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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미디어계 결산] 최대화두 ‘방통융합’ 제자리걸음

    올해 미디어계에서는 방송·통신 구조개편을 둘러싼 이견과 반발 등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는 저만치 앞서 가는데 답답한 ‘제자리걸음’만 한 한 해였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은 대립각을 더욱더 키웠고, 연말에는 경향신문과도 일전을 벌일 정도로 청와대와 언론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UCC(User Created Contents·이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 등을 지켜보며 미디어계는 ‘빅뱅’이 임박했음을 한층 더 실감했던 한 해다. 논의만 무르익었던 방통 융합은 7월 들어 국무총리실 산하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융추위)가 출범하면서 마침내 뭔가 결론이 나는 듯했다. ●해 넘기는 방송·통신 구조개편 갈등 하지만 처음부터 ‘밀실논의’ 논란에 휘말리더니 결국 연말에 국무조정실 주도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치법안이 입법예고됐으나 방통위원 5명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조항 등을 놓고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휩싸여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입법예고안 거부 등 반발이 거세자 융추위는 국회추천 몫 보장 등 야당과 방송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국조실에 건의했으나 최종수정안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독자안을 준비중인 데다 콘텐츠 영역 등의 관할 문제를 놓고 부처간 업무조정도 매듭되지 않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내년 2월 국회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뜨거운 감자’ 언론관계법 헌법재판소가 6월말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대부분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17조) 등에 대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대신 ‘대규모 신문사업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대규모 신문사업자의 경우 다른 일간신문을 추가로 운영하거나 주식 및 지분을 취득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대체입법안을 마련했지만 야당 등은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정책판단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한나라당은 개정안에서 시장점유율 20% 미만인 일간신문사가 방송사 지분 20% 미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경영자료 신고조항도 없앴다. ●깊어가는 청와대-언론 마찰 청와대와 언론의 갈등은 국정홍보처가 문화일보를 절독하는 상황으로까지 연결됐다. 청와대는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청와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병완 청와대비서실장 등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언론의 행태를 잇달아 질타하는 가운데 이달초에는 경향신문의 노 대통령 비판기사를 문제삼아 청와대가 공개질의를 하고, 경향은 전면 반박기사를 게재하는 등 청와대와 언론은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으로 치달았다. 경인TV 사태는 ‘간첩’ 논란으로까지 확산돼 개국 여부가 안개 속이다. 지난 4월 경인민방 사업자에 선정된 경인TV 컨소시엄이 이면계약 의혹에 이어 공동대표의 국가정보 유출설로 인한 ‘집안싸움’으로 번진 것.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신현덕 전 공동대표가 “백성학 공동대표가 국가 정보를 미국에 유출했다.”고 폭로하면서 방송위의 허가추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공동대표의 퇴진 이후 경인TV는 신 전 대표와 CBS 사장 등을 고소했으며 국회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내년 5월 개국 일정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빅뱅’ 전주곡? 올해 전세계를 달군 ‘UCC 열풍’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네티즌 스스로 만든 동영상 등의 콘텐츠들은 ‘날것’에 열광하는 인터넷 세대의 속성과 맞닿았다. 네티즌들이 재미있는 UCC에 열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퍼나르기를 하자 기존 방송사나 신문사들도 UCC의 위력을 실감,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UCC 제작을 지원하거나 공모전을 실시하는 한편 케이블TV를 통해 주문형비디오(VOD)형식으로 UCC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하나로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TV에 영화 등 각종 프로그램을 VOD 형식으로 제공하는 TV포털 ‘하나TV’ 서비스를 시작하고,KT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TV (IPTV)도 11월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서는 등 ‘미디어 빅뱅’이 임계 상태로 치달은 것도 올해 미디어계의 특징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19)‘딱 하나뿐인 한옥 성당’ 익산 나바위성당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19)‘딱 하나뿐인 한옥 성당’ 익산 나바위성당

    젓갈 마을로 유명한 강경 읍내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익산 방향으로 2㎞쯤 차를 달리다 보면 ‘나바위성지’라 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판을 끼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이내 야트막한 화산(華山) 중턱에 앉은 성당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옥에 뾰족탑을 올려 세운 외양이 언뜻 보기에도 여느 성당과는 사뭇 다른 성당. 개화기에 세워져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옛 모습 그대로인 천주교의 유일한 한옥성당 나바위성당(전북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1158·사적 제318호)이다. 외래종교의 토착화를 보여주는 희귀한 교회란 점에 더해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유서깊은 곳. 한국 천주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지로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우암 송시열이 산세에 반해 ‘아름다운 산’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화산(華山). 나바위성당은 이 화산에 있는 광장처럼 너른 바위(나바위)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본당 설립 때는 ‘화산본당’이라 불렸지만 성당이 건립되고 성지로 조성되면서 지금의 나바위로 바뀌었다. 멀찌감치서 보면 마치 화산을 우산처럼 받치고 선 모습. 거대한 팽나무 옆, 팔작 기와 지붕을 인 목조 한옥에 치켜세운 고딕 종탑의 본당과 바로 이웃한 사제관이 연출하는 조경이 잘 꾸며진 정원 못지않게 빼어나다. 성당 양쪽 벽 바깥에 회랑을 두른 것도 이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다. 중국 상하이 김가항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돛배 라파엘호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 용수리 포구까지 밀려갔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올라오던 중 배에 물이 차오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배를 댄 곳이 바로 강경 황산포구에서 조금 떨어진 화산이다. 당시 라파엘호에는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다블뤼 신부, 그리고 김 신부 사제서품식에 참석했던 조선 신자 11명이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제물포, 부산과 함께 3대 어시장으로 꼽혔던 황산포구는 매일 100여척의 배가 드나들 만큼 번창했던 곳이라 포졸들이 항상 진을 치고 있었다. 포졸들의 눈을 피해 인근 화산에 상륙한 김 신부와 신자들은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에게 상복을 입혀 상주로 변장시킨 후 신자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상경했다.(김대건 신부는 상경 11개월 후인 1846년 9월 새남터에서 참수되어 순교했다.) 김대건 신부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을 기념해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1897년 이곳에 설립한 것이 바로 ‘화산본당’. 호남권 본당으로선 전동·수류·고산성당에 이어 네번째로 설립됐지만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성당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초대 주임으로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베르모렐 신부가 당시 돈 4000원을 주고 화산과 농경지를 사들여 1906년에 성당 건물을 세웠다. 설계는 서울의 약현성당(현 중림동성당)을 설계했던 프와넬 신부가 맡았고 벽돌공과 목공일은 모두 중국인들이 했다. 화산에서 30리 떨어진 임천군 지저동 뒷산에서 베어낸 소나무들을 뗏목으로 날라 건축 목재로 썼는데, 터 다지기며 목재 운반 같은 힘겨운 일은 모두 조선 신자들의 몫이었다고 한다. 처음 지어졌을 때의 성당은 흙벽, 기와지붕에 나무로 만든 종탑과 마루바닥의 순 한옥 목조건물. 종탑에는 프랑스에서 제작해 들여온 종이 설치됐는데 이 종은 나중에 성당 입구쪽 강당에 종탑을 새로 들여 옮겼다. 종 소리의 울림에 건물 균형이 틀어지는데다 종탑에 벼락을 맞아 어쩔 수 없이 종을 옮겼다고 한다. 이후 1916년에 목조벽을 벽돌조로 교체하고 고딕식 벽돌 종각을 올려 지금의 한국식과 서양식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성당 앞면의 수직종탑과 아치형 출입구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전통 목조 한옥 형태의 지붕과 벽면은 성당의 것으론 아주 생소하다. 기와 지붕 아래에는 중국 인부들의 손길을 탄 팔각 채광창 68개가 사방으로 나 있고, 모든 처마 위엔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성당 뒤편 야외 제대와 성모동산을 지나 ‘십자가의 길’을 따라 화산 정상에 서면 ‘김대건 신부 순교기념비’와 ‘망금정(望金亭)’이 눈에 들어온다. 순교기념비는 김 신부가 타고 왔던 라파엘호의 규모와 같은, 높이 4m50㎝의 크기로 지어졌다. 순교 기념비 왼쪽으로 금강 황산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금정’은 대구대교구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와 교구 사제 피정소로 사용되던 곳. 망금정 바로 아래까지 금강 강물이 넘실거렸지만 일본인들이 둑을 쌓아 농토로 만들었고 지금은 주민들이 수박,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단지로 변했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서북지방의 공소 24개를 관할하며 1929년 무렵엔 신자수 3200명에 전국 최대의 본당으로 우뚝 섰던 나바위성당. 전국에서 최초로 신사참배 거부 사태를 일으킨 ‘계명학교’를 운영한 바로 그 성당이며 일제기와 6·25전쟁 중에도 미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유일한 성당이기도 하다. 지금은 신자 800명이 교적에 올라있고 망성면 지역 주민 180명 정도가 미사에 참여하는 작은 교회. 그러나 성당 입구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름 ‘화산성당’이 한때 ‘전국 최대의 본당’이었던 옛 위상을 웅변하고 있다. kimus@seoul.co.kr ■ 성당 안에 들어가면 유일한 ‘한옥 천주교성당’에 걸맞게 내부 구조와 제대 등 성물들은 모두 현대 건축양식의 성당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우선 성당의 가장 성스럽고 중요한 공간인 제단과 제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전의 모든 성당이 그랬듯이 사제가 신자석에 등을 돌린 채 벽을 보고 미사를 봉헌하던 옛 제대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초대 주임이었던 베르모렐 신부가 프랑스와 중국에서 부품을 몰래 들여와 직접 조립했다고 한다. 제대 위 예수 성심상과 촛대, 감실 등도 성당을 처음 지었을 때 들여왔던 그대로다. 중앙 제대 양 옆에는 소제대가 옛 모습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오른쪽 소제대 감실에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 일부(목뼈)가 봉안되어 있어 신자들의 예배가 집중된다. 옛 제대 앞 신자석 쪽을 향해 새로 제대를 놓아 모두 4대의 제대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록으로 보면 제단과 신자석 사이를 구분하는 성체간이 있었지만 언제 철거되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앙 통로 한가운데에는 8개의 목조 기둥이 일정 간격으로 서 있는데 이 기둥들은 남녀 신자석을 구분하는 경계였다고 한다. 많은 초창기 교회와 성당에서 천 등으로 칸막이를 쳤지만 아예 기둥을 세워 남녀석을 구분한 것은 이례적이다.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초창기 그대로의 낡은 목조 성수대도 독특하다. 바닥은 맨 마루바닥.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 깔았던 나무 그대로의 것인데 오랜 세월 신자들이 드나들어 반질반질하다.
  • [주말탐방] B-boy의 세계

    [주말탐방] B-boy의 세계

    한손으로 물구나무 서 몸을 튀기는 ‘원핸드 팝´할 땐 코피 뚝뚝 연습한 걸 거리로 따지면 서울~부산 갈 정도. 2년간 하루 4시간 자며 구슬땀… 세계대회 우승 제일 싫어하는 말 백댄서. 가수를 받쳐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자신이 주인공 고난이도 기술 연마엔 무리인 20대 중반이면 은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문화의 블루오션 각광 춤추는 거리 악동들이라고? 이제 세계로 점프! # 1. 나는 비보이다.13살 때부터 춤을 췄다. 미국의 전설적인 비보이 레니게이드, 레디오트론, 아이반의 비디오를 보고 한마디로 ‘코피가 났다’. 비보이들의 ‘성서’로 불리는 영상을 보면서 그들은 흑인이고, 우리는 한국사람이니까 따라잡을 엄두도 못냈다. 교본도 스승도 없는 마당에 비디오를 보면서 무조건 따라했다. 서울의 봉천, 잠실, 목동, 혜화 전철역에서 춤을 연습했다. 잠실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 비보이들의 연습장이었다. 다른 비보이들과는 배틀로 춤실력을 겨뤘다. 전철역에서 토마스를 7바퀴,8바퀴,9바퀴씩 누가 더 많이 하나 경쟁하다 보면 3시간이 훌쩍 갔다. 지하철공사 직원들에게 쫓겨나기 일쑤였다. 열심히 춤연습을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만원씩 쥐어주고 갔다. 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몸을 튀기는 원 핸드 팝을 하는데 코피가 뚝뚝 떨어진 적도 있다. 원 핸드 팝으로 움직인 거리를 재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정도다. 격렬한 춤 때문에 손목이 삐는 것은 예사였다. 지금도 자주 팔이 빠진다. 예전에는 공연할 때 관객 반응을 먼저 봤지만, 이젠 내 몸 상태도 걱정해야 한다.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 영국의 비보이 챔피언십과 같은 비보이 세계대회에서도 우승했다. 허무했다. 대회를 위해 2년동안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연습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이 모든 것을 채워주진 못했다. 우승 상품으로 매년 나오는 한 운동복 회사의 옷이 그때의 치열함을 생각나게 한다. 제일 싫어하는 말은 백댄서다. 우리는 가수 뒤를 받쳐주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다. 20대 중반이 되면 더 이상 고난이도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무리다. 슬슬 비보이로서는 은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요즘은 비보이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연기 수업을 하고 있다. 비보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광고를 보면 뿌듯하다. 이제 더 이상 지하철역에서 연습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의 비보이들은 여전히 거리에 남아있는데 말이다. 비보이 연습장과 공연장을 보면 스파르타식으로 연습했던 우리의 땀이 이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2. 나는 비걸이다.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공부보다는 춤 연습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로 갔다. 아는 오빠들이 하는 배틀을 구경하다 너무 멋있어서 그때부터 춤을 배우게 됐다. 여자는 한명밖에 없었지만 다들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하지만 힘이 달리다 보니 오빠들처럼 고난이도의 기술을 구사하기는 힘들었다. 비걸로 이름을 날리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춤을 춰서 돈도 벌고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은 비보이대회에서 우승했을 뿐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이 고맙다. (이상은 비보이들이 주인공인 댄스 코미디 ‘피크닉’의 배우 오세빈(24), 최윤희(18)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비주류, 하위문화였던 한국의 비보이들이 화려하게 주류문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각종 광고와 공연의 중심이 됐고, 차세대 한류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같은 비보이 공연을 중국, 일본 단체관광객이 보도록 유도하는 등 한국 비보이의 세계화를 추진중이다. 관광공사의 한화준 행사운영팀장은 “‘난타’ ‘점프’나 비보이 공연은 비언어극이라 해외 관객들도 쉽게 좋아하고, 입장권 가격도 뮤지컬에 비해 중저가라 판매에 유리한 공연소비재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에는 서울시와 관광공사가 함께 세계적인 권위의 비보이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로만 여겨졌던 비보이가 ‘대중문화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신기하고 재미있고 신난다. 거리에서 탄생한 문화이다 보니 누가 시작했고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 최고가 된 것에 대해 오세빈씨는 “한국 비보이들은 착하다. 세계 대회에 갔을 때 일본 비보이들은 옷을 다 벗고 돌아다니는 등 황당하게 놀더라. 미국 비보이들은 갱인 경우도 있다. 공연을 해야 하는데 총을 맞고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직 춤만 췄기 때문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세계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관심이 집중되자 비보이들 세계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에다 춤만 추고 사회경험이 전무한 젊은이들이다 보니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거나 대학교도 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아 부당하게 이용당하는 일도 많다고 토로했다. 비보이에 대한 관심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있다. 말은 세계 비보이대회이지만 해외 대회가 ‘비보이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국위를 선양하는 것은 맞지만, 지나친 상업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의 거품을 빼고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보이들은 기획사와 매니저가 생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적다. 오히려 비보이계의 톱스타가 생겨 온국민이 춤을 즐기자는 주장이다. 비보이를 주제로 한 공청회에서는 ‘비보이 학원’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제 한국의 비보이들은 거리를 떠났다. 공연장에서 촬영현장에서, 언제까지 박수를 받을지는 오로지 비보이들의 손에 달렸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어떤 공연 있나 기자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비사발)’를 보러 간 때는 수요일 낮 4시였다. 연일 매진인 화제의 공연이라지만 과연 낮시간에 누가 공연장에 왔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기우였다. 지난해 12월9일 홍익대 근처에 355석의 비보이 전용관을 세우고 ‘비사발’이 첫 공연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그동안 무려 15만명이 다녀갔다. 이날 낮에도 공연장은 단체로 온 학생과 회사원, 휠체어를 탄 소년, 서로 손을 꼭 잡은 연인,30·40대 주부,50대 부부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비사발’을 볼 때는 휴대전화를 끌 필요가 없다.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된다. 공연장이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관전매너’의 틀을 깬다는 의도에서다. ‘비사발’의 내용은 쉽다. 프리마돈나를 꿈꾸던 발레리나가 비보이와 사랑에 빠져 발레를 포기하고 브레이크 댄스를 배운다는 것. 입장권은 3만∼5만원으로 공연문의는 (02)323-5233.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무언극이다 보니 중국, 일본, 미국 관광객은 물론 중동 지방에서도 취재진이 다녀갔다. 거리 문화를 처음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비사발’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여러 비보이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난타’의 제작사인 피엠씨프러덕션이 국악과 브레이크 댄스를 결합해 만든 ‘비보이 코리아’는 내년 1월31일까지 정동 전용관에서 공연된다. 비보이계의 스타 팝핀 현준이 안무감독을 맡았다.2만∼5만원으로 문의는 (02)739-8288. 비보이 춤과 줄 인형극을 결합한 ‘마리오네트’는 내년 1월12일부터 두달간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간다. 지난 9월 공연에서 유료관객 점유율 88%에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룬 바 있다. 힙합 대신 영화 ‘아멜리에’ 주제곡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은 동화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로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전석 3만 5000원으로 공연문의는 (02)3448-4340. ‘점프’를 제작한 기획사 예감은 댄스 코미디 ‘피크닉’을 준비중이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그간의 지적에 따라 비보이들이 연기 맹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내년 4월15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5회 공연을 마친 뒤 5월21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73회 공연에 들어간다. 내년 7월에는 홍콩페스티벌에도 참여하는 등 세계 공연무대에서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 비보이 비보이의 비(B)는 브레이크 댄스의 약자이다. 여성은 비걸이라 부른다.1970년대 미국 뉴욕 뒷골목에서 치열한 패권싸움을 벌이던 흑인과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유일한 위안은 힙합 음악이었다. 춤을 출 때만큼은 총질이나 칼부림을 하지 않기로 묵계를 맺었다. 이 때문에 비보이 경연대회를 ‘배틀’이라 부르고,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한 기기묘묘한 동작이 개발됐다. # 프리즈(freeze) 순간 멈춤. 춤 중간이나 마지막에 포인트를 잡는 동작으로,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 토마스(thomas) 손을 바닥에 짚고 공중에서 다리 엇갈려 돌기. 체조의 안마 동작에서 유래했다. # 윈드밀(windmill) 어깨 탄력을 이용, 다리를 풍차처럼 돌리는 동작이다. # 나인틴(nineteen)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원심력을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동작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구로구 ‘청소 지존’

    “우리 바빠요! 직장 다니랴, 집안 일 하랴, 청소는 무슨….” “할 일도 많은데 왜 우리가 청소까지 해요?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이 다 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청소하면 돈은 얼마나 줘요?” 서울 구로구 가리봉 2동 통장 방윤순씨가 ‘우리 골목 청소를 우리가 하자.’며 이웃 주민들에게 권했을 때 반응은 싸늘했다.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이도 있었다. 그로부터 3년 후, 방씨가 이른 아침에 동네 청소를 할라치면 “통장님, 정말 수고가 많네요. 통장님 덕분에 우리 동네가 깨끗해 졌어요.”라고 인사를 하거나 “우리집 앞은 저희가 쓸게요. 힘드신데 같이 하시죠.”라며 청소에 동참한다. 구로구의 거리와 골목이 싹 바뀌었다. 칙칙하고 지저분했던 ‘공단 이미지’에서 맑고 깨끗한 ‘클린 구로’로 다시 태어났다.4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의 ‘청소 지존’에 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처럼 주민들의 태도가 확 바뀐 까닭은 뭘까. 2003년 3월 ‘내 집 앞은 내가 치운다.’는 취지로 결성된 ‘깔끔이 봉사단’ 단원들의 오기와 끈기, 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쪽방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쓰레기 배출 시간이나 규격 봉투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아침에 청소를 다하고 집으로 오다 보면 ‘공포의 검은 봉투’가 저를 또 반기는 거예요. 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다가 악성 습진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가리봉 1동의 이순자) 깔끔이 단원 중에는 쓰레기에 대해 ‘조건 반사’를 일으킬 정도의 ‘극성파’도 있었다.“골목 청소를 4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젠 반 점쟁이가 됐다.”는 최영자(구로본동)씨는 “한번은 남자 둘이 깨진 유리 조각을 들고 나오기에 혹시나 해서 기다렸다.”면서 “아니나 다를까 그냥 건물 담벼락에 버리고 가기에, 붙잡고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구 차원의 청소 지원도 한몫했다. 구는 깔끔이 봉사단 출범과 동시에 홍보전단 60만장, 홍보물 3만장을 제작해 배포했다.또 골목길별 청소 등급제를 시행했고, 달마다 우수 골목을 평가했다. 상습적으로 무단 투기를 하는 장소에는 화단 조성과 화분 놓기를 통해 환경 여건을 바꾸기도 했다.‘버려진 양심’을 주워담기 위해 무인 감시카메라도 총 37대를 운영했다. 동기 부여를 위해 깔끔이 봉사왕을 선발했다. 주민 1000여명에게는 연수 및 환경 선진지 견학을 시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구로구의 청결 상태는 해마다 나아지면서 외부 칭찬이 이어지기 시작했다.‘깨끗한 서울 가꾸기’사업에서 4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 행정서비스(청소분야) 품질평가 사업에서 최우수구로 뽑혔다.2004년에는 국가생산성 미래경영 대상을 받았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8~16세 아이 고용 포르노숍 운영도”

    “8~16세 아이 고용 포르노숍 운영도”

    “너무 비참하다.”태국·필리핀에서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실태를 조사하고 돌아온 김경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이사장(57)의 첫 마디였다.<서울신문 12월4일자 보도> 김 이사장은 “보고서에는 쓰지 않았지만 필리핀에 간 한국인 어학연수생 가운데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학비까지 받아 쓴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남성에 대한 환상에 젖은 이 여성들은 성관계를 맺은 한국 남성이 결혼까지 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들은 여성들이 임신이라도 하면 오히려 비난을 퍼붓고 떠나는 게 현실이다. 필리핀 가톨릭 재활센터에 들어온 여성이 한국인 아버지의 아기를 낳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에어프랑스처럼 항공기 안에서 비디오 교육을 시키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이번에 직접 보고 온 소감은. -너무 비참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성매매에 나서 키가 안 자란다. 한국의 18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마르고 조그맣다. ▶한국인의 포르노숍도 있었는데.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인이 운영한 포르노숍은 참으로 충격적이다.8∼16살 남녀 아이들 71명을 고용했다. 한 미국인의 추적으로 밝혀냈는데 필리핀 경찰이 71명의 ‘구출’ 사례를 일본에서 열린 아동성착취 대책 회의에서 발표했을 때 망신스러웠다. ▶현지에서 보도가 나갔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포르노숍 일망타진 사건을 보도한 뉴스 테이프를 구해 오는 7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토론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71명의 소년·소녀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 기부자 71명을 찾아서 한 달에 2만원이라도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현지에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요즘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한국인 마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가장 부끄러운 건 어학연수를 간 학생들이 현지처까지 두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한 현지 여성은 한국인 연수생의 학비까지 대 주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해 주길 바라지만 한국 학생들이 결혼하겠나. 이 여성들은 ‘죽을래’,‘사랑해’,‘뽀뽀해 줘’ 이런 말들을 다 안다. 필리핀의 가톨릭 재활센터가 업소에서 팽개친 임신한 여성들을 돌보고 있는데 한국인의 자손이 태어난 적이 있었다. 자기 자식이 어디서 자라는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 ▶한국 남성들은 콘돔을 안 쓴다는데. -한국 남성들은 콘돔을 안 쓰기로 유명하다. 태국에서는 콘돔 사용이 국가정책이다. 에이즈가 워낙 심해서 철저하다. 콘돔을 거부하면 여성들도 (방에서)뛰쳐나온다. 필리핀 세부에선 에이즈에 걸려 숨진 여성들도 많다. ▶왜 갑자기 한국인의 해외 성매매가 성행하게 된 건가. -태국은 워낙 국제 관광지역이라 그렇다고 해도 필리핀의 경우 한국인이 늘어난 게 2년여밖에 안 됐다. 현지인들도 왜 갑자기 한국인이 이렇게 많냐고 묻더라.2004년 성매매특별방지법이 시행됐다고 말해 주니 “이해가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학연수생이 급증한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대책은 뭘까. -에어프랑스는 기내에서 성매매 예방을 위한 홍보 비디오를 틀어 준다. 내일여성센터가 45초짜리 비디오를 제작해 국내 항공사들에 상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 공항에서라도 틀어 달라고 요청해 놨다. 전세계적으로 ‘ECPAT 인터내셔널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이란 게 있다. 각 여행사, 호텔과 협약을 맺어 아동 성매매를 하거나 알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동덕여대 여성학 교수로,‘여성 인물 화폐 속에 새겨넣기’ 등 다양한 여성운동을 활발히 펼쳐 왔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독일작가 푼케의 동화 단편집 2권

    그림 형제의 고향인 독일의 ‘입담좋은 아줌마’ 페넬리아 푼케(48) 문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단편집이 나왔다. 푼케는 유럽에서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에 버금가는 판타지 동화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의 유명세는 그에 못 미친다.200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0대 인물로도 뽑힌 바 있다. 독일에 체류했던 소설가 배수아씨는 푼케 동화의 상상력에 반해 직접 번역을 자원했다. 배씨는 “독일어권 나라의 어떤 서점에 가더라도 아동용 도서 서가에는 코넬리아 푼케의 책이 반드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라며 유럽인의 ‘푼케 사랑’을 소개했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 교사로 일했던 푼케는 미술대학에서 삽화를 다시 공부했다.28살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400여권의 책을 펴냈다. 한국에서는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해 2008년 개봉 예정인 ‘잉크 하트’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유쾌하고 발칙한 푼케의 상상력은 고정적인 성 역할이나 일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거부한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키득키득 새어나오는 그녀의 단편동화 ‘도둑맞은 왕자님’과 ‘푸른 행성에서 온 괴물´(주니어 김영사 펴냄)의 내용을 살짝 살펴보자. ‘그라우젤디스’라는 못된 여자 거인은 예쁜 왕자들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산꼭대기의 성에 갇힌 왕자들은 여자 거인이 장기를 둘 때 장기판의 말로 사용된다. 어느날 거울을 보며 스스로 미모에 감탄하던 땅콩 왕자는 거인에게 납치되고, 무적 소녀 프리다가 왕자를 구하러 나선다. 거미를 이용해 거인을 물리치고 땅콩 왕자를 구해 낸 소녀 프리다는 과연 왕자와 결혼했을까? 푼케의 동화에서 누구나 예상할 법한 결말은 없다. 프리다는 지하 감옥에서 땅콩 왕자보다 훨씬 멋진 기사를 발견한다는 것이 푼케의 이야기다. 공주님은 뽀뽀하기 싫어 기사가 되고, 푸른 행성의 괴물은 애완동물을 찾으러 지구에 온다. 밤중에 목이 타 문을 연 냉장고 속에서는 징그러운 노란색 줄무늬 괴물이 푸딩을 먹고 있다. 청소 중독자들 때문에 다락방으로 내몰린 유령들은 소년이 구해다 준 먼지와 거미줄에 감개무량해 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웃으며 그녀의 단편을 읽다 보면 아이들에게 고정관념 대신 신선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초등 1∼2년.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겨울철에는 식물도 털옷을 입을까. 곤충에게 길을 안내하는 꽃이 정말 있을까. 있다. 동물들의 먹이로 소금을 만들어내는 식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름이 없거나,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야화(野花)라 한다. 속절없는 사랑의 들꽃으로 비유된다. 그저 한줄기 생명으로 조용히 피어나 말없이 향기를 뿜어낸다. 아무리 곱다한들 이름없는 꽃이기에 봄부터 소쩍새도 울어주지 아니한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 긴긴 겨울이 오더라도 그리운 봄을 생각하며 털옷에 의지해 엄동설한을 견뎌낸다. 바람에 금방 꺾어질듯 가냘퍼도, 영양분이 적은 척박한 땅에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묵묵히 살아간다. 20여년 동안 야생화와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름모를 들꽃에 명찰을 달아주고 멸종돼가는 야생화를 찾아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백두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한 야생화 사진들은 ‘식물관찰일기’라는 두장짜리 비디오CD로 제작돼 학생들의 소중한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이뿐만 아니다. 매년 연말 ‘한국의 야생화’라는 사진 달력집을 만들어 어린 학생은 물론 생물교사, 학교 교감, 그리고 전국의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꽃봉오리’를 주제로 내년용 달력을 제작했다. 야생화에 얽힌 흥미진진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 한해가 지났어도 보관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필생의 역작이라 할 만한 ‘한국의 숨은 야생화’라는 제목으로 4권의 야생화 도감을 최근에 마무리했다. 국내용이 아니라 우선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야생화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김정명(60)씨. 독도에만 18차례나 드나들었고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오로지 야생화를 렌즈에 담아오면서 말 그대로 ‘들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5년부터 해마다 야생화 달력을 만들어왔다. 올해가 13번째 시리즈. 마니아들도 많이 생겨났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떤 꽃을 만날 수 있을까.’하고 궁금해진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따끈따끈하게 막 찍어낸 ‘한국의 야생화 13번째 시리즈’를 전국에 발송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김씨는 “달력 겸 연하장이고 또 사진집이기도 하다.”면서 “2000년부터 한국의 특산식물, 수생식물, 멸종위기 식물 등의 주제로 제작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달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꽃 지침서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전 버리지 않는 연하장, 또 버리지 못하는 달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2007년판 달력에는 잔설을 녹이며 노란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 꽁꽁 언 땅 위로 겁없이 얼굴을 내미는 ‘노루귀’, 한국의 아네모네로 불리는 ‘꿩의 바람꽃’, 자외선을 방지하기 위한 색소를 지닌 ‘깽깽이풀’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55가지의 들꽃 꽃봉오리가 소중하게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며 찍은 1500여종의 꽃 사진 중에 골랐다. 또 사진마다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의미와 감정을 표현했다. 예를 들어 ‘만개 직전 숨죽인 꽃의 긴장이 손에 잡힐 듯 전해온다.’(노랑매미꽃),‘어린아이 허리춤에 매달린 복주머니를 연상시킨다.’(금낭화) 등이다. 주위에서 ‘야생화 시인’으로 부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만개의 절정을 향해 한발 한발 숨죽인 꽃봉오리의 긴장감, 곧 터져 화려한 꽃잎을 펼칠 것 같은 기분좋은 설렘, 그리고 꽃봉오리 자체가 주는 순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요.” 이같은 야생화 달력은 해마다 나오자마자 동이 난다. 발송장부를 직접 보여주던 김씨는 “매년 달력을 사가는 마니아들이 4000∼5000명에 이른다.”면서 올해는 초판 1만 6000여권을 찍었는데 벌써 거의 다 팔렸다고 귀띔했다. 답장도 쇄도한다.‘마음에 환한 불빛이 된다.’는 한 시인의 편지,‘그많은 들꽃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서신들,‘한국의 야생화’를 보노라면 고향생각이 난다면서 해외에서 주문해 오는 경우도 많다.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여러 고비도 있었다.2002년 8월 백두산에 올랐을 때였다.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몰아쳤다.600만원이나 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비좁은 땅에 간신히 설치하고 난 직후였다. 할 수 없이 고가의 촬영장비를 포기하고 황급히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발품으로 빛을 본 야생화들도 많다.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된 ‘금강초롱’과 ‘나도승마’를 찾아내 환경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녹색장미’는 최초이자 그만이 유일하게 찾아낸 ‘작품’이다. 특히 1998년 ‘김정명의 사진집’에 처음 발표된 동강지역의 석회절벽에 핀 할미꽃이 학계에 의해 ‘동강할미꽃’으로 세상에 처음 태어났다. 이후 ‘동강할미꽃 보존회’가 발족됐고 지난해부터 매년 11월 ‘동강할미꽃축제’를 열기에 이르렀다. “겨울철에는 꽃봉오리와 열매를 촬영하러 떠납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털옷으로, 상수리나무는 비늘로 감싸 추위를 견뎌내지요. 야산에 가면 이같은 식물,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눈속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막 뛰고 흥분됩니다. 꽃에는 자체적으로 열을 발산하면서 언땅을 녹이는 위대함이 있지요.” 김씨는 194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카메라를 처음 잡아본 것은 중학교 2년 봄소풍때였다. 친구가 가져온 일제 카메라를 보고 반해 동네 사진관에서 현상과 인화법 등 카메라 기술을 익혔다. 이후 야생화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1986년. 평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민속자료를 찍다가 산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선 설악산의 사계를 담았고 그해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까지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산행 중 배낭이 무거워 잠시 쉬고 있을 때 문득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을 느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시사철 전국의 산과 계곡을 누볐다. 그동안 찍은 야생화만 1500여종,50만컷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 전국 어디에서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눈 감아도 훤히 알 정도로 경지에 이르렀다. 저 멀리에서 꽃들의 손짓이 아스라히 다가와 저절로 카메라를 들고 몽유병 환자처럼 그곳으로 떠난다. “1989년부터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1700여그루의 묘목을 가져다 독도 산비탈에 심어놓았지요. 동백, 섬괴불나무, 섬보리작나무 등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독도에서만 6만여컷의 사진을 찍어 CD도 만들었지요.” 야생화 박사로, 우리꽃 지킴이로 사시사철 전국의 산야를 누비는 김씨. 세계 각국의 야생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는 그의 사진은 현재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도 판매된다.“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마음이 먼저 예뻐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씨.“아무 때나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곱고 예쁜 마음으로 잘 정돈돼 있어야 비로소 꽃사진을 찍으러 떠난다.”며 의미있는 미소를 짓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경남 거제 출생 ▲74년 시청각 교재 ‘엣날 옛적 이야기’ 제작 ▲87년 주간지에 ‘한국의 얼을 찾아서’ 연재 ▲89년 월간지에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 연재 ▲93∼2000년 KBS-2TV‘한국의 야생화’ 방영 ▲06년 현재 한국식물사진작가협회 회장 # 수상경력 ▲86년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설악산’▲99년 녹색환경 예술인상 수상(환경운동연합). ▲05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수상(환경재단). # 저술활동 ▲95년 식물도감 ‘산과 들에 피는 꽃’▲96년 빛깔있는 책 ‘독도’▲03년 식물의 살아남기, 식물관찰일기CD 제작 ▲95∼현재 한국의 야생화 사진달력집 13회 발행
  • [국가인권위 5주년] 인권선진국 향한 도전과 전망

    [국가인권위 5주년] 인권선진국 향한 도전과 전망

    지난 2001년 11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인권 전담기구로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25일로 설립 5주년을 맞는다. 인권위는 그동안 우리 인권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우며 정부 인권기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간 갈등 해소, 인권위 결정의 실효성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인권위에 대한 평가와 전망, 그리고 향후 과제를 집중 점검한다. 인권위 직원들은 ‘국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표현을 아주 좋아한다.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인권위는 올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무총리에 권고하고, 모든 구금시설에 대해 조사권을 갖는 ‘국가예방기구’ 지정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인권 수호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100명 중 2명만 실질 도움 인권위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 경우는 극소수다.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종결된 진정사건 2만 59건 중 권고, 고발, 합의종결, 법률구제 등을 통해 인용(받아들여짐)된 경우는 884건으로 전체의 4.4%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부분 각하·이송·기각·조사중지 등 ‘퇴짜’를 맞았다. 그나마 인권위가 권고 조치를 한 601건 중 해당기관에서 수용한 사례는 394건에 불과해 전체 대비 시정률이 2.0%로 떨어진다. 즉 조사(인권위)→권고(〃)→이행(해당기관)으로 이어진 것이 100건 중 2건밖에 안 된 셈이다. 인권침해 사건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경우,7579건의 진정 중 143건(1.8%)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모두들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데 이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게다가 태반은 인권위의 소관사항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찬운(45·한양대 법학과 교수) 전 인권위 인권정책본부장은 “이상적인 권고만 하면 해당기관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무시당할 수 있다. 권고 자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합리성과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 장치의 확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당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합리적인 사유를 설명하고 이를 법으로 정해진 시한 내에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기관들의 협공, 설 자리 좁다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단체·기관들의 공격과 반발도 가뜩이나 권고·고발 등 외에는 집행 강제력이 없는 인권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지난 9월 인권위는 KTX 여성 승무원 사태와 관련,“차별”이라며 한국철도공사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적법”이라고 상반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의견 표명을 하기도 전에 이미 여·야와 보·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인권위에 “수억원을 들인 ‘북한 인권사업’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북한 인권은 인권위의 담당 영역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안경환 신임 인권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 상태지만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김한균(47) 박사는 “개별 사례에 대한 감시·감독 및 조사·결정 기능을 전부 인권위에 몰아서는 안 된다. 자칫 강한 실천력은 확보되지 못한 채 외부의 견제와 비판만 강해질 수 있다.”면서 “오히려 인권위 자체는 좀더 포괄적인 위치에서 우리 사회 인권안전망의 그물을 촘촘히 짜는 데 뒷받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내부 구성원, 독이냐 약이냐 정부, 시민사회단체, 기업,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 출신들이 가치관 및 이념이 개입되는 일을 함께 하면서 내부 갈등과 자격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인권위의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3년 인권위원 중 류국현 변호사가 전력 시비 끝에 불명예 퇴진했고, 당시 인권위원이었던 곽노현 현 인권위 사무총장도 ‘파행적 운영구조’를 이유로 갑자기 사퇴한 바 있다. 올 9월에는 조영황 전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원들과 인사권 등 역할 갈등을 빚다가 돌연 사의를 표명해 한 달 동안 위원장이 공석으로 남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 전 본부장은 조직갈등 해소를 위해 현 인권위원 임명 방법에 대한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각 4,3,3명씩 추천하는데 이들의 인권 의식에 동질성이 없다. 다양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반영되므로 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권위 구성원 194명 중 전·현직 공무원은 94명(48%)이고 나머지는 시민 사회단체나 기업인, 언론인, 변호사 등이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 법조인 등 출신과 성향이 다양한 비상임 인권위원 7명이 위원회를 구성한다. 한편 인권위는 25일 5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이어 30일엔 ‘북한인권 개선과 국제협력’,12월1일 ‘인권위 성과와 향후과제’,12월4일 ‘국가인권기구의 구조와 역할’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세계 국가인권기구 현황 국가 소속 인권 전담기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 19개, 아프리카 27개, 미주 39개 등 세계적으로 약 110개가 있는 것으로 유엔은 파악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8년 총리령에 의해 국가인권자문위원회를 설립했다. 국가기구, 자문기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와 비슷하지만 진정 접수 기능이 없고 자체 의견표명과 제도 비준, 국내법 조정, 인권교육, 인종차별 철폐 행동계획 위주로 활동한다.123명의 인권위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4월까지 정부에 모두 288건의 의견을 표명했다. 프랑스보다 10년 먼저 설립된 캐나다 인권위원회는 자국 인권법과 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차별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다. 국가기구로 차별사건을 다루고 당사자간 조정·중재에 의한 사건 해결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원장, 상임위원,4∼6명의 비상임위원과 직원 200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다.2001년의 경우 진정 1561건 중 574건을 조사했고 결정에 대한 기관들의 이행률은 72% 정도로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1987년 인권위원회를 설립했다. 직권이나 진정에 의해 시민·정치적 권리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한다. 인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와 인권침해 피해자 보상수단을 의회에 권고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위원장 1명, 위원 4명에 직원 600명으로 규모는 크지만 연간 예산은 한화 약 40억원 수준으로 우리나라(200억여원)의 4분의1 이하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인권위 5년史 및 주요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5월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그 해 11월25일 발효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였던 김창국 변호사가 1대 위원장에 올랐고, 유시춘 전 민가협 총무,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 유현 변호사가 인권위원으로 임명됐다. 출범 이후 인권위는 각종 인권침해 및 차별 진정 사건을 조사하는 한편 법령과 정책을 인권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각 기관들에 의견표명을 해왔다.▲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사생활 비밀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선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 및 대체 복무제도 도입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성차별 관련 업무가 여성가족부에서 인권위로 통합되면서 차별 진정에 눈에 띄게 늘었다.▲승진·임용에서의 장애인 차별 ▲교수임용에서의 나이 차별 ▲입사지원서의 가족관계·병력·출신지역·출신학교·혼인 여부 차별 등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차별을 조사해 발표했다. 또 ▲초등학교 일기검사 개선 ▲학생 두발자유 기본권 보호 ▲크레파스에서 살색 명칭 사용으로 인한 피부색 차별 금지 등 상식을 뒤엎는 권고로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인권만화집 ‘십시일反’, 인권영화 ‘여섯 개의 시선’, 인권사진집 ‘눈 밖에 나다’ 등을 제작 발표하는 등 정책 권고, 진정 조사 외에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올들어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확정 발표했다. 아울러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차별금지법안’을 확정, 입법 권고했다. 최근에는 모든 구금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 조사해 인권 침해를 예방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외교통상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본지 ‘마이너리티’ 대한민국 인권상

    본지 ‘마이너리티’ 대한민국 인권상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처음 제정한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서울신문사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팀 등 17개 단체 또는 개인을 선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인권문화(언론) 분야 수상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혼혈인, 성매매피해 여성 등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기획 연재물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서울신문에 10회에 걸쳐 게재됐다. 인권위는 지난해까지 인권위원장 명의로 인권활동가나 단체에 포상을 했으나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으로 확대, 개편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8일 세계인권선언 58주년 기념식에서 같이 열린다. 인권위는 수상자 가운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전 상임의장 임기란씨와 법무부 원주교도소 소속 곽병은씨는 각각 국민훈장 석류장과 근정포장을 함께 수여해 주도록 행정자치부에 추천했다. 이밖에도 한국교육방송공사 ‘똘레랑스’ 제작팀, 한센병보상청구소송일본변호단,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 성안드레아정신병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토요영화]

    ●트로이(SBS 오후11시5분)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꼬여내 트로이로 온다. 졸지에 아내를 뺏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형이자 미케네 왕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스 제패를 꿈꾸던 아가멤논은 도시국가 연합군을 구성, 트로이를 침공한다. 그러나 과단성 있는 왕 ‘프리아모스’와 뛰어난 지략가인 왕자 ‘헥토르’가 버티고 있는 트로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가멤논은 최고의 전사 ‘아킬레스’를 투입해 승리를 노리지만,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 여사제 처리 문제 때문에 그만 사이가 틀어져 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장에서 빠지자 양쪽은 지루한 공방전만 거듭하게 되고 연합군 진영에서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이 논의되기 시작하는데…. 섹시 스타의 대명사 브래드 피트,‘헐크’·‘뮌헨’의 에릭 바나,‘반지의 제왕’의 올란도 블룸, 발레리나 출신 독일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데다 2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컴퓨터 그래픽과 7만명의 엑스트라로 만들어낸 웅장한 스케일은 볼거리가 차고도 넘칠 정도다. 더 재밌는 점은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했음에도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원작 일리아드는 신과 인간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과 사건의 배경에는 신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을 완전히 거부한다. 저승의 강 스틱스에 온몸을 던졌으나 잎사귀 하나 때문에 발뒤꿈치가 약점이 됐다는 ‘불사신’ 아킬레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아킬레스는 불사신이냐는 한 꼬마의 질문에 “그럼 내가 왜 방패를 들고 싸우겠냐?”고 묻는다.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대서사시를 스케일 큰 사랑타령으로 바꿔놨다는 비판도 여기서 나온다.2004년작,163분. ●갱스터 초치(KBS2 밤12시25분) KBS가 토요영화를 통해 선보이고 있즌 제2회 KBS프리미어영화제 상영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인 네번째 작품.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남아공의 작가 아솔 푸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폭력배 아버지와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초치는 가학적인 성격 파탄자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를 훔치려다 죽인 여인의 갓난아기를 돌보게 되면서 슬슬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하는데….‘초치’는 남아공 원주민어로 깡패를 뜻한다.2005년작,9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 ‘사랑따윈… ’의 김주혁·문근영이 말하는 사랑

    영화 ‘사랑따윈… ’의 김주혁·문근영이 말하는 사랑

    “사랑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있다. 가슴 속에 큰 상처를 가진 이들의 마음은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져 있다. 아픔을 가진 공통점으로 묶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으면서 결국 “사랑은 내게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는다. 사랑에 상처받아 사랑을 거부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원하는 두 남녀를 담은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제작 싸이더스FNH·9일 개봉)의 시사회가 지난 3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어진 간담회에는 이철하 감독과 두 주연 김주혁과 문근영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낱낱이 벗겨냈다. # 절실한 사랑을 향한 멜로 “재미있게 촬영을 했고, 후회없이 즐겁게 찍었다.”고 제작소회를 밝힌 이 감독은 “영화의 제목은 ‘사랑따윈 필요없어’이지만 이는 반어적인 표현일 뿐, 영화를 보고 사랑했을 때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럽의 ‘넘버원 선수’ 줄리앙(김주혁)은 어마어마한 빚을 한달 내에 갚아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죽은 친구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행세를 하며 친구의 동생 류민(문근영)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냉정한 줄리앙과 차가운 류민은 서로를 냉대하다가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흐름은 다소 뻔하지만, 마치 멋진 사진 한 장, 광고의 한 장면을 보는 것같은 서정적이고 차분한 화면은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밝고 화사한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둡긴 하다.”고 설명한 이 감독은 “특히 클로즈업을 사용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원작과 다른 잔재미를 더해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원작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중요한 에피소드는 가지고 오되 재해석하려고 노력했다. 과도한 앵글이나 과장된 액션은 가급적이면 절제하며 다소 고집스럽게 찍었다.”고 했다. “비교하면서 평가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영화로 평가해 주길 바란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사실 원작을 끝까지 보지 않았어요. 연기를 구속할 것 같아서요. 솔직한 감정으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호스트’라는 직업을 소화하기는 힘들더라고요.”(김주혁) “누군가처럼 멋지거나 똑같은 연기를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요. 스스로 느끼고 연기하려 노력했죠.”(문근영) 다소 결말이 모호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감독은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가 정답”이라고 일축했다. # 비극이 아닌 사랑의 완성 하지만 멜로 라인에 키스신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사실은 애정 신이 있었다. 고민한 끝에 결국 편집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답. 김주혁이 “네티즌이 무서워서…. 오래 연기하고 싶었다.”고 하자, 문근영은 “저도 무서운 분이 있어서….”라며 귀여운 익살을 부렸다. 그럼, 이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사랑 앞에서 극도로 소심한 광식이를 연기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김주혁은 적어도 둘 다 자신의 모습은 아니란다.“연애에 능숙하지 않아요. 그저 어처구니 없이 즐겁게 해주는 식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는 광식이에 가깝죠.” “류민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류민이 된 내 모습을 누군가가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관객도 시선을 바꿔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영화로 봐주었으면 해요.”(문근영) 영화의 잔재미 하나.“마지막까지 영화를 책임지고 싶었다.”는 이 감독이 가수 보아가 부른 엔딩곡 ‘선샤인’의 가사를 직접 만들어 붙였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이 담겨 있다니, 영화가 끝난 뒤 노래를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강남명소 영화서 못보게 되나

    강남명소 영화서 못보게 되나

    국내 영화인들이 촬영장소로 애용해온 서울 강남구 관내 공원들에서 유명 영화인들을 보기는 앞으로 힘들 전망이다. 강남구가 시설물 훼손과 주민들의 민원제기를 우려, 촬영 허가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M’(감독 이명세)제작진은 지난 23일 강남구청에 양재천 촬영 허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여자 주인공이 한밤에 타워팰리스를 배경으로 양재천을 따라 걷는 게 전부로 혹시 모를 시설물 훼손을 막기 위해 대형장비 없이 촬영하겠다며 애걸복걸했지만 구청은 요지부동이었다. 제작진은 “영화 흐름상 타워팰리스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된다면 전체 시나리오를 손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남구가 관내 명소에서의 영화 촬영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구청 관계자는 5일 “대형장비 설치, 통행 차단 등 영화 촬영으로 다양한 불편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크레인이나 레일을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촬영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영상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영화 속 공원 장면은 70∼80%가 강남구에서 찍힌 것이다. 특히 로맨스 영화는 강남구 비중이 거의 100%에 이른다. 사극조차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이 아니라면 대부분 강남구 공원들이 촬영지로 쓰인다. 최근에 지은 시설이 많아 현대적이고 깔끔한 배경이 나오는 데다 교통도 편리해서다. 영화계는 초비상이다. 영화인들은 “레일 등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 영화를 찍지 말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영상위 김미혜 로케이션팀장은 “외국에서는 촬영한다고 하면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도와 주는데 서울은 간단한 처리 지침조차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된 촬영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영상위 로케이션 코디네이터 강정희씨는 “약속했던 촬영시간을 훌쩍 넘기거나 허가받지 않은 내용을 현지에서 급조해서 찍으려고 한다든지 영화인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 감독·배우에 듣는다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 감독·배우에 듣는다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다름없다. 동성애자의 생활을 그린 ‘퀴어애즈포크’나 일부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섹스앤더시티’같은 외화시리즈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대놓고 말하는 것은 거부한다. 사회적 주류가 아닌 탓이다. ‘후회하지 않아’(제작 청년필름·16일 개봉)는 과감하게도 퀴어멜로를 표방했다. 까놓고 말하면 재벌집 아들과 호스트바의 ‘선수’의 사랑을 다룬, 남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한편으로는 따가운 시선도 받는 평범하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의 두 주역인 이송희일 감독과 주인공 수민역의 이영훈씨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형기 시나리오 작가의 진행으로 이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눠봤다. ●김 작가 이번 영화는 훨씬 더 대중과 소통하는, 첫 상업영화이자 장편영화인 듯 한데요. ●이송 감독 사실 이전 단편작들은 독립영화쪽에서는 상업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죠. 상업영화권에 들어오긴 했지만 다소 애매해요. 시간상으로 장편일 뿐 제작과정이나 배급라인은 여전히 독립영화에 가깝죠. 장편을 찍으면서 호흡이나 힘 배분, 강약 조절하는 법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오히려 이제야 단편을 알 것 같고, 더 잘 찍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영훈 제게도 첫 장편영화인데, 감정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동성애라는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다소 버거웠죠. ●김 작가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게이 커뮤니티가 솔직하고 당당하며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평소 감독의 생각대로 표현됐다고 봐요. 하지만 왜 퀴어영화는 다 슬퍼야 하죠? ●이송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1970∼8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전형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간거고…. 왜 재미있는 퀴어영화를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당신들이 만드세요.’(웃음) ●김 작가 말이 나왔으니, 감독은 퀴어·페미니즘 전문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은데, 벗어나고 싶지 않나요? ●이송 감독 잠들어 있는 동성애자들의 인식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당분간은 좀 쉬려고요. 감독으로서 한계를 만드는 것 같아서. 하지만 여성, 인권, 노동자, 빈민, 불합리한 권력 등에 대한 화두는 놓지 않을 겁니다. ●김 작가 계급간의 갈등이 영화 속에서 읽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는 데 후회가 없나요. ●이송 감독 늘 아쉽죠.2시간45분짜리 원본을 1시간50분정도로 줄이면서 많은 장면을 잘랐어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부분이 생겼죠. ●영훈 전 제대로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재민(이한)에게 붕대를 감아주면서 “우리 사이는 뭐예요.”라고 묻는 게 재민과의 정사신보다 어려웠어요. 감정 표현이 쉽지 않더라고요. ●이송 감독 영훈이는 몰입도가 상당히 좋아요. 전작 ‘굿로맨스’에서는 빙의(憑依) 수준이었죠. 이번에는 어려워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김 작가 캐스팅이나 촬영 뒷얘기 좀 해주세요. 혹자는 다소 수위가 높다고도 하는데, 다른 그림을 넣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요. ●이송 감독 ‘로드무비’라는 영화도 캐스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잖아요. 그게 4년전인데, 지금도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어요. 배우들한테 시나리오를 주면 대부분 아예 사라지죠. 그들의 생활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시나리오에서는 더한 장면도 넣었는데, 하지만 개봉은 해야 하니까.(웃음) ●김 작가 그러고보니 원제가 ‘야만의 밤’이었잖아요. 왜 달라졌죠? ●이송 감독 밤에 야산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부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죠. 가부장제, 계급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삼았거든요. 하지만 멜로라인이 더욱 강해서 제목을 바꿀 수도 있겠다 했는데, 우연히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가 나오잖아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김 작가 앞으로의 계획은. ●이송 감독 차기작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강한 소재의 액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호러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호러 영화도 찍고 싶어요. ●영훈 더욱 연기 훈련이 필요한 것을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는 장애인의 아픔을 표현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고등학교때 봉사활동을 한 뒤 늘 머리 속에 담아둔 목표이고요. 물론 그 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겠죠.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현대미술 탈장르화의 현주소

    현대미술 탈장르화의 현주소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사색과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 9월 29일 개막한 ‘젊은모색 2006´전을 둘러본 느낌이다.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향후 우리 미술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시각을 제시해보겠다는 게 미술관측 의도. 100여명의 후보작가 중 최종 선정된 작가는 김신일 목진요 박미경 안정주 진기종 최상아 황종명 등 16명.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44점을 출품했다. 이번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가벼운 일상 소재를 통해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상아는 잡지에 소개되는 수많은 소비재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조형화함으로써 소비와 소유로 대변되는 현대인들의 행복에 조소를 보낸다. 진기종은 TV, 즉 거대언론의 이미지 조작을 통한 정치권력의 음모 가능성에 주목한다. 작가는 단지 몇 개의 사진과 오브제 등으로 연출된 설치물에 카메라를 들이댔을 뿐이다. 그럼에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아마존 생태 다큐프로,9·11테러 장면 등이 실제상황처럼 화면에 나타난다. 프랑스의 청소부 모습을 담은 황종명의 회화작품 ‘투명인간’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설명이 의미심장하다.“사람들은 청소부의 복장, 기능에만 주목합니다. 그들에게 청소부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 그들은 현대의 ‘투명인간’이 아닌가요?”청소부뿐일까. 사실 현대인들 모두 그 기능과 지위에 의해 평가받고 평가하는 투명인간이 아닐까.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계의 탈 장르화, 복합화 경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캄캄한 공간의 한쪽 벽에 뚫린 사각틀에 비친 빛을 통해 다정보 영상시대의 몰인간성을 비판한 김신일의 작품 ‘TV Enlightment’, 기증받은 책으로 종이옷을 만들어 입고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담은 안강현의 ‘너의 말, 나의 말’, 진기종의 ‘방송중 2006’ 등은 설치와 영상을 혼합한 작품이다. 또 목진요의 ‘Eman’은 디자인과 조각을, 박미경의 ‘나’는 설치와 드로잉을, 황종명은 조각과 화화를 섞어 작품을 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미술인들이 아직도 서양화가, 조각가, 사진가 등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데 대한 거부이자, 작품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매체를 변형 적용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의 표시로 읽혀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작가들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미술과 대중의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 관람객들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을 제작했는가 하면(목진요), 건반을 두드리면 그에 따른 영상이 나타나기도 하고(안정주), 연극무대를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그 속에서 독특한 상황을 체험케 한 작품(홍보람)도 있다. 이번 작품들은 실험성 짙은 신작이면서도 주제가 뚜렷해 난해하지 않게 읽힌다. 특히 어렵게만 인식돼온 최근의 설치·영상작업에 대중성을 부여한 점이 반갑게 다가오는 전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美 전자투표기 도입 논란

    오는 11월 중간선거부터 터치 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전면 도입키로 했던 미국의 주정부들이 잇따라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새 시스템이 고질적인 투·개표 오류 시비를 줄이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공기계로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어 기표하는 전통적 투표방식 대신 손가락으로 액정 스크린을 터치해 기표하는 새 시스템은 결과 집계가 신속하고 부정확한 기표에 따른 무효표 발생을 줄여 선거분쟁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키로 한 선거구는 전체의 3분의 1로 유권자의 40%가 이 방식으로 투표하게 된다. 문제는 투표용지가 남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오류가 발생할 경우 결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로욜라 로스쿨의 리처드 헤이슨 교수는 “법률적 근거가 불확실한 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거업무 종사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과 작동사고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마련돼야 한다. 실제 올해 예비선거에서 전자투표기를 시범 도입한 몇몇 주에서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컴퓨터가 정당기표를 잘못 판독하거나 투표기의 메모리 카드가 전송이 안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몽고메리 카운티에서는 직원의 조작미숙으로 1만 2000명의 유권자가 예비로 마련된 종이 투표지에 기표해야 했다. 이 때문에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종이투표 선택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뉴멕시코와 코네티컷주에서는 전자투표기 사용계획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전자투표기 제작·보급사가 중심이 된 새 시스템 옹호자들은 부작용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디볼드 선거시스템의 마크 라드케 마케팅 이사는 “전자투표기가 없었던 2000년에 비해 이 기계가 도입된 2004년 메릴랜드주에서는 투표과정의 오류가 40%나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스템 결함이나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린 기계를 거리 구석에 처박아두지 않는다.”면서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움직임에 주목하라” 고객 마음 움직인다

    “움직임에 주목하라” 고객 마음 움직인다

    요즘은 광고의 홍수시대이다.TV에도, 지하철 안에도, 거리에도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광고 홍수 속에서 기업들은 더욱 기발한 광고를 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모션(Motion) 광고’가 부쩍 많아졌다. 브랜드 이미지와 컨셉트를 특정 동작으로 표현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광고 기법이다. 광고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거부감없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시작한 국민은행 KB카드 광고는 모션 광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광고는 KB카드가 핸드백과 지갑 속에서 뛰쳐나오려고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러가지 부대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KB카드의 장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꺼내라, 가둬두기엔 혜택이 너무 많다.”는 자막이 내레이션으로 처리됐다. 카드를 마치 사람인 것처럼 묘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제품의 특성을 잘 살린 모션 광고 전략이 KB카드의 호기심을 더욱 유발한다. 얼마 전부터 나오는 던킨도너츠의 새 광고 ‘제스처’편은 이런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길거리에 붙어 있는 교향악단 공연 포스터의 지휘자 사진, 집회를 알리는 종교인의 포스터, 버스 정류장 광고 속의 축구선수 골키퍼 사진과 버스 외부광고에서 요가를 하는 여성 사진…. 커피와 도너츠를 들고 있는 손 동작을 강조해 보여준다. 이는 던킨도너츠가 소비자의 생활 속에 습관처럼 자리잡은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작 자체가 독특하면서도 친숙하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광고도 마찬가지.‘호주를 느낄 수 있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호주의 상징 동물인 캥거루처럼 점프를 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다. 집 거실과 정원, 회사, 도서관 어디서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가고 싶을 땐 습관적으로 캥거루식 뜀박질을 한다는 내용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BC카드 또한 경쟁이 치열한 카드 시장에서 고객들의 BC카드 사용을 습관화하기 위해 인기 스타 현영을 내세워 ‘좋은 카드 하나쓰기’ 동작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현영이 음식점에서 “여기, 계산요.”라고 하자 각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BC체조’를 시작한다.“아니야 아니야 하나만 하나만”이란 구호와 함께 쉽고 재미있는 동작은 소비자들이 결제 시점에 자연스럽게 BC카드를 떠올리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윤은진 제일기획 광고기획자는 “광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컨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거나 소비자의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작들을 찾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션 광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된다.”며 “언제라도 특정 동작을 통해 브랜드가 연상되기 때문에 파급효과 역시 뛰어나다.”고 말했다. 모션 광고가 CM송처럼 각광받을 날을 기대해본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기철 기자의 쇼핑 트렌드] ‘결혼의 계절’ 달라진 풍속도

    [이기철 기자의 쇼핑 트렌드] ‘결혼의 계절’ 달라진 풍속도

    올해 유난히 결혼이 많다. 입춘이 두번 든 쌍춘년(雙春年)인 까닭이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부부가 평생 금실 좋게 잘 산다는 속설이 있다. 통계청은 올해 모두 30만쌍이 결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시장도 덩달아 함박웃음이다. 결혼 관련 시장 규모는 연간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거액을 과감히 쓰기 때문이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랑·신부 모두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바쁜 직장 일을 제쳐두고 결혼 준비만 전념할 수가 없다. # 바쁜 예비 부부의 ‘천사 같은 존재’ 웨딩 플래너 이럴 때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웨딩 플래너이다. 결혼식장 예약부터 예복, 화장, 사진촬영, 신혼여행, 신혼살림 준비물까지 다양하게 취향에 맞게 준비해준다. 일정도 관리하고 필요 이상으로 비용이 지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수집, 제공해준다. 단순히 결혼식을 진행하는 차원을 넘어 한 부부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지난달 26일 결혼한 김진경(28·여)씨는 결혼 직전 직장을 옮겨 결혼 준비를 일일이 하기가 어려웠다. 부모·친구들도 모두 직장인이라 부탁할 수가 없었다. 웨딩 플래너에 의뢰하니 사진, 미용실, 예식장, 혼수까지 모두 척척 해결해주었다. 김씨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웨딩 플래너가 반품하거나 환불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해 줬다.”며 “사진 촬영과 드레스 선택 등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항상 같이 있으면서 챙겨줘 친구보다 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 자매 웨딩플래너가 말하는 3대 트렌드 자매 웨딩 플래너로 주목받는 차세영(30)·명희(28) 마리에 실장으로부터 결혼 트렌드를 들어봤다. 언니 차세영 실장은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호화롭게 하거나 아니면 아주 실용적으로 한다.”며 말머리를 열었다. # 결혼은 럭셔리하거나 아주 실용으로 새침해 보이는 동생 차명희 실장은 “고급 호텔이나 해외에서의 채플(교회) 웨딩은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위주로 최고급의 혼수, 나만의 맞춤 청첩장 등 럭셔리한 결혼도 많다.”고 말했다. 차세영씨는 “실용적인 커플들은 시계나 반지 같은 예물·예단 등을 거부하고, 현금을 들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며 “현금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내집마련을 통해 생활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있는 집’은 주위의 눈치를 살펴 눈높이를 낮춰 보통 수준으로 맞췄는데 이젠 굳이 눈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떠들썩한 결혼은 No, 우리만의 결혼 소규모 결혼식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들 자매의 공통 의견이다. 차세영씨는 “호텔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결혼식에는 초대 리스트에 오른 하객만 참석이 가능하다.”며 “주로 가까운 가족과 친구 위주로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혼 부부들은 주로 외국 생활을 오래한 고학력에 전문직 종사자들이란 게 이들의 귀띔이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결혼’을 위한 다양한 장소를 줄줄이 꿰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작은 파티 풍은 서울 평창동 아트 브라이덜, 전통 혼례는 삼청각, 영화에서와 같은 채플 웨딩은 제주 하얏트 리젠시호텔에서 가능하다며 예를 들었다. # 오붓한 첫날 밤은 시내 호텔에서 짓궂은 장난이 가득한 피로연도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결혼식 후 시내 호텔에서 1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신혼여행을 다음날 떠나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어찌보면 특급호텔에서의 첫날밤이 진정한 허니문인 셈이다. 특급 호텔들은 신혼부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있다. 와인과 과일 선물을 비롯해 풍선과 장미꽃을 장식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선물부터 면세점 쇼핑, 결혼 1주년 챙기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chuli@seoul.co.kr ■ 유통업체 “결혼상담 백화점서 하세요” ‘혼수시장을 잡아라!.’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혼수시장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가 뛰어들었다. 백화점들이 웨딩플래너 등 전문 상담요원을 채용해 웨딩센터를 두는 등 예비 신혼부부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웨딩센터를 국내 최초인 2004년 8월 압구정점에 설치한 이후 롯데와 신세계, 갤러리아백화점 등도 잇따라 마련했다. 김정윤 롯데 웨딩센터 매니저는 “웨딩 행사가 전에는 봄·가을에만 진행하던 백화점의 1회성 이벤트였으나 올해에는 1년 내내 상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혼수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신혼부부들이 결혼해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다시 사러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혼수를 산 예비 부부들에게 일정 금액을 적립, 재구매를 하게 하는 ‘웨딩 마일리지’ 제도를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진아 신세계 웨딩 매니저는 “웨딩 마일리지 적립금 사용기한을 다른 적립금보다 긴 6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마케팅팀 최광보씨는 “외부의 웨딩 플래너는 영리 목적인 반면 백화점의 경우 상담이 무료인 고객서비스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 웨딩 플래너는 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촬영과 화장, 신혼여행, 한복과 예물을 알선하는 정도이지만 백화점은 가구·가전·예단·예복까지 100% 다한다. 신세계는 본점 12층에서 웨딩 살롱을 설치했다. 강남점은 14일까지 ‘LG전자 혼수 가전 특가 기획전’을, 영등포점도 14일까지 ‘레체퍼니처 혼수기획전’을 각각 연다. 또 9월 말까지 웨딩 마일리지 적립행사를 계속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다음달 말까지 자사 웨딩 카드 소지 고객을 대상으로 ‘웨딩 스페셜 세일 쿠폰’을 발송한다. 상품을 살 때 갤러리아 웨딩 카드를 제시하면 참여 브랜드별로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다이아몬드에 올인할까 결혼 트렌드가 변화면서 예물도 많이 바뀌고 있다. 불과 몇년 전 예물을 준비할 때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순금 3세트가 기본이었다. 동시에 예물 세트가 많으면 ‘시집 잘 간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실용화 바람이 강한 최근에는 부부가 반지로 다이아몬드 커플링을 고급스럽게 사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인 삼신다이아몬드의 이정은 팀장은 “세팅의 완성도와 디자인의 질이 좋은 1캐럿(0.2g) 다이아몬드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캐럿 다이아몬드 광산이 고갈되는데다 희소성 때문에 ‘미래의 투자’ 대상으로도 매력적이다. 결혼 생활 5년 뒤,10년 뒤에도 가치가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3500만원이었던 최고 품질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2006년 8월에는 6670여만원이다. 삼신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사람으로부터 시세의 80%에 되사고 있다. ■ 향기 나는 조명 달아볼까 신혼 집에서 조명은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홀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감각적인 공간을 위해서는 조명도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특별한 조명을 가지고 연출하고 싶다면 향기조명제품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꽃모양의, 섬세하게 제작된 외관도 눈길을 끌지만 조명이 향기까지 뿜어낸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톡톡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나 때론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건강까지 생각하는 조명도 있다. 미미라이팅의 내추럴시스템조명 시리즈 중 건강제품 ‘심플 UV’는 오염도 감지 센서가 달려 있다.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살균조명으로 살균한다. 또 바이오세라믹 입자가 조명기구에 내장돼 있어 공기탈취의 기능도 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흥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영화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감각을 자극하고 은유로 에두르는 보편적 작법을 거부하는 다큐영화는 그러나 올 가을엔 전례없이 풍성하다.9·11 테러를 그린 ‘플라이트 93’의 8일 개봉을 필두로 국내외 화제의 다큐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괴물’의 독주에 기가 꺾인 극장가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봉 자체부터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사이에서(7일 개봉)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없는 이들의 숙명이 처연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국내외 각종 페스티벌에서 굿과 공연예술의 접목을 꾀해온 대무(大巫) 이해경을 중심으로 신(神)의 선택을 받은 대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인다. 흔히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의 사연은 기실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 채널(Q채널)에서 오랫동안 다큐물을 연출했던 이창재 감독의 이번 작품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애환이 시종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용해됐다.30년간 시름시름 무병을 앓다가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야 신내림을 받고 편안해지는 50대 여인, 귀신의 장난으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실명한 8세 사내아이, 신내림을 거부한 어머니의 대물림으로 무당의 숙명을 타고난 28세 미혼녀. 세 사람의 사연을 조미료 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 화면은 범접못할 존재론적 의미와 굿 제례 자체의 미학적 가치, 괄호 밖의 삶에 던져진 인간을 향한 이해와 깊은 연민으로 충만하다. CGV용산,CGV인디영화관(강변, 상암, 인천, 부산 서면)에서 상영.15세 이상 관람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14일 개봉)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은 난감하고 불편하다.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의 환경운동 강연을 옮긴 스크린을 마주하는 1시간 36분은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게 께름칙한 시간일지도 모른다.2000년 대선 실패 이후 정치활동을 접고 환경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앨 고어가 직접 제작한 ‘슬라이드 쇼’라는 점에 일단 주목할 만하다. 지구온난화와 그 심각성을 위트와 재치로 경고하는 전직 미국 부통령의 개인적 역량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다큐멘터리. 인류의 변화된 소비행태가 야기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이로 인해 북극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9%씩 녹아내리고 있다는 등의 ‘영상 증언’이 고어의 육성 강연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학술지의 논문들과 통계자료를 일일이 제시하는 고어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을 만큼 과학적 설득력이 빛난다. 전체 관람가.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14일 개봉)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35년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글래스톤베리는 자유와 해방의 중심이자 유토피아다.1970년 마이클 이비스가 1파운드로 주말내내 팝과 포크를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던 축제의 시작부터 이후 사회, 문화, 세계 정세에 대항하고 변화해온 글래스톤베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2000년부터 축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한 줄리안 템플 감독은 글래스톤베리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으로, 이 축제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업성에 놀아나지 않고 처음 그때의 소박하고 순수한 정신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핑크 플로이드, 데이빗 보위, 스티븐 패트릭 모리시, 라디오헤드, 비요크 등의 공연실황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다큐. 서울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개봉.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댄스음악과 섹시코드

    올 여름 대중음악계는 어김없이 댄스음악이 주류였고 강세였다. 매년마다 반복적으로 여름 음악시장을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 댄스음악이라는 사실을 이제 웬만한 감각을 지닌 대중이면 꿰뚫었을 것이다. 별 다를 바 없던 올해에 유난히 눈에 띈 현상은 노출을 내세운 ‘섹시’코드와의 결합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음원을 구입하고 곧바로 영상까지 접할 수 있는 초간편 시대의 도래는, 이미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진화를 예견케 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가요 기획자들은 ‘여름=댄스음악’,‘겨울=발라드’라는 공식을 앞세워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마케팅 전략을 지난 수년 동안 활용해 왔다. 실제 매출에서 결과를 확인한 만큼, 댄스음악은 여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음악팬들도 그 공식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온 만큼 음반시장에서 댄스음악 시장은 황금어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여름 댄스음악 시장은 바캉스 시즌을 겨냥해 쏟아져 나오는 댄스가수들의 정규음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댄스음반은 휴가철 이전에 기필코 시장에 내놔야 하는, 음반사의 사활이 걸렸던 시장이자 승부처였다. 뿐만 아니라, 발빠른 기획자들은 히트한 국내 음원과 외국 음원을 모아 만든 ‘댄스 리믹스’ 음반으로 수십만장을 팔아치우는 재미를 누리기도 했다.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가수들의 노출을 앞세운 댄스음반 수십장이 쏟아져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으리라. 더구나 댄스음악 2∼3곡만 실린 싱글음반은 제작비까지 줄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예전처럼 경이로운 대박을 손에 쥔 댄스가수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답은 하나뿐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눈과 귀는 자연스레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댄스음악 자체는 지난 10년 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뛰어난 음악인은 ‘답습’이 아니라 ‘창조’와 ‘도전’을 통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야 비로소 탄생할 수 있다. 당혹스럽다고 해야 할 만한 올 여름 대중음악, 댄스음악계에 ‘볕들 날’은 이런 이들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만난다]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서 주연맡은 임정은

    [만난다]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서 주연맡은 임정은

    배우에겐 처음이 중요하다. 정확하게는 어떻게 등장하느냐가 중요하다. 첫 영화, 첫 드라마, 첫 CF…. 어쩌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이미지가 이 첫 등장으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임정은은 그의 첫 이미지를 당대 최고의 여배우 ‘심은하’로 심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두들 그를 ‘제2의 심은하’로 불렀다. 그러던 그가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제작 유비다임씨앤필름)를 통해 시한부 삶을 살지만 구김없고 활발한 ‘미현’으로 다가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사랑하니까’는 그가 주연을 맡은 첫 영화다.“이전에 출연했던 ‘일단 뛰어’는 말 그대로 ‘멋모르고 뛰어’들었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미현을 늘 생각하고, 미현으로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죠.” ‘사랑하니까’는 시한부 삶을 사는 고등학생 미현과 그에게 끝없는 사랑을 보내는 민혁(지현우)의 사랑이야기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예정된 사랑이지만 마냥 슬프고 애처롭지만은 않다. 더 깊고 진한, 또 귀엽고 예쁜 사랑을 표현한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씩씩한 미현을 만드는 데는 곽지균 감독의 도움도 컸다고 털어놓았다.“(곽 감독은)나이가 많은 분이라 첫 만남이 무서웠어요. 하지만 알아갈수록 더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분이라는 걸 느끼게 됐죠. 감정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주시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배려해주어 더욱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생각과 행동의 폭을 넓혀 연기에 임했기에 흥행에 대한 욕심보다는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궁금함이나 부담감이 더 크다고 했다. “아직도 미현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고 할 정도로 역할에 무척 애착을 갖고 있다. 단지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역할인 탓은 아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거부하지만, 결국 적극적으로 그 사랑을 찾고 잠시라도 사랑 속에서 행복으로 살아가는 예쁜 역할이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실제로 이런 상황이었다면 자신도 미현과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미소짓는다. 아담한 체구에 선한 눈매가 그의 첫인상을 여린 여인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말투나 동작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가 튀어나온다.“겉모습에서 그런 선입견을 갖지만, 전 액션스쿨에 다니기도 하고 스노보드나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활동파인걸요. 호기심도 많아 울면서도 번지점프를 하기도 하죠.”(웃음) 스스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속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었다. 사소한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즐기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임정은으로 완성됐다. ‘사랑하니까’로 연기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는 그는 이제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졌다.“고정된 틀 안에 나 자신을 두기가 싫은 거죠. 존재감이 느껴지고, 색깔있는 연기를 가장 하고 싶어요.”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 양동근과 류승범을 꼽을 정도로 그는 이미지 일탈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게는 지고지순한 이미지가 더 큰가보다. 오는 9월부터 KBS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한 남자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보내는 ‘윤희’로 시청자를 찾아오니 말이다. “최고의 여배우를 닮았다는 말이 싫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감사하죠. 누구나 그랬을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그 이미지를 벗는 게 과제인 듯해요. 많이 노력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임정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는 듯 한 곳을 응시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배우 임정은. 심은하를 닮은 예쁜 배우가 아닌, 똘망똘망하며 당찬 그의 변신이 기대된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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