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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도 성화봉송 거절 잇따라

    중국의 티베트 시위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22일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지난달 티베트 사태가 일어난 직후에 성화봉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화 봉송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중국 올림픽위원회로부터 ‘그린 올림픽’이라는 취지에서 성화 봉송 제안을 받았던 최 처장은 “티베트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성화 봉송 주자라는 영예로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됐던 대전 시민 김창현(44)씨도 지난달 27일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를 위해 횃불을 들고 앞장서고 싶지 않다.”며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봉송 주자들의 보이콧뿐 아니라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성화 봉송 반대행사도 잇따를 전망이다.기독교사회책임 등 100여개 북한 인권단체 및 보수단체들은 ‘북경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행동’을 구성해 국내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저지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 단체들은 “탈북자를 강제북송하고 티베트 독립시위를 무력진압하는 중국의 비인권·비인도적 처사를 규탄하며 중국이 세계평화의 축제인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인류의 보편가치인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티베트평화연대는 이날 정식 올림픽 성화 봉송과는 별도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서울시청까지 ‘티베트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성화 봉송’ 행진을 벌여 중국의 티베트 탄압 실상을 알릴 예정이다.한편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교(邪敎)로 규정된 파룬궁 신도들도 성화 봉송에 맞춰 집단행동에 나설 우려가 있어 경찰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신문사 방송진출 사업성 미지수”

    “신문사 방송진출 사업성 미지수”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신문사의 방송진출이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영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21일 발간된 미디어 이슈분석 월간지 ‘미디어 인사이트’ 4월호에 기고한 ‘신문의 방송진출:가능성과 사업성’이란 논문에서 신문의 방송진출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검토 결과 김 연구위원은 ‘신문의 방송진출=신문사의 고비용·고위험 상황 노출’이란 결론을 내렸다. 신문이 현재 처한 정책적(규제완화 정도와 방향의 불투명성), 경제적(광고시장의 위축 및 경쟁심화), 사회적(시민사회의 저항과 거부감) 불확실성이 부정적 결론의 근거다. 논문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신문이 방송진출을 시도할 경우 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보도채널로의 진출이다. 종이신문에서 형성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권위에 기반한 신뢰감, 검증된 뉴스 콘텐츠 제작 노하우와 기획·취재 역량 등이 강점이다. 보도채널 설립에 200억∼300억원의 초기자본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신문사들 가운데 독자적 방송진출이 가능한 신문사는 조선·중앙·동아 정도다. 특히 조선과 중앙은 경제전문정보채널 개국, 지역 민방과 제휴한 프로그램 제작, 드라마전문제작회사에 대한 지분투자 등의 방식을 통해 이미 새로운 미디어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조·중·동의 방송진출에도 사업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위협요인’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뉴스 시청률의 지속적 하락 상황에서 의미 있는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들고 ▲케이블방송 산업 구조상 수신료 수익을 장담하기 쉽지 않으며 ▲방송장비와 인력 확보 등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이 발생해 손익분기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제한된 광고시장에서 광고수익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이 최우선 걸림돌로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광고시장의 파이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도채널 진입은 일종의 ‘제살 깎기’일 수 있다.”면서 “현재의 신문 경영상 보도채널 진출은 신문의 위기를 돌파할 수단이라기보다는 ‘리스크’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신·방 겸영 허용을 둘러싼 논쟁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의 논의들이 신문의 방송 진출이 갖는 사회적 의미나 미디어 산업 내에서의 파급효과, 신문사의 방송진출 가능성이나 사업성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채 정치적 논란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자기 목소리 내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잡지에 ‘신문·방송의 교차소유 정책:해외사례와 그 시사점’이란 논문을 실어 외국의 미디어 교차소유 규제 방식을 비교·검토한 박주연 언론재단 연구위원의 지적도 비슷하다. 박 연구위원은 “신·방 겸영에 관한 국내 논의에선 각국의 교차소유 허용 및 금지조치가 취해지기까지의 과정이나 역사성은 생략한 채 찬반 주장에 맞는 결과만을 인용해 각자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방식으론 정책을 위한 시사점을 찾기 힘들고 불필요한 논쟁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리더십’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리더십’

    부산이 떠들썩하다. 프로야구 롯데의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56) 감독 때문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팀 분위기를 확 바꾸자 하위팀 롯데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21일 현재 지난해 우승팀 SK에 불과 한 경기차 뒤진 2위다.‘로이스터 마술’ ‘부산의 히딩크’ 등 별명이 쏟아질 정도. 로이스터 감독이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로 롯데를 변화시킨 원동력과 영향을 짚어본다. 자율야구로 변화 주도… 선수들과 대화로 풀어 로이스터 감독의 가장 큰 무기는 선수들에 대한 격려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그아웃에서 항상 일어서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박수치며 격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군림하던 토종 감독들과 다른 태도다. 지난해 미국생활을 접고 돌아온 투수 송승준(28)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못해도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도 리더십의 비결로 “선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투수교체 때 직접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그의 ‘선수 배려’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실제 지난 20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포수 최기문(35)이 경기 도중 방망이에 손가락이 스치자 재빨리 더그아웃에서 빠져나와 이진호 트레이너를 그라운드에 올려보내 상태를 점검하게 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 심판에 항의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정도였다.“우리는 한 팀이다.”라고 줄곧 강조하고, 선수 가족의 이름까지 다 외우는 그의 언행도 선수 사랑의 일면을 보여준다. 아울러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것. 지난 15일 두산전에서 4-10으로 대패한 뒤에도 “122승4패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연패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때 선수들이 어떻게 이겨낼지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주장 정수근(31)은 “긍정적인 사고가 돋보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상하고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식으로 효율을 강조, 훈련도 선수 자율에 맡긴다. 로이스터 감독은 20일 경기에 앞서 “우리는 집중력이 강하고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이다. 주전은 물론 후보 선수들은 더욱 많이 때리고 게임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선수간에 더 책임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서정근 롯데 홍보팀장은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뭉쳤다. 예전 감독들은 선수들 위에서 군림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그는 직접 선수들하고 다정다감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에게 충분히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감독이라 연줄에 신경쓰지 않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소위 ‘패밀리’가 없다는 것. 고참 염종석(35)은 “누구나 편견 없이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선수들을 뛰게 한다.”고 말했고,‘제대파’ 조성환(32)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하위 타선의 중심 타선 역할을 하며 맹타를 휘두른다. 물론 마냥 풀어준다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자신없는 플레이를 펼치면 더그아웃에서 발로 벽을 차는 등 화를 낼 때도 있다. 로이스터 감독도 스스로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직접 얘기한다. 때때로 야단을 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를 “포근하면서도 선수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다.”(이대호)고 좋게 받아들였다. 외유내강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셈. 은근히 규율을 따지기도 한다. 조성환이 19일 목동 히어로즈전 승리 뒤 선수단 맨 앞줄에 서서 로이스터 감독과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20일 “정수근과 가장 먼저 하이파이브를 한 이후 경기가 잘 풀린다. 정수근이 주장이기도 하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장의 권위를 지켜주겠다는 말이다. 그는 야구를 ‘데일리 비즈니스’라고 규정했다. 하루하루의 성적에 너무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부산 갈매기’를 부르겠다며 한국화에 나선 그가 약속을 지킬지 주목된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롯데특수로 부산지역 경제도 ‘신바람’ 프로야구 롯데가 최근 연승 가도를 달리자 구단은 물론 사직구장 일대 상가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유통업체와 쇼핑산업이 활황을 보이는 등 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롯데는 21일 현재 사직구장에서 치른 7차례 경기 중 3차례나 매진(3만명)됐다. 구단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사인이 들어간, 한정 제작했던 4만 8000원짜리 점퍼 1000장이 사흘 만에 모두 팔려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다른 구단을 포함해 전무후무한 일이다. 다른 용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어 홈경기 동안 기념상품매출액이 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2억 5000여만원의 80%에 이르렀다. 사직구장 주변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이모(49)씨는 “최근 롯데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덩달아 가게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호황을 보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같은 롯데 특수는 지역 유통업계는 물론 외식업체 및 백화점 쇼핑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래구의 한 할인점 관계자는 “야구경기 관람을 위한 가족 단위 외출이 늘면서 평소보다 매출이 다소 늘었다.”고 반가워했다. 배영길 부산시 경제진흥실장은 “일본총합연구소가 2003년 한신 타이거스 우승 때 연고지인 오사카 중심의 간사이 지역 경제부양효과가 최소 1300억엔(약 1조 2500억원)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며 “여기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롯데의 연승 행진이 부산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신 우승으로 최대 3조원 이상의 경제부양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자율야구 한계는 없나 선수들 악용·팀 성적 나쁠땐 방식 바뀔수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표방하는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이미 있었다.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 감독이 LG 감독을 맡았던 1994년 ‘신바람 야구’로 선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믿음의 야구’는 김인식 한화 감독이 실천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야구 실체는 무엇일까. 롯데의 한 선수는 “자율야구의 마인드는 같지만 실천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준은 “미국 감독들도 로이스터 감독 같은 사람이 많이 있지만 유난히 선수를 더 존중하고 칭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율야구에도 걸림돌이 있다. 롯데의 한 선수는 “팀 성적이 좋을 때는 자율야구가 좋게 비쳐지지만 연패에 빠질 경우 성적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방식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율야구는 생명이 길지 않았다. 선수들이 악용하기도 한다.LG의 한 관계자는 “자율야구가 오히려 LG를 망쳤다.”고 자탄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도 안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야구 리더십이 언제까지 빛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재용이의 순결한 19’ 한밤의 촬영현장을 가다

    ‘재용이의 순결한 19’ 한밤의 촬영현장을 가다

    케이블 채널 M.net에서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이하 순결19)가 다양한 호평과 비평을 받아가며 100회를 훌쩍 뛰어넘는 방송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2류 문화의 대표주자’를 표방하는 ‘순결 19’는 M.net는 물론 한국 케이블 방송계에서도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런 인기는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는 DJ.DOC 정재용 외에도 개장호, 개철민, 은석작가, 털피디 등 제작진까지 스타덤에 오르는 반향을 얻고 있다. 서울신문 NTN에서는 ‘순결 19’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논현동 CJ미디어 사옥을 찾아가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송상엽 PD, 권기수AD, 김현서AD, 김장호AD, 김종민 작가, 정은정 작가, 추정흔 작가가 참석해 상호 비방을 벌이는 등 뜨거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어느덧 100회를 훌쩍 넘었다 송상엽 PD: 예전 다른 방송국에서 비슷한 일을 한적 있는데 당시 한 인기 여자그룹을 조금 심하게 묘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기획사 사장이 우리 팀을 수배령까지 내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항의는 가끔 들어오지만 다들 재미 있게 봐주고 있다고 한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된 것 같다.(웃음) ‘순결19’때문에 MKMF(엠넷 케이엠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 섭외가 힘들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 송상엽 PD: 사실이다.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톱스타 A양 등 몇몇 연예인들이 ’순결 19’에 거론 되면서 출연 거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외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슈퍼주니어와는 무척 친한 사이다. 슈퍼주니어 멤버들도 평소에 우리 프로를 즐겨 본다고 하니 너무 고맙다. 개인적으로 미안한 연예인이 있다면? 정은정 작가: 나 역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는데 왜 미안하지 않겠나? 사실 ‘순결 19’출연 비중이 높을수록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다. 왜곡된 사랑으로 빅뱅 출연 비중이 높은 편인데 빅뱅이 직접 따지러 와 주면 좋겠다.(웃음) 송상엽 PD: (김)장호AD의 경우 아이비 팬이다. 실제로 아이비가 한창 활동 할 때 편집하는데 진도가 안 나가더라. 김장호 AD: 아이비 무대를 재현하기 위한 안무 연습 때문이었다. (웃음) 지금까지 방송을 만들며 가장 힘든점이 있다면? 송상엽 PD: 소재고갈이다. 재탕을 할 때 마음이 아프다. 정은정 작가: 나 역시 소재고갈이다. 소스만 나오면 대본이야 워낙 잘 쓰니…(웃음) 김장호 AD: 편집이다. 사실 출연 같은 건 부담되지 않는다. 아! (정)재용이 형이 늦게 오거나 늦어지는 것도 고충이다. (이날도 역시 정재용은 당초 약속시간인 밤 10시를 훌쩍 넘은 11시에 도착했다) 송상엽 PD: 초심을 잃은 거다. (김)장호나 (김)철민이나 억지로 연기를 하는 그 자체가 웃겼던 건데 이제는 연기를 즐기는 단계에 도달했다. 전업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김장호 AD: (불편한 표정으로)의상이 없으면 싫을 때도 있다. 나는 2년 동안 빨지도 않은 옷을 돌려 입게 하고 있다. 송상엽 PD: 암암리에 개철민, 개장호의 이름으로 행사도 뛰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분이 있다면? 송상엽 PD: 100회 특집 ‘이제는 말할 수 있다’편이다. 인터뷰 식의 진지한 프로그램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는데 색다르고 좋았다. 지금 인터뷰처럼 진지했다. 정은정 작가: 푸켓에서 촬영한 해외특집 편이다. 뒷이야기가 있는데, 원래 문어공주 역할은 내가 아니라 김장호 AD였다. 그런데 (김)장호가 호텔에서 술 먹고 아침 촬영에 나타나지 않아서 나로 대체됐다. 송상엽 PD: 다른 방송국이었다면 바로 징계를 받거나… 김장호 AD: 술이 죄다. 그 놈의 데킬라가 너무 좋아서… ‘순결19’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송상엽 PD: 보통 대본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정)재용이 형이다. 재용이 형의 컨디션에 따라 그날 녹화 시간이 결정된다. 뒷얘기지만 행사가 많은 연말이나 대학축제가 많은 시기에는 촬영이 힘들다. 요즘 같을 때야 수월한 편이다. 이렇게 촬영 하는 날은 즐거운 날이다. 일주일에 한번 와서 놀다가는 기분으로 하고 있다. 재용이 형이야 힘들지 모르지만…… (김장호 AD에게)방송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닌데, 주변 반응은? 김장호 AD: 친구들이 창피하니깐 떨어져서 걸으라고 한다. 가끔 친구들과 술집을 갔을 때 ‘순결19’재방송을 할 경우가 있는데 손님들이 나를 알아보고 “이 XX 개장호다!”라고 한 적도 있다. 송상엽 PD: (김)철민이나 (김)장호나 부모님들 초청해서 대접을 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 꼭 모셔서 사죄를 하고 싶다. 앞으로 출연 해줬으면 하는 연예인이 있다면? 송상엽 PD: 장동건과 서태지다. 그들이 출연해 준다면 최고의 꽁트로 대한민국을 예능계를 뒤흔들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서태지의 경우 CF를 패러디 해 뽀글이 파마 가발과 함께 멜로디언 연주를 한다는 구상까지 잡아놨다. ‘순결 19’가 종영되면 어떤 작품을 할 것인가? 송상엽 PD: 아프리카 초원에 가서 다큐멘터리를 찍던가 정말 순결한…사죄하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뿌듯하고 모든 사람이 좋아할 방송을 하고 싶다. 김현서 AD: 많은 연예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프로? 일부 신인들의 경우 우리프로에 출연 시켜달라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방식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좋다. 끝으로 ‘순결19’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송상엽 PD: 정말 순결하고 고결한 프로그램이다. 역설적인가? 최홍만과 밥샵이 언약식을 하는 그런 느낌이다. (웃음) 김종민 작가: 전에 잡지에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순결 19’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거기에 말한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서 성공한 프로”다. 한창 제작에 열중할 때 정말 즐거웠다.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는 없었다. 김장호 AD: 연예인 극성팬을 위한 프로? 자기들이 보고 화내고 좋아하는 그런 프로인 것 같다. 서울신문 NTN 김경민 기자 / 사진= 한윤종 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청와대 로고 바꿨다

    청와대 로고 바꿨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앞길을 주말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는 등 ‘청와대∼세종로∼청계천´을 잇는 관광축 조성에 나선다. 심벌 마크(그림)도 교체했다.<서울신문 3월29일자 2면 보도> 2일 청와대에 따르면 오후 8시∼새벽 5시 통행이 금지되는 ‘청와대 분수대∼춘추관 앞 도로´와 경복궁을 연결해 관광로가 만들어진다. 내년 2월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이전에 완공한다는 목표다. 청와대 분수대 주변은 이달 중 효자동 사랑방 앞 도로를 없애 관람객들의 접근과 휴식을 위한 ‘광장’형태로 리모델링된다. 아울러 기존 둥근 인장(印章)모양의 청와대 상징 로고를 타원형에 현대적 느낌의 색상과 디자인으로 바꿨다. 공식 서류는 물론 청와대 내의 각종 시설물과 집기,30∼40개 종류의 관광 기념품 등에 삽입된다. 이 대통령 캐릭터 등 PI(President Identity)도 개발해 활용된다. 이 대통령이 거부감을 보인 봉황 휘장은 손대지 않기로 했다. 정부 각 부처도 새로운 MI(Ministry Identity)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가장 먼저 MI작업을 마친 부처는 여성부다. 양성평등을 의미하는 영문 ‘Equality’의 첫자인 ‘E’자를 형상화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의미의 동등 부호인 ‘=’를 상징하기도 한다. 변도윤 장관이 지난 22일 업무보고시 MI가 새겨진 배지를 제작, 이명박 대통령의 가슴에 달아주기도 했다. 최광숙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총선 D-19] 선거권 제한된 사람들

    헌법 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선거권을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라는 의미이지 선거권을 제한하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해외 국민, 수감 중인 기결수,19세 미만 청소년, 화교 등은 선거권을 제한받고 있다. ●재외동포는 투표권 행사 못해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이번 4·9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외교관·유학생·주재원 등 해외 체류자 114만명과 재일동포 등 영주권자 171만명 등 285만명의 재외국민 가운데 선거권이 있는 19세 이상 인구 210만여명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국내에 주소가 없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동포재단 강윤모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재외동포들은 물론 외교부에서도 하루빨리 재외동포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국회의 입법활동이 안 되다 보니 물리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19세 미만은 미성숙? 청소년의 참정권 부여 문제도 논란거리다. 만 20세부터 부여되던 투표권이 2006년 5·31지방선거부터는 만 19세로 낮아졌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상훈(18·서울 양천구)군은 “누구는 18세, 누구는 17세까지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이가 투표권의 근거가 될 수 있나?”면서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 기간 동안 정치 관련 UCC를 제작·배포하지 못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죄인은 국민 아니다?” 15대 총선일인 1996년 4월11일, 심정철(가명·62)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기결수여서 투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가지로 참담한 심경이었는데, 선거권마저 없으니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심씨의 경우, 만기복역한 상태라 법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다. 김두식 한동대 법대 교수는 “과거에는 수용자들의 투표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수용자 인권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대로 한국에 살았지만…” 대대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화교들도 선거권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2005년 8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만 19세 이상 외국인’으로서 타이완 국적의 화교 6580명이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4·9선거에서는 투표권이 없다. 한성화교협회 양종승 수석부회장은 “요즘 신문이나 TV에서 총선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일요영화] 씨 인사이드

    [일요영화] 씨 인사이드

    ●씨 인사이드(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제8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스페인의 국민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영화. 국민의 90%가 가톨릭신자인 스페인에서 스스로 죽을 권리를 합법화해 달라고 주장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6년 전 수심도 알 수 없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이 부러지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라몬(하비에르 바르뎀). 그는 사고 뒤로 부모님과 형 내외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서 살고 있지만,1m라는 짧은 거리도 극복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보다 ‘이성적인’ 방법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 라몬은 ‘죽음도 삶의 일부’라며 안락사를 주장하고, 그의 투쟁을 돕기 위해 미모의 여변호사 훌리아(벨렌 루에)가 찾아온다. 훌리아는 자신도 몸이 마비되어 가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라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편 이웃 마을에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로사(롤라 두에냐스)도 우연히 TV에서 라몬을 보고 그를 찾아온다.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동자인 그녀 역시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라몬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 영화는 단순히 거동이 불편해 입으로 펜을 잡고 글을 써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미화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선택 자체를 주목하고 존중할 뿐이다. 오히려 라몬을 통해 ‘삶은 의무인지 권리인지’,‘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잃어 버린 ‘자유의 부스러기’라며 휠체어를 거부하고 30여년간 침대 위에서만 생활한 전신마비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눈과 얼굴표정, 목소리만으로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그가 과연 액션 스릴러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했던 배우와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여기에 ‘오픈 유어 아이즈’,‘디 아더스’ 등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성공한 스페인 출신의 천재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연출은 물론 각본, 제작, 편집, 음악까지 맡아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제61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남우주연상, 제 77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원제 Sea Inside.120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니들이 돈 쓰는 법을 알아?”

    “니들이 돈 쓰는 법을 알아?”

    지난해 SBS TV의 최고 화제작 ‘쩐의 전쟁’이 12부작 케이블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케이블 채널 tvN은 ‘쩐의 전쟁’의 새 버전 ‘쩐의 전쟁 디 오리지널’을 새달 7일 첫 방송한다. SBS ‘쩐의 전쟁’과 비교하면 케이블 버전은 몇 군데 달라진 대목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원작 만화의 사실성을 한결 더 살려내고 소재와 표현면에서도 케이블 채널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중견 탤런트 신구가 다시 캐스팅된 대목이다.‘쩐의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채업의 대부’ 독고철 역을 맡아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변주해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더 어려운 거죠.” 그의 ‘돈 철학’은 이렇게 분명했다.“SBS ‘쩐의 전쟁’에서는 업계에서 은퇴하고 금나라에게 돈의 철학을 전수하는 다소 소극적인 캐릭터였죠. 하지만 이번엔 현역 사채업자로 출연하기 때문에 사건에 직접 개입도 하면서 더욱 역동적인 인물을 표현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번 빌려준 돈은 귀신처럼 받아내 ‘돈 귀신’이란 별명을 얻은 독고철은 담보나 보증보다는 사람 됨됨이를 더 믿는 독특하고 양심적인 사채업자. 자신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새롭게 뛰어든 금나라(박정철)와 오랫동안 자신을 보필한 마동포(권용운) 사이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한다. “돈이란 것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다시 말해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것이죠. 순기능을 하면 얼마든지 좋은데, 역기능을 할 때는 주체하기 힘들어요. 때문에 돈을 어떻게 쓰고 조종하고 사느냐가 어려운 문제인 거죠.”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카피의 CF 이후 젊은층에게도 큰 인기를 누리는 그는 ‘김치치즈 스마일’ 등의 시트콤과 ‘왕과나’ 등의 사극을 오가며 40년이 넘는 독보적 연기관록을 쌓아오고 있다. “저에게 연기는 밥이나 마찬가지예요. 저를 비롯한 많은 중견 배우들이 대부분 연극을 통해 입문했어요. 그때 연극바닥에서 어렵고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낸 것이 지금 TV와 영화 등에서 연기하는 밑거름이 된 것 같네요.” ‘쩐의 전쟁’ 출연 이후 실제 대부업 광고 캐스팅 제의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사했단다. 그러나 “극중 독고철처럼 제도권 금융에서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양심적인 인물이라면 대부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라며 웃었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시트콤이건 멜로드라마건 더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또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현대선수단 100% 고용승계”

    “현대선수단 100% 고용승계”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사와 현대 선수단간의 갈등이 해소됐다. 전지훈련을 거부하며 ‘100%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한 현대 선수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센테니얼은 프로야구 제8구단 출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내일 가입금 납부계획 밝힐 것” 박노준 단장 내정자는 12일 원당구장을 방문, 현대 선수 전원과 1시간30여분 동안 면담을 가진 뒤 “허심탄회한 대화로 서로의 오해를 시원하게 풀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내정자는 “연봉을 삭감해서라도 함께 가고 싶다는 동료애와 한시즌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100% 고용 승계를 수용했다. 집단 항명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내정자는 팀 운용 계획도 밝혔다. 그는 “유니폼 제작 작업에 곧 들어간다. 제주에서 일단 손발을 맞춘 뒤 3월 초에는 남해 등 남쪽 지방으로 올라와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외국인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입성이 좌절된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인 스폰서 문제에 대해 그는 “선수단 문제로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늦어지게 됐다. 분명히 잘 진행되고 있다. 프런트 조직이나 선수단 뒷받침 계획 등 창단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입금 입금과 관련, 그는 “15일 가입금 중 일부를 납부하는데 정확한 금액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할 것이다.18일 이사회에 앞서 열리는 14일 단장 모임 때 내가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 가입금 납부 계획 등을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선수들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이르면 13일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틀 연속 4시간가량 회의를 가졌던 선수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도착한 박 내정자에게 “시간을 달라.”고 요청,30분간 최종 논의를 거쳐 전훈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갑자기 기다리게 된 박 내정자는 “아직도…”라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선수단 “팬들에 죄송” 정민태 투수는 기자회견에서 “혼란스럽게 한 점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하겠다.”며 선수단을 대표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센테니얼쪽에서 구조조정을 먼저 하겠다고 언급해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바쁜 사정이 있더라도 미리 찾아와서 설명했다면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박 단장이 잘 얘기해서 그동안 쌓였던 오해가 풀렸다.”며 파열음의 이유도 밝혔다. 전준호는 “미지급된 신인선수의 계약금과 프런트 퇴직금, 자유계약선수의 옵션 문제는 박 단장이 KBO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양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천운영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

    “마음속의 상처를 ‘눈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울고 싶지만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딱 한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쏟아 잘못을 용서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눈물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작가 천운영(37)씨가 ‘눈물’을 들고 나왔다. 그가 내놓은 세번째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창비 펴냄)은 표제작을 비롯해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알리의 줄넘기’‘노래하는 꽃마차’ 등 상처와 눈물에 관해 이야기한 8편의 단편을 담았다. 소설집 ‘바늘’‘명랑’,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에 이어 4년만이다. “이번 소설집은 상처와 그 치유의 방법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상처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즉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바늘’에서는 미와 추의 경계, 그와 연결된 강함과 약함의 경계를 다뤘고 ‘명랑’에서는 삶과 죽음 경계를 이야기했다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눈물’로 상처를 치유하는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봤다고 고백한다. 표제작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유약하고 보호받기 위한 눈물 대신 오줌을 싸는 여자가 주인공. 그녀가 일곱살 때 미숙아로 태어난 남동생은 인큐베이터 사용료가 없어 단 하루만 살고 죽었다. 그녀가 홍역을 앓던 어느날 남동생이 나타나 20년 동안 ‘단 한번도 울지 않은 영원한 일곱살 소년’의 모습으로 곁에 머문다. 남동생의 잔상이 남아 있는 그녀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은 감정의 늪이다. 유약한 인간들만이 자기가 만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법이다. 눈물은 굴복의 다른 이름이다. 아픔과 고통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대한, 슬픔과 고독에 대한 굴복의 징표다. 따라서 나는 눈물 대신 오줌을 싼다.” 주인공이 눈물을 거부하고 대신 오줌을 싸는 방법으로 작가는 새로운 눈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중년 사진사의 이야기를 그려냈고,‘알리의 줄넘기’는 씩씩한 혼혈소녀를 등장시켜 다문화 가족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뤘다.‘내가 데려다줄게’는 제자와의 성 추문으로 도망친 사내의 이야기이며,‘노래하는 꽃마차’는 상처로 꽃을 피우는 여자가 결국 상처와 그 상처를 치유하는 통과의례로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다. “등단 후 쉼 없이 달려왔어요. 첫 장편 ‘잘 가라, 서커스’를 쓰고 나서는 온 몸이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장편을 쓰다 막상 단편을 쓰려니까 호흡 조절도 잘 안 되고요. 그러다 보니 소설 쓰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한 1년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죠. 이때 나대로 그냥 편하게 가보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열리게 되고 글도 쓰게 됐죠.” “육식적인 서사·상상력을 뛰어넘고 싶은데 갈피를 못잡아 힘들었다.”는 작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마음을 열자 글도 쉽게 써졌다고 말한다. 이사벨 아옌데, 나딘 고디머, 가브리엘 마르케스 등 서사가 강하고 마술적 리얼리즘이 강하게 녹아 있는 작가가 좋다는 그는 요즘 두번째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란다.“예전부터 관심 있던 게이들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뤄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대개 게이 하면 성 정체성 측면에서만 다뤄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게이들이 살아가는, 게이들의 삶 자체를 그리고 싶어요.” 등장 인물 중 한 사람은 박제사라고 귀띔하는 그는 얼마 전에는 청설모 박제 과정을 지켜봤다.“내가 취재하는 것은 결코 소재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소설을 쓰기 위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취재라고 할까요.” 소설의 모티프로 등장했던 문신(‘바늘’), 마장동 우시장(‘숨’) 등에 이어 그의 ‘취재적 글쓰기’가 은근히 기다려진다.9800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마리 니미에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

    2005년 11월10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소설가 한강이 중편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부녀(父女)작가가 대를 이어 국내 최고의 문학상을 받은 자리였다. 딸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한승원은 “부녀가 함께 더좋은 소설로 보답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인가.1960년 전후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가의 한 주택. 아버지가 갓난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하거나 술을 만취해 버럭 소리를 질러 경기(驚氣)를 일으키게 한다. 어린 딸이 정성껏 만들어준 장난감 계란프라이에 담뱃불을 비벼 끈다. 얼마나 참혹한 광경인가.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상반되는 두가족의 부녀는 나란히 그 나라 최고의 작가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요절한 아버지와 사후 화해 과정 그려 로제 니미에.1950년대 프랑스 문단의 새로운 사조를 대표하는 ‘경기병파’의 수장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작가로 꼽힌 인물.‘경기병파’는 로제 미니에의 소설 ‘푸른 경기병’에서 출발한, 1950년대 샤르트르의 실존문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문학의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사고 당시 차 안에 태우고 있던 미모의 여성 소설가와 함께 목숨을 잃어 구설에 올랐다. 딸인 마리 니미에(51).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숙명처럼 작가의 길을 택해 ‘세이렌’‘기린’‘도미노’ 등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 프랑스 문단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마리에게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를 극복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리 니미에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 ‘슬픈 아이의 딸’(송의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번역·출간됐다.2004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메디치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오랜 기간 무거운 짐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죽은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아버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입은 수많은 크고작은 상처를 가슴속 깊이 안고 있는 마리는 가족사진 찍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하고, 면도날로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했으며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한 아버지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마음의 상처 극복 못해 자살 시도 그는 애써 이런 악몽의 기억들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지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마음의 병이 되고, 마음의 병은 ‘죽음의 사신’과 같은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면도칼에 대해 병적인 거부감도 생겼고 아버지 교통사고에 대한 환상으로 운전면허 시험에서 연거푸 탈락하는 등의 증상으로 드러난다. 이런 증상들이 중첩돼 25살 때 센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그는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글쓰기를 결심한다. “그때 글쓰기가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이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도록, 그리고 아버지의 이중 명령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대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소설가란 침묵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하는 자, 입을 다물고 말하는 자가 아니던가?” ●고통 지우려 배우서 작가의 길로 하지만 작품의 종반으로 갈수록 아버지 묘지에 처음 갔던 일, 아버지의 친구들과 오빠들의 증언, 희미하게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작가의 일상과 글을 쓰는 동안 겪는 감정 변화 등 맥락이 없는듯 보이는 여러 이야기들이 퍼즐을 짜맞추어 나가듯 ‘죽은 아버지’를 복원해 낸다. 마리는 데뷔 후 20년간 작품에서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한통의 편지를 발견한 뒤 더이상 아버지와의 대면을 미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결국, 어제 아내가 딸을 낳았네. 나는 즉시 그애를 센 강에 처넣어 버렸어. 더이상 그애 이야기를 듣고 싶지가 않거든.” 죽은 아버지의 망령이 자신을 센강에 투신하게 했고, 막연한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은 것. 마음속 깊이 덮어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내는 것이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었지만 마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진실과 대면하기 위해 책을 완성한다.1만 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9) KT

    [한국의 대표기업] (9) KT

    영화 올드보이에는 층(層)과 층 사이에 숨겨진 사설감옥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광화문 사옥에도 1층과 2층 사이에 M1층이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M1층에는 구리길이라는 ‘동도(銅道)’가 있다. 하나당 7200가닥의 전화선과 144가닥의 광케이블을 묶은 케이블이 가득찬 곳으로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통신망의 시작점이다. 통신회사로서의 KT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KT가 탈(脫)통신회사를 선언했다.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1896년 10월 덕수궁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이후 전화망은 계속 뻗어나갔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1980년대에는 비약적인 전화수요가 생겼다.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통신시설의 확충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1981년 12월 만들어진 것이 현재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전국의 전화망을 1조 9524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2002년 민영화를 통해 KT가 됐다.1조 5610억원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진 KT는 2006년 12월 현재 자산 17조 9623억원, 매출 11조 7721억원의 공룡기업으로 변신했다.KT는 뉴욕과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되어 있다. KT의 경쟁력은 102년동안 축적된 통신망에서 나온다. 도시는 물론 전국의 산과 바다에 깔려 있는 유선전화망과 초고속인터넷망 등은 다른 사업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산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17일 “KT의 힘은 망(網)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통신망을 바탕으로 KT는 성장을 했지만 더이상 통신회사로만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남중수 KT 사장조차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 총회에 참석해 “KT는 더 이상 통신업체가 아니다.”면서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자회사들을 보면 이같은 남 사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회사엔 이동통신사인 KTF와 디지털주파수공용통신 사업자인 KT파워텔 등도 있지만 싸이더스FnH와 올리브나인이라는 곳도 있다. 싸이더스는 국내 최대의 영화제작사로 지난해 12월 ‘용의주도 미스신’을 시작으로 배급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싸이더스를 내세워 KT가 영화배급사업에 손을 댄 셈이다. 특히 남 사장은 취임 한달만에 싸이더스를 인수했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남 사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리브나인은 왕과 나, 주몽, 불멸의 이순신, 해신, 파리의 연인 등을 만든 잘나가는 드라마 외주 제작사 중 하나다.KT는 2005년엔 싸이더스를, 지난해엔 올리브나인을 손에 넣었다. 또 자회사인 KTF를 통해 도레미레코드의 지분을 지난해 인수했다. 전산장비와 컴퓨터 등 IT장비를 임대하던 KT렌탈은 의료장비와 건설용기계, 자동차 임대사업부문까지 영역을 넓혔다.KT렌탈의 리스금융과 할부금융이 독립해 KT캐피탈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KT는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유·무선 통합 등 네트워크 통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등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KT관계자는 “올해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에 따른 LG통신그룹의 공격적 경영활동 등 통신환경의 급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장 유·무선 통합을 핵심사업의 첫번째로 꼽고 있다. 우선 유선시장에선 초고속인터넷인 메가패스를 중심으로 인터넷TV(IPTV)인 메가TV, 이동통신, 유선전화를 결합한다는 것이다. 무선시장에서도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인터넷전화(VoIP), 근거리무선통신인 와이파이(Wi-Fi)와 3세대 이동통신도 합친다는 계획이다.KT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KT의 중점 신성장사업은 메가TV, 와이브로,VoIP”라며 “메가TV는 150만, 와이브로는 40만,VoIP는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매출 12조원의 벽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유선전화 명성찾기 ‘안간힘’ 통신업계의 공룡 KT에도 약점은 있다. 다름아닌 유선전화 사업이다.KT 영화(榮華)의 요체가 유선전화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유선전화는 KT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효자’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민영화 초기인 2002년의 유선전화 매출 비중은 전체의 61%를 차지했다.2006년에는 50.7%, 지난해엔 48% 정도였다. 아직도 매출의 절반가량이 유선전화에서 나온다. 문제는 유선전화의 매출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침체의 연속이다.98%에 달했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초 9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엔 90.8%로 곤두박질했다. 후발업체들의 틈새공략이 먹혀들었다. 집전화뿐만 아니라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통화량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유선전화 매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도 정체상태다.5년째 11조원대다.‘마(魔)의 12조원’이란 말이 나온다. 유선전화 때문에 인터넷전화(VoIP)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측면도 없지 않다. 인터넷전화 활성화는 곧 유선전화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까지 유선전화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문자메시지(SMS), 통화중 자동연결 등 다기능 집전화기 안폰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폰은 가입자당 매출이 일반전화보다 3000원가량 높아 수익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시내·시외통화요금이 같은 전국단일요금제 등 3종의 할인요금제도 선보였다. 하지만 집전화보다는 이동전화가 대세라는 점을 KT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KT 내부에서조차 “집전화 감소를 감안하면 현재의 유선전화 매출은 오히려 마케팅을 잘한 ‘성과’”라고까지 해석한다.KT는 유선전화 가입자 2000만명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른 부문의 매출 비중을 높여간다고는 하지만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선전화 사업을 포기할 순 없다. 동시에 VoIP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유선전화와 VoIP의 조화와 균형이 KT의 약점을 보완해줄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KT호(號) 이끄는 남중수 사장 ‘넥타이를 왜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장이 되니까 옷 스타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소탈하게 웃음짓는 사람.“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의 E는 경영이 아닌 연예 E(엔터테인먼트)의 약자”라며 “CEO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상큼함을 전하는 사람. 직원들을 위해 칵테일 쇼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KT 남중수 사장이다. 3월이면 남중수 사장의 2기가 시작된다. 남 사장은 2005년부터 KT 사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사장후보에 추대됐다.3월 주총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3년간 KT를 이끌게 된다.5년 넘게 국내 최대 통신업체를 지휘하게 되는 셈이다. 남 사장은 온화한외모와 달리 냉철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0년 IMT-2000사업을 총괄하는 KT IMT사업추진본부장으로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냈다. 한국통신의 민영화 작업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2001년 재무실장으로 있을 때다. 남 사장은 KT의 신성장동력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IPTV의 전 단계인 메가TV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해외 인수·합병에도 수완을 발휘했다. 러시아 연해주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를 인수,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시장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부드러운 이미지는 그의 발언에서 쉽게 포착된다. 남 사장은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한다.“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러면 이해와 배려가 싹트고 이는 신뢰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남 사장의 철학은 기업의 경영과 사회적 책임이란 축으로 묶인다. 그가 CEO에 올라 지켜온 철칙이 ‘상생’이다. 지난해 2월 IT 지식 나눔을 통한 소외계층 해소를 목표로 한 사회공헌 활동인 ‘IT서포터스’를 만드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 왔다. 상생의 전도사인 남 사장은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지속가능경영 대상에서 기업인 부문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를 발간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IT 전문지식을 사회에 기부하는 활동을 추진한 것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화려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 사장에겐 ‘그늘’도 있다. 경영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와이브로도 움이 트는 단계다. 메가TV의 가입자가 늘고 있지만 활짝 꽃을 피우려면 2∼3년은 필요하다. 이런 시선에 대해 남 사장은 “지금까지는 기초 다지기”라고 가볍게 받아넘긴다. 남 사장은 지난해 모죽(母竹)론을 들고 나왔다.“심은 지 5년이 지나야 쑥쑥 크는 모죽처럼 그동안의 기반을 바탕으로 KT가 올해는 새로운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①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표정을 하고 산다.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행복한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해서일까? 따지고 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바로 내 자신 옆에 붙어 있다. 큰 일로 인해서 행복해진다는 것은 극히 어렵고, 아주 작은 일로부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행복했다는 사실을 아주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주 시시하다고 생각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크게 행복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모아본다. 1. 해바라기 100개 1969년인가, 1970년인가에 제작된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Sunflower)”를 나는 개봉하자마자 일본 동경에서 봤다. 구소련을 배경으로 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10년 후쯤 개봉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비토리오 데시카라는 거장감독이 연출을 했고, 영원한 배우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출연하는 매우 서정적인 영화였다. 우크라이나에 피어있는 수십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보면서 나는 숨이 멎었다. 이상하게도 한 개 두 개 있을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은 꽃인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이 피어 있으니까 큰 감동을 주었다. 다른 꽃들과 달라서 모두가 한쪽(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해바라기를 향일화(向日花)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해바라기”라는 제목의 영화는 2005년에 중국에서,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상영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 다 큰 사랑을 받았다. 해바라기-수십만 송이는 아니더라도 100송이만 심어놓고 봤으면 좋겠다. 2. 마늘빵 두 개 자장면이 중국음식이 아니라 한국음식으로 인식되듯이, 피자도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 미국음식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내 입에는 이탈리아 음식이 잘 맞는다. 그래서 이탈리아 음식을 하는 식당에 가끔 간다. 주로 파스타를 시켜먹는데, 국수도 좋거니와, 그보다 더 맛있는 것은 마늘빵(Garlic Bread)이다. 중국식당에서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잘해야 맛있는 식당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내 생각). 그렇다면 이탈리아 음식은 마늘빵과 파스타를 잘해야 좋은 식당이 아닐까? 그 마늘빵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은 마늘을 너무 많이 바르고, 어떤 집은 그 반대고, 어떤 집은 너무 바싹 구웠고, 어떤 집은 그 반대고, 어떤 집은 빵이 너무 두껍고, 어떤 집은 그 반대고... 그러고 보니까 식당 해 먹기도 쉽지 않겠군. 아무튼 와인 석 잔에 잘 구워진 마늘빵 두 개는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3.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00년, 미국 남부지역인 조지아주의 한 가정에 예쁜 딸이 태어난다. 이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등교거부의 이유는 수학공부가 싫고, 특히 수학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충격을 받은 부모들은 며칠 동안 딸을 설득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밤 12시께, 어머니는 어린 딸을 마차에 태워서 30분 정도를 달려갔다. 어느 지점에 도착하더니 어머니는 딸에게 불에 타서 폐허가 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을 자세히 보라고 말했다. “이제 다 봤니? 그럼 가자!” 딸을 데리고 마차를 달려서 다시 30분 정도 되는 마을에 당도했다. 이곳은 불에 타지 않고 건강한 모습의 큰 집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어머니는 역시 딸에게 행복하게 잘 사는 마을을 구경시켰다. 그리고 마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아침 어린 딸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한참 잠 잘 시간에 자기를 데리고 폐허가 된 마을과 잘 사는 마을을 구경시키고 아무 설명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왜 그러셨어요?”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니? 그렇다면 내가 설명해주마. 먼저 찾아간 폐허마을은 자체적으로 힘이 없어서 남북전장 때 북군의 침략을 받고 불에 타버린 곳이다. 나중에 본 곳은 스스로 자체방어를 잘 해서 피해를 보지 않고 잘 살고 있단다. 네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마라. 그러나 네 자체 힘을 기르지 않으면 폐허마을처럼 살 수 밖에 없단다. 결정은 네가 해라.” 어머니의 설명을 들은 이 어린 딸은 그 날부터 열심히 학교에 다녔고, 훗날 신문기자 생활을 하게 된다. 몇 년간의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이 여인은 6년 반에 걸쳐 대하소설을 완성한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설책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큰 감동을 주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그 소설이고, 이 작가가 바로 마가렛 미첼이다. 나는 이 소설과 영화에서 큰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보다도 “어머니와 딸”이야기가 더욱 큰 교훈을 주기 때문에 이 소설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4. 밀짚모자 여름철 이것보다 더 시원한 모자는 없다. 시원한 것뿐만 아니라 보기에 모양도 멋있다. 밀짚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점점 없어지는 것이 아쉽다. 6·25전쟁 이후 밀짚모자 테두리는 영락없이 영화필름으로 둘러져 있었다. 그 바람에 영화필름이 아주 많이 없어졌던 것이다. 전에는 밀짚모자가 헐값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지금은 귀한 존재가 되어 있다. 사람도 나이 들면서 귀한 존재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까? 글 정홍택 상명대학교 석좌교수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6집 ‘Thank you’로 돌아온 그룹 토이

    6집 ‘Thank you’로 돌아온 그룹 토이

    불황의 늪에서 새희망을 찾아 몸부림쳤던 2007년 한국 가요계. 아마 올 한해를 가장 ‘뜨겁게’ 마감한 가수는 그룹 ‘토이’의 유희열(사진 오른쪽)과 객원가수 이지형(왼쪽)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세련된 감성에 녹인 토이의 6집 앨범 ‘THANK YOU´(11월29일 발매)는 일주일 만에 대박의 기준인 5만장을 넘어섰고,12월 내내 음반판매량 1위를 지켰다. “놀랐죠. 공백도 6년이나 되고, 음반시장 불황 때문에 반 포기하는 심정으로 냈거든요. 판매량보다 대중들에게 현재진행형의 가수로 평가받은 게 가장 좋아요. 솔직히 ‘감이 떨어졌다.’는 반응이 가장 두려웠어요.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푼 기분이라고나 할까요.”(유희열, 이하 유) ●세련된 감수성 여전… 12월 음반판매 1위 원맨 프로젝트 그룹으로 유희열이 전곡을 작곡하고 가수들이 객원으로 참여하는 ‘토이’의 객원보컬은 늘 가요계의 관심거리다.6집에는 윤상, 성시경, 김형중, 윤하, 김연우, 조원선(롤러코스터) 등이 객원가수로 참여했고, 타이틀곡의 영광은 이지형에게 돌아갔다. 그동안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모던록을 해온 이지형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유희열은 그를 보고 한눈에 음악인으로서의 ‘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노래방에서 ‘토이’의 노래를 즐겨부르긴 했지만, 객원보컬로 발탁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한달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지난 10년간 음악을 열심히 했지만, 수백개의 계단을 한번에 뛰어넘은 기분이에요.”(이지형) 1994년 데뷔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여전히 아름다운지’,‘좋은 사람’ 등의 곡으로 90년대 대표적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유희열은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을 비롯해 앨범 대부분의 곡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가 DJ를 오래 하다 보니 라디오를 통해 저를 소비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 움직인 것 같아요. 이분들은 MP3 다운로드보다 소장에 더 가치를 두는 분들이죠. 전 공통된 정서는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제 음악과 라디오를 통해 전달한 ‘상실의 정서’가 통한 것 같아요.”(유) ●90년대 가수들이 더 행복한 이유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운드 디자이너’를 두고 기술적인 음향까지 공들이는 ‘장인정신’을 발휘한 그에겐 지난 6년간 한국 가요계의 변화가 새롭게 느껴질 법도 하다. “요즘은 개인의 역량과 개성을 간직한 가수보다 훈련된 엔터테이너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죠. 제작자들도 불안한 음악적 모험보다는 확실한 카드를 택하는 것 같아요. 때문에 자기가 하고픈 음악을 맘껏 할 수 있었던 90년대 가수들이 더 행복했고, 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유) 하지만 그는 이수만이나 박진영, 양현석처럼 포부가 크지도 않고 사업가적 기질도 없어 프로듀서로서 신인들을 키워낼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21세기 아티스트형 가수의 미래는 뭘까. “이같은 흐름 속에 ‘더 잘해서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음악인으로서 긴 안목으로 좋은 연주, 좋은 가사, 좋은 멜로디와 사운드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유) 음반을 낸 뒤 바쁜 스케줄에 얼굴을 맞댈 시간조차 없다는 두 사람.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의 덕담과 각오를 한마디씩 부탁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만 하지 않고 살아도 더 다양해지고 느끼는 충족감도 커질 것 같아요. 행복의 가치가 비교가 아니었으면 해요.”(유)“기존의 제 색깔이 있었던 만큼 이번 활동이 제게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내년에 선보일 저의 2집 앨범도 ‘토이’처럼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이지형)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국영화가 1930년대로 간 까닭은

    한국영화가 1930년대로 간 까닭은

    2008년 한국영화의 시계는 1930년대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국인 JODK 경성방송국에서 펼쳐지는 코미디(라듸오 데이즈)부터 37년 당시 신문물의 유입 속에 탄생한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이야기(모던보이), 해방기 전후 경성 최고의 사기꾼과 도둑이 벌이는 코믹 액션(원스어폰어타임)까지. 장르와 메시지는 제각각이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1930년대 ‘경성’이라는 옷을 걸치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스크린 뿐만이 아니다. 연극, 문학 등 문화계 곳곳에서 새삼 1930년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왜 1930년대인가? 무엇보다 영화계의 ‘30년대 돌아보기’는 소재 빈곤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창작력 부재와 이야기 힘의 약화는 올해 내내 한국영화 부진의 이유로 꼽혀왔다. 그런 배경에서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고 봉건과 현대가 공존하는 1930년대가 충무로에 새롭게 다가왔다.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부장은 “최근 현대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들을 보면 그동안 나올만한 이야기는 다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영화 ‘왕의 남자’ 흥행 이후 시대극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고,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한국영화가 1930년대를 돌파구로 삼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광복 전후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인물들의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대해 금기시하고 어둡게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한 것도 한 요인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1930년대 하면 그간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라는 부채 의식이 있었는데, 최근 소설과 드라마 등을 보면 신문물이 들어오며 자유연애가 이루어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띠는 시대를 다루는 데 어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고 말했다.‘라듸오데이즈’(내년 1월31일 개봉)를 제작하는 싸이더스 FNH의 박주석 팀장도 “이 영화는 1930년대를 무조건 어둡고 우울하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자는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라듸오데이즈’만 해도 음악적으로는 당대 가요는 물론 스윙재즈, 탱고민요 등이 혼재돼 있고, 의상에서도 기모노, 한복, 양복이 섞여 있어 1930년대는 다양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문화적 점이(漸移)지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표현을 중시하는 제작자들에겐 더없이 매력적이다. 문화적으로 다양한 시기인 만큼 이국적인 배경을 활용할 수 있고 캐릭터를 그려낼 때 운신의 폭이 넓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원스어폰어타임’(내년 1월31일 개봉)의 연출을 맡은 정용기 감독은 “1930년대는 시대 배경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할 수 있는 문화적 점이지대로 표현의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대물에서는 중절모를 쓰거나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 의상이 등장하면 사실감이 떨어지지만,30년대 영화에서는 시각적으로 멋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 시대는 총을 소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란한 누아르풍의 영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모던보이’(4월 개봉예정)를 제작하는 KnJ엔터테인먼트의 곽신애 프로듀서는 “1930년대는 현대적인 캐릭터가 시작된 시기로, 고증에 한발을 딛고 창조성을 더하는 작업은 무척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한번도 영화화되지 않은 흑백사진 같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재현해낸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것이다. ●문학쪽도 1930년대 주목 문학에서도 지난 몇년간 1930년대의 시대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경성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이 다수 등장했다.2002년 출간된 김진송의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는 최근의 ‘경성영화’나 드라마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2∼3년 전부터는 TV드라마에도 그 기세가 번졌다.‘경성스캔들’ ‘서울 1945’ 등이 그것이다. 작년에는 연극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조선형사 홍윤식’‘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이 재기 넘치는 상황극으로 관객의 입소문을 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1930년대에는 우국지사의 사랑, 스파이, 게이샤, 모던보이, 모던걸, 첩으로 취급받는 신여성 등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아 관객이 스스로 질투, 애증, 복수, 스릴을 함께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스타일로 관객을 끄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최근 영화계가 1930년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이은주 정서린기자 erin@seoul.co.kr
  • ‘물의 결가부좌’ 로 노작문학상 받은 이문재

    “그간 시는 독자들과 괴리감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다시 살아나려면 독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점에 염두에 둔 시작(詩作)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제7회 노작문학상을 받은 이문재(47) 시인의 작품집 ‘물의 결가부좌’(동학사 펴냄)가 출간됐다. 표제작과 ‘손은 손을 찾는다’‘산세베리아’‘사막에 나무를 심었다’‘달밤’등 수상작 5편과 대표작 10편 등 모두 15편이 실렸다. 노작문학상은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는 의미 전달 ‘물의 결가부좌’는 연꽃이 피는 시기 등 시간의 문제를 감수성이 뛰어난 문체로 다루어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려는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이 시가 전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쓴 것은 아니에요. 다산 정약용이 젊었을 때 친구들과 연꽃놀이를 하며 시를 지었데요. 연꽃이 필 때 연못에 배를 띄워 연꽃의 향기를 맡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옛 문인들은 이렇게 연꽃을 감상했구나.’하는 사실(史實)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인은 시간의 문제를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어서 연못으로 나가 보아라/ 연못 한가운데 뗏목 하나 보이느냐/ 뗏목 한가운데 거기 한 남자가 엎드렸던 하얀 마른 자리 보이느냐/ 남자가 벗어놓고 간 눈썹이 보이느냐/ 연잎보다 커다란 귀가 보이느냐/ 연꽃의 지문, 연꽃의 입술 자국이 보이느냐/ 연꽃의 단 냄새가 바람 끝에 실리느냐” 모든 것이 변화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의미를 다른 말투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게 시인의 작품 메시지인 셈이다. ●생태주의적 관점서 접근 “개인적으로는 자연 생태학에 관심이 많아요. 생태학의 범위는 굉장이 광범위합니다. 이를 테면 느림의 미학, 즉 걷기 등과 같은 그런 것들이지요.” 지배-피지배, 남성우월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20세기 시각 중심 문화로 훼손된 미각·시각·후각 등 근접 미각을 복원하는 데 힘쓰겠다는 얘기다.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는 만큼 시인은 자연히 느슨한 산책을 허용하지 않는 도심의 한복판을 걸으며 현실의 풍경을 세세히 돌아본다는 게 문단의 평이다. 해서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현대적 삶의 중심을 거부하는 모반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목이 ‘물의 결가부좌’인 만큼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에 대해 시인은 단호히 손사래를 친다.“불교적이 아니고, 근접 미각의 회복 등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보면 됩니다.” 깊고,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에 먼저 손을 내미는 시인의 새로운 다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시인의 시어는 맑고 간결함으로 상징된다. 이는 곧 ‘언어경제’라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시인 김종삼을 좋아합니다. 그의 깐깐한 언어경제에서 비롯되는 인간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압축적인 시어가 내 작품 속에서도 녹여든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지요.” 1982년 ‘시운동’ 4집에 ‘우리 살던 옛집 지붕’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산책시편’·‘마음의 오지’와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등을 펴냈다. 노작문학상 외에도 김달진 문학상·시와시학 젊은시인상·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당신의 페르소나/ 최인호

    한 달 전쯤일까. 어느 날 나는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고 있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십수 년간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토크쇼의 여왕. ‘인생의 성공 여부는 온전히 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오프라이즘을 낳은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내가 오프라 윈프리를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가진 진정성 때문이다. 그녀의 질문이나 대답에는 꾸밈이나 가식이 없다. 상대방이 누구든 혼신의 힘을 다해 듣는 자세라든가, 인간의 심성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찰력은 찬탄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시간 있을 때마다 그녀의 쇼를 즐겨 보는 편인데, 그날은 요즘 한창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주인공인 흑인배우가 초대 손님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연속극이다. 나는 한 번도 그 시리즈를 본 적이 없으므로 주인공을 맡고 있는 그 흑인배우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보통 실력 있는 의사 역할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는데,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흑인배우가 의사 역할을 맡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현상은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것으로, 아마 그런 연유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초대되었던 모양이다. 이때 그 흑인배우는 오프라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자신은 이제껏 악역을 도맡아 했다는 것이었다. 마약 밀매업자, 총 맞아 죽거나 고층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범죄인이나 남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폭력배 등 대부분 비참하게 최후를 마감하는 악역전문배우였는데, 이제부터 다시는 악역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이었다. 오프라가 이유를 묻자 그 배우는 이렇게 대답한다.“내 영혼이 병드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악역을 하면 할수록 제 마음에 악의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오프라는 이렇게 대답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맞아요. 악역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악의 기운이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지요. 그래서 나는 언젠가 앤서니 홉킨스에게 더 이상 악역을 맡지 말라고 충고까지 했었어요.” 오프라가 말한 앤서니 홉킨스, 그는 1991년 제작된 <양들의 침묵>이란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미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다. <양들의 침묵>은 환자를 살해한 다음 그 살을 뜯어먹는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의 얘기를 다룬 컬트영화로 광기어린 홉킨스의 무시무시한 연기는 그를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한 이후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면서 정체성의 혼란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물론 뛰어난 배우가 되려면 단역이든 악역이든 엑스트라이든 주인공이든 어떤 역할이라도 자신의 몸과 영혼을 송두리째 집중해야 할 것이다. ‘페르소나’란 말은 고대 그리스의 배우들이 연극을 할 때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로 영화에서는 한 감독이 영화에 고정 출연하며 의중을 잘 표현하는 단짝 배우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자아와 외부세계가 관계를 맺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배우가 악역을 할 때에는 악마의 페르소나를 쓰는 것이며, 배우가 의사 역할을 할 때에는 의사의 가면을 쓰는 것이다. 비단 배우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자아와는 다른 별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 근엄한 성직자의 페르소나를 쓴 악인이 있는가 하면, 교사의 페르소나를 쓴 성추행범들도 있다. 이러한 다면적 인성이야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된 모순이겠지만 오프라 윈프리의 말은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악의 탈, 악의 가면을 쓸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처럼 파란만장하고, 어둡고, 불행한 과거를 보낸 여인은 없다. 그녀는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났으며, 9세 때 사촌에게 강간당하였다. 그 후 줄곧 몇 명의 친척들과 주변인들에게 계속 성학대와 성폭행을 당했으며, 14세의 나이에 아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태어난 지 2주일 만에 죽어버린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할머니에게까지 매일 얻어맞으며 성장한 그녀는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마약중독자가 되었으며, 이후 감옥에 드나들기 시작한다. 한때는 107킬로그램이 넘는 초대형 뚱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프라는 <오즈의 마법사>란 영화에 나오는 착한 마녀가 도로시에게 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크게 깨닫는다. “그것은 늘 거기에 있었단다. 너는 그 힘을 항상 네 안에 가지고 있었어.” 그 순간 오프라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잠재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한다. 2년 동안 달리기를 통해 68킬로그램으로 줄인 그녀는 보그지 패션모델이 되었으며, 흑인 최초로 앵커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프라가 발견한 것은 어두운 과거와 상처받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페르소나였던 것이다. 성폭행과 사생아, 흑인, 성희롱, 아이의 죽음, 끊임없이 감옥을 드나드는 전과, 마약중독, 100킬로그램이 넘는 악역을 하면서도 오프라는 끝내 그 악역의 가면, 즉 악마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하는 인생의 가면’을 선택함으로써 기적과 부활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승리자가 되려면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에 머물러서 그 과거가 지금 당신을 지배하도록 놔둔다면 절대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흑인 남자배우에게 충고하는 오프라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20여 년 전 어느 날 밤 나를 찾아왔던 안성기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무렵 안성기는 깊은 고뇌에 가득 차 있었다. 내게 배우를 계속 할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를 의논하러 왔는데, 그 심각한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아내가 자신의 정사신을 싫어한다. <깊고 푸른 밤>이후 그러한 요구가 더 강해지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주연배우는 작품이나 감독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베드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 그것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 아내뿐 아니라 자신도 그런 연기에 혐오감을 느낀다. 키스신이야 모르지만 그 이상의 정사신은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그러니 어쩌면 좋겠는가. 평소 호형호제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안성기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무렵 나는 영화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으므로 젊은 감독들이 정사신을 엄격하게 거부하고 있는 안성기에 대해서 불평을 하고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제작자들이나 감독들은 영화예술을 위해서는 배우는 마땅히 옷을 벗고 작품성을 위해서는 과감한 정사신일지라도 감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여배우들도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전라의 촬영도 마지 않는데, 하물며 당대 최고의 배우가 어떻게 베드신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집단 성토까지 하고 있었던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서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베드신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영화의 예술에 성性이라는 주제가 중요한 테마임을 나는 물론 잘 알고 있지만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적 영상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적 아름다움이라든가, 성적 욕망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재능 없는 감독들은 흥행적인 요소로 예술성을 빙자하여 성을 노리개로 팔고 있으니,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과감하게 이를 거절하라고 충고하였으며 그 이후 안성기는 과감하게 성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졌다. 얼핏 보면 배우로서는 큰 모험을 선택한 위험한 순간일지는 몰라도 성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짐으로써 안성기는 오히려 국민배우로서의 페르소나를 획득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앞에는 수천수백의 가면이 있다. 어차피 다중인격의 자아를 가진 인간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마땅히 오프라 윈프리처럼 희망의 가면과 안성기처럼 도덕의 가면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겁한 일이 아니라 용기 있는 일이다. 우리가 악역의 가면을 선택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악의 독소에 중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인호 작가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째 샘터에 <가족>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최근 산문집 <꽃밭>을 펴냈습니다. 2007년 12월
  • 장정일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

    희곡과 소설, 시,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 글쓰기 작업을 벌여온 작가 장정일이 ‘외도’를 끝내고 마침내 ‘초심’으로 돌아왔다. 1987년 신춘문예 희곡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작가가 1995년 첫 희곡집 ‘긴 여행’을 낸 데 이어 12년여 만에 두번째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랜덤하우스 펴냄)를 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지를 불태운 만큼 이번 희곡집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도 남다르다. 작가는 “어쩌다 이런저런 장르를 집적거리는 바람둥이 같은 작가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게도 끝내 순정과 열정을 바치고 싶은 데가 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고르비 전당포’는 세 명의 주인공이 강요된 삶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현재의 관점에서 약여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고르비 전당포’를 비롯, 중국 최초로 통일한 나라를 배경으로 한 ‘일월(日月)’‘해바라기’ 등 3편이 실렸다.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진시황의 첫번째 아들 부소가 분서갱유 완화를 상소했다가 북쪽 만리장성으로 쫓겨나는 시점부터 환관 조고의 술수로 자살하기까지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강요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여자로 변하는 자기 부정과 변신 과정이 눈길을 끈다. 소설 ‘보트 하우스’를 각색한 ‘고르비 전당포’는 컴퓨터를 거부하고 타자기를 고집하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속도와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작가라는 존재가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그린 작품. 강박관념과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열 손가락을 자른 작가 제이와 주변 여성들을 통해 외환위기 직후 서울 풍속도를 재현했다.‘해바라기’는 1988년 극단 열린무대에 의해 연극으로 선보인 작품. 한때 촉망 받는 극작가였으나 헨리 밀러의 작품을 각색하면서 상업적인 제작자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의 무절제한 성적 행각과 창작의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본격 선거전 돌입] 昌, 서울재래시장 민심 훑어

    기호 12번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27일 서울 시내 재래시장 7곳을 돌며 바닥민심을 파고 들었다. 점심은 남대문시장 국수집에서 했다. 이 후보는 시장 어귀에서마다 “거짓말 잘하고 재주 잘 펴서 성공만 하면 된다는 세상이 계속되면 청와대 얼굴이 바뀌어도 소용없다.”면서 “법을 존중하고 원칙을 지키는 안정된 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청중을 동원 못해 한나라당 후보일 때보다 12분의1도 안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민이 모였다.”는 이 후보에게 2002년과 다른 점을 물었다. 그는 “마음에서 나온 호응이랄까. 갈수록 힘이 난다.”며 웃었다. 이날 시장유세에 앞서 오전 10시 예정됐던 출정식이 1시간30분 지연됐다. 유세차량 101대의 음향장치 비용 10억원을 제 때 주지 못한 때문이다. 돈을 못 받은 제작업체가 차량 출고를 거부했다. 실랑이 끝에 우선 빌린 1대에 의지해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돈이 없어서 여러분을 추운 데 떨게 만드는 게 현주소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한 뒤 “낮은 자세에서 출발해 높은 자리로, 미래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또 “이순신 장군이 출옥해 수군통제사로 배 12척을 맡았는데 ‘상유십이 순신불사’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후 이순신이 나라를 구했듯 난 죽지 않았다.”고 했다. 오후 7시쯤 시장유세를 마친 이 후보의 손에는 굴과 참조기 몇 만원어치와 점퍼 한 벌 등이 묵직하게 들렸다. 물건을 살 때마다 상인들이 준 덤에 보답하듯 이 후보는 “전국적으로 재래시장마다 주차장 한 곳씩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겠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를 변화시켜 행복을 느끼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홍희경 구동회기자 saloo@seoul.co.kr
  • 기협 취재환경특위 해체 선언으로 갈등심화

    기협 취재환경특위 해체 선언으로 갈등심화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한국기자협회의 내부 갈등이 ‘취재환경개선특별위원회’ 해체여부를 결정할 운영위원회(30일)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또한 올 12월4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가 기자협회 내 갈등 상황과 맞물리면서 취재지원방안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선거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취재지원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협의하다 지난 7월 중단된 언론·정부간 협상이 23일 3개월만에 재개됐다. 이는 정일용 회장이 19일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에 대응해 기자협회측 의견을 조율하던 특위 해체를 선언하고 사태해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기자협회의 제안으로 열린 23일 회의엔 정 회장을 비롯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양승동 PD연합회장,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언론단체장들은 ▲총리훈령에서 삭제키로 한 홍보관리관 사전협의 조항을 부처 취재지원 매뉴얼에서도 삭제 ▲취재회피시 공무원 처벌조항 명문화 ▲기자 출입증으로 청사 출입 허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해체’란 초강수를 둔 데 대해 정 회장은 “문제를 풀라고 특위를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특위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면서 “내 임기 중에 벌어진 일이므로 임기(올 12월)가 끝나기 전에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다시 협상을 주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가능한 한 새달초까지는 타결이든 결렬이든 정부와의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25일 한 차례 더 회의를 가졌지만 회의 사항은 최종 합의 전에 밝히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차기 회의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24일 정 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협회 내부 갈등이 단순한 의견차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자협회는 3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특위 해체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또 한 차례 격론이 예상된다. 박상범(KBS 전 지회장) 특위 위원장은 “정 회장이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특위를 해체하겠다면 스스로 위원장직을 그만둘 수 있지만, 특위 해체 결정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 가능’ 발언은 12월4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와도 맞물려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로, 현직 특위 위원장 활동이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정 회장은 재출마를 고심 중이다. 그는 “취재지원방안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아직 생각할 시간이 있다.”며 재출마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박 위원장의 발언엔 정 회장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현 기자협회 ‘회장선거 운영규정’ 2조는 현직 회장이 입후보할 경우 주요 업무를 수석부회장이 대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민경중 CBS TV제작단장 겸 제작부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41대 회장 선거는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이란 첨예한 이슈를 놓고 협회 회원들이 각 후보의 입장을 지지 혹은 거부하는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민 단장은 현 정일용 집행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면서도 특위 활동으로 기자 사회의 내부 갈등을 촉발시킨 박 후보의 당선을 반대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이 기자 사회의 세력구도까지 재편하는 양상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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