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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360만개 중소기업 ‘獨경제 기둥’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히든 챔피언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강소형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인정받기 위한 학계의 기준으로는 흔히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 ▲대중의 낮은 인지도 등이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은 세계 최다 히든 챔피언 보유국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히든 챔피언 2734개 가운데 1307개가 독일의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천국’인 독일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어떤 것일까.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한국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하구조 관계처럼 여겨지지만, 독일의 중소기업인 360만개의 ‘미텔슈탄트’(중산층에서 유래한 용어)는 독일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축”이라며 “미텔슈탄트는 독일 총고용의 60.8%를 차지하는 일자리의 보고이자, 국내총생산(GDP)의 51.8%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형태라는 점에서 수십년 이상의 영속성이 보장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준 수석연구원은 “독일 미텔슈탄트의 성공 요인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흥국의 저가제품과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출 지향,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해외생산 등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지역별 클러스터를 형성해 타 기업과 상호보완을 강조한 것 등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텔슈탄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방용 칼 제조업체 ‘헹켈’, 업소용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 등을 들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의 절대 강자인 ‘보쉬’, 고급 음향장비 제조업체 ‘젠하이저’ 등 미탈슈탄트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미텔슈탄트들은 임금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인력이동이 적어, 숙련기능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하고 기술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합칠 수 있다”면서 “공동의 영역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기술을 키우는 전략 등은 정부 지원과 별도로 국내 기업들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슬람권에 한국 인삼·유자를 유행시키다… 그것이 창조농업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슬람권에 한국 인삼·유자를 유행시키다… 그것이 창조농업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생산 이후의 가공, 유통, 수출 등 분야에서는 무한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김재수(56)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생산 농업’에서 ‘생산 이후의 농업’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말했다. 그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국산 가공식품의 수출 증가를 일례로 들었다. 우리의 노력이 바탕이 돼 입맛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한국산 가공 식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에고치로 인공고막을 만들어 사양길에 있던 잠업을 되살린 것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창조농업’의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무역 역조가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기우(杞憂)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슬람 문화권이 우리나라 식품 수출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식품의 현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슬람 문화권은 인구만 20억명이고 식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7000억 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 식품시장이 5조 4000억 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이슬람권은 세계 식품시장의 13%에 이르는 ‘블루오션’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식품 수출의 10.5%(8억 4000만 달러)를 이슬람 문화권에서 달성했다. 전년보다 9.4% 늘어났다. 담배나 커피제품, 고등어, 명태 등이 많이 수출된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2억 2450만 달러)의 수출액이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1억 5190만 달러), 아프가니스탄(9280억 달러) 순이다. →이슬람권 수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중요하지 않나. -이슬람 문화권의 식품 수출 인증을 ‘할랄’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어로 ‘허용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식품에 이슬람에서 금기인 돼지 추출 성분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 소속 한국할랄위원회에서 ‘한국 할랄’을 인증해 준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공신력 높은 ‘말레이시아 할랄’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식품이 한국 할랄을 받을 경우 말레이시아 할랄과 같은 동등성을 인정하도록 말레이시아 정부에 신청해 지난달 초 허가를 받았다. 이슬람권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할랄 인증은 세계적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가장 유명하다. 곧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할랄’의 동등성 효력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이슬람권이라고 해도 국가마다 식품에 대한 기호가 다를 텐데. -그렇다. 국가별로 특화된 수출품목 육성이 필요하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면이나 배, 유자를 선호하고, UAE·터키·이란 등은 인삼이나 과즙음료, 담배를 원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소스류, 면류, 커피 등의 수출이 잘된다. 2017년까지 20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aT는 올해 이슬람 지역에서 수출업체의 개별 박람회를 14회 지원한다. 카자흐스탄과 UAE 아부다비의 전시회에 참여해 한국식품관을 운영하고 이슬람권 대학에서 한식 강좌를 열 계획이다. 또 이슬람권 특급 호텔 2곳에서 한식요리법을 교육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중요하고 오래된 과제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aT가 하는 일 중 80~90%가 유통구조 개선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공판장을 짓고 경매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쪽으로 유통구조 개선 정책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는 정착됐지만 농산물의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너무 커졌다. 가장 큰 고민은 유통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와 인건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를 볼 때 사이버 거래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를 대폭 낮추는 방법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소’를 운영하는 이유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보가 많이 틀리는 것도 원인 아닌가. -맞다. 배추 파동이 오면 1000원짜리가 5배, 10배씩 오르기도 한다.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기후 예측이 힘들어졌다. 농산물 수급 관측 기법도 좀 더 발전해야 한다. aT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수급상황실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빠른 유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창조경제’가 화두인데 농업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농업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대지(大地)다. 사양산업이었던 잠업은 차(茶), 화장품, 치약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면서 최첨단 사업으로 변신했다. 인공고막도 만들었고, 인공뼈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벌침은 젖소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며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재료도 중국의 팔각나무 씨다. 농촌은 치료농업, 힐링농업, 관광농업에 눈을 뜨고 있다. 농업을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을 모두 합친 6차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농업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어떤 산업과도 융합될 수 있다. 창조경제의 중심이 될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산업에는 골목 영세상인이 특히 많다. 상생(相生)의 측면에서 중소 식품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2011년말 음·식료 제조업체의 92.1%가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업체다. 음식점 중에는 종업원 10인 이하 사업장이 97.6%다. 어느 분야보다 상생발전이 중요하다. aT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해 비축했다가 중간 상인을 통해 국내에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공매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없어 대부분 큰 업체가 대량으로 사다가 시중에 팔았다.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매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영세 식품업체를 위해 식품기업협의회를 만들어 광고, 마케팅, 경영, 세제 등 많은 부문에서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한 알로에 음료 업체는 aT의 영세기업 해외 박람회에 잇따라 참여해 보따리 장사 수준에서 중견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우려가 많다. -농산물의 개방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수출이라고 보고 있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출하는 선진국들이 소비 부진을 겪었고, 특히 엔화 약세에 일본 수출이 힘들었다. 하지만 상반기 수출은 27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증가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2011년보다 1.3% 줄었지만, 농식품은 4% 증가했다. 우리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aT는 한류 열풍을 농식품 수출과 연결시키기 위해 지난 6월 상하이 코리안 푸드 페어를 개최했으며 베트남, 미국, 홍콩 등 세계 전역에서 계속 열 계획이다. →현재 중국 농산물 무역적자를 볼 때 수출로 중국의 공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지난해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12억 8000만 달러였고, 수입액은 53억 달러였다. 4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났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는 없지만 노력을 멈추어서도 안 된다. aT의 대 중국 농수산물 수출 전략은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 중서부 내륙시장 개척, 온·오프라인의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로 정리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aT의 칭다오(靑島) 수출전진기지 물류센터가 완공된다. 고품질 냉장·냉동식품을 수출할 수 있고,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주도의 수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기점으로 민간 영역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48억 달러였던 농수산물 수출액은 지난해 80억 달러까지 늘었다. 2~3년 안에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100억 달러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은 비싼 원자재가 필요한 반면 농업은 씨를 키워 열매를 따는 산업이다. 수출액의 대부분이 순이익이라는 의미다. 수출 100억 달러가 넘으면 정부가 나서서 농산물 포장까지 일일히 보완하는 시대는 끝날 것으로 본다. 민간 영역에 의해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수출액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 것이다. →농업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농민은 전체 인구 중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식품 가공, 유통, 수출 인구까지 합한 ‘애그리 비즈니스’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에 이른다. 농업 생산이 아니라 생산 이후의 산업들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크게 증가한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사명을 바꾼 것도 식품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1957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1회 ▲농림수산부 시장과장·국제협력과장·식량정책과장·농업정책과장,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농업연수원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 우윳값 인상 반대… 소비자만 봉이냐!

    우윳값 인상 반대… 소비자만 봉이냐!

    우유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YWCA소비자고발센터에서 ‘우유가격 결정을 위한 긴급 관계자 모임’을 연 가운데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우윳값 인상에 반대하는 피켓을 창틀에 올려 놓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美 상업용 무인항공기 허용… 경제 호재? 사생활 침해?

    美 상업용 무인항공기 허용… 경제 호재? 사생활 침해?

    미국이 테러 세력 암살과 전쟁 지역 정찰 용도로 활용해 온 ‘무인항공기’(드론·UAV)를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게 허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체된 미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스노든 사태’로 불붙은 정부의 ‘빅 브러더’(사생활 감시) 논란을 재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달 26일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의 인시투가 만든 ‘스캔 이글 X200’(왼쪽)과 UAV 제조전문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AV)의 무인기 ‘퓨마’(오른쪽) 등 2개 기종에 대해 상업 운영 허가증을 발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인시투는 스캔 이글이 미 정유회사 코노코필립스의 알래스카 바다 탐사활동에 투입돼 이 지역의 유빙과 고래의 이동 조사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AV 측도 퓨마가 북극의 보퍼트해에서 기름 유출 감시 및 야생동물 보호 같은 공익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늘의 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드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지역 정찰용으로 도입됐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테러세력 암살용으로 사용 횟수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민간인 살상 같은 부작용 탓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인 감시활동에 투입되는 등 공공용도로 사용이 제한돼 왔다. 무인기 관련 군수업계는 미 정부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내놨다. 국제 무인시스템협회(AUVSI) 벤 길로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무인기 산업에 커다란 도약이 될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에 800억 달러(약 90조원) 이상 이바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드론 규제 관련 법안을 제출한 뎀 슈뢰더 의원(오하이오)은 “경찰도 영장 없이는 함부로 집에 들어올 수 없지만, 드론은 지금 당장 집안으로 들어와 사진까지 찍어갈 수 있다”며 “드론을 상업화하기 전에 이용자의 신원확인과 사용용도 제한 등을 담은 허가증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한수원 간부, 인천지역 전동기 제조업체서도 수뢰

    인천지검이 원자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전동기를 제조하는 지역 업체가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에게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의 수사에 이어 인천지검에서도 한수원 간부에 대한 금품 로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신호철)는 9일 인천 지역 전동기 제조업체인 C사 대표 김모씨 등이 한수원 측 인사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C사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로비 금액을 파악하기 위해 2006년 1월부터 김 대표 등 C사와 계열사 임직원 19명을 비롯해 C사와 계열사들의 금융거래 내역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C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한수원 측에 로비한 사실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C사 임직원들은 지난 5~7월 원자력 발전 핵심 부품인 전동기 내 주물 등에 관한 재료시험보고서 5장을 위조·행사하고 납품 대금 1억 26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C사의 남동공단과 송도국제도시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해 한수원에 납품한 원전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 품질검증서 등을 확보했다. 이 업체는 기준에 미달하는 원전 부품을 시험성적서나 품질검증서를 조작, 기준에 맞춰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대검찰청은 원전 비리 수사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을 비롯해 전국 6개 지검·지청에 배당했다. 한편 인천지검은 최근 불구속 기소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뇌물 수수와 관련해 시교육청 소속 공무원 50여명의 청탁성 뇌물 제공 정황을 파악해 수사하고도 한 명도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인천 G고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2009년 1월부터 이들의 자금 거래 내역을 훑었다. 인천 지역 A농협 지점장도 나 교육감의 뇌물수수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일 나 교육감만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검찰이 수사한 공무원이 50여명에 달하고 시교육청 공무원 16명이 건넨 뇌물이 4800만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뇌물공여자들이 수사에 협조했고 뇌물수수 액수도 작아 형사 입건이나 기관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애플 굴욕 ‘3종 세트’

    애플 굴욕 ‘3종 세트’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의 아이폰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선두자리를 처음 내준 데 이어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에서도 ‘검색 공룡’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며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IT 시장조사 전문업체 IDC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OS 점유율 분석결과 안드로이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오른 79.3%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위를 기록한 애플의 iOS는 13.2%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 16.6%에서 더 밀려났다. IDC 모바일 연구팀 라몬 라마스 연구 담당은 “iOS의 점유율 하락은 지난해 아이폰 5 출시 이후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경쟁력을 잃은 탓”이라면서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판매 1위인 삼성을 비롯해 중국 업체의 성장세에 영향을 받아 사상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iOS의 부진은 아이폰 판매실적 부진과도 직결된다. 올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출하 실적은 삼성(7560만대), 애플(3120만대), 롄샹(LENOVO·1130만대), 위룽(1080만대), LG(1070만대) 순으로 2위 애플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사실상 시장을 독차지했다. 물론 아이폰 한 대당 가격은 710달러로 다른 제조업체의 평균 스마트폰 가격인 407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실제 판매량과 수익률이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애플이 삼성과 노키아 등과 달리 스마트폰 분야에서 수익 대부분을 얻는 불리한 사업 구조를 가진 데다,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미래 시장 전망은 절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울산 유통산업 비중 지역총생산 3.7%

    산업도시 울산의 유통산업 비중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보다 낮아 소득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7일 발표한 ‘울산 지역 유통산업 현황 및 발전방안’(2007~2011년 5년간 통계)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울산 지역 유통산업 연평균 생산액은 1조 3000억원으로 지역총생산(GRDP)의 3.7%에 그쳤다. 이는 제조업(65.8%)과 생산자서비스업(12.5%), 개인서비스업(6.1%) 비중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 2011년 울산 지역 1만 8000개 유통업체는 14조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체당 평균 8억 2000만원을 기록, 업체당 전국 평균 매출액 10억원에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울산 지역 유통산업의 GRDP 대비 부가가치 비중 3.7%는 전국 평균 8.7%의 절반에도 못 미쳐 꼴찌 수준이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세슘 분유의 진실/노주석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세슘 분유의 진실/노주석 선임기자

    얼마 전 한 분유업체가 거대 환경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국 각 신문에 실렸다. 법원은 원고 일동후디스의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저하되고 명예가 훼손됐으므로, 피고 환경운동연합은 위자료 8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기업이 환경단체에 승소하면서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아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공익을 목적으로 소비자 편익의 정보를 발표한 환경단체가 패소한 것은 심상치 않은 ‘사건’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환경운동연합이 시판 중인 분유 5종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일동후디스의 산양분유 1단계에서 방사성 세슘(Cs) 137이 검출(0.391Bq/kg)됐으며 이를 유아가 먹으면 암 발생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해 8월 배포했다. 언론의 대대적인 극성 보도가 이어졌고 해당 제품의 매출이 동강 났다. 일동후디스 측은 국제 및 국내 기준치의 1000분의1에 불과한 극미량인데도 검출 사실만 강조해 기업 이미지와 회사경영에 치명적인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했다. 1년 전 일이지만 TV뉴스에서 본 장면이 생생하다. ‘아기에게 세슘 분유를 먹이고 싶지 않다’ ‘엄마, 세슘 137 먹기 싫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운동원들이 해당 분유를 바닥에 쏟아버리는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소비자는 감성적인 존재이다. 아기의 먹거리에 세슘이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불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환경단체가 제 할 일을 했다고 여겼다. 특히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세슘 공포’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사고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쌀, 소고기, 메밀, 버섯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세슘이 검출됐었다. 지금도 생태 등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괴담’이 떠도는 게 현실이다. 세슘 분유의 진실은 무엇인가? 비록 1심이지만 제조업체의 승소 기사를 보고 나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대법원 판례는 언론·출판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설령 증명이 없다고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판결문을 찬찬히 읽어 보면 법원은 환경운동연합 폭로의 공익성은 인정하되, 진실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과학적 사실이 진실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기준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란 칼럼을 통해 식품과 관련된 모든 유해물질의 완벽한 기준치를 제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러한 기준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에 편승해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이른바 ‘기준치 포퓰리즘’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도 같은 취지라고 본다. 그러나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받았으며, 세슘 분유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환경운동연합은 항소할 모양이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또 이어질 것 같다. 법이 정한 기준치의 안전성을 애써 외면하는 외침이 왠지 공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joo@seoul.co.kr
  • 한국산 철강재 반덤핑 제소 잇따라

    한국산 철강재 반덤핑 제소 잇따라

    한국산 철강재가 세계 각국에서 줄줄이 반덤핑(AD) 제소를 당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의 과잉생산에서 비롯된 각국의 무역보호 공세가 철강재의 순수출국인 한국으로 불통이 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US스틸을 비롯한 미국 철강 제조업체 9개사는 최근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 국내 피소업체는 세아제강, 현대하이스코, 휴스틸 등 10개사다. 한국은 지난해 총 78만t의 유정용 강관을 생산,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산의 수입비중이 23%로 가장 많은 규모다. 미 상무부는 오는 9월과 12월 각각 상계관세와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에 이어 내년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또 호주 반덤핑위원회는 수입산 후판에 대한 AD 조사를 마치고 지난달 19일 동국제강에 18.4%의 잠정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산(26%)과 일본산(14.3%), 인도네시아산(8.6~19%)에도 고율의 관세를 물렸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덤핑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 정부는 9월 16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브라질 정부도 한국산 전기강판에 반덤핑 인정관세를 부과했다. 포스코와 고려제강, 삼성물산에 각각 t당 132.5달러가 부과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행스럽게 반덤핑에 걸린 강관이나 전기강판 등이 국내 업체에는 수출비중이 각 3~8%로 크지 않아 피해는 제한적이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이런 분위기의 원인이 된 철강재의 공급과잉이 최소 5년 이상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철강재 생산량은 2008년 13억 4121t에서 지난해 15억 4740t으로 13.4% 늘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산은 5억 1233t에서 7억 1654만t으로 28.5%나 증가했다. 중국산의 지난해 비중은 46.3%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분쟁은 1991년부터 2008년까지 18년 동안 18건이었으나, 200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동안은 36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철강재의 수입 없이 수출만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과거 철강재 무역분쟁은 미국·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만 발생했는데, 지금은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으로도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IT관련 액세서리 폭발적 성장…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 연구개발”

    “정보기술(IT) 관련 액세서리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팬시(장신구)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기능과 편의성까지 갖춘 멀티 액세서리여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습니다.” 1인 창조기업 그립인의 윤정진(43) 대표는“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을 중심으로 한 IT 액세서리 시장에선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실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또 “여기에 IT 기기의 숨겨진 기능을 끌어내고 위트와 재미가 가미된 디자인을 입히는 등 소비자들의 욕구와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비슷한 제품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들어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동기에 대해 그는 “아이패드가 제품은 좋은데 활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있어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고민하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직접 액세서리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윤씨는 “시판 중인 아이패드 케이스 가격이 4만~5만원이었는데 특별한 기능도 없었다. 그래서 가격도 싸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케이스를 연구하다 멀티 벨트 케이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갤럭시S 시리즈 및 노트용 벨트, 아이폰용 벨트, 헤드폰 스탠드, 리얼 스마트 터치펜, 홈 버튼 스티커, 포터블 스탠드, USB 케이블 파우치(주머니) 등 수많은 제품을 개발했다. “가격도 싸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윤씨는 “내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직접 볼 때나 제품이 좋다는 소비자의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금이 필요할 텐데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당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어 지금은 혼자 회사를 꾸려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위치를 올려놓은 다음 투자를 받으면 더 좋은 조건에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째깍째깍…시계가 돌자 유럽은 근대로 갔다

    미국의 문명 비평가 루이스 멈퍼드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가 근대산업의 핵심 기계”라고 단언했다. 13세기 후반 유럽에 최초의 기계식 시계가 등장했다. 그 이전에도 해시계나 물시계와 같이 시간을 측정하는 기구가 있었지만 동력 시계가 만들어진 것은 유럽이 처음이었다. 그러면 왜 아시아가 아닌 유럽이었을까. 전문가들은 그 까닭을 흑사병이라는 거대 재앙으로 인한 노동력 급감으로 유럽 문명이 더욱 기계지향적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의 힘을 기계의 힘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경제적인 토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포와 범선, 제국’의 탄생을 통해 세계를 지배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이와 연관된 인간의 현실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1338년 여름 갤리선 한 척이 베네치아를 떠나 동방으로 향했으며, 이 배에 실린 여러 물건들 중 기계식 시계가 하나 실려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유럽이 기계를 아시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내용 등 그동안 아무도 집중하지 않았던 운명적인 사건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기술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경제와 사회의 역사에 대한 탐구이며 사람들과 그들의 성향, 사회적 가치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계 시계의 탄생이 과학 혁명과 산업혁명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면서 언뜻 무관해 보이는 시계와 대포가 역사적으로는 커다란 연관이 있었으며, 놀랍게도 유럽 최초로 시계를 제작했던 사람들이 다름 아닌 대포 장인이었다는 등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펼쳐 보인다. 기계식 시계의 발전사도 언급하고 있다. 초창기 거대한 공공 시계였던 기계식 시계는 15세기 태엽이 동력으로 등장해 크기가 작아지면서 가내용 시계와 회중 시계로 발전했고, 16세기에 들어서면 유럽 신흥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 등이다. 이때부터 시계 장인은 대포 장인보다 보석 세공인에 가깝게 개념이 바뀌었으며 시장이 확대되면서 시계 제조업 중심지가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현오석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검토”

    현오석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검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권을 포함해 전반적인 산업시설 입지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현 부총리는 전국 경제현장 방문 첫날인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말고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입지 규제 완화를 존(zone·지역)으로 접근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기 마련”이라면서 “그보다는 기능에 맞는 투자를 활성화하자고 국회의원들에게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단지 수도권이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전 국토를 대상으로 기능별로 입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능별 접근 방식으로는 지역 특성화에 따른 클러스터 형태 등을 거론했다. 제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비어가는 국내 입지에 첨단 융·복합 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 부총리는 “지금은 목적에 따라 입지가 선정돼 (적합한 기업이) 못 들어오게 돼 있다”면서 “어떤 곳은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어도 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어떤 곳은 서비스업이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곧 발표할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중 활성화되지 않은 곳은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또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장기 근속자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깎아주고 가업 승계 시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1일 경남 창원 경남테크노파크에서 수출기업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체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오래 일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근로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가업 승계와 관련해선 “세제 개편에서 가업 승계 부분(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제 전반의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상속세 부분을 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기업 56% “통상임금 패소하면 임금차액 지급 감당하기 어렵다”

    기업 56% “통상임금 패소하면 임금차액 지급 감당하기 어렵다”

    종업원이 404명인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는 직원들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소송에서 패하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간의 임금차액 64억 70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4대 보험료·수당·퇴직금 등의 일률적 상승으로 인건비가 18.7% 증가하면서 지난해 경상이익의 2.4배인 25억 3000만원을 올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통상임금 패소 때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에 대해 ‘전혀 감당할 수 없거나(18.2%), 감당하기 어렵다(37.9%)’고 대답했다고 31일 밝혔다. 임금차액을 부담하게 되면 기업의 53.2%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일 것(20.6%)’, ‘경영에 부담이 될 것(32.6%)’이라고 답했다. 상여금 포함으로 예상되는 인건비의 상승 폭에 대해서는 ‘10~19%’라고 대답한 기업이 34.1%로 가장 많았다. 평균 상승 폭은 15.6%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대처 방안으로 ▲당분간 임금 동결(25.9%) ▲고용감축·신규채용 중단(22.5%) ▲야간·휴일근로 축소(21.9%) 등을 염두에 두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통상임금 문제가 일부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회와 정부, 대법원은 산업현장의 관행과 노사 합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완주군, 이번엔 ‘로컬푸드 스테이션’ 새바람

    완주군, 이번엔 ‘로컬푸드 스테이션’ 새바람

    지난 28일 오후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주차장 상가 입구.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도 때아닌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주말을 맞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전날 문을 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사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로 ‘로컬푸드’ 바람을 일으킨 전북 완주군이 지난 27일 구이면 모악산 주차장 인근에 지역 농산물 직매장과 레스토랑, 가공체험장을 결합한 ‘로컬푸드 해피 스테이션’을 개장했다. 해피 스테이션은 완주군과 농축협이 공동출자해 만든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가 직영하는 농식품 6차산업(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 모델이다. 직매장은 558㎡, 농가레스토랑은 378㎡ 규모다. 이곳은 완주군에서 당일 생산된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 농가에서 직접 가공한 된장, 장아찌 등 300여종의 지역 먹거리로 채워졌다. 특히 해피 스테이션은 지역 먹거리 직매장과 함께 로컬푸드를 재료로 한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가공체험센터 등을 하나로 묶어 농가소득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로컬푸드를 구입하고 시식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를 찾아가 영농 현장을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다. 직매장은 450여 농가가 갓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소포장하고 받고 싶은 가격을 정해 매장에 진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당일 생산한 농산물이어서 싱싱할 뿐 아니라 가격도 대형마트 등에 비해 훨씬 싸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인 복숭아, 출하가 한창인 오이, 고추, 감자, 블루베리, 상추, 부추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농민들은 판매대를 다시 채워놓기에 바빴다. 주말에 운영되는 농촌여행버스는 신청자가 많아 몇주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피 스테이션은 개장 첫날 1720명이 방문해 515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둘째 날인 28일에도 1700여명이 방문해 4630만원의 매출을 기록,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주말 나들이를 겸해 이곳을 찾은 최금희(55·여·전주시 효자동)씨는 “도시 근교 유명 관광지에 로컬푸드 매장이 문을 열어 주말도 즐기고 장도 볼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며 “농민들이 생산자 이름을 붙여 내놔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시중보다 30% 이상 저렴해 절로 손이 갔다”고 말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해피 스테이션은 완주군이 추구하는 로컬푸드의 가치를 집약시킨 도농상생의 랜드마크”라면서 “완주 농민과 전주시민이 함께 만드는 먹거리 연대가 해피 스테이션 개장으로 한층 튼튼해져 밥상과 농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이 전국 최초로 시도한 로컬푸드 사업은 올해만 자치단체와 농협 관계자 등 2만여명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美국민 5명 중 4명 ‘경제적 불안’

    미국민 5명 가운데 4명은 실업과 빈곤을 겪거나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에 의존해 살아가는 ‘경제적 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이 시장조사기관 GfK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미국이 급격한 경제 세계화, 빈부 격차 확대, 안정적 제조업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로 미국인들의 79%가 살면서 실업, 빈곤 등 경제적 불안정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남은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기회의 사다리를 다시 만들어 내겠다”며 중산층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주목된다. 보고서는 인종별 빈곤 수준에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백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다고 밝혔다. 백인의 76%가 60세 이전에 실직을 경험하거나 1년 이상 정부의 복지 지원에 의존하는 등 경제 불안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빈곤층’이라고 부르는 저소득 백인들이 교외와 소도시 지역에서 빈곤층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윌리엄 윌슨 하버드대 교수는 “교육부터 기대 수명, 빈곤까지 미국인들 간 격차가 경제적 계급에 따라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백인들보다는 소수민족들이 미래를 상대적으로 낙관하는 편”이라며 “광범위한 시정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백인사회의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랭크 워싱턴대 교수는 “빈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주변의 문제가 아니고 주류사회의 사건으로 인식될 때라야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글로벌 경제] “희토류는 경제 활력소”… 폐광 뒤지는 美

    [글로벌 경제] “희토류는 경제 활력소”… 폐광 뒤지는 美

    미국에 셰일가스에 이어 희토류 개발이라는 ‘골드러시’ 바람이 불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 경제가 ‘자원 개발’이라는 이슈로 새 활력을 찾고 있는 셈이다. 2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희토류 광물 개발 붐이 일고 있다. 19세기 서부 지역에 불어닥친 ‘골드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처럼 기업과 과학자들이 금이나 은을 캐낸 폐광에서 희토류를 찾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ABC 방송은 “희토류 주광맥이 지하 깊은 곳이 아니라 땅 위에 널려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대 이후 문 닫은 옛 광산의 쓰레기 더미에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희토류를 채굴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희토류란 휴대전화나 TV, 무기, 발전소 터빈 등에 꼭 필요한 희소 광물을 말한다. 정보기술(IT) 기기가 점점 작고 가벼워지면서 이 기기 안에 들어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이 희토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2~3년 전부터다. 전 세계 생산의 9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2009년부터 수출량을 제한하며 ‘자원 무기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하이브리드차에 주로 쓰이는 네오디뮴 가격을 2009년 ㎏당 15달러에서 2011년 500달러로 올렸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때는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일본을 굴복시키기도 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미국도 자국 경제의 한계를 깨닫게 된 것이다. 앞서 노스다코타·텍사스 등 미 중서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셰일가스 개발 붐도 미국 경제에 장기적 호재로 평가된다. 셰일가스란 모래와 진흙이 쌓여 형성된 셰일층(지하 1000m 이하)에 함유된 천연가스를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 20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00만BTU(1BTU=0.252㎉/h)당 13달러를 웃돌던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현재는 4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고용창출효과만 2015년 87만명, 2035년 16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면서 그간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미국 제조업이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제조업체들도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하나 둘 옮기고 있다. 독일 최대 화학 업체 바스프는 루이지애나주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오스트리아 철강 업체 보에스탈파인도 텍사스에 7억 1500만 달러를 들여 철강 공장을 짓기로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 ‘미니 부양책’ 경제 경착륙 막기 나섰다

    中 ‘미니 부양책’ 경제 경착륙 막기 나섰다

    중국이 제한적 수준의 경기 부양 카드를 속속 꺼내 들기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4일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철도 건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수출 지원책 발표, 영세 기업에 감세 혜택 제공 등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내놨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우선 12차 5개년 경제계획 기간 동안의 철도 건설 투자 규모를 3조 3000억 위안(약 600조원)으로, 당초 예정보다 5000억 위안(약 90조원) 늘렸다. 이를 위해 철도 건설 시장을 전면 개방해 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도록 했다. 비교적 낙후한 중서부 지역에 철도 건설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또 수출 지원과 관련해 수출 기업이 부담하는 경영·행정 비용 등을 감축하는 한편 적정한 위안화 환율 및 국제수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을 진작시키면서도 무역 불균형에 따른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막겠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아울러 월간 매출 2만 위안 이하인 영세 기업에 대해서는 증치세(부가가치세) 등을 잠정 면제해 주는 감세 방안도 내놨다. 이 같은 조치들은 수출 및 제조업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전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7로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로 지난해 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재정 투입과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삼가고 규제 완화와 구조조정 실시를 골자로 하는 리 총리의 경제 개혁 정책인 ‘리코노믹스’ 기조에 따라 당분간 이처럼 완만한 경기 부양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성장 둔화로 재정 수입이 줄고 취업난이 가중될 경우 정책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경착륙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리 총리가 “경제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면 실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은 7%”라고 말했다며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마지노선 기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면 안정적 성장을 위해 본격적인 부양책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판젠핑(范建平)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주임은 “과거에는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을 포기했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없이는 구조조정도 불가능하다는 게 리 총리의 신념”이라며 적절한 정책 조절을 통해 안정적 성장과 구조조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코노믹스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 서민 거주지역인 버러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템스강 건너편의 금융지구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사무지구가 이곳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빌딩 상당수에는 ‘임대’ 또는 ‘매매’ 간판이 붙어 있고 건물 신축 현장도 곳곳에 보였다. 이 중 탠저린이 자리 잡은 빌딩은 일종의 ‘미디어아트 센터’다. 디자인 기업과 건축설계 사무소 등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형 기업들이 모여 있다. 조이 글로버 탠저린 마케팅총괄이사는 “비슷한 생활 패턴과 성향을 가진 기업들이 이웃에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런던에만 이런 센터가 200여개, 회사수는 4000개가 넘는다. 디자이너들의 작업장은 좁았지만 열기가 넘쳤다. 사무실 벽에는 디자인 시안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목업(실물모형) 제품들도 쌓여 있었다. 특히 서울 광화문의 ‘KT 무한상상실’이나 신도의 새 복사기와 로고 등 한국 고객의 작업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년간 탠저린은 ‘제품 디자인’의 역사를 바꿔 왔다. 히스로 공항과 런던 시내를 연결하는 ‘히스로익스프레스’, 토요타의 콘셉트카, LG전자와 삼성전자 냉장고, 래미안아파트 주방과 욕조, 니콘 카메라,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지게차와 굴착기 등이 탠저린에서 탄생했다. 특히 2000년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은 탠저린을 디자인 업계의 최고로 끌어올린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마틴 다비셔 대표는 “당시 항공기 좌석은 무조건 박스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S자로 마주 보게 만들면 탑승객들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을 교체한 뒤 영국항공의 영업이익은 연간 8000억원씩 증가했다.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가 실제 숫자로 입증된 사례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탠저린의 전체 직원은 30명에 불과하다. 글로버 이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회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뽑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생각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산업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조적 영국)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당시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들’로 정의했다. 광고, 건축, 디자인, 영화, 방송 등 모두 13개 산업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육성정책이 시작됐다. 다비셔 대표는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핵심적인 흐름을 오히려 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완전히 망가진 영국에서 유일한 활로가 ‘창조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늦은 결정조차 다른 나라보다 앞선 선택이었고, 창조산업 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 창조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3년 2.6%에서 2008년 4.5%로 증가했고, 1997~2006년 영국 창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영국 전체 경제성장률(3%)의 두 배를 웃도는 6.9%에 이르렀다. 김병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영국은 창조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 아래 지원책을 펼쳤고, 실제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이후 다른 국가들은 물론 유엔도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으로 창조경제의 개념을 도입했던 영국산 문화는 이제 ‘해가 지지 않는 문화제국’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영국의 창조산업이 ‘영어로 쓰인 콘텐츠’라는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창조경제는 문화기반이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를 전 산업에 심는 새로운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한국은 창조산업을 성장시킬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등 영국형 창조산업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 주는 것”이라며 “기술이 없다면 디자인도 의미가 없지만 경험상 한국의 기업과 한국인들은 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심는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1년 저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창조경제)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립한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심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중점을 뒀던 ‘문화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사회적 전통의 산물이다.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런던 홀본 협회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양산업이라고 모두가 지목하던 출판업 역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정책으로 부흥을 이뤘다”면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는 수백년간 영국에서 출간된 책과 다를 것 없는 모양새였지만, 해리포터가 이룬 결과물이 창조경제가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360억 파운드(약 61조 8500억원)에 이르는 영국 창조산업 중 출판은 50억 파운드를 차지하고, 이는 영화나 음악산업보다 크다. 몰렛 총장은 “출판시장에서는 과거처럼 개인의 창작 욕구를 고취시키는 정책과 인터넷 등 디지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됐다”면서 “전통적인 출판시장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전자는 무명 작가였던 롤링에게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해리포터를 낳았고, 후자는 출판 콘텐츠의 영화 비디오화와 전자책 등 출판산업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시장의 4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생길 수 있는 저작권이나 디지털 플랫폼 등 중요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간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몰렛 총장은 ‘영어로 된 영국 콘텐츠여서 문화수출이 가능하다’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시장에서 수요자들은 익숙한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내년 런던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예정돼 있는데, 한국 출판이 뻗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창조경제 원조국 英 정부 역할은 ‘팔걸이’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창조경제 원조국 英 정부 역할은 ‘팔걸이’

    “정부는 기업이 고기를 낚을 장소를 물색하거나 무대를 차려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직접 잡아 주거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는 일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개인의 몫입니다.” 세계적 디자인 기업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탠저린 본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창조산업에서 거둔 성공을 ‘팔걸이 원칙’(지원하되 창조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섭하지 않는 원칙)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제한적 역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비셔 대표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불리는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부사장이 1989년 공동창업한 탠저린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넘버 1’이다. 토요타·니콘·애플 등의 주요 제품이 다비셔 대표의 손을 거쳤다.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도 탠저린의 주요 고객이다. 다비셔 대표는 “영국의 해외 대사관이나 문화원들은 창조경제의 산물들을 각국의 문화와 시장에 특화시켜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각 나라의 특이점이나 문화적 주의점, 경쟁자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정보들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년간 탠저린이 한국이라는 생소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서울사무소 개소식과 축하연을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개최하도록 해 주고 대사관이 직접 고객 초청까지 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사관이나 정부 기관의 문턱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돈을 지원하거나 물건을 팔아 준 것이 아니다. 모든 비용은 우리가 부담했다”면서 “정부는 ‘여기 믿을 만한 영국의 디자인 기업이 있다’고 한국에 소개하는 보증인 역할을 했고, 그 이후의 영업은 온전히 우리 몫이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원조국’으로 꼽히는 영국의 창조문화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흔히 1997년 노동당 정부가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영국이 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이라며 “30년 넘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젠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디자인이나 문화산업만이 창조경제의 영역이냐”고 묻자 “삼성이나 LG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 더욱 잘 팔리게 되면 디자인만 창조산업이고 나머지 부분은 제조업으로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창조의 영역을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답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기고] 지속적 창조경제의 기초는 제조업·기초과학이다/‘창조경제’ 저자 차두원 과기평가원 정책기획실장

    [기고] 지속적 창조경제의 기초는 제조업·기초과학이다/‘창조경제’ 저자 차두원 과기평가원 정책기획실장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영국은 창조산업 원조라는 자존심과 자신감을 과시했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미디어, 디자인, 콘텐츠 중심의 창조산업은 고든 브라운,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이르러서도 핵심 성장 동력이다. 영국 정부는 오랜 기간 적극적인 창조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고, 당연히 영국의 창조경제는 주요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는 고용창출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확신하던 창조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2011년 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고용의 7%인 200만명 수준의 창조산업 고용이 2010년 전체 고용의 5%인 150만명 수준으로, 같은 해 15만 7000여개에 달했던 창조기업도 2011년 10만 6700개로 급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 동안 창조산업 고용의 25%, 기업의 32%가 사라진 것이다. 남동지역개발청은 2007년과 동일한 고용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의 전통적 성장동력인 금융산업과 제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창조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오랫동안 성장동력으로 육성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창조경제는 국가경제와 고용의 10% 내외를 목표로 했던 영국과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창조경제 사례와 정책들은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앱경제’와 ‘플랫폼 경제’, 이스라엘의 ‘창업경제’, 문화·콘텐츠 중심의 창조경제, 산업경제, 디지털경제, 서비스경제, 지식경제 등을 모두 포괄한다. 창의성과 상상력 활용을 강조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은 동일하다. 지난 4월 영국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할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수학·인문학과 함께 기술·예술·디지털기술 교육 기회 부여, 창조경제에 적합한 조세 경감에서 구매 조달까지 정책수단 설계, 창조적 혁신 시스템 프레임워크 구축을 통한 전략적 우선순위 검토, 비즈니스와 금융제도의 창조기업 차별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역할 등이 핵심적으로 거론됐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교육, 조세, 금융, 과학기술 등 국가 혁신 생태계 구성 요소를 강화하고 유기적 상호작용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제조업과 기초과학이다. 영국은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제조업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적 기초과학 강국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의 공통점은 자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귀환시키는 리쇼링 강화를 위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업과 벤처 캐피털이 감당할 수 없는 기초연구 강화를 통해 시장원리를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의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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