.9%가 ‘국립창원대학교’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2026년 3월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통합신청서 제출 이후 교육부 통합계획에 대한 수정·보완 요구에 대비해 대학 자문위원, 대학 이해관계자,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성공적인 대학통합을 이루겠다”며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 가겠다”고 밝혔다.
  • 美, 한국 여객기 참사 조사 참여 “블랙박스 분석 맡을 수도”

    美, 한국 여객기 참사 조사 참여 “블랙박스 분석 맡을 수도”

    미국이 한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조사에 참여한다. CNN방송은 30일(한국시간)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관들이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참사에 대한 한국 항공 당국의 조사를 돕기 위해 방한한 NTSB 조사팀에는 사고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 연방항공청(FAA) 등이 포함됐다. 미국 측 조사 정보는 한국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사고기는 보잉사의 737-800으로, 1997년 출시 이후 5000대 이상 팔리며 보잉 737 시리즈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기종이다.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인 블랙박스 두 개가 수거됐으나, 이 중 하나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의 외형이 일부 손상된 상태라서 국내 분석이 어려울 경우 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전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국토부는 관련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측이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경고를 한 지 1분 만에 ‘메이데이’(조난 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여객기는 2분 후 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랜딩기어(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없이 동체 착륙을 하다 큰 사고로 이어졌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다음달 4일까지 7일간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세종 등 전국 17개 시도와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 참사 전날 해외서도 ‘보잉737’ 비상착륙…“신뢰도 추락하던 보잉, 또 타격”

    참사 전날 해외서도 ‘보잉737’ 비상착륙…“신뢰도 추락하던 보잉, 또 타격”

    29일 무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기종인 737-800을 제조한 보잉이 신뢰도에 또 한 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보잉의 신뢰 문제를 드러냈던 올해 1월 5일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의 동체 일부 이탈 사고 이후 약 12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보잉 737 맥스 여객기는 약 5000m 상공에서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 비상착륙했다.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189명의 사망자를 낸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 추락사고, 157명이 사망한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에 이어 다시 737 맥스 기종에서 결함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잉이 제조상의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확산시켰다. 더타임스는 “비용 절감에 치중하다가 안전 관리를 간소화하는 보잉의 사내 문화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내서 ‘737-800’ 기종 101대 운항 중 보잉 737은 보잉사가 1967년 첫 생산한 중·단거리 전용 항공기다. 보잉사의 최장수 항공기 모델인 737은 누적 판매량 1만대가 넘는 등 가장 많은 판매기록을 갖고 있다. 보잉 737은 크게 ▲737 오리지널 ▲737 클래식 ▲차세대 737(737 NG) ▲737 맥스로 나뉜다. 이 중 737 NG의 한 모델인 737-800은 1997년 출시 후 현재까지 5000대 넘게 팔리며 보잉사 737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737-800 기종 101대가 운항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발생한 B737-800 기종을 대상으로 전수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성 강화를 강구할 방침이다. 보잉 737-800, 올해 수차례 비상 착륙·회항보잉 737-800 올해 해외에서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문제 등으로 수차례 비상 착륙 또는 회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전날인 28일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을 출발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던 보잉 737-800 기종의 KLM 여객기가 유압 장치 고장으로 오슬로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지난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인도발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가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이륙 후 2시간 반 만에 회항한 일이 있었다. 지난 7월에도 영국 LCC인 TUI 항공 소속 보잉 737-800가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았다. 그리스 코르푸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는 결국 영국 맨체스터 공항으로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하루 만인 30일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과 동일한 이상으로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0일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됐다. 회항한 항공편에 투입된 기종은 보잉의 B737-800으로, 전날 참사가 벌어진 기종과 같다.
  • 무안참사 영상 본 외국 파일럿들 “버드 스트라이크, 무안참사 직접 원인 될 수 없어”

    무안참사 영상 본 외국 파일럿들 “버드 스트라이크, 무안참사 직접 원인 될 수 없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볼 수 없다고 외국 항공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추락 직전 영상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보인 모습에 외국 파일럿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종합해 보도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하기에는 보잉사의 737-800에는 엔진 폭파에 대비한 독립적인 수동 제어 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어라인 뉴스 편집자 지오프리 토마스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운항하는 데 있어 드문 일이 아니고, 랜딩기어에 문제가 생겨 랜딩기어가 제대로 내려 가지 않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조류 충돌은 훨씬 더 자주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추락 사고가 난 이번 보잉사 항공기 모델 737-800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상업용 항공기 중 하나로 가장 안전한 상업용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들어간 두대의 엔진(CFM56-7B26)은 미국의 GE 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의 샤프란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에서 제조했다. 호주의 항공 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은 “새떼가 CFM 인터내셔널 엔진에 빨려들어가면 새 충돌로 인해 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진이 바로 꺼지지는 않아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비행기의 브레이크 시스템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베커트는 “랜딩기어가 아직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낮았고, 내려진 상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어를 낮추지 않는 일은 정말 매우 드물고 이례적”이라며 “대체 시스템을 사용해 기어를 낮출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이탈리아 공군아카데미 교수를 지낸 그레고리 알레지는 “지금은 답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이 있다. 비행기가 왜 그렇게 빨리 날았을까? 플랩이 왜 열리지 않았을까? 랜딩기어가 왜 내려가지 않았을까”라고 세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조류 충돌이 영향을 줄 수야 있겠지만, 새가 충돌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의 전말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참사의 규모는 너무 커서 조류 충돌은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호주의 항공 컨설턴트 트레버 젠슨은 “소방 및 응급 구조대가 일반적으로 동체 착륙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항공 규정에 따라 한국은 민사 조사를 주도하고, 해당 항공기가 제작된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자동으로 개입한다. NTSB는 한국 항공 안전당국의 진상조사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차관은 “전남무안국제공항 활주로의 길이가 2800m인 것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끝부분의 외벽은 업계 표준에 따라 지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 사고는 보통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며, 사건의 순서를 조각해내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 당국에 따르면,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는 추락 사고 후 약 2시간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에 발견됐고,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는 오후 2시 24분에 발견됐다. 보잉 737-800 항공기를 몰던 기장은 2019년부터 해당 직급에서 근무했으며 6823시간의 비행 시간을 기록했다고 한국 정부는 밝혔다. 부기장은 2023년부터 해당 직급에서 근무했으며 약 1650시간의 비행 시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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