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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A, 5년만에 허리케인 비너스 들고 컴백

    BOA, 5년만에 허리케인 비너스 들고 컴백

    ‘아시아의 별’ 보아(24·본명 권보아)가 돌아왔다. 5년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그녀는 오랜만의 인터뷰 자리가 쑥스럽다면서도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로 데뷔 10년, 더 이상 10대 소녀가 아닌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5년 만에 복귀하는 소감은. -정말 부담스럽다. 그동안 신인가수들도 많이 나오고 시스템도 많이 바뀌었다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일본에서 베스트 앨범을 내고 전국투어 콘서트도 했다. 미국에서도 데뷔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 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올해로 데뷔한 지 딱 10년째라 꼭 국내에서 앨범을 내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가수로 발탁돼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보아는 이듬해 일본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일 양국의 톱가수로 거듭났다. 2008년에는 해외 유명 스태프들과 손잡고 데뷔곡 ‘이트 유 업’(Eat You Up)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활동은 10년 가수생활의 터닝포인트 →지난 2년간의 미국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앨범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유명 제작자와 안무가와 함께 작업해 가수로서의 스킬(기량)이 더 좋아지고, 일에 대한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됐다. 10년 가수활동의 터닝포인트(전환점)였다고 생각한다.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문화적인 차이가 가장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예의바르고 착하고 말실수를 안 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지만, 미국에서는 린제이 로한처럼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동양사람이 파격을 보여준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동양적인 미와 서양적인 아름다움 사이에서 혼돈스러웠고, 넘어가는 과정도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보아가 지난 5일 선보인 6집 정규 앨범의 제목은 ‘허리케인 비너스’. 세련된 사운드와 강렬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가수 김동률이 작곡한 ‘옆사람’, ‘아브라카다브라’를 작곡한 지누가 선사한 ‘게임’,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씨가 편곡한 ‘로망스’ 등이 눈에 띈다. ●10대엔 못했던 재즈 이제 느낌 살릴 수 있어 →자작곡도 있던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20대 들어서 처음 내는 앨범이라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클럽에서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곡, 드라이브할 때 듣고 싶은 곡, 남자가 속 썩일 때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 등을 추렸다. 타이틀곡은 멜로디가 대중성이 있고, 퍼포먼스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곡으로 골랐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친오빠(권순훤)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 작곡가들과의 작업이 두드러지는데. -일본에서는 많은 가수들과 함께 작업했지만 국내에서는 기회가 적었다. 평소 (김)동률 오빠의 발라드를 좋아해 곡을 의뢰했는데, 내 이미지가 아직 10대에 머물러 있어 가사를 쓰는 데 좀 힘들어하더라. 어려서부터 친오빠 때문에 클래식은 질리게 들었고, 평소 재즈를 좋아했지만 10대 때는 느낌이 안 살아 못불렀다. 쉬는 동안 음악적으로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진 것 같다. →요즘 대세인 아이돌 그룹과의 차별화는. -솔로로 나오는 것 자체가 차별점인 것 같다. 대신 백댄서는 전부 남성으로 구성했다. 훨씬 파워풀해진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춤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 안무가에게 “인간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동작이 뭐가 있나. 나중엔 서커스를 시키는 것 아니냐.”며 투정을 부린 적도 있다.(웃음) 데뷔할 때부터 일본 시장을 겨냥해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낸 그녀는 ‘유령 학생’이 되기 싫다며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평범한 길을 거부하고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던 삶에 후회나 미련은 없을까. ●얻은 것은 언어와 인기, 잃은 것은 친구 →오랜 일본 활동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언어와 인기를 얻었고, 친구들을 잃었다. 그때 인터넷이 있었다면 연락이 끊기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 10년 동안 이렇게 살다 보니까 나에겐 지금 이 삶이 기준이고 평범함이다. 그동안 영어, 일어 등 언어 공부를 하도 많이 해 대학 (진학)생각도 점점 줄어든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진짜 평범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틈조차 없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는데. -연기 제안은 많이 들어왔지만, 가수가 본업이라는 생각에 모두 거절했다. 이번엔 평소 좋아했던 댄스영화 ‘스텝업’을 만든 분이 직접 나를 찾아와 제안했고 대본이 마음에 들어 수락했다. 무엇보다 내 춤의 모든 것을 한 편의 영화에 남길 수 있어 무척 설렌다. ●노래처럼 나도 멋진 연애 해보고 싶다 보아의 원칙 중 하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다. 직업이 가수일 뿐, 재미있거나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퍼포머’(Performer)로서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허리케인처럼 강한 사랑을 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그린 타이틀곡 제목처럼 진한 연애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가수는 노래 따라 간다던데 나도 한번 멋진 연애를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다. 스타 이전에 그녀도 사랑을 꿈꾸는 천상 20대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악마를 보았다’, 제한상영가 판정…12일 개봉 문제없나

    ‘악마를 보았다’, 제한상영가 판정…12일 개봉 문제없나

    배우 이병헌과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4일 “극중 시신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인육을 먹고 개에게 주는 장면, 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 둔 장면 등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시킨다고 판단했다”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상업영화가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것은 ‘악마를 보았다’가 처음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과 광고, 홍보에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등급으로, 이 등급이 확정될 경우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앞서 제작사 페퍼민트앤컴퍼니와 배급사 쇼박스 측은 영등위에 두 차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악마를 보았다’는 당초 5일로 예정됐던 언론 배급 시사회 일정을 11일로 미루고, 영화에 대한 편집과 재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서울신문NTN과의 전화 통화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최종 등급이 나오지 않았지만,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영등위에 등급 재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12일로 예정된 개봉일은 수정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지운 감독의 신작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는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최민식 분)와 그에게 약혼녀를 잃고 그 고통을 뼛속 깊이 되돌려주려는 한 남자(이병헌 분)의 광기 어린 대결을 그린다. 사진 = 페퍼민트앤컴퍼니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마천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서 40대여성 백골 시신 발견 ▶ 비, 이정진 키 차이 인증샷 공개...”내가 크잖아!” 깜찍 해명 ▶ ”다리 벌려 무효”? 네티즌, 비 해명 불구 재인증 요청 ▶ ”넉넉하게 입지 그랬어” 유이, 뱃살굴욕 어게인 ▶ ’자이언트’ 송경철 건설귀신 관심집중…”죽어? 안 죽어?” ▶ 이완, 중대장 완장 사진 공개…김태희 사인의 위력?
  • 유이-김광현 소개팅? 김광현측 거절로 불발

    유이-김광현 소개팅? 김광현측 거절로 불발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유이가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에이스 투수 김광현 선수와 소개팅 할 뻔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유이는 28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올리브 ‘악녀일기7’에서 2008년 ‘악녀일기4’ 오디션 볼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 김광현 선수와 인연이 될 뻔한 사연을 공개했다.방송에선 유이가 “무엇을 제일 하고 싶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연애하고 싶다”며 “연예인들처럼 쌍꺼풀이 있거나 너무 잘 생긴 남자는 싫다. 연하랑 사귀고 싶다”고 자신의 이상형과 연애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유이는 “작년(2007년) MBC ‘스친소’에 나가고 나서 SK프로야구단의 관계자분이 김광* 선수랑 나이도 비슷한데 소개시켜주겠다는 말을 아버지를 통해 전해왔다”며 “이 선수는 올림픽에도 나가고 연봉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직접적으로 이름을 거론했다. 유이는 아버지가 현재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성갑 코치로 야구와 인연이 깊다.하지만 두 사람의 소개팅이 불발된 것은 김광현측에서 거부했기 때문. 유이는 만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며 “그래서 이제부터 김광* 선수 안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방송에서는 유이의 소개팅남의 이름을 ‘김광*’으로 처리했지만 SK 선수 중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고 이름이 ‘김광’으로 시작하는 선수는 김광현 선수가 유일하고 그는 SK의 에이스 투수로 연봉도 높다. 이러한 조건들을 봤을 때 유이가 소개팅 할 뻔한 선수는 김광현 선수인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한편 매주 수요일 밤 12시 방송되는 ‘악녀일기7’은 서바이벌 시스템을 도입해 1,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5명의 예선통과자 중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최종출연자를 선정한다.사진 = 서울신문NTN DB, SK 와이번스 홈페이지서울신문NTN 강서정 인턴기자 sacredmoon@seoulntn.com
  • 차승원, ‘아이리스2-아테나’ 캐릭터컷…문신 ‘눈길’

    차승원, ‘아이리스2-아테나’ 캐릭터컷…문신 ‘눈길’

    배우 차승원이 드라마 ‘아이리스’의 속편 격인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의 캐릭터 포스터로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 ‘아테나’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28일 차승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극중 차승원은 미국 국토안보부의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으로 분한다. 손혁은 CIA 출신이지만, 실체는 세계 권력 구조를 재편할 음모를 진행하는 ‘아테나’ 수뇌부다. 특히 차승원의 손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완수해 내는 악역으로 정우 역의 정우성과 대립각을 세울 예정이다. 이를 반영한 차승원의 캐릭터 이미지는 강렬한 문신과 우람한 근육으로 거친 남성의 카리스마를 연출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제작 관계자는 “탁월한 두뇌와 차가운 심장으로 야심을 키우는 손혁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악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차승원과 정우성을 비롯, 수애, 이지아 등 ‘아테나’ 출연진과 제작진은 7월 말까지 20여 일 동안 이탈리아에서의 촬영 강행군을 진행한다. 이후 유럽, 일본, 뉴질랜드 등 총 6개국에 걸쳐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할 계획인 ‘아테나’는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 태원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연극리뷰] ‘코끼리에 관한 오해’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코끼리에 관한 오해’(장익렬 연출, 극단 숲 제작)는 작가의 말마따나 ‘호접몽(胡蝶夢)’이다. 무대는 폐쇄된 다락방. 다락방이라는데 어디 한 곳 창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입구마저 너무 좁아 천천히 기어다녀야 할 판이다. 그 문은 바깥에서 거대한 쇠사슬로 묶였는지, 엄마가 드나들 때마다 쇠사슬을 풀고 묶는 소리가 요란하다. 색깔은 검은색과 회색 톤이 주종을 이루는 무채색이다. 그러다 보니 유난히 붉은색이 눈에 띄는데, 붉은색은 딱 세 곳에 쓰였다. 엄마의 입술, 소설을 쓰는 아들의 원고지,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로 손수 짜주려는 스웨터. 엄마는 자신의 뱃속에서 스웨터 짤 실을 뽑아낸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함께 혈연과 혈연의 의무감이 낳는 폭력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엄마는 바깥 세상은 모두 썩었고 다락방이야말로 유일하게 순결한 공간이라 믿기에 지독히도 사랑하는 아들을 다락방에만 가둬 둔다. 아들 역시 그런 엄마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코끼리라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찾아온다. 연미복 차림의 신사들이 쏟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기억하는지. 꼭 그와 같은 인물인데, 엄마에게서 벗어나라고 아들을 부추긴다. 여기에 넘어간 아들은 끝내 엄마를 제 손으로 죽이는 파국을 맞이하는데, 죽어 가며 엄마가 지르는 외마디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 시작된다. 엄마는 4년 전에 이미 죽고 없단다. 알고 보니 아들이 죽인 것은 엄마가 아니라 코끼리였다. 이때부터 영화 ‘메멘토’ 때처럼 관객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코끼리와 엄마는 아들의 내면에서 싸우던 두 개의 자아였던가. 회색빛 우중충한 다락방은 그런 두 자아가 충돌했던 내면 세계였고 쇠사슬은 외부와 차단된 병적인 심리 상태를 나타냈던 것이었다. 결국 죽인 것이 코끼리라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혹은 살인을 거부한다는 뜻이었을까. 잠재의식 속에 숨겨둔 모친 살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밤마다 꾸는 꿈이었던 셈인가. 다락방 바깥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동굴 속 울림소리처럼 처리된 것은 꿈결에 들었던 바깥 소리였던가. 2007년 제9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 부문 당선작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불과 1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임에도 상징적인 대사와 행동이 촘촘히 박혀 있어 극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무·돌·강… 이들이 내 시의 공동저자”

    “나무·돌·강… 이들이 내 시의 공동저자”

    시인 손택수(40)는 곧잘 수줍어한다. 그러나 그의 삶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시(詩) 또한 역설의 미학을 충족한다. 부러질 듯 꼿꼿함과 여린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직선과 곡선의 미학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낭창낭창한 대나무를 닮은 시다. 그러고 보니 늘상 “내 시의 원형질은 고향”이라고 말하는 손택수의 고향은,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이다.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 펴냄)은 그가 ‘목련 전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시집이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이 1998년이었으니 13년 동안 시를 써온 셈이다. 그다지 바지런할 것은 없지만 딱히 더딜 것도 없는 시작(詩作) 속도다. 이미 전작 시집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 ‘손택수 미학’은 조금 더 세밀해지며 현실이 원래 그러하듯 가슴 먹먹해지는 어느 날의 처연함과, 남루한 삶의 결마다 촘촘히 배어 있는 재미를 함께 품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구름 농장에서’다. 발바닥에 뿌리를 내린 듯 단단히 현실의 대지를 움켜쥐어 온 것이 지금껏 그의 세계였다. 어느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손택수 미학의 밑천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름 농장에서’를 보면 흡사 날개가 달린 듯 대지와 하늘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경계와 구속을 거부하며 자신을 객체화한다. 장자(莊子) 외편에 나오는 ‘물살 급한 여량 폭포에서 유유히 물놀이 즐기는 노인’의 느낌을 준다. 잠시의 일탈인지, 아니면 지금껏과는 또 다른 손택수에 대한 예고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주목되는 변화가 있다. 분명 근자에 쓰였을-시집은 올초 연희문학창작촌에서 탈고했다-시편들은 땅과 하늘을 잇는 매개를 찾아 헤맨다. 시집의 첫 시 ‘꽃단추’에서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은’ 민들레며, ‘한 땀 한 땀 하늘을 꿰매는 대나무’(‘백 년 동안의 바느질’), 혹은 ‘하늘로 번져가는 수직의/ 단단한 파문’을 가진 대나무, ‘들판과 하늘을 잊지 못하고 벽에 붙여놓은 필름’ 같은 아궁이 그을음(‘바늘구멍 사진기’) 등은 하나같이 하늘과 땅을 이으려 노력하는 매개체들이다. 나아가 ‘지층 속의 구름을 파고들고/ 삽날을 물고 놓지 않은 구름 이랑 속에 씨앗을 뿌린다’(‘구름 농장에서’)와 같이 아예 땅과 하늘이 합일되기도 한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생명을 길러내는 대지와 하늘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은 손택수 시의 주체이고, 대상이다. 표제작이자 연작시인 ‘나무의 수사학’에서 그 일단을 드러낸다. 6편의 연작시 중 첫 번째 작품에서 ‘나무는 나의 스승’이라고,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라고 내밀히 고백한다. 내친 김에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시편을 통해서는 아예 이실직고한다.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먼지 1%/ 돌 15%, 노을 1.99%, 낮잠 11%, 달 2%’야말로 손택수 시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공동 저자라고 말이다. 아, 그리고 ‘느릿느릿 건들거리며 시를 쓰는 당나귀’(첫 번째 시집 ‘호랑이 발자국’에서 ‘당나귀는 시를 쓴다’)와 ‘지구상 모든 흙을 한 번쯤 통과시켰던 지렁이’(두 번째 시집 ‘목련 전차’에서 ‘내 목구멍 속에 걸린 영산강’) 역시 공동 저자 목록에서 빠트리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시집 세 권을 순서대로 다시 찾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손택수 시 유람’이 되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공연리뷰] 셰익스피어 원작 ‘베로나의 두 신사’

    [공연리뷰] 셰익스피어 원작 ‘베로나의 두 신사’

    기름기를 쏘~옥 뺀 유쾌한 뮤지컬이 나왔다. 과장된 슬픔이나 격정, 위대한 인물의 서사 따윈 없다. 그러다 보니 속된 말로 ‘똥폼’ 잡는 연기도 없다. 원작의 명성이나 배우들 이름값에 기대어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하게 꾸미고 수시로 무대를 전환하는 대형 뮤지컬 작품이 탐탁지 않은 사람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작품이다.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하는 ‘베로나의 두 신사’(글렌 월포드 연출, 신시컴퍼니 제작)는 사실 주어진 조건이 그리 좋진 않다. 연극이라 하기에는 노래와 음악의 비중이 크다. 무대 2층에는 5인조 라이브밴드까지 있다. 그렇다고 뮤지컬이라 하기엔 노래의 비중이 적은 데다 딱히 ‘꽂히는’ 곡도 없다. 연극과 뮤지컬 중간쯤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음악극(music play)으로 분류해 뒀다. 원작도 크게 유명하지 않다. 셰익스피어 작품이지만 초기작이라서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작품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장점은 넘친다. 우선 코믹 치정극이어서 밝고 가볍다. 등장인물들 모두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듯한 인물들이다. 극 초반 절친한 친구 밸런타인(앞줄 가운데)과 프로튜스가 자신들의 변치 않을 우정을 과시(유치하게도!)하면서 ‘핸드 인 핸드, 마이 브라더(Hand in Hand, my brother)’라는 노래를 소화하는데, 랩 같기도 한 것이 마치 현대 흑인들이 영화에서 하는 수인사 같아 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덕분에 극 내내 쏟아지는 셰익스피어의, 낭만적이지만 이제는 낡아버려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적당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영화 ‘다찌마와 리’ 같다. 그러다 보니 극심한 갈등도 없다.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격렬한 마상창술 시합조차 배우들이 장난감 말인형을 허리에 걸치고 막대기로 서로의 뒤통수를 때려대는 식으로 애교 있게 처리한다. 밸런타인과 프로튜스에겐 각각 실비아와 줄리아라는 연인이 있다. 프로튜스가 실비아를 탐내면서, 그러니까 우정 대신 ‘친구의 여자’를 택하면서 일이 꼬인다. 이 와중에 음모와 갈등이 있지만, 치열한 암투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결말에 가서는 모두들 다 용서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선언한다. 큭큭거리며 웃다 보면 이게 말이 되느냐는 반감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공감이 일어난다. 여기에는 능동적으로 그려진 여성 캐릭터도 한몫한다. 실비아는 흔들림 없이 프로튜스의 은근한 유혹을 뿌리치고, 줄리아는 남장을 해서라도 프로튜스와의 사랑을 지켜내려 한다. 특히 공작의 우아한 따님 실비아는 ‘후 이즈 실비아(Who is Silvia)?’란 곡에 맞춰 현란한 막춤도 선보인다. 청순가련하거나 허영, 질투에 가득찬 인물로 묘사되는 여성 캐릭터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현장 톡톡] 감독데뷔 日 배우 오구리 슌 내한

    [현장 톡톡] 감독데뷔 日 배우 오구리 슌 내한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먼저 제작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일본판에서 루이(한국판 윤지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오구리 슌(28)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배우가 아닌 감독 자격으로다. 자신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 ‘슈얼리 섬데이’를 들고 왔다.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비전 익스프레스’ 부문 초청작이다. 그를 지난 20일 경기 부천 광원아트홀에서 만났다.  “어제 막걸리를 마셨어요. 한국의 밤거리가 정말 아름답더군요.”라고 운을 떼는 오구리.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 한잔 진하게 걸쳤다고 했다. 오구리는 방한 전부터 양 감독과의 만남을 타진해 왔다. “올해 초 일본에서 ‘똥파리’가 ‘숨도 못 쉰다’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긴장감에 정말 숨을 못 쉬겠더군요.”  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꺼내는 오구리. ‘슈얼리 섬데이’는 고등학교 밴드부원 5명이 축제를 취소하려는 학교에 반발, 교실에 폭탄을 설치했다가 퇴학당한 뒤 3년 만에 뭉쳐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물이다.  왜 하필 청춘물이냐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고교 생활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요.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충분히 에너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죠. 어쩌면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였을 수도 있어요.”  촬영 철학도 확고해 보인다. 오구리는 배우들에게 현장에 오기 전 너무 많은 걸 준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에너지를 배우들이 표현하길 원해서였기 때문이라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습니다. 이 사람들과 작업한 게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톱스타의 영화 제작을 달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란다. 배우가 갑자기 감독을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모양. 하지만 오구리는 어릴 적부터 감독을 꿈꿔왔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저만큼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일본에는 없을 거라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영화를 공부한 형을 보면서 감독에 대한 꿈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 관객과의 만남이 아주 좋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은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해 줬기 때문이다. “시사회 때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영화 끝나기 30분 전 극장 안으로 살짝 들어갔는데 웃음이 자주 터지는 거예요. 제 영화가 많은 웃음을 가진 작품이란 걸 한국 관객을 보고 알았어요. 영화를 순수하게 봐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오구리. 최근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DVD로 봤다. 배우 송강호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보통사람처럼 보이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감독으로서 아직 차기작은 없습니다. 배우로서는 산악구조대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내년 5월 개봉될 예정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한날 한시 인류가 6개월 후를 본다면…

    한날 한시 인류가 6개월 후를 본다면…

    플래시백은 소설이나 영화, 연극에서 현재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과거 시점을 중간에 끼워 넣는 것을 말한다. 흔히 회상 장면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다. 플래시백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플래시포워드라는 기법도 있다. 플래시백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순차적으로 사건이 진행되다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 드라마(미드) ‘플래시포워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따온 아이디어를 활용한 작품이다. 어느 날 전 세계의 사람들이 2분17초 동안 정신을 읽고 쓰러진다. 차를 몰다가 정신을 잃어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가, 식사를 하다가 그냥 쓰러진다. 세상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블랙아웃 순간에 어떤 광경들을 보게 된다. 끔찍한 모습도 있고, 행복한 모습도 있다. 알고 보니 전 세계 사람들이 본 것은 6개월 뒤 각자의 미래라는 게 밝혀진다. 정해진 미래에 수긍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바꾸려고 할 것인가. 각자의 미래를 조금 엿본 사람들은 더이상 과거의 자신으로 머무를 수 없게 된다. FBI 요원 밴포드는 블랙아웃 현상의 이면을 캐며 6개월 뒤 인류 전체의 모습을 퍼즐 맞추듯이 그려 나간다. 공상과학(SF) 미드 ‘플래시포워드’가 온미디어 계열 영화채널 OCN을 통해 새달 13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플래시포워드’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고어가 제작·각본·감독을 맡은 SF 블록버스터 미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알려진 조지프 파인즈가 주인공 밴포드 요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또 ‘해롤드와 쿠마’, ‘스타트랙-더 비기닝’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존 조가 밴포드의 동료 요원으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플래시포워드’는 그러나 초반 인기를 끌어가지 못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래서 주관 방송사인 미국 ABC는 ‘플래시포워드’ 시즌 2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브이(V)’ 시즌2를 방송키로 결정했다.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의 원작으로 SF 소설의 거장 로버트 소여의 작품을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KBS파업, ‘천하무적야구단’ 등 드라마 방송 차질

    KBS파업, ‘천하무적야구단’ 등 드라마 방송 차질

    KBS 새 노조 ‘언론노조 KBS본부’가 파업에 돌입하는 사태로 주요 예능 프로그램 방송이 차질을 빚게 됐다. 3일 방송되는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을 비롯해 오는 4일 방송 예정인 KBS 2TV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이 하이라이트 방송으로 대체됐다.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새 노조는 전면적인 제작 거부에 들어갔으며 상당수의 드라마PD들도 파업에 동참한 상태다. 이에 따라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라마도 방송 차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한편 파업이 1주일 이상 계속될 경우 5일 첫방송 예정인 KBS 2TV 월화극 ‘구미호, 여우누이뎐’과 새로 시작한 주말극 ‘결혼해주세요’ 등의 후속편 제작 진행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친남매 고은아-미르 입뽀뽀 논란, 도마 위 ‘진실?’

    친남매 고은아-미르 입뽀뽀 논란, 도마 위 ‘진실?’

    친남매 사이인 배우 고은아와 아이돌 그룹 엠블랙 멤버 미르가 진한‘입 뽀뽀’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은아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엠넷 스캔들’에 출연, 미르와 입뽀뽀를 나눴다. 고은아는 이날 방송에서 남자친구 손승재에게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며 남동생 미르와의 깜짝 만남을 주선했다.고은아는 이날 방송에서 미르와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 갑자기 뽀뽀를 요구했다. 고은아는 남동생을 안고 “뽀뽀한번만 해줘”라며 입술을 내밀었다. 미르는 “지금은 안 돼”라며 밀어냈다.고은아는 남동생의 거부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은 왜 안 되는데, 원래하던 대로 빨랑 해줘”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미르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고은아는 미르가 움직일 수 없도록 얼굴을 고정하고 진한 입뽀뽀를 했다.남매의 남다른 애정표현에 남자친구로 출연중인 손승재는 “그때는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남매이기도 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매사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이번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논란을 가져왔다. 시청자들은 “방송 보다가 내 동생의 얼굴을 봤다, 서로 토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원래 남동생이랑 누나는 저런 애정표현을 나누나?”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반면 다른 시청자들은 “각별한 남매사이라면 가능하다. 친구 중에서도 남동생을 아기로 생각해 뽀뽀해달라고 하는 걸 본 적 있다” “내 동생이라면 따귀, 하지만 미르라면 할 수도 있을 듯” 등의 의견을 냈다.이번 방송에 대해 엠넷 제작진은 “고은아가 데이트 중인 남자친구를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어 했다. 셋의 만남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전했다.사진 = Mnet ‘엠넷 스캔들’ 화면 캡처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슈렉, 이젠 안녕~

    슈렉, 이젠 안녕~

    ‘슈렉, 이제 안녕’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슈렉’이 끝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슈렉 포에버’를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의 슈렉 시리즈는 나오지 않는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슈렉의 성공은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궤적을 한바닥 정리해 주는 게 대작에 대한 예의일 터. 슈렉의 10년사(史)를 되짚어본다. 슈렉 1편(2001):새로운 어젠다 슈렉의 혁신성에 대해 무슨 찬양이 더 필요할까. 처음 이 시리즈가 나왔을 때 영화계가 받았던 충격은 컸다. 너무나 신선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이면서 할리우드를 조롱거리로 삼는 풍자, 특히 애니메이션을 지배했던 영화 제작사 월트 디즈니식 동화에 대한 과감한 전복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슈렉은 꾸짖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백마탄 왕자의 첫 키스를 받아야 존재감이 부여된다는 식의 수동적 여성상이 얼마나 천박한 것인가를. 여자 주인공이 자기보다 나은 ‘스펙’의 꽃미남과 결혼한다는, 기존 동화의 진부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수술대 위에 올려 낱낱이 해부했다. 피오나 공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이면서도 한편으론 날렵한 무술을 자랑하는 ‘엽기녀’이기도 하다. 슈렉을 위기에서 구해낼 줄도 안다. 마지막엔 슈렉과 사랑에 빠지면서 슈렉처럼 괴물이 되길 원하고 궁이 아닌 늪에서 살아가길 선택한다. 이는 자연히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며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교훈을 남긴다. 사람들은 외쳤다. “슈렉의 혁명은 이제 시작됐다.” 슈렉 2편(2004):어젠다의 심화 전편이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면, 두 번째 시리즈는 그 어젠다를 심화하고 확장한다. 1편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 자칫 재탕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흥행만 봐도 시리즈 역대 최강이다. 전세계적으로 9억 1980만달러(1조 1194억원)를 끌어모으며 역대 할리우드 영화 흥행 순위 13위에 올랐다. 2편은 전편이 강조했던 할리우드에 대한 조소,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을 기본 골격으로 유지하지만 이를 조롱하는 수위는 훨씬 농염해졌다. 특히 슈렉과 피오나 공주를 제외한 조연급 ‘기쁨조’들은 패러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현실을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슈렉의 외모와 대척점에 있는 프린스 차밍은 비단 같은 머릿결을 흔들며 자기 과시와 겉멋에 취한 할리우드 스타를 비웃는다. 순수함의 상징 피노키오는 여자 속옷이나 탐내는 변태로, 살인청부업자인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는 ‘순수한 눈망울’을 부여해 겉만 보고 판단하는 우리의 위선을 야유한다. 특히 신데렐라 게이 언니의 출현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에서 금기나 다른 없었던 성(性)문제를 포용한 선례는 없었다. 그만큼 슈렉2는 공격적이었다. 슈렉 3편(2007):어젠다의 퇴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전편에 쏟아냈기 때문일까. 슈렉3은 그만 퇴보하고 만다. 1편과 2편의 비판정신은 온데간데없고 풍자의 날도 무뎌져 버린다. 슈렉은 왕이 되길 거부하고 아빠가 되는 걸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유가 없다. 전편의 맥락상 권력에 회의적이었던 슈렉과 피오나의 성향을 전제한 때문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궁색했다. 슈렉 마니아들의 실망스러운 목소리도 커졌다. 이들은 슈렉3이 “뭘 비꼬는지도 불명확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패러디했지만 왜 패러디했는지 풍자적 시선이 없었다. 그냥 복제로 끝났다. 상투적인 연설로 악당을 교화시키고, 다시 숲의 구석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조차 지양하는 진부한 이야기 방식이었다. 슈렉답지 않은 식상한 교훈만이 날카로운 풍자가 머물다 간 자리를 꿰차버렸다. 대중적인 재미도, 어젠다의 진보도 없다 보니 “슈렉에 힘이 빠졌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래서일까. 드림웍스는 대미를 장식할 슈렉의 마지막 시리즈를 만들고 슈렉 신화를 접기로 결정한다. 슈렉 4편(2010):어젠다의 재확인 전편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힘이 빠진 슈렉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슈렉 포에버는 반복되는 일상에 따분함을 느끼던 슈렉이 ‘겁나 먼 왕국’을 차지하려는 악당 럼펠의 마법에 속아 자신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떨어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전편과 연결되는 이야기라기보다 “과연 슈렉이 (1편에서) 피오나를 구하지 않았다면?”이란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단 슈렉 포에버에서 대중적 재미를 회복한 것은 큰 성과다. ‘마법에서 벗어나는 길=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라는 디즈니식 기본 골격은 유지되지만 캐릭터의 변화를 통해 다시금 자신들이 했던 ‘전통의 전복’을 꾀한다. 왕자를 기다리다 지쳐 성을 탈출한 피오나는 현상금이 걸려 있는 괴물 해방 운동의 지도자가 돼 있다. 역시 피오나는 마이너리티를 고민(?)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럼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처럼 엽기적이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로 분했다. 마냥 밉상이 아닌 악역이란 점에서 할리우드식 권선징악과는 선을 긋는다. 결론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피오나와의 진실한 사랑과, 누추하지만 평범한 숲속의 삶에 대한 긍정이다. 슈렉 시리즈의 공통된 주제를 최종적으로 재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3차원(3D) 영화라 생동감도 배가됐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슈렉의 한계는 뚜렷해졌다. 디즈니의 반(反) 여성주의와 식상한 스토리를 비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가진 것 하나 없는 서민 가족 공동체의 일상을 미화하는, 이른바 할리우드식 가족주의를 벗어나진 못했다. 이는 1편부터 4편까지 모든 슈렉 시리즈가 지닌 한계였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라.”는 미국적 보수주의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슈렉 시리즈는 ‘미완의 혁명’으로 명명하는 게 딱 적당할 듯싶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NTN포토] ‘꽃미남 송중기도 거부한 마음이’

    [NTN포토] ‘꽃미남 송중기도 거부한 마음이’

    [서울신문NTN 이대선 기자] 24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마음이2’(감독 이정철, 제작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제작보고회에서 송중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일 송중기 등이 출연하는 ‘마음이2’는 수상한 사람들에게 납치된 새끼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마음이의 모습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그려낸 영화이다. 이대선 기자 daesunle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TN포토] 한고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발산!’

    [NTN포토] 한고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발산!’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2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의 특집 프로젝트 ‘2010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한고은이 미소를 짓고 있다.’2010 희망로드 대장정’은 오는 6월 말부터 7월 말에 걸쳐 5편이 방송되며 10월 말에 나머지 5편이 방송될 예정이다.현성준 기자 gu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리뷰] ‘런어웨이즈’

    [영화리뷰] ‘런어웨이즈’

    전설의 록밴드 ‘런어웨이즈’(Runaways)를 아는가. 록이 남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1970년대. 여성, 그것도 10대 사춘기 소녀들로 구성됐던 런어웨이즈는 록 음악계의 견고했던 남성 카르텔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단순히 인기가 많았던 밴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대의 자유와 해방, 저항정신의 아이콘이었다. 24일 개봉하는 ‘런어웨이즈’는 이 전설적인 밴드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로커를 꿈꾸지만 정형화된 록 음악을 거부하는 조안 제트(사진 오른쪽·크리스틴 스튜어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체리 커리(왼쪽·다코타 패닝).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은 프로듀서 킴 파울리(마이클 새넌)와 함께 다른 멤버를 모아 여성 록밴드를 결성, 성공을 이룬다. 영화는 이 밴드의 탄생을 시작으로 성공과 해체까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도 담아냈다. 어린 소녀들에게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던 시절,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음악을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다코타 패닝은 16살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출과 파격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전기(傳記)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이 추구한 자유와 해방도 결국 시대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한다. 음반 제작자들은 런어웨이즈의 저항 의식을 철저히 상업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옷까지 벗어가며 철저히 본인 스스로를 성적으로 상품화시키는 데 익숙해져 버린다. 런어웨이즈는 단지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가십,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해방을 노래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해방될 수 없었던 역설. 자유를 노래했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눈은 자유를 향하고 있지만 정작 몸은 억압 속에서 뒷걸음치던 그들. 결국 이들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담배와 마약, 그리고 섹스뿐이었다. 여기서 영화는 묻는다. 과연 런어웨이즈는 남성 위주의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혁명적인 밴드가 맞았을까. 정작 이들의 삶은 남성 위주의 상업논리에 물들어 있지 않았던가. 영화는 바로 이 역설의 지점에서 관객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만 영화는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더 깊게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가령, 런어웨이즈의 성공기에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그들을 억압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한계를 짚는 부분은 너무나 빨리 흘려 보낸다. 영화가 런어웨이즈 구성원들의 ‘감정선’보다는 ‘감각적인’ 공연 장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이다. 어쩌면 영화의 뼈대는 이들의 성장통일 듯 싶은데 물리적인 비중부터가 작다 보니 전체적으로 왠지 모를 어색함과 허전함이 느껴진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인과관계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한 플로리아 시지스몬디이다. 어쩌면 내용의 깊이보다 영상에 더 치중했다는 것은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감정보다 감각의 궤적에 천착한 감독의 안일함이 아쉽다. 청소년 관람불가. 106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한예조 “외주드라마 촬영 전면 거부”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은 21일 “만성적인 출연료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회의를 연 결과, 외주제작사의 드라마 촬영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드컵이 끝나는 다음달 중순쯤 지상파 방송 3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낸 뒤, 가시적인 움직임이 따르지 않으면 드라마 제작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갑 한예조 정책위 의장은 “방송사들은 외주제작으로 인한 이익만 가질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해 방송사들이 안전장치를 마련할 때까지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주제작사들을 사실상 통제하는 거대 방송사들이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예조, 외주드라마 촬영거부…출연료 지급촉구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이 일부 드라마 외주 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반발해 촬영거부 방침을 밝혔다. 한예조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앞에서 생존권 쟁취 총파업 전진대회를 열고 외주 제작 드라마에 대한 출연거부를 결정했다. 한예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중파 방송 3사의 출연료 미지급 액수 총액은 37억 7천319만 6천 877원으로 MBC가 가장 많은 23억 3천 394만 6천 477원, KBS와 SBS가 각각 8억 2천 183만 349원, 6억 1천 742만 51원을 기록했다. 향후 한예조는 촬영거부를 통해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 받고 외주 제작사 선정 및 관리권한을 손에 쥔 각 방송사를 압박할 예정이다. 또한 한예조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7월 중순, 각 방송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등 주요기관에 출연료 미지급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러 나로호 3차발사 거부하면 1000만달러 지급 않을 수도”

    정부는 러시아 측의 거부로 나로호 3차 발사가 추진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미지급한 사업비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6일 “지난 2004년 러시아와 계약을 맺은 뒤 정부는 지금까지 러시아측에 계약금의 5%를 넘는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나로호 1·2차와 추가발사 계획과 관련된 총 계약금은 2억 1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또 나로호 3차 발사와 관련, “나로호 상단 부분은 이미 제작돼 있다.”면서 “탑재하는 위성을 송·수신 기능만 갖춘 검증위성으로 할지, 과학기설위성 2호를 추가 제작할지에 대해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나로호 2차 발사실패조사위원회는 첫 회의를 갖고 앞으로 진행될 조사위 활동 범위와 일정을 논의한 끝에 7월쯤 모스크바에 이어 8월에 한국에서 추가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사위에서는 발사 실패원인뿐 아니라 발사 준비과정도 조사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러시아 측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페어링이나 2단 킥모터가 오작동해 폭발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우리가 만든 2단 이상 부분은 이륙 뒤 페어링이 분리되는 225초 뒤부터 작동한다.”면서 “기초데이터 분석 결과 우리측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이 제작한 1단 로켓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전기 이상이나 소화용액 오작동 등의 이상징후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교과부는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홍희경·최재헌기자 saloo@seoul.co.kr
  •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박준영 전남지사 “영산강 살리기 계속 추진”

    [시·도지사 당선자에게 듣는다] 박준영 전남지사 “영산강 살리기 계속 추진”

    박준영 전남지사는 이번 선거 후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2004년 보궐선거 이후 내리 3선을 가볍게 통과한 까닭이다. 민주당내 후보 경선도 치열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운’이 좋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선거때마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눌렀다. 이는 탄탄히 다져진 행정과 정치적 역량을 말해준다. 그는 줄곧 ‘잘사는 농어촌’‘청년층이 되돌아오는 농어촌’을 머릿속에 그려 왔다. 모든 행정의 포인트는 이런 밑그림에 바탕을 두고 있다.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지사는 “인구 200만명을 회복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 “영산강 살리기는 그동안 계속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해석을 말라는 것이다. 그를 만나 앞으로 4년간의 도정 방향을 들어봤다. →최근 ‘4대강 사업’과 관련, 중앙당과 갈등을 노출했는데요. -당론과 달리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식의 일부 잘못된 보도나 해석이 더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나는 2004년과 2006년, 올까지 잇따라 선거공약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내세웠다. 그리고 주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그동안 많은 예산이 들지 않은 지천 정비 등 오염원 제거에 역점을 뒀다. 단 한번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 사업의 내용이 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산강 일부 구간의 수질은 농사짓기에도 어려운 4~5급수 상태이다. 수질개선과 수량 확보 등 친환경적 정비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호남지역 국회의원과 대다수 주민들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행정의 수장인 도지사가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3면이 바다인 해양국가에서 전 국토를 내륙으로 연결하는 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도정의 기본 틀은 무엇인가.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보궐선거로 처음 지사에 취임한 2004년 7월 인구 200만명이 깨졌다. 당시 연간 3만~4만명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농과 저출산 등이 그 원인이다. 기업유치, 일자리 만들기, 도서벽지 개발, 관광산업 육성 등을 꾸준히 추진했다.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는 193만 4000여명으로 최근 1~2년 새 연간 3000~5000명이 줄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감소폭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2014년까지는 인구 감소율 ‘0%’로 낮출 생각이다.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2020년엔 200만명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젊은 인구가 늘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구를 늘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새로운 임기 안에 2000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농업·농촌·농어민을 포괄하는 ‘3농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살기좋은 농어촌을 만드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웰빙시대’를 맞아 친환경 유기농 확대와 수출 산업화도 꾀할 생각이다. 이는 주민 소득 증대와 직결된다. 소득이 늘면 도시로 떠나지 않고서도 교육과 문화,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다. 권역별로 생물의약, 신소재, 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을 집중 육성해 균형발전과 경제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F1대회, 여수세계박람회, 정원박람회, 농업박람회 등 4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열어 ‘관광 전남’의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 여기에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와 다도해 섬을 개발하면 관광의 거점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럴만한 자원은 충분하다. 전국 61%에 해당하는 1964개 섬들이 여수 ~고흥~ 완도~ 진도~ 신안 해안 일대에 산재해 있다. 전국의 50%에 달하는 6400여㎞의 리아시스식 해안선 등 천혜의 비경도 갖고 있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코앞에 닥쳤는데. -오는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영암군 간척지 일대에서 열린다. F1 대회는 총공사비 3400억원 규모의 경주장 건설이 진행중에 있다. 전체 공정률은 78%로 8월말쯤 준공된다. 숙박시설과 교통 여건 개선 등을 빈틈없이 점검, 원활한 대회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 국내외 모터스포츠대회 개최, 자동차 산업 유치 등 연간 200일 이상 경주장 활용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무안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박준영 당선자는 1946년 전남 영암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향인 광주·전남에서 일어난 살육의 현장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신문제작 거부에 앞장섰다. 그 이유로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 1985년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7년 같은 회사 외신부기자로 복직됐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으로 들어갔다. 이후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국민의 정부 5년동안 DJ의 ‘입 역할’을 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2004년 전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부인 최수복(60)씨와 3녀.
  • “PD수첩 원본테이프 제출하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법원이 당시 방송에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상훈)는 27일 열린 PD수첩 재판 공판준비기일에서 “쌍방의 다툼이 있고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와 vCJD(인간광우병)의 용어가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전체 테이프를 봄으로써 어떤 문맥에서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와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원본 테이프와 녹취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PD수첩 제작진이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가 분명한 만큼, 제작진이 아닌 MBC 회사 측이 테이프를 제출하도록 했다. 제작진은 그동안 검찰의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에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응하지 않았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이미 취재원이 공개된 상태이며 빈슨의 발언도 제작진이 선별한 것만 알려져 있어 취재원 보호와 이번 사건은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결정이 언론의 자유를 압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제작진 측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안할 만하지만 형사사법절차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3주일에 한 번씩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몇 달 안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첫 공판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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