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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崔 민원 통로’ 오명 무투회의 폐지 기로에

    ‘崔 민원 통로’ 오명 무투회의 폐지 기로에

    9차회의 후 총수와 비공개 면담 “대통령 주재… 11차 개최 불투명” 박근혜 정부가 4년 만에 부활시킨 ‘무역투자진흥회의’(무투회의)가 지난 7월 10차 회의를 끝으로 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무투회의를 의욕적으로 챙겨 온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전방위 퇴진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다음 회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시작된 무투회의는 ‘박근혜 행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긴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리모델링했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1~10차 회의를 빠짐없이 주재했다. 수출 진흥 방안을 모색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경제부총리와 관계부처 장관, 코트라 등 유관기관 대표, 경제단체장 등 참석자가 150~2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회의다. 참석자가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말하면 소관부처 장관이 즉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트러블 슈팅’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은 현재 무투회의 주재를 포함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참석을 검토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최종 불참했다. 회의는 이례적으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연내에 무투회의를 한 번 더 개최할 계획으로 지난 9~10월부터 안건을 준비해 왔지만 대통령이 주인공인 행사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회의 날짜를 잡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투회의를 열 수 없다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투회의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민원 해결 통로라는 의구심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열린 9차 무투회의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5대 그룹 총수와 비공개 개별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재계 총수들을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투회의로 기업과 소통 창구를 마련하면서 뒤로는 기업인들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수출 진흥과 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내세운 무투회의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1~9차 무투회의는 현장에서 지연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37개(60조원 규모)를 발굴해 지원했다. 이 중 절반인 30조원 규모의 19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프로젝트도 18건에 이른다. 경제지표 개선 효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증가율은 올 들어 지난 8월을 빼고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 9월 4.2% 감소했고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인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0%대 초반에 머물러 여전히 기업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무투회의를 통해 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기업을 키우는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다만 실제 지표 개선으로 연결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4대 관전 포인트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4대 관전 포인트

    ‘불확실성의 사나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곧바로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포함한 통상 마찰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은 통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대선 공약대로 정책을 집행한다면 금리와 세제, 고용, 투자 등 우리 경제는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1. 美 금리 인상 미루고, 한은 금리 내릴까옐런의장 교체 시사…재정확대 추진 땐 인상 가능성 가시적으로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트럼프는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측은 그동안은 저금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언급들도 해 왔다. 일단 트럼프가 여러 차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난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2018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옐런을 연임시키지 않고 다른 인사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진다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는 다소간의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 연준은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은행이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금리 인상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양국 간 금리격차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 한은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약대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할 경우 금리인상 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을 조달한다면 시장에 미국 국채(TB) 공급이 늘어나고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은에 금리 인상의 압박 요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2. 野 법인세 인상안 제동 걸리나트럼프 법인세 인하 공약…한국 홀로 추진 힘들 듯 감세론자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우리나라 법인세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오 교수는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법인세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강성 노조와 고임금에 불만을 표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나 미국계 기업들이 본국으로 유턴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 속에서 미국까지 인하 대열에 합류한다면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인상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3. 대미 수출 부진에 고용한파 오나美 무역 장벽 피해 현지 공장 건설로 돌파구 마련할 듯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으로 얼어붙은 국내 고용시장도 트럼프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쇠락한 중부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열정적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그가 적극적인 수입 규제와 제조업 부활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백인 블루칼라 계층에 보답할 가능성이 크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수출 제조업체는 무역 장벽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현지 인력을 고용해 생산을 늘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4. 美 1조 달러 인프라 건설에 올라탈까“美 재정확대로 진출 기회” vs “일감 얼마나 받을지 의문” 트럼프의 ‘사회기반시설 1조 달러(약 1150조원) 투자’ 공약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저유가와 금융조달 조건 개발사업 증가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미국이 자체 자금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설 경우 시공 실적이 많은 국내 건설업체의 미국 진출 기회는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건설경기가 회복되면 전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아 세계 경기가 더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오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 국익 우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미국 건설업체와 경쟁해 미국 정부 일감을 얼마나 수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행복한 후쿠이, 그곳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행복한 후쿠이, 그곳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이토록 멋진 마을/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김범수 옮김/황소자리/288쪽/1만 5000원 한반도 동해에 면한 일본 중부 호쿠리쿠 지역에 있는 인구 79만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 후쿠이현. 일본인들에게조차 생소했던 이곳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쿠이현은 현재 일본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1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행복도 1위, 초중생 학력평가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정규직 비율 1위, 맞벌이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서점 숫자(인구 10만명당) 1위,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 및 기술 14개, 아동·노인 빈곤율 최저, 실업률 최저…. 한국보다 20년 앞서 저성장과 고령화 늪에 빠진 일본의 지방 도시들은 퇴락해 가고 있다. 고령화는 저출산을 동반하며, 지역공동체는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후쿠이는 특별하다. 일본 언론들도 지난해부터 후쿠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곳을 찾아 “창의력으로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 낸 이곳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한 이후 ‘후쿠이 모델’ 배우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신간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일본 내 모든 지표가 1위로 지목하는 가장 핫한 마을인 이곳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탐구한다. ●비결1: 밑바닥까지 철저히 망한 후 역전극 세계 3대 안경 산지로 소문난 후쿠이현 중심 사바에시. 한때 일본 내 안경테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말부터 저가 중국산에 밀려 900여곳의 안경 회사가 500여곳으로 줄었다. 지역 경제 규모도 1100여억엔에서 500여억엔으로 반 토막 났다. 후쿠이현의 핵심 제조업이었던 섬유산업도 덩달아 추락했다. 거리에는 길고양이와 각종 전단지, 주정뱅이 실업자만 넘쳤다. 사바에시는 소재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후쿠이 안경 장인들이 협력해 신소재 혁신에 나서 티타늄, 형상기억합금 안경테를 출시했고, 루이비통, 레이벤 등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곳 안경테 제조 공정은 지금도 ‘일급비밀’이다. 사양산업이었던 섬유 회사인 핫타타테아미도 신축성·통기성이 뛰어난 ‘더블 라셸 메시’라는 신소재를 만들면서 부활했다. 이 소재로 만든 신발을 신은 여성 마라토너 다카하시 나오코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놀랍게도 혁신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소기업이었고 더 강해졌다. ●비결2: 여러분 시장을 하지 않겠습니까 2006년 5월 사바에시 시장이 된 지 2년째인 마키노 하쿠오는 섬유, 안경에 이어 정보기술(IT)을 키우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젊은 IT 기업인들은 그에게 “시장님 블로그부터 만드세요. 휴대전화 기종을 바꾸세요”라고 권했다. 마키노 시장이 개설한 블로그에 도쿄에 사는 다케베 미키가 접촉하면서 지역 활성화를 주제로 한 콘테스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마키노 시장과 다케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차 일본을 짊어질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하겠다면 일본이 안고 있는 난제인 지역 활성화에 도전해 보지 않겠습니까”라는 시장 공개 모집 광고를 냈다.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전국에서 청년들이 사바에시로 모여들었다. 그중에서 24명의 시장이 선발됐다. 대성공이었다. 사바에시와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 시장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마키노 시장은 이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비결3:후쿠이만의 자발 교육과 여성 인센티브 저자는 후쿠이현의 직장 환경은 육아에 맞춤형이라고 말한다. 가구당 월평균 수입은 63만 6000엔으로 도쿄를 제치고 전국 1위이며, 여성 1인당 1.61명을 낳고 있다. 나쁘지 않은 출산율이다. 이 모든 게 맞벌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쿠이는 여성들이 사업을 하면 공공사업 입찰 우선권을 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이를 ‘호쿠리쿠 지역의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이라 부른다. 후쿠이현은 문부과학성이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학력평가에서 1·2위를 다툰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다. 후쿠이의 학교들은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모토로 한다. 시험 점수가 아닌 사고 능력을 묻는 자체 학력시험을 치른다. 후쿠이의 학교들은 종합적 사고 능력을 중시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빈곤과 실패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 첩첩 산으로 둘러싸여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었던 마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지혜로워질 수밖에 없던 후쿠이는 지금 일본을 넘어 세계가 연구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 모델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힘겨웠던 경험은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며, 이 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이겨 낼지 응원하고 싶다”고 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형 도시재생 세운상가의 반격] (5·끝)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

    [서울형 도시재생 세운상가의 반격] (5·끝)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

    “세운상가 재생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도시 제조업이 다시 살아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서울의 산업적 가치가 한층 업그레이드된다는 뜻이죠.”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에게 ‘다시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의미를 27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의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금융 등 서비스업만으로는 도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운상가 재상사업이 어떻게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인가? 진 본부장은 “제조업이라면 흔히 굴뚝 산업을 생각하는데, 우리가 세운상가에 만들려는 제조업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최첨단 ‘창의 제조업’”이라면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CNC 조각기 등을 이용해 자신이 디자인한 물건을 실제로 제작하고 유통까지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월 다시 세운상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세운상가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는 메이커 운동이 세운상가에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왜 도시 제조업을 강조할까. 진 본부장은 “IT가 발전하면서 금융 등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자동화가 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서울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이지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려면 제조업의 비중이 최소 두 자릿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대도시도 제조업 비중을 점차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운상가는 서울시와 지역 상인, 공동체 활동가가 함께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 본부장은 “박 시장 취임 이후 도시재생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이 주민들의 역할”이라면서 “처음에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 듣다가는 사업이 ‘산’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와 주민들 간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서 사업 진행이 더 수월해졌다”고 털어놨다. 현재 시는 주민조직인 ‘다시세운시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수리협동조합’, ‘세운상가는 대학’, ‘수리협동조합’, ‘21C연금술사학교’ 등에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입주 문화예술단체와 상인제안모임, 주민협의체, 전문가 등 80인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세운상가 활성화의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한다. 진 본부장은 “시민의 아이디어가 곧 정책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시는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늙어가는 도시 곳곳을 핀 포인트로 정교하게 수술할 계획이다. 시는 다음달 2일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 2단계 후보지 28곳을 선정하고, 심사를 거쳐 내년에 15곳으로 추릴 예정이다. 진 본부장은 “서울에선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재생이 어렵다”면서 “창신·숭인과 세운상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 젊은 활기가 계속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서울형 도시재생 세운상가의 반격] 겉으론 보행축 재건 안으론 공동체 부활…인간미 더하는 ‘세운’

    [서울형 도시재생 세운상가의 반격] 겉으론 보행축 재건 안으론 공동체 부활…인간미 더하는 ‘세운’

    “세운상가는 서울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거듭날 것입니다.”(지난 1월 28일 ‘다시 세운 프로젝트’ 선포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6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는 평온하기만 하다. 서울시가 창의제조업의 본부로 삼겠다며 지난 1월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조용하기만 하다. 그럴싸한 랜드마크 빌딩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공사도,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과거 도시재생은 건물을 부수고 그 위에 마천루를 세우는 것이었지만 세운상가는 있는 건물을 쓰기 편하게 리모델링하고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이 새로운 시도는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다시 세운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작업의 핵심은 현재 세운초록띠공원~세운~대림~삼풍~풍전호텔~신성~진양상가로 이어지는 1㎞ 길이의 도심축을 복원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다시 걷는 세운상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양병현 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청계천 이용자들이 보행교를 통해 종묘와 남산으로 갈 수 있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끊겨 있는 시민들의 보행축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초록띠공원은 3층 보행데크와 연결되는 경사진 형태의 ‘다시세운광장’으로 바뀌게 된다. 애초 오는 10월에 광장을 개방할 계획이었지만 역사 유물이 발견되면서 미뤄지고 있다. 건물 양옆 3층 높이에 설치되는 보행데크에는 전시실과 휴게실, 화장실 등의 거점 공간 30여개가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개성 있는 팝업 스토어나 디자인 등 사람들을 유인할 만한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는 세운상가 재생사업이 서울 도심의 노후화를 치료하는 일종의 ‘침술요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 본부장은 “세운상가를 살리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상가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낡은 서울의 동쪽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면서 “동양의학에서 침술은 자극을 통해 주변에 ‘기’(氣)가 돌게 만들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인데, 세운상가군의 재생도 이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과 함께 속을 바꾸는 작업도 착착 진행된다. 속을 바꾸는 프로젝트의 중심은 ▲다시 찾는 세운(산업 재생) ▲다시 웃는 세운(공동체 재생)이다. 시는 주민을 재생사업의 주체로 만들기 위해 주민 조직 ‘다시세운시민협의회’와 기술장인 경쟁력 강화 조직 ‘수리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협의회는 세운상가에 입주한 문화예술단체와 상인, 주민, 전문가, 사회적 경제 조직 등 80명으로 구성된다. 또 세운상가 상인들의 기술력을 살리기 위한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또 장인들과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운상가는 대학 ▲21C 연금술사학교 ▲주민 참여 공동체 워크숍 등을 운영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한복 열풍, 고궁 안에만 불더군요

    한복 열풍, 고궁 안에만 불더군요

    “인천에 사는데 서울로 휴일 나들이를 왔다가 요즘 한복 입고 경복궁에서 친구나 가족과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라고 해서 한복을 입어봤어요. 결혼식 때 입어본 뒤로 처음 입었는데 꼭 조선시대로 온 것 같아요.”(직장인 하모(31·여)씨) “2~3년 전부터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우리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대가 나타난 것 아닌가 싶죠. 보기 흐뭇합니다.”(직장인 이모(66)씨) “성인이 돼서는 처음으로 한복을 입었어요. 파스텔톤의 색동이 참 고와서 한복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복을 입은 가족들을 보니 저도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 아이와 함께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요.”(대학생 김은혜(22·여)씨) 지난달 27일 서울 경복궁은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처음에는 SNS에 올릴 사진촬영용에 머물던 한복 입기가 최근 한복의 세계화, 대중화 등과 맞물리면서 거리로 나왔다. 한복입기 열풍의 ‘방아쇠’는 문화재청의 고궁 무료입장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서울 4대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했다. 그간 주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던 고궁 ‘한복 무료입장’ 혜택은 4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장에까지 확대됐다. 외국인들 사이에는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민속놀이를 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다. 무엇보다 불편하게 여겨 장롱 속 깊이 넣어두던 한복을 편리한 평상복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실제 광화문 일대의 한복 대여점 업주들은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한복 대여 가격은 2시간에 1만원, 4시간에 1만 5000원, 하루는 2만 5000원 선이었다. 지난 봄부터 대여점은 극성수기를 맞고 있다. 6개월 전쯤 종로구 삼청동 초입에 개업한 한복 대여점 직원 이모(55·여)씨는 “대여 고객이 크게 늘면서 업체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경복궁 야간 개장으로 밤에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속칭 ‘때깔 좋은 한복’은 예약이 필수다. 원하는 한복을 빌리기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복 대여점을 개업한 지 한 달 남짓 된 이모(59·여)씨는 남자끼리 한복을 빌리는 경우도 전체 고객의 20%로 늘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남자끼리 여자 한복을 빌려 입고 장난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죠. 중년 여성끼리 와서 한복을 빌리는 경우도 늘었구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졸업사진을 찍기도 해요. 2~3년 전 극소수 여중·여고 학생들이 시작한 한복입기가 전 세대로 퍼진 셈이죠.” 한복 열풍은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한복 대여점 사장 김모(40·여)씨는 “외국인들이 한복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경복궁에 들어갔다가,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다시 인근에 나와 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고 전통 음악·춤 등을 보고 전통음식을 먹는 관광 코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 한복 상점가는 찾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경복궁 인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복 열풍이 정작 한복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1971년부터 한복을 만든 한덕선(65·여)씨는 “한복의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지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의 유행은 한복을 코스프레 정도로 여기는 정도여서 대여점만 호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궁 이벤트를 제외하면 현실에서 한복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예복’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시장의 한 상인은 한복은 열풍이라는데 정작 한복을 만드는 사람은 대가 끊길 판이라고 했다. “이렇게 매출이 떨어지다가는 우리나라에서 한복 만드는 곳은 거의 문 닫을 겁니다. 제 주변에도 바느질 그만둔 사람도 많아요. 막내가 40대일 정도예요.” 다른 상인은 “최근 생긴 대여 한복집 중에 중국의 저가 한복을 수입하는 곳들이 많다”며 “한복은 올 하나 들어가고 나오는 모양에 따라 옷이 달라지는 것인데,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옷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시장 앞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한복 판매를 해온 정성훈(50)씨는 “한복이 팔리지 않아서 판매점에서 대여점으로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에서 한복을 빌려 입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결혼식 한복을 빌려 입는 비율이 50%쯤 될 겁니다. 한복 열풍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 씁쓸하기도 하네요.” 고궁을 중심으로 퍼지는 한복 열풍으로 전통이라는 우물에 갇혀 있던 한복제작업이 발전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16년 넘게 이곳에서 한복을 판매한 주은자(43·여)씨는 “당장 한복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관심이 결국은 한복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요즘에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한복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 한복보다 치마 길이가 약간 짧은 형태를 선호하죠. 아예 무릎길이의 치마를 만들어서 진열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저고리 깃을 블라우스처럼 디자인하거나 치마 폭을 줄이는 등 모던한 한복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사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전국에 4562개였던 한복 제조업체는 2014년 3054개로, 33.1%가 줄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6476명에서 4478으로 30.9% 줄었다. 한복 소매업체의 매출은 2006년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이후 2009년 98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는 2014년 863억원으로 121억원이 줄었다. 한복 열풍이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기모노를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 황의숙 배화여대 패션산업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기모노 장인과 가업을 잇는 문화를 존중하고 지원하면서 전통복을 발전시키는 토양을 만들었다”며 “덕분에 일본 전통의상은 일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한복 정책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는데 긴 안목으로 한복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현재 한복 대여점의 옷은 대부분 중국, 베트남에서 들여온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배화여대 전통의상과도 올해부터 패션산업과에 통합됐을 정도로 한복을 제대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복식연구소장은 “전통 한복 산업은 붕괴되다시피 했고 최근 사람들이 많이 대여하는 신(新)한복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베트남 등에서 들여오는 기성복 한복이 유행한다고 한복 사업이 부활할 리 없다”며 “현실적으로 자수와 같은 비싼 공정은 외국에서 하더라도 크게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 작업은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커버스토리] 디젤게이트의 진실과 오해

    [커버스토리] 디젤게이트의 진실과 오해

    ①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X) ② 신차는 오염물을 적게 내뿜는다(X) ③ 경유값 오르면 경유차 줄어들까(△) ‘클린 디젤’을 앞세워 무섭게 판매량을 늘려 가던 경유차들이 ‘더티 디젤’이라는 오명 속에 국내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20개 차량을 조사한 결과 무려 19개 차종이 기준치를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값을 올려 경유차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경유차량 보급 확대에 앞장섰던 정부가 이제 와 입장을 뒤집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경유값 인상을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 봤다. Q 경유차가 사라지면 미세먼지도 사라질까 A 아니다. 배출량 12%에 불과 최근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높고, 최근 경유차 인기에 따라 도로 위를 달리는 경유차가 많이 늘어나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2012년 기준) 전국 미세먼지(PM10) 배출량에서 도로 이동 오염원은 12%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오염원은 제조업 연소로 전체 오염원의 65%를 차지했다. 독일산 디젤 세단을 비롯해 경유차의 인기를 견인한 디젤엔진의 신차들에 화살을 돌리는 것도 맞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1월 배기가스 규제가 높아지기 시작한 유로4가 도입되기 이전에 팔린 11년 이상 된 노후 디젤차량 276만여대가 현재까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2005년까지 적용됐던 배출가스 기준 유로3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한도가 0.5g 이하, 미세먼지 0.05g 이하로 현행 유로6 기준 대비 각각 8배, 11배 이상 높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경유차의 상당 부분이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와 승합차다. 지난 4월 기준 국내에서 등록된 승합차와 화물차는 450여만대다. 전체 950만대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화물차와 승합차의 95% 이상이 경유 차량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 차량 중 경유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화물차와 승합차의 비중이 더 높은 셈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경유차 역시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닌 현대자동차의 1t 화물차 ‘포터’다. 지난해 한 해 9만 9742대가 판매됐다. Q 노후차가 문제라면, 신형 경유차는 A 아니다. 배출가스 허용치 여전히 초과 신형 경유차량은 현재 지난해 9월부터 적용된 배출가스 기준 유로6가 적용되고 있다. 유로6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허용치가 화물차의 경우 0.4g/㎞, 승용차의 경우 0.08g/㎞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로6 기준으로 출시된 20개 차종 중 19개 차종이 이 같은 배출 허용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발표대로라면 신형 경유차들 역시 기준치 이상의 환경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정부가 이들 차종에 대해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Q 경유값 올리면 경유차 줄어들까 A 운행량 줄겠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 경유차 운행은 줄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단순히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라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유값을 올리면 경유차 운전자들이 운행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경유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법적으로 유류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상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화물차 운행량은 줄이지 못하고 소수의 경유 승용차 운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개선부담금을 부활시키는 안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환경개선부담금 같은 경우도 이제 와서 다시 부과하게 되면 그동안 면제됐던 차량들에 대한 소급 적용 문제 등으로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기오염의 주원인이 대도시 내에 차량이 집중되기 때문인 점을 고려해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유차량 도심 진입 제한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유커의 힘?… 소비 7년만에 ‘최고’ 경기 부활 조짐

    유커의 힘?… 소비 7년만에 ‘최고’ 경기 부활 조짐

    투자 석달만에 반등… 산업생산 두달째↑ 소비자심리·기업 지수도 2개월째 호전해외관광객 급증 면세점 등 15.4% ‘쑥’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국내 소비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전체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에 이어 기업체감지수도 두 달째 호전되면서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올 1월 1.4% 감소했지만 2월 0.6%로 반등한 데 이어 두 달째 늘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4.2% 늘었다. 2009년 2월(5.0%)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가 연장되면서 승용차 판매가 18.2%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10.3%)뿐만 아니라 의복 등 준내구재(3.3%),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2%) 판매도 늘었다. 특히 해외 관광객 증가로 인해 아웃렛, 면세점 등 기타 대형마트는 지난달 15.4% 등 3개월 연속 15% 이상 늘었다. 1분기 증가율은 17.2%로 3년 연속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50만명(전년 대비 29.4%)으로 증가하면서 아웃렛, 면세점 등의 화장품 판매가 전체 소매판매기준 13% 늘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5.1%로 석 달 만에 반등했다. 2014년 11월(11.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기계류(3.3%)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10.7%)가 모두 늘었다. 건축(2.0%)에 이어 수주가 급증한 토목 투자(18.7%)도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1(100 이상이면 낙관적)로 두 달 연속 오른 데 이어 이날 발표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1로 3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0월(71)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데다 계절적 요인이 겹쳐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미싱사, 오바사, 시다 부활한다! 봉제특구 시동거는 서울 중랑구

    ‘사원 모집합니다. 미싱사 OO명, 오바사 OO명, 시다 OO명.’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주택가에는 스산함이 감돌았다. 상가 건물에 나붙은 인력공고 정도가 이곳에 봉제업체가 있음을 보여줄 뿐. 마을에서는 산업현장 특유의 분주함이나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인력공고가 붙은 건물 2층에 올라가니 105㎡(약 32평) 남짓한 공간에서 직원 4명이 재봉질하고 있었다. 업체 대표 김현준(54)씨는 “일본 의료업체로부터 티셔츠 일감을 받아오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를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 근로자는 한 달 내 일하면 250만원 정도 벌지만, 대부분 일감이 있을 때만 아르바이트로 일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더 적다. 서울 봉제업의 메카지만 산업 쇠퇴로 웃음기를 잃었던 김씨 등 중랑구 봉제업주들이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면목동 136번지 일대(상봉동 포함) 29만 2000㎡(약 8만 8800평)가 최근 ‘봉제·패션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특정개발진흥지구는 서울시가 한 지역의 낡은 산업 환경을 개선하고 용적률 등 혜택을 줘 무너져가는 산업기반을 되살리려는 사업이다. 패션·봉제업으로 진흥지구에 지정된 건 중랑구가 처음이다. 2010년 후보지로 지정된 이후 6년간 표류하던 구의 특구 지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 나진구 중랑구청장의 행정 노하우 덕이다. 나 구청장은 2014년 7월 취임하고서 지역 봉제업체 2000여곳을 전수조사해 영세사업자들이 바라는 지원책을 계획서에 담았다. 구의 개발 청사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던 시도 그제야 만족스러워했다. 중랑구에는 서울시 봉제업체의 11%(2470곳)가 몰려 있고 지역 내 전체 제조업 중 봉제업 비율이 71%다. 하지만 지역업체 중 5인 미만 업체가 60%이다. 규모가 작으니 융자를 받기가 더 어려워 사업을 키우기 어려웠다. 구는 봉제·패션업체를 지원하고자 특구에 종합지원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을 짓기로 했다. 종합지원센터는 지역업체의 규모와 작업 종목 등 특징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각 업체와 국내외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또 융자나 수출 상담도 해준다.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영세업체 등에 임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임가공에만 매달리지 않고 디자인과 생산, 유통 등을 한곳에서 모두 할 수 있도록 특구를 꾸밀 계획이다. 나 구청장은 “지역의 서일대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과 봉제업체가 협업해 지역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쇼핑·카페거리 등도 만들어 의류 상권까지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구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진흥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내년까지 서울시 승인을 받고 이후 특구 조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경제 새 길을 가자] 스마트공장, 기계에 ‘두뇌’ 심어 생산성↑… 제조업 ‘부활의 노래’

    [경제 새 길을 가자] 스마트공장, 기계에 ‘두뇌’ 심어 생산성↑… 제조업 ‘부활의 노래’

    ‘삐익삐익.’ 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 2층. 전자개폐기를 생산하는 이곳에 무인 운반차가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불빛을 반짝이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청색 테이프로 표시된 궤도를 따라 이동하는 이 운반차는 창고에서 부품을 싣고 나온 뒤 각 공정 라인에 전달하고 완성 제품을 다시 포장 라인에 갖다 주는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운반차 옆으로 카메라 플래시처럼 일정 간격으로 빛이 번쩍인다. 또 다른 로봇이 제품을 향해 조명을 터뜨려 품질을 검사하는 중이다. 육안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오류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포장 라인의 커다란 로봇은 크고 작은 상자에 제품을 포장하고, 기업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받은 정보를 상자에 부착한다. 작업자는 모니터를 통해 각 생산라인에 설치된 제어기(PLC)로부터 온 데이터를 확인한다. 라인당 하루 평균 50만건 이상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생산성 개선에 쓰인다. 이 공장의 핵심은 단순히 로봇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마다 설치한 제어기를 상위 시스템인 생산관리시스템(MES)과 통신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설비와 시스템의 실시간 연동은 공장 자동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조정철 LS산전 생산기술센터 부장은 4일 “생산라인의 스마트화를 통해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앞으로 설비·시스템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율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스마트공장’이 떠오르고 있다. 설계, 생산 등 제조 전 과정에 사물인터넷(IoT), 센서, 빅데이터 등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하면 적은 인원으로도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다. 과거 산업혁명과 다른 점은 기계에 ‘두뇌’를 입힌다는 점이다. 이규봉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스마트 공장은 죽은 제조업도 살린다”고 말했다. 고령화 등으로 노동 기반이 약화된 선진국이 가장 앞장서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며 첨단 제조업 강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디지털 디자인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제품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인더스트리 4.0’으로 잘 알려진 독일은 기존 기계, 장비의 네트워크화를 추진한다. 각자 따로 움직이는 기계에 ‘숨’을 불어넣어 생산 전 단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장의 ‘관제탑’ 역할은 가상현실통합시스템(CPS)이 맡는다. 독일 지멘스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효율을 자랑한다. 25년 전에 비해 생산 규모가 8배 늘었다. 일본도 2013년 산업재흥 플랜을 세우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드마켓스는 선진국의 재빠른 움직임에 힘입어 2018년 전 세계 스마트 공장 시장이 2460억 달러(약 28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한발 늦은 2014년 들어 스마트 공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내놓고 2020년까지 1만개 중소·중견 기업을 스마트공장으로 변모시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스마트 공장으로 분류되는 국내 사업장은 1240곳이다. 다만 기초 단계의 스마트 공장이 대부분(82.3%)이다. 바코드,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를 활용해 제품 추적·불량 관리 등을 하는 수준이다. 스마트 공장의 장점은 작업자가 어디에 있든지 유지 보수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모든 공정을 원격에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전 단계로 올해부터 좁은 공간에서의 원격 제어를 시도한다. 작업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스마트시계로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도어(문짝) 공정의 작업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결과 불량률 ‘제로’를 달성했다. 이기수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실장(이사)은 “다음달까지 ‘휴먼에러’가 주로 발생하는 10여개 공정에서 실시한 뒤 불량률이 크게 줄면 울산공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이 생산 효율을 현격히 높일 수 있는 반면 고용절벽의 주범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무인 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LS산전 청주공장은 스마트화되면서 라인당 작업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옥스퍼드대는 앞으로 일본 노동인구의 49%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고령화 대응 방안으로 스마트 공장이 등장했지만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일자리 선택 폭이 좁아지는 역설을 낳은 셈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한국 섬유업계엔 저력… 창조 경제와 연계해 혁신제품 개발 집중을”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한국 섬유업계엔 저력… 창조 경제와 연계해 혁신제품 개발 집중을”

    “섬유산업이 망한다고 하지 마세요. 혁신을 통해 좋은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찾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섬유대학 교수실에서 최근 만난 서문원(79) 석좌교수는 미국 섬유산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 초 미국 유학을 떠나 이 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뒤 당시 최대 섬유회사인 ‘벌링턴인더스트리’에서 품질관리 전문가로 18년 동안 활동했다. 벌링턴인더스트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학교로 자리를 옮긴 뒤 30년 가까이 섬유 기술과 경영 등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왔다. 서 교수는 전통 제조업인 섬유산업이 미국에서 다시 부활하는 것에 대해 “인건비가 좀 내려가고 경기 회복 등에 따른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탄탄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 높은 섬유제품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나갔던 회사들이 ‘이제 미국으로 돌아와도 되겠구나’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등 한국 섬유업계에 자문을 해온 서 교수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한국은 섬유 등 제조업이 죽는다고만 말하는데, 부활해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며 “양질의 교육을 받은 과학자 등 우수한 재원이 많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고, 이노베이션(혁신)센터 등을 잘 엮어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주도의 제대로 된 섬유연구소를 만들어 고급두뇌들의 연구를 통해 혁신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섬유산업은 실과 천, 패션, 홈퍼니싱, 유통, 기계에서 전자까지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을 포함하면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고, 특히 한국 옆에는 중국이라는 대규모 시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문이 좁아 안타깝다”며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는 정보기술(IT)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시장성이 큰 섬유산업 등 제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섬유업계는 저력이 있기 때문에 혁신을 통해 창조경제에 앞장을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롤리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대학 연구실서 쉼없는 기계소리 교수·학생·업체직원 진지한 토론 대학·업체 공동 특허 프로젝트 나이키 등 300곳과 37억원 사업 한때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던 섬유산업이 미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서비스 산업 가운데 하나인 패션산업의 출발점이다. 미국이 유행의 첨단인 이유도 섬유산업이 바탕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엔 섬유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신성장 동력인 ‘웨어러블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인체의 건강정보를 파악하는 전자섬유와 같은 특수한 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산학 협업도 활발하다. 그 현장을 찾아봤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롤리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섬유대학 3층. 수십 개의 랩(연구실)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교수와 학생들, 섬유업체 직원들 간의 진지한 토론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130년 전통의 NCSU 섬유대학은 미국 내 별도로 세워진, 많지 않은 섬유대학 중 가장 유명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200년이 넘은 섬유산업의 전통을 이어가는 산학 협동의 산실이자 양질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 지역에서 다시 이뤄지는 섬유산업의 ‘리턴’과 확장, 혁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네킹이 즐비한 ‘디지털 디자인 랩’은 여성복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 랩 소속 연구원들은 한 패션업체의 의뢰를 받아 털실로 만든 천과 똑같아 보이는 프린트 직물을 컴퓨터로 제작, 마네킹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솔기가 없는 특수천 등을 만드는 첨단기계가 가장 비싸다”고 귀띔했다. 다른 편에 있는 ‘의류 편리성 평가 랩’ 앞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300여개 이상의 섬유·패션·소매회사가 참여하는 300만 달러(약 37억원) 규모의 ‘산업 서비스 프로젝트’ 게시판이 붙어 있었다. 평소 비공개인 랩 내부에 허가를 받고 들어가니 소방복·군복 등에 대한 화기·습도 실험이 한창이었다. 랩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패션뿐 아니라 군대, 병원, 항공 등 관련 섬유 시장이 커지면서 산학 연구가 많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옷을 입어만 봐도 생체정보와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소형 칩을 내장한 전자섬유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에 본부를 둔 글로벌 의류기업 ‘해인즈브랜즈’와 원사업체 ‘유니파이’ 등은 아예 별도로 ‘패션 스튜디오 랩’과 ‘합성 원사 랩’을 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혁신적인 신제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기자를 여러 랩으로 안내한 대학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건물 지하로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섬유공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학이 아니라 웬만한 섬유회사를 옮겨놓은 듯, 방사·가연·염색·직물·봉제 등 섬유 관련 모든 기계가 갖춰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이곳은 학생들을 위한 연구실이기도 하지만 섬유회사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회사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결과가 좋으면 상품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 측은 기업들과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고 협동 연구 및 특허를 진행하고, 공장 시설 및 인력을 제공하면서 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지나니 또 다른 랩들이 나타났다. ‘섬유 고문(torture) 랩’과 ‘물리적 테스팅 랩’에는 섬유회사 관계자들이 몇 주째 상주하며 최첨단 섬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섬유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모르는 최첨단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롤리(노스캐롤라이나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섬유업계 4년간 1조원 투자유치·3000개 일자리 창출”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섬유업계 4년간 1조원 투자유치·3000개 일자리 창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섬유산업 등 제조업 부활을 위해 연방정부의 정책을 십분 활용하면서 주정부와 카운티·시 등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협조, 기업을 돕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제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주정부 상무부에서 2014년 별도로 분리된 ‘노스캐롤라이나경제개발파트너십’(EDPNC)은 제조업 부흥을 위해 각종 지원을 제공, 업계와 정부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신흥도시인 캐리에 있는 EDPNC 사무실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정 최고경영자(CEO)는 제조업 부흥의 원동력으로 “최첨단 혁신제품 생산과 대학을 통한 연구·개발(R&D) 및 양질의 인력 제공, 인프라·세금 등 혜택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뒤 “떠났던 미국 업체뿐 아니라 아시아·유럽·중동 기업들의 입주 문의 등이 쇄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조업계가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전문직 기술자뿐 아니라 커뮤니티칼리지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들을 연결시키는 산학 네트워크 사업을 비롯, 고용·투자 규모에 따른 법인세 인하 등 모든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섬유업계뿐 아니라 교통장비·자동차·우주·항공·바이오 등 첨단제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EDPNC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노스캐롤라이나 섬유업계에 이뤄진 해외 투자는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억원) 이상이며, 3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체에서 이뤄진 섬유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각각 40%와 2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노스캐롤라이나의 일자리는 교통장비, 우주·항공, 자동차, 금속, 가구, 바이오, 제약 등 제조업에서 최대 71%까지 늘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임기 2기 들어 연방 차원에서 추진해온 ‘공공-민간 제조업 혁신 연구소’(PPMII)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제조업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첨단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업과 대학 공동의 혁신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 컨소시엄을 선정해 왔다. 정 CEO는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발광다이오드(LED) 혁신기업 ‘크리’ 등 18개 기업과 6개 대학이 참여한 ‘차세대 전력 연구소’가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NCSU 섬유대학이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섬유 혁신 경연대회’(TIC)에 지원, 최종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혁신·산학 협동·정부 지원 ‘3박자’… 섬유산업 ‘부활의 노래’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혁신·산학 협동·정부 지원 ‘3박자’… 섬유산업 ‘부활의 노래’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0%가 무너지는 등 ‘세계의 경제 엔진’ 중국이 식어 가고, 초저유가 행진에 유럽도 양적완화 확대를 검토할 정도로 경기가 심상찮다. 하지만 지난달 9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데서 보듯 유독 미국 경기만 잘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와 같은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사양산업이라는 섬유산업도 부활하고 있다. 이런 미국 제조업의 재기 현장을 가 봤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앨러먼스카운티 벌링턴시에 있는 섬유회사 ‘CS캐롤라이나’는 이른 아침인데도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분주했다. 사무실 건물과 연결된 공장 한쪽에서는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4월 스웹슨빌시에서 이곳으로 확대 이전했다.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는 현장이다. 섬유·가구·담배 등 제조업의 본고장인 노스캐롤라이나는 이제 전통적 ‘굴뚝’ 제조업이 아니라 부단한 혁신을 통한 ‘첨단·스마트’ 제조업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100년 넘게 섬유산업의 꽃을 피웠던 노스캐롤라이나 섬유업계의 부활이 눈에 띈다. 기업의 혁신과 산학 협동, 정부의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50여년 전통의 한국 원사 생산업체로 20년 전 미국에 진출한 ‘CS아메리카’의 노스캐롤라이나 진출 및 공장 확대는 이 지역 섬유업계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섬유산업의 중심지 벌링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며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섬유회사 ‘벌링턴인더스트리’가 1987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공장을 CS아메리카가 28년 만에 인수, 기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공장 규모는 기존 10만 스퀘어피트(9290㎡)에서 65만 스퀘어피트로 6배 이상 확대됐고, 공장 증설에 800만 달러(약 97억원)가 투입된 데 이어 1200만 달러가 더 투자될 예정이다. 특히 기존에 사용하던 기계보다 효율성이 높은 첨단 기계들을 들여와 생산량이 3배나 늘었고 품질도 향상됐다. 공장 증설로 신규 채용도 기존 60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폴리에스테르·나일론 실을 생산하는 CS아메리카가 이렇게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게 된 것은 굴뚝 제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다양한 첨단 제품을 만들고 거래처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주인태 사장은 “‘스타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16개의 혁신적인 원사 제품을 만들어 직물·패션·염색업체뿐 아니라 자동차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며 “페트병 재활용 실, 습도 조절 실 등 첨단 상품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사장은 “캘리포니아에서 공장을 시작했는데 노스캐롤라이나가 전력 사용료 등 비용이 훨씬 낮고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어 증설했다”며 “고용 창출에 따른 세금 혜택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 건물 한편은 염색·직물 등 협력회사 7곳이 임대해 쓰고 있다. 여기에서 만난 로버트 실스(77) 사장은 “1987년까지 벌링턴인더스트리에서 일했는데 공장 문을 닫아 직원들이 건물을 인수했으나 공장을 돌리긴 무리였다”며 “30년 전까진 직원이 수천명이라 주차장이 꽉 찼었는데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섬유회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문을 닫거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러나 현지 임금이 오른 데다 세금 혜택 등도 줄어들면서 더 좋은 조건을 찾다가 최근 들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정부와 카운티, 시정부가 제조업 공장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주변 유수 대학들과의 산학 협동이 활발해져 첨단 제품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CS아메리카뿐 아니라 천막·차량용 특수섬유를 생산하는 ‘글렌레이븐’, 가구·항공용 첨단섬유를 개발한 ‘퀀텀’ 등은 가장 혁신적인 섬유기업으로 손꼽히며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혁신기업으로 평가받는 섬유회사들이 언제 어떤 신제품을 발표할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섬유업계가 이렇게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자 국내외 회사들이 기존 공장을 확대하거나 해외로 나갔던 공장을 복귀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군·병원용 첨단 부직포 전문회사들의 상당수가 노스캐롤라이나로 집결하고 있다. 캐나다 양말류 전문업체 ‘PEDS’는 중국으로 옮겼던 공장을 최근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전해 월마트 등과 손잡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역시 캐나다 운동복용 원사업체인 ‘길단’, 한국 부직포업체인 ‘커스텀’, 이스라엘 부직포업체인 ‘스펀테크인더스트리’와 ‘아브골’, 인도 원사업체인 ‘시리고빈다라자’ 등이 최근 1~2년 새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장을 확대하면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있다. 섬유업체들이 다시 몰리자 현지 고용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길단은 공장을 확대한 뒤 50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하는 등 섬유업체들이 지난 5년간 29건의 공장 투자를 통해 3000명 규모를 신규 채용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현재 700여 섬유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직원 4만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전통 섬유산업이 지치지 않는 자기 혁신과 신상품 개발을 통해 다시 한번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현장은 오늘날 미국 경제 회복의 저력을 보여 주고 있다. 글 사진 벌링턴(노스캐롤라이나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2) 로봇① 걸어다니는 스마트폰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2) 로봇① 걸어다니는 스마트폰

    로봇의 역설, 모라벡의 파라독스  국내 최초로 하이테크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로봇들이 나타나 좌충우돌하며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 드라마 ‘할매네 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케이블방송 tvN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이 드라마에는 개그맨 장동민, 배우 이희준, 가수 바로가 로봇과 함께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허당 로봇 ‘머슴이’, 귀요미 로봇 ‘토깽이’, 흥부자 로봇 ‘호삐’ 3총사가 농촌의 일손도 돕고 어르신들의 적적함도 덜어 드린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연구실 밖으로 나온 로봇들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제대로 걷기도 어렵고 계란을 깨트리지 않고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머슴이는 3억 원이 넘는 최첨단 로봇인데 값비싼 장난감, 사고뭉치 쇳덩어리라는 핀잔을 받으며 수모를 겪었다. 기획 의도와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로봇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결국 6회까지 방영하다 도중에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악당들을 무찌르던 멋진 로봇과 달리 실제 모습은 왜 이렇게 실망스러웠을까?  일찍이 로봇과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보고, 듣고, 느끼고, 걷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복잡한 계산은 잘하지 못한다. 반면 로봇은 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경사진 길을 걷는 것은 어렵지만 우주 로켓의 궤도를 계산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몸으로 습득해 쉬워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로봇에게는 흉내 내기 더 어렵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로 알려진 이런 현상 때문에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앞으로 돈 들여 하버드 대학 가는 것보다 배관공이 되는 게 낫다”라고 한 말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로봇이 회계사의 일은 대신할 수 있지만 배관공의 일은 대신하기 어려우니 미래의 직업을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면 허당 로봇 ‘머슴이’처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만다. 이랬던 로봇이 요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다시 뜨고 있다. 늘 차세대 꿈나무로만 취급받던 로봇에게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로봇 전성시대  올해 세계가전 박람회 CES에서 로봇이 사물인터넷, 스마트카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언론의 관심도 높아져 2012년 이후 로봇에 대한 기사가 해마다 50%씩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으로 주목하며 투자 확대에 나섰다. 구글은 이미 10개가 넘는 로봇 관련 회사를 인수하였고, 아마존도 물류 로봇 키바(Kiva)와 드론을 이용한 총알 배송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프랑스의 ‘알데바란’사를 인수해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를 출시하였다. 매년 감소하던 특허등록 건수도 2009년부터는 연평균 26%씩 급증해 기업들이 일전을 치르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각국의 미래 성장동력에도 로봇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로봇을 통해 자국의 제조업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해외로 나간 생산 기지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과 제조업 육성을 위한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정책을 추진하며 연구개발 비용으로 22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독일의 하이테크 육성 전략인 Industry4.0, 일본의 ‘로봇 新전략 2020’, 중국의 ‘제조업 2025’의 핵심에도 로봇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며 2018년까지 7조 원을 투자해 로봇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보는 눈도 달라졌다. 미국의 보스턴컨설팅 그룹(BCG)은 2020년 로봇 시장이 430억 달러로 성장해 2013년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가전 시장과 맞먹는 7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비즈니스의 촉이 가장 발달하였다는 벤처 캐피털(VC)의 자금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로봇 분야의 VC 투자액은 11억 달러로 연평균 34%씩 증가하였다. 로봇 전문 매체인 로보허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12억 달러가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되었고, 29개의 기업이 인수 합병되는 등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바야흐로 로봇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2020년 ‘1가구 1로봇’의 시대가 되고, 로봇이 당신의 직장 상사가 될 수 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나온다. 로봇 때문에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이제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로봇의 세상으로 들어가 함께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먼저 로봇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고 시작하자.  소설 속에서 현실 세계로   로봇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참 어렵다. 보통은 “주변 환경을 인식(Sense)하고, 상황을 판단하여(Think), 자율적으로 동작(Act)하는 기계”라고 정의한다. 로봇의 종류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정의나 개념도 변하고 있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공장의 로봇부터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봇(bot)’과 같이 형체가 없는 것도 로봇이라고 부른다. 사용되는 곳으로 나누어 보면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과, 일반 소비자나 전문 분야에 사용되는 서비스용 로봇으로 분류할 수 있다.  로봇이란 말은 1921년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쓴 ‘R.U.R’이란 희곡에 처음 등장하였다. 그로부터 20년 후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로봇 3원칙’을 제시하고, 로봇공학(Robotics)이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이런 소설 속의 로봇이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된 것은 1961년 미국의 GM이 도입한 유니메이트(Unimate)가 처음이었다. 70~80년대는 독일이 자동차용, 일본이 전자 산업용 로봇 분야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주도하였다. 1990년대에는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 혼다의 걷는 로봇 아시모(Asimo)와 같은 서비스 용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이 수술 로봇, 청소 로봇, 물류 로봇 등으로 서비스 분야의 시장을 선도하였다. 최근에는 로봇도 자동차와 같이 기계 중심의 제품에서 IT가 결합된 지능형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밀폐된 공간에서 단순한 반복작업을 하던 로봇이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하면서 스마트해졌다. 소프트뱅크의 페퍼에는 카메라, 터치, 마이크 등 25개의 센서가 들어 있어 일상의 대화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감정까지 알아차리는 지능을 갖추었다. 구글에서 로봇 개발을 이끌었던 앤디 루빈은 “소프트웨어나 센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로봇 팔(arm)과 같은 하드웨어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메커니즘과 제어 기술이 경쟁력이었지만, 앞으로는 강력한 운영체제(OS)와 플랫폼, 영상과 음성을 이해하는 인식기술(Recognition), 클라우드와 연결되는 인공지능과 같은 IT 역량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하드웨어 판매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는 장비를 판매한 후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68%에 이른다. 소프트뱅크가 출시한 페퍼의 가격은 20만 엔이지만 3년간 부가 요금이 88만 엔으로 주 수입원은 서비스이다. 근력을 증강시키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으로 유명한 ‘사이버다인(Cyberdyne)’사는 시간당, 월간, 연간 사용 요금을 책정해 리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 로봇 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로봇 산업의 변화를 감지한 듯하다. 우선 이 정도로 입문 과정을 마친 것으로 하고 다음에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미래, 서비스 로봇을 만나러 가보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경제, 새 길을 가자

    경제, 새 길을 가자

    1998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고꾸라진 해’였다. 성장률(-5.5%)은 추락했고 은행 대출금리는 두 자릿수(15%)로 치솟았다. 그해 2월 어음부도율은 월간 최고 수준인 3.32%(연간 0.52%)로 거리엔 실직자가 넘쳐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강제 개혁’ 결과였다. 반면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 힘으로 극복하고 반등한 해였다. 성장률은 6.5%를 찍어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3.0%)도 안정적이었고 수출은 전년 대비 28.3%나 급증했다. 새해 우리 경제가 갈림길에 서 있다. 스스로 개혁을 하지 못해 1998년 외환 위기 때처럼 외부의 강제 처방에 직면할 수도 있고 아니면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발빠른 대처로 빠져나온 2010년의 길을 따를 수도 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전직 경제관료들은 입을 모은다. 2010년 경제팀 수장이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당시 위기 극복을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교과서적인 성장’이라고 칭찬했다”며 “그때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경제팀이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밀어붙였으며 정치권도 협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잿빛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에 반발해 노사정 탈퇴를 선언했고 야당은 주요 경제법안 통과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고 있다. 여당은 리더십을 상실한 지 오래고 청와대는 ‘경제가 위기’라면서도 총선용 개각을 서슴지 않는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새해를 2010년처럼 ‘반등의 해’로 만들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내부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금융기관에 면책권을 준다고 장관이 직접 선언해야 그나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 물꼬도 터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제조업 하나로 먹고살아 온 나라가 이제는 성장할 수 있는 임계치에 왔다”면서 “호봉제를 직무 성과급제로 바꾸는 등의 과감한 노동개혁을 하지 않는 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경쟁력도 살아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변화무쌍’ 성동구 성수동

    [서울 핫 플레이스] ‘변화무쌍’ 성동구 성수동

    ‘카멜레온 같다’는 말은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매력이 있을 때 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꼭 어울리는 표현이다.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과 나이든 상인들이 있는가 하면, 변화를 만들어가는 젊은 기업인과 예술인들도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도 같은 묘한 조합은 전통과 현대의 매력적인 공존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성수동은 몇 해 전만 해도 낡은 공장이 밀집된 준공업 지역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성수동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부터 중장년층을 망라한다. 무엇이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것인가. 뚝섬역과 성수역 일대를 돌아보면 바로 성수동의 매력을 파악할 수 있다. 뚝섬역 근처 성수1가2동 주민센터 뒤편에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소셜벤처 밸리’가 있다. ‘아뜰리에 길’이라고도 불린다.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맹목적인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공통의 신념이 있다. 주민센터를 오른쪽에 끼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공정무역 가게 ‘펜두카’가 보인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상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생산자 환경개선이나 자립에 사용한다. 위쪽 건너편에는 ‘디웰 살롱’이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보금자리이자 커뮤니티 공간이다. 좀더 걸어가다 보면 골목길에서 작은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과 마주한다.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녹색공유센터’의 사무실이다. 마을, 이웃, 꽃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과 서울숲 조성 및 관리, 꽃축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른쪽 골목에는 ‘마리몬드’의 사무실이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작품을 가방, 휴대전화 케이스 등으로 재탄생시켜 일상에서 과거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판매기금은 역사관 건립 등에 쓰인다. 골목을 돌아 나가다 보면 ‘이노베이션 라이브러리’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무료로 책을 대여하지만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사회 혁신을 고민하고 토의하는 작은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은 성수동을 ‘젊은 동네’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동네가 뜨면 문제도 생기는 법. 임대료 상승으로 동네를 떠나거나 진입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등을 만들어 구 차원에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서울숲 인근에 조성 중인 ‘언더스탠드 에비뉴’다. 당초 이름은 ‘박스파크’.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청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 공간으로 지난 8월 착공에 들어갔다.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성수역 인근으로 넘어가면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구두를 테마로 한 그래픽과 전시를 볼 수 있다. 1번과 2번 출구로 나가면 그 유명한 ‘수제화거리’다. 성수동은 우리나라 수제화 제조업체의 70% 이상이 밀집한 ‘수제화 1번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기성화가 인기를 끌어 수제화 산업이 쇠락하자 하락세를 겪었다. 최근 수제화거리는 일대를 정비하고 구두테마공원을 만드는 등 구의 노력에 힘입어 부활을 꿈꾸고 있다. 구는 수제화 공동판매장과 교각 하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브랜드 가게도 만들었다. ‘from SS’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저렴한 임대비용으로 오가는 시민들에게 수제화를 쉽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수제화를 고를 수 있다. 성수역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인쇄소 골목이 나온다. 중간중간 낡은 창고 건물이 눈에 띄는데 자세히 보면 창고가 아니다. 인쇄소나 창고, 공장건물을 개조해 카페, 갤러리, 스튜디오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인쇄소 건물 1층에 자리한 카페 ‘자그마치’가 그중 하나다. 인근에 낡은 벽돌건물을 스튜디오로 쓰는 ‘스튜디오 창고’는 이미 유명한 관광명소다. 본래 이름은 대림창고로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8년 전 헐릴 뻔했던 건물을 개조해 화보 촬영, 설치미술품 전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공연도 열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튜디오 창고를 둘러보고 쭉 내려가다 보면 성수동의 대표 재래시장, ‘뚝도시장’을 만날 수 있다. 뚝도시장은 한때 400개가 넘는 점포를 가진 서울의 3대 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에 활로를 모색하던 정 구청장과 주민들은 올해 뚝도시장을 바꿀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지난달 28일 첫선을 보인 ‘뚝도 활어시장’이다. 연평도 어촌계와 손을 잡고 서해5도의 싱싱한 활어가 당일 뚝도시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선이 직접 들어오는 덕분에 소비자들도 좋아한다. 지난달에 이어 구는 지난 13일 제2회 뚝도 활어시장 축제를 열었다. 내년 1월부터는 활어 선착장을 조성해 4월부터 7일장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성수동은 서울시도 관심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성수동을 찾아 ‘성수 사회적경제 특구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 구청장은 “성수동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매력적인 장소”라면서 “수제화, 재래시장 같은 전통이 이어지고 소셜벤처와 예술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성수동의 미래가 거대 자본보다 지역 주민과 청년 예술인,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달렸다고 본다. 정 구청장은 “성수동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이 모여 가꾼 문화의 거리가 자본 침투에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힘껏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김동수 민생프리즘] 위기의 제조업, 재도약은 가능한가?

    [김동수 민생프리즘] 위기의 제조업, 재도약은 가능한가?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독일과 일본이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튼튼한 제조업이 그 밑바탕이었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대들보 역할을 해온 것 역시 제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타깝게도 제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지난 몇 년간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제조업 부문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세(-1.6%)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영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수익성도 악화일로에 있다. 평균 5~6%를 유지해 오던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4.2%에 그쳤다. 이처럼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지다 보니 국내기업 3곳 중 1곳은 수익만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실정이다. 그 결과 좀비 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제조업 퇴조 징후를 중국경기 침체와 같은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 정도로 이해해도 될까.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 제조업은 한마디로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 등의 후발개도국과 기술격차를 토대로 앞서가고 있는 일본 등의 선진국 사이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제조업의 현실이다. 지난 몇 년간 세계를 주름잡다시피 하던 한국 스마트폰이 처한 현실이 단적인 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자니 애플이 구축해 놓은 견고한 벽이 부담되고 중국의 경쟁사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자니 이윤이 남지 않는다. 게다가 후발국들과의 기술격차마저 급속히 좁혀지고 있어 언제 이류로 밀려날지 모를 일이다. 세계를 호령하던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급속한 몰락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이런 게 비단 스마트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TV 등 가전은 물론,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력 수출산업 전반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제조업 기반의 수출 한국의 위상이 풍전등화와도 같다는 우려는 과장된 게 아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선순환을 이루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내수 진작과 함께 서비스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인데,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은 바로 제조업에 있음을, 또한 강력한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서비스산업은 사상누각이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제조업 명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경제 주체들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도전과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 회복되어야 한다. 요즘 일부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경영혁신은 뒷전인 채 프랜차이즈나 면세점 진출에 사활을 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던 창업 1세대들의 프런티어 정신이 지금만큼이나 절실한 때도 없었던 듯하다. 정부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각종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들은 시한을 정해 순차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환율에 의존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유혹도 떨쳐내야 한다. 고임금 등으로 인해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업종이나 제품은 생산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전략을 고민해 봐야 한다. 가령, ‘메이크 인 인디아’를 기치로 제조업 중심의 외국인 투자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는 기회 선점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인 진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노동개혁 또한 지속돼야 한다.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국가적 노력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 [The Best 시티] 서울 중랑구 ‘경제 삼각벨트’ 추진

    [The Best 시티] 서울 중랑구 ‘경제 삼각벨트’ 추진

    “5년이나 중단된 건물을 인수해 공사했는데 지난해 10월 264가구 중 펜트하우스 2채를 빼고 모두 분양됐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성공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인테리어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상봉 듀오트리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최원재 포스코A&C 현장소장은 “성원건설의 부도 이후 5년 만에 재개한 공사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영화관, 가구점 등이 들어오는 등 대형 상업시설도 마감됐다”면서 “근처 상봉역까지 개발하면 대규모 상권이 형성되고, 이 주변을 중랑 코엑스로 조성한다는 구의 정책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랑구는 정주·자족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경제 삼각벨트 중 상봉·망우동 일대의 중랑 코엑스 조성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 면목패션거리를 부활시키고 신내택지지구에 첨단기업을 유치하면 경제 삼각벨트가 완성된다. 중랑 코엑스 조성 사업은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봉역과 망우역 일대를 유통·문화·엔터테인먼트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상봉 듀오트리스 41층 2개 동은 올해 내 입주가 목표다. 이 건물과 망우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2013년 11월 입주)는 48층 1개 동과 43층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면적만 23만㎡로 중랑아트갤러리와 대형마트가 있다. 상봉 듀오크리스 뒤편의 상봉터미널(2만 8526㎡)에도 앞으로 52층 주상복합빌딩 3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400여명만 이용하는 터미널을 축소하고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절반씩 만든다. 2018년 준공 예정으로 백화점 등이 들어설 것으로 주변 부동산 업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새 구청장이 들어서면서 바뀐 정책 변화에 아파트 가격(닥터아파트 기준)은 3.3㎡당 지난해 10월 1334만원에서 이달 1554만원으로 16.5%나 급등했다. 서울시 평균(11.6%)보다 높다. 올해 용마터널이 개통됐고 면목선 경전철 건설이 확정되면서 교통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에는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81%나 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네 번째로 많다. 재개발, 재건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중랑뉴타운이 지역 경제 개발의 중심이 될 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소비까지 끌어들일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사실 경제 삼각벨트는 중랑구의 열악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넘어서려는 데서 시작됐다. 구 관계자는 “인구가 줄고 도시중심 기능이 취약하며 문화시설이 부족한 것 등의 약점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구의 인구는 2005년 42만 9922명에서 지난해 42만 3411명으로 1.5% 줄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만 9366명에서 5만 1919명으로 76.8% 늘었다. 재정자립도도 23%로 25개 자치구 중 21위다. 구는 지난달 ‘지역경제활성화 종합추진 4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경제 삼각벨트 정책을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20% 늘리고, 일자리 4만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중랑캠핑숲, 장미터널, 망우산 사색의 길, 용마폭포공원 등을 둘레길로 연결하는 휴(休) 관광벨트를 만드는 계획도 포함됐다. 망우리공원을 역사의 교육장인 항일애국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경제 삼각벨트의 다른 한 축인 면목패션거리의 활성화 부분은 현명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면목패션거리 조성 사업을 무턱대고 구에서 지원하면 홍대 앞과 같이 임대료만 급등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중랑구의 전체 사업체 2만 7490개 중 종사자가 5명 미만인 영세업자들이 87%나 된다. 중랑구 제조업의 70%가 봉제 관련 사업이다. 이날 면목동의 한 봉제공장에서 만난 김도훈(51) 사장은 “1980년대부터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생산기지가 옮겨가 국내 봉제업체의 생산 비율은 소비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반면 인건비는 10여년 만에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랐고, 임대료도 20~30% 상승했다”고 말했다. 봉제공장 거리에서 문을 닫은 공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감이 없어 쉬는 공장도 눈에 띄었다. W섬유는 지난해 문을 닫았지만 아직 간판도 철거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우선 값비싼 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아파트 공장을 얻도록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제작 기지에서 머물지 않고 패션상품의 디자인을 직접 고안하고 파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양산업에서 미래지향적 사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젊은 인력을 유입하고, 단순 봉제업에서 중고가 패션산업으로 발전토록 하는 전략이다. 구는 앞으로 29만 2000㎡의 면목동 136 일대를 서울시에 ‘면목패션 특정개발 진흥지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정책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또 구는 신내동 일대(3만 367㎡)에 첨단기업을 유치하려고 뛰고 있다. 베드타운이 아니라 일하고 머무는 정주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업들과 106번의 면담을 했고, SH공사와 협의를 통해 7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인근에 내년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걸어서 5분이면 신내역에 닿는 등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기업 유치가 현실화되면 918개의 기업이 들어와 6890명을 고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간 5억 4200만원의 재산세가 늘 것이다.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인구가 42만여명으로 비슷한 경북 구미시의 사례를 든다. 인구는 비슷하지만, 구미시의 1년 예산은 1조 3720억원으로 중랑구 예산 4746억원의 2배가 넘는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도 구는 1080억원인 데 비해 구미시는 6001억원으로 5배가 넘는다. 구미시의 인구는 매년 500명씩 늘고 있다. 삼성·LG 등 첨단산업을 다루는 대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정책도 새로운 시도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어린이집 신축을 위해 32억 5000만원의 사업비 중에 6억 2000만원을 중랑구에 지원했다. 기업에서 2000만원을 후원해 학교 담장과 운동장 스탠드 벽면을 개선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2018년까지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면목패션특정개발진흥지구를 지정하는 등 경쟁력 있는 산업거점을 육성해 자족도시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또 일자리가 늘고 교육의 질이 높아져 눌러 살고 싶은 정주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사상 첫 매출 감소 제조업 되살릴 방안 급하다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효자 품목인 철강·조선·석유·화학제품 등이 대내외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중국에 추월당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나마 버텨 오던 자동차와 스마트폰마저 중국과 일본의 위협에 놓여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이 196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이를 극명하게 방증한다. 올 들어 8개월 내리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내수마저 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한은이 그제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줄었다. 아무리 저성장 구조라고 하지만 매출액 자체의 감소는 충격이다. 여기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2%에서 전년(5.3%)보다 1.1% 포인트나 하락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제조업 강국의 초라한 현주소다. 제조업이 이렇게 약화된 데는 중국 경제의 둔화, 일본의 지속적인 엔저 유도,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 등 대외 악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안주한 탓이 더 크다. 말뿐이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아 자초한 일이다. 정부는 철강·조선 등 사양 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미적대는 바람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을 8만여개나 대거 양산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주력업종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을 따라잡는 노력을 해야 함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사내 유보금 710조원(30대 그룹)을 쌓아놓고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건 부인키 어렵다.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다. 가뜩이나 잠재성장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활력을 잃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는 경기가 살아나면 나아질 수 있지만 경쟁력에 밀리면 끝장이다. 철저한 산업구조 재편,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개혁 혁파, 노동 개혁을 통한 시장의 유연화, 품질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유도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국회에 계류된 경제 및 산업 활성화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제조업 부활에 사활을 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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